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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가수 팬픽 - 보아 (9.마지막회) 솔로가수 팬픽



 

                                       평행우주 이야기 – 6. 타이타닉 

 


 도슨 집안에선 가족회의가 열렸다. 현재까지 도슨이 남긴 일기장의 내용에 대해 알고있는이는 문제의 일기장을 처음 발견한 도슨에게는 손녀가 되는 장남 레위의 딸 효민 그리고 그녀가 이야기를 해줘서 알게된 아홉째 레게드와 열째 레전드. 그리고 레게드와 레전드의 자녀들 정도다. 효민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다른 고모들이나 삼촌들의 자녀 즉 사촌들에게 연락을 취해 가급적 참석을 해줬으면 하는 당부를 했고, 현재 병석에 있는 레리사 고모도 가급적 참석을 해줬으면 한다는 연락을 취해드렸다. 허나 레리사의 경우엔 상태가 너무 안 좋아 효민의 집까지 지금 가긴 무리라 하는수없이 레리사의 큰딸 아카시아가 대신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레리사가 이미 86세니 그 딸도 이미 60을 넘긴 여자다. 

 모두 35명이나 되는 도슨의 손자,손녀들중 약 절반정도 그리고 도슨의 10남매중 현재 병석에 있는 레리사를 제외하고 아직까지 생존해있는 레게드와 레전드까지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도슨 손자,손녀의 자녀들중에도 참석할만이는 한둘 참석해 대충 계산을 해봐도명 50 안팎은 되는 이들이 효민의 집에 모인 것이다. 원래는 도슨-로즈 부부가 살던 집이고 이후엔 장남 레위가 살아왔으며 지금은 레위의 딸 효민이 지키고 있는 바로 그 집에. 

 모일만한 가족,친지들이 다 모이자 그 자리에서 효민은 도슨의 일기장을 공개함과 동시에 그 내용도 함께 들려주었다. 물론 ‘칼을 조문하라’고 했던 도슨의 장남 레위의 유언도 함께. 효민의 다른 사촌들은 물론 5촌조카뻘이 되는 자녀들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서인지 적잖이 충격을 받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한참동안 무거운 침묵이 흐르다 정적을 깬 것은 도슨의 셋째 레나(딸)의 아들 루드남이었다. 나이는 효민과 거의 비슷한 70대 초반의 남자다. 

 “ 그럼 지금 현재 그 칼이란 분 가족이나 이런분들의 행방은 알길이 없는건가요 ? 

 ” 

 “ 알길은 없다고 봐야지. 아니 그보단... ” 

 가만생각해보니 ‘칼의 가족’ 운운하는 부분은 좀 어폐가 있어서일까. 효민은 물론 방금 그렇게 물은 루드남도 좀 어이가 없었는지 바로 피식하고 실소를 터트렸다. 

 “ 일단 칼 그분은 자손이 없는걸로 봐야지. 원래 우리 할머니가 칼과 결혼할 예정 

  이었는데 우리 할머니,할아버지를 살려드리고 칼 그분은 미혼인 상태로 돌아가신 

  거니까... ” 

 생각해보니 그렇다. 칼은 일단 자손이 없는 상태고, 만약 타이타닉에서 칼이 살아나 그대로 남프라이즈에서 예정대로 로즈와 결혼식을 올렸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도슨의 자손들은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는것이고 다른 존재들이 로즈와 칼의 사이에서 태어났을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소름이 오싹 끼치는 일이라서인지 대개 최소한 나이 50을 넘긴 도슨의 손자,손녀뻘 되는 이들이건만 순간 얼굴에 어떤 공포감마저 서리는 것 같다. 일단 또다른 효민의 사촌 한명이 다시 이와같이 물었다. 

 “ 칼 그분은 그렇게 돌아가셨다 하더라도 칼의 다른 친척이나 이런분들은 있었을 

  것 아닙니까. ” 

 “ 칼이란 분한테 다른 형제나 자매 혹은 다른 친척이 있다는 이야긴 못들어보신건 

  가요 삼촌 ? ” 

 효민보다는 아무래도 삼촌인 레게드나 레전드가 어느정도는 그 부분에 대해 알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몇 사촌들이 그와같이 물었고 허나 레게드가 한숨을 쉬며 손을 내저은뒤 답한다. 

