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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레드벨벳 조이 (8)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평행우주 이야기 – 5. 백팔기 

 


 하루에 천리를 달릴수 있다는 말 – 물론 이런식의 표현은 과장법이지만 – 을 얻게된 묘천은 그 말을 타고 달리고 또 달렸다. 다만 이번엔 방향을 좀 반대로 잡아보았다. 애초 남문의 남부 지역에선 집을 떠나 서쪽으로 향했다가 야적떼를 만나 한바탕 고생을 했던 묘천이었기에 북부로 와서는 반대로 동쪽으로 향했다가 더 이상한 마을을 연거푸 만나게 된 셈 아닌가. 그래서 잔뜩이나 잡쳐버린 기분에 혹시 반대편으로 가면 좀 다른 세상을 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힌 기대감 때문이었다. 다만 좀 위험하다면 위험하다고 할수 있는 것이 그러려면 천상 황도를 거쳐가야한다. 애초 남문 가운데 있는 사막지역을 건너 북부지역으로 왔을 때 그때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을떄 그 방향이 이미 황도와는 반대편 지역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반대로 서쪽으로 가려면 하는수없이 황도를 거쳐가는수밖에 없다. 현재 황제가 너무 막장인 탓도 있지만 명성군에서 그 난리가 벌어진 것이 아마 황도를 오가는 부호든 귀족이든간에 누구에게서든 조정이 소식을 접하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태수를 비롯한 수많은 자들을 살해한 한패거리인 묘천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갈 수밖에 없을 터. 이미 집을 떠날 때 한번 그것도 아버지의 젊은 후처와 그 내연남을 살해한 전과가 있는 묘천으로선 지극히 위험한 길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조정에서 명성군에서 벌어진 난리를 수습하기 위해 관리든 군사든 그런이들을 파견하기 직전에 묘천이 명성군을 떠났으므로 그네들에게 묘천이 붙잡힐일은 없었다. 다만 황도를 지날때는 행여 자신의 정체가 발각날 것을 우려 몸을 사리면서도 더 바삐 말을달려 황도를 벗어나려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며칠을 달리고 또 달렸을까. 황도나 명성군쪽과는 정 반대편인 서쪽 아주 먼곳까지 묘천은 당도하게 되었다. 다만 길을 계속 가다보니 이 근방은 산이 많아 천상 말을 계속 타고가기가 쉽지 않아 인근 말시장에서 다시 말을 처분하고 그렇게 마련한 노잣돈으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얼마를 또 갔을까. 

 어느덧 날이 또 저물어 산을 넘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좀 망설이고 있었다. 다만 그러고보니 이 근방은 야적떼를 만났던 남문의 남부지역처럼 그리 민가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남부에서 묘천이 지나가던 지역이 하염없는 들판과 허허벌판 투성이었다면 이 일대는 산을 하나 넘으면 또 높은산이 나오는 식으로 산이 많다는 차이점이 있을뿐 민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묘천이 애초에 택했던 남문의 남서부 지역과 별반 다를것이 없었다. 

 여하튼 그리 민가가 많이 보이지 않는 지역에서 산을 넘을까 말까 하다가 다행히 집 한 채를 발견했다. 역시 살림은 그리 넉넉치 않아보이는 곳이긴 하지만 간단한 나물찬 한두개라도 내줄수 있는 그런 집이라면 그렇게 저녁 허기를 때우고 하룻밤을 잔뒤 다음날 출발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그 집을 향해갔다. 

 “ 흑흑흑흑~~~!!! ” 

 ‘계십니까 ?’ 하면서 안에 집주인을 부르기도 전에 집안에서 어떤 여인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수가 있었다. 다만 계속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한 몇초정도 울음소리가 나오다 잠시 그쳤다 다시 몇초정도 울음소리가 나다 그쳤다 그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대체 여기는 또 무슨 사연과 곡절이 있는 집일까 의아해서 견딜수가 없는데 ‘계십니까 ?’를 몇 번 반복해도 안에서 듣지를 못했는지 반응이 없는 집안에선 여인의 흐느끼는 소리만 계속 그렇게 흘러나올뿐이었다. 그러고보니 울음소리뿐만 아니라 간간히 뭔가를 가느다란 것으로 ‘찰싹찰싹’하는 치는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한데 그 치는 소리가 여인과 관계가 있는것인지 없는것인지 밖에서는 도무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던 묘천은 결국 실례를 무릎쓰고 마당안으로 들어서 집채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문지방을 손가락으로 살짝 뚫어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 아니 ??? ” 

