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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오마이걸 승희 (10.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평행우주 이야기 – 3. 이상한 여행





 이정환은 부르터스가 구해다준 소설책을 읽으며 그리고 여성 3인방은 방에서 TV를 시청하며 그런식으로 일상을 보내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 애초 부르터스가 소설책을 넣어줄때는 총 5종 70여권(4대기서 한종당 각 열권 안팎, 노관택 소설 총 30여권)의 책을 두 개의 방에 나눠서 넣어줬으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여성 3인방은 대체로 TV 드라마에 푹 빠져들었고 그리고 대하역사소설은 별 흥미가 없어하는지라 자연스럽게 소설책들은 전부 이정환의 방으로 가져가는 모양새가 형성이 된 것이다. 마침 정환의 방에는 책장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진열대도 있어 거기에 총 70여권에 달하는 소설책을 순서대로 나란히 꽃아놓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났을까. 밤늦은 시간인데 정환의 방문을 두드리는이가 있었다. 여성 3인방중 가장 맏이인 신수지였다. 침대에 대충 누워 책을 보고있던 정환이 일어나며 수지를 맞았다.

 “ 잠이 와요 ? ”

 헌데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다소 엉뚱한 말부터 내뱉는 수지. 의아하게 바라보는 정환을 보며 수지의 말이 이어진다.

 “ 이 판국에도 잠이 잘 오냐구요 ? ”

 무슨 의미로 내뱉은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지구에서 도우너의 우주선을 타고 20광년 떨어진 항성계를 우주여행하기로 되어있던 다섯사람. 헌데 그중 한명은 소위 도플갱어를 만난것인지 어떻게 된것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나머지 네명만 지구와 비슷한 형태의 지성체가 살고 다만 나라와 역사등은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도 같은 그런 ‘유사지구’로 오게된 상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용케 폐건물 하나라도 임시 거처로 사용 정착을 하는 모양새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폐건물을 철거한다면서 온 공무원들과 대치하다 ‘공무집행방해’로 연행되고 급기야 결국 지구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정체까지 발각나 이런 수용소에 감금이 된 상황. 게다가 무슨 큰 이변이라도 일어나지 않는한 사실상 이런곳에 갇혀 평생 살아가야할 몸이 되어버렸으니 그 막막한 심정은 이정환이나 여성 3인방이나 다를것이 없으리라. 정환은 읽던 책은 진열대에 도로 꽂아놓고 침대에 걸터앉아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뭐 지금으로선 다른 뾰족한 대책이 없으니... ”

 “ ...... ”

 “ 그냥 이렇게 지내는수밖에 없어 지내는거죠. 나라고 뭐 안 답답하겠어요 ? ”

 그러는 정환을 바라보며 피식 헛웃음을 터트리는 수지. 어차피 피차 지금 무슨 더 할말이 있는것도 아니라 두 사람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 정환이 다시 입을 연다.

 “ 그래도 이 아리수민국인지 뭔지 하는데 사는이들이 착한거에요. ”

 “ 뭐라구요 ? ”

 좀 어이없기도 하고 이해도 안가서 수지가 그와같이 반문했고 수지를 바라보며 일단 정환의 말은 계속된다.

 “ 착하니까 그래도 이런데서 소설책도 보고 TV라도 시청하면서 그렇게 소일거리라

  도 삼으며 이런곳에서 지내게 해준거지...만약 우리 존재를 정히 거추장스럽게 여겼

  다거나 또는 우리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워지길 바라지 않았다면 쥐도새도 모르게

  우릴 없애버릴수도 있었던거에요. 그걸 생각해보면 그것도 이런 수용소에 비록 감

  금된 몸이긴 하지만 최소한 안에서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수 있고 또 소일거리감

  까지 넣어주면서 이렇게 해준 것...그만해도 많이 착하게 배려해준거라구요. 게다가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주도록 조리사까지 배치해주고... ”

 듣고보니 또 그건 맞는 이야기라서인지 하지만 어이없다는 생각도 드는건 어쩔수가 없어서 수지가 다시 실소를 터트린다. 그리고 다시 어색한 침묵이 좀 흐르는 듯 하다 수지가 다시 입을 연다.

