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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가수 팬픽 - 보아 (4) 솔로가수 팬픽



 

                                        평행우주 이야기 – 6. 타이타닉 

 


 “ 우리 이야기 좀 잠깐 하지. ” 

 로즈가 선실로 돌아왔을 때 뜻밖에도 칼이 기다리고 있었다. 평상시에도 로즈 모녀가 사용하는 객실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드나드는 칼이긴 했지만 오늘만큼은 로즈 어머니도 있는 객실에서 이야기하기가 좀 그래서일까. 로즈를 강제로 자기방으로 들어오게 했다. 로즈방은 그 옆방을 쓰는 두명의 하녀도 수시로 드나드니 칼로서도 아무래도 좀 무안하고 민망하다는 생각을 한듯하다. 일단 자기 방으로 로즈를 끌고온 칼. 그녀를 추궁하기 시작한다. 

 “ 일단 묻는말에 대답이나 좀 해. 도대체 어딜 그렇게 쏘다니는거야 ? ” 

 “ 이 넓은 배에서 내가 내 발로 내 마음대로도 못 돌아다니나요 ? ” 

 “ 닥쳐 !!! ” 

 그리고 로즈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는 칼. 일단 눈에 띄는게 로즈가 손에 들고있는 카메라다. 배에서 실컷 사진촬영이나 즐기고 싶다면서 심지어 도슨에게 ‘모델이 되어달라’는 제안까지 했던 로즈. 따라서 그녀가 배안에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거나 도슨을 만날때는 당연히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을 수밖에 없다. 허나 칼은 로즈의 취미가 ‘사진촬영’이라는것조차 여태 모르고 있었는 듯 더더욱 이해가 안간다며 묻는다. 

 “ 보아하니 꽤 고급스럽고 값나가는 카메라 같은데 그건 도대체 왜 들고 돌아다니 

  는거야. ” 

 이 시대 두리행성 지성체들중 하층민들은 사진은 아주 중요한 기념식때나 찍을 정도로 쉽게 만져볼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지만 상류층은 이미 일상처럼 카메라를 사용한지가 꽤 되었다. 따라서 칼이 그런 카메라를 못알아보진 않았을터이고 다만 그것을 로즈가 늘상 들고 다니는 것은 여전히 이해안간다는 듯 묻는중. 그러나 로즈는 여전히 냉소적으로 나온다. 

 “ 당신이 이런거 뭐 관심이나 있어요 ? 내가 뭘 좋아하는지...내가 진정 바라는게 뭔 

  지 그런데 관심이나 있었냐구요. ” 

 “ 닥치지 못해 이 X아 !!! ” 

 그리고는 로즈의 들고다니는 카메라 용도가 아무래도 수상쩍게 여겨졌는지 그녀의 카메라를 압수하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실랑이가 벌어진다. 

 “ 이거 왜 이래요 ? 이 카메란 제거에요. 아무리 약혼한 사이라도 이건 실례에요.  

 ” 

 “ 닥치지 말고 카메라나 어서 내놓지 못해 !!! 도대체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니가 

  이걸로 대체 뭘하고 돌아다녔는지 그걸 좀 봐야겠어. ” 

 아직은 카메라를 사진관에 맡겨 현상을 해야만 사진이 나오는 그런 시대다. 허나 칼은 지금까지 카메라를 자주 보기는 했지만 사용해본 경험이나 상식은 거의 없는 듯 필름이 들어있는곳을 대번에 열어보려고 했다. 사실 지금껏 타이타닉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도슨을 모델로 수많은 사진을 찍은 로즈이긴 하지만 그 사진내용은 배에서 내려 육지에 있는 사진관에 맞겨야 현상을 할수 있을터. 다만 어쨌든 로즈는 남프라이즈에 도착하면 이전과 같은 이런 취미생활을 더 이상 즐길수 없을것이라 생각하고 이 안에서 원없이 마지막으로 사진촬영 취미나 즐겨보고 싶다며 타이타닉 이곳저곳의 풍경을 찍어댄 것 아닌가. 따라서 그만큼 소중할 수밖에 없는 로즈의 사진들. 그래서 빼앗겨서는 안되기에 더더욱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한편 칼은 칼대로 필름을 그냥 꺼내기만 하면 바로 그 내용을 확인할수 있을걸로 생각하는지 단순무식하고 저돌적으로 바로 로즈에게서 카메라를 빼앗아 필름을 꺼내보려고 했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되면 필름에 빛이 들어가 애써 로즈가 찍은 필름은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그걸 아는 로즈와 그걸 모르는채 단지 로즈의 행동이 수상쩍어 그것을 확인해보려는 칼 사이에 필사적인 실랑이가 계속 벌어지고 만다. 

