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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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러블리즈 이미주 (7)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벌받는 여자 8 

 


 승욱은 새로 캐스팅 된 다른 케이블 방송사의 재연프로그램인 ‘세상만사’ 촬영 스케줄이 있어 그 촬영에 임하는중이다. 헌데 한참 촬영이 진행중일 때 저만치서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이가 있었다. 처음엔 그저 지나가다 호기심이 생겨 지켜보는 구경꾼 정도로 생각하고 스텝들이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켜보던 여자는 거리도 너무 촬영현장 가까이 와 있고 또 지나가다 잠시 촬영현장을 지켜보는 구경꾼이라 하기엔 너무 오래 지켜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결국 한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 아가씨, 죄송하지만 신경쓰이니까 구경하시려면 저쪽으로 가셔서 봐주시겠어요 ? 

 ” 

 일단 젊은 여성으로 보여서 그와같이 말한 스텝. 그 말에 일단 여자는 조금 옆으로 비켜나긴 했다. 허나 촬영장을 떠나거나 하지는 않고 여전히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여자. 촬영이 거의 마무리되어갈때쯤 한참 촬영에 열중하고 있던 승욱이 결국 그녀를 알아보았다. 

 “ 아니, 미주양. ” 

 성우다보니까 아무래도 케이블 방송 제작진중에서도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그제서야 승욱이 그녀를 발견한 것이다. 허나 그때까지만 해도 제작진은 승욱을 아는 사람이거나 팬이려니 생각했는데, 일단 휴식시간에 두 사람이 저쪽에서 자리를 잡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제가 옷 매무시좀 바로 잡아드릴께요. 좀 흐트러져 있는 것 같아서... ” 

 촬영중에 다소 격하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 장면들이 있었기에 승욱의 옷이 좀 흐트려져 있어서 그걸 바로 잡아주려고 하는 미주. 뿐만 아니라 승욱이 먹을 간식까지 손수 싸와서 그것을 함께 들기까지 한다. 헌데 아무래도 미주의 이런 태도가 승욱이 신경이 쓰여 한마디 안할 수가 없었다. 

 “ 헌데 오늘 미주양도 더빙 스케줄이 있지 않나요 ? 헌데 여기 어떻게 ? ” 

 미주도 어쨌든 신인으로 점차 뜨는 과정에 있는 성우였기 때문에 더빙을 맡아야 하는 애니매이션 작품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근래에는 자신이 공채로 합격한 ‘애니나라’에서 방송하는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케이블에서 방송하는 애니매이션이나 어린이프로 더빙까지 맡고 있어서 한주에 더빙 스케줄이 다섯작품이나 될 때도 있었다. 그러니 미주도 적어도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승욱의 촬영장이나 쫒아다니고 있을 처지는 아니다. 그게 걱정되어 묻는 승욱을 안심시켜주려는 듯 미주가 말한다. 

 “ 오늘은 더빙 스케줄이 없고 내일 오전과 오후에 잡혀있어요. 그러니 걱정 안 하 

  셔도 돼요. ” 

 “ 아, 그래요 ? ” 

 일단 미주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을것이라 생각해서인지 곧이 듣고있는 승욱. 한편 제작진중 한명이 두 사람의 사이를 좀 이상하게 여겼는지 다가와서 한마디 물어보긴 한다. 

 “ 노승욱씨 아는 사람이에요 ? 팬인가 ? ” 

 일단 젊어보이는 여인이라 승욱의 부인이거나 그래보이진 않고 친척동생이나 조카뻘로 보기에도 너무 젊은 여자다. 그래서 그저 촬영장까지 직접 찾아오는 극성팬 정도로 여기는데 승욱도 일단 그런식으로 얼버무리긴 한다. 한참 잘 나가는 신인 성우가 아버지뻘 되는 선배 성우의 촬영장을 일부러 찾아다니고 있다면 그것 역시 이상한 모양새가 되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미주를 위해서라도 그런식으로 얼버무린 승욱. 미주는 살짝 뭔가 못마땅한 표정이 된다.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여하튼 미주는 ‘애니나라’ 공채 출신이고 승욱은 시작은 공영방송 공채로 성우활동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프리랜서니 두 사람이 한 방송국에서 마주치거나 할 일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요즘은 승욱이 실제 성우일보다는 케이블의 재연프로 촬영 스케줄이 더 많아서 성우들이 주로 있는 애니매이션 전문 채널이나 그런 방송국에 들를일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드는 추세다. 그래서일까. 그걸 모르지는 않을 미주인데 하루는 더빙 스케줄을 마친뒤 퇴근도 하지 않고 방송국에서 서성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의아하게 생각한 다른 선배 성우 한 사람이 미주에게 다가온다. 

