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 이야기 – 2. 열국 쟁패기
진대륙의 ‘5호16국’ 시대는 노나라가 망한뒤 약 200년간 지속되었다. ‘5호16국’의 시대를 언제까지로 지정해야할지 사실 좀 애매하긴 한데 후세의 솔파행성의 역사학자들은 보통 노나라가 망할 무렵부터를 ‘5호16국’ 시대의 시발점으로 보고 이후 도족이 중원에 연과 후연의 뒤를 이어 세운 ‘성위’가 멸망했을때까지를 ‘5호 16국’으로 본다. 이후에도 성위가 망하고 ‘형가’라는 나라가 세워져 폭정을 일삼다가 5대 40여년만에 망하고 도족과 모족의 혼합부족이 ‘경민’이라는 나라를 다시 세우기도 했고, 하북에도 일견의 도움을 받은 걸족출신 동봉철,이세규등이 ‘대성’이란 나라를 세우기도 했지만 이때까지를 ‘5호16국’이라 부르긴 애매하다. 성위가 망할때쯤엔 서량의 경우엔 계족이 세운 촉,후촉,양,동량등이 모두 망하고 새로운 계족세력이 서량에 계족의 통합국가를 하나 새로 세웠으며, 유주에도 모족이 세운 동탄,서탄,부탄,남탄이 모두 망하고 금진과 모란이 이미 그 지역까지 진출해 있었다. 진대륙이 중원,하북,서량의 별도의 세 개의 세력으로 나뉘어져 이후 평균 300-500년 단위의 왕조가 생겨났다 멸망했다 했는데 이 시기부터는 더 이상 ‘5호 16국’이 아니고 ‘진대륙’이란 명칭도 이 무렵부턴 거의 의미가 없어진다.
사실 진대륙이란 명칭이 고대 노나라 시절 노나라와 그 주변 국가,부족민들이 노나라가 점거한 드넓고 광활한 지역을 편의상 그렇게 부른것이고 이후에도 이 시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편의상 노나라와 그 주변지역에 많은 왕조들이 생겨났다 멸망했다 하는 그 일대(중원,하북,서량 등)를 ‘진대륙’이라 부른것뿐 일반인들의 입장에선 더 이상 ‘진대륙’이란 표현은 의미가 없어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무엇보다 진대륙에서 ‘대륙’이란 표현이 진대륙과 그 주변 국가,부족민들이 진대륙과 그 주변만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 지내던 2천년전 고대사회에 생긴 명칭으로 세월이 많이 흘러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하고 솔파행성의 전체 실체를 솔파의 지성체들이 깨닫게 되었을때는 고대사회 ‘진대륙’이라 불리던 지역은 실상 에이핑크라는 드넓고 광활한 대륙(* 지구의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합친것보다 다소 큰 크기. 도자기나 항아리 모양)의 북동부 극히 일부지역(에이핑크 전체로 치면 약 5-6% 정도)임을 깨닫게 된다.
진대륙과 그 주변국가,부족민들의 역사를 말하면서 또 하나 빼놓을수 없는 것이 바로 ‘융성족’의 이야기다. 융성족은 도족과 모족의 혼혈족으로 날래고 굳센 기병을 지녔던 도족과 오랜 유랑생활을 거친탓인지 대신 생활력이 강했던 모족의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아서인지 체력과 생활력에서 왕성한 우위를 보이곤 했다. 육류를 즐겨했으며 특히 아버지가 죽으면 아버지의 후처나 첩을 자식이 물려받는 다소 이채로운 풍습을 가졌다. 원래 유목민 시절 종족과 재산의 보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긴 했는데 세월이 많이 지난뒤에는 주변국가와 부족들에게도 그 풍습이 퍼져나가 이후에도 수천년간 논란이 되었다. 융성족은 이후 중원과 하북 북부 초원지대에서부터 맥섭과 부루 지역에 금진과 모란이 세운 ‘홍(洪)나라’, ‘신(新)나라’와 국경을 맞닿게 되는데 처음엔 융성족은 좀 더 따뜻한 남부지역으로 내려가기 위해 홍나라,신나라와 잦은 전쟁을 벌였다. 허나 계속되는 전쟁이 한계가 있음을 느꼈는지 결국 시간이 좀 더 지난뒤엔 홍나라,신나라와 화친을 맺고 교역과 교류를 통한 연대를 이어갔다.
