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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레드벨벳 조이 (14.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평행우주 이야기 – 5. 백팔기 

 


 묘천이 아직 계응태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지만 계응태가 우선 자신의 딸 청하공주를 한번 만나는 보라고 말해 일단 그녀를 소개받게 되긴 하였다. 계응태의 후궁에게서 난 막내딸이라는 청하공주는 올해 나이 10대 후반(18-19세 정도)이라고 했는데, 묘천의 경우엔 어느덧 집을 떠나 세상을 방랑한지 어느덧 3-4년의 세월이 지나 나이가 어느덧 2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 정도 나이차이면 뭐 그리 많은 나이차이라고 할수도 없고 청하공주는 미인이라기 보다는 대체로 다소곳하고 차분함이 느껴지는 그런 이미지의 여인이었다. 현재 그녀는 황궁안에 살고 있지는 않고 황실에서 마련해준 인근의 별도 처소에서 하녀,하인들의 시중을 받으며 살고 있었는데 집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런 집이었다. 그곳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청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 아버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나는 이곳 출신도 아닌 이웃 남문출신인데 

  다 게다가 남문에서 반란세력에 가담했다가 쫒기는 신세가 되어 구사일생으로 살아 

  나 이곳 원명국까지 오게된 몸이오. ” 

 언감생심 감히 일국의 공주와 혼인할수 있는 그런몸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함인지 자신의 신분을 가급적 낮춰 말한 묘천. 하긴 남문에서 평범하게 살고있는 처지였어도 딱히 무슨 벼슬을 하고있는것도 아닌 단지 옛 노나라의 정신과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가르침만은 전해주는 일개 선비의 집안 자손인 처지로 일국의 공주와 혼인을 한다거나 그럴수 있는 신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차마 실은 아버지의 젊은 후처와 내연남까지 살해하고 집을 떠나게 된 몸이란 사실까지 밝히진 못해도 여하튼 이웃나라 공주와 혼인까지 할 수 있는 그런 몸임을 이와같이 밝히고 있는 묘천. 수줍기라도 한 듯 살짝 고개를 숙인채 묘천의 말을 경청하던 청하가 사뭇 초롱초롱한 눈빛을 내비치며 묘천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공께서는 아직까지 저희 아버님의 뜻을 잘 모르시는 듯 합니다. ” 

 아버지로부터 대충 귀띰으로 들은것이라도 있었는지 이와같이 나오고 있는 청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거듭 묘천을 바라보며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제가 비록 후궁의 소생이고 또한 황실에서 막내라 하나 엄연히 황실의 피를 받은 

  몸이옵니다. 그리고 도족과 모족이 힘을 합쳐 세운 나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원명국 황실의 자손임을 그 사명감과 가르침을 몸소 배우며 자랐구요. ” 

 원명국의 시조격이 되는 옛 열국쟁패시절 연나라 태조의 정신이 어떠하였는지는 계응태로부터 묘천도 이미 들은바가 있는터. 그 반복된 가르침을 굳이 공주에게서 또 들어야 하는지 그럴 필요성은 별로 못느껴서 좀 불편한 심기가 되기도 한다. 헌데 그런 묘천을 바라보며 청하의 말은 이어진다. 

 “ 저도 아버님으로부터 공께서 남문에서 혁명을 일으키려다 실패하신 그런 호걸이 

  시란 이야기는 이미 들었사옵니다. 실패한 혁명으로 인한 사내대장부로서의 좌절감 

  과 아픔, 그리고 슬픔과 한탄. 그 감정들이 어떤것일지 저는 아직 어려 잘 알지  

  못합니다. ” 

 ‘반란’을 굳이 ‘혁명’이라고 힘주어 표현하고 있는 청하. 그 단어가 갖는 진정한 의미가 뭔지는 알고 이러는것인지. 덕분에 묘천의 신분이 일개 반란군 잔당에서 ‘실패한 혁명아’로 격상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청하는 그런 묘천을 바라보며 거듭 힘주어 말한다. 

 “ 저희 원명국은 나라가 세워진지 어느덧 200년 세월. 아니 그 전신인 고흥국이나  

  도흥국,경민국 더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열국시절의 성위나 형가 혹은 연나라까지  

  포함하면 어느덧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그런 민족의 국가이옵니다. 비록 황실의 

  성씨는 그간의 곡절로 여러번 바뀌었으나 처음 연나라를 세웠을때의 태조의 정신인 

  ‘소통과 화합’의 정신만은 계속 이어가는 그런 나라이옵니다. 하오니 공께서 여기서 

  그 못다한 뜻을 다시 이뤄보는게 어떻겠냐는 아버님의 뜻을 그리도 헤아리시지 못 

  하시는지요. ” 

 원명국, 아니 도족이나 모족의 국가들은 이렇게 여인들에게도 자신들의 역사나 학문을 이리도 뿌리깊게 가르치는지, 아니 따지고보면 지금 옛 진나라땅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다 노나라가 망했을 때 내려와 그 땅을 차지한 북방 유목민 출신들. 북방 유목민의 여성들은 노나라 여성들과는 달리 당차고 진취적이고 활동적이란 소리는 묘천도 오래전부터 익히 들은바가 있다. - 사실 노윤의 아버지 노승환은 북방 유목여성들의 기질에 대해 이렇게 가르쳐왔다. ‘사납고 고집이 세며 기질이 거치니 남자가 가까이 할 여인들이 되지 못한다.’고. 허나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청하는 그런 아버지의 가르침이 맞기는 한건지 의심스러워질정도로 차분하고 다소곳하기만 했다. 다만 자기네 나라 역사와 정신에 대해 말할때는 그 제법 힘주어 자기주장을 펴는 것이 웬만한 남성 학자나 역사가 못지 않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 여하튼 이런 청하에게서 사뭇 어떤 신비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사뭇 두려워지기까지 하는데 청하는 다 마신 찻잔을 내려놓으며 살짝 화제를 돌린다. 

