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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행우주 이야기 – 5. 백팔기 

 


 묘천이 그동안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면서 그리 잘사는 마을을 많이 보진 못한 것 같은데 – 있었다면 명성군의 태수와 가깝거나 충성하는이들이 살던 중심지역 정도 – 그래도 이번에 들른 마을은 그렇게 못사는 마을 같지는 않았다. 일단 집들이 대충 밖에서 봐도 마루와 방 두세칸 정도는 있어보이는 그런정도 규모의 집이었고, 시장의 점포들도 그런대로 성행하고 있었다. 사실 황도에서 꽤 멀리 떨어진 지역임이 분명한 이런곳에 이런 잘사는 마을이 있다는게 좀 의아하긴 했지만 여하튼 이전까지 묘천이 거쳐온 마을들에 비해 어느정도 – 아주 부유하고 풍족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 먹고사는데 큰 어려움은 없는 그런 집들이 많아보이는 그런곳이었다. 

 무엇보다 묘천에게 다행인 것은 하룻밤 묵으며 식사도 할수 있을만한 주막이 하나 있었다는 점이다. 그간 간간이 여각이나 주막이 있는 마을이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하룻밤 묵어갈수 있을만한 민가에 하룻밤을 청해 묵고가는 그런식으로 머나먼 여행을 해왔다. 주막에 들러 식사를 주문한 묘천. 민가에 머물때는 밥과 국 그리고 간단한 나물찬 두어개 정도로만 저녁식사를 할수 있었는데 모처럼만에 고기반찬을 맛볼수도 있었다. 술도 판다는 주막 주인의 말에 술과 고기안주를 시켜 모처럼만에 푸짐하게 한상 떡 차려 먹으려는때였다. 

 “ 거 참 우리 현령은 대체 매사에 무슨일을 이렇게 처리하는지 모르겠어. ” 

 “ 허허...그러게나 말이야. 참 이상한 현령이란말이지. ” 

 아무래도 이 고을의 현령이라는 자를 비난하는 것 같은데 대체로 둘이 나누는 대화는 현령을 두고 ‘이상한 자’라고 평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묘천의 경우 바로 이전에 머물렀던 명성군이란 지역에서 심지어 선정을 베풀어야 한다며 (그 선정을 베풀 돈이 필요하기에) 기부금을 걷고 심지어 자신의 덕을 칭송하는 송덕비와 동상을 자신이 명을 내려 백성들에게 강제로 세우게 하는 그런경우까지 봤던몸이다. 그런 막장태수까지 본 마당인데 여기는 또 얼마나 막장 현령이 있기에 저런말이 나오는가. 의아함에 실례를 무릎쓰고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려하였다. 

 “ 저 죄송하지만 한가지만 좀 여쭤볼까 합니다. ” 

 “ 선생은 뉘시오 ? ” 

 “ 지나가는 길손으로 오늘 주막에서 하룻밤 묵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조금전 얼 

  핏 들으니 이 고을 현령을 욕하시는 것 같은데... ” 

 “ 허허...욕할만하니까 욕하는거지요. 참 별스런 현령을 다 보겠소이다 그려. 내 살다 

  살다... ” 

 두 사람 나이가 대충 한 30-40 정도 되어보이는데 대체 얼마나 유별나고 이상한 막장 현령이 이 고을을 다스리길래 이런 말까지 나오는지. 일단 두 남자의 이름은 민규와 수강이라고 했다. 우선 민규라는 자가 한가지 사연을 들려주었다. 

 “ 내 이웃에 도선이라는 자가 있소이다. 철물점을 하는 친구인데, 하루는 직원을 시 

  켜 기둥을 하나 새로 세워야겠으니 땅을 좀 파보라고 시켰습죠. 해서 직원이 주 

  인이 시키는대로 땅을 팠소이다. ” 

 “ 헌데요 ? ” 

 “ 땅을 파는데 뜻밖에 그 안에서 금덩이가 하나 나오지 뭡니까. 그걸로 인해 주인 

  과 직원 사이에 다툼이 생겼습니다. 직원은 ‘내가 땅을 파서 금덩이를 발견했으니 

  그 금덩이는 내것’이라 주장했고 주인은 ‘땅이 본래 내 소유고, 또 내가 땅을 파라 

  고 하지 않았으면 직원이 그런 금덩이가 땅속에 묻혀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테니  

  내가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지분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 그렇게 다툼이 일어났습니 

  다. ” 

 주인과 직원의 다툼은 끝내 해결이 나지 않아 현령에게 송사를 청했다. 그러자 현령이 이와같은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 금덩이를 주인과 직원이 반반씩 나누고 그것이 싫으면 다른 불쌍한 사람에게 기부 

  하도록 하여라 그렇게 판결을 내렸지 뭡니까. ” 

