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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오마이걸 미미 (2)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외국인 새엄마 2





 두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태광이 새엄마가 될 폴란드 여자 캐롤라인와 먼저 한집에 살게되고, 그후 석주뒤에 폴란드 지사에서의 인수인계 작업을 다 마무리한 아버지 권혁봉이 귀국하고 우선 급한 태광의 전학수속부터 마친뒤 얼마 지나지 않아 캐롤라인과 결혼식을 올렸고, 그리고 다시 한달정도의 시간. 그렇게 총 두달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캐롤라인의 경우엔 어차피 이 먼 한국까지 와서 딱히 아는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니 생필품을 사러 인근 마트나 편의점에 갈 정도를 제외하곤 외출은 거의 못하는 편에 속했다. - 게다가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캐롤라인의 한국어 구사실력이 아직 간단한 생필품 정도를 구입할수 있는 수준밖에 안 되어 사실상 장은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 권혁봉과 태광 부자가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평일에는 보통 TV를 보거나 인터넷 검색같은 것을 하는 정도로만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TV를 본다 해도 캐롤라인이 내용을 이해할수 있는 프로가 그리 많지 않았고 다만 태광의 고모가 처음 캐롤라인을 이 집으로 데리고 올 때 국이나 찌개 따위의 포장식품을 파는 업체에 택배주문이라도 할수 있도록 관련 업체 홈쇼핑이나 인터넷 주문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에 그나마 홈쇼핑 정도만 하는 정도다. 게다가 적어도 홈쇼핑 정도는 대체로 무슨 제품을 얼마에 파는지를 화면만 보고도 대충 이해가 가능했으니 내용을 이해 못하는 다른 드라마나 예능프로를 보는것보단 캐롤라인 입장에서 홈쇼핑 시청이 더 낫긴 했다. 그 외에는 인터넷으로 가끔 자국의 사이트 정도를 검색해 보는정도. 애초에 어떤 사연과 상처가 있어 지구 반대편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런곳으로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에 한국인 남편을 택한 캐롤라인이었지만 오히려 여기까지 와선 그나마 폴란드 사이트라도 들어가보는게 내용을 이해할수 있었기 떄문에 아직은 한국 사이트보다는 그쪽을 더 애용하는 편이었다. 따라서 오히려 이럴때는 자국에 대한 그리움이 샘솟는 향수병이 일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체로 그런식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캐롤라인. 어찌보면 연락하거나 만날만한 친구나 친지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집안에 틀어박힌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캐롤라인. 그러다 하루는 TV 홈쇼핑도 별다른 흥미가 없었는지 끄고 방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책을 볼수도 신문을 볼수도 없는 캐롤라인의 처지니만큼 그냥 멍하니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 외엔 할 수 없는 캐롤라인. 그러다 깜박 잠이 들었다.

 태광이 학교에서 들어온게 그때였다. 다음날이 토요일이라서인지 금요일 수업이 좀 일찍 끝나긴 했는데, 여하튼 집으로 돌아온 태광. 아빠가 전학수속을 해준 뒤로는 인근의 가까운 중학교에 다니고 있긴 하지만 여하튼 태광도 아직은 전학온지 얼마 되지가 않았기에 사귀는 친구도 별로 없는 그런 몸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여느때처럼 집안에 들어온 태광. 일반적으로는 늘 거실에 있던 캐롤라인이 없자 의아해하다 안방 침대에서 잠들어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라도 건넬까 하다 공연히 잠을 깨울 것 같아서 일단 몸부터 씻기로 했다.

 욕실에 가서 목욕을 하고 옷을 실내복으로 간편하게 갈아입은때까지도 아직 캐롤라인은 자기방에서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그러고보면 캐롤라인에게 이런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좀 의아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궁금해서 한번 침실로 들어가보았다.

