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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오마이걸 미미 (3)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외국인 새엄마 2





 밤늦은 시간. 이상한 신음소리 같은게 들리는 것 같아서 혁봉이 잠에서 깼다. 헌데 옆자리에 있어야할 아내 캐롤라인이 보이지 않았다. 의아해서 불을 켜보니 캐롤라인이 방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뭔가 무척이나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혁봉과 캐롤라인 내외의 안방은 2인용 침대 하나를 들여놓고도 방문 뒤쪽에 옷장 하나를 더 들여놓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넓은 방인데, 그 넓은 빈공간 한쪽에 캐롤라인이 웅크리고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불을 켰길래 망정이지 어둠속이었다면 혁봉이 캐롤라인을 보지 못했을수도 있다.

 “ 여보...캐롤라인...왜 그래 ? ”

 놀란 혁봉이 달려가보는데 오지 말라는 듯 캐롤라인이 손을 내젓는다. 그리고 이와같이 말한다.

 “ 으으...부우...부우... ”

 “ 응 ? 뭐라고 ? ”

 한국말인지 폴란드말인지 발음조차 제대로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이상한 소리를 내고있는 캐롤라인. 그러다 한참만에 고통스럽게 손을 겨우 뻗어 형광등 불을 꺼달라는듯한 시늉을 해보인다. 여전히 고개는 아래로 푹 숙이고 있는채 ‘불을 꺼달라’는듯한 시늉을 계속 해보이는 캐롤라인. 아내의 마음을 알겠는 듯 일단 혁봉이 불을 끈다. 그리고 방 한구석에서 한참을 고통스럽게 신음하던 캐롤라인은 그제서야 진정이 되는 모습을 보인다. 허나 침대로 돌아오진 않은채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한바탕 흐느끼는 캐롤라인. 걱정되어 혁봉이 다가가본다.

 “ 여보...캐롤라인...괜찮은거야 ? ”

 아까 ‘방의 불을 꺼달라’는 손짓을 하기도 했으니 불은 켜지 않은채 그런 상태로 캐롤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혁봉. 하긴 어둠속이니 이런 상황에서 캐롤라인의 인상이나 분위기를 자세히 살펴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더욱 걱정되는 목소리로 혁봉은 아내를 불러본다.

 “ 여보. 괜찮아요 ? 어디 아프기라도 한거야 ? ”

 “ 미안해요... ”

 “ 응 ? 뭐라고 ? ”

 “ 미안해요 혁봉...흑흑흑흑~~~!!! ”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는 바닥에 엎드린채 한참을 계속 흐느끼는 캐롤라인. 한편 혁봉은 혁봉대로 심경이 복잡하기라도 한지 크게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일단 아내는 그대로 놓아두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자기 혼자 침대로 돌아온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때쯤에 캐롤라인이 침대로 돌아오긴 했다. 허나 한숨을 내쉬며 겨우 침대에 걸터앉은 캐롤라인은 자신의 얼굴이머 머리를 매만져보며 뭔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안되겠다 싶은지 갓전등불이라도 켜보는 혁봉.

 “ 미안해요 혁봉... ”

 “ 미안하기는...대체 뭐가 그렇게 미안하다는건데 ? ”

 일단 아내를 달래주긴 해야겠다는 듯 이런식으로 거듭 말을 건네는 혁봉인데 캐롤라인은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래도 울음은 그친 것 같은데, 무안하기라도 한지 캐롤라인은 욕실로 가서는 세수라도 대충 하고 돌아온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캐롤라인이 다시금 이와같이 말을 건넨다.