 헌데 이쯤되면 그런대로 현명한 판결을 내린 셈이 아닌가. 그런데 그것을 이상하다니. 묘천으로선 이런일에 어찌 대꾸를 하거나 맞장구를 쳐줘야할지 몰라 난감해질 지경이었다. 이번엔 수강이란 자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저희 형님에게 본래 처가 있었는데 – 제게는 형수님이 됩죠 – 흉년에 살기가 어 

  려워지자 갓난아기를 두고 집을 나갔습니다요. 형수는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고 형 

  은 혼자서 아기를 키웠습니다요. 헌데 형님이 아기를 혼자 돌보는게 아무래도 딱하 

  고 힘들어 보였는지 이웃에 사는 마음씨 좋은 어떤 착한 처자가 형님의 아이 돌보 

  는 것을 도와줬지 뭡니까. ” 

 “ 헌데요 ? ” 

 “ 집을 나간 형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그러자 아이는 자신을  

  돌봐주는 이웃집 여자를 제 어미인줄로만 알고 자랐습니다. 그렇게 한 4-5년 정도 

  지났는데 그렇게 집을 나갔던 형수가 돌아온겁니다. ” 

 4-5년만에 돌아온 형수는 자신의 남편이 다른 이웃집 여자와 함꼐 아이를 돌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기가막혀했고 아이를 자기 아이니 ‘자신이 데려가겠다’고 했다. 여기에 아이를 돌봐주던 이웃집 여자가 거부하자 역시 이들도 아이를 데리고 현령에게 송사를 청하러 갔던 것이다. 그러자 현령은 이와같이 하였다고 한다. 

 “ 아이를 내려놓고 두 여인은 각자의 속옷을 가져와보라. ” 

 난데없이 웬 속옷을 가져오라는것인지. 두 여인은 하는수없이 각자 입던 속옷을 하나씩 가져왔고 현령은 이와같이 명했다. 

 “ 아이를 가운데 두고 속옷은 아이에게서 각기 반대쪽으로 똑같은 거리를 두고 놓아 

  두거라. ” 

 역시 두 여인은 현령이 시키는대로 했다. 아이에게선 대략 5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를 두고 반대편 양쪽에 각자의 속옷을 갖다놓은 현령. 그리고는 아이보고 한번 두 여인의 속옷중 하나를 택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는 여태까지 자신을 돌봐주던 여자의 속옷을 택하고 말았다. 

 “ 그래서 현령은 아이가 택한 속옷의 주인인 이웃집 여자가 아이의 참 어미라 하며 

  아이는 지금껏 돌봐준 이웃집 여자가 계속 돌보게 하고 형수는 갓난아이와 남편을 

  두고 떠난 죄로 곤장 20대를 치게 하고 마을을 떠나도록 명했습니다. 아울러 아이 

  가 스무살이 될 때까지 두 번다시 아이앞에 나타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고요. 

  아니, 그러니 뭐 그런 이상한 현령이 다 있습니까요 그래. ” 

 “ 허허...참... ” 

 처음엔 ‘이상한 현령’ 운운하길래 대체 이번엔 얼마나 막장으로 마을을 다스리는 현령이길래 주막의 손님들로부터 그런 원성이 다 나오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이야기를 들으니 묘천은 오히려 더 의아함이 생겼다. 대체 이 마을의 현령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함이 증폭되고 있을때였다. 

 


 한떼의 손님이 주막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대충 보니 열명은 족히 넘어보이는 제법 많은이들이었는데 일단 이들은 주인에게 술과 안주를 시키고 잠시후 주문한 술과 음식이 나오자 그것을 들며 저마다 울분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 이거 우리 도대체가 참을수가 없어. 도대체가 참는것도 한도가 있어야 말이지. ” 

 “ 맞아, 무슨 현령이 이딴식으로 우리를 못살게 굴수가 있냐구 ? 세상에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다 있어 ? ”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 현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묘천은 한번 그쪽에도 합석을 청해보았다. 무리의 우두머리격이 되는 이는 이천이란 이름을 가진 자였는데 이천을 중심으로 삥 둘러앉은 이 열댓명의 무리들은 이런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있었다. 

 “ 여하튼 이번일은 반드시 시정을 봐야해. 이번에 이거 고치지 않으면 우리 다 못 

  산다구. 죽는단말야. ” 

 “ 뿐이야 ? 이게 어디 사는꼴이냐구. 하여튼 나도 이번에 현령을 만나서 제대로 담 

  판을 짓겠소. ” 

 “ 아니, 도대체...형씨들 죄송하지만 조금만 좀 여쭤보겠소이다. 그러고보니 아까 저 

  쪽에 앉았던 손님들도 현령이 이상하다느니 어쩌느니 그러던데...대체 무슨일들이시 

  오 ? 대체 님들은 현령의 어떤 정책이 그리 불만이시오 ? ” 

 “ 정책은 무슨...그냥 말도 안되는 짓거리들이지. ” 

 그런식으로 내뱉으면서 십여명의 무리들은 자신들끼리 술과 안주를 나누며 현령에 대한 불만을 계속 토로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이들의 의견은 대체로 이런식으로 모아지고 있었다. 