 “ 악 !!!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에요 !!! 그 카메라 당장 이리 내놓지 못해요 ? 그거 

  전부 그런식으로 하면 필름이고 뭐고 전부 못쓰게 된단 말이에요 !!! ” 

 “ 시끄러워 !!! 잔말말고 카메라나 이리 내놔 !!! ” 

 그러면서 로즈의 뺨을 거세게 때리며 저쪽으로 밀어버린 칼. 그로인한 통증보다 이미 칼이 로즈의 카메라 필름을 빼버렸다는게 로즈를 더더욱 충격받게 만들었다. 얼마나 소중하게 찍어낸 타이타닉 이곳저곳의 풍경이며 모습들이던가. 심지어 배에서 우연히 만난 3등칸 승객 도슨을 모델로 찍은 사진도 수도없이 그 안에 있다. 헌데 그게 칼의 단순무식한 행동 하나에 전부 무용지물이 된 것 아닌가. 로즈는 칼에게 맞은것보다 그게 더 기가막히고 경악스러웠다.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무식한자가 다 있나. 어떻게보면 말만 상류층이지 실은 3등칸의 도슨보다도 더 상식이 없을 정도로 무식한 칼. 어이가 없어 바로 발악을 하며 항의한다. 

 “ 이게 대체 무슨짓이에요. 그게 얼마나 소중하게 찍은 사진들인데... ” 

 “ 닥치고 어서 저리 가지 못해 !!! ” 

 그리고 다시한번 로즈를 발길로 차버리는 칼. 그 바람에 로즈는 쓰러지고 칼은 로즈의 이런 행동들이 더더욱 수상쩍고 의심이 가는지 쓰러진 로즈의 턱을 움켜쥐고 따진다. 

 “ 너 바른대로 대라. 남자 생긴거 맞지 ? ” 

 “ 뭐라구요 ? ” 

 “ 남자 생긴거 맞지 ? 이 카메라 안에 바로 그X이랑 찍은 사진이 다 들어있었던거 

  지 ? 그래서 그거 들킬까봐 그렇게 발악을 하면서 안 뺏기려고 한거지 ? 솔직하게 

  말해봐. ”
“ 무식한 인간 !!! ” 

 “ 아니...그런데 이X이 ? ” 

 로즈는 칼이 카메라속 필름을 빼버려 전부 못쓰게 만들어 버린 것을 갖고 그를 ‘무식하다’고 힐난하는것이지만 그런 로즈 말의 의미를 알턱없는 칼은 ‘무식하다’는 말에 더더욱 발끈 로즈를 수도없이 발길로 걷어차고 때린다. 그러면서 이렇게 소리친다. 

 “ 어디서 함부로 무식하다고 X소리야 ? 너...내가 이래봬도 왕년에 학교 다닐 때,  

  그 어렵다는 수학,과학 수도없이 백점 맞았던 X이야 !!! 근데 어따대고...그 잘난 귀 

  족들 자제...상류층 자제...수도없이 수학시험,과학시험 죽쑬 때 백점 맞던게 이  

  칼이라고 !!! 그런데 그런 나한테...감히 어따대고 무식하다는 소리를 해 !!! ” 

 “ 학교다닐 때 공부 아무리 잘했으면 뭘해 !!! 일반적인 생활상식이 전혀 없는데... 

