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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가수 팬픽 - 보아 (3) 솔로가수 팬픽



 

                                     평행우주 이야기 – 6. 타이타닉 

 


 “ 지금 우리가 정상적인 약혼자 사이로 볼수 있다고 생각하나 ? ” 

 칼의 불만에 찬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아직 로즈와 칼이 정식 부부인 것은 아니니 둘의 객실은 각기 따로 있었으나 칼은 이미 로즈를 자신의 정식 부인인것처럼 생각하는지 거리낌없이 로즈의 객실을 드나들고 있었다. 다만 로즈는 그런 칼을 별로 탐탁히 여기거나 환대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아니 심지어 로즈는 그녀의 취미인 사진촬영이나 혼자 실컷 즐기고 싶어서였는지 칼이 로즈의 객실에 들렀을때는 그녀는 방에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칼의 불만이 자연스럽게 터져나온 것이다.  

 “ 타이타닉을 탄지 벌써 나흘이나 지났는데 당신은 지금까지 나한테 따뜻한 말 한 

  번 건네온적이 없어. 그러니 이게 어디 정상적인 약혼자 관계로 볼수있냐 이 말이 

  야. 내 말은 !!! ” 

 “ ...... ” 

 “ 아닌말로 결혼을 앞둔 청춘남녀가 둘이 한참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모자랄 그럴 여행인데 말이야. ” 

 “ 어차피 당신이나 나나 피차 필요에 의해서 한 정략결혼이잖아요. ” 

 칼의 이와같은 항의 자체가 못마땅한지 로즈는 오히려 그런 칼에게 냉소적으로 쏘아붙이고 있었다. 허나 그러자 칼도 더는 못참겠는지 발끈한다. 

 “ 이것봐. 말은 바로 하자구.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라니. 우리가...아니 더 정확히는 

  그쪽이 우리 아버지 돈이 필요했던거지 내가 그쪽을 원했던것도 아니잖아. 근데 피 

  차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결혼이라니 !!! ” 

 “ 어쨌든 당신은 애초부터 날 원하지 않았던건 맞는 이야기잖아요. ” 

 “ 뭐야 ? ” 

 로즈의 거듭되는 냉소적인 말투. 웬만한 남자라면 더 이상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르는게 정상일 것이다. 따라서 로즈의 이와같은 태도에 대한 칼의 발끈함도 거듭되고 있었다. 

 “ 이것봐. 똑바로 하자고. 짚고 넘어갈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구. 어차피 우리로선  

  이 약혼 취소해도 아무런 아쉬울 것 없는 그런 집안이야. 당신네 집안 빚 대신 갚 

  아 주기로 한것도 전부 없었던걸로 하고 이따위 약혼쯤은 전부 지금 당장이라도 다 

  없었던걸로 해버릴수도 있어. 근데 어딜 시건방지게... ” 

 “ 그러니까...그쪽이 원치 않는 결혼이라면 지금이라도 깨버리자구요. 남프라이즈에  

  도착하기 전까진 아직 시간도 충분하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 

 “ 뭐야 ? ” 

 각 나라나 지역에 따라 문화나 풍습은 다 차이가 있겠지만 여하튼 이 시기 두리행성 대다수의 국가나 문화에서는 정략결혼이나 중매결혼이 아직 연애결혼보다는 더 보편화 되어있는 시대로 봐야할 것이다. 다만 그래도 평민들의 경우엔 비슷한 환경이나 처지에 있는 이들끼리 만나 어울리다가 자연스레 정분이 나는 경우가 더 많았고 귀족사회에서도 정략결혼보다는 연애결혼을 선호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그런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스물아홉살의 노총각 칼이나 열아홉살의 아직 이른 나이에 결혼하게 되는 로즈나 지금 이렇게 어느 한쪽의 경제적 문제 때문에 부득이하게 하게되는 이련 결혼. 어느정도 못마땅한 면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심리일 것이다. 다만 어쨌든 이 시기 두리행성 보편적인 지성체들의 결혼적령기(20대 초,중반)를 넘어선 칼의 입장에선 그런쪽으로의 초조함과 불안함도 분명 있었다. 로즈의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칼의 신경을 계속하여 건드리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 나이에라도 하게된 결혼이 자칫 깨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그런 불안감이 칼에게 분명 있었던 것이다. 그런 칼이라서 로즈의 이와같은 태도가 더더욱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칼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 이봐 로즈. 분명히 하자구. ” 

 “ 뭘 또 어쩌자는건데요 ? ” 

 “ 나 당신의 어리광과 투정 막연히 모든걸 다 받아줄수 있는 그런 대인배로 착각하 

  면 곤란해. 나 솔직히 어떤X들은 사이코 기질이 좀 있는 것 같다고 수군거릴정도 

  로 한번 열받으면 한없이 괴팍해질수도 있는 그런 X이라구. 그러니 그런 내 신경 

  적당히 건드리란말야. ” 

 “ 그렇게 내가 싫고 못마땅하면...지금이라도 이 결혼 깨자구요. 나도 뭐 아쉬울건 

  없으니까. ” 

