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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오마이걸 미미 (1)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외국인 새엄마 2





 아파트 단지안으로 들어오는 한 소년이 있다.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다소 힘에 부치는 듯 그러나 나름 혼신을 다해 가방을 들고 아파트안으로 들어서는 소년의 얼굴엔 뭔가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다. 가슴속도 그 못지 않게 떨리는 듯 어차피 무거운 가방 때문에 숨도 차오르고 해서 겸사겸사 쉴겸 두근거리는 가슴도 그러면서 함께 진정시킨다. 그리고 자신이 들어가야하는 아파트 동수를 확인한뒤 다시금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소년은 올해 중학교 2학년생인 권태광. 태광은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이후 아버지와 함께 살아왔는데,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때 좀 공교로운 일이 하나 생겼다. 실은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태광의 아버지 권혁봉이 폴란드 지사로 발령이 나게 된 것이다. 어린 아들을 외국까지 데리고 가는게 좀 그랬던 혁봉은 그때까지 살던 집은 처분하고 태광을 자신의 누이동생네 맡긴뒤 혼자 폴란드로 떠났다. 그리고 이후 태광은 자신에게 고모가 되는 혁봉의 여동생네 집에서 살아왔다.

 그 3년간의 근무기간을 마치고 혁봉이 귀국하게 되었는데 헌데 혁봉이 외국지사로 발령을 나갈때보다 더 공교로운 일이 생겼다. 실은 폴란드 현지에서 혁봉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나이는 올해 41세인 혁봉보다 14살 연하인 캐롤라인이란 여자라고 했다. 혁봉은 캐롤라인과 사귈 때 아직 그 사실을 한국에 있는 아들한테는 말해주지 않고 다만 여동생과 이따금 연락할 때 그 사실을 말해주며 대책을 의논했다.

 다른건 몰라도 혁봉이 지금 캐롤라인이란 14살 연하의 폴란드 여자에게 푹 빠져 있는것만은 사실이기에 그것도 외국에 있는 혁봉을 한국에 있는 여동생이든 누구든 만류할수 있는 상황은 못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혁봉이 폴란드 지사에서의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된 것이다. 한편 그 과정에서 혁봉은 지금 사귀는 캐롤라인과 결혼해서 한국에서 함께 살고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결혼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혁봉이 돌아오면 한국에서 살 집을 새로 마련해야하긴 하겠기에 그 실무를 동생이 맡아 한동안 분주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 살집을 마련하고 캐롤라인이 먼저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혁봉은 폴란드 지사에서의 임기가 마무리되고 후임자에게 인수인계 작업을 맡긴뒤 귀국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보다 먼저 캐롤라인을 먼저 귀국시켰고, 이어서 혁봉의 아들 태광이 그 집에 들어가 살게된 것이다. 그렇게 순서대로 캐롤라인이 먼저 그 다음에 태광이 그리고 맨 마지막에 혁봉이 귀국하는대로 한국에 새로 마련된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기 때문에 지금 태광은 3년동안 살던 고모네 집에서 나와 자신이 아빠와 ‘외국인 새엄마’가 살아야하는 그 집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캐롤라인이 귀국할 때 혁봉의 동생이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고 그리고 그녀가 살 집까지 손수 안내는 해 주었지만 그때는 태광은 평일이라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캐롤라인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오늘이 아빠와 결혼한다는 캐롤라인이란 외국인 여성과 처음 마주 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여자일까’ 또는 ‘아빠는 왜 하필이면 외국 여자와’ 이렇게 나름대로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을 가슴에 안은채 이제 아빠와 새엄마와 함께 살게될 집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 지이이이~~~!!! ’

 아파트 집 앞에 도착했을 때 태광이 벨을 눌렀다. 아직 비밀번호를 모르기 때문이다. 잠시후 인터폰이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캐롤라인은 폴란드에 있을 때 혁봉이 자신의 아들 사진을 몇 번 보여준적이 있기 때문에 태광의 얼굴은 대충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태광은 캐롤라인의 얼굴을 모른다. 게다가 캐롤라인 입장에서도 휴대폰 사진으로만 태광을 본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얼굴은 잘 모른다고 봐야할 것이다. 인터폰 화면도 사실 상대방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기엔 다소 한계가 있다.

