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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행우주 이야기 – 5. 백팔기 

 


 동승은 결국 묘천의 설득에 넘어가 적성단에 합류할 뜻을 굳혔다. 한편 의성현을 에리크로 편입시키는 안을 내놓았던 타르보는 동승의 뜻이 적성단에 합류하는 것으로 기울자 자신만 가족들을 이끌고 에리크에 투항해버렸다. 한편 동승은 의성현의 일을 서기중 한명을 임시 현령으로 임명 한동안 현의 일을 돌아보게 하고 자신은 묘천,브루나와 함께 적성단이 108명의 무리를 이끌고 있는 산채를 찾아 나섰다. 

 적성단의 산채는 의성현에선 100km 정도 떨어져있기에 거기까지 가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오래전부터 적성단과 은밀히 내통해온 브루나의 안내를 받아 가까스로 그들의 본거지에 당도하게 된 동승과 묘천의 일행. 적성단의 단장은 김준이고 그 측근으로 아지태라는 책사가 있었는데 오래전부터 자신들과 서신을 교환해오던 의성현의 서기 브루나가 현령과 또다른 한명을 데리고 찾아오자 의아해하는 가운데서도 일단 그들을 반겼다. 

 “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소이다. 헌데 브루나의 말로는 우리에게 합류할 

  의사가 있다고 들었소만은... ” 

 “ 그전에 제가 한가지 궁금한 것을 여쭙고자 하오이다. ” 

 그렇게 나선 묘천. 김준이 살짝 경계심과 의아함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묘천의 질문이 이어진다. 

 “ 여기 브루나공이나 또는 동승 현령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적성단이 부패 

  하고 막장이 되어버린 남문을 무너뜨리고 백성들에게 희망이 될만한 새로운 나라를 

  세울뜻이 있다고 하던데 그 의지가 진정 있는지 그것을 묻고자 하오. ” 

 자고로 이기면 임금이 되고 지면 도적이 되는법. 과연 적성단이 그저 단순히 먹고살기 힘들어 생업마저 걷어치우고 산채로 숨어들어온 그런 무리들끼리 적당히 모여사는 그저그런 도적의 무리에 불과한것인지 아니면 세력을 키워 한번 새로운 세상이나 새로운 대안이 되어볼 그런 의사가 있는것인지 그 뜻을 물은 것이다. 헌데 김준은 살짝 망설이는 듯 하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뭐...브루나공과 서신을 주고받을때는 때론 좀 감정에 치우쳐서 과도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한건 사실입니디만... ” 

 “ ...... ” 

 “ 뭐 솔직히 날이가면 갈수록 우리 적성단에 합류해오는 이들이 많아지니 그저 단순 

  히 이런 산속에 무리를 짓고 사는것만으로는 어떤 한계가 느껴져서 다른 살길을 궁 

  리하고 있었던것만은 어느정도 사실이외다. ” 

 “ 허면 실제로 나라를 도모한다던가 그런 생각까진 해보지 않았다는 말씀이시오 ?  

 ” 

 김준의 이야기가 브루나나 동승에게서 들었던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 묘천이 되려 실망한 기색이 보인다. 혹시 자신이 뭔가 판단을 잘못 했던것인가 하는 후회도 드는데 헌데 그때 측근이자 책사인 아지태가 입을 연다. 

 “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거사를 도모할지 말지는 솔직히 아무에게나 쉽게 발설 

  할 수는 없는 일이외다. ” 

 하긴 세상에 어떤 정신나간이가 반란이나 반역음모를 대놓고 하고 다니겠는가. 혹 정말 그런 의사가 있더라도 정말 믿을만한 동지가 아니고서는 그 속을 쉽게 터놓지는 않을터. 그래서일까. 김준도 아지태도 여전히 묘천은 물론 동승까지도 완전히 믿는 눈치는 아닌듯했다. 그러자 묘천이 다시금 입을 연다. 

 “ 이렇게 된 것 솔직하게 다 말씀드리겠소이다. 나는 사실 옛 노나라 중신의 먼 자 

  손으로 노나라 옛 선현의 가르침을 비밀리에 간직해온 그런자이기도 하오. 그래서 

  한번 그대들이 남문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한다면 옛 노나라의 명맥 

  과 정신을 잇는 그런 제대로 된 이상사회를 한번 건설해볼 그런 의사도 있소이다. 

