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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블랙핑크 제니 (6)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채영이 이야기 

                                                               - 응답하라 ! 1985  

 


 얼마후 경수가 웬 나이많은 두 남녀를 집으로 데려왔다. 나이는 대충 봐도 최소한 50은 넘어 60 가까이는 되어보이는 이들인데, 아무래도 경수가 사전에 이들을 모처에서 미리 만나 집까지 모셔언곳임을 생각하면 경수도 제법 당찬면이 있는 것 같다. 60 가까운 두 남녀는 뭔가 수심가득한 얼굴이었고 어리둥절해하는 파출부 아주머니를 뒤로하고 경수는 일단 경숙을 끌어내었다. 

 “ 누나...아니...임지은씨...임지은 누나 이리 나오세요 ! ” 

 아직 진동도 승주도 집에 없는 오후시간. 집에는 경옥이와 파출부 아주머니 대략 그 정도만 있을 시간인데 바로 그런 시간에 나이많은 아저씨,아주머니를 데리고 집으로 온 경수. 방안에 있는 경숙을 강제로 끌어내다시피 하고 그리고 노부부와 맞닥뜨리게 했다. 

 “ 이분들 아시죠 ? ” 

 헌데 노부부를 본 경숙은 소스라치게 놀라 어디론가 달아나려고 했고 그런 경숙을 경수가 강제로 붙잡았다. 한편 노부부는 노부부대로 그런 경숙(?)을 보며 억장이 무저니는 듯이 피울음을 토해냈다. 

 “ 아이고 이것아...이 딱한것아. 대체 이게 무슨일이야. 여기가 대체 어디라고 니가 

  여기 있어 ? 니가 대체 여기 왜있나고 ? ”  

 “ 지은아...지은아...이러지말고 어서 집에 가자. 여기서 대체 이게 무슨 짓이니 ? 이 

  건 대단한 실례야. 알아 지은아 ? 아이고 이 불쌍한것아. ” 

 그렇게 경숙을 붙잡고 대성통곡을 하는 노부부. 그리고 경숙은 일단 기겁을 하며 계속 어디론가 피하고 달아나려 하는데 그런 경숙을 경수가 다시 붙잡아 노부부에게 이끌고 온다. 한편 파출부 아주머니는 그녀대로 뭔가 이게 아니다 싶은지 일단 경숙의 앞을 막아선다. 

 “ 이것보세요. 이거 왜 이러세요 ? 이 분은 이집 주인어른 큰따님이세요. 그런데 무 

  슨... ” 

 “ 이모 비키세요 !!! 아무것도 모르시면서...그 누나 우리 친누나 아니에요. 바로 여 

  기 두분 따님이라구요. ” 

 “ 뭐...뭐라구요 ? ” 

 파출부 아주머니도 그저 황당하기만 해 이런 상황에서 어찌 대처해아할지 몰라 어쩔줄 모르고 그런 가운데 경수의 설명이 이어진다. 

 “ 아저씨,아주머니로부터 이야기 이미 다 들었어요. 원래 정신이 좀 이상한 여자구... 

  가끔씩 자기 아버지가 강남의 김사장일거라나 뭐라나...그러는 정신 이상한 여자래 

  요 !!! ” 

 그러면서 거듭 경숙을 노부부에게 인계하려 하고 달아나려는 경숙, 그리고 막아서는 파출부 사이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아무래도 경수나 경숙등보다는 나이가 많은 파출부 아주머니가 자신이 상황정리를 해야겠다는 판단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 이봐 경수학생...경수학생 진정해...나도 솔직히 뭐가 뭔지 도대체 모르겠는데...그 

  렇다고...이런일을 우리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잖아. 생천 처음 보는 어디사는 누 

  군지도 모르는분들이 정말 이 아가씨...아니 참...이거 뭐라고 해야하는건지...여하튼 

  정말 이분들 따님인건지 아니면 이 집 식구가 맞는건지...여하튼 제대로 확인은 해 

  야할거 아냐. 그러니 일단 어른들이 오시면 그때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해보던가 하자구. 경수학생 일단 진정해. ” 

 당장 경숙을 노부부에게 인계해 집에서 내보낼듯한 기세였던 경수를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노부부는 노부부대로 경숙이 실은 이집딸이 아니고 자신들의 딸 임지은임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파출부 아주머니는 일단 집안 어른들이 오신뒤에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고 해 노부부는 졸지에 이 집 손님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려 대기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졸지에 파출부 아주머니는 이들에게 간단한 먹거리라도 대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파출부 아주머니는 물론 어린 경옥까지도 대체 뭐가 뭔지 몰라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일단 진동이든 승주든 집에 올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 그렇게 어색한 기류가 한동안 김진동 사장의 집에 감돌게 되었다. 헌데 가는날이 장날이란 말도 이럴 때 통용될수 있는것인지, 보통은 오후 5-6시경에는 귀가를 하는 승주도 아무리 그래도 저녁무렵이면 퇴근을 해 집에 오는 김진동 사장도 하필 이런날 둘 다 각기 사정이 생겨 귀가가 늦고 있었다. 휴대폰은커녕 호출기조차 아직 없던 시절이니 이럴 때 진동내외의 자녀들은 부모님의 현 소재지를 파악할 수가 없는 상황이면 전화조차 할곳이 마땅치 않아 그저 집에 돌아오실때까지 마냥 기다리는수밖에 없다. 회사 사무실엔 일단 전화를 해보니 김진동 사장님은 이미 퇴근을 하셨고 거래처 관계자와 식사약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고 보통 내조활동이나 재산증식관련한 일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승주는 마땅히 연락할곳도 없다. 그러니 그야말로 막연히 진동 내외가 올때만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 파출부 아주머니는 그녀대로 이미 퇴근을 하고 난 뒤라 막상 저녁때가 되자 오시지도 않는 부모님에 여전히 집에 머무르며 경숙 아니 임지은이라는 자기 딸을 붙들고 있는 노부부로 인해 경수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되어있다. 경옥은 경옥대로 모든게 혼란스럽기만 한지 제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이따금 거실에 나와서는 투정을 부린다. 

