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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레드벨벳 예리 (5)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박인수 장로님과의 대화록 

 


 최광일 권사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광일은 원래 90년대 후반부터 신앙생활을 시작 어느덧 신앙 경력 20년이 넘는 감리교회 권사이기도 하고 드라마 작가로 역시 20년 넘게 활동해온 사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북한인권과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 2천년대 초반경부터 그런 활동을 하는 기독교 선교단체를 후원도 하고 활동도 해왔으며 그러면서 차츰 보수우파 운동 모임에도 가담하게 되고 보수성향의 인터넷 웹진에도 익명으로 기고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적어도 노무현 정권이 끝나고 이명박 정권으로 넘어가던 직전까지는 반핵반김 집회등 그런 보수우파 운동 모임이나 집회에 꾸준히 참석하던 최광일이었지만 그 이후엔 13년동안 그와같은 모임에 일절 참석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 솔직히 현역 드라마 작가의 몸으로 그와같은 집회나 모임에 계속 얼굴을 드러내는것에 부담을 느꼈을수도 있다. 그러다 13년만에 (얼마나 세상 돌아가는 꼴이 가관이었으면) 작심하고 참석하게 된 보수우파 집회. 그러나 그곳에서 요즘 그 말많고 탈많은 전 모라는 이의 연설과 거기에 호응하는 청중들의 반응과 분위기를 보며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반공 보수 기독교단들이 중심이 되어 여는 보수우파 집회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헌데 그때 뜻밖에 재회하게 된 박인수 장로. 보수성향 인터넷 웹진의 후원회원으로 있기도 하고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박인수 장로가 탈북자의 한국행을 돕는 선교단체 관계자와 탈북자들을 식사초대를 했을 때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참석한적도 있어서 바로 그런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인연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그 박인수 장로와의 13년만의 재회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한국 기독교도 그리고 한국 정치도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데 두 사람은 공감하고 있었고 박인수 장로는 그런 최광일에게 이른바 ‘감리교회 원로목사 3인방’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쨌든 제각기 한국사회 각 분야에서 일정부분 존경받고 인정받을만한 그런 활동을 해왔다고 볼 수 있는 원로목사 3인방의 이야기. 그러면서 그 세분의 활동이 다 존중받아야 하는것이니 어느것 하나 부정하거나 폄하되어서는 안된다는 박인수 장로님의 말씀. 그리고 최광일은 이렇게 말했다. 마치 지금의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는 다윗이나 솔로몬의 몰락을 보는것과 같다고. 마치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을때는 흥했으나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고 초심을 잃어버렸을 때 패망한 다윗과 솔로몬의 경우. 마치 그와 흡사하지 않느냐는 최광일의 분석에 박인수가 ‘그럼 자넨 이제 어찌하면 좋겠냐 ?’고 물었는데 안타깝게도 거기에 최광일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을때는 흥했으나 하나님에게서 멀어지면서 패망의 길을 가는 다윗과 솔로몬의 모습을 닮아있는것만 같다고 한 오늘날의 한국사회와 한국교회. 그럼 이제부터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가. 

 혼자 자신의 거처 방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머릿속만 복잡해져 잠시 바람이라도 쐬기 위해 밖으로 나와보았다. 광일은 이때 경기도의 한 신도시 서민형 빌라에 살고 있었는데 – 20년동안 드라마 작가로 일했다면서 여태 서민형 빌라에 살고 있다면 그건 이해할수 없는 일이긴 하다. - 20년동안 드라마 작가로 활동해온 그이지만 어느덧 나이 40대 후반에 이르면서 이젠 후배들에게 밀려나고 있음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음인지 요즘은 작가일이 점차 떨어져나가고 있는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평론가’ 자격으로 케이블의 시사프로 패널로 일주일에 두차례 정도 나가고 있고 자신이 직접 만든 ‘유튜브’ 방송을 일주일에 두 번정도 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보내고 있다. 어쨌든 오늘따라 일도 손에 잘 안 잡히고 머릿속도 복잡해 평일 오전시간이건만 잠시 바람이라도 쐬러 밖으로 나온 최광일. 광일이 사는 빌라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쭉 가면 놀이터가 하나 나오는데 광일이 가끔 바람이라도 쐬거나 휴식을 취할 때 종종 들르는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놀이터 건너편엔 아파트 단지가 하나 나온다. 그렇게 큰 단지는 아니고 아파트 한 대여섯채가 불규칙하게 늘어서 있는 그런 단지 두 개 정도가 있다. 무엇보다 대충 겉으로 봐도 지은지는 꽤 오래된 아파트다. 하긴 광일이 이곳에 살기 시작한게 벌써 20년전 일인데 그전부터 있던 아파트니 저 아파트들도 여하튼 지어진지 그 정도 이상의 시간이 되는 것 아닌가. 여하튼 그런 아파트와 빌라촌 사이에 있는 놀이터에서 잠시 휴식이라도 취하고 있는 최광일. 졸린것인지 아니면 머릿속 고민이 여전히 많아서인지 잠시나마 기도라도 하는듯한 자세를 취해본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겨지는 것 같은데 그때였다. 

