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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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오마이걸 비니 (7)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젊은 새엄마 2 

 


 경현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나서 한동안은 큰 분란없이 집안이 무난하게 잘 돌아가는 편이었다. 혜진도 두 번의 경현의 가출소동을 겪고는 좀 느끼는게 있었는지 또는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자각이 있었는지 경현에게 조금은 더 신경을 써주려 하는 편이었다. 다만 경현의 경우엔 이전에 없었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일이 잦아졌던 것이다. 어떨땐 심지어 밤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들어올때도 있어 혜진이 걱정도 되고 화도 좀 나서 이렇게 물었다. 

 “ 너 도대체 요즘은 왜 그렇게 늦는거니 ? 왜 이렇게 늦는거야 ? ” 

 “ 말씀드렸잖아요. 학교 독서실에서 공부하느라 늦었다구요. ” 

 “ 확실한거야 ? ” 

 ‘공부한다’는 것 만큼 학생의 흔한 핑계가 없기에 나름 날라리로 중,고생 시절을 보내기도 한 혜진이기도 해 그런 흔한 핑계가 통하지는 않는다는 듯 이와같이 물었다. 경현이 평상시 거짓말은 잘 못하는 성격이라서인지 눈빛이 조금 흔들거린다. 혜진은 뭔가 불안하고 또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지 이와같이 묻는다. 

 “ 경현이 너 혹시... ” 

 “ ...... ” 

 “ 나하고 지내는게 불편하거나 싫어서 일부러 이러는건 아니지 ? ” 

 “ 아...아니에요 그건. 오해하지 말아줘요. ” 

 어쨌거나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이 그와같았고 그래서 의도적으로 경현이 자신을 피하기 위해 이러는것인지 하는 의심이 저절로 생기는 혜진.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은지 다시 이와같이 말을 건넨다. 

 “ 아, 참 그리고 경현이 너... ” 

 “ 왜요 또 ? ” 

 “ 너랑 학교에서 잘 어울리거나 하는 친구들 있을거아냐. 걔네들 이름하고 연락처라 

  도 가르쳐줘. ” 

 그러고보면 혜진이 경현과 함께 지낸지도 2년여 세월인데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경현에게 딱히 어울리는 친구가 있는지 그런것조차 지금껏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 그래서 두차례 가출사건때 도무지 경현이의 행방을 종잡을수가 없어서 난처해했던거 아닌가.  

 “ 지금 당장 적어줘. 그래야 내가 급히 연락이라도 취할일 있을 때 연락을 취해보 

  던가 하지. ” 

 “ 가출...안해요 이제. ” 

 혜진의 의도를 충분히 알 것 같아서인지 다소 성가신 듯 대꾸하는 경현. 혜진도 다시금 짜증이 난다는 듯 말한다. 

 “ 누가 그것 때문에 그래 ? 어쨌든 엄마가 되어갖고 니 친구들 신상이나 연락처 정 

  도는 파악하고 있어야할거 아냐. 그러니 어서 연락처 좀 적어줘. ” 

 헌데 순간 ‘엄마’라고 표현한 혜진이나 그런 표현을 들은 경현이나 가슴 한켠이 좀 찡해진다. 물론 경현이 이따금 혜진을 ‘새엄마’라고 호칭하거나 하긴 했지만 혜진이 스스로 자신을 일컬어 ‘엄마’라고 한적은 거의 없어서일까. 무심결에 이렇게 나온 표현이 피차의 가슴 한켠을 좀 흔들리게 만든 것 같다. 여하튼 경현은 혜진의 거듭되는 닦달에 마지못해 같은반 학생 이름과 연락처 두어명 정도를 적어내긴 한다. 혜진이 그것을 잠시 유심히 읽어본다. 

 “ 여보, 요즘은 잘 지내는거지 경현이랑 ? ” 

 “ 뭐 그럭저럭요. ” 

 아침에 퇴근해서 오전시간에 보통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민호. 그런 민호가 자신을 옆에서 시중드는 아내 혜진을 보며 묻는다. 혜진도 이젠 더 이상 나이트 무용수 출신이 아닌 전업주부이기 때문에 보통은 밤에 잠을 자고, 오전에는 퇴근을 해 잠자리에 드는 민호를 곁에서 시중을 좀 든 뒤 민호는 잠을 청하고 혜진은 거실에서 아이를 돌보거나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헌데 그런 혜진에게 민호가 할말이 좀 있다는 듯 좀 앉으라한다. 