 “ 공께서는 말을 타보신적은 있으신지요 ? ”  

 난데없이 웬 말 ? 말뿐만 아니라 묘천은 남문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남문의 사막지대를 건널 때 그 사막을 건널수 있도록 특화된 그런 짐승은 ‘암만’도 타봤다. 그런 자신앞에서 뜬금없이 웬 말 이야기가 나오는지. 의아해하는 묘천을 청하가 손길을 내밀며 잡아 이끈다. 

 “ 공께 한번 도족의 여인이 말을 타는 모습을 가르쳐드리고 싶사옵니다. ” 

 그 말에 얼떨결에 청하를 따라나서게 된 묘천. 청하는 일단 자신의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평상복에서 아마 말타는 복장인듯한 옷으로 갈아입은 청하의 모습은 조금전과 완전히 딴판이었다. 가죽과 두터운실등을 엮은듯한 상하의는 제법 두꺼우면서도 강렬함이 느껴졌고 유사시를 대비함인지 허리와 가슴 부분에는 갑주 비슷한것도 걸치고 있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여장부’로 변신한듯한 청하의 자태. 그런 청하가 따라오라는곳으로 묘천이 잠시 가보았다. 말은 청하의 처소 뒷채에 위치한 마굿간에 있었는데 대충 서너마리 정도의 말이 보이는곳에서 한 마리를 꺼낸다. 평범한 말이라기 보단 묘천이 지금까지 남문에서 봐왔던 그런 말보다는 약간 덩치는 커보이면서도 다리나 허리부분은 사뭇 적당한 굵기로 튼튼해보이는 것이 ‘날랜 말’이란 것을 어느정도 짐작할수 있었다. 청하의 말이 이어진다. 

 “ 원래 남문에서 ‘말’이라 부르는것과 달리 옛 도족이나 모족이 북방의 초원과 들판 

  을 누빌 때 타던 것은 ‘원주마’라 부르는것이었사옵니다. 원주마는 옛 노나라나 지 

  금의 문나라에서 기르는 말과는 달리 훨씬 굳세고 강렬합니다. 지금은 원주마도 북 

  방 유목지대에서 내려와 중원에서 살게 되면서 많이 이 지역에 맞게 길들여지긴 했 

  습니다만 옛 초원을 누비던 선조들의 기상만은 그대로 갖추고 있지요. ” 

 그러고는 그 증거라도 보여주겠다는 듯 직접 ‘원주마’라 불리는 말을 타보았다. 그리고 하인을 시켜 다른 원주마 한 마리도 꺼내게 하여 그것을 묘천에게 타도록 했다. 그리고 함께 원주마를 타고 집밖으로 벗어났다. 

 


 어차피 청하의 처소는 황궁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도시 중심가에 위치해 있으니 이 근방에 말을 빨리 달리게 하거나 그럴 필요가 있는 드넓은 들판이나 초원같은곳은 많지 않다. 다만 청하는 그래도 중심가에선 다소 떨어진 인적 드문곳까지 묘천과 함께 와서는 그곳에서 말을 달리는 것을 보여주었다. 원주마란 말이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는 이미 청하로부터 들었지만 청하의 말 다루는 기술이 묘천보다도 한수 위인지 묘천이 도무지 청하의 말 달리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저만치 달려가서 쉬고있는 청하가 있는곳에 기진한 원주마와 함께 묘천이 겨우겨우 도착할수 있었다. 그 모습이 재미있기라도 한지 청하가 파안대소하기까지 한다. 모처럼만에 느껴지는 해맑고 앳된 소녀의 모습이다. 

 “ 어떻습니까 묘천공 ? ” 

 “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공주 ? ” 

 “ 저와함께 이렇게 가끔 탁 트인곳에서 말을 달려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일생을 보 

  내시려지 않으시겠습니까 ? ” 

 “ 허어...글쎄요... ” 

 그러나 여전히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묘천. 청하가 그런 묘천에게 생긋이 웃으며 다가와본다. 너무 완강히 거부하는것도 실례가 될듯하고 청하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도 않아 살짝 곁을 내준 묘천. 청하가 그의 팔짱을 껴본다. 

 “ 여기는 또 어디입니까 ? ” 

 그렇게 말을 달려 또 어디론가에 도착했다. 어떤 건물이 하나 보였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대충 묘한 신령함이나 성스러운 분위기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청하는 이곳에서 묘천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그 안으로 들어갔다. 묘천이 별 생각없이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보려 했는데 갑자기 그 앞을 지키고있는 경비병으로 보이는자가 막았다. 

