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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블랙핑크 제니 (7)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채영이 이야기 

                                                               - 응답하라 ! 1985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등생이고 모범생이었던 장남 경태는 서울의 명문대에 진학 이후 2학년까지 마치고 지금은 휴학후 군에 입대했으며 둘째 경수가 어느덧 고3이 되었다. 그리고 철없던 막내 경옥도 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 있는데, 한편 김진동 사장의 제지회사는 사업이 나날이 더 번창하고 확장일로에 있고 아내 백승주 여사 역시 남편에 대한 내조 및 재산증식 활동에 여념이 없는 그런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한편 고3때 학교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밤늦게 귀가하던 경태와 달리 둘째 경수는 집에서 공부하는게 더 체질에 맞는지 대체로 정규수업을 마친뒤 바로 귀가를 한다. 그대신 자기방에 들어가면 문을 꼭 걸어잠근채 공부하는데만 전념하고 있는 것이 요즘 경수의 일상이다. 원래 형 경태와 같은방을 쓰면서 내심 ‘자기방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던 경수이기도 했는데 이젠 김진동 사장이 더 이상 가정부를 쓰지않고 출퇴근을 하는 파출부를 쓰고 거기다 일시적으로 찾은줄만 알았던 ‘경숙누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짜임이 밝혀져 결국 하나남은 빈 방을 경수가 쓰도록 김진동 사장이 허락함으로써 이렇게 된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경수는 군에 입대해 주인없는 방이 된 형 경태방까지도 어떨때는 수시로 드나드는 그런식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 경수가 정규수업을 마치고 오후늦게 귀가할때의 일이다. 오늘따라 오후부터 궂은 날씨에 몹시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게 경수가 학교가 파하고 집에 돌아갈때까지 계속 되었다. 비닐우산을 쓰고 귀가를 서두르는 경수. 잔뜩이나 날도 어두워 기분까지 영 찝찝해 서둘러 집에 들어가 좀 쉬다가 공부를 계속 할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렇게 학교에서 도보로 20여분 걸리는 경수네가 사는 아파트 단지 진입로로 거의 접어들때다. 한쪽 길에서 우산을 든채로 제법 힘들게 전단을 행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한 젊은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경수는 호기심에서라도 그런 전단은 꼭 한두번 받아보는 그런 성격이기도 한데, 그래서 비도오고 궂은 날씨이건만 오히려 그 여성이 딱해보이기라도 했는지 일부러 다가가서는 그 전단을 받아보았다. 웬만하면 귀찮아서 이런 전단을 행인들이 잘 안 받아보기 마련인데 오히려 일부러 받아준 경수라서인지 여인은 ‘고맙습니다’ 하며 꾸벅 절까지 하고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 어릴 때 잃어버린 부모님을 찾고 있습니다. 제발 저희 부모님좀 꼭 찾을수 있게 

  도와주세요. ” 

 ‘ 잃어버린 부모님... ??? ’ 

 바로 3년전 가짜이긴 했지만 여하튼 잃어버린 누나를 찾았다고 부모님이 말씀하셨을 때 그제서야 처음으로 자신들에게 위로 누이가 하나 더 있음을 알게된 경수와 경태 형제 아니었던가. 하지만 바로 그 경숙누나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짜임이 밝혀졌고 그 가짜임을 밝혀낸 용의주도한 성격의 경수임을 생각하면 한번 멈칫거리면서도 오히려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다. 일단 경수는 그래서 신경이 쓰여서인지 일단 발걸음을 서둘러 옮기지는 않고 한번 천천히 전단내용을 읽어보았다. 내용은 대략 이와같았다. 

 ‘ 어릴 때 헤어진 부모님을 찾습니다. 이름은 모르고 헤어질 때 나이가 대략 세 살 

  정도였을것으로 기억납니다. 시골 과수원에 엄마,아빠와 함께 놀러갔다가 길을 잃은 

  것 외엔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신체적 특징은 없고 포도나 오징어를 먹으면 배 

  탈이 나는 특이체질입니다. 어릴 때 부모님을 도와드린답시고 과일을 깎으려 하다  

  손가락을 베인적이 있습니다. ’ 

 “ 자...잠깐만요... ” 

 일단 장소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시골 과수원’이라는 것이다. ‘논산 과수원’이라고 또렷이 지역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3년전 가짜 경숙과는 표현 방식이 완전 다르다. 게다가 포도와 오징어를 먹으면 탈이 난다고 했다. 실은 경수의 엄마 승주는 물론 동생 경옥도 포도와 오징어 그리고 콩밥을 싫어한다. 사실 경수는 경옥의 경우엔 어려서 철이 없어 그러려니 여겼지만 엄마까지 그러는 것을 보고 엄마나 경옥이나 모녀간에 참 특이체질이로구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 허나 특정한 음식 자체를 싫어하는것과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체질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리고 이때는 아직 ‘음식 알레르기’ 같은 개념은 생기기 전이다.) 