 “ 뭐야 ? ” 

 “ 로즈 너 도대체 왜 이러니 ? ” 

 헌데 이때 잠시 다른 볼일을 보러 객실을 나가 있던 로즈 어머니가 돌아오다 이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타이타닉에 탔을때부터 잔뜩이나 수심가득한 얼굴로 있던 딸이 아니던가. 로즈 어머니가 봤을때도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이 결혼에 대해 못마땅한 반응을 보이던 딸이었는지라 그런 딸이 심지어 약혼상대인 칼과 대놓고 말다툼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말았으니 결국 한마디 하지 않을수가 없었을 것이다. 먼저 딸을 나무란뒤 칼에게 사과한다. 

 “ 여보게 칼선생. 미안하외다. 내 딸이 아직 어리고 철이 없어서... ” 

 “ 뭐 괜찮습니다. 그리고 부부가 살다보면 사소한 일로 말다툼 하는 경우도 종종 있 

  는것을요. 너무 괘념치 않습니다. ” 

 “ 부부라구요 ? ” 

 예의상 하는 말이 그럴뿐 진심으로 딸의 태도에 불쾌해 하지 않는 것은 아닐것이라는 것은 로즈 어머니야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일일터이고, 헌데 그 와중에 나온 ‘부부’ 어쩌구 하는 표현이 다시금 로즈를 발끈하게 만든다. 

 “ 이봐요 칼씨. 진짜 뭐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아직 부부 아니에요. 

  결혼한 사이 아니라구요 !!! ” 

 “ 로즈야 !!! ” 

 어쨌든 큰 이변이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한 남프라이즈에 도착하면 주변 친구,지인들에게 청첩장을 잔뜩 뿌리고 모든 주변인들의 축복하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 있는 것은 기정사실일 칼과 로즈 아닌가. 그럼에도 한사코 ‘정식 부부사이 아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로즈. 한편 칼은 칼대로 소모적인 말싸움을 더 길게 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아서일까. 공연한 말싸움이 정신만 더 사납고 지치게 만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대충 그쯤에서 무마시키고 물러나려 한다. 혼잣말처럼 이렇게 투덜거리며. 

 “ 에잉...답답해서 바람이나 쐬던가...흡연실에 가서 수다라도 떨던가 해야지. 이거 

  야 원...에잉... ” 

 “ 여보게...칼 미안하네. 내가 면목이 없어. ” 

 로즈 어머니가 칼을 이런식으로 그냥 돌려보내는 것은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 다시금 사과의 말을 입에 담고, 칼은 어차피 더 길게 말싸움 하고 싶지가 않았던터라 로즈 어머니만 대충 이런식으로 달랜다. 

 “ 괜찮습니다 어머니. 어차피 석주의 배여행은 긴 시간입니다. 그 정도 시간이 지나 

  고 남프라이즈에 도착할때면 로즈 마음도 좀 누그러져 있겠죠. ” 

 “ 석주 아니고 19일이에요 !!! 그리고 그중 이미 4일이 지났으니 15일밖에 안 남았 

  구요 !!! ” 

 굳이 그렇게 날짜까지 정확하게 계산하고 있는 로즈. 칼은 결국 그런 로즈를 뒤로 외면한채 객실을 떠나고 만다. 

 


 흡연실에 들렀을 때 마침 언론인인 애치슨과 타이타닉을 설계했다는 앤드류스가 와 있었다. 이미 일전에 한번 면식이 있는 사이라서인지 이들과 칼은 곧바로 친분을 나눌수가 있게 되었다. 사실 20대 후반의 칼에 비해 애치슨이나 앤드류스나 최소한 십여살은 많은 40대 초,중반의 지성체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 이런 친분을 나눌수 있게 된 것을 보면 그래도 이들 사이에 뭔가 통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애치슨이 문득 궁금해서인지 칼한테 묻는다. 

 “ 헌데 칼선생은 약혼자와 함께 타이타닉을 탔다고 하지 않았소 ? ” 

 지난번 대화를 나눌 때 칼이 언뜻 그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이와같이 물은것이고 헌데 칼은 그런 애치슨의 물음에 씁쓸해하며 답한다. 

 “ 약혼...그러니까 결혼을 전제로 하고 탄 여자가 있기는 하죠. 하지만... ” 

 이미 로즈와는 정상적인 약혼자 사이가 되어있지 않은 칼. 그런 현실을 굳이 부인하거나 외면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의외로 솔직하게 칼은 이들 앞에서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고 있다. 

 “ 아직 어려서 철이 없다고나 할까요 ? 아니면 자신이 결혼을 한다는 현실을 부정 

  하고픈 여자 같다고나 할까요. 여하튼 기대했던것과 많이 다르더군요. ” 

 “ 그럼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칼선생 ? ” 

 이번엔 앤드류스도 궁금함에 이와같이 묻고 칼의 대답은 계속 이어진다. 