 침대위에서 캐롤라인은 몸을 살짝 옆으로 누인채 두 다리를 쭉 뻗고 잠이 들어 있었다. 헌데 순간 ‘헉~!’ 하면서 공연히 태광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생각해보면 이런 캐롤라인의 모습을 처음 보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물론 캐롤라인과 태광이 한집에 산지가 이미 두달이기도 하니 캐롤라인의 – 벗은 몸이라면 또 모를까. - 옷을 입은 상태의 전신을 구경 못할 기회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침대에서 양 다리를 쭉 뻗고 잠든 모습은 처음이라서인지 공연히 놀란듯한 태광의 모습. 말없이 그녀의 자태를 바라보았다.

 스물일곱살 서양여성 캐롤라인은 동글동글한 얼굴에 대체로 길고 날씬한 체구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쭉 뻗은 두 다리가 그런대로 각선미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모습이긴 하다. 실내이니만큼 대체로 간편한 실내복 차림으로 잠든 캐롤라인이긴 하지만, 그러고보니 날도 어느덧 점점 더워져가는 때인데 지금까지 캐롤라인이 치마를 입거나 반바지를 입은 것을 본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폴란드는 북유럽이니 한국보다 다소 추운지역에서 살던 캐롤라인일텐데도 날이 점차 덥고 습해지는 여름철에 실내에서 반바지를 입는일이 거의 없다니. 좀 의아한 일이긴 했다. 한번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캐롤라인의 다리를 살짝 만지작거려보았다.

 ‘ 헉~! 이건 아니지. ’

 순간 멈칫하며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쳐보았다. 그렇다고 무슨 나쁜짓을 시도하려 했던것도 아닌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저 잠든 캐롤라인의 자태가 이뻐보여 잠시 만져본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뒷걸음질 친 태광. 시선을 아래쪽으로 돌리려다 이번엔 캐롤라인의 양말로 시선이 갔다. 새하얀 면양말을 신은 모습이 그런대로 이쁘고 섹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발이나 양말신은 모습도 이렇게 섹시한 느낌을 줄수 있는것인가. 순간 태광으로선 의아해지기도 했는데 그러다 살짝 캐롤라인의 발 부분도 손으로 잡아 만지작거려보았다.

 다행히 아직도 캐롤라인은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다리를 만지고 발을 만져보아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태광은 조금씩 용기가 났는지 자신도 모르게 대담하게 시선을 캐롤라인의 상체쪽으로 가져가보았다. 금발의 단발머리를 하고있는 캐롤라인. 솔직히 처음 봤을때부터 그 모습이 제법 귀여워보인다는 느낌을 보았다. 그래서일까 살짝 캐롤라인의 머릿결을 만저보는 태광. 보들보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캐롤라인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보았다. 그것도 마치 어린 동생의 머리라도 쓰다듬어주는 오빠같은 느낌으로.

 이번엔 새하얀 캐롤라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똑한 콧날에 새하얀 캐롤라인의 피부. 백인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리고 태광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령 TV 화면이라던가 인터넷 영상자료 같은 것을 통해서라도 백인 서양여성을 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닐텐데, 일단 캐롤라인이 그런 TV나 인터넷 영상 같은데서 이따금 볼 수 있는 그런 백인 서양 미인같은 그 정도 수준의 미모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작고 동그라면서도 그런대로 잘 정돈되어있는 이목구비. 무엇보다 새하얀 캐롤라인의 피부가 웬지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 금발의 잘 정돈된 단발머리와 함께. 그래서 잠든 캐롤라인의 머리카락을 다시한번 쓰다듬어보고 그녀의 얼굴을 만지작거리기까지 했다. 그때였다.





