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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레드벨벳 조이 (10)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평행우주 이야기 – 5. 백팔기 

 


 “ 나으리, 나으리 !!! ” 

 아침일찍 현청의 관원 하나가 동승의 사저로 달려왔다. 묘천은 동승의 젊은 아내 윤정이 푸짐하게 한상 잘 차려내온 아침으로 수저를 들려던 참인데, 대체 무슨 급한일이기에 현청의 관원이 그런 이른시간에 급히 달려온단말인가. 의아한 동승이 밖으로 나가보았다. 

 “ 대체 무슨일이냐 ? 아직 식사도 들기 전인데 ? ” 

 “ 급히 좀 나와보셔야겠습니다. 아침부터 해결해주셔야할 송사가 있사옵니다. ” 

 “ 현청문이 열리면 그때 다시 찾아오라고 해라. ” 

 “ 저희도 그러려고 했는데 아주 급한 송사라면서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두 

  명의 남자 백성인데 여하튼 현령을 급히 찾아 뵙고 문제를 해결해주시길 바라고  

  있사옵니다. ” 

 한마디로 현령이나 다른 현청의 관원들이 출근도 하기전에 현청을 찾아와서 자신들의 송사를 해결해달라는 백성들이 있다는 것이다. 조금 귀찮아하던 동승은 대체 얼마나 급한일이기에 그렇게 이른아침부터 현청을 다 찾아왔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바로 출근을 서둘렀다. 현청에 당도하니 나이 서른안팎으로 되어보이는 젊은 남자 두명이 한 여인과 함께 와 있었다. 동승은 일단 평상시 백성들의 송사를 해결해주는 업무처 앞뜰에 그들을 나오게 하고 무슨일인지를 물어보았다. 

 “ 소인은 이름이 두천이라 하옵고 저자는 이름을 신세라고 하는데 실은 열 살때부터 

  이웃에 함께 살며 자란 20년 가까이 절친한 사이로 지내온 그런 사이옵니다요. ” 

 “ 헌데 그런 사이라면서 대체 무슨 그리 급한 송사가 이른 아침부터 있다는것이냐 ? 

 ” 

 의아해하는 동승을 보며 두천의 말이 이어진다. 

 “ 원래 저나 신세나 다 스무살 나이 전후떄 첫 장가를 든 그런 몸이긴 합니다요. 헌 

  데 불행이도 둘 다 얼마지나지 않아 때마침 돈 역병으로 아내를 잃고 혼자몸이 되 

  었습니다. 열 살때부터 죽마지운데 하필 둘 다 역병으로 아내까지 잃어 홀몸이 된 

  상처까지 있어 그 이후엔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더 굳센 의리와 정을 쌓아갔습죠. 

 ” 

 “ 헌데 ? ” 

 “ 헌데 얼마전에 저희 이웃에 새로 이사를 와 살게된 젊은 처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하루는 제가 그 처자가 마음이 있어 애써 준비한 선물을 갖다주며 제 마음을 전하 

  려 했사옵니다. 아니 헌데 글쎄 저것이 제가 미리 점찍어둔 처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처자에게 저자도 추파를 던지지 뭡니까요. 하도 약오르고 분해서 간밤에 술이나 

  한잔 하며 이야기나 좀 해보려고 했는데... ” 

 한마디로 여자 하나를 두고 원래 20년 절친이 삼각관계가 되어버린 셈이다. 허나 그래도 20년을 쌓아온 친구간의 정이 있으니 술이나 한잔 나누며 속시원히 서로의 마음이나 이야기해보려 한것인데 아무래도 이런 문제는 그리 쉽게 해결이 나지 않는법. 술이나 한잔 하며 차분히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던 자리는 곧 말다툼으로 이어졌고 술김에 주먹다짐으로까지 이어졌다는게 둘의 자초지종이었다. 헌데 두천은 그렇다치고 신세는 자기딴에는 더 억울하다는 듯 현령에게 아뢰었다. 

 “ 현령나으리 저 진짜 억울하옵니다. 무엇보다 그 처자는 원래 제게 마음이 있었사 

  옵니다. 하루는 밤중에 은밀히 찾아와서 마음을 전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그걸 저 

  미친 것이 갑자기 끼어들어...간밤의 일도 저자가 술에 취해 갑자기 제게 주먹을 날 

  리는 바람에 그렇게 된것입니다. ” 

 “ 아니 근데 저것이...야 이 X아. 니가 먼저 날보고 에미없이 자란 자식이니 집안도 

  변변찮으니 별의별 X소리를 다 지껄이지 않았어 ? 그래서 내가 홧김에 주먹좀 날 

  린걸... ”  

 “ 뭐가 어째 ? ” 

 “ 그만 !!! 그만들 두지 못하겠느냐 ? ” 

 20년 절친이라더니 오히려 현청 한가운데서 둘 사이에 다시금 주먹다짐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보다못한 동승이 호통을 쳐 둘을 만류했고 관원의 손짓에 나졸도 다가와서는 둘을 뜯어말렸다. 일단 둘을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멀찌감치 떼어놓긴 했는데 그러나 둘은 여전히 분이 안풀리는지 식식거리고 있었다. 

