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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오마이걸 미미 (8.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외국인 새엄마 2





 날이 어느덧 더워져가는 여름날. 태광이 캐롤라인과 단둘이 함께 나들이를 떠났다. 서울 근교의 가까운 교외로 놀러간것인데, 캐롤라인이 직접 차를 운전해서 떠났다. 그러고보면 캐롤라인이 혁봉과 결혼한지도 어느덧 1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는데, 이따금씩 일으키는 발작증세와 무모증이란 콤플렉스가 있어서 힘든 성장기를 보낸 캐롤라인. 그래서 오히려 폴란드에서 멀리 떨어진 어디론가 가서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런곳에서 살기를 오래전부터 소망했고 그러다 한국남자를 만나 결혼하게된 캐롤라인인데 혁봉의 도움 덕분인지 이젠 그런 콤플렉스를 어느정도 극복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혁봉의 사춘기 소년이기도 한 아들 태광과 가까워진것도 캐롤라인이 그런 콤플렉스를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대체로 즐거운 분위기속에서 함께 하고있는 두 사람. 헌데 무더운 여름인데도 여전히 긴 바지 차림인 캐롤라인이 태광은 공연히 신경이 쓰인다.

 “ 근데 새엄마, 덥지 않으세요 ? ”

 “ 저요 ? ”

 “ 네, 그러고보니 새엄마 여름철에도 짧은 치마나 반바지 같은 것을 입는건 거의 못

  본 것 같아서... ”

 이젠 캐롤라인에게 무모증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된 태광이 아닌가. 헌데 반바지나 짧은치마를 입는다고 해서 그 부분이 드러나 보이는것도 아닐텐데, 굳이 긴바지를 고집하는 모습은 꼭 그럴 필요까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 캐롤라인은 아직 태광이 자신의 그런 은밀한 비밀까지 알고있다는 것은 모르기에 적당히 얼버무린다.

 “ 그냥 전...이게 편해요. ”

 “ 아, 네에. 하하... ”

 허나 그 속사정을 아는 태광이길래 이젠 적당히 웃어넘기는 모습. 캐롤라인이 의아해져 말을 건넨다.

 “ 왜요 ? 이런 제가 이상한가요 ? ”

 “ 아뇨 뭐...이상하다기 보담도...뭐 그것도 나름 개성이라면 개성이죠 뭐. 괜찮아요

  하하... ”

 싱긋이 웃어보이는 캐롤라인. 중학생 태광과 나이 20대 후반의 캐롤라인. 모자간이라기 보다는 이모와 조카 혹은 남매간 같은 모습으로 보일수 있는 두 사람이긴 한데, 게다가 캐롤라인은 외국인이 아닌가. 동양인이라면 모를까. 확연히 드러나보이는 서양인의 모습인 그녀. 따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대체 저 두 사람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떤 관계일까 의아함을 자아내게 할 수 있는 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의치않고 오붓한 시간을 즐기고 있는 두 사람. 그러다.

 “ 으...으으... ”

 “ 새엄마...새엄마. 왜 그러세요 ? 괜찮아요 ? ”

 또 발작증세가 시작인가 걱정이 되어 태광은 바로 캐롤라인의 얼굴이 다른이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바로 몸으로 가렸다. 헌데 오늘은 날씨도 좋고 딱히 스트레스 받을만한 일도 없을텐데 이럴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나. 의아하긴 하지만 이런 모습 이제 태광도 여러번 겪어본터라 많이 익숙해져있다. 힘들게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바닥에 주저앉는 캐롤라인을 자신에게 바짝 다가오게 했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게 해서 그녀의 모습을 가려주게 한다. 캐롤라인은 그 자세에서 계속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 으으...으으...으아... ”

 너무 고통스럽고 힘든 듯 태광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는 계속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고 있는 캐롤라인. 허나 지나가다 우연히 본다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황당해지지 않을수 없는 모습일 것이다. 성인은 분명 아닌 듯 하고 중고생 정도 나이로 보이는 소년에게 성인 여성이 얼굴을 파묻고 온몸을 비틀며 신음소리를 내는 모습.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을 장면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해석(?)을 자아내게 할수 있는 장면이기도 한데 일단 태광은 이런 캐롤라인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온 몸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주고 있고, 그런 자세로 두 사람은 한참동안 있었다. 한참만에야 발작증세를 마친 캐롤라인이 서서히 태광에게서 몸을 뗀다. 땀 범벅이 되어있는 캐롤라인을 태광이 물수건을 하나 가져와 그녀의 얼굴을 닦아준다.

