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벌받는 여자 8
민아가 미주를 만났다. 민아도 이미 승욱으로부터 미주의 임신소식은 전해들었고, 승욱과 유진 모두 이혼의사를 밝힌 상태라 민아가 한층 더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런 상황에서 미주를 마주대한 민아는 그저 한숨을 내쉰다.
“ 한 10년전쯤이었을 거야... ”
노승욱도 문제지만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데 분명 절반정도의 책임이 있는 나이어린 후배 이미주도 지금 당장 어떻게 해버리고픈 심정을 억누르며, 민아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다만 그 서두가 좀 엉뚱해보여 미주가 어리둥절해한다.
“ 그때 내가 아침에 공영방송에서 하는 교양프로에 패널로 출연중일땐데...내가 그
런대로 입담도 좀 있는편이고 세상 이치도 그런대로 현명하게 판단하는 편으로 봐
서인지...그때 그런류의 교양프로에서 종종 패널섭외가 오곤 했었어. 여하튼 그럴
때구나. ”
헌데 그게 대체 뭐가 어쨌다는것인지 여전히 미주는 민아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의아한 가운데 민아의 말은 계속된다.
“ 그때 아마 무슨 고민상담 같은 것을 받는 코너가 있었어. 그 아침교양프로에서.
근데 그날 상담의뢰가 온 출연자가 한 스무살정도 많은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여
자더라구. - 상담은 물론 블라인드 처리가 된 별도의 공간에 상담자가 출연해서
음성변조가 된 상태로 진행이 되었지만 말야. - 여하튼 딱 지금 너처럼...아버지도
안 계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젊은 여자가 직장생활 하면서 알게된 스무살 많은
남자가 아버지처럼 참 자상하게 자신을 잘 챙겨주고 잘해주니까 그런 관계로 발전
하고 말았다고...그런 사례가 소개된적이 있었단말야. ”
민아가 언급하는 상담사례는 ‘아버지가 안 계신’ 가정환경에서 자란 여자라고 했지만 일단 미주는 뇌졸중으로 얼마전 쓰러지신후 정상적인 활동을 거의 못하고 계신것일뿐 아버지는 아직 멀쩡히 살아계시다. 다만 그 정도 차이점을 제외하면 여하튼 스무살 이상 나이차이가 나는 직장상사와 사랑에 빠진것만은 분명 동일한 사례. 민아가 그때 상담사례의 회고담을 이와같이 늘어놓는다.
“ 그때 내가 이런 충고를 했었지. ‘여자분...제가 방송활동을 한지 한 20년이 넘고
또 사회생활 하면서 이런저런 사례들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접해본 사람이긴 하지
만...젊은 여자와 바람피는 중년남자들 그야말로 그걸 한때 바람이라 생각하지 그걸
사랑이라 생각하는분 거의 없습니다...’ ”
“ ...... ”
“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그런 남자들 나중엔 다 ‘내가 미안하다, 잘못했다’ 이런식
으로 나오면서 사귀는 젊은 여자와 헤어지고 결국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어있습니
다. 제가 지금까지 접해본 유사한 사례의 한 70% 이상이 그런 결말이 났어요. 그
러니 상담의뢰자께서도 더 상처받기전에 이만 그 남자분과 정리하는게 좋을 것 같
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물론 이전에 모텔방에서 미주와 단둘이 이야기 나눌 때도 민아에겐 그런 이야길 했었다. ‘더 상처받고 힘들어지기전에 그만 정리하라’고. 다만 그땐 어찌어찌하다보니 젊은 여자와 바람피는 유부남 상당수는 결국 다 나중에 자기 가정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그 이야길 빼먹은 것 같은데, 그때 빼먹은 이야기를 추가로 전해주고 있는 상황인 민아. 허나 지금 미주와 승욱은 그런 경우도 아니기에 민아의 한숨이 더 깊어지기만 한다.
“ 헌데...노승욱 그 X은 이거...너랑 사이를 정리하는것도 아니고...내 그렇게...지 마
누라 알게되기전에 빨리 정리하라고 그렇게 충고했건만... ”
헌데 승욱과 미주의 사이가 정리되기는커녕 한술더떠 승욱도 유진도 이미 이혼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래서 민아도 더 기가막힐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민아 입장에서 승욱과는 오랫동안 선,후배 하며 지내온 사이고 유진과도 그간 가까웠다면 가까웠다고 할 수 있는 사이. 게다가 미주는 한참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라서 자신이 기대하며 아껴주었던 그런 후배라서 하필 바로 그런 세 사람 사이에 이런 사태가 벌어져 진짜 기가막히고 공교로운 처지에 처한 사람이 임민아다. 그런 답답한 민아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주의 말이 이와같이 이어진다.
