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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오마이걸 미미 (6)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외국인 새엄마 2





 한시간이 좀 넘는 분량의 예능프로라도 실제 녹화를 진행하다보면 실제 방송시간의 그 두세배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캐롤라인이 출연한 ‘OOOOO’의 녹화도 세시간 넘게 진행이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녹화가 다 마무리 되고나서 캐롤라인은 많이 지쳐있었다. 다른 여성 외국인 출연자 두명이 다가와서 캐롤라인을 격려하고 위로해주기도 했지만 캐롤라인은 많이 지친 상태였다. 헌데 녹화가 마무리되고 출연진과 제작진이 다 스튜디오를 빠져나갈때까지도 캐롤라인이 자신이 있던 스튜디오 ‘1단계 좌석’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스튜디오 셋트도 치워야 하니만큼 계속 그 자리에 있을수는 없는데 걱정이 된 태광이 다가가보았다.

 “ 새엄마...캐롤라인...왜 그러세요 ? 어디 아파요 ? ”

 이따금 발작증세를 일으키는 캐롤라인임을 아는 태광이 아닌가. 그래서 걱정이 되어 다가가본것이고 캐롤라인은 일단 자신을 좀 부축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태광이 캐롤라인을 부축해 스튜디오를 겨우 빠져나갔는데 캐롤라인은 자신을 화장실에 데려달라고 했다. 헌데 캐롤라인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와 세면대앞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걱정되는 태광이 하는수없이 여자 화장실임에도 불구하고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 어머, 뭐에요 ? ”

 화장실에 불쑥 남자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마침 들어오던 여자가 깜짝 놀랐다. 하필이면 바로 함께 녹화를 했던 일본인 여성 출연자이기도 했다. 일단 태광이 급해서 양해를 구했다.

 “ 죄...죄송합니다. 좀...미안합니다. ”

 미안하다는 사과를 거듭하고 캐롤라인을 감쌀 수밖에 없는 태광. 마침 또다른 외국인 여성 출연자였던 러시아 여성도 화장실로 들어오는데 캐롤라인의 그와같은 모습을 보고 걱정되어 다가왔다.

 “ 왜 그러세요 캐롤라인 ? 어디 아픈거에요 ? ”

 계속 여성 출연진과 제작진들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자 안되겠다 싶은지 태광이 캐롤라인을 데리고 화장실을 나갔다. 그리고 방송국안에 자신들이 녹화를 한 스튜디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화장실로 갔다. 어차피 방송국 안엔 다른 사람도 많고 다른 스튜디오도 있고 하니 무엇보다 캐롤라인은 유명인사도 아니고 오늘 방송을 처음 해본 여자에 불과하니 멀리 떨어진 화장실에 있으면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괜찮겠지 해서 그녀를 자신들이 프로그램을 녹화한 스튜디오에서 멀리 떨어진곳에 있는 화장실로 데려간 것이다.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한참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구토까지 한 캐롤라인. 조금 진정이 되는 듯 싶어 태광이 데리고 나왔다. 허나 캐롤라인은 아직도 거동을 하거나 하긴 쉽지 않아보여 저쪽 대충 빈공간에 있는 의자로 데리고 가 보았다. 헌데 캐롤라인이 현기증을 느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 으...으... ”

 겨우 정신을 좀 차리긴 했지만 신음소리를 내고있는 캐롤라인. 얼굴은 이미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 무엇보다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켜서는 안되겠기에 태광은 임기응변으로 캐롤라인의 얼굴을 자신의 다리 아래사이로 숨겼다. 자신이 의자에 앉은채로 다리를 벌려 그 안에 캐롤라인의 얼굴을 숙이게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캐롤라인은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 어머, 저 사람들 뭐야 ? ”

 먼발치에서 보면 아무래도 남자와 여자 한쌍(?)같긴 한데 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오해하기 십상이었다. 웬 젊은 남자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여자를 자신의 다리 아래사이에 파묻고는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다리 아래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며 요동치는 여성. 대체 이 해괴한 장면을 어찌 해석(?)해야 하는가. 그나마 자신들이 프로를 녹화한 스튜디오에서 멀리 떨어진곳이라 세시간 넘게 함께했던 출연진이나 제작진에게 그 모습이 들키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해야할 판이다.