 뭔가 해괴한 광경이 묘천의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젊은 여인 하나가 치마를 걷어 종아리를 드러내놓고 있었고 그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채 흐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중년남자가 그런 여자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치고 있었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옆에는 또다른 나이많은 할아버지가 연신 탄식만 내뱉고 있었다. 여인은 흐느끼며 회초리를 맞고있고 중년남자는 종아리를 치고 그 옆에선 나이많은 노인이 탄식을 내뱉는 대체 이 무슨 해괴한 광경이란 말인가. (* 상주는 노래하고 중은 춤추고 늙은이는 운다...가 아니라 ^^;;)  

무엇보다 저 젊은 여자와 중년남자 그리고 나이많은 할아버지의 관계가 도무지 가늠이 안 되었다. 일단 평범한 상식으로 생각해보자면 중년남자가 아무래도 어린여자의 아버지뻘은 되어보이는데 그렇다면 어떤 잘못을 한 어린 딸을 아버지가 질책하며 회초리를 때리고, 대체 무슨 곡절이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는 나름대로의 어떤 착잡한 심경에 탄식이라도 내뱉는것이란 말인가. - 다만 거리가 좀 있는데다가 실내는 어둡고 무엇보다 여인은 옆으로 몸을 돌린 상태라 나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관절 무슨 사연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하룻밤 묵을곳을 어차피 찾아야겠기에 묘천은 결국 문을 두드려보았다. 

 “ 뉘시오 ? ” 

 대문밖에서 부를때는 아무런 기척도 없더니 그래도 가까이까지 와서 문지방을 두드리니 그래도 알아채긴 한것인지 결국 안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일단 중년의 남자였다. 그리고 얼핏 안에서는 조금전까지 회초리를 맞던 젊은 여인이 서둘러 옷을 고쳐입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나이많은 할아버지가 젊은 여자를 다독이듯 어깨를 한번 두드려주고 있었다. 일단 묘천이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 지나가는 길손인데 날도 저물고 허기도 지고 해서 하룻밤 묵었으면 합니다. ” 

 “ 뭐 하룻밤 주무시는거야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 

 그래도 다행히 그렇게까지 찢어지게 가난하게 사는집은 아니라서인지 묘천쯤 되는 나그네 하나 하룻밤 묵게 해줄수 있는 형편은 되나보다. 보니까 옆에 여분의 방도 하나 있는 듯 했고 그래서 남자가 묘천을 그곳에서 쉬라고 했다.  

 “ 어머니 !!! ” 

 ‘어머니’라니 ??? 실례이긴 했지만 아까 묘천이 잠시 문지방을 뚫어서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그 방안에 저 중년남의 ‘어머니’로 보일만한 가족구성원은 없었다. 그렇다면 아까 묘천이 미처 보지못한 다른 나이많은 여인도 그 방안에 있었단말인가. 하긴 방이 저렇게 세 식구가 살기엔 그런대로 넓어보이는 방이긴 했다. 그렇다고 일단 빈방에 묵게된 묘천이 주인의 방을 허락도없이 다시 들여다보기도 그렇고 의아함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번엔 그 방안에서 젊은 여자가 나오더니 중년남자와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 제가 할께요 선생님. ” 

 “ 아닙니다. 어머니는 그냥 쉬세요. ” 

 ‘엥 ???’ 이건 또 무슨 상황. 아까 방안이 어두워 자세히까지 얼굴을 확인해보진 못했지만 어쩄든 조금전 그 젊은 여인으로 분명해 보이는 여자를 중년남자가 ‘어머니’라고 불렀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상황. 어안이 벙벙한채 묘천이 멍하니 그쪽을 바라보는데 중년남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지 묘천을 노려보았다. 