 다만 포도나 오징어 문제 까지는 그렇다치더라도 경수조차 지금까지 들어본적 없는 일 하나가 더 적혀있다. 바로 ‘어릴 때 부모님을 도와드린답시고 과일을 깎아보려다 베일뻔한적이 있다’는 것. 일단 경수가 부모님으로부터 들어 알고있는 경숙누나의 신체적 특징은 등에 흔히 있을법한 흉터나 상처자국은 물론 점 하나 없이 깨끗하고 매끄럽다는 점이었다. 허나 이런 문제를 비오는 길거리에서 확인해볼수는 없는일. 일단 다가가서 조금전 그 여성의 손을 붙잡아보았다. 

 “ 아...아저씨 왜 그러세요 ? ” 

 어느덧 고3이라 다 자랄만큼 자란 경수를 여인은 일반 성인 남성으로 생각했는지 살짝 겁에 질려 그와같이 말하고 그런 여인을 경수가 잠시 뚫어지게 바라본다. 여인은 대체로 마른체구에 중간키. 그리고 갸름한 얼굴을 갖고 있다. - 하지만 이런 여성은 길가다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의 여성이다. - 여하튼 뭔가를 더 확인해보려는 듯 여인의 이목구비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경수. 그러다 이렇게 말한다. 

 “ 아가씨...아...아니 저 누나...죄송하지만 잠깐 저희집에 같이 가주시겠어요 ? ” 

 “ 네에 ? ” 

 일단 누구라도 낯선 남자가 다짜고짜 같이 가자고 하면 황당해할 수밖에 없을것이고 따라서 이와같이 반응하는 여성을 경수는 이렇게 설득힌다. 

 “ 누나 죄송해요...많이 놀라실거란거 알아요. 하지만...실은 저희도 찾는 가족이 있    거든요. 26년전에 세 살때 부모님이 잃어버린 누나가 하나 있어요. 그래서 한번 혹 

  시나 해서 확인을 해보려구요. ” 

 전단을 뿌리는 여성을 ‘누나’일거라 확신해서는 아니고 여하튼 자신보다 몇 살 많아보이는 성인여성을 ‘아가씨’ 이런식으로 부르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 이와같이 부른것이고 그러나 여자는 여전히 의심이 가는지 아니면 무서워서 그러는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여인을 거듭 설득 집으로 데리고 간 경수. 일단 대충 빗물이라도 닦고 씻으라는 듯 욕실을 사용할것까지 허용해주고는 그리고 바로 안방으로 가서 뭔가를 꺼내온다. 가져온 것은 다름아닌 진동내외가 자기네 방 깊숙이 비밀리에 간직해오고 있었던 경숙의 어릴적 사진등이 담긴 옛날 앨범이다. 

 


 아무래도 용의주도한 성격의 경수라서일까. 3년전 단지 ‘논산 과수원에서 부모를 잃어버렸다’는 말 한마디에 앞뒤 가리지 않고 자기 딸이라고 해서 ‘가짜 경숙’에게 홀라당 넘어갔던 진동내외와 달리 차남 경수는 좀 더 차분하게 확인을 해보려는 것이다. 경수는 안방에 있는 잃어버린 누나의 어린시절 사진은 물론 진동내외의 젊은시절 사진도 함께 있는 앨범을 꺼내와 확인을 해보려 한다. 만약 경숙누나가 맞다면 어머니 승주의 젊은시절 모습과 많이 닮았으려니 그 생각을 해본 것이다. 

 “ 많이...비슷한 것 같아요. ” 

 엄마 승주의 젊은시절 사진 두어장을 꺼내 여인의 얼굴 가까이 대보고 비교를 해보는 경수. 그리고 그 느낌이 이와 같았다. 만약 어떤 ‘나쁜무리’가 고의적으로 김진동 사장네를 골탕먹이기 위해 승주의 젊은 시절과 분위기가 비슷한 여자를 뽑아 일부러 보낸 것이 아니라면 영락없는 경숙이 맞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러나 아직은 미심쩍은 듯 보다 확실하게 확인을 해보기 위해 한가지 더 질문을 해본다. 

 “ 저...누나 죄송하지만...혹시 어린시절 살던 집 구조나 이런거...기억을 해볼수 있 

  겠어요 ? ” 

 그리고는 아무래도 어릴 때 기억이니 기억이 희미할테니 연습장 한 장을 바로 가져와 어린시절 집 구조를 한번 그려보라고 한다. 사실 경숙을 잃고나서 그 상처때문인지 이후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그 시절의 일 자체를 언급하려하지 않던 진동 내외였지만 – 심지어 그 상처 때문에 외동딸이면서도 승주는 이후 고향에 일절 내려가지 않았다고 하지 않던가. - 이후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딸 경숙을 낳고 살던시절 이야기를 몇 번 경태와 경수에게 해준적이 있다. 그점을 염두에 두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린시절 살던 집 구조를 기억나는대로 그려보라고 한 것이다. 

