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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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러블리즈 이미주 (9.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벌받는 여자 8 

 


 마침내 미주가 승욱의 집으로 들어와 살게 되었다. 유진이 승욱과 이혼하고 외국으로 떠나고 하는동안 몇 달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니 그 사이 미주는 어느덧 임신 6개월째. 볼록나온 배가 누가 봐도 표가나는 그런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 입장에선 웬 임신을 한 젊은 여자가 아버지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와 그리고 이 여자와 지금부터 우리가 함께 살아야한다니 그 황망한 심정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 물론 그동안 제 아빠,엄마가 싸우는 이야기를 대충 들으며 아버지한테 새 여자가 생긴 일이나 그 젊은 여자가 심지어 임신까지 한 상태라는 것은 익히 알고있는 사실이겠지만 바로 그 문제의 여자가 집안으로 들어섰을때의 심정. 이 역시 당사자가 되어 겪어보기 전엔 이해하기 힘든 성질의 감정일 것이다.  

 “ 이...일단 인사부터 드리렴. ” 

 물론 승욱도 아이들에게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해주긴 했다. 허나 그것이 어디 쉽게 아이들이 이해해줄수 있는 사안이던가. 무엇보다 대놓고 ‘너희들 새어머니 되실분’ 이러식으로 말할수도 없는 상황이니 그렇게 어색한대로 서로 인사라도 나누게 하는데 미주는 일단 그래도 가급적 밝게 웃으며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보지만 원희는 그런 미주를 똑바로 쳐다보지조차 않고 바로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아이들이 자신을 쉬이 환영하지 못할것이라는 것은 미주도 충분히 예상할수 있는 일이고 승욱도 그 점을 ‘이해해달라’고 미주를 집으로 데려오기전에 충분히 설명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 이렇게 현실로 눈앞에 닥치니 이야기로만 들을때와는 또 다른 느낌과 감정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대놓고 싫은 기색을 보인 딸 원희와는 달리 아들 원석은 좋은것인지 싫은것인지 어떤 내색도 하지 않은채 그저 어정쩡하게 서있긴 하는데, 일단 인사는 형식적으로나마 건넨 상태에서 승욱의 말이 이어진다. 

 “ 보다시피...이 누나 지금 아이를 가진 상태거든. 그러니 지금 여러 가지로 거동도 

  불편할테고 한참 조심해야할때야. 그러니 그건...원석이도 좀 이해를 해주면 좋겠 

  다. ” 

 “ 저희가 귀찮게 해드리지 않으면 되는거에요 ? ” 

 그래도 그 사이 시간이 흘러 어느덧 중학생이 된 녀석이라서인지 대충 무슨 눈치나 깨달은 세상이치라도 있음인지 이와같이 말하고 있는 원석. 미주는 미주대로 여전히 당황한 기색을 지우지 못한 상태에서 그렇게 원석과의 만남과 인사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제 한 집에서 살게된 승욱의 젊은 여자 이미주 그리고 승욱의 전처소생 두 자녀 원희와 원석. 그렇게 한 며칠정도 시간이 흘렀고 그러다 하루는 이런일이 있었다. 

 “ 저...아줌마... ” 

 무슨 용건이라도 있음인지 원석이 승욱과 미주가 함께 쓰는 침실로 들어왔다. 헌데 순간 아이에게서 나온 ‘아줌마’라는 호칭. 순간 미주는 기가막혔다. ‘아줌마’라니. 물론 아직 노승욱과 정식으로 혼인신고도 올리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누가봐도 확연히 임산부임이 드러나는 몸의 여인을 보고 ‘처녀’라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스물다섯살 젊은 여성이라서인지 ‘내가 어딜봐서 아줌마냐 ?’는 그런 발끈하는 모습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 일단 원석이 미주를 보면서 말을 이어간다. 

