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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러블리즈 서지수 (14.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바람과 구름과 비





 한편 미영은 결혼식을 올렸다. 어느덧 2016년 한해도 저물어가는 연말인데, 원래 자신보다 열다섯살 연상의 이혼남 현봉환과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기전에 어머니한테는 그 사실을 말씀드리고 혼주자격으로 참석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하던 미영이 아니던가. 허나 정작 그렇게 그전까지도 자신을 낳아준 친엄마로 알았던 전수경은 친엄마는커녕 놀라운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어 미영에게 충격을 주었고, 수경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뒤 그 충격에서 어느정도 벗어난뒤에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한편 그사이 미영은 이름도 개명을 했다. ‘쥴리아’라는 외국인 느낌이 나는 이름으로 개명을 했는데 미영은 차라리 이렇게 된 것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을 하고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기에 그런 조치까지 취한 것이다. 애초에 새엄마 진아의 구박을 견디다 못해 고등학교 2학년때 집을 나왔고 10층짜리 건물에서 술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자살시도 비슷한 것을 하려다 실패한뒤 건물주 현봉환에게 발견되어 그후엔 건물 관리실 직원으로 일하다 이혼남 봉환과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 그녀. 그리고 그때까지 자신이 친엄마인줄 알았던 수경은 친엄마가 아니었고 정작 자신을 낳아준 엄마는 수경이 그때 아이를 바꾼 옆자리의 어린 미혼모. 따라서 지금은 어디사는 누구인지 알길조차 없는 여인이니 차라리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애초부터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자살시도나 다름없는 행동을 하다 실패한뒤 극적으로 현봉환에 의해 발견되고 그 뒤에 봉환의 건물 관리실 직원으로 일하다 여기까지 온 미영이 아니던가. 그러니 어찌보면 봉환에 의해 발견된 그날부터 자신이 ‘다시 태어난 것’이라 생각하고 이름까지 아예 새로 개명을 해버린 것이다.

 다만 결혼식날 키워준 아버지 성갑에겐 연락을 다시 취해 결혼식 신부입장때 신부 손을 잡고갈 아버지 역할은 좀 해달라는 부탁은 했다. 막상 그렇게 유전자 검사로 친부도 아닌 생판 남임을 확인했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고, 무엇보다 막상 결혼식에 임박하고보니 그날 자신의 손을 잡고 입장할 아버지는커녕 그 역할을 대행해줄만한 사람도 없기에 그런 부탁을 한 것이다. 애초 유전자 검사를 한날 함께 술한잔을 나누며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약속까지 했던 미영과 성갑이 아니던가. 허나 이미 이름까지 ‘쥴리아’로 개명을 한 상태에서 결혼식장에 아버지 역할만 대신 해달라는 부탁을 그와같이 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런식이라면 자신의 결혼식날은 자신을 아는 사람은커녕 부모도 없는 쓸쓸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것이고, 그래도 생전 처음 하는 결혼식 ‘정직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며 무슨 엑스트라들을 동원 가짜 하객을 만들거나 하지도 않고 다만 친엄마만 혼주 자격으로 모시고 싶다고 했던 미영이었다. 허나 어쨌든 수경을 모시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 되어버렸고 이런 상황에서 성갑에게 급히 다시 연락을 취해 결혼식장에 ‘신부 손을 붙잡고 입장’ 신랑에게 인계하는 그런 아버지 역할만 잠깐 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한편 청첩장은 물론 결혼식장에 소개된 신부 이름도 이미 ‘김미영’이 아닌 새롭게 개명한 ‘쥴리아’로 적혀있었다.

 결혼식장은 신랑 현봉환의 가족,친지는 학교 및 사회친구 그 외 10층짜리 건물 건물주를 하면서 알고 지내온 주변 동료,지인이나 사회 각계 인사들도 참여 제법 성황인 결혼식을 올렸다. 심지어 봉환의 건물에 세들어 살고있는 이런저런 업체 관계자들도 건물주에게 잘보이고픈 생각으로 참석한 경우도 제법 있었으니까. 그렇게 하객만 대략 200-300명 정도 될 정도로 예식장이 꽉차고 넘치는 결혼식. 헌데 그 자리에 참석한 하객은 모두 신랑 현봉환측 하객이고 신부쪽은 달랑 신부의 아버지 역할만 그날 하루 해주기로 한 김성갑이 유일했다.

 식을 올리고 난뒤 두 사람은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한편 이미 열 살,일곱살,다섯살된 세명의 아들이 있기도 한 현봉환. 그 아들들과도 결혼식 전후에 봉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애초에 아들 셋이 있는 이혼남인 것을 알고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택한 결혼이다. 한편 미영 아니 쥴리아가 봉환과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동안에는 봉환의 사촌누이 한명이 봉환의 아이들을 대신 돌봐주기로 했다.

 신혼여행 첫날밤. 쥴리아는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열다섯살 연상의 남편 봉환의 품에 안겨있다.