 “ 오빠...나 TV 만화영화 볼 시간 되었단말야. ” 

 대충 자기가 즐겨보는 어린이 프로 시간이 되었는데도 거실이 경숙 아니 임지은의 부모님이라는 이들 때문에 꽉 찬 분위기라 경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경수가 그런 동생을 나무란다. 

 “ 넌 좀...그 하루만 참아라. 지금 이런 상황에서 한가하게 TV 보겠다는 소리가 나 

  오니 ? 그까짓 만화영화 하루 좀 못 보면 어디가 어떻게 돼 ? ” 

 “ 오빠는 왜 나한테 심술이야 !!! ”  

 경옥은 경옥대로 틀림없이 자신의 친언니인줄로만 알았고 게다가 내심 집에서 부모님이나 오빠들한테 늘 구박이나 받으며 소외되어 살았다면서 그 설움을 태어나서 처음보는 친언니(?)한테 잔뜩 토해내기까지 했는데, 그 언니가 알고보니 가짜라니 그저 뭐가 뭔지 모르겠는 듯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그래서 여느때보다 한층 더 짜증을 낸다. 경수가 그런 경옥을 대충 달래 방안으로 들여보내고, 한편 아직까지도 들어오시지 않는 아버지,어머니로 인해 경수가 계속 초조해지는 가운데 노부부중 남편되는 이가 경수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 저기...경수학생. 이름이 아까 김경수라고 했나 ? 어쨌든 부모님은 이렇게 늦으시 

  나 ? ” 

 여하튼 경숙 아니 임지은의 진짜부모 입장에서도 최소한 이 집 주인 내외에게 인사를 하든 사죄를 하든 그리고는 자기딸을 데리고가던가 해야지 무작정 딸만 데리고 갈수도 없는 상황. 그래서 피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은 모두에게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더더욱 지은의 부모도 답답하고 불안한 심정이 되어버렸고 그런 지은 아버지를 보며 경수의 말이 이어진다. 

 “ 아뇨...아무리 그래도 보통...엄마는 오후 5-6시경에는 들어오시고...아버지도 물론 

  회사일 때문에 늦으실때가 가끔 계시긴 했지만...그래도 늦을때는 연락은 꼭 주시곤 

  했는데... ” 

 그렇게 사전에 미리 연락이 없이 늦는경우는 웬만해선 잘 없던 아버지가 하필이면 오늘같은날 갑자기 이러신다는 점에 경수도 답답함과 짜증이 한층 더 밀려오고, 그렇게 경수나 지은의 노부모나 다들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가운데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밤 열시쯤에 되어서야 백승주 여사가 먼저 집에 도착했다. 내조활동과 재산증식행위로 늘 바빠서 여념이 없는 승주는 바로 그렇게 어울리는 동료나 계모임 멤버들과 술이라도 한잔 했음인지 알딸딸하게 취해서 집에 들어왔다. 그래서일까. 거실에 웬 낯선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며 의아하게 경수에게 묻는다. 

 “ 경수야...이 사람들 뭐니 ? 내가 술은 좀 마셨지만 그렇게 취하진 않았는데... ” 

 하면서 다시금 거실안의 손님들을 확인하려 드는데 승주가 무슨말을 더 붙일 사이도 없이 노부부는 바로 승주 앞으로 달려와서는 무릎을 꿇고 사죄한다. 

 “ 아이고 사모님...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다 저희들의 불찰이니 저희를 나무라십쇼. 

  저희에게 중벌을 내리시던가 꾸짖으시던가 하고 제발 정신이 성치못한 저희딸에 

  게는 한번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예 ? 사모님... ” 

 “ 아니, 이것봐요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 

 술기운이 아직 달아난 것은 아니라 비틀거리는 승주를 일단 경수가 거실 소파에 대충 앉히고 그리고 음료수라도 한잔 따라드리며 어서 술에서 깰 것을 재촉하며 이와같이 말한다. 

 “ 엄마, 이 누나 가짜에요 !!! 이 누나 경숙누나 아니라구요 !!! 이 누나 실은 경숙 

  누나가 아니라 여기 이분들 따님이래요 !!! ” 

 “ 뭐...뭐라구 ? ” 

 그제서야 취중에서도 어떻게든 정신을 가다듬어보려는 승주도 곧 황당한 느낌을 받았고 실제 임지은의 아버지인 노부부중 남편되는이가 다시금 승주앞에 엎드려 대성통곡을 하다시피하며 사죄의 말을 올린다. 