 “ 광일아 !!! ” 

 갑자기 누군가 부르는 소리. 이번엔 지난번 광화문 집회때와는 달리 정말 성령강림의 순간이라도 된단 말인가. 무엇보다 지난번과 달리 너무나 또렷이 들리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게다가 이번엔 무슨 정치집회 같은데 와 있는것도 아니고 잠시나마 광일이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다 졸려서 그만 정신이 몽롱해지던 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설마 진짜 성령강림 ???’ 그야말로 소름이 끼치면서도 감격스러워지는 순간일 수밖에 없다. 

 “ 광일아 !!! 그리로 가면 안된다니까 !!! 거기 가지말고 이리와 !!! ” 

 이번엔 좀 더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 헌데 좀 이상한게 여자 목소리였다. 예수님이든 하나님이든 여자였다는 소리는 지금까지 들어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러면서 뭔가 이상하다 싶어 다시금 혼란스러워지는데.  

 “ 어억~~~!!! ” 

 뭔가 둔탁한 것이 툭 치는 느낌에 놀라며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눈앞에 웬 축구공 같은 것이 저쪽으로 또르르 굴러가는게 바로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조금전 저 공이 자신에게 맞았다가 그쪽으로 굴러가는 것 같은데 바로 뒤이어 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 광일아 !!! 그리 가지말고 이리와 좀 !!! 이모말 들어 !!! ” 

 젊은 여성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오면서 그와같이 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저 여자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아나 ?’ 그리고 언제 날 봤다고 그것도 새파랗게 젊어보이는 여자가 나한테 마치 친구나 동생이름 부르듯 ‘광일아 !!! 광일아 !!!’ 한단 말인가. 순간 화가날 지경인데 그때였다. 

 “ 광일아...애가 오늘따라 왜 이래 ? 이리와 이모한테. 이리오라구 !!! ” 

 사실 여자는 자신한테 오는게 아니라 약간 옆으로 비틀어져 가면서 누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공이 굴러간쪽과 반대방향이라 최광일 권사가 못본 듯 한데 웬 4-5세 정도 되어보이는 꼬마아이가 저쪽에서 주춤주춤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여자가 그 아이한테 가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 광일아 !!! 김광일 !!! 이모가 몇 번 말했어. 그렇게 니 맘대로 돌아다니고 뛰어다 

  니고 그러면 위험하다구. 이모한테서 멀리 떨어지지 말라구 몇 번 말했어 !!! ” 

 그러고보니 그 꼬마아이 이름도 ‘광일’이었나보다. 그리고 자신과는 성이 확실히 다른 최씨가 아닌 김씨성을 가진 ‘광일’인가본데 여하튼 순간 너무 어이없고 황당해서 실소가 터졌다. 무엇보다 자신이 순간적으로나마 너무 황당한 착각을 연거푸 한 것 같아서 어이없고 민망해지기까지 하고. 한편 여자는 4-5세 정도 되어보이는 광일이란 이름의 조카 상태를 대충 수습하면서 바로 최광일을 보며 말한다. 