 “ 미주씨 집에 안 가 ? 아니면 다른 더빙 스케줄이 잡혀있는건가 ? ” 

 “ 아뇨, 그런건 아니고 ? ” 

 일단 대수롭지 않게 의아해서 물어본 선배. 헌데 미주의 입에서 나온말이 좀 엉뚱했다. 

 “ 노승욱 선배 오늘은 안 오시나요 ? ” 

 “ 누구 ? 노승욱 선배 ? ” 

 모든 성우들이 다른 동료,선후배 성우의 스케줄을 다 파악하고 있지는 않을터. 다만 적어도 노승욱이 요즘은 ‘애니나라’ 방송사를 찾는 일은 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는 선배다. 그래서 의아함을 덧붙여 자신이 알고있는 정보내에서 미주가 잘 몰라서 그러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와같이 가르쳐준다. 

 “ 노승욱 선배 요즘은 애니나라쪽은 잘 안오는 것 같은데 ? 듣기론 요즘은 성우 말 

  고 케이블 재연프로에 출연한다더라. ” 

 허나 그 사실은 선배 성우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미주가 이미 익히 잘 알고 있다. 헌데 그런 상황에서도 미주는 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노승욱 선배 오늘 안 오시냐 ?’는 물음을 다른 선배나 동료 성우에게도 몇 번 더 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얼마후, 이번엔 미주가 실제 하루 스케줄이 없어서 자기 월세방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미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노승욱에게 한 전화다. 

 “ 저에요 선배. ” 

 “ 어, 미주 그래 무슨일이야. ” 

 “ 선배...저 아파요. ” 

  “ 뭐 ? 아파 ? ” 

 여하튼 그간의 승욱과 미주의 관계가 관계였으니 만큼 아프다는 그녀의 말에 무심히 넘어갈수는 없는 처지. 너무나 놀라 이렇게 말하는 승욱에게 미주는 인상까지 찡그리며 울먹이며 하소연한다. 

 “ 선배 저 어떡하면 좋아요. 저 너무 아파요. 저 너무 아파서 견딜수가 없어요. 선배 

  ...저 어떡하면 좋아요. 으흐흐흑~~~!!! ” 

 “ 어, 미주 기다려봐. 내가 곧 그리고 갈게. ” 

 미주의 전화에 한달음에 그녀의 월세방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승욱. 어찌보면 미주의 요즘 정신상태가 뭔가 정상적이라고는 봐줄수 없는 상황이긴 한데, 허나 그렇기에 오히려 이런식으로 미주와 승욱의 사이는 겉잡을수 없이 치닫고 있었다. 

 


 유진이 민아를 만났다. 아직 남편 승욱이 여자가 생겼다는 말을 믿기 힘들었던 유진은 승욱에게는 20년 넘게 성우 선후배간 동료로 알고 지내왔고 자신과도 방송활동을 하며 크고작은 인연이 있던 임민아가 뭔가 알고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만나기를 청한 것이다. 무엇보다 승욱이 자신이 현재 만나는 여자가 이미주라는 신인 후배성우라고 이미 밝히기까지 했으니 민아가 뭔가 알고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던 것이다. 허나 막상 민아 입장에선 유진의 만나자는 전화에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 일단 유진씨한테는 제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네요. ” 

 “ ??? ” 

 “ 내가 그렇게...정유진씨 모르게...아내 귀에 들어가기 전에 깔끔하게 정리하라고  

  충고했건만... ” 

 “ 그...그럼 정말 그이가 ? ” 

 민아의 하는말, 사실상 승욱에게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는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야말로 ‘설마’하는 마지막 기대감마저도 무너지게 만든 민아의 말. 유진이 너무 기가막히고 황당해 무슨말을 더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민아는 거듭 사죄의 말을 입에 담는다. 

 “ 미안해요. 내가 진작에 유진씨한테 이야기를 했어야하는데... ” 

 허나 민아를 책망할일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에 유진은 그녀에겐 화를내지 않고 그저 탄식과 한숨만을 내뿜을뿐이다. 무엇보다 설마 자신에겐 벌어질리 없으리라고 믿었던 그런일이 자신에게 닥치다니. 그 황망함 때문에 유진은 어쩔줄 모르고 있다. 다만 그 와중에서도 민아의 심정만은 이해한다는 듯 말을 건넨다. 

