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젊은 새엄마 2
“ 강철규 교수에 대해 들어보았나 ? ”
강철규 교수. 아마 그 이름은 한국사회에서 정치권 주변에 있거나 정치에 대해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못 들어본이가 거의 없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그는 정치학자이면서 언론비평가이자 저술가이기도 한데 특히 90년대부터 지난 20년간 쓴 책만 30여권에 달한다. 다만 시대별로 그 저술의 경향은 좀 달라서 90년대엔 주로 특정 야당 대선후보나 특정 야당정치인을 주제로 내세워 ‘OOO 죽이기’ 같은류의 책을 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헌데 ‘OOO 죽이기’라는 식의 제목은 다소 반어적인 측면이 있어 한국의 주류 기득권 사회가 유력 야당 대선후보나 유능한 야당 정치인을 어떤식으로 교묘하게 죽이는지 그 실상을 고발한 책이다. 따라서 그와같은 제목과 주제 덕분에 많은 반향을 일으켜 특히 운동권 학생이나 재야인사들이 많이 그 책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2천년대 들어서는 진보정권의 문제나 진보지식인 혹은 86 운동권 세력의 위선이나 패거리정치 그리고 문제점을 고발하는 책도 종종 써서 ‘혹시 강철규 교수도 전향한 것 아니냐 ?’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강철규 교수의 평가는 중도 내지 중도개혁성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허나 이런 강철규 교수의 명성을 아직 중학교 2학년 어린 학생인 차경현이 들어봤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혹시 부모님이나 주변 친척중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면 그런 어른들을 통해서라도 강철규 교수의 이름을 한두번이라도 못 들어보진 않았겠지만 경현이야 워낙 그런쪽과는 거리가 먼 그런 환경에서 자라났고 따라서 설사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그 유명한 강철규 교수라 하더라도 그를 알아볼턱이 없다. 헌데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결국 자신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 내가 바로 강철규 교수일세. ”
강철규 교수란 사람이 대체 얼마나 유명한 학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쪽으로 아는바가 전혀없는 차경현은 그저 ‘그래서 뭐 어쩌라구요 ?’ 하는식으로 멀뚱멀뚱 강철규 교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강철규는 그런 경현을 바라보며 이와같이 말을 건넨다.
“ 헌데 아무리 봐도 가출청소년 같은데...집을 나온겐가 ? ”
“ 아...아니 저... ”
“ 아깐 뭐 집이 없다느니 갈곳이 없다느니 그런식으로 말하던게 그 말이 곧이 믿어
지지가 않고...솔직하게 말해보게. ”
허나 아직 경현은 그런 자신의 처지를 정확하게 말하고픈 심정이 아닌 것 같고 따라서 철규는 바로 이 자리에서 그의 솔직한 이야기와 신분을 알게 되리라곤 기대하지 않는 듯 아내를 불러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 여보, 빈방에서 저 학생 하룻밤만 재워주구료. 그리고 배가 고플지도 모르니 먹을
것이라도 좀 내오던가...그리고 내일 다시 날이 밝으면 이야기 해보기로 합시다. ”
“ 여보, 어쩌시게요 ? ”
그냥 경찰을 불러 인계하는게 어떻겠느냐는 듯 아내가 나오고 있는데 강철규 교수는 나름 가출 청소년을 다루는 노하우라도 있는지 아내를 이렇게 설득한다.
“ 저런애 바로 경찰에 넘기거나 또 바로 부모님한테 연락한들 그걸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오. 오히려 반발심만 더 키위 나중에 제2,제3의 가출사건을 부를 우려가 있
다 그 말이지. 그러니 일단 저 아이를 좋은말로 타일러서 집으로 보내던가 합시다.
