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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오마이걸 승희 (8)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평행우주 이야기 – 3. 이상한 여행





 한달여 정도의 시간이 더 지났다. 편의상 지구의 연월일 기준으로 계산을 하면 백충국 일행이 도우너가 개발한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출발한 것이 10월 중순경의 일이고 3박4일의 워프항법 운항기간을 거쳐 유사지구에 도착, 이후 우주선은 폭발하고 옴페리아의 집에 대략 이틀정도를 머물렀다. 그리고 이곳이 지구와 유사한 평행우주속 ‘유사지구’임을 알아차리고 일단 서울로 올라가 대책을 의논해보기로 했는데 서울역의 한 모텔에서 백충국이 자신의 도플갱어를 만나는 바람에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졸지에 리더역할을 하게된 이정환이 ‘일단 여기서 정착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해 서울 인근의 위성도시에 와서 한 폐건물에 거처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후 다래,예림등이 일자리를 구해 그것으로 생계수단을 삼고 한달여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때 이정환이 이 행성과 아리수의 정보를 더 알아보기 위해 찾은 서점에서 도문계라는 사람을 알게되어 그에게서 아리수 민국 주변국은 물론 ‘얼음제국’의 정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되었고 그후 다시 한달여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수지도 파출부로 일을 하게 되었고 한편 유사지구에 와서 옴페리아란 여자의 거처에 잠시 머물렀을 때 그녀는 ‘올해가 대선이 있는해’라고 했는데 그 무렵이 바로 아리수민국의 대선이 있는 연말 12월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달여 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이다.

 인간이 어쨌든 낯선환경에서도 그런대로 적응을 할수 있도록 만들어진 몸인지 어느덧 석달여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비록 내적갈등등으로 이따금의 우여곡절은 겪었을지언정 이정환등 네 사람은 그런대로 폐건물을 자신들의 거처로 삼아 생계수단도 마련해가며 그럭저럭 생활을 해나가는 중이었다. 헌데 뜻하지 않은 사태가 하나 터졌다.

 “ 계십니까 ? 여기 누구 계세요 ? ”

 아리수민국의 대선이 있은지 한달여정도가 지났을때쯤. 허나 어차피 이정환등은 이 행성에서 외계인의 신분이고 게다가 투표권도 없는 처지에서 대선 자체엔 별 관심이 없이 흘러가버렸는데 그러고 한달의 시간이 지난 것이다. 헌데 뜻하지않게 폐건물을 찾아온 몇사람의 방문객이 있었다.

 헌데 원래 근본적으로 장시간 방치상태인 폐건물이어서 그런지 일단 이곳에 관심을 갖는 사람 자체가 없었고 따라서 자신들이 이곳을 임시 거처로 삼은지도 석달여의 시간이 지났건만 이곳을 굳이 찾아오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정환이든 여성 3인방이든 이 행성에서 아는사람 자체가 있을수 없으니 찾아올만한 사람도 자연히 없는법. 그렇게 석달여의 시간이 흐른것인데 그러다 뜻하지않은 방문객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의아함에 이정환과 여성 3인방이 나가보니 대략 대여섯명 정도로 보이는 한떼의 남녀. 그것도 남녀 구성원이 한 반반쯤 섞여있는 그런 이들이 찾아온 것이다.

 “ 아니, 이것봐요. 혹시 여기서들 사시는거에요 ? ”

 “ 네 ? 네. 여기서 저희가 살고 있는데요. ”

 일단 묻는말에 사실대로 대답했는데 이정환등을 찾아온 이들은 이해가 안간다는 듯 자기네들끼리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이정환등에게 물었다.

 “ 아니 대체 언제부터 여기 들어와 사셨는데요 ? ”

 “ 저...저희가 그냥 여기를 거처로...여기가 저희 집이에요. ”

 뭔가 심상찮은 직감이라도 들었는지 한번 매우 강렬한 어조로 ‘여기가 우리 집’이라고 답해버린것인데 허나 일행은 더더욱 이해가 안간다는 듯 리더격으로 보이는이가 다시금 물었다.