 “ 어...그게...아마 이쪽에 엄마,아빠랑 함께 지내던 방이 있던 것 같고 반대편에 할 

  아버지,할머니 쓰시던 방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마루가 그리고 그 사이에 있고 뒤에 

  도 방이 또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거기서 가끔 엄마,아빠가 주신 과자를 먹거나 

  장난감을 갖고 놀았던 것 같기도 하고... ” 

 어떤 트라우마 같은게 있어 어린시절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린 경우가 아니라면 서너살 때 정도에 살던집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을 할 수는 있다. 기억력의 수준에 따라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여하튼 어렴풋이나마 해볼수 있는 기억이라서인지 그렇게 그림으로 집 구조를 그려본 여인. 한번 앨범에 있는 경숙의 어린시절 진동내외 살던 집 사진등과도 비교를 해 보았다. 구조가 대충 비슷한 느낌이었다. - 진동은 2대독자라서 젊은 시절엔 당연히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고, 경태,경수등에게 할아버지,할머니가 되는 두분은 약 10여년전인 70년대에 다들 돌아가셨다. 진동의 가족이 강남으로 이사온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경수는 일단 아버지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어차피 낮시간에 내조와 재산증식 행위로 하루를 보내는 승주는 대체로 고정적인 위치를 알수없지만 아버지의 경우엔 회사에 계시니까 상대적으로 고정적인 위치를 파악할수 있어 전화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휴대폰이나 호출기가 생기기 전의 일이다. - 아무리 그렇기로 낮시간에 아이들이 아버지 일터로 전화하는 일은 웬만해선 잘 없는일. 그것도 고3 경수의 전화에 진동은 무척이나 놀라는 모습이다. 

 “ 어...경수냐 ? 니가 웬일로 ? ” 

 혹시 무슨 안좋은 급한일이 생긴것인가 싶기도 해 진동은 순간적으로나마 불안해지기까지 하고 그런 진동을 보며 경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 아버지...이번엔 진짜인 것 같아요. ” 

 “ 그게 무슨소리야 ? 진짜라니 ? ” 

 영문모를 소리라 진동은 어리둥절해하고 이미 3년전에 한번 가짜한테 당한일이 있어 바로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서두를 그와같이 꺼낸 경수의 말이 이어진다. 용의주도하고 침착한 경수답지 않게 흥분까지 되어서. 

 “ 실은...제가 학교에서 오는길에...웬 전단 뿌리는 여자를 하나 봤어요. 헌데 보니까 

  잃어버린 가족을...부모님을 찾는다는데...경숙누나와 단서가 거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 

 “ 뭐...뭐라구 ? ” 

 퇴근시간까지 마냥 기다릴수가 없어 진동은 조퇴하겠노라 직원들에게 말하고 진동은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왔다. 소재지가 일정치 않기 때문에 급히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는 엄마 승주의 경우 이렇게까지 답답하고 딱할 경우가 없을 것 같다. ‘진짜 경숙이’를 찾았다고 하면 누구보다도 놀라고 기뻐하며 한달음에 달려올 사람이 바로 승주 아닌가. 헌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하필 오늘따라 또 경숙의 귀가가 늦고 답답해진 진동과 경수는 만약 생판 모르는 남이라면 정말 실례일수 있음을 알면서도 이유를 설명하며 등을 한번 확인해 보겠다고 한다. 충분히 상황이 이해가 가서인지 어릴 때 과수원에서 길을잃은 그 부모님을 찾고 있다는 젊은 여성은 순순히 옷을 벗어 자신의 등을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경숙의 경우 하필 그 흔한 어린시절 상처너 흉터자국은 물론 점도 하나 없는 깨끗하고 매끄러운 등이었다. 

 “ 누나...정말 누나가 맞는거에요 ? ” 

 이번엔 닮은 외양까지 승주의 젊은시절 사진등이 담긴 앨범까지 꺼내 가져와 확인을 해본 상황이니 경수조차도 경숙누나임을 확신하는 것 같고 진동은 이번엔 기쁨보다는 어떤 허탈함에 그 자리에 주저앉고만다. 3년전에 한번 가짜한테 – 그것도 실성한 여자한테 – 당한적이 있어서인지 그 때문에 심경이 더더욱 복잡해서 그럴 것이다. 

 “ 이렇게 나타나다니...이렇게 진짜가 나타나다니... ” 

 “ 아...아저씨... ” 

 이런 상황에서 어찌 반응을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것일까. 여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안절부절하다 일단 진동을 그와같이 부르고 진동이 그런 여인의 손을 덮석 잡는다. 

 “ 미안하다 경숙아... ” 

 “ 아...아저씨... ” 

 “ 아무래도 니가 우리 경숙이가 맞는 것 같구나. 미안하다...아빠,엄마가 3년전에 어 

  떤 이상한 여자한테 당한적이 있어가지구... ” 

 그런 일들을 알길없는 – 이 여자도 가짜든 진짜이든간에 – 여자는 더더욱 어리둥절해하고 있고 경수가 그런 누나를 보며 설명을 덧붙인다. 