 “ 헉~! 뭐야 ??? ”

 편의상 한국말로 표기하긴 했지만 캐롤라인이 폴란드어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누군가가 자신을 만지작거리는 촉감에 깜짝 놀라며 그와같은 비명을 질러댄 것이다. 태광 역시 순간 놀라 뒷걸음질치고 그러다 그대로 방바닥에 나자빠지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이제 큰일났구나’ 하는 생각에 태광은 아찔해져오고 있었다. 머릿속이 온통 컴컴해지면서 이 사태를 어찌 대처해야할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 왜...왜그래 태광 ? ”

 아직은 태광에게 반말과 존대를 반반씩 섞어서 쓰고있는 캐롤라인. 아직 한국말에 서툰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직 태광과 캐롤라인이 그리 친해진 단계가 아니다. 캐롤라인 입장에서 혁봉의 중학생 아들 태광은 아직 어렵고 어색해다면 어색할수 있는 그런 상대. 헌데 그런 태광이 잠든 자신의 몸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으니 어찌 크게 놀라지 않을수 있으랴. 일단 태광은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면서 조금전 상황에 대한 해명의 말부터 입에 담았다.

 “ 죄...죄송해요 전 그냥... ”

 그렇게 일단 죄송하다는 말부터 입에 담는 태광. 캐롤라인이 놀란 가슴을 겨우 쓸어내리며 묻는다.

 “ 왜그래요 태광 ? 내게 왜 그런거에요 ? ”

 “ 저...전 그냥... ”

 “ ??? ”

 “ 그냥...새엄마랑 친하게 지내고 싶었어요. ”

 “ ??? ”

 “ 그냥...저 실은 새엄마 좋아요. 그러니...새엄마랑 친한 친구처럼...편하게 지내고

  싶었어요. 그러다 그만... ”

 캐롤라인의 한국어 구사 능력은 대략 중학생 정도 수준. 따라서 태광 정도의 나이의 학생과 그런대로 의사소통은 가능하겠지만 ‘사랑한다’느니 ‘좋아한다’느니 그 액면적인 단어의 의미는 이해해도 그 내면에 담긴 깊은 의미는 아직 이해 못하는 그런 수준의 한국어 실력이다. 헌데 그런 캐롤라인 앞에서 ‘새엄마가 좋다’며 ‘친한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서 그랬다’는 말을 해명이랍시고 입에 담고있는 태광. 지금 이 상황을 캐롤라인이 어찌 받아들이고 있을지 솔직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 태광... ”

 “ 네, 새엄마. ”

 헌데 그 와중에도 ‘새엄마’란 호칭을 꼬박꼬박 붙이고 있는 태광. 그런 태광을 말없이 바라보며 캐롤라인도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한참만에 정신을 좀 가다듬고 수습한 캐롤라인이 이와같이 말한다.

 “ 앞으로 그런 행동 주의해줘요. ”

 “ 죄...죄송합니다 새엄마. 다음부턴 조심할께요. ”

 하지만 ‘전 정말 새엄마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던 태광. 그 안타까움이 가슴가득히 치밀어 오르는데 일단 캐롤라인이 오늘일은 아버지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이날의 사태는 일단 마무리되긴 했다. 허나 태광 입장에선 마음은 실제 캐롤라인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일이 오히려 복잡하게 꼬인 것 같아 속 마음이 더 복잡하고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횡이었다.

 그런일이 있은 얼마후 캐롤라인이 태광을 불렀다. 저녁시간인데 일 때문에 남편 혁봉이 늦는다고 연락이 온 시간이다.

 “ 태광 잠깐 이리 와볼래요 ? ”

 그렇게 태광을 부르는 캐롤라인. 의아하게 다가가는 태광. 다만 지난번 한 실수도 있고 해서 캐롤라인의 시선을 마주하기가 조심스럽고 부담스럽다. 살짝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태광. 헌데 캐롤라인이 그런 태광을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 태광...나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했죠 ? ”

 “ 네 ? 네에... ”

 바로 얼마전 그 소동때 그와같은 말을 했었고 다만 그 말의 의미를 캐롤라인이 어찌 받아들였을지 몰라 태광은 혼란스러웠다. 헌데 그런 태광을 바라보며 캐롤라인이 말을 건넨다.

