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오마이걸 비니 (4)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젊은 새엄마 2 

 


 민호는 일단 혜진과 경현을 마주앉게 했다. 그전에 어떤일이 있었든 다 잊어버리기로 하고 가출을 했던 경현도 이틀만에 집으로 데려온마당에 이제부터 둘이 좀 잘 지내줄 것을 당부하기 위해 만든 자리다. 그 자리에서 민호는 이렇게 말했다. 

 “ 솔직히 나도 그동안 집안일에 너무 무심했었다는 자책을 하던 중이었소. 어쨌든  

  내가 일 때문에 출근을 하게되면 다음날 집에 돌아올때까지 저녁과 밤에는 함께  

  지내야하는게 두 사람인데 그런 두 사람 사이가 자칫 어색해지거나 힘들어질수도 

  있다는 점을 너무 생각 못했던 것 같소. ” 

 민호는 혜진과 경현에게 서로 손을 한번 잡아보라고 했다. 여전히 어색하고 불편한 두 사람 사이긴 했지만 여하튼 마지못해서라도 손은 잡아보는 시늉까지는 하는 두 사람. 그 정도는 뭐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것이란 판단을 한걸까. 그렇게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을 보며 민호는 이렇게 말한다. 

 “ 여하튼 아직 젊은 당신에게도 중학생 아들이 힘들고 버거웠을수도 있고 아빠도  

  새엄마가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너한테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한 것 진심으로 미 

  안하게 생각한다. 아빠는 그냥...어차피 새엄마 되실분이 너한테 초면도 아니고 그 

  래서 너와는 그런대로 금방 친하게 잘 지내게 될줄만 알았었는데... ” 

 바로 민호의 일하던 나이트 무용수 출신이라 경현이 종종 볼일이 있어 아버지를 찾아왔을 때 사무실에서 몇 번 마주친일이 있었던 사이였기 때문에 피차 익숙한 사이라서 금방 친해질것이라고만 막연히 기대했던 차민호. 확실히 그 부분이 불찰이었다면 불찰이었던 것 같기에 이렇게 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까지 건네는 것이다. 일단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혜진은 마음이 좀 누그러들기는 하는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며 경현을 바라보기까지 한다. 허나 경현은 고개를 살짝 숙인채 여전히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리고 마지못해 하는것인지 진심으로 하는것인지 그런일을 거친뒤에는 혜진이 좀 더 적극적으로 경현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방문을 걸어잠그고 잤던것도 – 아직 그 부분에는 문제삼은 사람도 없었음에도 -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을 스스로 했음인지 이젠 더 이상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나마 혜진과 경현이 좀 가까워지는 시간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 시간 자체가 그리 오래 가지를 않았다. 근본적으로 민호의 집에 들어왔을 때 이미 임신중이었던 혜진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동안 한두달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따라서 이제 혜진도 본격적으로 배가 불러올 시기가 된 것이다. 아직 그렇게까지 크게 티가나진 않아도 거동이나 이런 것이 조금은 더 불편해지고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예민해질 때. (대략 5-6개월 정도)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신경이 오로지 태아에게 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붓아들이고 뭐고를 떠나서 경현에게 그렇게 신경을 써줄수가 없었다. 

 허나 이때쯤 되면 민호와의 관계는 경현의 경우와 정 반대가 될 수밖에 없다. 여하튼 민호로선 자신의 새 아이가 점점 자라고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 아닌가. 따라서 부부금슬은 더 좋아질 수밖에 없고, 어차피 밤엔 일을하는 직업을 가진 민호이니 밤에 아내와 함께 있을수는 없었지만 대신 쉬는날이라던가 퇴근을 한 오전에는 그런 아내를 흐뭇하게 안아보며 거실이나 침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면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허허...우리 OO이가 어느덧 이렇게까지 자라고 있는건가 ? ” 

 “ 네, 여보. ” 

 어느덧 태명까지 지었는지 그렇게 이름을 부르며 흐뭇하게 혜진의 배를 어루만져보고 있는 중년의 남편 민호. 배에 귀를 가져가보면 태아의 태동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아내의 점차 불러오는 배를 보면 그저 마냥 행복하고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혜진이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감격스러운 눈물까지 맺힌 얼굴로 말한다. 

