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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가수 팬픽 - 보아 (7) 솔로가수 팬픽



 

                                       평행우주 이야기 – 6. 타이타닉 

 


 로즈가 울고 있었다. 구명보트가 타이타닉을 떠난지는 한시간여가 지났을때의 일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만치 시야에 조금은 보이는 듯 하던 타이타닉은 어느덧 완전히 침몰했는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40명 정원의 구명보트에 빈 자리는 거의 없이 꽉꽉 채워진 구명보트. 어차피 이 시간에 구조선을 기다리기도 불가능하고 다른 배를 기다릴수도 없는 해역이니 구명보트를 젓는 승무원들은 대개 이 배를 인근에 보일만한 섬이나 암초 같은데 일시적으로 상륙시켜 표류할 생각으로 있다. 허나 어차피 한밤중이니 날이 밝아 방향을 구분할수나 있어야 섬이든 암초든 거기까지 항해할수 있을터. 그때까진 이 바다 한가운데서 막연히 흘러다닐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 그런 상태에서 로즈가 흐느끼고 있는 것이다. 

 “ 왜 그래요 로즈 ? ” 

 놀란 도슨이 그런 로즈를 보며 이렇게 물었다. 로즈가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 칼...미안해요...미안해요 칼...흑흑... ” 

 타이타닉처럼 큰 유람선이라면야 단둘이서 밀회를 즐길 공간도 비밀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공간도 엄청나게 많겠지만 여긴 빈 자리 하나 없이 꽉꽉 채워진 구명보트다. 웬만한 작은 소리도 옆에 다른 승객은 물론 어쩌면 배를 젓고있는 승무원에게도 들릴수 있는 상황. 도슨이 당황한 이유는 그래서다. 

 “ 로즈...진정해요. 아직 우리 안심할 상황이 아니에요. 그러니 그만 울고 좀 진정해 

  요 제발... ” 

 “ 그렇게 생을 쉽게 포기할 것 같아 보이는이는 아니었는데...흑흑...나때문이에요 흑 

  흑... ” 

 이제와서 칼에 대한 새삼 어떤 미안함이나 미련이라도 생기는것일까. 그렇게 넋두리처럼 늘어놓는 로즈. 당황한 도슨은 어떻게든 로즈의 입을 막아보려던가 소리라도 좀 줄여보게 하려고 했다. 허나 로즈는 새삼 북받치는 것이 많은 듯 계속 울먹이며 이렇게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 제가 칼에게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줬어도...칼이 그런 선택까지 하진 않았을 것 같 

  아서...다 저 때문이에요. 저 때문에 이렇게 된거에요. 제가 칼에게 조금만 따뜻하게 

  대해줬어도...그렇게 쉽게 생을 포기할 이는 아니었을텐데... ” 

 성정이 좀 괴팍한 면이 있을지언정 자신의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쉽게 삶을 포기할만한 그런 지성체로는 보이지 않았던게 칼이었던가. 그러나 마치 체념이라도 한 듯 도슨은 물론 로즈까지 보내버리고 자신은 남아버린 칼. ‘너랑 남프라이즈까지 가서 결혼한다는게 더 끔찍할 것 같다’며 로즈를 단념하는 이유를 그와같이 말하기까지 한 칼. 그러다보니 로즈가 이제 새삼 자책의 감정이 솟아나는 듯 했다. 로즈의 넋두리가 계속되었다. 

 “ 다 저 때문이에요. 저의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저만 생각하고 칼의 입장은 한번 

  도 배려해주지 못한게...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 같아요. 미안해요 칼...정말 미 

  안해요 칼...흑흑흑흑~~~!!! ” 

 “ 로즈...로즈...진정해요. 우리 아직 안심할 상황이 아니에요. 그러니 제발...하고싶 

  은 말이 있더라도 나중에 육지에 상륙해서 하기로 하고 그때까진 좀 참기로 해요. 

  우리 아직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니까요. ” 

 원래 여성과 어린이를 먼저 태우는게 원칙이었던 구명보트. - 하지만 결과적으로 놓고보면 구명보트에 탄 1등칸 상류층 남성들도 제법 있고 훗날 타이타닉 사건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진실이지만 사망자의 상당수가 3등칸의 남성들이었다. - 전체 사망자중에서도 비율이 가장 높았고 살아남은 확률에서도 그 정도가 가장 낮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슨은 칼이 자신의 사촌이라고 하고 로즈를 도슨의 약혼자라고 신분을 속여 거금까지 담당 승무원에게 쥐어준채 배에 태운 것 아닌가. 설마 그 사실이 이 구명보트에서 밝혀진다고 해서 도슨을 ‘당장 내리라’고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수도 있고 다른 승객들의 수군거림과 입방아에도 오를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적어도 로즈와 도슨은 본래 타이타닉의 목적지였던 태즈라항에 완전히 도착할때까진 100% 안전하게 산목숨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도슨은 행여 자신들의 정체가 발각날세라 더욱 로즈를 진정시키려 했고 그래도 북받치는 로즈의 감정을 달래기는 쉽지가 않았다. 

