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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블랙핑크 제니 (4)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채영이 이야기 

                                                                - 응답하라 ! 1985 

 


 결국 채영은 민주가 추천한 새 일자리(점집)로 옮기기로 했다. 아무리 김진동 사장 내외가 채영을 친딸처럼 아꼈다지만 그렇다고 진동내외가 채영의 진짜 부모라도 되는 것은 아니고 채영에겐 어쨌든 돈을 벌기 위한 일터일뿐 아닌가. 그런데 가정부일보다 월급을 더 받을수 있는데가 있다는데 채영의 입장에서 길게 고민할 이유는 별로 없었다. 결국 1985년의 한 해가 다 가기도 전인 12월 말경 채영은 결국 일을 그만두겠노라는 의사를 밝혔다. 더 좋은 일터가 생겨서 그곳으로 간다는 이유와 함께. 어쨌거나 3년동안 정든 채영이라서인지 진동내외는 물론 아들인 경태와 경수도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물론 처음부터 채영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했던 경옥은 예외였지만. 

 사실 진동내외 입장에선 채영이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이 혹시 자신들의 막내딸 경옥이 때문은 아닌가 그 점이 못내 마음에 걸려 그덕분에 경옥이 본의아닌 피해(?)를 입기까지 했다. 진동내외는 채영이가 내색은 안 하지만 결국 경옥이의 등쌀(? - 사실 경옥은 채영을 가족처럼 대하는 다른 식구들과는 달리 열여섯살 많은 언니이고 어른인 채영에게 너무 무례하게 마치 옛날 상전이 하인 대하듯 한게 문제일뿐 딱히 고의적으로 채영을 괴롭히거나 한 적은 거의 없다.)을 견디다 못해 그만두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책임을 경옥에게 돌리며 채영에겐 미안해한 것이다. 사실 채영은 어디까지나 그렇게 뜻하지 않게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옛 고향친구이자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민주, 그녀의 갑작스러운 새로운 일자리 추천이 있어 거기에 솔깃해진것일뿐 실제로 경옥이와의 관계 문제는 전혀 고려대상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던 관심권 밖의 일이었는데, 만약 자신이 그만두는 일로 진동내외가 경옥을 또 나무라게 된다면 그건 채영 입장에서 경옥에게 미안해지는 일이 되는것만은 분명하다. 

 여하튼 3년동안 정들었고 특히 그녀를 친딸처럼 대해주었던 진동내외는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그녀가 떠나기로 한 전날밤 간단한 송별파티까지 열어주었다. 음식솜씨가 그리 좋지않은 승주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직접 한 특별요리까지 대접하며 그렇게 진동과 승주 그리고 경태와 경수까지 함께한 자리에서 그리고 승주의 요리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온 그녀의 친구까지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채영을 보내는 송별연은 진행되었다. 승주는 거듭 채영의 떠남을 아쉬워하며 눈물까지 흘렸고 그러나 이 식사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경옥은 자기방에서 대신 오빠들이 별도로 챙겨준 송별연 음식 일부로 방에서 혼자 식사를 하며 이렇게 투덜거렸다. 

 “ 하여튼 우리집은 유별나다니까... ” 

 “ 경옥아... ” 

 투덜거리는 경옥을 그래도 저녁상이라도 직접 챙겨주러 들어온 경수가 결국 나무라듯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래도 만만한 둘쨰오빠 앞이라서인지 경옥은 그 앞에서라도 할소리 못할소리를 있는대로 퍼붓는다. 

