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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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레드벨벳 예리 (6)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박인수 장로님과의 대화록 

 


 예언의 은사가 있는것인지 아니면 불길한 예감만 들어맞는 징크스가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박인수 장로의 소천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사실 이미 90 고령에 게다가 병색까지 완연해진 몸을 감안하면 박장로님이 머지않아 세상을 떠나실수도 있겠다는 예측은 웬만한 사람도 쉽게 할수 있을것이나 여하튼 박인수는 그렇게 마지막으로 최광일 권사를 불러 해줄말이 있다면서 병원으로 찾아오게 한뒤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이 계속 이어가게 해달라는 기도제목을 물려준뒤 세상을 떠난 것이다. 

 박동철 권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곧 박장로님이 입원해계시던 병원의 빈소로 달려가보았다. 박인수 장로님에게 자녀가 아들만 총 열분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장남 박동철 권사 그리고 차남 박훈철 권사하고만 면식이 있었던 광일은 그날 덕분에 박인수 장로의 열명이나 되는 아들들을 일일이 다 대면하게 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무엇보다 박인수 장로가 그만큼 신앙생활을 오래했고 또 한때 그만큼 성공한 기업인으로 알려진 사람이고 자녀들 또한 제각기 사회 각 분야에서 일정부분 성공한 지위에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기에 박인수 장로님의 장례식장은 수많은 문상객들로 이미 북적거리고 있었다. - 물론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에 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지만 – 심지어 개중에는 방송을 통해 이따금 얼굴을 볼수있었던 전현직 국회의원이나 대학교수, 방송인도 있었다. 여하튼 그렇게 많은 문상객들로 북적거리는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뒤 접대실에서 식사를 하고있는 최광일. 이런저런 이유와 사정때문에라도 식사만 마친뒤 바로 가려고 했는데 그런 광일에게 박동철 권사가 다가왔다. 그리고 살짝 귀띰이라도 하듯 말을 건넨다. 

 “ 저...혹시 내일도 시간이 있으신가요 ? ” 

 “ 예 ? ” 

 말귀를 바로 못알아들었는지 순간 어리둥절해 되묻는 광일. 동철의 말이 이어진다.  

 “ 내일이 아버님 발인인데 장지로 떠나기 전이라도 잠깐 와주셨으면 해서요. 아버님 

  께서 최권사님께 특별히 전해드리라고 하신게 있어서... ” 

 내일은 광일도 사정이 있어서 장지까지 따라간다던가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어차피 상을 치르는 동안에는 유가족들이 어느 특별한 개개인과 그렇게 길게 인사를 나누거나 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내일 한번 다시 와주실수 없겠냐는 식으로 동철이 물은것같은데 광일이 잠시 난처해하다 상을 치르고 난뒤 나중에 별도로 찾아뵙겠다는 말을 전했다. 

 박인수 장로의 장례를 치르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약속날짜를 정해 장남 박동철의 집을 찾아가보았다. 박인수 장로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장남 박동철과 차남 박훈철의 집을 돌아가면서 기거하고 있었는데 돌아가시기 직전엔 동철의 집에 머물러있다가 그만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을 했던 것이다. 여하튼 그래서 동철의 집을 찾아가게된 광일. 사실 박동철도 최광일보다는 한 열 살이상 많은 60대 초반의 노인이다. 이미 시집간 딸이 두명이나 있기까지 한. 그런 동철이 부인과 함께 살고있고 지금은 아버지 박인수 장로마저 세상을 떠나셨으니 그렇게 딸 둘을 시집보내고 60대 부부만 함께 살고있는 집인데 그런곳을 최광일이 방문하게 된 것이다. 

 “ 실은 아버님께서 최권사님께... ” 

 그러면서 광일에게 뭔가를 하나 내어준다. 좀 두꺼워보이고 그리고 대충 봐도 출간한지가 오래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책이다.  