 “ 어차피 날이 밝아야 가까운 섬에 도착할수 있을겁니다. 그러니 그때까진 아직 우 

  린 모두 안심할수 없는 상황입니다. - 그건 다른 구명보트들도 다 마찬가지일거구 

  요. 그러니 힘드시더라도 다들 조금만 참으시고 진정들 해 주세요 ” 

 허나 로즈와 도슨의 진상을 알길없는 배를 젓고있는 담당 승무원은 로즈와 도슨의 주고받는 대사가 그저 ‘육지에 도착하기엔 안심할수 없는 상황’이라 그걸 염려하는 이야기 정도로 판단했는지 그와같은 현 상황만을 다시한번 구명보트안 승객들에게 주지시켰다. 로즈의 울음은 한참만에 옆자리 다른 젊은 여자승객들까지 가세 그녀를 달래 겨우 진정시킬수 있었다. 다른 여자승객들은 로즈가 이번 사고로 배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가족이나 친지가 있어 그것을 자책하고 애통해하는 그런 울음인것으로만 생각했다. 

 날이 밝았고 구명보트는 사고현장에서 제법 떨어진곳에 위치한 한 작은 섬에 당도할 수가 있었다. 다른 구명보트들도 마찬가지로 인근의 작은 섬이나 그나마 승객들이 좀 몸을 쉬거나 표류할수 있을만한 공간이 보이는 암초 그런곳에 배를 상륙시켰다. 로즈와 도슨이 도착한 섬에는 그들의 구명보트 외에도 다른 구명보트 두 대가 이미 먼저 당도해있었다. 섬은 100인이 조금 넘는 지성체들이 작은 부락을 이루고 있는 그런 섬이었고 다행히 섬에는 태즈라항쪽에 구조사실을 알릴수 있는 전화가 촌장집에 한 대 놓여져 있었다. 승무원이 재빨리 태즈라항쪽에 연락을 취해 타이타닉 침몰 사실과 승객들 조난 사실을 알렸다. 원래 침몰 직후 선장이 목적지인 태즈라항쪽에 조난사실을 알리는 무선연락 조치는 취해놓아 태즈라쪽에서도 보고를 받아 이미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어쨌든 배가 태즈라에서 여기까지 도착하는데 시일이 좀 있어 표류한 승객들이 구조선이 도착해 그것을 타고 돌아가기까진 최소한 이틀정도가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하루를 기다려 태즈라에서 출발한 구조선이 도착 그것을 탈수 있게된 조난 승객들. 자신들을 도와준 섬 주민들에겐 감사인사를 전하고 배를 탔다. 그리고 구조선들은 모두 안전하게 태즈라항까지 도착할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보면 승객 2,000명과 승무원 500여명등 총 2,500여명이 탑승한 대형 여객선이자 유람선에서 약 800여명 정도만 살아남고 1,700여명이 희생된 향후 약 100여년동안 두리행성 지성체 문명사상 최악의 선박참사로 기록되게될 ‘타이타닉호 침몰사고’였다. 

 


 로즈나 도슨이나 무슨 불법으로 밀항을 했거나 한 것은 아닌 정당하게 배표를 구입하고 타이타닉에 탑승한 것이므로 애초의 목적지였던 태즈라항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생존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항구 관계자들과 면담을 할때나 또는 정식으로 입국수속을 밟을때나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다만 로즈는 칼이 자신들을 구명보트에 태울 때 ‘사촌동생과 그의 약혼녀’라고 신분을 속였음을 새삼 상기해냈음인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시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로즈 도슨’이라고 밝히는 해프닝이 잠시 있었다. 

 정작 문제는 그렇게 무사히 항구에 도착해서다. 극적으로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 무사히 육지에 도착한 이들이지만 이후 뭘 해야할지가 막막했다. 일단 애초 도슨은 남프라이즈에 막연한 희망과 기대를 걸고 홀홀단신으로 배를 탔던 전형적인 패리스 대륙의 하층민 청년이었으며, 로즈는 애초 칼과 약혼을 한 상태에서 남프라이즈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엄마와 그리고 두명의 하녀들과 배를 탄 것이 아닌가. 헌데 이런 둘이 이렇게 태즈라항에 도착 이곳에서 이제부터 무엇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 이제 우리 어디로 가야하죠 ? ” 

 로즈가 우선 도슨에게 물었다. 헌데 도슨도 어차피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라서인지 한숨만 내쉴뿐 별다른 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도슨을 보다 답답해진 로즈가 이렇게 말했다. 