 “ 여하튼 그러니 내 말을 좀 들어보자구. 우리가 직접 현청으로 가서 현령에게 따지 

  자고. 이건 현령을 직접 만나 따지지 않고는 해결을 볼수 없는 문제야. ” 

 “ 나도 이천형님 말에 동의해. 현령을 직접 만나 시정을 요구해야지. 우리끼리 이렇 

  게 백날 불평불만을 늘어놓아야 아무 소용이 없어. ” 

 그저 단순히 불만토로 수준이 아니라 직접 현청을 찾아가서 현령을 만나든 무슨 시위라도 벌이든 결판을 벌일 기센데 그러고보니 좀 이해가 안가는 면이 있었다. 그저 단순히 자신들끼리 고을을 다스리는 관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것이라면 모를까 시위를 하든 단체로 몰려가 항의를 하든 그런식의 모의라면 아무래도 은밀하게 진행되는게 일반적인 상식 아닌가. 하다못해 주막에 방이라도 하나 빌려 자신들끼리 조용히 거사를 의논하던가 그런식이 될터인데 이들은 다른 손님들이 뻔히 다 볼 수 있는 야외의 공간에서 술을 마시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다른건 몰라도 현령의 어떤 문제에 대해 단체로 몰려가 항의를 하겠다는 거기에는 이들 무리가 의견이 거의 일치되는 듯 했다. 지금 이대로 다들 일어나서 당장 현청으로 몰려가기라도 할것같은 기세. 그러자 궁금해서라도 묘천도 이들의 거사에 동조 한번 같이 현청으로 찾아가보기로 했다. 묘천이 아예 이들이 먹고마신 술과 안주값까지 직접 지불하고 그리고 무리를 따라나선 묘천. 한두시간쯤 걸어 이들은 현청에 당도할수 있었다. 

 “ 현령은 나오시오. 우리가 직접 현령을 만나 할 이야기가 있으니 직접 나와보란 말 

  이오. ” 

 “ 아...아니 근데 여기와서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이러지말고 다들 돌아가세요. ” 

 현청을 지키는 나졸 한명이 당황한 듯 이들을 돌려보내려 했고 무리가 너무 많아 혼자서는 역부족일 것 같다는 것을 바로 깨달은 나른 나졸 두어명과 다른 관원도 한두명 더 나서 이천의 무리 열댓명을 돌려보내려 했다. 허나 작심하고 항의를 하러온 이들을 돌려보내는 것은 어차피 쉽지 않은 분위기. 그런 실랑이가 한참동안 계속되던중이었다. 

 “ 웬 소란들이냐 ? ” 

 현청 문밖에서 들리는 소란을 들었음일까. 안에서 누군가가 나오고 있었다. 대충 정제된 관복을 입고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그가 현령임을 대번에 짐작할수 있었다. 그가 무리에게 말을 걸었다. 

 “ 대체 현청앞에서 이 무슨 소란이오 ? 관아에서 함부로 소란을 피우는것도 불법으 

  로 처벌받을수 있음을 모르시오 ? 대체 왜들 이러시오 ? ” 

 “ 현령 나으리. 우리 이야기좀 합시다. ” 

 확실히 지금 나온이가 현령이 맞는 듯 무리중 하나가 바로 불쑥 나서서 현령에게 다가오며 말을 건네려 하였다. 관원들이 당황해서 그런 사내를 제지하긴 했지만 현령이 오히려 만류하였다. 

 “ 그만두어라. 어차피 내게 할말이 있다고 찾아온 고을의 백성들이 아니냐. 현령에게 

  원성이 있다면 그런 백성의 원성을 듣는것도 현령의 소임일터. ” 

 “ 이보시오 현령. 도대체 이럴수가 있소 ? ” 

 뭔가 현령의 대응은 차분해보였고 그러나 무리는 여전히 참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는지 계속 항의하는듯한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현령도 진정을 시키려는 듯 손을 내저어보이고 차분히 입을 연다. 

 “ 내게 할말이 있다니 나 역시 그대들의 대화요구에 응하는게 순리일것이외다. 그러 

  나 이렇게 많은이들이 한꺼번에 찾아오면 나 혼자서 무슨수로 응대할 수가 있단 

  말이오. 아무리 현령이라도 그대들과 다 똑같은 생명체인 것을. 대표를 한 몇분 

  이라도 정해 안으로 들어오시오. 내 그러면 접견실에서 진지하게 그대들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를 들어드리리다. ” 

 일단 현령의 대화제의에 무리는 다소 누그러드는 분위기였고 자신들끼리 즉석에서 회의를 열어 열댓명의 무리중 우두머리 이천을 비롯해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이들을 중심으로 세명정도 현령과 대화를 할 대표를 선출하였다. 그리고 이들 세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현령. 현령과 세명이 접견실에서 대화가 진행되는동안 나머지 무리들은 현청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기로 했다. 대화가 장시간 길어질 것을 대비 관원과 나졸들은 나머지 열명정도의 무리가 앉아서 쉴만한 의자와 거적등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렇게 현령과 대화를 나누기로 한 대표단은 접견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나머지 무리는 관원과 나졸들이 가져다준 의자나 거적에 대충 앉아서 휴식을 취하며 대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다. 

