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러블리즈 베이비소울 (11)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평행우주 이야기 – 2. 열국 쟁패기





 동굴에서 만난 이상한 여자로부터 ‘천년수의 전설’이란 이야기를 듣고 황당하기도 했지만 순간 공연히 마음이 설레기도 했던 일견이었는데 막상 그곳을 도망치듯 빠져나와 다소 멀리 떨어진 마을에 이르러서는 그곳의 촌장 아들과 그의 친구인 동봉철과 이세규로부터 ‘천년수의 전설’이니 뭐니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없고 오히려 노나라 백성들을 구원할것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라면 오히려 노나라 말기 수두룩하게 존재했던 사이비종교 잔존세력일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 지금은 ‘노나라의 뒤를 계승하는 나라’를 세운다는 말이 별로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할것이란 말을 듣고 일견은 다시금 혼란스러워졌다.

 하긴 생각해보니 다른건 몰라도 ‘5만년간 태평성대를 이룰 나라’라는 말이 정말 황당한 소리이긴 했다. 말이 5만년이지 먼훗날 솔파행성 지성체들의 과학이 발전했을 때 그때의 과학자들은 솔파 지성체들이 문명을 이루고 산지가 약 5천년 정도 되었을것이란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솔파행성이나 지구행성이나 왕조든 국가든 그 역사가 기껏 한 수백년 그 이상을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500년간 존속된 왕조라고 해도 엄청나게 오래 지속된 왕조인데 하물며 그보다 100배 이상 긴 세월인 5만년이라니. 무엇보다 이 시대 진대륙에 통일왕조 노나라가 400년간 지속되었고 노나라가 멸망한뒤에는 북방 유목민들이 세운 ‘5호 16국’의 나라들중 장수한 나라의 역사가 보통 한 150-200년 정도였다. 그러니 그런 시대에서 나고 자란 일견이 체감으로 느끼기에 5만년이란 얼마나 엄청나게 긴 세월이겠는가. 사실 5만년이란 시간 자체가 어쩌면 그 사이 인류나 지성체의 문명체계가 바뀌어져 있을수도 있는 그런 긴 시간이다. (가령 석기시대에서 청동기, 또는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바뀐다던가 인터넷,스마트폰 시대에서 인공지능 시대로 넘어간다던가.) 그러니 ‘5만년간 태평성대를 이룰 나라’를 만든다는 소리 자체가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한 소리인지는 조금만 잘 생각해보면 금방 깨달을수 있는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쨌든 다시금 혼란스러워진 일견은 다른건 몰라도 자신이 오갈데 없는 처지인것만은 분명하니 일단 당분간 동봉철,이세규가 사는 마을에 살기로 했다. 동봉철과 이세규는 일견이 갈곳없는 처지인 것을 알고 그냥 여기서 자신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마을 지키는 일을 도와주며 사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안 일견이 거기에 약간 망설이는 듯 하다 응한 것이다. 다만 이름의 경우 무예대회에 참석할때부터 임시로 쓴 ‘일견’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채석장이나 광산의 광산주들의 경우 간혹 도망치는 노예가 있긴 했지만 그네들의 입장에선 도망치는 노예 한두명 쫒느니 그보다 열배는 더 많은 노예를 중원에서 사들이는게 – 그 자체가 성위 시절엔 불법이기도 했다. 그러나 성위시절의 법 체계는 형가가 들어서면서 무너진 상태 –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에 간혹 한두명 행방불명된 노예가 있다 하더라도 애써 그네들을 쫒으려 하진 않았다. - 게다가 일견의 경우 애초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 조장들이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그를 죽이려 한것이니 상부에도 대충 ‘사고로 죽었다’는 식으로 보고했을것이고 그러니 일견을 ‘도망친 것’으로 간주 그를 쫒을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래도 이따금 형가에서 이런 하북 북부지역까지도 동향을 알아보기 위한 염탐꾼을 보낸다는 동봉철,이세규의 말 때문이었다. 비록 현재는 옛 걸족,유족의 나라들이 멸망하고 중원의 도족이 세운 성위도 멸망하면서 하북은 영향을 미치는 나라가 없는 무주공산 지대가 되긴 했지만 형가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염탐꾼을 계속 보낸다는것은 이쪽 지역에도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게다가 무예대회에서 일견이 그 한바탕 엄청난 소동을 벌였다가 처형을 당할 위기에 직면했다 극적으로 살아나 노예로 팔려간지 이제 채 몇 달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형가의 황제의 명을 받아 이곳까지 오게되는 염탐꾼이라면 그 엄청난 사건을 모를 리가 없고, 따라서 그네들에게라도 행여 일견의 정체가 발각나면 큰일이기에 옛 이름 박지훈을 쓰지 않고 계속 ‘일견’으로 살기로 했다.

 일견은 그렇게 마을 촌장의 아들 동봉철과 그의 친구인 이세규와 함께 낮에는 농사일손을 돕던가 마을 경계를 서는일등을 도와주며 살아가게 되었다. 헌데 몇 달정도의 시간이 흐른 어느날이었다. 일견이 하루는 경계일을 마치고 저녁때 처소로 돌아와 동봉철,이세규와 함께 술을 한잔 나누고 있었는데 그러다 어떤 의문이자 아쉬움 같은 것을 토로했다.

