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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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러블리즈 서지수 (12)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바람과 구름과 비





 고급스러워 보이는 침대에 한 남자가 앉아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다가오라는듯한 손짓. 그에게 다가오는 한 여자가 있다. 여자는 놀랍게도 김미영이다. 어느덧 나이 25세가 된 김미영. 그녀는 자신보다 열 다섯 살 많은 현봉환이란 남자의 곁에 나란히 눕는다. 그리고 양팔로 봉환의 배를 감싸안는다. 그리고 봉환을 바라보는 미영의 눈빛. 어떤 구원이라도 바라는듯한 그리고 서글퍼보이는 그런 눈빛이다.

 “ 미영이... ”

 “ 네, 아저씨. ”

 봉환을 ‘아저씨’ 라고 부르고 미영. 그녀의 눈빛엔 어떤 착잡한 회한이 담겨있는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간만큼은 세상만사 모든 시름과 아픔을 잊고 오직 그의 품에 안기는것에서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듯한 표정. 그런 미영을 바라보며 봉환의 말은 이어진다.

 “ 기억나나 ? 우리 처음 만나던날. ”

 “ 당연히 기억하죠. ”

 물끄러미 봉환을 바라보며 답하는 미영.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제가 어떻게 그날의 일을 잊겠어요 ? ”

 할머니와 새엄마의 구박을 이기다 못해서 가족들이 모두 할머니쪽 먼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러 간 날, 집 문과 벽에 크게 스프레이 낙서를 하고 집을 나간 미영. 그러나 기껏 찾아간 친엄마(?) 수경마저 자신을 외면하자 그에대한 충격으로 실의에 빠져 혼자 서울과 그 인근 외곽지역등을 전철과 버스등을 타며 배회하다가 어느 10층짜리 건물위로 올라갔다. 마침 비도 쏟아지던날 그 옥상에서 술을 마신 미영. 그리고는 비가 마구 쏟아질 때 옥상 난간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사실 애초부터 자살을 시도하려 했던 것은 아니고 술에 잔뜩 취해 다소 충동적으로 저지른 짓이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10층 건물 옥상이니 난간에서 밖으로 떨어졌다면 미영은 그대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허나 다소 허무개그같은 상황이 하나 벌어졌다. 이미 비가 마구 내려 미끄러워져 있던 탓일까. 난간위로 오르려던 미영이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목숨은 부지했으나 그래도 옥상 바닥에 그대로 쓰러진것이니 마침 술도 많이 취한 상태라 졸도해버린 미영. 그런 미영을 발견한 것은 다음날 새벽. 건물주 현봉환이 마침 자기 소유의 건물을 좀 돌아보기 위해 들렀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옥상으로 올라가보았다.

 “ 이봐요 아가씨 !!! 정신차려요 !!! 정신 좀 차려봐요 !!! ”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아직 깨지 않은듯한 정체불명의 젊은 여자를 마구 흔들어 깨워본 봉환. 그러나 반응이 없어 급하게 얼른 앰뷸런스를 불렀다. 사실 비록 옥상 안쪽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목숨을 부지할 수는 있었지만 밤새 비가 계속 내렸으므로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면 정말 큰일날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 여하튼 봉환에 의해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진 미영. 그리고 한참만에 깨어난 것이다.

 “ 여긴...대체 어디... ”

 정신을 차린 미영에게 봉환이 자초지종을 물었고 미영의 사연을 다 듣고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집을 나와 오갈데없는 몸이 되어버린 미영의 신세. 일단 무엇보다 큰일날수도 있었던 일이라 그에대한 나무람과 다행의 감정을 섞어 그와같이 말했었다.

 “ 큰일날뻔 했어요. 그날 그렇게...내가 아무래도 좀 느낌이 이상해 옥상으로 올라가

  봤길래 망정이지 정말 큰일이 날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

 애초부터 미영에게 자살의도는 없었던것이기에 ‘왜 살려주었느냐 ?’는 식의 원망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차피 딱히 갈곳도 없는 처지가 된 것은 변한게 없어서인지 자신을 살려준 봉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된 미영을 어찌 처리할까 고민하다 문득 봉환이 이런 제안을 했다.

 “ 그럼 한번 내 사무실에서 일을 해보지 않겠소 ? ”

 서울 강남은 아니지만 강북이라도 이만한 10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면 상당한 재력가라고 볼수 있을 것이다. (* 대략 동대문이나 성북 정도) 그런 10층짜리 건물을 관리하는 관리실이 따로있고 관리실은 실장과 3-4명 정도의 직원이 상주하며 운영을 해오고 있었는데, 마침 일손이 모자라던차였다. 그래서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미영을 일종의 알바생 비슷하게 고용을 했고 그리고 당분간은 미영이 잘곳이 없는 처지니 별도의 숙직공간을 마련 그곳에서 먹고자게도 해주었다.

