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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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러블리즈 이미주 (6)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벌받는 여자 8 

 


 “ 노승욱 !!! 너 도대체 미주한테 무슨짓을 한거야 ? ” 

 민아가 결국 승욱을 직접 찾아가 따졌다. 미주와 자신과의 일을 미주가 직접 이야기 하지 않는한 민아가 알수는 없었을테니 승욱은 순간 적잖이 충격을 받았으면서 미주가 뭐하러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순간 이해할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단 민아는 승욱이 무슨 변명을 할 기회조차 주지않고 쉼없이 몰아붙인다. 

 “ 너 그럼...그때 나한테 한 이야기가 그거였니 ? 20대때 못해봤던걸 지금와서 다시 

  해보고싶다 어쩐다 하더니...그게 고작 미주랑 연애질 하는거였어 ? ” 

 “ 임선배... ” 

 “ 선배라고 부르지도 마 !!! ” 

 승욱은 일단 뭔가 오해는 풀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민아를 불러보지만 민아는 승욱과 상대도 하고 싶지 않다는 듯 나오고 있다. 그리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나는지 승욱을 이렇게 추궁한다. 

 “ 그래도 꼴에...행여 미주가 임신이라도 하게될까봐...그건 또 걱정되었냐 ? 그래서 

  미주랑 모텔방에서 잠만 자고 관계는 안 가진거야 ? 행여 미주가 아이라도 가지면 

  뒷감당 못할거 같아서 ? ” 

 “ 선배... ” 

 “ 미주가 뭐라고 했는지 아니 !!! ” 

 민아의 계속되는 몰아붙임에 승욱은 정신조차 제대로 차릴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 되고 허나 그런 상황에서도 대체 미주가 민아에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녀의 말을 좀 더 들어보기로 한다. 민아의 말이 이어진다. 

 “ 니 맘을 도무지 모르겠다는거야. 니가 지(미주)를 진심으로 사랑하긴 하는건지... 

  그걸 알수없어서 안타깝고 답답하대 !!! ” 

 그러잖아도 일전에 미주의 집에서 자고 왔을 때 미주의 이해할수 없는 행동을 직접 겪어보기도 한 그런 승욱이 아니던가. 따라서 승욱의 심정은 한켠 더 복잡해지고, 그런 승욱을 한참을 쏘아보다 민아는 다소 진정된 가슴으로 승욱에게 말을 건넨다. 

 “ 한가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 

 “ ...... ” 

 “ 대체 미주한테 왜 그런거야 ? 무슨 이유로 그런거냐고 ? 미주를 농락할 생각이었 

  어 ? ” 

 “ 선배 !!! ” 

 그건 아니라는 듯  승욱이 억울해서 발끈하고, 허나 일단 민아는 하고픈 물음을 계속 이어간다. 

 “ 그런게 아니면 대체 뭐냐구 ? 정작 미주와 모텔방에서 잠도 자고 집까지 드나들고 

  그러면서 정작 잠만 같이 자고 관계는 안 가졌다면서 ? - 그럼 결국 미주가 아이 

  가질까봐 그게 겁나서 그랬다는 이유밖에 안되는거잖아 !!! - 대체 왜 그런거야  

  ? 아니면 뭐...니 말마따나 지금이라도 다시 제대로 된 사랑을 연애를 해보고 싶 

  다더니...그 상대로 미주를 찍었던거야 ? 미주를 그딴식으로 농락할 생각이었냐 

  구 ? ” 

 “ 선배... ” 

 적어도 미주를 농락하거나 단순히 즐기는 상대로 삼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기에 승욱은 진짜 억울한 심정이 된다. 그렇다고 이혼남이라면 모를까 멀쩡히 처자식이 있는 유부남의 처지로 ‘미주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그렇다’고 답하기도 그렇고, - 어쩌면 승욱 자신도 미주에 대한 자신의 감정의 실체를 여태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것일수도 있다. - 그래서 더더욱 안타까운 심정으로 자신을 몰아세우는 민아를 바라보는 승욱. 민아는 더 이야기 길게 할 것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한다. 