 “ 임민아님 잘못은 아니죠. 솔직히 제가 그런 입장이었더라도... ” 

 “ ...... ” 

 “ 어떻게든 그 일이 부인의 귀에는 들어가기 전에 무슨 조치를 취하던가 하지, 섣불 

  리 그런말을 먼저 부인한테 전하진 못했을 것 같아요. ” 

 헌데 어쨌든 민아는 승욱이 만나는 남자를 알고 있다는 소리 아닌가. 따라서 그 부분에 대한 궁금함은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유진이 이와같이 묻는다. 

 “ 헌데 대체 누구고 어쩌다 그런 사이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요 ? 남편 이야기로는... 

  이 뭐라는 후배 성우라고 한 것 같은데. ” 

 “ 맞아요. 그리고 실은 저도 구체적으로는 몰라요. ” 

 “ ??? ” 

 “ 일단 이미주라는 애니나라에 입사한지 1년정도 된 신인 성우인건 맞아요. 여하튼 

  요즘 한참 뜨기 시작하는 유망주이긴 한테...참 그런애가 어쩌자구 이런일을 저지 

  른건지 참... ” 

 “ 1년밖에 안되었다면...그럼 그이랑 만난지도 그리 오래되진 않았겠네요 ? ” 

 “ 미주한테 들은 이야기론 노승욱이가 그애 선배들한테 괴롭힘 당할 때 구해주기도 

  하고 또 그 애 아버님이 쓰러지셨을 때 병원비까지 보태줬다고 하네요. ” 

 “ 병원비를 보태줘요 ? ” 

 듣자하니 진짜 기가막혀서 유진도 발끈한다. 무엇보다 이쯤되면 누가봐도 예사로운 사이가 아닌것만은 분명하지 않은가. 게다가 다른건 몰라도 자기 남편 노승욱은 자신을 두고 딴 여자한테 눈길줄 그럴 사람은 아닐것이라 철석같이 믿었는데, 게다가 외모때문에라도 젊은 여자애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그런 남자는 못될것이라 생각했기에 적어도 그런일을 자신이 겪게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그게 자신에게도 현실이 되다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하기 짝이없어 치를떤다. 

 “ 야 !!! 노승욱 너 지금당장 이리좀 와 !!! ” 

 한편 민아는 유진이 이 황당하고 기가막힌 일에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스스로를 주체하고 있지 못할 때 바로 승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당장 노승욱을 어차피 그 아내 유진까지 만나고 있는 상황에서 결판을 내야겠다는 기세로 이러고 있는 것이다. 허나 그 전화는 유진이 만류한다. 

 “ 임민아님 왜 그러세요. 참아요. ” 

 “ 유진씨야말로 이걸 왜 말려요 ? 지금 당장 이 자리로 불러서 따져도 시원찮을판 

  에... ” 

 “ 지금 그 사람 불러서 뭘 어쩌자구요 ? 뭐...그 이미준가 뭔가 하는 여자애와 대체 

  얼마나 깊은 사이가 되었는지 그동안 무슨짓을 했는지 따져묻기라도 하자구요 ? 지 

  금 그런거 따지는게 무슨 의미가 있다구요. ” 

 “ 그럼 유진씨는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 앞으로 ? ” 

 “ 모르겠어요. 저도 도대체 지금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런 판단도 서지않고... ” 

 급기야 이런일이 자신에게 들이닥친 운명에 대한 원망, 그리고 남편 승욱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이 순간 대체 뭘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복합적인 감정속에서 유진은 울음까지 터트린다. 민아가 그런 유진을 진정시키려한다. 

 “ 유진씨...유진씨 일단 좀 진정해보세요. ”  

 “ 이게 어떻게 진정할 일이에요. 저 정말...저 정말...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노 

  승욱 그 인간이 나한테...흑흑~~~!!! ” 

 이 지경이 되자 민아도 유진을 어찌 달래야할지 판단이 쉽지 않고 일단 겨우겨우 그녀를 진정시켜 집으로 돌려보내긴 했다. 허나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얼렁뚱땅 넘어갈일은 아니라서인지 바로 다시 승욱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 노승욱과 마주한 임민아. 흔한 막장 일일극이나 주말극마냥 냉수라도 한잔 끼얹어버리고 싶은 심정을 겨우겨우 억누르며 민아가 따졌다. 

 “ 일단 너 좀 맞자 !!! 이리와봐 !!! 넌 좀 맞아야 해 !!! 이리 안와 당장 !!! ” 

 선배의 갑질이 아니라 진짜 한번 노승욱을 이 자리에서 두들겨 패죽이고도 직성이 풀리지 않을것만 같은 임민아의 심정. 물을 끼얹는 대신에 자신의 핸드백으로 승욱을 여러번 내려친다. 승욱이 그런 민아를 어떻게든 만류하려하고. 

