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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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가수 팬픽 - 보아 (8) 솔로가수 팬픽



 

                                    평행우주 이야기 – 6. 타이타닉 

 


 로즈와 도슨은 그렇게 에르크에 정착, 수도에서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평야지대에 터전을 잡고 농사를 지으며 살기 시작했다. 한편 도슨은 이후에도 한동안은 베르사이유에서 하던 구두닦이 일을 계속 하면서 생계수단을 삼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어느정도 목돈이 마련되던 어느날.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갔던 로즈가 상기된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 

 “ 도슨...이걸봐요. 여보...이걸봐요. ” 

 로즈와 도슨의 결혼식이야 일단 정식으로 할 수 있는 처지는 못되었고 단둘이서 물한그릇 떠다놓고 로즈가 적당히 외우고 있는 성경구절 몇구절 암송하며 ‘우리 이제 부부의 연을 맺기로 하겠다’는 식의 약식 결혼식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여하튼 그런식으로 함께산지 얼마되지 않은때였다. 아직은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할수도 없는 시기이건만 그럴 때 로즈가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뭔가를 사갖고 돌아온 것이다. 

 “ 샀어요 도슨 !!! 이걸봐요 !!! 베르사이유에서 쓰던 카메라보다 훨씬 성능좋은 카 

  메라에요. 화질도 좋고... ” 

 “ 뭐...뭐라구요 ? ” 

 순간 도슨이 황당하다는 듯 로즈를 바라보았다. ‘이 여자가 지금 대체 제정신인가’ 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직 두 사람의 형편은 이제 막 농사일을 시작하면서 거기에 일단 도슨이 한동안 구두닦이로 생계수단을 삼으며 그런 돈으로 기반을 잡아나가야하는 그런 때다. 헌데 그런때, 아무리 베르사이유에 있을 때 ‘사진촬영’을 취미로 하던 로즈라도 그렇지, 그리고 타이타닉에 두고내린 카메라를 그렇게 아까와하던 여자라도 그렇지 돈이 조금 벌렸다고 그걸로 비싼 카메라부터 살 생각을 하다니. 도슨으로선 나무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 아니 이봐요 로즈...지금 대체 정신이 있어요, 없어요 ? 카메라라니 ? 우리 형편 

  이 지금 그런 비싼 카메라 살만큼 한가한줄 알아요 ? 설마 지금 아직도 자신이 대 

  단한 부호나 귀족집 딸이라도 되는줄 착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죠 ? 우린 지금 농사 

  지으며 구두닦이나 하며 겨우 그렇게 벌어모은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거에요 

  . 그런데 카메라는 무슨... ” 

 “ 하지만 도슨...전 꼭 사고싶었던 카메라였단말이에요. 저 카메라 없인 못 살아요. 

 ”  

 “ 이것봐요 로즈 !!! ” 

 도슨의 거듭 나무라는 모습에 로즈가 울음을 터트렸고 그런 로즈를 도슨이 겨우겨우 달래서 부부싸움은 일단 마무리될 수가 있었다. 허나 도슨으로선 여전히 철없는 부잣집 외동딸과도 같은 이런 로즈와 앞으로도 계속 이런식으로 살아야하는지. 그걸 생각하니 다시금 막막해지기도 했다. 

 로즈와 도슨이 첫 아이를 가진 것은 에르크에 정착한지 한 반년쯤 지난뒤의 일이고 그 이듬해 둘의 첫 아이가 태어났다. 아들이었고 이름을 레위로 지었다. 이후 로즈와 도슨은 총 6남4녀 10남매를 낳았고 그 10남매도 각기 그런대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문직종등에 진출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그런 성실한 인생을 살아갔다. 그리고 이후 로즈와 도슨 자녀의 10남매는 각기 결혼 모두 제각기 최소 3명에서 최대 5명정도의 자녀를 낳았고 그래서 로즈-도슨 내외가 나이 70 정도에 이르렀을때쯤엔 그들의 자녀 10남매는 물론 그들으 손자,손녀 그리고 아들,딸,손자,손녀들의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총 수십명에 달하는 그런 일가(一家)를 이루게 되었다. 

 무엇보다 로즈와 도슨은 대체로 수확이 잘 되는 농토지대에 터전을 잡아서였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법 넓은 농장을 차지한 부농으로 성장할 수가 있었고 그런식으로 농장을 돌보며 아이들을 키우며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둘의 결혼생활이 마냥 행복하고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로즈와 도슨이 결혼한지는 대략 4-5년 정도 지났을 때. 아직은 그저그런 평범한 농촌가정같은 그 정도 분위기의 집에서 이때쯤엔 첫째와 둘째가 태어나고 로즈가 셋째를 가진 무렵쯤이 될텐데 그러던 어느날. 비가 무척이나 쏟아지고 천둥,번개까지 치는 날. 로즈가 잠을 쉬이 못 이루는지 침실에서 나와 거실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슨은 로즈가 옆자리에 없자 의아해서 밖으로 나와보았다. 

