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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레드벨벳 조이 (12)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평행우주 이야기 – 5. 백팔기 

 


 “ 무엇이야 ? 병주자사 이만기 장군마저 전사했다고 ??? ” 

 아무리 살육에 식인까지 일삼는 변태,싸이코 황제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신임해서 손수 자사벼슬까지 내려준 그래서 더더욱 자신에게 충성을 아끼지 않던 그런 측근이 전사했다니 막장황제 변종도 통한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적성단이 진주와 홍주는 물론 황도와 인접한 병주까지 손에 넣었다고 하니 엄청난 위기감에 빠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황도의 무기창고는 묘천이 기습부대가 급습하여 불을 내서 폭파시켜버렸으니 화력은 이미 무력화 되었고 아무리 황도를 지키는 500여 병사들이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정예병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1천명을 훨씬 상회하는 숫자로 세력이 불어난 적성단에 맞서 제대로 싸울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정말 이대로 남문이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황제는 물론 대소신료들도 충격과 불안감에 휩싸여있는 가운데 내무총관 우창기가 아뢴다. 

 “ 폐하, 차라리 제갈량을 부르시는게 어떠하올지요. ” 

 “ 제갈량 ??? 제갈량이라니 ??? ” 

 난데없이 들어보는 제갈량이란 이름에 어리둥절해진 황제. 우창기가 부연설명을 해준다. 

 “ 황도에서 10여km 떨어진곳에 사는 선비이며 학자인데 아주 대단한자라 들었사 

  옵니다. 특히 오래전 열국시대부터 지금까지 존재했던 수많은 전쟁들을 분석,연구 

  하여 스스로 병법서까지 짓고있는 그런자라 들었습니다. 문성청(文成廳)의 벽진태 

  사(碧進太師) 이강윤이 오래전부터 제갈량과 교류하고 있다고 들어 저도 그를 몇  

  번 만나본적이 있사옵니다. 과시 이 시대에 보기드문 병법과 계책을 지닌 인물로 

  폐하께서 그를 중용하신다면 능히 적성단을 깨트릴 계책을 내놓을만한 그런 능력 

  을 가진자이옵니다. ” 

 문성청(文成廳)은 남문 초창기때 만들어진 주로 덕망있고 학식높은 신하들을 중심으로 문예와 교육,의전,예법과 관련된 자문역할을 맡는 자문기구다. 문성청에 속하게 되는 신하들은 그 학식과 인품의 정도에 따라 태사(太師),대사(大師),현사(賢師)등으로 불렸다. 보통은 각자의 출신지나 아호를 따서 OO태사.OO대사 이런식으로 불렸고 이강윤은 출신이 벽진군이라 역시 그 출신지를 따 현재 ‘벽진태사’라 불리고 있다. 문성청은 초창기때는 주로 원로나 학식,덕망이 높은 신하들로 구성이 된 ‘원로자문’역할을 하던 기구였고 한때는 그 인원이 20-30명 정도에 달했으나 지금은 남문이 엉망이 된 이후로는 문성청에 속해있는 원로중신이 열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문성청에서 태사나 대사로 있는이들도 나라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황제의 눈밖에 나고 싶지는 않고 벼슬자리도 유지하고 싶어서 자리만 보존하고 있는 일종의 ‘기회주의자’ 성격이 강한 그런이들만 남아있는 상태다. 따라서 현재 문성청에 있다는 벽진태사 이강윤도 그런 부류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래도 딴에는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있어서 나라를 바로 잡을만한 그런 선비나 지사를 손수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하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마침 만난 것이 황도에서 그리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 사는 제갈량이란 인물이었다. 옛 노나라의 정신을 이어간다는 선비나 지사일수록 남문이 막장이 되면서 가급적 남문 황실과 조정에선 멀어지려 하거나 벼슬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제갈량은 딴에는 훗날을 대비하기 위함인지 젊은시절부터 옛 열국시대의 전쟁터등을 누비며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전쟁들에 대한 자료나 증언들을 수집 책자로 엮고 있었던 것이다. 우창기는 그런 제갈량이란 자에 대해 이강윤을 통해 소문을 들은바 있고 직접 만나본적도 있어 나름 신통한 병법을 가진자라고 생각해 이런 급한때에 그나마 도움을 청할만한 인물이라 생각 추천을 한 것이다. 

 “ 알겠소. 우선 그 제갈량이란 자부터 어서 불러들이시오. ” 

 난생처음 들어보는 제갈량이란 이름에 황제는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지금 어차피 찬밥,더운밥 가릴만큼 한가한 처지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는 황제라서 서둘러 제갈량을 맞이하도록 한 것이다. 우창기는 황제의 명을 받아 제갈량을 직접 만나러 갔다. 

 우창기가 말한것처럼 제갈량은 황도에서 대략 10여키로 떨어진곳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서 손수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집도 작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삼시세끼 굶지는 않고 겨우 연명하는 평범한 백성 수준의 살림살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제갈량은 조정에서 그런 중신들이 찾아왔다는 말에 정중히 그들을 맞이했다. 

