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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오마이걸 비니 (8)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젊은 새엄마 2 

 


 “ 뭐라구요 ? 경현이가 또 집을 나갔다구요 ??? ” 

 강철규 교수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차민호의 다급한 연락을 받을수가 있었다. 애초 경현은 수능시험을 치러(?) 집에서 출발했을 때 원래는 퇴근하는 아버지와 잠깐 인사라도 하고 갈 생각이었지만 그러다 너무 늦을 것 같아 집에서 출발하기전 아버지와 간단하게 통화만 하고 집을 나갔다. 가방을 챙겨갖고 나가는 경현이 혜진은 좀 수상스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설마하는 심정으로 배웅을 하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놓고보면 그날 경현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엔 너무 늦는 경현에 혜진은 수능시험이라도 치고나서 친구들과 그간 쌓은 스트레스나 풀겸 한바탕 어디서 노나보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너무 늦지나 말라며 격려도 해줄겸 전화를 해보려 한건데 경현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좀 의아하긴 했는데 시간이 아무리 지나고 저녁때가 지나도 경현은 들어오지 않았고 게다가 이때쯤에 다시 전화를 해보니 지금은 아예 휴대폰까지 꺼놓은 상태. 그러자 다시 뭔가 불안한 생각이 들어 결국 남편에게 전화를 해본 것이다. 

 “ 여보, 혹시 경현이가 거기 가진 않았죠 ? ” 

 “ 경현이 ? 경현이는 오늘 수능보는 날이잖아. ” 

 무엇보다 아버지의 재혼전까진 용돈이 필요하거나 다른 용무가 있어서라도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종종 아버지의 나이트클럽을 찾아가는 일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재혼 이후엔 웬만한 용돈이나 필요한건 새엄마 혜진에게 부탁을 하기 때문인지 아버지의 나이트클럽까지 찾아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 게다가 사춘기때부턴 아버지가 나이트클럽을 하신다는 직업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게된 면도 있고 – 그런 경현이니 그것도 오늘같은날 아버지의 일터로 갈일은 더더욱 없을터. 그래서 민호도 혜진도 순간 결국 ‘아차’싶은 심정으로 동시에 이와같이 말했다. 

 “ 가만 그럼 경현이가 오늘 수능을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야 ? ” 

 가출도 가출이지만 그렇다면 수능을 보지 않았다는 말이 될수도 있지 않은가. 일단 혜진은 처음 가방을 챙겨갖고 나가는 경현을 수상하게 여기기도 했고 무엇보다 일전에 담임선생님 면담을 갔을 때 ‘대학갈 의지가 없어보인다’는 말을 들은적도 있는 혜진이다. 게다가 민호 역시 막상 아내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고나니 가출도 가출이지만 그럼 수능을 안 봤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어 동시에 이와같은 말이 나온 것이다. 더욱이 민호는 아이의 가출을 기정사실화 할 경우 아침의 통화가 더 기가막히게 다가올뿐이다. 

 “ 아니, 도대체 아침엔 그렇게 태연자약하게 애비랑 통화까지 한 녀석이... ” 

 정말 수능시험을 보러 떠나는 수험생과 같은 비장한 말투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경현. 헌데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그렇다면 대체 이 녀석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애비를 기만할수 있단 말인가. 정말이지 지금 눈앞에 있다면 당장 따귀라도 한 대 후려갈기고픈 심정이 들 정도로 끓어오르는 분노가 치밀어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힐 것 같지 않아 바로 집으로 달려왔다. 

 “ 경현이녀석...아직도...아직도 안 들어왔소 ? ” 

 “ 혹시 몰라서 학교에도 전화해보고 경현이 친구들한테도 다 연락을 취해봤어요. 하 

  지만 다들 모른다고 하구요. ” 

 “ 학교가 아니라 수능시험장에라도 연락을 해서 경현이 오늘 수능시험 본게 맞기나 

  한지 그거나 좀 확인을 해봐요. ” 

 “ 지금 이 시간에요 ? ” 

 이미 밤늦은 시간이니 수능 관계자들이야 다 퇴근을 했을것이고 혹시 수능시험장으로 사용된 학교든 어디든 숙직 관계자가 남아있다 한들 수험번호 몇 번 학생 시험을 봤는지 그걸 확인해볼수는 없다. - 사실상 수험생 개개인의 시험친 여부 확인은 수능점수 채점이 발표될때에나 확인해볼수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 그러니 지금 설사 학교든 시험장이든 전화를 해봐야 아무 의미 없는것이고, 일단 수능시험도 시험이지만 아이가 또 집을 나간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민호도 혜진도 절망스러운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 이렇게 된건 당신도 책임이 커요. ” 

 “ 뭐라구요 ? ” 

 ‘또 자기탓인가 ?’ 하는 심정에 혜진이 발끈하고 사실 지금까지 두 번의 가출사건때 민호가 그래도 아들 경현보다는 혜진을 감싼면이 더 있다고 봐야할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진은 더더욱 발끈한다. 결국 새엄마인 자신만을 나무라는 것 같은 느낌 이 드는 것이다. 일단 혜진은 혜진대로 아침에 수상쩍었던 경현이의 행동을 언급하긴 한다. 