 “ 아저씨...아니 여보. ”

 아직은 ‘여보’란 표현은 수줍어서 잘 안나오는듯한 쥴리아. 아니, 하지만 웬만한 수줍어하는 신부들에 비해 비교적 덤덤하게 그를 부르는 느낌마저 든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을 각오하고 시작한 결혼생활. 게다가 쥴리아는 봉환의 품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차라리 더할나위없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엄마 진아에게 구박받으며 살아온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의 17년 시간. 그에 비하면 적어도 봉환과 함께한 지난 8년의 시간이 훨씬 행복했던 것 같다. 그 중간에 자신의 놀라운 출생의 비밀을 알고 받은 충격과 절망스러운 감정까지 염두에 둔다면 쥴리아는 그저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현봉환의 품에 안겨있는 순간.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것만 같다.

 “ 저 다른 것은 몰라도... ”

 “ ...... ”

 “ 당신 아이들에게는 좋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요. ”

 그렇게 고백하는 쥴리아. 그런 마음을 먹게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 여하튼 전 새엄마에게 구박받으며 그렇게 고등학교때까지 살다 집을 나온 그런 아

  이잖아요. 그러니...그런 저라서 오히려... ”

 “ ...... ”

 “ 아저씨의 아이들에게도 그런 고통을 지워주고 싶진 않아요. 오히려 전 그래서...

 ”

 “ ...... ”

 “ 절 거둬주시고 진심으로 사랑해주신 아저씨니만큼...아저씨...아니 당신 아이들도

  ... ”

 말하다 잠시 자기 감정에 울컥한 듯 목에 잠기는 쥴리아. 가까스로 진정시킨뒤 말을 이어간다.

 “ 당신이 절 사랑해주신 만큼 저도 당신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어 키울거에요. 그게

  ... ”

 “ ...... ”

 “ 지금까지 새엄마 구박을 받으며 살았고 또 막상 친엄마로 알고 지냈던 여자도 알

  고보니 제 친엄마가 아니었던...그래서 차라리 그 이후에는 이전 인생은 없었던것으

  로 하고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기로 결심한 저 쥴리아가 당신에게 하는 고백이에

  요. ”

 어느덧 눈에 눈물이 고인 쥴리아. 봉환이 쥴리아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리고는 그녀의 마음을 알겠다는 듯 포근하게 그녀를 감싸안아준다.





 한편 한광우는 이 무렵 지상파에서 내년 연초부터 방영을 계획중인 두편의 드라마에 캐스팅이 되었다. 그중 한편은 공영방송사에서 신년 대기획으로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 100부작 대하사극이고, 또 한편은 다른 지상파의 주말극이었다. 사실 겹치기 출연이 다반사던 70-80년대에도 이런일은 잘 없었는데 그만큼 한광우가 한참 잘 나가는 연기자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 방송사 정통 대하사극 명맥이 끊긴지는 이미 오래지만 소설이니 그냥 넘어갑니다. 그만큼 한광우가 주연급 연기자로 거듭나기 시작했다는 소리임)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미니시리즈나 영화같은데 조연급 역할을 주로 맡았고 게다가 중간에 2년반 군대를 다녀오느라 공백기도 있었던 한광우였는데 의외로 연기에 소질이 있음이 거듭 인정을 받았음인지 20대 중반 나이에 그렇게 대하사극 주인공과 주말극 주인공을 동시에 맡게되는 뜻하지 않은 광영을 누리게 된 것이다.

 허나 덕분에 광우는 뜻밖의 해프닝이랄까 또는 고민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광우가 한정호 피디의 아들임이 차츰 방송가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애초 한정호 피디는 광우가 연예계에 데뷔하는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고, 꼭 그 때문이 아니더라도 행여 ‘아버지 빽으로 연기자가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싶지 않아서라도 지금까지 부모님 직업은 가급적 숨기는 편이었다. 가령 지금까지 광우도 그래도 제법 부각되는 신인급 연기자였기 때문에 언론사,잡지사 인터뷰를 할 기회가 몇 번 있기는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기자들이 부모 직업을 물어보면 ‘아버지는 대기업 다니시고 어머니는 전업주부’라는 식으로 둘러대곤 했었다.

 헌데 무엇보다 치명적인(?) 문제는 한정호 피디의 아내, 즉 광우의 엄마인 구지성이 현역 방송,연예부 기자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구지성은 이미 방송,연예부 기자 경력이 어느덧 20년에 달하는 베테랑급 기자로 거듭나있었고 최근에는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종종 이런저런 케이블 방송사 연예정보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마터면 자신의 아들인 광우와 인터뷰를 할뻔하는 위기에 몇 번 봉착한적이 있었다. 다만 지금까진 그런대로 구지성이 적당히 핑계를 대며 피하기도 했는데 이젠 더 이상 그런식으로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몰려있었다.

 일단 근본적으로 한광우의 아버지 한정호 피디도 이때쯤엔 방송가에서 제법 알아주는 드라마 피디로 자리잡아 있는때다. 무슨 ‘시청률 제조기’쯤 되는 베테랑급 피디까진 아니더라도 근 10년동안 방송사 일일극,주말극 연출을 한 대여섯편 가량 맡으면서 그런대로 시청률에서 선방하는 대체로 인정받는 피디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무엇보다 한정호 피디와 젊은 시절부터 인연이 있던 방송가 관계자라면 – 정호의 결혼문제와 별개로 – 정호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그때부터 알고 있을것이고 따라서 그런식으로 한광우와의 연관성(?)을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또 한정호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아내가 지금 베테랑 방송연예 전문기자인 구지성 기자라는 사실도 알것아닌가.

