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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러블리즈 베이비소울 (8)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평행우주 이야기 – 2. 열국 쟁패기





 부사인과 홍원석은 결국 영지가 개발한 신무기를 앞세워 유주로 내려가 나라를 세웠다. 부사인은 유주의 서부지방에 터전을 잡아 나라이름을 ‘서탄’이라 지었고 홍원석은 동부에 자리해 나라이름을 ‘동탄’이라 지었다. 모족의 추장출신인 홍원석과 부사인이 유주에 새 나라를 세웠다는 소식을 듣고 북방 초원지대 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다른 모족 일파들이 속속들이 합류 동탄과 서탄의 나라와 세력은 곧 두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서탄은 한때 금진과 모란의 터전인 맥섭,부루 지역까지 영토를 넓혔고 동탄은 바로 걸족이 세운 용돌왕국과 국경을 맞댔다. 서탄과 국경을 마주하게 된 금진과 모란은 서탄과의 화친을 청해 외교관계를 맺었으나 걸족의 용돌왕국은 동탄과의 화친을 거부 계속 동탄의 국경을 침범하였다. 한편 이후에 또다른 모족 일파들이 유주 이북지역과 맥섭,부루의 북동부 일부를 차지 이름을 ‘북탄’이라 지었다. 북탄의 면적은 동탄과 서탄의 면적을 합한것의 두배가 넘었으나 그쪽지대는 황무지가 많아 농사를 짓기에는 적절치 못한곳이 많았다. ‘북탄’이란 이름이 발음이 불편해 얼마안가 나라이름을 ‘부탄’으로 고쳤다.

 동탄을 세운 홍원석은 신무기를 개발 모족의 나라가 제대로 설수있게 만들어준 영지를 대장군에 임명했다. 용돌왕국이 서탄을 계속 침략해오는것과 달리 금진과 모란은 동탄의 신무기를 두려워해 화친을 청한뒤 한동안은 평화관계가 계속 유지되었다. 한편 동탄은 자신들의 유주지역에 사는 옛 노나라 백성들을 포용하는 정책을 펴 능력이 있으면 중용하고 또 자신들의 살던 땅에서 계속 농사를 지을수 있게 해주며 대신 세금을 바치도록 했으나 서탄은 노나라 백성들을 탄압하였다. 부사인은 특히 자신의 영토에 사는 노나라 젊은 여성들을 강제로 바치게 하여 밤이면 그네들을 온갖 엽기적인 방식으로 괴롭히곤 날이 밝으면 죽여버렸다.

 한편 부사인은 하루는 동탄에서 대장군을 하고있는 영지에게 은밀하게 사람을 보내 의논할일이 있으니 만나자고 했다. 영지는 홍원석이 별다른 의심을 하지않아 그대로 부사인을 만나러 갔다. 헌데 영지를 만난 자리에서 부사인은 뜻밖의 의사를 밝혔다.

 “ 그대가 연노와 지포같은 신무기를 개발한 공로로 동탄과 서탄이 세워지게 되었으

  나 당신은 이제 겨우 홍원석 밑에서 대장군 노릇이나 하는 신세요. 이게 어찌된 일

  이요. ”

 “ 나는 벼슬자리 같은데 별다른 욕심이 없소이다. 그저 내 작고 미천한 힘으로 모족

  이 새로운 터전을 잡고 더 이상 유랑생활을 하지않고 나라를 세워 살수 있게 되었

  다면 그것으로 족하오. ”

 “ 그러지말고 나한테 오시오. 우리 서탄으로 오시란 말이오. 그러면 그대를 홍원석

  밑에서 대장군으로 있을때보다 훨씬 대우하고 대접해 드리리다. ”

 “ 대체 뭘 어찌하시겠다는게요 ? ”

 “ 솔직히 지포와 연노만으로는 용돌의 계속되는 침략을 막기에 한계가 있소이다. 더

  좋은 신무기를 많이 개발해야하오. 그래서 그대가 필요하다는 소리요. 좀 과장해서

  말하면 그대가 하루 삼시세끼 밥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면 신무기 연구에만 모

  든 것을 몰두할수 있게 해드리리다. 물론 그에 합당한 댓가(급여)도 충분히 드리겠

  고...그러니 홍원석 밑에서 신하로 있는것보다는 차라리 나한테 오시오. ”

 “ 부사인 폐하의 뜻은 고맙지만 홍원석과의 의리도 있으니 쉽게 결정할수 없는 문제

  요. 무엇보다 부모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며 내 근본조차도 모르고 살던 나를 거

  두어준게 홍원석 아니오. 허니 그런 홍원석과의 의리를 쉽게 저버릴수는 없소. ”

 그러자 부사인이 깊은 탄식을 내쉬었다. 뭔가 매우 아쉬워하는 표정이더니 주위를 한번 살피는 듯 하다 조심스레 다시 영지에게 입을 열었다.