 “ 둘 다 이리 가까이 와보도록 하라. ” 

 현령의 말에 가까이 다가가는 두천과 신세. 동승이 관원에게 지시한다. 

 “ O서기는 그리고 저기 마당에 떨어진것이든 땔감으로 쓰다 남은것이든 나뭇가지가 

  있거든 아무거나 여러개 가져와보도록 하시오. 꼭 똑같은 종류일 필요는 없소. ” 

 현령의 말에 관원이 대충 나뭇가지 십여개 정도를 주워 가져와보았다. 그러자 동승은 곧 나뭇가지 두 개를 집어 각기 하나씩 두만과 신세에게 건네줘보았다. 

 “ 그 나뭇가지를 각자 꺾어보도록 하라. ” 

 그러자 두천과 신세는 나뭇가지 하나 꺾는게 뭐가 그리 어렵겠느냐는 듯 마치 현령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보여 살짝 빈정상한 코웃음까지 치면서 나뭇가지를 쉬이 꺾어보았다. 그러자 동승은 이번엔 나뭇가지를 각기 두 개씩 나눠주었다. 

 “ 이번엔 나뭇가지 두 개를 꺾어보아라. ” 

 역시 나뭇가지 두 개도 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허나 이러는 동승 현령의 의도가 이해가지 않아 두천도 신세도 점차 의아해지는데 이번엔 동승이 나뭇가지를 한 다섯 개쯤을 집어서 둘에게 나누어주었다. 한명당 다섯 개의 나뭇가지가 돌아간 셈이다. 

 “ 이번엔 그것도 꺾어보아라. 아까처럼 쉽게 꺾어야 할 것이야. ” 

 허나 다섯 개나 되는 나뭇가지니 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딴에는 용을 쓰며 어떻게든 다섯 개의 나뭇가지를 한꺼번에 쉬이 꺾어보기 위해 별의별짓을 다 하는데 덕분에 한바탕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자아내기까지 했다. 동승도 잠시나마 웃음을 머금어본뒤 되었다고 그만하라고 한뒤 위엄을 갖춰 말한다. 

 “ 내가 나뭇가지를 꺾어보라고 한 뜻을 알겠느냐 ? ” 

 여전히 동승의 의도를 이해 못하는지 의아하게 있는 두천과 신세. 현령의 말이 이어진다. 

 “ 사소한 나뭇가지도 하나를 꺾을때는 쉽게 꺽을수 있고 또 두 개까지도 그런대로  

  쉽게 꺾을수 있을 것이다. 허나 나뭇가지도 세 개,네개,다섯개가 모여지면 웬만한  

  힘으로는 쉽게 꺾지못하는 그런 물체가 되는것이야. ”  

 “ ...... ” 

 “ 하물며 우리네 사는 이치도 마찬가지야. 혼자서는 어렵고 힘든일이 있을 때 그 일 

  을 견뎌내기가 어렵지만 둘이,셋이 모이면 그 어떤 힘든일도 헤쳐나가기가 조금이 

  라도 수월해지는법이다. 무슨말인지 알겠느냐 ? 혼자서는 약하나 여럿이 뭉치면 강 

  해지는법...옛부터 선현들이 친구나 동료간에 의가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있던게 

  괜히 있는 것이 아니야. 만약 정말 의리로 똘똘뭉친 벗이나 동료간이라면 어찌 그 

  런 사이를 쉬이 갈라놓을수가 있겠느냐 ? ” 

 “ ...... ” 

 “ 헌데 너희둘은 한낱 여인 하나로 인해 20년 가까이 쌓아온 우정을 그르치려 했으 

  니 그 어리석음을 일깨워주려고 이런짓을 시켜본것이야. 나뭇가지 하나는 쉽게 꺾 

  을수 있으나 여러개의 나뭇가지는 쉬이 꺾기 힘든 세상의 이치처럼 너희도 오히려 

  오래된 우정일수록 더더욱 그 사이를 짙고 강하게 하여 힘들고 험한 세상을 함께 

  헤쳐나가는 의지가 되어야할것인데 그 의와 우정을 오히려 그르치게 하고 있으니 

  그것이 안타까와 그리한것이야. ” 

 현령의 말을 듣고 두천과 신세가 부끄러워 낯빛을 붉혔다. 그 둘을 보며 동승의 말이 이어진다. 