 “ 우리 그럼 춤출래요 ? ”

 “ 네 ? ”

 “ 친해지고 싶다면서요 ? 그럼 우리 같이 춤춰요. ”

 의아하게 바라보는 태광에게 이미 손을 뻗고있는 캐롤라인. 어느덧 분위기있는 음악을 틀어놓기까지 한다. 무슨 폴란드 전통춤이라도 가르쳐주려나 생각했는데 그런 것은 아니고 흔한 블루스 춤이다.

 “ 이런 춤 춰본적 있어요 태광 ? ”

 “ 아...아뇨 아직 한번도... ”

 “ 그럼 내가 가르쳐줄께요. ”

 그러면서 블루스 춤동작을 가르쳐주고 있는 캐롤라인. 제대로 가르쳐주고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어디서 제법 주워듣거나 본적이 있는듯한 그런 솜씨다. 헌데 그런 솜씨라면 지금 남편 권혁봉과 사귈 때 이런 춤을 함께 춰봤을만도 한데, 좀 의아한 생각도 드는 가운데 일단 태광은 캐롤라인이 리드하는 가운데 함께 블루스 츰동작을 계속 하고 있다.

 “ 태광... ”

 “ 네, 새엄마. ”

 ‘새엄마’라는 호칭을 태광으로부터 들으니 캐롤라인도 좀 기분이 묘해지기라도 하는것일까. 살며시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보기까지 하는 그녀. 블루스 춤은 대충 마치고 나서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아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진다.

 “ 태광은 여자친구 없어요 ? ”

 “ 여자...친구요 ? ”

 새엄마고 뭐고를 떠나 엄마로서 아들에게 물을만한 성격의 질문인지 약간 혼란스럽긴 하지만 일단 거짓 대답은 할 필요가 없는 물음이라서인지 태광은 담담하게 답한다.

 “ 없어요 전 그런거. ”

 “ 없어요 ? ”

 의아하게 묻는 캐롤라인. 태광의 답이 이어진다.

 “ 그리고 저 아직 이 동네 학교로 전학온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 여기서

  새로운 (동성의) 친구를 사귈 겨를도 없었는데 무슨 여자친구씩이나... ”

 듣고보니 납득이 가는 이야기다. 캐롤라인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리고는 다시 태광에게 말을 건넨다.

 “ 근데 태광은 뭐 좋아해요 ? ”

 “ 저...저요 ? ”

 ‘뭘 좋아하느냐 ?’는 질문만큼 막연한 질문도 없다. 취미나 기호를 묻는것일수도 있고 취향,음식 기타 등등 대체 어떤 의미의 질문인것인지. 따라서 태광도 쉬이 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캐롤라인의 말이 이어진다.

 “ 태광도 아버지처럼 국이나 찌개 그런거 좋아하나요 ? ”

 바로 캐롤라인이 한국에 와서 태광과 살게 되었을 때 태광의 고모는 걱정이 되는지 직접 자신이 국이나 찌개 제품을 파는 식품업체 연락처와 홈쇼핑이나 인터넷 주문하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가르쳐주고 가지 않았던가. 따라서 캐롤라인 입장에선 한국인은 다 국이나 찌개가 있어야 식사를 하는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 다만 두달정도 지켜본 태광은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아서인지 캐롤라인이 이와같이 물은 것이다. 태광의 말이 이어진다.

 “ 전 상관없어요 그런거. ”

 “ 미안해요 태광. ”

 무슨의미인지 그와같이 답하는 캐롤라인. 태광이 의아해하는 가운데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내가 아직 음식 솜씨가 없어서 태광이나 태광씨 아버지 입맛을 맞추지 못하는 것

  같아 많이 걱정하고 고민했어요. 하지만 앞으로 많이 배울께요. ”

 “ 아, 아니에요.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 없어요. ”

 외국인이기도 한 새엄마 캐롤라인에게 그런 부담을 지우고 싶지는 않아서일까. 아니면 별도의 또다른 이유가 있기라도 한것일까. 화들짝 놀라며 손까지 내저어보이며 이와같이 말하는 태광. 그리고는 말이 이어진다.