 “ 아니, 도대체 다른데서 일하겠다고 떠나는 머슴한테 송별회까지 열고, 도대체 이 

  런집이 어디있냐구 ? 아니 딴데가는 머슴을 우리가 배웅을 왜 해 ? 송별연은 또 

  뭐고 ? ” 

 “ 경옥이 너 정말...말버릇이 그게 뭐냐 ? 딴데가는 머슴이라니 ? ” 

 “ 머슴이 아니면 ? 머슴이지 뭐야 ? 엣날같으면 가정부고 운전기사고 다 하인이고 

  머슴인거라구. 오빤 그런것도 몰라 ? ” 

 “ 경옥이 너 정말...됐다. 그만하자. 오늘같은날까지 얼굴 붉히고 싶은 생각 없으니 

  ...넌 그거나 먹고 얌전히 있어. 정말 너 누나 떠나는 날까지 이런식으로 나오면 정 

  말 나도 가만 안 있는다. ” 

 그렇게 거듭 경고하면서 경옥이 – 그것도 어머니 승주의 일손을 도와주러 온 엄마 친구분까지 있는날인데 – 에게 시끄럽게 하지 말고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경옥의 투덜거림은 그래서 더더욱 계속될 수밖에 없다. 

 “ 이건 도대체가...누가 친딸이고 누가 데려온 자식인지 헷갈릴 지경이란말야. 아니 

  도대체...돈벌러온 하녀는 저렇게 파티까지 치러주면서...정작 지 딸은 방구석에서 

  혼자 밥먹게 하는 이런 집이 도대체가 어디 있냐구 ? ” 

 초등학교 2학년짜리 어휘력이라곤 믿기 힘들정도로 심한 막말까지 계속 퍼부어대는 경옥. 아직 어려서 버르장머리가 없는것인지 아니면 막장드라마나 코미디 같은데서 못된 말버릇을 배우기라도 한것인지 여하튼 계속되는 경옥의 막말. 바로 그런 경옥이 걱정되어서 오빠들이 혼자 제 방에 있게하며 따로 식사를 챙겨줬길래 망정이지 만약 송별연 자리에 경옥까지 함께 있었더라면 거기서도 또 무슨 분란이 일어났을지 모르는 일이다. 경옥은 오빠들이 챙겨준 식사를 대충 먹는둥 마는둥 한뒤 제 방 한 구석에 대충 누워서 몸을 뒤척이고 있다. 

 다음날. 새 일터인 점집으로 가기위해 채영이 짐을 챙겨 김진동 사장의 집을 나섰고 아쉬움에 진동의 가족들은 버스정류장까지 그녀를 배웅하러 나왔다. 정말이지 이런식의 환대는 아무리 그래도 이 시절 웬만한 강남의 부잣집에서 쉽게 받아보진 못할 환대였을 것이다. 그래서 채영은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거듭 입에 담고 승주는 그런 채영을 한번 안아보기까지 하며 다시한번 눈시울을 적신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이렇게 떠나버리면 우린 어찌하라구...채영아. 그저 어딜  

  가든 몸 건강히 잘 지내야한다. ” 

 “ 여보, 이제 그만 하구려. 채영이도 곧 버스타야하는데 이제 그만 해... ” 

 이렇게까지 나오는 승주의 모습은 진동이 봐도 좀 지나친 것 같아 만류를 하고 승주는 겨우겨우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눈물을 닦는다. 진동과 승주내외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마친 채영은 경태와 경수에게도 마지막 인사말을 잊지 않는다. 두 사람 역시 채영으로선 그야말로 친동생처럼 정든 아이들이다. 

 “ 경태 넌 그리고...너무 완벽하게 살지 좀 마. 남자가 좀 허점도 있고 그래야 이 다 

  음에 여자가 생기지. 그래가지고 넌 이 다음에 여자 안 생겨. 남자가 너무 완벽한 

  거보다...좀 적당히 즐길줄도 알고 놀줄도 알아야 그래야 나중에 여자도 생기고 장 

  가도 갈수 있는거야. 알아 이 녀석아 ? ” 

 “ 누나도 참...알았어요. 명심할께요. 누나도 조심해서 가고 몸 건강히 잘 지내요. ” 

 “ 그래, 그리고 경수 넌 어디가서 뭘 해도 잘 해낼수 있을거야. 매사에 너무 제멋대 

  로인것만 좀 고치면...어쨌든 경수도 잘 지내. ” 

 그야말로 친동생이라도 걱정하는 누나같은 충고를 잊지 않는 채영. 원래 집안에서 큰 딸로 자라서인지 그런식으로 동생들에게 충고하는 모습이 몸에 밴 것인지. 어쨌든 그런식으로 진동의 가족과 채영이 석별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 대충 마무리가 되고 어느덧 채영이 타야할 버스가 도착 채영은 정말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건네고 짐을 들고 서둘러 버스를 탄다. 