 “ 둘은 내 앞에서 화해토록 하라. 그리고 듣자하니 둘 다 젊은시절에 상처를 했다하 

  니 그간의 상심은 또 어떠했겠느냐 ? 그러나 세상에 여인이 한둘이 아니니 어찌 차 

  후에 또다른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지 않는다 장담할수 있겠느냐 ? 그러니 너희는  

  여인 하나로 20년 우정을 그르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고 앞으로도 더더욱 돈 

  독한 우정을 쌓아 힘든 세상을 함께 의자하며 살아가도록 하라. 무슨말인지 알겠느 

  냐 ? ” 

 


 한편 묘천은 무슨일인지 궁금해서 한번 현청으로 따라와봤다가 이 재판결과를 보게되었다. 처음 주막에서 백성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뭔가 좀 이상한 현령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막상 지켜보니 그런대로 현명한 판결을 내리기도 하는 그런 현령 동승. 한번 그가 쉬는시간을 이용 그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 사실 제게 뭐 딱히 고을을 잘 다스리는 재주나 비결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 

 묘천이 동승을 칭송하자 다소 쑥스러운 듯 겸양의 말부터 꺼냈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 막상 현령직을 맡고 직에 임하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진정 고을을 제 

  대로 다스리는 방법은 어떤것일까 하는... ” 

 “ ...... ” 

 “ 그러다가 문득 그 생각이 들더군요. 백성들에게 세금은 가급적 적게 걷고 백성 

  들 사는 모습에 간섭도 최소화하면서 농사를 짓건 장사를 하건 자기네들 마음대 

  로 하고싶은 것 하게 놓아두고 현령은 그저 마을에서의 법질서와 그리고 혹시 있 

  을지 모르는 소외되고 불우한곳에 대한 복지활동과 어딘가 사고가 나거나 문제가 

  생겼을때의 후생지원 정도만 하는 그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 현령으로서 가장  

  최선이며 마을을 제대로 다스리는 이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것뿐입니다. 세금 

  은 적게걷고 간섭은 최소화하면서 마을의 질서만은 잡아주는일. 그게 현령의 도리 

  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 

 생각해보면 나라를 통치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작은 고을을 다스리면서 이렇게 나라를 경영하는 이치까지 터득하게 된 현령이라고나 할까. 묘천이 다시 궁금한 것을 묻는다. 

 “ 헌데 어제 얼핏 이야기를 들으니 사모님께선 무슨 병자를 돌본다던가 그런...마을 

  의 불우하고 소외된곳을 돌보는 그런일을 맡는다고 들었습니다만... ” 

 바로 엊저녁 묘천이 관아에서 풀려나 동승이 대접하는 식사를 받을 때 마침 그곳에 들렀던 동승의 젊은 아내 윤정. 그녀는 변두리 고을의 병자를 의원과 함께 돌보고 오는길이라고 했었다. 바로 그 일을 떠올리며 말을 건네는 묘천. 동승은 고개를 끄덕인뒤 답한다. 

 “ 그렇게 제 안 사람은 저의 내조를 하고있는 셈입지요. 혹시 현령으로서 미처 다  

  돌보지 못하는 소외되고 불우한곳. 혼자사는 노인이나 불우한 처지의 아이들 또는 

  아픈데 딱히 손을쓰지 못하는 그런 이들은 없는지 무거운 세금 때문에 고통받는이 

  들은 없는지 또는 과부나 홀아비 신세가 되어 힘들게 살아가는이들은 없는지 그런 

  것들을 돌보는게 제 안사람의 하는 일입죠. ” 

 “ 허허...참. 듣자하니 참으로 현명하게 한 마을을 다스리고 계십니다 그려. ” 

 무엇보다 자신이 처음 그렇게 명성군의 태수제거 거사에 가담한뒤 빠른말을 타고 도망쳐서 모르긴몰라도 남문의 서쪽 너무 끝자락까지 당도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도 했는데 그런 황도에서 먼 변경지역에 이런 마을이 다 있었는지 그게 다 신기하고 감탄이 절로 우러날지경이다. 헌데 동승의 낯빛이 잠시 어두워진다. 

 “ 뭐 제가 고을을 그런대로 잘 다스리고 있는것인지까진 모르겠습니다만... ” 

 “ ...... ” 

 “ 어떻게보면 제가 다스리는 마을이 황도에서 워낙 멀리 떨어진곳이라서 그게 가능 

  했던것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제 임지가 황도에서 가깝거나 했더라면 중앙정부의  