 “ 그래서...이젠 어떻게 해야하는건데요 ? ”

 “ ??? ”

 “ 어쩔참이냐구요 이제 ? ”

 “ 후우...무슨 다른 방도가 있는것도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우리가 뭐...여기 우릴 감

  금시켜놓은 그 부르터스인지 뭔지하는 이를 다시 불러서 지구로 보내달라 애원이라

  도 할까요 ? 게다가 그건 자기네들 기술력으로 불가능하다는 소리까지 이미 들은판

  에.. ”

 “ 아휴 진짜... ”

 정환의 말을 들으니 새삼 다시 이 답답한 현실이 자각되어서인지 탄식까지 내뱉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 신수지. 생각해보면 애초부터 그 도우너가 만들었다는 우주선을 타는게 아니었는데. 그 후회까지 들 지경이다. 따지고보면 거기서부터 결국 일이 꼬인 것 아닌가. 허나 지금와서 후회한들 소용없는 일이고 자신들을 이 외계행성으로 보내고 지구에 남은 도우너를 찾아 따질수도 없는 일이니 더더욱 후회막급이고 더더욱 답답함이 밀려든다. 가슴을 여러번 치다 수지는 결국 소용없는 일이라 생각했는지 방을 나가고 정환도 새삼 다시 막막한 심정에 침대에 벌러덩 누워 한숨을 크게 내쉰다.

 “ 뭐해요 ? ”

 그렇게 다시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났을까. 이번엔 이정환이 여자 세명이 있는 방애 들어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인데 이 시간대는 마침 여성 3인방은 수용소에 제공되는 TV를 통해 방영되는 지상파 일일극에 푹 빠져있는 그런 시간이다. 아침과 저녁 두차례 방영되는 일일극을 여성 세명은 지상파 세곳에서 각기 한편씩 방영되는 드라마를 돌아가면서 세편을 모두 시청하는 패턴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 차라리 그래도 그런 재미있는 드라마라도 시청할땐 답답하고 막막한 현실을 잠시라도 잊게 되기 때문일까. 열심히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있는 시간이라 하필 그 시간에 들어온 정환을 다들 짜증스럽게 바라보았다.

 “ 뭐에요 지금 ? ”

 “ 바쁘지 않으면 이야기 좀 잠깐 할래요 ? 긴히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 ? ”

 “ 아우, 뭐에요. 미안하지만 우리 좀 하는게 있으니 좀 나가줘요. ”

 하는게 있는게 아니라 드라마에 한참 푹 빠져있는 시간대인데 그래서 정환의 들어섬을 거추장스럽고 귀찮게 여기는것인지, 아니면 답답한 현실속에서 그래도 TV 드라마라도 보고 있으면 자신들의 현실이 잠시라도 망각되기 때문일까. 여하튼 드라마 시청에 푹 빠져있는 세 사람은 나름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온 이정환을 거듭 내쫒으려 하며 빨리 방에서 나가라 손짓까지 하며 재촉한다.

 “ 아휴, 제발 좀 나가줘요. 우리 지금 바빠요... ”

 “ 아니, 바쁘기는...보니까 그냥 TV 보고 있었구만... ”

 “ 아휴, 글쎄 제발 좀 나가줘요. 무슨 남자가 이리 눈치가 없는지 몰라... ”





 그리고 다시 얼마가 지났을때쯤. 이번엔 일부러 여성 3인방의 드라마 시청시간을 피해 낮시간에 여성들 방으로 이정환이 들어왔다. 어차피 24시간 이 수용시설에 감금되어 다른일은 일절 할수 없는 몸이니 시간이야 다들 넉넉한 처지다. 가령 이야기가 길어져 식사시간과 겹쳐지게 되면 어차피 이 수용시설에 넷밖에 없으니 조리사들에게 식사시간을 조금만 늦춰달라 부탁할수도 있는일이다. 여하튼 이번엔 일부러 여자들의 드라마 시청시간을 피해 들어온 이정환. 진지하게 입을 연다.

 “ 저도 앞으로의 일을 어찌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해 봤어요. ”

 진지하게 정환의 말을 경청하는 세사람.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일단 근본적으로 이곳 아리수 사람들의 방침은...우릴 평생 이 수용시설에 감금시

  켜놓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아요. 외부에 우리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위해. ”

 듣고보니 다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라 여자 세명 모두 장탄식을 내뱉는다. 정환은 계속 자신이 지금껏 고민하고 생각해온 것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 결론적으로 말해 어차피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수도 없고 이곳을 탈출할 방도도

  없다면...그럼 남는 것은 여기서 이런식으로 지내다 인생을 마무리하게 되는 그것

  외엔 다른길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더라구요. ”

 “ ...... ”

 “ 그렇게 50년이 흐르든 60년이 흐르든 그렇게 하다 우리의 수명이 다해지면 그렇

  게 세상을 떠나게되는...그런식으로 인생이 마무리되지 않을까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네요. 어쩌면 아리수 사람들이 우리에게 바라는것도 결국 그것인 것 같아요.

