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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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 팬픽 - 양예빈 (8) 운동선수 팬픽



 “ 이봐요,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하죠. ”

 하루는 예빈모가 준식을 찾아왔다. 예빈모가 찾아온 용무를 준식도 대충 짐작할 것 같기에 바로 예빈모의 말에 응했다. 다만 밖에서 이야기하기도 좀 난감해서 마침 윗층인 4층에 입주민이 없는 빈집이 있어 그곳으로 예빈모를 오라고 해서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 단도직입적으로 물읍시다. 대체 우리 딸과 요즘 뭘 하고 다니는게요 ? ”

 준식은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올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원래 심약한편인 준식이라 대놓고 따지러 온듯한 예빈모로 인해 벌써 심장이 두근거리고 팔다리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허나 이럴때일수록 오히려 정직하게 나오는게 좋겠다는게 준식 나름대로의 생활신조이기에 준식은 침착함을 찾으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 예빈이에게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

 “ 뭐에요 ? ”

 “ 전 예빈이와는 가끔 그냥 말동무로 지냈을 뿐입니다. 그 이상의 사이는 아니니 너

  무 지나치신 우려 안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허나 그 말에 오히려 예빈모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치 ‘너같은 X 내가 지금까지 한두번 본게 아니다’는 듯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남자들의 흔해빠진 변명쯤으로 여겨저 예빈모가 바로 따져들었다.

 “ 이것봐요. 내가 누군줄 알고 그런 허튼수작을 하려고 들어 ? 뭐 ? 말동무 ? 그럼

  뭐...그냥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기라도 했다 그런말요 ? 허...40넘은 나이많은 남자

  랑 열다섯살 어린애가 친구 ? 그 자체가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리요 ? ”

 “ 저기...예빈 어머니. ”

 “ 어머니 소리 하지 말아요 !!! 어떻게 내가 그쪽 어머니에요 !!! ”

 예빈모는 그야말로 가당치도 않다는 듯 나왔고 얼굴을 붉그락 푸르락 하면서 당장에라도 준식을 때려눕히기라도 할 기세로 나오고 있었다. 준식으로선 자신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아 나름대로의 답답함이 일기도 하는 순간이기도 한데 일단 예빈모의 따지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 어머니는 무슨...거 대충 이야길 들어보니 그쪽이 나보다 나이도 많은 것 같더만..

  .그런데 어머니는 무슨...아니, 그것보다 어디 도대체 여자가 없어서 딸도 둘이나

  있다는 유부남이 아직 새파랗게 어린 우리애를 꼬드길 생각을 해 ? ”

 “ 오해십니다 예빈 어머니. 그건 정말 오해세요. ”

 “ 뭐라구 ? ”

 “ 정말 오해입니다. 그리고 제가 유부남이라뇨. 어디서 무슨 이야길 어떻게 들으셨

  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제 사적인 문제에 대해선 사실대로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

 준식은 예빈모의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애쓰며 일단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려 했다. 준식의 사연이 예빈모가 아니라 다른 누가 보더라도 일반적인 통념상 이해가 갈 수 있는 사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이는 있지만 결혼은 한적이 없다는 것. 그 법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만은 분명하게 밝히려 애쓴 것이다. 허나 예빈모는 준식의 사연을 다 듣고는 오히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그러니까...마누라랑 따로 살면서...그냥 가끔 애들만 보러 그 영월인가 뭔가 거기

  까지 오가며 살았다 ? 그런식으로 애들을 내팽개치고 살았다 ? ”

 “ 내팽개치다뇨 ? 그게 무슨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까 ? 제 말뜻은 그런게 아니라

  ... ”

 “ 그게 그 소리가 아니면 뭐야 ? 그리고 내 이제껏 살아오면서 제 마누라랑 자식

  내팽개치고 사는 X들 치고 제대로 산 X을 본적이 없어. 어쩐지 건물주라고 으스

  대고 돌아다니면서...헌데 처자식은 없어보이는 것 자체부터가 수상쩍더라니... ”

 “ 어머니... ”

 ‘ 철썩~! ’

 준식에게서 또다시 ‘어머니’란 호칭이 나오자 예빈모의 눈에서 불이 났다. 그리고 바로 준식의 뺨을 냅다 후려갈겼다.

 “ 한번만 더 내 앞에서 어머니 소리 나왔다간 진짜 내가 어떻게 해버릴줄 알아요.

  미성년자 성희롱으로 고소하지 않은것만도 다행인줄 알아 !!! 한번만 더 내 앞에서

  어머니 어쩌구 하며 허튼수작 벌였다간 그땐 진짜 그쪽이 연장자든 뭐든 내 물불

  안가리고 무슨짓을 벌일지 모르니까. 나도 이래봬도 한 성질 하는 여자야 !!! ”

 생각해보면 애초엔 딸 예빈으로 인한 소란이 한밤중에 여러번 있어서 그로인한 주의를 준식으로부터 받기도 했고 또 예빈이 준식의 뺨을 후려갈긴일로 인해 준식을 찾아왔을때는 그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며 싹싹빌던 그런 예빈모가 아니던가. 헌데 지금 예빈모의 모습은 그때와는 180도 달라져 있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이제야 예빈모의 진면목을 보는 순간 같다고나 할까. 여하튼 예빈모는 두 번 다시 내딸 건드리거나 꼬드기지 말라는 경고를 거듭 입에 담았고 준식은 안타까운 마음에 자신의 진정만은 전하고 싶어 다시금 입을 열었다.