 “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 

 현령이 관원과 나졸들에게 명을 내렸다. 제법 지엄한 목소리였다. 

 “ 저자들을 모두 포박하라. 그리고 모두 곤장 열대씩을 친뒤 고을밖으로 추방하도록 

  하라. ” 

 “ 아...아니 ? ” 

 무리를 함께 따라와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묘천은 기가막혔다. 처음엔 대화를 시도해보겠다면서 제법 분위기가 잘 돌아가는 것 같았고 그런대로 백성들의 원성을 들어줄줄도 아는 그런 현령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대표단과의 면담이 끝나고 나와서는 이들을 모두 묶고 곤장을 치고 그것도 모자라 고을밖으로 추방하라는 것 아닌가. 묘천이 보니까 너무 황당하고 기가막혀 항의를 안 할 수가 없었다. 

 “ 아...아니 이보시오. 이게 대체 무슨짓이오 ? ” 

 “ 당신은 누구요 ? ” 

 불쑥 나서는 묘천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현령. 묘천의 항의가 계속된다. 

 “ 이곳 현령은 원래 이런 사람이오 ? 억울한 송사가 있어 찾아온 백성들을 만나서  

  대화는 해주는척 하면서 이런식으로 뒷통수를 치는 그게 이곳 현령의 실체냐 이 말 

  이오 ? 앞에서는 대화를 시도하는척 하고 뒤에서 이런짓을 벌이는...그게 당신이 하 

  는 이 고을을 다스리는 방식이오 ? ” 

 “ 그대도 이 고을 백성이오 ? ” 

 현령 입장에선 어차피 낯선 얼굴이니만큼 궁금해서 물었고 묘천이 답한다. 

 “ 백성은 아니고 지나가는 길손이오만...듣자하니 이곳 현령의 하는짓이 너무 기기막 

  혀 참을수가 없어 나섰소. 대체 이게 뭐하는 짓거리요 ? ” 

 “ 나는 이곳 고을의 책임을 맡은 현령 동승이라고 하오. 내가 다스리는 고을에서 현 

  령이 내린 법도를 어기고 질서를 계속 어지럽히는 못된 무리들을 징벌하는것이오.  

  지나가는 길손이면 다른 마을일에 신경쓰지 마시고 갈길이나 마저 가시오. ” 

 “ 아니, 내 도저히 갈수없소. 이런 이상한 짓을 하는 고을의 현령을 내 눈으로 직 

  접 보고도 그냥 간다면 내 양심상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소. 대체 당 

  신은 무엇 때문에 이런짓을 벌이는것이오 ? ” 

 일이 좀 복잡하게 꼬여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이름이 동승이라고 한 현령은 잠시 한숨을 내쉬는 듯 했다. 그리고 다른 관원에게 명했다. 

 “ 우선 저자부터 가두어라. 일단 소란을 피운자들에 대한 처리가 시급하니 저자에  

  대한 문제는 나중에 처리하도록 하고 우선 소란을 피운 무뢰배 곤장부터 치자. OO 

  이와 OO이는 어서 형틀을 준비하고 O서기는 일단 저 지나가는 길손이라는 이를  

  잠시 좀 가두도록 하시오. 우선 무뢰배들 곤장부터 치고 추방한 다음에 다음일은 

  순서대로 처리합시다. ” 

 “ 아...아니 이것보시오. ” 

 묘천을 가두라는 말에 관원이 곧 다른 나졸에게 명해 묘천을 옥으로 끌고갔고 그러는 사이 현청 마당에는 어느새 다른 나졸들이 소란을 피운 백성 십여명을 꽁꽁 묶었고 그리고 형틀을 준비해왔다. 동승 현령의 명대로 이천을 비롯한 열다섯명의 소란을 피운 무리들 곤장을 치는일이 먼저 실시되었고 현청 마당은 곧 곤장을 맞는 이들의 비명소리로 가득했다. 

 


 이런곳까지 와서 옥살이까지 하게 되다니. 현령의 명에 의해 일시적으로 현청 옥사에 갇힌 묘천은 기가막히기만 했다. 무엇보다 비록 잠시 마주했던 현령이긴 하지만 뭔가 성격이 굉장히 비틀어진 그런자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기에 아무래도 쉬이 여기서 나가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눈앞이 캄캄해지기만 했다. 이렇게 되니 처음 자신이 집을 떠나게 된 경위에서부터 혼자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가운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 나오시오, 현령어른이 부르시오. ” 

 시간은 좀 많이 지난 것 같고 그사이 날도 어두워진 것 같은데 현령이 부른다는 옥졸의 말이었다. 옥졸과 그리고 관원으로 보이는듯한 자 한명의 안내를 받으며 의아한 마음을 품은채 묘천은 일단 그들을 따라갔다. 옥졸과 관원은 일단 묘천을 한 방으로 안내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뜻밖에도 현령이 한상 차려놓고 묘천을 기다리고 있었다. 