 여하튼 벨이 울리고 잠시후 문을 열어주는 캐롤라인. 혁봉의 아들 태광이 집으로 간다는 연락이야 혁봉의 동생이 미리 캐롤라인에게 해주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 같은 것을 할 이유는 없다. 어찌보면 캐롤라인으로서도 여러 가지로 긴장될수 있는 순간. 문을 열고 일단 환한 웃는 얼굴로 태광을 맞이했다.

 “ 하이~~~!!! ”

 허나 순간적으로 양쪽 다 당황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일단 캐롤라인 입장에선 태광이 이미 중학생이란 것은 혁봉으로부터 충분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휴대폰 사진으로 보던 태광의 얼굴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어릴적 모습이라서일까. 직접 대면하는 태광의 모습은 캐롤라인이 사진으로 봤을 때 느꼈던것이나 머릿속으로 상상했던것보다는 다소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 그렇다고 태광이 중학생으로서 키가 아주 크거나 한 것은 아니고 평균치 정도에 해당된다. 다만 27세의 캐롤라인의 머릿속에 ‘중학교 2학년’ 동양소년의 모습은 그냥 ‘어린아이’ 정도로 상상이 되었던것일까. 혁봉이 보여준 휴대폰속 태광의 사진이 상대적으로 어릴 때 사진이었던 점도 한몫을 했는지, 여하튼 캐롤라인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것보다는 다소 키가 크고 자라있는 편이라 캐롤라인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것이다. 허나 이내 곧 환하게 웃으며 태광을 맞아들이는 캐롤라인.

 한편 태광으로선 첫 대면인 캐롤라인. 혁봉이 자신의 여동생에게도 캐롤라인의 사진을 보내주긴 했지만 태광에게 고모가 되는 혁봉의 동생은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조카가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일까. 캐롤라인의 사진까지 보여주진 않았던 것이다. 어차피 이미 아빠가 ‘외국인 여자’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상황이라면 사진을 아예 안 보여주는 것이 큰 의미는 없겠지만 여하튼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혁봉의 여동생은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몸으로 외국인 여성을 사귀었다는 오빠를 걱정하고 우려하는 쪽에 가까웠던 것이다.

 여하튼 이미 혁봉은 캐롤라인과의 결혼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있는 자신이 멀리 폴란드에 있는 오빠를 말릴수도 없는 상황이라 시간이 가면 갈수록 체념상태에 있었던게 동생의 입장이었다고 봐야할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캐롤라인이 먼저 한국에 들어오고 뒤를이어 지금까지 고모네서 살던 태광이 캐롤라인이 사는 집으로 향하게 된 상황. 그렇게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접어드는 시점인 폴란드 여자 캐롤라인을 마주하게 된 권태광. 그의 눈으로 처음 본 캐롤라인의 느낌은 일단 ‘미인’이라는 생각보다는 이따금 케이블 예능프로 같은데서 보게되는 외국인 여성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랄까. 그저 평범한 수준의 외모라고나 할까. 물론 확연한 금발머리에 파란눈이 14년을 한국땅에서 산 중학생 태광의 눈에 ‘평범하게’ 느껴졌다고 한다면 어폐가 있지만, 여하튼 태광이 머릿속으로 상상한 젊은 외국인 여성의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굳이 이채로운점이 있다면 다소 늘씬하고 마른 체구의 여성이라는 점. 허나 그런 마른 체구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게 동글동글한 형태의 얼굴. 그게 태광이 캐롤라인을 처음 대면했을 때 받은 느낌이었다. 캐롤라인은 일단 밝은 얼굴로 태광을 맞이했다.