 “ 로즈... ” 

 부르는 소리에 대꾸없는 로즈. 빗소리,천둥소리등이 너무 시끄러워 자신의 말소리를 듣지 못했나 싶어 도슨이 약간 목소리를 높여 그녀를 불러보았다. 

 “ 로즈...거기서 뭐해요 ? ” 

 두 번씩이나 불렀는데도 여전히 대답없이 비오는 창밖만을 내다보는 로즈. 어두운 밤시간에 비까지 내리니 바깥의 시야가 뭐 보일것이 있지도 않을텐데 그런데도 말없이 창박을 내다보고 있는 도슨. 눈물짓고 있는 로즈의 얼굴은 어차피 그녀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도슨이 볼수는 없었다. 

 그런식으로 10남매를 낳고 키우며 살던 로즈와 도슨. 그러다 도슨이 나이 어느덧 칠순에 이르렀을때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와같은 편지 또는 일기형식의 글을 남긴 것이다. 

 “ 이 애비와 너희들 어머니도 어느덧 나이 70에 이르렀구나. 그리고 이곳 에르크에 

  정착 농사를 지으며 시작 이만한 부농을 이루기까지 어느덧 50년 세월이 그렇게 훌 

  쩍 지나갔다. 이 애비나 너희들 어머니 이제 나이 70에 이른 즈음 이 애비가 아무 

  래도 정신이 흐려지기전에 너희들에게 꼭 좀 전하고 가야할 이야기가 있어서 이렇 

  게 글을 남기기로 했다. ” 

 그렇게 시작한 도슨의 글은 일단 50년을 함께 산 아내에 대한 미안함의 소회부터 밝히고 있었다. 

 “ 이 애비가 너희들에게 늘 해오던 말이지만 너희 어머닌 처녀시절 무척이나 곱고 

  아름다운 분이셨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못난 애비를 남편으로 잘못 만나 평생 고생 

  한 그런 딱하고 안타까운 여자란다. 공연히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너희들 어머니 

  가 날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느어느 귀한 귀족이나 부호 – 요즘 세상에 귀 

  족이니 천민이니 그런말이 어디 있겠냐만 애비때만 해도 대개는 그러고 살았다 - 

  의 아내가 되어 남부럽지 않게 공주같고 왕비같은 그런 대접을 받았을 그런 여자 

  란다. ” 

 도슨은 그와같은 글을 남기고 일단 자신의 금고 한구석에 깊숙이 넣어놓았다. 자신의 생전에 아이들에게 보여주거나 들려주기엔 뭔가 민망하고 무안한 부분이 있어서일까. 그러다 시간이 좀 더 지나 자신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어가자 장남 레위만을 하루는 은밀히 불러 자신의 비밀금고 한구석에 넣어둔 비밀 일기장을 보여주었다. 

 레위가 나중에 그 일기장 내용을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된 일인지 생전에는 단 한번도 동생들에게도 자녀들에게도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리행성의 지성체 평균 수명인 70-80세보다 훨씬 오래산 나이 백살이 될 때까지도 공개하지 않았던 그 문제의 일기장이 ‘칼을 조문하라’는 마지막 남긴 말과 함께 이와같이 공개되기에 이른 것이다. 

 


 도슨은 저와같은 수기를 일기장에 남기고 7-8년쯤 뒤에 세상을 떠났다. 나이는 80을 바라보는때쯤 세상을 떠난것인데 따라서 딱 두리행성 지성체들의 평균수명만큼 살다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리고 도슨이 레위에게 그 일기장을 보여준 것은 그 중간쯤 되는 시기로 보면된다. 