 “ 실은 3년전에...어떤 실성한 여자가...자신도 어릴 때 과수원에서 부모님을 잃어버 

  린적이 있다며 찾아온적이 있어요. 그래서 미심쩍어서 그러시는거에요. 하긴 그땐... 

  세 살때 일이라면서 논산 과수원이라며 너무 세세하게 기억하는게 수상쩍더라니... 

 ” 

 헌데 이번엔 바로 3년전 가짜임을 간파해낸 경수가 진짜임을 인정하는 상황 아닌가. 그래서 더더욱 진동은 이번엔 진짜임을 확신하며 여인을 부둥켜안는다. 이제야 여인을 부둥켜안고 ‘경숙아 !!!’하고 목놓아 부르는 진동. 한편 친구집에서 놀다 오기라도 했는지 초등학교 6학년인 경옥이 오늘따라 고3 경수보다도 늦게 집에 들어오고, 군에 가 있는 장남 경태를 제외하면 이제 승주만 들어오면 되는 상황에서 그렇게 진동은 이제야 정말 진짜딸을 찾았다는 감격에 목놓아 우는겻이다. 

 “ 니가...경숙이라고 ? 이번엔...진짜라는거지 ? ” 

 하필 오늘따라 또 귀가가 늦어 식구중에 제일 늦게 여인을 만나보게 될수 있었던 승주. 허나 승주도 이번엔 3년전보다는 오히려 침착하고 담담한 모습이다. 일단 이미 진동과 경수가 확인한일을 재차 다시 검증해보고 그리고는 이와같이 묻는다. 

 “ 그런데...세살 때...도대체 어디로 갔던거야 ? 그리고 그동안 어찌 지냈고... ” 

 3년전 나타났던 가짜는 어떤 이상한 사람들에게 납치되어 오만가지 폭행과 강제노동에 시달렸다고 했던가. 헌데 알고보니 정신 이상한 여자가 횡설수설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했고, 이번에 나타난 경숙은 좀 더 담담하게 그럴듯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엄마,아빠 막 부르며 울며 헤매다가...그런 절 동네 아저씨들이 보고 파출소로 데 

  리고 간 것 같아요. 헌데 아무리 기다려도 부모님이나 가족이 나타나지 않나 파출 

  소에서 절 고아원에 맡겼고...고아원에서 한 몇 년을 살다 어떤 자녀가 없는 부잣집 

  에 양녀로 들어갔던 것 같아요. ” 

 “ 내가 그렇게...내가 그렇게 이잡듯이 파출소며 미아보호소며 그 시절에 찾아 다녔 

  건만... ” 

 무슨 길이나 시간이 엇갈리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운이 나빴던건지 여하튼 아이를 잃어버리고 한동안은 인근 파출소며 미아보호소를 있는대로 돌아다녀보았던 진동내외. 허나 도저히 찾을수 없자 체념하고 오히려 그게 더 상처가 되어 고향 논산엔 이후 내려가볼 생각 자체를 안했다는 승주가 아니던가. 헌데 여인인 오히려 파출소에 잠깐 맡겨졌다 고아원으로 옮겨지고 고아원에서 몇 년 살다 입양이 보내졌다는 어쩌면 그 시절 ‘잃어버린 아이’의 처리과정 전형을 마치 순조롭게 진행되었던것처럼 술술 이야기하고 있다. 헌데 경수가 아직 좀 남은 의문이 있는 듯 묻는다. 

 “ 근데...과일을 깎다가 손을 벤적이 있었다는건 무슨소리에요 ? 그런 이야긴 아직까 

  지 못 들어본 것 같은데... ” 

 “ 그건 맞아. 경숙이누나가 애기때부터 의외로 똑똑했어. 그래서인지 하루는...평상 

  시 엄마가 과일깎는걸 몇 번 보았는지 제딴에는 엄마일을 도와준다고 나서다가 벤 

  적이 있었어. 진작 엄마가 발견했길래 망정이지 사실 하마터면 큰일날뻔한 일이었 

  지 그것도... ” 

 근본적으로 한 3년전까지만 해도 잃어버린 큰딸의 이야기를 다른아이들에겐 일절 하지 않았던 진동내외가 아닌가. 그러니 그 정도의 에피소드는 사소한일로 판단 말하지 않았던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경수가 다시 묻는다. 

 “ 근데 누나도 그럼 포도나 오징어 못 먹어요 ? ” 

 “ 어릴때부터 포도나 오징어를 먹으면 탈이 났어요. 양부모님댁에 있을때도 그랬는 

  데...그래서 제가 고등학교때쯤 양부모님이 혹시 그게 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 

  지 병원에 데리고 가보셨지 뭐에요. 그때 몸 자체엔 큰 이상이 없는데 포도나 오징 

  어를 먹으면 탈이 나는건 유전적 체질탓일수도 있다고 하시지 뭐에요. 그런데 저야 

  그 집의 양녀였으니...부모님이 이미 친부모님이 아닌 상태에서 그걸 확인해볼수는  

  없었죠. ” 

 유전자 감식 기술이 생기는 것은 아직도 한참 지나시나서의 일이다. - 대략 90년대 후반 이후 ‘KBS 아침마당’ 같은데서 하던 가족찾기 프로 같은데서 가족 여부를 확인하려 할 때 유전자 감식기술을 동원하던 그때부터 유전자 감식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 허니 이때같으면 환자의 질병이나 체질의 유전문제는 대략 부모나 윗대 조상중 그런 체질이나 질병을 앓은적이 있는지 그런식으로 탐문해가서 유추해볼 수밖에 없던 시절. 여하튼 포도와 오징어를 먹으면 탈이 난다는 경숙의 체질. 승주도 경옥도 둘 다 포도나 오징어 그리고 콩밥을 못먹는다고 하니 이 부분 역시 그런대로 확인이 된 셈이다.  

