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벌받는 여자 8
승욱은 미주와 함께 있다. 그러나 지난번처럼 모텔방에 있거나 둘이서 밀월여행을 하거나 잠적한 것은 아니고 미주의 월세방에 승욱이 와 있는 것이다. 일전에 미주가 자신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신것에 병원비까지 대주며 신경을 써준것에 대한 감사로 자기집으로 승욱을 불러 저녁식사를 대접한일이 있었는데, 그런일이 있은후에도 이따금씩 미주가 승욱을 집으로 불러 손수 밥을 지어 식사를 대접하는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제 승욱도 차츰 익숙해져감인지 이젠 거의 수시로 미주의 거처에 드나들고 있었던 것이다. 저녁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나란히 누워있는 두 사람. 미주가 승욱을 보며 말을 건넨다.
“ 선배님... ”
“ 왜 ? ”
“ 저 정말 이대로... ”
이제 확실히 승욱에게 푹 빠져있는것만 같은 미주의 표정. 그에게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 선배님과의 시간이 영원히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이대로 계속 선배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구요. ”
“ ...... ”
“ 사랑해요...선배님... ”
급기야 ‘사랑한다’는 고백이 입에서 나오고마는 미주. 헌데 생각해보면 뜻밖에도 이 고백의 말이 별다른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너무 쉽게 나와버린 미주이기도 하다. ‘사랑한다’는 고백. 솔직히 남자든 여자든 그렇게 쉽게 입에 담을수 있는말은 아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너무 깊숙한(성관계까지 가졌다는 의미는 아니고) 단계로까지 와버렸기 때문일까. 그만 자신도 모르게 이런말을 입에 담고만 미주. 승욱이 잠시 눈을 스르르 감아본다. 그러다 잠시후 눈을 뜨고는 미주를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일전에도 내가 미주에게 그런말을 한적이 있었지. ”
“ ...... ”
“ 20대에는 너무 서툴렀던 감정으로...아니 서툴렀던 감정이라기보단...20대땐 내가
너무 철없고 바보같아서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도 쉽게 고백하거나 그런일이 없었
다고말이야. ”
미주는 별다른 대꾸가 없는 가운데 승욱의 말이 이어진다.
“ 그래서 수도없이 후회와 자책을 한적이 있었어. 차라리 시간을 되돌려 20대때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그땐 제대로 못한 사랑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그때보다는 좀 더 성숙해있는 감정으로 좀 더 성숙해있는 자세로 여자에게 제대
로 다가가볼텐데...허나 어차피 시간을 과거로 돌이킬수는 없으니...내 20대도 처
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일이지... ”
“ 선배님... ”
“ 하지만 적어도 그건 가능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 20대때 못다한 사랑을 다
시 그 시절의 감성으로 돌아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는 있을 것 같다는...그런
생각이 들어. ”
지금 승욱의 이런말을 미주는 어찌 받아들이고 있을까. 여하튼 지금은 별다른 말없이 승욱의 곁에 누워있는 미주. 이전에도 했던 고백처럼 승욱의 곁에 있으면 한없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나보다. 그저 마냥 이 순간이 행복하고 훈훈하기만 한 듯한 미주.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 행복한 눈물이라고나 할까.
“ 미주도 출근해야하지 않나 ? ”
다음날. 미주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승욱은 나갈 채비를 한다. 허나 미주도 백수도 아니고 방송일을 그만둔것도 아니니 자신이 출근해야하는 방송사로 나가보아야하긴 한다. 헌데 오히려 프리랜서인 승욱이 더 바삐 외출준비를 서두르고 있고 미주가 되려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 선배... ”
“ 어서 출근준비나 하지그래 ? ”
이러다 미주가 지각하지나 않을까 그게 걱정이 될 처지인 승욱.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 잠옷차림인 미주는 씻을 생각도 옷도 갈아입을 생각도 안 한 채 그저 물끄러미 승욱을 바라만 본다.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것인지.
“ 왜 그래 미주 ? 나한테 무슨 할말이라도 있나 ? ”
아무래도 미주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심상치않아보여 이와같이 승욱이 묻고있고 그러나 미주는 여전히 대꾸가 없다. 승욱도 어차피 마냥 오전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어서 어서 외출채비를 서두르기는 하는데, 그래서 더더욱 가만있는 미주가 걱정되어 말을 건넨다.