 “ 언제부터 여기서 사셨는데요 ? 태어났을때부터 여기 살진 않았을 것 아니에요 ?

 ”

 “ 서...석달전이요. ”

 청문회라도 하는듯한 물음에 이정환등은 그와같이 싱겁게 대답해버리고 말았고 그러자 정환등을 찾아온 일행은 기가막히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충격적인 사실을 통보한다.

 “ 새로 취임하신 시장님 결정과 그리고 시의회 의결로 OO시에 있는 폐건물들을 모

  두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이곳도 원래 ‘폐건물’로 신고가 들어왔던것이고 그래서 전

  격 철거하기로 했으니 이제 그만 다들 나가주세요. ”

 “ 아...아니 뭐라구요 ? ”

 사실 연말에 치르는 아리수민국의 대선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게 된다. 다만 대통령 임기는 6년 단임인 반면 지방선거는 4년에 한번씩 치러져 12년에 한번씩 그 시기가 겹치게 된다. 헌데 4월에 치르는 총선과는 달리 12월에 치르는 지방선거는 자연스레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게 되는것인데 작년 연말에 치르는 대선이 바로 그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졌던 것이다. 그리고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새로 취임한 OO시의 시장이 있는데 그 시장의 원래 선거공약이 OO시내에 흉물처럼 이곳저곳 방치되어있는 ‘폐건물 철거’였고 새 시장이 취임한 직후 열린 시의회에서도 역시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폐건물 철거’가 의결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철거작업에 들어갔고 바로 그 준비단계로 OO시내의 폐건물에 대한 실사작업을 공무원들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그런 것들을 전혀 알 리가 없는 이정환 일행. 따라서 일단 버텨보는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이와같이 항의를 하고 나섰다.

 “ 아니, 도대체...여기 저희가 이렇게 살고 있는데 무작정 저희보고 나가라고 하면

  어쩌자는거에요 ? ”

 “ 그건 그쪽 사정이고요...아니 그보다 대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여기 무단으로

  들어와서 살았던거에요 ? 이전까진 대체 뭘 하던 사람들이고요 ? ”

 공무원 일행의 질문이 여기까지 이르자 이정환 일행은 답변이 점점 궁색한 처지에 몰리고 아무래도 수상하다 생각이 되었는지 공무원 일행의 추궁은 더욱 매섭게 이어진다.

 “ 아니, 도대체 언제부터 여기 사셨냐구요 ? 태어날때부터 OO시에서 살았어요 ?

  대체 언제부터 여기 들어와 살았냐구 ? 그리고 그 이전에 살던데는 어디냐구요 ?

  고향이든 출신학교든 가족이든 하다못해 그 정도는 있을거잖아요 ? ”

 자신들의 신원과 신변을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할수도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이정환 일행. 상황이 이렇게 몰리자 이정환이 이번엔 이런식으로 나왔다.

 “ 그럼 여기 건물주라도 불러주시던가 해요. 건물주나 땅주인을 만나 우리가 합의를

  보던가 할테니까...건물주나 땅주인을 불러주세요. ”

 “ 아니, 근데 이 사람들이...어디 외계에서들 왔나 ? 대체 무슨 소리들을 하고 있는

  거야 ? 폐건물에 무슨 건물주가 있고 땅주인이 있어 ? 관리하는 사람이 없이 장시

  간 방치상태고...그래서 도시의 흉물이 되어가고 있는 폐건물들이라 그걸 철거하겠

  다는건데...그런데 그런 건물에 무슨 건물주가 있고 땅주인이 있냐구 !!! ”