  옛 노나라 선현의 가르침이었던 그런 이상국가를 한번 만들어볼 그럴 생각이 있다 

  는 말이외다. ” 

 “ 뭐 ? 노나라의 정신을 잇는 이상국가 ? 푸하하핫~~~!!! ” 

 허나 김준은 가당치도 않다는 듯 코웃음을 친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노나라는 이미 망해먹은지 800년이나 지났어. 아직도 그 돼먹지못한 노나라의 정 

  신이니 이상이니 그딴 것을 이어가야한다고 주장하는 그런이들이 종종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런 정신나간자를 직접 만나게 될줄은 몰랐네. 미안하지만 우린 노나라 

  의 재건이든 뭐든 그런 것은 관심이 없어. 다만 적성단의 세력이 날로 커져가고 따 

  르는 이들도 많아지니 그저 단순히 산채에 숨어사는것만으로는 뭔가 한계가 있어서 

  다른 대안을 고민하고 있었던것뿐이지. ” 

 “ 김준선생, 아니 김준두령. 그저 단순히 800년전에 멸망한 노나라의 명맥을 잇자는 

  허울좋은 명분뿐만이 아니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를 다하고 또 여인에게 

  예를 다하는 그런 이상국가. 꼭 그게 노나라 옛 선현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만백 

  성들이 살기좋고 편한 그런 질서와 도리가 제대로 잡힌 이상국가를 우리가 만들 수 

  만 있다면 그 또한 이런 산채를 세우고 적성단을 만든 또다른 보람이 될수도 있지 

  않겠소 ? 그러니 한번 나와 손을 잡고 진지하게 부패하고 광포한 남문을 무너뜨리 

  고 백성들에게 희망이 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그런 구상을 해봅시다. ” 

 묘천의 거듭되는 설득. 허나 김준은 실제 그런 권력의지까진 없는지 그리 적극적으로 묘천의 의사를 수용할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다만 중간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아지태가 나섰다. 

 “ 허면 선생께선 남문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울만한 어떤 묘책이라도 있단 

  말씀이시오이까 ? 비록 적성단이 108명이나 되는 호걸들이 모여서 만든 산채라고 

  는 하나 아직 남문의 황실은 멀쩡히 살아있소. 아무리 황제가 폭군이고 엉망이라고 

  는 하지만 그 밑에 군대며 조직은 아직 굳건하다는말이오. 겨우 108명의 무리로  

  어떻게 그런 황실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수 있겠냐는 말이오 ? 가령 군사를 모아 

  공격을 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쉽지만은 않을일이오. - 당장 막연히 그 많은 군 

  사들을 모집한다는것도 쉬운일이 아닐것이고. - 묘천선생께선 과연 어떤 방도나 

  묘책이 있는지 그게 있다면 한번 들려주시오. ” 

 “ 딱히 방도라기보다는... ” 

 막상 아지태가 그와같이 나오자 묘천도 할말이 없는지 좀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러나 나름 구상해본 것이 아주 없지는 않은지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연다. 

 “ 정히 정규군이 아닌 소규모의 군사로 일을 도모하자면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할수 

  있는 기습작전을 펴야할것이오. ” 

 “ 그러니 그 기습을 어찌해야 한단말이오 ? ” 

 “ 한번 동작이 날쌔고 빠른 그런자들을 소수정예로 모아서 긴급 군사훈련을 시키도 

  록 합시도. 그리고 그렇게 훈련시킨 부대로 황도를 기습하는겁니다. 황도를 지키는 

  주력부대의 화력만 기습부대로 무력화시킬수 있다면 황도를 습격하고 남문의 황제 

  를 해치우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것이오. ” 

 


 원래 남문의 행정구역은 크게 20개의 주(州)로 나뉘어져있다. 이중 북부에 12개주, 남부에 8개주가 있는데 남부는 남문이 막장이 되면서 행정시스템이 붕괴된지 이미 오래되었고 북부 12개주 중 동부에 5개주, 서부에 7개주가 있다. 이중 동승이 다스리는 ‘의성현’이 속한 지역인 서원(西原)주가 가장 서쪽 에르크 왕국과 국경을 맞닿고 있는 지역이고 황도에서 서원주 사이엔 진주(晉州),홍주(紅州),병주(丙州)가 남서방향으로 커다란 타원 계단같은 형태로 나란히 위치해 있다. 서원주와 인접한 지역이 진주고, 병주는 황도의 바로 남서쪽 지역에 맞닿아 있으며 홍주가 그 사이에 있는데 서원주는 황도에서 거리가 멀어 자사자리가 10년 넘게 공석이 되어버렸고, 진주자사의 경우엔 남문황실이 엉망이 된 이후에 진주 내부의 산적이나 야적떼들이 백성들을 크게 해치지만 않으면 대체로 그들을 방관하거나 동조하는 그 정도의 입장에 있었다. ‘적성단’이 바로 그 진주의 한쪽에 산채를 이루고 자리잡고 있는것이며 애초 김준의 책사 아지태의 구상은 진주에서 먼저 군사를 일으켜 인근의 야적,산적떼들과 세력을 모아 홍주를 공략할 생각이었다. 진주자사가 산적,야적떼들을 방관하고 있는 상태에서 홍주를 공략하면 이후 병주를 무너뜨리고 황도로 진격하는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수도 있다는게 아지태의 구상이었다. 이때 병주자사는 이만기라고 하는 자였는데, 몸무게가 100kg이 넘고 혼자 힘으로 쌀 열섬보다도 무거운 물건을 번쩍 들어올릴수 있는 정도의 천하장사였다. 무엇보다 황제에 대한 충성심은 높으나 대신 지략이 별로 없는자라 진주의 야적,산적떼들을 규합 홍주를 공략하고나면 이후 병주를 무너뜨리고 황도로 진격하는게 쉽게 이루어질수 있을것이란 생각이었다. 헌데 묘천이 그런식으로 하는것보단 차라리 소수의 정예부대로 황도를 기습 황도내의 화력을 무력화시킨뒤 바로 황도로 진격해버리자는 전략을 내놓자 아지태는 고민에 잠겼다. 만약 김준이 자신대신 묘천의 계책을 선택한다면 자신의 입지가 흔들릴수도 있다는 생각에 김준두령과 단둘이 남았을 때 이와같이 간했다. 