 “ 예빈 어머니, 저 다른건 몰라도 예빈이를 희롱하거나 어떻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

  었습니다. 그리고 저도...어쨌든 그렇게 아이들과도 떨어져 혼자 사는 몸으로 많이

  외롭고 쓸쓸해서...그냥 마음 편하게 터놓고 이야기나 나눌 친구나 동료가 필요했던

  차에... ”

 “ 닥쳐 !!! ”

 예빈모의 버럭하는 호통소리가 다시한번 튀어나왔고, 예빈모는 어림없는 수작 부리지 말라는 듯 다시금 이와같이 말했다.

 “ 내 앞에서 그딴 수작 안 통하니까 두 번다시 그런 사탕발림 입에 붙일 생각 꿈에

  도 꾸지 말아. 나도 당신같은 남자 웬만큼 겪어볼만큼 겪어본 사람야. 외롭다, 쓸쓸

  하다, 친구로 지내자 가끔 편지나 주고받거나 말동무나 좀 하자, 술친구나 좀 하자.

  그런식으로 여자 꼬드기는 수법 내가 지금까지 한두번 겪어봤는줄 알아. 이 OOO

  도 왕년에 겪어볼만한 일은 다 겪어본 여자야. 이거 왜 이래 ? ”

 예빈모는 졸지에 자신의 실명까지 입에 담으며 더더욱 어림없다는 모습으로 나왔다. 생각해보면 준식 입장에선 정말 어디 자신이 말 터놓고 지낼만한 친구나 동료도 없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줄만한 사람도 없는 처지에 그야말로 가끔 만나 이야기나 나누면서 지낼 그런 말동무를 예빈으로 삼고 싶었을 뿐인데 그 순수한 진정성이 이런 오해를 받으니 더더욱 안타깝고 가슴이 막막해질 뿐이다. 그래서 다시금 안타까움에 예빈모에게 이와같이 말한다.

 “ 예빈이는 제가 직접 만나 좋은말로 잘 타일러 보던가 하겠습니다. 그러니 어머니

  ... ”

 “ 뭐...뭐가 어째 ? 누가 누굴 만나 ? ”

 허나 다시금 버럭 소리를 지르는 예빈 모.

 “ 허튼수작 부릴생각 꿈에도 하지 말아. 이 판국에 대체 만나긴 누굴 만나. 그리고

  뭘 타일러 ? 거듭 말하지만 나한텐 그딴 수작 안 통해. 친구로 지내자 어쩌자 그

  따위 수작들...나도 다 소싯적에 겪어볼만큼 겪어본사람야. 이게 어딜 감히 누굴 속

  이려 들어. 그리고 한번만 더 내 딸 근처에 얼씬거리는거 눈에만 띄워봐. 그땐 진

  짜 알아서 해, 저기...OO빌라 건물주가 열다섯살 여중생을 희롱했다더라...건드렸다

  더라...그딴소리 듣고싶지 않아면 알아서 조심하라구. 알았어 !!! 내가 분명히 경고

  했어 !!! ”





 준식을 만나고 돌아온 예빈모는 예빈에게도 그와같은 사실을 전했다. 준식에게도 이미 자기딸과 만나는 모습이 두 번다시 눈에 띄는날엔 가만있지 않을것이라 분명히 했으니 딸에게도 이만 준식에 대한 마음은 접으라는 다짐을 다시한번 받아두기 위해서였다. 허나 예빈은 오히려 더 발끈했다.

 “ 엄만 도대체 왜 그래 ? 왜 자꾸 아저씨를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만 몰아 ? 아니,

  그보다 전에 엄마가 대체 왜 아저씨를 만나냐구 ? ”

 “ 이것아 !!! 왜 만나기는 ? 다 너랑 사이 끊어놓기 위해 어쩔수없이 하는일이지. 그

  리고 그 아저씨도 분명히 그러더만. 너 그냥 친구로만 생각했지 그 외 다른 생각은

  한적 없다구. ”

 “ ...... ”

 “ 왜 말이 없어 이것아 ? 그래도 아직 그 인간 실체가 어떤건지 모르겠어 ? 알고보

  면 사내란게 다 그런거야. 처음엔 그저 말동무로나 지냈으면 좋겠다. 가끔 술친구

  나 했으면 좋겠다. 그런식으로 접근해서 기회봐서 건드리거나 정 아닌 것 같으면

  ‘그냥 친구로 지내기로 하지 않았냐 ? 여자로 생각한적 없다’ 이런식으로 슬쩍 빠

  져나갈 구실 만들어놓는 그게 남자라구. 알았어 이것아 ? ”