 “ 캐롤라인, 캐롤라인. ”

 한참만에 정상으로 돌아온 캐롤라인을 부축해서 태광은 방송국을 빠져나가려 했다. 허나 이런 모습의 캐롤라인이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가기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태광은 지하철을 이용 집으로 가기로 했다. 다행히 태광의 사는 아파트 단지가 자신들이 사는 동네 지하철역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이고 방송국에서 지하철역까지도 그리 멀지는 않은곳이라 이동하는데 큰 불편은 없는 상황이다.

 헌데 그렇게 방송국을 막 빠져나가려는데 누군가가 다급하게 그들을 불렀다. 태광은 행여 귀찮은 상황이 발생하면 곤란할 것 같기에 더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려 했으나 이미 그네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서 누군가가 뛰어오고 있었다.

 “ 저기, 캐롤라인. 이거 잊고 가셨잖아요. 이거 가져가셔야 하는데... ”

 캐롤라인이 출연한 예능프로는 이긴팀에게는 ‘한우세트’가 부상으로 주어진다. 오늘 캐롤라인은 1단계에서 한문제도 맞추지 못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외국인팀’의 승리였기 때문에 외국인 출연자 열명 전원에게 한우 한세트가 주어진 것이다. 허나 태광과 캐롤라인은 그 부상품을 챙길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대로 스튜디오에서 나와 방송국을 떠나려 한것인데, 캐롤라인이 한우세트를 두고간 것을 뒤늦게 안 제작진 한명이 황급히 달려온 것이다.

 “ 한참 찾았잖아요. 난 또...이걸 두고 그냥 가신거면 어떡하나 해서... ”

 캐롤라인의 상태 때문에 일부러 스튜디오에서 멀리 떨어진 화장실에 그녀를 데려갔고, 그 근처에 있는 의자에서 대충 앉아 캐롤라인을 진정시켜보려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것이기 때문에 제작진이나 출연진은 캐롤라인이나 태광이 그쪽에 있을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한참을 자신들이 녹화를 한 스튜디오 근처쪽을 찾아본 것이다. 그러다 한참만에 혹시나 해서 먼곳까지 와본 제작진 한명이 그제서야 캐롤라인을 발견하고는 달려와서 한우세트를 건네준 것이다.

 “ 감사합니다. 잘 먹을께요. 그럼 이만. ”

 하지만 어차피 지체할 수는 없는 일이라 태광이 한우세트만을 받아든채 감사인사를 건네고 바로 자리를 뜨려 했다. 헌데 캐롤라인의 몰골이 뭔가 심상찮음이 느껴져서인지 제작진이 결국 걱정되는 듯 물었다.

 “ 헌데 캐롤라인 어디 아픈거에요 ? ”

 캐롤라인의 인상이 뭔가 식은땀에 젖기도 하고 심상찮아 보이는 느낌이었고, 사실 아까 스튜디오를 떠날때도 캐롤라인의 분위기가 뭔가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느껴졌기에 거듭 걱정이 되어 이와같이 물은 것이다. 태광이 해명삼아 답한다.

 “ 저희 새엄마가 좀 피곤하신가봐요. 어서 이만 집으로 가봐야할거 같아요. 오늘 즐

  거웠습니다. 한우는 감사히 잘 먹을께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

 그리고는 서둘러 방송국을 빠져나가는 태광과 캐롤라인. 태광과 캐롤라인이 새엄마와 의붓아들 사이란 것은 제작진도 알고 있고 태광의 부축을 받으며 방송국을 떠나는 캐롤라인을 제작진이 뭔가 걱정되는 모습으로 지켜본다.