 “ 우리도 이번에 처음으로 일기장 내용을 본것인데...하물며 칼에게 다른 형제나 친 

  척이 있었을지 그걸 어찌 아는가. 심지어 형님도 돌아가시기전까지 단 한번도 그 

  일기장에 대해 언급한적이 없으신 것을. ” 

 일단 칼은 타이타닉에 탔을 때 밝혔던것처럼 ‘부잣집 외동아들’. 다른 형제는 없는 독자였던 것으로 봐야한다. 허나 칼 자신은 독자더라도 칼 아버지에게 형제가 있어 사촌이라도 있을 가능성은 있는 것 아닌가. 허나 그런 부분까진 도슨은 물론 로즈도 정보가 거의 없었을 것이다. - 100년전 패리스 대륙 지성체들도 사촌 이상까지 교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 -  

 따라서 칼 자신은 물론 칼에게 설사 다른 친척이 있다 하더라도 그 자손들의 행방을 찾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다들 난감해하는 분위기가 되고. 그러다 사촌중에서도 가장 막내가 되는 몰몬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 일단 타이타닉 희생자들은 당시 사고해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OO섬에 추모 

  공원이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 어쩌면 칼 그분의 이름이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 

 타이타닉 영화를 기획중이라는 감독과 교류하고 있는 몰몬이라서인지 그 부분에 대한 정보가 어느정도 있는 모양이다. 실제 타이타닉이 침몰했던 해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OO섬에 현재는 타이타닉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원이 만들어져있고 관심이 있는 관광객들이 지금도 종종 그곳을 찾곤 한다. 다만 그곳이 위험한 해역인 것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 관광과 추모를 위해 찾는 손님들을 위한 중형 규모의 배가 하루 두세차례 정도 운항하고 있고, 일반적인 여객선이나 유람선은 지금도 그 해역을 통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일단 저희가 언제한번 날을 잡아 그 추모공원을 찾아가보는 일까진 그리 어렵진  

  않겠네요. ” 

 바로 이웃나라인 로프르스의 태즈라항에서 배를타고 하루정도 가면 도착하게 되는 타이나닉이 침몰한 해역 인근에 있는 섬. 그리고 도슨의 자손들이 살고있는곳이 이웃나라인 에르크니 시간과 비용을 조금만 투자한다면 그곳을 한번 찾아가보는것까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실제 도슨의 자손들은 현재 에르크에도 살고 있지만 로프르스등 이웃나라에서 살고 있는이들도 더러 있다. 현재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다른 도슨의 손자,손녀들은 대개 바로 그런 이웃나라에 살고 있어서 효민의 연락을 받고도 회의에 참석을 하러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면 된다. 잠시후 이번엔 또다른 효민의 사촌 하나가 이와같이 묻는다. 

 “ 헌데 지금 대체 저희가 칼 그분을 기리는 무엇을 더 할수 있을까요 ? 이야기를 들 

  어보니 칼이란분의 자손이나 친척이 있는것도 아니고 – 또 있다고 해도 그분들을 

  우리가 만난다고 해도 되려 어색한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그 생각도 드네요. 그럼  

  뭐...한 1년에 한번씩이라도 우리들중 한두명씩 돌아가며 추모공원을 찾아가 칼 어 

  르신의 넋을 기리는 것 그것 외에 뭐 더 할수있는일은 없는 것 아닙니까. ” 

 어쨌거나 따지고보면 칼의 희생 덕분에 이 세상에 존재할수 있었던 도슨의 자손들인 셈인지라 막상 이와같은 사연을 접하고 보니 그저 만감이 교차할 따름이다. 특히 도슨의 아홉째 레게드와 열째 레전드는 더더욱 무겁고 어두운 얼굴이 되어 쉽게 무슨말을 더 잇지 못하고 있다. 한참만에 레게드가 입을 연다. 

