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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행우주 이야기 – 6. 타이타닉 

 


 꽤 드넓게 펼쳐진 평야와 목초지대. 누가봐도 비옥해 보이는 그런 농장의 모습이다. 두리행성 남프라이즈 대륙 북동쪽 지역 상당수는 이런 비옥한 평야지대가 많아 이런곳에 농장을 보유하고 사는 부농들이 많이 있다. 그런 농장 한쪽에는 꽤 깔끔하게 지어진 2층짜리 전원주택이 있다. 겉보기에는 평안하지만 지금 이 집 안에는 결코 간단치 않은 긴장감과 불안함이 감돌고 있다. 이 집 2층 주인방 침대에 누워있는 100세노인 레위 때문이다. 레위는 현재 나이 100살이지만 10남매중 첫째이기도 한데 이미 100살이란 나이를 보면 짐작할수 있겠지만 그의 다른 9명 형제중 6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현재 살아있는 사람은 10남매중 일곱째이면서 여성인 레리사(86세), 그리고 남동생인 아홉째 레게드(83세)와 막내로 열째인 레전드(80세) 뿐이다. 사실 레위에게도 총 2녀2남 4남매의 자녀가 있는데 이 네 자녀중 두명도 이미 세상을 뜬 상태고 둘째인 딸 효민과 막내아들 원원근만 생존해 있다. 이 두 자녀도 이미 나이 지금 70을 전후하고 있고 그네들의 자녀들 역시 이미 나이 40을 전후한 중년의 나이들이다. 이렇개 칠순의 자녀와 중년의 손자,손녀까지 두고있는 그런 100살의 레위가 어느덧 위독해져 이 세상을 떠날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연락을 받은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여동생(일곱째) 레리사는 연락을 받고 기차를 타고 달려오고 있는 중이며 이 집 1층에는 레위의 막내뻘 동생 레게드와 레전드가 레위의 아직까지 생존해있는 자녀 효민,두두을과 함께 불안하고 초조하게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는 중이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의료진이 이미 분주하게 1층과 2층을 오가고 있고 그러나 의료진의 표정엔 이미 더 가망이 없음이 읽혀지고 있었다. 

 “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의료진중 대표격인 이가 이미 레게드에게 그와같이 언질을 주었고 그래서 레게드와 레전드 형제는 착잡한 심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고 효민과 원원근 역시 아버지의 죽음이 임박하였음을 실감하는지 한껏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이 쉽게 떠나지 않고 있다. 이들 둘은 자신들의 자녀들에게도 연락을 취해야겠다는 듯 이미 전화를 한 상태이기도 하고, 그렇게 레위의 저택의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 칼... ” 

 그때 2층에서 들리는 어떤 신음소리인지 말소리인지 알 수 없는 소리. 사실 2층 레위의 방에서 1층의 레위의 동생이나 자녀들이 있는곳까진 거리가 제법 있기 때문에 거의 죽어가는 백살노인의 쥐어짜듯이 하며 나온 소리를 이들이 듣기는 쉽지 않다. 다만 계속 환자의 상태를 진찰하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만이 인지할수 있을뿐인데 이들은 그저 노환인 고령의 환자가 내는 신음소리 정도로만 생각하고 큰 의미는 두지 않는지 일단 이렇게 말을 걸어볼뿐이다. 

 “ 선생님 좀 괜찮으세요 ? 어떠신가요 ? ” 

 “ 칼... ” 

 “ 뭐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 

 잠시동안만이라도 기력을 회복하거나 의식을 되찾은 그런 노환의 환자가 잠시 내는 신음소리 정도로 생각했는지 이런식으로 말을 걸어본 의료진. 헌데 레위는 거듭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는다. 

 “ 칼... ” 

 “ ??? ” 

 “ 칼...... ” 

 “ 칼을 가져다 드려요 ? ” 

 백살 고령으로 거의 숨넘어가기 직전인 환자가 칼을 찾을 이유가 뭐가 있을까. 그래서 더더욱 의아해하며 의료진이 이와같이 묻는데, 허나 어쨌든 환자는 짧은 문장 정도는 아직 표현할수 있는 기력이 남아있음인지 다시금 이와같이 말한다. 

 “ 칼을 조문하라... ” 

 “ ??? ” 

 “ 칼을 조문하라... ” 

 가래끓는 쇳소리로 이와같이 내뱉은 레위. 그러나 의료진은 여전히 이와같은 말을 알아들을수가 없다. 그래서 걱정된 간호사 한명이 다시 이와같이 말한다. 