 “ 미안해요 태광. ”

 “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보다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

 그래도 발작증세가 생각보다 그리 오랫동안 지속되진 않았음에 안도하는 태광. 캐롤라인은 한숨을 내쉰다.

 “ 괜찮아요 캐롤라인 ? ”

 그렇게 묻는 태광에게 캐롤라인은 괜찮다는 답을 하고 태광이 걱정스러운 듯 그런 캐롤라인의 용태를 계속 지켜본다. 한참만에 캐롤라인이 입을 연다.

 “ 이제 그만...집으로 돌아가는게 좋을 것 같네요. ”

 “ 그래요, 캐롤라인. ”

 한참 야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캐롤라인이 또다시 이런 발작증세를 일으켰으니 안타깝기도 하고 아쉬운 순간이기도 했다. 여하튼 지금 이 상태에서 너무 오래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것도 안 좋을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자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태광. 허나 천상 차 운전은 캐롤라인이 해야하는데, 위험하다면 위험한 상황이지만 이럴때는 운명에 맡기는수밖에 없다.

 저녁때쯤 무사히 집에 돌아온 태광과 캐롤라인. 캐롤라인은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고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쉬고있는 캐롤라인을 걱정이 되어 태광이 지켜보려 들어와본다.

 “ 좀 괜찮아요 ? ”

 “ 네, 괜찮아요. 한숨 자고나면 안정이 될거에요. ”

 지금까지 늘 그래왔으니 태광 입장에서도 그리 새삼스러울것이 없는 발작증상이 멈춘뒤의 캐롤라인의 모습이다. 한숨 잠이라도 자던가 푹 쉬고나면 대체로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캐롤라인. 다만 이런 발작증상이 과연 어떤 유전병인것인지 아니면 캐롤라인에게만 유독 그런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는것인지 그 문제는 여전히 태광에게도 수수께끼이긴 하다. 캐롤라인이 태광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태광... ”

 “ 네, 말씀하세요. ”

 “ 미안하지만 나 저녁좀 차려줄래요 ? ”

 “ 네 ? ”

 아무리 그렇기로 이런 경우는 그동안 잘 없었기에 순간 태광이 당황할 지경이다. 사실 캐롤라인도 한국에 산지 어느덧 1년여의 시간이 지났기에 한국 음식에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다면 익숙해져 있기도 한데, 그러나 이럴 때 적당히 아무 찌개나 국거리 같은 것을 끓여다 바쳐도 되는것일지 그건 좀 의문시되긴 한다. 헌데 캐롤라인은 이와같이 말한다.

 “ 라면도 좋고...아무거나 좋으니 간단하게 요기를 할수있는걸로 해줘요. 너무 맵지

  않은걸로. ”

 망설이다 태광은 결국 부엌으로 가서 그녀의 요구대로 저녁을 차려주려 한다. 대충 냉장고안에 남아있는 찬거리로 태광의 실력 닿는 한도내에서 차리는 저녁상이다.





 얼마후 캐롤라인에게 또다시 방송출연 섭외가 들어왔다. 다만 이번엔 퀴즈프로는 아니고 지상파에서 제작하는 일종의 다큐프로였다. 지상파에서 새로 기획에 들어간 휴먼다큐물이 하나 있는데 국제결혼한 부부나 그 자녀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대략 2-3부작 정도로 나누어 ‘리얼다큐’ 같은 형식으로 촬영하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 ‘인간극장’과 ‘이웃집 촬스’를 반반씩 섞은 프로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그 첫 출연 대상으로 제작진이 캐롤라인을 지목한 것이다.