“ 난 미주랑 함께 출근을 하려했는데...왜 ? 설마 오늘 출근 안해도 되는건 아닐테
구... ”
“ 그...그게 아니라... ”
여전히 의도를 알수없이 그저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미주의 모습. 승욱은 이제 성가셔지기까지 할 지경이다. 그래서 살짝 짜증이 난다.
“ 나 참...나도 그렇게 한가한몸이 아니란걸 모르진 않을텐데...지금 출근할 생각 없
거든 그냥 집에 있어. 난 그냥 나대로 출근할테니까. ”
“ 몰라요 선배님...흑~~~!!! ”
“ 아니 왜 그래 미주 ? ”
갑자기 울음까지 터트리는 미주로 인해 놀란 승욱이 다시금 다가오고 일단 미주를 달래보려 하지만 그 속내를 알 수 없어 승욱은 당혹스럽기만 할 따름이다. 미주에게 다시 말을 건네보는 미주.
“ 내가 뭐 잘못한것이라도 있나 ? 그런게 있다면 말을 하던가. ”
“ ...... ”
“ 허허 참...아니 도대체 오늘따라 자꾸 왜 그러는건데 미주 ? ”
“ 선배님... ”
“ 말해봐요 미주양. ”
울음은 다소 멈춘듯한 표정으로 승욱을 바라보는 미주. 그러다 한참만에 입을 연다.
“ 저 사랑하시는거 맞는거죠 ? ”
“ 뭐라구 ? ”
바로 어제 미주는 이미 승욱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지 않았던가. 허나 거기에 승욱이 어떤 대꾸가 없어서였을까. 그로인한 실망감 때문일까.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승욱은 미주를 바라보는데 미주는 뭔가 단단히 심통이 난 표정으로 무슨 말을 더 하지도 않고 있고, 승욱은 그런 미주를 달래기도 쉽지 않아보이고 자신도 어차피 방송 스케줄 때문에 외출을 해야하는 몸이라서 시간을 더 지체할수 없어 미주의 집을 나선다. 승욱이 떠나고나서야 미주는 거실 식탁 의자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채 한참을 흐느끼고 있다.
하루는 승욱의 아내 유진이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서(프리랜서 아나운서) 뭔가를 한상자 사들고 오고 있었다. 대충보니 한약상자 같은데, 일단 승욱은 조금 시큰둥한 반응으로 묻는다.
“ 그건 뭐야 ? 아이들 먹이려고 ? ”
설마 자기위해 사온 것은 아니겠고 이제 한참 공부해야하는 아이들 위한거겠지 대충 그렇게 지레짐작한건데 아내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유진의 말은 이와같았다.
“ 아이들은요...당신 주려고 산거라니까 !!! ”
“ 날 왜 ? ”
기대를 안한것인지 아니면 되려 성가셔서인지 오히려 승욱은 여전히 시큰둥하게 묻고, 그런 승욱에게 애교스럽게 다가오며 유진의 말은 이어진다.
“ 당신 요즘 많이 힘들고 지쳐보여서...기력이라도 좀 보충하라고. ”
“ 왜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하고 그래. 갑자기 한약은 무슨... ”
괜시리 미안한 마음에 그러는게 아니라 진짜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말투인데, 그런 승욱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진은 이미 약상자에서 한봉지를 꺼내 남편에게 들이밀며 말을 건넨다.
“ 그러지말고 우선 하나 들어봐요. 이거 아침저녁으로 하나씩 먹으면 좋대요. ”
“ 거 참...왜 그...난 필요없대두 그러네. ”
그리고서는 아내를 손으로 밀쳐내기까지 하는 승욱. 봉지를 아직 가위로 오리거나 하지 않았기에망정이지 하마터면 속의 내용물이 쏟아질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남편의 반응이 이와같자 유진도 결국 화를 낸다.
“ 당신 요즘 왜 그래요 정말 ? ”
“ 내가 뭐 어쨌다구... ”
“ 당신 요즘들어...예전같지 않다는거 알아요 ? 걸핏하면 화만내고 짜증내고... ”
“ 내가 언제 ? ”
오히려 바람을 피는 남편이 아내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잘해주는 경우가 많다는데 적어도 승욱은 그런 방면에는 쑥맥이어서인지 되려 요즘 분위기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같지 않음을 대번에 아내한테 들킨 것 같다. 아니면 이런 상황에서 솔직한 속마음을 숨기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것일수도 있고. 유진은 결국 승욱의 이런 태도가 슬몃 의심이 가서 묻는다.