 


 “ 언니, 그런데 언니는 왜 포도를 싫어해요 ? ” 

 이 무렵 군산 채영네 집에서는 모처럼만에 5남매가 다시 한자리에 하게 되었다. 이때는 이태일 내외의 넷째딸 미영까지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때. 그리고 막내아들 영철이가 어느덧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무엇보다 첫째 채영은 여전히 서울의 점집에서 둘째 지영은 전주에서 그리고 셋째와 넷째는 군산시내에서 직장생활을 하고있어 이제 좀처럼 모든 식구가 한자리에 하긴 어려워진 때. 그러다 마침 우연히도 시기가맞아 5남매가 모처럼 한자리에 하게된 가운데 엄마 옥희가 차려준 다과를 들며 한참 웃음꽃을 피우다 동생중 한명이 문득 의아해서 그와같이 물었다. 채영이 좀 무안한지 머리를 좀 긁적이며 답한다. 

 “ 그냥 난...어째 포도가 좀 싫어. 마음에 안들고... ” 

 그야말로 ‘단지 싫기 때문에 싫은것뿐’인 딱히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서일까. 채영이 적당히 그와같이 얼버무리고 그러자 채영의 바로 밑에 동생인 지영이 살짝 놀리듯 한마디 한다. 

 “ 말이 났으니 말이니 포도 싫어하는 언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그동안 손해봤는지 

  알아 ? 언니 때문에 엄마가 웬만해선 포도는 잘 안 시잖아. 사과나 배 같은 다른 

  과일은 사도... ” 

 “ 그게 뭐 그렇다고 손해까지야... ” 

 포도를 딱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난히 좋아하는것도 아닌 다른 자매들이니 채영이 포도를 안 먹는 문제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한다면 그건 좀 과한 표현이기도 하다. 헌데 셋째 수영조차도 좀 새삼스러운 의문이 생긴 듯이 한마디 한다. 

 “ 근데 말이 났으니말이지 큰언니 식성이 좀 유별난 것은 사실이야. 그렇잖아 ? 포 

  도도 안먹어, 오징어도 안먹어. 큰언니는 심지어 콩밥도 싫어하잖아. 그러니 세상에 

  그렇게 식성 유별난 큰언니가 세상에 어디있어 ? ” 

 “ 맞아맞아. 우린 덕분에 콩밥이나 보리밥은 그동안 일절 안먹고 늘 쌀밥만 먹었잖 

  아. 콩밥 싫어하는 큰언니 때문에. ” 

 “ 아니, 근데 이것들이 ? 아니...이 녀석들아 ? 너희는 콩밥대신 쌀밥만 먹였어도 그 

  게 불만이냐 ? 이것들이 진짜...전쟁을 안 겪어봐서 고생을 안해봐서 그러나...옛날 

  에 전쟁때는 콩밥이고 보리밥이고 그런거 가릴겨를이 어디있어 ? 하다못해 꿀꿀이 

  죽도 없어서 못먹고 심지어 쓰레기더미에 남은 음식이라도 주워먹어야할 그런 형편 

  이었는데 옛날엔... ” 

 사실 집안에서 장녀라면 어쨌든 동생들을 챙기며 집안의 뒷받침이 되어주어야 하는 그런 의무감이 있기 때문에 식성이 좀 유별난 것은 세상의 큰딸들 치곤 좀 쉽게 보기 어려운 그런 성격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채영도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서울에서 가정부 노릇이나 점집일등을 하면서 동생들을 돌봐온 전형적인 시골출신의 다자녀 집안의 큰딸임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성은 그렇게 유별났던 것. 그래서 모처럼만에 5남매가 한자리에 한 자리에서 마치 지난 시절을 회상이라도 하듯 채영의 동생들이 큰언니의 유별난 식성을 꼬집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콩밥까지 싫어하는 채영 때문에 가정형편은 어려움에도 오히려 아이들 삼시세끼는 늘 ‘쌀밥’으로 해줬던 그런 함옥희 여사. 헌데 콩밥 싫어하는 큰언니를 놀리며 그동안의 일들을 입에 담는 다른 딸들을 보니 되려 ‘쌀밥만 먹었다’고 투정하는 꼴이니 부모 입장에선 기가막힐 장면임에는 틀림없다. 여하튼 그런건 대체로 웃으면서 농반진반으로 나누는 이야기들이고, 5남매의 대화는 대체로 화기애애하게 진행된다. 그러다 불쑥 셋째 수영이 채영에게 묻는다. 