 레위는 확실히 도슨의 일기장 내용을 보았고 아버지가 그 일기장을 자신의 비밀금고에 넣는것도 보았다. 레위는 도슨과 로즈의 첫 아이로 바로 타이타닉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뒤 에르크에서 정착하게 된뒤 반년쯤 지났을 때 생긴 아이인데 타이타닉에 탔을 무렵 로즈와 도슨의 나이가 둘다 열 아홉 살이었으니 도슨과 레위 부자의 나이차이는 스무살이다. 따라서 70대 후반의 나이로 도슨이 세상을 떠났을 때 도슨의 열 자녀중 첫째인 레위의 나이도 이미 50대 후반의 나이였을텐데, 그후 향년 100세로 장수하며 세상을 떠날때까지 40년 넘도록 그 일기장의 존재는 물론 내용조차도 다른 동생들이든 자녀들이든 조카들이든 그네들에게 일절 말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대체 왜 그랬을까. 헌데 더 이해 안가는 것은 그랬던 레위가 정작 죽음에 임박해서는 ‘칼’의 이름을 생전 처음 언급하며 ‘그를 조문하라. 그가 없었으면 우리도 지금 이 세상에 없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러나 타이타닉 침몰사고가 있었던 것은 이미 101년전의 일. 따라서 칼이 죽은지도 이미 100년이 지났고 도슨의 자녀들조차 이제 이미 80을 넘긴 고령인데다가 그나마도 이미 반 이상은 세상을 떠났고 심지어 도슨의 손자,손녀들중에도 이미 60-70을 넘긴이가 있을 정도니 이런 상황에서 칼의 존재를 알만한 이는 거의 없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헌데 그런 상황에서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과정에서 뜻밖에도 레위의 딸 효민이 발견한 할아버지 도슨의 일기장. 그 일기장을 뒤늦게야 보고는 다섯째 삼촌과 여섯째 삼촌(도슨의 자녀들 기준으론 아홉째와 열째. 이중 6명이 아들)인 레게드와 레전드에게 급히 연락을 취해 이 문제를 상의하기로 한 것이다. 10남매중 7째로 레게드와 레전드를 제외하면 그리고 4명의 여자형제중엔 유일하게 아직까지 살아있는 80대 중반의 레리사 고모 조차도 지금은 건강이 많이 안 좋다하니 그나마 상대적으로 멀쩡한 몸과 정신으로 이런 문제를 상의할수 있는 도슨의 자녀는 사실상 레전드와 레게드 두 형제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72세의 조카 효민으로부터 건네받은 아버지 도슨의 일기장을 그제서야 읽어본 레게드와 레전드는 많이 혼란스러워 했다. 그러고보면 아버지 도슨은 물론 어머니 로즈 조차도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한번도 이런 이야기를 해준적이 없었던것일까. 일단 ‘타이타닉 침몰사고’는 지금까지도 두리행성의 지성체들이 두리행성 인류문명사 최악의 유람선 참사로 기억하고 있는 엄청난 사건이라 웬만해서는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다. 여전히 때만되면 언론등 매스컴에서 한두번씩은 언급하기도 하고, 지금은 그래도 시간이 많이 흘러 그런일까지는 별로 없지만 한 20-30년전까지만 해도 그 타이타닉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생존자들이 당시를 증언하는 인터뷰 기사들이 이런저런 잡지나 신문같은데 실리기도 했다. 사실 20-30년전이라고 해도 타이타닉 참사가 있은지 이미 70-80년이 지난 시간이니 그때까지 살아남은 생존자라고 해도 참사당시 10세 미만이었을 그리고 그때 이미 70-80이 넘은 고령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타이타닉에 탔을당시 열아홉살이었던 로즈와 도슨은 세상을 떠난지 이제 40년 정도의 세월이 지난 것이다. 

 “ 왜 할아버지,할머니께선 지금까지 저희에게 한번도 그런 말씀을 안 하셨던거죠 ? 

 ”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효민이 삼촌들에게 그와같이 물었다. 사실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가 바로 타이타닉 탑승자였고 생존자였다는 사실은 레게드와 레전드조차도 이제야 처음 알게된 것이라 무척이나 충격을 받고 놀라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사실 손자대 정도면 그래도 자녀보다는 느낌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런 효민이 이와같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저만해도 할아버지가 베르사이유에서 구두닦이 하시던 분이란 이야긴 몇 번 들었 

  지만... ” 

 베르사이유의 구두닦이가 남프라이즈까지 와서 이만한 부농이 되었더는 것은 전형적인 입지전이요 성공스토리니 도슨이 아들,딸들에게든 손자,손녀들에게든 지금껏 틈만 나면 귀가 따가와지도록 들었을 아버지,할아버지의 성공담이자 무용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타이타닉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아무래도 자기자손들에게 말하기 무안했던것인가. 여하튼 이제야 중요한 사실을 알게된 셈인 레게드,레전도 형제와 도슨의 손자,손녀들중 아직까지 살아있는이들중엔 가장 맏손녀가 되는셈인 효민. 효민이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 칼...그분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요 ? ” 

 “ 글쎄 뭐... ” 

 조카의 이런 대답에 어떻게 대답해주는게 합리적인 삼촌의 태도일까. 80년을 인생을 산 레게드,레전드 형제 조차도 이런 경우엔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아서인지 무슨 답을 제대로 못하고 있고 그러다 한참만에 레전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 여하튼...큰형님이 돌아가시기전에 남겼다는 그 말이 칼 그 사람을 조문하라는...그 