 “ 전 아무거나 상관 없으니까...그냥 캐롤라인 편하게 해주세요. 그냥 캐롤라인이 잘

  하는걸로 해주시면 돼요. ”

 자신이 캐롤라인 음식솜씨에 맞출수 있다는 소리인지 무슨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젊은 외국인 새엄마 캐롤라인에게 부담은 주고싶지 않은지 그와같이 말하고 있는 태광. 캐롤라인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태광씨 아버지도 폴란드에선 그렇게 말했는데... ”

 “ ??? ”

 “ 폴란드에선 태광씨 아버지도 그냥 제가 해주는 음식이나 저희 엄마가 해주는 폴란

  드 음식 맛있다고 헀어요. 헌데 한국에 와서는 달라졌더라구요. ”

 “ ...... ”

 “ 태광씨 아버지는 보니까 국이나 찌개 없이는 밥 못 드시는 것 같아요. ”

 폴란드에선 적당히 그곳의 음식문화나 전통에 맞춰 사는듯했던 혁봉. 그러나 그곳에서 겨우겨우 참아냈던 3년의 입맛에 막상 한국으로 들어와선 본색을 드러내게 된 것일까. 여하튼 ‘국이나 찌개 없이는 밥 못먹는다’는 혁봉의 아버지 태광과는 달리 혁봉의 ‘상관없다’는 태도는 어찌보면 혁봉의 연애할 때 모습과도 거의 비슷한 것 같아 캐롤라인은 태광의 이와같은 말을 그리 신뢰하지는 않는 느낌이다. 태광이 그런 캐롤라인을 보며 이와같이 말한다.

 “ 전 그냥 토스트나 계란후라이도 좋아하고...치킨이나 돈까스 이런것도 좋아하니까

  새엄마 편하실대로 해주세요. 전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





 얼마후, 하루는 밤늦은 시간에 태광이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잠이 오지않아 대충 자리에서 뒤척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욕실에서 물소리가 났다. 살짝 내다보니 여자속옷이 욕실밖에 한두개 나와있는데 아무래도 새엄마 캐롤라인이 목욕을 하는 중인 듯 하다. 사실 태광도 화장실이라도 좀 가고픈 생각이 들긴 했는데, 일단 캐롤라인이 목욕을 다 마칠때까지 참기로 했다. 무엇보다 태광은 사촌여동생 두명과 함께 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럴 때 대충 배려해주는 노하우가 있었다. 태광은 사촌동생들과 살 때 그네들이 목욕을 하는 것 같으면 대략 물소리가 다 멈추고 옷을 갈아입는 듯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가 다 멈추고 5-10분 정도가 지나 화장실을 가는 식으로 배려를 해주곤 했다. 아무리 나이어린 사촌동생들이지만 여자들이고 나름 배려를 해주기 위한 오빠의 마음이었다. 따라서 캐롤라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목욕을 마치고 나와 옷 갈아입는듯한 소리가 들리고 한 5-10분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때쯤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 캐롤라인이 옷을 갈아입고 안방으로 들어갈때까지 시간을 지켜주기 위함이다.

 헌데 뜻하지 않은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옷을 갈아입는듯한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멈추고 시간이 꽤 지나서 아마 지금쯤은 캐롤라인이 방으로 들어갔겠지 하고 마침 태광은 화장실이 급한데 참느라 혼나기도 했다.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에 가기위해 벌컥 방문을 열었다. 헌데 그때였다.

 “ 으아아악~~~!!! ”

 순간 지금쯤 옷을 다 갈아입고 방으로 들어갔으려니 했던 캐롤라인이 옷을 갈아입기는커녕 알몸인 상태 그대로 욕실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여태까지 거기서 뭘 하고 있었는지 무엇보다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직진하려고 방에서 벌컥 나오는 태광으로 인해 캐롤라인도 기겁을 했는지 있는대로 비명을 질러댔다.

