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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레드벨벳 예리 (7)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박인수 장로님과의 대화록 

 


 새벽에 다시 잠이 들었다가 날이 밝은뒤 깼다. 간밤에 꾼 공연한 이상한 꿈 때문에 괜시리 싱숭생숭해지긴 했지만 마음속이 어지럽거나 찝찝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악몽이나 그런 꿈을 꾸었을때와는 좀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개운하게 아침에 깨서 씻고 식사준비를 하는 최광일. 어차피 혼자사는 몸이고 아침에 뭐 특별한 것을 하기도 귀찮아 밥하고 참치캔 그리고 김치를 대충 섞어서 볶음밥처럼 만들어먹는다. 

 허나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간밤에 꾸었던 꿈이 괜시리 떠올려지기도 하는 광일. 그것도 하필 박인수 장로님으로부터 선물받은 문제의 책을 성경과 함께 올려놓고 기도하고 난 밤에 그런 꿈을 꾸었으니 더 의아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허나 이내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에라...잊어버리자. 어차피 꿈은 그냥 꿈인데... ” 

 그렇다. 설사 꿈에서 방송에서 이따금 보던 아나운서나 탤런트 비슷한 여자와 함께 사는 꿈이 아니라 설사 미스코리아 출신이나 무슨 걸그룹과 결혼해 아이낳고 사는 꿈을 꾸었다 할지라도 꿈은 어디까지나 꿈일뿐 그것이 현실이 되진 않는다. 어떤 기도를 하고 자다가 꾼 꿈이 되었건 무엇이 되었건 일단 현실로 돌아와서 그 꿈에 너무 얽매이는것도 현명한 태도는 아니다. 그렇게 대충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면서 광일은 기지개를 한번 켠다. 

 요즘은 드라마 작가일도 떨어져 나간 상태로 일주일에 두 번 종편 정치평론가 자격으로 나가게 되는 케이블 시사프로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하는 유튜브 방송이 일상인 최광일. 다만 오늘은 그런 스케줄이 없는날이라 혼자 산책삼아 잠시 외출을 해본다. 빌라에서 좀 위쪽으로 올라가 위치해 있는 저쪽 아파트 단지와 사이에 있는 놀이터까지 가보는 것. 그게 이따금씩 하는 광일의 일상이자 산책이기도 하다. 

 “ 어머, 아저씨. 안녕하세요 ? ” 

 헌데 하필 오늘따라 며칠전 그 문제의 아가씨가 그곳에 있었다. 바로 얼마전 박인수 장로님께서 입원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전. 잠시 산책삼아 나갔다가 우연히 만났던 그 여자. 혼자 기도를 하다 깜빡 잠이 들었다가 무슨 소리가 들려 설마 ‘성령강림’인가 하는 착각까지 했지만 성령이나 예수님이 오신 것은 아니었고 바로 그 문제의 여자였던  상황. 이혼하고 혼자사는 아는 교회언니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 중이랬는데 바로 그 꼬마아이가 갖고놀던 공이 광일쪽으로 굴러와서 맞기까지 했던 그날. 게다가 공교롭게도 그 꼬마아이 이름까지 ‘광일’이었는지 최광일 입장에선 공교로운 오해를 두 번이나 연거푸 하게 만든 그 문제의 장본인 아닌가. 사실 그날이 초면은 아니고 일전에도 산책삼아 가끔 놀이터로 나오면 먼발치에서나마 본적도 있는 여인이긴 했는데 여하튼 가까이서 대화라도 나누어본 것은 그날이 처음. 헌데 무엇보다 오늘은 꼬마아이 없이 여인이 혼자라서 그게 의아해서 광일이 묻는다. 

 “ 근데 오늘은 혼자 나왔네요 ? 지난번엔 그 꼬마아이와 함께 있더니... ” 

 “ 아...그 아이요 ? 언니가 실은 얼마전에 이사를 가서...아이도 제 엄마랑 함께 갔 

  죠 뭐. ” 

 이혼을 한 여자라고 하더니 그 사이에 이사를 갔단 말인가. 그리고 그 사이 광일 입장에선 박인수 장로님이 쓰러지시고 그 몇주 지나지 않아 돌아가시고 대충 그렇게 한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니 그 사이 그 정도의 변동사항이 생기는 것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이긴 하다. 여하튼 그런 상황에서 다시 만나게 된 여인. 광일이 의아해서 묻는다. 

 “ 헌데 출근은 안하나봐요 ? 이 시간에...전에도 그렇게 아이와 종종 놀이터에 나오 

  던 것 같더니만... ” 

 무엇보다 바로 그런 여자였기 때문에 이혼한 교회언니가 되었든 누가 되었든 출근한동안 ‘아이를 맡아달라’는 부탁까지 할수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그럼 그녀는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백수란 말인지. 일단 여인이 솔직하게 대답한다. 