 “ 으으...으으... ”

 사실 방송국에서 상황이 대충 진정이 된 것 같아서 혹시 그래도 모르고 위험하기도 해서 전철을 타고 귀가하기로 한 것인데 전철안에서 캐롤라인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하는수없이 다른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해 캐롤라인을 빈자리에 앉게하고 그녀의 상태를 계속 살폈다.

 “ 왜 그러세요 아주머니 ? 어디 아파요 ? ”

 캐롤라인에게 자리를 내어달라고 할 때 ‘새엄마’란 표현을 이미 태광이 했기에 다른 승객들도 그녀가 결혼을 한 사람이라는 것은 인지를 하고 그와같이 물은것인데 태광은 일단 거듭 양해를 구했고 캐롤라인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인채 손을 내젓고 있었다. 태광이 급히 캐롤라인의 상체를 몸으로 가려주었다. 사실 태광이 지금까지 캐롤라인의 발작증상을 목격을 안한것도 아닌데 (* 캐롤라인이 혁봉과 결혼한지는 어느덧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잘 없었던 것 같아서 태광도 당혹스러워졌다. 발작증상이 한번 있고나서 보통은 그치고 한참동안은 그냥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그런식이었지 발작증상이 멈추고나서 몇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런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오늘 방송녹화에서 너무 무리를 한 것이 아닌가 그런 걱정도 들고, 여하튼 퀴즈문제를 풀어야 하는 프로에서 게다가 네문제 다 틀리기도 했고 실수도 몇 번 범했다고 할수 있는지라 그로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던것인가 걱정이 되었다. 일단 전철안에서 그렇게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고 무사히 캐롤라인을 집으로 데려올수가 있었다. 한편 원래 방송국으로 향할 때 몰고갔던 차는 주차장에 두고왔던터라 내일 아버지가 퇴근하시는 길에 차를 가져오기로 했다.

 “ 여보, 왜 그래 ? 괜찮은거요 ? ”

 캐롤라인을 데리고 집으로 오면서 태광이 미리 전화를 했기 때문에 혁봉도 불안한 마음에 손수 아파트 단지 정문앞까지 나가 아들과 함께 캐롤라인을 데리고 왔다. 다행히 상태는 그런대로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캐롤라인은 집으로 돌아와서는 방 침대에 엎드려 한참을 서럽게 울고 있었다. 이래저래 걱정이 되는 모습으로 혁봉이 묻는다.

 “ 여보, 왜 그래 ? 방송출연을 하고 왔다더니만 거기서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 ”

 “ 아뇨, 그런건 아니지만... ”

 흐느끼는 가운데서도 그래도 조금은 진정이 되는지 가까스로 입을 여는 캐롤라인. 혁봉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여보, 전 솔직히... ”

 “ 말해봐요 여보. ”

 “ 저도...당신이 해온 이야기처럼 더 이상 세상을 피해 숨지 않고 세상앞으로 당당히

  나가고 싶은 그런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블로그 활동도 해보고 그러다 방

  송출연 섭외까지 들어와 나가보고 그랬던건데... ”

 이따금씩 일어나는 발작증상과 또다른 신체적 콤플렉스. 바로 그런점 때문에 ‘은둔형 외톨이’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급적 세상과 사람들을 피해 그런식으로 살아왔고 또 그러기를 바랬던 캐롤라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폴란드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런 먼곳까지 가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한국인 남자 권혁봉을 택한 그런 캐롤라인이기도 하지 않는가. 그러나 막상 한국으로 와서는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고 한국말도 서투르니 밖으로 나갈일도 거의 없지만 되려 그래서 우울증 내지 향수병 같은게 도지기도 했던 캐롤라인. 바로 그런 가운데 시작했던 블로그 활동 아닌가. 자신의 콤플렉스때문에 세상을 피했지만 오히려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세상앞에 당당히 나가고 싶은 그런 마음도 분명 있었던 캐롤라인. 여하튼 오늘 방송출연은 무사히 마쳤지만 너무 무리를 했다면 무리를 했다고 볼수도 있어서인지 정작 녹화가 다 끝나고는 집으로 돌아올때까지 제법 긴 시간 발작증세 증후를 보이기도 한 캐롤라인. 그것도 이례적으로 제법 긴 시간이었다. 방송국에서 그래도 태광이 진정을 시켜주는 가운데 상황이 안정되어가는 듯 하더니 전철안에서 다시 그런 증상이 나타났던 것 아닌가. 그래서일까. 캐롤라인은 자신은 결국 ‘어쩔수 없다’는 그런 자괴감이 든 것이다.