  사람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구명보트에 태워주지 않았다면 두분 다 살아남을수 없으 

  셨을테고...그러니 결과적으로 칼이 도움으로 두분이 살아나셨고 그래서 이 에르크 

  까지 와서 우리들을 낳고 지금껏 살다 가셨다는 이야기니... ” 

 바로 그런 사연을 뒤늦게 안 장남 레위가 오히려 지난 40년동안은 자신이 직접 읽어본 아버지 도슨의 일기장 내용은 물론 존재조차도 꼭꼭 비밀로 해두고 있다가 임종직전에 저와같은 말을 남겼다는 이야기 아닌가. 효민이 다시 입을 연다. 

 “ 타이타닉에서 희생된 승객들중...3등칸 남자승객은 90퍼센트 이상이 사망했다는 그 

  런 이야기를 저도 들어봤어요. ” 

 타이타닉 유람선 참사 자체는 때만되면 언론이나 방송이 한두번쯤은 떠들어대는 이야기니만큼 효민도 그런 이야기 정도는 한번 들어봤는 듯 하다. 여하튼 그러니 실제로는 베르사이유의 구두닦이 출신으로 하층민이었을 도슨이 그런 극적인 상황이 아니었다면 유람선 참사로 그대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았을것이란 결국 그런 취지의 말. 그리고 그때 도슨이 죽었다면 지금 현재 도슨의 열명의 자녀들도 서른명이 넘는 손자,손녀들도 세상에 존재할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보면 자신들을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게 해준 칼에게 지금이라도 감사와 미안함의 의미라도 ‘조문’을 하라는 소리인지. 여하튼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한채 일단 레게드와 레전드는 그 정도에서 돌아가고 말았다. 

 그 얼마후 효민은 뜻밖의 전화 한통화를 받았다. 바로 도슨의 자녀 10남매중 막내이면서 효민에게는 다섯째 삼촌이 되는 레전드의 셋째아들 몰몬이다. 레전드도 어쨌든 지금 나이는 80이니 자녀들도 대략 50을 전후한 나이. - 도슨 자녀들이 성장해서 결혼할때쯤엔 두리행성 지성체들의 결혼 적령기도 차츰 늦어지고 있었다. - 50도 결코 적은 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미 72세인 사촌누나 효민과도 스무살 이상 차이가 나는 것 아닌가. 헌데 그 어린 사촌동생 몰몬이 친척누나라기 보단 차라리 엄마뻘은 되는 효민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 누나, 사실이에요 ? 할아버지가 타이타닉 탑승자였다는게 ? ” 

 “ 너 그걸 어떻게 알았어 ? ” 

 놀란 듯이 묻는 효민에게 몰몬은 ‘아무렴 모르겠냐’는 듯 이와같이 답한다. 

 “ 아버지한테서 대충 이야긴 들었어요. ” 

 레게드와 레전드가 그들 자녀들에게도 이야기했을 가능성까지는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효민은 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 삼촌도 참...그런 이야길 뭐하러 애들한테까지 하나... ” 

 “ 네에 ? ” 

 아무리 스물두살이나 어린 사촌동생이라도 항렬로는 어디까지나 효민이 몰몬등과 같은 항렬이고 나이차이가 얼마 안 나도 레게드나 레전드는 어디까지나 삼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나이 80을 넘긴 레게드,레전드임을 감안하면 한 서른쯤에 장가를 갔다고 해도 그 자녀들이 이미 50 전후일 것이다. 어쨌거나 나이 50도 첫사랑만 일찍 했다면 이미 결혼적령기 자녀가 있을수도 있는 그런 나이 아닌가. 어린아이들이라 늘 한집에 끼고사는 그런 자녀들이라면 모를까. 이미 나이 50이라 각자 흩어져 자신의 삶을 살고 있을 그런 자녀들한테까지 굳이 이야기를 했다니. 효민 입장에서 ‘삼촌들도 참 주책이다’ 대충 그런 생각이 들수도 있는 일이긴 하다. 여하튼 이와같이 전화를 해온 사촌동생 몰몬이 효민에게 이와같이 말한다. 

 “ 누나...실은 제가요... ” 

 “ 그래, 누나 안 죽고 아직 살아있다. 근데 왜 ? 대체 무슨말을 하려구 ? ” 

 “ 실은 타이타닉을 영화로 제작하려 한다는 감독을 하나 알고 있어요. ” 

 “ 뭐라구 ? ” 

 순간 좀 놀라는 효민.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굳이 관심둘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하는것인지 – 할아버지-할머니조차 평생 비밀로 하고 살다간 타이타닉 탑승객이자 생존자라는 사실이다. - 이렇게 시큰둥하게 나온다. 

