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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블랙핑크 제니 (5)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채영이 이야기 

                                                              - 응답하라 ! 1985  

 


 “ 무슨말이에요 ? 잃어버린 누나라니 ? ” 

 23년전 잃어버린 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진동은 지금껏 가정부 채영이는 그래도 참고로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함께 지낼 때 이야기를 한 바 있으나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상처가 너무 컸는지 아니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게 오히려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판단을 했는지 지금껏 일절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었던 진동내외. 따라서 장남 경태만 어쩌다 우연히 부모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엿들은적이 있기라도 했는지 대충 눈치를 채고 있었을뿐 둘째 경수나 막내딸 경옥은 오늘에서야 그런일을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따라서 둘은 너무나 놀라고 또 한편으로는 황당할 수밖에 없을일. 일단 진동 내외는 애써찾은 딸 경숙을 경태,경수,경옥 3남매를 모두 나오게 해서 인사를 시키며 이와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 아빠와 엄마가 지금까지 그동안 차마 이야기를 하지 못했었는데 실은 너희들에게 

  위로 누나가, 언니가 하나 더 있었다. 불과 세 살 어린나이때 논산 과수원에서 잃 

  어버려 지금껏 찾지 못하고...혹시 죽은 것은 아닐까...아니면 어딘가 살아있기는 한 

  것인지...막연히 그런 생각만 하며 애태웠던 지난 23년 세월인데...보다시피 이렇게 

  극적으로 누나를 찾게 되었구나. 그러니 우선 인사부터 드리렴. ” 

 일단 정중하게 누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경태와 경수. 그리고 경태는 그제서야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음을 밝힌다. 

 “ 실은 전...알고 있었어요. 언젠가 아빠가 채영이 누나랑 이야기하시는 것을 얼핏 

  들은적도 있고...그래서 형인지 누나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저희들 위로 잃어버린 형 

  제가 한명 더 있다는 것을... ” 

 “ 경태는 알고 있었다구 ? ” 

 그러면서도 정작 지금까지 그런 부분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있었다니. 그렇게 속깊은 장남에 대한 신뢰감이 한층 더 쌓여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한편 진동 내외는 차남 경수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막내 경옥이 못내 걱정되어 그런 말을 잊지 않는다. 

 “ 경옥이도...아직 나이도 어리고 한데...많이 당황스럽겠구나. 허나 어쨌든 경옥이한 

  테 언니라는 점...특히 친언니라는 점을 명심해 주었으면 좋겠다. ” 

 “ ...... ” 

 “ 물론 경숙언니를 잃어버린게 경옥이는 태어나기도 훨씬 전이고 – 게다가 아빠,엄 

  마가 일절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 – 나이터울도 열여섯살 차이니 영 언니라는 실 

  감이 안 날수도 있다. 허나 분명한건 경숙언니도 경옥이가 태어나기 훨씬전에 아빠 

  와 엄마에게서 태어난 우리집안의 맏이고 큰딸. 경옥이에겐 언니가 되는 사람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 

 무엇보다 가정부 언니였던 채영을 그렇게나 무시하고 깔보며 버릇없이 굴던 그 경옥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녀의 부모가 아닌가. 헌데 하물며 지금까지 일절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적도 없었고 게다가 지금까지 어디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를 게다가 나이터울까지 많이 지는 ‘큰언니’를 철없는 막내 경옥이가 어찌 받아들일지 몰라 그게 진동내외로선 제일먼저 닥친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거듭 경숙은 ‘가정부 언니’도 아닌 바로 경옥과 피를나눈 친자매임을 거듭 상기시키고 일단 경옥은 어색한 가운데서도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긴 한다.  

 “ 안녕하세요...언니... ” 

 비록 태어나서 오늘 처음보는 여인이지만 그래도 ‘친언니’라니 마지못해 하는것인지 ‘언니’라는 호칭을 간신히 붙이는 경옥. 사실 진동내외는 행여 경옥이가 경숙이를 언니로 인정조차 하지 않으면 어쩌나 그걸 걱정했는데 일단 ‘언니’라는 호칭이 나오니 그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안심이 되는 듯 하다. 진동이 자녀들을 보며 말을 이어간다. 