 “ 신녀님들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이 안에 들어가지 못하십니다. ” 

 그러고보니 경비병 같아보여 남자려니 생각했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여자였다. 그러고보면 남장여자인 셈인데 나이는 20대 초,중반 정도. 여하튼 너무 완강히 막아서는 그네들로 인해 묘천은 감히 그 안으로 들어갈 엄두도 못냈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건물안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 공주님께서 안에서 기다리십니다. ”  

 보니까 하얀 소복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는 젊은 여인. 묘천이 젊은 여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그러고보니 ‘공주’라고 한다면 당연히 계응태의 딸 청하공주를 말함일텐데 도무지 이곳이 어떤곳인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에서 묘천의 눈에 지금 자신을 안내하는 여인과 비슷한 하얀 소복같은 옷차림새의 젊은 여성들이 간간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저만치쯤엔 분위기는 좀 비슷하지만 아주 하얀소복 같은 그런 복장은 아닌 뭔가 점잖고 정갈한 복장을 하고있는 여인이 어린 여자애 대략 한 열댓명 정도를 인솔해 가는 것이 보였다. 그 여인은 어린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 신전에선 정숙해야한다고 선생님이 늘 가르쳐주었죠 ? ” 

 “ 네에... ” 

 여인의 말에 해맑게 대답하면서도 ‘실수’임을 깨달았는지 바로 입을 막기도 하는 어린 여자애들. 도무지 이곳이 어떤곳인가. 일단 무슨 신전 같아보이는 건물은 중앙문 이외에도 양옆으로 문이 있는데 중앙으론 못들어가는지 오른쪽에 있는 문으로 여인이 자신을 들어가게 했다. 들어가보니 석고로 만든듯한 거대한 석상 같은 것이 건물 맨 앞 한가운데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제단이나 제물 같은것도 보였다. 확실히 무슨 ‘신전’같은 곳 같아보이긴 한데 신전 건물 좌우로는 또 여러개의 방이 보였다. 지금 묘천을 안내하는곳과 반대편쪽 방에선 또 다른 여인의 인솔을 받으면서 대략 아까 그 어린아이들보다는 나이가 들어보이는 열댓명정도의 소녀들이 나와서 어디론가 가고있었다. 뭔가 책자나 필기구 같은 것을 들고 있는 것이 그야말로 ‘여학생’ 같은 분위기였고,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나이가 좀 든 소녀들이라서인지 무척이나 정숙하고 다소곳한 발걸음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한편 여인이 묘천을 안내한곳은 신전건물 뒤쪽에 있는 방이었다. 방까지 가는데는 약간 미로같은 통로를 좀 지나서 도착할수 있었는데 그곳에 있는 것이 다름아닌 청하공주였다. 그러고보니 그녀의 처소에서 봤을때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평상복 차람, 그리고 말을 탔을때의 선머슴이나 여전사 같은 옷차림새와는 또다른 분위기. 지금 묘천을 안내한 여인과 비슷한 하얀 소복같은 옷차림새였으나 조금 고급스러워 보이고 약간의 치장이나 장식이 더 되어있는것도 느껴졌다. 확실히 다른 하얀소복 여인들보다는 ‘윗자리’에 있는 여인이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는 분위기. 청하가 묘천을 보더니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 OO신녀님,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그만 나가보세요. ” 

 신녀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확실히 묘천을 안내한 여인은 이 신전건물의 일을 보는 여인중 하나가 분명해 보였고 아마 이런 광경을 묘천이 처음 보게되는것이란 짐작은 되어서인지 차분히 마치 초등학생이나 유치원 어린아이라도 가르치는 선생님 같은 말투로 입을 연다. 

 “ 도족의 신화에 대해선 들어보셨는지요 ? ” 

 “ 도족의 신화라뇨 ? 그건 또 무엇이오이까 ? ” 

 원명국이 도족과 모족이 힘을 합해 만든 열국시대 국가의 후속국이란 소리야 지금껏 수도없이 들었고 헌데 ‘도족의 신화’라는게 또 따로 있기라도 하다는 소린가. 그리고 도족과 모족이 힘을 합쳐 만든 나라라면서 어째서 모족의 신화는 없고 도족의 신화만 존재하는지 그것도 좀 의아해지긴 했지만 일단 청하는 차분하게 오래전 북방 유목민 시절부터 존재했다는 도족의 신화에 대해 들려준다. 

 “ 원래 저 북방 넓은 들판과 초원을 다스리는 ‘대지의 여신’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지의 여신은 오래전부터 북방의 유목민들에게 자유와 사랑 그리고 평화라는 가르 

  침을 전해주었고요 오늘날 도족의 정신이 ‘소통과 화합’이 된 이유도 그 대지의 여 

  신의 가르침의 영향이 큽니다. ” 

 대지의 여신이 실제 존재했던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전설이나 신화처럼 전해져 내려오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도족에게 오래전부터 그런 이야기가 존재했다는 소리다. 청하의 설명은 계속된다. 