 “ 사실 시험장에 가면서 가방을 챙겨갖고 가는게 좀 이상하다 싶긴 했어요. 그래서 

  물어보니까 무슨 교과서랑 노트를 챙겨가야 한다고... ” 

 사실 민호나 혜진이나 둘 다 고졸이다. 헌데 차이가 있다면 그래도 민호는 고3때 수능시험을 보긴 했고 혜진은 아예 애초부터 대학진학 의사를 포기한 상태였다는 것. 여하튼 민호는 그렇다치더라도 혜진은 수능시험을 보게되는 과정이나 준비물 같은 세밀한 것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실수라고나 할까. 결국 기가막힌 민호가 혜진을 나무란다. 

 “ 이사람아 !!! 수능시험장에 누가 교과서,노트를 갖고 들어가나 ? 필기구도 부정행 

  위 문제때문에 현장에서 지급이 되는데...들으니까 요즘은 부정행위 방지 문제 때문 

  에 휴대폰도 못 갖고 들어가게 되어있는걸로 아는데... ” 

 “ 어머, 그럼... ” 

 여하튼 수능시험을 쳐본 경험이 없는 학부모가 저지른 실수라고나 할까. 수능시험장에 가면서 버젓이 가방을 챙겨갖고 나가는 아이를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는 것. 사실은 그게 시험보러 가는 가방(?)이 아니라 가출하기 위한 짐보따리였다는 것. 그런 것을 보면 경현은 돈과 옷가지라도 조금 챙겨가지고 떠났던 중2때의 ‘제1차 가출사건’ 그리고 새엄마를 두들겨패고 무작정 집을 뛰쳐나간 고1때의 ‘제2차 가출사건’때와 달리 이번 수능시험날의 ‘제3차 가출사건’은 꽤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하고 준비한 것 같다. 다만 일전에 두차례 가출사건이 모두 알고보니 전주의 그 강철규 교수님댁에 가 있었고 특히 2차가출때는 강교수를 찾아가 문하생이나 아랫사람으로 써달라는 애원까지 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날이 밝으면 한번 강철규 교수님댁에 확인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지금은 밤늦은 시간이니 일단 경찰에 실종신고만 하고 또 다른 연락할만한 경현의 몇몇 친구들에게도 다시한번 전화를 해보고 그리고 강교수님댁에는 날이 밝으면 확인을 해보기로 했던 것이다. 사실 1차가출때는 또다시 그런일이 있으랴 싶어서 강철규 교수 연락처를 받아두긴 커녕 그 이후엔 한동안 강철규의 존재를 잊고 살아오다시피 했는데 2차가출 때 경현을 데리고 올때는 이후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사태를 방지하게 위해 강철규 교수의 주소와 연락처는 물론 강철규 교수가 강의하는 학교 연락처까지 철저하게 알아놓고 돌아왔었다. 

 


 “ 일단 경현이가 저희집에 오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저희가 알고 있기론 그런데...저 

  희도 좀 확인은 해 보죠. 아니, 그보단 제가 한번 서울로 올라가보겠습니다. ” 

 원래 강철규 교수도 대외활동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평균 두세번 정도는 서울에 올라갈일이 있다. 게다가 오늘은 굳이 경현이 문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원래 서울에 스케줄이 잡혀있는 날이라 그와같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아침에 날이 밝자마자 전화를 해온 경현의 아버지 차민호와의 통화를 그와같이 마무리하고는 아내를 부른다. 

 “ 여보, 대체 무슨일이에요 ? ” 

 “ 그...차경현 그 학생이 또 가출을 했다는군. ” 

 “ 네에 ? ” 

 일단 다른건 몰라도 경현이 강철규 교수 집에 현재 오지 않은것만은 확실하기에 철규는 물론 철규 아내도 무척이나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일단 강철규는 혹시 모르니 먼저 자신이 나가 인근 동네를 한바퀴 쭉 돌아보았고 경찰에도 전화를 해 보았다. 그리고 강철규는 어차피 서울에 스케줄이 있어 올라가야하고 철규 아내 역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파출부 아주머니가 도착했을 때 그녀에게 혹시라도 차경현 학생이 오거든 꼭 좀 연락을 해주고 학생이 어디 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그리고 철규가 서울로 향했다. 

 한편 강철규 교수가 서울로 올라오고 있을 때 혜진과 민호는 말다툼이 좀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덧 세 번째 가출이 된 아들 차경현의 일. 부부간에도 그로 인한 의견다툼. 재혼부부가 아니라 일반적인 부부라도 서로간에 책임을 묻는 싸움이 안 벌어질수 없을 것이다. 