 “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은 앞으로 차츰 나누기로 하고...그리고 당분간 너희들 누나 

  와...언니와 친하게 지내는 시간을 좀 마련했으면 좋겠구나. 아무래도 아빠,엄마도  

  23년만의 상봉이 되다보니 실감이 잘 안 나고 게다가 경태,경수,경옥이 모두 너희 

  들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일이니 그야말로 지금까지 한번도 못본 언니고 

  누나니...많이 어색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니...더더욱 누나와 언니와 친해지도록 노 

  력하고 행여나 누나가 우리와 함께 살면서 오히려 더 불편하고 힘들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배려해주고 신경써줬으면 좋겠다. ” 

 일단 진동내외의 세 자녀는 나름 정중하고 또렷하게 ‘네’라고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진동내외는 경숙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다. 이대로 경숙을 함께 방에서 재우며 그간의 이야기라도 나누며 밤이라도 새고 싶은 것이 지금 진동내외의 심정이리라. 특히 승주는 그렇게 잃어버린 딸을 이제야 찾았다는 감격과 기쁨에 수도없이 부둥켜안고 팔,다리를 몇 번이고 어루만져보기까지 하면서 그렇게 모녀의 대화가 이어진다. 

 “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 ? 대체 그 어린나이에 사라져서 뭘 하고 지냈던거야 

  . ” 

 아직은 어색한것일까. 아니면 그간 나름 한이나 상처,회한 따위가 많은것일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듯한 경숙이란 여자. 진동이 그런 경숙을 안심시키려는 듯 말을 건넨다. 

 “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게로구나. 하긴 우리도 아직은 좀처럼 실감이 안나는데... 

  하지만 아빠는 정말 궁금한게 23년전 그날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건지 하는 점이란 

  다. 여하튼 아빠,엄마는 그때는 늘 그랬듯 엄마의 친정인 너희 외할아버지,외할머니 

  댁에 과수원 수확하는일을 도와드리러 간것이고, 어린 너를 함께 데리고 작업을 하 

  긴 쉽지 않아 외할아버지댁 근처에 사는 이웃주민에게 널 맡겼던것까지만 기억나는 

  데...대체 그 뒤에 무슨일이 있었던거니. ” 

 “ ...... ” 

 “ 어려워말고 말하렴. 혹시...유괴같은거라도 당했던거니 ? ” 

 그 시절엔 잊을만 하면 한번씩 터지곤 하던게 잘사는 집의 금품을 노린 어린아이 유괴사건이었으니 그때도 지금도 진동내외는 그 가능성을 먼저 의심하고 있다. 허나 아무리 그래도 세 살 어릴 때 일이라서 그때의 정황은 잘 기억이 안 나는것일까. 23년전 그날 과수원에서의 일을 묻는것엔 좀처럼 대답을 못하던 경숙이 다른 방향으로 화두를 꺼낸다. 

 “ 그동안...어떤 아저씨,아주머니 집에 갇혀 살았어요. ” 

 “ 갇혀지냈다구 ? ” 

 이쯤되면 유괴가 분명하지 않은가. 그래서 진동 내외는 더더욱 놀라고, 한편 그간의쌓여진 설움이라도 북받쳐 오르는듯한 모습으로 경숙은 울먹이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 어떤 아저씨,아주머니가 절 캄캄한 방에 가두고 매일같이 때리고 발로 밟고...그러 

  면서...거기서 온갖 노동은 다 시키고... ” 

 “ 노동이라면...대체 어떤일을 ??? ” 

 “ 화장실 배설물도 치우게 하고...농사일도 시키고 땅도 파게하고...별걸 다 시켰어 

  요. 어떨땐 고기잡이 배에 타라고도 하고 염전밭 일도 시키고... ” 

 어떻게 보면 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 같기도 한데, 여하튼 경숙은 20년 넘게 어떤 이상한 아저씨,아주머니에 의해 갇혀 살면서 그네들에게 매일같이 폭행을 당하며 오만가지 궂은일을 다 했다며 그 사례를 수도없이 늘어놓는다. 그야말로 유괴범이 어린아이를 유괴한것도 모자라 매일같은 구타에 갖은 강제노역까지 시켰다는 소리가 되지 않는가. 그래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늘어놓는 경숙의 넋두리에 진동내외는 억장이 무너지고 그렇게 경숙의 지난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경숙의 진동내외 집에서 첫날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 형, 이건 좀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 ” 

 헌데 경숙의 문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온건 오히려 둘째 경수가 먼저였다. 애초에 진동 내외는 가정부 누나조차 그렇게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던 철없는 막내 경옥이가 자신도 태어나기 훨씬전에 잃어버린 열여섯살 많은 친언니가 그것도 부모님과 헤어진지 23년만에 갑자기 나타난 그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그걸 걱정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런 막내 경옥보다 둘째 경수가 먼저 의문을 제기하고 나온 것이다. 모범생에 우등생이기까지 한 장남 경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한 성격의 그 김경수가. 