융성족은 처음 ‘묵씨’성의 왕조가 약 500년간 이어가다 이후 ‘등국’씨의 왕조가 다시 일어나 300년 정도를 이어갔고 이후 ‘부첨’씨 성을 가진 왕조가 다시 400년을 이어져 내려갔다. 그리고 이어 ‘을파소‘란자가 다시 융성족의 새 나라를 세웠는데 나라의 이름을 ‘보황(普黃)’이라 지었다. 보황이란 나라가 다시 400년 정도를 더 이어져 갔는데, 이때에는 아리수 반도에 ‘화려왕조 600년’에 이어 ‘유선왕조 500년’ 역사가 이어져가고 그 유선왕조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이었다.
진대륙은 ‘노나라’가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왕조였고 그 이후 진대륙을 하나로 통합하는 ‘통일왕조’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못했다. 무엇보다 하북,중원,서량지대에 각각 세워진 왕조가 이후 평균 300-500년간 계속 이어져 내려갔기 떄문에 하북은 하북대로 중원은 중원대로 서량은 서량대로 각기 독립된 정치체제가 약 2천년 가까이를 이어져 내려갔을 뿐이다. 오히려 세월이 더 많이 지난 뒤에는 진대륙쪽 옛 ‘5호 16국’의 후속국가들보다는 아리수 반도나 그 주변 지역 융성,금진,모란족들이 세운 나라의 세력들이 더 크고 강성해져갔다.
중세로 넘어오면서 아리수는 융성,금진,모란의 국가들과 때로는 갈등하기도 하고 때로는 친교도 맺으면서 그렇게 국가의 명맥을 이어갔다. 전쟁과 친교의 시간이 반복되었던 그야말로 ‘애증’의 시간이 아리수 반도의 화려왕조나 유선왕조가 융성,금진,모란이 세운 나라들과의 관계들이었다. 허나 시간이 지나고 근대를 지나 현세로 넘어오면서 아리수쪽과 융성,금진,모란등은 오히려 화친관계가 점점 깊어져갔다.
솔파행성에서 가장 큰 에이핑크대륙. 사실 고대국가는 오히려 에이핑크의 북동부 진대륙과 그 주변에 먼저 세워진 셈이나 이후 과학기술이나 의술등은 남서부 지역이 먼저 발달해갔다. 쉽게말해 자동차나 기차등이 모두 에이핑크 남서부에 위치한 국가의 과학자,기술자들이 먼저 개발한것이고 의술도 마찬가지다. 다만 항해술은 오히려 에이핑크 북동부 국가들이 더 발달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대륙의 좀 더 먼 지역의 나라들까지 가서 교역을 했다.
솔파행성에는 북반부에 에이핑크,카라,티아라 대륙이 있고 남반부에 트와이스,러블리즈,오마이걸,엑시드 대륙이 있는데 과학문명은 이렇게 처음 에이핑크 남서부에서 발달 차츰 주변 대륙과 국가들로 퍼져나간 것이다. 에이핑크 남서부에서 개발한 자동차와 기차가 북동부에 진대륙이나 아리수 지역까지 보급되기까지는 대략 5,6백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자세한 것은 ‘평행우주 이야기 1편 ’솔파행성의 세은공주님(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유주)’편 참조)
아리수 반도에는 화려왕조 600년과 유선왕조 500년의 시간이 지난뒤 ‘민주국가’가 세워졌는데 이 나라 이름을 ‘문일민국(文一民國)’이라고 했다. - 줄여서 ‘문민국’이라 하기도 한다. 솔파행성에 왕조시대가 끝나고 ‘민주주의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대략 200-300년전부터로 추정되는데 다만 이 민주주의 제도를 누가 먼저 창시했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여하튼 아리수에도 그 무렵에 백성과 특히 그 당시 청년,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 의해 왕조시대가 막을 내리고 ‘민주주의 국가’가 세워진것이고 비슷한 시기에 금진도 ‘홍나라’ 500년과 ‘주(朱)나라’ 500년을 거처 ‘새나라’라는 민주국가가 세워졌으며 모란도 신나라와 구나라가 각기 500년 왕조를 거친뒤 ‘참나라’가 만들어졌다. 융성족도 이 무렵엔 ‘도흥국(導興國)’이란 나라가 세워졌는데 다만 융성족은 아리수나 금진,모란과는 달리 민주주의가 아닌 ‘입현군주제’를 채택하였다.