 “ 아저씨, 죄송하지만 그 공좀 집어다 주시겠어요 ? ” 

 


 처음엔 그냥 낯선여인으로만 생각했는데 가까이서보니 그러고보니 아주 면식이 없는 여자는 아니었다. 광일이 보통 휴식이나 산책삼아 빌라 인근에 있는 이 놀이터를 이용해오곤 했는데 그때 그 여인도 몇 번 여기 나와있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다만 피차 굳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할만한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먼발치에서 얼굴정도나 보고 지나치는 그런 여인이었는데, 다만 이전과 다른 것은 이전까진 그 여인도 광일처럼 혼자 종종 놀이터로 나와보곤 했는데 오늘은 웬 조카아이쯤으로 추정되는 그런 꼬마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 아이 이름도 ‘광일’인가본데 여하튼 졸지에 연거푸 엉뚱한 오해만 하게된 셈이라 머쓱해졌던 광일. 일단 여인의 말대로 저쪽으로 굴러가던 공을 바로 집어 여인에게 건네준다. 꼬마아이도 아마 공을 되찾은것에 신이나는지 뛸듯이 기뻐하는데 공을 건네주면서 여인에게 궁금해서 묻는다. 

 “ 헌데...조카인가요 ? ” 

 “ 아뇨, 친조카는 아니고...실은 아는 교회언니가 이혼하고 혼자 사는데 그래서 낮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해서 제가 대신 돌봐주곤 해요. ” 

 “ 아, 그러셨구나. ” 

 보통 이럴때는 구체적인 설명이 난감해서라도 적당히 얼버무리기 마련인데 그래도 딴에는 제법 친절하고 정직하게 설명을 해주는 여인. 무엇보다 ‘아는 교회언니’ 어쩌구 하는게 그녀 역시 신앙생활을 하는 여인인 듯 했다. 내친김에 새삼 궁금해진것도 있어 한가지 질문을 더 건넨다. 

 “ 헌데 OO 아파트에 사시나요 ? 그러고보니 일전에도 여기 혼자 나와계시던걸 몇  

  번 본거 같은데... ” 

 “ 아뇨 전 저쪽 아파트에 사는게 아니라 길건너에 있는 주택가에 살아요. ”  

 바로 놀이터 옆에있는 아파트 명을 언급하며 물어본것인데 일단 그쪽에 살지는 않고 큰길 건너편에 산다는 여인. 아마 광일이 알기로 그쪽은 아파트나 빌라는 아니고 지은지 꽤 오래된 낡은 주택이 쭉 늘어서있는 그런 주택가다. 그러다보니 별다른 놀이터나 공터같은것도 없던 것을 광일도 기억하는데, 그래서 아는언니 대신 돌봐주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이쪽으로 온듯했다. 그리고 공놀이라도 하며 제딴에는 혼자 놀던 아이가 굴러가는 공을 찾으러 멀리까지 오는바람에 그런 아이를 찾으러 광일이 있는곳까지 온 모양인데 여하튼 졸지에 광일을 황당한 오해를 하게 만들었던 여인. 딱히 더 그녀와 나눌만한 이야기도 없고 해서 대충 그녀에겐 인사만 다시금 건넨뒤 광일은 자기가 사는 빌라로 돌아왔다. 

 며칠후, 박인수 장로의 장남 박동철 권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실 광일 입장에선 박인수 장로와는 여하튼 ‘OO신문’ 모임 시절에도 만나뵌적이 있고 지난번 그렇게 광화문 집회때 13년만에 다시 만나고는 그런 깊은 신앙적 이야기도 주고받은 그런 사이지만 장남 박동철이나 차남 박훈철은 2천년대 중반경 그렇게 탈북자를 돕는 선교단체 관계자들과 식사초대를 받았을떄 처음 인사를 나누었고 그 뒤에 그렇게 아버지 박인수 장로를 모시고 나온 광화문 집회때 본 것 그 정도가 전부다. 따라서 딱히 친분이 있다고 볼 수 없는 박동철 권사가 – 게다가 나이도 박동철이나 박훈철이 최광일보다 열 살이상 많기 때문에 특별한 친분이 생길만한 그런 사이가 아니다. - 전화를 걸어올 일은 없을텐데 의아해서 전화를 받은 상태에서 박동철의 심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최광일 권사님이시죠 ? ” 

 애초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을 때 그와같이 물은 박동철. 최광일이 그렇게 대답하자 동철도 자신을 소개했고 그런식으로 시작된 통화. 그러고보니 박인수 장로가 일부러 아들에게 최광일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는 이상 그가 자신의 연락처를 알일도 없을텐데 그래서 뭔가 불길한 예감까지 슬몃 드는 가운데 동철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 실은 저희 아버님께서 많이 위독해지셨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최권사님을 다시 만 

  나 뵙고 싶다고 하셔서...시간이 되신다면 한번 와주실수 있으신지요. ” 