 “ 저 오늘 친구들이랑 좀 놀러갔다가 늦을 것 같은데 아버지한테 그렇게 전해주시면 

  안 돼요 ? ” 

 “ 친구 만나러 갔다가 늦는다구 ? ” 

 이제 겨우 중학생인 아이가 뭐 그렇게 친구들이랑 어울리다가 늦을일이 있겠나 좀 의아하기도 하고, 그리고 이런 이야기라면 미리 지 아빠한테 이야기를 했을법도 한데 굳이 자기한테까지 이야기하는게 좀 의아하긴 하다. 승욱이나 미주나 일단 방송활동,성우활동은 계속하는 상태이긴 한데 일단 오늘은 승욱은 방송 스케줄이 있어 외출을 했고 미주는 스케줄이 없어 쉬는중이었다. - 임신중이라 조심해야 하기에 그래서 일을 당분간 줄이는 면도 있을것이고 – 여하튼 의아하게 바라보는 원석을 보며 미주가 말을 건넨다. 

 “ 뭐 어쩌라는 소리야 ? 용돈이라도 줘야 한다는 소리니 ? ” 

 “ 아...아뇨 그런건 아니고. ” 

 “ 돈 필요하면 말해. 뭐 나도 몇만원 정도 쥐어줄수 있는 능력은 되니까. ” 

 일단 이제 겨우 중학생 밖에 안되는 아이들한테 용돈 몇만원 주는 것 정도가 그리 부담스럽거나 싫지는 않은듯한 미주. 허나 원석은 그런 미주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 용돈은 저도 그동안 모아놓은거 충분히 있으니까 걱정 안하셔도 되고요. 어쨌든 

  아빠한테 저 오늘 늦는거만 좀 말씀해주세요 아줌마. ” 

 “ 야...저기... ” 

 헌데 계속 꼬박꼬박 ‘아줌마’라고 부르는 원석이 녀석의 호칭이 귀에 거슬린다. ‘새엄마’든 ‘누나’든 다른 호칭으로 좀 불러달라고 말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이미 방에서 나가버린 노원석. 미주라고 사춘기 시절을 안 겪어본 것은 아닐터인데, 아무리 그래도 한참 예민하고 소위 질풍노도의 시기일 사춘기 아이 둘을 건사하는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살짝 속이 답답해져요는 느낌까지 받고. 

 하루는 승욱이 일 때문에 늦는데 미주가 출출해졌는지 부엌에서 밥을 대충 고추장과 참기름 그릭 계란후라이에 비벼 먹고 있다. 임신중이라 소위 ‘애까지 두몫’인 한참 배고플때이긴 한테 어찌보면 정나미가 딱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로 게걸스럽게 큰 국그릇에 밥을 하나가득 담아 그것을 비벼 우적우적 먹고있는 미주. 그 모습을 잠시 방에서 나오던 원희가 본다. 

 “ 어...원희구나. ” 

 일단 승욱의 아이들 이름은 알고있는 미주. 여하튼 자신을 지켜보는 원희의 기척이 느껴져 바라보는데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원희를 보며 말을 건넨다. 

 “ 너도 먹을래 ? 나 배고파서 먹던 중이었는데... ” 

 “ 됐어요. 저 화장실 가야해요 !!! 그런데 무슨... ” 

 “ 뭐라구 ? ” 

 “ 화장실 가야한다구요 !!! ” 

 일부러 그런것인지 아니면 미주가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들언 것 같아 또렷이 말하기 위해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를 한옥타브 높였던 원희. 그리고는 화장실쪽으로 가버린다.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원희가 간쪽을 바라보는 미주. 기분이 잡친것인지 밥먹을 기분이 사라진것인지 아직 반이상이나 남아있는 국그룻속의 비빔밥을 대충 뚜껑을 덮고 냉장고안에 넣는다. 그리고 침실로 들어가버리는 미주. 심란한지 쉬이 잠을 이루거나 쉬지도 못하고 그냥 침대에 걸터앉아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힌다. 

 


 미주가 출산을 했다. 딸이었다. 원희에게는 열다섯살, 원석과는 열세살 터울이 지는 이복동생이 하나 생긴셈인데 한편 그 사이 승욱과 미주는 조용히 혼인신고를 했다. 결혼식을 방송가 여기저기 청첩장 돌리며 요란스럽게 하지 말라는 임민아의 경고가 있었기 때문에 식은 올리지 않고 따라서 승욱의 이혼과 미주와의 재혼 사실등은 성우든 방송관계자든 두 사람의 사생활을 알만한 아지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곤 여전히 모르는 상태였다. 다만 미주 부모님에게까지 이 사실을 안 알릴수는 없어 언제 한번 날을 잡아 미주의 고향인 보령에 내려가 미주의 부모님등 가족,친지나 고향친구들 정도는 모인 자리에서 마을회관을 빌리든가 해서 한마디로 미주쪽 사람들만 부르는 상태에서 그리 요란하지는 않은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두 사람이 합의를 보았다. 