그 ‘문민국’이 세워진지도 대략 12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한편 이 무렵 솔파행성 지성체의 대다수는 ‘은하력’을 썼는데 ‘은하력’을 솔파 공통의 기원력(紀元歷)으로 쓰게된 것은 ‘은하교’가 이때는 솔파 지성체의 30%가 신앙하는 가장 세력이 큰 종교로 성장해 있을때라서 은하교를 세운 ‘세은공주’가 태어난 해를 원년으로 삼는 ‘은하력’을 공통의 달력으로 삼은 것이다.
때는 어느덧 은하력 2117년. 이때 문민국엔 이웃 진대륙 5호16국을 연구하는 대학자와 소설가가 있었다. 한사람은 김은식으로 원래는 세계사를 연구하는 학자였는데 나이 30대 중반에 이르렀을때는 그때부터 진대륙중 ‘5호16국’ 시기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 지금까지 그와 관련한 20여편의 논문과 열권정도의 책을 써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한동수라는 소설가로 ‘5호16국’ 시대를 배경으로 지금까지 열권 안팎의 중편 또는 장편분량의 소설을 써냈다. 두 사람은 아무래도 같은시대를 연구하고 관심을 갖는 학자와 소설가이니만큼 서로간의 교류도 꽤 깊은 편이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두 사람이 모처에서 만나 차 한잔을 들며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하루는 김은식 교수가 소설가 한동수에게 물었다.
“ 헌데 한동수 선생. ”
“ 예, 교수님. ”
“ 나야 그렇다치더라도 한동수 선생이 하고많은 소설소재중 그것도 역사소설 그중에
서도 ‘5호16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만 집중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 뭐 그만
큼 5호 16국시대가 나라도 많았고 복잡한 시기라 수많은 이야기거리가 존재하는\
시대라 그렇게 이해하고는 있습니다만. ”
그렇게 의아하게 묻는 김은식 교수에게 한동수가 빙긋이 미소지어보이며 말했다.
“ 가끔 그런 상상을 해보곤 했습니다. ”
“ 어떤 상상을요 ? ”
“ 만약 진대륙이 5호 16국 이후로 그렇게 대략 3-4개 정도의 지역으로 갈라지지
않고 노나라의 뒤를 이은 또다른 통일왕조가 만들어져 그렇게 진대륙을 하나로 아
우르는 통일왕조가 지속되어 왔다면 어땠을까 그 상상을 해보곤 했습니다. ”
“ 그건 또 무슨말씀이신지요 ? ”
“ 진대륙에 노나라가 있던 시절 노나라는 북방의 유목민들과 수많은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북방민족들 입장에선 추운데 살다가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농사를 지을수
있는 그런 지역을 택하고 싶어 그네들 입장으로선 처절한 생존전략이자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지만 노나라 입장에선 툭하면 자신들을 침략해오는 못된 야만
족이자 오랑캐였겠죠. 그러니 만약 5호 16국 시대때 진대륙이 그렇게 갈라지지 않
고 새로운 통일왕조가 들어섰다면 그들은 또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 생각을 해봤다
는 말씀이십니다. ”
“ 글쎄요, 가정하기 어려운 상상이긴 합니다만 한동수 선생께선 만약 그런 새로운
통일왕조가 또 생겨났다면 그 이후가 어찌되었을거라 생각하시나요 ? ”
그러자 차 한모금을 음미한 한동수는 살짝 묘한 한숨을 내쉬어보이며 말한다.