 “ 언제한번 날을 잡아 우리끼리 타이타닉 추모공원을 한번 찾아가보기로 하세. 다  

  함께 가기는 아무래도 무리고 각 형제의 자녀들별로 한두명씩 대표를 선정해서라도 

 ” 

 그렇게 도슨의 열명의 자녀들이 남긴 35명의 손자,손녀들. 경우에 따라선 증손자들까지 포함 그중 도슨 10형제 집안의 각자 집안에서 한두명 정도 대표를 정해 하루 날잡아 타이타닉 추모공원을 찾아가 칼의 이름을 희생자 명단에서 찾아 간단한 위령제라도 지내드리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그날의 회의는 막을 내렸다. 어떻게 보면 자신들이 이 세상에 존재할수 있게한 그 원인이자 뿌리를 알게된 회의인지라 대체로 무거운 분위기속에 회의는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두달쯤 후에 타이타닉 추모공원을 찾아가보기로 한 일종의 ‘추모단’이 꾸려졌다. 도슨의 장남 레위의 딸 효민과 그녀의 아들(40대 후반), 둘째 레온(딸)의 딸(70대)과 손녀(40대) 셋째 레나(딸)의 맏손녀, 넷째(아들) 레옹의 아들(60대)과 손자며느리(30대), 다섯째 레게의 손자 세명(30대), 여섯째 레테르의 막내아들(60대), 일곱째 레리사의 딸과 그녀의 두 딸(30대), 여덟째 레지나의 손자(30대), 아홉째 레게드의 손자며느리와 손녀사위 그리고 바로 막내 레전드의 아들 몰몬까지 총 18명의 ‘칼 추모단’이 꾸려진 것이다.  

 에르크의 이웃나라 로프르스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레온의 손녀(40대)의 안내를 받아 18명의 추모단은 태즈라항으로 향했고 태즈라항에서 배를 타고 만 하루가 걸려 ‘타이타닉 추모공원’이 만들어져있는 OO섬으로 향했다. 추모공원이 만들어진 것은 침몰사고가 있은지 대략 20-3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때의 일로 그때 타이타닉 사고의 희생자를 기리고 다시는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성하는 계기를 삼기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추모공원 한쪽에는 타이타닉 사고로 사망이 확인되었거나 실종된 이들의 명단과 함께 각 희생자별로 작은 돌판에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사망직전까지 거주하던곳이나 직업등이 간략하게 적혀있었다. 이런 간단한 신상은 탑승자 명단에 대개는 적혀있는것이라 그것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추모공원 관계자의 전언에 의하면 공원이 만들어지고 한동안은 희생자의 가족이나 자손들이 다녀가는 경우가 꽤 많았다고 한다. 특히 3등칸 승객의 상당수는 남프라이즈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러 떠나는 젊은이들이었기 때문에 비록 미혼의 희생자였을지라도 그들의 형제,자매가 남아있는 경우가 꽤 있어 한동안은 바로 그런 희생자 유족들의 목놓아 우는 소리 그리고 자기네들끼리 간단히 추도의식을 갖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허나 그런 유족들이 찾는 발길은 타이타닉 사고가 있은지 한 50년쯤 지나서는 점차 줄어들고 찾는 유족들의 나이도 점차 고령이 되어가더니 대략 사고 70-80주년이 지난 무렵부터는 더 이상 희생자의 유가족이나 자손이 찾는 경우는 거의없고 그저 ‘타이타닉 침몰사고’ 그 자체와 그 희생자 추모공원을 관심으로 돌아보고 싶어하는 관광객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바로 그런 희생자 명단이 적혀있는 돌판을 쭉 찾아보던 ‘칼 추모단’은 한참만에 칼의 이름이 적힌 작은 돌판을 찾을수가 있었다. 칼이 도슨이나 로즈보다는 열 살위인 29세라고 했으니 생년월일을 확인해보니 바로 맞아 떨어졌다. 

