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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러블리즈 베이비소울 (10)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평행우주 이야기 – 2. 열국 쟁패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통나무형 뗏목에 태워져 그대로 강을 따라 흘러가게 된 일견은 그러다 그 뗏목이 어느 강기슭에 닿게 되었다. 뗏목이 강기슭에 닿고도 한참이 지난뒤에야 일견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깨어나게 되었는데 바로 목이 말랐다. 마침 저만치 물 흐르는게 보이고 물소리도 들리는 것 같아 거의 기다시피 하며 그쪽으로 가보았다. - 그냥 강물을 떠마셔도 되는 것을 굳이 저쪽에 보이는 물흐르는곳 까지 갔다는 것은 그만큼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기 때문으로 보면 된다. - 무슨 수로나 통로 같은데서 계속 물이 흐르는게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흘러나오는 물은 어떤 커다란 항아리나 단지 같은데 담겨지고 있었고 그 옆에 물그릇 같은게 보였다. 그것으로 물을 퍼담으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일단 채석장에서 떨어질 때 부상당한 몸이 아직 나은 것이 아니라 자유로이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었고 거의 기다시피 하며 그쪽까지 간 것이라 사물의 형태나 위치를 제대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하튼 물그릇이든 물바가지든 대충 그렇게 사용할수 있을 것 같은게 보여 손으로 잡아보려 하였다. 처음엔 흔한 물그릇이나 물바가지쯤으로 생각했는데, 쇠로 만든것인지 돌로 만든것인지 들기가 쉽지 않았다. 어쨌든 혼신의 힘을 다해 그 무거운 그릇으로 단지안에 가득 담긴 물 한바가지를 뜬 일견. 급한대로 그것을 벌컥벌컥 마시긴 했는데, 그러나 물그릇이 워낙 무거웠던탓에 그 물을 반도 채 마시지 못하고 그대로 그릇을 떨어뜨리고는 다시 일견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어엇~~~!!!
얼마나 또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이 나서 다시 주위를 살펴보니 웬 동굴 한가운데 자신이 누워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저만치 횃불같은게 두어개 밝혀져 있어서 사물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웬 침대 같은데 자신이 누워있었고 그리고 어떤 알 수 없는 풀이나 나뭇가지 같은 것이 자신을 하나가득 싸고 있었다. 허나 그보다 일견을 더 놀라게 만든 것은 그런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 여인이었다. 기다란 하얀 천으로 된듯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상하의 구분이 따로 없이 하나로 되어있는 그런 형태의 옷이었다. 얼핏 두루마기 같다는 느낌도 들고. 여하튼 그렇게 발목부분까지 내려오는 천으로 된 옷을 입고 있는 여인. 대충 보니 스무살 남짓해보이는 젊은 여인이긴 했는데, 어느덧 가까이 다가온 여인이 일견에게 뜻모를 소리를 내뱉었다.

 “ 천년...수... ”

 “ 예 ? ”

 “ 천년수(千年水)의 주인이신가요 ? ”

 “ 예 ? 뭐라구요 ? ”

 난생 처음 들어보는 알 수 없는 소리에 일견은 거듭 어리둥절해할 뿐이었는데 여인은 그런 일견을 한참을 살펴보며 다시금 물었다.

 “ 혹시 성함이 ? ”

 이름을 물어보는 것 같은데 순간 일견은 난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원래 일견이 그 어머니가 아버지와 상의해서 지어준 이름은 ‘박지훈’. 허나 신분이 들통날 염려 때문에 무예대회에 참석할 때 바로 ‘일견(一見)’이란 가명을 쓴 그가 아닌가. 그곳에서 무모한 짓을 벌였다가 하북의 채석장으로 팔려갔을때도 자신의 원래 이름은 밝힐수 없는 일이기에 계속 ‘일견’으로 불릴 수밖에 없었던 그. 헌데 지금 이 순간은 또 무슨 대답을 어찌해야하나. 허나 여기가 어딘지 알수조차 없는 낯선곳에서 원래 이름을 그대로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는 판단이 드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바로 그 가명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 일견이라고 합니다만... ”

 “ 아아...역시... ”

 여인은 무척이나 놀라고 감탄하고 심지어 감격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얼핏 감격의 눈물까지 흐르는 것 같은데,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해괴한 여인의 행동에 일견은 더더욱 어리둥절하고 한편으론 겁까지 날 지경이었는데 여인은 그런 일견앞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 역시...천년수의 주인이셨군요. ”

 “ 예 ? ”

 “ 귀실 할머니께서 일찍이 말씀하셨습니다. 천년수의 주인은 천년수 근처에서 혼절

  한 상태로 발견될것이라구요. ”

 “ 아니 대체 무슨말을 하고 있는거에요 지금 ? ”

 “ 그리고 천년수의 주인은 이름에 ‘견(見)’자를 쓰고 있을것이라 하셨구요. 그러니

  당신은 정녕 천년을 기다려온 천년수의 주인이 맞습니다. ”

 “ 아...아니 이봐요. 지금 대체...뭘 잘못 아시고 이야기하시는 것 같은데... ”