 “ 헌데 제가 좀 한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

 “ 대체 뭐가 또 궁금하신건데요 ? ”

 그렇게 물은 것은 다름아닌 촌장아들 동봉철. 그를 바라보며 일견이 말했다.

 “ 이 하북일대는 그럼 옛 용돌이나 탁돌 그런 나라들이 망한뒤로는 그냥 이렇게 소

  규모 마을이나 부족 연맹체들끼리 자치지역을 만들어 결성해서 살아가는 그런 방

  식으로 살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 이 지역을 다스리는 특별한 국가나 나라는 없

  이요 ? ”

 “ 그렇다는 말씀은 일견형제를 처음 봤을 때 이미 드렸습니다만 그 이야긴 대체 왜

  갑자기 새삼스럽게 ? ”

 “ 아니, 솔직히 제 생각엔...아무리 그래도 하북 일대에도 뭔가 새로운 나라가 하나

  있는게 좋지 않을까. 실은 그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

 “ 뜬금없이 나라는 왜요 ? ”

 다소 갑작스럽게 나온 일견의 그와같은 말에 동봉철과 이세규가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이세규가 손을 내저으며 말을 덧붙였다.

 “ 무슨 의도로 갑자기 그런 말씀을 꺼내신건진 모르겠지만 우린 그냥 이대로 사는게

  좋습니다. 국가나 나라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 솔직히 이젠 힘들고 골치아파요. 그

  게 우리 선대들이 내린 결론이라고나 할까요 ? 걸족과 유족이 세운 고돌이니 탁돌

  이니 하는 나라가 그렇게 막장으로 나라를 다스리다 무너지고, 고돌을 멸망시킨 성

  위가 한동안 이곳 중원은 물론 이곳 하북지역까지 차지하긴 했지만,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고돌이고 성위고 다 똑같은 이들이었소이다. 우린 그저 지금 이대로 사

  는게 좋습니다. ”

 “ 허나 중원의 새로 세워진 형가도 하북지역에 대한 미련과 야심을 아직 버리지 못

  하고 있고 듣기로는 모족의 나라들을 복속시키고 유주를 차지한 금진과 모란도 결

  국 이곳 하북을 노리게 될 것 입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셈이라고나 할까

  요. 중원의 나라는 중원의 나라대로 또 유주까지 진출한 금진이나 모란은 그들대로

  탐내는 하북. 결국 머지않아 그 둘중 누군가의 차지가 될 수밖에 없을것입니다. 헌

  데 그런 상황을 막아내기엔 이런 작은 마을이나 연맹체 같은 자치구역 형식으론 너

  무나 힘이 부족해요. ”

 “ ...... ”

 “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소이까 ? 정히 중원의 형가나 또는 유주까지 진출한 금진이

  나 모란에 복속되길 원치 않는다면 하북에도 그들에 맞설만한 강성한 힘을 가진 나

  라가 결국 필요하다 그 말을 하려는것입니다. ”





 이게 이제 겨우 18세밖에 되지 않은 그것도 불과 얼마전까지 채석장 노예였던 자의 입에서 나올수 있는 말인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염을 토하고 있는 일견. 사실 동봉철,이세규도 이제 일견과 함께 지낸지는 그래도 한 몇 달정도의 시간이 지난셈인데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 본적이 없어 더더욱 놀랄 따름이다. 헌데 슬몃 뭔가 의심이 가는 눈초리로 이세규가 일견에게 묻는다.

 “ 헌데 일견형제가 이제와서 갑자기 ‘나라를 세워야 한다’느니 강력한 힘을 가진 뭔

  가가 있어야 한다느니 그런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오이까 ? ”

 “ 예 ? ”

 “ 혹시...그...여기 오시기전에 만났다는 그 이상한 동굴에서 만난 처자의 말에 아직

  미련과 아쉬움이 남아있는것이오이까 ? 뭐...일견형제가 무슨 5만년 태평성대를 이

  룰 나라를 세울 천년수의 주인이라는 ? ”

 “ 아...하하하... ”

 갑자기 뭔가 정곡이라도 찔린 듯 말문이 막히는 모습이었던 일견은 그러다 알 수 없는 웃음소리를 터트린다. 그리고는 숨을 좀 돌리고 나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내가 솔직히 세상물정도 모르고 아직 어리다면 어리다고 할수도 있는 사람이긴 합

  니다만...그렇다고 그런 황당무계한 소리를 아직까지 마음에 두고 있을정도로 어리

  석은 사람도 아니오. 게다가 여기와서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혹시 이전에

  존재했던 사이비종교 잔존세력일지도 모른다 그런말까지 들은판에 굳이 그런 말을

  아직까지도(그것도 이미 몇 달의 시간이 지났는데) 마음에 담아둘 이유는 없지요.