  세상에 카메라 필름에 빛이 들어가면 어떻게 된다는것도 여지껏 모르는 무식한 

  작자...게다가 마음에 안든다고 제 약혼녀를 함부로 때리고 손찌검하는 천하 돼 

  먹지 않은 작자 !!! ” 

 “ 아니, 그런데 이 X이 ? ” 

 로즈의 이런 행동에 더 부아가 치민 칼은 더더욱 로즈를 세게 발길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때리고 그로인해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로즈. 이런 칼과는 더 이상 말도 섞고 싶지 않은 듯 겨우겨우 차린 정신으로 그의 객실을 빠져나와 어디론가 간다. 

 


 로즈는 3등칸 도슨의 객실로 갔다. 옷은 일부러 자신이 부리는 하녀 한명의 의상을 빌려 입었다. 3등칸 승객이 전부 늑대나 변태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웬만해선 3등칸까지 올 일이 거의 없을 상류층 옷차림을 하고 있는 여성이 3등칸 객실을 찾았다면 뭔가 이상하거나 특이하게 보고 수작을 부리는 남자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그럴바엔 차라리 신분이 낮은 하녀복장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 로즈... ” 

 여하튼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객실로 찾아온 로즈로 인해 도슨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자신들끼리 암호를 정해 그 암호를 로즈가 부리는 하녀가 도슨의 객실로 찾아와서 전하지 않았던가. 일단 로즈와 같은 객실에 타고있는 승객 두명은 이전에 찾아오던 하녀들과 거의 비슷한 분위기와 복장을 하고 있는 로즈에 대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고 도슨는 일단 당황하고 황급한 가운데서도 다른 승객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로즈를 데리고 객실을 나왔다. 

 “ 로즈, 일단 이쪽으로 와요. ” 

 사실 여유로운 공간이 많은 1등칸이나 2등칸에 비해 3등칸은 객실과 복도도 좁은데다가 승객들도 많다. 그래서 승객들의 눈을 피할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는데 도슨은 일단 급한대로 아마 승무원들이 비상시 이용할수 있게 만든 비상계단쪽으로 데리고 갔다. ‘일반승객 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이 무색할정도로 급하게 그곳으로 로즈를 데려간 도슨. - 늘 둘이서 밀회를 즐기던 2층의 전시실이 있긴 하지만 전시실까지 도슨의 객실에서 가기는 또 거리가 멀어 그 또한 쉽지 않았다. 헌데 아무도 없는 비상계단으로 온 로즈가 갑자기 웃옷을 풀어헤쳤다. 

 “ 로즈... ” 

 로즈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해하는 도슨을 보며 로즈는 다급한 갈망의 목소리를 담아 이와같이 말했다. 

 “ 도슨...차라리 날 좀 어떻게 해줘요. ” 

 “ 로즈... ” 

 ‘홧김에 서방질 한다’는 속언이 두리행성의 패리스대륙이나 남프라이즈쪽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로즈의 심정은 거의 그와같다고 보면 된다. 물론 엄밀히 따져서 칼은 아직 로즈의 정식 남편도 아니고 이미 로즈와 도슨의 관계가 이런 이상 이걸 홧김에 저지르는 어떤 ‘부적절한 관계’로 보기도 어렵다. 여하튼 로즈는 칼이 자신의 소중한 카메라와 필름까지 못쓰게 만들어버렸고 거기다 극심한 폭행까지 해버려 이런식으로는 도저히 칼하고 남프라이즈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같이 살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래서 더더욱 갈급하게 도슨에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다급한김에 자신들도 모르게 승무원들이 비상시 이용해야할 비상계단에서 그와같은 관계를 맺고야 만 두 연인. 일단 대충 속옷이라도 챙겨입고 계단 한쪽에 대충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 도슨... ” 