  이런저런 간섭 때문에 제가 나름대로 소신껏 백성들을 편하게 다스리거나 하는일이 

  쉽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 

 남문의 황제들이 막장황제가 거듭 즉위하면서 나라꼴이 엉망이 된지 어느덧 40년 세월. 그동안 남문의 남부지역은 행정력이 와해되어버려 가령 묘천이 살던곳처럼 지역의 치안이나 질서같은 것은 자체적으로 그런일을 맡을 조직까지 만들어 운영할 지경에 이른 그런곳까지 있었다. 헌데 서쪽 거의 끝자락이라고 봐야할 이곳도 지금은 중앙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인 것이 별로 다를바가 없는듯하다. 만약 태평성대라면 오히려 그게 더 문제가 되거나 (중앙행정의 영향이 미치지 못한다면) 외적의 침입을 받을수도 있는 허점이 있는 그런 지역이 되었을수도 있으나 오히려 지금은 나라꼴이 엉망이 되고 행정력이 와해되어버리니 오히려 변두리의 현령이 소신껏 자기지역을 이끌어나갈수 있는 일종의 ‘해방구’가 되어버린 모양새라고나 할까. 가구가 기껏해야 한 몇십여호에 달하는 그런 작은 현(縣)에서 동승이란 현령은 지금까지 그렇게 한 1년여 이 지역을 다스려온 듯 하다. 이제 마저 공무를 더 봐야할 것 같아서 동승은 일단 묘천과의 대화는 그 정도로 마무리한다. 한편 묘천은 지금껏 긴 여행을 하면서 보통 이런저런 마을에서 하루정도를 묵은뒤 다음날 날이 밝으면 다시 떠나 정처없는 여행을 하는 그런식으로 떠돌이 생활을 쭉 이어왔으나 이 고을만큼은 쉽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전에 묘천에 묵었던 마을의 집들은 대개 열악하게 사는 마을이나 집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래서 너무 오래 머물면 민폐가 될 것 같아 저녁과 다음날 아침식사만 얻어먹은뒤 바로 서둘러 떠나곤 했던것이나 지금은 현령이 자신의 사저에서 머물도록 직접 배려를 해주었으니 적어도 한 며칠 더 머문다고 그렇게 크게 민폐가 될것같지는 않다는 여유로운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묘천 나름대로 이 무렵부터 새로운 고민이 생긴 까닭도 있다. 그러고보면 집을 떠난뒤 어느덧 여러달이 지난 것 같은데 언제까지 이런 가명으로 자신의 신분까지 속여가며 정처없는 떠돌이이자 도망자신세로 살아야하는지 그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지역이 아무래도 남문의 가장 서쪽 끝자락인 것이 분명한데 이대로 서쪽으로 더 여행을 한다면 묘천은 천상 남문이 아닌 다른나라로 들어가야한다. 어차피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라면 불법적으로 남의나라 국경에 들어간것만 아니라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다른나라로까지 갈 정도로 정처없는 나그네 생활을 계속 해야하는지 그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던 것이다. 일단 현령의 사저로 돌아와 동승이 내어준 객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혼자 이런저런 번민에 잠겨있는동안 어느덧 밤이 깊었다. 무엇보다 오늘따라 동승의 퇴청이 늦었다. 사저안으로 들어서는 동승에게 묘천이 인사를 건넨다. 

 “ 늦으신 것 같군요 오늘은... ” 

 묘천도 묘천이지만 아내 윤정이 다소 걱정되는 얼굴로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동승은 피곤한 몸을 쉬면서 이와같이 말한다. 

 “ 안 그래도 타르보가 떠난뒤 그가 해야할 일까지 내가 다 처리를 하고 있어서 요즘 

  은 두배로 피곤하다오. 어서 빨리 타르보가 돌아와야 내가 좀 여유를 찾을텐데 말 

  이오. ” 

 이건 또 무슨말인가. 의아해서 묘천이 묻자 동승은 별건 아니라는 듯 짤막하게 사실관계만 답해준다. 

 “ 내 고을에서 내무서기(일종의 이방격)를 맡고있는 그런 관원이라오 헌데 일이 좀 

  있어서 얼마전부터 이웃나라인 에르크 왕국을 방문하고 있소. 한달 좀 넘는 여정 

  이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을 했는데 무슨일이 있는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구 

  료. ” 

 에르크란 바로 남문의 서쪽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그런 나라다. 헌데 그런 나라가 언급되는 것을 보면 묘천이 지금 남문의 서쪽 끝자락 마을까지 와있는 것은 분명한 듯 한데 동승이 묘천의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듯 좀 더 부연설명을 해준다. 