 “ 그저...저희가 못난 딸을 가진 죄입니다. 저희가 정신이 성치못한딸을 가진 그런죄 

  입니다. 그러니 저희를 나무라십쇼. 저희를 꾸짖으십쇼. 저희는 사모님께서 어떤 벌 

  을 내리신다해도 달게 받겠습니다만, 정신이 성치못한 저희 딸만은...어릴 때 큰 봉 

  변을 당해 정신이 성치못한 저희 딸아이만은 사모님의 넓으신 아량과 자비로 그저 

  한번만 용서해주실 것을 저희가 이렇게 빕니다. 제발 저희가 무슨 벌을 내리시든  

  다 달게 받을테니 저희 불쌍한 딸아이만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 ” 

 “ 아니, 도대체...도대체 무슨소리들을 하고 있는거에요 ? ” 

 아직까지도 정신을 제대로 수습하고 있지 못한 승주. 한편 거래처 관계자의 집안이 상을 당해 문상을 다녀온 진동은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고 그때는 승주도 어느정도 술이 깬 상태에서 지은의 아버지는 진동에게 다시금 자초지종을 이야기한다. 

 “ 저희딸이 글쎄...국민 학교 다닐 때...어떤 몹쓸X들한테 봉변을 당한뒤로는...그게 

  상처가 되어 그 뒤로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사회생활도 제대로 못한채 

  저렇게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가 되어 늘 헛소리를 하고 다녔습니다요. 그리고 제 

  가 그래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고지내는 이중에 서울사는 김씨성 가진 사장이 있 

  었는데 그 와중에도 저것이...그 성치못한 정신으로 언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서울 강남에 사는 김사장님이 우리 아버지일지 모른다’며 당치도 않은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지 뭡니까요. 저흰 그저...저 정신 성치못한 아이가 어디 함부로 나돌아 

  다니다가 무슨 또다른 봉변이나 잘못된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늘 집안에만 

  놓아두고 다녔던건데...그게 그것대로 또 상처가 되었는지...그런 정신없는 소리를  

  하며 돌아다니다가... ” 

 “ ...... ” 

 “ 그러다 하루는 저희 부부가 방심을 한 사이에 집을 나가버렸지 뭡니까요. 저도 집 

  사람도 어쨌든 이 나이에 저렇게 다 큰 딸이라도 하나 건사하려면 천상 일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평상시엔 저 아이가 함부로 나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집안단속을 

  철저히 하고 일을 나가곤 했는데...하루는 저희 부부가 저희도 순간 정신이 어떻게 

  돌아버렸는지 잠시 집안단속을 허술히 하고 출근을 한 날. 저 아이가 그만 집을 나 

  가버렸지 뭡니까요. 그래서 하도 기가막히고 놀라서 백방으로 저 아이 행방을 찾으 

  러 수소문하러 돌아다녔는데...저 아이가 이런 터무니없는 짓을 하고 있을줄은 꿈엔 

  들 생각 했겠습니까 ? 그러니 다 저희 못난 부부가 딸아이 단속을 잘못한 죄니...그 

  저 저희가 그 죄 다 달게 받을테니 그저 정신이 성치못한 저희 딸아이만 그저 너그 

  러우신 자비로 용서해주십시오. 예, 선생님 ? 예, 사모님 ? ” 

 막상 사연을 듣고보니 너무 기가막혀 진동도 승주도 할말을 잃었다. 23년만에 그렇게 가슴한컨에 한이 되었던 잃어버린 딸을 찾은줄만 알고 있었는데, 딸은커녕 그런 터무니없는 헛소리나 하고 돌아다니는 정신이 성치못한 여자였다니. 그저 기가막힐 따름이고 그 와중에도 그런 딸을 걱정에서 딸아이 대신 자신들을 처벌해 달라고까지 애걸복걸하는 임지은이란 정신성치 못한여자의 나이많은 부모를 보니 그 또한 답답할 따름이다. 이제야 술에서 완전히 깨어난 승주는 할말을 잃은 상태고 진동은 어이가없어 평상시 잘 피우지도 않던 담배까지 베란다로 나가 한 개피 피우고 도로 거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임지은의 아버지된다는 노인에게 아직 석연찮은 의문이 남아있는 듯 이와같이 묻는다. 

 “ 선생님, 그...아직도 의문이 가시지 않는게 있어서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 

 “ 예예. 그저 저흰 어떤 처벌도 달게 받을테니 무슨 질문이든 무슨 꾸지람이든 다  

  하십시오. 이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 

 “ 허허...근데 듣자하니 참...이것봐요. 솔직히 우리도 지금 하도 황망하고 기가막혀 

  서 처벌이고 뭐고 그걸 할 생각조차 들지 않아요. 그러니 일단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나 좀 풀고 넘어가자 그 말입니다. ” 

 진동도 진동대로 답답함에 언성을 높이고 그리고는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뭐...강남사는 김사장이 자기 아버지일수도 있다...그건 뭐 정신이 성치못한 따님 

  이 어찌어찌 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하게된 헛소리다...그건 그럴수 있다 칩시다. 