 다시금 어떤 갈망의 눈빛으로 도슨을 바라보고 있는 로즈.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남프라이즈에 가면 뭘할지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 ? ” 

 “ 아직은... ” 

 돈에 팔려 칼과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 결혼식을 남프라이즈에서 올리기로 되어있기 때문에 타이타닉에 탄 로즈이지만 그와 달리 도슨은 우연히 도박판에서 딴 거액의 돈을 타이타닉 배표를 사는데 다 써버린 것이다. 물론 타이타닉이란 역대 최대의 초호화 여객선이자 유람선이 만들어진다는 신문광고 정도는 어느정도 접하고 인지를 했었겠지만 그래도 타이타닉을 타거나 남프라이즈로 간다는 것은 어느정도 충동적으로 결정한면이 있는 도슨. 그래서 그런 도슨에 대한 어떤 우려와 안타까움까지 담아 로즈가 이렇게 말한 것이다. 

 “ 일단... ” 

 도슨은 한숨을 내쉬는 가운데서로 로즈를 실망시키고 싶진 않아 조심스레 운을 뗀다. 그래도 아주 생각없이 사는 이는 아니었던것인지 도슨의 말이 이어지고 있다. 

 “ 베르사이유에서처럼 구두닦이나 하며 살 생각이었다면 애초부터 타이타닉을 탈 생 

  각을 하진 않았겠죠. 그것도 그 먼 남프라이즈를 석주걸려 가면서 거기서도 구두닦 

  이를 할 생각이라면... ” 

 “ 그럼 대체 이제 어찌할 생각인가요 ? ”  

 “ 글쎄요 뭐...공장에 취직하든가 농사를 짓든가. 일단 항구에 내리면 구체적으로 이 

  제 뭘할지 구상은 해봐야겠지요. ” 

 “ 배를 탄지 벌써 열흘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그만한 구상도 안 해봤단 말인가요 ? 

 ” 

 혹시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잠시 생기는 로즈. 만약 도슨이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대충 사는 그런 지성체였다면 로즈 입장에서도 남자를 잘못 택해도 뭔가 잘못 택한 것이 분명하다. 어찌보면 칼보다도 더 최악의 남자일수도 있는게 도슨의 상황 아닌가. 그나마 칼은 어쨌든 귀족신분이고 돈이라도 많지만 도슨은 그렇지도 않다. 그런 자신의 처지와 주제를 알기는 아는지 도슨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어쨌든 난 배운것도 별로 없고 아는것도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러니 남프라이즈에 

  당도한다고 해도 그곳에서 뭘 할지...생각하고 선택할만한게 그리많지 않네요. ”  

 “ 도슨... ” 

 그런 도슨과는 달리 그래도 로즈는 남프라이즈의 정보에 대해 대충 귀동냥으로 들어서 아는 것이 좀 있는것일까. 그녀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우리 일단 태즈라항에 도착하면 로프르스에 정착하지 말고 에르크로 가보는건 어 

  때요 ? ” 

 “ 에르크요 ? ” 

 남프라이즈에 있는 구체적인 나라나 도시 이런 정보에 대해선 도슨은 그리 아는바가 많지 않은지 의아해서 로즈에게 묻고 로즈의 설명이 좀 더 이어진다. 

 “ 남프라이즈에 대해선 저도 예전에 아버지한테서 들은게 좀 있어서 알아요. 보통은 

  에르크가 땅이 비옥한 평야지대가 많고 강이나 산도 적당히 어우러져서 농사를 짓 

  기엔 최적의 지리라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가는 태즈라 항구의 소재 

  지이기도 한 로프르스는... ” 

 “ ...... ” 

 “ 반대로 산림지역이 많아서 장사를 하든 농사를 짓든 그런 것을 하면서 정착하기  

  쉽지 않은 그런곳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대신 교통이 편리해...남프라이즈를 가로지 

  르는 철도가 놓여있는게 이점이긴 하지만... ” 

 남프라이즈의 북동부 지역 국가인 로프르스나 에르크 그리고 특히 그 인근 해안지형에 대한 우려는 애치슨이나 앤드류스가 이미 한 바 있다. 허나 그와같은 이야기는 칼이 흡연실에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듣게된 이야기고 로즈나 도슨은 아직 그에대해서까진 아는바가 없다. 다만 남프라이즈의 그와같은 국가나 지형들에 대해선 로즈기 들어본 정보가 좀 더 있는 듯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아마 태즈라에 내리면 인근지역에 에르크까지 갈 수 있는 교통편이 있을거에요.  