 “ 서...선배 일단 좀 진정해요. ” 

 “ 이게 지금 진정할수 있는 일이냐 ? 너같으면 이 판국에 진정할수 있겠냐 ? 내 그 

  리고 분명히 말했지 ? 니 마누라 귀에 들어가기 전에...그런일 생기기 전에 깨끗이 

  미주와의 관계 정리하라고. 근데 정리는커녕 일을 더 복잡하게 꼬이게 만들어 !!! 

  야 !!! 이 미X자식아 !!! ” 

 “ 서...선배... ” 

 20년 넘게 동료로 지내온 임민아 선배이지만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은 일찍이 본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 그녀의 모습. 일단 승욱이 무슨 변명이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가까스로 입을 열긴한다. 

 “ 선배...그...그게...세상에 불가항력이란것도 있잖아요. ” 

 “ 뭐 ? 불가항력 ??? ” 

 원래 ‘불가항력’의 사전적 정의는 ‘천재지변등의 사람의 힘이나 능력으로 어찌할수 없는 사태’를 뜻한다. 허나 지금이 그런 국어사전속 단어뜻을 따지고 있을 상황은 분명 아니고 – 게다가 불륜이 천재지변이나 급변사태도 아니지 않는가. - 어찌되었거나 이런식의 승욱의 변명이 민아의 부아만 한층 더 돋구게 만들어 민아는 승욱을 한번 더 거칠게 때린다. 

 “ 불가항력이 어쩌구 저째 ? 오냐, 그럼 너도 불가항력으로 나한테 좀 맞아봐라 !!! 

  너 이거 이제 어떻게 해결할거야 ? 이 사태 어떻게 책임질거냐구 ? 게다가 다른건 

  몰라도...내가 그렇게 말하고 경고헀으면 최소한 니 안사람 귀에 들어가기 전에 미 

  주와의 관계 깨끗하게 정리할 생각을 했었어야지. 어떻게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 

  어. ” 

 “ 미안해요 선배. ” 

 “ 내가 아니라 니 마누라한테 사과할일이지. 그리고 미주한테 준 상처도 걔한테 사 

  과할일이고. ” 

 “ 선배... ” 

 “ 선배선배 하지마라. 나 너같은 후배 두었다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 이대로 연끊자 

  는 소리 안 나오는게 다행인줄이나 알아. ” 

 이런 노승욱으로부터 ‘선배’ 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싫고 몸서리가 쳐진다는 듯 민아가 나오고, 승욱도 사태가 이 지경으로 번지니 정말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잠시 무슨 냉각기마냥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듯 하다 승욱이 그래도 벼룩도 낯짝이 있는듯한 태도로 조심스레 입을연다. 

 “ 선배...아무리 그래도 미주는... ” 

 “ 뭐 ? ” 

 ‘이 판국에도 미주 걱정부터 하냐 ?’는 발끈하는 심정으로 민아가 되묻고, 그보다는 ‘뭐 어쩌겠다는 소리냐 ?’는듯한 모습으로 미주가 승욱을 바라보는데, 여하튼 할말이 남아있긴 한 듯 승욱의 말은 좀 더 이어지고 있다. 

 “ 어차피 미주와의 일 돌이킬수 없는 단계까지 온것만은 사실이에요. ” 

 “ 뭐라구 ? ” 

 “ 어차피 돌이킬수 없는 일이라면... ” 

 “ 모텔방에서도 성관계는 안 갖고 잠만 잤다며. 그럼 된거 아냐 ? 미주가 받을 정신 

  적,심리적 상처가 더 클수도 있는게 더 문제이긴 했지만...여하튼 너도 책임질일은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잠만 같이자고 관계는 안 가졌던거고. 여하튼 그러니...미주 

  가 더 상처받기전에 지금이라도 헤어져. 깔끔하게 정리하라구. 너 진짜 사태를 이  

  이상 악화시키는날엔 나 너 진짜 두 번다시 안 본다. 우리 20여년 인연도 끝나는거 

  니까 그렇게나 알아 !!! ” 

 ‘이미 미주와 성관계도 가졌다. 그러니 이젠 진짜 미주와 못헤어진다’ 이런말이라도 했다간 임민아 선배한테 진짜 맞아죽을수도 있겠다는 그런 두려운 상상까지 드는 민아의 단호하고도 분노에 찬 태도다. 따라서 승욱은 정말로 더 무슨말을 잇지 못하고 있고 민아는 민아대로 ‘더 늦기전에 미주문제 정리하라’는 엄포와 경고만을 거듭 승욱에게 건넨뒤 그 자리를 떠난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승욱에게 미주는 여전히 쉽게 버릴수 없는 존재가 되어있음일까. 하긴 애초에 유진에게 이혼의사를 밝히면서 ‘사귀는 여자’가 있다고 말한 승욱이었으니 그걸 생각해보면 이미 승욱의 마음은 미주에게 기울어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미주의 월세방을 다시찾은 승욱. 밤늦은 시간에 그녀의 방에서 미주와 나란히 누워있다. 