 “ 실은 프리랜서 디자이너에요. 일은 보통 재택근무를 하고 일을 마치면 작업을 마 

  친걸 회사에 갖다주는 그런식이거든요. 그래서 평상시엔 집에 있지요. ” 

 그래서 평일에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오는것도 가능했고 또 그 교회언니란 여인도 아이를 잠시 맡기기까지 했던 것이구나. 이제 대충 이해가 가는 그녀의 일상. 헌데 그 교회언니란 여인은 또 이사를 갔다고 하니 이제 그럴일도 더 이상 없는 것 아닌가. 한편 이번엔 여인이 의아해서 광일에게 묻는다. 

 “ 근데 아저씨는요 ? ” 

 “ 아...난...실은 얼마전에 실직했어요. ” 

 방송작가라고 사실대로 밝히기가 좀 쑥스럽고 민망했는지 그런식으로 얼버무리는 광일. 사실 광일이 드라마 작가 일은 요즘은 잘 안 들어오는 상태이니 그런대로 사실에서 거리가 먼 대답은 아니긴 하다. 다만 일주일에 두 번 케이블 시사프로에 정치평론가 자격으로 나가곤 하니 그런식으로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터인데, 다만 정치에 관심없는 젊은 여성이라면 그런 프로 잘 안 볼수도 있으니 최광일의 얼굴을 못알아볼수도 있다. 이제 광일이 새삼 궁금해져 묻는다. 

 “ 그러고보니 여태 이름도 못 물어본 것 같네요. 놀이터에서 그동안 몇 번 마주치긴 

  했었는데 말이죠. 근데 자매님 이름은 어떻게 되나요 ? ” 

 “ 안소미에요. ” 

 “ 아, 그렇군요 안소미. ” 

 여하튼 둘 다 산책삼아 나온길이니 별다른 할 일이 없고 두 사람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헌데 그러다 문득 소미가 광일에게 묻는다. 

 “ 아저씨... ” 

 “ 왜요 자매님 ? ” 

 사실 광일은 꼭 교회 권사라서여라기 보단 요즘 젊은 여성들은 ‘아가씨’란 호칭을 싫어하는 것 같아서 호칭을 부르기가 애매하거나 낯선 젊은 여성에겐 ‘아가씨’ 대신 ‘자매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허나 어찌되었든 자신이 교회다니는 사람임을 스스로 밝힌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아닌가. 그래서일까. 소미가 어떤 지레짐작에서인지 느닷없이 이와같이 묻는다. 

 “ 아저씨는 과연 하나님의 뜻이란게 존재한다고 생각하세요 ? ” 

 “ 무슨말인가요 그건 갑자기 ? ” 

 “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해요. ‘하나님의 뜻’이란게 정말 있긴 있는건지. 또 하나님 

  의 뜻이란게 존재한다면 그게 도대체 어떤건지... ” 

 


 막상 이런 질문을 들으니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라서일까. 아니 그보다는 물론 엄밀히 초면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피차 잘 모르는 사인데 왜 하필 그런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것인지 그에 대한 궁금함이 생겨 광일이 이와같이 묻는다. 

 “ 왜요 ?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건가요 안소미 자매님 ? ” 

 제법 목소리에 힘을 주어 ‘안소미 자매’라고 그녀를 불러본 광일. 그러자 소미가 살짝 한숨을 섞어 이와같이 말한다. 

 “ 그냥 솔직히 전 그래요. 교회 다닌다고 다니긴 하지만...다들 그런말을 하곤 하죠. 

  ‘하나님께서 널 위해 세우신 계획’이 있다던가 또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이렇게 

  되었다’던가 하지만 전 정말 모르겠어요. 진짜 그런 ‘하나님의 뜻’이 있기는 한건지 

  또는...절 위해 세우신 그런 계획같은게 있기는 한건지...많이 혼란스럽거든요. ” 

 “ 으음... ” 

 살짝 신음소리 같은 것을 내보는 광일. 쉽게 답하기 어려워서라기 보단 솔직히 쉬이 이 대화의 주제를 풀어나갈수 있을지 고민이 되어서다. 일단 광일에게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 

 “ 소미자매님 혹시 유물론자는 아니죠 ? ”  

 “ 네에 ? ” 

 순간 황당해하는 소미. 놀라는 것을 이해 못할바는 아니기에 바로 광일이 손을 내저으며 해명삼아 설명을 덧붙인다. 

 “ 아...하하...오해하진 말아줘요. 무슨 소위 ‘빨갱이’ 그런 의미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전 다만... ” 

 “ ...... ” 

 “ 이런 이야기가 영혼이나 사후세계 이런 것을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이야 

  기가 될텐데 그 자체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쉽게 풀어나가기 어려운 주 

  제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하는 소리에요. ” 

 “ 아저씨 저 이미 교회 다닌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무슨... ” 

 이 사람이 지금껏 자신이 한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는 한건가 하는 생각에 소미는 짜증까지 날 지경인데 그런 소미를 바라보며 광일의 말이 이어진다. 