 “ 여보, 아시죠 ? 저도 나름대로 힘들게 살아온 몸이란 것을... ” 

 여하튼 그렇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 7-8년 정도의 세월을 나이트 무용수등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살아온 몸이라면 그 시간이 분명 순탄치는 않았을 것이다. 새삼 그 시간이 떠올려져서인지 살짝 몸서리까지 쳐보며 말을 이어간다. 

 “ 비록 그렇게 살았어도...솔직히 처음에 그런일을 시작했을때는 그야말로 ‘에라, 모 

  르겠다. 될대로 되라’ 그런식이었지만 저도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들어가고 

  언제까지 이런일만을 하며 살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던거에요. ” 

 “ ...... ” 

 “ 그런 제가...언젠가부턴 저도 이제 그만 이런일은 청산하고 온전한 가정을 꾸리며 

  평범하고 행복한 생활을 살고 싶다는 소망을 막연히 가졌던건데 그런 제 앞에 당 

  신이 나타났던거에요. ” 

 그렇게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갖고 결혼을 하게되고. 어쩌면 유흥업소를 전전하던 시절엔 자신이 온전하고 완벽한 가정을 꾸리는 일이 현실로 이뤄질 기대는 별로 안 했을수도 있는데 그런 혜진이 이렇게 자신의 아이를 가진 상태로 남편의 곁에 있다는 모습.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꿈만같고 마냥 행복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그런 순간일 것이다. 정말 만약 꿈이라면 차라리 깨어나지 말라는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흐뭇하고 기특한 듯 젊은 아내를 거듭 어루만져보고 쓰다듬는 민호. 혜진은 다시금 행복한 눈물 흘리며 남편의 품에 안긴다. 

 사실 민호가 정상적인 직장인과는 반대로 출퇴근을 하는 몸이었기에 망정이지 이런 광경을 만약 경현이 봤다면 이때부터 다시금 자신이 소외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일단 근본적으로 토,일요일은 민호가 더 정신없이 바쁠 시간이고 – 어쩌면 금요일 오후부터도 – 따라서 아내와 함께 이렇게 보내는 시간은 퇴근을 하고난 평일 오전이나 낮시간 혹은 어쩌다 나이트클럽이 쉬는날 – 아무래도 평일일 – 그런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평일에는 학교에 가고 오후늦게나 귀가하며 토,일요일에 집에 있는 경현이 평상시에 아버지가 임신한 새엄마와 이런 행복한 모습으로 있는 것을 목격하는 일은 잘 없었을 것이다. - 어쩌면 차라리 다행이었을수도 있다. - 

 오히려 본격적으로 혜진이 자신을 구박(!)하거나 외면한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 것은 다른 방면의 일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거동하는게 더 불편하고 조심스러워져서인지 하루는 혜진이 경현에게 이렇게 말한다. 

 “ 얘, 미안하지만 아침정도는 이제 니가 직접 차려먹을래 ? ” 

 “ 네 ? ” 

 아직 혜진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얼떨떨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경현. 혜진이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말을 이어간다. 

 “ 나 보다시피 이제 배도 점점 불러오고 그렇잖아. 너 하루세끼 밥차려주는거 쉽지 

  않아. 아침정도는 그러니 니가 좀 직접 챙겨먹어. 내가 매일같이 일찍 일어나 아침 

  챙겨주는거 이젠 쉽지 않아. 그러니 점심은 학교에서 급식이 나오고 저녁정도는 그 

  래도 내가 챙겨줄게. ” 

 새엄마도 어쩄든 엄마라면 경현과 혜진의 관계는 모자간이 분명하다. 헌데 임신중이라는 이유로 아들 밥차려주는게 쉽지 않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혜진. 물론 지금은 배가 점점 불러와서 거동이 쉽지 않아지는 상황변화가 있긴 하지만 원래 처음부터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임신상태였던 혜진이다. 헌데 그런 혜진이 어떻게 지금까진 (의무감에라도) 꼬박꼬박 전처소생 아들 경현의 밥 세끼를 챙겨줄수 있었던것인지, 막상 새엄마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듣고나니 그게 다 신기해질 지경인 차경현이다. 얼떨떨한 모습으로 혜진의 어느덧 불러오고있는 배를 바라본다.  