지금은 어차피 밤도 늦었지않소 ? ”
그리고는 걱정하는 아내를 설득시켜 결국 일단 밤늦은 시간이니 경현을 자기네집 빈방에서 하루 재워주도록 한다. 사실 강철규 교수 정도 나이(60-70세 정도)면 이미 자녀들은 다 결혼해서 따로나가 살 가능성이 높으니 집도 크고 좋으면 그중 하나 비어있는 방에 가출소년을 하루쯤 재워주는 것 그리 어렵거나 부담이 가는일은 아니다. 강철규 교수의 아내가 남편의 말대로 간단한 야참이라도 하나 만들어 경현에게 내어주기까지 하고 이런 상황에서 경현은 그런대로 감격해 눈물까지 흘리며 감사인사를 건넨다. ‘이런 좋은분들에게 너무 폐를 끼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경현은 그렇게 강철규 교수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식사자리에서 철규가 경현에게 차분히 다시 신분과 왜 가출을 했는지 연유를 물어보았다. 사실 강철규 교수 정도의 명성이면 대학 강의 외에도 저술이나 기고,방송활동,세미나 그외 각종 행사 참석등으로 스케줄이 보통 바쁠 사람이 아닐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개 가출소년을 위해 하루 시간을 내어준 것이다. 아내도 나름 하는일이 있어서 오전에 외출을 하고 낮에는 파출부 아주머니가 집안일을 보아주는데, 이런 상황에서 강철규는 차경현과 마주앉아 차분히 소년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 실은 새엄마가 생겨서...집을 나왔어요. 새엄마랑 사는게 싫어서. ”
“ 그래 ? ”
강철규가 평상시 재혼가정이나 새엄마란 존재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뜸 소년의 입에서 ‘새엄마가 싫어서 가출했다’는 말이 나오면 강철규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그 집안 상황을 대충 짐작할만하지 않는가. 강철규는 바로 걱정되고 우려스럽다는 듯이 말을 건넨다.
“ 도대체 왜...새엄마한테 학대를 당했니 ? ”
허나 일단 그런건 아니라는 듯 경현이 대답하고 그리고 새엄마의 신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 아버지 일터에서 일하던 나이트클럽 무용수에요. 그리고 지금 임신중이고...물론
아버지 아이를 임신했으니까 아버지와 결혼한거겠죠. ”
“ 허허 참... ”
듣고보니 상황이 더 기가막히고 심각한거 같아 철규는 절망스럽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기까지 한다.
“ 그래서 그런 젊은 새엄마가 집에 들어온게 싫어서 가출을 했다 그말이구나. 그리
고 얼핏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버지가...나이트클럽을 운영하신다구 ? ”
“ 나이트클럽 운영하신지 한 10년 된걸로 알아요. ”
“ 허어...그렇구나. ”
그런 직종에서 종사하는 아버지를 가진 사춘기 소년. 거기다 생긴 무용수 출신 젊은 새엄마.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소년의 마음고생은 또 어땠을까 그 생각을 하니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일단 철규가 차분하게 입을 연다.
“ 경현아... ”
“ ...... ”
“ 뭐...니 심정은 어느정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그렇다고 이렇게 무작정
집을 나와버리면 어떻게 하니 ? 또 아무리봐도 마땅히 갈곳도 없어보이고. ”
오죽하면 그 밤늦은 시간에 강철규 교수의 집 대문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었을까. 그것까지 생각하니 정말 대책없는 소년의 가출이었던 것 같고, 허나 일단 해결방법은 찾아야겠기에 철규가 다시 말을 건넨다.
“ 그럼...친엄마쪽은 연락이 안되니 ? ”
“ 연락 끊긴지 한 10년 돼요. 솔직히 친엄마에 대한 기억도 없고... ”
“ 그럼 그쪽 친척도 뭐 연락처 아는 사람이나 그런 사람도 없고 ? ”
“ 네에 !!! ”
사실 강철규는 경현이 가출청소년인데다가 설상가상 나이트클럽 무용수 출신 젊은 새엄마가 들어온 상황이라고 하니 더더욱 기가막혀서 차라리 경현이가 아버지,새엄마와 떨어져 따로 나가 살게 하는게 어떨까 그 생각을 했던 것이다. 헌데 친엄마도 연락이 안되고 외가쪽 친척들과는 더더욱 연락이 안되는 상황이라니 이는 이미 답이 없는 상황이다. - 게다가 차경현의 아버지 차민호도 실은 외아들이기 때문에 그쪽으로도 딱히 경현을 맡길만한 삼촌이나 고모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강철규는 더더욱 난감하고 괴로운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뒤 이렇게 운을 뗀다.