 “ 그러지말고...내 그대에게 홍원석 밑에서 신하로 있는것보다 훨씬 장래가 펼 수 있

  는 길을 내드리리다. 나에겐 홍원석이 그에게 줄수없는 것을 줄수 있소. ”

 “ 그건 또 무슨말이오. ”

 “ 바로 이 자리요. ”

 “ 예 ? ”

 부사인의 말이 황당하기도 하고 좀 놀랍기도 하여 영지는 어안이 벙벙하기만 했는데, 부사인은 다시금 탄식을 내뱉으며 말을 이어갔다.

 “ 나는 실은 후사를 볼수 없는 몸이오. 한마디로 성불구란 말이오. 무슨말인지 아시

  겠소 ? 따라서 비록 나라를 세우고 황제가 되었지만 다만 거기뿐이오. 그 다음은

  천상 덕있는 다른 자를 찾아 이 자리를 물려줄 방도밖에 없는데, 그러니 영지공에

  게 내가 죽은 다음에 이 자리를 물려주겠소. ”

 사실 부사인이 성불구라는 사실은 그를 따르는 몇몇 측근들사이엔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런 부사인이 오히려 젊고 어린 노나라 여인들을 매일 밤마다 끌어들여 온갖 엽기적인 행태를 자행한뒤 해치우는 것은 그래서 더더욱 이해할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 다만 그 엽기적인 행태는 너무 참혹하여 여기 다 옮기진 못한다. - 자세한 것은 각종 포르노 영상 참조 -.-;; - 어쨌든 그렇게 성관계는 갖지 않되 대신 온갖 변태적인 행동으로 어린 노나라 여자들을 희롱하고 추행해온 부사인. 사실 그래서 그로인한 부사인에 대한 원성도 점점 높아져갈때다. 물론 영지도 그런 이야기는 이미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는터라 그런 부사인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되는 것은 망설여지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거듭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데 그런 영지를 바라보며 부사인은 나름 절충안이자 차선책 같은 방안을 일러주었다.

“ 정히 고민이 된다면 차기를 물려 받는일은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일단 우리

  나라에서 신무기를 개발하는 일만 계속 도와주시오. 그건 할수 있는 것 아니오 ?

 홍원석에겐 내 별도의 사신을 보내 양해를 구하던가 할터이니 한동안만 그저 내 밑

 에서 신무기 만드는 일을 도와주시오. 군기도감(軍機都監)을 설치하고 공을 그 총수

 에 임명할테니 그 자리에서 한동안 신무기 만드는 일만 도와주시오. 그럼 그 뒤의

 일은 차후 다시 논의해보기로 할터이니. ”

 “ 뭐...모족의 나라를 계속 지키는 일이라면야 나도 얼마든지 도울 용의가 있소. 그

  럼 당분간 귀공의 나라에서 신무기 제작하는 일만 앞으로 도와드리리다. ”