 “ 두령, 묘천이란자의 계책은 좀 무모합니다. 우선 소수정예의 그런 기습부대를 당 

  장 준비하는게 쉽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서둘러 황도로 진격했다가 실패할시엔 

  그 뒤에 따르는 위험부담이 더 클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제까지만 해도 누구 

  인지도 몰랐던 이제 생전 처음 보는자가 내놓는 계책을 그리 쉽게 선택하다니요. 

  안될말이외다 두령. ” 

 “ 나도 아직 쉽게 결정은 못 내리고 있소. ” 

 무엇보다 묘천과의 대화때 했던 이야기처럼 김준은 그저 흔한 산적이나 야적떼들처럼 자신들의 지역을 일종의 ‘해방구’처럼 만든뒤 자신들만의 터전이나 낙원으로 만드는 그 정도의 구상만 있을뿐 실제 황도를 도모하여 반란을 일으킨다던가 거기까지는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아무래도 남문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던가 하는 구상은 아지태라던가 다른 측근들의 구상으로만 있는 듯 한데 여하튼 의성현의 현령 동승의 측근인 브루나와 그런 중요한 이야기까지 은밀히 나누고 있는 측근이 있었다면 ‘차라리 세상을 뒤엎자’는 식의 생각을 갖고있는 이들은 ‘적성단’에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이야기일수도 있다. 따라서 김준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었는데 이때 묘천은 동승,브루나와 함께 계속 적성단의 산채에 머물며 황도를 기습으로 공격하자는 건의를 계속 하고 있었다. 

 “ 황도를 한번 공격해봅시다. 황실만 무너뜨리면 남문 전체를 도모하는 것은 생각보 

  다 그리 어렵지 않을수 있어요. 이미 남문은 나라꼴이 엉망이 된지가 오래고 심지   

  어 남부지역은 행정시스템까지 붕괴된지 오래되었어요. 뿐만 아니라 북부의 태수,자  

  사들중에도 이제 진심으로 황제에게 충성하고 있는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소이 

  다. 지금의 황제에게 충성하는 자들은 그저 자신의 벼슬자리나 좀 보전하려는 일부 

  기회주의자들과 그래도 황제가 높은 벼슬자리라도 주었으니 그 은혜에 보답하려는 

  몇몇 측근들만 있을뿐이에요. 황도만 도모하면 남문을 무너뜨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게 성공할수 있을것입니다. ” 

 108명이나 되는 기인,호걸을 거느리고 있는 김준이지만 평상시 별다른 계책이나 장기적인 계획,구상 같은 것은 별로 갖고있지 않은 그런 두령이라서일까. 묘천이 거듭 그와같이 간하자 남문을 무너뜨리는 일이 정말로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을것이란 생각을 김준도 조금씩 하게 되었다. 결국 김준의 마음이 묘천에게로 기울어졌다. 

 “ 일단 한번 시도해봅시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설사 기습작전이 실패한다고 하더라 

  도 황도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있으니 황도에서 우리를 쉽게 공격해오거나 진압해 

  오진 못할것이오. 일단 기습작전을 실행에 옮겨봅시다. ” 

 “ 두령... ” 

 아지태가 여전히 무모한 계책이란 생각이 들었는지 우려를 표하고 있었는데 김준의 마음이 이미 묘천에게 기울고 있었다. 108명의 호걸중 평상시 무척이나 동작이 빠르고 날래며 특히 산길에 익숙한 그런이를 20여인 정도 뽑았다. 빠른 속도로 황도에 도착하기 위해선 산길이나 지름길을 통해 그곳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그런자들을 중심으로 ‘기습부대’를 구성한 것이다. 기습부대는 묘천과 동승으로부터 별도의 간단한 훈련을 받은뒤 바로 기습작전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 황도는 크게 20개의 구역(區域)으로 나뉘어져 있소. 황도 북쪽에 12개구, 남쪽 

  에 8개구가 있는데 남부의 화력은 주로 ‘강홍(江洪)구’에 위치해있고 북부의 화 

  력은 ‘진북(晉北)구’와 ‘무진(務陣)구’에 위치해 있소. 기습부대는 크게 세 개의  

  조로 나뉘어 이 세곳의 화력을 무력화시킬것이오. 부디 성공해주기 바라오. ” 