 그게 벌써 8년전 일인데 다만 그때는 아직 현봉환은 결혼을 한 30대 중반의 유부남 신분이었다. 한편 봉환의 배려로 미영은 편입 형식으로 다른 학교로 옮겨 고등학교 남은 과정까지 졸업할 수가 있었는데 그리고나서도 쭉 봉환의 건물 관리실 직원으로 일해왔다. 한편 봉환은 결혼생활은 순탄치 못했는지 미영의 문제와는 별개로 대략 한 4-5년전부터 불화가 끊이지 않다가 4년전쯤에 이혼을 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가까워진 미영과 사실상의 동거상태가 되어있는 것이다. 미영은 그때까지도 건물 관리실 옆의 작은 숙직실을 자신이 먹고자는 공간으로 이용해왔는데 관리실 직원으로 받는 월급은 그리 신통치가 못했는지 여태 자신이 기거할만한 원룸하나 제대로 마련을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이미 이혼을 한 상태인 미영과 동거관계가 되어버렸다.

 “ 아저씨... ”

 “ 말해봐요 미영이. ”

 문득 지난 8년간의 일들이 영화 하이라이트 한편처럼 스쳐지나가기라도 하는지 미영은 거듭 감회가 어리고 그런 미영을 사랑스레 쓰다듬어주는 봉환을 바라보며 미영의 말이 이어진다.

 “ 저 만약 아저씨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 ”

 “ ??? ”

 “ 결혼식때 저희 어머니는 그래도 한번 모시고 싶어요. ”

 “ 어머니 ? ”

 일단 처음 그렇게 미영을 극적으로 발견한날 미영이 깨어났을 때 그녀의 사연은 대충 들었다. 계모와 할머니의 구박으로 집을 나왔는데 친엄마마저 자신을 외면하더라는 것.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결혼식날 모시고 싶다는 어머니는 어떤 어머니를 말하는것일까. 미영의 말이 이어진다.

 “ 요즘은 뭐 고아로 자랐다던가 탈북자라던가...그런식으로 이래저래 자기 결혼식때

  올만한 하객이 없는 사람들은...엑스트라라도 고용해서 결혼식 하객으로 쓰는거 저

  도 알아요. 하지만 전...그런식으로 하고 싶진 않아요. ”

 “ ...... ”

 “ 무엇보다 일생에 단 한번 하게되는 결혼식인데... ”

 이미 이혼전력이 있는 남자 앞에서 이런말을 한다면 좀 난감한 표현이긴 하다. 순간 당황한 봉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영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기왕이면 정직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요. 아무리 제 결혼식때 올만한 하객이 없

  더라도 엑스트라들 동원해 가짜 하객 이런거 만들지 않고... ”

 “ ...... ”

 “ 어머니라도...그래도 절 낳아주신 어머니한테 ‘저 이렇게 결혼한다’는 소식은 한번

  쯤 알리고 싶거든요. 그래서... ”

 미영도 어쨌든 그렇게 8년전 가출을 해서 혼자 쭉 살아왔고 지금 연락하는 학창시절 친구라던가 이런 사람이 있을리도 없으니 결혼식날 초청할 가족도 친구도 없는 몸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만한 10층짜리 건물을 운영하며 무엇보다 지금까지 인생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알고 지내는 친구,동료,사회 선후배들이 많을것이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친척도 제법 있을것이라 짐작되는 현봉환. 그런식이라면 결혼식 당일 결혼식장은 신랑측 하객으로만 가득 채워지고 신부인 자신은 하객은커녕 가족하나 없는 쓸쓸한 결혼식이 될것이란건 불을보듯 뻔하다. 허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엑스트라까지 하객으로 동원한 그런 ‘거짓 결혼식’ 보다는 ‘참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미영의 마음. 그녀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그리고 아무리 절 버리고 내친 엄마라도...그래도 딸이 하는 결혼인데 그 결혼 소

  식은 정식으로 알리고...인사드리고 제 결혼식에 혼주자격으로 와 주십사 그렇게

  모시고 싶거든요. ”