 “ 아빠,엄마 말로는 어쨌든 경숙누나는 세 살때 외가인 논산 과수원에서 잃어버렸다 

  고 했잖아요. ” 

 “ 그랬지. 그런데 ? ” 

 사실 외가가 그것도 충남 논산이라는 사실은 이제야 경태 3남매가 처음 알게된 것이다. 딸을 잃어버린 곳이란 트라우마때문일까. 이후에 집에서 무남독녀 외동딸이기도 했던 승주는 그 이후엔 친정에 일절 내려가지 않았고 심지어 아이들에게도 ‘외가’에 대해선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남편 진동도 그런 승주의 마음을 이해하는지 비슷한 행보를 취했기 때문에 게다가 진동이 서울 토박이인데다가 집안에서 2대독자이기 때문에 어차피 경태 3남매는 친가쪽으로도 외가쪽으로도 명절이나 방학때 갈만한 그런곳이 없는 그런 몸이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경태 3남매는 자신들은 친가쪽으로도 외가쪽으로도 친척은 거의 없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고, 헌데 그러다 졸지에 실은 엄마 고향이 충남 논산이고 바로 그곳에서 ‘경숙누나’를 23년전에 잃어버렸다는 사실까지 알게된 셈이니 여하튼 받아들이는 3남매 입장에선 다들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이다. 헌데 바로 그런 상황에서 경수가 의문을 제기하고 나온 것이다. 

 “ 헌데 그 경숙누나 말로는...어쨌든 ‘강남에 사는 김사장님’ 그렇게 아버지 단서를 

  찾아 헤매다 이 근방 OO 경찰서까지 찾아온거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생각해봐요. 

  경숙누나를 엄마,아빠가 잃어버리셨을땐 경숙누나는 불과 세 살때 그리고 우리가 

  강남으로 이사온건 70년대 후반이에요. 제가 유치원 들어갈 무렵이니까 그때일을 

  저만해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하물며 그보다 훨씬전에 부모님을 잃어버린 경숙누 

  나가 우리가 강남에 사는지 게다가 아버지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님인지 그 

  런걸 어떻게 알수가 있냐구요 ? ” 

 “ 그만큼...애타게 부모님을 찾아 헤매셨나보지. 경숙누나도 그동안 얼마나 마음아프 

  고 힘들고 외롭게 사셨겠냐. 부모도 없이 동생들도 없이 그렇게 혼자서... ” 

 “ 형, 지금 제가 말하는건 그런말이 아니에요. 세 살때 부모님을 잃은 경숙누나가 

  어떻게 우리가 강남에 살기도 훨씬전인 그때 부모님을 잃어버린 사람이 어떻게 우 

  리가 강남에 사는줄 알수가 있냐고요. ” 

 실제로 진동네 가족이 지금 사는 강남의 아파트단지로 이사를 온게 70년대 후반의 일. 당시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이던 경수는 그때 집안이 이사를 가고 한동안 어수선하고 요란한 분위기를 생생하게 기억할 수가 있나보다. 그래서 더더욱 의문을 제기하는데 그러자 결국 경태가 한마디 하지 않을수가 없다. 

 “ 경수 너 도대체 무슨말을 하고 싶은거냐 ? ” 

 “ 말이 안되니까 그러죠.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아요. 그리고 아무리 그렇기로 외가 

  가...엄마 고향이 충남 논산이란 사실도 여태까지 우리에게 일절 비밀로 하고 살아 

  오신것도 그렇고... ” 

 “ 그래서 도대체 하고싶은 이야기가 뭔데 ? 경숙누나가 가짜이기라도 하단 소리야 

  ? ” 

 “ 모르잖아요. 전 어쨌든...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 

 “ 김경수 !!! ”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일까. 경태가 결국 정색을 하고 동생의 이름을 부르고 그러면서 말을 이어간다. 

 “ 23년만에 엄마,아빠를 만나고 또 동생인 우리들도 만날 수 있게된 그런 큰누나야. 

  우리한테 누나라고 친누나. ” 

 “ 형... ”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얼렁뚱땅 ‘23년전에 잃어버린 우리 친누나’라 생각하고 넘어가긴 뭔가 석연찮고 개운찮은것일까. 경수의 반응이 계속 이와같고 경태는 그런 동생을 타이르려 애쓴다. 

 “ 그러지말고 인정해드려. 그리고 누나도...그렇게 23년을 힘들고 외롭게 사시다...생 

  전 보지도 못한 동생들까지 생긴채로 이렇게 함께 살게 되었으니...아무래도 한동안 

  적응도 안 되고 힘들수도 있을텐데...우리가 따뜻하게 안아드리는게 도리 아니겠니  

  ? ” 

 그렇게 거듭 동생을 설득하는 형 경태. 경수는 여전히 쉽게 의문을 떨치지 못하는 가운데 그래도 형 잔소리를 더 듣고 싶지는 않은지 그쯤에서 물러난다. 