 “ 그래서 뭐 ? 날더러 뭐 어쩌라구 ? ” 

 “ 누나...한번 그 일기장...그 영화감독한테 한번 보여주는건 어떨까요 ? ” 

 

 로즈와 도슨의 결혼생활이 마냥 행복하고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로즈와 도슨이 결혼한지 한 1년 반 정도가 지났을 때, 그러니 첫 아들 레위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았을때쯤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 악 !!! 도슨 왜 이래요 ? ” 

 “ 내가 그동안 참을만큼 참았어.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 것 아니에요 ? ” 

 로즈도 잘못한게 있기 때문일까. 자신에게 손찌검을 하는 도슨에게 제대로 항변도 하지 못한채 그저 겁먹은 얼굴로 있고 도슨은 그런 로즈에게 이렇게 따졌다. 

 “ 로즈가 어쨌든 칼에게 미안한 마음을 어느정도 갖고 있는 것...내가 어느정도는 이 

  해하려 했어요. 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여야지 !!! ” 

 “ 도슨... ” 

 “ 뭐 가끔씩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 같거나 생각에 잠긴 듯 

  한 모습...내가 그런것까지 이해하려고 했어. ” 

 “ 도슨...그건... ” 

 “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하다하다...나랑 성관계를 하면서 칼 이름을 부르는 

  건 해도 너무한 것 아니에요 ? ” 

 “ 도슨...오해하지 말아요. 그건 그냥 어쩌다... ” 

 확실히 도슨이 아니라 웬만한 남자도 너무 기가막히고 황당해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일이긴 하다. 로즈도 변명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그저 울음만을 터트리고 있고 도슨은 그런 로즈를 흔들어보기까지 하며 따진다. 

 “ 말해봐 !!! 그럼 지금까지 머릿속에 온통 칼 생각뿐이었던거냐구 ? 설마...나랑 관 

  계를 하면서도 머릿속으로 칼 생각을 하고 있었던거야 ? 가만 그럼...성관계도 나 

  랑 하면서 머릿속으론 칼이랑 하는 상상을 했겠네 ? ” 

 “ 도슨...오해말아요. 그런건 정말 아니에요. 그냥 어쩌다가 칼 이름이 나도 모르게 

  나온것뿐...그런건 정말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줘요. 제발 도슨...엉엉엉엉~~~!!! ” 

 허나 무슨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화가난 도슨은 집을 뛰쳐나가버렸다가 한참뒤에야 돌아오게 되었다.  

 “ 도슨...아침 안 들어요 ? ” 

 간밤의 일 때문인가. 화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듯 일도 나가지 않고 아침식사도 하지 않은채 거실 한쪽에 우두커니 있는 도슨. 로즈가 아침상을 차려놓은뒤 불렀다. 

 “ 도슨...간밤엔 내가 미안했어요. 내가 사과할께요. 그러니... ” 

 “ 됐어요... ” 

 “ 그러지말고 도슨...아침식사는 해야할 것 아니에요 ? ” 

 그렇게 자연스럽게 아침상으로 도슨을 유도하며 화를 풀게 하려는 로즈. 어차피 배는 고프니 마지못해 식탁으로 가는 도슨. 아침상을 보며 말한다. 

 “ 또 양송이 스프에요 ? ” 

 “ 네, 맛있게 끓였으니 한번 들어봐요. ” 

 “ 무슨 여자가 할줄아는 요리가 양송이 스프밖에 없나 몰라. 하다못해 스프 재료라 

  도 좀 바꾸는 머리라도 있던가... ” 

 로즈와 도슨이 결혼한지 대략 한 4-5년쯤 지났을 때. 이때쯤이면 로즈와 도슨 사이에 자녀 두명이 태어났을때이긴 한데 그러다 하루는 로즈가 이렇게 나왔다. 

 “ 아니, 또 사진촬영 여행을 간다구요 ? 지난번 갖다온지 얼마나 되었다구 ? ” 

 “ 아이...도슨...그러지말고 봐줘요. 그리고 저 레옹(둘째 이름(딸) 가진동안에는 여행 

  제대로 가보지도 못했잖아요. 그러니 제발... ” 

 “ 그래서 제가 레옹 낳고나서 얼마 지났을 때 한번 여행가게 해 줬잖아요. 그런데  

  그거 다녀온지 또 얼마나 되었다구... ” 

 “ 아잉...도슨...지난번엔 아직 몸이 덜 풀린 상태라서 OOO과 OOO에까지 가보지 못 

  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번엔 지난번에 못가본 OO강 경치도 촬영하고 또 OO 지 