 “ 혹시 자신의 내면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본적이 있나요 ? ” 

 “ 내면의...소리요 ? ” 

 광일이 꺼낸 말이 바로 잘 알아듣긴 힘든 화두라서인지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소미가 묻고, 광일이 그런 소미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뭐 기도할때라도 좋고, 또는 어떤 망중한 같은 것을 – 가령 뭐 목욕이라도 하고 

  있다던가 – 즐기고 있을 때, 아니면 차를 타고 어디 멀리 가면서 별다른 하는 것 

  이 없어 멍하니 앉아있을때라던가...누군가 자신의 내면에선가 또는 귓가에서 누 

  군가 나 자신에게 말하는듯한 그런 소리를 들어본적이 있냐구요. ” 

 “ 그...글쎄요... ” 

 “ 뭐 심리학적으로 굳이 분석하자면 자신의 양심의 소리였던가 그렇게 해석할수도 

  있겠죠. 허나 난 가끔 그런게 소위 말하는 하나님의 음성 또는 사탄의 유혹은 아 

  닌가 그런걸 느낀적이 많아요. ” 

 아직 소미는 광일의 말을 잘 이해 못해서일까. 여전히 의아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광일의 말은 계속된다. 

 “ 사실 사람이 살다보면서...대개는 그렇게 생각하죠. 이건 순전히 나 자신의 의지대 

  로 된 일이다. 또는 내가 잘나서 똑똑해서 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게 단 

  순히 100% 인간의 의지만으로 된 것이 아닌 신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그걸 생각한적이 많아요. 솔직히 사람과 사람의 인연도 마찬가지에요. 그냥 

  어떻게 하다보니 살다가 이런 사람도 만나고 저런 사람도 만난걸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따지고보면 그중에도 정말 주님 인도하심이 있어서 만난 인연도 있 

  고 혹시 사탄의 역사가 아니었던가 그런 생각이 드는 만남도 있고...확실히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사람의 일이란게 100% 인간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님을 느낄 

  때가 많았던거죠. ” 

 “ 그럼 뭐...거기에 하나님의 뜻이 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건가요 ? ” 

 지금 소미가 대체 뭘 고민하는것인지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광일의 이런 말에 소미가 공감해줄수 있을련지는 몰라도 일단 광일은 이와같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숨을 잠시 내쉬어보고는 광일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 이런 사례를 들어보면 어떨지 모르겠는데...그 1987년에 있었던 가족단위 탈북자 

  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요즘이야 워낙 탈북자가 많기 떄문에 그런 사건들이 그렇게 

  큰 이슈가 되지 못하지만 그때만 해도 어쩌다 가끔 귀순자 사건이 있던 그런때이기 

  때문에 굉장히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던 그런 사건이었지요. ” 

 “ 이야기는 들어본 것 같아요. ” 

 안소미의 나이가 지금 어느정도 되는지 광일이 짐작하긴 어렵지만 한 서른 전후란 나이라도 김만철씨 일가 탈북사건이 어느덧 33년전 일이니 그 이후에 태어난 세대다. 그러나 여하튼 어느어느 신문이나 잡지기사를 통해서라도 아니면 어른이나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를 통해서라도 들어본 기억은 있는 듯. 그런 소미를 보며 광일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그...김만철씨가 주님을 영접한 과정도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더라구요. 사실 김 

  만철씨 정도 나이(80년대 후반 당시 40대 후반)면 6.25나 분단 이전에 교회라던가 

  그런것에 대해 못들어봤을 그런 나이도 아니지만...여하튼 원래 김만철씨는 가족과 

  배를 타고 청진을 출발할 때 애초엔 남한행은 생각 못하고 – 그때만 해도 북한 

  의 일반인들 대다수는 북한의 선전대로 남조선을 ‘헐벗고 굶주린 사회’로 생각 

  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 정말 어디 남태평양이나 이런 무인도라도 찾아 거기서 

  자기네들끼리 농사라도 지으며 (정치적 억압 없이) 편하게 살자 그게 주목적이었 

  던거거든요. 사실 나도 김만철씨 탈북사건때만 해도 아직 중학생 나이였기 때문에 

  당시 신문기사나 이런데 나오는 김만철씨의 탈북 경위와 과정 그런 이야기를 들 

  었을때까지만 해도...그냥 그럴수도 있겠거니 하는 그런 생각이었어요. 헌데 나이 

  가 들면서 김만철씨 수기를 다시 두 번세번 읽어보니 정말 이건 ‘기적’이다. 그리 

  고 ‘하나님의 기적’이 아니면 이뤄지수 없는일이다 그렇게 감탄하곤 했어요. ” 

 김만철씨 일가 탈북사건과 ‘하나님의 기적’이 대체 무슨 상관이라는것인지. 여전히 의아해하는 소미를 바라보며 광일의 설명이 좀 더 이어진다. 

