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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오마이걸 비니 (2)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젊은 새엄마 2 

 


 “ 아니, 세상에 뭐 저런 나쁜 X식이 다 있어 !!! ” 

 거실에서 뭔가 외마디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어차피 아버지가 재혼을 하신 이후로 저녁과 밤에는 경현과 새엄마 혜진 두 사람이 함께 집에있게 되는데 따라서 이런 소리를 내지를만한 사람은 지금 방안에 있는 경현이 아닌 다음에야 혜진이 될 수밖에 없다. 헌데 대체 난데없이 이게 무슨소린가. 의아해서 경현이 거실로 나가보았다. 대체 누구더러 ‘나쁜X식’ 어쩌구 하는것인지. 거실에는 혜진이 한참 TV를 켜고 시청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경현이 나올때도 혼자 뭐라고 TV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게 눈에 들어왔다. 한편 그제서야 인기척을 느낀 혜진이 무안한 듯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 방금 뭐라고 하신거에요 ? ” 

 “ 아...아니 저 그게... ” 

 소리를 방에서 아이가 들었구나 일단 그 짐작은 대번에 드는데 혜진으로선 해명이나 변명을 어찌해야할지 망설이다 ‘에라, 잘되었다’ 하는 심정으로 경현에게 오라구 손짓을 한다. 

 “ 얘, 너 잠깐 이리좀 와볼래 ? ” 

 “ 저요 ? ” 

 혜진의 거듭되는 손짓에 가까이 다가가본 경현. 한편 TV에선 한참 인기리에 방영중인 일일극 한편이 방송되는 중이었는데 그러고보니 혜진은 아마 드라마속 내용이나 등장인물을 보고 뭐라고 한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전 상황을 해명이라도 하듯 혜진이 거듭 TV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켜보며 말을 이어간다. 

 “ 얘, 글쎄 저기 저 남자말야. 지가 재벌2세면 2세지...무슨 갑질을 저런식으로 하니 

  ? 정말 해도 너무하더라구. ” 

 그러면서 경현이 묻지도 않았는데 드라마속 내용과 그리고 극중 악역인듯한 등장인물이 지금 저지르고 있는 행동들을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확실히 혜진은 드라마속 등장인물의 행동에 화가나 아까 그런 소리를 내뱉은 것 같은데 경현은 경현대로 어이없는 듯 실소를 머금기까지 한다. 그러고보면 혜진은 일일극 시청 같은 것을 즐기는가본데 다만 아버지와 살게되기 전까진 그녀 역시 밤무대 무용수로 밤에 일을 하는 여성이있기 때문에 저녁이나 밤에 하는 드라마를 볼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헌데 대체 어느새 일일극 시청에 그리 재미를 붙인것인지. 하긴 아버지가 나이트클럽 일을 하러 나가시고 나면 아직 경현과는 서먹서먹한 사이고 저녁이나 밤에 혼자 딱히 할 일이 있는것도 아니니 혜진으로선 그 사이 자연스레 TV 시청에 재미를 붙였을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27세의 젊은 무용수출신 새엄마 혜진도 TV 드라마를 즐겨보는 ‘아줌마’가 되어가는 느낌이라 경현도 좀 묘한 느낌이 든다. 헌데 혜진이 그런 경현에게 다시금 와서 앉아보라는 듯 손짓하며 경현은 일단 별다른 거부감 없이 다만 혜진에게선 거리를 살짝 둔채로 옆자리 소파에 앉는다. 

 “ 가만 근데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 차...동일이라고 했던가 ? ” 

 그러고보니 아버지와 함께 이 집에서 살게 된지는 어느덧 한달이 넘는 것 같은데 여태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단말인가. 그런 확인의 질문을 이제야 한다는 것 자체가 기가막히기도 하고 대충 생각나는대로 둘러댄 이름인지 아니면 어렴풋 들어본 그런 이름이 있기는 한것인지 언급한 이름 조차도 자신의 이름과 비슷하지가 않다. 그래서 경현은 일단 차라리 잘 되었다는 듯 자신의 이름을 또렷하고 정확하게 가르쳐준다. 

 “ 경현이요 !!! 차경현 !!! ” 

 “ 어, 그래 ? 그러고보니 네 이름이 차경현이었구나. ”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와 함께 있을때도 그리고 적어도 연애시절이나 아니면 자신이 아버지한테 볼일이 있어 나이트에 들렀을 때 그녀와 마주쳤을때도 이름을 한두번이라도 언뜻 못들어보진 않았을텐데 어떻게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무심할 수가 있는가. 서운한 감정을 넘어서 화까지 날 지경인 경현의 심리상태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 그걸 뭐 더 이상 따지고 싶진 않는 듯 다만 앞으로는 잊어버리지 말라는 듯 자신의 이름을 다시금 정확하게 언급해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살짝 화제를 돌린다. 