 화력이란게 결국 대포와 화약등을 말하는것인데 이들을 못쓰게 만들면 황도의 일반 보병들을 108 호걸이 진격하여 쉽게 제압할수 있을것이란 생각을 한 것이다. 묘천이 말한 황도의 화력이란게 각 세 개의 지역에 50여대의 대포, 그리고 약 100kg 정도 분량의 화약이 쌓여져있는데, 이들 무기가 저장되어 있는 무기창고를 모두 급습해버릴 생각인 것이다. 일단 기습부대가 결성된뒤 단기간의 훈련을 거쳐 3개조로 나뉘어진 기습부대가 황도로 쳐들어갔다. 평상시 일반인의 발걸음이라면 황도까지 한달 가까이 걸리지만 기습부대가 산길과 지름길을 이용해서 가니 일주일만에 황도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원래 황도의 무기창고는 남부 강홍구에 있는 무기창고는 혹시 있을지 모를 내부의 반란을 대비해 북부의 진북구와 무진구의 창고는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만들어놓은 것이다. 여하튼 그 세곳을 모두 공략할 생각인 기습부대. 그런 중요한 무기창고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그 경비가 좀 허술하였다. 깊은 밤을 이용 졸고있는 불침병사들을 제거하고나서 바로 무기창고로 뛰어든 기습부대. 먼저 화약창고에서 화약들을 전부 꺼내 50여대의 대포가 있는곳에 모두 한꺼번에 모아놓았다. 그리고 불을 질렀다. 잠시후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무기창고에선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 불이야 !!! 불이야 !!! ” 

 병사들이 소식을 듣고 바로 화재진압을 하려들었으나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백킬로그램이나 비축되어있던 화약은 모두 불길에 휩싸여 소진되어 버렸고 화약이 폭발할 때 함께 부셔져버린 대포도 전부 못쓰게 되었다. 황궁에 자연스럽게 보고가 들어갔고 다만 막장황제인 변종은 사태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 하룻밤사이에 세곳의 무기창고에 동시에 그런 대폭발이 

  일어나다니 ? 도대체 무슨 사고요 ? ” 

 “ 폐하...그것이... ” 

 이때 변종의 최측근은 내무총관(내정담당 장관) 우창기와 병무총관(국방장관) 이택석이었는데 일단 이들은 사건을 단순한 화재나 폭발사고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세군데 무기창고가 밤새 동시에 폭발해버렸는데 그것이 단순한 우연으로 볼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들은 대체로 외부의 습격이나 소행으로 보지 않고 단순사고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 나름대로 진상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마시오소서 폐하. ” 

 “ 거 참...요즘 며칠사이 이상하게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니만... ” 

 “ 불살라져버린 화약과 엉망이 된 대포들은 조만간 복원하거나 보완하면 그만이옵니 

  다. 그러니 너무 걱정마시오소서 폐하. ” 

 병무총관 이택석이 못쓰게된 무기들 복원,보완이 바로 가능할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런 간언이 있다보니 황제도 사태수습이 어느정도 가능할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이와같은 명을 내렸다. 

 “ 무기창고의 화약과 대포들은 조만간 복원,보완을 하도록 하고 경비를 좀 더 단단 

  히 하도록 하시오. 아무리 그래도 세곳의 무기창고에서 동시에 그런 사고가 나다니 

  참... ” 

 대책회의가 이런식으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급보가 올라왔다. 병주자사 이만기가 보낸 소식이었다. 

 “ 폐하, 반란이옵니다. 반란. ” 

 “ 아니, 그게 무슨소리야 ? 갑자기 반란이라니 ? ” 

 남문이 엉망이 되면서 살기 어려워진 백성들이 산속으로 숨어들거나 생업을 포기하고 산적이나 야적떼를 이루고 있다는 식의 보고는 오래전부터 들어오고 있었으나 그런 무리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던가 하는 생각까지는 못하고 있었음일까. 갑자기 들어온 반란소식에 황제는 물론 측근 우창기나 이택석도 무척이나 놀라고 황망해하는 분위기였다. 

 “ 진주와 홍주에 사는 산적,야적떼들이 자신들끼리 세력을 모아 홍주관아를 습격 홍 

  주자사를 해치우고 그리고 그곳을 자신들의 본거지로 삼았다고 하옵니다. 그리고  

  병사들을 모아 병주로 진격해오고 있사옵니다. 큰일이옵니다 폐하. ”  

 