 “ 미주야... ” 

 “ 선배님... ” 

 승욱도 그렇지만 이제 미주도 그와 헤어진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은일이 되어있는 것 같다. 요 근래 얼마동안 다소 비정상적으로 승욱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것만 봐도 그렇다. 가슴한켠에 여전히 승욱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는 미주. 그래서인지 나름 어떤 절박함에 승욱에게 더 절실히 파고들기까지 한다. 

 “ 진정하렴 미주야. ” 

 “ 선배님... ??? ” 

 너무 갑작스런 미주의 행동에 당혹스러워서 승욱이 미주를 밀쳐낸것임에도 미주는 그 자체를 ‘자신이 싫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라도 한것인지 그녀의 목소리가 더 절실해지고 안되겠다 싶은 승욱이 방의 불을 켜고 미주와 마주앉는다. 그리고 그녀의 등과 어깨를 한번 쓰다듬어주면서 다독이는 승욱. 그의 말이 이어진다. 

 “ 걱정하지 말래두 미주야. ” 

 “ 선배님... ” 

 마치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듯한 승욱을 원망이라도 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미주. 눈에 눈물까지 고여있다. 미주의 눈물을 닦아주며 승욱은 말을 이어간다. 

 “ 걱정말라니까 미주야. ” 

 “ 선배님... ” 

 “ 내가 널 버리는일은 없어. 그러니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돼. ” 

 이미 아내도 자신과 미주의 관계를 알아버렸고 게다가 애초에 ‘아내 유진이 알기전에 미주와의 관계를 정리하라’고 말했던 민아도 승욱의 아내가 알게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나 그를 찾아와 한바탕 하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주하고 마주한 자리에서 승욱은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다. 그를 다시한번 품에 안아보는 승욱. 

 “ 내게도 이미 너는 소중한 보석과도 같은 존재야. 그러니 마음 푹 놓고 있으렴. ” 

 그리고는 확실하게 그녀를 안심시켜주려는 의도에서일까. 결국 미주의 잠옷을 벗겨준다. 그리고 성관계로 들어가는 두 사람. 이제 미주에게도 승욱과의 이것이 첫경험이 아닌데, 승욱과 관계를 가지면서 이제 그가 확실히 자신의 사람이라는 안도감이라도 드는것일까. 미주의 눈에는 행복한 눈물이 고여있다. 

 “ 선배님... ” 

 미주가 차려준 간단한 아침식사를 다음날 아침이 되어 들고있는 승욱. 미주는 새삼 감회어린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 미주야 ? ” 

 “ 뭘요 선배님 ? ” 

 “ 이미 집사람에게도 이혼의사를 밝히긴 했으니...이제 그대로 밀어붙어야 할 것 같 

  긴 한데... ” 

 일단 다른 것은 몰라도 승욱이 지금 아내와의 이혼할 의사가 있다는 말에 미주는 마음이 놓이는 것 같다. 어쩌면 자신이 지금 무슨짓을 하고 있는것인지 조차 모르는 것 같은 미주의 태도. 아침식사를 마치고 집을 나서려는 승욱의 팔짱을 끼며 다가온다. 

 “ 같이 출근해요 선배님. ” 

 어차피 미주와 승욱이 한 방송사에서 일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각자의 다른 방송 스케줄이 있기는 하다. 허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무엇이 되었든 각자의 일터에 가기까지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은가. 그 길을 동행하고 싶어하는 미주의 모습.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실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왔는지 몰라요. ” 

 “ ...... ”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팔짱을 끼고 출근하는 그런 모습. 평범한 맞벌이 부부의 모 

  습. 그런걸 저도 한번 꼭 좀 경험해보고 싶었거든요. ” 

 그리고 결국 둘이 함께 집을 나서는 승욱과 미주. 사정을 모르는 이웃주민이 먼발치에서 보면 그야말로 맞벌이 부부의 함께 다정하게 출근하는 그런 모습으로 오해하기 쉬운 그런 장면이 만들어진다. 미주의 표정에는 한없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얼마나 또 시간이 지났을까. 월세방에서 혼자 있는 미주가 다시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승욱한테 하는 전화다. 