 


 사실 중,고생 정도의 나이는 이제 다 컸다고 봐야할지 아직 어리다고 봐야할지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참 애매해지는 시기임이 분명하다. 사실 이런건 개개인이 살아온 환경과 경험에 따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는데 일단 경현은 이혼가정에서 자라긴 했지만 무슨 밑으로 어린 동생들을 줄줄이 돌봐야 한다거나 하는 그런 소년가장은 아니었다. 경제적으로도 아버지가 그런대로 잘 나가는 나이트클럽을 한 10년 운영해오고 있는 분이면 그래도 중산층 이상의 생활수준은 영위하고 있었다고 봐야할것이고, 일단 아버지가 혜진과 재혼하시기 전까지는 삼시세끼중 점심이야 학교급식으로 해결했고 아침이나 저녁은 아버지가 퇴근해서 돌아오시거나 나가시기 전에 대충 시장을 봐서 준비해온 인스턴트 식품이나 밑반찬등을 자기가 알아서 차려먹거나 하긴 했다. 허나 자신이 직접 음식을 해 먹어본 경험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헌데 그래도 지난 몇 달은 최소한 삼시세끼는 챙겨주는 것 같았던 혜진이 몸이 무거워져 더는 힘들다며 ‘니가 알아서 챙겨먹으라’니 경현으로선 기가막힐 수밖에 없다. 

 여하튼 혜진이 거듭 그렇게 자신의 난감한 상황을 말하니 젊은 새엄마와 또 말다툼이나 얼굴붉히는 일을 만들고 싶진 않아서 그런대로 순종하기로 했다. 헌데 그러기로 한 첫날부터 사달이 났다. 아침에 학교가기전에 라면이라도 끓여먹고 가기위해 준비를 하는데 혜진이 짜증을 내는 것이다. 

 “ 야, 너 뭐해 ? 라면 끓여먹으려구 ? ” 

 “ 네...뭐 저보고 알아서 챙겨먹으라면서요 ? ” 

 “ 라면은 끓이지마. 나 라면냄새 역해서 싫어. ” 

 “ 네에 ? ” 

 “ 나 임신중인거 몰라 ? 그래서 역한냄새 그런거 싫단말야. 그러니 라면은 끓이지 

  마. 알았어 ? ” 

 어쨌거나 아직 나이어린 학생이든 혼자사는 남자든 가장 간단하고 손쉽게 해먹을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은 결국 라면이다. 다만 경현은 아직까지 그런 라면조차 끓여본 경험이 없어서 설명서를 조심스레 읽어가며 사실상의 첫 경험인 라면 끓이는 작업을 시작해보려 하였다. 헌데 라면스프도 아직 채 넣기도 전에 혜진이 그렇게 경현을 만류하는 것이다. 그것도 라면 냄새가 싫다며. 

 “ 나 어쨌든...임신중이고 라면냄새 역해서 싫으니 다른걸로 해. 라면은 하지마. 알 

  았어 ? ” 

 이게 무슨...라면조차 끓여먹지 못하게 하면 그럼 대체 어쩌란말인가 ? 아예 굶고 학교를 가란말인가. 다만 그럴수는 없어서 바쁜 아침시간이기도 하기에 냉장고에 마침 먹다남은 식빵 몇조각도 있어서 그걸로 토스트라도 구워먹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혜진이 그조차 만류한다. 

 “ 토스트 하지마...나 빵 굽는냄새 굽는소리 그런거 다 싫단말야. 왜 그래 정말 ?  

 ” 

 사실 임신중에 냄새나 음식문제 때문에 예민해지는 것은 임신 초기에나 보통 있는 일이지 임신 중기까지 그런 경우가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헌데 혜진은 라면 냄새에 이어 빵 굽는 냄새와 굽는 소리까지 싫다는 것이다. 그럼 대체 어쩌란 말인가. 항의라도 하고픈 심정인 경현에게 혜진은 이렇게 말한다. 