 그런 상태에서 진행되는 일상들. 노승욱이든 이미주든 여전히 방송활동,성우활동은 계속 하는 상태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그런 시간이 지속되고 있었다. 다만 미주의 경우에는 출산을 전후한 두달여 기간동안은 불가피하게 휴가원을 냈으니 그때는 자연스레 아이들과 함께 하루종일 집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 미주가 막 출산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였다. 아직 몸도 풀리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승욱의 두 전처소생 아이들을 마냥 외면만 하고 모른체는 할 수는 없어 두 사람을 불렀다. 

 “ 원희랑 원석이 잠시 이리 와봐. ” 

 멀뚱멀뚱 미주를 바라보는 두 아이. 미주가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실은 내가...애기 낳느라 그동안 너희들에게 신경을 못써준거 같아서...너희들 내 

  가 뭐 맛있는거라도 사줄까. 아니면 같이 쇼핑이라도 가자. ” 

 그런식으로 두 아이와 가까워지려는 계기를 만들려고 애쓰는 미주. 하지만 두 아이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 전 상관없어요. 그러니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아줌마. ” 

 헌데 생각없다는 것 까진 그렇다치더라도 ‘아줌마’란 호칭은 여전히 귀에 거슬린다. 아직 미주가 이 집에 들어와 같이 살게 된지는 넉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 사이 많이 친해졌다고도 할수 없는 시간. 그래서 그 심정들을 어느정도는 이해해주려고 했는데 그래도 호칭만은 안되겠다는 듯 나온다. 

 “ 얘들아, 근데 아줌마란 말은 좀 그렇다. 뭐...나도 어차피 이제 니들 아빠랑 결 

  혼까지 했으니 처녀는 아니지만...그래도 아줌마가 뭐니 ? ” 

 “ 그럼 뭐라고 불러요 아줌마 ? ” 

 되려 그런 미주가 더 귀에 거슬리는 듯 더 들으라는 듯 ‘아줌마’란 호칭에 힘을 준 원희. 동생인 원석이 순간 당황할 지경이다. 미주도 이런 관계가 쉽게 풀릴일은 아니라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음인지 한숨을 한번 내쉰뒤 말을 이어간다. 

 “ 후우...그래. 억지로 강요하진 않을께. 억지로 뭐 너희들한테 새엄마로 인정 받고 

  싶다느니 그런말은 하지 않을테지만 아줌마란 호칭은 좀 주의해줘. 알겠지 ? ” 

 그만 가보라는 말에 원희도 원석도 일단 자리를 뜨긴 하는데, 대놓고 자신을 싫어하는 기색을 내비치는 원희보다는 솔직히 말이 별로 없는 둘째 원석이 더 신경쓰일 지경이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나 해야할까. 답답함에 미주가 가슴을 한번 치면서 한숨을 내쉰다. 

 “ 미주씨, 도대체 그동안 어떻게 된거야 ? 아니 정말 결혼이라도 한거야 ? 대체 뭐 

  가 어떻게 된건데 ? ” 

 어쨌든 미주가 휴가원을 낸동안은 그렇다치더라도 그 전까지는 성우활동은 계속 해왔으니 동료나 선후배 성우들이 바보가 아닌이상 뚱뚱한 여자가 배가 나온 그런 상태가 아닌 ‘임신중’인 것을 전혀 눈치채진 못했을 것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또는 차마 말못할 어떤 속사정이라도 있음인지. 만약 정식으로 정상적인 결혼을 하는것이라면 그 전에 기쁜마음에 청첩장도 돌리고 한바탕 난리도 아니었을텐데 일단 미주에게 그런일이 없었고, 혹 무슨 피치못할 사정이라도 있었다면 그 문제를 평소 가까이 지내던 동료와 상의라도 했을 것 아닌가. 허나 미주를 그동안 아껴왔다는 임민아 선배는 입을 다물고 있고 미주와 평상시 가까이 지내는 듯 했던 동기나 비슷한 연배의 선후배들 조차도 미주의 현재 상황과 그간 대체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그 사정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아 동료 성우들 입장에선 미주의 현재 상태에 대해 그저 어리둥절해질뿐이었다. 