 “ 전 그래도 나이도 이미 결혼 적령기도 지난 몸이고, 게다가 집안과 가문을 지켜 

  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어서 더 늦기전에 결혼은 해야겠다고 결심한 몸입니다. 하 

  지만...로즈...제 약혼자 이름이기도 합니다만...로즈 그 여자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영 이 현실을 마땅치 않아 하는 것 같더군요. ” 

 하면서 씁쓸하게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 칼. 언론인인 애치슨은 그런대로 뭐 짐작가는게 있기라도 한 듯 맞장구친다. 

 “ 하긴 요즘 젊은이들은 정략결혼이나 중매결혼보다는 자유연애를 더 선호한다고 하 

  더군요. 그렇다면 단순히 집안끼리만 보고 얼굴도 모르는채 하게 되는 정략결혼이 

  라면 나이어린 여자들은...못마땅해 할수도 있어요. ” 

 “ 게다가 요즘 여자들은 결혼이나 가정 이런 문제에 얽매이기 보단 혼자 자유롭게  

  자기 인생을 구현하고 싶어 하는 그런 여자도 늘어난다고 합디다. 여하튼 요즘 젊 

  은 친구들은 우리때와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른 것 같더군요. ” 

 앤드류스도 대충 뭔가 들어서 아는 것은 있는 듯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연애에 대한 생각을 그와같이 늘어놓는다. 두 지성체 모두 이미 40은 넘은 중년이라서인지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듯 그런 씁쓸한 감정을 토로하면서 또 한편으론 칼을 위로한다. 

 “ 허나 칼선생. 너무 그렇다고 상심은 마세요. 저도 대략 20대 중반 나이때 비슷한 

  연배의 여성과 집안끼리 짝지어줘서 결혼한 몸이지만...살다보면 다 자연스럽게 정 

  도 쌓이고 그렇게 인생이 살아지는 것 같더이다. 신부될 여자가 아직 어리다고 했 

  던가요 ? 나이어린 여자라면 아직 이런 상황을 좀처럼 현실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수 있어요. 그러니 나이가 몇 살 많은 칼선생이 다 이해하고 받아주세요. ” 

 “ 나이차이는 열 살이니 많다면 많이 나는 셈이죠. 전 어쨌든 결혼 적령기는 지난 

  몸이니까요. ” 

 정략결혼이든 중매나 연애든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으면 가급적 비슷한 연배의 남녀를 짝지워주는 것이 이 시절 두리행성의 보편적인 지성체들의 결혼 풍경이다. 물론 살다보면 어찌하다 부득이하게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녀가 만나 결혼하게 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일단 가장 보편적인 사례는 비슷한 환경의 엇비슷한 연배의 남녀가 짝지워지는게 일반적. 따라서 열 살차이라는 칼과 로즈의 나이차이는 어쨌든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걱정이 안 될수 없는 그런 나이차이긴 하다. 허나 어차피 이미 결혼을 약속하고 배에 탄 사이라고 하니 그런식으로 애치슨과 앤드류스는 거듭 칼을 위로한다. 

 “ 여하튼 나이어린 신부라면 칼선생이 가급적 이해하고 받아주는게 좋을겁니다. 그 

  게 그래도 나중에 행복한 부부생활을 영위할수 있는 길이 될거에요. ” 

 “ 그래야...되는가 보군요. ” 

 일단 현실을 수긍할 수밖에 없어서인지 칼의 한숨섞인 대꾸가 이와같이 이어진다. 또 그렇다고 해서 원래 절친한 사이도 아닌 이런 뱃길에 처음 만나게 된 이들과 그런 고민을 너무 깊고 길게 토로하고 싶진 않아서인지 그쯤에서 대화 주제를 마무리하려는 칼. 그때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릴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흡연실 입구에 들어서는 여인이 있었다. 순간 칼이나 애치슨,앤드류스뿐만 아니라 흡연실의 다른 상류층 남성들도 순간적으로나마 당황하거나 의아해하며 그쪽으로 눈길이 갔는데, 여인은 일단 무안해서인지 너무 깊숙이 흡연실 안쪽까지 들어오진 않는데 그래도 대략 입구 근처의 적당히 자리잡을만한 곳에 앉아서 담배를 피워대기 시작한다. 이런 풍경. 일단 칼은 처음 보는 모습이라서일까.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다 그런 칼을 보며 애치슨은 짐작이 간다는 듯 설명을 덧붙여준다. 

 “ 알렉스쪽 여자인가 보군. ” 

 “ 알렉스 대륙이요 ? ” 

 알렉스와 패리스는 두리행성에 두 개의 쌍봉낙타 봉우리 같은 형국을 이루고 있는 대륙. 그리고 그 사이의 바다를 통해 오래전부터 많은 교역과 교류가 이루어져왔다. 허나 역사와 문화는 판이하게 다른 두 개의 대륙. 애치슨의 설명이 좀 더 이어진다. 