 “ 무슨일이신데요 갑자기 ? ” 

 보통 오전엔 집에 들어와서 자는 것 외엔 거의 하는일이 없던 남편이기에 좀 의아해지기도 하고, 헌데 민호는 그런 혜진을 보며 진지하게 입을 연다. 

 “ 실은 나...다른 사업을 좀 벌일까 생각중이오. ” 

 “ 나이트 사업을 더 확장하시게요 ? ” 

 ‘다른 사업을 벌인다’는 말을 그렇게 알아들은 혜진. 허나 혜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민호의 입에서 나온다. 

 “ 그게 아니라 나이트클럽일을 접고 다른일을 시작해볼까 그 생각을 하고 있다 그 

  말이오. ” 

 “ 예에 ? ” 

 혜진으로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서인지 적잖이 놀라고 당황하는 반응을 보인다. 무엇보다 어느덧 10년 넘게 나이트클럽을 운영해오던 민호는 그 사업 자체가 괜찮았기에 돈도 많이 벌었고 그러면서 틈틈이 사둔 주식이나 부동산도 좀 있다. 따라서 민호의 재력만큼은 적어도 중산층을 상회하는 중상층 정도 수준은 된다고 봐야할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그런 민호가 갑자기 나이트클럽일을 접는다는것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안간다는 듯 반응을 보이는 혜진. 허나 민호는 민호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는 듯 그 솔직한 심정을 이와같이 털어놓는다. 

 “ 솔직히 경현이 녀석이 저렇게 여러 가지로 어긋났던것도 내가 갑자기 나이어린 당 

  신과 재혼 젊은 새엄마가 생기게 한 문제도 있지만...애비가 나이트 사장이란게 아 

  무래도 떳떳이 내세울만한 직업은 아니라서...그런점도 아이가 자꾸 비뚫게 나가게  

  된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그 걱정을 많이했다오. ” 

 실제 경현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일땐 아버지가 ‘나이트클럽 사장’이라는 직업 정도만 인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때만 해도 그게 어떤 직업인지 몰라서 그저 반아이들 아버지 직업을 물으면 ‘나이트 사장’이라고 제법 떳떳하게(!!!) 밝히기까지 했다. 허나 그게 어떤일인지 대충 인지하게된 무렵부터는 아버지를 그냥 ‘사업하신다’는 식으로 둘러대기도 했고 실제 학교 생활기록부에도 ‘사업가’라고 적기도 했었다. 여하튼 경현에게 아버지 직업세계에 대한 자격지심이 어느정도 있었던것만은 분명해보인다. - 덕분에 나이트 무용수 출신 ‘젊은 새엄마’를 얻게 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그것 역시 경현에겐 별 도움(?)이 된것도 없고. 그래서일까. 민호의 말이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 어느덧 유리도 두돌이 다 되어가고 또 머지않아 당신이 아이를 낳게되지 않소 ? 

  허니 유리나 또 새로 태어날 셋째아이나 앞으로 학교갈 나이가 되고 그러면 그때 

  아버지 직업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고민을 안 해본 것이 아니라오. 그래 

  서... ” 

 “ ...... ” 

 “ 일단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저 아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들어갈 무렵쯤에 

  라도 그때쯤엔 나이트클럽 사업은 접고 다른일을 시작할까 그 생각을 하고 있다 

  그 말이오. ” 