 국제결혼의 특성상 그 많은 하객들이 먼 나라까지 왔다갔다 하긴 쉽지 않으므로 신랑쪽 나라에서 한번 하고, 신부쪽 나라에서 다시 한번 하게되는 경우가 많다. 권혁봉과 캐롤라인의 경우에는 먼저 폴란드에서 캐롤라인쪽 가족,친지들 그리고 혁봉의 지사 관계자등이 참가한 가운데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캐롤라인이 외동딸인데다가 캐롤라인의 부모도 형제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고, 게다가 캐롤라인은 개인적인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주변 친구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폴란드에서의 식은 대체로 단촐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결혼식은 혁봉이 귀국한 후에 별도로 성대하게 치를 예정으로 있다.

 한편 태광의 전학문제도 있는데, 일단 어차피 캐롤라인은 한국행이 처음이고 사정을 잘 알지 못하니 태광의 전학수속 문제는 혁봉이 귀국한 후에 처리를 하기로 했다. 따라서 2-3주후에 귀국 예정인 혁봉이 들어올때까지는 태광은 당분간 그 이전까지 살던 고모네 근처의 학교까지 통학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혁봉이 들어오기 전까지 먼저 한 집에 살게된 캐롤라인과 권태광. 태광은 새엄마와 함께 살 집에서 정해진 자기방에 짐을 풀고 잠시 누워서 생각에 잠긴다. 어차피 유치원도 다니기전에 부모가 이혼해 친엄마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는 태광. 그런 상태에서 이제 사춘기로 접어든 나이에 젊은 외국인 새엄마와 살아야하는 몸. 이런저런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태광의 입에서 ‘그냥 고모네서 계속 살겠다’는 말이 나올만도 한데 고모네 집에는 태광에겐 사촌동생이 되는 고모의 딸이 두명 더 있었는데, 고모도 자기 딸들도 점차 커져가는 상황에서 중학생 조카까지 계속 떠맡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가 보여 태광은 그냥 아빠와 새엄마와 사는 것을 택한 것이다.

 사실 외국인과 결혼을 하게되면 진짜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되는게 식사문제다. 그나마 같은 ‘쌀 문화권’인 동아시아 여자와 결혼을 한 경우라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데 태광의 아버지 혁봉의 경우엔 식사문화도 완전히 다른 지구 반대편 유럽의 폴란드 여자와 결혼을 한 것이다. 물론 혁봉과 캐롤라인의 경우에는 사귀게 되면서 서로 적당히 입맛을 맞추는 그런 시간이 다소 있긴 했다. 가령 혁봉이 직접 캐롤라인에게 한국 음식을 만드는법을 가르쳐준적도 몇 번 있었고 혁봉도 폴란드 전통음식에 맛을 들이려고 그런대로 노력하기도 했다. 허나 태광의 경우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지 않는가.

 “ 아침은 원래 저희집에서도 토스트랑 햄,소시지,계란후라이 따위로 간단하게 경양

  식을 들곤 했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을거에요. 그리고 점심이야 학교에서 급식이 나

  오고... ”

 문제는 저녁식사다. (* 설상가상 폴란드는 저녁식사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 태광의 고모는 캐롤라인의 살 집으로 데려와 안내를 해 주면서 그 문제를 간단하게 이렇게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 정히 자신이 없으시면요 한국에선 국이나 찌개같은 요리를 제품으로 판매하는 그

  런 업체들이 많이 있어요. 그러니 그런데 택배로 주문해서 배달시키시던가 하세요.

  그럼 그런대로 괜찮을거에요. ”

 그러면서 친절하게 한국에서 홈쇼핑 하는법과 그리고 택배배달 하는법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온 것이 태광의 고모다. 아무래도 하나밖에 없는 조카가 젊은 외국인 여자와 이제부터 함께 살아야 한다는점에 걱정이 많이 된 모양이다.

 ‘ 쏴아아아~~~!!! ’

 집은 생각보다 넓은 40평 가까운 아파트다. 무엇보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라서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풍겨나오는 그런 집. 구조는 현관으로 들어서면 넓찍한 거실과 그 한쪽에 큰 방이 있는데, 그게 앞으로 캐롤라인과 권혁봉이 함께 살게될 신혼방이며 안방이다. 그리고 여분의 방이 두어개 더 있긴 한데, 그중 하나를 혁봉의 아들 태광이 쓰게 되었다. 어차피 식구라고 해봐야 권혁봉과 캐롤라인 부부(!) 그리고 자녀는 권태광 단 한 사람뿐이니 나머지 두 개의 방이 더 남는다. 그중 하나는 적당히 다용도실 내지 창고방 정도로 쓰게될 예정이다. 그리고 욕실이 태광이 쓰게된 방과 안방의 중간쯤에 위치해있다.