 하긴 건물주든 지주든 애초에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자신의 재량에 따라 폐건물이든 뭐든 알아서 조치를 취하든가 했겠지 그렇게 장시간 방치상태로 놓아둘 리가 없었을 것이다. 당장 자신의 건물에 – 폐건물이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 무단으로 사람이 들어와 살고 있는데 그걸 그대로 놓아두었을리도 없을테고. 허니 무슨 건물주나 이런것도 없이 장시간 방치상태인 폐건물을 시장과 시의회 직권으로 철거를 결정하고 의결했다니 거기에 딱히 반박하기도 쉽지 않다. 허나 이곳을 나간다고 해서 딱히 갈곳도 없고 어디 딱히 아는사람도 없는 이정환 일행이 아닌가. 따라서 일단 버티는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해서 공무원들과 대치하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게 되었다.





 일단 공무원측에서 ‘얼마간 말미를 줄테니 그전까지 이곳에서 나가달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강제로 철거조치를 하겠다는 통보를 했다. 허나 얼마가 더 지난다고 해서 이정환등에게 딱히 새로운 거처가 마련되는것도 아니니 – 게다가 ‘OO시의 폐건물 전부를 철거조치’ 하는게 새로 당선된 시장의 선거전 공약이자 취임후 방침이라니 일단 이정환등이 다른지역으로 거처를 옮기지 않는한 ‘OO시’ 내의 다른 폐건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 아닌가. - 결국 이대로 버티는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간 대치상태가 되다 결국 공무원들이 건물철거를 위해 필요한 차량과 기기들을 들고 밀고 들어왔다.

 “ 안돼요 !!! 우리보고 무작정 나가라고 하면 대체 우리보고 어쩌라구. ”

 “ 아니, 근데 이 사람들이 ? 그렇게 설명을 하고 그렇게 말미를 주었으면 되었지,

  더 이상 이러면 우리더러 뭘 어쩌라구. 우리도 할만큼 했으니 더 이상 안돼요. 더

  이상 날짜를 미룰수가 없다구. 어쨌든 도시 미관상으로도 안 좋고 시장님 방침이기

  도 하니 우린 밀어붙여야 해요. 그러니 빨리 비켜줘요 !!! ”

 “ 안돼요 !!! 우린 진짜 여기서 나가면 갈곳이 없는 처지라니까요 !!! ”

 “ 허허 참...이 사람들이...자꾸 이러면 ‘공무집행 방해’가 될수 있어요. ”

 그런식으로 대처가 계속되다 안되겠다 싶은지 공무원들은 결국 경찰을 불러 이정환등을 연행해갔다. 그리고 관련 혐의에 대해 경찰에서 조사가 진행되었다.

 “ 이름은요 ? ”

 “ 이정환입니다. ”

 일단 경찰들 입장에서도 유일한 남자고 상대적으로 나이도 좀 있어보이는 정환을 리더격으로 추정을 했는지 그에대한 심문부터 시작하였다. 허나 이름,나이까지야 대는데 별 문제가 될게 없겠지만 그 외 구체적인 신원을 묻는데서부터 이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경찰이 뭔가 답답한 듯 이와같이 말했다.

 “ 거 참...이 사람들이...일단 신분증부터 내봐요. ”

 집주소라던가 기타 구체적인 개인 신상을 알아내기 위해 그와같이 요구했지만 신분증이 있을턱이 없는 이정환등은 더더욱 난처해졌고 경찰도 경찰대로 더더욱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이와같이 묻기에 이르렀다.

 “ 혹시 얼음제국 난민인건가요 ? ”

 그 X의 ‘얼음제국 난민’ 이야기가 또 나왔다. 그러고보면 이 행성에 오게된뒤로 ‘얼음제국 난민’이냐는 물음을 네 번째 듣게 되는 것 같은데 지금은 이정환등도 얼음제국에 대해 대충 들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와서 ‘얼음제국 난민’이라는 식으로 둘러대기도 난감하다. 경찰의 추궁은 계속되었다.