 당혹스럽기 그지 없어서 일견은 일단 자신의 처지부터 대충 해명을 하고 여인의 정체도 좀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 일단 말을 붙여보려 하는데 여인은 그런 일견을 바라보며 두 팔을 하늘로 뻗쳐 올려보기까지 하는데 그 모습은 흡사 무슨 종교의식이라도 지내는 신녀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 여인이 마치 희랍비극의 긴 독백이라도 낭독하는 여주인공처럼 사뭇 열정을 담아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 천년수의 주인은 자신이 천년수의 주인이란 것을 모른다. 그리고 천년수의 주인은

  천년수 근처에서 혼절을 한 모습으로 발견될 것이다. 그리고 천년수의 주인은 이름

  에 ‘견(見)’자를 쓰고 있을 것이다. 귀실 할머니께서 천년전부터 말씀해오신 예언.

  언젠가는 오실것이라는 천년수의 주인. 천년동안 오염되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맑

  고 깨끗한 ‘순결한 물’ 그 순결한 천년수를 마시고 우리를 구원해 주실분... ”

 “ 아...아니 도대체... ”

 “ 이 대륙은 일찍이 노나라 시절 400년 태평성대를 누렸으나 다섯 오랑캐의 침략을

  받아 노나라 백성들은 갈기갈기 찢겨지고 흩어지고 다섯 오랑캐들에게 지난 200년

  동안 핍박받고 탄압받고 차별받고 살아왔으나...이제 그 다섯 오랑캐를 물리치고 진

  대륙에 다시 통일천하를 이루게 하여 5만년 이어갈 태평성대 평화와 평등의 낙원세

  상을 열어가실 주인. 아아...정녕 당신이시나이까... ”

 그리고는 여인은 정중하게 일견에게 큰절을 올리기까지 하니 황망해서 일견은 침대에서 내려와 여인을 만류해보려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여인은 감격에 겨운 눈물을 여전히 그치지 못한채 일견을 바라보고 있었다. 황당하기 짝이없어 어쩔줄 모르는 일견을 바라보며 여인은 일단 자기소개인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 제 이름은 나탈리아. 천년동안 순결한물 천년수를 지켜왔습니다. ”

 “ 예 ? ”

 “ 귀실할머니의 천년전 예언을 받들어 천년동안 순결한 물을 지켜온 나탈리아. 이제

  천년수의 진정한 주인께 천년수를 바치나이다. ”





 나탈리아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일견 입장에선 그저 황당하기 짝이 없을 수밖에 없어 거듭 황망히 손을 내저으며 외친다.

 “ 아...아니 저 이봐요 아가씨.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본 것 같은데 난 그저... ”

 그러나 자신의 신분을 그것도 정체도 불분명한 여인 앞에서 제대로 밝히기도 난감한 일견인지라 다시금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는데 그런 일견을 보며 나탈리아는 거듭 간곡함과 진정성 어린 어조로 말한다.

 “ 귀실 할머니의 예언과 신탁은 지금까지 한번도 어긋난적이 없습니다. 천년수가 흐

  르는곳에서 기절한 몸으로 발견될 남자. 당신이 정녕 천년수의 주인이 맞습니다. ”

 다른건 몰라도 자신이 무슨 물이 통로나 수로 같은 것을 통해 항아리에 담겨지는 그곳의 물을 떠마시다 다시금 정신을 잃고 쓰러진것만은 맞는데, 헌데 그럼 아까 그 자신이 마시려한 물이 천년수인가 뭔가 하는 물이란 말인가. 일견은 거듭 의아해서 나탈리아가 지껄이는 말의 진의나 좀 확인해보고자 묻는다.

 “ 헌데...아까부터 무슨 할머니 어쩌구 하던데...귀신...뭐라구요 ? ”

 “ 귀실 할머니... ”

 “ 예 ? ”

 여인의 발음이 불분명 했던것인지 자신이 잘못 알아들은것인지 일단 일견이 그렇게 묻긴 했는데 나탈리아는 그런 일견을 바라보며 마치 친절한 유치원 선생님처럼 설명을 덧붙여준다.

 “ 귀실 할머니. ‘귀할 귀(貴)’자에 ‘열매 실(實)’자를 써서 ‘귀실’ 할머니라 부릅니다.

  글자그대로 그만큼 존귀하신 할머님이란 뜻이지요. 허나 귀실할머니의 예언과 신탁

  은 지금껏 한번도 빗나간적이 없고, 저는 귀실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천년동안 천년

  수를 지켜온 사람입니다. 도탄에 빠진 노나라의 백성들을 구해줄 진정한 세상의 주

  인을 기다려온 자입니다. ”

 헌데 귀실할머니란 자가 도대체 살아있는 사람이란 소린지 아니면 무슨 귀신,도깨비나 산신령 같은 존재라도 된다는 것인지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나탈리아라는 여자가 천년동안 천년수를 지켜왔다니. 차라리 ‘조상 대대로’ 그 천년수인가 뭔가를 지켜오며 예언이나 신탁을 받아왔다면 모를까 천년동안 자신이 그 물을 지켜왔다면 이 나탈리아가 최소한 천살은 넘었다는 소리 아닌가. 허나 나탈리아라는 여자는 대충 봐도 20대 초반 정도의 젊은 미모를 간직한 그런 여성이다. 물론 일견이 형가의 무예대회에 참석했을 때 나이가 만 17세였으니 나탈리아가 20대 초반의 여성이라 해도 일견보다는 너댓살정도 많은 ‘누나’일것이 분명하다. 허나 중요한 것은 그렇게 젊어보이는 여자가 스스로 천살도 넘었다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 이 황당무계한 소리를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일견 입장으로선 그저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 되는데 나탈리아는 일단 그런 일견에게 친절한 설명을 다시금 덧붙여준다.