 “ 담배를 피우는 여성이라면 십중팔구 알렉스 대륙 여인일게요. 그것도 저렇게 젊 

  은 여자가...만약 패리스에서 저렇게 당당하게 젊은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면 맞아 

  죽거나 아니면 창녀나 천박한 집안의 여성 취급을 받을게요. 그러니 담배를 그것 

  도 이런 대형 여객선의 상류층이나 이용할수 있는 1등칸 흡연실에 저렇게 당당하게 

  나타나 담배를 피운다면 그건 십중팔구 알렉스 대륙쪽 여자지. ” 

 “ 알렉스 대륙에서 저렇게 젊은 여성이 그것도 남프라이즈로 가는 방향의 배를 탈 

  이유가 있을까요 ? ” 

 앤드류스가 그게 더 이해가 안간다는 듯 물었다. 하긴 지리적으로 봐도 알렉스 대륙에서 남프라이즈까진 너무 멀다. 그야말로 두리행성의 정 반대편에 있는 지역이라고나 할까. 패리스 대륙에서 남서쪽으로 석주정도 항해하면 나오는게 바로 남프라이즈이긴 하지만 알렉스 대륙쪽과 남프라이즈,북프라이즈쪽 사이에 있는 바다는 너무 크고 넓다. 패리스 대륙과 프라이즈 대륙 사이의 바다가 길고 가늘게 남북으로 펼쳐져 있다면 알렉스 대륙과 프라이즈 대륙쪽 바다는 그 크기가 세배나 더 크고 넓다. 사실 알렉스쪽에도 패리스쪽으로 가는 바다 외 반대편 바다쪽으로 가면 더 크고 넓은 세상이 있을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오긴 했다. 허나 알렉스와 똑같은 북반구쪽에 위치한 ‘북프라이즈’ 대륙은 길고 가는 기린목 형태라 설사 알렉스에서 북프라이즈를 발견 그곳으로 왔다고 하더라도 그곳은 지성체들이 오랜시간 살며 문명을 이루기는 부적합한 곳이고 정히 알렉스에서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려면 패리스인들과 마찬가지로 남프라이즈를 택해야하는데 거리상 너무 멀어 알렉스에선 굳이 남프라이즈로까지 갈 생각을 하는 지성체들은 예부터 그리 많지 않았다. 헌데 그런 알렉스 대륙의 젊은 여성이 바로 패리스에서 남프라이즈로 가는 배 타이타닉을 타다니. 이 시절 웬만해선 현실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칼도 애치슨이나 앤드류스도 더더욱 놀라게 만드는 일이 되긴 한다. 

 “ 추정해보자면 알렉스에서 패리스를 오가며 교역을 하다 패리스에 정착하게 된 그 

  2세나 3세일 가능성도 있어요. 그런이들이라면 혹 호기심삼아 남프라이즈를 여행 

  해보고픈 생각이 들수도 있고 또 저렇게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난 여성들도 십중팔구 알렉스 출신 여성들이니까. ” 

 담배는 원래 천수백년전부터 마카스 대륙 북부에서 재배를 시작해오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패리스와 알렉스 대륙에서도 재배를 시작했다. 허나 알렉스 대륙쪽에선 ‘담배를 피우는 것’을 그리 크게 금기시 하지 않은 반면 패리스쪽에서 특히 여성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한 것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다. 바로 ‘JS교 교리’가 ‘여자가 담배피우는 것’을 금하고 있고 패리스 대륙 지성체중 약 70-80% 정도가 ‘JS교’를 신앙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그런 ‘금기사항’이 일종의 교리처럼 퍼져간 것. 헌데 애치슨은 거기에 반론을 살짝 제기한다. 

 “ 헌데 그건 사실 잘못 알려진 상식이에요. 원래 ‘JS교 성경’엔 ‘여자가 담배피우지 

  말라’고 한 그런식의 말씀이나 교리는 없어요. ”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가요 ? ” 

 이런말은 앤드류스 조차도 처음 듣는 듯 이와같이 묻고 거기에 애치슨의 설명이 좀 더 덧붙여진다. 

 “ 원래 성경에 나와있는 말씀은 ‘술과 담배와 마약과 노름을 자제하라’고 했지 아예 

  금한다는 말은 없어요. 더욱이 여자들이 하필 술이나 담배만을 금해야할 이유는 성 

  경에 더더욱 없고요. 제가 조사해본바에 의하면 ‘여자는 담배피우지 말라’는 말은 

  700년전 통가리우스 장로가 쓴 저서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에 처음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헌데 그 이야기가 잘못 퍼져서 성경에 아예 ‘여자는 담배피우지 말라’는 규 

  율이나 금기가 있는것처럼 잘못 알려져 버렸더군요. ” 