 “ 긴 말 않겠다. 지금 당장 미주랑 헤어져. 그만 만나라구 !!! 방송국에서 혹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아예 아는체를 말던가 아니면 일부러 피하던가 그러면서 지내라구 !!!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일이어야말이지. ” 

 “ 선배... ” 

 적어도 그것만은 지금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라서인지 다시금 딱한 표정으로 승욱이 민아를 바라보고 민아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그리고 또 한가지 행여 정유진씨...니 아내말이야. 유진씨 귀에 들어가는일이 없도 

  록 그 전에 단호하게 끝내버려. 무슨말인지 알겠어 ? ” 

 “ 선배... ” 

 “ 미주도 내게 아끼는 후배지만 유진씨도 내가 방송일을 하면서 왕래나 교류가 전혀 

  없던 사이가 아닌데 행여 그런 유진씨 귀에까지 들어가 유진씨까지 상처받는꼴 나 

  못본다구 !!! 그러니 행여 유진씨 귀에까지 이 일이 들어가는일이 없도록 끝내란 말 

  야. 무슨말인지 모르겠어 ? ” 

 아무래도 성우나 아나운서나 활동범위가 – 더빙이나 라디오 진행등 – 겹치는일이 많다보니 피차 교류가 많을 수밖에 없는 방송직종이긴 하다. 따라서 그런 인연으로 민아도 평상시 승욱의 아내 정유진과도 교분이 있었나본데, 그래서인지 행여 유진까지 이 일로 상처받을 것을 민아가 우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승욱에게 더더욱 다짐이라도 받아두려는 듯 말을 건넨다. 

 “ 미주도 내 아끼는 후배. 게다가 유진씨도 나와 전혀 인연이 없다고 말할수 없는  

  사이. 그러니까 알아서 해. 너 잘하면...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가 아끼는 사 

  람 둘을 망치는 일이 될 수가 있어. 그러니 나 행여 그 두 사람이 전부 너로인해 

  망가지는 꼴 나 절대 못본다. 만약 미주도 유진씨도 둘 다 상처받게 되면 나 너 절 

  대로 가만 안 놔둬. 그래도 무슨말인지 모르겠어 ? ” 

 그야말로 방송생활을 한 20년 넘게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 설킨 인연이라고나 할까. 아직 성우생활을 시작한지 1년밖에 되지 않는 신인 이미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승욱과 민아가 일단 공영방송사 공채성우 시절부터 어느덧 20년 넘게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유진은 지금 현재 노승욱의 아내이면서 민아와도 방송활동을 하면서 이런저런 교분이 있던 사이다. 그리고 노승욱과 이미주의 사이는 처음 승욱이 선배 성우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미주를 구해주면서 그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져왔지만 민아에게도 미주가 나름 아끼는 후배가 된지 오래인 상태. 그러니 지금까지 유진과 미주가 별다른 인연이 없다는 경우를 제외하면 노승욱,임민아,정유진 그리고 이미주까지 이 네 사람의 인간관계가 너무나 복잡하고 공교롭게 꼬여있는 경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따라서 일단 민아는 다른건 몰라도 자신이 아끼는 후배 미주와 자신과 역시 방송활동을 하면서 친분이 있는 정유진까지 두 사람이 전부 상처받는일은 없어야겠다며 역시 같은 공영방송사 공채 선후배사이인 노승욱에게 이렇게 경고하듯 말하고 있는것이고 승욱은 승욱대로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으로 혼란스러워져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민아가 ‘미주와 당장 헤어지고 관계 정리하라’는 말을 다시한번 강조하듯 하고 떠난뒤에도 승욱은 오랜시간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고통스럽게 가슴을 쥐어짜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승욱이 미주를 다시 만났다. 모텔방에서 만나기는 아무래도 그래서 승욱이 미주의 월세방을 직접 찾아왔다. 미주의 경우엔 그래도 아직은 성우활동만 하고 있어서 일반인에게 얼굴이 알려져있지는 않지만 승욱은 얼마전부터 케이블의 한 재연프로에 고정출연중이라 그때부터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해 그런 승욱이 젊은 여성과 모텔방에 드나드는 것이 사람들 눈에 뜨이는 것은 승욱을 위해서도 미주를 위해서도 피차 난감한 일이 될것같아 그리한 것이다. 월세방에서 승욱을 마주한 미주가 우선 사과의 말을 건넸다. 