 “ 설마 여기서 절 구두닦이 아내로 평생 살게할 생각은 아니겠죠 ? 그것도 이 먼  

  남프라이즈에까지 와서 ? ” 

 “ 아니, 뭐라구요 ? ” 

 순간 발끈한 도슨이 이렇게 내뱉었다. 패리스에서 살 때 자신의 직업을 비하하는 단지 그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어쩌면 이렇게 로즈라는 여자의 실체를 알아가는 것 같아 도슨이 화가 난 것이다. 어떻게보면 결국 어쩔수 없는 철없는 부잣집 아가씨였던가. - 물론 빚 때문에 알거지 신세로 몰락한 집안이라지만 – 자칫하다간 정말 어제까지의 그런대로 먹고사는데 어려움없었던 – 심지어 상류층 여성이나 즐길수 있는 취미인 ‘사진촬영’까지 즐기는 – 그런 인생은 오갈데 없어지고 고작 구두닦이 남자의 여자로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이제야 새삼 현실을 자각하는것인지. 이제와서 겨우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여자가 로즈임을 생각해보니 도슨도 화가 안 날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사랑이니 뭐니 이런 것은 망상에 불과하고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라고나 해야할까. 이제 타이타닉에서 극적으로 살아나 목숨을 건졌을지언정 앞으로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아니 어쩌면 당장 어디로 가야할지 그 대책조차 없는 막막한 둘임을 생각하니 로즈는 로즈대로 도슨은 도슨대로 이제야 새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헌데 그때 로즈가 새삼 깨달은 뭔가가 있는 듯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는듯한 시늉을 해보이며 그리고 공연히 인근에 있는 가로등까지 손으로 꽝꽝쳐대며 오두방정을 떨고 있다. 도슨이 당황하고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으로 로즈를 바라보았다. 

 “ 어떻게 해...나 이제 어떡하면 좋냐구 !!! 아흑...나 미치겠네...진짜 돌겠다...이걸 

  어째 !!! ” 

 “ 로즈...로즈...도대체 왜 그래요 ? ” 

 당황한 도슨이 로즈를 진정시켜보려고 하는데 로즈가 그런 도슨을 바라보며 내뱉는 말이 그를 더더욱 어처구니 없게 만들었다. 로즈는 새삼 깨달은 뭔가가 있는 듯 이렇게 내뱉고 있었다. 

 “ 카메라...카메라를 배에 두고 내렸어요. 이를 어쩌면 좋아요 !!! ” 

 “ 아니, 뭐라구요 ? ” 

 그야말로 철없는 부잣집 아가씨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보여주는 또다른 모습이라고 해야하는것일지. ‘물에빠진 자를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 식의 속담이 두리행성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구사일생으로 침몰하는 배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그들 아닌가. 비단 로즈나 도슨뿐만 아니라 웬만한 생존자 대다수가 돈이고 귀중품이고 그런거 챙길 겨를도 없이 구명보트에 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가끔 뒷돈을 승무원에게 챙겨주어 먼저 구명보트에 딴 그런 상류층 승객인 있을수 있어도 – 헌데 이제와서 그것도 이미 침몰해버린 배에 카메라를 두고 왔다는 것을 이제야 한탄하다니. 아무리 ‘사진촬영’이 취미인 여자라지만 아무리 어릴때부터 나중에 남프라이즈에 가게되면 그곳에서 남프라이즈 이곳저곳을 마음껏 여행하며 그곳의 진귀한 동식물이며 자연경관을 마음껏 사진에 담아내고 나중에 전시회도 열고싶은 그게 꿈이었다는 여자라지만 이건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는가. 여하튼 그만한 카메라 덕후였다면 그런 소중한 카메라를 침몰한 배에 두고내릴 수밖에 없었던 그 심정을 이해한다면 어느정도 이해 못할바는 아니지만 자칫하다간 정말 목숨까지 잃을수 있었던 배에서 극적으로 빠져나왔으면서 이제와서 카메라 타령을 하고 있으면 대체 어쩌자는 말인가. 어차피 도슨이나 로즈나 이제 겨우 나이 19-20세 정도로 아직 어린 남녀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로즈보단 철이 좀 든것같은 도슨이 로즈를 나무라듯 한마디 한다. 

 “ 이봐요 로즈. 제발 정신좀 차려요 !!! 우리 지금 타이타닉에서 다 죽게되었다 극 

  적으로 살아난 몸이에요. 근데 이제와서 무슨 카메라 타령이에요. ” 

 “ 그쪽이 그 카메라 사줄수 있는 처지기나 해요 ? 그 카메라 얼마짜린지 알기나  

  하냐구요 ? ” 

 물론 이 시절은 아직 웬만한 상류층이나 카메라를 자주 사용할수 있지 평민이나 하층민들은 생일이나 졸업,입학식 혹은 개업식이나 창립기념일 같은 기념식때나 단체사진 한두장정도 찍어볼 경험이 있는 그 정도로 진귀한 물건이 카메라다. 그런 시대에 그것도 로즈 정도의 상류층 출신의 여자가 ‘사진촬영 취미용’으로 사용하는 카메라고 또 그만큼 사진을 선명하고 멋있게 잘 찍을수 있는 전문기술까지 가미된 카메라라면 무척이나 비싸고 도슨의 형편으로는 쉽게 살수 없을것이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허나 지금이 어디 고작 그런 카메라 걱정이나 하고 있을때인가. 허나 이쯤되면 도슨이 빈털터리 남자임을 새삼 자각하고 이런식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더더욱 화가난 도슨이 이와같이 말한다. 