 이미 90을 바라보는 고령의 박인수다. 비록 불과 두달여전 광화문 집회때 여전히 정정한 모습의 그를 13년만에 재회했을지언정 그리고 얼마전 다시만나 또 그와같은 이야기를 나눈적도 있는 그런 박인수지만 사실 90 고령이 아니라 사람 나이 60-70만 되어도 갑작스런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아무리 저출산 고령화 사회라지만, 그리고 백세시대를 말한다지만 노인의 몸은 언제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하물며 나이 60-70에도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일이 적지 않거늘 90 고령의 박인수와 관해 더 덧붙일 설명이 필요할까. 박동철 권사의 연락을 받은 최광일은 바로 병원 위치를 알려달라고 해서 그주 주말에 바로 시간을 내서 병원을 찾아가보았다. 

 “ 허허허...아직 숙제는 다 해오지 못한게로군... ” 

 다윗과 솔로몬의 종말을 가고있는 것 같다는 한국사회와 한국교회. 그렇다면 이제 어찌해야 하겠느냐는 물음에는 여전히 답을 못한 최광일. 솔직히 광일이라고 한들 쉽게 대안이나 해법을 내놓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 내심 그 일은 얼렁뚱땅 시간이 지나 잊혀지기를 바랬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 박장로님도 잊어버리실테고 (박장로님께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차라리 그 사이 자연스럽게 고령의 장로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길 바라기도 했었다. 그럼 미룬 숙제를 나중에라도 다시 한다던가 할 일은 없을테니까. 헌데 이와같은 연락을 받고 다시 박장로님을 뵈러 올 수밖에 없게된 최광일 권사. 결국 부끄러움에 박장로님 앞에서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 허허...되었으니 그만 이리오게나. ” 

 그렇게 말하는 박인수 장로 앞으로 다가가는 최광일. 위독하다더니 그리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었기 때문일까. 정정해보이던 얼마전까지의 모습과는 달리 그 사이 많이 야위고 초췌해지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런 인수가 병간호를 하고있는 아들 박동철에게 잠시 나가있게 하고 최광일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그...자네도 내가 아들만 열명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 ? ” 

 “ 네, 잘 알고 있습니다. ” 

 여하튼 십수년전 그날 탈북자 선교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식사초대를 받고 돌아오던날 선교회 간사들로부터 박인수 장로님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있었고 또한 이후에도 ‘OO신문’ 관계자들로부터 박인수 장로 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더 자주 있었다. 따라서 슬하에 아들 10형제를 두었다는 박인수 장로에 대해선 최광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고 다만 그중 장남 박동철과 차남 박훈철 두 사람하고만 면식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인수가 최광일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내가 원래 그리스도를 영접하면서 젊은 시절부터 소망해온 기도가 하나 있었네.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을 세상 끝까지 이어가게 해 달 

  라’고. 그렇게 정성을 들여 기도했더니 적어도 하나님께서 이 어리석은것의 소망을 

  아주 외면치는 않으셨는지 아들 열명을 모두 건실한 크리스찬으로 키웠구만 그래. 

  적어도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이 자자손손 이어지게 해달라는 기도 그 기도제목 

  하나만은 주님께서 확실히 외면하지 않으셨어. ” 

 게다가 원래는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고 지금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지 이미 오래된 그런 박인수이지만 그 시절 사업도 제법 번창했던 그런 분이라고 들었다. 그런 박인수가 최광일의 손을 잡아보며 말한다. 

 “ 내가 자네에게 딱히 줄 것은 없어서...이것 하나만 물려주고 싶어서 자네를 특별히 

  보자고 한걸세. ” 

 숙제도 안 해온 게으른자에게 뭐 딱히 그런 유산(?)같은 것을 물려줄게 있다고. - 게다가 광일과 인수의 사이를 무슨 그렇게 유산이나 별도의 소중한 선물같은 것을 받을만한 그만큼의 깊은 친분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 따라서 순간 당혹스러움과 부담스러움에 어쩔줄을 모르는데 그런 광일을 보며 박인수 장로의 말은 이어진다. 