 밤늦은 시간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캐롤라인이 씻고 있나보다 하는 짐작은 충분히 될것이고, 사실 태광이야 지난 3년 고모네서 사촌여동생들과 함께 살았으니 이런 경험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태광이 변태도 아닌데 어린 사촌동생들 목욕하는 것을 엿보고 하진 않았을테고, 헌데 지금은 다 자란 성인인 그것도 한 40 넘은 중년의 아줌마도 아닌 27세의 젊은 여성이 자신의 방 옆의 욕실에서 샤워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순간적으로나마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 권태광...학교 갈 시간 되었어요. ”

 아직은 어색해서인지 캐롤라인은 태광에게 존대말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함께 살기전까진 고모네서 살았고 전학조치를 혁봉이 귀국하고 나서 할 예정이라고 하니 아직은 그전까지 살던 동네의 먼 거리 학교를 계속 다녀야한다는 것 정도는 혁봉에게서도 태광의 고모에게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른 아침시간에 태광을 깨우러 방안에 들어온 캐롤라인. 부스스 태광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 미안해요. 태광씨... ”

 “ ??? ”

 ‘씨’라는 존칭까지도 그런대로 쓸줄아는 캐롤라인. 발음도 다소 어색하지만 캐롤라인이 쓰는 한국말이 일단 태광이 알아듣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최소한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할줄 아는 그런 상황. 캐롤라인의 말이 이어진다.

 “ 태광씨 고모님이...식사는 빵하고 햄,소시지면 된다고 하신거 같아서...국이나 찌개

  는 준비 못했는데... ”

 캐롤라인은 한국인의 식사 모습을 머릿속으로 어떻게 그리고 있는것일까 ? 일단 빵으로 아침을 때우면서 굳이 국이나 찌개를 찾을 그럴 한국사람은 없다. 무엇보다 아침을 경양식으로 간단히 때우는 집들이 대체로 출근시간에 바쁘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닌가. 태광도 아빠가 돌아오셔서 인근학교로 전학을 시켜주기 전까진 당분간 멀리있는 학교를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야하니 어차피 지금 길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간단하게 감사인사를 전한다.

 “ 가...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

 캐롤라인이나 태광이나 아직 피차 긴장이 되어서인지 모든게 조심스럽기만 하다. 행여 상대방에게 실수를 하거나 불편하게 한 것은 없는지, 그렇게 피차 조심스러운 분위기라서 별다른 말은 없는 가운데 태광의 아침식사가 간단하게 끝나고 그리고 태광은 학교에 가기위해 집을 나선다.

 “ 다...다녀오겠습니다. ”

 이 인사말이 권태광에게 낯선 것은 아니다. 고모네서 3년동안 살때도 이런 인사는 했을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하고만 단둘이 살던 초등학교 5학년때까지의 시간. 아버지가 폴란드 지사로 발령이 나 가시면서 이후 3년의 시간. 그리고 졸지에 생긴 폴란드인 새엄마와 이제부터 함께 지내야 하는 시간. 그 남다른 감회와 감정이 교차하면서 이와같이 인사말을 건넸다. 집을 나서는 태광의 뒷모습을 캐롤라인이 말없이 지켜본다.