 “ 근데 새엄마...임신중이시라면서요 ? ” 

 어차피 경현 입장에서 혜진에 대한 호칭은 그렇게 붙이는게 나을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그녀를 ‘새엄마’라고 부르고 있는 경현. 그리고 원래 혜진이 이 집으로 들어왔을때는 아직 임신 2개월이 채 안된 상태이긴 했으나 그사이 한달여 정도의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3개월이 조금 넘은 상태일 것이다. 여하튼 아직까지 배가 불러온다던가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혜진. 경현 입장에서도 임신을 한 여성을 이렇게 가까이서 겪어보기는 사실상 처음이라서인지 신기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해서 묻는다. - 주위에 친척이 많다던가 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중학교 2학년 정도 되는 소년이 이때까지 살면서 임신한 여성을 길가다 우연히 본다던가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보는 경우가 아닌 직접 이렇게 가까이서 생활을 하며 겪어볼만한 경험은 거의 없을수도 있다. 게다가 경현은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 엄마없이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으니 엄마가 동생을 갖는다던가 그런 경험을 하는일도 없었을터이고. 굳이 있다면 학교에서 임신을 한 상태로 수업을 진행하는 기혼의 여선생님 정도나 가끔 볼일이 있겠지만 공교롭게도 아직까지 경현에게는 그런 경험까지도 없나보다. 그래서 임신중이라면서 딱히 배가 나온 것 같은 표도 안나고 그렇다고 무슨 먹는 것을 밝힌다던가 하는 TV 드라마나 영화 같은데서나 접할수 있는 그런 임산부의 모습은 아직 없는 혜진이 거듭 의아하고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이와같이 물은 것이다. 혜진의 말이 이어진다. 

 “ 응, 원래 배나오는건 임신한지 한 4-5개월 이상은 지나야 그때서부터 표가 나기 

  시작한데. 그러니 TV에 나오는 배가 불룩나온 임산부나 그런경우는 최소한 임신 

  6개월 이상은 지난 그런 여자의 설정으로 봐야할거야. ” 

 “ 아, 그렇구나. ” 

 경현도 그제서야 그런 사실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따지고보면 혜진도 임신 경험은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도 그게 신기하기라도 했는지 임신 초기의 첫 경험을 경현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 처음엔 일하는데 공연히 일이 손에 안 잡히기도 하고...실수나 깜빡하는것도 있고 

  온몸이 나른해지기도 하고 그러더라구. 그래서 처음엔 내가 피곤해서 그런가...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아가 보았거든. 그랬더니 그때 6주 되었다는 진단을 

  내려주더라고. ” 

 여하튼 차민호와는 한참 그런 관계가 지속될때니 여자 입장에서 자연스레 그런 의심을 하게 되었을것이고 그와같이 임신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새삼 혜진이 마침 우려되고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궁금했던점이기도 해 경현에게 이와같이 묻는다. 

 “ 경현이는 동생 생기는거 괜찮아 ? 어때 ? 싫어 ? ” 

 


 막상 혜진이 이와같이 물으니 대답하기 난감한것일까. 경현은 대답을 망설이고 있었다. 솔직히 아직 젊은 새엄마와 사이도 서먹한 판인데 거기서 이런 질문에 솔직한 대답을 한다는게 난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답을 망설이던 경현은 공부해야한다는 핑계를 대고 결국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헌데 막상 경현이 그렇게 나오자 혜진도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뒤도 한번 안 돌아보고 바로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버린 경현이니 그런 혜진의 얼굴을 보진 못했겠지만 혜진도 딴에는 남편의 아들과 친하게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화를 나눠보려 한 것인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자 혜진도 기분이 안 좋아진 것이다. 풀죽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도로 앉아서 말없이 TV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 저기...경현아... ” 

 그래도 얼마전 경현이 자신의 이름을 또렷이 두 번이나 반복해서 가르쳐준 덕분인지 이젠 혜진이 경현의 이름을 똑바로 기억하고 불러주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잘 때 자기 침실 방문은 잠그고 자는 여자가 경현의 방에는 노크나 양해한번 구하지 않고 그냥 불쑥 들어오는 태도는 여전하다. 자신은 정작 사춘기 의붓아들 경현을 경계하고 있으면서 자기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것인지. 일단 그렇게 방안으로 불쑥 들어선 혜진은 작은 쟁반 하나를 받치고 있었다. 

 “ 과일 먹을래 ? ” 

 그런식으로 들고온 쟁반을 경현에게 건네주는 혜진. 혜진은 그래도 나름 경현에게 신경을 써준답시고 호의를 베풀어주는것인데 경현은 저녁먹은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 뭔가를 먹기는 좀 그랬는지, 아니면 자기전에 뭔가를 먹는게 부담스러운것인지 손을 내젓는다. 그러자 혜진이 서운한 기색을 내비치며 이와같이 말한다. 