“ 당신 그러지말고 솔직히 말해봐요. 정말 무슨일이 있는거에요 ? 도대체 요즘 자
꾸 왜 그러는데 ? ”
“ 허허...거 아무일 없대두 그러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식의 ‘사소한 거짓말’은 쉽게 입에서 잘 나오고 있는 승욱. 유진은 최소한 지금 승욱의 이런 태도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힘들어 결국 따져물으려 한다.
“ 당신 혹시... ? ”
“ 혹시 뭐 ? ”
적어도 기싸움에선 밀리고 싶지 않아서인지 되려 이런식으로 나오고 있는 승욱. 허나 잠시 심각하게 승욱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듯한 유진은 곧 가당치도 않다는 듯 손을 내젓는다.
“ 아냐...아니다. 이건 말도 안되지. 내가 잠깐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
“ ??? ”
“ 아냐, 아니에요. 내가 잠깐 말도 안되는 이상한 생각을 했어. 그리고 그 약...어쨌
든 내가 성의껏 당신 생각해서 사온거니까 지금은 귀찮더라도 내일부터라도 시간
맞춰 잊지않고 먹어요. 알았죠 여보 ? ”
그리고는 침실로 들어가는 유진. 승욱은 유진이 사온 한약상자를 한참 말없이 바라보다 일단 얌전하게 부엌 한쪽 진열대에 갖다놓긴 한다.
하루는 이런일이 있었다. 유진이 할말이 좀 있다며 승욱을 불렀다.
“ 당신 근데 성우일은 언제까지 계속 할거에요 ? ”
“ 그건 갑자기 무슨소리야 ? ”
아나운서인 유진이나 성우인 승욱이나 최소한 피차간의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는 충분히 있을법한 그런 사이와 상태에서 만났고 지금까지 부부로 살아온 두 사람. 따라서 이런식의 질문은 이런 부부사이에서 나올만한 질문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승욱이 의아해져서 묻는데 유진은 진지해져있다.
“ 어쨌든 당신 나이도 50이 다 되어가고...성우일도 전망이 이전같진 않잖아요. 딱
봐도 당신 성우일도 점점 떨어져가고 있고... ”
만화영화 더빙이나 CF,홈쇼핑 나레이션등 성우의 활동분야가 아직 적다고는 할수 없으나 외화는 더 이상 성우의 더빙작업을 하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라디오 드라마도 점차 사양길로 접어드는 상태. 게다가 성인영화도 요즘은 이전과 달리 거의 동시녹음 체계이니 예전에 비해 성우의 활동 영역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요즘은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유진이 50을 바라보는 중견 성우보다 일이 더 많은 상태다. 오죽했으면 승욱이 요즘은 케이블 방송에서 하는 ‘재연드라마’에까지 출연하겠는가. 무엇보다 아이도 둘이나 키우는 상태에서 생계를 유지할수 있는 ‘일’은 계속 해야겠기에 한 선택이긴 하지만 성우일이 이전에 비해 역할이 많이 축소된것만은 무시할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더욱 어느덧 나이 50에 접어든 승욱의 앞날과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는 아내 유진. 그래서 진지하게 운을 뗀다.
“ 그러지말고 우리도 어디 인천이나 경기도 신도시 같은데 새로 터 잡고 고깃집이라
도 하나 운영하는게 어떨까 ? ”
“ 뭐 ? 고깃집 ? ”
너무 갑작스럽게 나온 유진의 제안이라서인지 승욱은 황당해하기까지 하고 일단 유진은 좀 더 그 당위성을 역설하기 위헤 목줄기에 힘을 돋운다.
“ 어쨌든 방송일로 더 이상 돈벌기가 쉽지 않아지는 것 같아서 그러는 이야기지. 성
우인 당신은 갈수록 일이 줄어들고 나야 프리랜서 아나운서지만 나도 어느덧 40을
넘겼어요. 언제까지 계속 이 일을 할수있을지 모르는 상태라구... ”
“ 그래도...난데없이 무슨 고깃집이야. 게다가 음식장사,자영업 그런거야말로 요즘
더 힘들다는거 당신 몰라 ? 자영업도 음식장사도 불황이란 소리가 나온게 벌써 언
제부터 일인데... ”
“ 그럼 뭐 당신한테 다른 대안이 있기나 해요 ? ”
음식장사는 막상 하려니 자신도 없고 귀찮아서인지 아니면 나름 자영업계의 불황을 평상시 접해보는 시사뉴스등을 통해 살피고 나온 사려깊은 분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승욱은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고 그런 승욱을 바라보며 나오는 유진의 반응이 이와같은 것이다.