 “ 으아아악~~~!!! 아악~~~!!! 아악~~~!!! ”

 마치 한밤중에 치한이라도 만난듯한 젊은 여자처럼 찢어져라 비명을 질러대는 캐롤라인. 행여 아파트 윗층이나 아래층에서 이 소리를 들었다면 정말 밤늦게 귀가를 하는 젊은 여성이 아파트 복도 한가운데서 어떤 봉변이라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해라도 할법한 그런 비명소리였다. 캐롤라인의 그 모습에 당황해서 태광도 어쩔줄을 모르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아내의 비명소리를 듣고 권혁봉이 달려왔다.

 “ 뭐야 ? 무슨일이오 ? ”

 놀란 아버지 혁봉까지 달려오자 태광으로선 더더욱 당혹스럽고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일단 혁봉은 놀란 캐롤라인을 감싸주려는 듯 안아주고 그리고는 태광에겐 이렇게 호통을 친다.

 “ 어서 니 방으로 들어가지 못해 ? 이게 무슨짓이니 ? ”

 “ 아...아빠. 아니 저 그게... ”

 다른건 둘째치고라도 화장실이 급해서 방에서 나온 태광이 아닌가. 그것도 캐롤라인이 목욕을 다 마치고 옷을 갈아입을때까지 한 10분정도 더 기다려주느라 태광도 미칠 것 같은 상황이었다. 당장 화장실이 급한 아들보고 ‘방으로 들어가라’는 아버지의 말. 그래서 태광은 더욱 난감하고 억울해하기까지 하는데, 혁봉은 그런 아들에게 ‘어서 방으로 들어가라’며 호통을 친뒤 캐롤라인을 감싸서 자기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 와중에도 얼핏 캐롤라인은 몹시 당황하고 놀랐는지 흐느끼는 모습이 보이기까지 했다. 이래저래 난감해진 태광. 여하튼 화장실 볼일은 해결해야겠기에 안으로 들어가긴 했다.

 그리고 다음날 혁봉이 태광의 방으로 들어왔다. 캐롤라인에겐 적당히 핑계를 대서 밖에 좀 나갔다 오라고 하고는 부자간의 시간을 만든 것이다.

 “ 태광아, 아빠 눈 똑바로 한번 쳐다보고 이야기해볼래 ? ”

 “ 아...아빠 저 그게... ”

 대체 무슨 오해를 어떻게 하고 자신을 추궁(!)하려고 이러는것인지, 당황하면서도 억울한 감정까지 거듭 드는 태광. 그런 태광에게 일단 혁봉은 차분하게 말을 건넨다.

 “ 아빠가 태광이 믿으니까 일단 차분하게 말해보렴. ”

 “ 아...아빠... ”

 일단 혁봉이 자신을 믿는다니 다소 안도하는 마음이 생기긴 하는데,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시 억울한 감정이 솟구치는 태광. 여하튼 간밤의 일에 대해 일말의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는듯한 아버지의 태도 아닌가. 일단 혁봉이 거듭 ‘차분히 말해보라’는 요구에 태광의 말이 이어진다.

 “ 아빠 전 그냥...화장실이 급해서... ”

 “ 화장실이 급했다구 ? ”

 “ 새엄마가 목욕 다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신 뒤에 들어가려 헀던것인데...그래서 일

  부러 10분이나 더 기다려준뒤 들어가려 한건데... ”

 ‘그것도 모르면서 왜 저한테만 그러시냐 ?’며 태광은 울것같은 심정이 되어버린다. 그것도 사촌여동생 두명과 3년동안 살았던 고모네서 쌓아두었던 나름의 에티켓이자 배려가 아닌가. 그래서 오히려 캐롤라인이 옷을 다 갈아입을때까지 그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준것인데, 대체 캐롤라인은 목욕을 다 마치고도 무엇을 하느라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거기 서 있었던것인지 태광의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는 일이라 더더욱 속상하고 억울해진다.

 “ 태광이가...캐롤라인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

 “ 이해...를요 ? ”

 무슨 이유에서인지 굳이 ‘새엄마’라는 호칭을 쓰지 않고 캐롤라인이라고 부르고 있는 혁봉. 그리고는 잠시 한숨을 내쉰뒤 입을 연다.