 그렇게 합의를 보고 동탄의 홍원석에게도 양해를 구하는 사신을 보냈다. 막상 그와같은 소식을 뒤늦게 들은 홍원석은 영지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생기고 부사인에게도 떨떠름한 감정을 지우기 쉽지 않았으나 일단 부사인도 애초에 자신과 함께 유주를 차지하는 일을 계획했던 동지였으므로 너무 크게 의심하지 않으려 했다. 다만 서탄이 노나라의 백성들을 탄압하고 특히 매일밤마다 노나라 어린 여성들을 들여보내 온갖 방법으로 괴롭힌뒤 죽인다는 일은 홍원석의 귀에도 이미 소문으로 들려오는 일이라 그 부분에 대한 떨떠름한 감정을 지우지 못했다. 다만 부사인의 노나라 백성들 탄압 정책은 잘못된것이고 자신의 포용정책이 잘하는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에 궁극적으론 자신이 세운 동탄이 성공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영지는 한동안 부사인의 밑에서 신무기 개발작업에 계속 착수했고 몇 개의 신무기를 더 개발하였다. 덕분에 서탄은 용돌왕국의 공격을 여러번 격퇴할 수가 있었고, 애초에 서탄이든 동탄이든 고작 한때 떠돌이 생활을 하던 가장 허약한 유목민인 모족이 세운 나라라 하여 얕잡아 보았던 용돌왕국 입장에서도 동탄과 서탄 모두가 공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그렇게 부사인 밑에서 일을 계속 하고 있던 영지는 그러나 고민되는 일이 하나 없지는 않는지라 하루는 작심하고 야심한 시간에 부사인을 알현하러 갔다.

 “ 어서오시오 군기도감 총수. 이 야심한 시간에 어인일이오 ? ”

 ‘군기도감’이란 기관까지 만들어 영지에게 신무기 만드는 일의 전권을 일임한 ‘총수’자리까지 주었던 부사인이 아니던가. 따라서 야심한 시간의 예고없는 방문이라도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부사인. 허나 부사인을 마주대한 영지는 심각하게 입을 열었다.

 “ 헌데 앞으로의 일은 어찌하실 작정이오이까 폐하 ? ”

 “ 앞으로의 일이라니 ? 대체 뭘 말씀하시는게요 총수 ? ”

 “ 노나라 백성들에 대한 차별은 앞으로 계속 하실 작정이나고 물었소이다. ”

 순간 약간 거북한 기색을 보이는 부사인이긴 했지만 아직은 영지를 그저 믿을만한 측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허물없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 우리 모족도 그동안 유랑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이민족들의 핍박과 멸시를 받

  았소이까. 그렇게 당한 세월에 비한다면 지금 내가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오 ? ”

 “ 우리가 다른 이민족들에게 핍박을 받았다고 하여 우리가 점령한 지역의 백성들을

  그 앙갚음을 하고자 괴롭히신단 말씀이시오 ? 이것이야말로 다른곳에서 핍박들 받

  은 분풀이를 엉뚱한곳에 하는 그런 전형이 아니고 무엇이오 ? 우리가 당했다고 해

  서 나라를 잃은것이나 다름없는 이곳의 백성들을 우리가 더 괴롭힌다고 하면 이는

  결코 옳은일이 아닌줄로 아오이다. ”

 “ 허허...총수는 무슨말을 그리 하시오 ? 우리 모족의 백성들이...특히 모족의 젊고

  힘없은 여인들이 그동안 어떤 수모를 당했는지...심지어 그것도 모족의 추장이나

  족장의 여식이나 누이는 단지 우리가 잠시 빌려쓸 땅을 찾고자 그곳의 다른 늙

  은추장이나 족장에게 바치며 그렇게 겨우겨우 터전을 잡고 살아갔던게 지난 수백

  수천년 우리 모족이 살아온 삶이었소이다. 심지어 그대의 어머니 역시 – 지금은

  살아계실지 돌아가셨을지 그 흔적조차 찾을수 없게 된것이긴 하오만 – 그런 모족

  의 추장이나 족장이었던 자가 역시 그 부족의 잠시 터전잡을 땅을 빌릴 때 아마 하

  는 수없이 다른 부장의 늙은 족장이나 추장에게 팔아넘긴 딸이었을 가능성이 많은

  사례요. 그런 치욕등을 생각하면 우리가 그 당한세월을 어찌 그냥 둘수 있단말이

  오. 지금 내가 하는 것은 사사로운 원한갚음이 아니오. 지난 수백수천년 그렇게 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우리의 누이들...우리 모족 여인들의 어린 영혼들을 달래는

  의식이란말이오. ”

 “ 그래서 밤마다 아무 죄도없는 노나라의 어린 여성들을 끌어들여 그 몹쓸짓을 한단

  말이오 ? 억울하게 죽어간 모족 여인들의 원혼을 달랜다는 핑계로 ? ”
“ 아니, 근데 이 자가 보자보자하니까...감히 뉘 앞이라고 계속 반항을 하는것이냐 ?