 “ 그러니까...바로 이분이 칼이군요. ” 

 그가 도슨과 로즈에게 자리를 양보하여 따지고보면 지금 이들이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게 만들어준 존재. 그걸 생각해보니 도슨의 자손들로 구성된 ‘칼 추모단’의 심정은 새삼 남다른 감회에 젖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숙연해지고 한편으로는 오싹 소름이 끼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도슨의 손자,증손자뻘 되는 이들까진 그렇더라도 그 와중에 사위나 며느리 자격으로 참석한 이들은 ‘만약 그때 운명이 바뀌었다면 지금쯤 내 배우자가 다른이일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했다. 

 다들 할말을 잃고 있었다. 지금 그네들이 무슨 할말이 있을수 있을까. 여하튼 타이타닉 안에서 뜻밖에 정분이 난 로즈와 도슨.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배신한 로즈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지만 되려 이런 로즈와 남프라이즈까지 가서 결혼해 산다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것일까. 자신이 배에 남기로 하고 도슨을 자신의 사촌동생이라 신분을 속여 구명보트에 태워준 칼. 그리고 침몰하는 배와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칼은 그때 과연 어떤 심정이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다들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묵묵히 돌판을 내려다보거나 어루만지면서 제각기 수십수백 어쩌면 수만가지도 넘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련지도 모른다. 

 추모공원이 있는 섬에서 태즈라항까지는 하루 세차례 정도 배가 운항되며 소요시간은 24시간 가까이가 걸린다. 그러니 올때도 하루가 걸렸고 여기서 간단한 추모의식을 갖고 몇시간 머물다가 배를 탄다고 해도 다음날이 되어야 태즈라에 도착할수 있는 셈. 사실상 이렇게 2박3일의 여행이 되는 셈이다. 다만 요즘은 로프르스에서 에르크까지 한시간이면 도착하는 비행기가 오가고 있어 태즈라항을 나와 에르크로 돌아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허나 여하튼 돌아가는 길에는 다시 배를타고 하루를 가야하는 셈. 지금도 그런 대형 선박사고가 날까 싶지만은 여하튼 그런 추모의식까지 치르고 돌아가는 길이라 칼 추모단의 심정은 그저 여러 가지로 복잡하기만 하다. 레전드의 아들 몰몬은 돌아가는 배편에서 잠이 쉽게 오지 않는지 갑판에 혼자 나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뭐해 ? ” 

 효민도 잠이 오지 않아서일까. 갑판에 잠시 나와보았다가 사촌동생 몰몬을 보고 의아해서 다가왔다. 효민도 심경이 복잡하긴 마찬가지였지만 몰몬의 뭔가 울적해 보이는 표정을 보고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왜 ? 서운해 ? ” 

 “ 서운하긴요... ” 

 “ 타이타닉 영화제작 못하게 돼서 서운하냐구. ” 

 “ 아니에요 무슨. 그리고 영화제작은 어차피 그 감독이 하는거지 제가 하는게 아니 

  잖아요. ” 

 그런식으로 말하고 있는 몰몬. 그리고 밤하늘을 잠시 바라보다 효민에게 말을 건넨다. 

 “ 누님... ” 

 “ 왜 ? ” 

 스물두살이나 차이나는 사촌이라서인지 이미 나이 50에 접어든 몰몬이지만 효민의 눈엔 여전히 어린시절 어울리던 응석받이 막내처럼 보이는것인지. 살짝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고 귀여워 보이기도 하는 듯 몰몬을 바라보고 있고 그런 효민을 바라보며 몰몬의 말이 이어진다. 

 “ 다만...지성체의 삶과 운명이 어떤걸까...그걸 생각해봤어요. ” 

 “ ...... ” 

 “ 어쨌든 우린 그런 기묘한 인연으로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만나셨고...또 그런 

  두분을 구명보트에 탈수 있도록 양보해주신 그 칼이란분 덕분에 이 세상에 태어나 

  고 살아있게 된거잖아요. ” 

 “ 그건 그렇지... ” 

 그 생각만 하면 효민이든 몰몬이든 아니 다른 로즈나 도슨의 자손들도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여하튼 심경이 복잡해 오는 듯 효민도 잠시 탄식을 내뱉는다. 몰몬이 다시 효민에게 말을 건넨다. 