 엄마의 말을 지금 어찌 받아들이고 있는것인지 예빈은 아무런 대꾸가 없다. 무엇보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나면 아저씨와 결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얼마전에 밝히기도 했던 예빈. - 다만 학교는 마저 다닐 마음은 분명 있는것이라 다만 중3 1년 과정은 거의 밟지 않은 것이다 다름없으니 새학기가 되면 중학교 3학년 과정부터 다시 밟을 생각으로 있다. (* 헌데 이렇게 되면 역시 새학기가 되어 이 인근에서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될 준식의 둘째딸 수영과 같은학교 동급생이 될 가능성마저 있다.) 그런 예빈이라서인지 준식을 자꾸만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엄마의 이런 모습이 여전히 마땅찮다. 그래서인지 다시금 반발삼아 엄마한테 이와같이 말하는 예빈.

 “ 그리고 아저씨도 다 알고보면 상처도 많고 힘든일도 많았던...그렇게 살아왔던 사

  람이야. 그러다보니 부득이하게 어쩌다보니 정식으로 결혼도 못하고 아이만 둘 생

  긴 그런 처지가 된건데... ”

 “ 이것아 !!! ”

 어쨌든 준식의 사적인 부분을 다 알게 되어버린 예빈 모녀가 아닌가. 헌데 예빈은 그렇다 치더라도 예빈모는 그래서 더더욱 못마땅하고 말도 안된다는 듯 손을 내젓는다.

 “ 내가 그리고 다른건 몰라두 사이비 종교 같은거 믿거나 그런 사람들 옛날부터 딱

  질색이었어. 다른건 몰라도 종교문제로 복잡한 그런 사람은...설사 나중에 결혼을

  한다 하더라두 나중에 진짜 골아파지는거야. 무슨말인지 모르겠어 ? ”

 “ 엄마...아저씨 지금은 그 종교 안 믿는대. 연 끊은지 20년이 넘었다니까 ? ”

 “ 그게 뭐가 연을 끊은거야 ? 옛날 마누라는 아직 지금 거기 있다며 ? ”

 여기서 ‘옛날 마누라’란 현재 대진교 영월회관장으로 있는 그리고 지영,수영의 엄마인 전봉림을 두고 하는말 같은데, 여하튼 준식과 봉림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 사이는 아니었으니 준식 입장에선 억울하다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예빈이 역성이라도 들 듯 나선다.

 “ 결혼은 안 했다잖아. 서로 뜻도 안 맞고...마음도 안 맞고...그래서 결혼은 안 하고

  ...하지만 생긴 아이는 책임은 지어야하겠기에...그래서 낳은거라잖아. 그러니 아저

  씨 그만하면 책임감도 있는 사람인거 아냐 ? ”

 “ 이것아 !!! 책임감은 무슨...그리고 나 다른건 몰라도 복잡한건 딱 질색야. 가령 이

  상한 사이비종교 믿는 집안이라던가 또는 사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는 남자라던가

  그런 경우 이 에미는 딱 질색이라구 !!! ”

 “ 엄마... ”

 사이비종교 믿는 사람 질색이고 사생활이 복잡한 사람은 질색이라고 말하는 예빈 모. 헌데 그런식으로 따져보니 윤준식은 두가지 경우가 모두 해당되는 그야말로 최악중의 최악이 아닌가. 물론 준식은 이제 대진교와는 더 이상 관련이 없는 사람이고 전봉림과는 부부관계도 아무것도 아닌 상태에서 일단 딸들을 자신에 거두어 키워야겠기에 영월에서 데려온 상태. 따라서 그런식의 해명이나 변명이 가능할 것 같긴 하지만 예빈모는 여전히 아니라는 듯 손을 거듭 내젓는다.

 “ 그...기억에 일전에 진미령인가 하는 여자도 방송에 나와 그러더라. 종교라는게...

  기왕이면 사이비 같은거 믿는 그런 남자나 집안 같으면 가까이 하지 않는게 좋다

  구. 내가 원래 진미령이란 여자 별 관심 없던 사람이지만, 다른건 몰라도 그 말 하

  나만은 백퍼센트 공감이다 !!! 다른건 몰라도 종교문제로 골치아픈 그런 집안은 가

  급적 가까이 하지 않고 상대하지 않는게 좋은거야. 세상 그러잖아도 복잡하고 골아

  픈일 많은데, 거기다 종교문제로까지 골아플 이유가 뭐가 있어 ? 내 말은 기왕

  이면 골치아프고 속썩을 것 같은 일은 하나라도 덜 만드는게 세상사는길 편하

  게 만드는 길이다 이 말이야. 이 에미가 40년 조금 넘게 살아온 인생 끝에 내리

  게 된 결론이다 !!! ”

 현재 중학생 딸이 있는 예빈모를 40대 초반 정도로 본다면 그녀는 대략 70년대 후반 태생. 진미령이란 가수가 현역 가수로 한참 활동하던때가 1970년대니 예빈모가 진미령의 현역가수 시절을 알리는 없을테고 아마 90년대에 현역 가수는 아니고 ‘방송인