 “ 이것을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 ” 

 보니까 우리나라에 대표적으로 알려진 크리스찬 명문가. 그리고 그네들이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된 과정과 그리고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그런 내용의 책이었다. - 책 제목은 ‘예수만 섬기는 우리집’이었다. - 무엇보다 박인수 장로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최광일에게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이 세상 끝날때까지 이어가게 해달라’는 기도제목을 물려주고 간 것을 생각하면 그런 책까지 전해주라고 한 뜻도 능히 짐작할만한데 그래서 광일 입장에선 솔직히 부담이 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을 자신이 온전히 선물로 받아야 되는것인지. 아니 자신이 그런 책을 선물받을 자격이 있거나 그럴수 있는 처지에 있는 몸인지 그 부분에 대한 의문과 죄책감 그리고 죄송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책을 건네받아 대충 살펴보긴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무겁게 광일의 입이 열리고 만다. 

 “ 장로님의 뜻은 제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 

 “ ??? ” 

 “ 솔직히 좀 부담이 느껴지는군요. ” 

 “ 그게 무슨말씀이신가요 ? ” 

 최광일의 구체적인 사정을 모르는 박동철이 의아해서 그와같이 묻고 그런 동철을 바라보며 광일의 말은 이어진다. 

 “ 아시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전 지금까지 드라마 작가로 20년을 활동해온 사람입 

  니다. 허나 나이 50에 이른 지금은 작가일도 떨어져나가고 해서 정치평론가와 유튜 

  브 방송으로 대신 생계와 소일거리를 삼으며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긴 합니다만... ” 

 최광일이 어쨌든 현역작가로 20년 가까이 활동한 사람이라면 방송가엔 어느정도 이름이 알려져있는 사람으로 봐야 하겠지만 평소 TV 드라마나 이런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아주 유명한 톱스타 작가나 피디라고 해도 잘 모를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박동철 권사가 아버지인 박인수 장로에게서 광일의 직업이라던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 정도는 들었을텐데, 여하튼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워하는 광일을 보며 박동철의 말이 이어진다. 

 “ 아버님께선...아주 귀한 선교비전을 갖고 기도하시는 그런 분이라고 말씀하셨었습 

  니다. ” 

 “ 박인수 장로님께서요 ? ” 

 실제 박인수 장로와 최광일 권사의 첫 인연이 거슬러 올라가면 박인수 장로가 탈북자 구출작전을 하는 기독교 선교단체 관계자등에게 식사초대를 했을 때 그때 처음 만나뵌것이기도 하고 이후 쭉 보수우파 운동단체쪽에서 활동해온 것을 생각하면 박인수 장로가 어떤 의미로 박동철에게 그런말을 했을지는 능히 짐작이 될것같다. 그러나 어쨌든 부담스러운 면이 여전히 없지는 않아 그냥 솔직하게 광일은 자기 심정을 이야기한다. 

 “ 제가 오래전부터 탈북자와 북한문제에 관심을 갖고 기도해온 사람인 것은 사실입 

  니다. 또 그렇게 한떄 그런 단체를 후원도 하고 활동도 해 왔고요...하지만... ” 

 “ ...... ” 

 “ 솔직히 저 아직 결혼도 못했고...물론 ‘그리스도의 기업’이라고 할진대 그 기업이 

  무슨 장사나 사업을 하는 그런 업체를 의미하는것만은 아님을 모르는 사람은 아닙 

  니다. 다만... ” 

 “ 미혼이시라면서요 여태 ? ” 

 나이 50이 다 되도록 여태 장가를 못 간 사람이라는 사실은 동철도 그날 처음 알았는지 다소 놀라면서도 의아해하는 모습까지 보일판엔드 그런 박동철을 바라보며 최광일의 말은 이와같이 이어진다. 