 “ 뭡니까 ? ”   

 


 노려보는 남자의 눈빛이 무서워 묘천은 더 묻지도 못하고 자신보고 묵으라고 한 방으로 도로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어차피 여기서 하룻밤을 자고 날이 밝으면 떠날 몸이긴 하지만 이 집에 사는 노인과 중년남자 그리고 어리고 앳되보이는 여자의 관계와 정체에 대한 궁금함이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 번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잠시후 저녁상이 나왔다. 저녁을 차려서 가져오는이는 다름아닌 그 나이어린 여자. 묘천이 방안을 엿들여다 봤을때는 중년남자로부터 회초리를 맞고 있었고 그러더니 되려 나중에는 중년남이 어린여자를 ‘어머니’라 부르는 해괴한 장면을 보기도 한 그 수수께끼의 여자. 일단 저녁상은 밥과 국 그리고 두어개의 나물찬인 귀신을 부르는 집이나 경진의 집에서 묵었을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규모의 상이 나오긴 했는데 ‘맛있게 드시고 편히 쉬시라’는 말을 남기고 여인이 나가려는데 결국 궁금해서 여인에게 묻지 않을수가 없었다. 

 “ 저...실례지만 뭐 좀 한가지만 여쭤봅시다. ” 

 “ 예 ? ” 

 어리둥절하고 의아해서 어린여자는 묘천을 바라보는데 묘천은 바로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 아까보니...그 남자분이 낭자를...낭자라 불러야할지 어찌 불러야할지 모르겠소만은 

  대체 그분과 어떤 관계시오 ? ” 

 바로 답을 하지 못하고 당황한 눈빛의 여자. 묘천이 거듭 묻는다. 

 “ 아까 그 남자분이 분명 낭자한테 ‘어머니’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어머니라면 당연히 

  그 중년의 아저씨보다는 나이가 많아야 할 것 아니오 ? 헌데 어떻게 이렇게 나이 

  어린 여자분이... ” 

 실제 밝은곳에서 가까이서 보니 여인은 아무리 봐도 스무살도 채 넘지 않은 것 같은 정말 어린 여자였던 것이다. 그야말로 ‘아기’나 ‘어린이’ 단계를 조금 넘은 것 같은 – 10대 중,후반 정도 – 그런 앳되보이는 용모인데 그런 여자에게 중년남자가 ‘어머니’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묘천은 거듭 궁금해서 물었고 허나 여인은 당황한 기색을 떨치지 못하더니 갑자기 손을 내저으며 방을 뛰쳐나온다. 

 여인의 태도가 더더욱 알 수 없어 더더욱 기이해졌지만 일단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배도 고프고 하니 식사나 서두르기로 했다. 헌데 식사가 다 마쳐갈때쯤 아까 처음에 자신이 마주했던 중년남자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보아하니 손에 칼을 들고 있었는데 설마 자신에게 어쩌려는 것은 아니겠지 하고 방심하고 있을때였다. 

 “ 어헛~~~!!! ” 

 식사야 다 마쳐가니 집주인에게든 여인에게든 상을 치워달라고 말하려던 참이긴 했는데 바로 그런 묘천 앞으로 칼을 겨누는 남자. 묘천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 이...이게 무슨짓이오 ? ” 

 겁에질린 묘천. 허나 계속 칼을 겨누고 있는 남자가 노려보며 말한다. 

 “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하지 마시오. ” 

 “ 뭐...뭐요 ? ” 

 “ 쓸데없는 것을 우리 가족에게 묻지 말란말이오. 어차피 날이 밝으면 떠나실 길손 

  이 아니시오 ? 그러니 남의집 일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그냥 여기서 하룻밤 푹 쉬 

  신뒤 날이 밝으면 그냥 떠나시란말이오. 우리 식구에 대해 자꾸 캐묻지 말고. ” 

 “ 아...알았소. 조심하리다. ” 

 분명 무슨 사연과 곡절이 있는 집안 같아보이긴 했으나 남자가 칼까지 겨누며 협박을 하는 바람에 혼비백산한 묘천은 더 무슨말을 물어볼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일단 상은 남자가 내갔고 우물이 밖에 하나 있어 거기서 대충 세수를 한뒤 묘천은 방에서 잠을 청하려 하였다. 다만 아직 깊은밤은 아니라 바로 잠은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그때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었다. 