 “ 그래도 좀 먹어라. 내가 그래도 생각해서 이렇게 손수 깎아서 가져왔는데... ” 

 “ 글쎄 싫다니까요. ” 

 그렇게 손을 내저으며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고 덕분에 쟁반은 바닥에 떨어지고 무엇보다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쟁반위 포크가 위로 솟구쳐 그만 혜진의 얼굴을 살짝 스치고 말았다. 혜진이 놀라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나마 쟁반은 그리 깨지기 쉽지 않은 성질로 만들어진것인지 바닥에 떨어진 쟁반은 멀쩡했는데 갑자기 튄 포크날에 얼굴을 찔린 혜진이 당황했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뒤로 주춤한다. 

 “ 어억... ” 

 “ 새...새엄마...괜찮으세요 ? ” 

 순간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고, 헌데 걱정이 되어 딴에는 혜진의 얼굴을 살펴보려고 가까이 다가가보는데 혜진이 되려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옆으로 더 돌려 경현을 외면해버린다. 찔린 상처자국을 경현에게 보여주기 싫은것인지. 그리고는 한참을 여전히 아픈 듯 손으로 찔린부위를 주물러보기도 하는데, 차라리 무슨 비명이라도 지르던가 울던가 경현에게 항의라도 하던가 하지 아무런 말없이 고개만 뒤로 돌린채 자신의 상처부위만 어루만지고 있는 혜진이 되려 더 살벌하고 무섭게 느껴질 지경이다. 여하튼 걱정되는 경현이 다시금 다가가보려하며 이와같이 말을 건넨다. 

 “ 괜찮으세요 새엄마 ? 반창고라도 가져올까요 ? ” 

 “ 어어...참... ” 

 그러나 혜진은 되려 무거운 목소리로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거듭 손을 내젓고 얼굴운 두 손으로 감싸쥔째 저만치 가서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더욱 말이 없다. 그만큼 아프거나 상처가 심하게 난것인가. 경현이 다시 걱정되어 다가가보려 하지만 거듭 아무런 말도없이 손만 내젓는 혜진의 태도가 웬지 더 무섭게 느껴져 차마 더 말을 건넬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혜진은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서있는 듯 하다가 말없이 경현의 방에서 나가버린다. 

 “ 아니, 여보 그게 대체 웬거요 ? ” 

 경현의 아버지 차민호가 혜진의 상처자국을 확인할수 있었던 것은 천상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다음날 오전이 되어서다. 어차피 민호도 피곤하니 잠자리에 들어야할텐데 혜진이 차려주는 아침으로 대충 식사를 하고 그만 자려하는데 바로 혜진의 얼굴 상처자국이 눈에 안 들어올수가 없나. 나이어린 무용수 출신의 예쁜 아내 혜진의 얼굴이 비록 작은 붉은점같은 상처자국이긴 했지만 여하튼 그 지경이 된 것이 민호로선 도저히 두고볼수 없었던 것이다. 보통 민호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때가 경현이 아침식사를 하고 학교에 갈 시간과 엇비슷하게 일치했는데 오늘따라 경현이 좀 일찍 학교에 간것인지 아니면 민호가 귀가가 좀 늦은것인지 이미 경현은 학교에 간 뒤이기도 했다. 

 “ 경현이가 그랬어요 간밤에...흑... ” 

 그리고는 그만 울음까지 터트리는 혜진. 의도적인것인지 아니면 정말 어떤 가슴속 맺힌 설움같은것이라도 한꺼번에 북받쳐 올랐는지 혜진의 반응이 이와같은 것이다. 따지고보면 혜진이 과일이라도 가져다주겠다며 경현의 방에 들어갔다가 거부하는 경현과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위로 튄 포크가 살짝 혜진의 얼굴을 스친것에 불과하지만 간밤의 정확한 진상을 알리없는 민호로선 간밤에 대체 무슨일이 벌어진것인가 별의별 불안하고 불길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나이 40대 중반에 젊고 어여쁜 나이트 무용수 출신의 어린 아내 혜진을 맞이해 가슴한켠 불안감이 없지는 않았다. 여하튼 다 늦은 나이에 얻은 귀한 아내를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남은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영위하며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것이 나이 40대 중반 차민호의 소박한 바램이자 소망이었는데, 바로 그런 귀하고 어여쁜 아내 얼굴이 이 지경 – 사실은 포크자국에 살짝 스친수준에 얼굴부위에 조그만 상처가 난것에 불과하지만 – 이 되다니. 게다가 설상가상 혜진은 자신의 입으로 ‘경현이가 그랬다’고 말하고 있다. 아니, 도대체 자신이 없는 사이에 경현이가 자신의 어린 아내에게 무슨짓을 했기에 27세 젊은 아내 얼굴에 이런 상처자국이 난단말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막힐뿐이다. 무엇보다 일단 간밤에 그 실랑이에서 바닥에 떨어졌던 쟁반과 과일은 이미 경현이 말끔히 치웠기 때문에 현장 증거같은게 남아있을 까닥은 없다. 