“ 전 어쨌든...노승욱 선배가 하자는대로 하기로 했어요. ”
“ 대체 뭘 하자는대로 하겠다는거야 ? 그럼 노승욱 그 X이 이혼하고 너랑 살자고
하면 그 X이랑 같이 살기라도 하겠다는 소리야 ? ”
“ 어쨌든 노승욱 선배...저 그렇게 무책임하게 버리고 떠나는 그런 사람은 아닌것만
은 확실하잖아요. ”
미주는 지금 자신이 무슨말을 하는것인지 알고나 이런말을 하는것일까. 물론 어쨌든 노승욱이란 40대 후반 남자의 태도. 젊은 여자를 임신까지 시켜놓고 무책임하게 ‘나몰라라’하는 그런 나쁜X만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허나 이렇게되면 결국 미주가 멀쩡한 남의가정 파괴하고 그런 유부남을 이혼으로 이끌어내어 결혼하게되는 그런 여자가 되는 것 아닌가. 헌데도 그런 말을 너무 당당히 입에 담고있는 미주. 아무리 철이 없기로 어찌 이럴수가 있나 싶어 미주는 자신의 가슴을 두어번 치기까지 한다.
“ 그래 뭐...노승욱이는 그렇다치고 그집 애들은 어떻게 할건데 ? 너 때문에 지금 멀
쩡한 집안 애들이 이제 졸지에 이혼가정에서 자라나야할 처지가 되었어. 이게 그렇
게 간단한 문제인줄 아니 ? 그 앞날이 창창한 애들 앞으로 어떡할거냐구 ? 아닌말
로 니가 그 애들 떠맡기라도 할 참이야 ? ”
양육권 문제를 어찌할건지는 아직 정식으로 이야기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막상 민아가 이렇게 말을 하자 미주도 그 부분은 답하기가 쉽지 않은지 망설이고 있다. 그런 미주를 보며 민아가 거듭 다그친다.
“ 아닌말로...정유진씨가 아이들 자기가 거두겠다고 하면 그걸로 문제없이 끝나는 일
이긴 한데...만약 유진씨가 어떤 사정이 있어서 아이들 못 맡으니 노승욱이가 맡아
야 하는일이 발생하면 그땐 어떡할건데 ? 니가 노승욱이 애 둘 책임질수 있어 ?
지금 걔네들 큰애가 중학생이고 아마 둘째가 초등학생일텐데...걔네들 니가 제대
로 건사할수 있겠냐구 ? 또 설사 니가 그 애들 맡는다고 치자. 그애들은...자기 엄
마 그 꼴로 만들고 자기네 집안을 이혼가정으로 만들어버린 널 새엄마로 인정이나
해줄 것 같애 ? 그런건 생각 안해봤냐구 ? ”
“ ...... ”
“ 또 정유진이가 아닌말로 지 애들 지가 거두는걸로 결론이 낫다고 치자. 그런다고
너랑 노승욱이가 욕 안 먹을 것 같애 ? 그렇게 되면 노승욱이는 멀쩡한 지 애들
팽개치고 젊은 여자한테 새장가든 그런 나쁜X이 되는거고 너도 마찬가지로 멀쩡한
유부남 꼬셔서 남의 가정 파탄내고 남의집 애들 길거리에 나앉게 만든 그런 천하
몹쓸X이 되는거야. 무슨말인지 알겠어 ? 니가 그 비난 감당할 자신이나 있냐구 !!!
”
“ 저...노승욱 선배 사랑해요. 진심으로... ”
‘사랑에 약한 여자’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것일까. 달리 딱히 할말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노승욱을 ‘사랑한다’는 말만 거듭 입에 담는 미주를 보니 민아는 더더욱 답답해진다. 다만 여하튼 노승욱과 이미주의 관계가 더 이상 돌이킬수 없는 그런 사이가 되어버렸다는 판단에 이런 충고이자 엄포를 건네기도 한다.
“ 정히 그렇게 둘이 좋아 헤어질수 없으면 결혼을 하든 말든 니들 마음대로 해라.