 “ 저 도저히 못참겠어요. ” 

 “ 여보... ” 

 “ 저 임신했을때마다 가출한 아이에요. 그거 모르시겠어요 ? ” 

 그러고보니 그랬다. 설마 경현이 고의적으로 그랬겠냐만은 결과적으로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원래 혜진이 임신을 한 상태에서 먼저 민호의 집에 들어와서 경현과 함께 살고 있었고 그리고 한동안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다 사소한 해프닝 끝에 있었던 ‘제1차 차경현의 가출’. 그리고 2년뒤 두 번째 아이를 가졌을 때 혜진이 여러 가지로 신경이 예민해저 경현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했을 때 그에 격분한 경현이 혜진을 두들겨 패고는 충동적으로 집을 나가버린 ‘제2차 차경현의 가출’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대망의 수능날 ‘제3차 차경현의 가출’사건이 터진것인데, 바로 이때도 혜진은 임신중인 것 아닌가. 그러니 새엄마가 임신을 했을때마다 집을 나가버리는 전처소생 아들. 이걸 혜진 입장에서 어찌 받아들여야 한단말인가. 

 “ 저도 한계가 있어요 여보. 저 부처나 보살이 아닌 그냥 보통여자라구요. 제가 아 

  무리 잘해주려 노력해도 애가 제 말을 따라주지 않는걸 전들 어쩌냐구요 ? ” 

 이렇게 나오는 혜진에게 달리 할말이 없어서인지 민호는 그저 한숨만을 내쉴뿐이고 혜진은 그간 쌓이고 맺힌것들을 한꺼번에 풀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민호를 더욱 닦달해낸다.  

 “ 당신 한번 입장바꿔서 생각해보세요. 당신같으면 이런일 받아들일수 있겠나. 당신 

  같으면...만약 당신이 제가 아니라 이혼전력이 있는 그런 여성과 결혼을 했는데 여 

  자의  아이가 이렇게 무슨일만 생기면 가출을 하고 말썽만 피우고 그러면...당신인 

  들 그 아이 예뻐할 생각 들겠냐구요. 이혼한 여자랑 결혼했는데 그 이혼녀의 아이 

  가 계속 말썽만 피우는 상황. 당신은 견뎌내실수 있을 것 같아요 ? ” 

 하긴 차민호 역시 무슨 도닦는 도인이라도 되는 것이 아닌 이상, 그런 사고뭉치에 문제많은 사춘기 소년을 아내의 전남편 아이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흔쾌히 받아들이며 예뻐해줄순 없을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가사분담이 더 많은 것이 일반적인 사회 분위기인 이상 남자는 아무래도 바깥일을 하기 때문에 아이 문제에 대해 한발짝 물러서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이를 직접 대면해야하는 ‘새엄마’보단 이혼녀나 미혼모와 결혼한 ‘새아빠’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심적 부담은 덜할수 있을 것이다. 허나 어쨌든 차민호는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고 바로 자기 아들이 가출한 상황에서 그 아이를 이해 못하고 ‘더 못받아들이겠다’며 못참겠다며 나오는 새엄마 혜진을 마주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 따라서 민호는 더더욱 답답하고 짜증나는 심경이 될 수밖에 없다. 

 오후에 강철규 교수가 집으로 찾아왔다. 원래 서울에 스케줄이 있어서 경현의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올라와야했던 철규이긴 하지만, 여하튼 남다르다면 남다른 인연이라고 할수도 있는 차경현 학생에게 또다시 이런 문제가 터졌다는 소식에 편한 마음으로 자기 스케줄만 소화하고 있을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오늘 원래 일정을 어느정도 소화하고 난뒤 그리 늦지않은 오후시간에 철규가 직접 민호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철규가 먼저 민호에게 찾아오겠다는 의사를 밝혀 민호가 집주소와 오는길을 가르쳐줘서 철규가 찾아올수 있었다. 

 “ 이것 참...저희가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정말 이런 문제로 또다시 강교수님께 

  폐를 끼치게 될줄이야. ” 

 “ 아...아닙니다 별 말씀을. 그리고 어차피 이번엔 경현이가 저희집으로 찾아온 것 

  도 아니지 않습니까 ? 그러니 폐라고 할수도 없죠 뭐. ” 

 실제 철규는 혹시나 싶어 집에 몇 번 전화를 해보았고 파출부 아주머니는 일단 경현이가 오지 않았다고 했고 경찰 역시 ‘그런 학생을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니 다른건 몰라도 경현이가 이번 ‘3차 가출사건’에서 강철규 교수집을 찾아가지 않은것만은 100% 확실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철규와 민호-혜진 내외의 대화가 이어진다. 