 성경에 없는 이야기가 실제 성경에 나오는 말씀처럼 잘못 퍼진 것은 ‘JS교 성경’이 패리스 지역에 퍼진 역사와 문화적 한계와 무관치 않다. 원래 JS교가 시작된 것이 약 2천년전 패리스와 마카스의 중간지대 한 소수부족국가에서 나타난 ‘JS’란 기인이 처음 퍼트린것이고 성경은 그 JS의 직계 제자들에 의해 처음 쓰여지기 시작했다. 초창기 말씀은 글자그대로 ‘JS의 말씀’을 그대로 제자들이 옮겨 적은것인데 따라서 초창기 성경은 이 지역의 언어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헌데 그 교리와 성경이 점차 패리스에 퍼졌을 때 초창기에는 그 한계상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야 하는 ‘번역작업’이 그리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원어 성경을 읽을줄 아는 이들은 초창기 교회의 목사나 장로등 극소수에 달했고 패리스에 ‘JS교’가 전파된 초창기는 물론 불과 한 2-3백년전까지만 해도 교육을 받는 이들은 극소수 상류층,귀족에 국한되어 있었으므로 성경을 읽을줄 아는 이들은 더더욱 극소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패리스의 대다수 국가 일반 평민이나 하층민들은 어려운 성경말씀보다는 자국의 목사님이나 장로님들이 쓰신 ‘신앙서적’을 구해 읽는 것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고 그런 과정에서 약 700년전쯤 패리스 각국에 퍼진 유명한 신앙서적이 통가리우스 장로가 쓴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다. 패리스 각국에서 일반 서민이나 하층민들이 성경보다 더 자주 접하고 많이 읽게 된 통가리우스의 저서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 원래 ‘JS교 성경’에는 ‘술과 담배와 마약과 노름을 자제하라’고 되어있는 것이 ‘여자는 담배피우면 안된다’로 잘못 알려진데는 바로 이러한 곡절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알렉스 대륙쪽 여자일거라는 말을 들으니 칼 입장에서 호기심이 발동한 것일까. 한번 그녀 곁으로 다가가보았다. 사실 칼의 아버지도 사업을 하는 분이니 살면서 알렉스쪽 지성체를 만나볼 경험이 전혀 없는 이는 아니었을 것이다. 따라서 칼 입장에서 그런 아버지로부터 알렉스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경험이 없지는 않을것이고 거기에 ‘담배를 피우는 여인이라면 알렉스 여자가 틀림없다’는 애치슨의 설명 덕분에 더더욱 증폭된 호기심. 사실 애치슨등 앞에서 이미 ‘약혼자가 있는 몸’임을 밝힌 상태니 그런 애치슨이나 앤드류스가 빤히 지켜보는 가운데 또다른 여자를 만난다는게 부담스러운 일일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막상 이렇게 출발한 약혼자와의 여행이 오히려 그녀의 자신을 대하는 태도로 인해 불만으로만 가득차 있는 상태니 그런 자신의 심정을 그네들도 어느정도 이해해주려니 생각하고 한번 배짱을 부려본 것이다. 게다가 어차피 애치슨이나 앤드류스는 자신들끼리의 대화에 계속 열중하고 있어서 칼이 알렉스 대륙 출신 여자에게 수작을 부리든 뭐하든 큰 관심은 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칼은 결국 알렉스 대륙 출신으로 추정되는 여인에게 말을 건네본다. 

 “ 알렉스 대륙에서 오신 분이신가요 ? ” 

 여인은 순간 살짝 놀라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걸 어떻게 아느냐 ?’는 식으로 묻는 듯 했고 칼이 해명삼아 덧붙인다. 

 “ 패리스쪽 여자들은 담배를 잘 안 피우는걸로 알고있거든요. 종교적인 계율탓도 있 

  고...그래서 담배를 그것도 이런데서 당당하게 피울 정도면 패리스 출신보단 알렉스 

  출신일 가능성이 많다고 들어서... ” 

 “ 아버지가 알렉스 출신인건 맞아요. ” 

 뜻밖에 담담하게 그와같은 사실을 밝히고 있는 여인. 그리고 여인의 이름은 메이린이라고 했다. 무슨일로 남프라이즈로 가는 타이타닉에 타게 되었느냐는 칼의 물음에 메이린은 이와같이 답한다. 

 “ 그냥...여행이요. ” 

 “ 그냥 여행이라구요 ? ” 

 “ 아버지가 무역을 하시면서 어찌어찌하다보니 가족들과 함께 알렉스 대륙을 떠나  

  패리스에 정착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아버진 여자인 저한테 사업일을 가르친다던가 

  하는 생각은 없는 것 같으셔서...저 혼자 가끔 이렇게 소일거리로 여행이라도 하면 

  서 자유분방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셈이죠. ” 

 역시 대체로 담담한 어조로 답하는 메이린. 어떻게 보면 알렉스 대륙쪽 여자들은 패리스 대륙 여자들에 비해 이렇게 보다 당당하게 자기 인생을 구현하며 사는 모습인것일까. 일단 ‘JS교’란 종교는 패리스 대륙에서만 강성한 영향력을 미치고 알렉스쪽엔 그리 퍼져있지 않으니 남성이건 여성이건 알렉스 대륙쪽 지성체들은 그런 종교의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 물론 알렉스 대륙쪽에도 신앙을 하는 종교가 있기는 하나 패리스쪽의 ‘JS교’처럼 대륙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세력이 강성하지는 않다. 따지고보면 알렉스쪽 지성체들은 그래서 패리스쪽 지성체에 비해 종교적 계율이라던가 이런쪽엔 별로 구애받지 않으며 비교적 자유로운 삶을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메이린이란 여자의 말이 이어진다. 