 “ 냉장고에 아마 찬밥 있을거야. 그거 대충 데워먹고 가. ” 

 헌데 토스트에 빵 구워지는 소리는 싫다면서 찬밥을 가스렌지에 넣어 데워지는 소리는 또 괜찮다는것인지 그리고 지금까진 그럼 밥은 어떻게 해준것인지 밥도 분명 밥솥에서 취사가 되는동안 냄새도 나고 소리도 나는데. 겪으면 겪을수록 정말 이해 안가는 여자가 이 배혜진이란 여자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아무리 임신까지 한 몸이라 하더라도 이건 너무하지 않나. 그런 반발심까지 들 지경인데, 무엇보다 경현은 아직까지 임신한 젊은 여자와 살아본 경험은 혜진 이전까진 없었던 학생이기 때문에 임신한 세상 여자들은 모두 다 이렇게 예민하고 매사에 짜증을 부리는것인가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어쨌든 혜진이 거듭 라면냄새도 싫고 토스트 굽는 냄새도 싫다고 해서 결국 찬밥과 밑반찬 남은 것으로 대충 아침식사를 하고 서둘러 학교를 가는 경현. 지각을 하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봐야할판이다. 

 그 뒤에도 경현은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점점 더 예민해져가는 혜진의 눈치를 보며 평상시 아버지가 마트같은데서 장을 봐와 챙겨놓은 밑반찬류나 홈쇼핑으로 주문해 놓는 김치, 그런 것으로 밥과 대충 섞어 비빔밥도 아니고 볶음밥도 아닌 애매한 상태의 밥으로 아침과 저녁을 먹곤 했다. 그나마 가끔씩 인스턴트 참치나 햄이라도 사서 곁들여 먹을수 있는게 다행이었다. 그렇게 임신한 젊은 새엄마와의 일상도 몇 달이 더 흘러가고 있었고 혜진의 배는 점점 불러가고 있었다. 그 혜진이 아이를 출산한 것은 어느덧 해가 바뀌어 경현이 중3이 된지 얼마 안되는 때인 초봄의 일이었다. 

 “ 오호호호...유리야...유리야... ” 

 아버지는 다만 혜진과의 사이에 첫 아이를 본 것에 마냥 흐뭇하고 행복해하고 계셨다. 딸이었고 이름을 유리라 지은 것이다. 혜진 입장에서도 자신의 뱃속으로 낳은 첫 번째 딸이기 때문에 더더욱 신기해하고 행복해했다. 허나 아버지 민호와 혜진이 갓난아기 유리를 서로 품에 안아보려 하며 거듭 다정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낼때마다 경현의 집안에서의 소외감은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 얘, 차경현. 너 좀 잠깐 나좀보자. ” 

 “ 왜 그러시는데요 ? ” 

 이제 혜진이 자신을 부를때마다 막연한 반발심과 짜증까지 일 지경인데 하루는 혜진이 경현에게 심지어 이런 주의까지 주었다. 혜진의 말이 이와같았다. 

 “ 너 혹시 컴퓨터 게임 같은거 하니 ? ” 

 “ 네 ? ” 

 요즘 세상에 컴퓨터 게임 즐기지 않는 아이가 얼마나 되겠느냐만 사실 경현은 그런쪽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물론 경현도 컴퓨터 자체나 인터넷 같은 것을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경현은 일반적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예술 장르와 관련된 사이트나 유튜브 영상같은 것을 살펴보곤 하는 편이었다. 헌데 그런 경현에게 다짜고짜 ‘컴퓨터 게임을 하느냐 ?’니. 의아해하는 경현을 보며 혜진이 이렇게 말한다. 

 “ 컴퓨터 게임할 때 소리 좀 크게 틀지 말아줄래. 나도 성가시지만 애기 깰까봐 신 

  경쓰인단말야. 우리 유리... ” 

 “ 네에 ??? ” 

 사실 정말로 경현이 컴퓨터 오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평상시 컴퓨터 게임을 한다면 모를까 그런적은 거의 없기에 기가막히기까지 했다. 그것도 출산뒤에도 더 예민해진 것 같은 혜진도 혜진이거니와 아기가 깰까봐 그게 신경쓰여 컴퓨터 게임 소리를 크게 틀지 말라니. 역시 경현 입장에선 억울하고 어이없는 소리라 반발심 삼아 이렇게 말한다. 