 물론 미영은 계모였던 이진아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전수경 여사도 자신의 친엄마가 아닐것이란 것은 꿈에도 짐작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자신의 결혼식만큼은 엄마한테 알리고 혼주자격으로 참석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 그런 미영의 마음을 이해하는지 봉환이 그런 미영에 대한 딱하고 안타까운 감정을 담아 사랑스럽게 꼭 안아본다. 미영은 봉환의 품에 안겨 착잡한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결혼식에 어머니라도 혼주자격으로 참석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하고 미영은 직접 전수경 여사를 찾아가보려 했다. 초등학교 6학년때와 어느덧 8년전인 고등학교 2학년때 두 번 찾아가본 그 경기도의 서민형 빌라. 헌데 그 사이 수경은 다른곳으로 이사를 갔는지 지금은 거기 살지 않았다. 다행히 빌라주인이 수경이 이사를 가기전에 알려주고간 새 집 주소를 보관하고 있기에 그곳으로 찾아가보았다. 헌데 수경은 이미 그곳에도 살고있지 않았다. 그런식으로 물어물어 마치 엄마찾아 삼만리의 주인공처럼 한 세 번째만에 수경의 자취에 닿을수가 있었다. 수경은 서울에서 한참 떨어진 경기도 남부지역에서 월세방을 하나 얻어 살고 있었는데 따라서 사는 모습은 그전보다 훨씬 더 열악해진 셈이다. 그러고보면 수경의 나이도 어느덧 50대 중반을 지나 후반에 접어들고 있는데, 아직 일하는 직장은 있는지 퇴근을 한 수경을 잠겨진 월세방 문앞에서 기다리다 만날수가 있었다.

 “ 엄마... ”

 미영은 한눈에 수경을 알아보았지만 8년사이 수경은 더 성숙하고 외모도 변했음인지 이번에도 수경은 미영을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엄마’라는 부름에 초등학교 6학년때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때 빌라로 찾아왔던 그날처럼 또다시 소스라치게 놀랄뿐이다. 일단 미영을 방안으로 들어오게 한 수경. 방안에 들어가보니 수경이 입고자는 이불과 옆에 간단하게 딸린 부엌의 취사도구 그리고 옷장도 없이 적당히 한쪽에 정리해놓은 옷가지들. 그리고 작은 책상. 사는 모습이 8년전에 비해 훨씬 더 열악해져있음이 한눈에 느껴졌다. 순간 미영은 왈칵 울음까지 터질 지경인데 수경은 여전히 미영을 외면하는 모습으로 이와같이 말했다.

 “ 왜 또 찾아왔니 ? ”

 “ 엄마... ”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금 엄마를 불러보는 미영. 무엇보다 자신의 결혼소식과 특히 혼주로 참석해달라는 그 말을 전하기위해 찾아온 것 아닌가. 헌데 여전히 냉담한 수경의 모습에 미영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막막해질 지경이다. 헌데 수경에게서 전혀 뜻밖의 말이 나온다.

 “ 노인네 아직 살아있냐 ? ”

 “ 네 ? ”

 “ 니 할머니말야. 아직 살아있냐구 ? ”

 “ 엄마, 저 그때 집 나온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

 바로 8년전인 고등학교 2학년때 다른 식구들이 먼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러 지방으로 내려간날 집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수경을 찾아왔던 것 아닌가. 다만 수경도 미영을 받아줄 마음이 없어 하룻밤만 재워주고 보냈는데, 수경은 그날 그렇게 미영이 다시 집으로 돌아갔으려니 짐작한 모양이다. 결국 그날 그렇게 가출을 한뒤 이후 경위를 간단하게 들려주는 미영. 수경이 어이없다는 듯 미영을 바라본다.

 “ 그럼 그 뒤로 니네집으로는 한번도 안 가봤다 그 소린거냐 지금 ? ”

 “ 그렇다니까요 지금 !!! ”

 새엄마와 할머니한테 구박받으며 살았는데 당신같으면 그런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생기겠냐는듯한 사뭇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미영을 바라보고, 수경은 순간 어이없는 듯 피식 헛웃음을 터트린다. 어찌보면 ‘저게 누굴닮아 저 모양인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사실 수경은 그때 돌도 채 안 지난 미영을 집에 두고 가출을 한 이후로 미영이란 아이 존재를 지금껏 잊고 살았었는데 그렇게 한 이유 자체가 미영이 자신의 친딸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에 담아둘 이유 자체가 없어 그리 한것인데, 순간적으로나마도 그 점을 망각해버린것일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느덧 25년전 일인 그날.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에서 10대 미혼모와 바꾼 아이가 미영이 아닌가. 그러니 어찌보면 10대 그 어린나이에 아이를 출산한 옆자리 산모였던 미혼모나 고등학교 2학년 나이에 가출 지금껏 그리 살아온 미영이나 그런쪽으로는 닮았다는 생각이 들긴 하다. 여하튼 한가지 분명한건 미영은 자신의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자신의 친딸도 아니지 않은가. 다만 애초 그러려고 저질렀던 짓인데 지금와서 모든 것을 말해줘도 좋을지 그게 좀 망설여지기도 한다. 애초 수경의 의도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며 또는 아들을 못낳는다고 그렇게 구박하던 시부모와 남편에게 복수하고자 함이었다. 사실은 수경은 아들 쌍둥이를 낳았는데 ‘대를 이을 아들 하나는 있어야한다’며 자신을 ‘집안 대를 끊게 할 며느리’라며 오만 할소리,못할소리 저주와 악담을 그리도 퍼부었던 시부모. 그 시부모가 사실은 수경이 아들 쌍둥이를 출산했다는 사실을 – 따라서 집안의 대를 이은 아들을 그리도 갈망하던 – 시부모가 영원히 모르게 하려는 것이 수경의 복수 의도였다. 헌데 지금은 일단 시아버지는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가는 90년대 후반경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들었고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시어머니 한 사람. 그 시어머니 민경자 여사의 생사여부라도 좀 확인해보려 했는데 이미 미영은 8년전 그 집을 나온 상태라지 않는가. 그러니 적어도 이 아이를 통해서 민경자가 아직까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틀린일. 다만 20년대 중반 태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민경자 여사가 지금 나이 계산을 해보니 이미 90을 넘긴 나이. 그렇다면 아직까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보인다 생각하고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띠더니 급기야 입을 연다.