“ 뭐 솔직히 나도 원희 유학보내는 문제는 이미 포기했어요. 당신도 당신이지만...아
무리 생각해도 애가 별로인 것 같더라구 반응이. 그래서 애 유학보내는 문제는 더
닦달안할 생각이지만...어쟀든 애들 앞으로 계속 대학도 보내고 해야할거 아냐 ? 그
런데 지금 우리 사는걸로는 어림없을 것 같으니까 하는소리지. ”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비 문제가 걱정이 태산일 유진. 다만 외국에서 학교 다니는 문제는 남편 승욱의 부정적 반응도 그렇지만 정작 딸인 당사자 원희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유진이 뜻을 접은 것 같다. 실제 원희는 유진 앞에서 ‘네’,‘아니오’라고 똑부러지게 답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긴 예전 어느 유명한 정치인처럼, ‘네,아니오’라고 확실하게 답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싫다’는 의미로 받아들인것일까. 무엇보다 딸 원희의 성격이 자신을 많이 닮아있다는 것을 아는 엄마 유진이라면 그런 딸 반응의 속마음을 꿰뚫어보지 못할 그런 여자는 아니다. 그리고 싫다는 아이 억지로 강요하고 떠밀어봐야 나중에 부작용만 더 생길 것 같다는 그 정도의 판단력은 있음인지 아이 유학보내는 문제는 일단 마음을 접은 것 같다. 허나 그렇더라도 국내든 외국이든 고등학교,대학교 앞으로 계속 상급학교에 진학하며 공부시켜야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 아닌가. 이래저래 앞으로 돈쓸일만 더 많이 남아있는 중년의 부부. 그 현실적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 어으... ”
아내의 그런 성화에 시달려서일까. 밤늦은 시간 승욱이 아파트 베란다에 나와있다. 그리고 어딘가 아프기라도 한지 아니면 내적으로 어떤 갈등이나 고통이라도 있음인지 심하게 인상을 찡그리고 일그러트리고 있는 승욱. 승욱 가족이 사는 아파트가 그런대로 고층이길래 망정이지 저층이라서 지나가는 행인이 그 인상을 보기라도 했다면 기겁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승욱의 인상은 지금 심하게 일그러져있다. 뭔가 여하튼 속으로 고민도 많고 많이 고통스러운것만은 분명해보인다. 거듭 자신의 머리와 얼굴을 어루만져보며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승욱. 많이 아픈가보다.
“ 어으...어으으윽... ”
그 고통스러운 신음이 한밤중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계속되고 있다.
미주는 민아를 만나고 있었다. 헌데 미주의 분위기는 그 속마음을 알아내기 힘들 정도로 뭔가 복잡해보였다. 우울해 보인다거나 고민스러운 표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디 아프거나 힘들어보이는 그런 분위기도 아닌 – 일단 사랑에 빠진 여인의 눈빛은 아닌 듯 했다 – 어쩌면 그 모든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그런 여인 같아보이기도 하고, 일단 민아가 걱정되어 묻는다.
“ 무슨...안 좋은일이라도 있어 ? ”
“ 그...남자 말인데요 선배 ? ”
“ 뭐...그 나이차이 많이 난다는 그 남자 말이야 ? ”
미주가 나이많은 남자를 사귀고 있으며 ‘이런 감정을 느껴보는 것은 처음’이란 고백까지 한 것을 민아가 들은적이 있다. 그래서 일단 이와같이 물은것이고 미주는 어차피 답답한 속내나 풀자는 심산으로 말을 이어간다.
“ 아직...그 사람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
“ 무슨소리야 그건 ? ”
“ 그 사람이 진짜 절 사랑하긴 하는건지...전 진심으로 그분에 대한 생각이...정말 이
젠 그분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으로 꽉 차 있는데...그분은... ”
“ 유부남 아닌건 확실하지 ? ”
“ 그...그게... ”
미주가 승욱의 구체적인 가족관계에 대해서만 모를뿐 설마 기혼-미혼 여부까지 여태 모르겠냐만은 일단 답을 망설이고 있고, 허나 민아는 ‘설마 그런건 아니겠지 ?’ 하는 생각에 다르게 질문을 건네본다.
“ 아직도...손만 잡고 잔다는 소리야 ? ”
“ 네. ”
풀죽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는 미주. 민아의 판단에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뭔가 좀 이해안가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일단 민아는 나름의 판단으로 말을 이어가고 있다.