 또 한정호 피디와는 별개로 구지성 기자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한정호 피디도 알것이고 두 사람 사이(?)에 아들이 하나 있다는것도 모를수는 없을 것이다. 여하튼 이래저래 광우는 아버지가 한정호 피디 어머니가 구지성 기자라는 사실을 더 이상 숨길수가 없는 위기상황에 몰리고 있었는데, 그러다 진짜 큰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바로 새해부터 시작되는 주말극과 대하사극에 동시에 주인공으로 캐스팅이 되어 이미 장안의 화제가 되어있는 한광우를 구지성이 직접 인터뷰를 맞게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야말로 엄마가 아들을 인터뷰하는 황당하다면 황당하고 난감하다면 난감한 그런 상황이라고나 할까. 사실 구지성은 이전에도 비슷한 위기가 몇 번 있었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적당히 빠지며 다른 패널이나 기자한테 역할을 넘기려고 했었다. 허나 이미 새해에 새로 시작되는 대하사극과 주말극에 동시에 주연으로 캐스팅 된 한광우란 배우가 화제에 올라있고, 따라서 그만큼 방송,연예가 화제고 이슈거리인 한광우에 대한 인터뷰라면 그래도 베테랑 여기자 출신이고 연예정보 프로 고정패널이기도 한 구지성이 맡아보는게 비중과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게 제작진의 입장이었다. 결국 더 이상 숨길수 없는 상황에 몰린 구지성이 모든 것을 자백하고야 말았다.

 “ 사실...한광우 제 아들이에요...사실 친아들이 아니기도 하지만... ”

 나이문제라던가 구지성의 결혼시기등 역시 지성과 친분이 있는 방송,연예가 관계자들이라면 모르지 않을것이기에 이 문제 역시 밝히지 않을수가 없었다. 결국 해당 연예정보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자기네들끼리 한참 고민을 하다 차라리 이런식으로 모든 것을 밝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따지고보면 아버지가 피디고 어머니가 방송연예부 기자인 그런 부모의 아들이 새로 시작하는 두편의 드라마에 주인공을 맡게 된다는 것 자체도 특종거리면서 화제거리가 될 수 있는 이슈 아니겠는가. 물론 근본적으로 광우가 지금까지 자신의 부모의 정체에 대해 숨긴 것이 그런식으로 ‘부모 빽으로 연기자가 되었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였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한정호는 아들이 연예계에 데뷔하는 것을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생각했기에 이래저래 광우로선 더더욱 난감하고 난처한 처지에 몰렸다. 그런 광우를 지성이 설득했다.

 “ 광우야, 차라리 이렇게 된거 그냥 세상에 사실대로 밝히는것도 좋을거 같다. 나

  도 처음엔...내가 맡을 인터뷰를 다른 기자나 패널한테 맡기는 쪽으로 이미 상의

  도 더 해봤지만...솔직히 너도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언제까지 숨기기도 난감한 일

  아니니 ? ”

 광우가 고민 끝에 결국 반 승낙을 한 상황에서 한정호 피디의 경우에도 좀 고민을 하는 듯 하다 일단 ‘정면돌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한정호 입장에서도 자신에게 결혼전부터 아들이 하나 있었다는 것 자신의 주변 방송가 동료들중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황이다. 그러니 현역피디 입장에서 완전히 숨기기는 이미 불가능한 상황. 결국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히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한정호는 그 나름대로의 착잡한 감회에 사로잡혔다. 생각해보면 어릴때부터 예뻐했던 오촌조카 한유진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아이를 맡기고 간 그렇게해서 자신이 맡게된 아이가 광우가 아니던가. 그 광우를 애기때는 아이 돌보는걸 맡길 사람도 없고 해서 자신이 방송국에 아이를 데리고 출퇴근을 하다시피 했고 – 그래서 덕분에 광우가 애기때부터 보게된 풍경이 방송국이라서 그래서 더 방송,연예가쪽에 관심을 갖게된 것이 아닌가 그런쪽으로 후회한 시간도 많았다. - 무엇보다 이렇게 자신이 광우를 키우고 있는이상 결혼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한동안 체념한 상태이기도 했던 한정호다. 헌데 그런 정호를 대학 후배이기도 한 방송,연예부 기자 구지성이 자신을 관심이 있는 듯 쫒아다녔고 그런 지성과의 술자리에서 자신의 사적인 부분을 묻는 지성에게 정호는 사뭇 냉소하듯 이렇게 대꾸하기까지 했다. ‘나같은 일개 무명의 조연출 사생활이 대단한 연예계 스캔들이라도 된다더냐 ?’고. 허나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구지성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결국 모든 사실(?)을 밝힐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지성과 결혼 지금까지 광우를 키우며 살아왔다.