 “ 결혼이나 연애 같은 것 보단 전 그냥 이렇게 자유분방하게 여행이나 하면서 제 

  인생을 즐기는게 좋아요. 그런 문제쪽엔 별 관심이 없죠. ” 

 당당하게 타이타닉안에서 상류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1등칸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여자. 그리고 결혼,연애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어찌보면 칼의 약혼녀인 로즈하고도 공통점이 살짝 엿보인다. 다만 로즈는 어쨌든 돈 때문에 일찌감치 어린나이에 결혼까지 해야 한다는데 대한 반발심이 가득한쪽인 반면 메이린이란 알렉스 출신 여자는 아예 그런 문제에 관심조차 없는 여자. 그런 메이린임을 감안하면 칼이 수작을 부리기에 어떤의미에선 더 자유롭고 다행스러울수도 있고 어찌보면 수작을 부리기에 좀 더 쉽지 않을수도 있다. 일단 칼의 이야기는 좀 더 계속된다. 

 “ 저도 사업을 하는 아버지로부터 알렉스쪽 지성체들에 대한 이야긴 종종 들은적이 

  있어요. 아버진 늘 그렇게 말씀하셨죠 알렉스쪽 남자들은 대체로 장사나 사업 수완 

  이 좋고 돈계산이 철저해서 함부로 만만하게 대해선 안된다고 하고 반대로 알렉스 

  쪽 여자들은 좀 더 자유분방하고 자기 표현력이 강하다고요. ” 

 종교적 계율(?) 때문에 여자들이 담배피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는 것이 패리스 대륙 지성체들의 보편적 사고방식임을 감안하면 사실 패리스쪽 지성체들은 ‘담배를 피우는’ 알렉스 대륙 여자들에 대해서는 안 좋게 보는 시각이 더 많을 것이다. 허나 칼의 집안의 경우엔 원래 그런 종교문제에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살아온 그런 집안이라서일까. ‘담배를 피우는’ 알렉스의 여자들에 대해 적어도 칼의 아버지는 천박하다던가 하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자유분방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그런 여자들로 인식하고 살아왔나보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칼은 메이린이라는 이 알렉스 출신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솟아나고 있다. 

 “ 남프라이즈에 이전에 가보신적은 있으신건가요 ? 아니면 이야기로만 들은건가요 

  ? ” 

 “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아직까지 직접 가본 경험은 없어요. 남프라이즈까지 가 

  는 배를 탄다는게 그리 쉬운일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다 이런 타이타닉이란 대형 

  여객선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번 호기심에서 배표를 사본거죠. ” 

 타이타닉을 제작한 선박회사가 자신들이 만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호화 유람선이자 여객선에 대해 얼마나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는지 능히 짐작할만한 말이다. 이 시대 두리행성엔 아직 ‘방송’의 기능은 없고 언론이 일정부분 정치,사회,경제 이슈나 주요 사건사고를 전하는 ‘초보적인 언론기능’만 하고있는 시대이니 여하튼 그런 언론을 접해볼만한 지성체라면 능히 타이타닉 선박회사가 자신들이 제작한 배 광고를 대대적으로 한것에 대해 그 홍보기사나 광고를 접해볼 기회는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알렉스 대륙 출신 여인까지 호기심에 타볼 결심을 하게 된 타이타닉. 그리고 이런 배에서 우연히 만난 패리스 대륙 출신에 그리고 실은 약혼녀가 있어 함께 남프라이즈로 가는중인 칼이란 29세의 청년과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다. 

 담배연기가 자욱한 흡연실 연기가 좀 견디기 힘들어져서일까. 바깥바람이라도 쐬고 싶어 둘은 함께 갑판으로 타왔다. 출항한지 어느덧 나흘이 지난 타이타닉. 신선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여전히 잔잔한 바다를 계속 항해하고 있었다. 

 “ 남프라이즈엔 많은 진귀한 동식물이나 광물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한번 가보 

  면 그런 구경이나 한번 실컷 하고 돌아와보고 싶은데... ” 

 자유분방한 성격이지만 또 어찌보면 전형적인 사치스럽고 철없는 부잣집 외동딸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한 메이린. 어쨌든 뜻밖에 칼하고는 통하는 부분이 있는지 둘의 대화는 그런대로 훈훈한 분위기에서 정겹게 이어지고 있다. 메이린이 문득 칼에게 묻는다. 