  우리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채 이대로 평생 감금된채 있다가 조용히 사라

  져주길 바라는...결국 그걸 원하는 것 같아요. ”

 “ 그래서 대체 뭘 어쩌자는건데요 ? ”

 어쩌면 이정환등을 이 수용시설에 감금시킨 우무카이니 부르터스니 아닌 아리수 정보안보부 대외팀장의 의도는 굳이 정환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래서 정환의 서론이 좀 짜증이 나는 듯 정다래가 그렇게 끼어들었고 정환은 일단 침착하게 말을 이어간다.

 “ 그래서...만약 정말 그렇게 될 경우...이대로 여기서 50년,60년 갇혀 살다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는건 억울하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

 “ 그래서 뭐 여기서 탈출이라도 하자구요 ? ”

 다시 그렇게 끼어든 것이 정다래다. 허나 탈출이 쉽지 않을것이란 것은 그네들도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다. 다행히 수용시설이 넓고 또 그 안에선 얼마든지 자유롭게 돌아다닐수 있도록 허용해줘서 어느정도 신체적 자유가 허용이 되어있는것뿐 수용시설 밖은 삼엄한 경비가 쳐져있다는 것 이들이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탈출이 쉽지 않을것이고 설사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들이 지구로 돌아갈 방도가 없는 이상 어차피 무의미한 짓거리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정다래가 거듭 시빗조로 끼어든것이고 이정환이 신수지,정다래,고예림 여성 3인방을 진지하게 쳐다보다가 천천히 조심스레 입을 연다.

 “ 내 의도를 오해하진 말고 들어줘요. 내 생각엔...차라리 이렇게 허망하게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다 죽게되느니 차라리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그 고민을 오랜시간 하다

  내린 결론이에요. ”

 “ 대체 무슨 결론을 내렸다는건데요 ? ”

 이번엔 막내 고예림마저도 사뭇 짜증스럽다는 듯 끼어들고 정환의 말은 다시금 계속되고 있다.

 “ 어차피 우린 지구로 돌아갈수도 없고 이 ‘유사지구’같은 외계행성에서 그야말로 이

  방인인셈이에요. 이 유사지구의 지성체들의 문명수준도 어차피 다른 우주나 외계행

  성으로 갈만한 실력은 못되는 것 같고, 또 지금까지 이 유사지구를 방문한 다른 외

  계인도 없는듯하니...어쩌면 결론적으로 우리가 이 유사지구를 방문한 최초의 외계

  행성 존재가 되는것이죠. 그 자체적으로 어쩌면 이 행성에 매우 기념비적인 흔적을

  남길수도 있는거에요. ”

 “ ...... ”

 “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이렇게 죽느니 차라리 이 유사지구에 도착한 최초

  의 외계인 답게...최초의 지구인 답게 의미있는 흔적 하나는 남겨놓고 죽자...그 생

  각을요. ”

 “ 대체 무슨 흔적을 남기자는데요 ? 뭐 ‘우리 지구인들이 두리행성에 다녀가다’ 그

  런 기념비라도 하나 세워요 ? ”

 다래가 역시 조롱이라도 하는투로 말했고 허나 정환의 진지한 표정은 변함없다. 자신도 나름 긴 시간 고민하고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임을 그만큼 강조하려는 것이다.

 “ 우리 씨를 여기 퍼트리는거 어때요 ? ”

 “ 뭐...뭐라구요 ? ”

 “ 내 이야기 황당하게 여기지말고 들어줘요. 어차피 여기서 허망하게 죽어갈바엔 차

  라리 우리 후손들...우리 2세,3세를 남겨놔보자 이거에요. 머나먼 지구에서 온 외계

  생명체인 우리...우리의 자손을 이 유사지구에 남겨놓고 가자는 말이죠. ”

 “ 아저씨 변태에요 !!! ”