 어느덧 경현의 고등학교 1학년 과정도 다 마쳐가고 있고 혜진은 내년봄에 둘째(혜진에겐 둘째) 출산을 예정하고 있다. 그리고 유리가 곧 두 살(만 나이). 여하튼 그 유리나 혜진이 새로 낳게될 아이가 더 자라고 학교에 들어가게 될 나이가 되기 전에라도 나이트 일은 그만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계획으로 있는 것이다. 일단 경현의 경우 대학에 들어가면 대학 등록금도 필요하고 하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지금껏 그런대로 여유있게 잘 운영해온 나이트를 계속 이끌어갈 생각이지만 경현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들어갈 무렵이라면 그때쯤 나이트를 접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시기가 딱 적절하지 않을까 그런 구상을 하고있는 것이다. 헌데 이렇게 되면 경현 입장에선 또다른 상처가 될수도 있다. 여하튼 경현은 지금까지 10년 넘게 나이트클럽 사장으로 있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는데 경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혜진이 낳은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 들어갈때쯤이 되면 그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면 경현의 모양새는 또 어찌되는가. 지금까진 나이트클럽 사장이라는것에 별다른 거리낌이 없었던 아버지가 새엄마 혜진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위해선 나이트를 접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 경현이 이런 대화를 듣고 있었다면 또다른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한편 혜진은 이듬해 봄에 출산을 했다. 또 딸이었는데 이번엔 이름을 주리라고 지었다. 민호에겐 세 번째 아이가 되고 혜진에겐 민호와의 사이에서 두 번째 낳은 딸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때 경현은 고2가 되어 있었고, 한편 민호는 나이트클럽 사업을 정리하고 다른일을 해볼 구상을 작년 가을쯤 밝힌바가 있지만 그건 어차피 경현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갈 무렵쯤 실행에 옮길 일이니 아직 어떤 구체적인 구상을 하거나 할 시기는 아니다. 

 그리고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더 지났다. 마침내 경현도 고3이 되고 수능시험 보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어느덧 날도 스산한 가을로 접어들었는데 그때 혜진이 좀 도발적(!) 행동을 벌였다. 실은 경현의 학교로 직접 찾아가보기로 한 것이다. 새엄마의 입장에 있는 여성중 자녀의 학교에 찾아가는 일은 각자의 처한 입장에 따라 다 각양각색이긴 하지만 일단 혜진은 근본적으로 처음 한동안은 경현과의 사이가 불편한 편이었으니 – 물론 혜진은 자기딴에는 잘 해주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더라는 식으로 변명하긴 했지만 – 그런 경현이 문제로 학교까지 직접 찾아가고 할 일은 사실상 없었다. - 비록 두 번의 가출소동이 있긴 했지만 그 경우를 제외하곤 혜진이 학교에 찾아가거나 할 일이 없었음을 생각하면 경현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래도 학교생활만은 무난하게 잘 해온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어차피 경현도 곧 수능시험도 보고 진로상담도 해야하느니 만큼 한번쯤 학교에 찾아가보는게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사실 혜진도 학창시절 공부는 그리 잘하지 못했고, 게다가 학교에서 무슨 말썽을 저질렀다 해도 학교로 모시고 올 부모님이 아예 안계신 고아였음을 생각하면 이래저래 아이 문제로 학교에 상담을 하러 가는일. 괜시리 긴장도 되고 슬몃 거부감이 이는 일임도 어찌할 수가 없다. 

 “ 차경현군 어머님이시라구요 ? ” 

 담임선생님이 상담실에서 정중하게 혜진을 맞았다. 일단 담임선생님은 경현이의 가정환경에 대해선 대충 들어서 알고있음인지 이와같이 운을 뗀다. 

 “ 듣자하니 차경현 학생한테 친어머니는 아니시라고 하던 것 같던데... ” 

 “ 아, 네. 뭐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 

 마치 무슨 변명이라도 하듯 공연히 진땀까지 빼며 답하는 혜진. 담임교사의 말은 이어진다. 

 “ 부군께선 그리고 사업을 하신다구요 ? ” 

 “ 네 ? 아...네에. 뭐 맞아요. ”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나이트클럽 사장을 하는 아버지를 두었다는 점이 아무래도 아이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남편의 고민을 들은바도 있고 또 혜진이 생각해도 경현이 학교에 자기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선 그리 떳떳하게 답하지 못했을것이란 짐작은 되어서인지 대충 그렇게 말을 맞춰준다. 그리고 본격적인 상담이 이어진다. 