 “ 뭐...박장로님께서 제게 그렇게까지 신경쓰시고 기도해주신 뜻을 제가 모르는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 그건 제가 

  앞으로도 현실적으로 이룰수 있는일은 아니라서요. 허허... ” 

 


 이야기를 듣고보니 박동철 권사도 다소 난처해졌다. 어찌되었거나 미혼인 사람이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을 세상 끝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 아닌가. 그것도 젊은 사람도 아닌 이미 50이 다 된 사람이. 좀 고민을 하는 듯 하던 박동철이 그러다 조심스레 입을 연다. 

 “ 어쨌든 저희 아버님 성의시고 하니 그냥 받아주시지요. 여하튼 아버님께서 돌아가 

  시기 직전에 특별히 당부를 주셔서 저도 그렇게 최권사님께 급히 연락까지 취했던 

  건데. ” 

 바로 그런 동철의 연락을 받고 달려왔던 최광일. 그리고 병원에 입원해있는 박인수가 아무래도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음인지 지금까지 해온 자신의 기도제목을 물려주겠다며 그렇게 함께 기도했던 것이 아니던가. 그것을 생각해보면 지금와서 새삼 박인수 장로가 전해준다는 선물(책)을 거절하는것도 그렇고. 두 사람 다 서로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박동철이 한참만에 조심스레 입을 연다. 

 “ 최권사님... ” 

 “ 예, 박동철 권사님. ” 

 솔직히 권사라는 호칭을 이렇게 자주 듣는것도 광일 입장에선 좀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허나 어차피 이런 자리에서 피차 존중하는 의미도 있고 하니 이런식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게 되는데 그런 가운데 동철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제가 문득 하나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어서 최권사님께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뭐 

  꼭 그걸 최권사님께서 본받으시거나 흉내를 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만... ” 

 의아하게 바라보는 최광일. 동철의 말이 이어진다. 

 “ 일단 그 분은 신앙안에서 만난분은 아니고 일반사회에서 활동을 하다 만난 사람 

  이긴 합니다만. 나이는 저보다 한 두어살 많은 분이라서 평상시 제가 ‘선배님’이나 

  ‘형님’으로 부르던 그런 분이에요. ” 

 박동철보다 두어살 많다면 여하튼 지금 나이가 대충 60대 중반쯤 되었을 사람. 동철의 말은 계속되고 있다. 

 “ 그 선배 역시 지금 최권사님처럼 미혼으로 독신으로 쭉 사신분이죠. 아마 지금도 

  여전히 혼자 사시는걸로 알고 있어요. 물론 지금의 최권사님 나이였을때도 당연히 

  독신이었을테고요... ” 

 40대 후반인 최광일 권사가 박동철보다 10여살 아래고 그런 동철에게 선배되는 이라고 하니까 여하튼 지금까지 결혼도 안하고 혼자 몸이라면 당연히 40대때도 그리하였을 것이다. - 혹 결혼을 했지만 이혼이나 사별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 동철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 그 선배의 경우엔 무슨 기자나 교수 그런 신분은 아니었지만...여하튼 나름 어떤 

  소신을 갖고 사회운동을 하는 그런분이었어요. 뭐 길게 설명하긴 복잡하니...굳이  

  말하자면 환경운동 비슷한거라 해둡시다. ” 

 “ ...... ” 

 “ 여하튼 그런 활동을 쭉 하면서...바쁘게 살다보니 그리된것인지 아니면 다른 성격 

  적 문제라도 있었던것인지 혼기는 놓쳤고 그렇게 하다 자연스럽게 결혼이나 연애 

  같은 것은 체념한상태로 쭉 살아오신거죠. 그러다 어느덧 나이 50 되고...60 되고 

  그러다 지금 나이까지도 혼자사는 그런 몸이긴 합니다만... ” 

 최광일은 묵묵히 박동철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고 그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다만 그런 사회활동을 하면서...일종의 제자라고나 할까...그분의 뜻을 잇는 그런  

  분들이 제법 있어요. 그분의 시민운동을 지지하며 따르는 그런분들이 그만큼 있는 

  셈이라고나 할까... ” 

 “ ...... ” 

 “ 그 선배가 종종 농반진반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내가 비록 장가를 못  

  가서 자식은 없지만 나를 따르는 제자들이 저렇게 많으니 저 아이들을 다 내 자식 

  처럼 생각하겠노라’고...뭐 어쨌든 그 선배의 시민운동,사회운동을 따르며 지금까지 

  지지해온 분들이 그만큼 된다는 그런 이야기니까요. ” 

 그래서 뭘 어쩌라는것인지 광일이 아직 별다른 대꾸가 없는 가운데 동철이 광일을 바라보며 목에 힘을 주어 말한다. 