 순간 결국 정다래가 더 들어주지 못하겠다는 듯 발끈한다. 그녀처럼 발끈하진 않았지만 신수지와 고예림도 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씨를 퍼트리자니. 자손을 남겨놓자니. 그럼 결국 그걸 하자는 소리 아닌가. 여자들 입장에선 기도 안 차는 헛소리이겠지만 정환이 그런 음흉한 생각을 품은 것으로 오해를 받는다면 그것도 정환 입장에선 너무나 억울하기 짝이없는 일이 될 것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이정환이 이들 여자 세명과 함께한 시간이 벌써 몇 달인가. 폐건물을 임시거처로 정해 정착이라도 하자며 함께 산게 석달여고 그러다 정체가 발각나 이 수용시설에 온지도 어느덧 한두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도중에 조사받고 상담하고 하던 시간까지 포함하면 이미 6개월이 넘는 시간. 애초에는 남자두명,여자세명 이렇게 유사지구에 오게 되었지만 도중에 백충국이 도플갱어를 만나 갑자기 사라져버렸으니 그때부터 남자는 이정환이 혼자 유일하지 않았던가. 그런 이정환이 여자셋과 함께 한 것이 벌써 6개월여의 시간. 그러니 만약 이정환이 마음만 먹었다면 여자 세명중 누구든 건드리고 싶다면 건드릴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 수용시설에 들어오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아리수측은 이들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하기 위해 이곳에 감금시켜 놓은것이지 이들을 무슨 ‘생활지도’라도 하려고 이곳에 데려온 것이 아니다. 따라서 수용시설에서 자기네들끼리 무슨짓을 하든 거기까진 아리수측이 신경쓸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월 넘는 시간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여성 3인방을 존중하는 면까지 있었던 그렇게 살아온 이정환. 헌데 그런 이정환이 어떤 응큼하거나 음흉한 생각을 품고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진짜 억울한 오해다. 다만 이정환은 이제 정말 지구로 돌아갈 방도도 없고 이런 수용시설에 갇혀 평생을 살다 허망하게 죽어가느니, 어차피 이 먼 외계행성까지 온 것 의미있는 흔적이나 하나 이곳에 남겨놓고 가자는 생각으로 이런 제안을 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여자들 입장에선 이정환의 의도가 그렇게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진 않을터.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 이 아저씨가 이제보니 진짜...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고 당장 이 방에서 나가요

  !!! ”

 정다래가 거듭 발끈하며 이정환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까지 해댔고 수지와 예림이 그런 다래를 만류하긴 했지만 두 사람의 감정도 다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수지가 침착하게 입을 연다.

 “ 지금 우리가 그런말을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네요. 그리고 지금 우리 쉬어야겠으니

  그만 이 방에서 나가주세요. ”

 24시간 어차피 이 수용시설에 갇혀서 별다른 하는일도 없이 생활하는 사람들이니 ‘쉰다’는 것은 그야말로 핑계고 이런 이야기를 이정환과 더 하고싶진 않다는 의미가 되리라. 어차피 이런 설득이 한두번의 말로는 안 될것이라는 판단 정도는 자신도 했음인지 이정환도 이쯤에서 일단 물러나려한다. 허나 적어도 ‘씨라도 퍼트리자, 자손이라도 남기자.’라는 그의 고심 끝에 나온 제안을 쉬이 철회할 것 같아보이진 않는다. 여하튼 오늘은 더 이상 대화를 진전시키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이쯤에서 물러나려 하는데 그때 갑자기 고예림이 이정환을 부른다.

 “ 저기 잠깐만요... ”

 그러면서 성큼성큼 이정환에게 다가오는 고예림.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무는데 그런 그녀의 표정에 어떤 결연함이 보이는 듯 하다.

 “ 제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 ”

 다래나 수지의 반응을 봐서 예림도 뭐 그렇게 이정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일 것 같아 보이진 않았는데, 그런 고예림이 갑자기 다가온 것이다. 헌데 그런 에림이 정환에게 뭔가 입을 열려 하는데 수지가 만류한다.

 “ 예림씨, 참아요. ”

 “ 왜 그래요 ? 뭘 참으라는건데요 ? 그리고 언니가 뭔데 나한테 그래요 ? ”

 살짝 짜증나는듯한 말투로 예림이 수지에게 항의하는데 정환도 정환대로 ‘대체 이 상황은 또 뭐지 ?’ 하고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데 일단 수지의 만류때문인지 예림이 무슨 말은 더 잇지 못하고 있다. 정환은 일단 지금 더 길게 무슨 이야기를 할 상황은 아니라 판단했는지 그쯤에서 다시 방에서 나가버리고 고예림이 뭔가 아쉽고 안타까운듯한 눈빛으로 정환이 나가버린 방문쪽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

 


 이정환의 입장에선 어차피 이 외계행성의 수용소에서 평생을 갇혀 살다가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느니 차라리 의미있는 흔적이나 하나 남기고 가자는 오랜시간의 고뇌 끝에 나온 제안이지만 여자들 입장에서 쉽게 수용할수 없는 제안이라는 것 쯤은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졸지에 변태로 오해받은 것은 정말 억울하기 짝이없는 일이지만 여하튼 나름 이 행성에서의 생을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마무리할것인가 그 고민을 하던 끝에 내린 제안이었는데, 어떻게하면 여자 3인방을 설득할수 있을것인가. 어차피 한두번 설득으로 해결할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것쯤은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기에 좀 더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여자들을 다시한번 설득해볼 생각이었다. 바로 그 점을 고심하며 밤잠을 못 이루던 어느날. 늦은밤에 뜻밖에 방문을 두드리는이가 있었다. 고예림이었다.