다만 조건이 있어. 이렇게 해줘야만 내가 너희 두 사람 인정해줄수 있어. ”
“ ...... ”
“ 첫째, 결혼식 요란하게 치를 생각 말고 혹 치르더라도 주변 가까운 가족,친지만
소수 불러서 조용히 치르던가 해라. 무슨말인지 알겠어 ? 가령 성우 선후배 동기
간이라던가 방송가에 여기저기 청첩장 돌리고 그렇게 요란떨면서 결혼식 올리지
말라 이거야. 무슨말인지 알겠어 ? ”
민아의 의도를 제대로 판단하는것인지 못하는것인지 미주는 일단 고개만 살짝 떨군채 별다른 말이 없고 그런 미주를 보며 민아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노승욱이가 처자식 있는 몸인걸 성우 동료,선후배야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다른
방송관계자중에도 노승욱이를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이런 상황에서 너와 승욱
이 결혼이 뒷말 안 나올거라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 그러니 행여 남들 하는 흔한
결혼식처럼 모든 친구,학교 선후배,직장,사회 동료 선후배가 모두 너희 두 사람 축
하하러 와주는 그런 결혼식 치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란말야. 무슨말인지 알겠어
? ”
“ ...... ”
“ 왜 ? 재혼이 되는 노승욱은 그렇다쳐도 넌 아직 젊고 생애 첫 결혼인데 그렇게
썰렁하게 치르는거 억울하기라도 하냐 ? ”
“ 아...아뇨... ”
아무리 미주가 어리고 철이 없어도 이런 상황에서 ‘싫어요, 저도 남들 다 하는것처럼 화사하게 웨딩드레스 차려입고 많은 친구 직장,학교 선후배 사회동료 다들 축하하러 와주는 축복받는 결혼식 치르고 싶어요 !!!’ 이런말을 해도 된다는 판단을 할 정도로 어리석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이 없고, 그런 미주를 바라보며 민아의 말은 계속된다.
“ 뭐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어쨌든 방송가 동료,지인들도 차츰 알게되겠지. 노승욱이
가 이혼하고 결국 젊은 너랑 재혼한 사실까진 말이야. 그렇게 되기까지 너희 두 사
람 사이에 어떤 추잡한 일들이 있었는지 그런 구체적 사연까진 몰라도말이야. ”
“ ...... ”
“ 그러니 천의하나 만의하나 성우 동료,선후배들이건 방송가에 아는 동료,선후배들이
건 청첩장 돌리며 ‘저 결혼해요’ 하면서 자랑질 하고 돌아다닐 생각 꿈에도 하지
말란말야. 무슨말인지 알겠어 ? 너 만의하나 그딴짓 하고 돌아다니는날엔 내 입으
로 노승욱이랑 니가 어떤 부적절한 짓들을 하고 돌아다녔는지 만천하에 폭로하고
돌아다닐테니 그렇게나 알어. 알겠어 ? ”
“ 예, 잘 알겠습니다. 명심할께요 선배님. 흑흑~~~!!! ”
그제서야 미주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쓸쓸한 결혼식을 올리게 될 운명이란 것을 자각했음일까. 그저 노승욱에게 푹 빠진 자신의 사랑이 정당하다고만 생각했지 그렇게 시작한 사랑이 비록 결혼에 이르게 된다 할지라도 그 결혼식 현장이 어떤 모습이 될지까지는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헌데 여하튼 여기저기 방송가 지인,선후배등에게 청첩장 돌리며 요란떠는 결혼식은 올리지말고 정 하고 싶거든 가까운 가족,친지만 몇몇 초대해 조용히 치르라는 말. 어찌보면 그런식으로 자신의 결혼 이후의 운명이 어찌될지 미리 예측이 될 것 같아서일까. 미주는 어떤 막막함에 테이블에 그대로 엎드려 한참을 서럽게 흐느낀다. 옛날같으면 그런 나이어린 딱한 후배를 어떻게든 달래주고 다독여주었을법한 민아이건만 오늘은 미주의 이런 모습을 한번 돌아보주지도 않고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나버린다. 미주가 혼자 서럽게 울고 있다.
유진도 미주를 직접 만나보았다. 어차피 두 사람 사이에도 직접 만나서 할 이야기가 없지는 않을테니 그래서 유진이 직접 미주에게 만남을 청한 것이다. 그래서 마주하게 된 두 사람. 그러나 막상 이렇게 나이어린 미주를 상대하자니 유진은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미주를 만나러 오면서 지금까진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했던 유진이기도 하다. 만나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속으로 수도없는 시나리오를 짜보기도 했지만 막상 이렇게 미주를 대하니 너무 긴장이 된 것일까 아니면 너무 당황한것일가. 무슨 말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 유진. 덕분에 미주에게서 ‘죄송합니다’라는 사과의 말을 먼저 듣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리고는 목이 마른지 냉수 한모금을 조심스레 마시는 미주. 한참만에 유진이 입을 연다.