  하지만 논산 과수원에서 부모님을 잃었다는...하필 저희가 딸아이를 잃어버린 사연 

  과 일치하는 것은 어찌되는겁니까. 그건 그렇게 쉽게 우연으로 맞아떨어질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 

 허나 그것은 어차피 지은의 부모인들 알 수 없는 일이고 진동이 지은을 다시 불러보았다. 일단 자신들의 딸이 아니라니 그 허탈함과 함께 그래도 한가닥 미련은 버리지 못한 얼굴로 지은을 바라본다. 

 “ 그것 참...뭐라고 어떻게 해야할지...도대체 논산 과수원일은 어떻게 안겁니까 ? 그 

  쪽이 정말로 우리딸이 아니라면...그것도 그렇게 오래전에 더욱이 우리집과 지금껏 

  아무런 인연이 없던 아가씨가 그런일을 알수는 없을텐데... ” 

 “ 그냥...그건 어렴풋이... ”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는 지은. 그녀의 말이 조심스레 이어진다. 아무리 정신이 성치 못한 여자라도 민망함과 무안함은 있는지 바로 그런 수치스러운 기색을 간직한채로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웬지 그냥 지역 이름이 낯익었어요. 논산이며 과수원...그래서 혹시...부모님이 친 

  부모님이 아니면...내가 어릴 때 논산 과수원에서 길을 잃은 것은 아닐까. ” 

 일단 70-80년는 – 지금 잣대로 보면 부적절한 행위긴 하지만 – 부모나 이웃 주민들이 동네 꼬마나 아이들에게 공연히 ‘너 어릴 때 길에서 주워왔다’ 이런 농담을 종종 하던 그런 시절이다. 전쟁,가난등으로 고아나 부모잃은 아이들이 워낙에 넘쳐났던 그런 시절을 지난뒤라서일까. 공연히 그런 농담을 아이들에게 하는이들이 많았고, 그리고 논산 정도는 매스컴에서 종종 언급하는 그런 지역이다. 그리고 그 시절 진동의 말마따나 과수원 없는 농촌 마을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할것이고. 그러니 그런식으로 정신이 성치 못한채 일종의 과대망상이나 조현병 비슷하게 ‘자신이 어릴 때 논산 외가 과수원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렸거나 길을 잃어버렸거나 그런일이 있었던것일지도 모른다’ 그런식의 스토리가 어린시절 상처로 정신이 성하지 못하게 된 임지은이란 여성의 머릿속에 자리잡은것이라면 진동내외로선 그저 허탈하고 기가막힐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승주가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채 지은의 손을 한번 잡아본다. 

 “ 지은...아니...경숙아...지은이라고 해야할지...경숙이라고 해야할지...어쨌든 등이라 

  도 한번 더 보여주면 안되겠니 ? ” 

 어찌되었거나 등에 그 흔한 흉터나 상처자욱은커녕 점하나 없이 깨끗하고 매끄럽기만 했다는 어릴때의 경숙. 딱 그런 경숙의 등판과도 같았던 지은의 등. 허나 생각해보면 등이 그렇게 깨끗하고 매끄러운 여성도 세상엔 의외로 많은것일까. 바로 자신의 23년전 잃어버린 딸의 등판처럼 하얗기만 한 지은. 그래서인지 끝내 미련을 떨지지 못하는 승주의 말이 이와같이 이어진다. 

 “ 여보세요 선생님들. 그러지말고 이 아이 며칠만 더 저희집에 묵게 해주실수는 없 

  을까요 ? 아무리 그래도 혹시 몰라서 그래요...혹시...그러니 한 며칠만이라도 저희 

  집에 머물며 천천히 더 확인을 해본뒤에... ” 

 “ 아닙니다 선생님,사모님. 이렇게 저희딸을 찾았는데 저희가 저희 딸을 남의집에 그 

  냥두고 간다니 말이 되나요 ? 지금까지 이런 폐를 끼친것만해도 엄청나게 큰 죄인 

  데 더 이상 그런 폐를 끼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저희딸은...저희 지은이 

  는 이만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 

 이미 자정도 넘었으니 차를 잡기도 쉽지 않을테니 하룻밤 묵고 가기라도 하시라는 승주의 애원에도 지은의 부모는 단호히 거부한채 딸을 데리고 진동의 집을 나선다. 그런대로 경우는 있는 부모인것일까. 허나 막상 그렇게 지은의 부모가 딸을 데리고 떠난 진동의 집에는 다시금 경숙이가 없는 집이된곳에서 승주의 하염없는 대성통곡이 한바탕 이어지게 된다. 

 


 날이 밝았다. 간밤에 그 난리가 벌어졌으니 진동이나 승주나 오늘 정상적인 출근이나 외출을 할만한 정신상태가 도무지 되지 못했다. 일단 진동은 사무실에 오늘 몸이 좀 아파 못 갈 것 같노라며 전화를 했고 아내에게도 오늘은 웬만하면 집에서 쉬라는 당부도 했다. 어차피 진동이야 자신이 사장이니 하루이틀 개인사정으로 쉰다고 해서 그걸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테고 승주 역시 무슨 출퇴근하는 직장처럼 의무적으로 나가야 하는일은 아니니 하루이틀정도의 개인적 휴식이 크게 문제될일은 없을 것이다. 여하튼 그런 상황에서 하루를 쉬기로 한 진동내외. 아이들은 이미 다 정상적으로 학교에 간 상황에서 진동이 아내 승주가 걱정되어 말을 건넨다. 