 한편 경숙이를 데려온 진동내외는 일단 예전에 채영이가 쓰던 방을 경숙이가 쓰도록 했다. 모두 네 개의 방이 있는 40평이 넘는 진동의 집. 그중 하나가 진동내외가 쓰는 침실이고 나머지 두 개의 방이 하나는 경태,경수 형제가 그리고 또 하나를 딸인 경옥이가 썼는데 처음에 진동내외는 가정부 채영이가 들어올 때 채영이가 아직 어린 경옥이를 돌볼수 있게 둘이 한방을 쓰게 했다. 헌데 그때 경옥이 냄새나는 가정부랑 함께 지내기 싫다며 하도 울고불고 난리를 쳐 하는수없이 경옥이 쓰는 방을 하나 따로 주고 경태,경수 둘이 계속 같은방을 쓰게 하고 그리고 남은 한 방을 가정부 채영이가 쓰게 한것인데 이제 채영이가 떠났고, 지금은 가정부가 아닌 출퇴근을 하는 파출부를 고용했으니 채영이가 쓰던 방은 자연스레 빈 방이 되었다. 그래서 그 방을 23년만에 찾은 딸 김경숙이 쓰도록 한것인데 헌데 뜻밖에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 엄마아아... ” 

 “ 어 ? 경옥아 왜 ? ” 

 이런일이 근 1-2년새엔 웬만해선 잘 없었는데 난데없이 밤시간에 아빠,엄마의 침실로 들어온 경옥. 놀란 진동내외가 의아해서 경옥을 바라보는데 경옥의 입에서 좀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 나 무서워 엄마... ” 

 “ 뭐 ??? 무서워 ??? ” 

 애초에 채영이와 한방을 쓰게 해주려 했더니 그때 울며불며 난리를 쳤던 경옥. - 그리고 그게 벌써 4년전 일이다. - 그래서 한동안은 더 진동내외가 경옥을 한방에서 데리고 자다 경옥이 유치원에 들어갔을때부터 저 혼자 쓸 방을 따로 내주었던 진동내외다. 무엇보다 가정부 채영이랑 함께 자는건 싫다고 하면서 지금까지 최소한 별탈없이 혼자 자기방에서 잘 지내던 그런 막내딸인데, 그런 경옥이가 갑자기 ‘무섭다’는 것 아닌가. 대체 지금와서 뭘 어쩌라는것인지. 한편으로는 불안해지기까지 하는 진동 내외인데 경옥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더더욱 뜻밖이었다. 

 “ 나 언니랑 같이자면 안 돼 ? 나 언니랑 같은방 쓰고 싶어. ” 

 “ 뭐어 ? ” 

 진동내외가 순간 뭘 우리가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하게까지 만든 상황이었다. 원래 진동내외는 가정부 채영이도 그렇게 무시하던 경옥이 얼굴도 존재도 모르던 열여섯살 많은 언니가 갑자기 나타난 것을 어찌 받아들일지 그걸 걱정하고 있었다. 최소한 23년만에 찾은 큰딸 경숙이에게 경옥이가 상처주거나 하는일 없이 그저 잘 적응해서 지내게 되기만 바라는수밖에 없었는데 오히려 경옥이는 ‘언니랑 같이 자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다. 

 “ 언니랑 같이 자고싶단말야. 언니랑 같이 자게해줘 엄마~~~!!! 엉엉엉엉~~~!!! 나  

  언니랑 같은방에서 잘래. 언니랑 같은방 쓰게 해줘 !!! 언니랑 자고 싶단말야. 엉 

  엉엉엉~~~!!! ” 

 이런 상황을 대체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것을까. 초등학교 3학년으로 아직은 어리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경옥. 그래도 학교도 다니고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는 차츰 배워가고 가치판단 능력을 키워갈 그런 과정에 있는 아이 아닌가. 헌데 그런 막내 경옥이가 가정부 채영이와는 냄새나서 같이 지내기 싫다고 하더니 23년만에 찾은 친딸이자 경옥 입장에선 얼굴도 모르는채 살아오다 이제야 생전 처음보게 되는 열여섯살 많은 언니 경숙. 헌데 그 경숙이와 같이 자고 싶다고 같이 한 방을 쓰고 싶다고 혼자 자기가 무섭다며 울며불며 보채는 아이. 진동과 승주는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황당하기도 해서 서로의 얼굴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았다. 