 “ 어서오시오. 일단 시장하실테니 식사부터 하시지요. ” 

 의아하다못해 이제 황당할 지경이기까지 한 묘천. 헌데 그런 묘천의 마음을 짐작이라도 하는 듯 현령이 묘천의 손을 한번 잡아보며 정식으로 사과의 말을 건넸다. 

 “ 아까는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일이란게 처리할 순서가 있다보니 공연히 상황을 복 

  잡하게 꼬이게 하고싶지 않아서 임시조치로 그리하였던것이었소이다. 덕분에 훌륭 

  하신 선생께 본의아니게 결례를 범하였소이다. 용서하시오. ” 

 정중히 사과하는 현령 동승. 뭐 묘천이 한일이라고는 현령한테 항의할일이 있다며 떼로 몰려가기로 한 열댓명의 무리와 함께한 것 그리고 그렇게 함께 따라온 현청에서 현령의 처사가 아무래도 비상식적으로 보여 항의를 한것뿐이니 딱히 그걸가지고 ‘훌륭하신 선생’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다. 일단 동승 현령은 묘천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며 미리 준비한듯한 식사와 함께 술을 권하고 있었다. 동승이 따라준 술을 한잔 일단 마시게 된 묘천. 동승이 사정을 설명하려는 듯 천천히 입을 연다. 

 “ 사실 아까 나를 찾아온 무리들은...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나 한 절반정도는 아마  

  평상시 특별히 하는일이 없이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부랑자,무뢰한인 것으로 알고 

  있소. 내 그래서 그런 조치를 취했던것이오. ” 

 부랑자고 무뢰한이라니. 어쨌든 아까 낮에 묘천의 기억으론 그들 열댓명은 이천이란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현령의 처사가 뭔가 잘못되었다면서 단체로 항의를 하러 가려는 그런 기세를 보이던 이들이었다. 헌데 그중 절반이 무뢰한이라니. 거듭 의아해진 묘천에게 동승의 설명은 계속된다. 

 “ 실은 그들은 내가 이 고을에서 명을 내린 ‘남자는 여자에게 함부로 술을 따르거나 

  권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내규랄까...혹은 금지령(禁止令)에 대해 반발심을 품은자였 

  소. 나는 그런일들이 행여 싫다고 하거나 원치않는 여인들에게 속물같은 남자들이  

  결례를 범하고 무례를 범하지 않을까하여 그런 조치를 취한것인데, 여하튼 남자들 

  중엔 생각보다 그런 영에 대한 불만을 가진이가 제법 되는 듯 하더구료. 헌데 그중 

  에서도 가장 불만을 품은이들이 그렇게 열댓명이나 무리를 지어 저한테 항의를 하 

  러 온것이오. 그래도 어쨌든 나와 직접 대화를 하고싶어 찾아왔다니 이야기나 좀 

  들어보려 한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타협점이 찾아지지 않아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이오. ” 

 “ 허나 아무리 그렇기로 곤장까지 치다니...게다가 아까 얼핏 들으니 그들에게 추방 

  령까지 내린 것 같은데... ” 

 무엇보다 ‘남자가 여자에게 함부로 술을 따르거나 권하지 않는다’는 영을 내렸다는게 잘 이해가 가지않아 더더욱 의아할 따름인 묘천. 동승이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을 좀 하려는 듯 입을 열려하는데 그때 밖에서 한소리가 들렸다. 

 “ 현령나으리. ” 

 “ 무슨일이냐 ? ” 

 “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요. ” 

 ‘사모님’이든 ‘마님’이든 문나라에선 보통 지체높은 벼슬을 하고있는이의 부인을 일컫는 말이다. 여하튼 현령의 부인되는이가 찾아왔다는 말인데 동승은 일단 자기 아내를 들라고 했고 잠시후 바로 부인이라는자가 방안으로 들어섰다. 수수한 옷차림이긴 했지만 제법 젊어보이는데다가 타고난 미모도 있기 때문인지 묘천도 순간적으로나마 반할뻔했다. 일단 동승이 아내라는 여인에게 다가가며 말한다. 