 “ 그렇게 내가 싫으면 칼한테 도로 가요 !!! 가만보니까 보자보자하니 이 여자가 진 

  짜... ” 

 “ 뭐라구요 ? ” 

 “ 그렇잖아요. 결국 내가 빈털터리 남자인게 싫다 그거 아니에요 ? 그러고보니 구 

  명보트 안에선 칼한테 미안하다며 오만 청승 다 떨더니...여하튼 칼한테 그렇게 미 

  안하고 그리우면 칼한테 가요. 나도 나한테 과분한 부잣집 딸과 계속 연애할 생각 

  없으니까... ” 

 “ 장난해요 ? 칼은 타이타닉에서 우릴 구해주고 죽었잖아요. 근데 이미 죽고 없는 

  칼한테 대체 무슨수로 가요 ? ” 

 “ 그러니까 하는말이잖아요 !!! 도대체가 말야...그러고보니 약혼자까지 있던 여자가 

  생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숫총각을 꼬신거면서말야... ” 

 “ 뭐라구요 ? ” 

 이런식으로 가다 진짜 감정싸움으로 번질지도 모르는 상황. 잘하면 이대로 도슨과 로즈 사이가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다. 허나 그렇게 둘이서 감정싸움이나 하고 있을수가 없는 상황이 이내 곧 벌어지고야 만다. 실은 로즈를 알아보며 말을 걸며 다가오는이가 있었다. 

 “ 로즈 아니니 ? ” 

 그렇게 다가오는 나이는 좀 들어보이는 여인의 목소리. 로즈가 돌아보고는 곧 경악하고 만다. 로즈는 이와같이 내뱉는다. 

 “ 이모... ” 

 어쨌든 이땐 상류층이든 중류층이든 심지어 하층민중에도 이민이 되었든 여행이나 사업목적이 되었든 기타 다른이유가 되었든 패리스에서 남프라이즈로 이주하게거나 아예 두 대륙 사이를 오가며 일하는 이들이 많던 시절. 사실 칼이 로즈를 데리고 굳이 남프라이즈까지 가서 결혼식을 올리려는 목적도 거기에 있었다. 칼은 대다수의 가족,친지들이 아직 패리스에 살고 있었으나 로즈쪽은 남프라이즈에 가족,친지가 더 많았으므로 바로 그런 로즈에 대한 배려라고나 할까. 바로 그래서 칼이 혼자서 로즈의 어머니와 그녀의 하녀 두명과 함께 배를 타고 남프라이즈로 향한것인데 거기서 살아남은 로즈. 근데 그런 로즈의 엄마의 동생. 이모가 항구에서 좀 떨어진곳에 위치한 모처에서 도슨과 이러고 있는 로즈를 그제서야 발견한 것이다. 

 “ 로즈...엄마는 어떻게 된거니 ? 그리고 원래 엄마한테서 받은 전보엔 니 엄마랑 

  하녀 두명이 함께 탔다고 했던 것 같은데... ” 

 아직은 정보,통신이 미비하고 다만 중요한 소식을 전하는 이른바 ‘신문’이 기초적인 언론기능정도나 하던 그런 시대인데, 따라서 이 시대에 ‘타이타닉’ 침몰 소식을 들은 승객들의 가족이라면 생존자가 되었든 사망자나 실종자 가족이 되었든 일단 무작정 항구까지 가서 자신의 가족이 돌아오는지 안오는지를 기다리는수밖에 없다. 일단 로즈 엄마나 그 동생 정도의 지위와 집안이라면 집에 전화 한통 정도는 있을것이고 전보도 띄울수 있을 것이다. 로즈 이모의 경우엔 로즈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 일이 잘못되어 빚에 몰려 집이 알거지가 다 되었다는 소식, 그런 상황에서 어쩔수없이 로즈를 부잣집에 (빚을 갚아준다는 조건으로) 시집보내기로 했고 그 로즈가 약혼자와 함께 배를 타고 남프라이즈로 간다는 소식까지는 전화로든 전보로든 전해받을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로즈는 남프라이즈에 도착하면 엄마와 함께 로프르스 공국에 사는 이모집에 머물며 결혼준비를 할 예정이었다. 헌데 그런 상황에서 호외(號外) 신문을 통해 타이타닉 침몰소식을 접하게 된 로즈의 이모. 놀란몸으로 일단 태즈라항까지 와서 언니나 조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소식을 직접 확인해보는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그래서 직접 항구까지 나와본 로즈의 이모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구 인근지역을 돌아보다 바로 도슨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로즈를 발견한 것이다. 