 “ 형씨, 안에 계시오 ? ” 

 “ 아...예. 무...무슨일이시오 ? ” 

 아까 칼을 겨눈일도 있고 해서 또다시 겁이 나기도 한 묘천. 헌데 방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묘천에게 갑자기 큰절을 올린다. 

 “ 아까는 죄송했소이다. 부디 용서하시구려... ” 

 “ 아...아니 뭐 나야 어차피 날이 밝으면 떠날 몸이니 더 궁금해하고 말고도 없소이 

  만...도대체... ” 

 여기서 또 입을 잘못 놀렸다간 혹시 남자가 또 자신에게 칼을 겨누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다른 이야기는 꺼내기 쉽지 않은 묘천. 헌데 묘천과 마주앉은 남자는 갑자기 흐느끼기까지 한다. 이 남자 이제보니 혹시 실성한자가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인데 남자가 겨우 자신을 진정시킨뒤 입을 연다. 

 “ 실은 조금전까지만 해도 형씨에게 굳이 우리집의 이상한 가족관계를 사실대로 알 

  려주거나 그럴 생각은 없었소이다. 어차피 하룻밤 자고 떠날 손님한테 그런건 말 

  해서 뭣하랴...그런 생각이었소만...행여 그쪽이 우리집안에 대해서 오해라도 하게  

  되면 어쩌나 그 우려가 들 수밖에 없어 모든걸 털어놓으려 결심하였소이다. ” 

 “ 아...아니 도대체...아니 뭐 기왕 이렇게된거 들어나봅시다. 대체 이 집엔 어떤 사 

  연이 있는거요 ? ” 

 “ 사실 형씨가 조금전 본 그 어린 여자는 올해 나이 칠순이신 우리 아버지와 얼마 

  전에 혼인을 올린 그러니 비록 나이는 저보다 스무살이나 어려도 제게는 ‘새어머 

  니’가 되는 그런분이라오. ” 

 “ 예에 ? ” 

 듣자하니 너무 황당해서 묘천은 벌려진 입이 쉬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일단 중년남에게서 듣게된 사연은 대체로 이랬다. 중년남의 이름은 이철이였고 올해 칠순인 아버지의 이름은 이혁. 그리고 이혁과 이철 부자는 그 윗대로부터 대대로 유기등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거나 보따리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그런 부자(父子)였다. 헌데 이들 부자가 사는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에 열가구 남짓이 사는 작은 마을이 하나 있는데 여자는 이름은 진주라고 하고 원래 그 마을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나이어린 여자라고 했다. 헌데 이혁이나 이철이 보따리 장사를 위해 그 마을을 지날때는 작은 개울을 하나 지나야만 했다. 헌데 중년의 이철은 그렇다치더라도 나이많은 이혁노인의 경우 그 보따리를 들고 개울을 건너는게 너무 힘이 들었는지 진주가 종종 와서는 개울물 건널 때 보따리를 대신 들어다드리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혁부자와 인연이 맺어진 진주. 헌데 작년 가을쯤에 이 근방에 역병이 크게 돈적이 있는데 그때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를 진주가 잃었다는 것이다. 역병이 돈다는 소문을 듣고 그 이후 진주조차 보이지 않자 걱정이 된 이혁 부자가 진주가 사는 집과 그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진주 어머니는 그때 이미 돌아가신 상태고 목숨을 건진 진주는 여전히 망연자실한 상태로 정신을 못차리고 있더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원래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던 진주 모녀였던지라 그런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살길이 막막해진 진주. 그래서 고민하다 이철이 진주를 이혁의 어린 아내로 맞이하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 아니, 그래도 그렇지 왜 하필이면... ” 

 굳이 역병으로 어머니까지 잃고 다 죽게생긴 진주를 구하기 위함이라면 양녀로 들이는 수도 있고 이철이 아내로 맞이하는 방법도 있다. 헌데 왜 하필 나이 칠십이나 되는 이혁노인의 아내로 들인것인지. 그것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않아 묘천이 물었고 이철이 까닭을 설명했다. 