 “ 오, 부인...그래 OO 고을에 산다는 ‘토설(吐泄)괴질 – 일종의 장티푸스나 콜레라  

  같은 병’ 환자 가족은 잘 돌보고 오는길이오 ? ” 

 “ 의원과 함께 찾아갔었는데 증상이 그리 쉽게 낫지는 않는 듯 하더이다. 여하튼 여 

  인과 어린아이 둘이 그런 병을 앓고 있어서 의원과 하루종일 그 환자들들 돌보고 

  오는길입니다. ” 

 그리고는 수줍게 손을 내밀어보이는 현령의 아내. 동승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아본다. 

 “ 수고가 많았소. 부인의 노고를 내 잊지 않으리다. ” 

 “ 당치않사옵니다. 현령의 부인으로서 고을의 소외되고 불우한 백성들을 돌아보는 

  것은 마땅히 해야할일인것을요. 저는 그저 마땅히 해야할 소임을 다 하고 있을뿐 

  입니다. ”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현령내외. 동승은 아내를 묘천에게도 소개한다. 

 “ 인사하시지요. 이쪽은 제 안사람으로 이름은 윤정이라고 하는데 나이는 올해 스 

  물여섯입니다. 제가 나이가 40을 넘겼는데 그러니 그런 저하고는 나이차이가 좀 

  나는 그런 아내올시다. 그리고 이쪽은 어찌하다보니 잠시 이 고을을 지나게된 손 

  님이시오. ” 

 그렇게 소개를 한 현령의 부인과 인사까지 나누게 된 묘천. 어쩌다 이렇게 젊은 부인까지 얻게 된 것인지 곡절이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지금 그런것까지 물어볼수는 없을터이고 다만 잠시나마 묘천은 동승이란 현령이 참 기이하면서도 특이한자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윤정이란 이름의 부인의 빼어난 미모 때문에 잠시 넋을 잃기도 한 묘천. 한편 동승은 그런 묘천에게 다시금 말을 건넨다. 

 “ 헌데 선생께선 아까 얼핏 듣기로 이 고을을 잠시 지나가던 여행객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 ” 

 “ 아, 예. 그저 어찌어찌하다보니 좀 정처없이 떠도는 몸이긴 한데... ” 

 현령 앞에서도 또다시 거짓신분을 밝혀야 하는것인가 망설여진 묘천. 헌데 동승 현령은 굳이 설명을 더 들을 것은 없다는 듯 이와같이 말을 건넨다. 

 “ 그럼 어차피 하룻밤은 묵고 떠나시던가 해야할터인데 저희 고을에 주막이 없는 것 

  은 아니나 아까 제가 범한 결례에 대한 사과의 의미도 있고하니 저희집에서 하룻밤 

  묵으시지요. 하룻밤 편하게 대접해 드리고 싶소이다. ” 

 “ 아...아닙니다 뭐 그럴것까지야... ” 

 사실 아까 졸지에 옥에 갇혔을때까지만 해도 진짜 성격 이상한 현령을 만나 제대로 곤욕을 치르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찔해지기까지 한 묘천이다. 허나 지금은 오히려 다소 과도해 보일 정도로까지 호의를 보이고 있는 현령 동승. 일단 식사는 마저 해야겠기에 동승이 대접한 식사와 술을 마저하고 현령내외의 안내를 받으며 그네들의 사저로 장소를 옮겼다. 그리고 현령내외가 내어준 방에서 잠시 하루를 묵게된 묘천. 여정을 풀고 있을때쯤 현령이 다시 들어왔다. 

 “ 선생, 계십니까. ” 

 “ 아, 예. 어서 들어오시지요. ” 

 “ 피곤하시기도 할테고 주무셔야할텐데 제가 결례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요. ” 

 “ 아...아닙니다. ” 

 어차피 현령이나 이 고을에 대해 여전히 모든 것이 의문투성인지라 그 궁금증때문에라도 그냥은 제대로 잠을 못 이룰것만 같았다. 그러니 그 의문을 풀어줄것만 같은 당사자인 동승 현령이 다시 들어왔으니 묘천은 되려 감사해야할 판. 그렇게 둘이 다시 마주앉게 되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혹시 선생께선 여금(女禁) 5계명에대해 들어보신적이 있습니까 ? ” 

 “ 여금 5계명이라뇨 ? 그건 또 뭡니까 ? ” 

 “ 옛 노나라 시절 옛 선현이 만든 남자가 여자에게 행해선 안되는 다섯가지 계명이 

  라고 알고있습니다. 바로 옛 노나라 선현이 남긴 책에 있던 계명인데 저는 조상대 

  대로 내려온 그 계명이 적힌 쪽지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 

 옛 노나라 초창기시절 나라를 다스리며 백성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행해야하는 그런 가르침을 만든 선현이 썼다는 책. 모두 열권정도의 책이 전란속에 뿔뿔히 흩어지고 지금은 노나라 선비나 귀족의 후손들중 일부가 그 책자의 일부 필사본이나 인쇄본을 낱장이나 쪽지같은 형식으로 간직해오고 있다는 이야기는 묘천 아니 노윤이 어린시절부터 그 아버지 노승환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었다. 허나 애당초 노윤이 아버지로부터 들은 다섯가지 덕목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부간에 예를 다하라...’는 식의 대략 그런것들. 헌데 그런것말고 ‘여자에게 행해서는 안되는’ 그런 계명도 있었단말인가. 일단 묘천(노윤)으로선 처음들어보는 이야기라 의아해하며 동승을 바라보고 있다.  