  다만... ”

 “ 다만 ? ”

 “ 국가라는 것이 왜 필요한것인가 그 고민을 언젠가부터 하게 되었소이다. “

 “ 그건 또 무슨말씀이시오 ? ”

 “ 알다시피 난 이곳으로 오기전까진 채석장 노예로 있던 사람이고, 그리고 그전엔

  그저 부모없는 고아로 자란 사람이오. (* 일견은 자신의 원래 이름인 박지훈은 물론 자

  신의 출생내력에 대해서도 아직은 밝히지 않는게 좋겠다고 판단, 채석장 노예가 되기전까진

  부모없이 고아로 자란 몸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꾸며 말했다.) 그리고 이곳 하북지역에 옛

  고돌이나 용돌같은 나라들이 멸망하고 성위의 세력도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들끼리 소규모 자치마을이나 부족연맹체 같은 것을 구성 집단을 이끌

  어가는 모습도 보아왔지만 어쨌든 이런 모습을 보면서...국가란 왜 필요한것인가 그

  고민을 하게 되었단 말이외다. ”

 일견은 제법 뭔가 혼자 남몰래 고민이나 연구를 많이 해본 사람인 듯 제법 눈빛에 어떤 강렬한 열망과 투지까지 내비치며 말을 이어갔다.

 “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곳 하북지역은 금진도 모란도 형가도 모두 호시탐탐

  노리는 지역. 언제까지 이런 작은 부족연맹체나 자치마을 같은 식으로 지탱해 나가

  긴 쉽지 않을것이란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대한 세력에 맞서 싸

  우기 위해선 결국 이곳 하북도 그에 대응할만한 강력한 뭔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것이고...그러다보니... ”

 “ ...... ”

 “ 국가가 필요한 이유는 결국 내가 사랑하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

  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소이다. ”

 “ 그건 또 무슨말씀이신가요 ? ”

 국가가 필요한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다소 뜬금없이 나온 일견의 말이 잘 이해가 안가서인지 동봉철과 이세규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고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일견의 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 두분 선생께선 어쨌든 이 마을의 촌장 아들과 촌장 아들의 친구로 이 마을의 질서

  와 평안을 유지하는 대충 그런 역할을 담당해오셨지만...사실 이 인구 얼마되지 않

  은 작은 마을에서도 작고 사소한 사건은 이따금씩 일어났소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

  건들은 대개 본질이 인간 개개인의 욕심 또는 자신의 결핍이나 부족함을 채우기 위

  해 또는 욕심이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갈등이나 이해관계가 극단적으로 충돌했을

  때 발생한것들이었소. (* 구체적으로 절도,강도,강간,살인같은 범죄들) 내 말은 아무

  리 작은 공동체라도 그래도 한 수십수백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부대껴 사는 곳이라

  면 그런곳에 사건이나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지 않을수 없다는 그 결론을 내리게 되

  었단 말이외다. 모르겠습니다. 국가나 권력의 간섭이 전혀 없는 그런 시간이 한 일

  주일이나 열흘정도의 짧은 기간만 지속되었다면 그런곳에선 정말 사소한 살인,강도

  사건 하나 일어나지 않는 ‘무정부상태의 평화’가 유지되었을지도 모르죠. 허나 인간

  은 근본적으로 욕심을 가진 존재고 상대가 가진것에 대한 상대적 결핍과 부족함을

  느끼는 존재이기에 그 욕심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결국 사건이나 사고는 발생하

  지 않을수 없는 것이외다. 무정부 상태의 평화가 한 일주일이나 열흘정도의 단기간

  은 가능해도 장기간 유지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것이 이 작은 인구 수십명

  정도의 작은 자치마을을 몇 달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이었소. ”

 “ ...... ”

 “ 결국 국가가 필요한 것은 공공의 질서와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결론

  을 내리게 되었소이다. 공동체내 구성원간의 욕심이나 이해관계가 충돌하여 갈등이

  생기고 다툼이 있으면 이것을 통제해야하는 뭔가가 – 권력이라고 해두죠 – 필요하

  고, 따라서 그 권력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을만한 ‘정당성’을 갖춘자가 갖

  고 있어야겠죠. - 그렇다면 그런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받을만한 자라면 그만한 도

  덕성이라던가 명분 혹은 실력이나 능력을 갖춘 자라야 한다는 논리도 자연스럽게

  만들어 지겠군요. - 어쨌든 공공의 질서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결국 ‘국가권력’은

  필요한것이고 그 국가권력의 ‘정당한 통제와 질서’가 있을 때 국가는 제대로 이뤄

  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것입니다. 그리고 그 국가권력은 결과적으로 외부로부터 자

  신들을 지키기 위해 더 필요하다는 그 필요성이 요구된다는 소리입니다. ”

 “ ...... ”

 “ 결국 앞서 한 이야기와 이어지는 맥락이에요. 어쩌면 이런 자치마을이 외부세력의

  위협이나 간섭이 없는 그런 외딴섬이나 아주 깊은 산골마을 같은데 존재했다면 그

  곳에선 그런 ‘무정부상태의 평화’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도 있어요. 허나 하북

  은 그런 외딴섬이나 산골마을처럼 한가한 동네가 아니지 않소. 동쪽으로는 유주까

  지 이미 세력을 뻗친 금진과 모란 서남쪽에선 여전히 하북을 다시 되찾고자 하는

  형가의 야심. 그런 야심만만한 세력에 둘러싸인 결코 그렇게 ‘무정부상태의 평화’