“ 아마 지금 이 자리에 김교수님이나 제가 없을수도 있습니다. 아니 비단 우리 둘
뿐만 아니라 이 아리수 반도 자체에 우리가 아닌 다른 나라가 들어서 있거나 다른
이들이 살고 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 아리수에서 화려왕조나
유선왕조의 뒤를 이은 문민국이 어느덧 100년넘게 이어가고 있는것과는 달리 다른
나라, 다른이들의 세상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말씀입니다. ”
“ 당최 이해가 안 가는 말씀인데요 선생 ? ”
“ 진대륙의 노나라와 북방민족의 충돌은 결국 둘중 누군가 하나는 사라져야만 끝날
수 있는 충돌이었습니다. 북방민족은 자신들의 살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따뜻한 진
대륙으로 내려와야만 했고, 노나라는 노나라대로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북
방민족과 전쟁을 치러야 했고, 그러다 노나라가 망하고 공백기에 다섯 부족이 내려
와 자신들의 새 나라를 세우고 그 도족이니 모족이니 하는 오호의 후속국가격이 되
는 나라들이 지금은 진대륙을 대략 너댓개 정도로 분할해 자신들의 나라를 이어오
고 있습니다. 허나 그렇게 되지않고 5호16국이 모두 멸종하고 노나라의 뒤를 잇는
또다른 새로운 통일왕조가 세워졌다면 그들은 북방민족을 모두 한사코 멸종시키고
말았을것입니다. 어쩌면 금진이나 모란 또는 융성 심지어 우리까지도 모두 자신들
에게 위협이 된다며 자신들에게 복속을 강요하거나 복속하지 않으면 멸종시키려는
그런 방식을 취했을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노나라 이후 그 명맥을 계승하는 진대륙
의 후속 통일왕조가 지속되었다면 우린 자연스레 없어지게 되는것이지요. 어쩌면
금진이 세운 새나라나 모란이 세운 참나라 심지어 융성이 세운 도흥국까지 말이지
요. ”
“ 듣고보니 그럴듯하긴 하네요. 하지만 설마 아리수나 새나라,참나라까진 그렇다고
하더라도 설마 융성국까지 그렇게 허망하게 진대륙에 망했을까요 ? 융성국은 고대
에도 막강한 기병과 생활력을 갖춘 그런 국력과 체력을 갖춘 나라였고 지금도 적
어도 이 에이핑크 대륙 동북부의 많은 나라들 중엔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
로 알려져있어요,. 융성국만은 그렇게 쉽게 진대륙에게 무너지진 않았을것입니다. ”
“ 하하...글쎄요...하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지요. 어차피 역사에서 가정은 아무의미
없는것이지만...가상의 상황은 또 그렇게 알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가기 마
련이니...어쨌든 진대륙이 통일국가였다면 우린 무사하지 못했을것입니다. 그래서
그 진대륙을 4-5개의 지역으로 쪼개놓은 ‘5호16국’의 역사를 우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하고 심지어 그 시기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
기 시작한것입니다. ”
허나 한동수의 말마따나 역사에서 가정은 별 의미 없는것이라 그것도 아리수에 자신들이 아닌 다른 나라가 세워져 있을수도 있다고 한다면 그건 너무 암울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상상이고 가정인지라 더 상상하기 싫어서인지 김은식은 손을 내젓는다. 다만 어느덧 날이 저물어 하늘에 별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밤하늘을 바라보며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 진행된다.