  사실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패리스에서 남프라이즈로 이민을 간 경우도 로프르스보 

  단 에르크에 정착을 한 경우가 더 많으니 그런이들을 위해서도 로프르스에서 에르 

  크로 갈 수 있는 육로와 교통편은 확실히 있을거에요. ” 

 그러면서 사실상 둘이서 항구에 내리면 에르크로 도망을 치자는 제안을 하는 셈이 아닌가. 허나 도슨은 아직 걱정이 되는 듯 로즈에게 묻는다. 

 “ 허나 칼의 감시를 피할수 있겠어요 ? 칼이 로즈를 그렇게 쉽게 놓아주진 않을텐 

  데... ” 

 “ 빈틈을 봐서 기회를 봐서 탈출해야죠. ” 

 “ 하지만 어떻게... ” 

 말은 쉽지만 방법은 쉽지 않을 것 같아서인지 거듭 걱정되는 말투로 도슨이 이와같이 묻고 로즈는 급한대로 생각나는 방안이 있기라도 한 듯 이와같이 말한다. 

 “ 보니까 칼은 생각보다 단순무식한 남자더라구요. 그러니...차라리 카메라를 고친 

  다고 하든 사진현상을 한다고 하든 그런식으로 하면서 적당히 칼의 시선을 한 몇 

  시간이라도 피할수 있는 방법이 있을거에요. ” 

 “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우리 둘이서 도망을 치자 그 말인가요 ? ” 

 일단 도슨이 불법으로 타이타닉을 타거나 한 것은 분명이 아니고 비록 도박으로 딴 돈을 그곳에 썼을지언정 배편은 정당하게 구입한것이니 그런 도슨이 태즈라항에 들어가 입국을 하는데까진 아무런 문제될것이 없다. 그러니 그 이후의 일. 물론 로즈의 가족이나 칼의 가족이 그 일을 안다면 기함을 하고도 남을 일이나 여하튼 불법체류자라도 되는 것이 아닌이상 그곳에서 로즈와 도슨이 정착을 하든 살림을 차리든 그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될것이 없다. 그러니 일단 항구에 도착하면 1차 목표는 칼의 시선을 피해 둘이 함께 달아나는 것. 로즈가 나름 이렇게 계책을 세우자 도슨의 마음도 조금은 흔들리고 있다. 

 


 “ 타이타닉이 출항한지도 어느덧 열하루가 지났군요. ” 

 로즈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계속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해서일까. 칼도 로즈의 환심을 사는일을 계속 하는 것은 단념한 듯 했다. 그대신 칼은 흡연실에서 알게된 신문사 논설위원이라는 애치슨 그리고 바로 이 선박의 설계자라는 앤드류스와의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시간 앤드류스는 다른 볼일이 있는지 자리에 없고 칼만 애치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총 19일의 항해일정중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난거죠. 이제 남은 8일이 지나면 이  

  기적의 호화유람선이자 여객선 타이타닉의 꿈같은 항해도 막을 내립니다. ” 

 “ ...... ” 

 “ 단 마지막 ‘죽음의 공간’을 무사히 통과할수만 있다면 말이죠. ” 

 “ ‘죽음의 공간’이요 ? ”  

 앤드류스가 타이타닉의 항로에 약간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하긴 했었지만 그런 앤드류스 조차도 지금까지 그런 표현을 입에 담진 않았다. 헌데 아무리 언론인이고 글쓰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소위 문제가 있다는 로프르스 인근의 암초와 작은 섬이 많은 해역을 그런식으로 표현하다니. 이건 좀 너무하지 않냐는 생각에 칼이 까닭모를 불안감이 다시 밀려와 애치슨을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애치슨이 살짝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간다. 