 “ 나라에서 큰일을 하시는 이런 지체높은 분들께서 어찌 저같은 보잘것없는 선비를 

  찾아오셨습니까. ” 

 “ 지금 한가하게 그런 예의섞인 덕담이나 주고받을떄가 아니오. 선생께서도 지금 남 

  문이 누란의 위기에 빠져있다는 것은 모르지 않으실 것 아니오 ? ” 

 적성단이 어느덧 황도 가까이까지 진격해 왔다는 소문은 제갈량도 대충 들었다. 제갈량이 나름 한 동네에 사는 이웃 백성들의 민심을 살펴보니 한 반정도는 그래도 적성단이란 새롭게 일어나는 세력이 어떤 기대를 하는 눈치였고 그래도 반란세력이란 점에서 나라가 더 한바탕 어지러워지는 것 아니냐 하며 더 불안해하는 이들도 절반정도 되었다. 이렇게 기대와 불안감이 반반씩 뒤섞인 정서를 몸소 살펴보기도 했던 제갈량. 한숨을 섞으며 이강윤,우창기와 마주한 자리에서 말한다. 

 “ 듣기로는 황도의 무기창고마저 다 파괴되어 쓸 수 있는 무기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만... ” 

 “ 지금 쓸 수 있는 병력은 황도를 지키는 500명의 보병이 전부요. 아무리 그들이 고 

  도의 훈련을 받은 정예병이라 하더라도 이미 천수백명에 달하는 적성단의 무리에  

  맞서 싸우기엔 한계가 있소. ” 

 “ 일단 한번 가봅시다.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있다는데 아무리 게으른 선비라 

  고 하나 뒷짐지고 구경만 할 수는 없는일이지요. 일단 황제폐하를 알현하러 가보십 

  시다. ” 

 아무리 그래도 남문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하고 있었음인지 도움을 주기로 결정한 제갈량. 함께 조정으로 가서 황제를 알현했고 그리고 내무총관 우창기, 병무총관 이택석과 함께 구체적으로 대책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 헌데 무기창고를 파괴한 범인이나 단서는 잡았나요 ? ” 

 “ 처음엔 그저 단순사고라고 생각했는데 일이 이 지경이 된 이상 적성단 반란세력 

  과도 관련이 있는 일인지 조사는 진행중이오. 허나 아직 마땅한 단서는 찾지 못하 

  였소이다. ” 

 무엇보다 묘천과 기습부대는 원래는 그대로 황궁을 습격할 생각이었으나 아지태가 뜻하지 않게 먼저 반란을 일으켜 그쪽으로 복귀해버린 상태. 따라서 황도의 무기창고를 파괴한 범인을 잡기도 불가능해졌다. 제갈량은 고민에 빠졌다. 

 “ 우리는 500명의 보병뿐이고 적은 천수백명이나 되는 무리들이 이미 황도 턱밑까 

  지 압박해오고 있소. 적은 병사로 큰 세력을 치기 위해선... ” 

 “ ...... ” 

 “ 아무래도 이간책을 써서 저들사이에 내분이 일어나게 하는수밖에 없는데... ” 

 


 제갈량은 자신이 직접 적성단의 대표격으로 1천여 무리를 이끌고 황도 인근까지 온 아지태와의 대화를 제안했다. 아지태측은 제갈량이 무명인사이긴 했지만 그저 황제쪽에서 보내는 칙사 정도로 생각하고 어쨌든 황실이 자신들과 대화의지는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만남제안에 응했다. 제갈량이 아지태의 진지로 직접 찾아와 이루어진 대화. 제갈량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소수의 호위무사만을 대동한채 아지태를 찾아온 것이다. 

 “ 그래, 우리와 무슨 대화를 하고 싶다는것이오 ? ” 

 “ 그보다는 제가 아지태 선생께 하나 여쭤보고 싶은게 있소이다. ” 

 “ 무엇을말이오 ? ” 

 “ 지금 적성단의 기세가 그야말로 황도를 당장이라도 점령할 듯 하늘을 찌를 것 같 

  은데 정말 이대로 남문을 무너뜨릴 생각인지 아니면 황제를 바꾸거나 아니면 조정 

  에서 적성단측의 요구만 몇가지 들어주면 그 정도 선에서 물러날 생각인것인지 아 

  지태 선생의 의도를 묻고자 하는것이외다. ” 

 사실 아지태는 다소 고민에 빠져있었다. 애초 적성단을 결성한 두령 김준은 생각보다 권력의지는 약해보였다. 실제 김준은 막상 사태가 커지자 적성단을 이끄는일에 그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따라서 아지태가 사실상 적성단을 비롯한 천수백여 군사를 진두지휘하는 그런 상황이 되어있었다. 오히려 남문을 무너뜨리고 차라리 새로운 세상을 열자는식의 이야기는 묘천이라든가 나중에 합류한이들에게서 더 그런 의견이 나왔다. 허나 묘천의 경우엔 애초부터 황도를 어찌 공략할지 하는 문제에서부터 아지태와 부딪혔던 사이라 아지태는 묘천을 불편해하고 있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진주,홍주의 산적,야적떼를 합류시켜 홍주는 물론 병주까지 공략하고 황도 앞까지 쳐들어온 아지태의 군사들. 이후의 행보를 어찌해야할지 아지태는 솔직히 고민중이었다. 