 원래 묘천의 구상은 20명의 기습부대로 황도의 무기창고를 습격 무력(無力)화시킨뒤 나머지 80여 적성단원들도 같은길로 모두 황도로 들어오게 해 그대로 황도를 장악해버릴 생각이었다. 허나 묘천의 구상이 성공하면 자신이 밀려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 아지태가 묘천의 계책과는 별개로 본래 자신의 구상을 실행에 옮겨버린 것이다. 진주와 홍주지역의 산적,야적떼와 연락을 취해 세력을 모아 그대로 홍주를 습격해버린 아지태. 이렇게되면 산적,야적떼를 방관하고 있던 진주는 물론 자사가 장기간 공백상태인 서원주까지 세곳이 사실상 적성단의 세력에 들어가는것이나 다름이없다. 만약 여기에 힘만 셀뿐 지략이 없는 이만기가 자사로 있는 병주까지 쓰러지면 그대로 황도로 진격 아예 남문 왕조를 멸망시킬수도 있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의 ‘반란’이 되어버린 급보가 이미 황도에 전해지고 따라서 애초 묘천이 했던 구상인 나머지 80여 적성단원을 황도로 진입시키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애초 무기창고 폭발,화재사건을 단순사고로만 생각했던 조정도 혹시 반란세력과 어떤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다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하는수없이 묘천은 기습부대를 모두 후퇴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때 홍주를 습격 그곳 관아를 장악한 아지태는 자신의 측근인 노장 황충과 이후의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 

 “ 이제 병주만 우리손에 떨어지면 우리의 거사는 사실상 성공하는것이나 다름없소. 

  아이러니하게도 그 묘천이란 자가 황도의 무기창고를 습격 황도의 화력을 무력화 

  시킨게 우리를 도와준 결과가 되고 말았소. ” 

 “ 헌데 차라리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묘천 그자와 손을잡고 함께 일을 도 

  모하는게 낫지 않았겠습니까 ? 우린 밖에서 세력을 모아 군대를 몰고 황도로 진 

  격하고 묘천은 묘천대로 기습부대로 황도를 장악해버리면 안팎으로 내응이 되어 

  거사를 더 성공적으로 이끌수 있었을것을요. ” 

 허나 아지태는 여전히 묘천이 못마땅한것일까. 손을 내저으며 말을 이어간다. 

 “ 하지만 기습부대를 보내 황도의 무기창고를 습격하자는 것은 무모한 계책이었소. 

  그나마 성공했길래 망정이지 실패했다면 그 뒤의 위험부담이 매우 컸을것이오. 황 

  실이 워낙 엉망이 되면서 각 지역의 산적떼,야적떼들을 수수방관하고 있어서 그렇 

  지 야적이 되었든 산적이 되었든 황도의 무기고까지 습격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런 산적떼를 한낱 도적의 무리로만 생각하고 방관하고 있겠소 ? 분명 기습작전이 

  실패했을 경우 조정도 조정대로 이후의 대책을 마련했을것이오. 자칫하면 적성단 

  전체가 위기에 빠질수도 있는 위험하고 무모한 계책이었다는 말이오. ” 

 “ ...... ” 

 “ 허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엎질러진 물이오. 우리도 이미 시작한 거사 이대로 밀 

  어붙이는수밖에 없소. 다행히 진주와 홍주의 산적,야적떼들이 우리에게 호응해줘서 

  애초에 108명 호걸에 불과하던 적성단 세력은 이제 그 열배 이상으로 세력이 늘어 

  났소. 1천이 넘는 군사라면 이미 작은 세력이라고 볼수도 없는 일. 이대로 병주가 

  되었든 다른 지역이 되었든 심지어 황도를 지키는 군사들과 1:1로 맞붙는다 해도  

  꿀릴것이 없는 그런 세력으로 성장했소. 우린 우리대로 거사를 진행하기만 하면 되 

  오. ” 

 “ 하지만 묘천과 함께 황도로 간 기습부대는 어찌되는겁니까 ? 애초 묘천의 계책은 

  기습작전이 성공하면 나머지 108호걸들도 모두 황도로 진입해서 황도를 장악해 

  버리자는것이었습니다. ” 

 허나 아지태는 여전히 손을 내젓는다. 

 “ 다른 호걸들중 내 명이 없이 그렇게 무모하게 묘천의 뜻을 따라 바로 황도로 갈 

  자는 많지 않을것이오. 결국 추가로 적성단 108호걸중 황도로 들어가는이가 없으 

  면 묘천은 애초의 기습부대 20명 외엔 더 쓸 수 있는 자가 없소이다. 그렇게되면 

  묘천도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후퇴하게 될것이오. ” 

 묘천이 공을 세워 적성단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거나 또는 김준두령의 신임을 얻게되는 것을 경계하는것일까. 아지태는 대체로 묘천의 계책을 무모했다고 평가절하하거나 동조할 의사 자체가 없음을 거듭 밝히고 있었다. 결국 아지태의 예상대로 묘천과 함께 간 20명의 기습부대는 추가로 들어오는 적성단원이 없자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홍주를 장악한채 병주자사 이만기와 대치하고 있는 아지태를 찾아와 곧바로 항의했다. 

 “ 이게 대체 무슨일이오 ? 적은 병사로 황도를 장악하려면 기습작전을 쓰는수밖에  

  없다고 내 그리 말했거늘...왜 멋대로 일을 이런식으로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냔말이 

  오 ? ” 

 “ 이제 우린 더 이상 적성단 도적떼가 아니외다. 애초에 108명에 불과하던 적성단 

  도 진주와 홍주의 10여 산적,야적떼가 합류하여 이미 1천이 넘는 병사를 확보 

  할수 있게 되었소. 이래도 우리가 소수라고 할수 있겠소 ? 애초부터 묘천선생 

  의 기습작전이 무모한 계책이었음을 지금이라도 시인하시고 이제부턴 내 명에 

  따라주기 바라오. ” 

 허나 묘천은 땅을치며 개탄하고 있었다. 