  


 “ 우우우웅~~~!!! 우우우우우우웅~~~!!! 언니 보고싶었어요~~~!!! 내가 그동안 언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요 ? 우우우웅~~~!!! 언니 없이 내가 그동안 얼마나 외 

  로왔는데...얼마나 무섭고 힘들었는데~~~!!! 언니 없이 나혼자 얼마나 힘들고 외로 

  왔는지 알아 ? 우우우웅~~~!!! 우우우웅~~~!!! 우아아아아아앙~~~!!! 언니야아아아 

  ~~~!!! ” 

 좀 해괴하다면 해괴하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어쨌든 경옥 입장에선 자신이 태어나기도 훨씬전의 일이고 한번도 본적없고 심지어 부모님한테서도 한번도 들어본적 없는 ‘잃어버린 언니’다. 그래서 오히려 진동내외는 갑자기 나타난 열여섯살 차이나는 언니를 경옥이 어찌 받아들일지 몰라 그걸 걱정했는데, 이건 일단 그런 걱정은 할 필요는 없어지고 되려 경옥의 이런 행동이 좀 지나치고 이해안간다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어쨌거나 핏줄이고 혈육이라서 아무리 철없는 꼬마아이라도 그런식으로 끌리는 정이라도 있는것인지. 여하튼 이해할수 없다면 이해할수 없는 막내 경옥이의 행동. 심지어 이부자리에서조차 경옥은 제 언니 경숙에게 한사코 파고들 지경이기까지 하다. 

 “ 언니...히힛~~~!!! 이리와요.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 ? ” 

 “ 겨...경옥씨... ” 

 하지만 경숙은 어쨌든 생전처음 보는 동생들이라서인지 경옥은 물론 남동생이면서 사춘기 소년이기도 한 경태나 경수도 여전히 어색해서 말조차 쉽게 놓지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헌데 오히려 그런 경숙에게 더더욱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경옥. 그러면서 이와같이 말한다. 

 “ 나 진짜 차라리 언니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그런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었어 

  요. ” 

 ‘둘만낳아 잘기르자’가 보편화되면서 생긴 일종의 부작용이라고나 할까. 실제 이 시절에 자라면서 그런 생각을 한두번쯤 하게된 아이들이 많긴 하다. 가령 언니나 누나가 부재한 남자아이들은 차라리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언니나 누나가 있었으면 하는 막연한 바램을 갖게되기도 하고, 아예 외동인 경우는 형제가 있는 다른 아이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이 시절 10대 사춘기를 지내본 아이들이라면 한두번쯤 해본 생각이긴 할 것이다. 허나 경옥의 경우엔 어쨌든 오빠가 두명이나 있는 그런 막내가 아닌가. 허나 경옥은 경옥대로 그동안 집안에서 느낀 어떤 소외감이라도 있었는지 그것을 열여섯살 많은 언니 경숙에게 이렇게 토로하는 것이다. 

 “ 보다시피...지금까지 난 위로 오빠만 둘 있어서...나 진짜 오빠들 얼마나 싫었는지 

  알아요 ? 그래서 차라리...언니기 하나 있었으면 그런 생각 늘 해왔다구요. ” 

 “ 오빠들하고...사이가 많이 안 좋았나요 ? ” 

 “ 아휴...둘 다 싫어요. 아무튼 둘 다 성격이 너무 이상한 오빠라서...큰오빤 맨날 말 

  도 잘 안하고 저 혼자만 잘난체 하고...둘째오빤 맨날 저한테 뭐라고 그러고 때리기 

  만 하고...아휴 진짜 둘 다 되게 싫었어요. ” 

 어차피 사람이란 매사를 다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게 되기 마련이지만 게다가 어린 경옥이라서일까. 자신의 유별났던 성격은 생각하지 못하고 제 오빠들만 험담하고 있는 그런 모양새다. 그것도 열여섯살 차이나는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함께 지내게된 경숙언니 앞에서. 사실 경태나 경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억울하기 짝이없는 소리긴 하다. 일단 공부 잘하고 모범생에 그래서인지 대체로 말수는 적은편인 경태는 그렇다치고 솔직히 경수가 지금까지 경옥에게 직접 손찌검을 하거나 그랬던적은 한번도 없다. 다만 가정부 채영이 있던 시절에는 그런 채영에게 못되게 구는 경옥을 부모님이나 형을 대신해서 그래도 상대적으로 나이차이가 가장 적은 자신이 대신 경옥을 나무라거나 타이르곤 했을뿐. 물론 그러면서 너무 화가나서 정말 손찌검이라도 한번 하고싶은 충동이 인적도 없진 않았겠지만 어린 경옥에겐 그런 작은오빠의 행동이나 태도도 정말 ‘자신을 때린 것’처럼 느껴졌나보다. 그래서 여하튼 경옥에겐 ‘맨날 자신을 때리기만 하고 야단만 치던 못된오빠’로 인식된 경수. 그리고 그런 자신의 감정을 경옥은 물론 경태나 경수와도 지금껏 전혀 인간적인 교류가 있을수가 없었던 경숙에게 하고있는 것이다. 경옥은 어쨌든 그런식으로 자신만이 이 집안에서 소외되던 외로운 존재였음을 생전처음 보는 친언니 경숙 앞에서 그 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 아휴...거기다...솔직히 중간에 이상한 가정부 하나만 안 들어왔어도...그 이상한  