 “ 선배님, 저에요 미주. ” 

 “ 응, 왜그래 ? 무슨일이 있어 ? ” 

 어차피 이젠 승욱이 미주의 집에서 자고가는 일도 한두번 있는일이 아니고, 또 한동안 승욱이 미주를 피하거나 멀리하는 모습을 보일때는 미주가 ‘아프다’거나 그런식의 핑계를 대며 승욱이 자기집으로 오지 않고는 못배길 그런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여하튼 그런 미주의 전화에 의아해하는데 미주의 목소리가 전에없이 심각해보인다. 

 “ 오늘 꼭 좀 저희집으로 와 주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 

 미주의 전화를 받고도 승욱은 그동안 그녀가 몇 번 보여온 (승욱이 자기집으로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흔한 투정이나 꾀병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밤늦게 미주의 집에 당도한 승욱을 보며 미주가 그만 그의 품에 와락 안긴다. 

 “ 왜 그래 미주야 ? 무슨일 있니 ? ” 

 “ 선배님... ” 

 “ 어, 그래 말하렴. 대체 무슨일인지. ” 

 “ 저 이제 어쩌면 좋아요. ” 

 일전에 ‘아프다’는 식으로 울며불며 전화를 해 미주의 집을 놀라 찾아갔을 때 알고보니 그녀가 멀쩡했던적이 몇 번 있긴 했다. 따라서 오늘일도 그 연장선인가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헌데 미주의 태도는 확실히 이전같지가 않다. 미주가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고는 결국 입을 연다. 

 “ 아이를 가졌어요. ” 

 “ 뭐...뭣 ??? ” 

 승욱은 순간 자신이 뭘 잘못들은 것은 아닌가 싶어 귀를 의심하는데, 그런 승욱에게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미주는 나지막하지만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 아이를 가졌다구요. 우리 아이에요. 당신 아이라구요. ” 

 지금까지 승욱을 부르는 호칭이 ‘선배님’의 범주를 크게 벗어난일이 없던 미주인데 승욱이 마치 이젠 진짜 자기 남편이라도 되는것마냥 ‘당신’이라고 부른 미주. 그리고는 다시금 확인시켜주듯 말한다. 

 “ 산부인과에서 확인하고 오는길이에요. 6주째에요. ” 

 정상적인 부부관계라면야 하늘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 될 순간이지만 그런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니만큼 미주도 승욱도 태산같은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허나 승욱은 한 2-3초 정도나 혼란스러운 듯 뭔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곧 작심이라도 한 듯 미주의 손을 잡는다. 

 “ 결혼하자 미주야. ” 

 “ 예엣 ? ” 

 설마 승욱의 반응이 바로 이렇게까지 나올것이라는 짐작은 미주도 못한것일까. 되려 그녀가 당황할 지경이 되는데 승욱은 미주의 손을 다시금 꼭 잡고 어루만져보며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말을 이어간다. 

 “ 결혼하자구 미주야. 나 이 노승욱 다른 것은 몰라도 내 아이를 가진 여자에게 그 

  렇게 무책임하게 나오는 사람은 아니야. 아이를 가졌다구 ? 그럼 답은 하나밖에 없 

  어. 지금 아내와 헤어지고 미주 너랑 사는 것 외엔. 그러니 우리 결혼하자. 함께 살 

  자구 미주야. ” 

 아직 아내와 이혼한 것은커녕 그 이혼요구를 아내 유진이 받아주기나 할지 그 조차도 불확실한 상황. 그러니 승욱은 마치 이 상황을 이대로 돌파해버릴것만 같은 자세로 이렇게 나오고 있고 미주는 승욱의 이런 모습에 한켠으로는 안심이 되지만 그렇더라도 이 일 자체가 그렇게 온전하게 해결날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판단하기 때문인지 불안한 기색 또한 여전히 떨치지 못하며 승욱을 바라보고 있다. 