 “ 헌데 그런 칼씨는 무슨일로 남프라이즈에 가시나요 ? ” 

 “ 아, 전 사업차...말씀드렸잖아요. 저도 아버지가 사업을 하신다고. 또 집에서 외동 

  아들이라서 아버지 사업과 가문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그런 의무감도 있고. ” 

 “ 아, 그러시구나. ” 

 애치슨이나 앤드류스 앞에선 그래도 ‘약혼자와 함께’라고 사실대로 밝혔던 칼이건만 메이린 앞에선 그 사실을 숨기고 싶었던것일까. 이런식으로 살짝 말을 돌린 칼. 메이린은 일단 별다른 의심 없이 그의 말을 사실일것이라 믿는 눈치다. 칼은 칼대로 일단 이 분위기를 계속 좋게 이어가고 싶은 듯 말을 이어간다. 

 “ 저도 사실...결혼이나 연애 이런거 구애받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청춘을 즐기고픈  

  마음도 없진 않았는데...그러다 훌쩍 20대가 이렇게 다 흘러가버렸더라구요. 집에 

  선 여하튼...가문과 사업을 이어가야할 책무도 있는 외동아들이니 늦기전에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기를 바랬는데... ” 

 “ 어차피 패리스 대륙 남자들은 알렉스 여자 안 좋아하잖아요. 천박하게 담배나 

  피우는 그런 여자들이라고... ” 

 일단 칼은 알렉스 여자들에 대해 그리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대체적인 패리스 지성체들이 알렉스 여자들을 싫어한다는 것을 모르진 않기 때문일까. 이런식으로 맞받아치고 있는 메이린.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사실 어차피 이 둘은 오늘 타이타닉 흡연실에서 처음 만난 사이일뿐 무슨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하거나 한 그런 사이는 아니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너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허나 메이린은 패리스의 지성체와 깊이 사귀는것에는 어느정도 부담감을 갖고 있어서일까. 그런 생각을 이렇게 토로한다.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전 어차피 결혼,연애 이런건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제 인 

  생을 구현하며 그러게 살고 싶었어요. 패리스쪽 남자들과 사귀는거...뭐 굳이 거부 

  하거나 싫어할 이유는 없지만...패리스 남자들이 대체로 알렉스 여자들을 안 좋아 

  해서...망설여지는 면이 없지는 않더라구요. ” 

 


 로즈와 도슨은 이미 돌이킬수 없는 관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깊은 관계까지 맺은 것은 아니었지만, 원래 사진촬영이 취미인 로즈가 남프라이즈에 도착하기 전 사진이나 실컷 찍어보고 싶다고 해서 ‘모델이 되어달라’고 한 로즈의 제안에 도슨이 흔쾌히 응했고, 그 다음부터 이 둘은 타이타닉의 1등칸부터 3등칸까지 심지어 때로는 기관실 부근까지 접근해가며 이곳저곳을 마음껏 돌아다니며 사진촬영을 즐겼다. 그러니 자연스레 승객들은 물론 승무원들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이쯤되면 칼도 둘의 관계를 눈치채지 못하리란 보장이 없다. 하긴 그래서 걱정이 좀 되어서일까. 타이타닉을 탄지 일주일여쯤 지났을 무렵부터는 로즈와 도슨은 사진촬영은 어느정도 자제하고 가급적 인적이 드물거나 조용한곳에서 이들의 밀회를 즐겼다. 

 3등칸의 도슨에게 1등칸 로즈가 연락을 취하는 방법은 로즈와 함께 배를 탄 두명의 젊은 하녀가 맡고 있었다. 무슨 카드 사용법을 알려달라는 식의 암호를 애초에 정하긴 했지만 이쯤되면 이 두명의 하녀는 로즈와 도슨의 관계를 충분히 눈치채고도 남을 것이다. 원래 몰락한 집안이라 돈 때문에 어쩔수 없이 로즈를 돈 많은 부호의 아들인 칼에게 시집보내는 로즈 어머니였지만 그간의 정리 떄문인지 아니면 마지막 도리로 로즈 아씨가 시집가는 과정의 크고작은 허드렛 심부름 정도는 도와드리고 싶었는지 젊은 하녀 두명이 끝까지 로즈 모녀의 집에 남아있다가 이들과 함께 타이타닉을 탄 것이다. 허나 이제 이 둘에게도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쨌거나 결혼을 전제로 하고 있는 약혼자와 함께 타이타닉을 탄 로즈가 아닌가. 헌데 그 로즈가 약혼상대인 칼이 아닌 다른 남자와 이런 밀회를 즐긴다는 것. 하녀들 입장에서도 서서히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허나 로즈는 그런 시선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도슨과의 밀회를 계속 즐기고 있었다. 다만 이젠 다른 승객이나 승무원의 눈에 뜨이지 않을만한 그런곳을 찾아서 둘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생각한곳이 2등칸에 위치한 어떤 전시실 같은곳이었다. 내부에는 패리스 대륙의 지성체들이 남프라이즈를 개척한 역사에 대한 기록인지 이런저런 사진과 연표 기록같은 것이 쭉 있었고 그리고 두리행성에서 초창기 개발한 자동차와 비슷한 형태의 모형도 몇 대 있었다. - 패리스 대륙의 지성체들이 자동차를 개발한지는 이제 50여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 어쨌든 1등칸은 아닌 2등칸에 이런 전시실이 만들어졌다면 일반 승객들도 자유롭게 출입하며 구경하라는 의미일텐데 생각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곳에 위치해 있어서일까. 전시실까지 오는 승객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고 그래서 로즈와 도슨이 이곳을 밀회장소로 택한 것이다. 