 “ 천년수의 주인은 오랑캐들에게 짓밟혀 200년간 갖은 핍박과 수모,차별을 받아온

  노나라의 백성들을 구해주실 분이라 하셨습니다. 천년수의 주인은 정작 자신이 누

  구인지조차 모른채 천년수 근처에서 혼절한 몸으로 발견될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러

  니 당신이 정녕 도탄에 빠진 노나라 백성들을 구하고 옛 노나라 땅에 오만년 태평

  성대의 낙원을 이루어줄 그런 진정한 천년수의 주인이 맞사옵니다. ”

 “ 아...아니 저 이봐요 아가씨...아니 저... ”

 아까 ‘나탈리아’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도 한 여인이건만 그 이름을 제대로 기억 못하거나 제대로 듣지 못한것인지 나탈리아를 ‘아가씨’라 호칭하며 일단 뭐라고 변명이든 해명이든 해보려는 일견. 무엇보다 일견 입장에선 이 나탈리아란 여자의 말이 황당하고 해괴하기 짝이 없거니와 자신이 무슨 천년수의 주인이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할자라는 말은 더더욱 어이가 없어 일견은 그저 혼란스럽기만 할 따름이다. 일견이 다시 나탈리아에게 말을 건네본다.

 “ 대체 그 천년수의 주인이 어쨌다는것인지 모르겠지만 전 그저 사고를 당해 심하게

  몸을 다쳤던 몸이고, 그런 상태로 강기슭까지 떠밀려오게된 그런 몸일뿐이외다. 그

  저 너무나 목이말라 잠시 물을 마시려다 몸이 너무 아파서 다시 혼절을 했던것일뿐

  ...아무래도 제가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

 허나 진상이나 경위가 어찌되었든 그 천년수인가 뭔가가 있다는 그 근처에서 자신이 쓰러진것만은 분명한 사실 아닌가. 그리고 생각해보면 형가의 무예대회에서 우승을 한뒤 소원을 묻는 황제 형진 앞에서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린 형대조의 무리를 없애는게 진정한 자신의 소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던 일견. 덕분에 격분한 황제가 일견을 죽이려 했고, 그러나 운이 좋았던것인지 – 형진은 자신의 애첩(그런대로 마음씨는 고운 여자였는 듯)의 간함이 있어 일견을 살려주고 대신 채석장 노예로 팔아넘긴것이지만 일견이 그런 진상까지 알수는 없다. -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상태로 여기까지 오게 된 몸. 그 점을 생각하면 순간 공연히 몸이 부르르 떨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허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5호16국의 수난시대를 거치며 200년간 핍박과 차별을 받아온 ‘노나라 백성들을 구할자’라는 것은 일견의 처지와도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우선 굳이 따진다면 일견은 도족의 후예이지 노나라의 후예가 아니다. 일견의 아버지 자체가 도족이 세운 나라 ‘성위‘에서 명신으로 평가받던 집안의 자손이었고, 그런 일견의 아버지 박태원마저도 형가의 황제들이 폭정을 하면서 백성들의 삶을 도탄에 빠트리게 하자 그 부당함을 간하다가 멸문지화를 입었던 것 아닌가. 허니 일견의 혈연적 인연은 오히려 도족과 가깝지 노나라와는 별다른 인과관계가 성립되는게 없다. 물론 일견의 어머니 지민이 고아출신으로 성위의 귀족 박유의 집안에 팔려온것이긴 하지만 그 어머니가 원래 노나라 백성의 후예였을 가능성까지는 배제하기 힘들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일견 자신이 도탄에 빠진 노나라 백성들을 구할 존재라는 것은 아무래도 뭔가 맞지 않는 소리같아 거듭 손을 내저으며 나탈리아에게 말한다.

 “ 제가 그...신비하고 이상한 천년수란 물을 마신 것은 사실일지 몰라도, 제가 노나

  라를 구할자라는 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을 잘못보신 것 같습니다.