 “ 모르겠어요, 결혼을 한거라면 저에게라도 솔직히 말을 했을텐데 그런말도 없고... 

  남자가 생긴건지...또 남자가 생겼으면 그 남자 애라도 되는건지 그런 문제도 통 말 

  을 안하더라니까요. 그래서 저도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알 도리가 없어요. ” 

 (임민아 선배만 제외하고) 그나마 평상시 미주와 좀 가까이 지냈던 것 같은 동료 성우들 조차 반응이 늘 이런 식이었으니 다른 동기나 선배성우든 피디등 제작진이든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태. 다만 휴가원에는 거짓으로 사유를 쓸수 없었을테니 거기엔 사유를 ‘임신,출산’문제라 적기는 했기 때문에 휴가원을 접수받은 사무처 관계자에게 얼핏 들어본 사람은 있긴 하다. 허나 어차피 미주의 ‘임신중’인 모습은 휴가 직전까지도 충분히 다른 동료나 제작진의 육안으로도 확인이 되었을 것 아닌가. 도대체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이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음인데 그런 미주에게 하루는 다가오는 여자들이 있었다. 바로 일전에 자신의 자리를 빼앗았다며 미주를 괴롭힌적 있는 이인숙,조일수,유수경,남혜리 4인방이었다. 

 “ 이미주 너 우리한테라도 솔직히 말해봐. ” 

 바로 그 문제로 노승욱 선배한테 단단히 혼나기도 했던 그런 4인방인데 그래도 오늘은 딴에는 미주를 위해준답시고 그리고 자기들도 궁금한건 좀 알아야겠다는 듯 그렇게 미주를 찾아온 것이다. 허나 미주는 어느덧 1년여전일이 되어버린 그때 4인방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그 순간보다 더한 공포감을 느끼며 질려있었다. 인숙이 먼저 그런 미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 이미주씨, 우리한테 그동안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 그렇게 나쁜 선배 

  들 아냐. 그러니 우리한테라도 솔직하게 토로해봐.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 ” 

 “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되어요 ? ” 

 “ 임신했던거 맞잖아. 그렇게 배가 부른 상태로 버젓이 방송국 왔다갔다 한걸 안 본 

  사람이 거의 없는데 설마 그걸 임신이 아니라고 둘러대진 않을테지 ? 도대체 어떻 

  게된거야 ? ” 

 “ 설마 지금...아이를 그냥 미주씨 혼자 키우고 있는건 아니겠지 ? ” 

 아무리 생각해도 미주가 미혼모 상태가 되어있는 것 아닌가 바로 그 짐작이 들어 이런식으로 물어본건 또다른 4인방중 한명인 조일수. 하지만 상황이 이런식으로 몰리자 미주는 미주대로 더더욱 답답하고 두려워져 소리를 지른다. 

 “ 몰라요 !!! 저 아무것도 모르니까 저 좀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제발 !!! ” 

 “ 아니, 근데 얘가 정말 ? 우리가 언제 널 괴롭히기나 헀어 ? 그러지말고 문제가 있 

  으면 속시원히 털어놓으라니까. 하다못해 그럼 우리가 애 아빠라도 직접 만나서... 

 ” 

 “ 야 !!! ” 

 순간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 열 살차이 나는 선배란 사실도 까맣게 잊은 듯 ‘야 !!!’하면서 소리를 버럭 지르는 미주. 그 서슬이 너무 시퍼래 4인방이 되려 움찔할 지경이다. 미주의 말이 이어진다. 

 “ 도대체 당신들이 뭔데...당신들이 뭔데 그딴식으로 말을 함부로 해 ? 그리고 뭐 ?  