 


 그 무렵에 채영의 아버지 이태일은 아내 함옥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밤늦은 시간이긴 한데, 연말이고 하니 공연히 지나간 시간의 회포라도 풀고 싶었음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것인지 여하튼 태일은 아내 옥희와 함께 부침개 안주를 곁들여 술을 마시고 있다. 이때 태일의 큰딸 채영은 서울에서 일을 하고 둘째 지영은 전주의 공장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셋째 수영도 사실상 고3 과정까지 모두 마지고 졸업만 남겨둔 상태다. 그리고 수영 역시 집안 형편에 자신을 대학까지 보내주진 못할것이라 생각하고 진작에 대학진학은 포기하고 한달여전부터 군산시내에 있는 한 직장에 취직 역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고보면 이제 태일의 자녀중 아직 학생신분인 사람은 이제 중학교 과정까지를 모두 마치고 새해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넷째딸 미영. 그리고 새해에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막내아들 영철이 둘만 남은 셈인데 여하튼 이런 상황이라서일까. 태일은 태일 나름대로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히는 것 같다. 어느덧 술을 한두잔 해서 술기운이 올랐음인지 태일의 넋두리가 시작된다. 

 “ 여보...미안해. 아무래도 이렇게 된게 다 내 죄같아. ” 

 “ 당신도 참,,,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내가 솔직히...말이야 나 정도 되는 여자 

  니까 당신 데리고 지금껏 살았네 어쩌네 그렇게 말하곤 했지만...당신도 그간 고생 

  많았던거 저도 인정해요. ” 

 “ 내가 남들처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몸이었다면 당신이 젊은 시절  

  그 고생은 안 했겠지 ? ” 

 “ 당신도 참...다 지난일을 뭐 그렇게 새삼 입에 담고 그래요. 그래도 그땐 어쨌든 

  당신이 신체장애 때문에 농사를 짓기도 배를 타기도 적절치 않은 몸이라서 제가 

  행상이라도 하면서 화장품,장신구 이딴거 팔며 돌아다니며 그렇게 그 시절 생계를 

  유지했던거지만... ” 

 “ ...... ” 

 “ 그래도 그렇게 번돈 밑천으로 읍내 학교 근처에 문구점이라도 하나 차려서 지금 

  껏 운영해왔으면 되었지...그러면서 이렇게 애들 키우며 살았으면 되었지...당신도 

  고생 많이 하신거 저 인정해요. 그러니 너무 자책 마세요. ” 

 옥희가 말하는것처럼 실제 태일은 학창시절 입은 부상으로 신체장애가 있어 농사를 짓거나 어부로 일한다거나 그러기엔 적절치 못한 그런 몸이 되었다. 어쩌면 장가도 제대로 가지 못한채 성치못한 신체를 갖고 평생을 혼자 살다 늙어죽을수도 있었던 그런 몸인데, 그래도 천운이 따라주었던것일까. 어찌어찌하다보니 자신보다 다섯 살 연하인 옥희란 여자를 만나 젊은 시절엔 남편대신 그녀가 보따리장사를 하며 생계수단을 삼아 그렇게 젊은시절을 보냈고 그걸 밑천으로 그 이후엔 읍내마을 학교 근처에서 문구와 완구 그리고 만화책등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며 그렇게 생계를 유지하며 살았던 것이다. 이 시절에 특히 지방의 아이들은 서울 아이들보다 훨씬 문화적 혜택이 적은 시절이라서 학교 근처에서 철지난 만화책이나 소년잡지 같은 것을 파는것만으로도 충분히 돈벌이가 될 수 있는 그런 시절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여하튼 큰딸 채영도 둘째딸 지영도 다 학교를 졸업하고 제각기 직장생활을 하는 몸. 그리고 그렇게 번 돈으로 집안 살림을 보태주고 있으니 그런식으로 이 집안의 생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채영의 경우엔 바로 밑에동생 지영 정도는 그래도 대학을 가주길 바랬지만 지영의 나름대로 판단에 여하튼 대학 보낼수 있는 형편은 못될것이라 생각 스스로 포기한것이고 그것은 셋째딸 수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막내로 아들인 영철이라도 대학에 갈수있게 위에 누나들이 양보를 한 모양새가 되어버린 이태일 집안의 5남매. 사실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옥희도 실은 그 점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 않았다. 