 사실 이런류의 방송가 섭외는 특히 이미 언론,방송을 통해 인터뷰나 기사회된적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취재를 하거나 해서 섭외를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캐롤라인의 경우엔 이미 몇 달전에 케이블의 퀴즈프로에 출연한바가 있었고, 그때 방송 인터뷰에서 ‘결혼을 한 사실’과 인터넷에서 인기 블로거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적이 있으므로 그때 해당 방송을 눈여겨본적이 있는 지상파 제작진중 한명이 바로 캐롤라인을 추천 섭외가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캐롤라인이 국제결혼인 경우도 그렇지만 사춘기 아들이 있는 이혼남과 결혼 ‘새엄마’가 된 처지란 특이한 점도 더더욱 눈길이 가서 ‘휴먼다큐’ 프로그램 제작을 하면서 ‘1호 섭외 대상자’로 거론이 되었던 것이다. 케이블의 퀴즈프로에 출연한 것이 봄(대략 총선 이전쯤)의 일이었으니 그로부터 너댓달 정도가 지난뒤의 일이다.

 “ 캐롤라인씨 그럼 남편분과 결혼은 어떻게 하게되신건가요 ? ”

 해당다큐 제작에 들어가기전에 사전 인터뷰에서 제작진이 자연스레 이와같이 물었다. 사실 캐롤라인은 나름의 콤플렉스 때문에 폴란드에서의 어린시절은 불우하게 보냈고 그러다 한국남자를 만나 이 먼곳까지 와서 살게된 것 아닌가. 그러고나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오히려 자신이 직접 폴란드의 이런저런 사이트등을 돌아다니다 알게된 정보에 적당히 살을 붙여서 폴란드와 관련된 이런저런 여행,관광 정보들을 올리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블로거였다. - 물론 이혼남인 한국남자와 결혼한 폴란드 여성이란점도 눈길이 가는 부분이긴 했지만. - 허나 인터넷의 블로그에서 자신의 불우한 과거나 콤플렉스 같은 것을 밝히진 않았기 때문에 특히 폴란드와 관련된 정보에 대해선 (* 실제로는 오히려 자신이 한국에 와서 향수병이 도진 이후에 폴란드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다 습득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이 학창시절 친구들도 많았고 매우 활달한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낸것처럼 그런식으로 이야기의 살을 붙여 올리곤 해왔다. - 물론 거기엔 블로그를 시작할때까지만 해도 한국말이 서툴렀던 새엄마 캐롤라인을 대신해 태광이 문장을 만드는 것을 도와준것도 한몫하긴 했지만. - 그러나 인터넷 블로그나 SNS를 통해 알려진 캐롤라인의 폴란드에서의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은 실제와는 완전히 차이가 나는법. 따라서 ‘어떻게 한국남자와 결혼했느냐 ?’는 물음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퀴즈프로때야 그저 간단한 ‘자기소개’ 정도의 의미로 짤막한 인터뷰에 답하면 그만이었지만 2-3부작 정도로 제작되는 휴먼다큐는 또 사정이 완전히 다르지 않는가. 게다가 캐롤라인의 천성이 거짓말을 그리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난감하게 된 것이다. (* 근본적으로 폴란드를 떠나 자신을 모르는 먼곳까지 가서 살고 싶었던차에 한국남자를 만난것이란 설명을 하자면 그 이유도 자연스레 이야기를 해야될 것 아닌가.) 캐롤라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가까스로 대답했다.

 “ 그냥 어릴때부터...멀리 가는게 좋고 그래서...그러다보니 그랬어요. ”

 “ 아, 어릴때부터 친구들과 놀러다니고 여행다니고 하는걸 좋아하셨나보네요 ? ”

 제작진이 지레짐작으로 이렇게 말을 만들어버렸고 캐롤라인의 상황이 더욱 난처해졌다. 하는수없이 이를 지켜보던 태광이 끼어들었다.