 “ 사실 저희 아버님도 한 20여년전에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내고 지금까지 쓸쓸하게 

  살아오신 몸입니다. 뭐 저도 이 나이가 되도록 장가도 못간 그런 처지이긴 하지만 

  아버지가 지금까지 어머니도 없이 혼자 고생하시면서 저를 키워오신게 너무 죄송 

  하기도 했고...또... ” 

 “ ...... ” 

 “ 저희 부자가 만드는 유기가...그 기술은 저희 부자 그 윗대부터 배운 솜씨이긴 합 

  니다만...그래도 다행히 저희집안 유기가 솜씨가 좋은지 잘 팔려나가는 그런 집이 

  랍니다. 그래서 저흰 그래도 흉년이나 역병이 들어도 최소한 입에 풀칠은 하고 살 

  수 있는 그만한 형편은 되는데... ” 

 “ 그런데 그게 진주라는 낭자를 꼭 칠순의 아버님의 후처로 들여야만 하는 까닭과 

  대체 무슨 관계가 있소 ? ” 

 “ 말씀드렸고 보셨다시피 저희 아버지도 홀몸이고 저또한 이 나이가 되도록 장가를 

  못갔으니 아버님도 세상을 떠나시고 저도 세상을 떠나면 저희 부자가 대대로 이어 

  온 훌륭한 유기기술을 더 이어가게 할 자손이 없사옵니다. (*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늙은 아버지의 성적 만족대상 필요성도 있었음을 배제할수 없다.) 그래서 이제라도 아버님께 젊 

  은 처자를 들여 훌륭한 유기기술을 더 이어가게할 자손을 남기게할 그런 목적도 담 

  겨 있었습니다요. ” 

 역병으로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마저 잃고 원래 가난하게 살던 처지라 그대로 놓아두면 굶어죽던 병으로 죽던 그런길밖에 없는 처지인 나이어린 진주. 그리고 보따리장사를 하러 개울을 건널 때 늙은 아버님을 대신해 짐을 들어주었던 그 인연도 있고해서 그런 진주를 구제해주기 위해 늙은 아버지의 후처로 들이게 했다는 이철과 이혁부자의 사연. 하긴 직업세계도 다양하지 못하고 여성의 사회진출도 제약이 많던 시절 오갈데없이 굶어죽게된 나이어린 여자라면 차라리 그런대로 밥술이라도 뜨며 사는 집에서 그런식으로 구해주는게 적선이고 보시가 될수도 있다. 게다가 이철부자 나름대로는 자신들의 훌륭한 유기기술을 더 이어가게할 자손을 하나쯤 더 보게 하자는 목적도 있었고. 허나 그런식으로 아버지의 후처로 들인 여자라면 어쨌거나 이철에겐 새어머니가 될텐데 어쩌자구 그런 여자를 아까는 회초리를 치고 있었던것인지 그 궁금함도 묻지 않을수가 없다. 이철은 그 곡절에 대해서도 답해준다. 

 “ 아무리 아버지의 나이어린 후처고 제게는 새어머니라 하나 그래도 나이어린 여자 

  고 집안살림에 미숙할 수밖에 없는 그런 처자올시다. 그러니 나이많은 제가 하나하 

  나 가르칠 수밖에 없는 몸이지요. 그래서 때론 미숙하거나 또는 새어머니가 아직  

  너무 어려서 철없는 행동을 할때는 저렇게 종아리를 쳐서 가르쳐드릴 수밖에 없었 

  습니다요. 그 부득이한 저희집안 사정을 형씨가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 

 


 역병으로 홀어머니를 잃고 혼자 오갈데없는 신세가 된 인근 마을에 살던 어린 처자를 아버지의 후처로 들였고, 그러나 말이 새어머니지 아직 나이 어리고 철이 없어서 중년의 의붓아들이 때론 회초리라도 쳐서 젊은 새어머니를 가르친다 ? 참 희한하고 기이한 모양새이긴 하지만 그게 또 그대로 이렇게 70 노인과 나이어린 소녀 그리고 40대 중년남 세명의 가족구성원의 살아가는 방식일수도 있다. 여하튼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로 돌아다니다보니 별의별 희한한 사연을 다 접해보게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한 순간이기도 했다. 