“ 이렇게 생각해볼순 있어. 미주 말마따나...그 남자가 아직 미주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이 없거나... ”
“ ...... ”
“ 아니면 혹시 미주에 대해 책임져야할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비겁하게 회피하고
있거나... ”
“ 그런건 아니에요 !!! ”
“ 아니라구 ? ”
“ 그런건 아니에요. 승욱선배 그렇게 비겁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건 선배님도 잘 아
시잖아요 ! ”
“ 자...잠깐 너 지금 뭐라고 그랬니 ? ”
처음엔 미주가 하는 말을 자신이 얼핏 잘못들었나 싶었다. 헌데 그 뒤에 나오는 말은 미주가 현재 만나는 남자가 민아도 아는 사람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아닌가. 놀란눈으로 민아가 미주를 바라보는데 미주가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말을 이어간다.
“ 노승욱 선배 그럴사람 아니라는건 선배님도 아시잖아요. ”
“ 가...가만 너 지금 노승욱이를 사귀고 있다는 소리야 ? 그것도 너보다 스물다섯살
이나 많은 유부남인 성우 노승욱이를. ”
어차피 이젠 더 숨길수도 없다는 판단에서인지 고개를 끄덕이는 미주. 허나 민아는 너무 기가막히고 황당해서 소리를 버럭 지른다.
“ 야 !!! ”
“ 선배님... ”
이렇게 화를 내는 민아를 미주가 지금까지 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 되고 민아는 도저히 분이 안풀린다는 듯이 말을 이어가고 있다. 분노가 극에 달한 모습이다.
“ 내가 분명히 이야기헀지. 내가 나이많은 남자랑 사귀는거...애딸린 이혼남과 사귀
는거까지는 이해해도 유부남은 절대 안된다구 !!! ”
“ 선배님... ”
“ 일단 좀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그러니까 너 지금 내가 아는 그 노승욱이를 사귀
고 있는게 확실한거야 ? 나한테는 KOO 성우 공채 5년 후배이기도 한 그 노승욱을
사귀고 있는거냐구 ? ”
역시 미주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하고 민아는 그저 기가막힐 따름이다. 이 자리에서 미주를 뺨이라도 한 대 후려갈기고픈 분노의 감정을 겨우겨우 억누르며 말을 이어간다.
“ 너 도대체 어쩌자구...너 노승욱이가 유부남인거 알았어, 몰랐어 ? 그것만 분명히
말해 !!! ”
일단 미주가 지금 사귄다는 남자에 대해선 유부남인지 아닌지를 확실히 답하지 않아서 민아는 ‘어쩌면 미주가 몰랐을수도 있다’는 한가닥 기대감을 갖고 미주를 추궁하고 미주는 가까스로 민아의 물음에 답한다.
“ 결혼...하신분이란건 알고 있었어요. 우선 연세도 이미 그 정도 되신분인데... ”
“ 그러면서 그러고 다녔다구 ? 유부남인걸 뻔히 알면서...그런 남자와 지금까지 그러
고 다닌거야 ? ”
“ 하지만 노승욱 선배...그분에 대한 제 마음만은 진심이에요. ”
“ 정신차려 이미주 !!! ”
무엇보다 미주가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그 남자’와의 관계를 미루어보면 여하튼 둘이서 (성관계를 가졌던 안 가졌던) 모텔방까지 드나들고 함께 여행도 다니고 그랬다는 소리 아닌가. 그럼 아무리 관계를 가지지 않았어도 이미 심각한 사이라고 봐야할판. 그러니 민아는 민아대로 더더욱 답답해져 소리를 지른다. 마치 막장드라마속 여주인공같은 분위기로. 한참을 그러고나서는 겨우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말을 이어간다.
“ 답은 나왔네 그럼. ”
“ 뭐가요 선배님 ? ”
“ 너 행여 책임질일 생길까봐 그런거 아냐 !!! 그걸 여태 눈치를 못채 이 바보야 ?
아무리 그동안 남자경험이 없던 쑥맥이라도 그렇지 !!! 너 행여 임신시키는 사태라
도 벌어지면 그 뒷감당을 못할까봐 널 이런식으로 농락한거 아냐. 너 데리고 여행
도 다니고 모텔방도 드나들고 그렇게 즐기면서도...최소한 행여 책임질일이 생기는
그 만일의 사태는 막으려고 꼴에 그랬던거 아니냐구 !!! ”
노승욱의 의도를 다른 경우 – 총각이나 이혼남인 경우 – 라면 혹시 모를까 유부남이면서 성관계도 갖지 않고 그랬다면 그 의도야 뻔하지 않겠느냐고 나오는 민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막히고 분이 풀리지 않아 그녀의 뇌까림은 계속된다.