 “ 근데 어제가 수능시험날이었는데...차경현 학생이 고3 아닌가요 지금 ? ” 

 철규도 그렇게 두 번씩이나 가출해서 자기집으로 찾아왔던 차경현인데다가 2차 가출때는 심지어 자신보고 거두어달란 소리까지 헀으니 그런 차경현이 지금 몇학년인지 그걸 파악못하고 있을수가 없다. 그래서 민호가 더더욱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 다른건 몰라도 수능시험을 치지 않은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경현이의 반 아 

  이들에게 전화를 해봐도 경현이를 보지 못했다고 하고...아무래도 아침부터 작심하 

  고 그렇게 집을 나가버렸으니... ”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대입시험을 치르고 그런식으로 대학을 진학하는 것이 지난 수십년 이 사회에 가장 일반적인 상식으로 되어있으니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그것도 고3 수험생이 ‘대입시험을 치르지 않는다’는 것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집안 형편이나 기타 다른 사정으로 진작에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또 아주 날라리인 비행청소년들의 경우앤 ‘어차피 시험봐봤자...’ 이런 생각에서인지 시험을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허나 적어도 그렇게까지 극단적이고 특별한 상황이 아닌이상 대학에 붙고 떨어지고를 떠나서 최소한 시험까지는 보는게 가장 일반적인 상식. 헌데 지금 차경현은 그 상식을 무너뜨리는 짓을 벌인 것이다. 비록 재혼가정에서 새엄마 밑에서 한참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고는 하나 – 게다가 재혼가정에서 자랐다고 다 이런짓을 벌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니 – 어쨌든 그렇게까지 비행청소년의 범주엔 들지 않았던 차경현이 벌인 엄청난 짓. 민호나 혜진도 그렇지만 그만한 저명한 대학교수니만큼 학창시절엔 가장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지냈을것이고 또 주변 지인이나 동료 혹은 가르치는 제자들 상당수도 대개는 그렇게 온전하게 보편적인 상식선상에서 사춘기 시절을 보낸 그런 사람들일터이니 아무리 낼모래가 70인 강철규 교수라도 정말 ‘살다살다보니 별 일을 다 본다’는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순간일 것이다. 최소한 고3 수험생이 수능시험을 보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 그것은 강철규의 지난 70년 가까운 인생사에서 한번도 머릿속에 그려지거나 상상해본적도 없는 엄청난 일탈행위요 비상식적인 행동이었던 것이다. 

 “ 그것보세요 교수님, 저도 다 한계가 있는 몸이라구요. ” 

 혜진이 문득 그렇게 나왔다. 그러잖아도 바로 2년전 경현의 2차가출 때 강철규 교수란 이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불안하다며 직접 민호와 함께 강교수님댁으로 내려가기까지 했던 그런 혜진이 아닌가. 그리고는 철규 앞에서 ‘저도 딴에는 아이에게 잘해주려 했는데 세상일이 제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울고불고 했던 그런 혜진이기도 하다. 그랬기에 지금 이런 상황에서 마주대하게 된 강철규 교수에게 ‘거봐라, 이래도 내가 전처소생 아이 구박하는 못된 새엄마 같으냐 ? 당신 같으면 이런 아이 감당이나 할수 있었겠느냐 ?’ 이렇게 한바탕 항의라도 하고픈 그런 심정인 것이다. 허나 일단 그건 아니다 싶은지 민호가 아내를 만류한다. 

 “ 여보, 일단 진정해. 그래도 강철규 교수님도 다 우릴 생각하셔서 여기까지 찾아오 

  신 것 아닌가. 그리고 지금 우리가 강교수님께 그런 이야길 드리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 ” 

 “ 뭐 여러 가지로 차경현 학생 부모님이 심려가 크셨을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경 

  현군 어머님께서요. ” 

 경현의 어머니가 새어머니란 사실은 강철규도 이미 익히 알고있는 사실 아닌가. 그래서 나름의 억울함을 섞어 항변하는 혜진을 이해한다는 듯 이와같이 달래주고 있고, 다만 이런 상황에서 셋이 집에 함께 모여있은들 무슨 달라질것이 있겠나 싶어 강철규 교수는 그쯤에서 떠나려한다. 일단 민호와 혜진 내외에 대한 위로는 건넸고 그리고 분위기나 상황상 경현이란 학생을 그렇게 쉽게 찾을수는 없을것만 같아 그쯤에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거듭 민호와 혜진에겐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주듯 말을 이어간다. 

 “ 어쨌든 참 남다른 사연을 가진 그런 가정인데...제가 도움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차경현 학생이 다시 저희집으로 찾아오는 일이 또 있다면 그땐 제가 다시 

  잘 타일러 서울로 올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 

 