 “ 저...저희 새엄마는요...그냥 폴란드 생활이 많이 지루하고 따분하셨대요. 그래서...

  그러다가 한국 남자인 저희 아빠를 만나게 되신거거든요. ”

 태광의 부연설명이 있어서 여하튼 폴란드에서의 이런저런 지루하고 따분했던 생활, 그리고 원래 멀리 여행가고 이런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러던차에 한국남자인 권혁봉을 만난것이라는 이런식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사실 캐롤라인이 촬영을 하게된 프로그램 취지 자체가 어차피 국제결혼을 하게된 여성의 일상 사는모습을 중심으로 찍는것이기 때문에 굳이 한국남자를 만나게 된 동기나 이유 같은 것을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는 프로이긴 했다. 따라서 제작진은 캐롤라인의 평상시 사는 모습과 일상 이런 것을 위주로 촬영을 하기로 했다. 특히 사춘기 의붓아들이 있는 캐롤라인의 모습이 가장 특이한점이라 이 부분에 포인트가 맞춰져 촬영이 진행되었다. 헌데 또다시 뜻하지않은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 캐롤라인씨, 폴란드 전통요리를 한번 만들어서 식구들에게 대접하는 것을 찍어

  보는건 어떨까요 ? ”

 헌데 다시 난감해진 캐롤라인. 하는수없이 이렇게 자백하고 말았다.

 “ 저 사실 폴란드 요리는 잘 할줄 모르는데... ”

 “ 네에 ? ”

 사실 한국여자라고 해서 다 한국 전통요리 잘 만들줄 아는게 아니듯 폴란드 여자라고 해서 다 그 나라 전통요리 잘 만들줄 아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엇보다 캐롤라인의 경우엔 애초에 한국에 살게될 때 혁봉의 누이동생이 그녀가 살림하는 모습이 걱정이 되어 미리 찌개나 국거리 포장식품을 파는 그런곳 택배배달 업체 연락처를 가르쳐줘, 그런식으로 주문을 해서 식사를 만들어 먹을수 있도록 가르쳐준 것 아닌가. 무엇보다 이런 부분은 굳이 숨길필요는 없는 일이라 캐롤라인이 알아서 자백을 해 버렸다. 제작진이 듣고보니 어이없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해할만한 일이기도 해 수긍이 가기도 했다. 다만 폴란드 새엄마가 자국의 전통요리를 만들어 아들에게 대접해주는 장면을 찍는 것은 수포로 돌아갔기에 다른 대책을 세우는수밖에 없었다.

 “ 하는수없네요. 그럼 그냥...캐롤라인씨가 서툰 솜씨대로 대충 한국음식으로 식구

  들 식사준비를 하는 모습. 그렇게 촬영을 진행하도록 하죠. ”

 ‘ 한국사람이라고 해서 다 된장찌개 잘 만들고 김치 잘 담그는 것 아니듯, 폴란드

  여자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것은 없다. 그럼 폴란드 새댁 캐롤라인은 평상시 남편과

  중학생 아들과 어떻게 식사를 하게 될까 ? 한번 그 모습을 살펴보기로 하자.’

 이런식으로 진행되는 나레이션. 그리고 캐롤라인이 애써 뭔가를 숨기는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졌다. 다름아닌 포장식품인 국거리를 꺼내 대충 국을 만들어 식구들을 대접하는 모습. 있는 그대로 제작진에게 들통나는 모습으로 카메라에 담겨지게 된 것이다.

 ‘ 이게 다 뭔가. 육개장,설렁탕,곰탕,거기에 부대찌개,김치찌개까지...이름대면 알만한

  우리나라 유명 택배음식 주문 배달업체들에서 주문한 포장음식들이 잔뜩 쌓여있다.

  이게 폴란드 새댁 캐롤라인씨가 유난히 한국 음식을 잘(?) 만드는 실체인 것이다.