 “ 제가 참...이기적인 여자였죠 ? ”

 “ 무슨소리야 그건 또 갑자기 ? ”

 밑도끝도 없이 알 수 없는 소리만 계속 내뱉는 캐롤라인으로 인해 혁봉은 더더욱 의아해질 수밖에 없고 캐롤라인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 제가 이런 몸으로 결혼을 해선 안되는거였는데...그런데 제가 너무...제 생각만 한

  것 같아요. 아무튼 한국이란 나라는 멀리 떨어진 나라고... ”

 나름의 어떤 상처가 있어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런 먼곳까지 가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었다는 캐롤라인. 바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차에 만난 한국남자 권혁봉. 그래서 이혼남이든 뭐든 개의치않고 그와 함께 폴란드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이란 나라로 가서라도 살고 싶다는 그런 판단을 했던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캐롤라인은 지금 새삼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이기적인 여자’였던 것 같다는.

 “ 캐롤라인... ”

 그런 캐롤라인을 감싸 안아주는 혁봉. 그리고 아내의 손을 사랑스레 잡아주며 말을 이어간다.

 “ 다른 생각은 하지 말아요. 다른건 몰라도 난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으니까

  ... ”

 “ 정말...이요 ? ”

 적어도 남편의 이런 말만큼은 진심으로 느껴져서일까. 캐롤라인은 마치 어둠속에서 희망의 빛 한줄기라도 본듯한 여인의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고 있다. 눈물은 세수할 때 거의 다 닦은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몰라 그녀의 눈자위를 닦아주는 시늉을 해보이기까지 하는 혁봉. 이런 남편의 세심한 신경씀에 감격해 다시 눈물이 날 지경이다. 허나 불을 끄고 다시 잠자리에 누은 상태에서 캐롤라인은 다시 이런말을 꺼낸다.

 “ 당신...아직 모르죠 ? ”

 “ ??? ”

 “ 제가 얼마나 무섭고 흉측한 여자인지를... ”

 “ 그게 무슨 당치도 않은 소리야 ? ”

 캐롤라인이 무슨 빼어난 미인이라고까지는 할수 없지만 그런대로 호감이 갈만한 그 정도 수준의 외모를 가진 여자다. 오똑한 콧날과 짙은 푸른눈. 거기에 매끄럽고 보들보들한 하얀 피부까지. 심지어 중학생인 태광이 봤을때도 한번 만져보고 싶거나 깨물어보고 싶은 그런 충동을 느끼기까지 했던 그런 여인이 캐롤라인인데 그런 그녀가 지금 이런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캐롤라인의 말이 이어진다.

 “ 그건 당신도...제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얼굴은 보지 못했으니까 그렇죠. ”

 순간 멈칫하는 혁봉. 별다른 대꾸나 말이 없다. 그런 남편을 살짝 바라보며 캐롤라인의 말이 이어진다.

 “ 당신도 아직은 본적 없죠 ? 제가 발작증상을 일으켰을 때 얼굴을... ”

 일단 조금전 캐롤라인은 무슨 발작증세(?)를 일으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웅크린채 고개를 푹 숙이고 방 한쪽 구석에 있었다. 그리고 놀란 혁봉이 불을 켜자 거의 필사적으로 보일정도로 불을 꺼달라는 시늉을 하기도 했던 캐롤라인. 어쨌든 지금은 대체로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이긴 한데 캐롤라인의 착잡한 음성이 다시금 이어진다.

 “ 솔직히 두려워요. ”

 “ 두렵다니...대체 무슨 그런 당치않은 소리를 계속 하고 있어. ”

 “ 당신도 그렇고...당신 아들 태광씨도요... ”

 “ ??? ”

 “ 제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무섭고 흉측하게 변한 그런 얼굴을 봤을 때...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그리고... ”

 “ ...... ”

 “ 그런 모습을 보고도 혁봉이 절 계속 사랑해줄수 있을지를요. ”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났다. 캐롤라인이 차를 한 대 샀다. 홈쇼핑으로 식품을 구입한다던가 인근 마트에서 간단한 생필품 정도를 구입한다면 모를까 이제 차까지 손수 구입할 정도면 그 사이 한국어 구사실력이 꽤 는 것 같기도 한데, 애초 혁봉에게 종종 이런 고백을 하기도 했던 캐롤라인이다. 원래 어릴때부터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멀리 한없이 달려가보고 싶다’는 바램이 있었다고. 이따금 보이는 발작증세라던가 그런류의 상처가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하튼 그렇게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먼곳에서 살거나 아니면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라도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었다는 캐롤라인. 그 캐롤라인이 아직 지리도 환경도 익숙하지 못한 한국에서 신형차 한 대를 뽑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 캐롤라인이 하루는 혁봉의 아들 태광에게 이와같이 말했다.