  이 X이 좁쌀같은 재주가 좀 있다고 해서 그동안 대접해 주었더니만 이젠 아주 보

  이는게 없나보구나. 이 X !!! 내가 한때 네게 황제자리까지 물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고 해서 이렇게 보이는게 없이 날뛰어도 되는줄 알았더냐. 썩 물러가렸다.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란 말이다. 앞으로 신무기 개발에만 전념하고 그와 관련없는 정사

  에까지 관여하는 일이 있을때는 내 너를 용서치 않으리라 !!! ”

 격노하는 부사인의 모습에 실망하는 정도를 넘어 충격까지 받은 영지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 고민에 빠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성불구라서 후사는 없는 부사인.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한때 자신에게 차기 황제자리까지 제안했던 그런 부사인이 아니던가. 헌데 방금 부사인이 한 말로 봐선 이미 일전의 그런 제안은 무효가 된것이나 다름없다고 봐야할듯하다. 아니 그보다는 자신이 부사인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다 하더라도 영지에게도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하튼 유주땅에는 여전히 옛 노나라 백성들이 많이 살고 그런 노나라 백성들이 모족 황제인 부사인에게 원한을 갖고 있다면 자신이 그 뒤를 이어받아 황제가 된다 한들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부사인을 바라보는 시각과 크게 다를것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노나라 백성들이 자신을 제대로 믿고 따를지 그 조차 불분명한터. 어찌보면 이렇게 애매한 상황에서 그저 서탄의 신무기 만드는 총수일만 계속하면서 여생을 보낸다는 것. 영지 입장에서 고민이 안 될 일이 아니라 영지는 한동안 칭병을 하고 군기도감에도 나오지 않으면서 몰래 동탄으로 가보았다. 그리고 홍원석을 만나 이런 문제를 상의해보려 했다. 헌데 영지를 서탄으로 보내고 오랫동안 연락이 없다가 다시 보게된 홍원석은 다소 어이없다는 듯 영지를 보며 말했다.

 “ 어찌된 일이오 ? 서탄으로 가서 부사인한테 군기도감 총수자리까지 받으면서 그

  곳에서 용돌과 벌어진 전쟁마다 승승장구했다는 소식을 들었소만... ”

 “ 그렇기는 하오나 고민이 안 될수 없는일이 있어 찾아왔소이다. ”

 “ 허허...대체 무슨 고민이 그리도 많으시오 영지총수 ? “

 영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지가 서탄에서 받은 벼슬자리 이름까지 언급하며 묘하게 웃어보이는 홍원석. 영지는 결국 그에게 부사인의 문제와 그로인한 고민을 모두 털어놓았다. 홍원석이 이야기를 듣고 탄식했다.

 “ 부사인의 탄압정책이 그토록 극악무도한줄은 몰랐구료. 게다가 심지어 밤마다 그

  렇게 노나라 여인들을 끌어들여 괴롭힌다니...허허 참... ”

 “ ...... ”

 “ 세상일을 그렇게 내가 당한만큼 돌려줘야한다 그런 사고를 갖고 하면 안되는거요.

  그게 바로 피가 또다른 피를 부르고 복수가 또다른 복수를 낳으며 원수가 또다른

  원수를 만드는 악순환. 윤회의 인과응보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아니오. 그러니

  부사인이 지금 하고있는 죄업이 나중에 어떻게 갚아지게 될지 나도 그 생각만 하

  면 끔찍하기만 하다오. ”

 “ 그러니 이제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 ”

 “ 그렇다고 이렇게 날 은밀히 찾아와 대책을 의논하면 날더러 어쩌자구요. 뭐...날

  더러 부사인이 세운 서탄이라도 정벌해달라 그런 말씀이오이까. ”

 “ 그...그런 것은 아니고... ”

 순간 당황하는 영지. 따지고보면 영지 입장에선 홍원석이나 부사인이나 둘 다 은인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홍원석이 젊은시절 양부모를 먼저 떠나보내고 떠돌이 신세가 된 자신을 거두어준이라면 부사인은 자신을 더 중용시켜준 그런 사람이 아니던가. 사실 동탄에서도 영지는 홍원석에게서 ‘대장군’ 지위를 부여받긴 했지만 사실살 실권이 별로 없는 허수아비 같은 자리였고, 허나 부사인은 신무기 제작에 한에서는 영지에게 전권을 일임해준 것이다. 그걸 생각해보면 영지는 부사인을 배신하기도 홍원석을 저버리기도 힘든 참 애매한 위치에 있는것인데, 그런 영지의 고민을 대충 이해하는듯한 홍원석이 약간 다른 제안을 해보았다.