 “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면...사실상 지금껏 유례가 없는 엄청난 대규모 반란이 

  된단 말이오 !!! 황도에서 그럼 대비를 하지 않을 것 같소이까 ? 아무리 황도의 무 

  기들이 다 못쓰게 되었다지만 그래도 황도에서 당장 동원할수 있는 보병의 숫자만 

  그래도 500여인 정도는 될것이오. 그 병력이 무시할수 있는 숫자라 보시오이까 ? 

 ” 

 “ 푸하하핫~~~!!! 500 ? 지금 장난하시나 ? 이미 우리의 세력은 1천이 넘어. 이미  

  황도 병력의 배가 넘는 군사를 확보했는데 뭐가 걱정이오. 병주자사 이만기만 쓰러 

  트리면 황도는 사실상 우리 수중에 떨어지는것이나 다름없다 이 말 이외다. ” 

 “ 이런 젠장... ” 

 묘천이 우려하고 있는것처럼 이미 황궁에도 조정의 대소신료들이 모여 대책을 의논하고 있었다. 사실상 홍주와 진주 그리고 가장 서쪽 끝인 서원주까지 3개주를 장악한것이나 다름없는 적성단이 중심이 된 반란의 무리. 초 비상사태일 수밖에 없었다. 

 “ 황공하오나 폐하. 엄청나게 큰 문제가 있사옵니다. ” 

 “ 무엇이 또 문제라는것이오 ? ”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아찔해질 수밖에 없는 7대황제 변종. 무엇보다 이런 대규모 반란이 남문은 물론 그 전신인 북문시절에도 없었던 반란인지라 변종은 물론 웬만한 조정중신들도 이 사태에 어찌 대처해야할지 몰라 다들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래도 여전히 변종의 최측근중 하나인 병무총관 이택석이 난감한 사실을 알린다. 

 “ 실은 조정 예산이 바닥이 나서 불에 타고 폭발해서 없어져버린 대포와 화약등을 

  다시 만드는게 불가능해졌습니다. 세금을 다시 걷고 대포,화약등을 다시 제조하려면 

  그 시간이 족히 2-3년은 걸릴것이옵니다. ” 

 “ 뭐 ??? 뭐라구 ??? ” 

 게다가 이런 엄청난 반란까지 일어난 상황에서 세금을 순순히 조정에 낼 백성이 얼마나될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폭발사고로 부셔지고 사라져버린 대포,화약등을 다시 제조하는 문제가 생각보다 더 오랜 시일이 걸릴수도 있다는 이야기. 변종은 막막해졌다. 

 “ 하는수없지. 이만기 장군에게 파발을 보내서 최대한 시간을 끌며 반란군과 대치하 

  도록 하라 명하시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대포와 화약을 다시 제조할때까지 최 

  대한 시간을 버는수밖에 없지를 않소. 그러니 일단 병주자사 이만기 장군에게 최대 

  한 시간을 끌며 반란군과 대치하라고 합시다. 지금으로선 방법이 그길밖에 없소. ” 

 바로 황제의 명을 받아 병주자사 이만기에게 파발이 갔다. 황제의 칙서를 받은 이만기는 황송해했다. 원래 무식하지만 힘만 셌던 이만기는 그 용력을 가상히 여긴 황제가 특별히 중용해준것이라 적어도 황제에 대한 충성심은 남달랐다. 북향사배를 올리며 이와같이 맹서한다. 

 “ 심려마시오소서 폐하. 신이 목숨을 걸고 적성단 반란의 무리를 진압하겠나이다. 역 

  적 적성단의 무리를 하나도 남김없이 섬멸하겠사오니 폐하께선 모쪼록 침수 편안히 

  드시오소서. ” 

 그렇게 거듭 황제에 대한 충성의 말만을 입에 담는 이만기. 그리고 측근 호일과 윤성을 불러 대책을 의논했다. 

 


 이만기가 황명을 받아 적성단의 반란에 대비할 준비를 하고있는 가운데 아지태도 부하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병주성을 공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먼저 자신의 측근인 노장 황충을 불렀다. 

 “ 성을 가운데 두고 공연히 대치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소. 이만기 

  란 자가 힘만 세지 지략은 없는자로 유명하니 그를 약을 올려 밖으로 유인해내는게 

  어떨까하오. ” 

 “ 어떤 작전을 펼치실 생각이십니까 군사 ? ” 

 김준의 책사인 아지태를 황충은 ‘군사(軍師)’라고 부르고 있었고 그런 황충을 보며 아지태의 말이 이어진다. 