 “ 제가 볼땐 그래도 경현이가...재혼가정에서 자라나는 학생답지 않게 그래도 큰 말 

  썽은 부리지 않고 무난하게 학교생활은 잘 해온 것 같습니다만... ” 

 두 번의 가출전력이 있는 경현이지만 그 한번은 중학교때 있었던일이고 두 번째 가출이 고1때 일. 따라서 고1때 있었던 가출사건은 이전 담임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알수도 있을터인데 이와같이 답하고 있는 것이다. 이혼가정에 가출전력까지 애초 경현의 담임 입장에선 여러 가지로 걱정과 우려를 많이 했을터인데, 그리도 2차 가줄사건 이후론 큰 말썽 안 부리고 무탈하게 학창생활을 잘 해 왔음인지 이와같이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 일단...전 좀 고민스러운게 경현이가 대학에 진학할 의사가 있는지가 확실치가 않 

  아요. ” 

 사실 대한민국에서 특별한 사정이나 어떤 자기 소신이 있지 않는한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중고생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임선생님이 이와같이 말을 한다는 것은 뭔가 그 부분에 문제가 있긴 있었던 듯 하다. 

 “ 아이들 말로는 제 친구들하고 어울릴땐 그런말을 몇 번 했나봅니다. ‘대학에 갈  

  생각이 없다’고...전 처음엔 애들이 농담이나 장난을 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대수롭 

  진 않게 넘어갔는데...그래도 혹시 모르는일이라 한번 경현이를 은밀히 불러 물어 

  보니 제대로 답을 하지 않더라구요. ‘대학은 갈거지 ? 어느대학 또는 어느학과에 

  가고 싶으냐 ? 하고싶은일이 뭐냐 ?’ 학생들을 가르치고 관리하는 담임선생님 입 

  장에서 충분히 물어볼수 있는 기본적인 물음인데도 가타부타 답을 안해요. 뭐 요즘 

  애들중 어른이 묻는말에 그렇게 또렷이 답하는 애가 얼마나 되겠습니까만...그래도 

  제 진로에 대해 담임선생이 신경을 쓰고 걱정이 되어서 물어보는데... ” 

 “ 그...그건 아닐거에요. ” 

 “ 아니라구요 ? ” 

 다른건 몰라도 두차례 가출사건때 그 유명한 정치학자이자 언론비평가이면서 정치평론가,저술가이기도 한 강철규 교수님댁을 찾아갔고 심지어 2차 가출때는 ‘교수님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까지 해 강교수가 ‘대학은 일단 들어가고나서 이야기하자’는 식으로 돌려보낸 일이 있지 않은가. 최소한 그걸 생각하면 경현에겐 대학에 들어가야할 ‘성취동기’만큼은 분명 있었다고 봐야할텐데, 그런 경현이 ‘대학에 갈 생각이 있느냐 ?’는 담임선생님 물음에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 담임교사 입장에선 걱정이 되는 일이겠지만 혜진은 혜진 나름대로 자신이 겪은일이 분명히 있어서 이와같이 또렷하게 답한다. 

 “ 다른건 몰라도 경현이가 대학갈 의지와 의사만은 분명히 있어보여요. 또 저도 경 

  현이 대학은 분명히 보낼거고요. 그러니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강철규 교수댁에 내려가서 있었던일까지 여기서 너무 주절주절 늘어놓는것만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했음인지 일단 그런 이야긴 더 이상 하지 않는데 다만 새어머니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어머니가 이렇게까지 나오는 모습에 담임 선생님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 일단 무엇보다 어머님께서 그래도 경현이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네요. 

 ” 

 “ 예 ? ” 

 “ 저도 학교선생으로 벌써 20년 넘게 일해온 사람입니다만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이 

  혼가정,재혼가정 자녀도 많이 맡아보게 되었죠. 그런데...적어도 새어머니 되는 입장 

  에 계신분들중 경현군 어머님처럼 이렇게까지 나오는분은 흔치 않아요. 적어도 경 

  현군이 좋은 어머니 밑에서 사춘기를 보낸 것 같아서 그건 다행스럽게 느껴지네요. 