 


 “ 로즈...어쨌든 살아있다니 다행이구나. 그런데 엄마랑 부리는 하녀들은 ? ” 

 그러고보니 의아한게 지금껏 로즈의 어머니나 하녀의 행방은 누구도 발견할수 없었다. 설마 로즈 어머니가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하겠다면서 배에 남았을 여자는 분명 아니고, 먼저 배에서 탈출했다면 무사히 육지까지 당도해 지금쯤 자신의 동생인 로즈 이모와 만나고 있어야 정상 아닌가. 헌데 일단 이모의 말에 의하면 아직 로즈 엄마의 소식은 물론 하녀들까지도 생사를 모른다는 것이다. - 그러고보면 한 하루이틀동안이라도 칼이 로즈를 그런식으로 자기 객실에 감금시켜 놓았는데, 그것을 보고 로즈 어머니가 전혀 항의를 하던가 로즈를 구해낼 조치를 취하지 않은것도 이해할수 없는 일이다. 설사 로즈 어머니가 로즈가 하층민인 다른 남자와 눈이 맞은 사실을 눈치챘다 하더라도 – 일단 하녀들이 로즈를 대신하여 도슨에게 중간에서 연락을 취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고 칼이 로즈 어머니에게 직접 이야기할수도 있다. - 예비사위가 자기딸을 그 지경으로 만들고 방에 감금까지 시켜놓았는데도 칼한테 항의한번 하지 않은것도 납득이 안 가는일 아닌가. 여하튼 지금 중요한 것은 로즈 어머니는 물론 하녀들의 생사조차도 알수가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 그나저나 옆에있는 청년은 ? ” 

 일단 로즈 이모가 자신의 언니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 알고있던 정보는 로즈가 약혼자와 함께 타이타닉을 탔으며 그 배에 로즈 엄마와 여성하인 두명도 동승하게 된다는 것. 헌데 그런이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옷차림새를 대충봐도 일단 상류층은 아닌 것 같은 낯선 청년이 있으니 이모는 의아해지지 않을수 없다. 당황한대로 로즈가 일단 이렇게 둘러댄다. 

 “ 그...그게 실은...저희집에 끝까지 남은 하인 도슨이에요. 인사하세요. 도슨...내 이 

  모님 되시는 분이다. 어서 인사드리거라. ” 

 ‘ 아니, 이 여자가 ? ’ 

 정말로 도슨이 자신이 부리는 하인이라도 되는듯한 말투로 나오자 도슨이 순간적으로나마 발끈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조금전까지 로즈의 철없는 행동과 그리고 도슨이 실은 빈털터리 남자임을 새삼 자각하고는 뭔가 후회하는듯한 모습을 보여 말다툼까지 했던 둘이 아니던가. 그 점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다급한 상황이라도 이런식으로 나오는 로즈에 발끈하지 않을수가 없다. 허나 이런 상황에서 그래봤자 일만 더 복잡해지리라는 것을 판단못할 정도의 남자가 도슨은 아니다. 일단 로즈의 말에 순종하기로 하고 정중히 로즈 이모에게 인사한다. 

 “ 아씨를 모시는 하인 도슨이라고 합니다. 존경하올 이모님을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  

 상류층의 인사예법을 그간 자라오면서 또는 베르사이유에서 귀족들 구두닦이 노릇을 하면서 대충 들어 아는 것이 있는지 그런 말투를 흉내내어 인사하는 도슨. 허나 이모는 더더욱 말이 안된다는 듯 나온다. 

 “ 너희집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남자하인이 있었다는 말이니 ? 언니한테 듣기로는 끝 

  까지 남은 여자하인 둘과 함께 배를 탔다고 들었는데 ? ” 

 일단 로즈 엄마와 이모는 서로간에 전화통화든 전보든 가끔식 소식은 주고받을만한 사이고 따라서 형부네 집이 빚에 몰려 몰락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더 버틸수 없는 웬만한 하인들과 하녀들은 제 한몸 살기위해 달아나버렸고 그리고 끝까지 남아 로즈아씨에 대한 충심을 지키려는 하녀 두명이 함께 배에 탔다는 것이 로즈 엄마가 로즈 이모에게 전한 소식이 아닌가. 헌데 하녀 두명이 아닌 남자하인 도슨이라니. 일단 로즈가 대충 변명하듯 답한다. 

 “ 어...엄마가 뭘 잘못 알고 전하셨나봐요. 하녀 두명은 오래전에 다 도망가버렸구 

  요...이 청년이 저희집안에 끝까지 남은 충신 도슨이에요. ” 

 로즈의 말을 곧이 듣는것인지 아닌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모는 일단 조카라도 생사를 확인했다는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직 생사를 모르는 로즈 엄마의 소식은 정보,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이 시대에 로즈 이모가 직접 이렇게 매일같이 테즈라항에 나와 혹시라도 남은 생존자가 돌아오는 경우가 있는지를 확인하는수밖에 없을것이고, 일단 로즈는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기로 한다. 

 “ 도슨, 짐을 갖고 따라오너라. ” 

 졸지에 로즈집안 하인이 되어버린 도슨은 로즈의 말대로 할 수밖에 없고 정말 자신이 하인이라도 되는 듯이 나오는 로즈에게 새삼 부아가 치밀어 놀리듯이 한마디 한다. 