 “ 도족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싸우면 대지의 여신은 화를내어 날씨를 궂게 하여  

  비바람이나 눈이 내리게 하고 도족이 화평하면 그땐 대지의 여신도 온화한 미소를 

  띠어 날씨를 화창하게 해준답니다. 그래서 도족은 오래전부터 비나 눈이 내리면 대 

  지의 여신의 노여움을 풀게하기 위해 그리고 날이 화평하면 그 화평함이 오래 지속 

  되게 하고 도족이 서로 싸우지 않고 화합하며 살아가는 시절을 위해 제사를 올리곤 

  했답니다. 그렇게 도족이 북방 유목민 시절부터 올린 ‘대지의 여신’에 대한 제사가  

  오늘날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신전...정확히는 ‘사당’이라고 불리 

  고 있습니다만 원명국 곳곳 주요한 도시에 이와같은 대지의 여신을 모시는 사당이 

  만들어져 있지요. ” 

 “ ...... ” 

 “ 원래 대지의 여신을 모시는 사당은 예전에는 오직 신께 제사만을 올리고 일반 도   

  족의 백성들이 소원을 빌며 기원을 하는 그런 시설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는 여인들 

  에게 교육을 시키는 그런 교육시설의 역할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원명국 아니 그  

  이전 경민국이나 성위,형가시절부터 그런 여인에 대한 교육기능을 담당하게 해서  

  대략 6-7세 정도 되는 여인에서부터 여인의 나이 17-18세가 될 때까지 약 11년 

  동안 주로 문자와 언어,역사,외국어 그 외 예도와 품성학 그리고 수예,요리,농사,목 

  축 그런것들을 가르치지요. 도족의 중류층 이상 계급의 여인들은 이곳 사당에서 그 

  런 10년의 교육과정을 밟게된답니다. ” 

 일종의 ‘학교’같은 기능을 종교시설이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 솔파행성 고대와 중세에 여성들에게 교육을 시켰는지 문제는 각 나라,민족 사정에 따라 천양지차다. - 헌데 대체 이런곳을 청하가 왜 자신에게 보여준다는 말인가. 일단 그녀의 설명은 좀 더 이어진다. 

 “ 도족이 사당에서 중류층 이상 여인들에게 이와같은 교육을 시키는 것은 대지의  

  여신의 피를 이어받은 도족의 정신과 명맥을 잇지않고 또한 대지의 여신의 성품 

  을 빼닮은 온전한 여인으로 성숙시키기 위함이지요. 저 역시 이 신전에서 10년 교 

  육과정을 거쳤고 지금은 원명국의 막내 공주로서 이 신전의 관리를 담당하는 제사 

  장과 교장의 역할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 

 나이 18세에 일국의 제사기능을 담당하는 제사장과 교육기능을 담당하는 교장의 기능까지 함께 맡고 있다는 청하. 첫날 그녀의 처소에서 보았던 그저 다소곳한 평범한 고대여성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라보이는 그런 느낌마저 받는다. 처음엔 그저 다소곳하고 수줍음 많은 어린 여성으로 보였고 선머슴같은 복장으로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릴때는 어떤 거친 냄새가 느껴지는 가운데서도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면 지금은 어떤 성스러움과 거룩함과 함께 지적인 풍모까지 느껴진다. 그야말로 팔색조의 매력이 느껴지는 청하공주라고나 할까.  

 


 원명국이 그 이전 도족이 세운 나라에서부터 쭉 종교시설인 신전에서 여성들의 교육도 함께 맡아왔는지 또는 그 제사장과 교장의 기능을 ‘황제의 딸’들이 맡아왔는지는 일일이 다 열거하기엔 사정이 복잡해 추후 다른 주제의 글에서 다시 논하기로 한다. 어쨌든 지금 원명국 12대 황제 계응태의 대에 이르러서는 후궁이 낳은 막내딸인 청하공주가 그 제사장과 교장의 기능을 18세 어린 나이에 담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헌데 그러고보면 계응태는 생각보다 큰 구상과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남문의 ‘적성단의 난’때 흩어진 반란세력 일부를 받아들이는 문제나 그중 제법 뛰어난 인재라고도 할 수 있는 무기창고 습격사건을 주도한 묘천을 거두어준것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그런 묘천을 자신의 막내딸 청하와 결혼시켜 사위로 맞을 생각을 하다니. 그저 단순히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신세가 되어버린 묘천에 대한 배려나 호의 혹은 그런 인재를 자신의 사위로 맡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 아무래도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는게 아닌가 묘천은 불현 듯 그런 의심이 들었다. 근본적으로 도족이 국가를 다스리는 철학은 ‘소통과 화합’이라고 했던가. 허나 근본적으로 노나라가 망조가 들었을 때 제일먼저 중원을 침략 노나라를 망하게 하고 그 영토를 빼앗고 심지어 원명국의 전신인 고흥국은 노나라의 잔류세력들이 피난을 가 만든 후속국가인 문나라마저 멸망시켜 지금의 척박한 지역까지 쫒겨가게 한 이들임을 생각하면 그들이 말하는 국가통치철학이라는 ‘소통과 화합’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소통과 화합인지 묘천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그리고 그런 소통과 화합 차원에서 ‘적성단의 난’을 주도한 잔당에 불과한 자신을 사위로 맞아들인다 ? 아무래도 뭔가 불순한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자꾸 들지 않을수 없었다. 