 ”

 헌데 천년동안 오염되지 않은 순결한 ‘천년수’를 마신 덕분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몸이 어느덧 깔끔히 완쾌된 상태임을 일견은 아직까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채석장에서 조장들의 음모로 사고를 당해 높은곳에서 떨어져 혼절했던 일견. 그렇게 통나무형 뗏목에 실려져 한참을 흘러가다 어느곳인지도 모르는 강기슭에 표류하게 된 것인데, 그리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서도 몸은 나은 것이 아니라 거의 기다시피 하면서 소위 천년수가 담겨있다는 그 물항아리까지 기어가듯이 했던 그런 일견이다. 헌데 신비의 천년수를 마신 탓인지 아니면 또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 일견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일견의 몸은 신비한 약초와 나뭇가지 같은 것으로 잔뜩 싸여있었다. - 지금은 나탈리아의 황당한 말에 여러번 펄쩍뒤며 두손 두발을 다 흔들 정도로 사지와 온몸을 자유자재로 쓰고 있었다. 그 충격적이고도 이상한 사실을 이제야나마 깨닫게 된 일견. 일단 천년수도 천년수지만 조금전까지 자신이 덮고 잤던 이상한 풀들을 잠시나마 살펴보고 다시금 나탈리아를 바라본다. 헌데 그러고보니 또 한가지 생기는 의문이 있다. 여하튼 자신은 그 천년수가 담겨있는 물항아리 근처에서 다시금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그런 자신을 누군가가 이 동굴안까지 데려오고 또 저런 수많은 풀과 나뭇가지 같은것들로 자신을 감싸주기까지 한 것 아닌가. 헌데 그럼 그것을 대체 누가 했단 말인가. 나탈리아란 여자 혼자 했다고 보기엔 풀이나 나뭇가지 등으로 혼절한 자신을 에워싸주거나 의료행위 같은 것을 혹시 해줄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건장한 청년인 일견을 20대 초반의 어리고 가냘픈 여성 – 본인 입으로는 어쨌든 천살이 넘었다고 했지만 – 이 여기까지 혼자 데리고 온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뭔가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는 상식적인 판단이 들 수밖에 없는데 일단 이 동굴안에 사람은 일견과 나탈리아 둘 밖에 없다. 밖에 다른 사람이 있거나 나탈리아가 도움을 청했을 가능성이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나탈리아 혼자서 일견을 천년수가 있는곳에서 이 동굴안 깊숙한곳까지 데려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일견은 그 경위를 좀 나탈리아에게 물어보려 하는데 그러자 나탈리아가 정중하게 일견에게 말한다.

 “ 저와 약조를 해주신다면 천년수도 다시 가져다드리고 제가 어떻게 님을 여기까지

  데리고 올수 있었는지도 말씀드리겠나이다. ”

 “ 약조라니오 ? 무슨 약조 ? ”

 “ 천년수의 주인으로서 맡겨진 사명을 다 해 주십시오. 그게 제가 님께 바라는 약조

  입니다. ”

 “ 아...아니 저... ”

 나탈리아는 어쨌든 죽었다 깨어나도 이 일견이란 자가 ‘천년수의 주인’이라는 듯 말하고 있었고, 일단 일견이 다시 목이 마르긴 했지만 그저 단순히 목이 말라 마시기 위함이라면 굳이 천년수가 아니더라도 강물이든 다른물이든 얼마든지 마시면 그만이다. 그래서인지 일견은 다시금 뭘 어찌해야할지 몰라 더더욱 난감해지는데 그런 일견을 바라보며 나탈리아는 거듭 간곡하게 말한다.

 “ 천년수의 주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해주십시오. 도탄에 빠진 노나라 백성들을 구해

  주시옵소서. 오만년 평화의 낙원을 열어주시오소서. 그게 예언속 천년수의 주인이

  받들어야할 사명이오이다. ”





 사실 일견은 단지 다시 목이 말라서 물이 마시고 싶어졌을 뿐인데, 덕분에 ‘천년수의 주인으로서의 약조와 사명’을 지켜주겠다고 하면 다시 천년수를 따라드리겠다는 나탈리아와 졸지에 밀당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말았다. 물을 마시길 바라는 일견과 ‘천년수의 주인’으로서 약조를 해달라는 나탈리아. 일견으로선 여전히 혼란스럽고 난감한 상황이 계속되기만 할 뿐이었는데 다만 그 사이 이 나탈리아란 여인(20대 초반이라 쳐도 일견보단 4-5세 연상)에게 반하기라도 한것인지 아니면 무슨 천년수의 주인이고 5만년을 이어갈 새 왕국을 건설할 자라느니 그런 말에 순간 어떤 두근거림과 설레이는 감정이라도 생겨져서였는지 일견은 망설이고 있었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말들이 허무맹랑하기도 하고 또 자신으로선 부담스러운 이야기란 생각도 들어서였는지 나탈리아가 잠시 보이지 않는 사이 도망치듯 동굴을 빠져나왔다. 나와보니 바로 앞에 아마 일견이 뗏목에 태워져 떠밀려온곳으로 추정되는 강이 보였고 급한대로 일견은 그 강물을 대충 마셔 목을 축였다. 그리고 강을 건너기는 무리라는 판단을 했는지 반대편에 보이는 수풀쪽으로 도망치듯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수풀을 헤쳐 빠져나오니 이번엔 너른 허허벌판같은 평야가 보였다. 그 평야를 한참을 걸어간 일견. 얼마를 걸어갔을까. 저만치 어떤 마을같은 것이 보였다. 대충 보니 구릉 비슷한 곳에서 약간 내려다보이는 그런 평야지대에 마을과 농사를 짓는듯한 논밭 같은 공간이 보였다. 일견은 일단 그쪽으로 내려가보았다.