“ 혹시 평행우주 이론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김교수님 ? ”
“ 얼핏 들어보긴 한 것 같습니다만 대체 그 평행우주 이론이란게 뭔가요 ? ”
“ 아주 쉽게 말하면 저 머나먼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그런 세상, 그런 우주, 그런 별이 있을수도 있다는 그런 이론입니다. 아까
가상의 상황을 말하기도 했지만 가정의 상황이 한번 시작되면 그 다음부터는 전혀
다른 길을 가게되지요. 가령 저나 김교수님이 지금 작가와 교수의 사이로 만나고
있긴 하지만 그건 아마 학창시절이나 젊은시절 교수나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런 생
각을 했기 때문이었겠지요 ? 허나 만약 교수나 작가가 아닌 다른 진로를 택했다면
어찌될까요 ? 그땐 전혀 다른길을 갔을것이고 그땐 저 한동수나 김은식 교수님이
나 작가와 교수의 사이로 만나는게 아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났을수도 있지 않
겠습니까. ”
“ 듣고보니 일리있는 말씀이군요. ”
“ 마찬가지로 저 드넓고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듯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도 같은 그런 세상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그런게 평행우주 이론의 핵심
입니다. 가령 아까도 제가 ‘만약 진대륙이 ’5호16국‘때 너댓개로 갈라지지 않고 새
로운 통일왕조가 다시 들어섰더라면 어찌 되었겠나 ?’ 그런 말씀을 드리기도 했습
니다만, 역시 평행우주 이론에 입각해서 해볼수 있는 상상이기도 하다 그런 말씀
입니다. ”
목이 마른지 냉수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숨을 좀 돌린 한동수. 그리고 다시 하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 어쩌면 아까 제가 한 가정의 상상처럼 어쩌면 저 드넓은 우주엔 우리 솔파행성과
같은듯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도 같은 그런 행성, 그런 세상이 존재하고
있을련지도 몰라요. 우리와 형체도 비슷하고 어쩌면 역사나 사는 모습도 우리와 같
은 듯 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가령 우리처럼 서쪽에는 거대한 대륙을
끼고 동쪽에는 작은 섬나라가 있는 그런 반도의 위치에 있는 그런 나라가 있을지
도 모르고... ”
“ ...... ”
“ 어쩌면 거기엔 ‘5호16국’ 이후로 4-5개로 갈라져 이어오고 있는 진대륙이 아닌
그냥 통일된 그래서 우리 아리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나게 큰 대륙을 바로
옆에 마주대하고 있는 그런 반도나 나라 백성들이 있을지도 모르죠. ”
“ 뭐, 듣고보니 그럴수도 있겠네요. ”
“ 만약 그런 행성에 살고있는 반도인들이 있다면 그들과 우리중 누가 더 불행할까
요, 혹은 누가 더 행복할까요 ? ”
“ 예 ? ”
“ 우리처럼 작은 반도 옆에 우리와 엇비슷한 크기와 세력의 여러나라 – 금진의 새
나라, 모란의 참나라, 융성의 도흥국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입니다만 – 또는 진대
륙을 4-5개 정도로 분할해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또 그 외 여러개의
나라들 그렇게 엇비슷한 크기와 세력의 나라들이 서로 부대끼면서 때론 갈등하고
때론 교류하고 그렇게 애증의 시간을 보내며 살아온 그게 더 행복한걸까요 또는