 


 “ 야 !!! 노승욱 이 나쁜자식아 !!! 니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 니가 나한 

  테...니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 ” 

 집으로 돌아온 승욱은 극도로 격분한 아내 유진의 분노를 받아야만 했다. 이미 승욱의 선배 민아로부터 승욱에게 여자가 생겼고 그 상대여성이 누구인지까지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고, 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행여 뭔가 오해가 있거나 아니면 남편이 최소한 자신한테 해명이나 사과의 말 정도는 해줄줄 알았다. 그러나 사과나 해명이 있기는커녕 ‘이혼하자’는 말을 꺼내고는 며칠이 지나도록 그 뒤에 별다른 말도 없고 심지어 이유없는 외박까지 자주있자 도저히 참을수가 없게된 것이다. 극도로 분노를 해서 달려드는 유진. 방금 미주로부터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돌아온 승욱으로선 그래서 더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여보. 진정해. 일단 내 말을 좀 들어봐. ” 

 “ 듣긴 뭘 들어 ? 듣긴 이 상태에서 뭐 더 들을 이야기가 있어 ? 임민아님까지 직 

  접 만나서 이야기 다 들었는데 더 듣긴 뭘 들어. ” 

 “ 여보... ” 

 허나 일단 승욱은 아내를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 어쨌든 달래보려하고 일단 흥분되었던 마음을 좀 가라앉힌듯한 유진이 최종 확인은 해보고 싶은 듯 진지한 어조로 묻는다. 

 “ 그럼 정말 사실인거야 ? 이미주인지 뭔지 하는 그 기집애랑 지금까지 그렇게 지 

  냈다는 소리가 전부 사실인거냐구. ” 

 “ 임신을 했어. ” 

 “ 뭐...뭐 ??? ” 

 그래도 혹시 노승욱이 모든게 오해라며 뭔가 과장되고 잘못되어 전해진게 있다던가 – 아니면 정말 몰래카메라였던가 – 그런식의 해명을 하거나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 정도는 해줄것이란 한가닥 기대의 마음이 있었다. 허나 승욱은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잘되었다는 듯 사실을 토로했고, 그 토로가 유진이 남편에게 기대했던 마지막 한가닥 희망의 등불마저 꺼트리게 하고 만 것이다. 기가막힌 유진이 승욱을 바라본다. 

 “ 그러게 이미 말했잖아. 이혼하자구.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미주 이미 아이까지 가 

  졌어. 이미 내 아이를 가진 여자를 무책임하게 그냥 놓아둘수는 없다. 미안하다 유 

  진아. 우리 이혼하자. ” 

 “ 야 !!! 이 미XX식아 !!! ” 

 “ 미안하다. 하지만 나도 이제 어쩔수가 없어. 다른 대안이 없는걸 날더러 어쩌란  

  말이니 ? ” 

 ‘철썩~~~!!!’ 

 극도로 격분한 유진은 결국 승욱의 뺨까지 때리고 만다. 결혼생활 15년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솔직히 그렇게까지 금슬이 좋았던 부부사이였다고는 할수 없지만 –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딸 원희를 조기유학 보내는 문제로 잦은 말다툼까지 있던 두 사람이다. - 그래도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없이 지금까지 무난하게 결혼생활을 유지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수가 있단말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노와 배신감을 참을수 없어 유진은 치를 떨고 있다. 솔직히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노승욱이란 남자가 지금까지 내가 알던 남편 노승욱이 맞기는 한건지 그 의심까지 들 지경이다. 

 “ 너 사람 단단히 잘못봤다. ” 

 “ 유진아... ” 

 한참동안 도무지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제대로 수습할 수가 없어 망연자실하게 있던 유진의 입에서 나온말이 그와같았다. 그래서 승욱이 더더욱 불안해져 유진을 부르는데 유진의 눈에는 어느덧 핏발이 서려있다. 

 “ 복수할거야. ” 

 “ 뭐라구 ? ” 

 순간 자신이 뭘 잘못들었나 의심이 갈 지경인 승욱. 물론 이런 상황에서 어디 온전한 정신상태로 버틸수 있는 여자가 있기야 하겠냐만 ‘복수’ 어쩌구 하는 단어가 유진의 입에서 나오다니. 하도 분노가 극에달해 자신도 모르게 또는 아무렇게나 입에서 내뱉은 말이려니 생각하고 싶었는데, 유진은 사뭇 그 사이 어떤 결심이라도 선 여자처럼 말한다. 

 “ 니들 두고봐. 세상에서 가장 비열하고 치졸한 방법으로 니들한테 복수할거니까 그 

  렇게나 알아. 뭐 ? 임신 ??? 이혼 ??? 그래, 뭐 좋아. 정 그렇게 그 X이 좋고...그 

  새파랗게 어린 기집애랑 즐기는게 당신 소원이거든 당신 마음대로 해. 하지만 당신 

  두고봐. 나 정유진 알고보니 보통내기 아니라는거 깨달을날 머지않아 올테니까. ” 

 “ ...... ” 