 “ 사실 캐롤라인은...상처가 좀 있는 여자란다. ”

 “ 상처...요 ? ”

 대체 무슨 상처 ? 무슨 어릴 때 사고나 이런걸로 피부나 어디에 외상(外傷)을 입었다는 그런 의미의 상처는 아닌 것 같고, 다만 아직 어리다면 어린 중학생 태광은 아버지가 언급한 ‘상처’의 의미가 제대로 이해가 안 가는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혁봉이 한숨을 다시금 내쉬고 말을 이어간다.

 “ 아빠가 좀 더 시간이 지난뒤에...태광이가 모든 것을 이해할수 있을때쯤 말해주려

  했던건데...여하튼 캐롤라인은 그만한 이유가 좀 있는 여자란다. ”

 “ 그럼...제가 어떻게 해야하는데요 ? ”

 사촌여동생 두명과 살때는 그녀들이 목욕을 할때는 목욕을 다 마치고도 일부러 10분씩이나 기다려주던 그런 오빠 태광이었다. 헌데 이젠 젊은 새엄마 캐롤라인 때문에 10분도 아니고 한 20분은 기다려줘야 한다는것인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너무하지 않나는 생각도 들고. 일단 태광을 바라보면서 혁봉의 말은 이어진다.

 “ 함께 살면서...그런 오해나 해프닝이 간간이 있을수는 있겠지. 다만... ”

 “ ??? ”

 “ 캐롤라인이 가끔 예민해지거나 신경이 곤두설때가 있어. 그러니 그걸 니가 좀 이

  해해 주었으면 한다. ”

 그런 대체 그 예민하거나 신경이 곤두설때는 대체 어느때인지. 이유까지는 말하기 난감하더라도 그 시기라도 좀 가르쳐주던가. 그래야 태광도 알아서 처신도 하고 조심도 할 것 아닌가. 여하튼 혁봉은 좀 난감해서인지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캐롤라인을 조금 더 이해해주라’는 말만 덧붙이고, 그리고는 나름 착잡한 회한에 잠긴다. 태광은 태광 나름대로 대체 앞으로 처신을 어찌해야 하는것인지 판단이 바로 서지않아 더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다만 시간이 좀 지난뒤 좀 뜻밖의 일을 겪기도 했다.

 “ 태광...이리 좀 와봐요. ”

 한밤중 욕실앞에서의 해프닝이 있고는 만 하루도 다 지나기 전의 일인데 캐롤라인이 음료수 하나를 어디선가 사와 태광에게 건네주며 이와같이 말했다.

 “ 어제...미안했어요 태광. ”

 “ 아...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

 여하튼 상처가 있다는 여자 캐롤라인이 아닌가. 그래서 거듭 태광이 정중하게 사과하고 한편 캐롤라인은 나름 해명의 말이라도 되는지 뜻모를 말을 입에 담는다.

 “ 어제는 제가 좀...피곤해서 그랬어요. 그러니 이해해줘요. ”

 “ 피곤...이요 ? ”

 아무리 피곤해도 목욕을 다 마치고 무슨 낮잠이라도 한숨 자지 않은이상 옷 갈아입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욕실 문 앞에서 최소한 10분 이상을 알몸으로 있을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태광은 캐롤라인이 이해가 안가기도 하는데 캐롤라인은 거듭 이와같은 말을 덧붙인다.

 “ 미안해요. 어제 같은일은 앞으로 없을께요. 어젠 그냥...제가 너무 피곤해서... ”

 대체 피곤한거랑 욕실앞에서 10분이나 옷도 안 갈아입고 알몸으로 있는게 무슨 상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듭 그와같은 사과의 말을 건네는 캐롤라인. 일단 사과와 화해의 의미라니까 태광은 캐롤라인이 건네주는 음료수캔을 말없이 받아서 마시긴 한다.



-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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