 “ 아무리 그래도...딸이 넷이나 되는데...그중 하나는 대학갈애가 하나쯤은 나올줄 알 

  았는데... ” 

 아무리 그래도 80년대 중반 정도면 여자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인식과 의식이 점차 늘어나는 그런 시절이다. 따라서 딸이 적다면 또 모를까 넷이나 되는 딸중에 이미 셋이나 – 그것도 집안 형편과 특히 막내 남동생을 위해 – 대학을 포기한 상태라면 아무리 50대 중반의 구 시대 사람 함옥희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생기지 않을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아쉬움이나 서운함은 남편 앞에서 내색하지 않는 아내. 그렇게 남편에 대한 마음씀과 배려심도 지극한 그런 ‘착한 아내’가 옥희인 것이다. 

 “ 채영이는...잘 있겠지... ??? ” 

 술이 이미 몇잔 들어간 상태라 취기가 제법 오른 상태에서 다소 느닷없이 내뱉은 태일의 말. 한편 서울의 채영은 조만간 직장을 옮기게 될 것 같다는 소식은 얼마전 전해오긴 했다. 다만 점집에서 일하게 된다면 혹시라도 부모님이나 동생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걱정할까봐 그런 말까진 하지 않고, 월급을 더 주는 직장이 있다고 해서 가정부일로 고생하느니 그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해서 그런 결심을 했노라고만 전했다. 따라서 어쨌든 김진동 사장댁에서의 가정부일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는 태일과 옥희내외. 헌데 그런 상황에서 태일이 뜻모를 소리를 내뱉는다. 

 “ 채영아...미안하다...이 애비를 원망해라...차라리 그게 나아...흑흑흑흑~~~!!! ” 

 “ 여보, 또 왜 그래요 ? 그리고 채영이 조만간 다른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긴다잖아 

  요. 그리고 채영이 걔가 어디 우리 원망하고 그럴 애에요. 그러니 너무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세요 여보. ” 

 “ 채영아...채영아... ” 

 “ 아니...근데 이 양반이 정말...당신 너무 취한 것 같구료. 이만 술상은 치워야 할 

  것 같네... ” 

 아무래도 취한 태일이 헛소리를 하는것처럼 느껴져서인지 이쯤에서 상을 물리려는 옥희. 헌데 태일의 술취한 넋두리는 계속되고 있다. 

 “ 채영아...우리 불쌍한 채영아...우리 불쌍한 채영야... ” 

 “ 아니 근데 이이가 정말...아니 왜 그래요 갑자기 ? 채영이 더 좋은곳으로 같다니 

  까 ? ” 

 “ 푸헉~~~!!! ” 

 헌데 갑자기 사래라도 들린것일까. 아니면 과음이라도 한 탓에 구토라도 나오는것일까. 이상한 행동을 하는 태일. 그 자리에 하마터면 고꾸라질뻔하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남편이 벌써 많이 취한 것으로 판단한 옥희는 집에 있는 다른 딸들을 부른다. 

 “ 수영아...미영아. 안 되겠다. 어서 아버지 자리 깔아드리고 주무시도록 해라. 아버 

  지가 아무래도 많이 취하신 것 같아. ” 

 “ 네, 엄마. ” 

 그렇게 방에서 나와서는 안방에 이불을 깔아드리고 그쪽으로 아버지를 들여보내기 위해 부축해 일으켜드리려는 수영과 미영. 헌데 갑자기 태일이 그런 두 딸을 뿌리친다. 