 “ 마지막 이틀간 항해가 문제지 그때까지 약 보름여정도의 항해는 그저 잔잔한 망망 

  대해를 계속 항해할 뿐이라오. 그러니 그때까진 문제될일이 거의 없지. 결국 앤드 

  류스 선생이 지적한 그 마지막 이틀이 문제일뿐... ” 

 허나 그런말을 들으니 칼은 더더욱 불안감이 밀려드는데 그때 흡연실에 당도한 것이 앤드류스였다. 대체로 평온하고 침착한 분위기였던 애치슨 답지 않은 약간 평정심을 잃은 분위기를 보이는 가운데 앤드류스에게 이렇게 말을 걸고 있었다. 

 “ 어떻게 되었소 앤드류스 선생 ? ” 

 앤드류스가 절망섞인 표정으로 입을 연다. 

 “ 일단 항로변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무슨 특별한  

  천재지변이나 큰 재난이나 사고가 없는 한 배가 되었든 비행기가 되었든 이미 출 

  발한 배가 도착할 항구를 변경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 이 큰 배에 탄 많은 승객 

  들 모두 목적지를 로프르스에 있는 태즈라 항으로 알고 다들 여행일정을 잡았을테 

  고 항구측에서도 준비를 그와같이 하고 있을텐데 어떻게 지금와서 항로를 변경합니 

  까. 그러니 그건 이미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일이에요. ” 

 “ 그럼 이젠 어떻게 해야하나요 ? ” 

 애치슨으로부터 ‘죽음의 항로’란 말까지 들은 칼이라서인지 더더욱 불안해져 울상까지 되어 앤드류스에게 물었고 앤드류스가 미리 준비해온 지도를 펼쳐보이며 설명한다. 

 “ 일단 두가지 정도의 대안이 없지는 않아요. ” 

 “ 대안이 있다구요 ? ” 

 칼은 물론 애치슨까지 귀가 번쩍 트이는 모습으로 앤드류스를 바라보았고 앤드류스는 차분히 설명을 이어간다. 

 “ 우선 첫 번째 대안은 문제의 섬과 암초지대 오른쪽으로 비켜가는겁니다. 유속도  

  느리고 배가 지나갈 공간도 충분하니 안전지대로 무사히 태즈라항까지 도착할수 있 

  을거에요. 다만 시간이 하루이틀 더 걸린다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 

 애초 타이타닉은 에르크까지 가는 21일의 시간을 이틀 단축하기 위해 에르크보다 상대적으로 위험하긴 하지만 유속이 빨라 빨리 항해할 수가 있는 태즈라를 택한 것이다. 헌데 섬과 암초지대를 비켜가는데 하루,이틀이 더 걸린다면 선박회사측으로선 항해일정을 단축한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이럴진대 과연 본사에서 허락이 떨어질지가 미지수다. - 일단 본사측과는 항해사들이 무선통신을 통해 계속 연락을 취하며 배의 항해상황을 보고중이다.  

 “ 그리고 또 다른 대안은요 ? ” 

 “ 또다른 대안은 반대로 왼쪽으로 돌아가는 방법인데 이건 오히려 더 위험한 방법 

  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쪽은 유속이 더 빠르다는 보고가 있더라구요. 내가 지금 승 

  무원들에게 건의하는 것은 암초지대 중간을 그냥 통과하는게 유속등의 문제로 너 

  무 위험하니 길이라도 비켜가자는건데 더 빠른길이라면 이 건의를 하는게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물론 일단 암초지대를 비켜갈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부담은 줄어드 

  는 셈입니다만... ” 

 “ 그 외 다른 대안은 없는건가요 ? ” 

 “ 그 외에는...우리를 지키시는 ‘JS신’께 운명을 맡기는 수밖에 없지요. ” 

 패리스 대륙 지성체의 70-80% 정도가 신앙한다는 ‘JS교’. 그러니 이런 상황에선 앤드류스든 애치슨이든 이 정도 되는 지식인일지라도 종교나 신에 자신들의 운명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종교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집안에서 자란 칼조차도 그러고픈 심정일텐데. 한편 애치슨은 애치슨대로 앤드류스에게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묻는다. 