 “ 여기 오기전엔 어디 살았어요 ? ”

 “ ...... ”

 “ 아니, 근데 이 사람들이...그 OO동 폐건물에 오기전에 어디서 살았었냐구 ? ”

 아마 ‘OO동’이 정환등이 임시 거처하던 폐건물이 있는 지역명인 듯 했고 여기 오기전에 어디에 살았느냐는 경찰의 질문. 허나 답하기는 더욱 난감한 처지에서 경찰의 물음은 계속되었다.

 “ 학교는 어디 나왔어요 ? 그리고 가족사항은 ? ”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될대로 되라는 심정일까. 이정환이나 신수지,정다래,고예림등은 일단 학교에 대해선 자신들이 나온 학교를 있는 그대로 답했다. 아울러 형제관계가 이정환과 신수지는 각기 외동으로 자랐고 정다래는 아래로 남동생이 하나 있고, 고예림은 위로 언니가 한명있다. 그와같은 가족관계를 사실대로 댄다고 해서 이들의 정확한 신원이 이곳에서 밝혀질리도 만무하다. 경찰은 더더욱 답답해서 물었다.

 “ 학교도 아리수에 있는 학교가 아니고...부모나 가족관계도 확인을 해볼 방법이 없

  고...당신들 도대체 어디에서 온거야 ? ”

 “ ...... ”

 “ 아닌말로 부모나 가족이 없는 천애고아로 태어났다고 해도 태어난 고향이라도 있

  거나 자란 고아원이라도 있거나 졸업한 학교라도 있거나...아니면 살면서 사귄 친구

  나 지인이라도 있을 것 아냐 ? 그런데 그에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는게 말이나 되

  냐구 !!! 어디 외계에서 온 사람들이 아닌 이상... ”

 이렇게 된 이상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힐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 정환이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사실 이들이 평상시 거짓말이라도 좀 잘하는 성격이라면 이력이나 학력정도는 적당히 거짓 스토리라도 하나 만들어 둘러댈수 있을터인데 일단 정환이나 수지는 그럴만한 성격이 못 돼고, 다래나 예림은 나이도 상대적으로 정환이나 수지보다도 더 어리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더더욱 무섭고 겁이나 울것같은 심정이 되어있기도 한데 정환이 결국 모든 사실을 밝히기로 한다.

 “ 우린 사실 지구에서 왔습니다. ”

 “ 지구 ? 그게 뭔데 ? ”

 ‘지구’라는 행성에 대해 태어나서 지금까지 들어본적이 전혀 없어서인지 경찰이 그와같이 물었고 허나 정환은 모든 것을 사실대로 술술 털어놓기 시작한다.

 “ 실은 저흰 지구에서 도우너라는 괴짜 천문학 매니아가 하나 있었는데...그 사람이

  무슨 20광년 떨어진 항성계까지 워프항법을 이용 3박4일만에 도착할수 있는 그런

  우주선을 개발했다기에 호기심에 그 우주선을 탑승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다들 어

  린 마음에 단순한 호기심에 ‘설마 별일이야 있으랴’ 그렇게 무작정 우주선을 탄 것

  인데 일이 공교롭게도 이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네요. ”

 “ 아...아니 뭐라구 ? ”

 그야말로 자신들이 ‘외계인’임을 사실대로 털어놓는 놀라운 순간이 아닌가. 허나 경찰관 입장에선 정환의 하는말이 너무 황당했음인지 일단 반응이 이와같았다.

 “ 장난해 ? 지금 내 앞에서 공상과학 소설 써 ? 대체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헛소

  리야 ? ”

 “ 장난이 아니라 사실관계가 그렇습니다. 그...양덕이라고 하는 곳이던가요 ? 이태

  라는 도시에서 북서쪽으로 20여km 떨어진...그런 시골마을의 산 꼭대기 호수에 저

  희가 탄 우주선이 추락한것입니다. 우주선에 불이 나는 것을 보고 미리 준비한 구

  명보트로 저희 네 사람...아니 한 사람 더 다섯사람이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우주선

  은 저희가 탈출한 직후 바로 폭발해버려... ”