 “ 제가...잘못한걸까요 여보 ? ”

 “ 그...어쨌든 방송국에서 별일은 없었던게요 ? 가령 뭐 녹화중에 실수를 했다던가

  아니면 녹화중에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던가. ”

 만약 방송녹화중 그런일이 벌어졌다면 그것은 진짜 큰일 아닌가. 무엇보다 캐롤라인의 발작증상을 해당프로 출연진은 물론 제작진까지 결코 적다고 할수 없는 사람들이 그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 게다가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경우엔 함께 다니는 매니저,코디등도 현장을 보게 되었을것이고. - 허나 일단 그것은 아니라서 캐롤라인은 손을 내젓는다.

 “ 발작은 녹화 끝나고 시작되었어요. 게다가 태광이 절 보호해줘서 사람들한테 들킬

  일은 없었지만... ”

 “ 그럼 왜 ? ”

 “ 여하튼...제가 오늘 실수가 많았던 것 같아서. ”

 굳이 말하자면 대한민국 국회의원 정수를 3천명으로 답했다던가 이주일 사진을 보고 노회찬이라고 말했다던가 그런것들도 다 실수라면 실수라고 할수 있는것들이다. 허나 어차피 재미를 위해 만든 케이블 예능프로고 해당프로 취지 자체가 한국인보다 한국인을 잘 아는 그런 외국인들을 출연시켜 대결을 펼치는 그런 것 아닌가. 따라서 그런 프로에서 출연하는 외국인들이 각자 어떤 정보나 지식의 오류로 자잘한 실수를 범하는것도 쏠쏠한 재미이기도 한 그런 프로이기도 하다. 허나 발작증상이 있어 세상을 기피하는 캐롤라인으로선 그런 실수들 마저도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고, 이래저래 모든 것이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 이례적으로 제법 장시간 이런 발작증상이 나타난 것 같다. 게다가 혁봉은 어차피 해당프로에 대해서 (어차피 재미를 위주로 만드는 예능프로그램이란 점) 아는바가 거의 없기때문에 겸사겸사 걱정이 되어 아들 태광을 조심스럽게 부른다.

 “ 대체 오늘 무슨일이 있었던게냐 ? ”

 태광은 일단 오늘 녹화중에 있었던 일들을 비교적 세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퀴즈에서 캐롤라인이 범한 오답실수까지도. 한국사정을 잘 모르는 캐롤라인이 충분히 범할수 있는 실수이긴 하지만, 혁봉이야 어차피 해당프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한숨을 내쉬며 이와같이 말한다.

 “ 여하튼 앞으로 그런 프로 섭외같은게 들어오면 삼가는게 좋을거 같구나. 게다가

  그런 프로에 한국말도 잘 모르는 새엄마를 출연시키다니 그건 아무래도 아니었던

  것 같다. ”

 애초 혁봉은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었는데 태광이 거듭 난리를 치고 고집을 피워 결정한 방송출연이 아니던가. 그래서 혁봉이 거듭 아들 태광을 나무라게 된 것이다.