 “ 채영아...채영아...우리 불쌍한 채영아... ” 

 “ 아니, 근데 이이가 정말...채영이 더 좋은데서 일한다잖아요. 그런데 왜 그래요 자 

  꾸 ? ” 

 “ 그래요 아빠...갑자기 왜 그래 ? 큰언니 월급 더 주는 다른 직장으로 옮긴다잖아. 

  그런데 대체 왜 ? ” 

 “ 푸후후훅~~~!!! 으흐흐흐흐흐흐흑~~~!!! ” 

 헌데 갑자기 이런 딸들이나 아내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것인지 못알아들은것인지 겨우 딸들이 일으켜주려던 몸이 다시 바닥에 쓰러지면서 한바탕 대성통곡까지 하는 태일. 옥희도 수영과 미영 두 딸도 아무래도 아버지가 많이 취하신것으로만 판단 아버지 몸 전체를 아예 들어서라도 강제로 방으로 데리고 가는 두 딸. 허나 태일의 넋두리는 그렇게 방으로 강제로 들려가면서도 계속되고 있다. 

 “ 채영아...이 불쌍하고 딱한 채영아...도대체 어느 하늘나라에 있니...아니면 어느 땅 

  속에 묻혀있니...우리 불쌍한 채영아... ” 

 “ 하, 참...이 양반이 근데...오늘따라 왜 그리 채영이는 찾고 그러우 ? 내 전화라도 

  한번 연결시켜 드리리까 ? 뭐 밤늦은 시간인데다 여하튼 가정부로 일하던 집 떠나 

  서 새 직장으로 옮긴다니 지금은 연락하기가 애매하긴 하지만... ” 

 바로 오늘이 채영이 김진동 사장의 집을 떠나 새로 일하게 된 점집으로 옮긴 날이긴 하지만 그 날짜까진 옥희가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한것인지, 그러나 어쨌든 지금 여러 가지로 바로 서울의 채영이에겐 전화연락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라 옥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해하고 수영과 미영은 아버지를 이불을 깔아주고 덮어드리며 거듭 태일을 진정시키려 한다. 

 “ 아빠...이제 그만하고 쉬어. 내일도 가게문 열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그러니 

  그만하고 쉬세요. ” 

 문구점은 여전히 운영하고 있는 태일이니 가게문 열기위해 일찍 나가야 하는 일상은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따라서 그 부분을 상기시키며 거듭 아버지를 진정시키려 하는 딸들. 헌데 오늘따라 어찌된것인지 아니면 술을 너무 많이 마신것인지 태일의 울부짖는 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 다 내 죄다...내가 X일X이야...채영아...채영아...부디 이 애비를 원망해라. 다 이  

  애비가 못난탓에 이리된거다. 이 애비가 X일X이다...그러니 저 세상에서도 이 애비 

  용서하면 안된다...아니 용서하지 마라...그래야 이 애비 마음도 조금은 놓일테니... 

 ”  

 “ 아니 근데 이 영감탱이가 보자보자하니까 정말 !!! 벌써 망령이 들기라도 했나 ? 

  왜 그래 자꾸 !!! 채영이 서울에서 곧 직장 옮긴다는데 왜 그러냐구 ? 내일인가 모   

  랜가 그 서울 김진동 사장댁 나와서 다른곳으로 옮긴다고 했는데... ” 

 “ 채영아...채영아...이 몹쓸 애비 때문에 다 이렇게 된거다...이 못난 애비 때문에 이 

  렇게 된거야. 미안하다 채영아...이 애비가 X일X이다...이 애비가 너한테 진짜 몹쓸 

  짓을 했어. 미안하다 채영아...우리 불쌍한 채영아...채영아...채영아...채영아...어흐 

  흐흐흐흐흑~~~!!! ” 

 “ 아니 진짜...안 그러던 양반이 오늘따라 왜 이래 ? 술을 그리 많이 마신 것 같지 

  도 않구만...아니면 나이 60에 벌써 망령이 된건지...진짜 이해가 안가네... ”  