 “ 여보...좀 괜찮아 ? ” 

 허나 승주도 여전히 정신상태가 말이 아닌 듯 대꾸가 없다. 일단 잠에서 깬 것은 분명한데 대충 봐도 일부러 슬쩍 눈을 떴다 도로 감거나 일부러 이불을 푹 뒤집어 쓰는게 눈에 보이는데, 허나 지금 아내 심정도 말이 아닐테니 진동은 일단 그녀를 그대로 놓아둔다. 파출부 아주머니한테도 연락을 취해 ‘웬만하면 오늘 안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두 사람만의 시간을 집에서 갖기로 한 진동. 허나 진동도 지금 아내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방에서 대충 옷을 챙겨입고 나오는 아내 승주.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 씻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내가 욕실에서 나올때쯤 진동이 다시 말을 건넨다. 

 “ 좀 괜찮은거야 ? ” 

 “ 여보... ”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는 승주.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 나 약국에나 좀 다녀올게. 지금 열었겠지 ? ” 

 “ 글쎄, 좀 이른시간인 것 같은데... ” 

 대충 시간이 직장인이나 학교에 갈 학생들은 출근이나 등교를 했을 시간이지만 약국이든 무엇이든 일반적인 가게문이 열릴만한 시간은 아니다. - 24시간 편의점은 아직 생기기 전이다. - 그런 상황에서 여하튼 걱정되어 아내를 바라보는데, 승주는 거듭 약국에나 좀 다녀오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 그냥 좀 쉬지그래. 내가 간단히 아침이라도 차려줄게. ” 

 일단 지금 승주의 정신상태로 약국이든 뭐든 무작정 외출을 한다는게 좀 위험에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내를 위해 자신이 간단하게 인스턴트 식품 따위라도 차려 아침을 차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남편. 허나 승주는 한사코 약국에 다녀오겠다고 한다. 빈속에 약먹는것도 좀 그러니 식사나 하고 다른걸 하든 뭘 하든 하자는 남편을 뿌리치고 승주는 한사코 외출을 한다. 일단 진동은 아내가 돌아오면 같이 아침식사를 하기로 하고 냉장고에 남은 반찬 그리고 참치캔이나 햄따위등 간단히 차릴만한 인스턴트 식품이 없나 살펴본다. 대충 보니 냉장고에 남아있는 김치와 메추리알, 그리고 참치캔을 꺼내고 햄도 굽고 하면 아침상은 그런대로 차려지겠다 싶어 일단 아내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약국에 간다던 아내가 돌아오고, 사실 아직 시간이 약국이 열만한 시간은 분명 아닌데 어딜 다녀왔는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약국에 다녀왔다는 아내. 아침부터 먹자는 말에 승주는 이와같이 말한다. 

 “ 나 아침 생각없어. 그냥 좀 쉴래... ” 

 “ 여보 그러지말구... ” 

 “ 생각없대두... ” 

 짜증이라기 보단 오히려 핏기잃은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아내. 하는수없이 진동 혼자서 대충 아침을 들고, 혹시 몰라서 밥과 찬거리를 좀 남겨놓긴 한다. 걱정되어 방을 살짝 들여다보니 아내는 일단 침대에 누워있는 듯 해서 그대로 놓아두고 거실에서 TV를 켠다. 아침방송이라도 보며 대충 시간을 때우며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할참인 진동. 그렇게 대충 시간이 좀 흘렀는데, 그때까지 방에있는 아내. 아직도 자나싶어 걱정이되어 방으로 들어가는 남편. 헌데 순간 눈이 휘둥그래진다. 

 “ 여보...여보 왜 그래 ? 정신좀 차려 !!! 정신차려 여보 !!! ” 

 아침에 분명 가게든 약국이든 열기는 이른 시간에 약국엘 한사코 다녀온다더니 외출을 했던 아내. 그리고 한참만에 들어오긴 했는데 그때도 좀 뭔가 이상한 낌새가 보이긴 했지만 설마 싶었다. 헌데 침대에서 구토를 하며 정신을 잃고 쓰러진 아내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옆에는 이상한 약품과 물이. 언제 슬쩍 물컵까지 갖고 방에 들어간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음독자살을 꾀하려한것만은 분명한 아내. 급히 앰뷸런스를 부른다. 

 “ 여보, 도대체 왜 그랬어 ? 도대체 왜 그랬냐구 ? ” 

 응급조치와 위세척작업을 하고 한참만에 깨어난 아내. 그러나 자신이 살아난 것을 안 승주는 오히려 그 점에 더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 여보...도대체 왜 그랬어 ? 이럴때일수록 더더욱 기운을 차리려 했어야지... ” 

 “ 아아아아아아악~~~!!! ” 

 그러나 그런 남편까지 뿌리치며 있는대로 비명을 질러대는 승주. 링겔을 꽂은 상태라서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진 못하지만 만약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뭐 하나 집기라도 부셔버렸을짇 모르는 그야말로 발악하는 모습이었다. 진동이 일단 그런 승주를 진정시키려 한다. 