 “ 선생님...아직 안정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니 너무 무리하진 말아주세요. ” 

 “ 어떻게...의식은 좀 있으세요 ? 저희가 하는말 알아들을수 있으세요 ? 저희 보이 

  세요 ? ” 

 “ 칼... ” 

 “ 선생님... ” 

 간호사들의 거듭된 물음에 답은 하지 않은채 거듭 수수께끼같은 말을 이와같이 내뱉고 있는 레위. 간호사가 다시 말을 건넨다. 

 “ 선생님, 뭐 필요한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저희가 가져다드릴께요. ” 

 “ 아니면 화장실에 데려다 드릴까요 ? ” 

 “ 으흐흐흑~~~!!! ” 

 헌데 이번엔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레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의식이 어느정도 돌아온 것 같기는 한데 허나 걱정되는 의료진이 거듭 다시 안정을 취할 것을 요구한다. 헌데 어쨌거나 의식이 어느정도 회복이 된듯한 레위는 마지막 남은 온몸의 힘을 쥐어짜듯 이와같이 말한다. 

 “ 칼이 아니었으면 오늘의 우리는 없었다. ” 

 “ ??? ” 

 “ 칼을 조문하라...칼이 아니었으면 오늘의 우리는 없었어...... ” 

 마지막 쇳소리를 내뱉고는 힘이 빠지는지 소리가 잦아드는 레위. 의료진이 다시금 환자의 호흡 맥박상태를 살펴보고 다시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소란이 자연히 1층의 가족들에게도 인지가 될테니 다시금 불안해져 달려오고, 일단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의 안정이 더 중요하다며 이들의 진입은 막는다. 그런 의료진의 당부에 동생과 자녀들은 일단 순순히 철수하고 그리고 1층에서 다시금 초조하고 불안하게 의료진이 다른 소식을 전해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적막.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야말로 무거운 침묵이었다. 밤늦은 시간이라서인지 피곤해서 1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중엔 소파나 거실 한쪽 벽에 대충 기대고 잠이든 이도 있고 아까까지만 해도 의식을 회복한듯한 레위가 내뱉은 알 수 없는 소리에 좀 수선스럽기만 하던 그의 방도 어느덧 고요하기만 하다. 간호사 한명만 불침번처럼 레위의 곁에서 계속 상태를 살펴보고 있는데. ‘뚜우...뚜우...’ 하는 호흡,맥박을 재는 기계소리만 어둠속에서 의미심장하게 울려퍼질뿐이다. 

 날이 밝았다. 고요한 아침이다. 이른아침이라면 아직 일상을 보내는 생활인들이 다 깨어나지는 않았을테니 어느정도 고요함이 감도는 그런 시간일테지만 지금 레위의 집의 고요함은 어째 의미가 달라보인다. 지쳐있는 레위의 두 동생과 두 자녀는 일단 1층의 방이나 아무곳에서 대충 잠을 청한 듯 하고, 그나마 잠에서 깬 한두명이 세수라도 하기위해 나온다. 물론 그러면서도 2층의 레위에 대한 걱정이 떠나진 않을수가 없을것이고 그야말로 ‘밤새 안녕’한것인지 궁금하고 불안하기까지만 하다. 헌데 2층에 있던 의료진(의사 두명, 간호사 두명으로 총 네명이다) 무겁게 내려오고 있다. 

 “ 선생님... ” 

 그 심상찮음이 감지되어서인지 방금 씻고 욕실에서 나오던 레위의 딸 효민이 바로 다가오고 리더격인 의사가 무겁게 입을 연다. 

 “ 운명하셨습니다. ” 

 


 향년 백세. 두리행성 지성체들의 평균 수명도 약 70-80세 정도니 백살까지 살았다면 꽤나 장수한 것이다. 아홉명이나 되는 레위의 동생중 이미 6명이 먼저 세상을 떠난 상태인것만 봐도 그렇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살아있는 세명의 동생도 모두 80을 넘긴 고령이다. 