 “ 경현이 너 이녀석 !!! 새어머니한테 대체 무슨짓을 한거냐 ? ”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민호는 불같이 화를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심정같아선 도무지 아들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올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가 없는 심정이라 이른 오전시간이지만 그때 당장 학교로 달려가서 아들녀석한테 따지고픈 그런 심정이었다. 경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때쯤이면 민호는 나이트 일을 하러 출근을 해야하지만 나이트클럽 팀장에게 급히 연락을 해서 ‘오늘은 급한일이 있어 출근을 못할 것 같으니 대신 나이트일을 봐달라’는 말을 전하고 아들 경현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려 매섭게 추궁했다. 

 “ 아...아버지... ” 

 “ 대체 나 없는동안 둘 사이에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 밤사이 대체 무슨 일 

  들이 벌어지고 있는거냐고 ? 대체 무슨짓을 새어머니한테 벌였기에 이제 중학생밖 

  에 안 된 어린아이가 스물일곱살 어른한테 저런 상처자욱을 남겨 ? 너 대체 새어머 

  니한테 무슨짓을 벌인거야 ? ” 

 설마 정말 최악의 상상으로 이제 겨우 중학교 2학년인 어린 경현이 젊은 새엄마에게 무슨 몹쓸짓을 하려다 저런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라도 한것일까. 설마 그 정도의 우려와 불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덧 민호가 혜진과 결혼한지도(동거시간 포함) 한달여. 그러잖아도 어린 아내와 사춘기 아들이 제대로 잘 지낼지 불안하고 걱정도 되긴 했는데, 이 마당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민호는 경현에게 이러고 나오는 것이다. 

 “ 일단 새어머니는 임신중이시니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 하자꾸나. ” 

 사실 이런일이라면 두 사람을 나란히 세워놓고 대질심문이라도 하던가 아니면 각자 따로 불러 자초지종을 물어본뒤 양쪽 의견을 조합해 보는게 합리적일것이나 여하튼 아직 임신 초기단계인 혜진만큼은 여전히 걱정이 되어서인지 그녀가 신경이 쓰이거나 충격을 받을수 있는 일은 안 만들려는 생각에서인지 아들만 일단 집밖으로 데리고 나와 둘이서 이야기를 해보려는 것이다. 혜진은 혜진 나름대로 이 상황이 다소 성가시고 짜증난다는듯한 표정으로 집 거실 한쪽에 엉거주춤 서있었고 집 밖으로 아들을 데리고 나간 민호는 아파트 단지 인근 공터까지 경현을 데리고 나와 이와같이 말한다. 

 “ 아빠 눈을 똑바로 보고 이야기해라. ” 

 “ 아빠... ” 

 “ 어제 새어머니한테 무슨짓을 했는지 똑바로 말하자 못해 !!! ” 

 사실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라면 아들이 억울할수도 있다는 생각에 최소한의 해명이나 변명이라도 할 기회정도는 주어야 할 것 아닌가. 헌데 민호는 일단 혜진의 상처자국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을 했고 이미 아내로부터 ‘경현이가 그랬다’는 말을 들은 뒤라서인지 모든 것이 경현의 문제로 벌어진것처럼 단정하고 이렇게 아들을 추궁하고 있는 것이다. 평상시에도 목소리가 큰 편이라는 평가를 주위로부터 많이 듣는 나이트클럽 사장 차민호인데 오늘만큼은 그 목소리가 인근 아파트단지며 건너편 주택단지까지 다 들릴정도로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 대체 무슨짓을 했기에...중학교 2학년 어린애가 스물일곱살 어른한테 저런 상처를 

  나게 할 수가 있어 ? 너 정말 똑바로 말 못하니 ? 대체 간밤에 새어머니한테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 !!! 아니 그보다 도대체 애비 직장에 출근한동안 두사람 사이에 무 

  슨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게냐 !!! ” 

 


 경현은 지금 자기앞에 있는 사람이 지금까지 자기가 알고 있던 아버지 차민호가 맞기는 한것인지조차 의심스러워질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있던 아버지 차민호. 좀 다혈질적인 면이 있었고 게다가 나이트클럽 사장이란 직업이 어쨌든 남들한테 내세우기 떳떳한 직업이 아니라서인지 종종 ‘학교에서나 누가 물으면 아버진 그냥 사업하신다고만 말해라’는 식으로 주의를 주는 일은 있어도 적어도 자신에 대해서만은 늘 따뜻하고 다정했던 아버지였다. 무엇보다 민호도 이혼한 몸으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 경현이 엄마없이 자란다는 점에 대한 안쓰러운 감정은 갖고있는 아버지였고 나이트클럽 사장이기 때문에 밤에 못 들어오는 자신이 때로는 집에 있을때면 ‘혼자 자기 무섭다’며 안방으로 들어와 응석을 부리면 품에 안아주시기도 하는 그런 아버지였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쓰는 안방을 언제든 써도 좋다며 늘 활짝 열어두시던 그런 아버지가 아니던가. 헌데 지금은 앞뒤 재볼 것도 없이 그저 무조건 아들 경현이 잘못했다고만 하며 몰아세우고 있으니, 적어도 새엄마 혜진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곧이 들을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도 좀 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원망스러움이 절로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민호의 말이 이어진다. 