불행한걸까요 ? 아니면 광활한 대륙을 통일한 거대한 왕조국가가 있어 그 수많은
북방의 유목민들을 급기야 모두 멸종시키거나 복속시키고 급기야는 우리와 같은
반도인들에게도 두고두고 위협이 되어 부담을 주는 그런 큰 나라를 옆에 두고 사
는게 더 불행하거나 행복한걸까요 ? - 하하...결국 모든게 다 가정의 상황을 두고
하는 말씀이긴 합니다만 저 둘중 어느 처지가 낫겠느냐 ? 그 말씀을 드리는 것
입니다. ”
“ 뭐 듣고보니 그런 상상을 해보는것도 아주 허무맹량하고 의미없는 상상은 아닌 것
도 같군요. 하지만 그런 거대한 통일국가가 지금처럼 과학문명이 발달한 시대라면
모를까 교통,통신등 모든게 열악한 그 시대에 오랫동안 지속되는게 가당키나 할까
요 ? 실제로 노나라 400년 이후에는 더 이상의 통일왕조가 지속되지 못한 이유로
아무래도 교통,통신이 열악한 고대에 그 광활한 대륙을 한꺼번에 다스리기엔 아무
래도 무리고 한계가 있지 않았나. 그렇게 분석하는게 오늘날 학자들의 주류적 분석
입니다. 고대에 아무래도 너무 크고 광활한 지역은 통치하기 쉽지 않지요. 딱 우리
아리수 반도나 기껏해야 우리 아리수반도보다 한 두서너배 정도 큰 그 정도 지역이
라면 모를까. 진대륙처럼 넓은 땅을 그런 고대시대에 통치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
아요. ”
“ 하하...하지만 5호16국 이전에 이미 노나라라는 거대한 400년 통일왕조가 존재했
던것만은 사실 아닙니까. 그건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지요. ”
“ 듣고보니 그건 또 그렇군요. ”
어떤 마땅한 해답이나 정답을 찾지못한 가상의 상황을 설정한 대화라서일까. 한동수 작가나 김은식 작가나 뭔가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잠시 주고받다가 일상의 주제와 관련한 다른 대화로 살짝 이야기를 돌리게 된다.
문민국의 남부 수도 서울에서 국제 고속열차로 북부 수도 평성까지는 약 한시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서울에서 참나라 수도나 새나라 수도까지 가는데는 약 2시간 반 정도가 걸리고 융성족이 세운 ‘도흥국’의 수도까지는 4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옛 진대륙 중원지대까지 이 고속열차로 가는데는 다섯시간 정도가 걸린다. (* 문민국은 남부 4개도 중부 3개도 북부 4개도로 나뉘어져 있다. - 일일이 이름짓기 귀찮으니 그냥 남쪽에 전라도,경상도,충청도 등(경기+강원은 통합 ?), 중부에 함경도,평안도,황해도, 북부 연변에 4개도가 더 있는걸로 해둡시다 ^^;;) 하루는 문민국의 5호16국 전문 연구가 김은식과 소설가 한동수가 바로 그 고속열차를 타기위해 서울역 광장에 당도하고 있다. 바로 모처럼만에 옛 진대륙 ‘5호16국’의 유적과 유물을 한번 돌아보기 위함이다. 이런식의 ‘5호16국 시대’ 유적과 유물을 돌아보는 여행은 이 두 사람은 가끔씩 이렇게 즐기곤 한다. 그리고 이번엔 각자 공사다망하던 가운데 모처럼 한가한때에 잡은 여행이니만큼 여느때보다 한껏 들뜨고 설렌 분위기였다.
“ 공주님 믿고 구원받으세요 !!! 우리 세은공주님 말씀으로 은혜받고 공주님 영접하
시고 다 같이 천국으로 가기 바랍니다. 구원받기 바랍니다. 자자, 여러분 부디 우
리 세은공주님 믿고 구원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자 !!! 팝니다, 팔아요. 저희 은하교
문민국의 회당(교회)들이 모처럼 초교파적인 책을 하나 냈습니다. 문민국에 은하교
전도 200주년을 기념하여 그동안 오랫동안 수십개의 교파로 갈라져있던 문민국 은
하교의 교단들이 지난 200년동안 문민국을 대표해온 은하교 100대 목사님을 엄선.