 “ 여보...제발 진정해...제발 진정해... ” 

 “ 왜 그랬어 ? 그냥 죽게 놔두지...왜 살려놨냐구 !!! 그냥 죽게 놔두지 도대체 앰뷸 

  런스는 왜 불렀어 !!! ” 

 바보가 아닌이상 자신이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까지 오게된것쯤은 비록 혼수상태였었더라도 충분히 짐작할수 있을터이고 그래서 한사코 앰뷸런스까지 불러 자신을 살려낸 남편에게까지 원망을 쏟아붓고 있는 아내. 진동이 아무리 진정시키려 해도 소용이 없다. 

 “ 그냥 이대로 경숙이 곁으로 가면 되는데...그냥 경숙이 곁으로 가면 되는데 왜 그 

  랬냐구 ? 어흐흐흐흐흐흑~~~!!! ” 

 “ 여보, 그게 무슨소리야 ? 가긴 대체 누구한테 가 ? 그러지말고 제발 정신좀 차려 

  !!! ” 

 “ 싫어 !!! 이대로 경숙이 곁으로 가면 될거아냐 ? 그냥 경숙이 곁으로 가면 될걸 왜 

  그랬어 ? 왜 쓸데없이 사람은 살려놓나냔말야. 어흐흐흑~~~!!! ” 

 보통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는 찾기전까진 여하튼 어디엔가는 살아있겠지 하는 한가닥 희망이라도 가지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간밤에 너무 기가막힌일까지 당한 뒤라서일까. 마치 경숙이가 이미 죽기라도 한것처럼 기정사실화하며 퍼부어대는 승주. 진동이 안타까와 그런 아내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하고 경숙의 발악은 계속된다. 

 “ 이제 하다하다...가짜까지 나타나고...세상에 우리 경숙이를 사칭하는 가짜가 다 나 

  타나고...그것도 그런 미친X이 감히 날 다 우롱하고 우리식구를 단체로 우롱하고... 

  도대체 이게 무슨꼴이냐고 ? 이게 도대체 무슨 망신이고...이게 대체 다 무슨짓거리 

  냐고 !!! 어흐흐흐흐흐흑~~~!!! ” 

 다른건 몰라도 가족을 잃어버린 사연이 있는집에 가짜가족이 나타나는 경우는 이 시절까진 드라마에서조차도 웬만해선 잘 안 다루는 이야기다. - 83년 ‘이산가족 찾기’때 가짜가족을 사칭하며 나타났다가 나중에 적발된 사례가 한두건 있기는 했다. - 헌데 가짜가족, 그것도 정신도 성치못한 여자가 무작정 ‘강남에 사는 김사장이 우리 아빠’라고 하는 주장을 곧이 믿고 ‘어이구 우리딸’ 하며 품에 안았으니 생각해보면 지난 한 며칠동안의 일이 얼마나 기가막히겠는가. 정신이나 성한 사기꾼한테 그런일을 당한거라면 모를까. 정신도 성치못한 그런 여자한테 한바탕 우롱을 당했다는게, 그것도 그런 여자가 자신의 잃어버린 딸을 사칭했다는 것이 승주는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막혔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제 진짜 경숙이를 찾는일은 다 틀렸구나 하는 어떤 절망감에까지 사로잡힌것인지 시도한 자살. 일단 진동이 급히 앰뷸런스를 불러 승주의 목숨을 구하긴 했지만 거듭 발악하며 ‘차라리 죽게 놓아두지 왜 그랬느냐 ?’고 따지며 울부짖은 아내를 진동은 달래느라 한참을 진땀을 뺐다. 안타까운 부부의 시간만이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한편 군산에서는 모처럼만에 채영이 고향에 내려와 5남매가 한자리에 하는 시간이 되었다. 채영은 이때 진동의 집 가정부일을 그만두고 새롭게 생긴 일터인 점집에서 계속 일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진동네 집에서 3년을 가정부로 일하면서도 추석이나 설에 휴가한번 내준적이 거의 없다가 3년만에 모처럼 작년 그것도 장남 경태가 학교 시험에서 전교1등을 하자 그 포상으로 어떤 선물을 받고 싶냐고 진동내외가 말했더니 ‘채영이 누나 고향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겸사겸사 채영에게 가정부로 일한지 3년만에 고향에서 한달정도 머물수 있도록 ‘특별휴가’를 내준것이었는데, 그에비해 이번에 일하게 된 점집에선 명절이나 휴가철도 아닌데 자신의 집에서 일한지 이제 한 두어달만에 ‘고향에나 한 며칠 내려갔다 오라’며 휴가를 준 것이다. 그러니 어떤면에선 진동네집보다 점집 인심이 더 후헀다고 볼수도 있는데 진동네에서 채영에게 좀처럼 명절이나 설 때 휴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진동네집 특별한 사정탓이기도 하다. 일단 진동은 서울 토박이에 2대독자라 명절이라고 찾아뵐만한 친척은 별로 없고 또 있다고 해도 굳이 자녀들까지 데리고 인사드리러 갈 필요는 없고 개인적으로나 가끔 직접 찾아뵐 그 정도의 먼 친척이다. (* 대략 6촌 이상) 또 승주는 승주대로 딸을 잃은 트라우마 때문에 그 이후로는 고향 논산에 일절 내려가지 않아 자녀들은 자신들에겐 외가가 없나보다 그렇게 알고 자라날 정도였으니 대체로 명절이라고 어디 갈곳이 없는 진동네는 설이나 추석떄도 가정부가 함께 있어줄 필요가 있어 그리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채영이 일하게 된 점집은 굳이 그리할필요가 없었는지 어쨌든 진동네서 가정부일을 할때는 3년만에 딱 한번 여름휴가로 고향에 한달 내려와 있을수 있었던 반면에 이번엔 점집에서 일한지 불과 두어달만에 한 3-4일이든 4-5일이든 ‘며칠 내려갔다 와도 좋다’는 첫 번째 휴가가 떨어진 것이다. 채영도 무척이나 놀라서 기쁘고 감사해했지만 동생들이나 부모님 역시 누나나 언니 또는 딸을 보려면 또 몇 년을 더 기다려야만 그런 기회가 올줄만 알았는데 새로운 일터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온뒤 불과 두어달만에 채영이 다시 고향에 내려왔으니 무척이나 기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도 부모님이거니와 모처럼만에 5남매가 한자리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다과라도 들면서 그동안의 회포를 푼다. 