  미혼모 ? 도대체 무슨 그따위 막돼먹은 소리가 다 있어. 도대체... ” 

 “ 미...미주씨 그러지 마. 우린 진짜 미주씨가 걱정되어서... ” 

 4인방중 또 한사람인 남혜리가 미주를 어떻게든 진정시켜보려 했다. 그러나 이런 4인방의 태도가 미주는 더더욱 가증스럽게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그만 4인방중 한 사람의 뺨을 후려치기까지 한다. 이인숙이나 조일수,남혜리도 아닌 지금까지 정작 미주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은 유수경의 뺨을 때렸다. 

 “ 아니, 근데 이게 정말 ? 이미주 너 진짜 미친거 아냐 ? ” 

 “ 그래, 미쳤다. 어쩔래 ? 나 진짜 돌아버리는 것 한번 보고싶...아악... ” 

 그러나 아직 산후조리가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라서인지 미주는 순간 배와 아랫도리에 통증을 느끼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놀란 4인방이 앰뷸런스를 부른다. 덕분에 미주는 병원신세까지 지게되고. 병원에선 출산후 산후조리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의 부작용이란 진단을 내렸을테니 적어도 미주가 아이를 가졌고 그 아이를 출산한 사실까지는 이렇게 만천하에 확인이 된 셈. 4인방은 여전히 진심으로 미주가 걱정되어 병실로 들어와보는데 미주는 그녀들과는 말조차 섞기 싫다는듯한 모습으로 무슨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 미주씨...정말 아일 가졌던 것은 맞구나 ? 그런데 왜 그런걸 여태까지 우리에게 숨 

  겼어. ” 

 “ 나가주세요. ” 

 “ 아니, 우린 진짜 미주씨가 걱정되어서. ” 

 “ 나가달라구요 제발 !!! 지금은 아무하고도 말도 하고 싶지 않으니 제발 다들 나가 

  달란말이에요. 어어어엉~~~!!! 나 어떡해 !!! 으흐흐흐흐흐흑~~~!!! ” 

 지금 이렇게 복잡하게 꼬일대로 꼬인 상황 자체가 너무 기가막히고 서러워 미주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4인방이 그런 미주를 놀라고도 딱하고 안타까움이 교차되는 복잡한 심정으로 우는 미주를 지켜보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다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어 아이들은 다시 대면수업으로 학교에 나가고 있을때였다. 물론 승욱과 미주도 방송활동,성우활동은 계속하고 있긴 하지만 승욱은 몰라도 미주는 요즘은 다른 동료,선후배 성우들의 수군거림 – 출산,결혼여부 문제등 – 때문에 방송활동을 계속 하고픈 의욕을 잃어가고 있는중이기도 하다. 그때문인지 근래에는 애니매이션 녹음작업을 진행중에 실수도 자주 하는 바람에 피디로부터 크게 꾸지람까지 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울적해저 잠시 일을 쉬고있는 어느날이었다. 학교에서 막 돌아온 원희가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있을때였다. 마침 거실에 나와있던 미주와 마주쳐 그녀가 원희를 불렀다. 

 “ 원희 좀 이리와봐. ” 

 “ 왜요 ? ”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꾸하는 원희. 조금전 목욕을 마쳤으니 머리카락이 아직 젖어있을때이기도 한데, 그런 원희를 가까이 오게하며 미주가 말을 건넨다. 

 “ 아니...아줌마가 한번 머리나 제대로 묶어주었으면 해서. ” 

 “ 됐어요. 그리고 머리도 다 안 말랐는데 무슨 머리를 묶어요. ” 

 “ 그러지말고 이리와봐. 아줌마가 한번 해주고 싶어서... ” 

 솔직히 원희나 원석이 처음에 자신을 ‘아줌마’라고 부를땐 그 호칭이 참 싫었는데, 그래도 어차피 아이들이 자신을 새엄마라고 하거나 하다못해 누나라고 부르지도 않을 것 같으니 그 부분은 이미 미주도 포기한 듯 스스로를 ‘아줌마’라 칭하고 있었다. 여하튼 그런 상황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 그러다가 그만. 

 “ 어머낫~~~!!! ” 

 그래도 목욕을 하고나서는 시간이 십여분정도 지났을때니 머리는 덜 말랐을지 몰라도 몸에 물기가 묻어있거나 하진 않았을텐데 아니면 그냥 발을 헛디딘것인지 여하튼 원희가 미끄러져 넘어지고야 말았다. 뿐만 아니라 그 넘어지는 과정에서 테이블 모서리에 그만 머리를 찍히고 말았는데 그 바람에 피까지 나는 원희. 당황한 미주가 응급처치라도 해주려고 다가오는데 원희가 그런 미주를 밀쳐내고 집을 뛰쳐나간다. 