 “ 누님...그럼...만약에...만약에 말이죠... ” 

 “ ??? ” 

 “ 그때 그렇게 칼 그분이 양보하지 않고 되려 자신이 한사코 구명보트에 타고 로즈 

  할머니와 결혼했다면 그 뒤엔 어떻게 되는건가요 ? ” 

 “ 어떻게 되긴...우린 그렇게 되면 이 세상에 없는거고 대신 그 칼이란분과 로즈 할 

  머니 사이에서 자손들이 태어나 그네들이 이 행성에서 살아가고 있겠지... ” 

 “ ...... ” 

 “ 그리고 또 한편으론 칼 그분도 설사 살아났다고 하더라도 로즈 할머니가 아닌 다 

  른분과 결혼했을수도 있어. 여하튼 그 배안에서 그런 난리가 벌어졌는데...그래서  

  칼 그분도 로즈 할머니를 여간 탐탁찮게 여겼던 것 같은데 그런 상황에서 결혼인 

  들 정상적으로 할 수가 있었겠어 ? 그러니 칼 그분이 살아서 남프라이즈에 왔다 

  면 로즈할머니가 아닌 다른분과 결혼해서 그 사이에 자손을 보았을수도 있는거고 

  ... ” 

 “ 여하튼 참 지성체의 운명이란건 알다가도 모르는거네요. 어쩌면 우리가 이 세상 

  에 존재하는 그 이치까지두요. ” 

 “ 칫~~~!!! ” 

 스물두살 어린 막내사촌이 무슨 철학자나 지성체의 운명론이라도 논하는 그런 존재가 갑자기 된것같은 기분이 들어 효민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고, 몰몬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누님... ” 

 “ 왜 또 ? ” 

 “ 외계 지성체가 있을까요 ? ” 

 “ 그건 또 뜬금없이 무슨소리야 ? 외계가 뭐 어쨌다구 ? ” 

 “ 저 머나먼 우주 어떤 다른 행성에도...우리 두리행성에 사는 이들처럼 살아가는 그 

  런이들이 혹시 있겠느냐 그런말이죠. 그래서 그 행성에도 우리처럼 이렇게 아웅다 

  웅 살아가기도 하고 이런저런 인연이 맺어지기도 하고...또 어쩌면... ” 

 “ ...... ” 

 “ 타이타닉 침몰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 많은 이들이 죽거나 참변을 당하는 

  그런일이 일어날수도 있지 않느냐는... ” 

 너무 황당하고 해괴한 소리라서일까. 효민은 철없는 사춘기 동생이라도 나무라듯 공연히 한 대 쥐어박으며 한마디 한다. 

 “ 쓸데없는 소리말고 들어가서 잠이나 자. 아니면 내 술이라도 한병 사다주랴 ? 잠 

  이라도 청할수 있게 ? ” 

 “ 아니에요. 배안에서 무슨 술이에요. 전 그냥 여기서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나 실 

  컷 바라보다 들어갈께요. ” 

 


 얼마후 몰몬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그리고 타이타닉 영화 제작을 기획중이라던 감독의 사무실로 찾아가보았다. 헌데 잔뜩이나 기대했던 타이타닉 탑승 생존자였다는 도슨의 일기장을 구해보는게 난항에 부딪혀서일까. 감독은 일 자체를 포기한 듯 대낮부터 술만 마시고 있었다. 

 “ 이봐요 감독...감독...정신좀 차려봐요. ” 

 “ 응...어어...몰몬 형님. ” 

 그래도 아주 많이 취하지는 않았는지 대충 몰몬을 알아보는 분위기속에 말을 건네는 감독. 몰몬이 걱정되는 듯 말을 건넨다. 