 묘천을 원명국의 황제나 공주가 실패한 이웃나라 ‘반란세력의 잔당’으로 보든 또는 ‘실패한 비운의 혁명아’로 보든 그거야 보는이에 따라 관점이 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 그것을 굳이 깊이 따지고 싶진 않다. 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부마가 되어달라는 원명국 황제의 제안은 받아들일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솔직히 청하공주라는 여인을 직접 만나보고 그녀의 이런저런 면모를 보니 그런대로 묘한 팔색조의 매력이 느껴지기도 해 그런 여인을 포기한다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묘천은 적어도 그런 사사로운 감정에 자신이 흔들릴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너는 옛 노나라 선현의 가르침을 복원하여 반드시 옛 노나라 땅을 회목하고 노나 

  라 옛 선현이 가르쳤던 이상국가를 반드시 실현해야 하느니라. ” 

 바로 그런 가르침을 6-7세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받아온 노윤(묘천)이 아니던가. 비록 그 옛 선현의 가르침은 이제 그 책자조차 다 뿔뿔이 흩어져 남아있지 않지만 적어도 노윤의 아버지 노승환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부간에 예를 다하고, 친구나 벗 사이에는 신의를 지켜야한다...’는 등의 다섯가지 계명이 옛 선현의 가르침이라 해서 지금껏 소중히 간직해오고 있었다. 게다가 옛 선현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후세들에게 가르칠 방도가 없음을 안타까와하며 옛 선현의 가르침인 계명과 관계된 일화를 각기 한 100가지 정도씩이라도 수집 책으로 내서 후세들을 가르칠 그런큰 구상도 하고 계셨던분이 노윤의 아버지 노승환이 아니던가. 헌데 그런 아버지의 가르침과 뜻을 이어가기는커녕 아버지의 젊은 후처가 불의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고 격분 그 후처는 물론 내연남까지 살해한 묘천. 아버지의 젊은 후처이자 어쨌든 자신에게는 새어머니뻘인 지민을 살해한 천하의 불효막심한 자식이 되어버렸고, 그 일이 한이 되었음인지 그 아버지조차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적성단의 난’이 실패 붙잡혔을 때 아버지의 옛 친구라는 이강윤으로부터 뒤늦게나마 소식을 듣게된 그런 묘천이다. 그때는 또 자신의 불효막심했던 처신에 대해 얼마나 통한의 눈물을 흘렸던가. 그런 몸인 자신이 더 이상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대체 청하공주며 계응태라는 이들 원명국 부녀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행여 그것이 노나라의 후신인 문나라를 또한번 욕보이려는 짓이라면 그것은 묘천이 더더욱 받아들일수 없는 일이다. - 다만 지금 남문의 땅은 워낙 척박한 지역이라 원명국은 옛 진대륙의 다른 지역이라면 모를까 현재 남문의 영토엔 별다른 욕심은 내지 않고 있었다. 여하튼 자신의 사위가 되어보지 않겠냐는 황제의 제안도 청하공주의 나름 진정성이 보여지던 언행도 도저히 자신이 받아들일수 없다고 판단을 한 묘천은 결국 아쉬움을 묻어둔채로 떠나기로 했다. 

 현재 묘천은 황제가 배려해줘서 일시적으로 청하공주의 처소에 머물고 있다. 아직 그녀와 혼인을 한다던가 그런 약속을 한것도 아니지만 적성단의 난 잔당으로 이런곳까지 와서 오갈데 없는 처지란걸 잘 아는 황제가 그 정도 배려는 해준 것이다. 다만 머무르는 방은 공주의 방과는 좀 떨어진곳에서 거처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마음의 결정을 내리길 바란 것이 황제의 마음이긴 하건만 묘천은 황제나 공주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심을 하고 있었다. 

 편지한통을 쓰고 떠나기로 했다. 행여 눈에 뜨이면 만류할것이 뻔하기에 밤시간에 편지를 쓰고 떠나는수밖에 없어 서둘러 편지를 정서(淨書)할 수밖에 없었다. 

 “ 공주님, 그리고 황제폐하께도 죄송한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마땅히 황제폐하 

  께도 따로 사죄와 양해의 편지를 올려야 할것이나 시간이 부족해 두통의 편지를 

  따로 쓸수가 없는 사정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중략) 많은 시간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만 옛 노나라의 정신과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어릴때부터 

  받아온 제가 옛 노나라를 멸망시킨 원수의 부족인 도족의 국가에 부마가 될수는 

  없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이미 아버지께 한번 불효한 몸으로 제 뼈와 살과 피를 

  물려준 나라마저 배반할 수는 없습니다. (중략) 이웃나라의 실패한 반란군 잔당에 

  불과한 저를 미천하다 하지 않으시고 호의를 베풀어주시며 분에 넘치는 제안까지 

  해 주신 은혜 백번 큰절을 올린다 한들 그 마음을 다 갚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영 

  원히 있지 않을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황제폐하의 그와같은 제안을 받아들일수 없 

  는 몸이란 점은 몇 번이나 고민을 해봐도 똑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습니 

  다. (중략) 공주님께선 잠시 가까이서 지켜본 몸이긴 하나 참으로 아름답고 지혜로 

  우시며 당차고 재기발랄한 매력넘치는 분이십니다. 충분히 얼마든지 좋은 배필을  

  맞이할수 있는 분이니 저같은 못난 것이 훌륭하신 공주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것 

  에 너무 서운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중략) 빨리 말을 달려 원명국을 떠나야 

  하는 것이 제 부득이한 처지가 되었는지라 말 한필의 손실을 내는 부득이한 처지만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떠나는 것이 눈에 뜨이면 반드시 폐하나 공주님께서 