“ 그럼 경현이...한번 쉼터에 들어가는걸 생각해보는게 어떻겠니 ? ”
“ 네 ? ”
‘쉼터’라는곳에 대해 경현이 아직 들어본적이 없는지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런 경현을 보며 강철규는 차분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 실은 너처럼 갈곳이 없거나 오갈데 없는 청소년들이 잠시 몸을 의탁하게 할수 있
도록 해주는 시설이 있어. 그런곳을 ‘쉼터’라고 해. 그런데서 너랑 비슷한 처지의
형,누나들과 서로 위로해주며 정도 쌓고...또 거기서 기술도 배울수 있고 자기계발
교육도 하니까...네가 정 그렇게까지 사정이 딱하면 내 쉼터를 한번 추천해주고 싶
구나. ”
허나 아무래도 아직 어린 차경현이라서 낯선곳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이 생긴것일까. 생전처음 들어보는 ‘쉼터’라는곳을 소개해주는 강철규 교수에게 웬지 거부감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자신을 귀찮아 하는 것 같아 자신이 이런식으로 꼬리를 내린다.
“ 제가 여기 너무 오래 머물게 될 것 같아 그걸 걱정하시는거죠 ? ”
“ 아...아냐 뭐 그런뜻은 아니다. ”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강철규는 이와같이 말하고 그리고는 쉼터가 정 내키지 않으면 다른 대안도 있긴 한지 이와같이 입을 연다.
“ 정 쉼터가 싫으면 고아원은 어때 ? ”
“ 네에 ? ”
허나 막상 ‘고아원’이란 말을 듣자 경현은 더더욱 거부감이 생겼다. 물론 10대 중고생은 미성년자이므로 근본적으로 고아원 규정으로 거두어줄수는 있다. 허나 ‘고아’라는 말에 자신이 갑자기 철부지 코흘리게 어린애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비록 엄마없이 자랐어도 경현에겐 분명히 아버지가 있다. 물론 한달여전 그렇게 갑자기 젊은 새엄마가 생겨 이 사달이 벌어진 것이긴 하지만 아버지도 분명 계시고 친어머니도 비록 연락이 안 돼서 그렇지 어디엔가 살아계실지도 모르는판에 그것도 중학교 2학년이나 된 자신이 고아원에 들어간다는 것.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경현은 불편한 기색을 끝내 지우지 못한다.
“ 쉼터도 싫고...고아원도 싫고...그렇다면 선생님도 더 이상 대안이 없구나. 아무리
내가 잘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요즘 세상에 오갈데없는 처지의 사람을 그렇게 무작
정 거두어준다는 것은 쉽지 않아... ”
강철규가 이와같이 나오자 경현도 더더욱 어쩔줄을 모르고 있었다. 정말 이런식으로 허무하게 차경현의 가출사태는 단 이틀만에 막을 내리는가 ? 어디 자신의 몸을 의탁할데도 없고 거두어줄만한 사람도 없다면 경현의 선택은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길밖에 없다. - 게다가 지금은 수중의 돈도 다 떨어졌다고 봐야한다. - 허나 바로 그 집에 돌아가는 상황이 쉽지 않은 일이라 경현이 난감해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강철규도 이미 경현의 집안 사정은 충분히 들었으니 그런 환경으로 나이어린 중학생이 다시 돌아간다는 것 아무래도 개운찮은 느낌이고. 그래서 강철규가 다시 한참을 고민하다 이렇게 말한다.