 한편 지성은 그녀 나름대로 광우에게 최선을 다해왔지만 알게모르게 ‘그늘’이 느껴진다면서 광우를 자신이 아무리 친아들처럼 잘해준다 해도 채워주지 못하는 무엇이 있는 것 아닌가 고민했고 그래서 때가되면 ‘친엄마를 알려주는게 좋겠다’며 그 문제를 상의하기도 했던 지성. 헌데 결국 광우가 연기자로 데뷔 연예계 활동을 하고있는 상황에서 군대가기 전에라도 친엄마의 존재를 알려주는게 좋겠다며 그 문제를 정호에게 상의했는데 그때까지도 광우의 친엄마로 알고 있었던 한유진도 결국은 광우의 친엄마가 아니었던 것. 그 모든 사실을 알게되고나서 한동안 혼란스러운 심경에 사로잡히기도 했단 광우와 지성이었다. 헌데 끝내 지성이 이것도 인연이고 운명이라 생각하며 광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결심 두 사람간에 ‘모자간의 언약’을 맺는 ‘모자 언약식’을 치르기도 했는데, 그리고나서 이제 광우가 본격적으로 주연급 연기자로 거듭나는 상황에서 어느덧 20년 경력의 베테랑 방송연예부 기자이면서 연예정보 프로그램 고정패널이기도 한 구지성이 새 드라마 주연을 맡은 한광우를 인터뷰하는 그런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고민 끝에 결국 한광우를 패널인 구지성이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밝히는 것으로 설정을 만들기로 했다. 한마디로 지성이 광우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사실은 모자간’임을 밝히는 순간 그 자체가 방송,연예가 특종이슈고 인터넷 연예가 관련이슈 검색어 1위가 될 그 정도 수준의 이슈인 것이다. 일단 인터뷰 설정은 처음에는 지성과 광우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인 그저 흔한 연예인과 취재기자의 인터뷰처럼 진행을 하다 중반 이후쯤에 모든 것을 밝히기로 했다.

 “ 새해부터 방송되는 ‘대하사극’과 ‘주말극’에 모두 주연으로 캐스팅된 소감이 어떠

  신가요 ? ”

 “ 많이 얼떨떨한데요...사실 처음엔 캐스팅 제안이 대하사극 OOO, 제작진으로부터

  먼저 왔어요. 사실 그때만 해도 제가 아직 사극 주인공을 맡을만한 주제가 되나 고

  민도 많이 해봤고...(중략)...그러다 이번엔 주말극을 기획하고 있다는 제작진에서

  또 연락이 왔지 뭐에요... (이하 생략)

 “ 한광우씨는 가만보면 얼굴도 참 잘 생기시고 성격도 좋아보이는데 여성팬이나 이

  런건 많나요 ? ”

 “ 글쎄요 뭐...저도 제 팬카페 같은데 들어가보면 여성팬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

  더라구요. 그리고 또 가끔 제게 팬레터처럼 이메일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

  분들중에도 여자분이 많은 것 같고... ”

                                   (중략)

 “ 근데...그럼 이렇게 잘생긴 아드님을 두신 부모님은 어떤분이실까 ? (능청떨면서)

  그럼 한광우씨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 ”

 “ 아버지는 실은 방송국 피디시고...어머니는 여기 계신데... ”

 “ (일부러 어리둥절해하며 주위 돌아본다) 예 ? 어디 계시다는 말씀이신가요 ? ”

 “ (구지성 가리키며) 여기 계시잖아요. (겸연쩍게 웃는다) ”

 사전에 대본으로 설정이 된 상황이지만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놀라구 충격을 받을만한 한 장면이기도 하다. 또 웃기다면 웃기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 그야말로 대한민국 방송,연예가 사상 최초로 모자간의 인터뷰 진행이 이런식으로 이루어졌고 해당 방송이 나가는날은 그야말로 인터넷에서 그리고 연예가에서 전국적인 화제거리가 되었다.





 한편 부산의 한 학교근처 분식집에서 일하다 식당 아주머니가 자리를 비운 일주일여동안 대신 가게를 봐주다가 그만 가스폭발사고를 낸 임운은 ‘과실에 의한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되어 1년 6개월가령 금고형을 살았다. 과실에 의한 사고였기 때문에 징역형은 면하고 금고형을 받은것이지만 감옥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고 무엇보다 임운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애초에 아침에 이따금씩 식당에 들러 물총을 쏘는 이상한 아가씨를 제지하려다가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가스폭발 사고가 아니던가. 헌데 가스가 폭발하기 직전 혼비백산하여 달아난 문제의 아가씨는 대체 어디사는 누군지 알아낼 방법도 찾아낼 방법도 없고 설상가상 주인 아주머니는 아예 그 이상한 아가씨(매일같이는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는 식당에 들르던)를 기억도 못한다는 것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임운은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1년반 가량의 금고형을 살았던 것이다.

 형을 마치고 나온 임운은 부산으론 돌아가지 않고 대신 부산 인근의 한 도시(* 대략 김해나 양산 정도)에 있는 서민형 빌라에 새 집을 마련 그곳에 거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따금 노가다를 뛰며 그걸로 생계를 유지했다. 헌데 임운이 생각보다 일이 잘 안되는것인지 아니면 의외로 천성이 게으른면이 있는것인지 노가다 일을 계속하진 못하고 한달정도 일을 하다 다시 한달은 쉬고 다시 새로운 노가다 알바를 하다 그런식의 패턴이 이어지는 시간이 얼마동안 지속되었다. 한마디로 한달 노가다일을 뛴 돈으로 한두달 생계유지를 하며 살다가 돈이 떨어지면 다시 노가다를 뛰는 그런식의 일상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한편 그 와중에 임운도 개명신청을 했다. 어쨌거나 감옥살이까지 한 마당에 아예 이름까지 바꾸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임운도 했던 것이다. 사실 애초에 연화보살 곁을 떠나 부산에 정착할때도 이름까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안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땐 어찌하다보니 여건이 되지못해 하지 않았고 그제서야 개명신청을 한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이름은 강규진이라고 지었다.