 레위가 10남매중 맏이였고, 또 그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농장을 지금까지 운영해오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지성체들과 교류하며 살았고 또한 레위의 동생들과 그 자녀들도 대체로 사회적으로 중산층 이상 정도의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인지라 레위의 장례식때는 레위는 물론 그의 자녀 그리고 동생들의 생전에 인연이 있던 수많은 지인들이 문상을 하러 와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레위의 유가족들이 일반적으로 3일을 치르는 장례를 멀리서 오시는 문상객들도 충분히 문상을 드릴수 있도록 이틀을 늘려 ‘5일장’으로 치른것만 봐도 그렇다. 그렇게 수많은 이들의 애도와 명복을 비는 가운데 레위는 100세 인생을 마감한 것이다. 상을 다 치르고나서 레위 10남매중 아홉째인 레게드와 열째 레전드가 자신들끼리의 회한에 사로잡혀 대화를 나눈다. 이 두 사람 모두 80을 넘긴 고령이다. 

 “ 그러고보니... ” 

 “ ...... ” 

 “ 올해가 딱 100년째 되는 해였는데 ” 

 “ 뭐가 말인가요 형님 ? ” 

 형 레게드의 말뜻을 바로 못알아들은 듯 레전드가 그와같이 묻고 그런 동생을 보며 레게드가 대답한다. 

 “ 우리 도슨가문이 에르크에 정착한지가 올해가 딱 100년째 되는해다. 그 말일세. ” 

 에르크란 바로 이들이 살고있는 나라로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남프라이즈 대륙 북동쪽 비교적 비옥한 평야와 목축지대를 많이 갖춘 그런 나라다. 약 150만㎢ 정도 되는 넓이의 영토에 8천만 정도의 인구가 사는데, 30여개국에 달하는 남프라이즈 국가중 비교적 잘사는편에 속하는 나라가 바로 에르크다. 아무래도 비옥한 농토와 목축지대에서 나는 풍부한 생산물로 일반 국민들이 대체로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 그 원인으로 봐야할 것이다. 헌데 그런 에르크에 자신들의 집안이 정착한지 100년이 된다고 말하고 있는 레게드. 헌데 레전드가 문득 의아하다는 듯 묻는다. 

 “ 형님, 그런데... ” 

 “ 왜 ? ” 

 “ 칼이 누구에요 형님 ? 혹시 들어보셨어요 ? ” 

 “ 칼 ? ” 

 레게드는 그런 이름을 들어본적이 없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80 고령이라 이제 레게드도 기억력이 점점 감퇴해져가는 그런 나이이긴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돌이켜보려 해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이름. 그래서 ‘모른다’는 듯 손을 내젓는다. 그래도 레게드보다는 세 살 젊다고(?) 그래도 조금은 팔팔한 레전드가 이와같이 말을 덧붙인다. 

 “ 의사 말로는...형님께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그런 유언같은 말씀을 남기셨답니다. ‘   

  칼을 조문하라’고요. 효민이가 의사로부터 전해 들었다는데...형님 도대체 칼이 누구 

  에요 ? ” 

 병세가 위독한 상태인 레위의 집에서 만일의 순간을 대비 대기하고 있던 것이 레위의 두 동생 레게드와 레전드 그리고 레위의 살아있는 두 자녀 효민과 원원근이다. 헌데 그중 레위의 임종 사실을 의사가 제일 먼저 전해준 것이 마침 욕실에서 씻고 나오던 둘째딸 효민. 의사는 ‘임종’ 사실을 알린뒤 효민에게 아마 ‘아버님의 유언이신 듯 하다’면서 그런 말도 전해준 것이다. 허나 효민은 그런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없어서일까. 효민 역시 나이 어느덧 72세의 ‘할머니’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이름은 들어본적이 없는 듯. 다만 장례식도중 짬이 나서 삼촌인 레전드에게 넌지시 이와같이 물었고 그러나 레전드 역시 그런 이름을 모르는 듯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례식 도중엔 어차피 문상객들 맞느라 바쁘고 분주해서 유족들끼리 이런 한가로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다. 대충 장례가 마무리되고 그 뒷정리가 다 끝났을때쯤에서야 가족들끼리 상대적으로 다소 여유로운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법. 헌데 그때서야 효민이 다시금 레전드에게 이와같이 물은 것이다. 