 “ 그보다는 한번 부탄과 서탄을 합병하는 방식을 연구해보는게 어떻겠소 ? ”

 “ 부탄을...서탄과 합병하라구요 ? ”

 부탄은 서탄과 동탄의 뒤를 이어 역시 유주로 내려온 모족 일파들이 세운나라. 영토는 유주 이북지역에서부터 맥섭,부루의 서북방 일부지역까지 제법 광활한 지역을 차지했으나 그중 상당수가 예전 이민족들이 떠돌던 초원과 황무지라 쓸만한 땅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부탄은 무엇보다 여러 부족들이 내려와서 함께 세운 나라다보니 나라를 세운지 한 10년이 되어가도록 지금까지 별다른 구심점은 없는 일종의 ‘집단지도체제’ 같은 형태로 나라를 운영해오고 있었다. 혹시 어느 한 일파가 실권을 잡으면 분란이 일어날까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으나 그대신 매사에 합의체로 일을 처리하다보니 다급한 국사를 빨리빨리 처리하고 진행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었다. 헌데 영지보고 그런 부탄을 부추겨 서탄을 합병하라니 실로 놀라운 제안이 아닐수가 없었다.

 “ 어쨌든 영지공의 신무기 기술은 동탄과 서탄은 물론이고 부탄에까지 알려져 다들

  감탄하고 있습니다. 한편 부탄지역은 동탄이나 서탄과는 달리 유주 북쪽지역을 차

  지하고 있기에 그쪽은 상대적으로 노나라 백성들이 그리 많이 살지 않던곳이라 노

  나라 백성들을 차별하든 대우하든...그런쪽은 별로 고민할 문제가 없는 나라이기도

  하지요. 오히려 맥섭,부루지역을 차지하고 사는 금진이나 모란족과는 혹 갈등이 있

  을수 있어도 노나라 백성들과는 별다른 갈등이 없는지역. 허니 한번 영지공이 부

  탄에서 뜻을 세워보는게 어떠하시겠소 ? ”

 “ 허나 부탄은 그 나라를 세운 모족의 여러 부족 부족장들이 일종의 ‘부족연맹체’

  같은 형식으로 나라를 운영하고 있소. 하지만 난 그 사람들과 아무런 인연도 없고

  부탄을 세우는데 딱히 공을 세운것도 없는데 무슨 명분으로 내가 부탄의 황제라도

  하겠다 나설수 있단말이오. 차라리 그럴바에야 서탄의 부사인을 도모하는게 훨씬

  수월할것이오. ”

 “ 그래서 뭐...영지공이 단독으로 부사인을 도모하기라도 하시겠다 그 말씀이시오이

  까 ? ”

 허나 나름 의리정신이 투철한 영지인지라 적어도 신세갚은 몸이기도 한 자신이 부사인을 직접 도모할 수는 없다. 그래서 부탄의 부족장들을 한번 부추겨 서탄을 병합하게 하고 그후 차츰 기회를 봐서 서탄을 병합한 부탄의 황제로 나서보라는 홍원석의 제안. 영지가 차츰 그 제안에 마음이 쏠리기 시작했다.

 