 “ 최광일 권사님... ” 

 “ 예, 박동철 권사님. ” 

 “ 최권사님께서 한번 그런 사례를 참고해보신다면 어떨까 그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 제가...요 ? ” 

 드라마 작가로 20년 넘게 활동해온 최광일, 게다가 한때 북한인권과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지원하기도 했고 지금은 정치평론가와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그런 최광일이다. 그런 광일의 신분을 동철에게 밝힌 것은 오늘이 처음이긴 하지만 그런 최광일에게 이런 사례를 소개하면서 ‘참고해 보라’고 하니 괜시리 기분이 묘해진다.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 아닌가. 나이 이미 60을 훨씬 넘긴 사람이고 지금까지도 미혼이고 독신인 상태지만 대신 그의 뜻을 따르는 제자들이 제법 된다는. 그 사례가 과연 지금 최광일이 본뜰수 있는 사례가 될까. 일단 광일이 아직 별다른 대꾸가 없는 가운데 먼발치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박동철 권사의 부인이 잠시 끼어든다. 박권사의 아내도 동철과 비슷한 연배니 역시 60을 넘긴 사람이다. 

 “ 여보 그러지말구요 차라리... ” 

 대충 멀리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기는 했으니 다른건 몰라도 시아버지 박인수 장로가 크리스찬 명문가와 관련된 책을 전해주라고 한 것을 광일이 아직까지 미혼이고 독신이라 그 책을 (그것도 그와같은 기도제목까지 물려주고 나서 전해주라고 한 깊은 뜻이 담긴 책인데) 선물로 받는 것을 난감해하는 상황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터. 그래서인지 다소 수선스럽게 이와같이 끼어든다. 

 “ 차라리 동서한테 부탁해보면 어떨까요 ? ” 

 동서라니 ? 일단 박인수 장로에게 아들이 열명이나 된다는 것은 최광일이 익히 아는  사실이고 여하튼 그렇다면 그 많은 손아랫동서들중 누구를 두고 하는말인지 일단 박동철 부인의 말은 계속된다. 

 “ 왜 ? OO이 엄마가 OO웨딩 기획실장으로 있잖아요. 그리고 거기 독신자나 재혼 

  상대를 찾는 크리스찬 커플도 맺어진 사례가 꽤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 

 아마 박동철 부인 손아랫동서중 한 사람이 미팅업체 같은데서 간부급으로 일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런곳중 크리스찬 입장에서 자신에게 합당한 배우자를 찾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쓰는 그런곳도 있을터. 아마 그런 업체중 하나에서 일하는 손아랫 동서가 있는듯한데 순간 당황한 광일이 손을 내젓는다. 

 “ 아...아닙니다. 전 그냥...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그냥...제 처지 

  가 좀 난감하다는 그런 이야기를 한것뿐인데... ” 

 “ 그러지말고 한번 신청해보세요. 제가 지금이라도 동서한테 연락은 취해볼수 있으 

  니까요. ” 

 “ 아...아닙니다 사모님. 정말 그렇게까진 신경 안 써주셔도...그리고 저도 나이가 나 

  이인지라 실제 결혼이나 그런건 이젠 자신없어요. ” 

 그러나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는 박동철 내외의 권유를 마냥 거절만 할 수도 없는 몸이라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된 최광일. 아무래도 대충 상황을 마무리하고 돌아가야만 할 것 같아 결국 결심을 한다. 