 ’


 여성 아나운서의 장난스럽게 놀리는듯한 멘트와 함께 방송이 나갈 예정인 촬영화면. 여하튼 약간의 돌발상황과 시행착오가 있었을지언정 총 3부작으로 진행된 ‘폴란드 새댁 캐롤라인’의 사는 모습은 그런대로 무난하게 촬영이 마무리되었다. 다만 캐롤라인이나 중학생 아들 권태광의 경우엔 촬영 내내 즐겁고 흡족해 하는 모습이었지만 권혁봉은 애초에 아내가 퀴즈프로에 출연한다고 할때부터 탐탁찮게 여겼기 때문에 이번 다큐프로 촬영은 더더욱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공연히 촬영 분위기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아서 혁봉은 마지못해 촬영에 대충 응해주긴 했지만 대체로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었고, 여하튼 그런 분위기속에 촬영은 마무리되었다. 다만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제작진이 돌아갔을 때 혁봉은 떨떠름한 감정을 급기야 캐롤라인에게 토로하게 된다.

 “ 당신도 참...그 왜 쓸데없는 일을 벌이고 그래 ? ”

 “ 왜 그러세요 여보 ? ”

 허나 의외로 촬영내내 흡족하고 기분좋게 임했던 캐롤라인은 남편의 이런 반응에 이해 안간다는 듯 나왔고, 혁봉은 혁봉대로 자신의 하고싶은 말을 이어간다.

 “ 날 보수적이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쯤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나 원래 이런 광대

  놀음 질색이었던 사람이에요. 공연히 방송 같은데 나와서 얼굴 알려지는것도 별로

  고...앞으로 이런건 좀 삼가줬으면 해요. ”

 “ 당신도 참... ”

 언짢아하는 남편의 모습에 캐롤라인이 되려 기분이 안 좋아진다. 뾰루퉁해진 심정으로 캐롤라인의 말이 이어진다.

 “ 언제는 저보고 사람들앞에 당당히 나서야 한다고...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한다고 하

  셨으면서... ”

 “ 그... ”

 원래는 약간의 신체장애와 콤플렉스때문에 남들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그런 성격이었던 캐롤라인. - 물론 그게 성격이 좀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 헌데 그런 캐롤라인이 블로그 활동으로 인터넷에서 유명해지고 급기야 방송출연까지 하게 되면서 성격이 이전에 비해 많이 밝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혁봉은 이런식으로 아내나 자신이 자꾸 방송에 나가고 얼굴 알려지는 것은 싫은 듯 거듭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친다.

 “ 내가 당신보고 당당해지라고 한건...결국 잠자리 문제와 관련된 문제이긷 했고...

  게다가 콤플렉스를 극복하려고 한것도...아휴,몰라몰라. 정 당신이 그렇게 방송 나

  가고 인터넷 활동하는게 좋고 그러면 당신 마음대로 해요. ”

 이따금 일으키는 발작증상과 무모증이란 신체적 콤플렉스때문에 늘 우울했고 불우한 성장기 시절을 보낸 캐롤라인. 그런점 때문에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는 먼곳으로 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한국인 남자 권혁봉을 택한 캐롤라인. 허나 되려 한국에서 이런 SNS나 방송활동을 통해 유명해지고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있다면 이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생각보다 간단히 말하긴 복잡한 문제라서인지 혁봉은 골치아픈 이야기 더 길게 하고싶지 않은 듯 바로 자리에 누워버린다. 캐롤라인이 그런 혁봉을 곱게 흘겨본다.


 1년 정도의 시간이 더 지났다. 그 사이 태광은 고등학생이 되었고, 날은 어느덧 다시 무더운 여름날이다. 혁봉은 회사에서 야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집에 못 들어온다고 연락이 왔고 그래서 태광과 캐롤라인 두 사람만 집에 있게 되었다. 마침 장마로 접어드는 시기라서인지 저녁때부터 비가 내릴 조짐이 보였는데, 밤이 되자 거센 빗줄기와 함께 간간이 천둥,번개까지 치고 있었다. 