 “ 아니 뭐...이젠 영화감독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기로 한거야 ? 대낮부터 이렇게 술 

  만 마시면 어떻게 해 ? ” 

 “ 끄윽...20년 넘게 감독 했으면 할만큼 한거죠 뭐. 그리고 나도 이제 슬슬 후배들 

  에게 밀려나는 나인데... ” 

 냉수라도 한잔 마시고는 좀 정신을 차리는듯한 감독의 모습. 몰몬과의 대화가 잠시 이어진다. 

 “ 몰몬형...전 이전에도 누차 이야기했지만... ” 

 “ ...... ” 

 “ 만약 타이타닉 침몰사고를 제 손으로 직접 제작하게 된다면...전 한번 그 시절 신 

  분사회의 모순을 본격적으로 다루어보고 싶다...그 생각을 했던거에요. 1등칸 승객 

  중 어린아이는 대다수 살아났지만 3등칸 남자 성인 승객은 90% 이상 사망한...그 

  모순적인 구조...허나 그러면서도 최소한 ‘여성과 어린이는 먼저 구명보트에 태운다 

  ’는 정도의 의식과 가치관이 있던...그 시절 우리 두리행성 지성체들의 의식과 가치 

  관은 어떤것이었는지...패리스 대륙인들의 사고방식은 어떤것이었는지...그리고 바로 

  그런 소재를 다룰만한 적합한 스토리를 갖춘 사연을 찾아 헤맸던겁니다. 지난 한  

  몇 년동안요... ” 

 “ 그래 자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네. ” 

 이런 이야기를 몰몬은 감독으로부터 충분히 들어봐서일까. 이해한다며 그를 위로하기도 하고 감독은 감독대로 여전히 남아있는 미련은 풀고 넘어가야겠기에 다시금 이와같이 묻는다. 

 “ 몰몬형...근데...그 몰몬형 조부님이 남기셨다는 그 일기장은...타이타닉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겁니까 ? ”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하나. 몰몬이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쥬스라도 한잔 더 마시며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차츰 술이 깨는 감독의 모습을 보며 몰몬이 천천히 입을 연다. 

 “ 일단 자네가 그 일기장이 타이타닉과 아무 관련이 없냐고 묻는다면 난 시인도 부 

  인도 하지 않겠네. ”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죠 ? ” 

 최소한 평상시 어느정도 신뢰관계를 갖춘 친분이 있는 감독이라서일까. 그에게 ‘거짓대답’은 하고 싶지 않은 그게 몰몬의 마음인 듯. 그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하지만 자네야 영화감독으로서 세상에 존재하는 이런저런 이야가며 사연을 취재도 

  하고 자료조사도 하고 그러고 싶은 자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 

 “ ...... ” 

 “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힌 개개인의 입장에선 세상에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그런 

  사연도 있는게야. ” 

 그 정도는 전혀 이해 못하는 감독은 아니라서인지 조금 수긍하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몰몬의 말은 좀 더 이어지고 있다. 

 “ 거듭 말하지만 내 조부님이 남기신 일기장 내용에 대해 자네가 묻는다면, 타이타 

  닉의 관련성에 대해서 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네. 다만... ” 

 “ ??? ” 

 “ 거기엔 우리 집안의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비밀. 우리 집안끼리만 알고 

  영원히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은 비밀...그런것들이 담겨있다네. 무슨말인지 알겠나 

  ? ” 

 “ ...... ” 

 “ 한마디로 우리집안 가족 구성원 그 누구도 그 일기속의 내용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을 아무도 원치 않는다 그런 이야길세. ” 

 사실 일전에 ‘칼 추모단’을 꾸리기로 한 가족회의때 타이타닉 영화를 제작한다며 찾아왔다는 감독의 이야기도 잠시 거론이 되기도 했다. 허나 자신들의 조부,조모인 도슨과 로즈의 사연이 세상에 공개되는것에 대해선 가족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체로 반응이 이와같았다. 