 


 한편 김진동 사장네는 채영이 떠난뒤 약 한달여후에 새로운 파출부를 하나 구했다. - 물론 그 사이 해가 바뀌어 새해가 되었다. - 그리고 이번엔 집에서 함께 기거하며 생활하는 가정부나 식모가 아닌 출퇴근을 하는 파출부다. 나이는 40이 넘은 아주머니였고 오전 9시쯤 출근을 해서 승주가 외부일을 보고 돌아오는 오후 5-6시경에 퇴근하게 되는 그런 패턴으로 일을 하기로 하고 계약을 맺은 파출부였는데, 이번엔 나이많은 아주머니라서 아이들에겐 ‘이모’라고 부르도록 했다. 물론 경태나 경수라면 모를까 경옥이는 파출부 아줌마한테 절대 ‘이모’라고 부를 아이는 아니다. 그러나 젊은 여성이었던 채영에 비해 나이많은 아줌마인 이번 파출부는 경옥에게도 좀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졌는지 채영이때처럼 버릇없고 무례하게 구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인지 파출부 아줌마는 승주로부터 ‘막내가 너무 버릇없어 걱정이니 좀 이해해달라. 그리고 경옥이가 정 문제가 많으면 어려워말고 즉시 자신한테 이야기해달라’는 당부와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생각보다 그렇게 말썽은 부리지 않고 오히려 말수는 별로 없는 그런 여자애구나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공교롭게도 아이들 겨울방학 기간에 진동네는 파출부든 가정부든 공백이었던 상태였는데 그러다 아이들 겨울방학 끝날때쯤 들어온 새 파출부 아줌마. 그리고 다음달인 3월에는 첫째 경태는 고3 수험생이 되고 경수는 중학교 3학년이 된다. 바로 그런 새학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을 무렵. 그러니 어느덧 새 파출부 아주머니가 진동의 집에서 일하게 된지도 한 2-3주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인데 하루는 이상한 전화가 집으로 걸려왔다. 

 “ 혹시 김진동 사장님 댁입니까 ? ” 

 “ 예, 그렇습니다만... ” 

 “ 실은...여기 OO 경찰서입니다. ” 

 “ 예 ? ” 

 경찰서라는 전화에 좀 놀라기도 한 파출부 아줌마. 그게 대략 오후 4시쯤의 일인데 보통 오후 5-6시쯤 귀가하는 승주는 그런 전화가 걸려온지 한시간여쯤 뒤에 집으로 들어왔고 그런 승주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아주머니는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 실은 이상한 전화가 하나 걸려왔어요. 경찰이라면서... ” 

 “ 무슨이야기에요 그게 ? ” 

 “ 무슨...잃어버린 부모를 찾는 여자가 있다고 하네요. 나이는 한 20대 중반정도라고 

  하고... ” 

 “ 예에 ??? 뭐라구요 ??? ” 

 애초에 진동과 승주는 잃어버린 딸이 하나 더 있는 문제가 워낙 상처가 컸기 때문에 그후 승주는 고향인 논산에조차 내려가려 하지 않아 아이들에겐 ‘외가가 없거나’ 엄마도 아버지처럼 서울 토박인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살았고 다만 채영이의 경우엔 워낙 진동내외와 각별한 사이였기에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진동 내외에게 잃어버린 딸이 하나 있음을 알게된 것이다. 따라서 이때까지만 해도 장남 경태만 얼핏 부모님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엿들은적이 몇 번 있어 자신의 위로 ‘잃어버린 누나’가 하나 더 있음을 눈치채기 시작한것이고 경태와 경옥은 아직까지도 그런 사실 자체를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진동과 승주는 새 파출부 아주머니한테는 그런 이야기 자체를 할 필요를 못 느껴 아직까진 말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파출부 아줌마 입장에선 경찰에서 잃어버린 부모를 찾는 여자가 있다 어쩌구 하는 전화가 걸려왔으니 ‘잘못걸린 전화’ 정도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다. 그래도 좀 이상하긴 해서 의아한 마음에 귀가한 승주에게 말을 전한것인데 ‘잃어버린 부모를 찾는 딸’이라는 말에 이미 승주는 평정심을 잃고 있었다. 