 “ 죄송해요 선배님. ” 

 처음엔 그저 자신의 남자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임민아에게 꺼냈던 이야긴데, 그게 결국은 민아가 미주와 승욱의 현재 관계를 알아버리는 결과를 만들었으니 미주로선 백배 사죄하고픈 심정이 들고도 남을 일이었을 것이다. 허나 이 상황이 어찌 미주만 사과할수 있는 일인가. 승욱 역시 미주를 한번 안아보며 탄식과 함께 말을 섞는다. 

 “ 아니에요 미주양. 따지고보면 이게 다 나때문이지...이게 어찌 미주양이 사과할 일 

  인가. ” 

 “ 우리 이제 어쩌면 좋아요 선배님. ” 

 허나 어찌되었든 이런식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주위에 조금씩 알려지고 그러다 세상이 다 알게되고 이런식으로 가게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미주에게 엄습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쩔줄을 모르고 있는 미주. 일단 승욱이 자신의 진심은 보이고픈 마음에서인지 이와같이 말을 꺼낸다. 

 “ 다른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말하고 싶네요. ” 

 “ ...... ” 

 “ 다른건 몰라도 미주양을 향한 내 마음만은 진심이었다는 것을...행여 나이어린 미 

  주양을 농락한다던가 그럴 생각이나 의도는 없었다는 것을 그 마음만은 알아주었 

  으면 해요 미주양. ” 

 20대때 되려 변변한 연애를 못해봐서 어쩌면 그 시절 자신이 서툴렀던게 젊은 시절 너무 세상이치나 물정을 몰랐던 탓이 아닐까 그런 자책을 하기 시작했고 그러나 나이 서른을 넘고 이제 마흔을 지나 50을 바라보는 나이에서 이제 세상이치를 어느정도는 깨달을만한 나이가 되어 차라리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성숙한 연애’를 좀 해보고 싶었다는 그런 바램이 있던 노승욱이다. 허나 그게 어쨌든 멀쩡히 처자식이 있는 유부남인 노승욱에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바로 그런 상황에서 뜻밖에도 자신앞에 나타난 미주. 헌데 그런 미주와 이런 관계까지 올줄은 승욱도 꿈에도 생각 못했다. - 그나마 진짜 두 사람이 성관계까진 갖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봐야할판이다. - 허나 이미 미주에게도 승욱에게도 돌이킬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지금. 이제 대체 뭘 어찌해야할지 몰라 미주도 승욱도 혼란스럽고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미주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 저...선배님하고 못 헤어져요. ” 

 이미 민아로부터 ‘더 늦기전에 더 상처받기전에 헤어지라’는 그런 충고까지 받았던 미주가 아니던가. 허나 지금의 이 감정. 그야말로 미주에겐 첫사랑일 것이다. 왜 하필 첫사랑이 미주에게만 이런식인것인지 그 운명을 자책하고 싶은 것이 미주일진대 지금와서 대체 그녀가 뭘 어떻게 할수 있으랴. 이렇게 힘든사랑, 이렇게 아픈 사랑을 자신이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다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 운명 자체가 원망스러울 그녀. 승욱하고 만약 끝내 못 헤어진다면 대체 뭘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울기만 하는 미주를 승욱이 안아보며 달랜다. 

 “ 나도 어쨌든 미주양을 향한 마음만은 진심이에요. 그러니... ” 

 “ ....... ” 

 “ 아마 미주양을 쉽게 떠나보내진 못할거에요. ” 

 그리고는 미주를 꼭 안은채 한참을 놓아주지 않는 승욱. 그 품에서 울고있는 미주의 눈물을 닦아준다. 

 두 사람은 방안에 있다. 바로 미주의 월세방. 방 두칸과 거실겸 부엌으로 쓰는 공간이 있는 작은 집에서 그 한 방에 둘이 함께 있는 것이다. 미주가 평상시 잠을 자는 그 방에 미주는 누워있고 그 위로 서서히 승욱이 내려앉고 있다. 그리고 천천히 미주의 옷을 벗겨준다. 