 “ 의사가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칼을 조문하라...칼이 아 

  니었으면 우린 없었다...’ 이런 말을 남기셨다고...아무래도 아버지의 유언 같다고 

  하면서 전해주고 갔는데... ” 

 의사는 처음엔 레위가 ‘칼’을 찾을 때 식재료나 물건 따위를 썰고 베고 하는 그 ‘칼’을 찾는 것으로 착각하였다. 허나 이미 죽음이 임박한 위독한 환자가 그런 칼이 필요할 이유는 거의 없을테고, 가까스로 벌려지는 입으로 혼신을 다해 말한 내용이 그와같다는 것이다. ‘칼을 조문하라’ 허나 그보다 상대적으로 긴 문장이었던 ‘칼이 아니었으면 오늘날 우리는 없었다’라는 말은 의사가 제대로 못 알아들었는지 일단 의사가 효민에게 확실하게 전해줄수 있는 말은 ‘칼을 조문하라’는 말 그 한마디 뿐이다. 그 뒤의 내용은 대충 의사가 짐작이 가는대로 살을 덧붙여 이렇게 전한 것이다. 

 “ 뭐...칼이란 분이 생전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는 말씀이신지...여하튼 그렇게 말씀하 

  셨습니다. 칼을 조문하라고...제가 들은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 

 그리고 의사야 어디까지나 환자의 치료와 진찰을 하는 사람이지 유가족은 아니니 임종사실을 알리고 자신들의 일 뒷정리를 마무리한뒤 레위의 집을 떠나버렸다. 따라서 ‘칼’이란 자에 대해 누구인지 전혀 알길없는 효민이 거듭 이와같이 레게드와 레전드 삼촌에게 말한것이고 그러나 둘 다 역시 그런 이름에 대해선 들어본적이 없다는 듯 나왔다. 

 “ 글쎄...칼이라...분명 이름이 칼이라고 했나 ? ” 

 “ 네, 의사가 전한 말로는 어쨌든 ‘칼을 조문하라’고...우리와 뭐 과거 많은 인연이 

  있던 분인건지...어쨌든 의사 선생님이 전해주신 말씀이 그와같았어요. ” 

 “ 글쎄...칼이라...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이름이라서... ” 

 혹시 문상객중에 그런 이름이 있나 한번 방명록을 살펴보기도 했고, - 허나 ‘조문을 하라’고 했을진대는 이미 죽고 없는이가 아닌가. 그러니 이미 죽고 없는 이가 자신보다 나중에 세상을 떠난 이에게 문상을 올일은 없는 것이다. - 혹시 대충 자신들이 아닌대로 레위의 생전 주변 지인들을 수소문해 물어보기도 했다. - 헌데 레위가 이미 백살이었음을 감안하면 레위가 생전에 교류하던 지성체중 엇비슷한 연배의 인물들이라면 역시 이미 거의다 세상을 떠난 뒤로 봐야할 것이다. 따라서 레위의 생전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해봤자 그 아들,손자대의 지성체들이 연락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그런 이들중 ‘칼’이란 지성체에 대해 알만한 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결국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듯 이번엔 ‘레리사’에게 연락을 취해보기로 했다. 레위형제 10남매중 7번째로 바로 레게드,레전드 형제에겐 누나면서 레위 10남매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여형제이기도 했다. 

 “ 저희 어머님도 요즘 좀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는데요... ” 

 허나 노인은 오늘,내일을 모른다고 하더니 레게드나 레전드보다도 몇 살 많은 레리사 역시 요즘은 건강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다는게 레리사의 자녀들이 대신 전해준 소식이었다. 큰오빠 레위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으니 원래 안 좋던 마음에 상심까지 겹쳐져 병이 더 도진 것은 아닌지. 여하튼 레리사도 지금 몸이 많이 안 좋다고 하니 그녀에게 ‘칼’이 누구인지 물어본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진 상황이 되었다. 이쯤되면 ‘그냥 포기할까’ 생각할만도 한데 허나 레위의 둘째딸 효민은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듯 이와같이 말했다. 

 “ 여하튼 의사선생님께선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시고 가셨다니까요. ‘칼을 조문하 

  라’면서...그가 없었다면...뭐 생전에 우리 집안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신것인지 

  아니면 무슨 각별한 인연이라도 있는 분인지...여하튼 의사 선생님께서 제게 아버 

  지 임종소식을 알리면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  

 그러나 레게드든 레전드든 도무지 알래야 알 방법이 없는 칼이란 지성체의 존재와 단서. 그런 이야기를 큰형님이 굳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한사코 남기셨다면 분명 사소하거나 단순한 인연이 있는 그런 지성체는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와서 그런 지성체의 행방을 알아보는것도 쉽지 않으니. 그냥 단념하고 잊어버릴까, 어떻게 할까. 레게드와 레전드 둘 다 고민이 거듭되는 가운데 효민이 하루는 그 두명의 삼촌에게 급히 연락을 취했다. 효민의 집으로 찾아온 레게드와 레전드. 효민이 그런 두 삼촌에게 뭔가를 내놓는다. 