 “ 그보다 한번 저와 손을 잡아보시는건 어떻겠소 ? ” 

 “ 손을 잡자니 그게 무슨소리요 ? ” 

 아지태는 아직까지도 제갈량을 남문 황제가 보낸 칙사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헌데 그런 제갈량의 입에서 손을 잡자는 소리가 나오니 크게 놀랄 수밖에 없을터. 제갈량의 말이 이어진다. 

 “ 사실 난 남문의 벼슬아치도 아니고 나 역시 남문이 엉망이 되면서 황실과 조정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지 오래된몸이오. 그래서 차라리 막장황제 치세가 어느덧 4대  

  4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 남문을 무너뜨리고 백성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만 

  한 그런 나라를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그 구상을 해왔던터요. 어떻소 아지태 선생 

  ? 나와 함께 손을 잡아보지 않겠소 ? ” 

 “ 제갈선생께 그럼 어떤 대안이라도 있다는 말씀이시오 ? 남문을 무너뜨린뒤 새로운 

  황제라도 세울만한 그런 대안이 ? ” 

 김준이 권력의지가 없어보이고 동승이나 묘천등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주장을 하는 이들은 아지태와 불편한 관계라 고민하고 있던 아지태. 그래서 제갈량의 제안이 새로운 대안에 될수도 있겠다 싶어 귀가 솔깃해졌다. 제갈량의 말이 이어진다. 

 “ 실은 나는 북문 마지막 황제의 10대손이 되는 송림이라는 이와 오래전부터 교류해 

  오고 있었소. (* 북문과 남문 황실은 성씨가 다르다.) 학식과 덕망을 두루 갖추었고 

  또 나름의 철학도 있어서 한 나라를 다스릴만한 왕재로 손색이 없소. 그러니 차라 

  리 나와 손을 잡고 남문 황실을 무너뜨리고 송림공을 새 황제로 세워 백성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새로운 나라를 건설해봅시다. 어떻소 내 제안이 ? ” 

 제갈량의 진심인지 아니면 아지태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려는 계략인지 알수 없었지만 일단 아지태는 제갈량의 제안에 이미 귀가 솔깃해져 있었다. 묘천이니 뭐니 잔뜩이나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이들이 많은 상태에서 이 제갈량이란 자와 손을 잡는다면 어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수도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든 것이다. 아지태는 일단 확실히 제갈량의 제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제갈량이 이와같이 물었다. 

 “ 헌데 내가 진짜로 궁금한 것이 하나 있소. ” 

 “ 무엇이말이오 ? ” 

 “ 적성단의 반란이 있기전에 황도에는 황도의 대포며 화약을 모아둔 무기창고가 폭 

  발하는 사고가 있었소. 처음엔 조정은 단순 사고려니 생각했으나 한곳도 아닌 세 

  곳의 창고에서 동시에 폭발사고가 일어났고 때마침 적성단의 반란까지 일어나 아무 

  래도 관련이 있는 사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참이오. 대체 어찌된 일이오 

  ? 혹여 황도의 무기창고를 폭파시킨것도 적성단의 계략이오 ? 황도의 화력을 무력 

  화 시킨뒤에 단숨에 황도를 점령해버리기 위한 ? ” 

 아지태는 고민하다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히기로 했다. 어쩌면 눈엣가시같은 묘천 문제를 해결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 사실 그 일은 적성단에 뒤늦게 합류한 묘천이란 자가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단 

  적으로 처리한일이오. 내가 너무 무모한 작전이고 실패할시 뒷감당이 쉽지 않다며 

  그리 만류했건만...허나 일이 이미 그렇게 벌어진 이상 어찌하겠소 ? 그래서 그냥  

  이대로 반란을 일으키기로 결심하고 세력을 규합하여 여기까지 오게된것이지요. 

 ”  

 “ 그럼 차라리 잘되었네요. ” 

 의아해하는 아지태를 보며 제갈량이 빙긋이 웃는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묘천이란자를 내게 넘기시오. 황도를 습격하여 무기창고를 폭파시킨 대역무도한 

  자로 황제께 끌고 가겠소이다. ” 

 “ 뭐요 ? ” 

 손을 잡자고 하고선 이번엔 묘천을 넘기면 자신이 대역죄를 물어 황제에게 끌고가겠다니. 이건 또 무슨소린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제갈량이란 자의 속내는 알수가 없어 아지태는 혼란스럽기만 한데 그런 아지태를 보며 제갈량이 차분히 설명을 덧붙여준다. 