 ” 

 “ 아...아...네에 감사합니다. ” 

 진땀을 흘리며 가까스로 답하는 혜진. 무엇보다 자신과 경현 사이에 지난 4년여 있었던 일들이 있기 때문에 혜진으로선 양심의 가책까지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처소생 자녀가 ‘대학갈 생각이 있다’며 마치 자기아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듯 힘주어 말하는 경우까지는 본 적이 별로 없어서인지 실제도 무척이나 다행스럽고 안도하는 표정을 짓는 경현의 담임선생님. 상담은 그 정도로 마무리되고 혜진은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이 무렵 혜진이 또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세 번째 임신이다. 첫 번째 임신은 아예 민호와 같이 살게되어 경현의 새어머니가 되기전부터 하게 되었고 두 번째 임신이 경현이 고1때 여름쯤에, 그리고 세 번째 임신이 공교롭게도 경현이 수능을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 하게된 것이다. 한편 이 무렵쯤에 민호는 나이트클럽 사업을 접은뒤 할 일이 이제 구체적인 구상이 되었음인지 그 뜻을 이와같이 밝히기도 했다. 

 “ 실은 OO시에 있는 4층짜리 건물을 하나 알아봤어. 내 형편으로 충분히 구입할수 

  있는 가격이더군. 보니까 1층엔 편의점이 있고 2층엔 일반업체 사무실 그리고 3층 

  엔 영어학원이 있는 듯 하던데 뭐 그런대로 장사나 운영은 잘되는 모양이더라구. 

  그리고 4층엔 무슨 사이비종교 시설 비슷한게 있는거 같은데...뭐 그건 우리가 굳 

  이 신경쓸 문제는 아닌거 같구... ” 

 


 사실 민호가 나이트를 접고 다른일을 해보겠다는 것은 아직 구상만 하고있는 단계였기 때문에 아내 혜진에게만 이야기했을뿐 다른 식구들에겐 아직 말한바가 없다. 물론 그래봤자 혜진의 낳은 아이 유리,주리는 아직 어린 애기들이니 이야기할 상대는 고등학생 아들 경현밖에 없는것이지만 바로 그 경현이 어느덧 수능볼때가 되어 본격적으로 나이트클럽을 정리하고 다른일을 시작할 준비단계에 들어간듯하다. 하지만 막상 나이트를 정리하고 다른일을 시작하자니 할만한게 마땅치 않았는지 대신 경기도 외곽지역에 있는 4층짜리 건물을 구입 그 건물주를 할 생각으로 있는 듯 하다. 하긴 경제난,실업난이 장기화되면서 건물주가 무슨 신의직장 비슷한 자리가 된지 오래이긴 하지만, 일단 혜진은 남편의 구상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듯 하다. 

 “ 그리고 집도 조만간 좀 더 넓은집으로 이사를 가도록 합시다. 이제 경현이도 곧 

  대학생이 되고 유리에 주리 거기에 하나 더 생긴 아기까지 있으니 그렇게 네 아이 

  를 키우며 살기엔 이 집은 너무 협소하니 말이오. ” 

 현재 민호가 사는 집은 30평이 조금 넘는 아파트. 이혼후 아들 경현과 단둘이 살때야 부족함이 없는 아파트였지만 재혼후 새 아내와의 사이에 아이 둘을 더 낳았고 거기에 혜진이 하나를 더 임신중이라니 경현까지 포함 넷을 키우기엔 다소 협소하다는 생각을 한 듯 하다. 무엇보다 지난 십수년 그런대로 잘 나가는 나이트클럽을 운영해온 민호라서인지 그만한 재력은 있는 듯 했다. 어찌보면 너무 허튼데 돈 안쓰고 나름 착실히 절약하고 모은 덕분으로 볼수도 있지만. 여하튼 그 돈으로 40평이 되었든 50평이 되었든 좀 더 평수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자는 민호의 구상. 혜진은 이런식으로 뭔가 다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는 느낌이라 감회에 젖기도 한다. 민호는 또 민호 나름대로의 착잡한 감정으로 이와같이 말을 이어간다. 

 “ 그러고보니 OO 나이트클럽을 운영한지가 어느덧 15년 세월인데, 그 시간을 마 

  감할날도 머지 않은거구려. ” 

 마치 졸업이라도 앞둔 학생같은 심정으로 그와같이 말하는 민호. 혜진은 혜진대로 좀 놀라기라도 했는지 이와같이 묻는다. 