  만류하실것이오 다른이들의 눈에 뜨여도 마찬가지일것이기에 부득이한 선택이었습 

  니다. 말 한필의 손실비용은 훗날에라도 청구하시면 언제든 갚아드릴터이니 너무  

  책망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럼 부디 건강하시기를 빌며 폐하와 공주님의 나라에 영 

  원한 국태민안을 빌며 이만 떠나겠습니다...(이하 생략) 

 편지에 쓴것처럼 기왕 떠나기로 결심한 것 하루라도 빨리 원명국을 떠나기 위해 마굿간의 그렇게 빨리 달리고 기술도 좋다는 ‘원주마’ 한 마리를 몰래 꺼냈다. 조심히 집밖으로 끌고 나가 바로 말을 탔다. 원주마가 자신을 훔쳐가는 묘천의 처지를 이해하기라도 하는지 울지도 않고 저항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빨리 공주의 처소에서 멀리 벗어날수가 있었다. 

 그후에도 묘천의 정처없는 방황은 계속되었다. 원명국을 떠난뒤에도 서량의 계족이 세운 나라라던가 페라민,타밀라,니그로족들이 세운 옛 진대륙에선 서쪽 남문에선 북쪽의 나라들까지 참으로 오랫동안 정처없는 방황을 계속했다. 한때 의성군이 병합을 고민하기도 했다는 에르크라던가 그보다 훨씬 먼 북서쪽이나 남서쪽 국가들까지 묘천의 유랑생활은 계속되었다. (* 그 이야기 다 쓰면 진짜 대하소설 열권 분량 나오기 때문에 생략한다. 창작지원금조로 누가 월 70만원씩 10년만 지원해주면 도전해볼 용의 있음. -.-) 

 3년 ? 혹은 5년 ?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정처없는 유랑생활을 계속 해야만 했던 묘천.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남문의 옛 영토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의성군은 그사이 결국 에르크에 편입이 되었는지 더 이상 남문의 땅이 아니었고, 사실 지금 남문은 그렇게 ‘적성단의 난’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쿠데타가 발생 변태,엽기,살육,식인 황제였던 7대 변종이 결국 폐위,살해되고 지금은 또다시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다. 새로운 나라를 세운이는 ‘제갈혹성’이란 자였는데 옛 ‘적성단의 난’을 진압하는 현묘한 계책을 내놓은 제갈량의 5촌조카가 되는이였다. 제갈혹성은 나라이름을 ‘오르트’라고 지었다. 

 그러나 묘천은 그동안 옛 남문에선 워낙 멀리 떨어진 지역과 나라를 중심으로 유랑생활을 거듭했기 때문에 그동안 남문땅에서 벌어진 일과 사정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다만 어쨌든 자신이 나고자란 고향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결과적으로 아버지한테 불효를 한 끔찍한 범죄를 짓고 달아난 죄책감때문에라도 옛 남문땅과 고향을 끝끝내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의성현은 지금은 어쨌든 이웃나라 에르크에 편입이 되었다고 하고 남문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시절(주(州) 자사의 장기간 공석)에 그런대로 개념있는 현령이 다스리고 있어서 무난하게 돌아가고 있던 마을. 그러나 이웃나라 에르크에 편입이 될것인가 아니면 반란세력인 적성단에 합류할것인가로 고민하던 그때가 어느덧 5-6년전의 일이다. 여하튼 지금은 의성현이 결국 에르크에 편입이 된 마당이니 그곳에 가보는 것이 별 의미는 없을 것 같고 바로 그 의성현에 진입하기 전에 잠시 머물렀던 좀 특이한 가족구성원을 이루고 살고있던 집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나이 칠순의 노인이 역병으로 다 죽기직전이 된 혼자몸인 어린 소녀를 후처로 맞아들여, 죽기직전의 어린 소녀를 구해주고 그렇게 나이많은 남편과 자신보다 나이많은 의붓아들 그렇게 세식구가 특이한 가족구성원을 이루고 살던 이들. 역병으로 가족을 다 잃고 오갈데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되어 다 죽게된 소녀를 그렇게라도 목숨이라도 부지하며 살아갈수 있게 해주는 것을 적선이라고 생각 어린 그녀를 거두어 나이 칠순의 늙은 남편이 그런대로 무척이나 귀여워해주고, 또 나이많은 40대 중년의 의붓아들일지언정 나이어린 새어머니를 그런대로 깍듯이 모시고 사는 그 특이한 집안. 한번 다시금 들러보고 싶었다. 사실 그때가 벌써 6년전이고, 무엇보다 그 이후 묘천이 의성현에 들렀다가 이후 적성단의 난에 가담하고 그 때문에 죽을고비에 이르렀다가 풀려나 원명국으로 달아나기까지가 한 1년여 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니 그렇게 도합 6년의 시간. 지금 그네들을 만난다 한들 하룻밤 잠시 묵었던 자신을 그들은 알아볼수나 있을련지 또 묘천 또한 그들 가족의 얼굴이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았으나 비록 아주 찢어지게 가난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외딴곳에 사는 집에 하룻밤 들르는 과객이 그리 많지도 않았을터이니 어쩌면 기억을 할수도 있겠다는 나름의 기대감을 가지고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주변 지리나 지형이 기억나는대로 한참 찾아가 보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때의 가족들을 다시 만날수가 있었다. 이철과 이혁 부자 그리고 여인의 이름은 진주라고 했던가. 바로 그 집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 했는데 그때 집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 뉘시오 ? ”  