“ 꼴에 그러면서...손만 잡고 자 ? 모텔방에서 옆에만 나란히 누워서 잠만 자 ? 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막히네. 망할자식 같으니... ”
적어도 함께 성우활동을 하면서 20년 이상의 세월을 지켜본 세 살연하의 후배 노승욱이 아닌가. - 기수로는 5기 차이 – 헌데 그런 노승욱이 지난 20년 세월을 지켜본 그런 노승욱이라곤 믿겨지지 않을만큼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르다니. 무엇보다 지금껏 사랑이나 연애의 경험조차 없이 ‘첫사랑의 감정’에 빠져버린 나이어린 이미주이기에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그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아 민아도 답답하기 그지없다.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말을 건넨다.
“ 이미주...그러지말고 차라리 어디 조용한데 가서 이야기하자. ”
“ 선배님... ”
“ 뭐 어쩌려는거 아니니까 걱정말구 일단 따라와. 여기선 사람들 보는눈이 있어서
그래. 그러니 일단 따라와. ”
지금 두 사람이 만나는 자리는 커피숍안이고 따라서 다른 손님들도 종업원도 있다. 성우야 직업의 특성상 일반인에게 얼굴이 잘 알려져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임민아의 경우엔 이미 성우경력 30년이 다 되어가는 베테랑급 성우에 TV 토크쇼나 예능프로 같은데 출연한 경험도 몇 번 있어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몇몇이라도 있을수 있다. 따라서 그런 상황에서 후배 성우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아무래도 적잘치 않아서 일단 미주를 데리고 커피숍을 나온다. 미주를 자기차에 태워 데리고간곳은 모텔방이다.
“ 선배님... ”
순간 공연히 놀란 미주가 눈이 휘둥그래지고 민아는 별걱정을 다한다는투로 말한다.
“ 내가 아무렴 너한테 뭐 어쩔거 같아서 그러니 ? 사람들 눈 피해서 할 이야기라서
모텔방에서 이야기하려는거야. ”
“ 선배님... ”
그래도 뭔가 불안한 표정으로 민아를 바라보는 미주. 답답하고 딱해보여서인지 만원권 두장을 손에 쥐어주며 이런 심부름까지 시킨다.
“ 괜히 말도안되는 오해하지말고 근처 편의점에서 소주랑 안주거리나 좀 사와. 그냥
간단하게 햄이나 참치 정도로 하는게 좋겠다. 뭐 우리가 지금 술판 벌이자고 그러
는건 아니니...모텔방 OOO호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얼른 사오기나 해. ”
그러나 여전히 뭔가 불안한 의심이라도 드는지 망설이는 미주. 기가막힌 민아가 호통친다.
“ 어서 소주랑 햄이나 사오라니까 뭘하고 있어 !!! 나 원 기집애가 모텔방 드나든 경
험이 처음도 아니라면서... ”
모텔방에 마주하게 된 민아와 미주. 민아는 우선 미주가 따라준 소주 한잔을 들이키고 난뒤 한숨을 크게 내쉰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 사실 지난번에도 내가 이런 이야기를 좀 해줬어야 하는건데 하는 후회를 좀 했었
어. 니가 나이많은 남자를 사귀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때말이지. ”
“ ...... ”
“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니가 ‘유부남은 아니지 ?’라는 말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고 게다가 나도 설마 니가 그런 사람을 사귀진 않을거라 생각하고 마음놓고
있었는데...그야말로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이런일이 다 벌어질줄이야. 아니, 그리
고 무엇보다 하고많은 남자들중에 노승욱이라니. ”
새삼 그게 더 분하고 기가막힌 듯 잠시 울컥한 민아. 허나 일단 흥분되었던 마음을 가라앉힌뒤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 요즘애들은 어떨지 몰라도 한 70-80년대는 물론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이
런말이 있었어. 중년의 나이많은 남자 또는 유부남 직장상사에게 빠져드는 젊은
여자들의 심리...그런 이야기나 분석이 종종 있었는데말야. ”
미주는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라서인지 의아함과 호기심으로 민아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민아가 술을 권하긴 했지만 일단 진지하게 민아선배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술까지 사양하고, 그런 미주를 바라보며 민아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 우선 옛날...한 20-30년전까지만 해도 우선 근본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그리
활발하던 시절도 아니었고...게다가 요즘은 학교가 남녀공학인 경우가 대다수지만
그땐 웬만해선 중학교,고등학교는 남학교,여학교로 나뉘어있던 시절이었지. 뭐 중
학교까진 그래도 남녀공학인 경우가 80년대에도 더러 있었지만 일단 한 80년대
까지만 해도 중학교,고등학교는 남학교,여학교로 나눠져있는 그게 가장 일반적인
경우였어. ”
“ ...... ”
“ 그러니 여자는 초등학교때까진 몰라도 그 이후엔 남자를 경험해볼 기회가 거의 없
는거야. 물론 초등학교야 남녀공학이지만 – 그리고 그땐 국민 학교라 했었지. - 뭐
여하튼 초등학교든 국민 학교든 그때야 그냥 애들때고 친구로 어울리는 시기 아니
냐. 아무리 그래도 10대 사춘기로 접어들때나 되어야 차츰 이성에 대해 눈뜨기 시
작하는거고... ”
민아의 이야기가 좀 지루하게 들릴수도 있는데 일단 미주는 술대신 안주로 사온 인스턴트 참치와 햄을 몇조각 집어먹고 민아가 혼자 술 한잔을 더 들이킨뒤 말을 다시 이어간다.