 “ 저에요... ”

 “ 헌데 무슨일로 ? ”

 설마 하는 심정으로 다만 일단 여전히 예림의 의도는 알 수 없어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예림은 나름 뭔가 결연한 표정으로 그러나 다소의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 때문에 살포시 고개를 숙인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 저도 사실은 많은시간 고민을 하던 중이었어요. ”

 “ 어떤 고민을요 ? ”

 “ 예전에 누가 그런말을 하더라구요 ? ”

 20대 초반의 여성에게 ‘예전’이라면 대체 언제쯤을 말하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중학생때나 고등학생때 있었던 일일수도 있을것이니 그 부분은 굳이 딴죽을 걸진 않기로 하고 일단 예림의 말을 경청한다.

 “ 힘없는 일반인에게 남는 것은 결국 자식밖에 없다구요. ”

 “ 자식밖에요 ? ”

 “ 저도 그땐 어릴때라 그 말이 무슨말인지 몰랐는데...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더라구요

  . 무슨 돈이나 명예 이런쪽으로 대단한 무엇이 주어지지 않는한 힘없는 대다수 일

  반 민중에게 남는 것은 결국 자식밖에 없지 않는가 그런 의미가 되겠죠. ”

 그런식으로 말하는 예림에겐 나름의 어떤 회한이 담겨있었다. 어느덧 눈물까지 고인 얼굴로 그녀의 말은 계속된다.

 “ 저도 사실 여기로 오기 전까지는 정말 꿈많은 여대생이었는데...헌데...그저 단순한

  호기심에 그 이상한 우주선을 타는 바람에...제 인생이 이렇게 꼬이게 될줄이야...정

  말 얼마나 많은 밤을 혼자 서럽게 울기도 하고 고민도 하고 그랬는지 몰라요. ”

 그 예림의 긴 시간 번민과 고뇌를 다 늘어놓았다간 그것 하나만으로 또 별도의 소설 한편을 더 써야할 것 같고 일단 예림의 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솔직히 그동안 차라리 죽어버릴까 그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용기가 없었던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그렇게 죽는 것은...생각보다 쉽게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더라구

  요. 그런데... ”

 “ ...... ”

 “ 생각해보니 정환씨 말이 맞아요. ”

 “ 그러면... ”

 자신의 제안을 결국 수용하겠다는것이냐 그 물음을 하기도전에 천천히 예림은 자신의 옷을 벗고 있다. 그리고 이미 정환의 품에 안겨있다.

 “ 저...그냥 오빠 뜻대로 할께요. ”

 그동안 여자 3인방의 정환에 대한 호칭은 ‘정환오빠’ 보다는 ‘정환씨’나 ‘정환님’으로 부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도 한 5-6개월을 함께 부대끼다보니 많이 익숙해졌음인지 종종 정환을 ‘오빠’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래도 아직은 좀 거리를 느끼는지 일반적으로 ‘정환씨’가 여자 3인방이 그를 부르는 호칭이었다. - 다만 다래의 경우엔 아직까지 정환을 ‘정환씨’라고만 일관되게 불렀지 ‘오빠’라고 부른적은 아직 없다.

 “ 예림씨... ”

 그런 예림을 이미 품에 안고 침대에 누이는 정환. 그리도 두 사람은 이미 정사에 들어가고 있었다.

 “ ...... ”

 “ 오빠... ”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관계를 마치고 침대에 편안히 누워 쉬는 자세로 예림이 정환을 불렀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근데 만약 이래서 정말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

 “ ...... ”

 “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하는거에요 ? ”

 “ 글쎄... ”

 그 다음은 정환도 아직 고민을 해보지 못했는지 망설이는중이다. 일단 이 수용시설 안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아리수 정부당국이 이들을 여기에 비밀리에 수용한 것은 결국 이들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기를 바랬기 때문 아닌가. 헌데 그런 상황에서 이들끼리 아이까지 생겨 번식을 하게되는 상황이라면 아리수측도 정말 골치아픈일이 될 것. 그렇게되면 아무리 착한 아리수라도 이들에게 어떤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지 모른다. 정환은 그런 경우까지 고민을 해보고 이런 결정을 했던것인지. 일단 정환의 말이 이어진다.