 “ 김미영. ”

 “ 네, 엄마 !!! ”

 그래도 남편 김성갑의 성을 따서 ‘김미영’이라고 한번 정색해서 불러주는 수경. 그러고보니 이 아이의 이름 석자를 이렇게 정확히 불러준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 돌도 채 지나지 않은 미영이를 버리고 집을 나왔고 그후 초등학교 6학년때와 고등학교 2학년때 딱 두 번본것 아닌가. - 헌데 미영은 마치 ‘엄마’ 소리를 그리도 그리워하고 갈망했던 아이처럼 참으로 애처롭고 구슬픈 목소리로 입에담고. 하지만 수경은 끝내 자신이 밝히고 싶었던 사실을 밝히고 만다.

 “ 너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라. ”

 대체 무슨말을 하고 싶은것인지. 미영은 긴장한 얼굴로 수경을 바라보는 가운데 수경의 입이 천천히 떨어진다.

 “ 너...사실은 내 딸 아냐. ”

 “ 네 ? ”

 순간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싶어 어리둥절해하며 묻는 미영. 수경의 말이 이어진다.

 “ 실은 옆자리 미혼모랑 바꿨어. 너 그러니까 내 딸 아니라구. ”

 “ 무슨말이에요 그게 대체 ? ”

 미영은 아직도 수경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고, 어차피 꺼낸 이야기. 25년세월 꽁꽁 숨겨놓았던 비밀을 수경은 술술 풀어내고 있다.

 “ 원래 니 할아버지,할머니...아니 그러고보니 어차피 니 할아버지,할머니도 아니구나

  . 내가 원래 우리 시부모님과 남편한테 복수하려고 벌인짓이었어. 그렇게 날더러

  ‘대 이을 아들 하나 못낳는 며느리’라느니 ‘집안 대를 끊을 마구니’라느니 심지어는

  뭐...‘차라리 남편보고 밖에 나가서 애라도 하나 낳아서 데리고 들어오라’지 않나...

  그 5년 설움,구박을 내가 도대체 당해낼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차라리 이렇게 된거

  복수나 한번 해보고 싶어서 저지른짓이야. ”

 “ 엄마,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거에요 ? ”

 “ 너야 요즘애들이니까 이해 못할일이지만 옛날엔 그렇게 아들 못낳는 며느리, 아이

  못낳는 며느리 시부모들로부터 구박 무진장 받았어. 그 설움. 그 수모...요즘 애들

  머리로는 도무지 상상이 안갈거다. 오죽하면 그 시절(7,80년대) 드라마나 코미디 꽁

  트 같은데 종종 그런 설정이 있었겠냐 ? 아이 못낳는것 때문에 시부모한테 구박받

  는 자기아내 보다못해 가짜 임신소동까지 벌이는 그런 이야기...오죽하면 그런 이야

  기가 드라마도 아니고 심지어 코미디 꽁트로까지 만들어졌겠었냐구 !!! ”

 “ 엄마...도대체 ? ”

 “ 얘가, 나 니 엄마 아니래두 그러네 !!! 그래서 그 시부모한테 복수하고 싶어서...사

  실은 내가 쌍둥이 아들을 뱃는데 내가 쌍둥이 아들 낳은거 시부모가 영원히 모르게

  하고 싶었어. 그럼 한번 나 그토록 구박한 그 노인네들이 어떻게 나오나 한번 보고

  싶어서. 그리고...무슨 대를 끊어놓으려 한다느니 어쩌느니 별 X소리 다 입에 담던

  그 미X 늙은이들...실은 지들 핏줄...지들 말마따나 대 이을 손자가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태어난 사실. 영원히 모르다 세상 떠나게 하고 싶었다구 !!! ”

 


 미영은 머리가 어질어질 현기증이라도 느낄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적어도 미영은 지금까지 수경이 자신의 친엄마가 아닐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 해봤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인가.