 “ 언니 그러고보면 이번 사장님은 진짜 인심 후하신분인가보다. 저번에 일하던데는 

  여하튼 3년동안 휴가한번 내준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이렇게 얼마 지나지도 않아 휴 

  가를 다 내주시다니. ” 

 아직 가족들에겐 차마 점집에서 일한다는 말을 못하고 그저 경리와 사무직을 봐줄수 있는 그런 일터가 생겼노라고만 말한 채영. 그래서 식구들은 모두 그렇게 알고있고 그런 분위기속에 5남매의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 그러고보면 우리도 이제 미영이하고 영철이만 남았네. 다들 고등학교까지 졸업하 

  고. ” 

 그렇게 입을 연 것은 둘째 지영인데 잠시 좀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사실 내심 자신은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문제 때문에 대학을 포기했지만 자매들중에서도 하나쯤은 대학에 들어가길 바랬던 그런 채영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 가능성을 바로 밑에 동생인 지영에게 두고 있었는데 지영이 그 기대를 저버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전주의 공장에서 일하게 되는 바람에 그로인해 채영과 갈등이 좀 있었다. 그리고 실은 셋째 수영마저도 대학 진학을 포기했을 때 비슷한 논리로 지영도 수영을 나무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넷째딸 미영이 고등학생이고 막내인 남동생 영철이 초등학교 6학년. 그런 상황에서 둘째 지영이 들으라는 듯 영철에게 한마디 한다. 

 “ 여하튼 영철이 넌 그러니 이제부터 정신 바짝차리고 공부해야해. ” 

 사실 막내고 아들이라서 집안에선 기대는 한몸에 받고있고 그야말로 불면 날아갈까 엎어지면 꺼질까 하며 부모님이 키운 막내라서인지 제멋대로이고 공부에도 흥미가 별로 없이 놀기만 하는 그런면이 있는 막내 영철이다. 그런 영철을 바라보며 누나들이 그동안 걱정이 없지 않았고 그래서 말나온김에 둘째 지영이 이와같이 나오는 것이다. 

 “ 너 때문에 누나들이 다 대학 포기했어. 니가 우리집 독자고 아들이니까...너 대학 

  보내려고 우리가 다 포기한거라고.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정신 바짝차리고 공부해 

  알았어 ? ” 

 허나 막상 지영이 이런말을 하니 언니 채영이 살짝 그런 동생을 흘겨볼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지영이야말로 기껏 대학들어가랬더니 포기해버려 언니를 실망시킨 그런 동생 아닌가. 헌데 그렇게되면 지영도 자연스레 수영을 흘겨볼 수밖에 없는 상황. 대충 그런 분위기를 알아서일까. 고1인 미영이 불쑥 끼어든다. 

 “ 언니들 걱정마. 대신 내가 있잖아. ” 

 “ 넌 뭐 대학 들어갈 실력은 되는거야 ? ” 

 “ 그거야 뭐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되는거지. ” 

 그런식으로 넷째를 나무란 것이 바로 손윗언니인 셋째 수영. 허나 자연스레 이번엔 큰언니 채영과 둘째언니 지영의 눈흘김이 수영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누가 할소릴 지금 하고 있느냐’는 그런 분위기라고나 할까. 여하튼 결론은 막내 영철이 자신 때문에 희생한 네명의 누이를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대학 가고 좋은 직장 다니며 출세하라는 그런 당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막내 영철에게 부담이 지워지는 일이 될 수밖에 없는데, 허나 아직 어린 영철은 철이 없어서일까. 그런 누나들의 걱정과 충고를 제대로 알아듣는것인지 못알아들은것인지 그저 과자봉지안에 아직 부스러기가 남아있나 그것만 살펴보고 있다. 