그분들의 설교집을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한권에 5천원. 싸게 팝니다 !!! 긴 여행길
에 꼭 한번은 지참해서 읽어보시고 귀한 생명의 말씀을 마음에 담아두시기 바랍니
다. 자자 !!! 팝니다 팔아요 !!! 5천원에 싸게 팔아요. 문민국 은하교 전도 200주년
을 기념 그동안 수십개의 교파로 갈라져 있던 은하교의 문민국 교단들이 초교파적
인 설교집을 책으로 냈습니다. 지난 200년 문민국 은하교 회당을 대표해온 100대
목사님들의 설교집. 그것을 하나로 묶어 ‘생명의 목자 100번의 설교집’이란 책을
냈습니다. 긴 여행길에 꼭 한번 지참해 읽어보시고 말씀듣고 은혜받고 구원받으시
기 바랍니다. 자자 !!! 팝니다 팔아요 !!! 싸게 팔아요. 은하교 문민국 전도 200주년
을 맞아 수십개로 갈라져있던 은하교 문민국 교단들이 초교파적인 설교집을 냈으니
한권에 5천원이니 꼭 좀 사가시기 바랍니다. ”
“ 하하...참... ”
솔파행성 지성체의 약 30% 정도가 신앙한다는 은하교. 그 은하교가 문민국에 전도된지가 어느덧 200년이 되었다는데 그 200년을 기념하여 냈다는 책을 서울역 광장에서 5천원에 판매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 시절 문민국의 웬만한 단행본 한권이 만원을 넘어서고 있었는데, 그런 설교집을 불과 5천원에 판다면 분명 싸게 파는 것이 분명하다. 허나 그래도 이런 여행길에 굳이 그런 설교집을 사볼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극성맞고 유별나 보일수 있는것도 분명하다. 허나 김은식 교수는 이미 그 책을 한권 구입 그것을 손에 들고 기차역 대합실로 들어서고 있다. 어느덧 개찰구를 지나 자신들이 탈 옛 진대륙 중원지역으로 가는 다섯시간 여행이 예정되어 있는 기차에 타게된 두 사람. 좌석에 앉아서 한동수가 김은식에게 한마디 한다.
“ 참, 우리 문민국 사람들도 유별나긴 유별납니다. 그 먼 에이핑크 대륙 남서부 압
독국이란 나라에서 이미 2천여년전에 발생했다는게 은하교인데, 그게 거의 2천년
가까운 세월 걸려 이 먼 문민국까지 전파가 된건데...되려 그렇게 어렵게 전파된
은하교에 더 극성스러운 신도들이 되어버렸으니 말입니다. ”
“ 그게 뭐 어때서 그런가요 ? ”
“ 사실 다른 나라들에서도 기현상이라고 하면 기현상이라고 한다죠 ? 지리적으로
도 문화적으로도 먼 문민국에 은하교가 꽤 늦게 전파된것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그 어느 나라 어느시대보다도 빠르게 그러고 넓게 그 교세가 확장되었고, 전 세
계 어느 대륙 어느 지역보다도 극성맞고 열성적인 은하교 신도들이 있는곳이 바
로 문민국이라고요. ”
“ 따지고보면 다 그만한 이치와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까요 ? ”
“ 어떤 이치와 이유가 있어서일까요 ? ”
“ 사실 문민국...아니 아리수 반도에 있던 나라와 백성들은 딱히 종교라고 할게 없
이 내세보다는 현세를 더 중시하는 그런 사상을 중심으로 살아왔어요. 하지만 그
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진대륙이라던가 맥섭,부루 같은 외적의 침입에 늘상 불안에
떨어야했고 그게 지난 천수백년 아리수 반도인들이 살아온 모습입니다. 바로 그러
한 불안으로 천수백년을 살아왔는데 ‘내세를 구원해준다’며 천국으로 인도해준다
며 다가온게 바로 은하교고 세은공주의 손길이에요. 쉽게 빠져든 것 그만큼 다
이유와 곡절이 있어요. ”
“ ...... ”
“ 오죽했으면 그런 분석까지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지난 백수십년 문민국을 지켜
온게 은하교의 중심윤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은하교의 중심윤리가 문민국
의 보수주의 사상을 정립시켰다 그런 말까지 있을 정도니 어느나라보다 유별난 은
하교 성도들이 문민국에 많이 있는 것 너무 기이하게 받아들이진 말았으면 합니
다. ”
먼 기차여행길에 사보라며 자기네 종교 설교를 묶은 책자를 그것도 공짜도 아니고 5천원에 판다는데 그걸 별다른 거부감없이 아니 오히려 더 앞다투어 사간다면 분명 문민국의 은하교 성도들은 퍽 유별난면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 길거리에서 ‘OO 믿으세요’ 외치며 전단을 뿌려도 눈살 찌푸리는 판에 -.- - 물론 단행본 한권에 만원을 넘어서는 시대에 그런 중요한 설교집을 5천원에 판다면 꽤 저렴한 가격에 사볼수 있는 설교집이니 그래서 부담없이 사볼수가 있어 기왕 떠나게되는 긴 여행길에 – 그게 출장이 되었든 유학이나 기타 다른 목적의 여행이 되었든 –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사보는 것이라면 그 심리도 그런대로 이해해 줄법하기도 하다. 한편 이번엔 문득 생각이 난 김에 김은식이 한동수에게 묻는다.