 “ 태광... ”

 “ 네, 새엄마. ”

 갑작스러운 캐롤라인의 부름에 이와같이 답한 태광.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나랑 같이 드라이브 안 갈래요 ? ”

 “ 드라이브요 ? ”

 순간 얼떨떨하고 어리둥절해서 되물은 태광인데 그런 태광을 보며 캐롤라인은 이와같이 말한다.

 “ 나...차 산건 알죠 ? 근데 차를 타고 한번 달려보고 싶기는 한데 나 한국 지리는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그러니 태광이 차에 같이 타고 길안내를 좀 해줘요. ”

 한국 지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캐롤라인이 대신 길안내를 해줄겸 같이 가달라는 부탁을 하는것까진 그렇다치고 이쯤되면 캐롤라인의 성격에 약간 ‘다중인격’ 같은 면이 있는 것 아닌가 의심도 된다. 불과 얼마전 한밤중 욕실문 앞에서 태광과 마주치는 바람에 기겁하는 일이 있기도 했고, 남편 혁봉의 앞에서 (어쩌면 자신의 콤플렉스일수도 있는) 발작증세를 보이기도 한 캐롤라인이다. 헌데 그런 캐롤라인이 그런일이 있은후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이렇게 밝고 유쾌하게 태광에게 이런 제안을 할수 있다는 말인가. 어찌보면 자신의 그런 어두운면이나 콤플렉스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더 이렇게 밝게 나오고 있는것일수도 있고. 여하튼 태광도 그리 싫지만은 않은지 그녀의 드라이브 제안에 응하게 된다. 그래서 캐롤라인이 차를 운전하고 그리고 옆자리 조수석에서 태광은 길안내를 하게된다.

 “ 어디 좋은 갈만한데 태광이 가르쳐줘요. ”

 “ 음...그럼...일단 고속도로쪽으로 가죠. ”

 사실 아직 중학생인 태광도 서울 이외의 다른 지역을 멀리 가보거나 한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간간이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본 경험은 몇 번 있긴 한 것 같은데, 그래서 일단 고속도로쪽으로 가는길을 알려주기도 하는 태광. - 게다가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지도검색을 해서 길을 살펴볼수도 있으니 예전에 비해 많이 편리해진 세상이기도 하다. 한 20년전만 같았어도 중학생인 태광이 27세의 젊은 외국인 새엄마 캐롤라인에게 이런 길안내를 한다는 것 그리 쉬운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 새엄마... ”

 고속도로로 한참을 달리다 보이는 휴게소에서 차를 쉬게 된 두 사람. 그런 상태에서 태광이 캐롤라인에게 이와같이 말한다.

 “ 제가 맛있는거라도 사다 드릴까요 ? ”

 그리고는 ‘뭐 먹고 싶은게 있냐 ?’고 묻기까지 하는 태광. 사실 캐롤라인도 혁봉과 결혼한지는 이제 두세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고 혁봉과 교제하던 시간까지 감안하면 한국음식을 접해볼 기회는 그간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허나 그래도 캐롤라인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지 이와같이 태광에게 말한다.

 “ 그냥...빵이나 소세지 같은거 없을까요 ? 아니면 케찹 바른거나 ? ”

 “ 빵이나 소시지요 ? ”

 그런걸 휴게소에서 팔까, 좀 고민이 되긴 하는데 일단 보이는대로 아무빵이나 사드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헌데 빵과 소시지 게다가 케찹까지 포함하면 딱 안성마춤인게 핫도그 아닌가. 그래서 바로 생각이 나 핫도그를 캐롤라인에게 사다준다.