 어쨌든 살림이 그리 넉넉해보이는 집은 아니니 – 아주 찢어지게 가난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 아침일찍 날이 밝는대로 떠나는게 좋겠다는 판단을 한 묘천이기도 하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음날 간밤에 생각보다 일찍 잠이 들어서였는지 아니면 번민 때문에 쉬이 잠을 이루지 못했던것인지 어쩌다보니 새벽에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바깥을 내다보니 그래도 하늘빛이 점차 엷은 푸른색으로 바뀌어져가는게 점차 동이 틀때가 되어가는 것 같긴 한데 헌데 부엌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의아해서 묘천이 다가가보았다. 

 “ 어머니, 콩나물을 다듬으실때는 이렇게 하는거라고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어요 

  . ” 

 “ 아, 참 그렇지. 죄송해요. 제가 또 깜빡했네요. ” 

 “ 어머니도 참...허허허... ” 

 아마 이철과 그 진주라는 어린 처자가 함께 아침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새어머니지만 어쨌든 나이어린 여자라서 실제로는 이철이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모양새라고 하더니 먼발치에서 바라보니 그 분위기가 되려 오붓하고 정겨워보이기까지 한다. 어제 보았든 그 풍경과는 사뭇 딴판이라고나 할까. 오히려 멀리서 보면 좀 늦게 나이어린 신부를 맞이한 그런 남자가 어린 아내와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런 풍경같은 착각마저 들 지경이다. 

 “ 어, 일어나셨어요 ? ” 

 그때 기척을 느낀 이철과 진주도 묘천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러자 묘천도 변명삼아 화답한다. 

 “ 아, 네에...어쩌다보니 원래 저도 이렇게 일찍일어나는 사람은 아닌데...어쨌든 하 

  룻밤 묵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렇게 다시금 감사인사를 건네기까지 하는 묘천인데 이런 말소리 때문에 노인도 깬것인가. 방안에서 이혁도 잠시 나와보기까지 한다. 

 “ 아, 어르신...편히 주무셨는지요. ” 

 어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면서 노인에게도 인사를 잠시 드리긴 했었다. 허나 그때까지만 해도 이혁이든 이철이든 자기네 이런 집안 사정을 남에게 굳이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다소 불편한 분위기속에 나눈 인사였는데, 이제 사연도 다 알게되고 난 뒤라서인지 노인도 그런대로 온화한 미소를 띠며 묘천에게 말을 건넨다. 

 “ 헌데...대체 어디를 그렇게 가는 길이시오 ?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무슨 벼슬자 

  리를 구한다거나 그럴분같아 보이진 않고... ” 

 “ 아, 저 그게... ” 

 하지만 안타깝게도 묘천은 여전히 자신의 신분을 정확히 밝힐수 없는 처지다. 무엇보다 이 동네의 구체적인 지명이나 지리까지 파악할 수는 없어도 애초에 명성군에서 빠른말을 얻게되어 그것을 타고 달아날 때 하염없이 서쪽방향으로만 마구 달렸으니 황도를 지나서 한참을 달려 여기까지 오게된것만은 능히 판단할 수가 있다. 솔직히 묘천은 내심 어쩌면 남문의 끝자락인 국경지대까지 오게된 것은 아닌가 그 불안감도 좀 갖고 있었다. 여하튼 가족 구성원이 좀 이상한 것을 제외하고나면 그런대로 자신에게 잘해준편인 이철과 이혁부자 그리고 진주라는 세식구인데, 그런이들에게도 자신의 신분을 정확히 밝힐수 없는 처지라 죄송스러워지기까지 한다. 생각해보니 정말 언제까지 이렇게 거짓신분으로 정처없이 떠돌아다녀야 하나 그런 생각까지 들긴 하는데 일단 묘천은 이혁 앞에서도 이렇게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 실은 벼슬길에 오르는 것은 나라꼴이 영 말이 아니라 진작에 포기를 한 몸이고... 