‘ 자격으로 이런저런 예능프로나 토크쇼 같은데 자주 나오고 할 때 그때 진미령이 방송에 나와 한 이야기를 본적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다른건 몰라도 진미령이란 방송인의 그 말 하나(기왕이면 사이비 같은거 믿는 사람이나 집안은 안 만나는게 좋다.)’만은 절대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예빈 모.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그리고 기왕 말이 나온김에 덧붙이지만...이 에민 무슨 남녀사이에 우정이란 존재

  하는가...또는 무슨 친구이상,연인이하 그딴말 나왔을때도 코웃음 쳤던 사람이야. 우

  정 ? 술친구 ? 친구이상,연인이하 ? 세상에 그딴게 어디있어 ? 무슨 플라토닉 러브

  니, 정신적 사랑이니 그딴거 다 배때기에 기름 잔뜩 낀 요즘식으로 말하면 강남좌

  파 같은X들이다 입에 담을 헛소리라구 !!! ”

 충청도 농촌지역에서 딸아이 하나만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아왔을 40대 여성답지 않게 심지어 ‘강남좌파’란 제법 전문가스런 표현까지 입에 담고있는 예빈 모. 하긴 어쨌거나 한 4년제 대학정도는 나온 여자라면 학창시절 그 시절 대학가 주요 논쟁거리중 하나였던 ‘플라토닉 러브’니 ‘남녀사이의 우정은 존재하는가 ?’라느니 그런 논쟁이나 논란에 관심을 안 가져보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20대때 한두번쯤 가졌을법한 그런 논쟁에 대한 기억이라도 소환해내듯 제법 열변을 토하는 예빈모. 그녀의 말은 계속된다.

 “ 남녀관계란게 결국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결국 그런 관계로 이어지던가...아니

  고 정 마음이나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지는거지. 남녀사이의 우정은 또 뭐고 정신적

  사랑은 다 뭐야 ? 그딴거 다 헛소리고 행여 그런 소리 입에 담는 남자가 있다면

  그런거 다 결국 알고보면 여자꼬시기 위해 명분삼아 만드는 X소리니 그딴 헛소리

  에 홀라당 넘어가지 말란말야 이것아 !!! 무슨말인지 알겠어 ? ”

 “ 엄마... ”

 허나 아직 어린 여중생 예빈은 수긍하고 싶지 않은 듯 다시금 반발심 담아 그와같이 엄마를 불러보고 예빈모는 할말이 아직 더 남아있는 듯 열변을 계속 토한다.

 “ 더욱이...나이차이도 서른살이나 나는데 그런 사이에 뭐 ? 우정 ? 말동무 ? 그게

  다 그 늑대같은 늙은X이 너 꼬시기위해 만든 X수작들이라고 !!! 이제 무슨말인지

  알아듣겠어 ? 세상에 서른살이나 나는 나이차이에 무슨 친구고 말동무야. 나 원...

  나중엔 지 애비,할애비한테까지 친구먹자고 할 X이구먼... ”

 “ 엄마... ”

 물론 준식이 예빈한테 말한 ‘친구’나 ‘말동무’가 무슨 어른-아이나 위계질서 같은거 생각하지 말고 친구먹자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여하튼 그저 약간 각별한 친한사이 그 정도로만 지내자는 그런 의미였을터인데 예빈모는 그 의도마저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이와같이 나오고 있고 예빈은 그래서 엄마의 이런 태도가 점점 불편하기만 하다. 한참만에 예빈이 이번엔 엄마한테 질문을 건넨다.

 “ 엄마 그럼 진짜...아저씨한테 두 번다시 나 만나지 말라고 그러고 왔단말이야 ? ”

 “ 글쎄, 그렇다니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 ”

 예빈은 말이 없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딱히 대꾸할말도 마땅치가 않고 그래서 일단 자기방으로 조용히 들어간다. 원래 이 ‘서민형 빌라’ 구조가 현관에서 바로 부엌으로 이어지는 구조와 바로 그 오른쪽에 나란히 있는 두 개의 방. 하나가 큰방이고 하나는 작은 방인데 예빈모녀의 경우엔 예빈이 작은방을 예빈엄마가 큰방을 쓰고 있다. 그래서 말없이 자신의 작은 방으로 들어가버린 예빈인데 속상한 듯 방안에서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구르고 있던 예빈은 그러다 한참만에 깜빡 잠이든 듯 했는데 그러다 깨어난 예빈. 잠시 별다른 말이나 생각도 없이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는 듯 하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약간의 짐을 챙겨 집을 나선다.





 얼마후, 지영과 수영이 함께 있는 301호 집에 뜻밖의 방문객이 있었다. 다름아닌 예빈이다. 지영과 수영도 이젠 예빈과는 면식이 있으니 그리 놀라거나 경계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의아한 부분은 있어서 약간의 경계의 눈초리를 잊지 않고 예빈을 바라보고 있다.

 “ 어쩐일이세요 ? 그리고 그건 ? ”

 의아하게 묻는 지영과 수영 자매에게 예빈은 태연한 자세로 물었다.