“ 그럼 차라리 선생님이 경현이 아버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볼까 ? ”
“ 네 ? ”
순간 더더욱 당황하는 경현. 무엇보다 지난 한달여간 집안에서 있었던 과정이 있지 않은가. 그런 일들이 있었던 끝의 가출이라면 아버지는 더더욱 화가나 계실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경현은 불안해지는데 철규가 그런 경현을 다시금 설득한다.
“ 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가 대신 아버지를 직접 만나서 잘 말씀드릴께. 솔직히
선생님도 경현이가 그냥 무작정 그런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개운치는 않아. 여하튼
그런 출신의 젊은 새엄마에...게다가 집안환경도...뭐 직업에 귀천은 없다지만 이제
한참 세상을 배워가야하고 또 얼마안있으면 고등학교 들어가 대학입시도 준비해야
하는 경현이가 그런 환경에서 계속 사는 것. 선생님도 그리 썩 좋아보이지는 않구
나. 그러니 차라리 아버지를 선생님이 직접 만나 뵙고 잘 한번 이 상황의 해결방법
을 의논해볼게. ”
허나 막상 그래도 아버지에게 연락을 취한다니 두렵고 불안하기만 했던 경현. 강철규가 거듭 설득하자 결국 집 주소와 연락처를 가르쳐주긴 한다. 그래서 경현의 아버지 차민호를 강철규 교수가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사실 그때 차민호는 기가막혀하고 있었다. 아이가 가출을 했다는 사실보다는 새엄마도 어쨌든 집에 있는 상황에서 그런 아내가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 것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근본적으로 오후에 출근해 다음날 아침에 들어오는, 일반적인 직장인과는 정 반대의 일상을 보내는 나이트클럽 사장 차민호. 보통은 자신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그때쯤이 아이가 학교가는 시간이었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때쯤이 자신은 출근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한참 엄마없이 자라는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정을 주고 보살피지 못한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없지는 않은 차민호였는데 그런 아들이 가출을 하다니. 결국 아내를 책망할 수밖에 없었다.
“ 아니, 도대체 당신...애한테 신경을 쓰기는 하는거요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
루종일 집에 있는 여자가 애가 가출을 하는것도 모르고 있었어 ? ”
“ 제가 뭐 낌새를 눈치챌수나 있었어요. 그냥 평상시처럼 책가방 메고 학교가는줄
만 알았지... ”
일단 경현은 그날따라 아버지가 눈치채실까봐 서둘러 집을 나섰고 민호는 경현이 집을 나간 직후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때까진 민호나 혜진은 경현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학교에 갔을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상황. 그리고 밤새 일하고 오는 민호는 집에 들어오면 오전과 낮이 그가 잘 시간이다. 그래서 피곤한 몸을 누인채 한숨 잘 자고 오후가 되어 출근준비를 하는 차민호.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경현이 학교에 있을것이라고 두 사람은 막연히 짐작하고 있었고 허나 이미 그때는 경현은 고속버스를 타고 이미 전주에 거의 당도해가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까맣게 아이의 가출 사실을 몰랐던 민호와 혜진 내외. 허나 민호가 평상시처럼 출근을 하고 저녁이 되고 밤이 되어도 아이가 들어오지 않자 어지간한 혜진도 결국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궁금해져서 처음엔 나이트클럽 사무실로 전화를 해보았다. 이전에도 가끔 볼일이 있어 나이트에 들르곤 했던 경현임을 생각하면 아버지한테 따로 무슨 할 이야기라도 있어 나이트를 찾았나보다 그리 짐작한 것이다. 허나 막상 그렇게 아내의 전화를 받은 민호는 기가막힐뿐이었다.