 “ 원래 내가 이곳 마을을 다스리면서 좌우로 거느리고 있는 두 측근이 있소. 하나가 

  지금 말한 내무서기 타르보고 또 하나는 공복(工福)서기(건설교통+복지후생 담당)를 

  맡고 있는 브루나라는 자요. 헌데 타르보가 이웃나라 에르크에 우리지역 문제로 상 

  의를 좀 할 일이 있어 얼마전에 그곳으로 떠났소. 한달여후에 돌아오기로 했는데  

  여하튼 아직 돌아오질 않고 있구료. ” 

 


 동승이 다스리고 있는 현의 정식명칭은 의성(義成)현으로 남문의 서부 에리크 왕국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서원(西院)주 경태(慶態)군에 속해있다. 허나 남문의 행정력이 무나지면서 주의 자사도 어느덧 10년 넘게 공석중이고 경태군의 태수 역시 워낙 국경 끝자락에 있는 지역이라 의성현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지 오래되어 일종의 독립적인 형태로 마을이 유지된지가 꽤 오래되었던 것이다. 의성현은 북부와 동부는 산으로 둘러쌓여있고 남부는 평야지대 그리고 서쪽으로는 강이 하나 흐르고 있어서 그 강을 경계로 에리크 왕국과 맞닿아있는 것이다. 

 “ 실은 이런 상황에서 에리크 왕국쪽이 우리에게 몇차례 제안을 해왔소. 그러지말고 

  차라리 자신들에게 병합되는게 어떻겠느냐구요. ” 

 “ 병합이요 ? ” 

 동승의 측근이라는 내무서기 타르보가 에르크로 떠난지가 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만 해도 그냥 별 의미는 없으려니 했는데 막상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묘천도 크게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말이 병합이니 사실상 다른나라 영토로 들어가는것이고 정상적인 국가라면 결코 용납할수 없는 일일 것이다. 허나 남문이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지 오래되면서 의성현은 사실상 자신들끼리만의 독자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그런 상황에서 이웃나라에 편입제안이 들어왔다는 이야기. 놀랍기도 하지만 나라가 이 지경이 된지 오래인데도 손놓고 있는 남문의 현실이 개탄스럽기까지 했다. 동승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사실 이곳의 백성들 상당수는 자자손손 이 지역에서 살면서 농사를 짓거나 장사 

  를 하며 살아온지 오래인 토착민들이오. 따라서 남문이 아무리 옛 노나라의 명맥을 

  잇는다 어쩐다 하지만 거기에 공감하는 백성들은 그리 많지 않소. 이들은 그저 하 

  루하루 농사짓고 장사하면서 먹고사는데 편한 그런 세상을 바라지 무슨 멸망한지  

  이미 800년도 넘는 노나라의 정신을 잇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들 그저 공허하게 들 

  릴뿐이오. ” 

 묘천이 동승의 이런말에 딱히 반박을 못하는 것은 실제 그동안 남문의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보니 실제 자신들이 옛 노나라의 명맥을 잇고 있다고 생각하는 백성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야말로 어떻게 용케 옛 노나라 옛 선현의 가르침을 일부나마 쪽지나 낱장 형태로 간직하고 있는 선비나 지사집안쯤 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아무리 부모나 조상이 자손에게 ‘노나라의 후손’이라 가르친들 아마 공허하게 들렸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동승이라는 자도 옛 노나라 선현이 남겼다는 ‘여금 5계명’까지 직접 간직하고 있고 그 가르침을 자신의 임지에서 실현코자 했다니 노나라 귀족이나 중신의 후예일 가능성은 높아보이나 – 확실치는 않다. - 그런 동승조차도 사실상 이곳 백성들의 사는모습을 접해보면서 노나라의 명맥을 잇는다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명분인지를 깨닫고 있는 단계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이웃나라가 자신들에게 편입되는게 어떻겠냐는 제안까지 들어왔으니 아무래도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었다. 

 “ 내 측근인 내무서기 타르보를 직접 에르크로 보낸 것은 실은 그런 곡절이 있기 때 

  문이오. 정말 우리가 에르크에 편입되면 우리를 잘먹고 잘살게 해줄수 있는지 그  

  뜻을 알기위함이오. ” 

 “ ...... ” 

 “ 헌데 에르크의 수도에서 여기까지 오가는데 한달 좀 넘게 걸리려니 막연히 짐작하 

  고 있었는데 아직 타르보 서기가 돌아오지 않고 있구려. 혹 무슨일이 있는 것은 아 

  닌지... ” 

 교통과 통신이 그리 발달되지 않은 시절이니 말을 타고 갔든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했든 한번 먼 여행을 떠난이가 돌아오기전까지는 그 중간에 소식을 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여하튼 내무서기 타르보가 에르크로의 편입 혹은 병합문제를 의논하고자 그곳으로 떠나고 그래서 그 공석이 계속되는동안 동승이 내무서기 업무까지 병행하다보니 근래에는 좀 업무가 가중되어 있다는 고백이기도 했다. 여하튼 졸지에 바로 그런 의성현의 현실까지 알게된 상황인 묘천. 아무래도 동승은 의성현을 에르크에 편입시키는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는듯해보여 그리 편지않은 심기로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이었다. 현청에서 이른 아침부터 동승이 어떤이와 뭔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타르보와 함께 동승의 양팔이나 다름없는 또다른 측근 공복서기 브루나였다. 