 그리고 2-3주 정도의 시간이 지나 아버지 권혁봉이 귀국했다. 예정대로 혁봉은 한국에서 가족,친지,동료등이 모두 함께하는 풍성한 분위기의 결혼식을 조만간 치를 예정이고 무엇보다 아들 태광과도 3년만에 이렇게 재회하게 된 것이다. 중간에 휴가등으로 한두번 정도 한국에 들어와 아들을 보고간적이 있긴 했지만 그 경우를 제외하고 나면 실로 오랜만인 하나밖에 없는 아들과의 상봉. 무척이나 기쁘고 좋은 일이겠지만 이제 외국 여성과의 ‘재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기쁠수만은 없는지라 혁봉은 아들 태광과 단둘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 많이 놀랐니 태광아 ? ”

 “ 아...아뇨. 괜찮아요 전. ”

 무엇보다 아들의 반응이 어떨지 몰라 그 점이 가장 걱정이었는데, 진심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와같이 대답하고 있는 아들 권태광. 혁봉이 그런 아들의 손을 잡아본다.

 “ 아버지도 사실 너 때문에 고민을 안 해본 것은 아냐. 캐롤라인과 한참 가까워질

  때도 태광이 니 이야긴 많이 했었고. ”

 다른 것은 몰라도 ‘중학생 아들’이 있다는 점 정도는 이혼을 한 남자의 처지로 미리 밝히는게 예의였으리라. 따라서 어떤 관점이나 내용으로였든지간에 아들 태광의 이야기가 캐롤라인과 만나는 자리에서 안 나오지는 않았을거고 그런 이야기들을 입에 담으면서 혁봉은 거듭 아들 태광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 지내다보면 캐롤라인도 착하고 마음씨 좋은 그런 여자임을 알게될거다. 시간이 지

  나면 차츰 적응이 될게야. ”

 말은 그렇게하지만 솔직히 사람은 겪어봐야 하는것이지 남 이야기만 들어선 잘 모른다. 허나 그런 이치를 아직 어린 중학생 태광이 알 까닭이 있을까. 여하튼 착잡한 감회를 섞어 혁봉은 아들 태광에게 양해를 구하고 납득을 시키려는 말을 거듭 입에담고 태광은 묵묵히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한편 얼마후 혁봉은 한국에서 정식으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캐롤라인의 가까운 가족,친지와 그리고 혁봉이 일하는 폴란드지사 관계자들 정도만 참석한 단촐했던 폴란드에서의 결혼식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혁봉의 가족,친구,직장동료,사회선후배등이 다수 참석한 성대한 결혼식이었다. 생각해보면 혁봉이 재혼이고 그보다 열네살 어린 캐롤라인은 초혼인데 그녀의 홈그라운드(?)인 폴란드에서의 결혼식은 간단히 그리고 혁봉의 나라인 한국에선 성대한 식을 올렸으니 캐롤라인이 손해본 셈이기도 하다. 허나 캐롤라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혁봉이란 남자를 선택한것에 만족하고 있음인지 행복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신혼여행은 폴란드에서 간단히 치렀을 때 3박4일 정도의 일정으로 다녀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특별히 신혼여행을 떠나거나 하진 않았다. 그대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집안에 신방을 차리고 자신들만의 행복한 첫날밤에 들어갔다.

 사실 말이 첫날밤이지 이미 폴란드에서 식을 한번 올린 상태고, 이후 캐롤라인이 먼저 한국에 들어오고 혁봉은 지사 인수인계 작업을 다 마친뒤에 귀국 이후 쭉 한집에서 살았으니 특별히 ‘첫날밤’의 의미라고 할 것도 없다. 다만 캐롤라인은 신방 침대에 누워 뭔가 착잡한 회한에 잠기고 있다. 혁봉이 그런 캐롤라인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어준다.

 “ 사랑해요...혁봉... ”

 그렇게 혁봉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을 고백하는 캐롤라인. 혁봉에 캐롤라인의 손을 꼭 잡아본다.

 “ 캐롤라인... ”

 말없이 캐롤라인이 혁봉을 바라보는 가운데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솔직히 고마워 캐롤라인. ”

 “ 제가요 ? ”

 뭔가 의아하게 캐롤라인이 묻고 혁봉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만약 캐롤라인이 나와 결혼해서 아이를 갖기를 원하거나 헀었다면 나 솔직히 캐롤

  라인을 택하는거 망설였을 것 같아. ”

 “ ...... ”

 “ 하지만 캐롤라인은 그걸 원치 않는다는게...그게 되려 나로 하여금 캐롤라인을 택

  하는데 부담을 지워주었던 것 같아. 그래서 더더욱 고마워 캐롤라인. ”

 무슨 사연이 있는것인지 일단 혁봉은 캐롤라인을 한번 사랑스럽게 꼭 안아주는데 그런 혁봉의 품에 안긴채 캐롤라인의 입이 열린다.