 대체 왜 굳이 새로운 이름을 강규진이라고 지은것인지는 임운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가 안간다. ‘강씨’와 무슨 특별한 인연이 있는것도 아니고 굳이 인연이 있다면 연화보살 밑에서 살 때 고등학교때 잠시 알고지내던 자신에게 잘해주던 교회다니던 소녀 강승미. 허나 그 아버지 강규형 권사가 무당 아들과 자기딸이 계속 가까이 지내는 것은 곤란하다며 성인이 된 이후엔 자기집 출입을 삼가달라는 그런 엄포까지 듣지 않았던가. 헌데 (그것도 강승미의 아버지인) 강규형 권사의 동생이라도 되고싶다는 심리도 아닐텐데 마치 돌림자(?)라도 따듯 이름을 강규진으로 지은 것이다. - 게다가 강규형의 돌림자가 ‘규’자 돌림인지도 확실치는 않다. 그 당시에 운이 입장에서 그런 것을 물어볼 처지도 못 되었고.

 여하튼 강규진으로 이름까지 바꾼채 이따금 노가다 알바를 뛰며 그런식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임운, 아니 강규진. 헌데 그러다 규진도 모처럼 좀 마음에 드는 여인을 보게 되었다. 대단한 인연은 아니고 실은 규진이 사는 서민형 빌라에 바로 옆집 사는 여인이었다. 헌데 출퇴근이 좀 불규칙한지 규진의 경우엔 이따금 노가다 알바를 뛰다 일이 잘 안되면 다시 쉬고 그러는 패턴이 한동안 반복되었는데 노가다를 뛰기 때문에 아침일찍 출근 저녁때나 되어 퇴근할때는 몰랐는데 옆집에 사는 아가씨의 경우엔 오전엔 보통 집에 있고 오후 늦게나 출근을 한다는 사실을 일이 없어서 자신이 집에 있을 때 알게된 것이다. 일을 쉴 때 이따금 규진이 오전시간에 나와보면 옆집 사는 젊은 여자가 생필품이라도 사기위해 인근 가게에 들른다던가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직 대체 어떤일을 하는 여자인지는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일단 분위기는 대체로 청순하고 얌전해 보이는 그런 이미지의 여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오전에 생필품을 사기위해 외출을 할때는 대개 간편한 복장의 츄리닝 바람으로 외출을 하는데 그럴때는 대체로 차분해보이는 여학생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조금씩 관심이 가서 이따금 그녀의 집 우편함 같은데 관심을 표하는 구애편지를 넣기도 하고 그런식으로 접근을 시도해보았다.

 헌데 그러던 어느날. 뒤늦게서야 자신에게 그런 구애편지를 보내는게 누구인지를 알게 된 옆집여자가 규진과 집앞에서 마주치더니 대뜸 이와같이 물었다.

 “ 너, 몇 살이니 ? ”

 순간 규진은 정신이 멍했다. 솔직히 규진 입장에서 아직 옆집 여자의 나이도 이름도 모르고 있지만 일단 젊어보이는 여자였고 사실 규진이 외모에 비해 비교적 동안이라는 평가를 받는 얼굴이긴 했지만 여하튼 이미 20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다. 게다가 비록 동안일지언정 그래도 요즘은 – 가령 노가다 뛰는 현장에서라던가 - ‘학생’ 보다는 ‘아저씨’란 소리를 더 자주 듣게 되기도 한다. 헌데 그런 자신을 보고 옆집에 사는 여자는 마치 철없는 유치원 어린아이라도 타이르는 선생님같은 말투로 사뭇 비아냥거리듯 이와같이 물은 것이다. ‘너 몇 살이냐 ?’고.

 어이없었다. 굳이 연상녀,연하남 이런걸 따지고 싶지는 않아도 심지어 요즘은 여자 연예인중 혼기를 놓친 30-40대 노처녀 연예인중 열 살이하 연하남과 결혼해서 심지어 당당히 자신의 사는 모습을 공개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게 되는게 2010년대 후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헌데 이런 세상에 그것도 나이도 어차피 몇 살인지 피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기껏해야 비슷한 연배로 보여 고작 한두살 차이나 날까 그 정도로 짐작되는 여자가 자신을 ‘너 몇 살이니 ?’하고 마치 철없는 유치원아이가 선생님한테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그런 어린아이를 타이르는듯한 선생님 같은 말투로 이렇게 물은 것이다. ‘너 몇 살이니 ?’라고.