 “ 헌데 아무리 그래도 앤드류스 선생이 이 선박의 설계 총 책임자였는데 그 정도 권 

  한도 없단 말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회사는 물론 승무원 

  들과도 어느정도 소통을 했을터이고...어쩌면 그 소통은 여전히 유효할터인데... ” 

 허나 앤드류스는 절망적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 어쨌거나 엄밀히 따져서 전 선박제작 책임자였지 타이타닉에서 배와 승객들을 돌 

  보는 업무를 맡는 승무원은 아닙니다. 이 배를 탄것도 어디까지나 손님이지 승무 

  원 자격이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다른 승객들과 달리 주어진 특권이 있었다면 다 

  른 승객들과는 달리 출항식 행사에 초대장을 받고 참석했다는것과 바로 그런 손님 

  이자 V.I.P 자격으로 다른 승객들처럼 비싼 배표를 구입하지 않고 공짜로 타이타닉 

  을 탈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것뿐, 항로변경에는 아무런 권한이 주어진 것이 없습 

  니다. ” 

 “ 배에...구명보트는 충분히 마련되어있나요 ? ” 

 “ 사고가 안 나길 바라야겠지만 사고가 난다면 귀족들은 그야말로 ‘노블리스 오블리 

  쥬’를 실천해야하는 상황에 봉착할것입니다. ” 

 “ 그건 또 무슨말인가요 ? ” 

 이해가 안간다는 듯 묻는 애치슨. 앤드류스의 설명이 이어진다. 

 “ 배의 무게 그리고 미관상의 문제등 때문에 총 40인이 탈 수 있는 구명보트 40대 

  밖에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 총 2,500명이 탑승할수 있는 여 

  객선이니만큼 만약 40인승 구명보트를 마련한다면 최소한 60대 이상은 여유있게  

  마련해야 했을터인데 그 건의조차도 선박제작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배 

  의 미관상 문제와 배의 무게,제작비 문제등 여러 가지 토의를 하는 과정에서 결국 

  구명보트를 40척밖에 못 만들고 말았으니... ” 

 “ 그렇다면... ” 

 “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나 어린이를 먼저 태운다는 에티켓 

  정도는 패리스인이라면 누구나 배웠을터이고...따라서 1등칸의 상류층중 상당수는 

  ... ” 

 “ ...... ” 

 “ 사회적 지도층의 책임을 지고 많은 사회적 약자와 일반 평민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자신들이 희생해야 하는 그런 각오를 해야할겁니다. 결론적으로 1등칸의 상류 

  층 남자들은 다른 승객들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그 말입니다. ” 

 이 시대 두리행성에서 ‘패리스 대륙’의 지성체 상당수에겐 특히 상류층에겐 그와같은 의식이 어느정도 잡혀져 있었던 것으로 보면 된다. 특히 패리스는 알렉스에 비해 신분제가 더 엄격하게 적용이 되었고 하지만 그래서인지 또는 종교적인 어떤 윤리의식 때문인지 지배계급이 사회와 약자 그리고 평민들을 위해 희생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식이 오래전부터 만들어져왔던 것이다. 허나 애치슨이나 앤드류스까진 몰라도 칼은 그런 이야기까지 듣자 진짜 절망스럽다는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 저...전 솔직히 그런거 몰라요. ” 

 나이 스물아홉살의 아직은 청년.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공짜로 사업을 물려받을 처지에 있는 전형적인 부잣집 도령. 단지 그게 전부인 칼은 패리스에서 나름 지식인 계층에 속하는 애치슨이나 앤드류스보단 그런 의식이 적어서인지 다시금 울상이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나약한 여자나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부짖고픈 심정이랄까. 칼의 넋두리가 이어진다. 