 “ 이게...뭐죠 ? ”

 “ 핫도그요. 처음 보세요 ? ”

 핫도그 유래 자체가 미국인데(* 원래 미국에서 날이 풀리기전 야구장 관객들에게 팔만한 음식이 없을까 연구하다 고안해낸게 핫도그다.) 허나 미국과 유럽은 또 문화가 의외로 다른 부분이 많고 게다가 폴란드는 동유럽권. 그럼 오히려 더 핫도그가 익숙하지 않을수도 있다. 그런 캐롤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단 핫도그를 몇 개 사오는 태광. 캐롤라인이 조심스레 그중 하나를 집어 먹어본다.

 “ 이건...어떻게 먹는거죠 ? ”

 “ 그냥 이렇게 먹는거죠 뭐. 그리고 남은 나무젓가락은 버리고. ”

 그리고는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태광. 캐롤라인이 그 모습을 따라한다. 그런대로 입맛에 맞는지 캐롤라인이 밝은 표정을 짓는다. 어느새 입가에 묻은 케첩자국. 휴지로 태광이 캐롤라인의 입가를 닦아준다.

 “ 태광... ”

 “ 네, 새엄마. ”

 “ 나 바닷가까지 한번 가보고 싶어요. ”

 “ 바다요 ? ”

 폴란드는 북유럽으로 바닷가는 북쪽에 있다. 따라서 내륙지역에서 나고자란 캐롤라인이라면 정작 폴란드에선 바다 구경을 할만한 기회나 경험이 오히려 그리 많지 않았을수도 있다. - 게다가 남다른 내면의 콤플렉스나 상처가 있는 캐롤라인이라면 폴란드에선 오히려 어디 멀리 가거나 외출같은 것은 꺼리는 편이었을수도 있고. - 그런 캐롤라인이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말에 태광이 ‘그럼 영동고속도로로 가보자’는 제안을 한다. 바다야 서해안도 있고 남해안도 있는 한반도지만 태광도 그동안 자라면서 가령 정동진이라던가 동해안 해돋이 구경 문화, 그런 것은 주워들은 풍월이 있는지 그쪽으로 가보자는 제안을 한다. - 헌데 영동고속도로는 산간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초보 운전자에겐 다소 위험한 길이기도 하다. - 여하튼 일단 그런 생각까진 해보지 않고 무작정 동해안으로 가보기 위해 영동고속도로를 탄 두 사람. 캐롤라인은 차를 타고 한없이 동해안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일단 무사히 동해바닷가까지 도착한 두 사람. 그리고는 탁 트인 동해바다를 바라본다.

 “ 새엄마...어때요 ? ”

 “ 좋아요. 그리고 고마워요 태광. 이런데까지 데려다줘서. ”

 길안내를 사실상 태광이 줄곧 맡아왔으니 ‘데려다줬다’는 말이 틀린 표현은 아니다. 그리고는 고맙다는 의미로 태광에게 입맞춤까지 해주는 캐롤라인. 순간 태광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리고 괜한 아쉬움이 생기기도 한다. 사실 학교에 다녀와서 침대에 혼자 잠든 캐롤라인을 바라보다 그녀가 이쁘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며 머리를 함부로 만지작거리다 무척이나 화를내던 캐롤라인으로 인해 난처해 졌던 태광이 아니던가. 그게벌써 한달여전의 일. 헌데 지금은 오히려 먼저 캐롤라인이 적극적으로(?) 입맞춤을 해주다니. 너무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 당황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웬만하면 잘 오지 않을 이런 기회를 좀 적극적으로 활용해볼걸 그랬다 그런 아쉬움까지 생긴다. 두 사람이 말없이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그리고 기념사진도 몇장 찍고 그렇게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캐롤라인이 말한다.