 “ 일단 박장로님께서 저한테 전해주라고 하신 책은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 

  리고 이 책을 갖고 집에 가서 다시 기도해보도록 하죠. 그럼 제게 인도하시는 하 

  나님의 선하신 뜻을 깨닫게 될수도 있겠죠. 일단 선물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 

 “ 주여... ” 

 최광일 권사의 결심에 작으나마 감동이라도 했음인지 그렇게 내뱉는 박동철 내외.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최광일의 말이 이어진다. 

 “ 여하튼 박인수 장로님과의 인연은 참 귀하고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또 박장로님께서 제게 손수 기도제목까지 물려주시며 그렇게 기도해주 

  시고 떠나신 뜻을...부디 그런 박장로님의 뜻이 어긋나지 않도록 저 자신 남은 여생 

  을 성실히 살아가도록 하죠. 그럼 될 것 같네요. ” 

 “ OO웨딩 정말 괜찮은 곳이에요. 그러니 나중에라도 연락주세요 권사님. ” 

 박동철 권사의 아내가 새삼 아쉽다는 듯 다시금 권유해보는데 일단 최광일은 거기엔 ‘예,아니오’로 확답은 하지 않은채 그쯤에서 인사를 하고 동철의 집을 나온다. 이미 겨울철이니 날씨는 많이 쌀쌀할터. 그러고보니 한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이다. 

 


 집으로 돌아온 광일은 혼자 방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헌데 성경책과 함께 바로 박인수 장로님으로부터 유산(?)처럼 받은 ‘예수만 섬기는 우리집’이란 제목의 크리스찬 명문가들의 사례를 담은 책도 함께 놓여있는게 이채롭다. 이런 경우가 괜찮은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박인수 장로가 하필 광일에게 그와같은 책을 전해주라고 하고 돌아가신 그 의미를 아는 광일이기에 그 책과 함께 또다른 고민을 할 수밖에 없어 성경과 함께 그 책을 앞에 놓아둔 것이다. 사실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꽤 두껍고 방대한 분량이다. 앞으로 이 책을 광일이 꼼꼼이 읽어볼수 있을지 또 읽는다 하더라고 그 책 안의 내용을 실천에 옮길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여하튼 지금 이 시간 광일은 골방에서 혼자 성경책과 함께 박인수 장로님에게서 받은 책을 같이 올려놓고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이다. 

 “ 돌이켜보면 주님의 특별하신 부르심이 있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이다. ” 

 그렇게 시작된 광일의 기도가 이어진다. 

 “ 생각해보면 주님의 특별하신 사랑과 보살핌이 있어 이 자리까지 오게된 저. 그러 

  나 또 한편 돌이켜보면 지난시간은 오직 저를 위한 저의 출세와 부를 위해 보낸 시 

  간임도 부인할수 없나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간은 온전히 주님께 바치고자 주님 

  앞에 다시 섰습니다. ” 

 선게 아니라 정확히는 무릎꿇은 자세이긴 하지만 어쩄든 광일은 기도가 계속되고 있다. 

 “ 생각해보면 지금의 이 혼탁한 세상. 정치판이 여야가 좌우로 갈라져 심지어 온 나 

  라와 사회가 둘로 갈라져 서로를 미워하고 저주하며 싸운지 오래된 세상. 이 가면 

  갈수록 혼탁하고 어지러워진 세상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저 혼자 고민하고 안타까와 

  하였나이다. 또 잘못되어가는 나라를 바로잡게 나선이들(가령 보수우파 운동 모 

  임이라던가) 조차도 그 초심이 많이 변질되고 자신들끼리의 세속적 욕망으로 서 

  로 싸우며 심지어 어떤이는 주님을 모독하며 종교와 정치의 영역을 혼선시켜 더 

  많은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것도 보았나이다. 누군가를 정죄하고자 이런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 어지러운 세상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또 잘못되어가는 이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선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위해선 