 “ 일단...나도 그 고민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여기서 키우는게 정히 불가능하다

  면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 그곳에서 자라게 하는수밖에 없어. ”

 “ 아이를 다른사람이 키우케 한다고요 ? ”

 “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건 정말 못할짓이라는거 모르는게 아냐. 하지만 우리는 이

  미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여있어. ”

 만약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정환 역시 정상적인 사고와 가치관하에서 판단과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허나 지금 이 상황은 어쨌든 비정상적인 상황. - 그것도 2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에서 수용시설에 갇혀 평생을 살다 생을 마감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비정상의 아주 극치에 놓인 상황이다. 

 “ 아이의 존재를 아리수의 무슨 정보안보부든 정부당국이든 그쪽에서 알게된다면 분

  명 가만 놔두진 않겠지. 그러니 아이를 밖으로 나가게 해서 외부에서 이곳의 외계

  인들이 키우게 하는 방법밖에 없어. ”

 “ 하지만 무슨수로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요 ? ”

 아이의 존재를 알게되면 아리수 정부당국이든 정보기관이든 절대 가만놔두지 않을테니 아이가 무사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는 불가피성은 그렇다치더라도 대체 무슨수로 아이를 밖으로 내보낸단말인가. - 헌데 아직 성관계만 한번 가져본거고 아이가 들어선것도 아닌데 너무 앞서가는 고민을 하는 것 같긴 하다. - 일단 정환은 이와같은 방도를 구상해보고 있는중이다.

 “ 앞으로 이 수용시설이 어떻게될까...그 생각을 많이 해봤어. 원래 여기가 그 얼음

  제국 난민 수용시설로 만든곳인데...허나 아직 여기까지 오는 얼음제국 난민은 없어

  방치상태가 된곳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그 상황이 앞으로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이다. 그 생각을 했지. ”

 “ ...... ”

 “ 그 얼음제국이란 독재국가가 대체 앞으로 얼마를 더 이어가게될지는 예측하기 힘

  든 일이지만...일단 얼음제국 난민은 고원국이니 선미국이니 청하국이니 하는 아리

  수 북쪽에 있는 국가들에서 대체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가. 게다가 얼음제국에서

  아리수까지가 국경선을 기준으로만 일직선으로 2천km 정도나 된다하니 그 먼곳

  에서 이곳까지 얼음제국 난민이 그렇게 많이 유입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 ”

 애초에 이곳에 정착을 할 결심을 하면서 손수 대형서점까지 가서 이런저런 서적을 읽어보기도 하고 또 도문계 교수라고 하는 이에게서 아리수와 주변국의 구체적인 정보를 알게된 이정환이 아니던가. 자신들이 번돈으로 쓸데없이 소설책이나 사온다고 정다래로부터 핀잔까지 들었던 이정환이지만 여하튼 그런식으로 알아둔 아리수와 주변국의 정세가 이럴 때 판단을 하는데 그런대로 도움이 된 셈이다. 이정환의 말이 이어진다.

 “ 그래서 내 생각은...아마 이곳이 장기적으로는 방치상태가 되지 않을까...그 생각

  을 해봤어. ”

 “ 방치상태요 ? ”

 “ 만약 여기가 얼음제국 난민 수용소로 정말 쓰이게된다면 그네들 입장에서도 관심

  을 갖고 적극적으로 신경을 써서 관리하게 되겠지. 허나 얼음제국 난민 자체가 없

  어서 방치가 된게 이곳이야. 그곳에 우리가 들어와 수용이 된거고...그러니 여기 수

  용된 외계인이라곤 달랑 우리 넷뿐이니...자연스럽게 저들에게 잊혀진 존재가 되고

  우리는 방치된 상태가 되지 않을까 그 예측을 해봤어. ”

 “ ...... ”

 “ 그때쯤에 아마 틈이 좀 생기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해봤어. 그렇게되면 경비도 상대

  적으로 허술해질테고...그때 한번 조리사 아주머니들을 설득 아이를 밖으로 빼돌리

  던가...아이를 밖에서 키우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그 방도를 생각해봤어. ”

 시간이 지나서 ‘지구에서 온 외계인’ 넷을 수용해둔 시설이 잊혀지거나 방치된다면 경비도 상대적으로 허술해질테고, 사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들에게 챙겨주는 음식이나 이런것도 점차 부실해질 것이다. 허나 이들을 굶겨죽일 생각이 아닌 다음에야 조리사는 계속 배치가 되어 이들 삼시세끼를 챙겨줄것이고 그러니 평상시 조리사 아주머니들과 친분을 충분히 만들어놓았다가 아이를 밖으로 빼돌리자는게 정환 나름대로의 계책이다. 합리적인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현실적으로 다른 방도는 없을 것 같아 고예림도 어느정도 동의하는 모습을 보인다.