 “ 그러니까 브루나 서기가 직접 적성단(赤星團)을 한번 찾아가보겠다는 말이오 ? ” 

 “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적성단의 단원들과 오랫동안 교류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뜻에 동조하고 있는지도 오래되었고요.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건 현령어른 

  께도 이런 제안을 드리는것입니다. 차라리 적성단과 함께 하시지요. ” 

 “ 허허...그것 참... ” 

 동승이 뭔가 긴 탄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브루나에게 난감한 듯 말을 건넨다. 

 “ 허나 타르보 서기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브루나 서기까지 자리를 비우면... 

 ” 

 “ 저도 그 문제를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내무서기가 돌아온 뒤에 

  나 제 뜻을 말씀드릴 생각이었습니다. 헌데 기왕지사 현령께서 이미 모든 사실을 

  아셨으니 그저 제 뜻을 솔직히 말씀드리는것입니다. ” 

 “ ...... ” 

 “ 아무리 그래도 에르크는 다른나라. 아무리 그곳에서 편입이나 병합을 제안해온다 

  한들 그들이 정말 우리를 잘 살게 해줄지는 장담할수 없는 일입니다. 허니 그런 불 

  확실한 미래에 이 고을 모든 백성들의 운명을 거시느니 차라리 제 뜻을 받아주시지 

  요 현령어른. ” 

 이건 도대체 무슨소린가. 뭔가 또다른 꽤나 놀라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먼발치에서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묘천은 더더욱 놀랍고 황당해지기까지 했다. 쉬는시간을 이용 동승에게 대체 무슨일인지 영문을 물었다. 

 “ 아까 그 서기가 또다른 제 측근은 공복서기 브루나인건 알고 계시지요. ” 

 실은 아침에 동승이 공복서기 브루나와 급히 상의할일이 있어 그가 근무실에 잠시 들어가보았다. 헌데 그때 마침 브루나가 읽고있던 서한이 있었는데 황급히 브루나가 동승이 들어오자 그것을 숨겼고 의아해진 동승이 그것을 추궁하자 브루나가 모든 것을 자백해버리고 말았다. ‘적성단’이란 무리와 실은 브루나가 지금껏 내통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 현령어른 차라리 이렇게 된 것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적성단은 지금 남문 

  의 여러 가지 다양하고 뺴어난 재주를 지닌 호걸,기인들이 모여 폭군들이 연달아 

  즉위해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린 남문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 그런 구상을 

  하고 있은지 오래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들의 뜻에 함께하기로 오래되었고 그래서 

  은밀히 그들과 서한을 주고받아왔던것입니다. 현령어른 이미 남문은 나라를 제대로 

  바로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질대로 무너져버렸습니다.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고 폭군   

  ,싸이코,살육황제도 그렇거니와 그 밑의 중신들도 그런 황제 밑에서 저마다 제 한 

  목숨 부지하고자 눈치나 보면서 부패하고 타락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이렇게 무너져 

  내린 나라를 보고만 계실것이옵니까 ? 차라리 현령께서도 백팔호걸이 한자리에 한 

  적성단과 함께 해 주시옵소서. ” 

 “ 이보시오 공복서기. 지금 그대는 날더라 반란에 가담하라고 말하는것이오 ? ” 

 “ 에르크에 병합되자는건 반란과 다를게 뭐가 있습니까. 남문에서 고생하느니 차라 

  리 다른나라의 일부가 되는 것이 반란과 뭐가 다릅니까. 그러나 현령어른, 저는 앞 

  날이 불확실한 다른 나라의 일부가 되는길을 택하느니 차라리 이곳에서 새로운 세 

  상을 열자는 제안을 하자는것입니다. 남문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로  

  결의한 적성단과 함께 해 주시옵소서. ” 