 “ 묘천정도 되는자를 황제께 끌고가야만 황제가 나에대한 의심을 하지 않을 것 아니 

  오. 또 나는 그런대로 적성단의 반란을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운 모양새가 되는 것 

  이고... ” 

 “ 대체 뭘 어찌하겠다는것이오 ? ” 

 “ 내가 황궁에서 묘천의 문제를 처리하고 있는동안 아지태공은 적성단 108 호걸을 

  이끌고 황성의 남동쪽 성문으로 오시오. 그럼 내가 부하들을 시켜 남동쪽 성문을 

  활짝 열어 그대들 108 호걸을 맞아드리리다. ” 

 “ 헌데 왜 하필 남동쪽 성문이오 ? ” 

 “ 남동쪽 성문은 예부터 지방으로 파견되는 관리나 출장을 가는 신하들, 혹은 장사 

  를 하러 오가는 자들이 많이 드나드는곳이라 도로가 잘 발달되어있소. 황도까지 바 

  로 진격해갈수 있는 일직선 도로가 쫙 깔려있다 그말이외다. 그렇게 백팔호걸이 황 

  성 남동쪽문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내 수레와 마차를 잔뜩 준비하여 백팔호걸들이  

  그 수레와 마차를 타고 바로 황궁으로 진격해올수 있도록 도와드리리다. 내가 그대 

  들 길안내자가 되어주겠다 그 말이오. ” 

 묘천을 먼저 황도의 무기창고를 습격한 죄를 물어 제갈량에게 넘겨 황제에게 끌고간뒤 황궁에서 묘천의 처리문제로 논의가 시작되면 그 시간동안 제갈량이 황성의 남동쪽 문을 열어 백팔호걸이 모두 들어오게 하여 바로 황성으로 진격할수 있도록 해주겠다. 그런대로 괜찮고 귀가 솔깃해지는 계책이 아닐수가 없었다. 아지태도 나름 지략이 있는 몸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제갈량이란 자는 한수 위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 정도인데 그러나 아직 풀리지 않는 의심이 있어 다시금 아지태가 묻는다. 

 “ 헌데 왜 하필 적성단 백팔호걸만 그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는것이오 ? 우리 군사 

  는 이미 천수백이 넘소. ” 

 “ 남문 황실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운 1등공로를 적성단 백팔호걸이 차지 

  하게 하려고 기회를 주는것이오. 내 마음을 그리 모르시겠소 ? 나중에 합류한 OO 

  적이니, OO단이니 하는 이런저런 떨거지 야적단,산적단 출신이나 병주나 홍주등에 

  서 얼떨결에 합류한 관군이나 백성들이 백팔호걸과 똑같은 공신이 되면 백팔호걸이 

  억울하지 않겠소 ? 적성단 시절부터 의리로 똘똘뭉친 그런 백팔호걸이라고 하니 내 

  그대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는 1등공신이 될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해 

  드리겠다는 것인데 내 마음을 그리도 모르시겠소 ? ” 

 “ 대체 제갈선생께서 우리 적성단에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오 ? ” 

 “ 나 역시 남문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소. 나는 오래전부터 옛 열 

  국쟁패시절의 중원땅등을 누비며 그 시절에 있었던 전쟁,전란등과 관련된 다양한  

  기록과 증언을 수집해온 자요. 그러면서 그렇게 모아놓은 전쟁과 전란의 자료를  

  중심으로 내 이름으로 된 병법서를 낼 생각으로도 있소. - 제목은 일시적으로 ‘제 

  갈병법’이라 생각해 두기도 했소만... - 여하튼 남문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 구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 말이오. 사정만 괜찮았다면 나도 일찌감치 

  아마 적성단에 합류했을 그런자외다. 그런데 사정도 있고 거리도 있어 뜻을 같이 

  하지 못했을뿐...그러나 이렇게 말로만 듣던 적성단 백팔호걸을 마주하게 되니 내 

  어찌 그분들게 공을 세울 기회를 드리지 않을수 있겠소 ?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 

  적성단 백팔호걸에 관심을 기울이는것이니 내 진심을 믿어주시면 고맙겠소이다. ”  

 


 제갈량의 제안에 넘어간 아지태는 그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일경이라는 부장을 불러서 5-6명 정도의 병사로 묘천의 처소를 급습하기로 했다. 아지태와 비록 불편한 관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같이 거사를 도모하는 처지에서 설마 무슨일이야 있겠냐고 방심하고 있던 묘천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 뭐...뭐야 네X들은 ? ” 

 방비하나 하지 않은채 자신의 방에서 깊은잠에 빠져있던 묘천은 아지태가 보낸 일경과 병사들에게 바로 체포되었고 병사들에 꽁꽁묶인 묘천은 기가막히기만 했다. 자신을 붙잡은 병사중 자신이 알아볼수 있는 이도 한둘 있어서 그래서 묘천은 이 상황이 더더욱 이해안가고 황당하기만 했다. 

 “ 도대체 무슨짓들이야 ? 이게 대체...너희들 대체 무슨짓을 벌이고 있는게야 ? ” 

 “ 잔소리말고 가만히 있어.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조용히 있는게 좋을게다. ” 

 “ 뭐...뭐라구 ??? ” 

 묘천이 적성단에 합류한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적성단 내에서 딱히 어떤 간부같은 직책을 맡고 있는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황도 기습작전때 20여인의 적성단원을 직접 부린적도 있는 몸인데 그런 자신한테 말단 병사들이 대놓고 반말을 하는 모습. 대체 이 상황을 자신이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병사들이 묘천을 처소에서 끌고 나왔을 때 아지태가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마지막 가는길에 얼굴이나 한번 봅시도 묘천선생. ” 

 “ 아지태... ” 

 설마 아지태가 고작 개인적인 감정으로 자신에게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인단 말인가. 그렇게 상황을 판단해보니 더더욱 기가막히고 어처구니없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나름 아지태를 설득해보고자 한마디 했다. 