 마을 근처에는 어떤 울타리 같은 것이 쳐져있는데 그냥 사람들이 사는 평범한 마을이라면 굳이 울타리까지 경계에 칠 필요까지 있나 싶어 좀 의아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마을이야 주변의 강이나 숲,산 이런것들과 자연스레 경계를 이루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 좀 망설이는 중이었는데 그때 다가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 거기 웬 X이냐 ? ”

 놀라서 보니 두 남자가 일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이를 가늠하긴 쉽지 않았는데 일단 일견과 비슷한 또래의 젊은 청년 같았다. 두 남자가 일견에게 말을 건넸다.

 “ 거기서 대체 뭘 엿보고 있는게냐 ? 염탐꾼이냐 ? 아니면 뭐라도 훔쳐가려는 수작

  이냐 ? ”

 “ 아...아닙니다. 그건 오해요. ”

 일견은 일단 손을 내저으며 해명을 했다. 다만 자신의 신분을 있는 그대로 밝히기는 여전히 난감하기가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하북 북부지대는 형가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는곳이니 만약 여전히 그쪽지방이라면 설사 채석장으로 팔려갔다 그런식으로 봉변을 당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몸이란 자신의 신분을 있는 그대로 밝혀도 큰 문제는 없을듯하다. 다만 그래도 아무래도 조심을 하는게 좋다는 판단에서인지 ‘채석장에서 도망친 노예’라는것까지만 밝히고 이름은 형가의 무예대회에 출전할때부터 썼던 일견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그런식으로 자초지종을 들은 두 남자는 일단 안심해도 좋을자라고 생각했는지 일단 자신들의 처소로 데려와서는 좀 쉬라며 간단한 다과를 대접했다.

 “ 채석장에서 도망쳐왔다면 그래도 꽤 먼곳까지 온 셈이외다. ”

 “ 강물에 떠밀려 강기슭까지 표류해서 그곳에서 겨우 정신을 처리긴 하였습니다. ”

 “ 강기슭에 표류했다구요 ? ”

 뭔가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라도 들어서일까. 두 남자는 고개를 좀 갸웃해보이기도 한다. 일단 두 남자중 하나는 이 마을 촌장의 아들로 이름을 동봉철이라고 했고, 또 한사람은 그 동봉철의 동료인 이세규라고 했다. 고돌,탁돌,용돌등 걸족과 유족이 세운 나라들이 모두 멸망하고 성위마저도 형가에 의해 뒤집혀지면서 하북은 이제 더 이상 중원의 정치세력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그렇다고 걸족이나 유족의 후속국가가 더 이상 세워지지도 못한 일종의 ‘무주공산’ 같은 지대가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촌락이나 지역별로 자기네들끼리 일종의 ‘자치공간’ 같은 것을 만들어 어찌보면 예전 부족국가나 씨족국가 같은 형태로 또는 군소규모의 마을끼리 모인 연합체나 연맹같은 형태로 그런식으로 ‘자치구역’을 만들어 자신들이 사는 마을을 이끌어오고 있었는데 이곳도 그런 마을중 하나라는 것이 동봉철과 이세규란 두 남자의 설명이었다. 이 마을의 경우엔 그나마 이런식으로 마을의 질서를 잡은지가 얼마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울타리는 종종 도적떼나 외적의 약탈이 있기도 하고 심지어 형가나 북부 광산지대의 광산주들도 하북의 빈공간에 여전히 욕심을 내고 있어서인지 가끔 염탐꾼을 보내기도 한다고 해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울타리라고 했다. 그리고 일견이 도망쳐왔다고 말한 채석장에서는 거리가 꽤 멀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지역적으로는 아직 하북 북부지역이라는 것이 두 사람의 설명이었다.

 “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만 대체로 하북 북부는 산악과 광산지대로 특히 지금은

  개인적으로 광산이나 채석장을 차지한 그런 개인 광산주들이 지배하고 있는 그런

  곳이죠. 어쨌든 이곳은 광산주들의 영향력은 미치지 못하고 그나마 농사를 지을만

  한 하북 북부에선 그래도 상대적으로 농사를 지을만한 터전이 되어 그래서 이곳에

  서 이런식으로 살고있는 사람이외다. 그러고보니 용돌이니 고돌이니 하는 그 골치

  아팠던 걸족이 세운 나라들이 패망한지도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군요. ”

 두 사람 다 어차피 일견 또래의 젊은 사람들이니 걸족이 세운 나라들 시절의 일은 기억하지 못할 사람들이다. 허나 부친이나 조부 혹은 그 윗대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들이라도 있는지 그 시절에 대한 비분강개의 감정이 어느정도 들어간듯한 말투, 그리고 지금 이런식으로 자기네들끼리 작은 마을을 자치하고 있는 것이 편안하고 좋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대충 이 마을과 그리고 동봉철과 이세규라는 자에 대해서도 알게된 일견도 어느정도 안심을 하는 모습이었고, 그러다 문득 좀 궁금한 것이 있어 두 사람에게 물었다.