 “ 선배니임... ” 

 한바탕 정사가 끝나고 쉬고있는 두 사람. 미주가 울고 있다. 그녀에겐 첫 경험이 아니던가. 단순히 아파서(!)일까. 아니면 처음으로 해 보는 이 경험으로 인해 한 여자로서 밀려드는 온갖 야릇하고 복잡한 감정탓일까. 여하튼 그래서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미주. 승욱이 미주의 눈물을 닦아준다. 

 “ 저...선배님이랑 못 헤어져요. ” 

 그 고백을 다시금 하고있는 미주. 승욱이 걱정말라는 듯 그녀의 어깨를 한번 다독여주며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입술에 입맞춰주는 승욱. 

 “ 선배님... ” 

 다음날 아침에 승욱은 미주가 차려준 간단한 아침상을 들고 있다. 아침이니까 간단히 콩나물국에 김치며 나물 한두가지 정도로 들고있는것인데, 그러면서 미주는 물끄러미 승욱을 바라본다. 마치 세상에 이런 남자를 두 번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그런 눈빛으로. 그야말로 승욱에게 푹 빠져있는 한 여자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사실 이미 나이 50을 바라보는 중년남에 외모도 그다지 호감가는 이미지는 아닌 승욱임을 감안하면 스물네살의 어린여자 미주가 이렇게 푹 빠져있는 것. 참 이채로은 한 장면이긴 하다. 두 사람의 나이차이나 구체적인 신상에 대해 모른다면 그저 나이차이가 좀 나보이는 단란한 부부같은 느낌이 들수도 있는 아침풍경. 아침식사를 다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갑자기 다시 미주가 승욱에게 안겨든다. 

 “ 가지마세요 선배님. ” 

 미주나 승욱이나 여하튼 방송일은 계속 해야하는 처지. 일하러 출근해야 하는 사람한테 ‘가지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미주의 이 말은 단순히 ‘출근하지 말아달라’는 말이 아닌 자기 곁을 떠나지 말아달라는 의미도 될터. 승욱이 다시금 그런 미주를 달랜다. 

 “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미주양. ” 

 “ ...... ” 

 “ 다른건 몰라두 미주양이 상처받는 일은 만들지 않을테니 너무 걱정 말아요. 미주 

  양이 상처받는 모습은 나도 보고싶지 않아요. 그러니... ” 

 “ 부인이랑 이혼하고 같이 살아요 !!! ”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오고 만 미주. 솔직히 미주로서도 승욱을 만나기 직전까진 이런말을 하게될 날이 오리라곤 꿈에도 상상 못했을 것이다. 미주가 무슨 특별하게 그 어떤 잘난 무엇이 있는 여자도 아니고, 그저 좀 상대적으로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외동딸로 자라난 것 정도를 제외하면 그저그런 평범한 보통 여자로 자라온 그런 여자였을뿐이다.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성우일을 한번 해보고 싶다’며 서울로 올라온 그 정도의 이력을 제외하면 무슨 특별히 대단하거나 잘난 것은 없는 20대 초,중반 정도의 일반적인 여성이 가질만한 사고나 가치관 정도를 가졌을법한 그냥 보통 여자. - 다만 어찌하다보니 지금까지 남자 경험이 거의 없어 그 방면으로 쑥맥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뿐. - 헌데 그런 미주가 나이많은 유부남에게 푹 빠진 상황에서 그만 이런말을 내뱉은 것이다. 부인이랑 이혼하고 같이 살자니. 미주는 지금 자신이 과연 무슨말을 하고 있는것인지 알고나 있는것일까. 아니 어쩌면 그게 뭘 말하는 것인지 조차도 인식하지 못한채 그저 어떤 절실함과 다급함으로 이런말을 외친것일수도 있다. 허나 미주에게서 이런말까지 나오니 승욱은 한 단계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것이고 눈물고인 미주 얼굴을 다시금 바라보기까지 했다. 미주의 말이 이어진다. 