  대체 무엇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그 모든 것을 주님께 내어놓고 간구하나이다. ” 

 특히 지금의 세상을 마치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때는 부흥했지만 하나님의 말씀에서 멀어졌을 때 몰락한 다윗과 솔로몬의 경우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 광일이 아니던가. 그러나 ‘그런 세상에서 자넨 뭘 어찌하면 좋겠느냐 ?’는 박인수 장로의 물음에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고 어쩌면 숙제일수도 있었던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내어놓기도 전에 박인수는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리고 그 박인수가 유산처럼 광일에게 물려준 기도제목이 그것이다.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이 세상 끝까지 이어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라고. 그 문제를 놓고 광일은 이와같이 기도하고 있다. 

 “ 솔직히 이전에는 오만한 마음에 당신이 정말 전지전능한 자라면 불가능한 기도를 

  간구해도 들어주실지 그런 시험을 해보려 한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도 가운 

  데에서도 – 어쩌면 저 혼자만의 망상이었을지도 모르는 – 간구와 바램이 이뤄지는 

  능력을 보여주신 당신이기에 그 놀랍고 거대한 능력앞에 두려움으로 다시 이와같이 

  무릎꿇었나이다. 주님 이제 이 부족한 영혼은 무엇을 어찌하면 좋나이까 ? ” 

 “ ...... ” 

 “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이 세상끝까지 이어가게 해달라 

  는 – 현실적으로 제가 할수 없는 – 그런 기도제목을 물려주시는 장로님 앞에서 솔 

  직히 피해가기를 바라기도 했나이다. 모든 것을 당신이 내려보시는 자리라면 차라 

  리 그것이 정직한 모습일것이라 생각해서 정말 그러고 싶었나이다. 허나 박장로님 

  이나 그의 가족들이 지켜보시는 자리고 연로하신 장로님께서 절 특별히 불러주신 

  귀한 자리에서 차마 실망시켜드릴수 없어 기도하였나이다. 주여 이제 저는 정말 

  어찌하면 좋나이까. ” 

 생각보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 광일의 기도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헌데 밤늦은 시간이고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일까. 자연스레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견딜수 없었다. 꾸벅꾸벅 졸다 하마터면 고꾸라질뻔하기까지 한 광일은 결국 기도를 대충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기로 한다. 하품을 겨우 참으며 이불을 깔고 자리에 눕는다. 그리고 스르르 잠이 든다. 

 “ 여보...어서오세요. 오늘 왜 이리 늦으셨어요 ? ” 

 “ 아, 미안. 오늘 O선생님과 회의시간이 좀 길어져서 어찌하다보니 좀 늦었구먼. 그 

  래 당신은 잘 지냈소 ? ” 

 몽환적인 공간...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 싶을 정도로 오히려 또렷하고 선명한 그런 공간이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현재 경기도 신도시지역의 15평짜리 서민형 빌라에 사는 최광일과는 달리 지금 말하는 이가 들어서는 공간은 크고 화려한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깔끔하고 잘 정돈된 그런 집이다. 뭔가 차분하고 현숙한 분위기의 여인이 남자의 아내라도 되는 듯 그를 맞이했고 거실에서 차분한 분위기로 앉아서 둘은 대화를 나눈다. 

 “ 그래, OO이는 OO학과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구 ? ” 

 “ 네, 여보. OO이는 어쨌든 매사에 열심인 애니까. 하지만 OO이는 OO이와 좀 달 

  리 애가 좀 껄렁껄렁한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여보, 당신도 좀 OO이한테 신경을 

  쓰세요. ” 