 “ 자네도 나처럼 기도하지 않겠나 ? 내가 했던 기도처럼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이 세상 끝나는 그날까지 자자손손 이어지게 해달라’고 말 

  이야. ” 

 “ 아...아니 저 장로님... ” 

 그리스도의 가정까진 그렇다치더라도 ‘기업’이라고 할진대 물론 이럴때는 흔히 생각할수 있는 그런 사업체나 그런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여하튼 건전하고 건실한 그런 그리스도의 공동체가 계속 이어져가게 해달라는 그 정도의 의미로 해석하면 되는데, 여하튼 최광일은 지금까지 20년 좀 넘게 드라마 작가로 활동해온 방송작가지 사업가는 아니다. 일단 그런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현재 최광일은 미혼이다. 어쩌다보니 지금까지 자매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어 나이 50이 되도록 미혼으로 살아온 그. 따라서 지금은 나이도 나이인지라 이제 결혼이나 연애 같은 것은 아예 포기하고 살아온 그런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심 언제부터인가 농반진반으로 주위에 이런말을 한적도 있다. 

 “ 난 아무래도 ‘예언의 은사’와 ‘독신의 은사’ 그 두가지는 확실하게 받은 것 같아.  

 ” 

 사실 정말 무슨 영적능력 같은것이라도 애초부터 최광일에게 있었는지 신앙생활을 하기 전에도 가령 하이텔 동호회 커플 같은 것을 몇 번 적중한적이 있었고, 또 근래에는 총선결과 예측이 맞아떨어진적도 몇 번 있었다. 헌데 그런 예언의 은사(?)까진 뭐 그렇다치더라도 이렇게 혼자 살면서 조용히 신앙생활 하다가 인생을 마무리하게 된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독신의 은사’라고 할수 있지도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던중. 따라서 적어도 ‘예언의 은사’나 ‘독신의 은사’가 있다는 말은 공연한 교만이나 헛소리는 아닌 것이 된다. 헌데 그런 최광일을 보며 박인수 장로가 이렇게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이 세상 끝까지 이어가게 해달 

  라’는 기도. 나는 소싯적부터 품어온 이 기도를 끊이지 않고 헀더니 주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셨네. 그래서 이 기도를 자네에게 물려주고 싶단 말일세. 어떻게 자 

  네도 한번 나처럼 해보겠는가 ?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 

  업이 세상 끝까지 이어지게 해달라’는 그런 기도를 말이야. ” 

 


 사실 진짜 비양심적으로 나가자면 어차피 진짜로 신이나 하나님이 존재하시는지 확실치도 않은데 그까짓(?) 기도 아무렇게나 하면 어떠랴, 또 아무리 그렇기로 박인수 장로와의 교류가 그렇게까지 깊었던것도 아니고(자주보는 사이도 아니고) 게다가 이미 고령에 병원에까지 입원한 박인수 장로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볼일이 더 없을 가능성도 있는데 그런 장로님의 기도 그냥 적당히 받아들이고 바라는대로 하면 그만이다. 허나 지금 최광일 권사의 처지가 그렇지 못하다는게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이 세상 끝까지 이어가게 해달라’는 기도제목을 물려주겠다는 것을 받기가 난감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다. ‘그리스도의 기업’이란 표현은 여하튼 다른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이 세상 끝까지 이어나가게 해달라는 것은 이제 최광일에게 물리적으로 이룰수 없는 소망이 되어버린다. 노골적으로 말해 이제 나이 50이 다 된 최광일이 지금와서 장가를 가게 될 가능성도 없을뿐더러 설사 운이 좋아 하게된다 치더라도 그리고나서 아이를 낳고 온전히 키우고 할 자신도 없다. 게다가 최광일은 나이 20대때부터 바램이자 계획이 만약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게 되면 30-40대 20년은 현역으로 왕성히 활동하고 50이 넘어 기력도 떨어지고 다음 세대에게 밀려나게 되면 그때는 ‘방송예능인’이라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며 그렇게 편하게 여생을 보낼 생각이었다. 한마디로 어찌보면 의외로 냉정하게 자기 자신의 역량과 한계를 그렇게 평가하고 판단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물며 이제 나이 50이 다 되어 실제 작가일도 점점 떨어져나가는 상황에서 그냥 방송에 나가 정치평론이나 하고 유튜브 방송이나 하면서 남은 여생을 보낼 계획으로 있는 이가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을 일구고 이어나가게 하는 것 (그것도 세상 끝나는 날까지) 부담스러워서라도 받아들일수 없는 기도제목이기까지 하다. 