 “ 글쎄요 전...어쨌든 이런 사연이 세상에 알려진다는 것 별로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할아버지,할머니의 그리 적절치 못했던 과거가 알려지는 셈이기도 한데...그냥 

  칼과 저희 할아버지,할머니의 인연은 저희집안끼리만 아는걸로 하죠. ” 

 “ 제 생각도 그래요. 이런 이야기 세상에 공개되어봐야 괜히 불편해질 것 같아요.  

  게다가 행여 이런게 자칫 드라마나 영화같은 것으로 제작되어 세상이 우리 집안에 

  쏠리는 시선이나 그런것들 저도 별로에요... ” 

 그래서 적어도 일기장의 내용은 드라마나 영화 제작이든 그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를 보았고 다만 ‘칼’에 대해서만은 가족 구성원들끼리 1년에 한두차례 정도 한 몇몇이 조를 짜서 돌아가는 방식으로라도 자신들끼리의 방식으로 (가령 추모공원을 찾는다던가) 추모하기로 하고 일기장의 내용은 영원히 무덤속에 가두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래서 도슨의 일기장은 다시 비밀금고에 넣어진채 효민이 아들과 손자,손녀들의 도움을 받아 최근 집 근처 땅속 아주 깊은곳에 파묻어버렸다. 

 “ 미안하네 자네에게 도움을 못 줘서... ” 

 “ 괜찮습니다. 전 뭐 그러면...제가 바라는 이야기에 적합한 스토리를 써줄 그런 유 

  능한 시나리오 작가나 찾아 나서봐야겠네요. 문제의 일기장을 제가 직접 볼수는  

  없게되어 아쉽지만...뭐 꼭 그걸 봐야만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 

 “ 고맙네... ” 

 자신과 자신 집안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감독에게 몰몬은 한없는 고마움과 신뢰를 느끼며 그쯤에서 돌아갔다. 

 그로부터 얼마후 그런 이야기와는 별개로 감독의 ‘타이타닉 침몰사고’를 다루는 영화 제작준비는 계속 진행이 되고 있는것인지 감독의 사무실에서 별도의 여배우 오디션이 열렸다. 한마디로 타이타닉 영화에 출연할만한 여자 주인공을 물색하는 그런 오디션이었다. 오디션이 열리고 한 사흘째쯤 되는날. 배우 지망생급은 아니고 단역으로 이미 몇몇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한바 있는 20대 초반 정도의 젊은 무명 연기자가 찾아왔다. 감독은 그녀에게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스토리를 대충 설명한다. 

 “ 영화 제작의 취지는 충분히 설명을 했고...그래서 여자주인공을 3등칸에 탑승하게 

  되는 당시 패리스 대륙의 아주 비천한 신분이었던 젊은 여성으로 설정을 했습니 

  다. 패리스 대륙에서 비천한 신분으로 갖은 고생을 하던 주인공. 그런 그녀가 우 

  연한 기회에 얻게된 돈으로 타이타닉을 타게 되는거죠.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한 귀족집 자제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거에요. ” 

 “ 하지만 그럼 그건... ” 

 여배우는 뭔가 못마땅한게 있는 듯 감독의 말을 끊으며 나왔다. 

 “ 결국 진부한 재벌2세와의 사랑타령 놀음이 되는거잖아요. ” 

 “ 이것봐요. 이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타이타닉 침몰사고가 있었던 101년전 그 

  때까지도 패리스 대륙에 존재했던 그와같은 신분사회의 모순점을 고발하고자 만 

  드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설정을 하는거구요. ” 

 “ 어쨌든 가난하고 힘들게 살던 여자가 재벌2세와 만나 사랑을 나누는 그런 진부 

  한 스토리가 되는건 마찬가지잖아요. ” 

 사실 일개 무명배우가 경력 20년이 넘는 영화감독에게 함부로 당차게 이런말을 할 처지는 못될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당차보이는 배우는 적극적으로 자기주장을 한다. 

 “ 차라리 그보단 이런 설정은 어때요 ? ” 

 “ 어떤 ? ” 

 다른 무슨 대안이라도 있나싶은 생각에 감독이 배우에게 물었고 여배우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다. 