 “ 아씨, 어차피 제가 들고갈 짐은 없습니다. 타이타닉에서 아씨가 아끼시는 카메라 

  며 뭐며 전부 두고 몸만 겨우 빠져나온 것 로즈아씨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 ” 

 바로 그 문제의 카메라 문제 때문에 조금전까지 말다툼한 것을 새삼 상기시키듯 이와같이 나오는 도슨. 여하튼 이 문제로 더 말싸움 할 상황은 아니라서 로즈는 일단 자신들을 이끌고 가는 이모를 따른다. 이모는 인근에서 택시를 잡아타 로즈와 도슨까지 셋이 함께 이모의 집으로 향한다. 

 “ 아, 참 근데 로즈...약혼자는 어떻게 된거니 ? 약혼자 생사도 모르는거니 ?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 

 사실 로즈 이모 입장에선 그제 제일 중요한 문제 아닌가.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모 집에서 머물며 약혼자 칼과의 결혼식을 준비하기로 되어있던 로즈. 따라서 자연스레 약혼자 생사문제에 대한 궁금함의 질문도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러자 순간 멈칫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던 로즈는 만약 이 시대 두리행성에도 ‘아카데미 영화상’ 같은 제도가 존재한다면 ‘여우주연상’을 줘도 지나침이 없을만큼 명연기를 펼치기 시작한다. 

 “ 어쩌면 좋아요 이모...전 이제 어쩌면 좋아요 이모...흑흑흑흑~~~!!! ” 

 “ 로즈 왜 그러니 ? ” 

 뒷좌석의 조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에 놀라 앞좌석에 탄 이모가 묻고 로즈는 정말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잃은 어린 예비신부의 모습으로 돌변 실성한 듯 울부짖는다. 

 “ 칼은...칼은 죽었어요. 저를 구하고 칼은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단말이에요. 칼은 

  배안에서 죽었어요. 저를 구해주고...칼은...불쌍한 칼은... ” 

 “ 가만...로즈...칼이 죽었단말이니 ? ” 

 울며불며 다소 횡설수설 넋두리처럼 늘어놓는 로즈의 말에서 일단 확실하게 이모가 알아들을수 있는 말은 로즈의 약혼녀로 추정되는 ‘칼’이란 남자가 죽었다는 이야기뿐이다. 로즈는 이모에게 확실하게 인식시키기 위해서인 듯 울먹이는 가운데서도 목소리를 한옥타브 높인다. 

 “ 칼은...저보고 먼저 구명보트에 타라고 하고선...칼은 미처 구명보트를 타지 못하고 

  배에 그냥 남게 되었어요. 칼은 죽었어요...이제 칼은 돌아오지 않아요. 앙앙~~~!!! 

  난 이제 어떻게 해...칼 없으면 나 어쩌면 좋아. 이모 전 이제 어떡하면 좋아요.  