 “ 게다가 난 하필 니가 굳이 그런 프로에 나가는 것을 그리 고집을 피워 주장한 것

  도 이해가 안가. 혹시 겸사겸사 너도 그냥 방송국 구경이나 하고싶어 그랬던 것은

  아닌지... ”

 그런 마음이 있었던것도 분명 사실인지라 태광은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있고, 그런 아들을 보며 혁봉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 여하튼 너희 새엄마는 아직 한국말도 서툴고 한국 지리나 문화도 서툰 그런 사람

  이야. 그런 사람에게 퀴즈프로 출연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지. 아무리 예능이나

  오락프로가 재미로 만드는것이라고 해도 말이야. ”

 해당프로를 본적은 없는 혁봉이지만 그래도 오락프로나 예능프로의 성격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은 아닌지라 이와같이 말하는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봉의 생각엔 오늘의 방송출연은 아무래도 잘못된 결정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에 거듭 이런말을 하는 것이다. 아들 태광을 나무라는 이야기를 그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다시 혁봉은 자기방으로 돌아와 아내의 상태를 살펴본다.

 “ 좀...괜찮아 ? ”

 “ 여보...전 솔직히... ”

 그래도 지금은 좀 진정이 되었는지, 다만 밤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잠은 이루지 못한채 그냥 침대에 누워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캐롤라인. 그래도 그 사이 어느덧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할건 다 한 상태다. 다만 여전히 어떤 망연자실함과 허무함 또 자신에 대한 자책감과 자괴감도 느껴지는 시간들인지라 말없이 허공만 바라보고 있던 캐롤라인이다. 남편 혁봉을 보며 그녀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전 그냥...정말 모처럼 제가 세상을 향해 당당하고 떳떳하게 나갈수 있는 그런 기

  회를...계기를 만들고 싶었을뿐이에요. ”

 “ 그래도 이런 방송프로...그것도 그런 퀴즈프로를 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

  소. 나도 당신이 언제까지 세상을 피하고 사람을 피하며 이런식으로 사는 것은 바

  라지 않지만...세상에 당당히 나가는 방식은 꼭 그런 방식만 있는것도 아니지 않소.

  당신이 정히 그런 것을 원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도록 해요. 세상을 향해 당당

  히 나설수 있는...다른 방도를 찾아보도록 합시다. ”

 캐롤라인의 손까지 잡아보며 격려하듯 말하는 혁봉. 허나 뭔가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캐롤라인은 별다른 대꾸가 없다.





 “ 벗어... ”

 “ 여보... ”

 “ 허허...벗으래두 그러네 ? ”

 “ 여보...제발... ”

 “ 허허...참...그게 그렇게도 힘들다는 소린가 ? ”

 “ 여보...제발 이것만은... ”

 “ 당신도 어차피 언젠가는 극복해야할 문제야. 그러니 어서 벗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구. ”

 “ 여보... ”

 “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당신만 점점 더 힘들어질뿐이야. 그러니 더 이상 부끄러워

  하지 말고 어서 벗어요. ”

 밤늦은 시간. 강력히 요구하는 남편 권혁봉 앞에서 애원하는 캐롤라인의 눈빛은 그저 애처롭고 처량해보일뿐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캐롤라인은 거듭 남편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고, 그런 캐롤라인을 혁봉은 딱하다는 듯 지켜본다.

 “ 방송출연까지 한 사람이 이건 못하겠단 소린가 ? 솔직히 난 이게 더 이해가 안

  가. ”

 “ 여보... ”

 하긴 지금 이 문제는 가령 방송국 케이블 예능프로에 출연한다던가 블로그나 SNS 활동을 인터넷에서 하는것과는 또 전혀 성격과 차원이 다른 문제일수 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도 아닌 남편앞에서 조차 못 하는 캐롤라인. 이 태도는 솔직히 혁봉도 정말 이해가 안 간다. 허나 어찌보면 진심으로 아내를 위하는 마음으로 이 고비를 극복해내기를 바라는 지극한 마음일수도 있다. 여하튼 거듭되는 혁봉의 요구에 캐롤라인도 더는 버티기 힘든 듯 팬티를 벗어내리는듯한 시늉을 보인다. 순간 ‘이제 드디어 됐다’는듯한 심정으로 혁봉은 꿀꺽 침을 삼키고, 어찌보면 사뭇 기대하는듯한 눈빛마저 이는데 그렇게 살짝 팬티를 내리려는 듯 하던 캐롤라인은 끝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주저앉고 만다.