 사실 이번에 차경현의 세 번째 가출은 나름 제법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진 것이다. D-day를 일부러 수능날짜로 택한 것 자체가 그래야 아버지나 새엄마가 방심할것이라고 생각한것일까. 우선 1차 가출때도 그래도 한 며칠전부터 ‘이런식으로 새엄마한테 구박받으며 사느니 집 나가고 싶다’며 돈이라도 몇푼 준비하고 옷가지와 세면도구라도 챙겨서 – 가출을 무슨 3박4일 수학여행 가는것쯤으로 생각했는지 – 아침에 그렇게 나가버린 준비가 없진 않았지만 ‘허술한 계획’하에 무작정 집을 나선것이라면 2차 가출은 그나마 그런 최소한의 사전준비도 없었던 새엄마를 두들겨팬 직후에 벌인 완전히 100% 충동적으로 벌인 가출이었다. - 덕분에 택시비도 떼어먹고 달아나버리고 고속버스표를 구입하기 위해 취객의 지갑까지 뺴앗는 ‘범죄’까지 저질렀지만 – 그러나 이번엔 나름 한 몇 달전부터 틈틈이 용돈을 모아 준비한 ‘치밀한 계획’이었다. 새엄마가 그래도 최소한 용돈은 달래는대로 주는편이라서 그 돈을 모아서 ‘가출비용’으로 쓸 생각으로 한 몇십만원이라도 몇 달전부터 그렇게 틈틈이 모아놓고 ‘수능시험날’을 D-day로 정해 가방에는 며칠간 입을 옷가지와 세면도구 그리고 비상식량까지 챙겨 한 전격적이고도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진 가출인 것이다. 

 사실 혜진의 말마따나 공교롭게도 새엄마가 ‘임신했을때마다 집나가는 아이’가 되어버린 셈이지만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계속 새엄마가 아이를 낳게되면 자신은 집에서 점점 소외될 것 같았고 그런식으로 사느니 차라리 집을 나가는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몇 달전부터 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미 다 컸다면 다 컸다고 할 수 있는 그리고 여러 가지로 좌충우돌이고 질풍노도 시기인 전처소생 아들보다는 갓 태어난 어리고 마냥 귀엽기만 한 어린 이복동생들에게 아버지든 새엄마든 더 신경이 쓰이고 가까이 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인간의 본질이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것이 10대 사춘기 소년 차경현이 아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깨달은 ‘세상의 이치’일 것이다. 그러니 그런 가정환경에서 게다가 새엄마가 또 아이를 가져 이제 어린 이복동생이 셋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신의 소외됨은 계속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몇 달전부터 치밀하고도 조용히 가출을 계획한 것이다. 

 물론 전주의 강철규 교수댁을 또 내려가는 것은 말도안되는 짓이라는 것을 판단못할 차경현이 아니다. 이미 두차례 그렇게 처음엔 그렇게 무작정 하룻밤이라도 묵을려고 낯선 잘사는 집 앞에서 하룻밤을 지내려다 그곳 집주인인 강철규 교수에게 발견이 된 것이고, 두 번째 가출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터미널을 행선지로 택했을때부터 그 방향을 강철규 교수댁으로 정한것인데 덕분에 그 두 번의 가출은 모두 강철규 교수가 집으로 연락 첫 번째 가출때는 아버지가 두 번째 가출때는 심지어 새엄마까지 같이 내려와 그들에게 이끌려 하루만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허무개그 같은 결말을 맞았던 가출이 아니던가. 따라서 이번 ‘3차가출’에선 강철규 교수님댁은 애당초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 무엇보다 두 번째 가출 때 그렇게 문하생이든 아랫사람으로 부리든 자신을 거둬달라는 애걸복걸에 난색만을 표하며 결국 집으로 연락해 자신을 돌려보낸 강철규 교수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번에 또 세 번째로 강철규 교수를 찾아가 무슨 애걸복걸을 한들 소용없을것이며 똑같은 결과만을 만들것이라는게 경현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전주로 내려가지 않고 강원도 강릉으로 가는 고속버스표를 샀다. 왜 하필 강릉인지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굳이 있다면 그곳이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가장 유명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릉이든 속초든 그런 강원도 도시는 연초가 되면 새해 첫 해맞이를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그런 도시가 아니던가. 그런식으로 매스컴을 통해 익숙한 도시라는 점 때문에라도 공연히 생기는 설레임과 호기심 때문에 행선지를 한번 강릉으로 정해본 것이다. 

 그렇게 아침일찍 집에서 나와 터미널에서 강릉행 고속버스를 타고 도착을 한 것이 점심때를 좀 지난 시간이었다. 다만 고속터미널에서 동해안까지 가는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리기 때문에 대략 한 오후2시를 좀 넘겨서 동해안 바닷가에 도착할수 있었다. 인근의 대충 눈에띄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해서 허기를 채우고 그리고는 동해안 바닷가 모랫사장에서 한참을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문득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한참을 모래사장 한쪽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던 경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파도가 계속 밀려오는 바다로 향해가기 시작했다. 파도의 끝자락이 닿는 대충 그 정도 모래사장 부근에서 신발을 벗었다. - 그렇다고 자살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 무슨 생각에서인지 맨발로 저벅저벅 물이 들어오는 것을 향해 계속 들어가는 경현. 어느덧 대충 발목까지 물이 차올라오는 그곳까지 같다. 허나 이미 추운 겨울이라고 해도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물도 많이 차고 발도 시려워 이내 곧 포기하고 돌아오고 말았다. 그리고는 이미 젖은 발이기 때문에 바로 신발이나 양말을 신지는 않고 그 자리에 문득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실은 한번 ‘엄마를 찾아가볼’ 생각이었다. 이렇게 새엄마한테서 구박받으며 집에서 소외되며 살으니 비록 5-6살 때 부모님이 헤어져 친엄마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경현일지언정 그래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날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헌데 경현이 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런식으로 한번 엄마를 찾아가볼 생각을 한 것이다. 그야말로 ‘태평양을 건너서라도’.  