  칼은 이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해요. 이모 !!! 전 이제 어쩌면 좋아요 !!! 엉엉엉엉 

  ~~~!!! ” 

 조수석의 이모는 물론 택시를 운전하는 운전기사까지도 로즈라는 여자가 이번 타이타닉 침몰사고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젊은 여성임을 확실하게 인식시킬수 있게끔 로즈는 계속 그렇게 큰소리로 울부짖고 있었고,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라 택시에서 내려서 이모는 거듭 그런 조카를 진정시키며 위로한다. 

 “ 로즈...진정하렴...그러고보면 정말 기가막힌 사고로구나. 엄마도 약혼자도 모두 생 

  사를 알수 없게 되어버렸으니...하긴 그렇게 많은이들이 죽은 대형사고니...이렇게  

  살아남은것만도 다 신이 주신 기적이라고 할밖에...어쩌면 좋으니 로즈. 일단 내 집 

  에서 당분간 안정을 취하려무나. ” 

 이모 입장에서 보면 이번 타이타닉 침몰사고로 엄마도 약혼자도 모두 잃은 그런 기가막히고 가련한 열아홉살 조카 아닌가. 약혼이고 결혼이고간에 일단 당분간 정신적 안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로즈에게 그런식으로 말하며 함께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모의 집에서 로즈는 일단 그녀가 빈방 하나를 내주어 그곳에서 휴식을 취할수 있게 되었다. 허나 로즈는 그렇다 치더라도 도슨이 문제였다. 로즈의 말에 의하면 그녀의 집에 끝까지 남았다는 ‘충성스러운 하인’인 셈인 도슨. 일단 그 부분에 대한 배려이자 포상이기라도 한지 자신의 집 하인이 쓰는 방에 당분간 머물도록 조치했다. 

 “ 우리집 정원사등 부리는 하인들이 사용하는 방이다. 좀 좁긴 하지만 그런대로 사 

  이좋게 나눠쓰면 그런대로 지내기 편할게야. 그리고 로즈아씨가 안정을 취할수 있 

  게 잘 돌봐드리렴. ” 

 “ 명심하겠습니다 어르신. ” 

 일단 정체가 탄로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는수밖에 없었지만 도슨이 생각해보니 기가막혔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태즈라항에서도 나와 ‘이제 어디로 가서 뭘 어떻게 해야하나’ 그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고작 카메라나 찾고 ‘설마 날 평생 구두닦이 마누라로 살게할 작정이냐 ?’는 말까지 하던 그런 로즈 아닌가. 그 점을 생각하면 어떤 배신감도 느끼고 로즈한테 속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쯤되면 칼이 그렇게 로즈의 배신에 치를떨며 그런 폭행까지 한 심정까지 이해가 갈 판인데, 일단 도슨은 착잡한 심정으로 로즈 이모의 집 남자하인들이 쓰는 방 한구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어쨌든 그렇게 일시적으로나마 로즈 이모의 집에서 머물게 된 둘. 헌데 한밤중에 도슨이 머물게 된 방문을 두드리는 누군가가 있었다. 사실 도슨도 침몰되는 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것에 대한 안도감에 긴장감이 그제서야 모두 풀렸고 사실상 3주간의 여정을 이제야 푸는 셈이라 세상만사 모든걸 잊고 깊은잠에 빠져있었는데, 그래서 쉬이 깨지 않는 도슨을 로즈가 깨운 것이다. 방문을 두드려도 안에서 반응이 없자 도슨대신 다른 하인이 깨어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자신이 아예 직접 들어가 도슨을 깨웠다.  

 “ 로즈...아...아니 저 아씨... ”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다는 생각에 바로 호칭을 정정하며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로즈는 긴말할 시간 없다는 듯 일단 도슨을 끌어냈다. 

 “ 잔말말고 일단 따라와요. 다른이들 깨기전에... ” 

 “ 아니 도대체 어디로 가는건데요 ? ” 

 “ 글쎄 일단 내가 시키는대로 해요 !!! 시간없어요 !!! ” 

 그러고보니 타이타닉 안에선 칼이 살고싶으면 자신이 시키는대로 하라며 1등석 갑판까지 잡아이끌더니 이번엔 로즈가 자신이 시키는대로만 하란다. 도슨이 언제부터 이렇게 남이 시키는대로만 해야하는 성격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른 하인들이 깨어나도 난감한 일이라 일단 로즈를 따라나선 도슨. 로즈는 일단 그를 자신이 머물게 된 방으로 데려갔다. 

 “ 일단 그 옷부터 챙겨입어요. 빨리. ” 

 어디서 구했는지 옷 몇벌을 도슨앞으로 내미는 로즈. 의아해하는 도슨에게 로즈는 서두르라며 거듭 재촉 하는수없이 도슨은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자 로즈는 뭔가를 방안에서 챙기는 듯 하더니 다시 도슨을 잡아 이끈다. 

 “ 아니 도대체 어디로 가려구요 이 시간에 ? ” 

 “ 글쎄 일단 잔말말고 따라 나오기나 해요. ” 

 그리고는 도슨을 데리고 집을 나온 로즈. 그리고 집 마당 한쪽에 있는 차로 간다. 아무래도 이 집 주인의 차인 것 같아 보이는데, 로즈가 그 차 운전석에 타더니 도슨보고 조수석에 타라고 한다. 

 “ 일단 타요 !!! ” 

 “ 아니...저 로즈... ” 

 일단 이 차를 타고 어디로든 달아나자는 대충 그런 의도 같은데 그래도 대체 뭘 어쩌자는것인지 그것만이라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허나 로즈의 거듭되는 재촉에 결국 도슨이 차를 타고 로즈가 차 운전을 시작한다. 아마 로즈가 베르사이유에서 차 운전도 해본 경험이 있는 듯 하다. 