 “ 아니에요. 오히려... ”

 “ ...... ”

 “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흠많은 절 택해준 혁봉이 고마워요. 전 정말...나쁜...여자에

  요. ”

 “ 뭐 ? 나쁜 ? ”

 아직 한국말이 서툰 캐롤라인이다. 그래서일까. 뭔가 표현이 잘못 나온 것 같다는 생각에 혁봉이 바로 정정을 해준다.

 “ ‘나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건 아냐. ‘나쁘다’는 것은 바르지 못한짓을 저질렀

  거나 잘못한일이 있을 때...그럴 때 쓰는 표현이고... ”

 “ ...... ”

 “ 캐롤라인은...음...캐롤라인은... ”

 허나 막상 대체할만한 단어가 쉬이 떠오르지 않아서일까. 혁봉은 망설이고 있다. 대체 이 상황에서 ‘나쁜 여자’말고 어떤 표현이 적절한걸까. 쉽게 떠올려지지 않아서 생각보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는 혁봉. 그러다 가까스로 입을연다.

 “ 그...그냥 ‘운이 없었다’고 보는게 좋지 않을까 ? ”

 “ ‘운’이 뭐죠 ? ”

 허나 ‘운(運)’이란 단어 뜻을 모르는 캐롤라인. 그래서 의아하게 물으니 혁봉이 다시 난감해진다. 어찌보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사차원 미로같은 미궁속으로 빠지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사실 ‘운이 있네, 없네’ 할 때 쓰는 그 ‘운’이란 단어 자체가 의외로 철학적인 고찰과 성찰이 필요한 단어라 한두마디로 간단하게 설명하기 쉽지 않은 단어다. 그래서 혁봉은 다시 이런식으로 대체해준다.

 “ 그냥...그러니까...‘재수가 없었다’고나 할까. ”

 ‘운이 없다’와 ‘재수가 없었다’. 일단 비슷한 의미의 말로 그리 틀린 것 같지가 않다. 허나 캐롤라인이 ‘재수없는 여자(?)’ 이렇게 되면 또 부정적인 의미가 되는 것 아닌가. 따라서 캐롤라인의 지금 상황을 정확히 표현할 한국말이 어떤게 좋을지 다시한번 혁봉은 난감해지고, 이러다가 이런 철학적이고 심오한 문제를 고민하다 밤샐 것 같은 생각마저 들어 일단 이런식으로 상황을 무마하려든다.

 “ 그냥 뭐랄까...캐롤라인의 인생 자체가...좀 특별했다고 해두지. 남들보다 조금 특

  별한...약간 평범하지 않은 인생...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는것뿐...여하튼 캐롤

  라인이 공연히 자책하거나 자격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야. 내가 늘 말하

  지 않았나. 캐롤라인이 자신의 처지를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어. ”

 캐롤라인은 별다른 대꾸가 없다. 어차피 밤늦은 시간이니 지치고 졸립기도 해서 그쯤에서 잠을 청하려 든다. 헌데 혁봉이 눈을 감으려는데 캐롤라인이 문득 뭔가 생각나는게 있기라도 한 듯 다시 혁봉에게 말한다.

 “ 혁봉... ”

 “ 왜 또 ? ”

 잠자리에 들려는데 부르니 살짝 짜증이 나기라도 한것일까. 그와같은 말투로 물은 혁봉인데 캐롤라인의 말이 이와같이 이어진다.

 “ 제가 그렇게 말하곤 했었죠 ? 폴란드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날 아는 사람이 없는

  그런 먼곳에서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오래전부터...어릴때부터 했었다고...