“ 아니, 도대체 그게 무슨소리야 ? 그럼 경현이가 아직까지 집에 안 들어왔다는 이
야기야 ? ”
“ 저...전 경현이가 당신 만나러 나이트로 간줄 알았어요. ”
“ 이런 세상에...아무리 그렇다고 애가 지금이 몇신데 여길 찾아오나 ? 빨리 아이를
찾아보도록 해요 !!! ”
허나 막상 이런 상황에 부딪혀도 아이 학교 연락처고 친구 연락처고 통 아는바가 없없던 혜진은 막막하기만 했다. 시늉삼아서라도 인근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기도 했지만 이미 전주의 강철규 교수님댁에 가있는 차경현을 거기서 발견할 수는 없다. 결국 불안해진 민호도 일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아 일찌감치 귀가를 했고 다음날 날이 밝아 민호가 학교에 전화를 해보고는 그제서야 아이가 어제 학교에 오지 않았음을 확인한 것이다. 모든 사실을 알고나니 민호도 혜진도 기가막힐 따름이었다.
“ 아니, 도대체 무슨 사람이 그렇게 무심할 수가 있어 ? 애가 가출을 하고 학교에
도 안 갔다는데 어떻게 그걸 까맣게 모를수가 있냐구 ?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
면 저녁과 밤에는 어차피 당신과 둘이 있는 것 아닌가. 근데 어떻게해서 아이에
대해 까맣게 몰라 ? ”
이런것도 일종의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지난번 과일 포크 사건때까지만 해도 민호는 경현이 정말 새엄마에게 무슨 몹쓸짓이라도 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그런 오해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혜진의 태도가 그런 오해를 하기 딱 좋은 상황을 만들었던 것 아닌가. 헌데 이번엔 또 아이의 가출이라니. 게다가 그 사실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것도 까마득하게 몰랐다는 아내를 보니 이 사람이 대체 그동안 얼마나 아이한테 신경을 쓰지 않고 무심했던가 그 생각을 하니 화가 안 날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기가막혀하던 차민호가 강철규 교수의 전화를 받은 것은 오후 늦게의 일이었다.
사실상 하루가 지나서야 아이의 가출과 전날은 물론 오늘까지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된것인데 그런 기막힌 가운데 강철규 교수란이의 전화를 받은 민호는 기가막히기만 했다. 사실 민호도 강철규 교수라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이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허나 그 먼 전주에 사는 대학교수란 사람이 가출한 아들이 자기집에 와 있다며 전화를 해 왔으니 얼마나 기가막히겠는가. 앞뒤 가릴 것 앞이 바로 차를 달려서 전주로 내려갔다.
사실 민호가 평상시 걸핏하면 사람을 때린다던가 술버릇이 안 좋은 그런 사람은 아니다. 허나 일하는 직종이 그렇다보니 어느정도 다혈질이고 화도 잘 내는 면이 있는 그런 인물. 비단 그런경우까지가 아니더라도 행여 가출한 아들을 직접 마주한 자리에서 격분한 아버지가 어떤 불상사라도 일으키는 사태를 막기위해 강철규 교수는 경현의 아버지가 도착할때쯤이 되어서 아이를 간단한 심부름이라도 시켜 한 30-40분 정도 바깥에 나가있게 했다. 그리고는 경현의 아버지라는 사람을 좋은말로 잘 설득할 생각을 한 것이다. 아이를 행여 꾸짖거나 윽박지르는 식으로 집으로 데려가는 불상사는 막기 위함이다.
“ 차경현 학생 아버님 되십니까 ? ”
“ 어디있습니까 ? 우리 애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 ”
휴대폰 전화로 강철규 교수의 집 위치를 물어 겨우겨우 도착하게 된 민호. 일단 아이의 행방부터 찾았고 강철규가 그런 민호를 진정시키려 했다. 그리고 차 한잔을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 차경현 학생으로부터 대충 집안사정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
버님께서 나이트를 운영하신다구요 ? ”
“ 아, 네 뭐...어떻게 하다보니 그런대로 괜찮은 나이트클럽을 한 10년 가까이 운영
하고 있는 몸입니다. ”
막상 대학교수란 사람 앞에서 자기 직업을 사실대로 밝히자니 좀 쑥스러워져서 민호가 이와같이 나오고 그런 민호를 보며 철규의 말은 이어진다.