 “ 저랑 헤어지지 않겠다면서요 ? ” 

 미주가 상처받게 하는일은 없겠다고 한 말, 그리고 미주를 향한 자신의 마음만은 진심이었다는 말. 그렇다면 정말 나이어린 미주를 농락할 의도가 없었다면 결국 그런 의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허나 승욱과 미주가 헤어지지 않고 이 관계가 지속되자면 선택할수 있는 길은 두가지밖에 없다. 미주가 승욱의 내연녀로 살던가, 아니면 아예 승욱이 지금의 부인 유진과 이혼하고 미주와 살던가. 헌데 이런 상황에서 미주가 이렇게 말해버린 것이다. ‘부인이랑 이혼하고 나랑 살아달라’고. 놀란눈으로 미주를 한참 바라보던 승욱이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한참을 주체 못하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 미주양... ” 

 “ 약속해줘요. 헤어지지 않는다면서요. 그러니 부인이랑 이혼하고 저랑 살아준다고 

  약속해 달라구요 !!! ” 

 무엇보다 간밤에 결국 성관계로까지 이어지고 만 두 사람. 이전에 이미 모텔방까지 드나든 경험이 있음에도 그때 승욱이 미주를 건드리지 않은 의도는 무엇일까. 미주를 그만큼 아끼기 때문일까 아니면 미주를 그만큼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미주가 행여 상처받는 일은 없게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순전히 행여 미주를 책임져야하는 불상사가 벌어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이기심 때문일까. 물론 그 정확한 심리야 승욱 자신이 아니고는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여하튼 이제 결국 그런 관계까지 되어버린 두 사람이기에 미주는 더욱 절실하게 승욱에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 약속해줘요. 저랑 헤어지지 않는다고 부인이랑 헤어지고 저랑 살겠다고...약속해  

  주세요 ? 네, 선배님 ? ” 

 마치 승욱이 바로 이 자리에서 확답을 해주지 않으면 그를 영원히 놓아주지 않을 기세로 미주는 양팔로 승욱의 허리를 꼭 감싸안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승욱은 복잡한 심사를 주체할수 없어 두 눈을 잠시 지그시 감아본다. 

 


 하루는 승욱이 술에 몹시도 취해 밤늦게 귀가했다. 웬만해선 이런일이 잘 없는 남편 승욱인지라 프리랜서 아나운서이기도 한 유진은 몹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몸도 가눌수 없을 정도로 취해 귀가한 승욱은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거실 소파에 풀썩 주저앉는다. 

 “ 아니,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술을 마신거에요 ? ” 

 만약 모임이라도 있거나 늦으면 사전 연락이나 문자는 보내곤 하던 승욱이다. 헌데 그런 이야기조차 없이 이렇게 술에 잔뜩 취해 들어오다니. 이런일 자체가 거의 없던 남편인지라 유진은 무척이나 놀라고 속상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불안해지기도 하는데 승욱이 게슴츠레 눈을 뜨고는 이렇게 뇌까린다. 

 “ 우웅...유진아...유진아... ” 

 “ 이제 그만 방에 들어가 자요. 아니면 거실에 이불이라도 깔아줄까요 ? ” 

 혹시 너무 취해 걷기가 힘들면 아예 거실에 이불을 깔아주겠다는 배려까지 해주는 아내. 헌데 아내의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승욱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는다. 

 “ 우리...이혼하자. ” 

 “ 뭐에요 ? ” 

 허나 술취한 남편의 헛소리쯤으로 여기는지 일단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유진. 공연한 술주정을 오래 들을필요는 없다는 듯 이와같이 나온다. 

 “ 이불 깔아줄테니까 그냥 여기서 자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 

 “ 우웅...나 여자생겼어. 그러니 이혼해주라 유진아... ” 

 “ 아니, 근데 이이가 정말... ” 

 허나 아직까지는 그야말로 술주정이고 헛소리로만 받아들이는 듯 거실 한가운데 이불만 가져와서는 나름 정성스레 깔아주고는 거기 누우라고 한다. 어차피 승욱도 지금은 너무 취해 무슨 긴 이야기나 진지한 이야기를 할만한 상황은 못된다. 기다시피 이불로 가서 옷을 대충 벗어던지고는 쓰러지는 승욱. 유진이 덮을 이불까지 가져와 덮어주고는 침실로 들어간다. 