  대에 사는 야생동물들도 촬영하고 그러고 싶단 말이에요. ” 

 원래 베르사이유에서 귀족집 딸로 살던 시절부터 사진촬영이 취미였다던 로즈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어릴때는 막연히 나중에 자라면 한번 남프라이즈에 가서 그곳 이곳저곳을 마음껏 돌아다니며 사진촬영을 원없이 해보고 싶은 꿈이 있기도 했다던 로즈. 심지어 타이타닉에서 그렇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도 막상 항구에 도착 한숨 돌리게 되었을때는 ‘타이타닉에 카메라를 두고 왔다’며 한바탕 난리를 쳤던 로즈. 그런 로즈여서인지 막상 이렇게 남프라이즈에 정착하고 도슨과 애낳고 살게되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경제적인 안정을 찾는 시기가 왔을때쯤부턴 이렇게 한동안 참고 있었던 ‘사진촬영’에 대한 욕망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심지어 아이를 가진동안에는 그래도 여행이나 사진촬영 활동을 삼갔다가 출산을 한 뒤에는 또 몸도 풀리기전부터 여행이며 사진촬영이며 한바탕 신나게 돌아다니곤 하는 모습. 로즈와 도슨 사이에 총 10남매를 낳긴 했지만 그 10남매를 낳는 20년동안 한 절반은 그래도 임신한 몸으로 태아의 안정을 위해 여행이나 사진촬영등을 자제하고 나머지 절반은 또다시 원없이 남프라이즈 대륙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사진촬영을 즐기는 그렇게 젊은시절을 보낸게 로즈라는 여인의 삶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육아는 로즈보다는 도슨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도슨의 여섯째 아들이면서 막내(10번째)인 레전드의 장남 몰몬은 아버지로부터 할아버지 도슨이 실은 타이타닉을 탔던 탑승객이란 사실을 알게된후 사촌누나 효민에게 계속 연락을 취해왔다. 몰몬의 지인중 아마 타이타닉 침몰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려는 이가 있는 듯 했는데, 그래서 아마 그 감독에게 도슨의 일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듯하다. 허나 그와같은 몰몬의 말에 효민은 일단 시큰둥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몇 번이고 전화를 해외도 효민이 그 부분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자 하루는 아예 직접 자신이 아는 그 영화감독을 데리고 효민의 집을 찾았다. 효민은 도슨의 장남인 아버지 레위가 돌아가시고 난뒤 그의 둘째딸이자 살아있는 레위의 자녀중엔 가장 맏이인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레위의 집 – 그전까진 로즈와 도슨 내외가 살던 집이기도 한 – 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 효민의 집을 몰몬이 찾아온 것이다. 효민은 일단 당혹스럽고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 (* 한편 남프라이즈 지역은 유교식 5대8촌 같은 문화기 있는곳은 아니니 사촌까지만 어느정도 왕래가 있을뿐 그 이상은 그냥 ‘먼 친척’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을뿐 왕래하는 문화는 거의 없는 편이다.) 

 “ 몰몬, 아무리 사촌간이지만 이건 너무 무례하지 않니 ? 대체 사전에 아무런 연락 

  도 없이 게다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까지 손님으로 데리고 오고 대체 이게 

  뭐하는짓이야 ? ” 

 나무라는 사촌누이 효민을 몰몬은 일단 달래보며 해명한다. 

 “ 누나 진정좀 해요. 나도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요. 어쨌든 제가 사회활동을 하면서 

  알고 지내는 영화감독인데... ” 

 “ 글쎄 니가 영화감독을 사귀든 만나든 대체 내가 그걸 왜 상관해야하는데... ” 

 “ 누나...그런게 아니라... ” 

 일단 몰몬으로부터 바로 ‘타이타닉 침몰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는 감독이라는 이야긴 들었고 허나 그래서 더더욱 불쾌하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효민. 다만 그래도 찾아온 손님을 박대할 수는 없기에 간단한 다과라도 내오며 대접은 한다. 그러면서 일단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 몰몬과는 사회활동을 하면서 형님,아우 하며 지내는 사이입니다만...이야기는 들으 

  셨겠지만...실은 타이타닉 침몰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 생각이 있는 감독입니 

  다. ” 

 “ 그래서요 ? ” 

 ‘그래서 뭘 어쩌라는 말이냐 ?’는 식으로 나오는 효민. 감독은 일단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 저도 어쨌든 나이 50에 이른 몸이고, 또 영화감독을 한지는 어느덧 20년 가까이 

  가 되어갑니다. 조감독 시절까지 포함하면 좀 더 기간이 늘어나긴 합니다만...어찌 

  되었거나 제가 지금까지 만든 영화가 대략 20편 가까이 됩니다. ” 

 “ 제게 지금 선생님 영화 홍보하러 오신건가요 ? ” 

 “ 그런건 아닙니다만...다만 지난 20년동안 만든 영화가 대개는 그저 남녀간의 진부 

  한 사랑놀음...대개는 그런것이었어요. 뭐 그런대로 로맨스물을 잘 만드는 감독이라 

  고 이 바닥에서 어느정도 인정받는 몸이긴 합니다만... ” 

 “ 영화홍보하러 오신거면 전 흥미없으니 이쯤에서 대화를 마무리하는게 좋겠네요. 