“ 그이에게서도 임민아님한테서도 대충 그동안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대충 들
어봤으니 반복되는 이야기 또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도대체 어떻게 할거에요
? ”
미주는 심지어 임민아 앞에서는 노승욱 선배 뜻대로 하겠다며 만약 승욱이 자신과 결혼을 할 의사가 있다면 그대로 밀어붙일것처럼 나오기까지 했었다. 허나 막상 승욱의 부인 유진을 마주대하니 그녀도 겁이 난 것일까. 차마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 그래서인지 유진이 가소로운 듯 피식 헛웃음을 터트리고 그리고는 입을 연다.
“ 우리 차라리 이렇게 하는거 어때요 ? 차라리 그 애 나한테 맡길래요 ? ”
“ 예 ? ”
“ 아무리 그래도 막상 이혼하려고 마음먹으니 너무 억울해서 견딜수가 있어야말이
지. 그러니 차라리 그 애 나한테 맡겨요. 그럼 내가 그 애 내 친자식처럼 우리 원
희나 원석이랑 차별하지 않고 잘 키워줄테니까 그렇게 하는거 어때요 ? ”
“ 사...사모님... ”
자신도 모르게 이런 호칭이 입에서 나온 미주. 한편 막상 미주로부터 ‘사모님’이란 호칭을 들으니 유진도 기분이 묘해진다. 물론 유진도 이미 나이 40을 넘긴 여자니 ‘사모님’이란 호칭이 그리 어울리지 않을 나이는 아니다. 허나 이런 호칭 자체가 갑자기 유진을 굉장히 나이들어보이게 만드는 느낌이 나서일까. 뭔가 순간 거부반응이 일었던 유진. 헛웃음을 한번 터트리고는 다시 미주에게 말을 건넨다.
“ 그럼 이건 어때요 ? 나 솔직히 다른건 몰라도 이대로 남편이랑 이혼하는건 억울하
거든. 솔직히 나한테 귀책사유가 있는것도 아닌데 내가 이혼을 왜 해줘 ? 나 그 사
람이랑은 억울해서라도 이혼 못하니까 대신 그쪽이 그 애 낳고 그 사람 첩으로 살
아요. 오, 맞아. 딱 그렇게하면 되겠네. 뭐 조선시대는 물론 구한말이나 일제...아니
솔직히 근래까지도 법적으로만 보장이 안 되어서 그렇지 알게모르게 첩이나 내연녀
두고사는 남자는 많았던 모양이니까 댁도 그렇게 살라구. 그건 어때 ? ”
“ 그...그건 더 싫어요. ”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자식을 ‘첩의 자식’이란 소리나 들으며 살게 하는건 더 싫은것일까. 아무리 나이어린 여자라도 그게 뭘 말하는것인지는 모르지 않을터. 따라서 기겁을 하면서 손을 내젓는데, 미주의 이런 태도를 보자 유진은 정말 어이가 없는지 화가나서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진다.
“ 뭐야 ? 그럼 뭐 어쩌자는거야 ? 그애 내가 키워준다는데두 싫어. 그렇다고 정식으
로 노승욱이랑 결혼하지는 않고 아이만 낳은 내연녀나 첩의 신분으로 사는것도 싫
어. 그럼 뭐 어쩌자는건데 ? ”
막상 이런 소리를 들으니 미주의 머릿속에도 딱히 무슨 현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서일까. 사색이 된 얼굴로 무슨 말을 더 잇지도 못하는 미주. 유진도 유진대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는 마찬가지라 인상을 한번 찡그린뒤 마침 주문한 음료수가 나와 그것을 벌컥벌컥 마신뒤 말을 이어간다.
“ 그럼 차라리 이렇게 하자. 내가 남편이랑 이혼은 해주겠는데...니가 노승욱이랑 결
혼하는거 아무 문제없이 만들어주긴 하겠는데 그 대신 내 애들 니가 키워라 !!! ”
“ 예 ? ”
순간 화들짝 놀라는 표정의 미주. 사실 민아로부터도 그 비슷한 취지의 ‘승욱과 결혼할 경우 그 아이들은 어떡할거냐 ?’는 추궁을 받기도 한 미주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민아 선배가 미주의 현재 상황에 대해 너무 화가나서 한 이야기정도로만 생각했지 이런 문제를 진짜 현실로 논의해야하는 상황이 오리라고까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당황한빛이 역력한 미주인데 그런 미주를 보니 더더욱 기가막힌 듯 유진이 말한다.