 “ 태광... ”

 “ 네, 새엄마. ”

 “ 나 한가지 부탁좀 들어주면 안 돼요 ? ”

 “ 어떤 부탁을요 ? ”

 어느 노래가사 말마따나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줄수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태광이 이와같이 되묻고 그런 태광을 보며 캐롤라인이 이와같이 말한다.

 “ 나 여기서 ‘서부의 사나이’ 같은 포즈 취해보고 싶어요. ”

 “ 네 ? ”

 바닷가에서 ‘서부의 사나이’라니 너무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타이타닉 뱃머리 같은 포즈라면 모를까. - 헌데 ‘타이타닉’은 비극으로 끝나는 결말이니 좀 그렇기도 하고 – 게다가 어쨌든 캐롤라인도 젊은 여성이니 서부영화나 그런 것을 즐길만한 세대는 아닐텐데, 이래저래 캐롤라인도 취향이 참 독특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긴 하다. 게다가 이 바닷가에서 어떻게 서부영화의 주인공 같은 모습을 만들수가 있을지. 대충 태광이 인근 가게에서 모자 대용으로 쓸만한것이라도 구입 캐롤라인에게 비슷한 모양새가 만들어질수 있도록 해주긴 한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그야말로 부조화의 극치일수도 있는 서부영화의 보안관이나 악당같은 분장을 하게된 캐롤라인. 태광이 기념사진을 몇장 더 찍어준다.

 “ 태광... ”

 그렇게 한참 바닷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차안에서 캐롤라인이 태광을 부른다.

 “ 고마워요 태광. 모처럼만에 이런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줘서. ”

 그리고는 다시한번 입맞춰주는 캐롤라인. 좋은 기회(!)였는데 또 너무 순간적이고 갑작스럽게 겪은 일이라 당황하는 통에 바로 순간적으로 상황이 마무리되어 태광이 다시 아쉬워진다. 그렇다고 ‘새엄마, 기왕 이렇게 된거 얼굴이나 머리 조금만 더 만질수 있게 해주세요.’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일이고 다만 아쉬움과 당혹감이 교차되는 미묘한 감정으로 태광이 캐롤라인을 한참을 말없이 바라본다.





 동해안에서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 였다. 아무리 태광이 길 안내를 맡고 있다고 해도 캐롤라인이 한국 지리에 서툴고 게다가 운전 솜씨도 그렇게 능숙하다고 볼수도 없으니, 어차피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은 하던 중이었다. 헌데 오후늦게쯤부터 날이 좀 흐려지는 듯 하더니 비라도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태광은 서울로 가기위해 출발하기 직전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한 다과라도 사오기 위해 잠시 자리를 떴는데 그때 이미 비가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아무래도 더 늦기전에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는데 그렇게 서둘러 차로 돌아왔는데 그때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 으으...으으... ”

 차문을 열기전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다. 처음엔 캐롤라인이 핸들에 얼굴을 파묻고 잠이라도 깜빡 들었나 싶었는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캐롤라인을 깨워보려 했다. 헌데.

 “ 으으...으으아아아아아~~~!!! ”

 뭔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캐롤라인. 이런 모습을 아직까지 본적이 없는 태광이었기에 적잖이 놀라기도 했는데 일단 캐롤라인이 어디 아픈 것은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어 물었다.

 “ 새엄마, 왜 그러세요 ? 어디 아프세요 ? ”

 “ 으으...으아아아아아아~~~!!! ”

 허나 여전히 핸들에 얼굴을 파묻은채 계속 고통스러운 소리를 지르고 있는 캐롤라인. 게다가 차를 운전할수 있는 사람이 어차피 캐롤라인이기 때문에 그녀가 몹시 아파도 그 자체로도 큰일이기에 태광은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여하튼 캐롤라인을 진정시켜보려하며 약이라도 사와야 하는것인가 혼자 별의별 고민을 속으로 다하고 있는데 그때였다.