 ”  

 “ 오해십니다 어르신. 아무려면 제가 결코 간단치 않은 이 먼길을 제 작품홍보 하 

  자고 연로하신 어르신을 뵈러 왔겠습니까 ? ” 

 그런식으로 대화의 주제는 어떻게든 이어가보려는 감독. 그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제가 타이타닉을 소재로 영화를 한번 만들고 싶다고 한 것은 그 사건이 그만큼 유 

  명한...여하튼 근 100년이래 비슷한 사례를 거의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대 

  형 유람선 참사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 

 “ ...... ” 

 “ 실은 전 그동안 틈틈이 타이타닉에서 생존한 이들이나 사망한 이들의 유가족들과 

  관련한 이런저런 인터뷰 기사나 사고와 관련된 신문,잡지의 이런저런 자료들도 전 

  부 모아보고 조사도 해보고 했었습니다. ” 

 여하튼 따지고보면 효민도 타이타닉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생존자 집안의 맏손녀. 그래서인지 일단 관심이 안 가진 않는지 조금전까지 외면하는듯한 태도가 조금은 누그러져 있기는 하다. 감독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허나 어떤 아쉬움과 한계를 느꼈습니다. 우선 근본적으로 이미 101년전에 있었던 

  참사다보니 그나마 생존자의 증언을 들을수 있는 기사들은 최소한 20년 이상이 지 

  난 기사들이더군요. 그나마 20-30년전 기사라고 해봤자 타이타닉에 있었을 때 한 

  열 살 미만이고 20-30년전 기준으로도 이미 나이 70-80을 넘긴이들...그래서인지 

  대체로 남은 기억도 희미하거나 아니면 바로 그 사고의 트라우마 때문에 그 일을  

  잘 언급하려 하지 않는 이들...그런 기사가 많았습니다. ” 

 “ 그런데요 ? ” 

 “ 그리고 한번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타이타닉과 관련되어 만들어진 소설이나 단 

  막극,희곡 따위를 전수조사 해 보았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지난 한세기동안 총 74 

  개국(* 두리행성의 국가수는 약 120-130개국이다. - 북프라이즈는 영토가 좁아서 

  제대로 된 나라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에서 64편의 중편소설과 1편의 장편 

  소설 그리고 47편의 연극과 35편의 단막극이 만들어졌더군요. ” 

 “ 많이도 조사하셨네요. ” 

 약간 냉소하듯 나오는 효민의 반응. 감독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허나 지금까지 타이타닉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쭉 살펴보면서 어떤 아쉬움을 느 

  꼈습니다. 일단 크게는 두 개의 부류로 나뉘어지더군요 작품들이. 우선 그 하나는 

  그런 대형 참사가 날 수밖에 없었던 그 당시 선박기술이나 항해기술의 미비 또는 

  선박회사의 이기심이나 기타 그 시절 사회부조리를 고발하는 고발극, 그리고 또  

  하나는...바로 그 시절 사회상이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패리스 대륙에서 최하층민  

  생활을 하던 어떤이가 부푼꿈을 안고 남프라이즈에서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타 

  이타닉을 탔는데...그런 청년의 꿈이 대형 유람선의 침몰사고로 어처구니없이 물 

  거품이 되었다...이런류의 내용이 또 다른 하나였습니다. ” 

 “ 그런데요 ? ” 

 “ 그런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어떤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 

 “ 대체 어떤 아쉬움을 느끼셨다는데요 ? ” 

 “ 그런 참사와 그 시대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면서 진짜 중요하게 논의해야 하는 

  부분. 그 부분이 빠졌다는...그런 어떤 아쉬움을 느꼈던거죠. ” 

 “ 그게 도대체 뭐라는건데요 ? ” 

 “ 어르신께서도 그런 이야긴 들어보셨죠 ? 타이타닉에서 1등칸 어린이는 거의다 살 

  아났는데 3등칸 성인남성 승객은 90% 이상이 사망했다는...바로 그런 신분제가 아 

  직은 일정부분 존재하던 그 시절의 사회 부조리... ” 