 “ 그...그럼 대체 그 아이들은 어디있어요 ? ”

 “ 무슨 아이 ? ”

 “ 옆자리 미혼모랑 산부인과에서 바꿨다면서요 ? 그럼 그때 바꾼 그쪽 아이들은 어

  디 있냐구요 ? ”

 “ 그거야 모르지. ”

 “ 모른다구요 ? ”

 “ 얘가 지금까지 내가 하는 이야기를 뭘로 들었나 !!! 다 우리 시부모들 엿먹이려고

  벌인짓이야. 그러니 그때 바꾼 아이들이 지금 어찌되었는지 알게뭐야. 아이 바꿀

  때 니 엄마이기도 한 그 미혼모한테 고아원에 맡기든 입양을 보내든 알아서 하라

  고 했으니까 그쪽에서 그런식으로 처리했겠지. ”

 기가막혀서 미영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이를 바꾼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직접 배아파 낳은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미련도 없는 그런 여자의 태도 아닌가. 무엇보다 미영은 자신이 그렇게 수경이 20여년전 산부인과 옆자리 산모와 바꾼 아이라는 사실이 도대체가 믿겨지지 않는다. 미영의 말이 이어진다.

 “ 도대체 어떻게 그런짓을 ? 난...난 정말...난 적어도...아빠가 집에있는 엄마가 내

  친엄마가 아니란 사실을...아빠가 말해주기전까지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자랐어요. 그

  리고 나중에 아빠가 내 친엄마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뒤엔 정말로 그쪽이 날

  낳아준 엄마일거라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왔는데...도대체 어떻게 그런 ? ”

 애초 미영이 돌도 지나기전에 수경이 아이를 버리고 가버린것이라 수경에 대한 기억이 있을수가 없는 미영. 그런 상황에서 이후 성갑이 재혼한 상대인 진아가 그렇게 자신을 구박해도 진아가 새엄마일것이란 것은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자랐고, 이후 성갑이 친엄마가 따로 있다고 하면서 수경의 존재를 말해준뒤엔 그 뒤론 정말로 수경이 자신의 친엄마라 생각하고 살아온 미영. 헌데 그것마저도 사실이 아니었다는점에 미영은 기가막히는데, 수경은 더 길게 시간끌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가위를 꺼내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웅큼 잘라낸다. 그리고 그것을 작은 비닐팩에 넣어주어 건네주며 이와같이 말한다.

 “ 정히 궁금하면 니가 직접 확인해봐. 내가 니 친엄마인지 아니면 널 낳아준 친엄마

  가 따로 있는지는... ”

 “ ??? ”

 “ 그래도 요즘은 유전자 감식인지 뭔지 그런게 발달되어 편하긴 하네. 옛날같으면

  정말 지금 너처럼 내가 니 친엄마 아니라고 그렇게 말해줘도 못 믿으면...그땐 아

  무 대책이 없는거였는데...지금은 그래도 그런 기능까지 다 생겼으니말이야. 글쎄,

  정히 못 믿겠으면...이렇게 내 머리카락까지 내어줬으니 니 머리카락이랑 같이 유

  전자 감식센터 가져가 확인을 해보든 말든 니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라구. ”

 수경이 이렇게까지 나올 정도면 더 확인이고 뭐고 할 것도 없는 상황 아닌가. 너무 어이없고 기가막힌 미영은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차라리 날 낳아준 생모는 그럼 누구인지나 알아야겠다는 마음에 다시금 이와같이 묻는다.

 “ 그럼...그때 그 아이바꾼 산모는 어디있어요 ? ”

 “ 그건 모르지. ”

 “ 뭐라구요 ? ”

 “ 그렇게 아이만 서로 바꾸자고 한건데 그런 상황에서 무슨 통성명이고 뭐고 할게

  있었겠니 ? 난 그저...그 나이어린 미혼모가 하도 망연자실해 있기도 하고 딱해 보

  여서 잘되었다 싶은 마음으로 그렇게 아이를 바꾸자고 한거고... ”

 “ 어떻게 그럴수가... ”

 “ 그렇게 각자 아이 바꾸고 병원 나와서 그걸로 다 끝나버린거야. 그 뒤로는 일절

  만난적도 연락도 주고받은적 없으니 – 사실 피차 그래야할 이유도 없는거고 – 이

  름이며 소식이며 알게뭐야. 글쎄, 모른대두 그러네. ”

 “ 도대체 어떻게 그런...어떻게 그런짓을 할 수가 있어요 ? ”