 마치 자녀가 여럿 있는 그리고 함께 산지 오래된 부부처럼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 무엇보다 여인의 모습은 얼핏 TV같은데서 이따금 보았던 이름대면 알만한 유명한 아나운서나 기자 같은 그런 분위기마저 띤다. 그리고 이런 여자와 마치 오래산 부부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자. 저만치 거실벽에는 가족사진인듯한 사진이 걸려있는데 그 여인과 함께 다정하게 그리고 대략 중고생에서부터 초등학생까지 그 정 도 나이로 보이는 남자아이 네명이 깔끔한 정장으로 사진에 찍혀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럼 이 남자는 이 여자(어느어느 방송사 아나운서와 분위기가 좀 비슷한)와의 사이에 슬하에 아들 넷을 낳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렇게 의아해하는데 갑자기 마치 TV 화면이 꺼졌다 켜지는것럼 분위기가 바뀌어있다. 아까와는 다른 공간인데 역시 집인데 크기나 분위기는 조금전의 장면과 가구 위치라던가 방 위치 그게 약간 달라진 모습이다. 그리고 이번엔 아까와는 또 다른 여인과 남자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당신도 참...어쩌실려구 그러세요 ? ” 

 “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나 ? ” 

 “ 어쩄든 당신이 좀 나서서 말리시던가 하셨어야지. 당신처럼 OOOOO가 되겠다고 

  나서는 아이를... ” 

 이번엔 자녀 문제로 약간 의견다툼이 있는 그런 부부같은데 여하튼 진로문제로 고민을 할만한 그런 정도 나이의 자녀가 있는 그런 부부같은 분위기의 대화다. 이번에도 또 저만치 벽걸이 사진이 보이는데 이번엔 아까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사진. 이번에도 어떤 여자와 마치 중고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네명의 아이가 깔끔한 분위기로 서 있는 모습. 다만 아까 그 사진과는 여자는 물론 아이들의 얼굴과 분위기도 좀 다른 그런 느낌이다. 그럼 이 남자가 두집살림(?)이라도 하고 있단 말인가. 대체 이 해괴하고 이상한 분위기는 무엇인지. 무엇보다 이번 여자는 역시 그녀도 어느어느 방송프로 같은데서 본 그런 여자같기는 한데 다만 분위기는 아까 여자가 대체로 깔끔하고 지적인 분위기였다면 이번 여자는 나이는 좀 들어보이고 느낌탓일까 뭔가 기품있어보이면서도 다소 괄괄한 면이 느껴지는 그런 여자다. 대체 이게 무슨 해괴한 장면들이 연속으로 이어진단 말인가. 광일은 의아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꿈속에서 ‘꿈’을 의식할수 있을까 ? 일단 광일이 느끼기에 지금 이 연거푸 이어진 말도 안되는 두 장면은 확실히 꿈이다. 그 ‘꿈’이란 것을 증명(?)이라도 해주듯 여하튼 사춘기 소년부터 초등학생까지 대략 네명정도의 아들이 있는듯한 중년부부의 모습. 그 두 장면은 어느새 또다시 TV 화면이라도 꺼지듯 ‘푹’하고 꺼지고 말았다. 그리고 한참동안은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공간이 계속되고 있다. 혹시 태초에 빅뱅이전의 우주가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어두컴컴한 공간이었을까. 그 생각까지 들 정도로. 대체 자신이 있는곳이 어디란말인가. ‘꿈’이라면 차라리 빨리 깨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인데. 

 “ 헉~~~!!! ” 

 이번엔 또다시 장면이 바뀌어 저녁시간 같은데 환하게 불이 켜진 역시 어떤 거실 같은데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웬 여자가 이번엔 사춘기 소녀 정도로 되어보이는 여자아이 둘을 연거푸 다그치고 있었다. 

 “ 아니, 너희들은 도대체 무슨 여자애들이 이렇게 철딱서니가 없니 ? OO이 너는 그 

  리고 낼모래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애가 여태 OO과 OO도 구분못해 ? ” 

 그렇게 다그치는 여성 앞에서 두명의 10대소녀가 풀이죽은 모습으로 서있고 대충 ‘잘못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인은 여전히 골치가 아픈 듯 인상을 찡그리며 한쪽손으로 자기 이마를 짚어보는 시늉까지 하고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 정신좀 차리자 응 !!! 도대체 엄마도 바본데 니들까지 바보면 어쩔려구 그래 ? 