 박인수 장로가 거듭 손을 내밀며 함께 기도하자고 하는데 망설이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어찌되었거나 자신을 지금껏 그렇게 좋게 봐주시고 또 이렇게 몸소 기도까지 해주시겠다는 장로님을 – 게다가 연로하고 이제 병약해지시기까지 한 – 그 성의를 뿌리칠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정중하게 자신이 그런 기도제목을 받을수 없는 처지를 말하는것도 장로님을 실망시키는 일이 될수 있어서 거절할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하나. 만약 정말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눈 딱 감고’ 장로님 앞에서 함께 기도하는 ‘쇼’를 할수도 있지만 이 순간 정말 하나님이 내려다보고 계시다는 생각을 한다면 정말 소름끼치고 두려운 일이라 그렇게 할수도 없다. 어찌해야하나 계속 망설이는 최광일. 다만 결국 박인수 장로의 거듭된 호의를 거절할 수가 없어 한발자국 앞으로 다가가고야 만다. 

 “ 함께 기도하세 최권사. ”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을 세상 끝까지 이어가게 해달라’고 오랫동안 기도해오셨다는 그 박인수 장로의 소망. 어쨌든 박인수 장로님은 그 소망을 다 이루신 것이 되고, 이제 진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수도 있는 박인수 장로님이 그 기도제목을 물려주시겠다는 말을 받아들이기로 최권사가 결심한 것으로 생각한것인지 광일의 손을 잡은채 박인수 장로의 기도가 결국 시작된다. 

 “ 하나님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렇게 참으로 귀한 인연으로 인도하게 해주신 우리  

  최광일 권사와 함께 기도하게 해주실수 있는 은혜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정말 사랑 

  으로 그 어느것 하나 소홀하게 하지 않으시고 살피시는 주님. 우리 최광일 권사에 

  게 주신 달란트와 비전도 역시 그 모든 것이 최권사를 귀하고 어여삐 여기사 하나 

  님의 나라에 귀한 쓰임받게 하고자 주셨으리라 믿습니다. 이제 이 부족한 영혼, 지 

  금까지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이 세상 끝까지 이어가게 

  해달라는 소망을 이루게 해주시는 기적 내려주신 하나님. 이제 이 소망기도를 우리 

  참 훌륭하고 귀한 영혼의 최광일 권사에게 물려주고 떠나고자 합니다. 사랑의 주님 

  이 세상은 잠시 스쳐가는 소풍이고 언젠가는 아버지가 계신 본향으로 돌아가야 하 

  는 우리. 그러나 이 세상에서 또한 하나님의 말씀이 실천되고 실현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을 잊어서는 안되는 우리 어리고 부족한 영혼들. 그래서 더 

  더욱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이 세상에 하나라도 더  

  있어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그런 가정과 공동체가 되어야겠기에 이 기도를  

  이제 우리 최광일 권사에게 물려주고자 합니다. 우리 최광일 권사에게도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을 말씀이 중심이 되고 하나님이 중심 

  이 되는 그런 공동체로 일구게 할 수 있는 능력 주시게 하시옵고 최권사가 그 소망 

  의 기도 끊이지 않고 세상 끝나는날까지 놓치 않도록 보살펴 주시옵소서. 사랑의  

  하나님. 최광일 권사의 가정을 돌아보소서. 최광일 권사가 이끄는 신앙의 공동체를 

  돌아보소서. 그 가정이 그 기업이 정말 온전히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하고 아름다운 

  그런 공동체가 될수 있도록 능력 주시고, 정말 갈수록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빛과 소금과도 같은 역할, 사랑과 평화의 말씀을 전하는 그런곳 될수 있도록 아버 

  지 하나님께서 늘 돌봐주시옵소서. 사랑의 주님, 우리 부족한 영혼들 그 어떤 어린 

  양 하나 천하다 아니하시고 소홀히 아니하시고 끝까지 돌보시는 주님. 이제 우리  

  최광일 권사에게 능력주시옵소서.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 

  업이 세상 끝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그 소망. 이제 최광일 권사의 가정과 공동체 