 물론 한반도 동해안은 어차피 일본열도가 막고 있으니 그곳을 ‘태평양의 끝자락’이라 할수 없다. - 차라리 부산이나 마산,창원쪽이라면 모를까. - 하지만 가출청소년의 단순한 생각으로는 차라리 작심하고 저 넓디넓은 태평양을 헤엄쳐 건너서라도 ‘엄마를만나러 가고싶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던 것이다. 사실 친엄마 소식은 아버지가 그렇게 이혼하시고 쭉 아버지 밑에서 살아오면서 그후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 그저 막연히 연락안되는 ‘먼곳’에 계실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을뿐. 그리고 그 막연한 ‘먼곳’이라면 아무래도 아메리카 대륙쪽 미국이나 카나다쯤이라 생각한것일까. 그래서 무작정 한번 태평양이라도 헤엄쳐 건너 ‘엄마를 만나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허나 발목까지 올라오는 차디찬 겨울바닷물이 이내 곧 ‘무모한 짓’임을 깨닫게 만들었는지 단념하고 돌아오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일단 젖은발이 마를때까지 그곳에 주저앉아 한참을 더 말없이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바라만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모래사장에선 나와서 인근 어디선가 소주를 하나 구입했다. 사실 아직까지 술은 입에 대보지 않은 차경현이다. 이미 중,고등학교 시절 두차례나 가출을 한 전력이 있는 ‘문제아중의 문제아’라고 할 수 있는 경현이지만 최소한 그 정도의 개념은 있었는 듯 고3 수능시험날이 된 이날까지 한번도 술이란걸 입에 대본적은 없다. 헌데 그 경현이 ‘3차가출을 한 수능시험날’ 그 기념(!!!) 이라도 할겸 술을 한번 사먹어보기로 한 것이다.  

 인근에 보이는 편의점에서 두병쯤 술을 사서 대충 근처의 빈 평상같은곳에 자리를 잡고 술을 마셨다. 순간 술의 첫 그 쓰면서도 짜릿한 가운이 목과 가슴에 올라왔다. 처음 술을 입에 댔을때의 그 느낌. 목과 가슴의 그 쓰면서도 뜨겁고 짜릿한 기분. 한번쯤은 다 느껴봤을법한 그 경험이다. 

 물론 아직 술이 익숙치 않은 만 18세 소년 차경현이라 그 당혹스러움에 컥컥거리기도 하고 토하듯이 입안에 담았던 술을 쏟아내기도 했다. -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소주를 편의점에 가서 다시 한병 더 샀다. - 그리고 이런저런 복잡한 심정을 달래고 싶은 듯 안주도 좀 사서 그것과 함께 한동안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동안 원없이 한번 술을 퍼마셔보다 그만 곯아떨어져버린 차경현. 그대로 평상위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러다 깨고보니 어느덧 한밤중. 무엇보다 아직 술기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몽롱한 정신이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래도 한밤중에 이대로 잠들어선 안될 것 같았고 날도 추웠기에 일어나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저만치 모텔불빛이 하나 눈에 들어와 그곳으로 가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라기 보단 어쩌면 남아있는 술기운이 스스로 하룻밤 묵을만한 곳이라도 찾기위해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모양새였다. 

 모텔방 하나를 잡아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1,2차 가출때와는 달리 돈은 충분히 사전에 준비해갖고 나왔기 때문에 모텔에서 하루이틀 묵을만한 돈은 충분히 있었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술기운에 모텔방 안으로 들어서는 이불도 펴지 않은채 그 한가운데 그대로 다시 벌러덩 나자빠졌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눈을 떴다. 간밤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은 좀 나는 듯 했다. 아무리 그래도 술기운에 스스로를 모텔방까지 옮겨 잠을 청하다니. 아무래도 맨정신이었다면 다소 무모해보일수 있는 이런 행동까지 취하진 않았을 것 같아 다소 민망하고 후회가 되기도 했다. 한숨을 내쉬며 아직까지 남아있는 술기운을 털어냈다. 모텔방에 딸린 욕실에 들어가 몸을 씻었다. 

 


 아침바람을 맞으며 산책삼아 잠시 밖으로 나와 여기저기 거닐어보았다. 술기운은 이제 다 가신 상태라 그런대로 상쾌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허기가 느껴져 인근 식당에서라도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기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횟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이렇게 이른아침에 여는 횟집은 잘 없는데, 아침식사가 제공이 되는 집이기라도 한지 여하튼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서는 회 한접시와 그리고 술을 다시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일까. 소주한병을 다시 시켰다. 

 “ 저기 실례지만 학생인가요 ? ” 

 아침에 이렇게 술까지 시켜 먹는 경우가 웬만해선 흔치 않은 경우고, 게다가 아무리 봐도 나이가 어려보이는 학생 같아 이상하게 여긴 식당 아줌마가 이렇게 물었다. 일단 경현이 당황한 가운데서도 적당히 둘러댄다. 