 “ 안돼요 여보. 흑흑~~~!!! ”

 그리고는 다시 흐느끼는 캐롤라인. 혁봉이 탄식을 하며 다가온다.

 “ 미안해 여보. ”

 “ 이건 못하겠어요. 정말 이건 못하겠다구요. 엉엉~~~!!! ”

 그러면서 울음을 터트리는 캐롤라인을 달래주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혁봉 역시 그런 아내에 대한 안타까움이 샘솟는다. 아내를 달래 침대로 데려오면서 혁봉의 말이 이어진다.

 “ 정말 그게 그렇게 안 되겠나 ? ”

 캐롤라인이 살며시 고개를 흔들고 그런 아내의 모습은 사뭇 귀엽고 깜찍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금 그런것에 신경쓸 상황은 분명 아니다.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며 남편의 말이 이어진다.

 “ 거듭 말하지만 당신도 이 문제는 언젠가 극복해야 하는 문제야. ”

 “ 여보... ”

 “ 정말 그게 그렇게 수치스럽나 ? 남편인 나에게조차 보여주기 힘들정도로. ”

 말없는 캐롤라인. 마치 ‘그걸 몰라서 묻느냐’는듯한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고 혁봉이 그런 캐롤라인을 한번 사랑스레 감싸안아준다.

 “ 여보... ”

 “ ...... ”

 “ 난 진심으로 당신이 이 고비를 이기길 바래. ”

 대꾸가 없는 캐롤라인. 혁봉의 말이 이어진다.

 “ 거듭 말하지만 이건 아이를 갖는다던가 성관계를 갖는다던가 하는 그런 문제하고

  는 전혀 다른 문제 아닌가. ”

 “ ...... ”

 “ 당신의 신체적 콤플렉스...차마 남편앞에서도 보여주지 못하는 그것을... ”

 캐롤라인의 등과 어깨를 한번 쓰다듬어주는 혁봉. 솔직히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내의 육체다. 허나 이런 아내를 안아볼수는 있어도 관계는 갖지 못하는 상황. 혁봉 입장에서도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일것이 분명하리라.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아내 캐롤라인 아닌가. 혁봉은 그저 아내가 이런 콤플렉스와 그로인한 수치스러움을 극복해내기를 바라는것일뿐 다른뜻은 없다. 오히려 아들 태광의 문제 떄문에라도 아이를 갖기 원하지 않는 혁봉이니 그런 혁봉의 입장에선 캐롤라인의 상황이 차라리 나은 것일수도 있을텐데, 여하튼 아내를 품에 안은 상황에서 혁봉의 심경도 그저 복잡하기 그지없을 따름이다.

 “ 당신이 극복할수 있기를 바래. 남편에게 당당히 그 모습을 드러낼수 있기를 난 그

  걸 바랄뿐이야. ”

 혁봉의 이런 설득의 말이 늘상 있어왔지만 가슴속에서 맴도는 그러한 남편의 말에도 쉬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캐롤라인. 그렇게 혁봉과 캐롤라인 내외의 밤은 1년이 넘는 시간을 이어져왔다.

 어떤 희뿌연 안개같은게 서린 분위기. 태광이 그런 공간을 거닐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있는곳이 집안같기도 하고 다른 낯선 공간 같기도 한데 대체 자신이 어디에 있는것인지 쉽게 가늠도 안 되고 판단도 안 되는 그런 상황. 헌데 그런 뿌연 안개 사이에서 누군가가 보였다. 마치 언젠가 그 날처럼.