 “ 아니, 근데 이 사람들이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 여기가 어딘

  지 몰라 ? 경찰서야. 이런데서 허위사실을 함부로 나불거리면 어떻게 되는지나 알

  아 ? ”

 “ 경찰의 기능이 뭔지 모를정도로 저급한 생명체들은 아닙니다. 허나 저희는 외계에

  서 온 생명체들이 맞습니다. ”

 “ 뭐...뭐...뭐라구 ? ”

 연행되어온 이들이 하는 진술이 자꾸 황당해져서인지 이제 이 경찰서의 다른 경찰관이나 위의 간부급들까지도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 다가와 지켜보는 상황까지 이르렀는데 정환의 답변이 계속 이와같자 경찰은 황당함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이와같이 나왔다.

 “ 당신들 진짜...한번 크게 혼좀 나봐야 정신 차리겠어 ? 어차피 ‘공무집행 방해’는

  경범죄니까...적당히 벌금형 정도나 매긴뒤 적당히 훈방조치 시키려고 했는데...이

  사람들 정말 안 되겠구만 ? ”

 “ 저희가 한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모르겠지만 사실관계가 그렇습니다.

 ”

 ‘저희’라고 표현을 했지만 아직 자신들이 지구에서 온 ‘외계인’임을 밝힌 것은 이정환이 유일하다. 설마 다른 여성 세 사람도 똑같은 대답을 하랴 하는 생각에 일단 이정환에 대한 심문은 포기하고 다른 여자 세명을 차례대로 심문하기 시작했는데 정환이 모든 것을 불기 시작한이상 다른 세명도 모든 것을 체념했는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 이정환씨가 한 이야기가 다 맞아요. 저희 정말 지구에서 왔어요. ”

 가장 나이가 어린 고예림이 울음까지 터트리며 이렇게 답했다. 아직 스물한살의 가장 어리고 꿈도 많았을 고예림은 일이 이지경에까지 이르자 자신의 처지가 너무 기막히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점점 더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어 연신 울먹이고 있었다. 경찰이 겨우 달래가며 심문을 이어갔다.

 “ 이봐요 아가씨...울지말고...운다고 지금 간단하게 해결될수 있는일이 아냐. 대체

  아가씬 어디에서 왔어 ? ”

 “ 저희 정말 지구에서 왔다니까요. 여기엔 아는 사람도 가족도 친구도 없어요...우리

  엄마,아빠 그리고 우리 언니 다 집에 있을텐데 무슨...학교는 전 OO대 연영과를 나

  왔고요. ”

 “ OO대가 대체 어디있는 학교인데 ? 그리고 연영과는 뭐고 ? ”

 “ OO대는 대한민국 경기도 OO시에 위치해 있어요. 그리고 연영과는 연극영화가 준

  말이고요. 그리고 우리 언니는 이름은 고예진이고 지금은 OO그룹 경리과에서 일하

  고 있고요. ”

 “ 허허 참... ”

 고예림이든 정다래든 다른 여성 3인방이 자신의 신상을 사실대로 말해봤자 경찰로선 대체 뭐가 뭔지 더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고, 아무리 그래도 외계인이라는 말은 믿겨지지가 않아서인지 다시금 이와같이 묻는다.

 “ 당신들 혹시...당신네들끼리 짜고 무슨 장난질 치는거 아냐 ? 외계인 행세 하면서

  사기라도 치려는거 아니냐구 !!! ”

 “ 아저씨...무슨 말을 그렇게...사람을 어떻게 보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 저희도 지

  금 진짜 미칠 것 같다구요. 엉엉~~~!!! 처음엔 그냥 단순히 우주여행을 시켜준다고

  해서 무작정 우주선을 타본 것 같은데...대체 이게 무슨꼴이야. 내 도우넌지 뭔지

  그 사람...두번다시 만나기만 해봐. 절대 가만 안둘거야. 흑흑흑흑~~~!!! ”