 “ 저어...이런게... ” 

 “ 대체 이게 뭔가 ? ” 

 “ 아버님 금고에서 이런 작은 상자가 나왔어요. 전 금고엔 현금이나 다른 중요한 값 

  나가는 물건 같은게 있으려니 막연히 짐작했는데...뜻밖에도 이런게 나오더라구요. 

 ” 

 “ 대체 이게 뭔데 ? ” 

 여하튼 일반적인 서랍이나 이런데가 아닌 금고에서 나왔다면 뭔가 그만큼 소중하고 비밀스럽게 보관을 해왔다는 소리인데, 대충 봐도 그 상자는 누가 함부로 열어보지 못하게 단단히 잠궈놓았다. 다만 지금은 효민이 봉인을 해제한 상태이긴 한데 효민은 상자를 여는데 고생을 좀 했다는 고백을 하기도 한다. 여하튼 그 상자 안에선 뭔가 작은 일기장 비슷한게 나왔다. 

 “ 전 저희 아버지가 쓰신 일기장인가 했는데...그게 아니더라구요. 아버지가 쓰신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쓰신거에요. ” 

 “ 뭐어 ? ” 

 아버지도 아니고 바로 레위 10남매에게 아버지가 되는 효민의 할아버지가 쓰신 일기장이라는 것. 대충 훑어보니 일기라기 보단 어떤 기록같은 내용이긴 했는데 일기든 기록이든 그런 것이 그런 금고안에 그것도 상자안에 넣어서 단단히 봉인해둔뒤 지금껏 담겨있었던 것이다. 놀라면서 다시금 일기든 기록이든 그런 것이 적혀있는듯한 노트를 살펴보는 레게드와 레전드 형제. 침을 한번 꿀꺽 삼킨다. 

 


 두리행성은 크게는 두 개의 대륙으로 나뉘어져 있고 세세하게 나누면 총 다섯 개의 대륙으로 나뉘어져 있다. 허나 이중 하나는 대륙으로 보기엔 그 지형이나 크기가 애매한 면이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5개의 대륙이 아니라 4.2개 혹은 4.5개의 대륙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하튼 일단 큰 두 개의 대륙중 하나는 일단 북반구는 쌍봉낙타의 커다란 두 개의 봉우리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고 그 가운데부터 남반구쪽으로는 커다란 주머니 형태의 대륙이 또 하나 있어 이 세 개의 대륙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그 형국이 커다란 쌍봉낙타의 봉우리 두 개 밑에 커다란 주머니가 달려있는 형국 혹은 커다란 화분 위로 큰 선인장 같은 것이 양 옆으로 나있는듯한 그런 형국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이 세 개의 대륙중 쌍봉낙타 모양으로 되어있는것중 오른쪽에 있는 대륙을 ‘알렉스’라 부르고 왼쪽에 있는 대륙을 ‘패리스’라고 부른다. 그리고 쌍봉낙타 아래쪽의 커다란 주머니 형태의 대륙은 적도부분부터 남반구까지 펼쳐져있는데 이를 ‘마카스’라 부른다. 