 “ 허헉~~~!!! ”

 너무 고통스러워 온 몸을 비틀던 캐롤라인이 얼굴을 돌렸을 때 순간 태광이 기겁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있던 캐롤라인의 얼굴이 아니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뇌성마비라도 앓거나 안면근육 마비증상이라도 있는 그런 환자같은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런 모습이 되어있는 캐롤라인. 헌데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이었는데 그때였다.

 “ 어억~~~!!! ”

 갑자기 캐롤라인이 태광에게 달려들더니 그의 목과 어깨 언저리를 깨물었다. 순간 놀라며 캐롤라인을 저만치 밀쳐내는데, 어차피 비좁은 차안이기 때문에 어디 멀리 캐롤라인이 나동그라지지는 않고 그대로 자동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듯한 모습. 놀라고 당황한 태광이 캐롤라인을 흔들어 보았는데, 일단 캐롤라인의 얼굴은 그런대로 평상시의 모습대로 돌아오긴 했다. 다만 졸도라도 했는지 잠시 눈을 감은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캐롤라인. 걱정되어 맥과 숨을 확인해보기까지 했는데 다행이 살아있긴 했다. 기절한것인가, 잠든것인가 걱정이 되는 상황에서 일단 캐롤라인을 차 뒷좌석쪽에 편히 눕게 만들었다. 그 사이 빗방울도 점차 굵어져있는데 캐롤라인을 뒷좌석쪽으로 옮기느라 일단 그녀를 밖으로 빼냈다 뒷좌석쪽으로 들여보냈기에 그 사이 묻은 빗방울도 닦아주고 한참을 난리를 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캐롤라인이 깨어나긴 했다. 허나 순간 놀란 듯 주위를 살피며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이는 캐롤라인. 그러면서 태광에게 묻는다.

 “ 태...태광. ”

 대체 이 상황에서 무슨 대처를 어찌해야하나 태광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인데 일단 캐롤라인의 물음이 이어진다.

 “ 혹시...무슨일이 있었던거니 ? ”

 “ 예 ? ”

 ‘무슨일이 있었냐 ?’니. 설마 캐롤라인은 조금전 그 소동에 대해 전혀 기억을 못하는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상황을 어찌 대답해야 좋을지 표현력이 좋지 못한 태광의 입장에선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닐수가 없었다. 허나 자신의 몸과 정신상태에 대해 100%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어차피 자기자신밖에 없는 것. 이미 캐롤라인은 사태가 짐작가는 듯 이렇게 나온다.

 “ 태광...나 혹시... ”

 잔뜩이나 불안하고 두려운 얼굴로 자신을 손으로 가리켜보이며 입을 연 캐롤라인. 그리고는 이와같이 말한다.

 “ 나 혹시...좀전에...발작...했었니 ? ”

 “ 네 ? 아...저...그...그게... ”

 ‘발작’이라는 한국 단어를 다행히 알고는 있는듯한 캐롤라인. 다만 이와같은 물음을 들은 태광 입장에선 더더욱 충격적이고 당혹스러운 순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캐롤라인이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자란 것을 확인한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아닌가. 그래서 태광은 더더욱 난감해져 어쩔줄 모르고 있고 캐롤라인도 무척이나 당혹스러운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채 어쩔줄 모르고 있다.

 “ 저...저...새엄마...캐롤라인... ”

 이미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채로 흐느끼고 있는 캐롤라인. 이 상황을 대체 어찌 대처해야하나 더더욱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한참만에 울음을 진정시킨 캐롤라인이 다시 태광에게 말을 건넨다.

 “ 태광...미안해...많이 놀랐어 ? ”

 “ 아...아니 저...놀랐다기 보담은요... ”

 ‘놀랐다기 보담’이 아니라 무척이나 놀란게 사실이 아닌가. 무엇보다 캐롤라인은 자신의 이런 모습을 의붓아들 태광에게 들킨 것을 무척이나 당황해하고 난감해하는 것 같은데 따라서 태광은 이런 상황에서 어찌 대처를 해야할지 더더욱 난감해질 수밖에 없는데, 한참만에 다시 캐롤라인의 말이 이어진다.