 “ 글쎄 우리 시부모 엿먹이려고 한 짓이었대두 그런다. ”

 “ 그렇다고 한 아이 인생을 망쳐놔요 ? 아니, 한명도 아니고 셋이네 ? 쌍둥이 아들

  이었대매 ? 그럼 걔네들은 ? 걔네들도 아마 지금쯤 어느 하늘아래선가 자기 친부

  모의 존재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이런 기가막힌 사연은 더더욱 알지도 못한채 그러

  고 살아가고 있을거 아니에요 ? 도대체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수가 있어

  요 !!! ”

 “ 니들은 어려서 모른다. 내가 그때...아들 못낳는다고 구박받으며 오만 할소리,못할

  소리 다 들어가며 받은 그 수모...그 원한을... ”

 “ 그래서 단지...할머니,할아버지한테...당신 시부모한테 복수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구요 ? ”

 “ 그때는 그저...그 생각밖에 없었어. 어떻게든 그 노인네들 엿먹이고 골탕먹일수 있

  일까 ? 그 생각밖에는 !!! ”

 “ 야 !!! ”

 미영은 그 자리에서 수경을 때려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도대체 이런 기가막힌 일이 어디 있는가. 애초 수경에 대한 기억조차 없이 새엄마격인 진아와 할머니의 구박을 받으며 집안에서 소외되며 자랐던 미영. 그나마 아빠는 – 성갑 역시 미영이 영락없는 수경이 낳은 딸로 알고있는 것이기에 – 그런 미영의 처지가 하도 딱해 ‘친엄마한테 보내주겠다’며 수경의 존재를 알려주기까지 했는데, 그렇게 처음 찾아갔던 초등학교 6학년때, 그리고 두 번쨰로 집안에서 사고를 치고 가출한 고등학교 2학년때 두 번이나 자신을 외면하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그 전수경이란 여자는 나이 20대 중반이 다 된 미영이 세 번째 찾아오자 그제서야 자신이 친엄마가 아니며 실은 옆자리 미혼모와 바꾸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수경의 시아버지 되는이는 이미 약 20년전에 세상을 떠났고 시어머니인 민경자도 설사 지금 살아있더라도 이미 90을 넘긴 고령일테니 그런 상황에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테도 건강도 정정할 가능성이 없어보이니 그제서야 자신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라 생각했는지 모든 것을 실토해버린 전수경. 미영은 분노에 치를 떨고 있다.

 “ 당신 각오해... ”

 “ ...... ”

 “ 나 이대로 바로 가서 확인해볼거야. 그리고 만약 확인해봐서 정말로 당신이 내

  친엄마가 아니면, 정말 당신 말대로 그렇게 20여년전에 병원에서 바꾼게 사실이면

 ”

 “ ...... ”

 “ 나 당신 영원히 용서하지 않을거야. 절대 용서못해. 알겠어 !!! ”

 미영은 수경에게서 건네받은 머리카락이 담긴 비닐팩을 들고 그대로 그녀의 단칸방을 나온다.

  


 유전자 검사를 하러가기전에 미영은 우선 아버지 김성갑부터 만나보러 가기로 했다. 이 기가막힌 사실을 아무래도 성갑도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애초 수경의 의도가 자신의 시부모를 골탕먹이기 위해 벌인 짓이라고 했던가. 그러고보면 할아버지는 이미 20년전에 돌아가신 것은 미영도 알고있는 사실이고, 자신 역시 구박하던 할머니 민경자도 아직 살아있는지 미영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미영이 성갑의 집에서 나온게 어느덧 8년전의 일인데 그때 살던 아파트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성갑의 식구들은 다른곳으로 이사간지 오래였다. 하지만 김성갑의 가족들이 살고있는 집을 알아내는 것은 수경의 거처를 알아낼떄처럼 어렵지 않았다. 일단 미영이 아버지 성갑이 일하는 대학병원을 알고있고 그곳으로 전화를 해보니 성갑과 알고 지내던 동료의사 한명이 전화를 받아 친절히 미영에게 성갑의 가족이 새롭게 이사를 간 주소를 알려준 것이다. 한편 이때는 성갑은 30년 넘게 근속하던 대학병원 의사직은 그만두고 현재는 의대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성갑은 현재 가족들과 서울 인근 경기도 지역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있다는게 미영이 전화를 했을 때 연결이 된 성갑의 옛 직장동료가 알려준 사실이었다. - 성갑의 옛 동료도 성갑의 큰딸이 고등학교때 가출을 했다는 사실정도는 들어 알고있을터, 바로 그 딸이 8년만에 아버지 옛 직장으로 전화를 해 왔다는것에 적잖이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보통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서 서울집을 팔고 경기도나 인천쪽으로 빠져나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그와 반대로 김성갑의 집은 오히려 집안이 더 잘 돼서 경기도 농촌지역의 경치좋은것에 전원주택을 짓고사는 그런 사례였다.