 묻는 남자가 40대 중반쯤 되어보이는데 그 옆에 웬 어린아이가 있었다. ‘혹시 잘못 찾았나 ?’ 싶어 당황하는데 뒤이어 집안에서 또다른 젊은 여인이 나왔다. 그동안 6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그때의 어린 진주라는 소녀도 지금은 한 20대 중반 정도는 되었을텐데 나이는 거진 맞아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의 얼굴을 기억 못하는 것 아닌가 싶어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말을 건네보았다. 그러자 남자가 결국 묘천을 기억해내는 듯 했다. 

 “ 아, 그럼 당신이 그때 그 ? ” 

 아무래도 이런 외진곳에 하룻밤 묵어가는 과객이 그리 많지는 않을터이니 6년전 일이지만 아주 잊지는 않았나보다. 간단하게 요기라도 하시라고 끼니를 내어놓는 남자와 젊은여자. 그러고보니 살림이 이전보다 좀 나아보인다는 느낌도 들고, 여하튼 남자가 이와같이 그간의 일을 전해주었다. 

 “ 아버님께서는 이미 3년전에 돌아가셨고...그리고... ” 

 그리고는 좀 쑥스러운 듯 어린아이를 가리키며 이철이 설명을 덧붙인다. 

 “ 아버님과 새어머니 사이에 결국 자손을 하나 더 보았습니다. 그러니 제게는 40살 

  이나 터울이 지는 이복동생이 되는 셈이지요. ” 

 그 말에 진주가 더 수줍고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여하튼 둘이 함께 나름 정성들여 손님을 대접할 저녁상을 준비하는 모습은 먼발치에서 보면 되려 그네들이 다정한 부부같아 보일 지경이었다. 이철의 아버지 이혁 노인은 3년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고 그리고 묘천이 이 집에 하룻밤 묵었던 것이 6년전 일이니 아이가 지금 4-5세 정도가 되었다면 무슨 부적절한 일이라도 벌어지지 않는한 그 아이는 확실히 그 이혁노인의 아이가 맞다. 놀린다기 보다는 진심으로 감탄이 되어 묘천이 이와같이 말한다. 

 “ 어르신께서 그래도 참 노익장을 발휘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많은 연세 

  에 이런 자손까지 하나 더 보셨으니 말입니다. ” 

 “ 하하...선생님도 참... ” 

 대충 사는모습을 보니 여전히 그렇게 이철과 진주가 함께 유기를 만들어 파는 그런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듯 했다. 유기를 만드는 일은 주로 이철과 유기가 하고있고 그리고 장사는 이철이 직접 보따리를 싸서 인근지역으로 가 장사를 하는데 다만 그때와는 변동된 상황이 있다고 했다. 

 “ 그...예전 의성현이 에르크로 편입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그 에르크라는 나라에는  

  좋은 유기나 그릇 따위가 잘 없나봅니다. 그래서 제가 손수 그리로 가 제가 만든  

  유기를 팔고 있지요.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잘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 

 “ 아, 그래서 이렇게 이전에 비해 살림이 나아보이는군요. ” 

 우선 6년전처럼 하룻밤 묵어가겠다고 했을 때 별다른 망설이는 기색이 없이 하룻밤 끼니를 바로 대접해 내기도 했고 세간이나 옷차림새도 이전보다 나아져있는게 느껴졌는데 그 곡절이 그와같았다. 불과 6년전까지만 해도 유기라도 좀 만들어 인근지역 형편이 되는곳에 팔아 생계나 겨우 유지하던 그런 집이 인근 지리가 바뀌면서 품질좋은 유기를 다량으로 원하는곳이 생겨 그곳이 이들에게 주 수입원이 된 셈이다. 이철은 주로 에르크 지역에 손수 유기를 팔러 나가고 그러면 진주는 이혁노인과의 사이에 낳은 아이를 집에서 돌보며 그렇게 이들은 살아가고 있는 듯 했다. 아침이 되면 진주는 이런식으로 배웅을 한다. 

 “ 안녕히 다녀오셔요 아드님. ” 

 스무살이나 어린 여자라서 6년전만 해도 어색해서 이런 호칭하나 제대로 못 붙이는 것 같은데 이젠 제법 너스레라도 생겼는지 그와같이 말하고 진주에게서 그런 말을 든는 이철도 기분이 과히 나쁘진 않은지 함박웃음이 된다. 비록 정상적인 가족구성원은 아니라고 해도 그런대로 생계수단을 유지하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이 훈훈하게 느껴졌다. 

 하룻밤을 그곳에 머물고 묘천은 이제 자신이 옛날 살던 집으로 돌아가볼 생각을 했다. 아버님께 씻을수 없는 불효와 상처를 남기고 떠났던 집. 그 집을 떠난게 벌써 10년전 일이다. 남문의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게 3-4년의 일이고 ‘적성단의 난’에 가담한뒤 이웃 연명국으로 피신 이후에는 주로 이웃국가를 떠돈게 5-6년의 시간이다. 실로 10년만에 돌아와본 집. 아버지는 자신이 그렇게 집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니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을집. 혹시 다른이들이 와서 살거나 그 집을 차지하지 않았다면 10년동안 빈집이 되어있을터였다. 