 “ 아지태선생. 이건 실수하시는거요. 잘 생각해보시오. 이제 거사가 거의 성공직전 

  이고 황도가 눈앞인데 그런 상황에서 이런 내분을 일으키다뇨 ? 모두가 합심해서 

  황도로 진격해도 모자랄판에...이럴수는 없는것이오이다. ” 

 “ 닥쳐 !!! 난 처음부터 네X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네 독단으로 기습작전 

  인지 뭔지를 실행했을때부터 우린 같이갈수 없는 사이임을 깨달았어. 어차피 처리 

  해야할일을 조금 더 일찍 처리하는 것 뿐이니 그리알고 조용히 있거라. ” 

 “ 아지태... ” 

 묘천은 절망스러운 심정에 고개를 떨궜고 아지태는 묘천을 체포한 병사들과 함께 그를 제갈량에게 인도했다. 아직 제갈량이 누구인지조차 알길이 없는 묘천으로선 그래서 이 상황이 더더욱 이해 안갔다. 

 “ 죄인을 압송하라. ” 

 그때까지 적성단의 진영에 머물고 있던 제갈량은 아지태와 수하들이 묘천을 끌고오자 그를 미리 준비해온 수레에 태웠다. 편의상 일단 수레를 준비한것뿐 사실상 죄인을 압송해가는 길이다. 커다란 검은 두건을 묘천의 얼굴에 씌우고 그리고 두 팔과 다리를 모두 꽁꽁묶어 도무지 도망을 칠수도 허튼수작도 부릴수도 없게 만들어버린 제갈량. 묘천은 그제서야 모든 상황이 파악되는지 이를 갈았다. 아니, 이를 가는 것 정도가 아니라 하늘을 우러르며 대성통곡을 해도 모자랄판인 심정이었다. 

 “ 아지태...네X이 이런 배신을 하다니...도대체 무슨 생각으로...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짓을 벌이고 있는것이냐. ” 

 황도로 압송되면서도 아지태가 벌인 엄청난짓에 너무나 절망스러운 감정에 빠지는 묘천. 무엇보다 이대로 황도로 끌려가면 자신의 목숨을 부지할수 없을것이란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일 아닌가. 이런식으로 마무리가 되다니. 생각해보면 애초에 아버지 노승환의 젊은 후처가 내연남과 흉계를 꾸미는 모습을 목격하고 격분 그 둘을 충동적으로 살해하고 집을 떠난뒤 실로 오랜시간이 흘렀다. 남문의 이곳저곳을 정처없이 떠돌며 백성들의 피폐한 사는모습도 지켜보았고 도적떼에 붙잡히기도 했고 사이비 점쟁이를 만나보기도 하는등 별일을 다 겪었던 묘천이다. 그러다 뜻하지않게 적성단에 합류하여 차라리 남문을 무너뜨리고 옛 노나라의 이상을 구현할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의지에 불타기도 했는데, 그 계획이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지고 자신조차 목숨을 부지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다니. 한 지성체의 삶이 어떻게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수가 있는가. 그 생각에 묘천은 막막하고 허망해지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 O월 O일 O시에 황도 동남문으로 108 호걸을 데리고 오시오. 그럼 내가 부하를 

  시켜 성문을 열고 그대들을 맞이하리다. ” 

 묘천을 데리고 떠나면서 제갈량은 아지태에게 은밀히 그렇게 일러두기도 했다. 허나 지금 아지태는 제갈량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제갈랑은 황도의 동남쪽 문이 황궁으로 바로 직선으로 연결되는 도로와 연결되어 있어 그쪽에서 진격하면 빠른 속도로 황궁에 도착 바로 궁궐을 장악할수 있을것이라 말했지만 사실 그것은 거짓말이다. 황성의 동남쪽 문은 황궁까지 직선거리로 연결되어 있기는커녕, 사방이 막혀있는곳이다. 그러나 그런 구체적인 황도내 지리를 알턱없는 아지태의 무리들은 순진하게 그 말을 믿고 문제의 거사일(?)에 백팔명의 적성단 호걸들을 집합시켜 약속장소인 황성의 동남쪽 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렇게 거사가 성공하게 되는구나 하는 마음에 적성단 백팔호걸은 저마다 들뜬마음에 어쩔줄을 몰랐다. 허나 너무 소란을 피우거나 하면 행여 거사가 발각될 수도 있기에 아지태가 몇 번이나 백팔호걸에게 언행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 어서오시지요. 제갈선생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남동쪽 성문이 열리고 제갈량의 수하라는 자가 백팔호걸을 이끌고 온 아지태에게 그와같이 정중하게 말했다. 백팔호걸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성문안으로 들어섰고 성문안에는 일단 약간의 미로같은 통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 미로같은 통로를 거쳐 성 안쪽의 어떤 공간에 당도하게 되었다. 성문 밖으로 나와 어떤 열린 공간. 그러나 그곳은 실은 본래는 병사들의 훈련장으로 쓰이는곳이고 사방에 높은 담벼락으로 막혀있기 때문에 도망치기가 쉽지 않은 공간이다. 무엇보다 어두운 한밤중이라 출입문이 어느쪽인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은데 백팔호걸들이 그 공간에 모두 모이게 되자 백팔호걸을 인도한 이는 성문을 바로 굳게 닫아버렸다. 성 안쪽의 문을 통해 그 훈련장으로 연결이 되는것이니 그 문까지 닫아버리면 하나밖에 없는 바깥쪽 출입구를 어둠속에서 찾기가 쉽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방이 고립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였다. 