 “ 집에 들어가서 새어머니께 정식으로 사과드리거라. 나이도 어린 것이 그것도 어른 

  한테 대체 그게 무슨 몹쓸짓이야 ? ” 

 거듭되는 추궁에 경현이 일단 간밤에 일을 ‘과일을 먹으라는 것을 자신이 거부하는 과정에서 포크가 튀어 벌어진 일’이라고 사실대로 설명을 드리긴 했으나 민호의 모습은 경현의 이야기를 곧이 들어주지 않는 태도였다. 무엇보다 혜진이 경현이 정말 자신한테 너무나 무례하고 몹쓸짓이라도 한것처럼 나오는 그런 모습에 그런 어린아내 혜진의 말만을 곧이 믿으며 여전히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혜진과 경현에게 있었던것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경현으로서는 너무 억울해 다시금 항변을 하고픈 심정이었지만 간밤의 일을 무슨 CCTV나 스마트폰으로라도 촬영해놓지 않은 이상 증거를 보여줄수도 없는 일이니 경현의 억울함과 답답함만 커질뿐이었다. 

 “ 저어...새어머니 죄송합니다. 어젠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 

 아무리 그래도 혜진이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혹시 남편 민호가 어제의 일을 너무 크게 확대해석 오해하고 있는가 하는 우려때문이라도 자신을 감싸주는 말을 한두마디라도 할줄알았다. 허나 혜진은 말없이 경현을 외면하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민호의 말이 거듭된다. 

 “ 경현이가 이렇게 정중하게 사과하니 당신도 그만 화를 풀구려. 아직 나이도 어리 

  고 철없는 마음에 그리한 것 같으니 어른인 당신이 이해해주란말이오. ” 

 여전히 말이없는 혜진. 일부러 그러는것인지 아니면 혹시 아무런 생각없이 하는 행동인것인지. 무엇보다 민호의 나오는 태도 자체가 ‘과일 먹으라는 것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생긴 작은 해프닝’이란 경현의 해명을 전혀 귀담아주지 않은 것 같은 태도니 경현으로선 아버지에 대한 원망하는 마음만 더 쌓여갈 뿐이었다.   

 “ 흑흑흑흑~~~!!! ” 

 그리고는 걱정이 되어 어차피 오늘은 클럽에 출근하지 않기로 한 마당이니 모처럼만에 방에서 아내와 함께 밤을 보내고 있었다. 헌데 잠자리에 들려 하는데 혜진이 흐느끼고 있는 것 아닌가. 의아해서 민호가 묻는다. 

 “ 아니, 여보 왜 그래요 ? ” 

 어쨌든 간밤에 있었다는 일은 그 진상이 어찌되었건 경현이를 정식으로 새어머니 혜진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으로 조치해 일단락이 내려지는 것으로 알았는데 혹시 아직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민호가 그와같이 묻고 한편 혜진은 그런 민호를 보며 뭔가 밑도끝도 없어보이는 뜻모를 말을 내뱉는다. 

 “ 여보...저 어쩌면 좋아요 ? ” 

 “ 어쩌면 좋다니 ? 대체 뭐를 ? ” 

 “ 세상일이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요. ” 

 “ 뭐라구 ? ” 

 여전히 혜진의 말뜻을 알아들을수 없는 민호. 미궁에 빠진 민호를 바라보며 혜진의 말은 이어진다. 

 “ 저 어쨌든...아직 나이도 어리고 세상물정도 모르는...그리고 어릴 때 집을 나와 오 

  갈데 없는 처지인 절 받아주신 당신한테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당신의 그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당신 아들한테도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 

 글쎄, 객관적으로 봤을 때 지난 한달여동안 혜진이 뭘 그리 경현에게 최선을 다한게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혜진은 나름 자신은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혜진의 말은 계속된다. 

 “ 하지만...막상 이렇게 시작된 결혼생활. 모든게 뜻대로 되지 않더라구요. 당신이 나 

  이트클럽에 출근을 하고나면...전 당신 돌아올때까지 하루종일 경현이하고만 지내야 

  하는데...게다가 당신은 남들처럼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그런 직장에 다 

  니는 것이 아니니...전 당신이 출근하고 나면 학교에서 돌아온 경현이와 저녁과 밤 

  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당신 퇴근할때까지 밤새 경현이하고만 지내야 하는거잖아 

  요. ” 

 “ 그야...그렇지. ” 

 어차피 그건 차민호라는 남자의 직업의 특성상 처음부터 예고되어있던 미래 아닌가. 허나 막상 직접 겪어보기전에 막연히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것과 막상 이렇게 나이트클럽 사장인 이혼남과 결혼을 해 살아보니 그 사는 결혼생활이 직접 겪어보니 생각했던것보다 감당이 안되었는지 혜진이 이렇게 그간의 스트레스가 나름 컸는지 이렇게 울부짖고 있는 것이다. 