  를 한가롭게 오래 누리길 갈망하는 이들이 그저 자기네들끼리 자급자족하고 상부

  상조하며 살자고 할수 있을만큼 그런 한가한 지대가 아니라는 그런 이야길 하는 것

  이외다. ”

 “ 그래서 이곳에 강력한 힘을 갖춘 국가가 필요하다 ? 내부적으론 질서와 통제가 필

  요하고 외부적으론 외부세력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 ”

 “ 바로 그것이외다 !!! ”

 일견이 바로 무릎을 탁치며 말한다. 사실 이런말은 18세 소년보다는 한 나이 40-50쯤 된 정치학자나 철학자의 입에서 나와야 자연스러울만한 이야기긴 하나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선 얼마전 동굴에서 이상한 예언을 듣기도 하고, 옛 성위의 명신이었던 박유의 집안 자손으로 태어났지만 형가의 무예대회에서 벌인 난동으로 그만 채석장 노예로 팔려간 그런 운명에 놓이게 되었단 일견이란 소년이 이런말을 하고있는 것이다.

 “ 국가가 필요하다. 그것도 외부의 침입을 막을수 있는 ‘강력한 국가’가 필요하다는

  일견형제의 그 당위성은 충분히 공감하겠소만, 허나 우리 힘만으로 대체 어떻게 그

  런 강력한 국가를 건설한단 말이오. 무슨 복안이라도 있으시오 ? ”

 허나 거기까지는 일견도 미처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지 바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 허점을 놓치지 않고 이세규가 바로 반박했다.

 “ 일단 그러자면 인근의 다른 자치마을이나 부족연맹체 그런곳들의 동의도 받아야

  할것이고...말이 쉽지 그게 어디 그렇게 쉽게 되는일인줄 아시오 ? 이 하북땅에만

  현재 그런식으로 흩어진... - 대개는 옛 걸족이나 유족출신 또는 걸족과 유족과 노

  나라인 사이에서 나온 혼혈의 자손인 – 부족마을만 수십수백개가 될거요. 그 사람

  들을 어느 세월에 하나하나 설득 통합을 이뤄 나라를 세운단 말이오 ? 아니, 설사

  그렇게 해서 천신만고 끝에 무슨수를 써서라도 그 많은 하북지역 부족과 마을을 모

  두 설득 통합국가를 이뤘다고 칩시다. 그럼 그 국가의 지도자는 누가 되는게요 ?

  - 설마 일견형제가 하겠다고 말씀하시진 않겠죠 ? - 아까 일견형제의 말처럼 그

  수많은 하북 자치민과 부족민의 동의를 얻을만한 그런 국가지도자...또는 그런 국가

  지도자의 통치의 정당성은 어떻게 확보되느냔 말이오 ? ”

 “ ...... ”

 “ 가장 근본적으로 이 하북지역에 우리처럼 흩어져있는 자치마을이 대체 얼마나 되

  는지 아시오 ? 하북지역을 만만하게 보는지까진 모르겠지만 하북은 결코 좁은땅이

  아니오. 그런대로 넓다면 넓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이란말이오 !!! - 노나라때 이 지

  역에 행정주(行政州)만 네 개나 되었던것만 봐도 알수 있지 않소 ? 굳이 옛 노나라

  때 행정지역으로 계속 따져서 한 주당 우리같은 자치마을이나 부족이 한 30개 정도

  된다 쳐도 4개주면 이미 100개가 넘는다는 계산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오. 대체

  그 많은 자치마을이며 부족민(인구는 한 마을이나 부족당 수십내지 수백명 정도로

  추산되는)들을 무슨수로 일일이 다 설득한단 말씀이시오 ? ”

 하북의 많은 자치마을이나 부족을 설득할 방법이 없다는 이세규의 말에 바로 일견은 말문이 막혔다. 허나 형가나 금진,모란의 위협에서 자신들을 지킬만한 강한 힘이 필요하다는 일견의 말만큼은 자신들도 어느정도 동의한바 동봉철과 이세규는 일단 동봉철의 아버지인 촌장 동군철을 만나 이 문제를 상의하기로 했다. 동군철 역시 지금까진 일견을 그저 채석장에서 도망쳐온 가련한 노예출신 아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일견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것에 퍽이나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 실은 우리 걸족과 유족이 하북에서 이렇게 제각기 소규모 자치마을과 부족으로 흩

  어져 산 시간은 그리 얼마되지 않는다. 따지고보면 불과 30년전까지만 해도 성위의

  지배를 받던곳이 아니었느냐. 거슬러 올라가면 노나라때까지만 해도 다들 북방지역

  을 떠돌던 유목민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걸족과 유족이 하북에 세운 나라들이 모