 “ 전원 화살 발사 !!! ”  

 어디선가 횃불같은 것이 하나 켜지는것과 함께 사방에서 화실이 날아들었다. 실은 제갈량이 미리 준비해놓은 병사들이었다. 평상시라면 웬만한 장정 여럿을 단숨에 때려잡을수도 있는 용력을 갖춘이들이 제법 포함된 백팔호걸들이지만 어둠속에서 사방에서 날아드는 화살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백팔호걸은 비처럼 퍼부어대는 화살세례속에 저마다 우왕좌왕 어쩔줄울 모르고 있었다. 

 “ 속았다 !!! 제갈량에게 속았다 !!! 어서 다들 도망가자 !!! ” 

 “ 출입문이 어디냐 !!! 어서 출입문을 찾아라 !!! ” 

 그러나 성문은 닫혀버렸고 사방은 높은 담벼락. 달아날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밤중에 사방에서 날아드는 화살세례에 백팔호걸은 황도내 병사들이 훈련장으로 쓰는 그런 공간에서 허망하게 모두 전사해버렸다. 다만 그중에 모석규라는 이가 있었는데 어떻게 운이 좋았는지 상대적으로 화살을 덜 맞아 극적으로 그곳을 탈출할수고 있었다. 

 날이 밝은뒤 훈련장은 그야말로 끔찍한 시체더미의 밭이 되어있었다. 백팔 호걸들이 여기저기 화살을 맞아 널브러진 시체들. 제갈량도 이런 광경을 보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인지라 그 충격에 구토까지 할 지경이었다. 일단 제갈량은 병사들에게 명했다. 

 “ 어서 시체들을 다 치워라. 그리고 황제폐하께 보고를 올리도록 하자. ” 

 적성단 백팔호걸들을 계략을 써서 모두 해치웠다는 보고를 받은 황제. 그리고 무기창고 기습작전을 주도했다는 묘천이란자까지 붙잡혀 끌려온다는 소식에 남문의 7대황제 변종은 기뻐서 어쩔줄을 몰랐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반란이었던 ‘적성단의 난’이 이런식으로 진압되었다는 소식에 그야말로 뛸듯이 기뻐하고 있었다. - 한편 반란을 주도했던 백팔호걸이 모두 전사했다는 소식에 애초에 다른 야적떼나 산적떼에서 적성단에 합류했거나 또는 홍주,병주등의 병사나 백성출신으로 적성단에 합류한 1천여명이 넘는 무리들은 겁에질려 일단 제 한목숨 부지하는게 급선무라 전부 뿔뿔히 흩어져버렸다. 남문이 생기고나서 가장 큰 규모의 반란이었던 ‘적성단의 난’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버린 것이다. 

 “ 어서 그 백팔호걸인지 뭔지 하는X들의 시신을 황궁으로 다들 끌고와라. 내 직접 

  그것들의 고기를 맛보리라. ” 

 원래 살육과 식인을 즐기는 황제가 아니던가. 변태황제 변종은 아마 백팔호걸의 시신을 전부 고기로 만들어 한바탕 술과 함께 전부 즐길 그런 심사로 있었다. 원래 제갈량은 백팔호걸의 시신들을 전부 땅에 묻어버릴 생각이었지만 막상 그런 황제의 명을 들으니 기가막힐 지경이었다. 살육황제니 식인황제니 변태,사이코 황제니 하는 소문을 말로만 들었는데 설마 이 정도일줄은 짐작 못한 것이다. 일단 황제의 명은 거역할수 없기에 백팔호걸의 시신들을 깨끗하게 닦고 소독한뒤 황궁 요리사들에게 인계하게 된 제갈량. 이미 황제의 인육식사를 수도없이 대접한 황궁 요리사들이건만 백팔명이나 되는 인걸들의 시신을 인계받아보는 것은 처음 경험해보는 일인지라 그들도 역시 충격과 공포스러움에 정신이 다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구토가 나오려는 속을 수도없이 달래고 다스렸다. 

 


 한편 황궁으로 압송된 묘천은 모진 고문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차피 적성단은 다 소탕되긴 했지만 ‘황도 무기창고 기습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문제는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주도했다는 묘천에게는 아직 심문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허나 무슨 까닭에서인지 묘천은 심문관들의 거듭되는 고문에도 도무지 입을 열지 않았다. 