 “ 병주성의 오른쪽은 수풀이고 왼쪽은 들판이오. 그러니 수풀쪽으로 이만기를 유인 

  해내는 계책을 쓰도록 합시다. ” 

 “ 어찌하실 작정이십니까 ? ” 

 “ 황충장군은 부장 이성을 시켜 목소리 큰 병사들을 시켜 성 근처에서 여러 가지 욕 

  설과 조롱으로 이만기의 약을 바짝 올리시오. 그래서 군사들이 성밖으로 나오면 일 

  시적으로 후퇴 수풀쪽으로 가고 이만기의 병사들이 그쪽으로 오면 화공을 써서 이 

  만기의 군사들을 깨트리도록 하시오. ” 

 황충이 아지태의 말대로 부장 이성에게 명하여 일단 20-30여명 정도의 병사들을 성 가까이 가게했다. 그리고 온갖 욕설과 조롱의 말로 이만기와 그 부하들을 약올렸다. 

 “ 야, 이 겁쟁이들아 !!! 지금이 어느 시댄데 성안에서 버티는 낡고 한물간 전법을 

  쓰느냐 ? 그러지말고 한번 나와봐라 !!! ” 

 “ 너희대장 이만기가 그렇게 무식하다며 ? 그런 무식한 머리로 어떻게 우리 적성단 

  을 당해내겠느냐 ? 게다가 그렇게 무식하고 생각이 없으니 고작 폭군 변종같은자 

  밑에서 그만한 벼슬이라도 받은것도 감지덕지하다며 변종 치질이나 빨며 온갖 아 

  첨이나 떨어대고 있지. 그딴 무식한 간신배 밑에서 군사로 있다는게 쪽팔리지도 않 

  느냐 ? ” 

 “ 눈이 있으면 보고 귀가 있으면 들어보란말이다. 너희는 눈뜬 장님이냐, 귀머거리 

  냐. 남문의 황제들이 얼마나 엉망이었으면 이렇게 우리가 봉기했겠느냔말이다. 새로 

  운 세상을 열기위해 나온 정의의 군대다. 폭군의 치질이나 빠는 그런 무식한 간신 

  배 밑에서 고생 그만하고 이제 우리에게 투항해라 !!! ” 

 “ 아니, 저 놈들이 도대체... ” 

 결국 참을수가 없게된 이만기가 부장 윤성에게 명해 적을 치게했다. 허나 황충의 부장 이성은 아지태가 명한대로 성안에서 병사들이 나오자 수풀지대로 그들을 유인했다. 그리고 미리 숲속에 매복한 병사들이 화공을 써서 윤성의 군사들은 대패했고 부장 윤성마저 전사했다. 이만기로선 기가막혔다. 

 “ 그까짓 반란군X들한테 나의 군사들이 꺾이다니. 천하장사 이만기의 꼴이 영 말이 

  아니구나. 내 이X들을 결코 가만두지 않으리라. ” 

 그야말로 결사항전의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이만기. 허나 적성단의 책사 아지태는 이만기의 군사를 깨트릴 제2계책을 이미 세우고 있었다. 

 “ 황충장군은 이번엔 또다른 장군 정호를 시켜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약을올려 적을 

  밖으로 유인해내시오. 그리고 이번엔 수풀과 정 반대지역인 들판으로 적을 유인해 

  내시오. ” 

 “ 들판이면 병사들을 숨기기도 쉽지 않고 화공을 쓰는것도 별 효과가 없지 않습니 

  까 ? ” 

 “ 들판에 길고 깊은 함정을 파고 대기하고 계시오. 이만기의 병사들을 유인해낼 병 

  사들은 들판쪽으로 퇴각을 하되 교묘하게 옆으로 방향을 틀고 무작정 진격해오는 

  병사들 한가운데 함정을 파놓을 생각이요. 그럼 이번에도 적을 섬멸할수 있을것이 

  오. ” 

 역시 아지태의 계책대로 다음날엔 또다른 부장인 정호가 역시 20-30여명 정도의 병사를 이끌고 성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또 한바탕 욕설과 조롱의 말을 퍼붓게하는 정호의 병사들. 무엇보다 폭군밑에서 아첨이나 떠는 그런 무식한 간신배 밑에서 부하노릇이나 하고 있다는식의 조롱이 이만기의 병사들을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만기 역시 참다못해 이번엔 또다른 부장 호일에게 명해 다시 적을 치게했다. 그러자 이번엔 정호의 병사들이 아지태의 계책대로 들판지대로 후퇴했다. 들판지대니 아무런 생각없이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정호의 병사들. 한편 미리 파놓은 함정지대에서 정호의 20여 병사들은 살짝 옆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정호의 병사들은 먼발치 보이는 또다른 군대들이 아마 주력부대일것이라 생각하고 그곳을 향해 진격했다. 그러나 그곳에 함정이 있어 정호의 병사들은 모두 그곳에 빠지고 말았고 이때다 싶어 달려온 정호의 병사들의 화살세례에 모두 전사하고 일부는 그 와중에도 다급하게 항복을 하기도 하고 호일 역시 전사하고 말았다. 두 번의 전투에서 모두 적의 유인책에 속아넘어간 이만기는 기가막혔다. 