  두 패망하고 성위까지 힘을 잃자 그 이후로는 여전히 하북땅에 머물러 살고는 있으

  나 사는 모습은 이전 북방의 유목민 시절과 별다를게 없어진 셈이지. 허나 일견이

  란 아이도 이미 그런말을 했다고는 하나 이 하북은 그렇게 한가로운 고장이 아니다

  . 동쪽으로는 이미 유주까지 세력을 뻗친 금진과 모란이 언제든 이곳까지 노리려

  할지 모르는 일이고 중원의 형가 역시 여전히 하북을 욕심내고 있지 않느냐. 그 문

  제에 대한 방비는 분명 필요하긴 하다. ”

 “ 그러니 이제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아버님 ? ”

 “ 사실 이곳 하북은 중원이나 서량에 비하면 지리적으로 퍽이나 유리한 그런곳이기

  도 하다. 알다시피 중원은 농사를 지을 농토는 충분하나 산이 적어 자원이 나는

  광산이 충분치 않고 반면 서량은 광산지역에서 풍부한 철과 구리가 생산되어 그

  것으로 온갖 무기며 도구를 만들 수 있으나 반대로 농토가 부족하다. 바로 그런

  서로의 부족한점을 보완하고자 도족이 세운 성위는 서량에 계족이 세운 촉이나

  후촉과 교역을 하며 살았다. 성위는 서량이 부족한 식량을 자신들에 팔고 그 댓가

  로 서량은 자신들이 풍부한 철과 구리를 성위에 팔고 대신 중원에서 생산되는 식

  량을 성위에서 수입해가는 그런 구조였던게지. - 적어도 그런 교역정책을 폈던 성

  위의 정책만은 그러니 현명했던거였다. 허나 반면 하북은 중부와 남부는 그런대로

  충분한 농토가 있고 북부에는 광산지대가 있어서 중부와 남부의 농토와 북부의 광

  산을 모두 잘만 활용하면 식량과 자원이 모두 충분히 생산되는 그런 천혜의 황금

  지대가 될수도 있다. ”

 “ ...... ”

 “ 그러니...만약 정히 나라를 세우고자 한다면 한번 북부의 광산지대를 장악하고 있

  는 광산주들과 손을 잡아볼 필요가 있다. 광산주들은 대개 그곳에서 생산되는 금속

  들을 팔아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자들이니 그들의 자금력이 바탕이 되어준다면 새로

  운 나라를 세우는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아. 다행히 광산주들의 상당수가 옛 걸족

  출신들이니 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지도 모르겠구나.

 ”

 “ 허나 아버님. 일견이는 바로 그 광산지대 채석장에서 탈출해온 아이입니다. 행여

  그쪽에서 일견이를 알아본다면 ? ”

 “ 별 걱정을 다하는구나. 광산주가 어디 그 채석장 주인 하나뿐이겠느냐 ? 하북 북

  부의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광산주만 아마 줄잡아 20-30인이 될게다. 허나 혹시라

  도 모르는 일이니 광산주를 만나러 갈때는 봉철이와 세규 두 사람만 나와 동행하고

  일견이는 두고가도록 하자. ”

 동군철의 그와같은 제안에 동봉철과 이세규는 일견은 늘 하던대로 그냥 마을을 지키게 하기로 한뒤 하북 북부의 광산주를 만나러 가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이들이 접촉을 시도한 이는 철이 생산되는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제노미아란 광산주였다.

 “ 그러니까 이를테면 나라를 세우려 하니 우리보고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해달라 뭐

  그런 말씀이시오 ? ”

 “ 그렇소이다. 그저그런 허접한 나라를 세우려고 하는게 아니라 하북에 흩어진 옛

  걸족과 유족의 부족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동쪽으로는 금진과 모란 서쪽으로는 중원

  의 형가에 맞설수 있는 새로운 강성한 나라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그 많은 부족들

  을 일일이 만나 설득하고 조건을 제시하고 하려거든 역시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광산주들과 손을 잡고자 하는것이외다. ”

 허나 제노미아는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제노미아를 동군철이 거듭 간곡하게 설득했다.

 “ 잘만하면 이곳 하북에는 중부와 남부의 농토 그리고 북부의 광산을 합한 천혜의

  황금어장...황금지대를 만들수도 있소이다. 식량자원은 풍부하나 지하자원이 부족

  한 중원, 지하자원이 나는 광산은 풍부하나 농사지을 땅이 적은 서량. 그 둘의 단

  점을 모두 보완하고 상대적으로 땅이 척박한 유주지대와는 비교도 안되는 그야말

  로 식량과 지하자원을 모두 풍부하게 갖춘 천혜의 땅을 갖게될수 있단 말이오. 무

  슨말인지 아시겠소이까 ? 만약 하북지대에 그런 걸족과 유족의 흩어진 부족들이

  모두 하나로 손을 잡아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만 한다면 형가나 금진,모란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새로운 강성한 나라를 만들수가 있소. 그러니 부디 우리와 손을 잡

  읍시다. ”

 허나 제노미아는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 미안하지만 우린 그럴 생각이 없소. 그리고 아직 잘 모르시는데 장사치들에게 국

  가권력이란 알고보면 쇠등짝에 붙은 파리떼처럼 하찮은 것이외다. ”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오 ? ”