 “ 전 그냥...운이 좋아서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그냥 잘먹고 잘사는...그런 환경에서 

  자라게 되어...다행이다 뭐 그런 생각만 하며 살았을뿐...뭐 지배계급의 의무니 뭐니 

  그런건 한번도 생각 안해봤어요. 상류층이라서 사회 지도층이라서 지배계급이라서 

  사회적 약자나 일반인들을 위해 먼저 희생해야하고 의무를 다해야 한다구요 ? 저... 

  전 그런거 몰라요. 전 그런거 모른단 말이에요. 엉엉엉엉~~~!!! ” 

 “ 여보게 칼...진정하게 칼... ” 

 어린아이처럼 우는 칼을 40대 초반의 애치슨이 막내동생이나 조카라도 달래는 말투로 그렇게 위로하고 있고 직접 손수건으로 칼의 눈물콧물까지 닦아주면서 이렇게 위로하고 있다. 

 “ 솔직히 이런 상황이 정말 내게 닥쳐오리라곤 나도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 안 해  

  봤어. 그저 막연히 그런 사회지도층으로서의 희생정신...의무 그런 개념이 있다고만 

  생각했을뿐...막상 그런 위기감이 올때의 당혹스러움은 나도 마찬가지야. ” 

 “ 그렇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실수가 있으세요 선생님은...엉엉엉엉~~~!!! ” 

 “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오늘날 내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는 어쩌면 수많은 평민 

  들이나 산업,경제 현장에서 고생하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그런 이치도 있기 때문이야.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쌀 한톨에도 농 

  부의 피땀이 들어있고 옷 한 벌에도 노동자의 노고가 깃들여 있다는...그러니 그런 

  이들의 희생덕분에 결과적으로 잘먹고 잘사는 신세가 된 나...그러니 그런 사회적 

  지배계급이 정작 위기상황이 왔을땐 일반 평민들에게 먼저 양보하고 지배계급이 먼 

  저 희생하고 의무를 지킨다...따지고보면 당연한 그들에 대한 도리요 이치가 아니겠 

  나. ” 

 “ 몰라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전 그냥 아버지 잘 만나서 지금껏 잘먹고 잘살아온 

  것 뿐이라구요. 지배계급의 의무고 뭐고...전 그런거 아무것도 모른다구요. 엉엉엉 

  엉~~~!!! ” 

 “ 칼선생...조금만 진정하시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아직 그렇게 절망하기엔 때가  

  이르오. ” 

 보다못한 앤드류스도 젊은 칼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줘야겠다는 듯 이와같이 나온다. 앤드류스의 말이 이어진다. 

 “ 무엇보다 내 말은 이 타이타닉이 항로를 잘못 선택해서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것 

  뿐 아직 사고가 난 것은 아니지 않소. 그러니 지금은... ” 

 “ 지금은 뭘 어찌해야 하는데요 ? ”  

 “ 지금으로선 이 배가 무사히 항구에 당도할수 있도록 우리를 지키시는 신 ‘JS신’ 

  께 기도하는수밖에 없습니다. ” 

 이 판국에 기도라니. 어이없다는 듯 칼이 앤드류스를 보는데 애치슨도 다시금 그를 위로하려는 듯 한마디 한다. 

 “ 그래 칼. 용기를 갖고 기운을 내게. 무엇보다 우리 패리스 대륙...아니 따지고보면 

  이 행성에 존재하는 모든 지성체들을 태초부터 지켜주신 우리의 ‘JS신’이신데 아무 

  렴 그런 엄청난 사고가 쉽게 일어나게야 하시겠나. 그러니 일단 우리의 JS신을 믿 

  고 함께 기도하도록 하세나. ”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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