 “ 저...저 졸업은 했는데요 학교 ? ” 

 엄밀히 말해 차경현은 아직 고3이고 다만 이제 수능을 봤으니 학교는 이제 졸업하는일만 남았다. 따라서 100% 정직한 대답은 아니지만 아주 사실이 아니라고 할수도 없는 그런 애매한 답변. 다만 여하튼 주인아주머니가 거듭 수상쩍게 여겨져서인지 이렇게 묻는다. 

 “ 졸업을 했다면 대학을 졸업했다는 말인가요 ? ” 

 “ 아...아뇨 저...고졸...재...재수생이에요. ” 

 당황했음인지 말이 계속 헛나가고 아무래도 슬슬 이상함이 계속 느껴진 아줌마가 집요하게 파고든다. 

 “ 재수생이라고요 ? 그럼 어제 수능 봤겠네 ? ” 

 “ 아...아뇨 저...수능은...포기했어요. 그리고...그냥 취직하려고... ” 

 “ 재수하다 포기하고 취직준비를 한다는 말인가요 ? ” 

 무슨 청문회에서 질문하는 국회의원마냥 나름 집요해지기까지 한 아주머니. 경현이 결국 성가시다는 듯 짜증을 낸다. 

 “ 나...남의 일에 뭐 관심이 그렇게 많아요. 저 그냥 배고파서 아침 먹으러 온건데 

  ... ” 

 “ 아침에 술마시는 사람은 잘 없잖아요. 게다가 아직 식사도 안해 빈속이라면서 술 

  을 마신다구 ? ” 

 재수생이든 뭐든 여하튼 아직 만 20세도 채 되지않은 어린 학생임은 분명해보여 이제 슬쩍 반말투까지 섞어 그와같이 말하는 아주머니. 경현이 변명삼아 거듭 이렇게 말한다. 

 “ 그...그럼 술은 안 먹으면 되잖아요. 밥만 주세요. ” 

 적당히 타협점 삼아 이렇게 말하고 아주머니는 여전히 손님에 대한 수상함이 남아서인지 거듭 그를 훑어보다 일단 주문한 식사는 내온다. 술을 마시는건 포기한채 경현은 식사만 대충 하고서 돈을 지불한뒤 횟집을 나온다. 

 횟집을 나와서는 또 한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있는 차경현. 그러고보니 가출을 한 몸으로 이대로 뭘 어떻게 할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것은 없다. 돈은 몇십만원이라도 챙겨갖고 나왔지만 이렇게 모텔방에서도 한 며칠 묵고 식사도 하고 하다보면 며칠 지나지 않아 돈이 떨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 그래서 바닷가 모래사장 한쪽에 보이는 앉을만한 공간을 찾아서 그곳에 앉은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본다. 

 결과적으로 놓고보면 어쨌든 젊은 새엄마와의 갈등 끝에 이렇게 집을 나온 모양새인 차경현. 혜진이야 나름 그래도 경현에게 신경도 쓰고 잘해주려 애썼지만 경현이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아 어쩔수 없었노라 변명했지만, 여하튼 경현 입장에선 새엄마 혜진한테 구박당하고 게다가 이복동생들까지 태어나 집안에서 소외당하며 살아온 그런 사춘기 시절이다. 그러나 이제 어쨌든 고3 수능날까지 지나고(시험을 쳤던 안 쳤던간에) 그런식으로 경현의 10대 사춘기 시절도 마무리되는 셈이다. 바로 그 사춘기 학창시절을 마무리하는 기념삼아 간밤에 그렇게 처음으로 술까지 한병 다 비우고 곯아떨어지기까지 했던 것 아닌가. 그러나 이제 앞으로 또 어떻게 해야할지 그것이 또 막막하다. 어찌되었거나 차경현에게도 이제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한번 차라리 이 근처에서 취직이라도 해볼까. 막연하게나마 그 생각을 해봤다. 만약 이대로 경현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금 강철규 교수를 다시 찾아간다던가 하는것도 말도 안되고 – 강철규 교수한테 가면 바로 아버지한테 연락을 취할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지않고 아무런 연고도 아는 사람도 없는 이곳 강릉까지 온 것 아닌가. 게다가 강교수를 찾아간다 한들 그가 경현을 받아준다는 보장도 없는것이고 – 그렇다면 결국 수중에 돈이 다 떨어지기 전에 여기서 무슨 취직자리라도 잡아 일을 하던가 그 방법밖에 없다. 다만 일단 바로 그러기는 좀 아쉬워서 인근 편의점에서 술을 한 두어병 더 사서 그것을 들고 있었다. 강릉 바닷가까지 와서 회라도 한번 못먹어보고 가는것도 아쉽고 억울할 것 같아 회도 한 접시 더 사고. 그것으로 다시 바닷가 백사장에서 간단하게 자리를 펴놓고 생선회를 안주삼아 술을 들고 있었다. 