 “ 게다가 조리사 아주머니들은 우릴 외계인이라고 생각은 못하고 정말 ‘얼음제국 난

  민’이나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니 그 아주머니들이 밖에서 아이를 다른곳으로 입

  양을 보낼때엔 ‘얼음제국 난민들이 수용소에서 낳은 아이들’ 그 정도의 인식을 하

  고 아이를 맡기던가 할테니 우리 아이의 존재를 들킬 위험성은 더더욱 없지. ”

 예림이 동의를 하는것인지 일단 고개는 끄덕인다. 허나 나름 착잡한 감회가 이는것도 어쩔수 없어서인지 기나긴 탄식과 함께 눈물까지 흘린다. 정환이 그런 예림을 다독이며 위로한다.





 (* 다래,수지와의 관계까지 쓰다보면 스토리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함)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얼음제국은 한 30년정도 더 이어지다 자체적인 모순으로 멸망하였고 이후 옛 얼음제국땅은 아리수등 ‘6국연맹체’가 자원을 공동개발하는 ‘공동개발구역’으로 지정 관리해오고 있다. ‘얼음제국’이 존재하지 않자 ‘얼음제국 난민 수용소’도 자연스레 폐쇄가 되었고 다만 이정환등 네명의 ‘지구에서 온 외계인’이 계속 거기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상태로 한동안 잊혀져가다 자연스레 폐쇄가 된 것이다.

 한편 이때 두리행성(* 지구에서 20광년 떨어진 행성의 지성체들이 자신들의 행성을 부르는 명칭)에는 포타모스,델타포스,안키우스라는 세명의 여인이 있었다. 이들은 두리행성에 오래전부터 떠도는 전설,기담,괴담같은 것을 수집해 모으고 또 때로는 그런 전설,기담의 실체를 알아보려고 직접 조사,연구도 해보려는 관련 분야의 ‘매니아’들이었다. 이들이 하루는 이상한 책을 구하게 되었는데 책의 내용은 이와같았다. 어떤이의 회고록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단행본이었는데 “70여년전쯤에 자신들이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네명의 수수께끼의 지성체가 있었고, 이들을 아리수가 ‘얼음제국 난민 수용소’에 가두었다. 지성체는 모두 남자 한명과 여자 세명으로 되어 있었고 수용소에서 남자는 20여년 그리고 여자들은 50-60여년을 더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헌데 이 남자와 여자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태어났는데 그 아이들의 자손이 두리행성 여기저기에 지금 퍼져 살고 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기이하고도 신기한 이야기라 포타모스,델타포스,안키우스 세명이 그 진상을 조사해보러 나섰다. 이들은 일단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옛 ‘얼음제국 난민 수용소’ 터를 찾아보았다.

 “ 그러니까 이곳에 그 자신들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외계인들이 수

  용되어 살았다 그런 이야기죠. ”

 “ 일단 이 책에는 약 70년전인 OOOO년에 바로 이 외계인들의 정체를 알고나서 한

  바탕 바이러스,방사능 오염문제 때문에 대대적인 방역활동을 편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기록을 찾아보면 OOO 대통령 취임 무렵에 대대적인 방역활동이 있었

  던 것은 사실이에요. 그것도 특히 서울과 인근 OO시 그리고 이태,양덕등을 중점적

  으로 말이죠. ”

 “ 만약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기록처럼 그 우주선이 OO호수에 추락,폭발한게 사실

  이라면 지금 거기 우주선 잔해가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 ”

 “ 그럴지도 모르죠. ”

 세 지성체는 책속의 내용을 완전히 믿는것도 완전히 불신하는것도 아닌 대략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상태에서 일단 ‘얼음제국 난민 수용소’터를 찾아 여기저기를 조사하고 살펴보는 중이었다.

 “ 헌데 한가지 이해할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

 “ 뭐가 말인가요 ? 델타포스님. ”

 델타포스가 세명중에 일종에 리더격인 것 같았는데 안키우스의 물음에 델타포스가 이와같이 답했다.

 “ 책의 내용의 요지는 결국 그때 그렇게 수용되어있던 외계인들이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의 자손 수십명이 지금 이 행성 여기저기에 퍼져살고 있는데 다만 그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책의 핵심 내용입니다. 헌데 그런곳에 수용되어 살고있는

  외계인들이 어떻게 자기네들끼리 관계를 가져 아이를 낳을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런 아이의 자손이 어떻게 수용소에서 나와 두리행성 곳곳에 퍼져 살수 있게 되었

  을지 그게 좀 의문시된다는겁니다. ”

 “ 그렇긴 하네요. 그렇게 철저하게 갇혀있는 이들이 어떻게 아이를 낳고 어떻게 수

  용소에서 나와 살수가 있었을까요 ? ”

 사실 이런 전설,기담류의 책은 내용을 보다보면 황당하기도 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도 있다. 허나 이런 이야기들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본성 자체가 그런 이야기 자체를 백퍼센트 신뢰한다기 보단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진 근거를 한번 찾아보려는데 주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다보니 포타모스,델타포스,안키우스 3인방은 일단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계속 나누고 있다.