 경찰서측은 일단 이정환등을 유치장에 구금조치 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찰은 이들이 무슨 장난을 치거나 사기를 치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 - 폐건물에 장기간 무단기거하던이들이 폐건물을 철거하겠다는 상황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된 것 아닌가. 헌데 그런 이들이 갑자기 자신들이 ‘지구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주장을 하고 게다가 신원이고 뭐고 확실하게 밝혀지는 것이 없자 부득이하게 이와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 다음날부터 간부급 경찰이나 경찰서장이 좀 더 강도 높은 심문을 해도 상황은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결국 경찰서 관계자들은 자기네들끼리 무슨 대책회의를 하는 듯 하다 그 다음날 아침. 그때까지 유치장에 갇혀있던 이정환들을 나오게 하던 경찰서 앞에 마련된 봉고차 같은것에 타도록 했다.

 “ 타세요 다들. ”

 “ 우...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건데요 ? ”

 겁에질린 이정환등이 그와같이 나왔고 경찰 관계자는 이들을 보며 짜증스럽다는 듯 외쳤다.

 “ 외계인이라면서요 ? ”

 “ 네 ? 네...맞아요. ”

 “ 외계인이면 타고 외계인 아니면 지금이라도 자신들 정확한 신원과 신분을 밝혀요.

  장난들 그만치고. ”

 허나 ‘외계인’이 지금 이정환등의 정확한 신분이었기에 더 이상 묻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경찰들이 타라는 봉고차에 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히 수갑같은 것을 채우진 않았는데 다만 봉고차안에 양 옆으로도 경찰이 지키고 있는 가운데 한참을 어디론가 가는 듯 하더니 어디론가 어떤 건물로 들어서고 있었다. 얼핏 보니 병원이나 무슨 수용시설같아보이는 그런곳이었는데 일단 건물앞 주차장 같은데 차를 세우고 이들을 그 안으로 데리고 간 경찰들. 그리고 그곳 관계자들과 뭔가 다시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 했고 그러는 동안 이정환과 여성 3인방은 어떤 방 같은곳에 임시 수용되었다. 남자인 이정환이 따로 그리고 나머지 여자 셋이 따로 그렇게 두 개의 방에 수용되긴 했는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일단 경찰은 아니고 아마 병원으로 추정되는 그곳의 관계자가 들어오더니 이정환부터 어디론가 데려갔다. 무슨 상담실 비슷한 곳이었다.

 “ 이름이 뭔가요 ? ”

 상담실 안 관계자가 차분하게 그와같이 물었다. 정환은 일단 사실대로 대답했다.

 “ 이정환입니다. ”

 “ 집은요 ? ”

 “ 서울시 OO구 OO동... ”

 이정환은 일단 사실대로 그와같이 답하는수밖에 없었고 일단 상담을 맡고 있는이는 마치 유치원 어린아이라도 타이르는 선생님같이 차분한 어조로 계속 말한다.

 “ 자신이 살던곳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수 있나요 ? ”

 “ 살던곳이야 뭐...저 같은 경우엔 주택가에 살았는데... ”

 “ OO시의 폐건물엔 어떻게해서 가게된건가요 ? ”

 정환은 일단 사실 그대로 답하는수밖에 없었고 이런식의 문답이 계속 오가는 가운데 상담 담당자가 다시 이렇게 물었다.

 “ 자신이 지금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

 “ 전 사람이고요...후우...지구에서 왔다니까요 ? 도우넌지 뭔지 천문학 매니아라는

  자가 만든 우주선을 타고... ”

 “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죠 ? ”

 “ 그런 생각을 하게된게 아니라 사실이 그런걸 날더러 어떡하라구요 !!! ”

 “ 그럼 자신이 살던곳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보세요. 아니, 그림으로 한번 그

  려보세요. ”

 상담 담당자는 종이와 필기구를 건네주며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이정환은 그림실력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상담 담당자는 이정환이 그림으로 그려준 것을 한참 쳐다보더니 고개를 여러번 갸웃거렸고, 일단 한시간여 정도의 이정환과의 면담시간은 끝났다. 그 뒤를 이어 들어온 것은 공교로게도 여성 3인방중 가장 나이가 어린 고예림이었다.