 “ 장사치에게 국가권력이란 대개 그런 존재요. 툭하면 세금이나 많이 거둬가면서 쓸

  데없이 이런저런 간섭이나 많이하는, 장사할 자유를 방해하고 훼방놓는 그런 존재

  밖에 안된단 말이오. 만약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데 우리가 협력자가 된다면 처음엔

  좋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들 역시 우리에겐 방해꾼같은 존재밖에 안될

  거요. 아직 잘 모르시나본데 이곳 하북의 광산지대가 국가권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

  이 되면서 우리같은 광산주들에겐 해방구가 되었소. 무슨말인지 아시겠소 ? 쓸데없

  이 세금 요구하고 간섭하는 국가권력 없이 우리 마음대로 장사하며 돈을 벌수 있는

  천혜의 낙원이 되었단 말이오. 장사하는 사람에겐 그저 천지사방을 떠돌며 자유롭

  게 장사할수 있는 그런 세상만 보장된다면 그 외 다른 것은 다 불필요한 것들이 되

  오. 그런 장사치들한테 같이 나라를 세우자는 제안을 한다니 우습구료. 미안하지만

  우린 그럴 생각이 없소. 무엇보다 우리에게서 뒷돈을 받아서 그것으로 다른 부족들

  을 설득해 통일국가를 만들겠다니 참 가당찮은 생각들을 하고 있구료.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난 그럴 생각이 없소. 모르긴 몰라도 다른 광산주들도 생각

  은 크게 다를게 없을거요. 국가권력의 간섭을 받을 필요가 없는 장사치. 그 장사할

  자유를 무한히 누릴수 있는 그런 세상을 어떤 바보같은 장사꾼이 포기한단 말이오.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이만 돌아가시오. ”

 동군철은 다른 광산주들과도 접촉을 시도해보았지만 그곳에서도 돌아오는 대답은 대개 마찬가지였다. 실망하고 돌아온 동군철에게 일견이 하루는 찾아와 다른 계책을 내놓았다.

 “ 차라리 그럼 이렇게 해보는게 어떨까요 ? ”

 “ 일견에겐 무슨 다른 대책이라도 있단말이냐 ? ”

 “ 차라리 광산주들을 쫒아내고 우리가 그곳을 차지합시다. 아니, 차라리 다른 부족들

  을 설득 힘을합해 광산주를 몰아내고 우리가 그 광산을 차지하는겁니다. 그럼 그곳

  에 있는 광산의 광물들을 우리 소유로 해 그것을 팔아 우선 부를 축적할수 있을 것

  입니다. ”

 “ 우리보고 힘으로 광산주들을 쫒아내고 그곳을 차지하란 말이냐 ? ”

 “ 꼭 그런 뜻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

 “ 그러면 ? ”

 “ 광산주들은 비록 ‘장사할 자유’를 역설했지만 알고보면 그들은 저처럼 힘없고 불

  쌍한 무고한 백성들을 함부로 납치하고 사가서 노예로 부려먹는 그런 자들입니다.

  저 또한 바로 그런 채석장에서 도망친 노예였지만 하북 북부의 광산들은 대개 그

  런식으로 급여를 받고 상대적으로 쉬운일을 하는 조장,급장들과 급여도 받지 못한

  채 오직 강제로 하루종일 위험한 강제노역에 내몰리고 시달려야하는 그런 노예 크

  게 두 개의 계급으로 나뉘어져있습니다. ”

 “ 그래서 ? ”

 “ 광산주들이 노예를 부려먹는 이유와 동기를 무력화시켜볼까 합니다. 그럼 우리는

  그렇게 광산주들에게 시달림을 받는 노예들을 해방시켜주고 우리가 광산을 차지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할수 있을것입니다. ”

 “ 대체 어떻게 그런 정당성을 확보할수 있단말이냐 ? ”

 “ 하북 북부의 광산주들은 대개 사고위험이 많은 높은 절벽이나 낭떠러지 또는 깊

  은 지하 그런곳에 노예를 투입시켜 강제노역을 시킵니다. 헌데 저는 한 몇 달이나

  마 그곳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저런 위험한 지역에 사람의 손이 아닌 다른 방도

  도 채굴,채석을 하게하는 그런 방법은 없을까 그런 궁리를 많이 해보았습니다. 한

  마디로 사람의 힘이 아닌 도구나 기계의 힘을 이용 위험한곳에서의 채굴,채석 작업

  을 대신하게하는 그런 방법을 연구해봤다 이말입니다. ”

 “ 도구와 기계를 이용한다 ? ”

 “ 네, 바로 그런 도구와 기계의 힘으로 노예가 하는 힘들고 위험한 일을 대신하게

  되면 그럼 노예의 필요성은 자연스럽게 사라질것입니다. 광산주들이 노예를 사들여

  쓸 필요 자체가 없어지는것이지요. 그럼 광산지대의 노예들은 자연스레 해방이 될

  것이고 노예들은 자신들을 해방시켜준 우리를 따르고 지지하게 될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린 노예들의 지지를 얻어 그 광산을 노예를 부려먹은 광산주들을 대신하여

  차지할수 있는 그런 정당성을 확보하게 될것입니다. ”

  