 그러고보면 성갑이 후처 진아와의 사이에 낳은 세 아들도 어느덧 스무살 안팎의 청년,청소년으로 자라있을텐데 미영과 각기 세 살,다섯살,일곱살 터울이던 그들. 대충 계산을 해보니 첫째와 둘째는 대학생, 셋째는 고등학생일것으로 짐작되었다. 여하튼 성갑의 병원 옛 직장동료가 알려준대로 찾아가본 주소. 집이 그렇게 크고 으리으리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법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럽게 그리고 주변 풍광과 잘 어울리게 지어진 그런 전원주택이었다. 이런곳에서 김성갑은 자신의 후처 이진아 그리고 세 아들과 함께 유유자적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것이란 생각을 하니 미영은 새삼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긴장된 얼굴로 벨을 눌러보았다. 인터폰을 받은 목소리가 어느정도 나이든 여자 목소리였는데 짐작에 성갑의 후처 – 그러니까 자신에게 새엄마격이었던 - 이진아인 듯 했다. 진아도 나이는 지금 대략 50 가까이 되었을테니 나이들어 보이는 목소리가 당연할테고 다만 진아가 받았을때는 미영은 너무 긴장되고 떨려 차마 무슨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다시금 두어번 더 벨을 눌러보았는데, 인터폰을 받을때마다 답은 하지않고 벨만 계속 누르는 정체불명의 사람으로 인해 안의 식구들은 처음엔 ‘장난’으로 생각하고 약간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다만 성갑의 전원주택 위치상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그런 장난을 칠만한 사람은 흔치 않을텐데 좀 의아한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러다 인터폰 화면속에 웬 젊은 여성이 보이는 것을 보고 성갑이 문득 짚이는데가 있는지 부리나케 밖으로 나와보았다.

 “ 너...너 혹시 미영이 아니니 ?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느낌이 들어 일단 아내와 아이들에겐 ‘장난치는 X을 바로 경찰불러 혼내주고 오겠다’는 식으로 말하고 그리고는 집밖으로 나와 미영을 마주대하게 된 성갑. 다만 8년동안 변해버린 외양에 미영은 성갑을 바로 알아볼수는 있었어도 성갑이 미영을 바로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 그러고보면 성갑 입장에서도 자신의 기억에 수경의 젊은 시절과 성인이 된 미영의 얼굴은 별로 닮아보이지 않는게 의아한 부분이었다. 여하튼 거듭 ‘미영이 맞느냐 ?’고 묻는 성갑의 질문에 미영은 답을 어찌해야하나 망설이다 일단 집에서 좀 떨어진곳으로 가자고 했다. ‘중요한 할 이야기가 있다’는 식으로 나오자 성갑도 일단 미영의 제안에 응하고 – 아직 미영인지 확인은 못 해봤지만 이런 상황이면 더 확인할 것도 없지 않은가. - 헌데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에서 미영이 거세게 성갑을 밀쳐냈다.

 “ 아저씨 !!! 정신차려요 !!! ”

 “ 미...미영아... ”

 그러고보면 ‘미영이 맞느냐 ?’는 성갑의 물음에 여태 시인도 하지 않은 여자가 아닌가. 따라서 성갑 입장에선 자신이 뭔가 판단을 잘못한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는데 미영은 일단 그런 성갑을 쏘아보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 ‘미영아’라뇨 ? 어따대고 미영이래요 ? 내가 아직도 아저씨 딸인줄 알아요 ? ”

 “ 뭐...뭐라구 ? ”

 “ 정신차려요 아저씨 !!! 나 아저씨 딸 아냐 !!! ”

 미영이야 수경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는것이지만 성갑 입장에선 8년만에 돌아온 딸이 억화심정에 이렇게 쏟아붓는 것으로 생각 어떻게든 딸을 달래보려 한다. 그동안의 한과 설움이 얼마나 많았겠느냐며 딸을 품으려는 성갑이지만 이미 모든 것을 알아버린 미영이 그것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

 “ 이거 놓지 못해요 !!! 나 아저씨 딸 아니라니까 !!! 누가 당신 딸이야 ? 나 아저씨

  딸 아니라니까 !!! ”

 “ 미영아... ”

 생각해보면 8년전 그렇게 스프레이 낙서를 해놓고 집을 뛰쳐나간 그런 미영이 아니던가. 그것도 성갑등 다른 식구들이 할머니쪽 친척 – 성갑에게 외사촌이 되는 –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간사이 그런짓을 해놓고 가출을 한 미영. 저녁늦게나 돌아온 식구들이 그 지경이 된 집 꼬라지를 보고 얼마나 놀랐겠는가. 그때의 황당함과 기가막힘을 생각해보면 성갑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어쨌든 딸을 달래봐야겠다는 생각에 다시금 뭐라고 말을 건네보려하는 성갑. 허나 미영은 거듭 거침없이 쏟아붓는다.