 “ 일단 근본적으로 북한에서 민간인이 배를 구해 가족과 함께 탈출하는게 쉽지 않은 

  일일뿐더러 김만철씨는 항해경험도 없는 ‘단속선 선의’ 한마디로 배에서 환자가 생 

  기면 돌봐야 하는 그런 의사였지요. 그리고 처남 두명과 큰아들이 기관사 출신인건 

  데 사실 그중 큰처남과 장남은 철도 기관사 출신이지 배를 다뤄본 경험은 없는 사 

  람들이었어요. 그나마 항해술을 익힐수 있을만한 사람이 갑판원 출신인 작은처남  

  한 사람인것뿐인데...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었던거죠. 항해기술이 전무한 – 아무리 

  탈북 준비를 위해 틈틈이 항해술을 배웠다고 해도 그야말로 아마츄어 수준인거잖아 

  요. - 단속선 선의와 신출내기 갑판원 그리고 비슷한 연배의 20대 철도기관사 두명 

  (큰처남과 장남) 사실상 배를 제대로 다룰만한 사람은 둘째처남 한사람이 유일했던 

  거에요. 만약 처음부터 남한행을 원했던거면 그나마 거리가 짧으니 비록 아마츄어 

  항해기술이라도 어찌어찌 구사일생으로 남한땅에 도착했을수도 있어요. 허나 이들 

  의 주 목적지는 글자 그대로 ‘따뜻한 남쪽나라’ 남태평양 어느어느 무인도를 생각 

  했던거니 –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심지어 그때 남태평양쪽 사정이 여의치 않 

  으면 한번 중남미까지 가보자는 구상까지 했다고 하더라구요. - 허허...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배나 항해술에 대해 아마츄어 지식밖에 없는 이 한두명(김만철 당사자와 

  갑판원 출신인 작은처남)이 가족 전체를 이끌고 무모한 도전을 시도했던거지. 헌데 

  결과적으로 그 배는 풍랑을 만나 일본에 표류하게 되었고 이후 한국-북한-일본의  

  불꽃튀는 외교전속에서 무사히 한국까지 오게될수 있었던거죠. ” 

 “ ...... ” 

 “ 이걸 기적이라고 말하지 않을수 있을까요 ? 그저 요즘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탈북사건이 아니었어요. 애초 배나 바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이들의 무모한 탈 

  북시도. 정말 일이 잘못되었으면 따뜻한 남쪽나라는커녕 바다 한가운데서 무슨 봉 

  변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이들이 천우신조로 풍랑을 만나 일본에 표류. 그리고 한국 

  땅까지 오게된 것. 그러니...이런것도 일종의 하나님이 일으키신 기적이라 말할수  

  있는거죠. ” 

 소미가 광일이 해준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광일의 해석에 의하면 그렇다는 이야기. 소미가 일단 진지하게 광일의 이야기를 듣다 한참만에 질문을 건넨다. 

 “ 그러니까 이를테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있었던 것 그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 하 

  나님이 계획하신 놀라운 뜻에서 이루어진 것이다...그런 말씀을 하고 계신거네요 ?  

 ” 

 “ 아아...내 말이 꼭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사실 살면서 이것이 과연 하나님의 뜻인 

  지 사탄의 미혹인지 그건 인간이 판단하기 쉬운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 내 말을 그 

  렇게 단정적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한거고... ” 

 “ ...... ” 

 “ 다만 전 나름대로...살면서 하나님의 음성과 사탄의 미혹을...그런대로 구분을 할수 

  는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게된적이 있어요. ”  

 


 하나님의 음성과 사탄의 미혹을 어떻게 구분할수 있다는 이야긴지, 좀 오만해 보이기도 하고 다소 이단스러워 보이기도 해서 조심스럽긴 한데 일단 광일의 말은 이와같이 이어진다. 