 막상 돌아와보니 기가막혔다. 차라리 그 사이 다른이들이 들어와 사는 집이 되어버렸다면 충격과 실망감이 덜 했을까. 10년동안 아무도 살지않고 들르지 않아 이미 다 쓰러진 폐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걸 복원을 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눈앞이 캄캄해졌다. 새삼 그런 엄청난짓을 저지르고 아무생각없이 집을 떠난 것이 후회도 되었다. 차라리 그때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모든 것을 자백하고 용서를 빌었다면 아버지는 이해해주셨을까. 또는 이후의 자신의 인생은 다른길을 갈수 있었을까. 오만가지 복잡한 생각이 다 들었다. 

 한번 지민을 내던졌던 우물로 가 보았다. 그 우물 역시 10년동안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을테니 우물이고 시체고 다 썩어 있을테니. 그때 지민의 시체는 우물에 내던지고 내연남은 뒤뜰에 묻어버렸는데 내연남은 둘째치고라도 아버지의 젊은 후처 시신이라도 이제사 다시 수습하고 싶었다. 

 헌데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민 시신이 깔끔한 모습 그대로 건져진 것이었다.  물론 10년전에 죽은이니 지금 다시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하고 10년전 그렇게 우물에 내던진 시신이 무슨 기적인지 조화인지 10년전 20대 중반의 미모를 그대로 간직한채 그대로 발견된 것이다. 그때 묘천이 옷을 모조리 발가벗겨 내던졌으니 그 매끄러운 몸매도 그대로 유지한채로. 

 묘천이 그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부짖었다. 솔직히 지민에 대해 무슨 연모의 감정같은 것은 가져본적도 없고 다만 아버지가 늘그막에 맞이한 젊은 후처이니 존중은 해드려야겠다는 아버지에 대한 한가닥 작은 효심으로 그렇게 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런 젊은여자가 내연남과 그따위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니. 도저히 한때의 격분을 이길수가 없어 충동적으로 벌인일. 그리고 그 일이 발단이 되어 묘천은 지금까지 10년 넘은 유랑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혹시 한맺힌 시신은 썩지 않는다는 확인되지 않은 속설이 있는데 지민의 시신이 썩지 않은것도 그런 곡절인걸까. 솔파의 과학기술이 더 발달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규명하기 쉽지 않을터이고 인근 야산에 그녀를 고이 묻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폐허가 된 집을 다시 정리정돈하기로 했다. 

 10년동안 아무도 돌보지 않은집은 그대신 빈집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정처없이 떠도는 부랑자나 거렁뱅이가 이따금 들어와 하루이틀 묵거나 자신들끼리 술이라도 한잔 했는지 먹다남은 음식찌꺼기며 술병 따위가 여기저기 굴러다니기까지 했다. 여하튼 버릴 것은 버리고 치울 것은 치우고 한두달여 시간 그렇게 정성들여 청소도 하고 수리도 해서 이전과 같은 집의 형태로 100% 복원은 불가능하더라도 어느정도 깔끔한 정돈작업을 마무리할수 있었다. 

 “ 얘들아, 이리좀 온. 아저씨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까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노윤이 그런식으로 인근의 어린 아이들을 불러들였다. 이젠 더 이상 묘천이란 가명을 쓸 이유도 없어 다시 예전의 이름 노윤을 다시 쓰고 있는 그. 무엇보다 옛 노나라 정신과 명맥을 잇는다는 선비집안 노승환의 아들인 자신의 정체성만은 분명히 하고 싶었다. 

 사실 이제 여기는 새로 생겼다는 ‘오르트’란 나라도 여기까진 관리하기 쉽지 않아서인지 그네들도 여기까진 특별히 행정력을 발휘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은 일종의 ‘무정부지역’이나 해방구처럼 되어서 다만 질서나 치안유지에 필요한 ‘자치규찰대’내지 ‘감찰단’ 정도만 자체적으로 조성하여 유지하는 그런식의 지역이 되어버렸다. 그런곳에서 노윤은 인근의 어린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며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였다. 

 사실 노윤은 지금까지 세상을 떠돌며 접하게된 많은 사례들을 엮어 새로운 ‘이야기책’으로 만들었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부간에는 예의를 다 지키고, 벗이나 동료간에는 신의가 있을것이며, 약하거나 죄없는 생명을 함부로 해치지 않는다.’는 노나라 옛 선현이 만들어 노나라 국가통치철학으로 존재했다는 다섯가지 계율. 비록 옛 선현이 쓴 열권분량의 경전은 다 흩어지고 없지만 대신 아버지의 뜻에 따라 ‘다섯가지 계율’과 관련한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두 묶어 수집하여 책으로 엮는 작업을 요즘 노윤은 하고있는 것이다. 한가지 계율마다 대략 100가지 정도의 사례를 수집하면 다섯가지 계율과 관련된 사례들은 모두 500가지도 넘을터. 그 정도면 충분히 옛 노나라 선현의 열권짜리 경전을 대신할만한 그런 훌륭한 교재가 될수 있을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러게 수집한 사례를 책으로 엮어 그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후세를 위한 가르침’이라고 해서 동네 어린아이들을 불러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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