 “ 묘천이라고 했느냐 ? 묘천이든 뭐든 이제 그만 포기하고 다 자백해라. 어차피 적 

  성단은 다 소탕되었다니까 그러네. 백팔호걸인지 뭔지도 다 죽었고 나머지 무리들 

  은 다 뿔뿔이 흩어졌다. 따라서 이젠 숨기고 뭐고 해봐야 아무런 의미없는일이라니 

  까. 어서 그만 자백해. ” 

 심문관의 말처럼 이미 적성단이 다 와해되어버리고 반란이 다 진압된 마당이라면 무기창고 기습사건이든 뭐든 더 이상 숨기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오기가 생긴것일까. 아니면 심문관들로부터 듣게된 적성단 소탕소식을 아직 믿지 못하는것일까. 무엇보다 적성단 소탕이 사실이라면 결국 아지태가 적성단을 배신했다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자신이 아지태에게 체포되어 황궁으로 압송된것까진 그렇다치고 애초에 ‘적성단의 난’ 자체를 주도한것이나 다름없는 아지태가 대체 왜 이런 황당하고 해괴한 배신을 했단말인가. 아지태조차도 제갈량의 꾀임에 넘어갔다는 사실까지 알 턱이 없는 묘천으로선 아지태의 이 해괴하고도 이해할수 없는 변심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일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도 안가고 허탈하기만 한 아지태의 배신행위와 적성단의 와해였다. 

 한편 묘천이 고문을 당하고 있는동안 황궁에선 변종황제의 명으로 특별한 ‘축하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원래 살육과 식인을 즐긴다는 변태황제 변종이 아니던가. 그 변종이 남동성문 안쪽 훈련장에서 화살세례를 맞고 죽어간 적성단 백팔호걸의 시신을 모두 고기로 만들어 한바탕 대대적인 인육파티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원래 황제는 ‘적성단의 난’ 진압을 축하하며 모든 대소신료들이 다 축하파티에 참가할 것을 권했지만 웬만한 중신이나 측근들중 상당수는 저마다 적당힌 핑계를 대며 축하파티 참여를 빠져나갔다. 따라서 황제가 직접 나눠주는 백팔호걸의 인육은 대소신료들 대신 황궁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내관과 궁녀들이 억지로 먹어야만 했다. 말이 축하파티지 황궁의 내관과 궁녀들 입장에선 평생 잊고싶어도 잊기 힘들게 될 끔찍한 악몽같은 밤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모진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묘천은 황궁 지하감옥에 갇혀있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죽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모든 것이 허탈하고 허망하기만 한 묘천. 애초 자신이 집을 떠났을때의 그 동기부터 생각해서 지금까지의 과정들을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허무하기만 하고 후회되는 것 투성이었다. 애초에 자신이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일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을수 있었을까. 집을 떠난 동기 자체가 아버지의 젊은 후처지민이 그녀의 내연남과 함께 불륜을 저지르며 음모를 꾸미는 것을 보고 두고볼수가 없었기에 벌인 일이긴 했지만 어떻게보면 그때부터 꼬여버린것이라 볼수도 있는 묘천의 인생. 따라서 묘천은 자신의 인생 전체에 대한 회의감과 후회등 오만가지 복잡한 생각이 얼키고 설켜 도무지 잠못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었다. 고문으로 입은 상처로 인해 몸도 말이 아니었지만 정신도 그 못지않게 고통스러워 도무지 잠들 수 없는 시간. 그러다 하루는 감옥으로 찾아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 묘천이라고 했더냐 ? ” 

 묘천이든 누구든 대체 이꼴이 된 자신을 찾아와 뭘 어쩌자는 말인가. 찾아올만한 이도 없었지만 의아해서 일단 그쪽을 바라보기는 하는데 감옥 옆에 놓여져있는 작은 관솔불로 인해 자신을 찾아온이의 형상은 대충 알아볼수가 있지만 그래도 묘천이 그를 알아볼수는 없었다. 실은 묘천을 찾아온이는 문성청의 태사로 있는 그리고 제갈량을 황제에게 소개하기도 했던 이강윤이라는 자다. 묘천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바라보는데 이강윤이 그에게 딱하다는 듯 한마디 했다. 

 “ 어리석은 녀석 같으니. 어쩌자고 이런 무모한짓을... ” 

 그리고는 탄식하며 혀를 차는 이강윤. 묘천은 자신을 조롱하는것이라 생각하고 한마디 한다. 

 “ 쓸데없는 소리말고 돌아가시오. 댁들의 훈계든 조롱이든 지금은 들을힘조차도 없 

  소. ” 

 “ 날 기억못하느냐 ? ” 

 그저그런 황제의 측근중 하나가 자신을 조롱하러 찾아온것이라면 그런자의 이야기는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외면하려한것인데 뜻밖의 의아한 물음이 나오는 이강윤. 허나 그 질문 자체를 시큰둥하게 받아들이는 묘천. 헌데 그 뒤를 이어 이강윤에게서 더 놀라운 말이 나온다. 