 “ 도슨... ” 

 옛날 자동차 모형의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로즈와 도슨. 로즈가 탄식을 한번 내뱉은뒤 말한다. 

 “ 우리 차라리 남프라이즈에 도착하면... ” 

 “ ??? ” 

 “ 단둘이 어디론가 도망이라도 갈래요 ? ” 

 “ 도망을...가자구요 ? ” 

 이런 제안까지 로즈가 하리라곤 생각을 못했는지 놀라는 반응의 도슨. 로즈의 말이 이어진다. 

 “ 알고 있잖아요 도슨. ” 

 “ 로즈... ” 

 “ 난 남프라이즈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지옥의 시작이에요. ” 

 돈 때문에 어쩔수 없이 팔려가는 로즈라는 것은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도슨. 게다가 원래 로즈는 어릴때부터 꿈이 나중에 기회있으면 카메라 한 대 달랑 들고 남프라이즈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이런저런 경관이며 남프라이즈의 진귀한 생명체나 풍물들을 자신의 카메라로 마음껏 찍고 싶은게 소망이라고 했는데, 이기적이고 고집적인 성격의 칼이 자신의 아내를 그렇게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도록 놔두진 않을 것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원치도 않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되는 열아홉살 어린 신부 로즈. 그 답답한 감정을 이와같이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슨은 그 부탁만은 들어주기 어려운 듯 이와같이 나온다. 

 “ 하지만...일단 근본적으로 항구에 도착하면 입국수속도 밟아야 할테고...자연스레 

  그 과정에서 신분확인등 다 하게 될텐데...우리 둘만 단둘이 도망치는게 그렇게 쉽 

  겠어요 ? ” 

 일단 칼과 로즈가 정식으로 결혼한 부부는 아니기 때문에 탑승자 명단에는 둘이 각기 따로 기록되어 있긴 하다. 허나 칼 정도의 성격이면 대놓고 입국수속 밟을 때 로즈를 ‘자신의 아내’라고 항구측 관계자들에게 말하고도 남을 위인이고 그보다 한술 더떠 로즈가 어디 한눈팔거나 달아나지 못하도록 자신의 옆에 꽉 붙잡아 놓고 감시할수도 있는 그런자가 칼이다. 도슨이 그런 칼의 성격까지 파악하고 있진 못하지만 여하튼 쉽지 않은 일일것이라 생각하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하지만 로즈. 난 알다시피 빈털터리...베르사이유에서 구두닦이나 하며 살던 그런 

  자에요. 한 몇 년 수중에 모아놓은 돈 몇푼 들고 달랑 이 배를 탄것뿐...심지어 타 

  이타닉 배표도 도박으로 거액의 돈을 따는 행운을 우연히 맞아 살수 있었던것일뿐 

  사실상 남프라이즈에 가면 모든걸 맨주먹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몸. 그런 

  내 처지로...로즈까지 감당하긴 쉽지 않아요. ” 

 “ 도슨... ” 

 도슨이 이렇게 나오자 로즈는 더 절망적이라는 듯 그의 한쪽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까지 터트린다. 그런 로즈를 겨우겨우 달래는 도슨. 너무 오랜시간 이런곳에 있을수는 없기에 이쯤에서 비밀만남 시간을 마무리하고 로즈를 1등칸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로즈가 아쉬움에 다시한번 도슨에게 안긴다. 

 “ 도슨... ” 

 “ 진정해요 로즈... ” 

 “ 우리 이런식으로 계속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언제까지 계속될수 있을까요 ? ” 

 “ ...... ” 

 “ 타이타닉을 타고 있는동안은 가능한 시간이겠죠...하지만 이 배가 결국 태즈라항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 내리면 우린... ” 

 “ 진정해요 로즈. ” 

 도슨과 이런 시간을 보낼수 있는 날짜가 가면갈수록 줄어든다는 생각을 하니 더더욱 마음이 아프고 아려와서일까. 도슨의 품에 안긴채 다시금 울고있는 로즈. 도슨도 이런 경험은 지금까지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서일까. 자신과 헤어지기 싫다며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젊은 여인을 대관절 어찌하면 좋을까. 그냥 형식적으로 달래서 자기방으로 돌려보내는 것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문제고, 그렇다고 그녀의 제안처럼 남프라이즈 태즈라항에 도착하자마자 단둘이 어디론가 달아난다는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 일단 도슨도 밀항자가 아닌 이상 항구에 도착하면 정식으로 자신의 신분증과 배표를 보여주고 입국수속 절차를 밟게 된다. - 그러니 더더욱 로즈의 제안을 수용하기 어려운 도슨의 처지. 두 젊은 남녀의 답답한 한숨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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