 “ 아, 실은 두분 위해서 국거리랑 찌개거리를 좀 사왔어요. ”

 “ 네에 ? ”

 순간 황당해하며 예빈을 바라보는 두 사람. 예빈은 별다른 망설임없이 이와같이 말한다.

 “ 두분이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일단 포괄적으로 준비해오긴 했는데, 된장찌개랑

  김치찌개중 어떤걸 좋아하세요 ? ”

 확실히 대충 국이나 찌개에 넣을만한 국거리나 양념류등을 잔뜩 사온 것 같긴 한데, 허나 지영과 수영 입장에선 예빈의 이런 의도가 더더욱 이해가 안 갈 따름이다. 일단 수영이 이렇게 말한다.

 “ 저흰 뭐...특별히 가리는거 없이 잘 먹긴 하는데... ”

 “ 그럼 된장찌개 어때요 ? ”

 그런식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예빈이 어느덧 가져온 재료들로 된장찌개를 만들어 끓일 준비를 시작한다. 얼떨떨하게 서서 졸지에 예빈이 준비하는 저녁상을 받게된 두 사람. 뿐만 아니라 아마 예빈이 직접 만든 것은 아니고 반찬가게나 마트에서 사온것이겠지만 밑반찬 거리도 잔뜩 사온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예빈은 이미 그것들을 다 차곡차곡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있다.

 “ 아...아니 저 근데 이봐요. ”

 지영이 아무래도 안되겠는 듯 뭐라고 한마디 하려들긴 하는데 예빈이 그런 지영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아버지가 아마 오늘 일이 있어서 늦으시는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

 사실 준식은 이렇게 직접 딸 둘을 거두어 키우게 되면서 건물주로 임대료와 월세를 받고 거기에 일주일에 두 번 팟캐스트를 운영하는것만으로는 생계와 아이들 학비마련이 쉽지 않을 것 같아 한 10년넘게 하지 않던 재연배우 일을 얼마전부터 시작했다. 따라서 그 촬영일정 때문에 귀가가 종종 늦어지는데 예빈이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 두 딸이 걱정되어 저녁거리를 준비해온 셈이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무엇을 준비해온것도 아니고 이렇게 된장찌개를 끓이고 밑반찬거리는 예빈이 마트에서 사온것이긴 하지만 여하튼 예빈의 이런 호의 도가 지나친것만은 분명해 보여 지영은 거듭 예빈을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헌데 오히려 수영이 그런 지영에게 한마디 한다.

 “ 언니, 뭐 그렇게 고민많은 사람처럼 그러고 있어. 여하튼...우리 위해 준비해오셨다

  니까 금방 먹자. ”

 그래봤자 수영보다 한 살위인 언니일뿐이고 경우에 따라선 새학기부터 같은학교 동급생이 될지도 모르는 처지인데, 그러나 어차피 친한 사이라고 할수도 없고 딱히 어떤 호칭이나 이런 것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아 마치 나이많은 어른이라도 대하듯 꼬박꼬박 정중하게 대하고 있는 수영. 일단 두 사람이 식탁에 앉아 예빈이 차려준 저녁을 먹긴 하는데, 수영이 입을 헤 벌리며 칭찬의 말을 마다하지 않는다.

 “ 우와~! 맛있다 !!! ”

 “ 맛있어요 ? ”

 자신이 한 요리가 혹시 지영과 수영의 입에 맞지 않을까봐 걱정하기도 했는데 일단 수영의 반응이 이와같자 예빈도 안도하는 모습이다. 반면 지영은 묵묵히 식사는 하고 있지만 뭔가 못마땅한게 있기라도 한 듯 별다른 말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수영이 약간 수다라도 떨 듯 말한다.

 “ 진짜...원사님이나 효경 선도사님도 좀 이렇게 해주셨으면 얼마나 좋아. ”

 “ 그건 또 무슨소리에요 ? ”

 “ 아, 원래 저희가 이전에 집에 살때는 엄마가 일 때문에 저희 식사나 하루 일상을

  늘 곁에서 지켜주실만한 처지가 못되었거든요. 그래서 보통 원사님이나 효경 선도

  사님이 저희 식사는 챙겨주시곤 했는데...아휴, 말도마요. ”

 원래 대진교 영월회관장인 전봉림이 평상시는 회관내에 상주하면서 두 딸은 회관 아래 마을 살림집에서 살게 했던터. 헌데 그러면서 평상시에는 회관의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맡는 사람들(* 회관에서 신도들 식사(공양)준비나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맡는 사람들을 원사(院事) 혹은 선덕사(宣德師) 또는 선도사(宣道師)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직책은 보통 나이많은 아줌마나 할머니중에서 뽑아 맡기게 되는데, 영월회관의 경우 회관장 두 딸의 밥 세끼 챙기는 문제를 불가피하게 회관의 선덕사나 선도사가 교대로 살림집으로 내려가 봐주고 올라오곤 했던 것이다.)이 지영과 수영의 살림도 가끔 돌봐주곤 했었는데, 수영이 그 부분에 대한 불만을 이와같이 토로한 것이다.