 “ 아저씨...아저씨...정신좀 차려봐요.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렇게 바닷가 모래사장에 자리를 펴고 생선회 안주삼아 술을 마시다 다시 곯아 떨어져버린 경현. 그런 경현을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몽롱한 정신에 눈을 떠보니 대충 경찰제복을 입은 사람이 두어명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순간 놀라긴 했지만 아직 술이 덜 깬 상태라 여기서 어떤 대응을 한다거나 도망치는게 쉽지 않았다. 

 “ 아저씨...아니면 학생인가 ? 집이 어디에요 ? ” 

 “ 아...아니 저... ” 

 “ 아저씨...아니면 학생 ? 정신좀 차려봐요. 그리고 신분증좀 내봐요. ” 

 바닷가 모래사장 한가운데 술에 취해 쓰러져버린 것을 누가 신고라도 했는지 여하튼 경찰이 다가온 모양이다. 경찰은 별다른 대꾸도 없고 신분증 제시에 응하지도 않는 경현이 수상쩍게 여겨졌는지 일단 경찰차로 데려가려 했다. 그러자 결국 ‘안되겠다’ 싶은 경현이 그 자리에 쓰러져 애원한다. 

 “ 아저씨 !!! 잘못했어요. 저...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나쁜 사람도 간첩도 아니에 

  요. 그냥... ” 

 “ 아니, 이 아저씨가 근데...그러게 신분증 내보라니까 ? ” 

 “ 학생인가 성인인가 ? ” 

 일단 앳되보이는 경현의 얼굴 때문에라도 상대적으로 나이들어보이는 경찰 한명이 학생인지 성인인지 그 확인 여부부터 물었고 그러자 경현이 울며불며 애원한다. 

 “ 아저씨...죄송해요. 실은 저 집 없어요. 갈곳 없어요. ” 

 “ 뭐...뭐라구 ? ” 

 “ 아저씨...실은 그냥 저 여기서 취직할거에요. 강릉에 취직하러 온거라구요. 그러니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엉엉엉엉~~~!!! ” 

 “ 아니, 근데 이 사람이...이봐 학생 ? 집은 도대체 어디야 ? ” 

 “ 집 없어요. 갈곳도 없고요. 그래서 여기 취직하러 온거란말이에요. 그냥 여기서 취 

  직 할거란 말이에요. 엉엉엉엉~~~!!! ” 

 “ 아니 근데 진짜...이 사람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 술이 덜 깼나 ? ” 

 무엇보다 술에취해 곯아 떨어져버린 경현을 그렇게 모래사장 한가운데서 발견한것이고 술내도 여전히 풍기고 있기에 취중에 횡설수설하는것으로만 판단한 경찰. 일단 경현의 호주머니를 뒤져 마침 그 안에 있던 휴대폰을 꺼냈다. 사실 원래 경현이 집을 나올 때 신분증은 가지고 나오지 않았고 휴대폰은 그래도 자신이 어디 전화할 때 사용은 해야겠기에 갖고 나왔다. 헌데 그 전화에는 이미 어제 오후부터 수도없이 전화를 한 혜진의 전화번호가 수두룩하게 찍혀 있었다. 원래 경현은 어차피 가출한 몸으로 혜진과 통화를 할 이유도 없고 해서 첫 번째 혜진의 전화가 걸려왔을때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가 두 번째 전화가 왔을때는 아예 귀찮아서 배터리를 빼버렸다. 헌데 경찰이 용케 휴대폰 배터리까지 찾아내 경현의 휴대폰에 찍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하려한다. 

 “ 아...아저씨. 안 돼요. 그거 전화하시면 안 돼요. 저 집 없어요 !!! 집 나왔단 말이 

  에요 !!! ” 

 “ 이 사람이 근데...가만히 좀 있어 !!! ” 

 그리고는 일단 휴대폰에 찍힌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하려는 경찰. 경현이 거듭 울며불며 애원한다. 

 “ 엉엉~~~!!! 아저씨 제발 전화걸지 말아줘요. 저 집 나왔어요. 사실은 갈곳도 없어 

  요 !!! 집 없어요. 그러니 아저씨 제발~~~!!! 엉엉엉엉~~~!!! 아저씨 제발...저 그냥 

  여기서 살게 해주세요. 강릉에서 취직할거에요. 강릉에서 취직해서 여기서 말썽 안 

  부리고 조용히 살테니까 제발 집에 전화걸지 말아줘요. 그냥 강릉에서 취직해 살거 

  라구요. 엉엉~~~!!! 제발 이러면 안돼. 저 집에가면 또 새엄마한테 구박받는단 말이 

  에요 !!! 그러니 제발 강릉에서 살게 해주세요. 강릉에서 취직해서 말썽 안부리고  

  살테니까 제발 그냥 여기서 취직해서 살게 해주세요. 네, 아저씨. 집에 전화하지 말 

  아주세요. 아저씨 살려주세요. 엉엉엉엉~~~!!! ”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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