 “ 여보, 게다가 전 아이까지 가진몸인데...이제 조금 있으면 배도 점점 불러오고...그 

  런 상황에서...절 새엄마로 인정해주지도 않는 그런 아이와...흑흑~~~!!! 여보, 저 진 

  짜 너무 힘들단말이에요. 엉엉엉엉~~~!!! ” 

 혜진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상 민호로선 지난 한달여 생각보다 혜진과 경현의 사이에 갈등이 정말 심했었나보다.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민호는 새삼 다시 혜진의 얼굴에 난 상처자국을 다시금 살펴보기도 한다. 사실 간밤에 급히 바로 응급조치를 취하긴 했고 아침에도 약을 좀 발라 상처는 지금은 거의 다 아물어가는 상태다. 지금은 상처자욱이 어두운데서 보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만큼 아무는 상태인데, 허나 그 어느새 작아진 상처자욱조차 여전히 차민호란 남자의 마음엔 그 상처자국 이상의 자신이 모르는 수십수백배 그 이상의 사건이나 사연이 있었던것처럼 연상이 되는지 아내의 상처자국을 다시금 어루만져주며 호호 불어주기까지 하며 이렇게 말을 건넨다. 

 “ 내가 그러고보니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집안일에 무심했던 것 같네. 어 

  쨌든 다시금 아내가 생긴 몸으로 내가 직장일을 하는동안 아내가 어찌 지내는지... 

  그것도 애딸린 이혼남인 내 처지에서...그런걸 너무 신경쓰지 않고 막연히 잘 지내 

  려니 그리 생각했던 것 같아. 미안하오 여보. 앞으로는 내가 집안일에 더더욱 신경 

  을 쓰리다. 그리고 경현이 녀석 두 번다시 이런일이 없도록 다시금 단단히 야단을 

  칠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여보. ” 

 “ 여보...어흐흐흑~~~!!! ” 

 마치 참았던 설움이라도 한바탕 터트리는 여인처럼 민호의 품에 안겨들어 대성통곡하는 혜진. 민호는 그런 어린 아내가 너무 안쓰러워 그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미 한번 결혼에 실패한 전력이 있는 몸으로 나이 40을 넘겨 어렵사리 얻은 젊은 두 번째 아내를 그렇게 쉽게 놓치고 싶은 남자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민호는 거듭 혜진을 달래고 얼르고 하면서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다. 어쨌든 혜진만은 자신의 곁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 흑흑흑흑~~~!!! ” 

 허나 그 시간 차경현도 제 방에서 울고있다는 사실을 민호도 혜진도 모르고 있었다. 사실 지금 진짜 억울하고 서러운 것은 솔직히 혜진이 아니라 경현이다. 거듭 말하지만 어제일은 그저 혜진이 과일을 깎아 건네주려는 것을 경현이 거부하는 실랑이 과정에서 벌어진 작은 해프닝이자 돌발상황. 그 이상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저 그 과정에서 포크 끝부분이 살짝 혜진의 얼굴을 스친것뿐. 이걸 어찌 대형사고라 할 수 있고 경현이 그렇게까지 몹쓸짓을 한것이라 할수 있단말인가. 그런데도 새엄마 혜진의 말만 일방적으로 듣고 대체 무슨 상상을 어디까지 한것인지 자신이 젊은 새엄마에게 세상 없는 몹쓸짓이라도 한것처럼 나와버린 아버지 차민호. 변명이나 해명을 해도 소용이 없었고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달라진 아버지 차민호의 모습이 경현을 무척이나 충격받고 마음에 상처받게 만든 것이다. 이전까지와 너무나 달라진 아버지 민호 그리고 싫든 좋든 경현이 혹시 나가서 다른곳에서 살수 있는 대안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새엄마와 앞으로 계속 살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니 경현은 무섭고 소름끼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평생에 세 번 운다’는 가르침까지는 솔직히 차경현은 직접 아버지한테서 들은적이 없지만 적어도 민호는 그 아버지로부터 어릴때부터 익히 들어온 그 정도 나이대의 세대다. 따라서 민호는 자신의 아버지한테서 받은 가르침처럼 그렇게까지 귀따갑게 가르치진 않았어도 ‘남자는 씩씩해야 한다’던가 ‘남자는 웬만하면 우는거 아니다’라는 말 정도는 이따금씩 해주던 그런 아버지였다. 그것도 단순히 ‘울지 않는다’는 주의라기 보단 ‘남자는 씩씩해야 한다’는데 더 무게중심이 실린 격려의 의미일때가 더 많았고. 하지만 지금 경현은 씩씩하고 뭐고 그런 것을 따질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이 하루아침에 너무나 달라진 가정환경과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새엄마에게서 모함을 당한것이나 다름없는 이 상황이 너무나 서럽고 분하고 화가나 울고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베갯머리가 다 흥건해질도록 밤새 서럽게 울었다. 