“ 그러니 여자 입장에선 – 물론 대학을 들어간 여성이라면 대학때 그래도 남자를
접할 경험이 좀 있지만... - 중학교,고등학교 6년을 남자를 접할기회가 없이 같은
여학생들 틈에서 지내다가 그러다 대학들어가고 직장생활하고 그럴때 되어서야
처음 남자를 접하게 되는거야. 그러니 근본적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뭔지 아니 ?
”
“ 그게 뭔데요 선배님 ? ”
“ 한마디로 한 나이 40정도 된 과장,부장쯤 되는 직장상사가 남자로 보이고 옆자리
비슷한 또래의 남자직원 미스터김,미스터박 이런 남자들은 그냥 어린애로 보이는거
지. ”
“ 그런 시절이 있었나요 ? ”
미주 입장에선 잘 이해 안가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일처럼 들려서인지 의아해서 이와같이 묻고 민아는 일단 가소롭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말을 좀 더 이어간다. 술을 너무 마시면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힘들 것 같아 민아도 술대신 안주를 좀 더 집어먹긴 하는데 일단 그런 상황에서 민아의 이야기는 다시금 이어진다.
“ 한마디로 나이많은 직장상사인 김부장님 이과장님 이런분들은 여자 마음도 잘 이
해해주시고 또 세상만사 모르는게 없는 만물박사 같아보이고 – 게다가 이미 그만한
위치와 직장생활 경력이 있으니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을테고 말이야 – 그런데 옆자
리 미스터김,미스터박 이런 사람들은 맨날 부장님,과장님한테 혼만 나고 사고만 치
는 그런 찌질이 어린아이 같은거야. 그러니 비슷한 또래의 남자직원은 만나봤자 맨
날 부장님,과장님한테 혼난거 질질 짜기만 하는 코흘리개 어린아이처럼 보이고 -
또 때론 밥값이나 술값도 여자인 자기가 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었을테
고 말야 – 허나 부장님,과장님은 밥도 술도 턱턱 잘 사주시고 또 여자 마음도 잘
이해해주고 세상만사 모르는게 없는 만물박사 같아보이고...그러니 그전까지 남자
경험이 거의 없었을 여자 입장에선 비슷한 또래의 (맨날 직장상사한테 혼만나고
질질짜는) 직장동료 미스터김,미스터박은 그저 철부지 어린아이 같고 한 나이 40
쯤 된 부장님,과장님쯤은 되어야 젊은 여직원 눈에 비로소 ‘남자’로 보이기 시작
하는거지. 이게 한 70-80년대는 물론 90년대 초,중반까지도 보편적인 통념이었던
20대 젊은 여성이 40대 유부남에게 빠지는 심리였었어. ”
“ ...... ”
“ 헌데 딱 70-80년대 아무리 늦춰 잡아도 90년대 중반까지나 통했을법한 그런일
이 대명천지 2020년이 되어서 벌어질줄이야. 이것 참... ”
미주는 미주 나름대로 뭔가 억울한 무엇이라도 있는지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고 다만 아직 민아선배에게 어떤 항변같은 말은 못하고 있는데 그런 미주를 바라보며 민아가 이와같이 묻는다.