“ 뭐야 그럼 도대체 ? 니 애 내가 키워준다는데 그것도 싫어, 그렇다고 내 남편 내
연녀나 첩으로 살며 아이 키우는것도 싫어, 그렇다고 차라리 내가 이혼해줄테니까
대신 우리 애 맡아달라니까 그것도 싫어. 그럼 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건데 ? ”
“ 사모님... ”
“ 사모님 소리 하지마 !!! 진짜 확 한 대 후려갈겨버리기전에...이걸 그냥...지금 이
자리에서 갈기갈기 찢어죽이고 싶은걸 참고 있어줬더니... ”
“ ...... ”
“ 어쨌든 결정은 해야할거 아냐. 어영부영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일이 아니라서 지
금 내가 이렇게 직접 널 만나 이 문제를 상의하고 있는거 아니냐구 ? 대체 어떻게
할거야 ? 그 애 내가 키워주랴 ? 아니면 내가 이혼해줄테니 니가 대신 내 애 키워
줄래 ? 그것도 아니면 그냥 우리 남편 첩으로 살래 ? 셋중 어떤거 할래 ? ”
“ 사모님... ”
“ 사모님 소리 하지말랬다. 이게 진짜...그 소리 이 순간에 들으니 진짜 기분 나쁘네
진짜. 나 너한테 고작 그런 호칭이나 들으며 유세 떨고 싶어 너 만나자고 한거 아
냐. 아이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 하니까 만나자고 한거잖아. 어떡할거야 ?
니 애 문제도 그렇고 우리 원희,원석이도 그렇고 애들 누가 키울건지는 최소한 합
의는 봐야할 것 아니냐구 !!! ”
유진은 진심으로 화가나 테이블을 손으로 꽝꽝 내려치기까지 하며 소리를 지른다. 그 바람에 커피숍 안 손님이나 직원들이 모두 놀라 그쪽을 바라볼 지경. 분이 쉽게 풀리지 않는 표정으로 유진은 약속장소를 떠났고 미주가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고 또 한참을 서럽게 운다. 이 상황이 너무도 속상하고 막막하기만 해 그래서 터져나오는 울음이다.
얼마후 유진이 또 만난 사람이 하나 있는데 이은희라는 역시 공영방송사 아나운서 출신의 선배다. 80년대에 아나운서로 데뷔한 사람이니 90년대에 공채로 입사한 유진보다도 한 10년정도 선배라고 봐야할텐데 바로 공영방송 아침 교양 토크쇼를 오랫동안 진행해오기도 했던 당대의 베테랑급 아나운서이기도 한 그녀를 지금 유진이 만나고 있는 것이다. 은희도 이미 유진의 소식은 듣고 아는터라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 그래, 유진씨 어떻게 할 생각이야 ? ”
“ 저...방송 그만둘거에요. ”
“ 뭐라구 ? ”
“ 지금 이런 상태에선 제가 온전히 방송에 나가지 못할 것 같아요. 집안이 이 지경
인데 이런 상황에서 제가 웃는 얼굴로 시청자든 애청자든 그분들을 마주대하는 것
도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저 당분간 방송 쉴래요. ”
“ 유진씨...그거 너무...즉흥적이고 극단적인거 아냐 ? 아무리 화가나도 그렇지...유
진씨가 방송일을 왜 그만둬 ? ”
“ 그럼 은희선배가 저 방송에 출연해서 심경고백이라도 한번 하게 해줄래요 ? ‘아
침의 느낌’이 되었든...또 예전에 하던 ‘행복토크쇼’ 같은 형식이 되었든 좋으니까
한 두시간 시간잡고 저 하고싶은 이야기 다 쏟아놓을수 있게 해주세요. 그럼 저
방송가 은퇴 안 할께요. ”
“ 유진씨... ”
근본적으로 ‘아침의 느낌’이든 ‘행복토크쇼’든 모두 한시간 남짓 분량의 토크쇼나 교양프로였고 따라서 그런 프로를 그것도 일개 프리랜서 아나운서 이혼 전후의 심경고백을 위해 두시간씩이나 시간을 할애해준다는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것도 방송활동을 십수년이나 해온 정유진이 그만한 사정이나 상식을 모를 사람도 아닌데 이러는 것은 너무 분하고 화가나 해보는 소리 정도로 받아들여져서인지 은희가 일단 유진을 진정시켜보려한다. 여하튼 은희 입장에서도 후배 정유진의 문제를 뭔가 합리적이고 순리적인 방식으로 해결해보고파서 만나자고 한 것 아니겠는가. 헌데 유진이 이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은희선배도 생각보다 순진한 구석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피식 하고 헛웃음을 터트린뒤 손을 내젓는다.