 “ 혹시...천년수의 전설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 ”

 “ 예 ? 뭐라고요 ? ”

 동봉철과 이세규가 안심해도 되는 사람이란 믿음이 생기자 이제 새삼 이 마을에 오기직전 겪은 이상한 일에 대한 궁금함이 새삼 일어 그와같이 물었다. 무슨 천년수를 지켜왔다며 자신을 보고 노나라 백성들을 구해줄 구세주 어쩌구 한 이상한 여자. 애초엔 어차피 그런 이야기 입에 담아봤자 자신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 같아 말도 꺼낼 생각조차 안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것 자신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를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고 솔직하게 밝히는게 이 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신뢰도도 높이는 길이 될것이라고 판단 그렇게 강기슭에 표류된뒤 어떻게 목숨을 건졌는지에 대한 자초지종과 함께 동굴에서 겪은 천년수 어쩌구 하는 이상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헌데 동봉철과 이세규는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입에 담는 일견을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 그런 이야긴 이제껏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천년수는 뭐고 노나라 백성을 구할 구

  원자라니요. ”

 “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없다구요. ”

 “ 네. 그리고 원래 전설이나 예언 같은 것은 윗대로부터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자손

  들에게 전해지게 되는 그런 것 아니오이까. 헌데 우리도 어쨌든 이 마을 또는 그

  인근을 떠돌며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지금껏 그런 전설이 있다는 이야긴 들

  어본적이 없소이다. ”

 “ 그럼...천년수니 구원자니 그런 전설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오이까 ?

 ”

 일견은 다시금 혼란스러워져 확인차 그와같이 물었고 그러자 동봉철이란 남자가 더더욱 이해할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이어갔다. 두 사람 다 여전히 일견이 들려준 이야기에 대해선 이해할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 저부터도 저희 할머니께서 워낙 이야기 들려주고 지어주시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

  라서 어릴때부터 할머니로부터 많은 옛날이야기를 들었소이다. 심지어 저희 할머닌

  돌아가신지가 이제 겨우 5년 남짓 되니 그리 오래되지도 않구요. 허나 그런 저조차

  도 할머니든 다른 동네 어른이나 노인들에게서든 그 누구에게서도 천년수니 뭐니

  그런말은 들어본적이 없소이다. ”

 동굴에서 만났던 나탈리아란 여자는 심지어 무슨 ‘귀실 할머니’의 신탁을 받아 천년동안 천년수를 지켜왔다는 말까지 했는데 오히려 마을을 지키는 촌장의 아들이라는 사람과 그 친구는 그런 전설이나 예언을 들어본적이 없다니. 일견이 더더욱 혼란에 빠지는데 이번엔 이세규가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좀 더 말을 덧붙였다.

 “ 저도 뭐 가령...어릴때부터...무슨 나이어린 계모가 시집간 과년한 딸을 만나게 되

  는 이야기라던가 아주 순박하고 착하게 살던 청년이나 시골총각이 어느날 참한 아

  가씨와 인연이 맺어졌는데 알고보니 그 여자가 천년묵은 구미호였다던가 또는 어떤

  어린시절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어떤 가여운 아이가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 자라서

  어떤 용장이 되어 나라를 구한다던가 또는 한 나라를 세우는 임금이 된다던가 그

  런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어도 천년수니 노나라를 다시 일으킨다느니 그런 이야긴

  ...허허...참...금시초문이외다. ”

 “ 아니, 그럼 대체 제가 그 동굴에서 본 여자는 뭔가요 ? 제가 귀신이나 도깨비라도

  봤다는 이야긴가요 ? 아니면 제가 꿈을 꾼걸 현실로 착각이라도 하고 말하고 있다

  는건가요 ? 아니면 제가 정신이 이상한건가요 ? 저 이래봬도 멀쩡한 사람입니다.

 ”

 막상 일이 이렇게 되자 일견은 대체 이 마을로 오기전 자신이 동굴에서 직접 본 그 이상한 여자와 그녀가 했던 말의 실체와 정체가 대체 무엇인가 어떤 두려움마저 생기고 또 한편으론 어떤 억울한 심정까지 들어 열변조로 이와같이 항변하고 있었다. 동봉철과 이세규 입장에선 이런 알 수 없는 이야길 하는 일견이 좀 딱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고 그러다 동봉철이 그런 일견에게 무슨 새로운 희망이라도 주고 싶은것일까.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 뭐...옛부터 내려오는 전설이라면 제가 어릴 때 들은 다른 이상한 이야기도 하나

  있긴 합니다만...이건 제가 어릴 때 저희 증조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

 “ 증조할머니로부터 대체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는데요 ? ”

 “ 아주 옛날에 마을에서 어릴때부터 동네 아이들이나 서당 학동들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아주 불쌍한 아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아이가 자라서...한 우리

  나이쯤 되었을 때(* 대략 10대 중,후반) 어떤 이상한 여자를 하나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여자는 왕따소년보다는 한 열 살정도 많은 그런 여자였는데 왕따소년을

  납치하다시피 해서 같이 살자며 데리고 살았답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

  이상한 여자는 실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동네에서 불량배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