 “ 아니, 도대체 어디로 갈 작정이에요 ? ” 

 도슨의 물음에 한동안 대답않던 로즈는 차가 이모네 집에서 한참 떨어진곳까지 왔을때쯤 한쪽에 차를 세우고 그리고 입을 열었다. 

 “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에르크로 가는게 좋을 것 같아요. ” 

 “ 예 ? ” 

 원래 타이타닉이 생기기 전까지도 패리스에서 남프라이즈로 가는 여객선이나 유람선의 상당수는 위험한 로프르스쪽 항로보다는 상대적으로 편하고 안전한 에르크를 택했다고 하지 않던가. 헌데 바로 그 에르크로 가자고 하는 로즈. 어리둥절해 하는 도슨을 보며 로즈의 설명이 이어진다. 

 “ 에르크엔 아직도 농사를 지을만한 비옥한 빈 땅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 일 

  단 그곳으로 가서 농사를 짓든 뭘하든 그래서 일단 먹고살 대책을 마련해봐요. ” 

 “ 로즈... ” 

 “ 설마 날 평생 구두닦이 마누라로나 살게할 생각이 아니거든 일단 내가 시키는대로 

  해요. ” 

 그도 그렇지만 로즈 이모의 집에서 너무 장기간 머물러 있는것도 자칫 도슨의 정체가 발각날 수 있는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혹시라도 로즈의 엄마가 극적으로 살아 돌아오는 일이 발생하면 그땐 도슨은 더더욱 큰일이고. 따라서 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로즈 이모네집을 떠나야 할 것 같다는 고민은 도슨도 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한 며칠정도는 머물러야 그 안에 대책이 세워지든 뭐든 될수 있을 것 같은데 로즈는 단 하룻밤도 더 머물지 않고 바로 이렇게 도슨을 끌어낸 것이다. 아직 남는 의문이 남아서 도슨이 묻는다. 

 “ 헌데...돈은 어떻게 해요 ? 어차피 우리 둘 다 지금 수중에 돈 한푼 없는건 마찬 

  가지잖아요. ” 

 로즈는 그 물음에 별다른 고민없이 답한다. 

 “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이모네 집 돈과 금품을 좀 훔쳤어요. ” 

 “ 네에 ? ” 

 놀라는 도슨. 그러고보면 거기에 이모네 차까지 훔쳐 달아나는 상황 아닌가. 이건 아무래도 아니다 싶은 생각에 도슨이 이와같이 나오고 그러나 로즈는 그런 도슨을 딱하다는 듯 보며 이렇게 말한다. 

 “ 그럼 지금 우리에게 다른 대안이 있기나 해요 ? ” 

 “ 로즈... ” 

 “ 있으면 말해봐요. 지금 우리가 살기위해 다른 합리적인 대안이 있기나 하냐구요 ? 

  있으면 말해봐요. 그럼 내가 그대로 따를테니... ” 

 하긴 지금 다른 대책이 없기는 도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기로 이모네서 돈은 물론 차까지 훔쳐가는 것 이건 너무 아닌 것 같아서 영 개운치 않은 표정의 도슨. 한편 로즈는 로즈대로 이모에게는 이렇게 달랑 편지 한 장을 남겨놓고 집을 떠났다. ‘이모...죄송해요. 나중에 좋은 시절이 오면 그때 모든 사정을 다 말씀드릴께요. ’ 

 “ 헌데 지금 대체 이런식으로 어디로 갈 작정인데요 ? ” 

 어차피 남프라이즈에 생전 처음 와보는 것은 로즈나 도슨이나 마찬가지 처지. 로즈가 일단 에르크로 가보자는식으로 말을 꺼내긴 했지만 여하튼 구체적인 지리 자체를 모르는 것은 둘 다 마찬가지 아닌가. 다만 어쨌든 로즈는 한때 남프라이즈에서 마음껏 사진촬영이나 하면서 인생을 즐기고 싶다는 꿈이 있기도 했고 아버지로부터 생전에 남프라이즈와 관련된 이런저런 정보를 들은바가 있어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 아주 문외한은 아닌 듯 했다. 로즈의 말이 이어진다. 

 “ 로프르스의 수도에서 에르크의 수도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있다고 들었어요.  

  거리가 총 700km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따라서 일단 그 해안도로를 이용하려구 

  요. ” 

 고속도로든 그냥 일반 도로든 700km라면 대략 시속 80km 정도의 차로 달린다면 9시간 정도 걸릴 그 정도의 거리다. 게다가 로즈나 도슨이나 어차피 남프라이즈쪽 지리나 도로에 문외한임을 감안한다면 그 해안도로를 찾아 진입하는데 걸리는 시간등을 감안하면 에르크의 수도까지 도착하는데는 대략 열시간 넘게 걸린다는 소리다. 그러나 열시간이 되었든 열다섯시간이 되었든 둘이 같이 행복의 보금자리라도 만들기 위해 떠나는 또다른 새로운 여정. 그렇게 일단 로즈와 도슨은 어렵사리 찾아낸 에르크로 향하는 해안도로로 접어들었다. 

 사실 이때는 아직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개념은 없는 시절이고 다만 장거리를 이동하는 차량을 위해 대략 한 두어시간 정도 간격쯤 되는곳에 바로 그런 여행객이나 운전객들의 편의를 위해 간단한 식사나 음료를 파는 그런 매점규모의 가게가 한두개정도 있긴 하다. 그러고보면 한밤중에 로즈 이모의 집을 떠나 새벽이 되어서 해안도로로 접어든 둘. 날이 밝았을때쯤 마침 보이는 그런 한 매점에 도착했는데, 아침식사도 식사거니와 지난 며칠간 사실상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그런 둘인지라 매점에서 이례적으로 먹거리를 왕창 사들였다. 매점주인이 아침부터 웬 거금을 내놓는 손님인가 싶은 횡재한 생각과 함께 엄청나게 많은 먹거리를 사가는 손님으로 인해 무척이나 놀라는 표정과 함께. 일단 매점 앞 주차할만한 공간 같은곳에 차를 세워놓고 식사를 하고있는 로즈와 도슨. 실로 모처럼만에 찾아온 둘만의 평온하고 아늑한 시간이다.



- 8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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