 “ 저 원래 컴퓨터 게임 같은거 안 해요 !!! 그리고 유튜브 영상은 가끔 봐도 혹시 

  소리 때문에 새엄마 방해받을까봐 일부러 이어폰까지 끼고 유튜브 시청하는데... 

 ” 

 “ 어쨌든 방에서 게임이고 뭐고 소리 크게 틀어놓지 말라고. 나도 애기도 신경 쓰 

  이니까말야. ” 

 “ 새엄마... ” 

 사실 진짜 억울한일이 경현에게 있는 상황이다. 그러는 혜진이야말로 이 집에 들어와 살게되고 나선 저녁시간이 되면 늘 하는 것이 TV 일일극이나 주말극을 시청하는게 일상이었다. 전업주부라서 저녁이나 밤에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경현이 혹시 궁금하거나 화장실이라도 가기위해 방에서 나와보면 TV를 크게 틀어놓고 시청하는 혜진의 모습이 늘상 눈에 들어왔다. 그야말로 자신은 이제 이 집 안주인이라는 듯 의기양양하게 TV를 크게 틀어놓고 시청하는 모습. 거슬리긴 했지만 경현은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선 잔소리 한번 한적이 없다. 여하튼 새엄마와 공연히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고, 새엄마가 즐기는 것을 굳이 방해드리고 싶지도 않았는데 이제와서 컴퓨터 게임을 하든 유튜브 영상을 보든 소리를 크게 틀어놓지 말라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차경현이다. 

 “ 알았어요, 앞으로 주의할께요. ” 

 다만 역시 새엄마랑 입씨름을 오래 하고싶진 않아 그 정도로 대충 상황을 마무리하는 경현. 그런식으로 아버지는 나이트클럽 사장일로 여전히 바쁘신 가운데 새엄마 혜진과 함께 보내는 일상은 그런식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도 이제는 새엄마가 낳은 갓난아기까지 하나 생겨 식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헌데 경현의 집안에서의 소외감이 한층 더 증폭되는 그런일이 한 1년쯤 지나 또 생기고 말았다. 그러고보면 경현은 그 사이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어있는 상황인데 새엄마와는 그런대로 데면데면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민호 입장에선 경현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아이였고 혜진은 두 번째 임신을 하게된 것이다. 날은 어느덧 여름으로 접어들어 한참 더워지고 있을때의 일이다. 

 


 민호야 아내 혜진이 첫 아이를 출산한지 한 1년만에 또 아이를 가졌다니 입이 떡 벌어지고 세상을 다 가진것만 같은 기쁨에 휩싸이게 되었지만 경현의 심경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면 젊은 새엄마 혜진과 함께 산지도 어느덧 2년정도가 지난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그나마 새엄마가 자신에게 잘해주려고 한 시간은 첫 번째 가출사건이 있은 직후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진심이 담긴 태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무렵 한달여 시간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때 이미 임신 4개월을 지나 5-6개월에 접어들면서 몸이 점차 무거워지던 혜진은 그때부터 ‘밥해주기 힘드니 이제 니가 직접 챙겨먹어라’고까지 나오기도 하는등 본격적인 구박(!)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점점 배가 불러오는 새엄마만을 보며 마냥 좋아서 어쩔줄 모르고 있었고 아이가 태어나니 더더욱 기뻐하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젠 아버지와 새엄마 두 내외가 순전히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갓난아기 보는 재미로만 사는것으로밖에 보일수가 없었는데 이제 설상가상 새엄마 혜진이 첫딸을 출산한지 1년만에 또 아이를 갖다니. 경현은 착잡한 심경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때쯤엔 경현과 혜진의 사이가 점점 더 불편해지는 또다른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혜진의 첫아이 유리도 그러고보면 어느새 첫돌이 가까워지는 무렵이었는데 이때쯤이면 아기는 걸음마도 어느정도 할줄알고 유창하게까지 말은 못하지만 ‘아빠’니 ‘엄마’니 ‘맘마’니 하는 초보적인 단어를 제법 또렷하게 말할수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야 아기의 이렇게 마냥 자라나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고 기특해 보이겠지만 그런식으로 이젠 걸음마까지 하며 온 집안을 헤집고 돌아다니기까지 하는 아기가 경현에겐 성가시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경현이 자기방문을 걸어잠그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의 일이다. 생각해보면 처음 혜진이 이 집에 살게되면서 한동안은 중학교 2학년 전처소생 아들이 뭔가 불안했는지 밤에 잘 때 침실문을 잠그고 잤는데 이젠 반대로 경현이 아빠와 새엄마가 갓난아기만 무척 예뻐하는 모습을 보기도 싫고 게다가 어느덧 집안 여기저기 서툰 걸음마일지언정 돌아다니기까지 하는 애기가 불쑥불쑥 자기방으로 들어오는것도 싫었기 때문이다. 