 “ 기도를 하던 중이었든 혹은 잠결이나 꿈결이었든 아니면 혼자 망중한을 즐기고 있 

  던 때였든...그렇게 이따금 알 수 없는 음성...음성이라기보단 ‘느낌’이라고 해야 어 

  쩌면 그때의 분위기에 대한 정확한 표현을 할수 있을 것 같네요. 음성...꼭 무슨 진 

  짜 말소리 같은게 들렸다기보단 내 내면의 소리가 들렸다고나 할까요... ” 

 “ ...... ” 

 “ 헌데 생각해보니 그게 다 똑같은 음성은 아니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진짜 어떤 알 

  수없는 음성이나 느낌 같은 것이 제 내면 어디선가 울렸던적이 있던 것 같기도 하 

  고 반대로 내가 임의대로 만든 그런 음성이 있더라구요. ”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 ” 

 여전히 광일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여전히 의아해서 소미는 이와같이 묻고 광일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나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만든 음성이라고나 할까요. 뭐 어떤이들은 ‘나 자신 

  과 대화를 나눈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런건 솔직히 대화라기보단 자기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아요. 어떤 고민이 있거나 갈등같은 것 

  을 할 때 그런 상황에 놓인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 대화라고나 할까...그러니 그런 

  상황에선 오히려 사탄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지요. ” 

 “ ‘나 자신과의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결국 사탄의 음성이란 말씀이신가요 ? ” 

 “ 뭐...꼭 그렇게까지 과도하게 단정지어 해석할 것까진 없지만 여하튼 하나님의 음 

  성과 사탄의 미혹을 구분할 필요는 있다는거에요. 정말 그게 자신이 부지불식간에 

  듣게된 내면의 소리나 느낌이었는지 아니면 나 스스로 합리화하기 위해 스스로 만 

  든 상상이나 망상은 아니었는지...그걸 구분할 필요는 있지요. ” 

 “ 대체 그걸 어떻게 구분하는데요 ? ” 

 “ 일단...정말 하나님의 인도하신 길이었다면 그것은 선한 결과를 만들어내겠죠.  

  하지만 사탄의 미혹이었다면 그 반대의 결과가 되지 않겠어요 ? 그리고 정 답 

  을 찾지 못한다면...결국 성경을 읽어보며 기도하는 가운데 스스로 판단하는수 

  밖에 없지요. 정말 자신이 느낀 것이 하나님의 음성이었는지 사탄의 미혹이었는 

  지 말이에요. ” 

 “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 아니에요 ? ” 

 성경을 중심으로 판단하라느니 하나님의 역사라면 선한길로 인도되고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낼것이라느니 마치 ‘그런말은 나도 할수 있겠다’는 듯 살짝 광일을 흘겨보기까지 하며 묻는 소미. 헌데 그러고보니 내가 지금 어쩌다 엄밀히 말해 초면은 아니지만 아직 잘 모르는 사이인 이런 자매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는 말인가. 잠시 고민하다 소미에게 이와같이 묻는다. 

 “ 한번 차라리 이렇게 물어볼께요. 소미자매가 지금 구체적으로 고민하는게 뭔가요  

  ? ” 

 “ 네에 ? ” 

 “ 원래 처음에 소미자매가 그렇게 물어보고나서 시작된 대화아니에요. ‘하나님의 뜻 

  ’이란게 대체 뭐냐고 ? 그렇게 해서 시작된 이야기인데... ” 

 헌데 막상 자신이 먼저 그렇게 물어놓고도 자신이 잊어버린것인지 아니면 기껏 그런 질문으로 사람을 붙잡아놓고 되려 이제와서 회피하려는것인지 소미의 태도가 좀 이해할수 없어 광일이 이렇게 말한 것이다.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는지 소미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죄송해요 아저씨. 여하튼 전...대략 고등학교때부터 주위 친구 권유로 교회에 다니 

  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는 어릴때라 그랬는지 교회에서 같은 중고등부 

  나 나중에 대학 들어가선 같은 청년부 회원들끼리 어울리는게 좋고 재미있고 그래 

  서 다녔던 것 같은데... ” 

 “ ...... ” 

 “ 그런데 뭔가 언제부터인가 저 스스로 공허해지는 것 같더라구요. 나이도 어느덧  

  저도 서른이 다 되어가니 더 이상 청년부에 소속해있을만한 나이도 아니고...그러 

  다보니 처음부터 대체 내가 교회를 왜 다닌건가 그런 근본적인 회의도 들고... ” 

 “ 하하... ” 

 뭐랄까. 소미의 심리상태를 어느정도 이해할수 있는 무엇이라도 있어서일까. 잠시 묘하게 웃고는 광일이 다시 소미에게 이와같이 말을 건넨다. 

 “ 어쨌든 그래도 아직 주일성수는 꼬박꼬박 잘 드리나보네요. 저번에 이야기를 들으 

  니 그래도 뭐...교회언니 아이도 잠시 돌봐주기도 하고...그런 친분이 있는 자매까지 

  있는 것을 보면... ” 

 “ 실은 이 동네 이사와서는 별로 아는 사람도 없고...말씀드렸다시피 제 직업이 프리 

  랜서 디자이너다보니 그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심심하기도 해서... - 그전 

  까지 다니던 교회는 어차피 이제 거리도 머니 다시 계속 다닐수도 없어서 다시 여 

  기서 새로 교회를 골라서 다니게 된거긴 한데... ” 

 “ ...... ” 

 “ 여하튼 아저씨 말씀하신대로 교회에서 그 사이 언니-동생 하면서 친하게 된 사람 

  도 있고 그렇긴한데...뭐 어쨌든 그건 인간적인 교류가 그렇게 이어진거고...하나님 

  과 나 자신의 관계는...그냥 제가 공허해져 있는 것 같더라구요. ” 

 이렇게 혼자 푸념처럼 고민처럼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는 소미. 헌데 그러다 문득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라도 들었는지 소미가 광일에게 이와같이 묻는다. 