 “ 태광...미안해... ”

 “ 새엄마... ”

 미안하다는 말만을 거듭 입에담는 캐롤라인 앞에서 태광이 대체 무슨말을 어찌할수 있을까. 거듭 캐롤라인의 말에 어떤 대꾸도 못한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있는 가운데 그녀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 나...조금전 일 비밀로 해줘. 알았지 태광 ? ”

 “ 비...비밀로 해달라고요 ? ”

 생각해보면 자신의 콤플렉스이자 수치스러운 부분을 그것도 외국인이기까지 한 사춘기 의붓아들 태광에게 들킨 상황이 아닌가. 따라서 그것도 젊은 여자 입장에서 그 난감함이 어느정도이겠는가. 그나마 남편 권혁봉은 이런 자신을 사랑으로 감싸안아줄수 있을련지 몰라도 태광의 경우엔 어찌 받아들일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 따라서 캐롤라인은 어느덧 다시 울상이 되어 마치 어린아이처럼 애원하듯 말한다.

 “ 태광...미안해. 조금전 내 모습...비밀로 해줄수 없을까. 비밀로 해준다고 약속해줘

  . 엉엉엉엉~~~!!! ”

 “ 거...걱정마세요. 새엄마...비밀로 해드릴께요. ”

 얼떨결에 그와같이 대답하긴 했지만 의외로 그런대로 지키기 쉬운 비밀일수도 있다. 캐롤라인의 이런 부분을 태광이 과연 누구에게 말할수 있겠는가. 굳이 이야기한다면 학교 친구들 ? 태광이 고모네 살 때 다니던 학교에서 새로 살게된 집 근처로 전학을 온지도 어느덧 두달여 정도가 지났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시간이 제법 많이 지난편인데 사실 새로 전학온 학교에서 친구들하곤 좀 안 맞는 부분이 있었는지 그리 친하게 사귀게 된 친구도 아직 별로 없다. 하물며 이런 상황에서.

 “ 야 !!! 우리집에 젊은 외국인 새엄마가 들어왔는데 알고보니 미X여자야 !!! ”

 이런걸 무슨 자랑거리라고 학교에서 그것도 별로 친하지도 않은 급우들한테 떠들고 다닐일은 더더욱 없을 것 아닌가. 따라서 어찌보면 캐롤라인으로선 적어도 태광에 대해 굳이 그런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는 셈이긴 하다. 근데 생각해보니 그런 이후의 일보다 지금 당장 닥친 더 큰일이 있다.

 “ 근데 새엄마...운전할수 있으시겠어요 ? ”

 사실 좀전에 캐롤라인이 뭔가 아픈 기색이 있을때부터 걱정을 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저 단순히 몸이 좀 아픈 정도라도 온전히 운전을 할수 있을지 걱정이 될 판인데, 알고보니 이따금 발작증상을 일으키는 그런 문제가 있는 여자. 그런 여자가 그것도 한국에서의 길도 익숙치 않은 몸으로 나름 어려운 난코스이기도 한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서울로 가야하는 간단치 않은 길을 지금 태광은 캐롤라인에게 맡겨야 하는 판이다. ‘이거 대리기사라도 맡겨야 하나, 아니면 여기서 하룻밤 자고가기라도 해야하나’ 혼자 별의별 걱정을 다하고 있는 태광. 근데 어차피 이 여행 자체가 즉흥적으로 출발한것이기 때문에 지금 여비가 많이 남아있지도 않아. 따라서 여기서 어디 모텔방 같은데 묵거나 대리기사를 부르기도 쉽지 않은 상황. 설상가상으로 이미 날도 어두워진 상황에서 비까지 쏟아지는데 현재로선 방법이 그냥 캐롤라인이 운전해서 집까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태광은 이따금 발작증상을 일으키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젊은 외국여성 캐롤라인에게 운전대를 맡긴채 이 비오는 어두운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런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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