 “ 뭐 타이타닉 사고란게 때되면 한두번씩 매스컴에서 거론하긴 하니까...그런 이야기 

  한두번도 안 들어봤다면 거짓말이겠죠. ” 

 아주 완강히 부인하고 싶진 않은지 일단 그런 침몰사고에 대해 전혀 모르지는 않는다는 듯 나오는 효민. 이제 좀 이야기의 실마리가 풀리려나보다 하는 희망이라도 보았는지 감독은 설득의 말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 또 그때...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쥬’ 어쩌구 하면서...다른 사회적 약자나 여성,어린 

  이들에게 양보하기 위해 1등칸에 남은 상류층 승객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뭐 그렇 

  다고 해서...그런 대형참사가 일어나면 높은 사람은 전부 죽어라...그런식이 된다면 

  곤란하겠지만...어쨌든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론 여성과 어린이에게 양보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먼저 삶의 기회를 주고 상류층이자 지배계급인 우리는 희생해야 

  한다. 적어도 그런 인식이나 가치관은 있었던 그런 시대상 말입니다. ” 

 “ 그래서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건데요 ? ” 

 “ 제가 만약 타이타닉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만든다면 바로 그렇게 만들고 싶었던 

  것입니다. 당시 사회의 최대의 부조리였던 신분제의 잔재...바로 그 신분제의 모순 

  이 타이타닉에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그러면서도 여성과 어린이등 사회 

  적 약자에게 먼저 양보해야 한다는 그 정도의 사회적 인식은 남아있던 그런 그 시 

  대 지성체들의 인식과 가치관을 영화에서 담아보고 싶었다 그런 이야기죠. ” 

 (* 지성체란 표현은 타이타닉 침몰사고 당시에는 두리행성에서 아직 안 쓰는 표현이 

   었지만 100년이 지난 현재는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감독의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것인지 안 가는것인지 일단 효민의 표정과 분위기로는 그 속내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효민도 이미 72세의 할머니임을 감안하면 이미 주름 가득한 그녀의 얼굴에서 심리를 읽어내긴 쉽지 않았다고 보면 될까. 

 “ 여하튼 몰몬형한테서 이야기는 대충 들었습니다. 조부님께서도 타이타닉 생존자셨 

  고 바로 그런 조부님의 일기가 최근 발견되었다는... ” 

 그렇게 다시금 자신의 찾아온 취지에 목소리를 높이는 감독이건만 효민은 한숨을 한번 내쉰뒤 딱하다는 듯한 얼굴로 감독을 잠시 바라본다.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 몰몬 아우한테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 

 “ ...... ” 

 “ 뭐 저희 조부님께서도 젊은시절까진 패리스 대륙에서 구두닦이로 일하며 그 시절 

  의 소위 밑바닥 생활을 하시던 그런분인건 맞아요. 그러다가 남프라이즈 대륙에 막 

  연한 꿈과 희망을 갖고 건너오신 분인건 맞고요. 어쨌든 그 시절에 흔히 있던 사례 

  잖아요. ” 

 효민은 차를 한모금 음미한다. 속을 좀 가라앉히기 위함인지. 숨고르기를 한번 해보고는 그녀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그리고 조부님 일기가 최근 발견되었고...거기에 타이타닉 침몰사고가 일정부분 언 

  급되어 있었던것도 사실입니다. ” 

 어차피 할아버지 도슨의 나이와 세대를 대충 계산해봐도 ‘타이타닉에 대해 전혀 몰랐다’거나 ‘그런 이야기 쓰여있지 않다’는 식으로 완강히 부인하긴 어려워서일까. 일단 그런 내용이 있다는식의 인정은 하는 모습의 효민. 헌데 그 정도 발언에도 감독은 어떤 희망의 불빛이라도 본 듯 눈빛이 번득이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효민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허나 아쉽게도 선생님께서 바라실만한 그런 기대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유감스럽 

  게도 그것이 사실입니다. 조부님의 일기장엔 할아버지께서 패리스 대륙에 사시던 

  젊은시절 고생하신 이야기와 그후 희망의 꿈을 안고 남프라이즈에 와서 정착하신 

  이야기 그리고 할머님을 만나신 이야기 뭐 대충 그런이야기가 적혀있는 정도고... 

 ” 

 “ ...... ” 

 “ 타이타닉에 대해선 그 시절 그런 침몰사고가 있었다는 식의 약간의 언급이 있었 

  을뿐 선생님이 기대하실만한 그런 사연과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아시 

  고 이쯤에서 돌아가주셨으면 합니다. ” 

 그렇게 말하고 그쯤에서 감독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돌려보내는 효민. 몰몬이 그런 사촌누이 효민을 약간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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