 “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볼수 있나요 ? ”

 “ 이것보세요 !!! 지금 뭐 행복했던 순간이고 떠올리고 생각할 수 있는 기분도 아니

  고...지금 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불안해요. 가장 답답하고 짜증나고... ”

 “ 왜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죠 ? ”

 “ 이것봐요 !!! 아줌마같으면 지금 이 상황이 짜증 안나게 생겼어요 ? 나 진짜...생

  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막힐 지경인데... ”

 “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시고요...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도록 하

  세요. ”

 가장 나이가 어린 예림은 정말 미칠 것 같은 심경이 되어버렸고 그런식으로 예림과의 상담도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이어서 불려온 것은 신수지였다.

 “ 혹시 어린시절 크게 다치거나 트라우마 같은거 있었나요 ? ”

 “ 아뇨, 그런거 없었는데요. 어릴 때 감기를 좀 심하게 앓은적은 몇 번 있지만. ”

 수지 역시 담담하게 어찌보면 자신을 상담하고 있는 – 아무래도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 같은 – 상대에게 그와같이 답했고 수지의 답변하는 태도는 어찌보면 상대를 냉소적으로 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 성장환경은 어땠나요 ? ”

 “ 아빠,엄마 그리고 저 세식구가 자랐는데요. 가정환경은 뭐 그런대로 중산층 정도

  되는 그런 분위기였고...뭐 보통 혼자 자란 외동들이 좀 고집적이고 그런면이 있다

  고는 하지만... ”

 “ 어린시절 크게 다친적 없었나요 ? ”

 “ 없다니까요 !!! ”

 “ 혹시 성폭행이나 성추행 같은 것을 당해본 경험도 없었나요 ? 차분하게 잘 좀 떠

  올려보세요. ”

 “ 이것보세요 아주머니 !!! ”

 신수지는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소리를 버럭 질렀고 순간 상담 담당자가 움찔할 지경이었다. 아무래도 이들은 자신들이 ‘지구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정말 무슨 장난이나 사기를 치는게 아니라면 혹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자들이 아닌가 그런 생각에서 이런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것 같았고, 그런 상황을 이제 대충 눈치챌만해서인지 상담을 맡고있는 정신과 의사에 대해 더더욱 기분나쁘고 짜증스런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대충 그렇게 이정환등 네명에게 한 사람당 한시간여 정도씩 소요된 상담시간이 마무리되고 이정환은 이정환대로 혼자 나머지 여자 세명은 그녀들대로 따로 다른방에 수용이 된 상태에서 이들은 더욱 막막한 감정이 되어가고 있다.

 “ 언니, 이제 정말 우리 어쩌면 좋아요. ”

 어쨌거나 그런 폐건물에 대충 기거를 하면서 알바로 돈까지 벌면서 이런식으로 살아가게 되는건가보다 하며 사실상 체념상태가 되어 이 외계행성에 ‘정착’을 해가는 과정중에 있었는데 졸지에 자신들이 사는 폐건물을 철거한다는 통보를 받고 그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까지 받았는데, 하는수없이 그곳에서 자신들이 ‘지구’에서 왔다며 신분을 사실대로 밝히자 이젠 ‘정신병자’ 취급까지 받게된 것 아닌가. 무엇보다 이 ‘두리행성’이란곳의 지성체들이 ‘지구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자신들을 ‘정신병자’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제 어찌되는 것인가. 그걸 생각해보니 더욱 끔찍하고 아찔해져서 여성 3인방은 더더욱 절망적인 얼굴이 된다. 그것은 혼자만 남자라서 따로 수용이 되어있는 이정환의 심리도 별반 다를것이 없으리라.



- 9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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