“ 저도 뭐 딱히 직업의 귀천같은걸 생각하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만...막상 차경현
군 사정을 들어보니 학생이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
“ 그...제 새엄마랑 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그걸 가지고 야단을 좀 쳤죠..그
랬더니 나 원...이 녀석이... ”
일단 문제가 된 그 사건은 강철규 교수에게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난감해 그런식으로 둘러대고 여하튼 그런식으로 민호 역시 자신의 집 사정을 구체적으로 밝힌셈. 강철규가 그런 민호를 보며 말을 계속 이어간다.
“ 뭐 살다보면 이혼을 할수도 있고 재혼을 할수도 있고 그렇습니다만... ”
“ ...... ”
“ 제가 차경현군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니 – 뭐 한쪽의 일방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 경현군을 아버님께서 좀 많이 배려해주셨으면 어땠을까 그런 아
쉬움이 들더군요. ”
“ 뭐 어쨌든...참 본의아니게 저희 자식놈이 폐를 끼쳐서...애비된 저로서는 면목이
없습니다. ”
“ 아버님... ”
진지하게 민호를 그와같이 부르는 강철규 교수. 철규의 나이가 이미 60을 훨씬 넘긴 사람이니 현재 40대 중반은 차민호는 만약 철규가 소싯적에 결혼을 좀 일찍 했었다면 그만한 아들이 있을수도 있는 그런 나이긴 하다. 허나 그래도 최대한 존중해서 차민호를 대하고 있는 철규. 그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 사실 전 그래서...차경현 학생의 사연을 막상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정
히 젊은 새엄마가 생겨 덕분에 아버지하고까지 불화하게된 이런 상황이 싫으면
... ”
“ ...... ”
“ 차라리 아버지랑 떨어져서 따로 사는건 어떻겠는지 그런 권유도 해 보았습니다.
어쨌든 경현군도 학교도 계속 다니고 대학까지 나오려면 앞으로 한참 공부해야할
나이고 시기 아닙니까. 헌데 그런때에...아무래도 많이 혼란스럽고 힘든 그런 가정
환경에서 산다는 것은... ”
“ 어디 아이를 맡길만한 대안은 있나요 ? ”
“ 경현군에게 듣기로는 경현군 어머니와는 연락이 안 된다면서요. ”
“ 뭐 이혼한지가 그쯤 되었으니 그 사이 무슨 연락하고 자시고 할 일이 있었겠습니
까. 게다가 지금와서 그런일로 어디서 뭘하고 사는지도 모르는 전부인과 연락을 취
하기도 그렇고요. ”
“ 듣고보니 그런 고충도 있겠군요. ”
최대한 차경현 못지않게 그 아버지 차민호의 심정과 입장도 배려해주려는 모습이 보이는 강철규 교수의 태도다. 강교수 심부름으로 잠시 외출했던 경현이 다시 집으로 들어온 것은 그때의 일이다. - 아버지가 오고계신 상황임을 알면 오히려 잘되었다 싶어 도망을 칠수도 있었던 상황인데 다시 돌아온 것을 보면 경현도 생각보다 착한면은 있는듯하다. 게다가 수중에 돈도 다 떨어진 상황이면 마땅히 어디 갈곳도 없는 처지에 체념을 한 면도 있을것이고.
“ 너, 경현이 이녀석... ”
허나 아들과 맞닥뜨린 민호는 그저 기가막힐뿐이라 그 자리에서 경현을 한 대 후려칠것처럼 달려들었다. 그런 민호를 철규가 만류하고 민호가 한숨을 내쉬며 겨우겨우 스스로를 진정시킨뒤 철규에게 말한다. 그도 뭔가 좀 체념한듯한 모습이 보인다.