 “ 자세하게 좀 말해봐요. 대체 어느 경찰서인데...그리고 뭐라고 하던가요 경찰이 ?  

 ”  

 “ 그...경찰서는 OO 경찰서라고 했으니 이 동네 경찰서인 것 같은데...여하튼 어릴 

  때 논산 과수원에서 엄마를 잃어버렸고 아빠가 강남에서 사장으로 있을것이라고  

  그랬다는데요... ” 

 “ 경숙아 !!! ” 

 사실 조금만 침착하게 읽어보면 이미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임을 알 것이다. 진동과 승주 내외가 그것도 승주의 고향 과수원에서 큰딸 경숙이 세 살무렵에 딸을 잃은 것은 맞지만 그때 경숙은 걸음마도 떼기 전인 그런 어린아이다. 따라서 그런 경숙이 자신에게 헤어진 부모가 있음까지 인지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부모의 현재 거주지나 직업에 대해선 전혀 알수가 없다. 게다가 진동 내외가 지금 사는 강남 40평짜리 아파트에 이사와서 산지는 얼마 되지도 않는다. 대략 강남 개발이 막 시작될 무렵인 70년대 후반에 그전까지 타 지역에서 살다 새로 생긴 강남의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온걸로 봐야하는데 진동내외가 경숙을 잃어버린 것은 그녀가 세 살때인 이미 23년전의 일. 진동내외가 강남으로 이사를 온 70년대 후반 기준으로도 이미 약 15년전 일이다. 그런데 하물며 그렇게 어린나이에 부모를 잃어 지금까진 어디사는지도 모르고 연락조차 할 방법이 없었을 경숙이가 부모님이 강남에 살고 기업체 사장님이란 것을 어찌 안단말인가. 그래서일까. 승주는 앞뒤 재볼 것도 없이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진동도 바로 퇴근을 해 일찍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진동은 승주를 진정부터 시키려 했다. 

 “ 여보, 여보 일단 진정해봐. 아닐수도 있잖아. 생각해봐. 우리가 경숙이를 잃어버린 

  건 경숙이가 세 살때야. 게다가 그땐 우린 이 동네 살지도 않던 시절이고... ” 

 “ 여보, 우리 경숙이가 맞아요. 논산 과수원에서 엄마를 잃었다잖아요 !!! ” 

 “ 휴우...그 시절 농촌에 그만한 과수원 없는 지역이 얼마나 있었겠어 ? 게다가 그렇 

  게 어린 시절에 부모를 잃은 사람이라면 잃어버린 지역 자체를 잘못 기억할수도 있 

  는거고... ” 

 일단 진동은 기대보다 실망이 클까봐 어쨌든 평정심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승주가 워낙 성화를 해서 일단 전화가 왔다는 경찰서로 찾아가볼 수밖에 없었다. 일단 경찰서로 찾아가서 경위설명을 들어보니 대략 이와같았다. 한 며칠전부터 OO 경찰서를 찾아와 ‘잃어버린 부모를 찾고싶다’고 애원하는 20대 중반 정도의 여성이 있었다고 했다. 하도 성화고 게다가 오갈데도 없는 몸이라서 경찰서에서 임시로 그녀를 보호하고 있으면서 그녀가 말해준 단서대로만 정황이 비슷한 강남일대 집집마다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같은 상황이 벌어진것이라고나 할까. ‘논산 과수원에서 어릴 때 부모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는 젊은 여성이 아버지가 ‘강남에 사는 김사장’일것이라고 말해 일단 성이 김씨고 직업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체 사장인 사람을 몽땅 뒤져서 일일이 연락을 취해보는 상황이었고, 그 과정에서 김진동 사장의 집까지 전화를 해본것이라고 했다. 일단 지금까지 전화를 해본 ‘강남의 김사장’중 ‘잃어버린 딸’이 있거나 정황이 비슷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확인을 위해 찾아온 경우는 김진동 내외가 사실상 처음이라는게 경찰측의 말이었다. 