 “ 1천이나 되는 병사들중 3분의2 이상을 잃었다. 이제 300명 정도밖에 남지않은 내 

  병사들로 어떻게 1천이 넘는 적성단 세력을 무찌른단말이냐. 무엇보다 이대로 패하 

  고 말면 지금까지 날 신임해주신 황제폐하를 무슨 낯으로 뵐수있을꼬. ” 

 이만기가 그렇게 한탄하고 있을 때 적성단의 부대내에선 아지태가 다시 제3의 지략을 발휘하고 있었다. 측근 황충과 함께 다시 다음 작전을 논하고 있었다. 

 “ 두 번의 전투에서 이만기는 두 부장과 그 휘하 병사들 대다수를 잃었기 때문에 이 

  제 군세도 예기도 모두 꺾였을것이오. 이대로 우리가 전면전을 치른다 해도 능히 

  그들을 격파할수 있을 정도가 되었던말이오. ” 

 “ 그럼 이대로 전면전을 벌이실 생각입니까 ? ” 

 “ 그건 아니지요. 우리가 비록 병주를 함락시킨다 하더라도 황도에는 아직 500여  

  정예병이 남아있소이다. 비록 묘천이 무기창고를 폭발시켜 – 비록 무모한 계책이긴 

  했으나 – 적이 화력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래도 황도를 지키는 보병 

  들의 무술실력은 만만치 않을것이오. 그러니 황도로 본격적으로 진격하기 전까지는  

  가급적 우리의 전력을 아껴야하오. ” 

 “ 그럼 대체 어찌하실 생각이신지요 ? ” 

 의아해하는 황충을 보며 아지태가 이와같이 말한다. 

 “ 내일은 황충장군께서 직접 성 가까이 가서 이만기 장군을 부르시오. 그리고 1:1 

  로 한번 전면으로 대결해보자고 하시오. ” 

 “ 허면 이번에도 또 유인책을 쓰실 생각이십니까 ? ” 

 이미 두 번의 작전이 모두 성 가까이에서 적군의 약을 올려 적군을 밖으로 끌어낸뒤 유인해내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세 번째 작전도 좀 뻔해보여 황충이 다소 식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나 아지태가 이번엔 고개를 가로젓는다. 

 “ 이번엔 유인책이 아니오. 아무리 이만기가 무식한 장수라고 해도 아무렴 똑같은  

  수법에 세 번씩이나 속겠습니까. ” 

 “ 그럼 어쩌실 작정이신지요 ? ” 

 “ 이만기가 나오면 황장군께선 몇합정도 싸우다 달아나고 또다시 몇합정도 싸우다 

  달아나고 그런식으로 하시오. 장군께선 아무래도 고령이니 체력안배가 중요하기 때 

  문에 하는소리요. ” 

 “ 그럼 그게 결국 유인책이 아니오이까 ? ” 

 결국 또다시 그런식으로 이만기를 약올려 함정으로 유인해내자는것인지. 허나 이번만은 아지태의 의도가 그것이 아니었다. 

 “ 이만기의 힘을 최대한 빼놓자는 이야기요. 장군은 노장이고 이만기는 어쨌든 천하 

  장사니 그 힘을 최대한 빼놓아야 하오. 그래서 이만기가 기진맥진해졌을때쯤 단칼 

  에 쳐서 생포하도록 하시오. ” 

 “ 아하,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 

 아지태가 일러준대로 황충은 다음날 다시 성벽 가까이 가서 이만기에게 일기토를 청하였다. 그러나 두 번이나 유인책에 당한 이만기라서인지 이번에도 또 함정일까 싶어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황충이 유인이나 함정같은 것이 없다며 70 평생을 살고 50년 넘게 전장을 누빈 자신의 명예를 걸고 하는말이라며 정정당당한 일기토를 거듭 청하였다. 이미 두 번의 전투에서 대패해서 기가 있는대로 죽어있는 이만기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황충의 일기토에 응했다. 

 황충은 이번엔 아지태가 일러준대로 몇합을 붙다가 달아나고 몇합을 붙었다 달아나기를 반복했다. 역시 자신을 약올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화가 잔뜩 난 이만기는 황충에게 단칼에 죽여버리기라도 할 듯이 달려들었고 허나 황충이 나이가 든 대신 말이 날랜말이라서인지 좀처럼 이만기에게 잡히지 않았다. 얼마를 그랬을까. 몇합을 대충 붙다 달아나고 또 몇합을 대충붙다 달아나는식의 황충의 작전이 거듭되자 결국 이만기도 지치고 말도 지쳤다. 무엇보다 말이 100kg이 넘는 이만기의 체중을 당해내기가 쉽지않아 이미 기진해있었고 지친말 위에서 이만기도 전전긍긍 어쩔줄을 모르고 있었다. 이때 황충이 이만기를 급습해서 단칼에 목을 날려버렸다. 원래 아지태의 명은 이만기를 죽이지 말고 ‘생포’하라는것이었는데 황충이 너무 벽력같이 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이만기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목이 달아나고 만 것이다.



- 1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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