 “ 여주인공은 패리스 대륙에서 아주 비천한 고아출신의 하녀에요. 헌데 이 하녀가 

  자신이 모시는 집주인한테 겁탈을 당할뻔하는거죠. 하녀는 자신을 겁탈하려하는 귀 

  족을 살해하고 수배당하는 처지가 되는데 도망치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어떤 배에  

  몰래 타게 되는거에요. 헌데 그게 타이타닉이 되는거죠. ” 

 “ 아...아니 이봐요. 그러니까 타이타닉에 밀항을 하게 되는거라고 ? 여주인공이 ? 

 ” 

 그게 100년전에 가능한 일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여배우의 스토리 주장이 이와 같았다. 감독이 뭔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자 배우는 다른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 그럼 이런건 어때요 ? 여주인공은 대략 10대 후반쯤 나이에 어떤 남자와 사랑을 

  하게 되었는데 그 남자와 사이에 아이 둘을 낳게 되었어요. 헌데 남자는 한 3-4년 

  쯤 지나면서 여주인공에게 싫증이 난것인지 여자곁을 떠나는거에요. 한동안 실의 

  에 빠졌으면서도 아이들을 키우며 적극적으로 자기인생을 구현하려는 여자. 그런데 

  이 여주인공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남프라이즈에 가려고 타이타닉을 타는거에요. 

 ”  

 “ 그만 !!! ” 

 헌데 갑자기 감독이 신경질적으로 배우의 말을 끊는다. 그리고 이와같이 화를낸다. 

 “ 아니 도대체...평소에 역사상식 같은게 있기는 한거에요 ? 배우가 무슨 아이디어 

  만 많다고 다 배우하는건줄 알아 ? 당장 서점같은데라도 가서 한 100년전 패리 

  스 대륙 지성체들의 생활이나 문화가 어땠는지 그걸 찾아봐 !!! 하녀 신분으로 귀 

  족을 살해한 여자가 그런 배를 탄다는게 가능이나 할 일인지...또는 미혼모가 되었 

  든 이혼녀가 되었든...그런 여자가 100년전 패리스 대륙에서 혼자 살아가는게 가능 

  이나 할지 ? ” 

 “ 감독님... ” 

 “ 이봐요 !!! 아닌말로 종교시대(유럽의 중세격)에는 여자들이 담배피거나 술마시는 

  것 조차 금기시 했던게 그게 그 시절 패리스 대륙에서 여성들의 위상이야. 그게 뭐 

  JS교 교리 탓이라고는 하지만...발전시대(유럽의 근대격)로 넘어오면서 사정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가령 신분이 낮은 하녀라든가 여성노동자 그런 여자들의 발전시 

  대 사는 모습이 얼마나 열악하고 힘들었는지 알기나 하냐고 ? 게다가 뭐 ? 미혼모 

  ??? 이혼녀 ??? 이것봐...한 백년전까지만 해도 아마 패리스에서 여자가 미혼모나 

  이혼녀로 혼자 아이키우며 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을거야. 근데 그걸 

  ...도대체 영화나 드라마에 고증이란 개념이 있다는건 알기나 하는거야 ? ” 

 감독의 호통에 마음이 상한것일까. 젊은 무명의 여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한다. 

 “ 아무래도 감독님과 전 안 맞는거 같네요. 그럼 이만 가보죠. ” 

 “ 그래요 이만 가봐요. 에잉...원 도대체 말같은 소리나 하고 있어야지말야...에잉 

  쯧쯧... ” 

 그렇게 사무실을 나서는 여배우에 대한 짜증을 계속 늘어놓는 감독. 허나 그러다 문득 궁금했는지 이미 사무실 문을 열며 밖으로 나가려는 배우에게 한마디 묻긴 한다. 

 “ 이봐요 아가씨. 근데 이름이나 좀 압시다. 아가씨 이름은 어떻게 되시오 ? ” 

 “ 케이트 윈슬렛이요. ” 

 여배우가 눈을 찡긋이며 대답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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