 


 원래 노나라 초창기에 존재했다는 옛 선현의 가르침이 열권 정도의 책자에 해당되는 분량이었지만 전란속에 모두 흩어져버리고 필사본이나 인쇄 혹은 복사본등을 옛 노나라의 중신,선비등의 후예들이 쪽지나 낱장같은 형태로 몇장씩 어렵사리 보관해온것이기 때문에 그 원본 열권을 있는 그대로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옛 노나라의 정신을 이어간다는 후예들은 대가 자신들이 보관하고 있는 낱장이나 쪽지 중심으로 후예들을 가르치거나 혹은 자신이 존재하는 말씀에 자신의 생각을 일정부분 보충하여 가르치거나 또는 노윤의 아버지처럼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쪽지에다 기존의 예부터 전해져내려오는 다른 책자의 가르침을 섞어 보완해서 가르치거나 하는식으로 후대를 가르쳐왔다. 더러는 그런 선비들끼리 서로 보관하고 있는 분량의 책자를 맞교환하여 보완하기도 했고 심지어 노윤의 아버지의 경우엔 ‘5계명’과 관련된 세상에 존재하는 일화나 이야기들을 묶어 새로운 가르침의 책자를 만들 구상까지 하기도 했었지만 여하튼 그런 5계명 말고 또다른 여성에게 행해서는 안되는 ‘여금 5계명’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묘천이 오늘 처음 들어봐서인지 의아해하며 거듭 동승에게 물었다. 동승의 말이 이어진다. 

 “ (1) 원치않는 여성에게 성관계를 강요하지 않는다 (2) 여성이 원치 않을 때 불필요 

  한 신체접촉을 하지 않는다 (3) 여성에게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장난을 치지 않는 

  다 (4) 이유없이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대락 그런 가르침이 금녀 5계 

  명이외다. ” 

 ‘5계명’이라고 하더니 실제 그 다섯까지 계율이 다 전해지지는 않은것인지 일단 네가지 계율만 언급한 동승. 무엇보다 옛 노나라 선현의 가르침 책자의 일부를 지금까지 대대손손 보존해오고 있다면 그런이는 확실히 옛 노나라의 충신이든 공신이든 귀족이든 그런이들의 자손이 확실하다. 그래서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또 한편으론 어떤 불안감과 두려움도 엄습해오는 묘천. 동승은 설명을 좀 더 덧붙여준다. 

 “ 저는 옛 노나라 중신집안의 후예로써 대대로 전해져내려오는 그러한 옛 선현들의 

  가르침을 후세들에게 가르치고 또 가급적 그 계율속의 이상을 현실에서도 조금이라 

  도 구현해보고자 노력하였소이다. 허나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더이다. 그러다 나이  

  40에 접어들어서 이런 변방의 작은 현이라도 하나 다스리게 되어 이곳에서라도 그 

  런 옛 선현의 가르침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그런 지침을 내렸던것입니다. ” 

 “ 그러니까 여인들에게 함부로 술을 따르거나 강권하지 않는다는게 바로 그런 여성 

  에게 성추행을 하거나 성폭행을 하지 않는다 그런 가르침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만 

  든 그런 지침이다 그 말씀이시오이까 ? ” 

 “ 제가 이 세상을 한 40년 조금 넘게 살아오다보니 대개는 그렇더군요. 아무래도 여 

  자는 남자보다 약한 존재고 또 밖에서 일을 하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대개 살림을 

  돌보며 안에만 있는 존재이다보니...아무래도 남자들은 그런 여자에게 특히 술에 취 

  하면 그런짓을 많이 하는 것 같더이다. 특히 음란한 농담이나 짖궂은 장난을 치는  

  경우는 10중 8,9는 대개 술취한 남자거나 또는 특별한 직업없이 떠도는 부랑자나  

  무뢰한인 경우가 많더군요. ” 

 적어도 그 부분은 어느정도 공감을 하는것인지 묘천도 딱히 반박은 못하고 있다. 동승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 그래서 제가 이 마을에 현령으로 부임해서 백성들을 다스리면서 그런 지침을 한  

  1년전에 내렸던것인데 생각보다 거기에 반발하는 남정네들이 많았소이다. 게다가  

  물론 점잖거나 또는 성실한 직장이 있는 그런이들중에도 반발하는 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할 일없이 떠도는 부랑자나 무뢰한중에 특히 거기에 반발하는 이 

  들이 많더군요. 하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그런 ‘금지령’을 겪어본일이 없으니 