  한 그런 불쌍한 과거가 있는 여자로 다만 그후 한동안은 ‘전오공국(全五公國 : 전오

  공국은 노나라 이전 진대륙이 ‘열국시대’일 때 존재했던 수십개의 군소규모 부족국

  가중 하나다.)’에서 보안총장을 지낸바 있는 어떤 장수의 후처가 되어 살았다 하더

  이다. 전오공국의 보안총장이었다는 자는 후처로 삼은 젊은 여자를 무척이나 예뻐

  해서 죽기전에 그 여자에게 자신이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비결의 천서와 금은보화

  를 건네주었고 여자는 전오공국의 보안총장이 죽은뒤 다시 혼자 세상을 떠돌다 왕

  따소년을 납치해 같이 살게된 것이라 하더이다. ”

 “ ??? ”

 “ 왕따소년은 그 열 살연상의 이상한 여자와 함께 살며 총 10남매를 낳았다 하더

  이다. 그리고 그 10남매가 장성한뒤 사방 곳곳으로 흩어져서는 천하 곳곳에 500

  년 태평성대를 이어가는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고 하는데 이를 ‘십승지(十勝地)’라

  부른다 하더이다. 허나 그 십승지의 전설조차도 귀하가 그 이상한 여자에게서 들

  었다는 천년수의 전설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로군요. ”





 굳이 ‘천년수의 전설’과 동봉철이 증조할머니로부터 들었다는 ‘십승지(?)의 전설’의 공통점을 찾자면 천년수의 전설에선 천년수의 주인이 된 자가 5만년 태평성대를 이룰 나라를 세우게 된다고 했다면 ‘십승지의 전설’에선 왕따소년과 전오공국 무장의 후처라는 자 사이에서 나온 10남매가 사방 곡곡으로 흩어져 500년 태평성대를 이루는 열나라를 세웠다는 결국 ‘나중에 새 나라를 세우게 된다’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결말의 공통점만 있을뿐 그 외엔 스토리의 공통점을 찾아볼수 있는게 거의 없다. 여하튼 동봉철이나 이세규나 천년수의 전설에 대해 들어본바가 전혀 없는것만은 분명한 듯. 따라서 일견이 더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살짝 어떤 절망감과 아쉬움마저 깃들게 되는데 그때 이세규가 다시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 다만 한가지 짐작해볼수 있는 것은... ”

 “ ??? ”

 “ 무슨 5만년동안 이어갈 새로운 나라를 세울 구세주...그런식의 이야기라면 노나라

  말기 존재했던 사이비종교의 잔존세력일 가능성이 좀 있습니다. ”

 “ 그건 또 무슨말씀이신가요 ? ”

 “ 노나라가 망해가던 시절 곳곳에 수많은 사이비종교 세력들이 생겨났다고 들었습니

  다. 그리고 그런 사이비 종교 세력들이 내세운 교리가 대개 그와 같았어요. 노나라

  가 망하고나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해줄 새로운 구세주가 나오고 그 구세주가

  몇천년 혹은 몇만년을 이어갈 지상낙원,태평성대 같은 나라를 세운다. 또는 어떤

  신비의 약초나 비방(祕方)같은 것을 들고다니며 병을 치료해준다 그런식으로 떠들

  고 다녔었죠. 그러니 무슨 천년수의 주인이 이 다음에 5만년간 태평성대를 이룰

  새 나라를 세울 것이다 그런 스토리라면...전설이나 예언보다는 그런 노나라 말기

  존재했던 수많은 사이비종교 세력중의 어느 잔존세력일 가능성이 높아요. ”

 듣고보니 좀 납득이 가는 것 같기도 해 일견의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은데 허나 그러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어 일견이 다시 이세규에게 물었다.

 “ 허나...그럼 제가 그 동굴에서 만난 여자는...자기말로는 천년이 넘게 천년수를 지

  켜왔다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되는건가요 ? ”

 “ 하하...선생도 참...세상에 천년씩이나 살 수 있는 지성체가 어디 있답니까 ? “

 “ 그러니까 더더욱 이해가 안가서 묻는 것 아니오이까 ? “

 “ 그거야 그 이상한 처자가 진상을 알겠지 우리가 그걸 어찌 알겠습니까. 정말 그

  런 사이비종교 잔존세력과 관련이 있는 여자던가 아니면 그런곳에 너무 푹빠진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라다보니 그런 이상한 생각과 이상한 말을 하게된 것이던

  가. 그조차 그냥 우리가 한번 추론해보는것일뿐...여하튼 저희가 추정해볼수 있는

  게 그런식의 이야기라면 노나라 말기 존재했던 수많은 사이비종교 교리와 엇비슷

  한 부분이 있으니 그 잔존세력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한것뿐입니다. ”

 너무나 이상한 여자에게서 들은 이상한 소리. 그로인해 일견은 처음엔 당황하고 충격받았을 지언정 가슴 한켠에선 묘한 흥분감과 설레임까지 일었었는데 알고보니 오히려 그런 사이비종교의 잔존세력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일견은 다시금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내가 그럼 잠시나마 그런 사이비 교리를 주워들어 알고있는 이상한 여자의 헛소리에 마음이 흔들렸단 말인가.’ 그 생각을 하니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 그렇게 다시금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일견을 바라보며 이번엔 동봉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헌데...설사 그런식의 이야기를 곧이 듣고 무슨 새 나라를 세우겠다 이런식으로 일