“ 한가지만 묻자. 도대체 노승욱이가 너 어떻게 꼬셨니 ? ”
“ 꼬신거 아니에요 !!! 노선배님은 그런분 아니라니까요 !!! ”
어떻게보면 이런식으로 노승욱의 역성을 드는모습 그 자체가 이미 미주가 승욱에게 푹 빠져있다는 방증일수도 있는데, 일단 미주가 해명이라도 해야겠다는 듯 또는 노승욱 선배의 입장을 옹호해줘야겠다는 듯 이와같이 말을 이어간다.
“ 그...아버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을 때... - 그건 선배님도 아시잖아요. 저희 아버
님 쓰러지신거 – 그때 노선배님께서 저한테 병원비도 보태주시고 제게 이런저런 위
로의 말씀도 해주셨어요. 또 제 고향집까지 내려오셔서 병든 아버지 병간호까지 해
주시고... ”
“ 기가막혀... ”
허나 이야기를 듣자하니 진짜 어이가없는지 민아가 결국 울분을 토한다.
“ 이건 뭐...진짜 딱 70년대 멜로드라마에서나 보던 이야기아냐. 딱 70년대 불륜 드
라마 설정이 대개 그렇다니까. 바로 그짝이야. 돈많은 중년남자 – 게다가 성격도
그런대로 좋은편이고 – 가 형편 어렵고 숫기도 없는 부하 여직원한테 접근하는 딱
그방식인데...아니, 근데 노승욱이 얘는 어쩜...아니 어떻게 70년대에 태어난애가
70년대 불륜드라마 방식으로 젊은 여자애를 꼬드기니. 70년대 불륜드라마 방송되
던 시절엔 걘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 어린아이였을텐데 말이야. ”
70년대 초반 태생인 노승욱이 그 시절 방송되던 드라마 내용을 보고 익힌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결과적으론 그런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애초엔 선배 여성 성우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미주를 구해주고 또 시간이 지난뒤엔 뇌졸중으로 쓰러진 미주 아버지 병원비 보태주고 위로해주고 아버지 간호까지 해드리고 그런식으로 싹트게 된 두 사람의 관계. 듣자하니 정말 골치가 아프고 어이가없어 민아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내가 그리고 진짜 중요한 진실 하나만 이야기해줄게. 솔직히 어린 여자 사귀는 나
이많은 중년남...그거 사랑으로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어. 글자그대로 한때 ‘바람 피
우는 것’ 정도로 여기는거지. 결국 다 가정으로 돌아가게 된다니까. 적어도 내가
간접적으로 접해본 중년의 유부남이 젊은 여자 사귀는 스토리는 대개 그래. 결국
자기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구. ”
“ ...... ”
“ 이 충고를 이 주의를 그때 주었어야 하는건데 내가 왜 그땐 진짜 이 이야기를
못했는지 몰라. 그때 이런 이야길 했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지는것만은 막았
을텐데... ”
처음 미주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서 ‘나이많은 남자’라고 말했을 때 그 충고를 했어야 하는 것을 자책하고 있는 민아. 그래서인지 더 늦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소주 한모금을 다시 들이킨뒤 단호한 어조로 미주에게 말한다.
“ 더 이상 긴말않겠다. 더 늦기전에...더 후회할일 생기기전에 지금이라도 노승욱과
헤어져... ”
“ 선배님... ”
“ 물론 쉽지 않을거란 것 알야. 그리고 무척이나 아플거야. 어쨌든 첫사랑이라면...그
사람을 잊고 헤어진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일이니. 그 수렁에서 빠져나온다는게 얼
마나 고통스럽고 아픈일인지 그거 나 모르는바는 아냐. ”
“ ...... ”
“ 허나 더 늦어져봤자 결과는 뻔해. 시간이 늦으면 늦을수록 니 상처와 고통만 더
크고 깊어질뿐이야. 너 ‘매도 먼저맞는게 낫다’는 말이 왜 있는건줄 아니 ? 아무리
싫고 회피하고픈 일도 차라리 먼저 겪고 아픈게 낫다 그 뜻인거야. 사랑도 마찬가
지야. 더 아프고 더 깊어지기전에 지금이라도 헤어지는게 나아. 무슨말인지 알겠어
? 나중에 헤어지는게 더 아프다니까 ? 그러니 더 고통스러워지기전에 지금이라도
헤어져. 어차피 뻔한 결론이라면 공연히 시간 지체할 이유가 없어. 내 말 무슨말인
지 알겠지 ? ”
-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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