 동군철이 일견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로 하여금 채석장이나 광산에서 위험한일에 사용할수 있는 도구나 기계를 개발하도록 했다. 몇 년정도 시간이 흘러 일견이 새로운 도구 몇가지를 개발했다. 그것은 채석장등에서 위험한 비탈이나 낭떠러지 같은곳에서 리프트나 도르래같은 원리를 이용 돌을 캐고 운반할수 있는 기구와 광산에서 땅속 깊은곳까지 들어가 굴착을 할 수 있는 굴착기계였다. 그리고 일견을 따르는 무리들은 그런 굴착기계와 도르래등을 광산과 채석장등에 은밀히 보급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도구의 등장으로 위험한 작업에 노예를 동원할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노예는 해방되었으며 광산주들도 새로운 도구나 기계를 신기하게 생각했는지 그와같은 도구와 기계를 다량으로 일견이 사는 마을로 와서 구매해가기 시작했다. - 다만 일견은 어쨌든 채석장에서 도망친 노예출신인게 밝혀지면 곤란해질수도 있으므로 일견은 뒤에서 숨어 새로운 도구,기계의 개발에만 집중하게 하도록 하고 일견이 개발한 도구나 기구를 판매하는 일은 동봉철과 이세규가 전담하게 되었다. 여하튼 해방된 노예들이 걸족과 유족이 사는 마을로 와서 정착해 사는경우도 있었고 광산주들도 차츰 새로운 도구와 기계를 구매해가면서 일견이 사는 마을 아니 더 정확히는 동봉철의 아버지가 촌장으로 있는 마을과의 친화력이 더 가까워져갔다. 그리고 이러한 계기를 활용 동군철-동봉철 부자와 이세규등은 광산세력과 걸족과 유족출신 부족세력들을 규합 새 나라를 세우는 일을 본격적으로 착수해갔다.

 급기야 수년정도의 시간이 더 지나 하북지역엔 광산지대와 중남부지대에 흩어져살던 걸족,유족 부족들이 통합 새로운 나라를 지어 이름을 ‘대성(大成)’이라고 지었다. 하북지대에 새로운 나라가 들어선 것은 성위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하북에 대한 통치력이 약화된지 약 40여년만이었고 고돌왕국이 성위에 의해 멸망당한지는 약 110여년만, 용돌왕국과 탁돌왕국이 망한지로부터는 약 70-8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뒤였다.

 허나 일견은 애초부터 채석장 노예출신이란 신분을 숨기기 위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새로운 도구와 기계의 개발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정작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일에선 뒤로 빠지게 되었다. 새 나라를 세우는 작업은 동봉철과 이세규가 주도하게 되었는데 동봉철은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아버지의 권고가 있어 황제자리를 이세규에게 양보하였다. 어찌되었거나 하북지역에도 성위 이후로 약 40여년만에 새로운 나라가 들어서게 된 셈이고, 그 새나라의 첫 황제가 이세규가 된 것이다. 한편 이 무렵엔 성위를 무너뜨리고 형대조가 세웠던 형가라는 나라도 폭정이 거듭되다 결국 5대 40여년만에 멸망하고 ‘경민(京民)’이란 나라가 새로 세워졌다. ‘경민’은 도족세력과 모족세력이 힘을 합해 세운 나라였다. - 원래 모족은 아리수 동북지역에서부터 서량 서북지역까지 워낙 먼 거리를 유랑하던 부족이었기 때문에 유주에 모족이 주축이 되어 들어선 나라가 네 개나 되었는데도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중원이나 서량지대로 들어와 정착해 사는 이들도 꽤 있었다. 그리고 그들중 상당수는 도족이나 계족과 혼인 혼혈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그런 도족과 모족의 중원정착세력이 손을 잡고 형가의 5대 40년간 폭정을 무너뜨리고 ‘경민’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세운 것이다.