 태광이 자연스레 캐롤라인이 걱정되었다. 아버지와 캐롤라인이 함께 살게된지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바로 오늘처럼 아버지가 안 계실 때 하필 천둥,번개도 치고 억수로 비가 쏟아지는 날이라 무섭다며 캐롤라인이 자신의 품에 안겨든적이 있지 않은가. 그게 벌써 2년전 일이지만 하필이면 아버지가 야근이나 출장등으로 집을 비울 때 이렇게 비가 몹시 쏟아지고 천둥,번개까지 치는 경우는 그리 흔치않은 일이기에 태광은 자연스레 캐롤라인이 걱정된 것이다.

 “ 캐롤라인... ”

 새엄마의 이름을 부르며 방안으로 들어가보았다. 헌데 캐롤라인은 잠이 오지 않는지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만 있는 상태였다. 잠옷 가운을 걸친 상태라서인지 덕분에 태광은 캐롤라인의 늘씬한 두 다리를 있는 그대로 감상할 수가 있었다. 캐롤라인은 침실에 갓전등불을 켜놓은 상태다.

 “ 무슨 일이에요 태광 ? ”

 그렇게 의아하게 묻는 캐롤라인에게 태광이 말을 건넨다.

 “ 아뇨, 좀 걱정되어서요. 괜찮으세요 ? ”

 바로 2년전 이런 비오는날에 무섭다며 태광의 품에 안겨든적이 있는 캐롤라인. 헌데 그 일을 태광이 여태 기억하고 있나 싶어 캐롤라인이 순간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씨익 지어보인다. 그리고 말을 건넨다.

 “ 아뇨. 무섭지는 않고 그냥 좀 심심해요. ”

 “ ...... ”

 “ 그냥...내 곁에 있어줄래요 태광 ? ”

 “ 네 ? ”

 순간 괜시리 화들짝 놀라 묻는 태광. 사실 애초에 태광이 캐롤라인이 걱정되어 방으로 들어와본것이니 캐롤라인의 이런말에 태광이 놀랄 이유는 없다. 무서워서든 심심해서든 여하튼 누가 좀 곁에 있어줬으면 하는게 캐롤라인의 지금 심리인 것 아닌가. 태광이 군소리없이 캐롤라인의 옆에 다가가 앉는데.

 “ 뭐...마실거라도 같다 드려요 ? ”

 “ 아뇨, 뭐 굳이 그럴건없고... ”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두 사람. 태광은 거실에서 같이 TV라도 보자고 할까 그런 생각도 잠시 해봤다. 지금은 캐롤라인도 한국말 실력이 많이 늘어 한국 프로 시청도 이전에 비해 종종 하는편이다.

 “ 근데...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요 ? ”

 “ 제가요 ? ”

 캐롤라인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데 사실 이전에 비해 발작증상 같은 것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 하필 태광이 캐롤라인의 발작증상을 처음 느꼈을때가 함께 동해안에 갔을 때 비가 막 쏟아지려는듯한 분위기에서 그랬기 때문에 한동안 태광은 캐롤라인의 그 증상이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날 그리 되는줄만 알았다. 헌데 일단 그런 것은 아니고 이따금 불규칙하게 그런 발작증상이 나타나긴 했는데, 날씨탓이 아니라면 어떤 신경성이나 몸이나 정신에 너무 무리를 가했을 때 그런일이 일어나는것인지 여하튼 캐롤라인의 발작증상의 구체적 이유는 찾아내기 힘들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캐롤라인의 발작증상이 이전에 비해 그리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캐롤라인의 발작증상을 신경성으로 가정한다면 그만큼 태광의 아버지 혁봉과의 결혼생활이 그런대로 행복하고 마음의 위안이 되었던것인지, 무엇보다 태광과 캐롤라인도 몇 번의 우여곡절과 해프닝을 거치면서 지금은 그런대로 잘 지내는 편이다.