 “ 일어났어요 ? ” 

 날이 밝아서 거실에서 잠이 든 남편을 깨우려고 나와본 아내. 확실히 지금 승욱은 잠에서 깼는제 욕실에서 대충 세수라도 하고 와서는 거실이 아닌 침실쪽으로 들어간다. 허나 침대에 걸터앉은 승욱은 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 하더니 이렇게 말한다. 

 “ 우리 이혼하자 유진아. ” 

 “ 아직 술 덜깼어요 ? ” 

 일전에 아이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너희들 엄마,아빠 이혼하면 누구랑 살고싶냐 ?’고 물어본일도 있던 유진이긴 하다. 그러나 그건 벌써 몇 달전 일이고 승욱이나 유진이나 어차피 그런 질문을 지금까지 굳이 마음에 담아둘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난데없이 나오는 승욱의 이런말을 유진은 여전히 헛소리로 받아들이는 듯 하고 그래서일까. 승욱은 나름 어떤 답답함에 한숨을 크게 내쉰뒤 절망스러운 말투로 입을 연다. 

 “ 모든걸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다. ” 

 “ 뭐라구요 ? ” 

 “ 모든걸...모든걸...가능하다면...내 젊은날부터 되돌려서 그때부터 처음부터 다시 모 

  든걸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고. 정말 모든걸 처음으로 되돌리는게 가능하다면... ” 

 “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나갈 준비나 해요. 당신 오늘 ‘세상만사’ 첫 촬영이 

  라 하지 않았어요 ? ” 

 실은 승욱이 최근 다른 케이블의 재연프로에 새로 캐스팅이 되기도 했는데 그 첫 촬영이 오늘이기도 하다. 그것을 새삼 상기해내며 이제 그만 술깨라는 듯 유진이 주지시키지만 승욱은 그런게 아니라는 듯 다시금 절망스럽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는 듯 하더니 다시 유진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을 건넨다. 

 “ 유진아... ” 

 “ 콩나물국이라도 간단히 끓여줄까요 ? ” 

 “ 그런게 아니라 유진아...우리 이혼하자구. ” 

 “ 당신 진짜...아침부터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할거에요 ? 요즘 코로나 때문에 애들도 

  학교도 못 가고 계속 집에 있는 판인데 진짜... ” 

 “ 쓸데없는 소리 아냐 유진아. 나 진짜 모든걸 처음으로 되돌리고 싶다. ” 

 “ 당신 진짜... ” 

 이쯤되면 이미 술이 덜깨서 하는 헛소리는 분명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유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승욱에게 바짝 다가와 앉아서는 진지하게 묻는다. 

 “ 왜 그래요 당신 진짜 ?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요 ? ”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심각한 뭔가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렇게 묻는 유진. 그러나 한숨섞인 승욱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당신은 잘못한게 없지. 차라리...내가 죽일놈이지. 그래 맞아. 다 내가 잘못한거야. 

  내가 죽일놈인거야. 내가 나쁜놈이라구. ” 

 “ ??? ” 

 “ 날 뭐라고 비난하고 욕해도 좋아. 하지만 일이 이미 돌이킬수 없는 상황까지 와 

  버렸어. ” 

 “ 당신 혹시... ??? ” 

 적어도 다른건 몰라도 남편이 외모때문에라도 젊은 여자와 바람나거나 할 일은 없을거라고 그것만은 굳게 믿어온 유진이었다. 헌데 이렇게 나오는 남편이 그 이유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면 그럼 결국 그런 문제밖에 더 있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유진이 묻는다. 

 “ 왜 그래요 진짜 ? 뭐 어디 투자같은거 잘못했다가 문제라도 생긴거에요 ? ” 

 일단 유진이 알기로 승욱이 사업같은 것을 지금까지 해본적은 없고 일전에 인천이나 경기도 신도시쪽으로 가서 고깃집이라도 하자는 유진의 제안에는 승욱이 자신이 없는지 부정적 반응을 내비쳤다. 따라서 혹시라도 이혼사유가 돈과 관련된 문제라면 결국 그런 문제인가 하는 짐작에 이렇게 물어보는것인데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승욱은 모든 사실을 자백할 수밖에 없다. 