 “ 아휴, 정말 내가 말이 나온김에 하는 말이지만 거기 원사님이나 선도사님들은 음

  식 되게 못만들어요. 아휴 진짜...아무리 시골 할머니들이라고 해도 그렇지.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말이지. ”

 “ 야 !!! ”

 예빈의 경우는 준식으로부터 전봉림이란 여자를 어찌 만나게 되었고 두 딸이 어찌 생겼으며 어떻게 하면 따로 살게 되었는지 그 부분에 대한 사연을 들으면서 대진교 종단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처음 알게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 구체적인 조직이라던가 내부 사정 같은것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래서 수영의 말이 당최 무슨말인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데, 그런 수영을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지영이 팔을 툭 치며 한마디 하는 것이다.

 “ 넌 그래도...아무리 그래도 우리 한 10년 넘게 밥 챙겨주신 분들에 대해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냐 ? 너 아무리 그래도 그런 소리 함부로 하면 죄 받어 !!! ”

 “ 죄는 무슨... ”

 아무리 엄마가 영월회관장이라지만 그건 불가피하게 지영과 수영의 출생내력이 그렇게 된것이고 지영과 수영 두 딸 모두 애초에 대진교 교리라던가 그런데 관심이 없었다. 입교(入敎)를 한다던가 그럴 생각도 없었고, 물론 봉림은 내심 두 딸을 회관에서 차츰 허드렛일등을 맡기면서 성직자 교육을 시킨뒤 차기 회관장으로 키울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지영과 수영은 생각이 많이 달랐던 것이다. - 그래서 속세에서 일반 사회인으로 평범하게 살고 싶다며 큰딸은 4년제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하고 둘째딸은 백댄서가 되고 싶다고 해서 엄마곁을 떠나 이렇게 아빠와 살게된 것 아닌가. - 사실 종교적 교리 문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기들 삼시세끼 밥 챙겨주신 연세드신 어른들한테 이제와서 이런 투정은 인간적으로 도리가 아닌것만은 분명하다. 한편 예빈은 예빈대로 다른 것은 몰라도 그 원사든 선도사든 지영과 수영의 밥을 챙겨주곤 했던 사람들이 ‘음식을 못 만든다’는 이야기만은 분명한 듯 해 그 부분에 대한 궁금함을 담아 이와같이 묻는다.

 “ 아니, 도대체 얼마나 음식을 못 만들길래 그래요 ? ”

 “ 아휴, 말도 마요. 그야말로 완전 시골할머니 그 자체라니까요. 무슨 국이고 찌개고

  그런 개념 자체가 없는 할머니들이에요. 그냥 있는 야채고 뭐고 남는거 있으면 무

  조건 섞어서 끓이고 그런식으로 해서 찌개고 국이랍시고 내오는 그런 사람들이지

  ... ”

 “ 윤수영... ”

 아무리 밥 먹을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지만 그것도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인 예빈 앞에서 이전까지 자신들 밥을 챙겨주던 이를 욕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사람 할짓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인지 지영이 결국 다시금 동생에게 주의를 주고 허나 수영은 내가 뭐 못할말이라도 했느냐는 듯 되려 받아친다. 이러다 밥먹다 말고 자매간에 싸움이라도 벌어질판이라 안되겠다 싶은 예빈이 말린다.

 “ 그만좀 하세요. 어서 식사부터 하시고... ”

 지영이나 수영도 밥먹다 말고 싸움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인지 그쯤에서 멈추는데 식사를 다 마쳐갈때쯤 수영이 궁금하다는 듯 예빈에게 묻는다.

 “ 언니는 근데 대체 어디서 이런 요리솜씨를 배운거에요 ? 집에서 배운거에요 ? 아

  님 어디 인터넷 같은데 검색이라도 해서 ? ”

 “ 아...아뇨 그런건 아니고... ”

 헌데 준식이 아마 예빈에 대해선 ‘수영이랑 아마 동갑쯤 될거다’라는 말만 했을뿐 정확한 나이나 학년 같은 것은 말한적이 없는데 – 실제로는 예빈이 한 살 위 – 예빈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이미 예빈을 언니라고 부르고 있고, 예빈은 어차피 숨길일은 아니라 사실 그대로 대답한다. 그러자 수영은 물론 지영도 적잖이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 우와...언니 그럼 육상선수였어요 ? ”

 “ 네, 뭐...어차피 지금은 부상으로 더 선수생활을 할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아이러

  니하게 육상하면서 여기저기 시합때마다 여관방 묵으면서 졸지에 코치 선생님한테

  요리솜씨까지 익혔네요. ”

 “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시합때 보통 식사는 자기네들끼리 해결하곤 한다는 이야긴

  나도 언젠가 얼핏 들은 것 같긴 한데 설마 그정도일줄이야... ”

 지영도 비인기 종목 선수로서의 애환을 당사자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것은 처음이라서인지 예빈을 바라보는 눈빛이 좀 달라져 있는 것 같다. 여하튼 비인기종목 선수라서 덕분에 시합때마다 여관방에서 코치님한테 배운 요리솜씨라니. 괜시리 남달라보이기까지 해서 그런 예빈의 찌개 남은 것을 다시 한숟갈 떠서 맛보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뭔가 화기애애해보이면서도 애매해보이는 기류가 흐르는 예빈과 지영,수영 자매사이의 분위기다.