 ”

 이럴 때 ‘어릴 때’가 언제부터를 의미하는것인지. 27세의 캐롤라인에게 사춘기 중고생 시절, 아니면 초등학교때나 그보다 더 어릴 때 ? 그 의미가 분명하진 않지만 여하튼 캐롤라인의 말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 근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네요. 폴란드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한국까지 와서

  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저의 흠결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것도 없는...그런

  먼곳까지... ”

 나름의 어떤 복잡한 회한과 사연이 있는게 분명해보이는 캐롤라인의 태도.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근데...정말로 그렇게 되어버렸어요. ”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것인지 어릴때부터 차라리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 폴란드에서 아주 먼곳까지 가서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런곳에서 살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녀. 결과적으로 그 바램대로 되어버린 셈이지만, 막상 이렇게 되어버리면 인간의 심리가 되려 더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캐롤라인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또 그런말도 했었죠 ? 기차를 타든 자동차를 타든 그런 교통수단을 이용 한없이

  먼곳까지...한없이 달려보고 싶다고. ”

 “ 자동차 운전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하고 싶어. 쭉 뻗은 고속도로나 국도도 있고

  ...허허허...설마 한국을 어디 아프리카의 미개국처럼 교통이며 모든 문명수단이 열

  악한 그런 나라로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 ”

 아무리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이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다 여전히 한국을 남아시아쯤에 있는 후진국이나 북한과 상황이 대충 엇비슷한 그런 정도의 나라로 아는 사람도 많다. 무슨 K-pop 같은데 푹 빠진 한류팬쯤 된다면 모를까. 일단 그런 경우는 아닌 캐롤라인. 오히려 나름대로의 어떤 상처가 있어서 지구 반대편쯤 되는 먼곳 그런곳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는 캐롤라인이라면 세계지도에서 봤을 때 – 특히 대서양 중심으로 되어있는 유럽형 지도에선 – 한국은 세상 동쪽끝 아주 먼 그런곳의 궁벽한 국가쯤으로 느껴졌을수도 있다. 따라서 어쨌든 지구 반대편이나 세상끝 아주 먼곳까지 가서 사는게 소망이었노라는 캐롤라인의 바램은 그런대로 이루어진 셈. 허나 한국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외국인은 아니었기에 그런 캐롤라인의 머릿속에 한국은 아주 미개하고 못사는 후진국이나 그런 나라쯤으로 여겨졌을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그렇지만은 않다는 듯 권혁봉이 캐롤라인을 위로해주듯 그와같이 말한것이고, 하지만 반론이라도 제기하듯 캐롤라인이 다시금 한마디 한다.

 “ 하지만 전 이 나라에서 지리도 모르고 아는게 아무것도 없어요. 폴란드에서처럼

  자동차나 오토바이 타고 아무데나 씽씽 막 달리고 그러긴 쉽지 않죠. ”

 “ 하하...그렇기야 하군. ”

 캐롤라인이 무엇을 답답하고 아쉬워하는지를 대충 아는것같은 혁봉의 태도. 일단 캐롤라인을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듯 다시한번 쓰다듬어주며 혁봉의 말이 이어진다.

 “ 여하튼 아무런 걱정말도록 해요. 어쨌든 캐롤라인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

  런 먼곳에서 살고 싶었다는 어릴적 소망은 이룬셈이고... ”

 “ ...... ”

 “ 다만 이따금 캐롤라인이 하는 취미생활 – 가령 자동차나 오토바이 같은 것을 타고

  멀리까지 마구 달려보고 싶다던가... - 그런걸 하기에 한국도 그런대로 안성마춤인

  곳이니 너무 그런 걱정은 하지 말도록 해요. 물론 아직 지리에 익숙치도 못하고 불

  편한것도 많겠지만 차츰 지내면서 한국말도 익숙해지고 지리도 익숙해지면 이곳도

  그런대로 살만한 곳이란걸 깨닫게 될거야. ”

 캐롤라인은 말없이 다시금 눈에 눈물이 고이고 혁봉이 그런 캐롤라인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리고는 다시금 캐롤라인을 안아주는 혁봉. 캐롤라인이 혁봉에게 입맞춰준다. 사랑스러운 부부의 모습 그 자체다.




-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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