 헌데 이런식으로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거기에 불만을 품은 이들끼리 반란을 일으키고자 세력을 구축하는 일은 지성체의 문명사에서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어디 날때부터 도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실패하면 도적이 되고 이기면 왕이나 황제가 되는 것이 솔파 지성체 문명사의 이치였고 역사라고나 할까. 살기 어려워지면 원래 하던 농사나 장사를 팽개치고 산이나 이런곳으로 숨어들어 도적이 되기도 하고 그런 도적의 무리가 점차 세력이 늘어나면 그곳에서 일종의 ‘해방구’와 같은 나라와는 별개의 자신들만의 새로운 세력이자 공동체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그들중 아예 이러느니 자신들끼리 새 나라를 세우던가 반란이라도 일으켜 폭군이 전횡하는 나라를 쓰러트리고 새 나라를 세우자는 그런 야심을 갖게되는 이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도적이냐 나라냐. 결국 무리를 이끄는 이의 야심이 어느정도냐에 따라 그 길이 결정되기 마련. 실제 이미 남문에는 먹고살기 어려워 자신들끼리 산속이나 이런곳으로 도망쳐 무리를 결성한 그런 집단이 이미 곳곳에 수십곳에 달한다. - 따지고보면 묘천이 이전에 남문 남부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맞닥뜨렸던 ‘봉선단’도 그런 무리중에 하나일뿐이다. 그런 무리가 일시적으로 자신들끼리 세력을 구축해서 그저 인근지역 백성이나 여행객의 재물이나 빼앗으며 노략질을 일삼으면 그저 한낱 도적떼로 전락해버리고 그런식으로 성장해서 하나의 세력을 이뤄 차라리 나라를 세우거나 독자세력을 구축할 뜻을 품게되면 그게 반란세력이 되는 것이다. 브루나가 은밀히 내통하고 있다는 적성단도 그렇게 출발은 도적이었으나 세력이 점차 불어나면서 아예 엉망이 된 나라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를 세우자는 그런식으로 방향설정을 한 조금 ‘큰 도적떼’인 셈. 브루나가 거듭 동승 현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 나으리, 이 작은 고을에서 나으리께서 아무리 지성으로 백성들을 다스린다 한들 

  그 시간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남문의 행정력이 미 

  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우리끼리 작은 독자세력이나 노선을 구축해 나가는 것은  

  한계가 있사옵니다. 또한 타르보의 말처럼 이웃 에르크에 병합되는것도 또다른 살 

  길을 선택하는것일수도 있으나 다른나라에 편입되었을시 이곳 백성들의 미래가 제 

  대로 보장될지 그건 장담할수 없는 일이옵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적성단과 함께 하 

  시오소서. 적성단은 흔히 보는 도적뗴가 아니옵니다. 시작은 그저 먹고살기 어려운 

  이들끼리 모여 결의를 하고 산으로 숨어든 그런 한낱 산적떼였을지 모르나 지금은 

  남문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기로 결의한 혁명세력이옵니다. 나으리도 그들 

  과 함께 해 주시오소서. ” 

 


 뜻하지않게 측근 브루나가 적성단이라는 반란세력과 함께 하고있음을 알게된 동승. 무엇보다 브루나가 적성단의 뜻에 함께해달라는 요청까지 하자 동승은 고민이 거듭될 수밖에 없었고 한편 에르크로 떠났던 내무서기 타르보는 그보다 며칠정도 시간이 더 지나서 의성현으로 돌아왔다. 타르보가 동승과 단둘이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그래, 어찌되었소 ? ” 

 “ 에르크의 황제께선 만약 남문의 의성현이 자신들에게 편입되어주기만 한다면 그 

  뜻을 가상히여겨 3년동안 세금을 면제해주고, 또 부족하거나 필요한 물산이 있다 

  면 한동안 지원을 아끼지 않을것이라 약속하셨습니다. 또 의성현의 백성들중 조정 

  에 출사하거나 출세하고픈 이가 있다면 에르크의 제도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와 법 

  도를 거쳐 중용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 

 무엇보다 타르보는 에르크로 의성현을 편입시키는 문제에 마음이 완전히 기운 것 같았다. 허나 또다른 측근 브루나가 적성단이란 반란세력과 손을 잡고 차라리 남문이 무너뜨린뒤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자 그쪽에도 약간 마음이 흔들리는 듯 쉽게 결정을 못하는 번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편 묘천은 이후 딱히 갈만한곳이 없어서였는지 그때까지도 의성현을 떠나지 않고 현령의 사저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런 묘천이 현령을 만나 이와같이 간했다. 

 “ 동승현령님. 제가 좀 생각을 해봤는데 말입니다. ” 

 “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묘천선생 ? ” 

 “ 제 생각엔 한번 적성단과 우리가 손을 잡아보는게 어떨까, 그게 더 낫지 않은가 

  그 생각을 해봤습니다. ” 

 무엇보다 어느덧 동승등 의성현의 관원들과 그 사이 일체감이라도 느꼈는지 ‘우리’란 표현을 하고있는 묘천. 그리고는 반란세력과 손을 잡자는 제안을 하고있는 모습에 동승이 적잖이 놀랐고 묘천은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뭔가 작심한 것이 있는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 동승현령님, 어차피 이렇게된 것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은 저 역시 옛  

  노나라 공신의 자손으로 저 역시 아버님으로부터 옛 노나라 선현의 가르침이란 ‘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부간에 예를 다하고 벗과 동료간의 신의 