 “ 15년이라구요 ? 그렇게나 오래 하신건가요 ? ” 

 “ 그렇지 뭐. 여하튼 경현이 저녀석 한 대여섯살때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OO나이트 

  인데 벌써 경현이 저 아이가 곧 대학에 들어가게되니 말이오. ” 

 “ 아니 여보, 근데... ” 

 아직 수능시험 날짜만 하루하루 다가오는 단계일뿐 경현이 벌써 대학에 붙거나 한 것은 아닌데 마치 그러기라도 한것처럼 말하고 있는것에 혜진이 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민호는 애초부터 구상이 경현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들어갈 무렵 그런식으로 집도 좀 넓은곳으로 이사하고 나이트도 접고 새사업을 시작해볼까 그런 구상을 한것이기 때문에 말이 이와같이 나오는것이긴 하지만 혜진은 좀 어이없어진다. 허나 민호는 그런 아내의 태도가 좀 이해안간다는 반응이다. 

 “ 왜 ? 당신 설마 경현이가 대학에 떨어지기라도 바라는건가 ? ” 

 “ 아뇨 뭐 그런건 아니지만... ” 

 허나 대학이란게 떨어질수도 있는것이고 재수,삼수를 할수도 있는것인데 이미 단정적으로 경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니 혜진은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게다가 얼마전 담임선생님을 면담하러 갔을 때 ‘경현이가 대학에 갈 의지가 별로 없어보이는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한 혜진 아닌가. 일단 혜진 입장에선 경현이의 두 번의 가출소동동안 있었던 일도 있고 해서 ‘설마 진짜 대학을 포기하지는 않았겠지 ? 그것도 강철규 교수 문하생이 되겠다고 그 난리까지 친 아이가’ 내심 이렇게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것이라 혜진은 뭔가 불안한 느낌을 받는다. 

 “ 왜요 ? 무슨일이 있나 ? 당신 안색이 안 좋아보여. ” 

 “ 아...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 그런가봐요. ” 

 “ 피곤하기는...밤새 잤을 사람이... ” 

 밤에 일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 천상 아내와 이런 이야기는 퇴근을 하고난 오전시간에 해야한다. 그러니 오히려 피곤할 사람은 자신임에도 그런 구상이 있기에 아내와 구체적인 이야길 나누기 위해 시간을 낸 것 아닌가. 헌데 되려 아내가 피곤하다면 그것도 좀 어이없는일. 여하튼 정작 피곤한 것은 민호이기에 중요한 용건이 더 없으면 그만 잠을 청하고 싶다는 듯 자리에 눕는다. 그리고 혜진이 말없이 그런 민호를 바라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경현이 수능시험을 보는날이 되었다. 헌데 수능시험 전날. 혜진이 미역국을 끓여주었다. 민호야 어차피 밤에 일을 하는 사람이니 저녁때는 집에 없기야 마찬가지.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수능시험을 보는 전날인데 하루 휴가를 내서라도 좀 곁에 있어주던가 하지 경현 입장에선 좀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할 상황이다. 헌데 그런 상황에서 혜진이 수능전날 저녁으로 먹으라고 내온게 미역국이다. 어이없어서 경현이 혜진을 바라본다. 

 “ 왜 ? 어서 들지않고 ? 싫어 ? ” 

 미역국과 관련된 징크스를 설마 이 나이 되도록 혜진이 못들어보진 않았을테고, 게다가 사실 혜진은 평상시 미역국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다. 헌데 그런 혜진이 난데없이 미역국을 준비했다면 아무 생각이 없거나 좀 고의적이지 않나 하는 의심까지 들 판이다. ‘혜진이 임신중이지 않나’ 하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실은 이미 두차례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혜진이지만 그때도 혜진은 미역국을 찾는일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병원에서 출산직후 식사를 할때도 미역국은 거의 들지 않아 산부인과 관계자들이 ‘오래살다 이런 산모는 처음본다’고 했을정도로 미역국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혜진. 그런 혜진이 그것도 의붓아들의 수능전날 미역국이라니. 누가봐도 기가막히고 어이없는 상황이긴 하다. 허나 혜진은 아직도 자신의 실수를 깨닫지 못했는지 ‘어서 저녁이나 들라’며 재촉까지 한다. 경현은 떨떠름하긴 했지만 공연히 새엄마와 한바탕 입씨름을 했다간 그걸로 수능전날 기분을 잡쳐버릴 것 같아 결국 말없이 혜진이 끓여다준 미역국을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 마침내 경현이 수능시험을 보러가는 날이다. 수능시험장까진 전철을 타고갈 예정인데 다행히 시험장이 전철역에서 내려 그렇게 멀지는 않은곳이다. 여하튼 아침에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수능시험장으로 갈 준비를 하는 경현. 아버지와도 한번 인사는 나누고 갔으면 했는데, 아직 아버지는 퇴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전화통화라도 한번 해보기로 한다. 