  


 그런 소동이 있은 며칠후. 마찬가지로 아버지는 집에 안 들어오시는 밤에 경현이 밤늦게 잠도 안오고 해서 잠시 밖으로 나와봤는데 뜻밖에 안방문이 열려있었다. 자신이 신경쓰여서인지 늘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자던 혜진이 깜빡했음인지 아니면 매일같이 그러는것도 좀 귀찮아졌음인지 여하튼 열려있는 방. 순간 궁금함도 생기고 호기심도 발동해서 방으로 가까이 다가가보았다. 들어가보니 이불이 살짝 젖혀진채 한쪽다리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로 혜진은 세상모르고 쿨쿨 잠이 들어있었다. 생각해보면 한참 공부해야하는때인 학생신분인 경현과는 달리 혜진은 이제 전업주부인 몸으로 저녁과 밤에 딱히 할 일도 없을터인데 그래도 생각보다 잠을 일찍 청하는 편이었다. 경현은 말없이 그렇게 잠든 혜진을 바라보다 자기방으로 돌아갔다. 

 사실 경현은 가출을 생각하고 있었다. ‘뭐 그만한 일로 가출까지 하나’ 아니면 그렇게 굳이 가출까지 할만한 큰 사건이 있기나 했나 싶기도 하겠지만 경현에겐 지난 한달여동안 집안에서 벌어진일들이 그야말로 수년의 시간이라도 흐른것처럼 참 많은 사건이 일어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어느날 갑자기 그것도 임신까지 한 몸인 나이트클럽 무용수를 ‘네 새어머니시다’ 하고 데려온것부터 시작 그렇게 혜진과 함께 지내게된 시간들. 설상가상 혜진은 그래도 남편의 아들인 자신에게 관심이 있기나 한것인지 막상 이 집에 들어오고나서도 한동안은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심지어 방문을 걸어잠그고 자기까지 했다. 아무리 남편 없이 혼자 자야 하는 몸이기로 중학교 2학년이면 아직 어린아이라고 할수 있는 나인데 그런 아이가 우려되어 방문을 걸어잠그고 자다니. 그로인한 충격과 상처가 솔직히 가장 컸고 거기에 얼마전 혜진이 딴에는 자신에게 신경을 써준다고 가져온 과일접시를 자신이 거부해 실랑이가 벌어지다 튀어버린 포크게 혜진에게 맞은일이 아버지는 마치 자신이 젊은 새엄마한테 무슨 이상하고 해괴한짓이라도 한것처럼 오해하고 있어 그렇게 상처가 더 커진 것이다. 처음부터 나이트클럽 무용수 출신의 임신한 새엄마에 대한 거부감, 자신의 이름조차 모를정도로 무심한 태도에 방문까지 걸어잠구는 모습, 게다가 얼마전 있었던 과일접시 포크사건. 이쯤되면 중학교 2학년 차경현의 가슴에 큰 멍이 들어도 한참은 들만한 일련의 사건들이었다. 

 다만 밤에 집을 나가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혜진의 눈에 뜨일 우려도 있고 또 밤늦은 시간에 집을 나가는 것은 경현도 지금까지 경험이 별로 없던터라 두려웠기 때문에 아침에 학교가는척 하고 거사(!)를 결행하기로 했다. 학교 가방에 책과 노트,필기가 따위대신 자신의 입을옷 몇가지와 세면도구를 챙겨넣었다. 이쯤되면 가방이 좀 가벼워보일지언정 그것을 평상시 자신에 대한 관심도 없는 새엄마 혜진이 이상하게 여길일은 없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평소 모아놓은 돈 몇만원을 챙겨 집을 나갔다. 다만 아침에 식사를 할 무렵이면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시기 때문에 행여 아버지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면 곤란할 것 같아서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빨리 해치우고는 집을 나갔다. 욕실에 경현이 쓰는 칫솔 그리고 욕실 진열대에 배치된 여분의 치약과 비누가 하나씩 없어진 것은 혜진이 그때까지 전혀 눈치를 못채고 있었고 그래서 다소 충동적으로 저지른 중학교 2학년 차경현의 가출시도는 생각보다 쉽게 성공할수 있었다. 

 무작정 고속버스 터미널로 갔다. 사실 특별히 종교활동이나 사회동아리(인터넷 카페 같은곳이라던가) 활동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고등학교 졸업하고 성인이 될 무렵까지 자신이 사는 지역외에 다른 지방을 갈만한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차경현도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까지 특별히 다른 지역에 가본다던가 하는일은 없었고, 혹 평상시 지도라도 보는 취미라도 있는 학생이라면 다른지역 지리에 어느정도 익숙할수도 있겠지만 차경현은 그런 경우도 아니라서 그저 매스컴 같은데서 접해볼수 있는 유명한 지방도시 몇군데 정도만 아는정도였다. 그래서 일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아무 생각나는 도시나 행선지를 바로 정해 버스표를 구입했다. 