 “ 오빠아...오빠아아... ” 

 어느덧 돌인 아기는 자신이 어쨌든 ‘오빠’라는 것을 알기는 하는지 하루는 그렇게 잠궈놓은 방문을 두드리며 경현을 부르고 있었다. 성가시고 귀찮은 경현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결국 걱정되는 혜진이 유리를 만류했다. 

 “ 유리야, 그러지말고 이리와. 오빠 공부하는데 방해되니까 그 방에 있으면 안 돼. 

 ” 

 아직 돌이 되기 직전인 아이니 이 집안의 복잡한 가정사까지 알 수 있는 나이는 분명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다 큰 오빠 한명이 하나 있다는것쯤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듯한 아기. 허나 공연히 경현과의 불편한 일만 더 생길까봐 유리를 만류하며 자기방으로 데려간 것이다. 그리고 경현에겐 불편한 일을 더 만들고 싶지 않은듯한 심정으로 그를 은밀히 불렀다. 

 “ 잠깐 이야기 좀 해요 우리. ” 

 “ 뭘요 ? ” 

 헌데 처음 중학교 2학년때 마주쳤을때는 자신의 이름은 몰랐을지언정 그래도 아직은 ‘아이’로 보였는지 처음부터 말을 놓았던 혜진이었는데 요즘은 어느덧 고등학생으로 자란 경현이 이제 슬슬 어른으로 보이는지 간간이 존대말을 섞어 말하기도 한다. 그런 혜진이 경현에게 주의주는 말은 이와같았다. 

 “ 애기들한테 신경을 좀 써줄래요 ? ” 

 “ 무슨...신경을요 ? ” 

 대체 자신보고 뭘 어쩌라는것인지. 여전히 혜진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의아한데다 발끈하는 심정까지 다시 생기는 가운데 혜진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 그...방문 걸어잠그거나 그러는건 좀 삼가줘요. 뭐 공부하는데 애들 방해되고 그래 

  서 그러는건 이해하겠는데...그래도 그러는건 좀... ” 

 ‘그러는 당신은 처음 시집왔을 때 왜 아버지도 안계신 방에서 혼자 자면서 방문을 걸어잠궜느냐 ? 사람을 대체 어떻게 보고 그렇게까지 했느냐 ?’ 바로 이렇게 반박하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지만 경현도 이젠 혜진과 긴시간 입씨름하긴 싫은 듯 대충 ‘주의할께요’ 그런식으로 대꾸해주긴 한다. 혜진도 혜진대로 이제 점점 머리가 커져가는 경현을 상대하기가 더 버거워지는지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말을 건넨다. 

 “ 그리고 저 아이 또 가진건 알죠 ? ” 

 “ 알아요 그건... ” 

 그 사실을 알고 아버지가 너무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던 모습 이미 경현도 여러번 목격했다. 그리고 그때 아버지가 자신한테도 새엄마가 또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도 분명히 통보했었고. 근데 이제와서 뭘 어쩌라고 그런말을 새삼 입에 담는것인지. 혜진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어쨌든 그렇게 저도 계속 아버지 아이도 갖게되고 이집의 식구로 살아가고 있는데 

  ... ” 

 “ ??? ” 

 “ 존중좀 해주면 안돼요 ? ” 

 “ 뭐라구요 ? ” 

 “ 어쨌든 나 그쪽한테 엄마뻘이에요. 게다가 경현씨 동생까지 이제 둘이나 생겼고요. 