 “ 언니, 그런데 언니는 여태 좋아하는 남자 없어요 ? ” 

 좀 뜬금없이 나온 질문이라서일까. 채영이 어리둥절해하며 수영을 보고, 그런 언니를 보며 수영의 말은 이어진다. 

 “ 언니도 그러지말고 어서 좋은사람 만나 연애도 하고 그래요. 이제 우리도 다 컸는 

  데...뭐 아직 영철이가 남아있긴 하지만..영철인 우리가 신경써서 잘 돌볼테니 이제 

  영철이 신경은 그만쓰고 언니도 좋은 사람 만나고 그래요. 언니 진짜 너무 늦었어. 

 ” 

 80년대 후반이면 이 무렵 여성들의 결혼 적령기는 20대 중,후반정도로 봐야할 것이다. 게다가 고졸이면 그보다 더 일찍 결혼할수도 있으니 채영의 나이 20대 후반이고 둘째 지영도 어느덧 20대 중반이니 이미 혼기가 꽉 찬 나이인것만은 분명한 사실. 그러나 둘다 어린 동생들을 챙겨야하는 문제 때문일까. 여전히 돈버는데만 전념하고 사실상 혼기를 놓칠수도 있는 그런 연령대에 접어든 셈. 그래서 그 점이 걱정되는 듯 수영과 미영이 번갈아가며 그 문제를 입에 담는다. 

 “ 그러고보니 언니는 좋아하는 사람 없어 ? 지금 일하는데는 가정부도 아니고 그냥 

  일반 회사라며 ? 그러니 거기서 괜찮은 남자 만날수도 있는데... ” 

 아직까지 채영이 점집에서 일한다는 것을 모르고 일반직장에서 경리와 사무일등을 봐주는것으로만 알고있는 가족들. 결국 당황한 채영이 이렇게 얼버무린다. 

 “ 아...아냐. 언니가 일하는데는 조그만 사무실이고...남자직원이 두명 있긴 하지만... 

  한명은 유부남이고 한명은 나이가 나보다 열 살이상 많아. ” 

 “ 에이...그럼 그건 진짜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언니가 유부남하고 연애한다는건 말 

  도 안되고 열 살이상 많은 남자와 연애한다는것도 더더욱 말이 안되지. ” 

 채영은 사실 거짓말은 잘 못하는 성격인데, 그래서 점집에서 일하는 것을 숨기기위해 이런식으로 얼버무리며 진땀을 빼고 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바로 그런 문제 때문에 이 정도의 예상질문은 어느정도 예측을 하고 미리 준비를 했던것인지. 여하튼 남자직원 두명이 더 있는 소규모 업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하나는 유부남이고 하나는 나이가 많다. - 게다가 이미 20대 후반인 채영보다 열 살이상 많다면 40이 넘은 사람이란 소리다. 거기까지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 여하튼 말을 듣고보니 큰언니가 일하는 사무실에 남자직원이 있더라도 언니가 연애할만한 대상은 아니라는 생각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린다. 

 또다시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밤늦은 시간. 5남매가 다과를 나누던 날에선 시간이 좀 지나 딸 넷은 다시금 각자의 일터로 홑어진 그 무렵인데. 중학교 3학년인 막내 영철이 제 방에서 공부를 하는 가운데 옥희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다름아닌 남편 이태일이다. 

 “ 아니, 여보. 도대체 이 시간에 어딜 다녀오신거에요 ? ” 

 비에 흠뻑 젖은것도 그렇지만 신고간 장화며 옷까지 흙탕이다. 일단 태일은 옷가지등은 빨기위해 벗어던지고 욕실로 들어가 대충 목욕까지 하고 나오긴 하지만 이런 남편의 모습에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는 옥희. 태일은 씻고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서는 방에 들어와 털썩 주저앉는다. 

 “ 여보,..술드셨어요 ? ” 

 술내가 풍기는 태일. 헌데 그런 몸으로 옷까지 갈아입고 비록 대충이라도 목욕까지 마쳤다면 좀 용하다는 생각까지 해야할판인데 여하튼 확실한건 술냄새가 느껴지는 태일의 몸. 일단 태일은 아무런 말이 없다. 

 “ 여보, 대체 어딜 다녀오신거에요 ? 이렇게 비까지 쏟아지는 밤늦은 시간에... ” 

 “ 흑흑흑흑... ” 

 헌데 갑자기 울음소리를 내는 태일. 단순히 술에 취해서 그러는것일까. 옥희는 더더욱 의아해서 묻는다. 

 “ 어흐흐흑~~~!!! 이 불쌍한 것... ” 

 “ 아니, 여보. 왜 그러세요 ? 도대체 누가 불쌍하다는거에요 ? ” 

 “ 어우...어우... ” 

 어떤 답답함이라도 있는것일까. 이와같이 나오는 아내를 외면하며 손까지 내젓는 태일. 그리고는 세상만사가 모두 싫고 귀찮은 사람처럼 이미 옥희가 깔아놓은 이불을 푹 뒤집어쓴다. 그리고는 그 안에서 다시 흐느끼고 있다. 