 그 물음에 순간 너무 충격을 받아 화도나고 속도 상해 한동안 집에서 두문불출했다. 헌데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규진은 더 수수께끼같은 일 하나를 겪게 되었다. 실은 그래도 요즘은 다시 일이 생겨 저녁때나 되어 노가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규진인데 그런 규진이 한밤중 깊이 잠이들었는데 옆집에서 벽력같은 고함소리가 나는 것을 들은 것이다. 사실 규진이 어릴때부터 성격도 좀 무던한편이고 잠귀도 어두운 편이란 평판을 듣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규진조차도 도저히 참을수가 없을 정도로 최소한 한사람은 아닌 복수의 남자가 뭐라고 크게 고함을 지르며 싸우는듯한 그런 말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 시끄러워 !!! 미라는 내거야 !!! 미라는 내거라고 ? 미라야, 너 분명히 말해봐라.

  너 나 좋다고 말 했냐 ? 안 했냐 ? ”

 “ 아니, 근데 이 영감탱이가 무슨 X소리야 ? 대체 그리고 누가 미라라는거야 ? 얘

  는 미라가 아니라 유라야. 이건 도대체 여자 이름도 정확하게 모르면서 무슨...얘

  너 분명히 말해봐라. 너 유라 맞지. 그리고 아저씨랑 주말에 OO으로 데이트 가기

  로 한거 맞지 ? ”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그리고 무슨 싸움인가. 아무래도 옆집 아니면 옆집과 자신의 집 사이 복도에서 나는 싸움소리가 분명한데, 그렇다면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남자의 싸움소리는 바로 옆집사는 젊은 여자를 두고 싸우는 소리란 말인가. 그래도 한때나마 규진이 청순한 이미지에 호감이 가 관심을 갖기도 했고, 허나 막상 마음먹고 용기를 내 고백을 하려 했지만 ‘너 몇 살이니 ?’하며 마치 철없는 유치원 어린아이가 선생님한테 면박이라도 당하는듯한 그런 말을 듣기도 한 그 여자가 ? 대체 이게 무슨일인가.

 아무래도 이상하고 안되겠다 싶어 확인을 해보려 문을 살짝 열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옆집과의 사이 복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리고 어둠속에서 대충봐도 나이가 결코 젊어보이지 않는 두 남자가 계속 멱살을 잡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있었다. 옆집에 사는 사람이 오죽했으면 시끄러워서 문을 열고 나와보았을까마는 그조차도 아직 눈치를 못 챘는지 두 남자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고, 적어도 그 와중에 미라니 유라니 하며 어떤게 그 여자의 진짜 이름인지 또는 미라든 유라든 그녀가 나를 더 좋아한다는 식의 대충 그런 내용의 말싸움이 계속 되고 있었다. 게다가 싸우는 말의 내용을 대충 들어보니 심지어 돈문제도 약간 얽혀있는듯한 그런 싸움이었다.

 얼마나 그런 실랑이가 계속 되었을까. 미라든 유라든 여하튼 옆집 여자가 그 싸움을 지켜보다 결국 어디론가 신고전화를 했다. 그 와중에도 두 남자는 옆집 여자한테 자신들의 돈과 얽힌 문제라던가 혹은 이전에 했던 데이트 약속 같은것들 혹은 모텔방에서 잔적 있냐느니 없냐느니. 여하튼 오만가지 문제를 놓고 계속 실랑이와 사실관계 확인요구를 하고 있었다. 허나 여자는 뭔가 매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 와중에 옆집 남자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하튼 잠시후 신고한대로 경찰이 달려와 두 남자를 붙잡아갔고 여자는 경찰관들에게 이런식으로 말했다.

 “ 모르는 아저씨 두 사람이 한밤중에 잠도 못 자게 계속 소란을 피워서요. 전 그냥

  여기 혼자사는 여잔데...모르는 아저씨 두 사람이 보니까 술도 좀 취한 것 같고 계

  속 소란을 피워요. 좀 어떻게 해주세요. ”

 여자는 마치 두 남자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듯이 그야말로 무단으로 누군가가 오밤중에 술까지 먹고와서 소란,행패를 부린다는 듯 말했고 남자 둘은 억울하고 기가막히는 표정을 지었다. 허나 여자가 거듭 ‘모른다’고 잡아떼는 상황인지라 속수무책으로 그대로 두 사람은 경찰에 연행이 되었고 여자는 그 광경을 옆집 남자가 모두 보고있다는 것에 당황한 듯 바로 집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굳게 잠궈버렸다.