“ 한선생님은 원래 은하교쪽엔 별 관심이 없으시지요 ? ”
그래서 되려 불편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어 물은 것이다. 한동수가 대꾸한다.
“ 전 은하교보다는 월남교쪽에 더 관심이 많아요. 무엇보다 그쪽에서 주장하는 윤회
나 인과응보, 그런것들이 생각해보니 이른바 ‘평행우주 이론’에도 부합되는 것이 많
아여. 그래서 제가 월남교 철학에 더더욱 관심을 갖게된것입니다. ”
월남교는 솔파행성에서 은하교 다음으로 교세가 큰 종교로 현재 솔파행성 지성체 25% 정도가 월남교 신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김은식은 은하교 친화적 한동수는 월남교 친화적인 그런 인사인가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확실하게 코드가 맞는 것은 결국 진대륙 ‘5호16국 시대’의 관심인 듯 하다. 한편 기차가 이제 곧 출발하니 안전벨트를 착용하시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이제 중원까지 다섯시간의 긴 여행을 시작한다니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안전벨트를 멘뒤 책볼 준비를 하던 김은식이 슬쩍 한동수를 본다. 한동수는 뭔가를 손에들고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 뭘 하시는건가요 ? ”
“ 5호16국 게임(컴퓨터게임)이 최근 스마트폰 용으로도 출시가 되었어요. 그래서 전
중원까지 가는동안 이 게임이나 해볼 생각입니다. 워낙 장시간이 소요되는 게임이
니 그때까지 즐기기엔 딱 안성마춤이지요. ”
장시간 여행길에 김은식은 설교집을 읽고 한동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을 스마트폰을 통해 즐긴다. 둘 다 그런대로 장거리 여행길에 괜찮은 선택인 것 같기도 하다. 이제 기차가 출발 서서히 서울역을 빠져나가는데 컴퓨터 게임을 시작한 한동수에게 궁금한 듯 김은식이 묻는다.
“ 헌데 그 시뮬레이션 게임이란게 자신이 플레이어를 하나 선택해서 그것으로 천하
통일을 해나가는 과정이잖아요. 누굴 플레이어로 선택하셨나요 ? 연나라 ? 아니면
모족의 유주 ? 아니면 서량 ? 그것도 아니면 역시 한때나마 무정부 상태였던 하북
? ”
“ 아니오, 전 신군주를 선택했습니다. 이런 게임은 오히려 역사속에 존재하지 않은
가상의 신군주로 하는게 더 흥미로와요. ”
“ 하하...그래요. 어쨌든 컴퓨터 게임이란것도 결국 다 가상의 공간이고 상황인 것이
니 기왕이면 가상의 인물로 천하통일을 하는것도 흥미로운 일이겠지요. 그럼 한선
생은 열심히 천하통일에 몰두하시기 바랍니다. 전 생명의 말씀을 접해볼터이니. ”
기차가 차츰 속도를 내고 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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