 “ 우아아앙~~~!!! 나 몰라...새엄마가 나 때렸어. 새엄마가 나 이렇게 했어. 우아아 

  앙~~~!!! ” 

 엄밀히 따지면 미주가 원희를 ‘때린 것’은 아니고 실랑이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원희가 스스로 넘어지다 테이블 모서리에 머리를 찍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엄마가 때렸다’면서 울며 집을 뛰쳐나가는 원희. 미주는 황망해서 어쩔줄 모른다. 

 “ 아니, 당신 도대체 오늘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 ” 

 헌데 그렇게 집을 뛰쳐나간 원희가 바로 아빠한테 이르기라도 했는지 – 하다못해 휴대폰으로 전화통화를 할수도 있었을것이고, 통화를 했다면 직접 휴대폰으로 상처난 부분을 사진을 찍어서 전송을 했을수도 있다. - 집에 돌아온 승욱이 기가막혀 결국 아내 미주를 추궁한다. ‘미주도 결국 이런 여자였던가’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다. 

 “ 당신 도대체...아니 애를 어떻게 때렸길래 머리를 그렇게 다쳐 ? ” 

 승욱이 무슨 그런 부분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스마트폰으로 전송받은 원희 상처자국도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살펴본 자국도 아무리 봐도 ‘때렸다’기 보단 뭔가 날카로운 것으로 찔리거나 찍힌 자국이 분명해보여 거듭 미주를 추궁하는 원희. - 혹시 미주가 날카롭거나 뾰족한 것으로 딸아이를 찌른 것은 아닌가 그걸 의심하는 중이다. - 따라서 미주로선 그저 기가막힐 수밖에 없다. 

 “ 아니, 도대체 때리긴 누가 때렸다고 그래요 ? 난 그저... ” 

 아직 감았던 머리카락도 덜 마른 상태인 원희에게 딴에는 머리라도 묶어주겠다며 불렀던 미주가 아니던가.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벌어진 실랑이. 따라서 미주로서도 그 상황을 변명하기나 해명하기가 난감해 어쩔줄을 모르고, 무엇보다 일을 이 지경으로 지 아버지한테 고자질한 원희가 괘씸하다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그래서 미주가 더 약이올라 목소리를 한 옥타브 높인다. 

 “ 나 진짜 애 안 때렸어요. 정말...나 뭐 신앙생활이나 그런거 하는 사람도 아니지 

  만...여하튼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맹세까지 할수 있어요. 나 진짜 안 때렸어요. ” 

 “ 됐다...그만하자... ” 

 이 판국에 심지어 신의 영역까지 들먹이며 결백을 주장하는 미주를 보니 어떤 절망감마저 느껴져서일까. 승욱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채 그 자리에 주저앉고 미주는 그저 이 상황이 억울하기만 해서 어쩔줄을 모른다. 이대로 집을 뛰쳐나가 한밤중에 속옷차림으로 동네 한바퀴라도 돌고 와서야 겨우 속상했던 마음이 풀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또 얼마후.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역시 아이들은 학교에 간 상황이고 미주는 방송일을 계속 쉬고 있는데 그러다 아들 원석의 방으로 들어가보았다. 처음부터 대놓고 자신이 싫다는듯한 기색을 비쳤던 원희와는 달리 원석은 그래도 딱히 그렇게까지 자신을 싫어하지는 않는 눈치였으니 차라리 원석이하고라도 소통의 길을 찾아볼까 그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원석의 들어간 방의 컴퓨터를 켜 보았다. 

 옛날 아이들 속내를 알려거든 아이들 일기장을 살펴보는게 제격이고 요즘 아이들 속내를 알려거든 아이 컴퓨터를 켜보는게 제격이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아이 SNS라던가 이메일 주고받는 내용까지 속속들이 알게되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하다못해 평상시 인터넷에서 어떤 사이트를 돌아다니는지 또는 어떤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지 그 정도는 알수있을 것 아닌가. 헌데 원석이의 경우엔 컴퓨터 게임은 즐기지 않는지 그런 것은 거의 깔려져있지 않았고 대신 한글문서에 문서파일 몇 개가 저장되어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그것을 열어보았다. 