 “ 응, 그래 경현아. 아빠 지금 집에 다 와가는데. 조금만 더 기다리지 않고. 오늘같 

  은 역사적인 날 그래도 아들얼굴 한번은 보고 가야지. 어, 그래. 너무 늦을 것 같 

  다구. 그럼 할 수 없지 뭐. 우리아들 시험 잘봐라. 파이팅 !!! ”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통화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가방을 챙겨서 수능시험장으로 향하는 경현. 헌데 혜진이 좀 의아해서 묻는다. 

 “ 저기 경현아... ” 

 “ 네, 새엄마. ” 

 “ 원래 수능시험장에 갈 때 준비해갈게 그렇게 많니 ? ” 

 사실 혜진은 고졸이기도 하지만 대입시험 자체를 본 경험이 없다. 학창시절엔 고아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 공부는 거의 하지 않은채 노는아이들과 어울려다녔고 그래서 진작에 대학은 포기를 했기 때문에 수능시험 같은걸 칠 이유 자체가 없었다. 그런 혜진인데다가 이미 두차례의 가출경험도 있는 경현이라서인지 좀 미심쩍은 듯 물은것인데 경현이 순간 당황한 가운데서도 침착하게 둘러댄다. 

 “ 뭐 필기구하고...그 정도만 있으면 되는건데...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교과서랑 노트 

  좀 챙겨가는거에요. ” 

 “ 수능시험장에 교과서랑 노트를 가져간다구 ??? ” 

 여전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혜진. 안되겠다 싶은지 좀 확인을 해볼까 했는데 이미 경현은 혜진에게 인사를 건네고 바삐 집을 나서고 있었다. 좀 미심쩍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빨리 시험장으로 가야하는 경현이기도 하기에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새엄마 혜진과 그리고 두 동생에게도 ‘오빠 다녀올게’ 하고 간단히 인사를 하고 서둘러 집을 나선다. 

 아파트 단지에서 5분정도 거리에 있는 전철역에서 전철을 타야하는데 걸어가기엔 멀고 그렇다고 버스를 타고가긴 좀 민망한 그런 정도에 전철역이 위치해있다. 그래도 오늘같은날 수험생이라면 1분1초가 아쉬우니 – 집에서 학생을 태워다준다던가 그럴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면 – 가급적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 그곳에서 지하철을 서둘러 탈텐데 경현은 어찌된 영문인지 저벅저벅 아주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전철역으로 향해가고 있다. 사실 경현이 사는 아파트단지나 인근의 다른 아파트단지 또는 주택가에 사는 학생들중 고등학생이라면 웬만하면 거의다 경현과 같은 학교에 다닐텐데, 따라서 아침 출근시간에 경현을 알아볼만한 학생이나 학부모 기타 이웃주민들은 제법 있다. 만약 평상시 조금이라도 경현에게 관삼이 있던 이웃주민이나 학생이라면 ‘수능시험 보러 가는날 아니에요 ?’ 하고 물어보기라도 할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렇게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전철역을 향해하고 있는 경현을 의아하게 보는 사람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까지 단 한명도 없다.  

 일반적으로는 ‘도보로 5분거리’라지만 실제로는 한 10분 가까이 걸려 도착한 전철역. 그리고 지하철을 타야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경현은 수능시험장으로 가야할 전철과 정 반대편 개찰구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쪽에 도착하는 지하철에 탑승 유유히 어디론가 가고 있다.



- 8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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