 또 하나의 큰 덩어리 대륙이 있는데 북쪽에는 크고 긴 기린목 같은 대륙이라기보단 흡사 반도라고 봐야하지 않나 싶은 긴 기린목 같은 육지가 있는데 이를 ‘북프라이즈’라 부른다. 그리고 기린목 남쪽으로는 적도 부근부터 남반구까지 커다란 도자기 모양을 하고있는 대륙을 ‘남프라이즈’라 부른다. 사실 이 대륙의 지형탓에 두리행성의 대륙을 총 몇 개로 봐야하는지가 늘 논란이 되어 왔는데 일단 ‘남프라이즈’는 커다란 도자기 모양을 하고 있어 그 크기나 지형으로 볼 때 대륙으로 봄이 분명하지만 위쪽 소위 ‘북프라이즈’ 부분은 동서의 폭이 좁고 대신 남북으로 쭉 길게 뻗은 그야말로 ‘기린목’ 같은 형태를 하고 있어 이 특이한 지형의 부분을 ‘대륙’으로 봐야하는지가 늘 미지수다. 여하튼 이 대륙의 경우엔 일단 남과북을 구분하기 위해 도자기 모양의 남쪽대륙을 ‘남프라이즈’로 기린목 형태의 북쪽 부분을 ‘북프라이즈’라 불러오긴 했는데 이 ‘북프라이즈’를 대륙으로 봐야하는지가 애매해서 논란이 있는 것이다. (* 중앙아메리카 같은 형태의 지형이 북쪽으로 쭉 길게 뻗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알렉스 대륙은 예부터 농지와 산림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지역이라 물자가 풍부하여 경제와 산업,문화가 발달해왔고 패리스 대륙은 상대적으로 척박한 지역이라 오래전부터 서로 싸우고 싸우느라 전쟁과 질병이 끊이지를 않았다. 다만 그 오랜 전란의 시간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과학기술이나 국방력이 강화되어간 측면이 있다. 패리스의 국가들은 대체로 오래전부터 알렉스 대륙의 국가들과 교역을 해 왔는데 대략 500년전부터 그 교역길이 막혀왔다. 이유는 알렉스,패리스,마카스 세 대륙이 만나는 육지 부분에 약 500년전부터 꽤나 강성한 독재왕국이 세워져 이 지역을 약 300년간 지배해왔는데 나라 이름은 ‘드림왕국’이라고 한다. 이 드림왕국은 무척이나 강성한 군대를 가졌고 호전적인 기질이 있어 이 지역을 차지한 이후로 알렉스와 패리스 사이의 교역로를 막고 많은 상인과 여행객들의 재물을 약탈해갔다. 사실 알렉스와 패리스 사이엔 육로 외에도 바닷길을 이용하는 교역방법이 있기는 하다. 이유는 쌍봉낙타의 커다란 두 개의 봉우리 같은 알렉스와 패리스 두 대륙 사이에 커다란 바다가 있는데 그 형태가 흡사 토기모양을 이루고 있다. 사실 알렉스,패리스 북쪽으로 북극대륙이 있어 이 토기모양의 바다는 마치 커다란 냄비 같은 그런 형국이 만들어진 셈이다. 따라서 해류의 흐름이 알렉스에서 패리스로 가기는 쉬워도 패리스에서 알렉스로 항해하긴 다소 어려운면이 있었다. 따라서 알렉스쪽에선 패리스 지역과의 교역때 대체로 해로를 선호해 왔으나 반대로 알렉스의 상인들은 해로보다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육로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헌데 그 육로로 알렉스로 갈 수 있는 곳을 500년전부터 ‘드림왕국’이란 강성한 호전적인 국가가 세워져 막아버렸으니 패리스의 국가들은 답답할 지경이 되었다. 척박한 지형이라 물자가 풍부하지 않은 패리스의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알렉스의 풍부한 농산물이며 광물을 수입해가곤 했는데 그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헌데 언젠가부터 패리스의 과학자,지식인들중 일부가 자신들이 사는 행성이 실은 둥글며 지금껏 이용해온 알렉스로 가는 해로 외에 그 반대편으로 가면 알렉스로 가는 새로운 해로가 나오던가 새로운 대륙이나 세상을 만날수도 있을것이란 주장을 해왔다. 특히 언제부터인가는 바다 반대쪽에 새로운 세상이나 대륙이 있을것이란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으며 그때부터 몇몇 모험가들과 탐험가들이 탐험을 시도 급기야 발견한 것이 북프라이즈와 남프라이즈 대륙인 것이다. 