 문서 제목이 ‘블로그용’이라 되어있어 아이가 블로그 활동을 하나 그런 생각이 들긴 했다. 헌데 궁금해서 열어본 ‘블로그용’이란 문서에 들어있는 내용이 기가막혔다. 

 ‘계모의 일기’ 

 제목이 이와 같았는데 내용이 이와같았다. 

 ‘계모가 우리집에 들어온지 벌써 OO일째다. 계모는 우리에게 밥을 해주지 않고 오직 

 자기 아이에게만 신경을 쓴다. 누나와 난 이따금 누나가 밤에 몰래 나가 편의점에서 

 사다놓은 컵라면으로 때운지가 벌써 며칠째... ’ 

 제목은 ‘계모의 일기’였는데 계모가 쓴 일기가 아니라 계모와 사는 자신들의 사는 모습(?)을 일종의 일기나 자기고백 같은 형식의 글로 적어놓은것이라고나 할까. 헌데 그 주어를 ‘새엄마’라고도 하지 않고 굳이 ‘계모(繼母)’라고 적어놓은 아이. 그래서 오히려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느낌마저 든다. 새엄마든 계모든 그 뜻은 사실 그게 그건데 요즘애들 느낌에는 순 우리말인 새엄마보단 한자어인 ‘계모(아버지의 후처, 즉 의붓어머니를 이르는 말)’가 좀 더 부정적으로 느껴지기라도 하는것인지. 여하튼 주어가 주로 ‘계모’인 또 다른 내용의 일기(?)내용은 대략 이랬다. 

 ‘계모가 또 누나와 나를 때렸다. 이유는 없었다. 계모는 누나는 뾰족한 바늘이나 콤 

 파스,젓가락 따위로 수도없이 찔러댔고, 나는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책이나 딱딱한 상 

 자 같은 것으로 인정사정없이 때린다. 하루종일 계모한테 때리고 학대당한 누나와  

 나는 방구석에서 엄마를 그리워하며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일기라기보단 그야말로 소설같은 이야기라 미주는 어이도 없고 그저 황당하기만 했다. 도대체 자신이 언제 ? 게다가 굳이 자신이 아이들을 학대(?)한 일이 있다면 불과 며칠전 원희 머리를 묶어주겠다며 실랑이를 벌이다 원희가 제풀에 넘어져 테이블 모서리에 머리를 찍혀 다친 것이 전부다. 헌데 대체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황당무계한 소리란 말인가. 헌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제목이 ‘블로그용’이라는게 마음에 걸렸다. 블로그가 되었든 SNS가 되었든 원석이란 아이가 지금 이런 내용을 계속 인터넷에 올리고 있단 말인가. 사실이면 미주 입장에선 너무나 기가막히고 끔찍한 사태라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따졌다. 

 “ 야, 노원석...너 이게 뭐야 ?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 ” 

 “ 제 컴퓨터 뒤져봤어요 ? ” 

 아이의 컴퓨터를 그대로 켜놓은채 증거로 확인시켜주기 위해 그냥 놔두었는데 아이는 오히려 그 문제로 발끈하고 있다. 옛날 같으면 엄마든 새엄마든 자기 일기장을 훔쳐본것이나 다름없으니 아이 입장에선 진짜 화가날 일이기도 하다. - 게다가 컴퓨터가 되었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남의 물건에 손을 댄 상황이기도 하고 – 따라서 잘못이 있다면 오히려 미주 잘못이 더 클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한데 미주는 여전히 분이 안 풀려 원석에게 계속 따져든다. 

 “ 야, 나 솔직하게 말해봐. 내가 널 언제 구박한적 있다구...뭐 콤파스로 누굴 찔러  

  ? 이게 어디서 큰일날 소릴...그리고...야, 너 설마...저거 다 인터넷에 올린거야 ?  

  문서 제목이 ‘블로그용’이라 되어있더라. 설마 너 저런 내용을 지금껏 블로그에 올 

  리고 그랬던거냐구 !!! ” 

 허나 아이는 대꾸가 없고 너무 화가치민 미주가 아이의 뺨을 때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그 사실을 바로 아빠인 승욱에게 일러바쳤고 승욱은 더더욱 미주에게 화를 낼 수밖에 없다. 