 “ 당신이 직접 그 여자한테 가서 물어봐. 전수경 그 여자가 애를 바꿨대 !!! ”

 “ 뭐...뭐라구 ? 누구 ??? ”

 아무리 이혼한지 20년 이상 세월이 흘렀기로 어찌 전처 전수경의 실명을 잊을수가 있을까. 무엇보다 성갑의 입장에선 여전히 미영의 생모가 분명한 수경을 그것도 제 엄마(?)의 이름까지 그런식으로 불러제끼는 딸을 보니 더 기가막혔고 미영은 미영대로 그런 성갑을 들으라는 듯 거듭 거침이 없다.

 “ 병원에서 애 바꿨대요. 전수경 그 여자가 !!! 그러니 알고보니 그 여자 내 친엄마

  도 아닌거잖아 !!! 당신도 내 아버지가 아닌거고 !!! 전수경 그 여자가 당신이랑 당

  신 부모님...할아버지,할머니한테 복수하려고 병원에서 애를 바꿨대 !!! 무려 25년전

  에...그것도 누군지도 모르는 옆자리 미혼모와 !!! ”

 “ 미영아, 너 지금 무슨소리를 하는게냐 ? ”

 미영이 털어놓는 이야기가 성갑에게도 놀라운 소리겠지만 무엇보다 그 이야기 자체가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라 성갑은 이와같이 묻고 미영은 거듭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 아직도 모르겠어요 ? 나도 엊그제서야 당신 그 잘난 전처 전수경 여사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야. 나도 엊그제까진 전수경이 우리 친엄마가 아닐거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하고 살았어. 근데 이제서야 그 일을 사실대로 실토하네 ? 그것도 8년만에

  찾아온 딸 앞에서...아니, 그러고보니 이제는 딸도 아니지만... ”

 “ 아, 아니 도대체... ”

 “ 아이를 바꿨다잖아요 !!! 아들 못 낳는다고 닦달하는 시부모한테 복수하려고 전수

  경 그 여자가 지가 낳은 아들이랑...그것도 아들 쌍둥이를 옆자리 산모와 바꿨대.

  그것도 10대 미혼모가 낳은 아이랑...그렇게 바꾼 아이가 나 김미영인거고...아저씨

  네 아들들은 지금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거라구 !!! ”

 설마 8년만에 아버지를 찾아와서는 이런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입에 담을리는 없을테고 따라서 성갑도 충격을 받은 듯 정신이 어질어질해진다. 허나 아직도 쉬이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라 성갑은 거듭 확인을 요구한다.

 “ 미영아, 확실한거냐 ? 니 엄마...아...아니 그러니까...내 전처 전수경이...병원에서

  뭘 어쨌었다구 ? ”

 “ 자, 봐요 ! ”

 그러면서 미영은 수경이 손수 뽑아서 비닐팩애 넣어다준 머리카락까지 보여준다. 아직 유전자 감식 확인까진 안 한 상태지만, 이렇게 직접 확인해보라구 머리카락까지 내워줬다면서. 

 “ 솔직히 그래서 겸사겸사 찾아온거에요. 너무 믿겨지지도 않고...그냥 내 머리카락

  과 전수경 그 여자 머리카락하고만 확인하면 끝나는거지만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아

  서 아저씨하고 같이 확인해보고파서 이렇게 찾아온거에요. ”

 “ 뭐...뭐라구 ? 아니 그러니까...이게 니 엄마...아니 내 전처 머리카락이라 이거지

  ? 그걸 뭐...유전자 감식으로 확인해보라...그러면서 이걸 너한테 줬단 말이냐 ? ”

 “ 글쎄, 그렇대두요. ”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수경을 미영의 ‘엄마’로 불러야할지 아니면 자신의 전처라고 하거나 그냥 ‘전수경’ 혹은 ‘전수경 여사’ 이런식으로 이름을 불러야할지 그 호칭조차 헷갈릴 지경이다. 게다가 자신하고도 직접 확인을 해보고 싶다면서 찾아온 미영은 이미 대놓고 자신을 아버지가 아닌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지 않은가.

 “ 솔직히 나도 아직 확실하게 믿지 못하겠거든요. 그러니 아저씨하고 내일이라도 같

  이 유전자 감식센터 가서 확인해봐요. 믿겨지지도 않지만...도대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저 혼자 그런데 갈 용기가 나야 말이죠. 그러니 아저씨가 저하고 같이

  확인하러 한번 가봐요. ”



- 1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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