 하...정말 무슨 애들이...대체 누굴닮아 이 모양인지... ” 

 그러고보니 이번 여자도 좀 낯이익어 보이는데 일일극이나 주말극 같은데서 철없는 부잣집 딸이나 좀 어수룩해 보이는 여주인공 친구나 동료역으로 종종 나오던 그런 탤런트와 분위기가 비슷해보인다. 헌데 이번에도 또다시 벽걸이 사진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번엔 또 그 여자와의 사이에 네명의 딸이 함께 있는 그런 사진이다. 여하튼 확실하게 일관된 스토리는 있다. 누가 되었든 그 상대가 방송에 종종 나오는 아나운서나 탤런트와 분위기가 비슷한 여자든 아니든 그런 여자와 대략 사춘기 중고생에서부터 초등학생까지 연령대의 네명정도의 아들 아니면 네명의 딸을 낳고 사는 그런 부부의 모습. 

 “ 헉~~~!!! ” 

 그러다 깜짝놀라 결국 눈을 떴다. 대체 이게 무슨 해괴한 꿈이란말인가. 방안을 두리번거리다보니 간밤에 기도할 때 앞에 올려다놓고 기도를 마치고 너무 피곤해 그냥 자는 바람에 치우지않고 놓아둔 박인수 장로로부터 물려받은 두꺼운책이 방 저쪽에 놓여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최광일은 한숨을 내쉰다. 

 꿈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분석은 역시 ‘내면의식의 발로’인데 하긴 그 점을 생각해보면 꿈속에 나타난 여인들이 평소 광일이 TV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아나운서나 탤런트 대충 그런 여성과 분위기가 비슷해보이긴 했다. 그런 여성과 대충 아들 넷 또는 딸 넷을 낳고 사는 꿈. 헌데 무슨 두집살림,세집살림을 하는것도 아닐진대 대체 자신이 전혀 다른 상대와 다른 장소에서 왜 그렇게 엇비슷한 네명의 자녀를 낳고 사는 꿈을 무슨 연작 단막극같은 형식으로 꾸게된단말인가. 그것도 하필이면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이 세상끝까지 이어지게 해달라’는 기도제목을 물려주신 박인수 장로님의 기도유산이 현실적으로 자신이 이룰수 없는것이라 고민하며 기도하다 잠든 그런 자리에서 꾸게된 꿈에서. 

 아니면 혹시 저 꿈속의 장면이 어느 머나먼 평행우주에 사는 ‘또다른 나’라도 된단 말인가. 자신의 또다른 자아가 머나먼 평행우주 어딘가에선 그런 여자와 결혼 아들 넷을 낳든 딸 넷을 낳든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말인가. 만약 정말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달랑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평행우주도 수십수백개 아니 수천억개 이상이 될수도 있는것이니 – 마치 우주에 은하계에 수천억개 항성이 있고 은하도 수천억개나 존재하는것처럼 – 그렇게 수천억개나 되는 다중우주,평행우주에 ‘또다른 나’도 수천억 이상 존재할 가능성도 분명 무리가 가는 해석이 아니다. 따라서 OOO과 결혼해서 아들 넷을 낳고 사는 또다른 최광일이 있을 가능성도 있고, 반대로 OOO과 결혼해서 딸 넷을 낳고 사는 또다른 최광일이 있을 가능성도 있고. 여하튼 그 가능성만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그럼 정말 평행우주속의 ‘또다른 나’라도 보게된 것이란말인가. 일단 아직 날이 밝은 것은 아니기에 잠을 마저 청하기 위해 광일은 다시 자리에 눕는다. 다만 좀전에 꾸었던 꿈이 너무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괜한 아쉬움과 혼란스러움 때문에 지금은 쉽사리 잠을 이루진 못하고 있다.



-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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