 한편 얼마 지나지 않아 준식이 아이들 거처 문제와 관련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실은 아이들이 별도로 살기 위해 빈집 하나를 따로 내준 것이다. 사실 윤준식은 나름 원리원칙주의자인 면이 있어 입주민들이 들어와서 살아야할 집을 아무리 빈집이고 아이들의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사사로이 그렇게 집을 새로 내준다던가 하진 않을 사람인데, 원래 입주율이 60-70% 수준인 빌라인데다가 가장 윗층인 4층(지상 4층, 지하 1층)은 그중에서도 가장 입주율이 낮은층(30% 미만 정도)이라 어차피 계속 빈집으로 놔두느니 아이들이 쓰도록 활용하는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게다가 준식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신이 직접 한 10년 가까이 이 빌라를 관리해오다 보니 특히 가장 윗층은 어느덧 10년 넘게 빈집인 상태인 경우도 많아서 10년동안 입주민이 없던집에 한 10년 이내엔들 새로 입주민을 들일일이 있기야 하겠나하는 나름의 경험적 판단을 하게된 것이다.

 여하튼 그래서 준식의 집 바로 윗층 이미 빈집상태인지 10년이 넘은 집을 지영,수영이 따로 살도록 ‘특별배려’를 해준 것이다. 덕분에 준식은 한 10년 넘게 비워져있어 지저분하고 먼지투성이인 집을 한 며칠 쓸고,닦고 장판까지 새로 하고 보일러나 수도시설등도 제대로 나오는지 살펴보는등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 그리고 301호 방에 있는 아이들 짐을 그제서야 4층 빈집으로 옮겼다. 한편 두 개의 방중 자연스레 큰방은 언니인 지영이 작은방은 동생인 수영이 쓰게 되었는데, 동생 수영이 또다시 칭얼거렸다.

 “ 뭐야, 그럼 ? TV는 천상 언니방에만 있게 되는거잖아 ? ”

 원래 준식이 지영,수영이 들어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보고 쓸 TV와 컴퓨터를 새로 사주긴 했는데, 지영,수영이 4층방을 쓰게 되면서 그 TV와 컴퓨터도 자연스레 윗층으로 오게된 것이다. 헌데 한 대인 TV가 자연스레 언니인 지영방에 놓이게 되자 TV가 없는 작은방을 써야하는 수영이 또 그런 불만을 털어놓은 것이다.

 “ 아니, 그런데 얘네들이...말타면 종부리고 싶다고 이젠 또 TV가 없다고 불만이야

  ? 아빠가 그럼 니방 TV까지 또 하나 새로 사줘야하니 ? 안 돼 그건 !!! 이것들이

  무슨 지 애비가 재벌회장쯤 되는줄로 아나... ”

 빌라 월세와 건물 임대료 그리고 준식이 간간이 하는 재연배우 알바나 팟캐스트등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신세니 결코 넉넉하진 않다고 봐야하는 살림살이. 지금 수영의 방 TV까지 한 대 더 산다는 것은 준식에게도 너무 무리가 가는 일이라 단호하게 잘라 말하고 지영도 동생이 너무하다는 듯 결국 한마디 한다.

 “ 수영이 넌 참 도대체 무슨 애가 그렇게 불만이 그리 많냐 ? 아빠가 그래도 우리

  위해서 이렇게나 배려해주신다는 것 생각은 안해봤어 ? 그리고 TV가 정 그리 보고

  싶으면 아무 때나 언니방 들어와서 봐 !!! 그건 내가 뭐라고 안할테니까 !!! 나 원

  언제는 나랑 같은방 쓰게된거 싫다고 그리 난리피우던 애가... ”

 “ 그만들 해라. 그러다 또 싸움날라. 그리고 수영이 너도...어떻게 세상만사가 니 마

  음대로 다 될거라고만 생각하니 ? 어쨌든 지금 또 TV까지 한 대 더 사는건 안 돼

  !!! 나중에 아빠가 또 돈 생기면 그땐 생각해볼수 있을지 몰라도 당분간은 안 돼

  !!! ”

 어차피 지금 더 칭얼대고 울고불고 해봐야 소용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수영은 그쯤 해두긴 하는데 그래도 삐죽이 나온 입술이 쉽게 들어가진 않는다. 한편 컴퓨터의 경우엔 준식이 지영,수영이 이곳으로 오게된 후에 새로 사준 것 외에도 두 딸이 영월에서 쓰던 것이 각기 하나씩 더 있긴 했는데 그 컴퓨터들은 영월에서 봉림이 아이들 책상,의자를 이삿짐 센터를 통해 보내줄 때 함께 딸려 보내주긴 했다. 그렇게 윗층의 빈 집에 지영과 수영의 살림집이 따로 마련된 상태. 한편 그러고 얼마후 지영이 약간 심각하게 준식을 찾아온다.