 “ 근데 실례지만 혹시 목사님이세요 ? ” 

 “ 네에 ? ” 

 순간 황당해진 광일. 하긴 생각해보니 지금 이런식의 대화 피차 잘 모르는 사이에 그것도 웬만큼 신앙심이 깊은 사람도 아니면 잘 나오기 힘든 그런 이야기가 나온셈이 아닌가. 목사는 아니고 권사라고 자신의 신분을 솔직하게 밝힐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어느쪽이든 자매가 민망해할 것 같아 그것은 일단 보류하기로 한다. - 하긴 장로가 되었든 권사가 되었든 그만큼 신앙심이 깊고 오래된 사람이라도 일상에서 다른 젊은 여성에게 ‘자매님’이란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최광일의 경우엔 어쨌든 요즘 젊은 여성들 분위기를 보니까 ‘아가씨’란 표현을 나이많은 남자에게서 듣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아서 호칭을 붙이기가 애매한 초면이나 잘 모르는 사이인 젊은 여성에게 편의상 그와같은 표현을 쓰는것일뿐. 여하튼 일상에서 잘 안 쓰는 표현인 ‘자매님’이란 표현까지 쓰며 이런 이야기까지 했으니 소미 입장에선 충분히 그런 오해를 할만도 하다. 일단 광일이 그 부분은 해명한다. 

 “ 아...아니에요. 하하...이런 왜 그런 말도 안되는 오해를...나도 뭐 교회다닌지는 한 

  20년 된 사람이긴 하지만...목회자는 아니에요. 나 원...미안해요. 괜히 내가 너무  

  주제넘는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소미자매가 오해했나보네요. ” 

 “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저씨. ” 

 그러고보니 여태 이 남자의 이름도 못물어본 안소미. 사실 소미한테 처음에 광일이 이름을 물어봤을 때 자신의 이름을 밝히면 소미가 민망해할 부분이 있어 자신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헌데 그러고보니 손해본 기분이 들어서일까. 살짝 화제도 돌릴겸 소미가 이렇게 묻는다. 

 “ 근데 아저씨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 그러고보니 아까 제 이름은 가르쳐드렸는데 

  아저씨 성함은... ” 

 “ 아...하하...그거요. 아마 자매님도 알만한 이름일거에요. ” 

 “ 네 ??? ” 

 이게 대체 무슨소리인가 황당해하는 소미에게 결국 광일은 자신의 이름을 밝힘과 동시에 그날 있었던 해프닝에 대한 소감을 다시금 말하기까지 한다. 한편 최광일의 이름이 그와같음을 안 소미는 당황하고 낯뜨거워져 어쩔줄을 모른다. 

 “ 어머...죄송해요. 이를 어째. 그날 많이 황당해하셨었죠 ? ” 

 “ 아...하하. 뭐...황당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뭐 살면서 겪을수 있을만 

  한 해프닝이니 괜찮아요. 그리고 광일이란 이름도 세상에 흔하다면 흔한 이름이니 

  까. 가령 예전에 국회의원 하던 분중에도 김광일이란 사람이 있고...그리고 실은  

  예전에 성우 하시던분중에도 최광일이 있어요. 그러니 광일이란 이름은 그만큼 흔 

  한 이름이니 너무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 

 그러고보니 바로 그날 그렇게 소미가 데리고 나온 꼬마아이. 이혼한 교회언니가 직장생활 때문에 낮에 아이를 돌볼수가 없어 대신 맡고 있다는 그 6-7세 정도 된 꼬마아이의 이름이 김광일이라 하지 않았던가. 일단 최광일과는 성이 다른 광일이고 실제 국회의원을 지낸 김광일도 있고 유력 언론사 간부중에도 김광일이 있으니 그만큼 흔한 광일이란 이름 가지고 굳이 길게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소미는 소미대로 다시금 그날일을 생각해보니 최광일이란 아저씨에게 너무 큰 실례를 한 것 같아 이와같이 말한다. 

 “ 죄송해요 아저씨. 제가 사죄하는 뜻에서 뭐라도 사드릴께요. 이리오세요 아저씨 

 ” 

 그리고는 괜찮다는 광일에게 뭐라도 사죄의 뜻으로 해드리고 싶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며 소미가 광일을 이끌고 간다. 어차피 아직 이른 아침시간이라면 이른시간이라 식당이나 이런데가 열만한 시간은 아니고 – 또 아직 아침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고 – 인근 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라도 사드리려고 그곳으로 광일을 데리고 간다. 