 “ 나 이래봬도 프리랜서 아나운서야. 공영방송 아나운서 입사시험에서 그런대로 

  우수한 성적으로 붙었던 그런 여자라구. 그리고 아직도 한참 잘나가는 방송인 

  이고...두고봐 당신...무슨 막장드라마 여주인공마냥 그런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복수하진 않겠지만...대신 진짜 치사하고 저열한 복수가 어떤것인 

  지 제대로 깨닫게 해줄테니까. ” 

 “ 유진아... ” 

 대체 무슨 복수를 어떻게 하겠다는것인지. 너무 화가나고 속상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소리 정도로 여길수도 있지만 유진의 말하는 것은 그저 단순히 생각없이 내뱉는 말같아보이지가 않았다. 승욱이 그래서 더더욱 불안해져 유진을 바라보는데 유진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임신 ??? 이혼 ??? 그래 뭐...니들 원하면 니들 원해는대로 다 해줄게. 대신 두고 

  봐. 나중이 니들 눈에서 제대로 피눈물 쏟게 만들어줄테니까. 진짜 피눈물 쏟는 상 

  황이 어떤건지 제대로 느끼게 해줄테니까 어디 한번 두고보라구 !!! ” 

 승욱은 방송 스케줄이 있는지 집을 나간 어느날. 유진은 외출은 하지 않고 자기방 침대에 벌러덩 누워있었다. 솔직히 지금 유진의 상태가 있는 방송 스케줄도 전부 취소하고 당분간 방송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잠적해버리고 싶은 그런 심리상태일 것이다. 실제 오늘 하루는 있던 스케줄을 몸이 좀 아프다는 이유로 취소하긴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겨있는 유진. 딸 원희와 아들 원석이 걱정이 되는 듯 들어와본다. 

 “ 엄마, 그럼 아빠랑 정말 이혼하는거야 ? ”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정상적으로 학교에 나가지 않거나 또 수업이 있어도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더 많은때. 그래서 집에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이니 그래서 더더욱 자기들 엄마,아빠한테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생생하게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 되는 듯 물은 것은 딸 원희. 사실 얼마전에 그러잖아도 엄마가 식사자리에서 ‘엄마,아빠 이혼하면 너희들 누구랑 살거냐 ?’고 물은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이미 6개월전이다. 무엇보다 그땐 아마 유진이 원희 조기유학 보내는 문제로 승욱과 말다툼을 벌이고 속상해있던 상황에서 물은것이기 때문에 진심이라기 보단 아이들 생각을 떠보는 의도가 더 컸고, 무엇보다 아이들 입장에서 6개월은 어른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체감적으로 까마득한 옛날일로 느껴질 시간이다. 따라서 그때 자기네들 엄마가 했던말을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두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허나 유진은 그녀대로 심경이 잔뜩 복잡한 가운데 아이들까지 이러고 나오니 더 미칠 것 같은 심정이 든다. 헌데 가관이라는게 딱 이런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지 초등학교 6학년으로 그래도 이젠 아주 어린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아들 원석이 약오르는 소리를 해댄다. 

 “ 나 그래도 엄마랑은 살기 싫어. 아빠랑 살거야 !!! ” 

 “ 야 !!! ” 

 지금 이 판국에 이게 할소린가 싶어 누나인 원희가 동생을 한번 팔로 툭 쳐보기는 하는데, 무엇보다 지금 엄마,아빠의 이혼사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엄마,아빠의 부부싸움 하는 소리를 생생히 들었다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그런 아이들도 아니지 않는가. 헌데도 아들 입에서 이런말이 나오니 유진은 더 기가막히기까지 한데 아들 원석은 이 판국에 그래도 할말은 해야겠다는 듯 이와같이 나온다. 

 “ 어차피 엄마랑 살면 엄마 잔소리만 더 듣게될거잖아. 아빠는 일 나갔다 들어오시 

  면 조용히 TV나 보거나 쉬기만 하시는데...엄마는 잔소리가 많아서 더 싫어. 아빠 

  랑 살거야. ” 

 “ 아니 근데 이게 정말 !!! ” 

 하도 기가막혀 유진은 자기가 신고있던 양말한짝을 벗어서는 아이한테 내던지기까지 한다. 잔뜩이나 속상한데 그래도 믿을건 아들뿐이라는 속설을 무색하게 만들 듯 ‘엄마랑 살기 싫다’는 말을 거듭 입에 담는 아들녀석이니 유진은 더 속이 터질 수밖에 없고 결국 애꿎은 아이들에게 다시금 소리를 버럭 지른다. 

 “ 나가 !!! 둘 다 꼴보기 싫으니까 내 방에서 당장 나가 !!! ” 

 

 


- 8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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