 “ 아빠, 저 좀 잠깐 봐요. ”

 진지하게 무슨 할말이 있나 싶어 준식은 공연히 긴장이 된다. 어느덧 고3은 지영은 그래도 동생 수영보다는 다소 생각도 깊고 철도 들어 보이는데, 하지만 그런 큰딸이라서 혹시 무슨 고민같은게 있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일수도 있겠다는 지레짐작에 더 긴장이 되는 것이다. 여하튼 준식의 거처에 마주앉게 된 지영과 준식 부녀. 지영의 입이 조심스레 열린다.

 “ 실은...그 학생 말이에요. ”

 “ 그 학생이라니 ? ”

 “ 그...1층에 양예빈이라는... ”

 “ 아, 그 아이 ? ”

 지영보다는 두 살 어리고 수영보다는 한 살 많은 아이란 것은 이제 지영도 알테고, 다만 지영 나름대로는 뭔가 심각하게 지레짐작하는 무엇이라도 있기 때문일까. 예빈에 대한 호칭을 쉬이 고정화 시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런 상태에서 지영의 물음이 이어진다.

 “ 아빠랑 정확히 어떤 관계에요 ? ”

 “ 뭐어 ? ”

 처음엔 그저 301호에 새로 들어온 식구가 있다고 해서 궁금해서 올라와봤다더니 그저 단순히 새로 이사온 또래 이웃주민이 호기심에 궁금해서 찾아와본 것 정도로 생각하기엔 뭔가 다소 과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고 그러고 난 이후에도 가끔 자신들의 밥을 챙겨주고 싶다며 가끔 찌개나 국 같은 것을 끓여주기도 했던 그런 예빈이 아니던가. 무엇보다 이미 준식과 예빈의 심상찮은 관계는 인근 이웃주민들에게도 소문이 날만큼 난 상태. 그러니 지영의 입장에서도 뭔가 심상찮게 느끼며 신경을 쓰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 저기...지영아. 아빠는 말이다. ”

 “ 전 상관없으니 그냥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

 “ 지...지영아... ”

 뭔가 체념하거나 각오하고 있는게 있는듯한 지영의 말투.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라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사실 애초에 딸 둘을 이곳으로 데려올 때 처음 수영이 자신에게 농담처럼 ‘여자친구 없느냐 ?’고 말한적도 있지 않은가. 봉림과의 사이에 자녀는 있어도 두 사람이 정식으로 혼인신고는 한적 없는 상태였던 두 사람의 관계. 그러니 설사 준식이 그런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지영이나 수영이 원망을 하거나 이의제기를 하기도 애매하긴 하다. 그래서 지영은 설사 준식이 예빈과 정말 무슨 이상한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모든 것을 각오하려는듯한 눈치같으 보이기도 하는데 준식이 그런 딸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에 잠기는 듯 하다 천천히 입을 연다.

 “ 솔직히 아빠가 여기서 너희들과 떨어져 혼자 살면서... ”

 “ ...... ”

 “ 많이 힘들고 외로웠던게 사실이야. 사실 아빤...이 동네에 살게 되면서 그간 변변

  한 친구나 동료도 없는 그런 몸으로 지냈었거든. 사실 아빠는 고등학교까진 다 서

  울에서 나왔고 한 20대 중반까지도 서울에서 살았단 몸이지만... ”

 “ ...... ”

 “ 그래서 막상 이렇게 서울 강남집을 팔고 20대 후반에 할아버지(준식의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 와 살게 되면서...학창시절 친구나 이런 사람들과는 거의 교류나 왕

  래가 끊긴지 오래된 사람이었어. ”

 정확히 준식의 20대 중,후반 시절은 대진교란 종교단체에서 사무직 업무를 맡으며 그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다만 그 복잡한 사연까지 다시 일일이 다 언급하다간 너무 길어질 것 같고 다만 준식은 자신의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처지였던 인생만을 딸 지영에게 납득이 갈만한 수준에서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준식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그런 상태에서...말동무가 필요해서...그래서 마음이 맞는 친구나 대화상대가 필요

  하던 차에 어떻게 하다보니 양예빈 그 학생과 가까워진것만은 사실이야. 그러나 지

  영아... ”

 “ ...... ”

 “ 세상에 남녀관계란게 무슨 친구나 애인 동료 그런식으로 간단명료하게 똑부러지게

  말하기 힘든 그런 애매모호한 관계도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걸 지영이가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구나. 세상엔 알고보면 사랑과 우정사이라던가 친구이상 연인이하 또

  는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관계 그 사이에 어쩌면 수천억개의 우주보다도 더 크고

  넓고 무한할지도 모르는 그런 무수한 관계들이 존재한단다. 어쩌면 한두마디 단어

  로는 다 설명하기 힘든...말로서 다 표현하기 힘든 무수한 남녀관계가 존재해. 친구

  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우정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고 동료도 아니고 애인도 아닌

  그런 한두마디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수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

 “ ...... ”

 “ 아빠와 예빈이란 학생의 관계는 결국 그런 사이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언

  어로 표현하기 힘든 관계‘ 뭐 그쯤 된다고 해두자. ”



- 9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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