“ 농담이에요 농담. 아무렴 제가 그만한 판단력도 없을까봐요. 세상천지에 일개 이
혼한 방송국 아나운서 심경고백을 두시간씩이나 하게 해주는 그런 방송사가 어디
있어요 ? 만약 정말 그런 방송국이 있다면 그건 진짜 생각이 없는거죠. 그런건 아
니구요... ”
“ ...... ”
“ 하지만 저 지금은 아니라도 한 10년후엔 작심하고 심경고백 할거에요. 언론사 인
터뷰를 자처하든 책을 써내든 어떤 방법으로든 할거라니까. ”
“ 유진씨... ”
아직도 유진의 속내를 파악하긴 쉽지 않고, 아니면 유진이 여전히 경황없는 심정이라 확실한 자기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것인지 은희가 걱정되어 유진을 바라보는 가운데 유진이 호흡을 좀 가다듬은뒤 차분하게 입을 연다.
“ 지금은 여기서 방송일 접고 한 10년쯤 외국나가 살거에요. 아무런 말썽 안 피우고
조용히...하지만... ”
“ ...... ”
“ 하지만 한 10년후에 나 그것들 제대로 한번 나락으로 떨어뜨릴테니까 두고보세요.
제가 없으면 노승욱과 이미주 그것들 결혼해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겠죠. 뭐
딱히 방송가를 떠나던가 해야하는 그런 부득이한 다른 사정이라도 생긴다면 모를
까 한 10년뒤면 늙은 노승욱이라면 모를까 어쩌면 이미주 그 여자는 한 10년쯤 후
엔 성우계에서 나름 베테랑급으로 성장해 있을지도 모르겠고... ”
“ 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건데 ? ”
“ 그것들 가장 행복해 있을 순간에, 가장 출세와 명성의 정점에 있을 순간에 제 방
식대로 나락으로 떨어뜨릴거에요. 노승욱이든 이미주든 그때가서 얼굴도 못 들고
돌아다닐 정도로 오만 오물을 처발라 버릴거라니까. 그게 저만의 복수방식이에요.
무슨 요즘 흔한 막장 불륜 아침드라마 마냥 무슨 사업 시작해서 불륜녀가 하는 회
사 무너뜨리고 불륜녀가 데려간 아이 도로 되찾아오고 거기다 자기 버리고 다른 여
자랑 바람피운 전남편까지 몰락시키는...그런 방식으론 전 안 해요. - 솔직히 제가
그런식으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요. - 사업을 하든 어떤 전문직에서 성공을 하
든 뭘 하든 말이죠. - 하지만 그대신... ”
“ ...... ”
“ 한 10년동안 이미주 그 여자보고 우리 원희,원석이 키우면서 고생좀 해보라고 하
세요. 그리고 나서 한 10년쯤 지났을 때...그것들이 가장 행복과 성공의 정점을 찍
고있을 때... ”
“ ...... ”
“ 그때 제 방식대로 복수할테니 두고보시라구요. 보라~~~ 이 정유진은 이런식으로
복수한다~~~ ”
마치 무슨 오페라 아리아 한 구절이라도 되는양 ‘정유진은 복수한다’는 식의 마지막 구절을 제법 구성진 노래처럼 부르고 그 광경을 커피숍 안의 다른 손님들이 잠시 의아하게 바라보기까지 한다. ‘보라~~~ 정유진은 이렇게 복수한다~~~’ 오페라 아리아처럼 울려퍼지는 노랫소리. 그런 유진을 은희가 불안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승욱과 유진의 이혼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고 다만 그런 상황에서 유진은 외국으로 나가 따로 살 궁리를 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출국준비가 마쳐질때까지만 임시로 아직은 승욱의 집에 머물러있는 상태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도 승욱과 하루라도 더 같이 있기 싫은 사람이 유진이겠지만 일단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이 없어서 이미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상태임에도 한동안은 승욱과 함께 사는 그런 모양새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유진이 두 아이를 불렀다.
“ 너흰 이제 어떡할래 ? ”
아이들의 거취를 묻는 질문. 유진이 심각하고 진지하게 묻는다.