 “ 전주요 !!! ” 

 왜 하고많은 지역중 전주인지는 특별한 이유나 동기는 없다. 일단 기왕 가출하는 것 가급적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곳으로 가자는 그런 생각을 했을수야 있겠지만 그런식으로라면 더 먼 부산이나 광주도 있는데, 그래도 너무 멀리 가는 것은 아직까지 지방여행을 해본 경험이 없는 경현으로선 좀 두려움이 느껴지는 일이라서였을까. 아니면 평상시 매스컴에서 전주라는 지역명을 종종 들으며 공연히 마음이 끌렸을수도 있다. 

 일단 평일 오전이기 때문에 먼 지방으로 가는 고속버스표를 바로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만약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도시나 시골로 가는것이라면 기차표를 구입하는 것은 더 수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지는 않은것인지 일단 표를 구입한대로 전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전주건 어디건 어쨌든 경현에겐 첫 경험일 것이다. 서너시간쯤 걸려서 도착한 전주시. 고속버스 터미널에 내려서도 딱히 어디가 어딘지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할지가 좀 난감했다. 대충 들어본 경험이 있는 전주의 유명한 관광지를 돌며 거기서 식사를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러자 생각지못한 문제가 생겼다. 애초부터 충동적으로 결심한 가출이라서인지 돈을 그리 많이 준비해오지 못한 것이다. 유명 관광지를 돌고 거기서 대충 식사를 하고 하다보니 집에서 준비해갖고 나온 몇만원 돈이 벌써 다 떨어진 것이다. ‘이대로 돌아간다’는 것은 자존심때문에라도 그리고 젊은 새엄마와 다시 마주하기 싫어서라도 더더욱 결심할수 없는 일이고 그리고 밤늦은 시간에 딱히 아는 사람도 없고 지리도 익숙하지 않은 전주한복판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일단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막연하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날은 점점 더 어두워져 이미 깊은밤이 되었고, 대충 아무곳이나 돌아다보니 주택가를 거닐고 있었는데 주위 집들이 그런대로 잘사는 집들이 늘어서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전주에도 이렇게 잘사는 마을이 있나, 상식이 부족한 중학교 2학년 차경현으로선 의아한 일이기도 했는데, 그러다 어느집 대문 앞에서 대충 잠을 청하기로 했다. 어차피 밤도 늦고 졸립고 하니 잠이나 청한뒤에 날이 밝아서 다시 생각을 해볼 생각이었다. 

 “ 이봐 학생 ? 이봐 학생 집이 어디야 ? ” 

 그렇게 밤늦은 시간에 좀 잘사는 집 대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잠을 청한 차경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깨우는 손길이 있었다. 잠결에 대충 눈을 떠보니 일단 어둠속이라 목소리가 남자라는 것을 빼곤 상대의 나이며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긴 힘들었다. 남자의 말소리가 이어진다. 

 “ 이봐 학생 ? 지금 몇시인줄 알아 ? 집에 안 가나 ? 집이 대체 어디야 ? 연락처 

  라도 말해봐 !!! ” 

 ‘가출한 사람한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그것도 젊은 새엄마와 사는 것이 싫어 가출한 사람한테 ? 내심 이와같은 반발심이 생기기도 했고, 그렇다고 생판 모르는 사람과 이런 밤늦은 시간에 싸우고 싶진 않아서 대충 이렇게 둘러댔다. 

 “ 집이 없어요. ” 

 “ 뭐라구 ? ” 

 ‘집이 없다’는 것은 확실히 거짓말이지만 가출을 한 몸이라 집으로 돌아갈수 없는 처지라면 이런식의 둘러댐이 그리 정확한 사실에서 멀지는 않다고 봐야할 것이다. 여하튼 경현은 자신의 정체와 신분을 묻는 남자에게 거듭 이와같이 둘러댄다. 

 “ 갈곳이 없어요. 집도 절도 없는 몸이라구요. ”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계속 ‘집이 없다’고 버틸 수밖에 없다고 판단을 한것인지. 정체모를 청소년이 이와같이 나오니 남자는 그저 기가막힐뿐이었다. 헌데 남자는 잠시 고민을 하며 어둠속에서도 그런대로 좀 밝은 가로등 있는곳으로 경현을 데리고와서는 행색을 살펴본뒤 이렇게 말한다. 

 “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지. ” 

 사실 이런 경우는 경찰을 먼저 부르는게 상식일텐데, 행색이 아무리 봐도 가출청소년 같다는 직감도 들고 혹시 이런 청소년을 나름 지금까지 다뤄본 노하우라도 있는 남자인것일까. 집안으로 들어가서 차분히 이야기를 해보자고 한다. 그러고보니 경현이 대문앞에서 잠을 청한 바로 그 집 주인인 듯 했다. 

 “ 내가 누구인줄 아느냐 ? ” 

 경현을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온 남자가 아내에게 차라도 한잔 내오라고 대접하고는 대뜸 이와같이 물었다. 밝은 집안에서 보니 일단 희끗희끗한 머리가 나이는 어느정도 있어보이는 사람이란 짐작은 가능한데 그렇가도 경현이 지금 이 남자의 정체를 알수는 없다. 남자가 차 한모금을 음미하고는 경현에게 말을 건넨다.



-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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