 이때 북프라이즈는 지형상 사는 지성체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고 문명도 발달하지 않았다. 남프라이즈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비록 지형은 동서가 짧고 위쪽으로만 쭉 뻗은 북프라이즈와는 달리 커다란 도자기 형태의 그리고 광활한 평야와 우거진 산림이 펼쳐진 그런 대륙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사는 지성체는 그야말로 소수부족,소수인종 수준의 극소수에 불과했고 문명수준도 미개한 편이라 그야말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다. 원래는 알렉스와 교역을 하거나 새로운 세상을 보기위해 시작한 탐험이 뜻밖의 ‘횡재’를 하게 만든것이라고나 할까. 이때부터 패리스 대륙의 지성체들은 특히 본격적으로 남프라이즈로 진출해가기 시작했다. 어떤이는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 또 어떤이는 정치적,종교적 핍박을 피해 또 어떤이는 패리스에서 귀족들의 노예로 비천하게 사느니 팔자를 한번 확 고쳐보자는 목적으로 너도나도 앞다투어 남프라이즈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남프라이즈 곳곳에 흩어져 미개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며 살던 극소수의 지성체들은 언제부터인가 흔적없이 사라져버렸고 남프라이즈는 패리스에서 건너온 이민자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남프라이즈가 패리스의 지성체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자 자연스럽게 패리스에서 남프라이즈를 오가는 항해술과 선박사업도 발달하게 되었다. 그렇게 패리스가 본격적으로 남프라이즈 개척을 시작한지 200여년. 그 개척시대의 절정판이라고나 할까. 많은 이들이 경제적 이득을 보거나 정치적,종교적 핍박을 피해서 또는 신분적 억압을 벗어나기 위해 찾기 시작한 남프라이즈. 바로 그 남프라이즈로 향하는 호화 유람선을 이 무렵 한 대형 선박회사가 만들어냈으니 그 이름이 ‘타이타닉’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패리스에선 여전히 경제적 성취를 보기위해 혹은 정치적,종교적 탄압을 피하거나 신분적 억압을 피해 남프라이즈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삼으려는 이들이 가득하였으며 바로 그 수많은 패리스의 지성체들의 꿈을 한몸에 담아주기 위해 만들어진 초 호화유람선이 생긴 것이다. 그것이 승객과 승무원을 합해 총 2,500명을 한꺼번에 실어 나르는게 가능한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이었다. 그리고 그 타이타닉의 첫 출항은 1912년 4월의 화창한 봄날. 당시 패리스에서 한참 잘나가는 나라중 하나인 ‘베르사이유 왕국’의 최대 무역항이자 교역항인 리용항을 출발 남프라이즈와 북프라이즈를 잇는 연결점쯤 되는 지역에 위치한 나라인 ‘로프르스 공국(共國)’의 무역항 태즈라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때의 항해술로 패리스에서 남프라이즈까지는 보통 3주가 좀 넘게 걸렸는데 타이타닉은 이들보다 좀 빠른 속도인 20일에서 채 하루가 모자라는 19일이면 베르사이유를 출발 로프르스의 무역항 태즈라에 도착할수 있도록 설계되어 만들어졌다. 

 2,500명이나 한꺼번에 실어나를수 있는 사상 최대 규모의 여객선이자 유람선 ‘타이타닉’이 만들어진다는것에 선박회사는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으며 그 홍보 유인물이나 전단을 받은 이들은 너도나도 기대에 부풀었다. 새로운 사업을 확장해 보고픈 이들도, 정치적,종교적 핍박을 피해 새로운 세상을 보고픈 이들도 비천한 신분때문에 고생하느니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아보고자 하는 이들도 타이타닉의 홍보전단만 보면 너도나도 흥분하여 들떴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이 타이타닉의 첫 출항 배표를 사보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다. 

 도슨도 그런 청년중 하나였다. 어려서부터 고아로 자랐고 신분상 학교는 당연히 다니지 못했으며 대략 10대 중반때부터 귀족집을 전전하며 구두닦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해 온 도슨. 헌데 뜻밖에도 도박에도 좀 도가 터 있어 어느날 우연히 거액의 돈을 따게 되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타이타닉 ‘첫 출항’을 기념하며 발매되는 ‘배표’를 구입하려 들었다. 

 “ 이봐 도슨 너 정말 타이타닉을 타고 남프라이즈로 갈 생각인거야 ? ” 

 “ 응, 분명 가고말거야. 나한테 지금 아니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오겠어. 지금껏 

  베르사이유 바닥을 돌며 귀족들 구두나 닦던 촌놈 도슨. 하지만 이제 진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보는거야. 이전까진 꿈꿔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보러 이 도슨 

  이 가는거라구. ” 

 “ 도슨 그러지 말고 차라리 우리랑 같이 여기서 사는건 어떨까. 자네 심정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남프라이즈로 간다고 다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건 아냐. 듣자 

  하니 오히려 남프라이즈로 가서 알거지가 되거나 그나마 있던 재산마저 다 탕진하 

  고 자살한 이들도 있고 심지어 패리스에서 온 이들을 벼르는 옛 원주민들에 의해 

  끔찍하게 암살된 이들도 있다고 하더군. 위험하니 너무 헛꿈꾸지 말고 그냥 차라리 

  여기서 우리랑 사는건 어때 ? ”



-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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