 “ 태광... ”

 둘이 별다른 대화는 나누지 않고, 그 사이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이’라도 된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세차게 비가 쏟아지는 밤늦은 시간 침실에 나란히 있는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것인지 태광과 캐롤라인은 그저 서로를 흐뭇한 미소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한참만에 캐롤라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 나 잠시 씻고 올게요. ”

 “ 예 ? 지...지금요 ? ”

 기억에 아마 캐롤라인이 이른 저녁시간에 목욕은 한 것 같다. 캐롤라인이 특별히 그렇게 목욕을 너무 자주한다던가 그런 습관은 없었는데, 저녁때부터 불과 서너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또 씻고 오겠다는 것은 좀 의아한 일이긴 하다. 여하튼 태광이 그걸 반대할 이유는 없는지라 ‘그러라’고 하고 캐롤라인이 잠옷가운을 벗어던진채 욕실로 향한다.

 헌데 이런 행동 자체가 ‘캐롤라인’에게 과감한 행동이라는 것을 아직 태광이 인식 못하고 있다. 무모증 증상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심지어 남편 앞에서도 속옷을 벗는 것을 거부하며 울상까지 되었던 그런 캐롤라인이 아니던가. 물론 지금은 남편과 성관계도 능숙하게 가질 정도로 그 콤플렉스는 많이 극복했지만, 이젠 한술 더 떠 아무리 그래도 사춘기 의붓아들이 옆자리에 뻔히 있는데도 잠옷가운을 그대로 벗어던진채 욕실로 향하는 것이다. 순간 좀 얼떨떨해진 태광이 캐롤라인의 그런 뒤태를 멍하니 바라보고 캐롤라인은 이미 욕실로 들어간 상태다.

 태광의 집에 욕실은 태광의 방과 혁봉과 캐롤라인의 침실 그 가운데 위치해 있다. 그리고 태광의 방이 문을 열면 바로 욕실로 향하게 되는 구조인것과 달리 혁봉과 캐롤라인의 침실은 태광의 방의 두배정도 되는 큰 방인데 방문이 거실로 향하는 문과 욕실쪽으로 향하는 문 두군데 있다. 캐롤라인은 지금은 당연히 방에서 나와 욕실로 향하게 되는 문쪽으로 나갔고, 태광의 방과 혁봉-캐롤라인 내외 침실의 거리는 욕실을 사이에 두고는 세발자국 정도 거리다. 다만 태광은 캐롤라인이 목욕을 하는동안 조용히 침대에 누워있다. 역시 캐롤라인과 아빠와 함께 살게된지 얼마되지 않았을때쯤 하필 욕실에서 막 나오는 캐롤라인과 마주쳤을 때 그때 기겁을 하며 ‘살려달라’는 듯 비명을 지르던 그 캐롤라인을 기억하고 있는 태광이 아닌가. 무엇보다 그땐 태광은 캐롤라인의 발작증상이나 무모증에 대해선 전혀 몰랐을 때. 그런 상황에서 행여 아버지 혁봉이 이 상황에 대해 무슨 오해라도 하면 어쩌나 그 걱정까지 되어 눈앞이 캄캄했었다. 허나 아버지 혁봉은 ‘새엄마를 이해해 달라’며 다음날 태광을 오히려 위로했고, 여하튼 그런 에피소드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태광인지라 캐롤라인이 목욕을 마칠때까지는 그냥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기로 했다.

 “ 태광... ”

 헌데 침대에 누웠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든 것 같은데 욕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잠결에 뭘 잘못들었나 싶기도 했는데, 다시 캐롤라인의 말소리가 들렸다.

 “ 태광...방에 있어요 ? ”

 의아해서 대충 욕실쪽을 보니 욕실문도 반쯤 열어놓고 밖을 향해 뭐라고 말하는듯한 캐롤라인.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내 새팬티좀 가져다줄래요 ? ”

 “ 네 ? ”

 “ 내 새 팬티좀 가져다 달라구요. 갈아입어야 하니까. ”

 이런것도 변화고 콤플렉스 극복으로 봐야하는것일까. 무모증 때문에 남편 앞에서조차 속옷을 못 벗던 캐롤라인이 이젠 아예 사춘기 의붓아들한테 갈아입어야 하니 새팬티를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팬티가 있는 옷장서랍 위치까지 가르쳐주면서. 그래서 결국 태광이 덤덤하게 캐롤라인이 입을 새 팬티를 가져다준다.