 “ 여자생겼다니까. 어제 내가 술먹고 헛소리한건줄 아냐 ? ” 

 “ 푸하하핫~~~!!! ” 

 허나 이쯤되니 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듯 유진이 박장대소를 해버린다. 마치 ‘누굴 속이려 드느냐 ?’는 듯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유진이 반응하고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 이거 혹시 몰래카메라야 ? 만우절도 아닌데 결국 그런거네 그럼. 새로 캐스팅된 

  프로가 재연프로라더니 그런게 아니라 요즘 자주하는 그 무슨 부부 리얼버라이어티 

  그런거였어 ? 거기서 이런식으로 나 한번 골려보래 ? ” 

 두 사람 다 어쨌든 현역 방송인이니 유진이 그런식으로 지레짐작해보는 것은 당연한 오해일수도 있고 그러니 승욱 입장에선 이런 아내를 순진하다고 봐야하는것인지 아니면 되려 자신에 대한 굴욕으로 봐야하는것인지 판단이 안 설 지경이다. 여하튼 다른건 몰라도 자신이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날 가능성은 눈꼽만큼도 생각 안하는 그런 유진이 아닌가. 따라서 승욱 입장에선 이 상황을 대체 어찌 설명해줘야할지 더 난감해질 수밖에 없고, 여하튼 질질끌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오늘 결판을 봐야겠다는 듯 눈을 한번 질끈 감아보고나서는 다시 입을 연다. 

 “ 이미주 알지 ? ” 

 “ 이미주 ??? 그게 누군데 ? ” 

 성우로 데뷔한지 1년남짓한 신인 방송인까지 유진이 알 가능성은 별로 없기에 정말 모르는 눈치고 – 게다가 승욱 입장에선 오해라도 받을까봐 더더욱 미주에 대해 언급한일은 없었을것이고 – 그러자 승욱이 설명을 해준다. 

 “ 데뷔한지 이제 1년 좀 넘은 젊은 성우야. 요즘은 걔도 좀 뜨는지 다른 방송사 애 

  니매이션 더빙도 맡고 그러고 있는데... ” 

 “ 근데 뭐...이미주가 당신 출연하는 프로 진행자나 패널이라도 된다는 이야기야 ? 

 ” 

 유진은 아직도 이 상황이 무슨 케이블 같은데서 흔하게 하는 부부간 ‘리얼 버라이어티’ 그런류의 촬영으로만 생각하는지 이렇게 나오고 있고. (근본적으로 현실인지 가상상황인지 당최 헷갈리게 하는 리얼예능을 자꾸 만드는 방송국 X들이 죽일X들이다. -.-;;) 승욱은 승욱대로 유진이 이렇게까지 순진하고 천진한 여자였나 싶은 생각에 더더욱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 어찌보면 지금까지 몰랐던 프리랜서 아나운서 방송인 정유진의 재발견쯤 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 도저히 안되겠다는 듯 승욱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미주랑 잤다. ” 

 “ 뭐라구 ??? ” 

 “ 미주랑 잤다고. 그것도 이미 몇차례. 동침까지 했어. ” 

 사실 지금까지 보여준 유진의 태도로 봐선 동침이 아니라 미주가 실제 임신까지 했다고 해도 안 믿을 것 같은데 그래도 승욱이 계속 이렇게 나오자 뭔가 심상찮음을 직감하긴 하는 듯 하다. 유진이 결국 울상이된다. 

 “ 당신 정말 왜 그래 ? 이런 장난 재미없으니까 이제 그만해 ? 몰래카메라가 아니 

  란 소리야 ? 당신 자꾸 왜 그래 ? 사실인지 가상인지 자꾸 헷갈리게 만드는 장난 

  하면 재미없을줄알아. 당신 정말 나한테 왜 그러는건데 !!! ”



-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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