 “ 그리고 책에 의하면 그 남자 한명과 여자 세명 사이에 대략 열명 안팎의 아이가

  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그 아이들의 자손을 전부 합

  하면 수십명 규모가 될 것이다 그 이야기죠. ”

 “ 열명...씩이나요 ? ”

 “ 다만 책에 의하면 그 세명의 여자가 제각기 열명의 아이를 낳았다는것인지 또는

  한사람당 평균 서너명씩 그래서 열명정도의 아이를 낳았는지 그 또한 분명치가 않

  아요. ”

 “ 열명이든 또는 세명이 한사람당 열명씩 해서 서른명이든...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밖으로 빼돌리는것도 쉽지 않은일이었을 것 아닙니까 ? 가령 수용소에서 그들을

  관리하는 경비원이나 조리사 그런이들과 결탁을 해서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하더라도...어쩌다 한두명이라면 모를까.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일일이 밖으로 내보

  내는데 동조하고 협조해줄만한 그런 조리사나 경비원이 있었을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고요. ”

 “ 그러게나 말이죠. 혹 정말 그 외계인들과 마음의 교류를 깊이 나눈 그런 조리사나

  경비원이 있어 외계인들의 처지가 불쌍히 여겨져 아이를 한두명 밖으로 내보내 입

  양을 보내거나 자신이 직접 키우거나 했다면 모를까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내보내

  거나 입양보내기는 쉽지 않았을테구요. ”

 여전히 포타모스,델타포스,안키우스 3인방은 책의 내용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로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있고 무엇보다 ‘얼음제국 난민 수용소’터를 한바퀴 쭉 돌아보면서 이런저런 묘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한다. 한편 수용소에서 조금 떨어진곳에 야산 하나가 있는데 그곳도 좀 올라가보기도 한다.

 “ 책에 의하면 그렇게 살다 죽은 외계인 넷을 근처 야산에 순서대로 묻어주었다고

  합니다. ”

 “ 남자 한명은 20여년정도를 그리고 여자 세명은 50-60년을 더 살다 제각기 세상

  을 떠났다면서요 ? ”

 “ 일단 책에 의하면 그렇다네요. ”

 그러면서 야산 이곳저곳을 살펴보기도 하는 세 사람. 그러다 순간 멈칫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모두 세 개의 무덤이었다. 세 개의 무덤은 거리가 조금씩 떨어져 위치해있긴 했는데 일단 나름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는 것이 이채로왔다. 다만 이런류의 주인없는 무덤은 지구에서든 두리행성에서든 야산 같은데서 이따금 볼수 있는것이니 그 자체는 그리 신기한게 아니다. 허나 하나도 아닌 세 개의 무덤이 그렇게 돌보는 이도 없이 나란히 순서대로 있는 것은 웬만해선 잘 볼 수 없는 모습 아닌가. 그래서 그 세 개의 무덤을 기이하게 살펴보는 세사람. 헌데.

 “ 크윽...으흐흐흑... ”

 “ 아...아니 왜 그러세요 안키우스님 ? ”

 셋중에 갑자기 ‘안키우스’라는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놀란 델타포스와 포타모스가 다가온다.

 “ 이상해요...자꾸만 이상하게 눈물이 나와요. ”

 “ 네에 ? ”

 “ 뭔가 이상해요. 저 무덤 앞에서니 갑자기 속에서 이상하게 북받쳐오르는 뭔가가

  있더니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

 안키우스가 무덤 세 개중 하나를 가리키며 그와같이 나오고, 한편 델타포스와 포타모스도 각기 또 다른 무덤앞에 서더니 똑같은 반응이 나오게 된다.

 “ 어어...이상합니다. 왜 자꾸 눈물이 나오죠 ? ”

 “ 그렇습니다. 이상합니다. 자꾸만 속에서...어떤 이상한 감정...뭔가 말하기 힘든 형

  언할수 없는 야릇한 뭔가가 치밀어 오르면서 자꾸만 눈물이 터져나옵니다. ”

 누군지 주인을 알 수 없는 세 개의 무덤 앞에 안키우스,포타모스,델타포스 세 두리 지성체가 나란히 서서 그렇게 울고 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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