 “ 이미주 너 도대체 뭐하는 여자야 ? 뭐하는 애냐구 ? ” 

 “ 도대체 당신까지 왜 그래 ? 쟤네들 얼마나 괴물같은 애들인지 알아 ? 아주 대놓고 

  나 엿먹이려구 작정했다구 !!! ” 

 “ 뭐 ? 괴물 ? ” 

 그게 어디 아이들을 두고 할 소리인가. 무엇보다 승욱에겐 엄연히 자기 아이들. 백번 양보해서 혹 미주가 원희나 원석을 ‘내 아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생각할진 몰라도 승욱이야 그럴순 없는 입장 아닌가. 그래서 미주의 이런식의 태도에 더 화가나고 아무리 변명해고 해명하려 애써도 도대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남편으로 인해 미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다. 

 “ 아가... ” 

 그런식의 일상이 지속되는 어느날. 혼자 집에 있는 미주가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자기 아이를 살펴보았다. 아직 백일도 채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인지라 세상모른채 그저 평온하게 잠들어있는 모습. 눈물고인 얼굴로 미주가 아이를 안아본다. 

 “ 내겐 이제 너밖에 없구나. ” 

 어쨌거나 스물네살 신인 성우의 몸으로 스물네살 연상의 유부남 노승욱과 그런 관계가 되었던 미주. 거기까진 뭐 어쩔수 없었다 치더라도 이후 임민아 선배로부터 들은 충고와 경고. 그리고 방송가 동료들에겐 알리지 않고 이런식으로 승욱이 전처 정유진과 이혼한 상태에서 그와 동거에 들어가고 정식으로 혼인신고도 올리고 아이까지 낳게 되었건만 미주는 점점 고립되고 있다. 방송가 동료들의 수군댐 때문에 더 이상성우활동을 할수도 없는 지경에까지 몰리게 되었고 집에서는 전처소생 자녀인 원희와 원석으로 인해 묘한 곤경에 빠지게 되었고 게다가 남편 승욱마저 전처소생 아이들 편만 들뿐 도무지 자신의 말을 믿어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럴땐 대체 어찌해야 하는가. 

 “ 세상에...날 지켜줄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어. ” 

 직장 동료나 친구중에도 지금 미주를 지켜줄만한 사람이 없고 전처소생 자녀들은 자신을 점점 곤경에 빠트리며 골탕을 먹이고 있고 남편 승욱까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 그렇기에 아직 태어난지 백일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밖에 자신이 의지할만한 대상이 없다는 것. 그게 지금 이미주를 무척이나 서럽게 만들고 있다. 스물다섯살이나 많은 그리고 멀쩡하게 아무문제 없이 살아오던 유부남의 가정을 깨트린 댓가로 받는 ‘벌’이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치고 가혹한 이야기일까. 여하튼 지금 이 순간 미주는 자신이 직접 낳은 갓난아기만을 품에 안은채 이렇게 하염없이 울고만 있다. 

 “ 세상에 날 지켜줄 사람이 너밖에 없구나 이젠. 그래 아가...엄마한텐 이제 너밖에 

  없단다. 세상에 이제 의지할 사람이 너한테도 나 나한테도 너밖에 없는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아가 ? ” 

 원희나 원석이 이 이복동생을 이뻐할 것 같지 않음을 감안하면 확실히 일리있는 말이다. 게다가 남편 승욱 조차도 전처소생 두 자녀를 미주가 구박하거나 학대하지 않나 점점 그런쪽으로만 신경을 쓰게 된다면 이 집에서 고립될 사람이 누구인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 그래서 내가 벌받는 여자인거냐 ? 유부남을 사랑한 댓가로 벌받는 여자. 전처소생 

  자녀들한테는 인정받지 못하고, 남편의 사랑도 더 이상 받지 못하고 직장동료들 앞 

  에서도 더 이상 얼굴을 들 수 없는 처지가 된 나. 그렇게 벌받는 거라구 ? ” 

 미주는 하염없는 후회와 자책의 눈물을 흘린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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