 “ 여보, 도대체 왜 그러세요 ? 무슨일이 있는거에요 ? 도대체 누가 불쌍하다는거에 

  요. ” 

 그저 술에 취하면 이따금 나오는 남편의 버릇이나 주정으로 생각하기엔 좀 심각해 보여서일까. 옥희는 거듭 의아해하며 불안해하는데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누운 태일은 그 안에서 또다시 뜻모를 소리를 지껄인다. 

 “ 이 비속에...무덤이나 제대로 돌봐줘야 하는건데... ” 

 “ 여보... ” 

 “ 이 비속에...이 빗줄기속에...그 아이가 땅속에서...그런데...그 아이 무덤조차 돌봐 

  줄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이 세상에 그 아이 무덤이라도 온전한지 돌봐줄만한 사 

  람이 세상에 나밖에 없어. ” 

 “ ??? ” 

 “ 어흐흐흑...어흐흐흑...이 불쌍한것아 !!! 이 불쌍하고 딱한것아. 이 너무나 안타깝 

  고 가엾은것아. 애비를 원망해라...애비를 원망해. 다 내죄다. 다 내죄야. 널 이렇게 

  만든 것이 결국 애비다...애비야. 그러니 이 애비를 원망해다오. 저 세상에서도 이  

  애비는 용서하지 말아다오. 용서하면 안된다. 이 못난 애비 절대 용서하면 안된다 

  아가야...어흐흐흐흐흐흐흑~~~!!! ” 

 


 밤늦은 시간. 아파트 건물에서 나오는 젊은 여성이 하나 있다. 날은 아직 더운때니 간편한 실내복 차림으로 그냥 나오긴 했지만 위에 간단하게 걸친 옷이 하나 있다. 잠바를 입을 이유나 필요는 아직 없을때인데, 그럼 지갑이나 열쇠 정도라도 챙겨넣을만한 주머니 있는 옷이 한 벌 필요했던 것인지 여하튼 그런 옷차림으로 아파트에서 나온 여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어디론가 가고 있다. 

 이 밤늦은 시간에 단지안을 배회할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테고, 오히려 그러니 젊은 여성이 이 시간에 아파트 단지내에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흔히 볼 수 없는 드문 풍경이긴 하지만 여하튼 뭔가 조심스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경계하는 모습. 허나 이런 모습이 되려 다른이들의 눈에 띌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느 시점부터는 조금 차분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렇게 자신이 나온 아파트 건물에서는 좀 떨어진곳에 위치한 공중전화 박스로 간다. 안으로 들어간 여인. 어디론가 통화를 시도한다. 

 “ 단장님 저에요. 단장님께서 지시한대로 1착은 했지만...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단장님...근데 저 사실 대학 들어가는 문제는 좀 자신없거든요 ? ...... 아유, 그래도 

  단장님...가짜 대학생 노릇 그것도 쉽지는 않아요. 그리고...단장님 제 생각에는요 

  그...백여사님이란 그분 비서로 일하는건 좀 유보하는게 어떨까요 ? 대학들어가는 

  문제랑 백여사님 비서노릇 하는게...솔직히 그 두 개를 동시에 한다는게 오히려 의 

  심받을수도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들어서요. 상식적으로 입시준비하느라 바쁠애가 

  한가하게 엄마 비서노릇이나 하며 돌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요. ...... 

  아유...그럼요. 전 단장님 배신 안 해요. 어차피 이렇게 된거 우리 한배를 탄 신세 

  인걸요 뭐... ” 

 대체 누구와 통화하는것인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여인. 헌데 그 시간 누군가가 공중전화박스로 다가와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것을 통화에 열중하고 있는 여인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일까. 자신도 뭔가 급한 용무가 있는듯한 뒤의 사람이 공중전화 박스를 살짝 손을 두드려보이며 재촉한다. 

 “ 죄송하지만...통화좀 빨리 끝낼수 없을까요 ? ” 

 그 소리에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 여인. 이런식으로 통화를 마무리한다. 

 “ 단장님. 죄송해요. 지금 뒤에 누구 있어요. 다음에...내일 이 시간쯤에 다시 전화 

  드릴께요. ” 

 그리고는 뒤에있는 남자를 흘깃 바라보고는 공중전화 박스를 나와 재빠른 걸음으로 자신이 나왔던 아파트 건물쪽으로 가는 여자. 남자는 의아하게 보면서 자신도 통화할데가 있는지 일단 박스안으로 들어간다. 