  가정부 때문에 우리 엄마,아빠까지 점점 이상해져가지고... ” 

 “ 이상한 가정부라뇨 ? ” 

 물론 진동내외 집에서 3년을 머물렀던 가정부 채영의 존재는 지금 이 김경숙이 알수는 없다. 진동내외는 다만 멀리 군산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가정부일이라도 하면서 고향의 동생들을 보살피며 힘들게 사는 채영에 대해 한 가족처럼 편하게 대해주라는 그런 당부를 한 것일뿐. 게다가 채영이 이 집에 처음 들어왔을때가 경옥이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인 여섯 살(만 5세)때. 따라서 그렇게까지 어린시절 기억은 별로 있을수가 없는 아이일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채영이 이 집에서 가정부 노릇을 하기전까지는 좋았던 분위기가 가정부로 인해 이상한 집안이 되어버린것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처음 채영이 들어왔을 때 진동내외가 채영이 아직 어린 경옥이를 돌볼수 있도록 같은방을 쓰게 해주려다가 어린 경옥이 하도 싫다고 칭얼대어 그 계획을 변경한 것을 생각해보면 그게 어렸던 경옥의 머릿속에 그런식으로 틀어박힐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하튼 졸지에 3년동안 가정부였던 채영은 물론 그 채영을 가족처럼 아껴주던 진동내외까지 전부 ‘이상한 사람들’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모양새인 김경옥.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몰라요...그 이상한 여우같은 기집애가...도대체 어떻게 우리 아빠,엄마를 꼬드긴건 

  지...맨날 아빠도 엄마도 거기다 오빠들까지 맨날 가정부 편만 들고...아휴...저 진짜 

  그런 가운데서 저 혼자만 외롭게 살았다니까요. 얼마나 힘들고...얼마나 무서웠는데 

  요 언니. ” 

 마치 바로 그런 소외된 가정 분위기속에서 차라리 속이라도 털어놓을수 있는 언니라도 하나 있었으면 그런 심리라도 아이한테 자리잡아갔던 것일까. 여하튼 경옥은 지금 바로 그렇게 자신의 친언니라는 경숙언니 앞에서 가정부 채영으로 인해 있었던 3년동안의 일을 자신에게 무척이나 힘들고 외로왔고 소외되었던 그런 시간이었던것처럼 나름 자신만의 설움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경숙이야 이미 지금은 이 집에 함께 살지 않는 가정부 채영의 존재에 대해 알길없지만 그녀 입장에선 ‘참 이상한 가정부’가 한동안 이 집에 있었나보구나. 그런식으로밖에 생각할수 없는 경옥이 들려주는 이야기이긴 하다. 

 한편 이렇게 되면서 졸지에 횡재를 한 사람도 하나 있었으니 다름아닌 둘째 경수다. 경숙이 막내 경옥이 하도 보채고 졸라 결국 둘이 한 방을 쓸수있게 해주면서 남은 빈방 하나를 마침내 경수가 혼자 쓸수 있게 된 것이다. 애초에 가정부 채영이 들어왔을때는 점점 자라고 있는 경태와 경수가 이제 각기 다른 방을 쓰도록 하고 채영이 어린 경옥이를 돌보며 함께 지내도록 방 배치를 해주었던게 진동내외다. 헌데 경옥이 가정부와 함께 방쓰는게 싫다며 하도 칭얼거려서 결국 채영에게 방을 하나 따로 내주고 경태와 경수는 다시 한방을 쓸 수밖에 없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진동 내외. 따라서 경수 입장에선 내색은 안 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형하고 같은 방을 써야하나 그 불만이 내심 쌓여오고 있기도 했다. 그러다 3년만에 떠난 가정부 채영. 물론 채영이 떠날 때 부모님이나 경태 못지않게 경수도 서운함을 느끼긴 했지만 대신 이제 자기방이 생기겠구나 하는 기대와 바램을 갖기도 한 경수. 