 “ 우유 드실줄 아세요 아저씨 ? ”
 


 난데없이 웬 우유 ? 좀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일단 정직하게 답한다. 

 “ 뭐 우유든 쥬스든 특별히 싫어하는 것은 없어요. ” 

 “ 나이드신 분들중에는 우유 안 좋아하시는 분도 계신 것 같아서요. ” 

 “ 아...하하...무슨 섭섭한 소릴. 자매님한테 할아버지뻘 쯤 되는 그런 연세드신 어른 

  들이라면 모를까. 우리 세대중 우유 못 먹는 사람은 별로 없을거에요. 학교에서 우  

  유급식 나오던 세대가 우리 세대인걸. ” 

 요즘 젊은 친구들은 1970-80년대를 무슨 조선,고려시대쯤 되는 옛날로 생각하는지. 여하튼 소미자매가 뭔가 착각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와같은 설명을 해주고 일단 인근 편의점에 도착한 두 사람. 사실 시간이 아직 이른 아침시간이라 식사를 할만한 시간은 아니고 – 게다가 둘 다 아침을 든지는 얼마 안된다고 봐야할것이고 – 게다가 피차 크리스찬임을 밝힌 마당에 (그것도 이른 시간에) 술을 마시기도 그래서 소미는 편의점에서 우유와 작은 과자봉지를 하나 샀다. 그리고 테이블이 있는쪽으로 와서 소미가 직접 광일의 우유팩을 열어주려고 한다. 

 “ 이리 주세요. 제가 해드릴께요. ” 

 “ 아...아니에요 무슨. 나이어린 사람도 아니고 내가 그렇다고 나이많은 할아버지도 

  아닌데... ” 

 어린아이 취급을 당한다기 보단 소미가 자신을 아주 나이많은 노인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에 살짝 자존심도 상해 그와같이 말한 광일. 그래서 살짝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그만 우유가 광일의 옷에 엎질러지고 만다. 

 “ 어머나 이를 어째 !!! ” 

 황망해진 소미가 바로 편의점 안으로 다시 들어가 휴지 몇장을 가지고 온다. 그리고 바로 광일에게 엎질러진 우유를 닦아주는 소미. 옷에 생각보다 우유가 많이 그리고 흥건히 젖어 소미는 제법 정성스레 광일의 옷의 배와 가슴부분은 물론 팔,다리까지 하나하나 정정스레 닦아준다. 고맙기도 하면서 당혹스럽기도 해 일단 광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어정쩡하게 앉아있고 그런 상황에서 한마디 말을 하긴 한다. 

 “ 아...그만해요. 됐어요. 그쯤했으면 되었지. 괜찮으니 이제 그만해요. ” 

 “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아저씨. ” 

 바로 일전에 광일의 이름을 모른채 실수한 것 같은 문제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 간단한 간식거리라도 사드리려고 한 소미가 아니던가. 게다가 식사를 하기엔 애매한 시간이라 우유하고 작은 과자봉지만 하나 산 소미인데, 그런 상황에서 이런 해프닝까지 벌어졌으니 소미가 거듭 미안해진 마음에 이와같이 말한다. 

 “ 아저씨, 그러시지 마시고 제가 언제 한번 식사초대 할께요. 그러니 저희집으로 오 

  세요. 오늘은 말고 다음에... ” 

 “ 예에 ? ” 

 이런일은 웬만해선 있는일은 아니라서 광일도 좀 당혹스러워지는데 그런 광일에게 소미가 거듭 자신의 죄송한 뜻을 밝힌다. 

 “ 너무 죄송해서 그래요. 그래서 뭐라도 사죄의 뜻으로 대접해드리려 한건데...오늘  

  은 말고 나중에 제가 한번 저희집에서 식사대접을 할께요. ” 

 “ 아, 아니에요. 뭐 그럴것까지야...그냥 가끔 이렇게 놀이터에서 또 우연히 만나게  

  되면 그때 인사나 좀 나누면 되는거지 뭘 그렇게까지야...괜찮으니까 너무 신경쓰 

  시지 않아도 돼요. ” 