 한편 사실상 하북지역에 ‘대성’이란 나라가 세워지는데 결정적인 요인이자 역할을 제공한것임에도 불구하고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고 뒤에서 도구와 기계를 개발하는데만 몰두했던 일견이었기에 나라를 세우는 일에는 정작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어 막상 ‘대성’이 세워지고 이세규가 황제가 되자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다만 애초부터 큰 벼슬이나 자신이 직접 황제가 되고 싶다는 욕심까지는 별로 없었던 일견이기에 가급적 미련이나 아쉬움을 버리진 못했다. 결국 어쩔수 없는 인간인지라 일견은 어떤 아쉬움과 미련에 채석장 노예로 있다가 죽을뻔했을 때 어떤 강기슭에 다다르게 되고 그때 어떤 동굴에서 만났던 이상한 여자. 그 여자를 다시한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어쨌든 그녀의 말에 의하면 천년수가 있는곳에 쓰러져 발견된자가 – 게다가 이름에 ‘견(見)’자를 쓰고 – 나중에 천년수의 주인이 되어 도탄에 빠진 노나라 백성들을 구하고 5만년 태평성대의 길을 연다고 하지 않았던가. 대체 그 예언은 무엇인지 아니면 정말 동봉철이나 이세규의 말처럼 노나라 말기 사이비 잔존세력과 관련된이가 떠든 헛소리에 불과한것인지. 그 진상이나 좀 알아보고싶어 그녀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어느덧 10년 이상이 지나간 일이나 애써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처음 도망쳐나왔던 수풀을 거슬러가서 강가와 동굴이 보이는 그런곳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쪽에 무슨 샘물같은게 보이긴 했는데, 다만 이상한 것은 처음에 자신이 보았던 소위 ‘천년수’라는게 있던곳과는 형태가 다소 달랐다. 일견의 기억엔 그때는 어떤 수로나 통로를 통해 항아리 같은데 물이 담겨지는 그런 형태였는데 일단 그런 것은 그곳에 보이지 않고 작은 샘물 같은곳이 물웅덩이 형태로 있었다. 그 뒤쪽에 아마 자신이 여인을 만난곳으로 추정되는 동굴이 보이긴 했는데 물항아리는 보이지 않고 웬 물웅덩이라니. 일견은 이상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자신이 기억을 잘못해서 대충 분위기만 비슷한 다른 장소를 잘못찾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 동굴 뒤쪽에 두세채 정도의 집채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그때는 동굴에서 도망쳐나오듯 빠져나왔기 때문에 동굴 뒤쪽에 뭐가 있는지는 살펴보지 못했다. 민가라고는 할 수 없는 외딴집 같은 형태의 두세채 정도의 집이 있었는데, 일단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쪽으로 다가가 누군가를 불러보았다. 그러자 집안에서 웬 나이많은 노파가 한사람 나왔다.

 “ 뉘시오 ? ”

 “ 할머니, 혹시 여기 천년수가 있던곳 모르시나요 ? ”

 “ 뭐라구요 ? ”

 나이가 많아 귀를 먹어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것인지 일견은 크게 소리를 질러 ‘천년수’를 언급해보았지만 노파는 여전히 모르는 눈치였다. 하긴 동봉철이나 이세규조차도 ‘천년수의 전설’은 들어본적이 없다고 했으니 노파도 모를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고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해보았다.

 “ 할머니 그럼 혹시 나탈리아란 아가씨는 모르시나요 ? ”

 “ 나...뭐라구요 ? ”

 “ 나탈리아...아마 제가 봤을때는 20대 초반 정도로 되어보이는 여인이었는데...하지

  만 이미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으니 그분도 지금은 한 30대 중반정도 되었을텐

  데... ”

 그때 그녀는 자기 입으로 ‘천년동안 천년수를 지켜왔다’고 했지만 어차피 그런 진상이야 나탈리아를 다시 만나서 물어보던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그때 자신이 보고 추정 되는대로 나이를 언급하며 나탈리아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허나 노파는 여전히 모르는 눈치였고 다만 혼자 고개를 갸웃하며 기억을 더듬는 듯 하더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 나희...나희라고 했던가...그런 여자가 오래전에 살았다고는 들었소만... ”

 “ 나희...라구요 ? ”

 나탈리아나 나희나 똑같이 ‘나’로 시작되는 이름이니 어쨌든 무슨 단서라도 찾을수 있을까 해서 일견이 다시금 그에대해 물었고 그러나 노파는 탄식을 내뱉고는 이와같이 말했다.

 “ 나희라고...어릴 때 동네 불량배들에게 몹쓸짓을 당하고 제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숨어살던 여자가 하나 있더라는 그런 이야긴 오래전에 들었소. 다만 그런 몹쓸 봉

  변을 당한뒤 실성을 했는지...가끔 이상한 헛소리를 했다던가... ”

 “ 이상한 헛소리라뇨 ? 그리고 실성이라구요 ? ”

 일견은 뭔가 이상하고 무섭다는 생각도 들긴 했는데 일단 노파의 설명은 좀 더 덧붙여졌다.

 “ 무슨 세상에 바뀔거라나 천년뒤에 어쩌구 만년뒤에 어쩌구...여하튼 어린 나이에

  동네 불량배들에게 몹쓸 봉변을 당한뒤 그 충격으로 그만 실성을 해 그때부터 그

  런 이상한 소리를 하던 이상한 여자였다오. 후우...하지만 그 나희란 여자도 그렇

  게 실성을 해서 돌아다니다 얼마못가 죽었다던데... ”

 “ 할머니...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나희...아니 그럼 나탈리아가 죽었단 말인가

  요 ? 그럼 할머닌...그 나희에 대해 어찌 아시는데요 ? 아니 그보다...그럼 그 나

  희를 아는 친구든 친척이든 그런 사람이라도 좀 만날 수 없을까요 ? ”

 “ 쯧쯧...지금 무슨말을 하는게요. 나는 이 집에 아주 젊었을때부터 살던 사람인데

  그 나희란 아이 이야긴 내가 여기 처음왔을 때 원래 여기 살던 나이 많은 할머니

  한테 들은 옛날 이야기요. 그런데 그 할머니조차도 젊었을 때 여기 살던 나이많

  은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니 나희란 실성한 여자가 살았던 시절은 지금부터

  도 한 백년은 더 된 옛날옛적 이야길게요. ”

 일견은 순간 몸이 굳으며 공포에 질렸다.



- 마지막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