 “ 노윤이가 맞지 ? ”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충격을 받는 묘천 아니 노윤. 바로 그러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심지어 지역 자치 감찰고문이기까지 헀던 아버지 노승환이 자신을 직접 범인으로 지목하고 지명수배까지 해 이름을 임시로 ‘묘천’으로 바꾸고 그 가명으로 지금까지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지 않았던가. 게다가 그렇게 즉흥적으로 아무런 목표도 정하지 않고 정처없이 떠난 여행길이기에 여행길에 만나는 이들마다 ‘벼슬자리를 구하러가다 실패했다’느니 어쩌느니 하며 번번이 거짓신분을 지어내야만 했던 묘천. 헌데 그런 자신의 본명을 이강윤이란 자가 어찌 안단말인가. 놀란 눈으로 묘천이 이강윤을 보는데 이강윤이 한바탕 탄식을 한뒤 말을 이어간다. 

 “ 네가 어렸을 때 내가 너희 아버님댁을 몇 번 방문한적이 있었다. 그때 넌 열 살도 

  채 되지 않는 어린아이였는데, 근데 그런 네가 이렇게 자라다니... ” 

 “ !!!!!! ” 

 “ 게다가 그런 네 모습을 이런데서 마주하게 될줄이야. 나도 네 아버지가 직접 만들 

  어서 곳곳에 뿌린 네 지명수배 용모파기는 본바가 있어 성인으로 장성한 네가 어떤 

  모습인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만... ” 

 “ 도...도대체... ” 

 옛 노나라의 정신과 명맥을 이어가야한다며 특히 노나라 옛 선현의 가르침을 후대에도 계속 가르쳐야 한다는 아버지와 뜻이 같은 선비나 지사가 제법 있다는 것은 묘천 아니 노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아버지와 함께 하는 선비,지사들이 노윤이 어린시절만 해도 종종 집으로 찾아온적이 있곤 했는데 그럼 이강윤도 그때 종종 아버지와 교류하던 선비중 하나였단말인가. 크게 놀라는 묘천을 보며 이강윤의 말이 이어진다. 

 “ 네 마음을 전혀 이해못하는바는 아니나 너무 무모한짓이었어. 계란으로 바위를 치 

  는격이었단말이지. ” 

 어쨌든 옛 노나라의 명맥과 정신을 이어가야한다는 생각을 갖고있는 선비출신이라면 지금 이렇게 4대 연속으로 막장황제가 출현하면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남문의 현실에 대한 개탄의 감정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도 노윤의 아버지와 교류할정도로 고매한 뜻과 인품을 갖춘 선비출신이라면. 헌데 그런자가 어떻게 지금 남문에서 (아무리 명예직이라고는 하지만) 벼슬을 하고 있단말인가. 이해할수 없다는 듯 묘천이 한마디 한다. 

 “ 내 아버님과 교류가 있었다는 말을 난 믿을수가 없소. 그런 고매한 인품을 가지신 

  분이 어떻게 현 황제 밑에서... ” 

 “ 네가 날 탓할 자격은 없다. ” 

 “ 뭐라구요 ? ” 

 사뭇 근엄함까지 갖춰 이강윤이 한마디 하자 묘천 아니 노윤이 반발을 했고 그러는 가운데서도 궁금한 것이 있어 한가지 묻는다. 

 “ 헌데...아버님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 ” 

 “ 녀석. 그런짓을 저지르고도 제 아버지 소식은 궁금한가보구나. ” 

 ‘그런짓’이란게 적성단에 가담해서 이런 반란을 주도한 것을 두고 하는말인지 아버지의 집을 떠나기 직전에 젊은 계모와 그 내연남을 살해한 것을 두고 하는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강윤은 씁쓸해하면서 노윤이 궁금해하는 소식을 전해주기는 한다. 

 “ 니가 그렇게 집을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셨다. 네가 집안을 그 지 

  경으로 만들어놓고 가출을 했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크셨겠느냐. 게다가 막성 아버 

  지의 몸으로 자기 아들을 지명수배해놓고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 대한 설마하는  

  심정과 애틋한 안타까움...그 복잡한 심경이 그만 병으로 도지셨는지 얼마안가 세상 

  을 떠나셨어. 쯧쯧...불효막심한 것 같으니... ” 

 그야말로 친구의 아들을 나무라는듯한 말투로 그와같이 나오고 있는 이강윤. 그에게서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셨다는 소식까지 들으니 노윤은 절망스러운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한다. 이강윤이 그런 노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 어쨌든 지금 내가 널 구명해줄 방법은 없을 것 같구나. 넌 지금 엄청난 반란을 일 

  으킨 적성단의 주요 가담자고 나야 그저 허수아비같은 명예직 벼슬자리나 하나 꿰 

  차고 있는 몸으로 무슨 힘이 있어 널 구해주겠느냐. 이제 다 소용없게 된 일이다. 

 ” 

 이강윤도 뭔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다시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이강윤마저 떠나버리자 묘천 아니 노윤은 갇혀있는 옥사 한가운데서 한바탕 다시한번 처절하게 울부짖는다. 깊은 밤시간이다.



- 1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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