 임운, 아니 강규진은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단순히 지금까지 청순한 이미지로 알았던 옆집여자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그런 여자가 아닐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충격때문은 아니다. 규진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 이상한 여자가 어디 한둘이던가. 가령 연화보살의 밑에서 아들로 살 때, 중학교때 보았던 사귀는 남자와 떼어놓기 위해 어머니가 딸을 임시로 그곳에 머물게 했던 고등학생 누나의 경우부터 시작, 연화보살집안 3대째 단골손님인 송태권 집안의 막내딸도 자신을 ‘무당집 아들’이라며 무시하던 일. 또는 자신을 감옥살이까지 하게 만든 부산에서 학교근처 분식집에서 일할 때 아침마다 물총을 쏘고 달아나던 이상한 여자등. 솔직히 그런 여자들을 겪으면서 규진에겐 그동안 여자 자체에 대한 불신이 많이 쌓였다. 따지고보면 자신을 20대 초반까지 키워준 무당 연화보살도 그런 이상한 여자의 범주에 속한다 할수 있겠고, 게다가 규진 자신은 그런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무당집 아이’라며 어릴때부터 아이들한테 괄시받고 자랐다. 그나마 그런 규진에게 유일하게 잘해주었던 여자아이가 덕분에 잠시 교회도 함께 다니며 연극공연까지 하게 되었던 강승미란 아이 정도. 그나마 그것도 그녀의 아버지가 무당집 아들인 자신과 자기딸이 더 친하게 지내는 것은 곤란하다며 그만 만날 것을 종용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한편 그런 자신을 동네 구멍가게 아주머니는 ‘솔직히 자네같은 환경에 있는 남자 정상적으로 연애나 결혼하기 쉽지 않다’며 더 늦기전에 연화보살 곁을 떠날 것을 충고해주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 아주머니의 충고가 맞는 것 같기도 해 송태권 집 막내 손녀로인해 충격을 받은 얼마후 실제로 연화보살의 곁을 떠나 지금껏 살아오지 않았던가. 헌데 부산의 분식집에서 그나마 좀 정착해서 일을 하나 싶더니만 이상한 여자로 인해 가스폭발사고로 자신이 되려 그 죄를 뒤집어쓰고 2년 금고형까지 살게되고. 그렇게 알게모르게 세상과 여자에 대한 불신과 원망 그런 것이 쌓여져오던 그것이 강규진이란 남자의 자아다.

 헌데 이번엔 그래도 그런대로 괜찮은 여자다 싶어 관심을 표해보려고 했던 청순한 이미지의 옆집여자. 헌데 그 여자는 – 사실 나이도 불명확한 가운데 - ‘너 몇 살이니 ?’ 하면서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라도 면박주듯이 망신을 주었고, 헌데 그런 옆집여자가 너무나 충격적이고 어이없는 싸움에 휘말려있는 상황을 보았다. 대체 그 싸움의 실체가 뭔지는 규진이 정확히 알길 없지만 여하튼 두명의 나이많은 아저씨는 술까지 취한 상태로 그녀의 이름이 미라니 유라니 하며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고 말하는 것으로 봐선 옆집여자는 아무래도 유흥업소나 그런데 종사하는 여자인듯하고 두 남자는 그런식으로 엮인 남자인 듯 했다. 허나 여자는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남자들인양 경찰서에 신고해버렸고. 그날밤의 일로 인한 충격에 규진은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헌데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하루는 잠시 볼일이 있어 나갔다 들어오는데 그 문제의 옆집여자가 웬 남자와 함께 빌라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것도 말씀한 양복정장의 신사같이 차려입은 그런 남자와. ‘이건 또 무슨일인가 ?’ 순간 어안이 벙벙해지고 궁금해지기도 해 한번 두 사람의 뒤를 밟아보았다. 헌데 두 남녀는 빌라에선 다소 떨어진 한 음식점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동네에 흔히 보는 그런 분식점 수준이 아닌 빌라에서 다소 떨어진곳에 있는 다소 고급스런 경양식집이었다. 손님으로 가장하고 한번 두 사람을 따라 식당안으로 들어가보았다.

 헌데 그 안에는 미리 기다리고 있는 듯 했던 웬 나이많은 여자가 남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가 여자를 이와같이 소개했다.

 “ 어머니, 이쪽이 바로 제가 말했던 OOO 씨에요. ”

 그런식으로 마치 결혼을 전제로 사귀기라도 하는 듯 여자를 나이많은 여자에게 소개하는 남자. 규진은 기가막혔다. 한번 조금 떨어진 자리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는둥마는둥 하면서 그네들의 대화를 엿들어보았다.

 “ 하이구 참...세상에 어디서 이런 복덩이 같은 아가씨를 우리 OO이가 구했을꼬 ?

  그래, 부모님은 무엇을 하시고 ? ”

 “ 아버지는 H그룹 기획관리실장으로 계시고 어머니는 이화여대 음대 교수로 계십

  니다. ”

 “ 어...그래 ? 아버지가 H그룹에서 일하시고 어머니는 음대 교수시라고 ? ”

 대체 어디까지 진짜로 믿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규진의 입장에선 백퍼센트 신뢰하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남자나 남자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나이많은 여자는 옆집여자가 하는 말을 그대로 다 믿는듯했다.

 “ 어머니, OO씨는 교육대학을 나와서 지금까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를 했대

  요. 허나 지금은 퇴직하고 조용히 신부수업을 쌓는 중이랍니다. ”

 “ 아이구, 그래. 요즘 보기드문 참으로 참한 아가씨구먼. ”

 그야말로 70-80년대에나 볼법한 그 시절 흔한 그런대로 괜찮은 집안의 ‘요조숙녀’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여자. 허나 그녀의 말이 진실이 아닐것이란 것은 규진은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이미 평상시 규진이 지켜보던 그녀의 일상이 이미 그런 학교선생의 일상이 아니다.