  부모님도 이미 돌아가신 뒤라서 그냥 다른 먹고살길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곳에서까지 어쩌다 하루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그 

  저 여러 가지로 저로선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 

 새삼 하룻밤 신세를 진것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그렇게 전한 묘천. 진주와 이철이 함께 차려다준 아침상을 들고 그리고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서둘러 떠나기로 했다. 이철과 이혁 부자 그리고 이혁의 젊은 아내 진주 세식구가 문밖까지 나와서 조심해가라며 그런 묘천을 배웅했다. 

 “ 허어...또 산길인가... ” 

 확실히 들판이나 허허벌판이 많았던 남부지역과 달리 북부지역은 상대적으로 산이 많았다. 또다시 산을 넘어야한다는 생각에 묘천은 난감하면서 이런식의 정처없는 여행길이 지겨워지기까지 하고 그러다 새삼 간밤에 머물렀던 그 집안의 사는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려지기까지 했다. 

 그 집안의 경우엔 여하튼 그렇게 역병으로 다 죽어가게 생긴 어린처자를 구해주는셈 치고 늙은 아버지의 후처로 삼게 하도록 했다지 않은가. 그러면서 어린 새어머니를 때론 살림이며 가사 돌보는 일을 회초리를 치면서까지 가르치기도 하지만 평상시엔 그런 새어머니를 깍듯이 모시기도 한다는 이철이란 중년남자.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젊은 후처와 그 내연남을 살해하고 집을 떠나게 된 자신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아닌가. 

 물론 묘천의 경우에는 아버지의 은혜를 저버리고 젊은 내연남과 음모를 꾸미고 있는 가증스러운 여자를 응징한것이었으므로 이철 부자의 경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노래부르는 악녀(樂女)로 웃음과 노래만 팔다 그대로 늙어갈수 있었던 어린 여자를 구해준것이라는 점에서는 자신의 아버지 노승환이나 이철부자의 경우나 크게 다를바는 없었다. 그러나 진주의 경우에는 그렇게 원래 천성도 착한 여자인 듯 했고 또한 나이는 많아도 자신을 새어머니로 깍듯이 대해주는 그런 이철이라는 중년의 아저씨와 함께 그렇게 살아가는것이고 자신은 아버지와 자신을 기만하고 내연남과 음모를 꾸민 그런 여자를 응징한 그런 차이점이 있는 것. 허나 어쨌든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이후 이름도 바꾸고 신분까지 거짓신분을 계속 밝히며 지금까지 정처없이 떠돌게 된 몸인데, 과연 이런식의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하는것인지. 이철부자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되고 나서는 여러 가지로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또 그리 만만치 않은 산고개 하나를 넘었다. 산 하나를 넘으니 다시 늦은 오후가 되어가는데 그럼 또다시 새로운 마을에서 하룻밤을 머물러야 하는가. 그 생각을 하며 산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일단 산중턱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행히 민가가 하나 보이긴 했다. 그것도 지금까지 거쳐온 몇몇 마을처럼 그저 가난한 10여개 안팎의 집채 정도나 있거나 그마저도 없고 산 끝자락쯤에 – 조금전의 이철부자네처럼 – 겨우 생계수단이나 하나 삼아갖고 연명을 하는 그 정도 수준의 집이 한두채 있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닌 먼발치에서 보니 그런대로 민가도 제법 있고 사는것도 그리 가난해보이지 않는 그런 마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모처럼만에 그래도 그리 가난하게 살지 않는 마을을 하나 만나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묘천은 순간 반가운 마음까지 들었다. 산을 다 내려와서 어느덧 마을 입구로 진입하고 있는 묘천. 먼발치에서 볼때도 그랬고 가까이 다가와서 봤을때도 그리 특별할 것은 없는 그저그런 흔하고 평범한 수준의 그런 마을이었다. 묘천은 일단 마을 안으로 접어들어 얼마를 또 걸어갔다.



- 9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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