“ 엄마, 그럼 진짜 아빠랑 이혼하는거야 ? ”
이혼하는게 아니라 이미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상태다. 헌데 그 사실까진 아직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았음인지 딸 원희가 미래형으로 묻고, 유진이 그런 원희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유진이 너 조기유학 가는건 싫다고 했었잖아. ”
“ 내가...언제... ”
바로 그 의사를 물었을 때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를 취했던 딸 원희가 아니던가. 헌데 그게 바로 ‘예,아니오’로 대답하기 애매한 상황이면 말을 안 하던 자신의 어린시절을 닮은 것 같아 충분히 그 심리를 이해한다며 딸을 감싸기도 헀던 엄마 유진. 그런 상황에서 유진의 말이 이어진다.
“ 그럼 어차피 엄마랑 외국 나가 사는것도 싫겠네 ? ”
“ 엄마아... ”
허나 무슨 그런말이 있느냐는 듯 안타깝게 제 엄마를 부르는 원희. 허나 이렇게 엄마랑 헤어지는게 싫은 원희와는 달리 아들 원석의 반응은 엉뚱하기 짝이 없었다.
“ 어쨌든 난 엄마랑 안 살거야. ”
“ 뭐라구 ? ”
“ 차라리 새엄마랑 사는한이 있어도 엄마 잔소리 맨날 들어면서 그렇겐 안 살아. 싫
어. 아빠없이 엄마하고만 살면 그럼 엄마 잔소리만 더 많아지는거잖아. 싫어. 그렇
게 사느니 차라리 나한테 무관심할 새엄마랑 사는게 나아 !!! ”
“ 아니, 근데 이게 정말... ”
이런 상황에서도 그야말로 이기적으로 자기생각만 하고 있는 그래도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아들 원희의 태도 아닌가. 그래서 유진이 한층 더 화가 치밀고, 여하튼 자신과 살기 싫다는 태도는 딱 제 아빠를 닮은 것 같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 부모가 이혼을 하네마네 하는 상황에서도 ‘잔소리 많은 엄마랑 사는 것은 싫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그것도 차라리 자신한테 관심없을 새엄마랑 사는게 낫지 잔소리만 하는 엄마랑 사는건 싫다니. 세상에 무슨 이런말이 다 있나싶어 유진은 기가막히기만 한다. 원희가 만류해서 유진이 제 아들 원석에게 손찌검을 한다거나 하는 불상사까진 일어나지 않았지만 유진은 남편 승욱에 이어 아들 원석에게까지 배신을 당한 느낌이라 또 한바탕 서럽게 울었다.
“ 이제 엄마 진짜 간다. ”
출국준비가 다 끝나 유진은 인천공항으로 향했고 그런 유진을 딸 원희와 아들 원석이 배웅하고 있다. 일단 딸 원희는 여전히 엄마 유진이 걱정되는듯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런 딸을 안심시키려는 듯 유진의 말이 이어진다.
“ 사실 이 엄마 어릴때부터 막연한 소망 하나가 있었어. 그게 뭔지 아니 ? ”
“ 그게 뭔데 엄마 ? ”
궁금해서 묻는 원희에게 유진이 차분하게 말한다.
“ 그 하나는 만약 우주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 우주선을 타고 진짜
저기 멀리 안드로메다까지 가보는거였어. 그리고 또 하나는 통일이 되면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기차타고 중국,러시아 거쳐서 유럽까지 가보는 것... ”
“ ...... ”
“ 그리고 돈 많이 벌어서 인생 말년에 해외여행이나 실컷 해보는 것 그 세가지가 엄
마 소망이었는데... ”
그야말로 나이어린 철부지 시절에 세상 모르고 꾸었던 막연한 소망 같은데 이제 유진의 나이도 40대 중반에 접어든 시점에서 그리고 15년을 함께 살았던 남편과 이혼까지 하게된 상황에서 착잡하게 그 부분에 대한 심경을 밝힌다.
“ 근데 안드로메다 여행은 엄마생애는커녕 잘하면 인류문명사 끝까지 가도 그런일
이 현실화될 것 같진 않고말야 – 이제야 겨우 화성에 탐사선 보내는 기술 수준이
라면 더더욱 그렇지 – 그래도 남북통일 정도는 엄마 나이 40-50쯤 되면 되어있지
않을까...나이 20-30대까지만 해도 그 정도의 막연한 기대정도는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소망도 엄마 생애중에 이뤄질 것 같진 않구나. ”
방송국 아나운서로 오랫동안 일해왔으면 여하튼 나름 남북관계나 국제정세에 대한 식견도 어느정도 있을 것이다. 그런 유진임을 감안하면 통일이 그렇게 낭만적으로 쉽게 오지 않을것이라는 것 정도도 충분히 짐작할것이고 그리고 마지막 남은 소망이 하나 있다.