  에도 끊임없이 이어질수 있도록 능력 주시고 최권사에게 더욱 힘주시옵소서. 항상 

  말씀과 성경을 바라보며 주님을 바라보는 그런 삶 살수 있도록 돌봐주시고, 하나님 

  부름 받으시는 그날 온전히 천국갈수 있는 그런 영혼 되게 돌봐주시옵소서. 최광일 

  권사의 가정과 공동체가 온전히 주님말씀 실천하며 사랑과 평화를 세상에 전하는  

  그런곳 되게 일궈주시옵시고 오직 아버지 하나님의 놀라우신 능력괴 기적이 이뤄지 

  도록 해 주시옵소서. 우리 사랑하는 최광일 권사를 위해 늘 지켜봐 주시고 돌봐주 

  시옵소서. 우리의 죄를 대신하신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올리옵나이다. ”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기에) 하는수없이 박인수 장로의 기도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최광일 권사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함께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주님이 뒤에서 다 지켜보고 계신다면 그래서 더욱 거칠게 벗어날수조차 없는 심정이 되어버린 최광일.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될대로 되라)’는 심정이다보니 ‘아멘’이란 말소리가 그 어느때보다도 크게 나오고 말았다. 

 “ 아멘... ” 

 허나 박인수 장로는 최광일이 그 어느때보다도 뜨거운 심령을 가지고 마음속으로 기도했던 것으로 생각했음일까. 새삼 고맙다는 듯 광일의 손을 다시금 어루만져보기까지 한다. 감격이라도 한 듯 눈물까지 고인다. - 최광일 입장에선 한없이 죄송스러운 순간이기까지 하다. - 이런저런 부담감때문에라도 (어차피 함께 기도까지 한 뒤니)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적당히 마무리를 하고 인사를 드리고 떠날 생각인 광일. 그래서 살짝 뒤돌아보는데 괜한 당혹스러운 상황이 또 하나 벌어졌다. 실은 박인수 장로의 장남 박동철 권사가 병실문 앞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처음엔 박동철은 아버지가 잠시 좀 나가있으라는 말에 최광일 권사라는 이와 두분이서 무슨 중요한 대화라도 나누실게 있나보다 하고 자리를 피해준것인데, 그리고 막상 나가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의아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어 다시 병실로 와본 것이다. 헌데 바로 병실문을 열었을 때 그때 아버지와 함께 기도하는 최광일 권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상황에서 방해를 할 수가 없었기에 문 밖에 서서 아버지와 최광일의 기도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기도가 다 끝난 것 같기에 안으로 들어선 박동철. 돌아보는 광일과 눈이 바로 마주쳤다. 

 “ 아, 저 박동철 권사님... ” 

 그렇게 부르는 최광일과 다소의 민망함과 당혹스러움으로 인사를 주고받기까지 한 두 사람. 일단 최광일이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며 자리를 정리하려 한다. 

 “ 이제 그만 가시려구요 ? ” 

 “ 예, 저도 뭐 바쁘기도 하고...너무 오래 지체한 것 같네요. ” 

 “ 허허...그래. 그럼 이만 가보고 다음에 다시 보기로 하세 최권사. ” 

 글쎄, 과연 정말 이후 박인수 장로를 다시 만나게 될 일이 있을까. 사실 박인수도 앞으로 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아들에게 부탁 최광일에게 연락을 취해보도록 하기도 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박인수 장로의 고령의 나이와 그 얼마사이에 초췌해진 모습을 보니 정말 박인수 장로를 보는 것이 오늘이 마지막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기까지 했다. 그래서 정중히 인사를 나누고 병실을 떠나면서도 막상 병원 밖으로 나와선 불안하고 착잡한 마음에 병원 건물과 특히 박장로가 입원해있는 병실쪽을 몇 번 돌아보기까지 했다. 사실 종종 주위에 자신에게 ‘예언의 은사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한적도 있는 최광일이기도 하다. 총선결과를 몇 번 맞춘적이 있는것이야 뭐 정치에 그만큼 관심이 있는 정치평론가니까 그만한 분석능력이 있어 그럴수 있다 치더라도 실은 꽤 오래전에 pc통신 하이텔 동호회 시절에도 그 동호회 커플을 몇 번 맞춘적까지 있었다. 심지어 초신자시절 잠시 활동했던 ’기독교 문학 동호회‘ 커플도 한번 맞춘적이 있었다. 아직 초신자인 시절에 설마 그런 ’영적능력‘까지 주어진것인지까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묘한 예측능력을 갖고있는것만은 분명해 보이는 최광일. 그래서인지 어떤 불길한 예감을 갖고 박인수 장로가 입원해있는 병원 건물을 몇 번 더 돌아보고 난 뒤에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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