“ 일단 제 자식X은 제가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겠습니다. 더 이상 여기서 폐를 끼치
게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것 같군요. ”
“ 괜찮으시겠습니까 ? 괜찮겠니 경현아 ? ”
“ 가...갈께요 그럼 일단. ”
어차피 쉼터나 고아원으로 가는 것은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친엄마를 찾아가거나 그쪽 친적과 연락을 취해보는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결국 다른 대안은 없는 것 아닌가. 차민호가 강철규 교수에게 아들이 폐를 끼친 문제에 대해 거듭 백배 사죄를 올리고 그리고 아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온다.
“ 이번일은 당신 책임도 분명 있어요. ”
집으로 돌아온 민호는 우선 아내부터 나무랐다. 다른건 몰라도 지난 한달여동안 젊은 아내 혜진과 자신의 전처소생 아들 경현이 불편한 사이였다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문제의 과일포크 사건 진상은 아직도 차민호가 잘 모르고 있었지만 그래서 더더욱 자신이 아들을 나무란 문제 때문에 아이가 가출한것처럼 느껴져 더더욱 아들에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내를 나무랄 수밖에 없는 민호. 풀죽은 목소리로 혜진이 대꾸한다.
“ 제가 뭘 어쨌다고 저한테만 자꾸 그러세요. 저도 어쩔수가 없었던건데... ”
“ 어쩔수가 없긴 뭘 어쩔수가 없어 ? 내가 일 나가고나면 당신과 경현이가 저녁과
밤시간엔 늘 같이 집에 있게 되는건데 당신이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이런일이
벌어졌겠소 ? ”
남편이 거듭 나무라자 혜진도 더 반박할말이 없는지 아니면 성가시고 지치기라도 하는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는다. - 무엇보다 현재 임신중인 혜진이다. - 그런 혜진을 보며 민호가 결국 그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듯 이와같이 말한다.
“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거 그 문제나 다시 물어봅시다. 당신 그 얼굴에 상처자국
난날. 도대체 경현이와 무슨일이 있었던게요 ? ”
“ 경현이가 그거 갖고 저한테 뭐라고 그래요 ? ”
말이 이런식으로 나오자 풀죽고 지친 표정이던 혜진이 갑자기 생기가 돋은 듯 발끈하고, 그런 아내를 보며 민호의 말인 이어진다.
“ 애가 자꾸 억울하다는 듯 나오니까 하는 소리잖아. 그리고 따지고보면 그 일로 내
가 애를 나무란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아이가 그렇게 집을 나간거고... ”
“ 사실은... ”
그러자 결국 혜진이 모든 것을 실토한다. 생각해보니 혜진 입장에서 사실대로 밝혀봤자 불리할일도 아니지 않는가. 어쨌든 혜진은 경현에게 뭐라도 신경쓰고 갖다주고 싶었는데 경현이 거부해서 그런 돌발사태가 벌어진것이고 다만 다음날 아침이 되어 귀가한 민호가 보았을땐 어린 아내가 뭐에라도 찔리거나 다친듯힌 붉고 선명한 상처자욱이 있어 너무나 놀라고 황망해 그와같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중학생 아들이 설마 자신의 어린 아내한테 무슨 몹쓸짓이라도 하려든것인가 하는 별의별 상상이 다 들었던것이고 그래서 막상 아내로부터 진상을 듣고보니 너무 허무하지 않는가. 민호는 그날 아내의 상처자욱을 보았을 때 정말 최악의 상상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고작 그런일로 난 상처라니 너무 어이가 없다.
“ 그러게 제가 뭐라고 했어요 ? 저도 제 마음은 그렇지 않는데...세상일이 다 제 뜻
대로 되지 않는다구요. ”
“ 허허 참...그 녀석도...어쨌든 새엄마가 그렇게 신경써주고 잘해주려 하는데 조금이
라도 친절하고 다정하게 나오면 어때서... ”
“ 여보, 저도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에요. 부처나 보살 아니라구요 !!! 경현이가 저렇
게 여전히 마음을 닫은상태면 제가 아무리 잘해줘도 소용이 없는 일이라구요. 흑흑
흑흑~~~!!! ”
-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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