  자기네들 딴에는 황당하기도 했을테고 충격도 받았을터이고 따라서 어느정도 반발 

  은 예상하고 있었소이마는... ” 

 바로 그런 반발하는 남정네 열댓명이 그렇게 주막에서 술까지 한 상태에서 현청으로 달려와 항의를 했던 것이다. 동승은 그래도 자신과 대화를 해보고 싶노라고 찾아온 백성들이니 대표단이라도 몇몇 구성해서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헀던것이고 막상 대화를 시도해보니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아서 대화는 결렬된듯하고 그래서 하는수없이 동승이 그런 상황에서 열댓명의 무리들을 모두 곤장을 열대씩 치게하고 고을 밖으로 추방하라는 영을 내렸던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고을에서는 옛 선현의 가르침중 하나라는 ‘여금오계’를 실천하고 싶었던 동승의 의지. 그것이 엿보이는 결정이기도 했다. 헌데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채 그런 무리와 합세헤 현령에게 항의를 하러 왔으니 이제 묘천이 되려 부끄러워질 따름이다. 허나 동승은 그런 묘천에게도 아까 낮에 있었던 자신의 무례에 대해선 거듭 사과한다. 

 “ 여하튼 제 목적은 그 열댓명의 무뢰배들을 처벌하는게 우선 순서였기 때문에 일이 

  복잡하게 꼬이지 않게 하기위해 멀리서 오신 길손이라는 묘천선생은 일시적으로  

  가두었던것뿐입니다. 급한 상황에서 내린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여하튼 본의아니게 

  선생께 무례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용서하시지요. ” 

 “ 아...아닙니다. 용서라니요. 당치않은 말씀이외다. 오히려 막상 사연을 들어보니 제 

  가 오히려 자세한 내막을 알지도 못한채 엉뚱한데 끼어들었던 것 같군요. 오히려  

  제가 현령어르신의 큰 뜻을 어지럽힐뻔했습니다. 부디 용렬했던 저의 처신을 용서 

  하십시오. ” 

 오히려 묘천에 동승에게 백배사죄하고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 사과하면서 화해가 된 셈이다. 그리고 화기애애해진 분위기에서 둘의 대화가 좀 더 이어진다. 동승의 어린아내 윤정이 차를 한잔 내왔다. 

 “ 헌데 그 무리들 말고 다른 백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런 판결을 내리신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뭐 집을 나갔다가 5년만에 돌아온 여자가 있었는데 그 사이 집에 

  서 아이엄마를 대신해 엄마역할을 대신해주던 이웃집 여자가 있었고 남자는 그 이 

  윗집 여자와 부부나 다름없이 살고 있었는데 5년만에 돌아온 여자가 아이의 소유권 

  을 주장하자 두 여인의 속옷을 양쪽 똑같은 거리에 놓게하고 아이가 선택한쪽을 진 

  짜 어머니라 판결을 내리고 오히려 5년만에 돌아온 – 실제로는 아이 친엄마 – 여 

  인은 곤장을 쳐서 내쫒았다는... ” 

 “ 아, 그것 말입니까. ” 

 아마 시간이 좀 지난 일이라서인지 동승은 새삼 그때일이 떠올려지면서 다소 쑥스러워지는지 머리를 한번 긁적인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사실 세상에 이따금씩 있는 송사지만 또 한편으론 쉽게 결론내리기 어려운 송사 

  지요. 5년만에 돌아온 친엄마와 5년동안 아이엄마대신 돌봐준 여인중 누구를 아이 

  친엄마로 할것인가. 그래서 차라리 어린아이보고 택해보라고 선택권을 준것입니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고 어릴 때 제 친어미가 도망을 갔기 때문에 친엄마에 대한 

  기억조차 없을 아이. 그런 아이가 두 여인의 옷중에서 어떤 여인의 옷을 택하는지 

  ...솔직히 저도 좀 궁금했습니다. 그럴 경우 아이가 과연 어떤 여인의 옷을 택할지 

  ... ” 

 그리고 어릴 때 도망간 친엄마보다는 5년동안 자신을 길러준 여인에게 더 모정을 느껴서인지 그 여인을 택했다는 아이. 동승의 설명이 좀 더 이어진다. 

 “ 그러고보니 5년만에 돌아와서는 아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친어미가 더 괘 

  씸하게 느껴지지 뭡니까. 그래서 두 번다시 이런 분쟁이 벌어지는일을 없이하기 위 

  해서 5년만에 돌아왔다는 아이 친엄마에겐 곤장 스무대를 치게하고 마을에서 추방 

  시킨뒤 아이가 어느정도 자라 자신의 판단력과 선택능력이 생겨날 스무살때쯤 아이 

  앞에 나타날 수 있도록 조치한것입니다. 뭐 현명한 판결을 내린것인지 솔직히 저도 

  확신은 없습니다만... ” 

 묘천이 그런 동승의 빈잔에 따뜻한 차 한잔을 가득 채워준다.



- 10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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