“ 그리고 마지막 하나 남은 소망이 돈 많이 벌어서 인생 말년에 해외여행이나 실컷
다녀보는것이었는데, 여하튼 아직 인생말년은커녕 나이 40대 중반에 이르러서 이렇
게 외국으로 나가게 되는구나. 엄마가 그동안 모아놓은 돈이 많은지 어쩐건지는 모
르겠지만... - 뭐 어쨌든 니 아빠로부터 위자료도 받긴 했지만 말야... ”
“ 엄마... ”
헌데 이렇게 딸,아들을 국내에 남겨놓고 해외로 떠나는 처지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 나이 40대 중반의 여인 답지 않게 아직 철이 덜 든것인지 아니면 자기 아이들 앞에서 그래도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아 일부러 이런말을 하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유진의 표정은 그리 밝아보이진 않다. 그런 엄마가 걱정이 되는지 딸 원희가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 원 애두...울지 마라. 엄마가 뭐 어디 죽으러 가니 ? 엄마가 뭐 북한 정치범 수용
소에라도 끌려가는건줄 아냐구 ? 그런거 아냐. 엄마 지금 해외여행 떠나는거야. 한
10년 외국 나가서 엄마 어릴 때 소망처럼 해외여행이나 실컷하며 돌아다니다 올거
라구. 그래도 무슨말인지 모르겠어 ? ”
“ 엄마...몸 건강해야해. ”
허나 중학교 2학년 원희가 보기에도 외국에서 산다는게 그리 쉽지 않을것이란 판단은 드는지 ‘10년동안 외국나가 있겠다’는 엄마의 말에 여전히 걱정되어 울먹이고 있다. 유진이 그런 딸과 아들을 한번씩 쓰다듬으며 안아준다.
“ 걱정말래도 그래. 니들 성인 다 된 10년후엔 반드시 돌아올테니까 아무런 걱정들
하지말아. 엄마 10년후엔 꼭 돌아와. 그리고 그때쯤엔 아마 원희는 대학 다 졸업
하고 직장생활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원석이는 아마 군대갈 나이가 되어있겠구
나. ”
현재 중학교 2학년인 딸 원희와 초등학교 6학년 아들 원석의 나이를 생각하면 10년후엔 확실히 그 정도 나이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때쯤 돌아온다는 말을 거듭 입에 담는 유진. 허나 여하튼 이런식으로 아이들을 두고 떠난다니 순간 유진도 울컥해진다. 그래도 아이들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유진. 아이들을 달래며 말을 이어간다.
“ 너무 걱정하지 말고 새엄마 말씀 잘 듣고 잘 살도록해. 그러잖아도 엄마도 걱정
돼서 이미주 그 여자 대체 어떤 여자인지 대충 알아보긴 했어. 다행이 그렇게 천
성은 나쁘지 않고 효성도 지극한면이 있는 그런 여자라더라. 그렇다면 너희가 무
슨 부모때려죽인 원수도 아닌이상 그렇게 심하게 구박하진 않을거야. ”
“ 엄마... ”
여전히 울먹이는 딸 원희.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들 원석은 눈물 한방을 흘리지 않고 무표정하게 서 있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철이 없어 지금 이 상황이 대체 어떤 상황인지 100퍼센트 제대로 인식이 안되는것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무뚝뚝하거나 얼굴이나 분위기가 무표정한 분위기인것인지, 그게 아니면 엄마라는 여자에 대한 어떤 감정이나 느낌 자체가 없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말없이 서 있는 원석. 그런 아들이 속상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해서 아이를 한번 더 안아주기까지 한다.
“ 혹시 이미주 그 여자가 니들 구박하거나 하면 바로 엄마한테 연락해. 아니, 복잡
하게 그럴 것 없이 유튜브에 올리든 SNS에 올리든 니들 재량껏 인터넷에 고발을
하든 폭로를 하든 그렇게 해. 그럼 그걸로 그 여자 얼마든지 아직낼수 있을테니까.
알겠지 ? 최소한 인터넷 무서워서라도 그 여자 – 현재 한참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
는 신인 성우다 – 니들한테 함부로 하진 못할거야. 그러니 여차하면 인터넷에 다
폭로한다고 하던가 그러라구. 알았지 ? 그러니 너무 걱정들 하지말구...자, 이제 엄
마는 진짜 간다. ”
그리고는 마침내 공항 출입문을 향해가는 유진. 딸 원희는 울고있고 아들 원석은 이 상황이 그냥 심심하고 지루한지 무표정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만 있다.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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