  를 지키라’는 그런 가르침을 오래전부터 배워왔습니다. 또한 저희 아버님께선 옛  

  노나라 선현께서 남기신 책자가 온전하게 남아있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음을 

  한탄하시면서 옛 선현의 오계명과 관련된 세상에 존재하는 일화나 예화따위를 묶 

  어 책으로 만들어 후대를 가르쳤으면 한다는 뜻도 오래전부터 밝혀오셨습니다. 실 

  은 저는 아버님이 그런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신뒤 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5계명과  

  관련된 세상에 가르침과 교훈이 될만한 그런 이야기를 모으고자 세상을 떠돌아다 

  니게 된것입니다. ” 

 허나 이것은 정확한 사실은 아니다. 애초 묘천은 아버지의 젊은후처와 그 내연남을 살해하고 집을 떠난것이고, 아버지가 평소에 옛 선현이 남긴 ‘5계명’과 관련된 세상의 일화나 예화따위를 수집 책자로 엮어 세상의 가르침으로 남기고 싶다는 뜻은 오래전부터 밝혀오시긴 했지만 애초 묘천 아니 노윤이 집을 떠나게 된 동기가 그것은 아니지 않는가. 어디까지나 지금까진 도망자의 신세로 여기저기를 정처없이 떠돌아다닌 몸. 허나 막상 이곳 의성현에 와서 이런일들을 알게되고 나서는 어떤 심경변화를 일으켰음인지 제법 간곡하게 동승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 듣자하니 현령어른께서도 노나라 옛 선현의 또다른 가르침인 ‘여금 5계명’을 간직 

  해 내려오고 계셨다지요 ? 그리고 그 5계명과 관련되어 이 마을에서 ‘여인에게 함 

  부로 술을 권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만들어 그것을 지키라고 하기도 하셨고요...사 

  실 전 옛 선현의 가르침에 그런게 있었다는 이야긴 처음 들어보았습니다만... - 물 

  론 노나라 옛 선현의 남긴 책자가 여기저기 흩어져버렸으니 그 책의 100% 정확한 

  내용을 지금 다 파악할 수는 없으니 제가 모르는 그런 내용이 책자에 담겨있었다 

  하더라도 그건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 

 “ ...... ” 

 “ 헌데 문득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노나라 옛 선현의 

  가르침인 5계명과 그리고 현령어른께서 조상 대대로 물려받았다는 ‘여금 5계명’  

  그 두가지를 합치면 옛 노나라 선현께서 가르치셨다는 사상에 부합되는 온전한 이 

  상국가를 한번 만들어볼수도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요. ” 

 “ 묘천선생... ” 

 처음엔 그저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그저그런 나그네쯤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묘천에게서 이런말까지 나오니 동승은 몹시나 놀라고 충격도 좀 받은 모습이다. 묘천의 설득하는 말은 계속된다. 

 “ 물론 에르크란 이웃나라에 이 작은 고을을 편입시켜 이 마을의 백성들이라도 편하 

  게 살도록 하자는 그런 현령어른의 뜻도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남문의 끝자락에서 이렇게 이도저도 아니게 살아가느니 차라리  

  온전한 다른 이웃국가의 일부가 되어 백성들이라도 편하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그 

  나마 나은 방도가 될수도 있겠지요. 허나 선생, 기왕 이렇게 된 것...다른 선택의  

  길이 있다면 그것도 한번 해볼만하지 않겠습니까 ? 차라리 그 적성단과 손을 잡고 

  폭군황제,막장황제들이 계속 집권하고 있는 남문의 황실을 무너뜨리고 노나라 옛  

  선현의 가르침이 온전히 전해지는 진정한 이상국가를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어떻 

  소이까 현령어른 ? ”  

 “ 허나 어찌되었거나 반란이고 조정에 반역하는 일이 되는 것 아닙니까 ? ” 

 “ 이웃나라에 편입되는것도 남문의 입장에선 어차피 반역이지요. 그리고 세상에 대 

  의(大義)라는 것이 진정 존재한다면 백성들의 삶을 보다 평안케 하고 나라의 법도 

  를 바로잡기 위해서 막장황제를 물리치고 새로운 나라 새로운 법도를 세우는것도 

  진정한 대의를 따르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제 생각은 확실히 에르크의  

  새로운 끝자락 마을이 되느니 차라리 우리가 직접 손을 잡고 남문을 무너뜨린뒤 

  새로운 이상국가를 세우는 것이 진정 더 바람직한 대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노나라가 망한지 이미 800여년 세월. 솔직히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 진정 그 

  시절 노나라의 정신을 지금까지도 온전히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옛 노나라 선현의 가르침이 그토록 훌륭한것이었다면 800년 세월이 

  흘렀을지언정 그 노나라 선현의 정치철학을 다시한번 구현해보는 그런 이상국가를 

  세워보는것도 천하만민을 보다 평온케 하는 진정한 대의가 되지 않겠습니까 선생  

  ? 부디 한번 잘 생각해 주십시오. ” 



- 11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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