 경태가 휴가를 나왔다. 군에 입대한지 석달여만의 첫 번째 휴가다. 군에 간지 첫 휴가인만큼 가족들도 기다릴터이고 본인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고대하고 기다렸을 첫 휴가일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경태는 밤늦게 귀가했다. 보통 배치된 부대에서 나와 인근의 기차나 고속버스 따위를 타고 오는것이면 이렇게 밤늦게 올 이유는 없을터인데, 실은 경태는 휴가 당일에 맞춰 친구네 집에 좀 들르기로 해서 본의아니게 늦은 것이다. 원래 모범생이고 우등생이던 경태 성격을 생각하면 좀 안 맞는 것 같기는 한데, 막상 대학에 들어가고보니 사춘기시절 누리지 못한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일까. 대학에 들어간 경태는 여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대신 친구도 자주 만나고 술도 자주 마시는 그런 날라리 비슷한 성격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휴가를 나온 날에도 가족들을 먼저 보러 집으로 가기보다는 친구들을 먼저 만나 술을 한잔 한 경태. 그리고 밤늦게 집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 경태...왔니 ? ” 

 그렇게 늦은 시간에 들어온 경태라서인지 부모님도 기다리다 지친 듯 이미 잠들어계셨다. 사전 연락조차 주지않아 무척이나 걱정하고 놀라기도 했는데 일단 경태는 술내를 풍기면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다. 

 “ 죄송합니다. 친구들을 좀 만나느라... ” 

 “ 원 녀석두...아무리 그래도 집엘 먼저 왔어야지. 아니면 전화라도 미리 좀 주던가 

  ... ” 

 “ 죄송해요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 

 “ 됐다. 내일 다시 정식으로 인사하자. 아, 참 그리고... ” 

 승주가 군에 있어서 미처 사전에 소식을 전하지 못한 중요한일 하나를 바로 전해준다. 혹시 내일아침 날이밝아 경태가 놀라지나 않을까 싶어 미리 일러주는 면도 있다. 승주의 말이 이어진다. 

 “ 누나...찾았어. ” 

 “ 네 ? ” 

 “ 한달전쯤일거야. 우린 3년전 사기당한 일도 있고 해서...긴가민가 했는데 경수가 

  구체적으로 확인해보고 우리도 옛날 앨범하며 어릴 때 살던 집 구조하며 다 확인 

  을 해 봤는데 맞더구나. 이번엔 진짜 너희들 누나 경숙누나가 맞아. ” 

 얼떨떨한 표정으로 승주를 바라보고 있는 경태. 일단 밤늦은 시간이라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는 어머니의 말에 경태도 어차피 술도 취했고 피곤하니 일단 자기방에 들어가 눕는다. 씻지도 못한채 바로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씻고 아침식사 자리에서야 본격적으로 경숙누나와 인사를 나누게 된 경태. 헌데 경태는 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 인사 나누려무나. 하아...참...어떻게 이런일이...여하튼 이렇게 기적적으로 너희 누 

  나를 찾게 되었어. 그리고 경숙이도 처음 보는거지 ? 니 바로 밑에 동생인 경태야. 

  너 잃어버리고 나서 8년만에 얻은 첫 아들이지. 그런데 이렇게 생전 한번도 보지못 

  한 누나와 동생이 이렇게 상봉을 하는구나. ” 

 다시금 눈시을 적시는 진동과 승주 내와. 헌데 얼떨떨해 하는 경태 못지않게 경숙역시 뭔가 어색해하는 것 같다. 

 “ 아...안녕하세요. ” 

 뭔가 안절부절하는 기색이 느껴지는 경숙의 모습. 진동과 승주가 그 어색한 분위기를 좀 풀려는 듯 번갈아가며 한마디씩 한다. 

 “ 아무래도 처음이라 많이 어색하지 ? 게다가 경태는...3년전 가짜사건때문에라도  

  더 쉬이 믿겨지지 않을테고. 우리도 그 점 때문에 보다 더 구체적으로 확인해 봤다 

  니까. 헌데 포도며 오징어 못먹는 습관까지 딱 나나 경옥이를 닮았고 매끄러운 등 

  하며 심지어 어린시절 엄마를 도와준답시고 과일깎는 시늉을 하다 손가락을 베인일 

  까지 다 기억하고 있더구나. ” 

 “ 세 살때 일인데...세세하게도 기억하고 있네요 ? ” 

 좀 납득이 안 간다는 듯 나오는 경태. 그러자 경수가 한마디 거든다. 

 “ 전단에 그렇게 내용이 적혀있었다니까. 내가 처음에 누나 전단을 받아보았을 때  

  적혀있는 내용이었어. 포도나 오징어를 먹으면 배탈이 나고 그리고 어릴 때 과일 

  을 깎다가 손가락엘 비인일이 있다면서...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내가 집으로 데려 

  와서 확인해본거고...그렇게 누나인걸 확인한거야. ” 

 “ 니가...누나를 확인했다고 ? ” 

 3년전엔 오히려 가짜경숙임을 처음부터 수상하다며 결국 밝혀냈던 경수다. 헌데 이번엔 그 경수가 진짜가 맞다며 데려온 것 아닌가. 그래서인지 식구들도 다른 사람도 아닌 경수가 확인한것이니만큼 더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고 그래서 경태는 더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보고 있다.



- 8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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