허나 채영이 떠나고 한동안은 진동내외는 채영의 뒤를 이어서도 한집에 함께사는 ‘가정부’를 들일것인지 매일같이 출퇴근하는 ‘파출부’를 들일것인지 그 문제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애들도 다 커가니 가정부보다는 파출부가 낫지 않겠느냐는게 승주 의견이었고, 허나 진동은 아직 어린 경옥이가 있고 오빠들도 공부하느라 경옥이에게까지 신경쓸 시간은 그리 없을테니 가정부를 하나 새로 들이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허나 가정부 채영을 그렇게 싫어하던 경옥을 생각하면 새 가정부도 그렇게 탐탁찮게 여길 것은 마찬가지일테니 그렇게되면 가정부를 새로 들이는게 별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결국 가정부대신 출퇴근을 하는 파출부를 쓰기로 결정한게 채영이 떠나고 한달여뒤의 일이고 경수는 내심 ‘이제 남은 빈 방을 경수가 쓰라’는 말이 부모님에게서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헌데 그러다 갑자기 나타난 경숙누나의 존재는 경수를 잠시나마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여하튼 한번도 보지못한 그리고 아빠,엄마가 23년을 그렇게 애타게 찾고 그리워한 큰딸이고 누나라니 자신도 환대해야하긴 하겠지만 이제 자신이 따로 혼자 방을 쓰는 것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 취직해서 자기 혼자 따로 집을 나가 살 수 있는 그 날이 오기전까진 사실상 물건너가버리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 아닌가. 따라서 내심 머릿속이 무척이나 복잡해졌던 김경수. 헌데 경옥이 혼자자기가 무섭고 외롭다며 경숙누나와 한 방 쓰게 해달라며 저렇게 울부짖으니, 아버지,어머니가 결국 경숙,경옥 자매가 둘이 한방을 쓰도록 조치를 취하면서 남은 한방은 이제 ‘자신이 쓰게 되었구나’하고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이 김경수였다.  

 


 중학교 3학년이 된 경수는 보통 오후 늦게쯤 귀가를 하고, 고3 입시생이 된 장남 경태는 수업을 마치고도 보충수업과 이후 학교 독서실에서 더 공부를 하느라 이젠 밤늦게 귀가를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전에 23년만에(?) 부모님을 만난 경숙은 아직 별다른 하는일 없이 – 경숙의 말에 의하면 지난 20넌을 모처에 감금되어 있으며 모진 폭행과 중노동에 시달리다 최근에 극적으로 탈출했다고 했다. 일단 집에 머물러 있는 상태. 이런 상황에서 보통 오후늦게 경태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땐 집에는 동생 경옥이 그리고 집에 있는 경숙누나와 파출부 아주머니까지 보통 이 정도가 집에 있을때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경수를 맞이하는 경숙. 제법 정말 동생을 맞이하는 누이처럼 대하고 있다. 

 “ 경수 왔니 ? 학교에서 방금 돌아온거야 ? ” 

 “ 말씀을 참 쉽게도 놓으시네요 ? ” 

 “ 뭐라구 ? ” 

 “ 언제 제가 누나한테 말 놔도 된다고 한적 있기나 해요 ? ” 

 사실 경숙은 정작 자신을 ‘언니’라고 하며 품에 안기며 심지어 오빠들과 부모님 게다가 얼마전까지 이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언니까지 흉을 보며 별의별 소리를 다할 때 아직은 어색해서인지 ‘예,예’ 하며 존대말로 대꾸를 하기도 했다. 게다가 아직 경옥이 어려서인지 그런 언니한테 ‘말씀 낮추시라’는 식의 말도 하지않아 여전히 열여섯살 어린 동생에게조차 하대를 못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나온 경수에 대한 반말. 그래서일까. 그래도 이미 중학생이고 게다가 아직 어색하다면 어색하다고 할수 있는 사이에 마치 진짜 동생이라도 되는양 나오는 것이 불쾌하다는 듯 나온다. 어찌보면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한것인지. 헌데 욕실에서 몸을 씻고 옷까지 갈아입은 경수가 갑자기 경숙에게 다가온다. 

 “ 우리 잠깐 이야기좀 하죠. ” 

 무슨 중요한 이야기나 비밀이야기라도 되는것인지. 아직 빈방을 경수가 쓰라는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경수는 이미 그 방을 자신의 방이라도 되는양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다. - 가령 쉬거나 잘 때 형과 한방에선 불편한지 혼자 불쑥 그 방에 들어가기도 하는등. 아직 책상과 의자조차도 옮기지 않은 상태인데 – 여하튼 그런 방으로 경숙을 불러낸 경수. 의아해하면서도 설마 싶은지 방심하고 있는 경숙. 헌데 그런 경숙을 심각하게 바라보다 경수가 입을 연다. 

 “ 저한테만 좀 솔직하게 말씀해 주실래요 ? ” 

 “ 뭐...뭐를요 ? ”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그래요. 어쨌든 23년전에 엄마,아빠가 외가인 논산 과 

  수원에서 외할아버지댁 과일 수확작업을 도와드리다 그때 누나를 잃어버린거라면 

  서요. ” 

 “ 네...마...맞아요. 어쨌든 23년동안 제가 얼마나 그동안 부모님 없이 힘들게 살아 

  왔는데... ” 

 뭔가 이상한 낌새라도 드는것일까. 일단 경수에게 존대말로 대답하는 경숙. 경수의 말이 이어진다. 

 “ 그러니까 말이에요. 뭐 서너살때라면...어렴풋이 외가든 논산 과수원이든 기억은  