  어선다 해도...만약 노나라를 계승한다는 그런식의 주장을 하면 그건 이미 틀린일이

  외다. ‘노나라를 계승하겠다’고 한다면 아마 거기 호응할 사람은 지금 그리 많지 않

  을겝니다. ”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가요 ? ”

 “ 노나라가 망하고 북방 유목민들이 내려와 나라를 세우면서 저마다 각기 다양한 방

  법으로 정책을 펴고 나라를 다스려갔지만 개중인 도족처럼 노나라 백성에게 포용책

  을 쓴 경우도 있고 계족이 차지한 서량이나 모족이 차지한 유주처럼 원래 노나라

  사람이 그리 많이 살지 않거나 오히려 노나라 시절에도 북방이나 다른지역에서 살

  만한 터전을 찾아 귀순해온 그런 유목민들이 더 많던 그런 시절도 있었어요. 굳이

  노나라 백성이 핍박을 받은곳이 있다면 이곳, 걸족과 유족이 있던 하북지역 정도일

  뿐, 물론 모족이 차지한 기주에서도 서탄은 폭정을 폈지만 반면 동탄은 선정을 폈

  고 심지어 부탄처럼 아예 노나라인이 그리 많이 살지 않던곳에 기반을 잡아 노나라

  인을 탄압하고 대우하고 그런걸 굳이 신경쓸 이유가 없던곳도 있었고. 서량도 대체

  로 예전에도 노나라인과 북방이나 서부의 유목민,이민족들이 노나라 사람들과 대력

  반반씩 어우러져 살던 곳인데다가 계족이 세운 나라들도 대체로 그리 막장은 아니

  었으니 그쪽의 노나라인도 자신들을 지배한 계족에 대해 악감정을 가진 사람은 그

  리 많지 않았을것이외다. ”

 “ ...... ”

 “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노나라가 망한지 이미 20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서 지금 순

  수하게 노나라 혈통을 이어받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은 많이 남아있지 않

  아요. 도,계,걸,유,모 다섯 개 유목민이 중원과 하북,서량등을 지배하게 된지 어느덧

  200년 세월이 흘렀지 않소이까. 아마 그 과정에서 대다수는 유목민과 뒤섞인 혼혈

  이 되었을것이외다. 그러니 지금와서 새삼 옛 ‘노나라를 계승한다’ 그것도 그걸 계

  승해서 무슨 5만년 태평성대 왕국을 새로 세운다...그런데 그렇게 감동하고 열광해

  서 호응해줄만한 사람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아요. ”

 동봉철에 이어 이세규도 다시금 설명을 덧붙여준다.

 “ 우선 저만해도 5대조부 이전까진 걸족으로 살던 사람이 노나라 여성과 혼인해서

  태어난 그런 집안의 자손이외다. 여기 동봉철군의 경우엔 아까 증조할머니로부터

  들은 전설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역시 뿌리나 혈통은 걸족과 더 맞닿아 있는 편

  이지 간간이 노나라 여인과 결혼을 한 그런 경우가 있는것이외다. 그러니 저희 역

  시 뿌리를 따지면 오히려 유목민 출신에 가까울뿐 노나라와는 거리가 멀지요. 여기

  하북뿐 아니라 서량이나 중원 대다수가 사정은 마찬가지일것이외다. 게다가 중원의

  백성들은 오히려 도족은 노나라인과의 적극적인 포용책을 썼기 때문에 막장이었던

  걸족과 유족의 하북과는 달리 그곳 노나라인들은 도족이 세운 연나라나 성위등에

  대한 감정이 좋은편이었어요. 지금와서 새삼 거기에 반기를 들려할 사람은 많지 않

  을것이외다. ”

 “ ...... ”

 “ 심지어 요즘은 성위를 무너뜨리고 나라를 세운 형가가 폭정을 일삼아 차라리 도족

  이 다시 나라를 세우길 바라는 여론이나 정서마저 있는 것으로 알아요. 차라리 도

  족이나 성위를 계승한다고 한다면 모를까 지금와서 ‘노나라를 계승하는’ 새로운 나

  라를 세운다고 한다면 거기에 호응할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것이외다. ”

 “ 하지만 하북에 걸족과 유족이 세운 나라들은 대개 막장이었다고 들었소이다. 그러

  니 하북민들은 중원이나 기주쪽과는 또 정서가 많이 다를 것 아니오 ? ”

 그러자 이세규가 다시금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나나 여기 동봉철 동지나 뿌리를 따지고보면 결국 걸족출신이란걸 이미 말했소이

  다. 물론 걸족과 유족이 세운 나라들이 워낙 막장으로 돌아가다 패망했으니...그 점

  이 부끄럽긴 하지만...그렇다해도 옛 노나라를 계승하는 새 나라를 세우자는 자가

  있다면 거기 적극적으로 호응해줄 사람은 아니외다. 차라리 걸족이 세운 고돌이니

  용돌이니 하는 막장국가보다는 새로운 걸족의 희망적인 나라를 세우겠다는 그런 주

  장을 한다면 모를까. 여하튼 노나라를 계승한다는 이야기는 지금 이시대에 전혀 맞

  지않는 소리가 맞아요. ”



- 11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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