 “ 태광... ”

 그리고 잠시후 팬티는 새로 갈아입은 상태로 잠옷은 아까 벗어던지고 가버렸으니 그것을 입기위해 방으로 들어온 캐롤라인. 당황한 태광이 고개를 살짝 돌린다. 이미 주섬주섬 가운형 잠옷을 챙겨입고 있는 캐롤라인은 그러면서 태광에게 말을 건넨다.

 “ 나...한번만 안아줄래요 ? ”

 “ 예 ? ”

 “ 심심해서 그래요. 그러니 한번만 안아줘요. ”

 심심한것과 안아달라는게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것인지, 게다가 캐롤라인도 이젠 한국말이 그리 서툴다고 할수도 없는데 어느덧 팔을 뻗어 안아달라는 시늉을 해보는 캐롤라인. 태광이 다가가자 캐롤라인은 그런 태광에게 입을 맞추며 이와같이 말한다.

 “ 고마워요 태광... ”

 “ ...... ”

 “ 그리고 사랑해요. ”

 자신에게 그동안 잘해줬으니 그에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런 말을 하는것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을것이라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캐롤라인의 의미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침대에 다시 나란히 누운 두 사람. 헌데 캐롤라인이 다시 입을 연다.

 “ 헌데 태광... ”

 “ 네, 새엄마. ”

 모처럼만에 캐롤라인을 다시금 ‘새엄마’라 부른 태광. 괜시리 입이 헤 벌어진다.

 “ 태광은 혹시 어떻게 생각해요 ? ”

 “ 뭐를요 ? ”

 “ 사실...아빠하곤 이미 이런 이야기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태광에겐 한적이 없어서.

 ”

 “ ??? ”

 “ 저 사실...태광씨 아빠 아이 낳을생각 없어요. 태광씨 동생 낳을 생각 없다구요.

 ”

 재혼가정의 경우 행여 후처가 아이를 낳았을 경우 전처소생을 구박하거나 소홀하게 대할까봐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 정도는 태광도 들어본적이 있을 것이다. 헌데 하필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는 캐롤라인의 의도를 알 수 없어 태광은 의아해진다. 사실 캐롤라인이 ‘아이를 낳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는 따로 있고 그 이유를 혁봉에게는 이미 여러번 고백했지만 태광은 아직 모르고 있다.

 “ 제 유전병 때문에도 그렇고... ”

 발작증상과 무모증. 행여 그 증상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유전되면 어쩌나. 그 걱정을 하고있는 캐롤라인. 이런식으로 말하니 태광도 대충 그 이유를 짐작할 것 같다. 헌데 캐롤라인이 갑자기 슬픈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 헌데 태광...저 그러면... ”

 “ ??? ”

 “ 이 다음에 태광 아버지 먼저 돌아가시면 저 혼자 되는거잖아요. ”

 결국 그때일을 걱정하는것인지. 폴란드 출신이니만큼 한국처럼 무슨 자식이 부모를 모신다던가 그런 문화는 잘 없을텐데, 그런데도 어쨌든 이 다음에 자신의 아이도 없이 혼자될 때 걱정을 벌써 하고 있는것인지. 캐롤라인은 새삼 자신의 노후가 걱정되는 듯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 태광... ”

 울상이 되어있는 캐롤라인의 눈물을 태광이 닦아준다. 지금 캐롤라인이 하고 있는 깊은 고민을 고등학교 1학년 학생 권태광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지. 일단은 젊고 이쁜 새엄마 캐롤라인의 울상짓는 얼굴이 애처로와보여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없이 입맞춤을 해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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