 “ 이봐, 당신 뭐야 ? ”

 헌데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 이번엔 규진이 그 옆집여자가 사귀는듯한 남자로부터 흠씬 두들겨 맞는일이 벌어졌다. 사실 따지고보면 규진이 스토커처럼 두 사람의 뒤를 밟은것이니 규진이 잘했다고 볼수는 없다. 허나 여인의 실체를 어느정도 아는 규진의 입장에선 상대방 남자가 오히려 이상한 여자한테 제대로 사기당하는 것 같아 되려 그 남자를 딱하게 여길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가 하는말로 미뤄봐선 옆집여자가 규진이 몇 번 자신의 뒤를 밟은 것을 눈치채고 무슨 스토커라도 되는양 남자에게 말한 듯 하다.

 여하튼 졸지에 남자한테 흠씬 두들겨맞은 규진. 덕분에 그녀와 상대 남자에 대한 분노와 증오의 마음이 커져갔다. 단순히 이 사건 하나만을 두고 쌓여져가는 원망과 분노가 아니다. 지금까지 20여년을 살아오면서 규진이 겪었던 모든일. 그런식으로 쌓여져가는 세상의 불신과 분노에 그 사건이 한가닥 더해져 일종의 임계점 직전까지 다다르고 있었던 것이다.

 (* 한편 이 무렵 한광우는 대하사극과 주말극 주연으로 한참 인기 절정을 구가하고 있었고,

  쥴리아(미영)는 아이가 셋인 40대 초반의 건물주이기도 한 이혼남과 결혼한지 1년 가까이

  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그런대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해가는 중이다. )

 얼마후 규진은 작심하고 옆집여자가 집을 비운사이 그녀의 집에 들어가보았다. 미리 그녀의 집 비밀번호를 확인하고 작심하고 저지른 일이다. - 명백한 범죄행위고 무단침입이지만 규진은 이미 그런 문제를 따질수 있는 심리상태가 아니다. - 집에 들어가 이것저것을 뒤져보다 아마 그녀가 요즘 만나는 남자와 결혼을 전제로 제작한듯한 청첩장, 그리고 두 사람이 신혼여행지로 예정한듯한 호텔관련 티켓과 정보등이 있는 것을 보았다. 특히 청첩장에는 지난번 두명의 40대 남자가 언급했던 미라나 유라도 아닌 전혀 엉뚱한 여자 이름이 적혀있었다. 청첩장에 적힌 여자의 이름은 ‘오아린’이었다. 규진의 입장에선 이 이름도 실명이 아닐수 있겠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미리 그녀가 남자와 결혼식을 마치고 오기로 한 제주도의 한 신혼여행용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기관단총과 함께. 사실 규진은 평상시 총쏘는 것을 취미생활로 하고 있었다. 남자야 군대에 있을 때 당연히 사격술도 배우게 되지만, 그게 그런대로 규진에게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했는지 군에서 제대후에는 사격을 일종의 취미로 삼고 이따금 사격장을 찾곤 했던 것이다.

 밤늦은 시간까지 신혼부부들이 잔뜩 묵고있는 호텔에서 잠복근무하며 기다리고 있던 규진. 단순히 옆집여자나 그 상대방 남자에 대한 배신감,분노 때문에 이런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연화보살이란 무당에게서 길러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일. 특히 여자로 인해 무시당하고 난감한 일을 겪었던 이런저런 문제들. 그런 것이 쌓이고 쌓여 세상과 여자에 대한 불신과 증오가 폭발직전이 되어 그것을 그것도 하필이면 옆집여자가 결혼후 찾아오기로 되어있는 신혼여행지 호텔에서 이런일을 저지르려는 것이다.

 ‘ 드르르륵~~~!! 따다다다다다당~~~!!! ’

 ‘ 엄마얏~~~!!! 뭐야~~~!!! ’

 밤늦은 시간에 호텔에 진입한 규진은 객실로 올라가 호텔방문 하나하나를 열며 무작정 총기난사를 했다. 사실 방 하나하나를 열며 안에 묵고있는 투숙객이 나올 때 총기난사를 해버리는것이니 시간이 그만큼 걸릴 수밖에 없다. 투숙객중 한 절반은 신혼여행객이고 한 절반은 가족단위 여행을 온 그런 투숙객들이 있는 호텔이다. 여하튼 방문 하나하나를 열고 총기난사를 하다 한계와 시간문제를 느낀 규진은 이번엔 아예 화제 비상벨을 눌러버렸다.

 ‘ 따르르르르르르르릉~~~~!!!! ’

 그리고 놀라서 달려나오는 투숙객이며 종업원들에게 무작정 총기난사를 가했다. 그 바람에 수많은 신혼부부와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총상을 입고 죽거나 쓰러졌다. 호텔 직원들도 이미 수많은 희생을 당했다.

 “ 여보세요, 경찰이죠 ? 빨리좀 와주세요 ”

 한참만에야 호텔 직원 하나가 필사적으로 1층 카운터로 내려와 경찰에 신고전화를 했다. 위층 객실층들에선 규진이 계속 총기난사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 몰려온 직원들이 1층으로 내려와 신고전화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미 수도없는 희생자가 난 상황에서 가까스로 경찰에 신고전화를 했고 한참만에 경찰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규진은 수많은 신혼부부와 가족단위 투숙객들이 쓰러져있는 호텔 객실보도 한가운데서 싸이코처럼 웃고 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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