 거듭 일부러 그럴것까진 없다며 손을 내젓는 광일. 솔직히 소미의 이런 태도가 다소 부담스러워지기도 해서 이와같이 나오는것인데 허나 그런 광일의 태도를 보니 소미는 더더욱 미안해지나보다. 그런일이 있은 얼마후 또다시 놀이터에 산책삼아 나왔다가 소미와 마주칠일이 있었는데 그때 소미는 광일을 직접 자기집으로 초대했다. 일전에 말했던것처럼 소미는 인근의 빌라나 아파트쪽에 사는 것은 아니고 건너편의 낡은 주택가에 살고 있었는데, 사실 광일이 출석하는 교회도 길 건너편에 위치해 있기 떄문에 광일 입장에서도 주일에 종종 지나치게 되는 익숙한 길이기도 하다. 허나 소미가 그런쪽 주택가에 살고 있을것이라곤 이전까진 생각못했는데, 확실히 소미는 그 낡은 주택가 골목의 한 작은집에 살고 있었다. 들어가보니 규모는 15평짜리 빌라에 사는 광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 두 개정도와 화장실겸 욕실. 그나마 거실과 부엌은 그런대로 구분이 지어지는 공간이었고 소미 이외에 다른 식구들은 없는 듯 했다. 그러고보니 이런데서 그것도 얼마전까지는 그 이혼했다는 교회언니의 아이까지 돌봐주면서 프리랜서 디자이너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이야긴데, 여하튼 자연스레 의아함이 생겨 광일이 이와같이 묻는다. 

 “ 헌데 다른 식구들은 없는건가요 ? ” 

 “ 아, 네. 전 원래 오래전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따로 살고 있어요. ” 

 물론 요즘이야 학교나 직장등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별도로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나와 사는 경우도 많고 또 그 외 가정사의 문제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경우도 많이 있다. 따라서 혹시 무슨 말못할 사정이 있을수도 있겠다는 짐작도 들어서 광일은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하고 소미는 일단 광일을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고 부엌에서 딴에는 제법 정성스러운 손길로 점심식사 준비를 한다. 

 “ 어때요 맛이 ? ” 

 다른이에게 직접 식사대접을 해본 경험은 아직까지 없는것일까. 사뭇 긴장한 표정으로 이와같이 묻는 소미. 사실 그런 교회언니 아이까지 몸소 돌봐주며 얼마전까지 살았고 그랬던 소미임을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런 경험이 아주 없지는 않을터인데 여하튼 광일은 그냥 예의상 하는 답이 아닌 빙긋이 미소까지 지어보이며 이와같이 답해준다. 

 “ 훌륭한데요. 아주 일품이에요. ” 

 “ 정말이세요 ? ” 

 광일의 대답에 안도감이라도 드는지 소미 역시 미소가 피어오르고 그리고는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지난번엔 정말 죄송했어요. 그래서 뭐라도 해서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고 그냥 넘 

  어갈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 

 “ 뭐...괜찮다니까 그래요. 그러니 너무 그런 이야기 입에 담진 맙시다. ” 

 그런식으로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어지는 식사자리. 그러다 소미가 문득 궁금해져서 묻는다. 

 “ 근데 아저씨는 실직하셨다면서요 ? ” 

 일전에 광일이 소미에게 자신의 신분을 있는 그대로 밝히긴 그래서 그와같이 둘러댔던것인데, 따라서 그 부분은 그냥 그런식으로 나오는수밖에 없겠다싶어서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 광일. 사실 그때 광일이 좀 느닷없이 나온 소미의 물음에 제법 신앙적인 이야기를 술술 입에 담기도 해서 소미가 ‘혹시 목사님 아니시냐 ?’는 오해를 하기까지 했었는데, 다만 소미가 봐도 광일이 그런분야에 종사하는 사람같아 보이진 않아서인지 그런 오해는 더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다만 소미는 딴에는 지난번에 나눈 이야기도 있고 해서 광일에게 잠시나마 어떤 다른 좋은 충고나 조언이라도 들을수 있겠다는 기대감이라도 생겨서인지 다시금 이와같이 입을 연다. 

 “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전 신앙생활이 많이 공허해진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솔직히 교회를 왜 다니는지 그런 회의감도 들고... ” 

 “ 소미자매... ” 

 그런 소미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 광일. 그러면서 입을 연다. 

 “ 솔직히 정 그렇게 교회 다니는게 부담스러우면 안 다녀도 돼요. ” 

 “ 예 ? ” 

 “ 너무 그렇게 의무감처럼 주일예배에 참석한다던가 그럴 필요는 없단말이지. 혹 

  시 실제 목사님이나 전도사님 같은 분들이 들으면 좀 불편하게 여길지도 모르는 

  이야기지만 난 꼭 형식적인 교회에서 구원을 찾을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에요. ” 

 “ ...... ” 

 “ 가령 뭐 평상시 자신이 관심있던 사회봉사 같은쪽과 관련된 선교단체를 찾아간 

  다던가 아니면 요즘은 인터넷이나 이런데 신앙 동아리같은것도 많고 하니 차라리 

  그런곳을 가본다던가...정히 교회에서 의무감처럼 드리는 주일예배가 부담스러우 

  면 다른 방향으로 신앙생활을 하면서 내 안의 주님을 찾아보는것도 괜찮다 그 말 

  을 하는거에요 난 지금. ”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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