  헌데 자꾸 이런식으로 어색하고 데면데면하게 굴면... ” 

 “ 아니, 도대체... ” 

 대체 자신이 뭘 어쨌다고 이러는것인지. 오히려 그런식으로라면 경현이 혜진한테 할말이 더 많다. 도대체 당신이 지금까지 이 집에 살면서 나한테 잘해준적이 있기나 하느냐 ? 그리고 아버지가 첫 아이를 가진 당신과 한껏 행복해서 어쩔줄 모를떄 그리고 그렇게 동생이 태어나 아버지와 당신 그리고 갓난아기 그렇게 셋이서만 마냥 행복한 모습을 보일때. 얼마나 내가 소외감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꼈는지 아느냐. 헌데 이제 또다시 동생을 가진 마당에 나한테 하는 소리가 겨우 그거냐 ? 도대체 아무리 의붓아들이라도 그렇지. 나를 걱정하거나 배려해주고 싶은 마음이 눈꼽만큼이나 있기나 했느냐 ? 한바탕 항변이라도 하고픈 심정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지난 힘들었던 1-2년의 시간을 일일이 다 열거하자면 그걸로도 중편소설 한권분량 뽑을수 있을 것 같았지만 혜진과 길게 말섞고 싶지가 않은지, 아니면 말하기가 귀찮거나 혜진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성가신것인지 일단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른 말들은 꾹꾹 눌러 참고 있다. 허나 그렇기에 심적인 고통은 다시금 울컥하며 치밀어오르는 느낌마저 있어 눈물뿐만 아니라 콧물이나 침까지 솟구쳐 오를 것 같은 기분이다. 그 고통과 울분을 참기 힘들어서일까.  

 “ 아앗~~~!!! ” 

 돌발상황이었다. 2년전 1차 가출사건의 동기가 되었던 과일 해프닝은 여하튼 사소한 오해로 볼수도 있지만 오늘의 일은 사실 ‘돌발상황’이라고 말하기도 좀 힘들긴 하다. 일단 그야말로 충동적으로 갑자기 혜진을 때린것이긴 하지만 정통으로 맞기까지 했는지 순간 혜진의 입술과 코에 상처가 나고 피까지 났다. 헌데 그것만으로도 울분이 안 풀리는지 혜진을 몇 대를 더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임신까지 한 몸인 혜진으로선 태아가 잘못되지나 않을지 그것까지 걱정될 판이다. 일단 혜진이 고통스러워하며 주저앉자 일단 경현도 자칫 일이 커질 것 같아 자제하긴 했지만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당황스러워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분명히 경현은 혜진의 얼굴부위만을 한 몇 대 때렸을뿐인데 여하튼 그만큼의 충격에도 작은 태아에겐 영향을 미치는것일까. 배를 감싸쥐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 혜진. 너무놀란 경현이 충동적으로 그 자리에서 뛰쳐나갔다. 

 어떻게보면 2년전 ‘1차 가출사건’때보다도 더 충동적으로 벌인 가출사건이다. 그때는 그래도 나름 돈도 좀 챙기고 옷가지까지 챙기는 ‘가출준비’를 조금이라도 하긴 했지만 지금은 혜진을 때려 그녀가 고통스럽게 주저앉은 상황에서 혹시 일이 잘못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그야말로 충동적으로 집을 뛰쳐나온 것이다. 돈도 한푼 챙길 생각도 못하고 무조건 냅다뛰었다. 한참을 달려 자신이 사는 아파트단지에선 이미 멀리 떨어진곳까지 온 상황. 혜진이 과연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아무생각없이 택시를 잡아탔다. 그냥 무작정 집에서 가능한한 멀리 달아나고 싶었다. 아버지야 일의 특성상 밤에는 집에 들어오시지 않지만 어차피 내일 아침 퇴근하시면 오늘 있은일을 다 알게될 것 아닌가. 그러면 상황이 어찌되었든 경현으로선 무슨 변명의 여지가 없다. 2년전 있었던 과일포크 해프닝과는 비교조차 안되는 엄청난 사건으로 번질수도 있다. 너무 무섭고 겁이난 경현은 택시비도 없는 상황에서 무슨 생각인지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달라고 했다.



- 5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