 한편 아이들 방에서 그런대로 도란도란 웃음꽃이 피자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은 역시 이들의 부모인 이태일과 함옥희 여사다. 이 두사람 모두 나이 60과 50대 중반에 어느덧 노년으로 접어들고 있는 부부. 사실 막내 영철이 아직 초등학교 6학년임을 감안하면 영철이가 대학 들어가고 군대갔다오고 직장에 취직해 자리잡을때까지는 아직도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적어도 그런 막내를 걱정하는 누나가 넷이나 있는이상 그 부분에 대해선 태일과 옥희 내외가 충분히 마음이 놓이나부다. 그래서일까. 옥희가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 애들이 참 믿음직하게 컸지요 ? ” 

 “ 그렇구먼... ” 

 달리 대꾸할말이 없어서 그런지 태일이 그와같이 말하고 공연히 마루에서 서성대기가 민망해서인지 말없이 방안으로 들어간다. 옥희가 그런 남편 뒤를 따르며 말한다. 

 “ 그래도 전 뭐니뭐니 해도 우리 채영이가 딸네미 넷중에선 가장 믿음직해요. ” 

 그런 옥희의 말에 여전히 별다른 대꾸없는 태일. 다만 살짝 묘하게 미소짓는 얼굴로 화답할뿐이다. 옥희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사실 채영이 생각만 하면 전 미안한게 한둘 아니에요. 뭐 대학 못들어간것까진 그 

  렇다치더라도...지금껏 동생들 보살피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놀거나 즐기지도  

  못하고 혼자 그 어린나이에 서울 올라가서 식모고 가정부고 그렇게 일하며 고생한 

  그런 우리 채영이잖아요. 하유...그 고생만 생각하면 제가 진짜... ” 

 새삼 큰딸에 대한 안쓰러움이 밀려들어서일까. 예부터 큰딸은 ‘살림밑천’이란 말이 있긴 했지만 아이 다섯을 키우면서 그중에서도 큰딸을 너무 고생만 시킨 것 같아 그 안쓰러움과 딱함이 한몸에 밀려오는듯한 함옥희 여사. 그렇게 눈물짓는 아내를 보며 태일이 한숨을 내쉰다. 

 “ 미안해 여보... ” 

 “ 당신이 미안할일이 뭐가 있어요 ? ” 

 “ 다 내 업보같아...내 성치못한 몸으로 참...당신같은 사람과 결혼해서... ” 

 “ 여보, 또 쓸데없는 소리 하시네요. 저 지금껏 한번도 당신에 대해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요. 어쨌든 비록 혼기는 좀 놓쳐서 만난 우리 두 사람이지만 저렇게 건강하 

  고 튼실한 아이 다섯이나 낳으며 지금껏 살아왔으면 된거지...그 이상 더 뭘 바라겄 

  어요... ” 

 사춘기때 결코 간단치 않은 사고를 당해 몸이 좀 불편한 태일. 그래서 농사를 짓거나 배를 탈 형편이 못되어 한때는 옥희가 태일을 대신해서 행상을 하면서 돌아다니며 집안 생계를 꾸려나갔다. 그리고 그게 밑천이 되어 대략 큰딸 채영이 유치원 들어갈무렵부터는 읍내에 문구점이라도 하나 만들어 거기서 문구며 완구 만화책과 소년잡지 따위를 팔며 지금까지 생계를 유지했던 것이 태일내외다. 그러니 어쨌든 태일 입장에선 한때나마 아내를 고생시켰던것에 대한 미안함이나 자격지심이 여전히 있을 수밖에 없고 아내가 그런 남편을 위로한다. 허나 태일은 태일대로 그런 문제 외에 또다른 답답한 무엇이라도 있는것일까. 이미 나이 60을 넘긴 태일임을 생각하면 건강도 많이 안 좋을수가 있는데 어디 불편하기라도 한 듯 잠시 가슴을 쥐어짜는듯한 시늉을 해보인다. 걱정되어 아내가 묻는다. 

 “ 어디 아프셔요 ? ” 

 “ 아니...그냥 좀...잠깐 좀 속이 답답했나봐. 물이라도 마시면 괜찮아질게야. ” 

 그리고는 부엌으로 가서 물을 한잔 마시는 태일. 일단 좀 진정이 된 것 같다. 헌데 태일은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바깥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어디 가시게요 여보 ? ” 

 “ 그냥...답답해서 바람좀 쐬러... ” 

 “ 이 시간에 가긴 어딜 가세요 ? 그냥 집에 계시지... ” 

 “ 그냥 잠깐 나갔다 올게. 그리고 아직 9시 뉴스 시작할 시간도 아닌데 늦긴 뭐가 

  늦다고... ” 

 태일이 한 말처럼 아직 그렇게까지 밤늦은 시간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허나 지금 어디 나가서 사람을 만나든 술을 마시든 이미 애매하긴 애매해진 그런 시간이다. 그래도 한사코 나가보겠다는 태일. 옥희가 걱정되어 말을 건넨다. 

 “ 너무 멀리 나가지 마셔요. 밤도 늦었는데...술 너무 드시지 마시고요... ”



-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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