 “ 일단 직접 만나서 확인을 해 보시죠. ” 

 일단 임시로 경찰들 숙직실에서 보호를 하고 있었다는 20대 여성을 데리고 나온 여경들. 여인은 그 사이 목욕이라도 했는지 일단 몸은 깔끔했지만 옷은 꾀죄죄했다. 바짝마른 체구에 작은 키가 그간 고생이 엄청 많았음을 대번에 말해주고 있고 승주가 일단 떨리는 목소리로 첫 질문을 했다. 

 “ 이름이 뭐니 ? ” 

 “ 임지은...아...아니 이건 지금 쓰는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몰라요. ” 

 “ 그래, 지금 이름은 친부모님과 헤어진 뒤에 쓰게된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모른다 

  그 이야기인거지 ? 헌데 대체 어디서 몇 살때 부모님을 잃어버린건데... ” 

 “ 어릴 때 엄마랑 과수원에 놀러갔던거 기억나요. 논산 과수원이라면서...그때가 세 

  살때였는지...네살때였는지...어쨌든 엄마랑 논산 과수원에... ” 

 “ 맞아...논산 과수원이면...틀림없이 우리 경숙이가 맞아... ” 

 허나 그것만으로 단정적으로 결론내릴수는 없는 일. 다른 단서를 더 확인해보기 위해 승주는 그녀를 보호하고 있었다는 경찰에게 한가지 요구를 했다. 

 “ 죄송하지만 이 아이 등을 좀 볼수 있을까요 ? ” 

 등을 확인해보기 옷이라도 잠시 벗게 해달라는 말인 셈인데 아마 어떤 특징같은 것을 찾기 위함인가보다 생각해서인지 여경이 미리 실망하지 않게하기 위해 설명을 덧붙여준다. 

 “ 실은 저희가...처음 이 아가씨가 저희를 찾아왔을 때 옷이며 몸 전체가 너무 지저 

  분해서 저희 여경들이 인근 목욕탕에라도 데리고 가서 목욕을 좀 시켜주었습니다.  

 ”   

 “ 근데 죄송하지만...등엔 무슨 딱히 점같은거나 상처나 흉터자국 같은게 하나도 없 

  더라구요. 저도 이런 경우는 좀 뜻밖이고 신기해서 저희들끼리 ‘어머, 아가씨는 어 

  떻게 등에 점도 하나 없어요. 뭐 흉터나 상처자국 같은 것은 없을수도 있지만...그 

  래도 몸에 점 하나쯤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텐데... ” 

 “ 맞아요 !!! 그럼 우리 경숙이가 맞아요. 우리 경숙이가 바로 그랬어요. 등에 점하나 

  없이 새하얗고 민숭민숭한 그런 등...그게 바로 우리 경숙이 등이에요. 등에 점하나 

  없고 흉터나 상처자국 없으면 우리 경숙이가 맞아요. 아이고오 경숙아아~~~!!! 어디 

  갔다 이제왔니 우리 경숙아. 엄마,아빠가 널 그동안 얼마나 찾아다녔는데...심지어  

  니 아빠는...KBS 이산가족찾기 방송에까지 나가서 널 찾겠다며 그 난리까치 쳤었는 

  데...바로 3년전 이산가족 찾기때 말이다. 6.25때 헤어진 가족 찾아준다는 방송에  

  전쟁 끝나고 10년이나 지나서 잃어버린 세 살난 딸을...그걸 찾겠다고 KBS 이산가 

  족 찾기에 신청까지 하려했어. 그만큼 애타게 그동안 널 찾아다녔던거야. 아이고오 

  우리 경숙아 !!! 아이구 경숙아 !!! 어디갔다 이제왔니 !!! 경숙아 !!! 경숙아 !!! 경숙 

  아아~~~!!! ”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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