 “ 헉~~~!!! ”

 희뿌연 안개속에 서 있는 것은 다름아닌 캐롤라인이었다. 허나 놀란 것은 그렇게 서 있는게 캐롤라인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번에도 한번 그런일이 있었는데 마치 임신이라도 한듯한 모습으로 임산부복을 입고 서 있는 캐롤라인. 볼록나온 배를 감싸고 있는 임산부복이 배 아래까지 내려와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아래 쭉 뻗은 캐롤라인의 양 다리. 볼록나온 배와 늘씬한 두 다리가 미묘한 대조를 이루기까지 한다. 순간 당황한 태광이 뒷걸음질 치는데 캐롤라인이 다가오고 있다.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지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산부 같은 모습을 하고있는 캐롤라인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태광을 어느새 양팔로 감싸 안으려고까지 하는데.

 “ 헉~~~!!! ”

 그러다 깼다. 꿈이었다. 어느덧 날이 밝아 아침이 되었는데, 언젠가도 이런 비슷한 꿈을 꾸었는데 또다시 이런 꿈을 꾸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간다.

 젊은 외국인 새엄마 캐롤라인에겐 확실히 호감을 갖고 있었던 태광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따금 발작증세를 일으키는 그녀의 상황을 알고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해 그녀를 더더욱 감싸주고 보호해주려고 하기까지 했던 태광이다. 헌데 그런 문제와 별개로 이따금씩 꾸게 되는 이런 꿈의 내용과 의미는 정말 이해가 안간다. 그렇다고 무슨 캐롤라인이 야한 옷차림새를 하고 다가온다던가 또는 그녀와 성관계라도 갖는듯한 그런 꿈이라면 또 모를까, 캐롤라인은 꿈속에서 늘상 그런 임신한 상태의 여인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임산부복을 입은 캐롤라인의 모습. 솔직히 태광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임신한 여자의 모습을 본적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데서 딱히 섹시하다던가 성적인 느낌을 받지는 않았었다. 오히려 임신을 하고 불편해보이는 여인의 모습에서 그 근처에서 행동거지를 조심하려 한다던가 그런적은 있어도. 헌데 그런 태광에게 그것도 임신을 한 젊은 새엄마 캐롤라인이 나타나는 꿈을 이따금씩 꾼다니. 대체 이런 심리는 어찌 해석하면 좋단 말인가. 여전히 방금전 꿈의 여운을 쉽게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태광. 캐롤라인이 방안에 들어온 것이 그때였다.

 “ 태광... ”

 “ 허헉~~~!!! ”

 캐롤라인이야 학교갈 시간이 되었으니 여느때처럼 아들인 태광을 깨우러 온것이겠지만 조금전 꾼 그 이상한 꿈 때문에라도 캐롤라인을 쉽게 쳐다보지 못하고 있는 태광. 당황한 얼굴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태광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캐롤라인은 그저 평범한 아줌마 같은 목소리로 말한다.

 “ 뭐해요 태광 ? 학교갈 시간 다 되었는데 ? ”

 “ 네 ? 네...일어나야죠. ”

 어찌보면 좀 허무하고 허탈한 순간이기도 하다. 간밤에 꾼 꿈의 의미야 어찌되었건 그런대로 야릇한 분위기로 나타났던 꿈속의 캐롤라인.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에서의 새엄마로 대면하게 되는 그녀가 아닌가. 꿈과 현실의 차이에서 느끼는 묘한 괴리감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현실에서도 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어떤 아쉬움이라고나 할까. 심지어 차라리 방금전 꾼 꿈을 마저 다 꾸었으면 하는 아쉬움까지 일 지경이다. 학교에 가야할 시간이 되었으니 한가하게 그럴수는 없는 일이지만, ‘어서 일어나라’는 캐롤라인의 재촉하는 말에 태광은 결국 아쉬움을 내려놓고 욕실로 향한다.



-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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