  할 수가 있다고 쳐요. ” 

 “ ...... ” 

 “ 하지만 우리가 강남에 사는건 알수 없는일이잖아요. 생각해보세요. 저희집이 강남 

  으로 이사올때는 제가 유치원 졸업하고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인 70년대 후반이었 

  어요. 헌데 그걸 누나가 어떻게 알수가 있어요 ? 엄마,아빠랑 헤어진지는 십수년이 

  되는 일인데... ” 

 “ 그...그건... ” 

 막상 이런 추궁엔 변명이나 해명이 쉽지 않아서일까. 당황하는 경숙. 그런 경숙에게 경수의 추궁은 계속된다. 

 “ 한번 솔직하게 말해봐요. 정말 우리 누나가 맞아요 ? 내 말은 우리 부모님이 23년 

  전에 잃어버렸다는 큰딸. 그 경숙누나가 정말 맞는거냐구요 ? ” 

 “ 마...맞아요. 그럼 제가 진짜지...아무렴 가짜겠어요 ? ” 

 그러면서도 뭔가 겁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숙. 헌데 갑자기 경수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 이건 뭐죠 ? ” 

 경수가 경숙에게 펼쳐든 것은 어떤 전단같은것이었다. 일단 경수의 설명이 이어진다. 

 “ 학교에서 오는길에 어떤 나이많은 아저씨,아주머니가 전단을 뿌리고 있더라구요.  

  전 그냥 대수롭지 않게 받아서 읽어보다 버릴 생각이었는데...근데 내용이 이와같 

  이 심상찮지 뭐에요 ? 그래서 일부러 가져와본거에요. ” 

 거기엔 대충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찾는사람 : 임지은, 나이 23세’ 그리고 주소와 연락처. 아울러 어릴 때 상처를 좀 입어 정신에 좀 문제가 있는 여성이며 언제부터인가 가끔씩 ‘강남사는 김사장님이 우리 부모님일 것’이라는 헛소리를 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물론 사진과 함께. 대략 한 중학교나 고등학교 다닐 때 찍은 사진인지 앳되어보이긴 했지만 대충 외양이 지금 경수 앞에 있는 경숙(?)과 닮아있었다. 

 “ 이거...누나 맞죠 ? ” 

 “ 지...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 내가 그럼 식구들에게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 

  다는거에요 ? ” 

 “ 어서 바른대로 말하지 못해요 !!! ” 

 버럭 소리까지 지르는 경수. 그 바람에 경숙은 겁에 질리고 급기야 울음까지 터트린다. 울먹이며 경숙의 말이 이어진다. 

 “ 저 경숙이 맞아요...23년전에 잃어버린 경숙이 맞다구요. 지금까지 이상한 집에 감 

  금되어 살았어요. 23년동안 폭행에 구타에 모진고문에...흑흑흑흑~~~!!! ” 

 “ 그럼 제가 여기 확인전화 해봐도 상관 없는거죠 ? ” 

 “ 뭐...뭐라구요 ? ” 

 생각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경수라서일까. 착하거나 효성이 지극한것인지 아니면 그냥 순진한것인지. 부모님이 23년전에 잃어버리고 애타게 찾았다 그 경숙누나를 찾았다니 여기에 추호의 의심도 하고있지 않은 경태에 비해 경수는 나름 용의주도하게 집요하게 경숙의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 

 “ 상관 없는거잖아요 ? 어쨌든 이 사람들도...뭐 가출을 했는지 집을 나갔는지 딸을 

  찾나본데...그쪽이 김경숙이 아니고 이 전단에 적힌 사연의 여성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제가 직접 이 집에 전화해서 확인해봐도 상관없지 않아요 ? 그냥 제가 전화 

  해봐서 그쪽과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이면 그냥 제가 오해하고 뭘 잘못 알았던것에 

  불과한데...그렇지 않아요 ? 제가 이 사람들한테 전화해봐도 상관 없는거잖아요. ” 

 “ 저 경숙이 맞아요. 김경숙 맞다구요 엉엉엉엉~~~!!! 23년전에 부모님이 잃어버린  

  그 딸...그 경숙이가 맞다구요. 정말이에요. 저 경숙이가 맞다구요. ” 

 사실 조금이라도 머리가 돌아가는 여자였다면 ‘만약 내가 가짜라면 그럼 논산 과수원의 일은 어떻게 알수 있겠느냐 ? 그것만 봐도 내가 진짜인게 확실하지 않느냐 ?’며 항변을 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경수앞에 있는 경숙이란 여자는 생각보다 그런 머리는 돌아가지 않는것인지 그저 경수 앞에서 울며불며 애원만 하고 있다. 경수는 일단 그런 경숙누나를 달랜후 방에서 내보낸다. 그리고 방에서 혼자 생각에 잠긴다.



-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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