 홍원석의 권고가 있어 영지는 부탄으로 한번 찾아가 보았다. 원석의 말처럼 부탄은 아직까지 구심점이 되는 왕이나 황제는 없이 부족장들이 연합한 일종의 ‘부족연맹체’ 내지는 ‘집단지도체제’ 같은 것을 택해 10년째 나라를 이끌어오고 있었다. 애초에 부탄이 세워질때는 유주 이북지역은 물론 하북이나 중원 이북 혹은 금진과 모란의 거점 근처에 모여살던 모족의 부족들이 모족의 새나라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대략 10여개 부족이 먼저 동탄과 서탄이 세워진 그 북쪽에 거점을 세웠으나 나머지 세력들은 대체로 그 힘이 미미하여 그중 그나마 상대적으로 세력이 큰 편이었던 이우상,홍성연,조병천,천성호 네 개의 부족의 부족장들이 연맹체를 만들어 부탄의 중요사를 항시 논의하였다. 다만 이따금씩은 연맹체에 합류를 원하는 부족장도 가끔 부족장 회의에 끼워주곤 했으나 네명이 되었든 그 이상이 되었든 여러명이 합의해서 국정을 논하고 결정하는데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고 운영상의 불편함도 있어 차라리 구심점이 될만한 왕이나 황제의 필요성을 느끼곤 하는 중이었다. 헌데 그런 부탄의 부족장회의를 찾아온 영지. 영지가 신무기를 개발 그 무기들로 동탄과 서탄이 용돌왕국이나 금진,모란등에 맞서 저항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들도 익히 들었는지라 기껏 찾아온 영지를 무척이나 반가와하고 환대하였다. 다만 영지가 이들을 찾아온 용건을 말하자 부족장들은 뭔가 약간씩 난색을 표하기 시작했다.

 “ 그러니까 영지공의 말씀은 우리가 한번 서탄을 쳐달라 그 말씀을 하시러 오신게군

  요 ? 노나라 백성들을 학대하고 차별한다 하여 지금 그곳에서 많은 원성을 듣고있

  는 부사인을 치고 말이외다. ”

 “ 뭐 꼭 그렇게 해달라기 보다는...어쨌든 부사인이 뭔가 나라를 잘못 이끌고 있는

  것 같아 도움을 청하려 한다는 말씀이외다. ”

 “ 헌데 부사인도 영지공과는 따지고보면 한때 동지아니었소 ? 듣자하니 동탄과 서

  탄을 세울 때 홍원석,부사인이 함께 손을 잡았고 심지어 부사인은 최근에 신무기

  기술자인 그대를 무슨 군기도감 총수로까지 임명했다는데... ”

 “ 뭐 한마디로 신무기 개발과 관련한 전권을 제게 맡긴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을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허나 부사인의 노나라 백성들에 대한 차별과 학대가 점점

  그곳에서 노나라 백성들의 원성을 사고 있어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 것

  입니다. ”

 “ 어쨌거나 그대가 부사인을 배신하겠다는 소리 아니오 ? ”

 “ 불가피한 사정이 있음을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부사인이 비록 제겐 개인적으로

  은혜를 베풀어준 사람이긴 하나, 그런 부사인이 계속 불의를 행하니 더 두고볼수

  없어 다른 방도를 의논하려 하는것뿐입니다. ”

 “ 어떻게 보면 우리의 칼을 대신 빌려서 부사인을 쳐달라 결국 그 이야기 아니오

  ? 그대가 부사인을 치면 은혜를 저버린 자라고 세상이 손가락질할까 두려워서 대

  신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아니오. ”

 난색을 표하는 부탄의 부족장들에게 영지는 거듭 간절하게 자신의 뜻을 전하며 도움을 청했고 부탄의 부족장들은 일단 인근의 여각에 영지의 처소를 마련해주고 그곳에 영지를 머물게 해주었다. 그리고 자신들끼리 다시 회의를 열었다.

 “ 어차피 우리 부탄이 차지한곳은 쓸만한 땅...한마디로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그런

  땅이외다. 정히 영양가 있는 땅을 얻으려며는...지금 동탄이나 서탄이 점령한곳으로

  내려가던가...아니면 맥섭과 부루 깊숙한곳까지 들어가야할께요. 허나 그렇다면...남

  쪽의 우리와 같은 모족인 동탄이나 서탄과 전쟁을 치르거나 맥섭과 부루쪽으로 더

  전진하려 해도 그쪽을 거점으로 하고있는 금진이나 모란과의 전쟁은 불가피하오. ”

 어찌보면 다른 선택지가 그리 많지않은 그것이 지금 부탄이 가진 한계이자 모순이었다. 유주 이북지역과 맥섭,부루중 모란,금진의 세력이 뻗지 못한 북서부 지역까지를 차지하여 땅은 넓게 차지했으나 그러나 쓸만한 땅이 없는 것이 부탄의 한께. 남쪽이든 남서부 지역이든 아니면 지금 걸족이나 유족이 차지하고 있는 하북지역으로라도 쳐들어가야만 농사지을 좋은땅을 확보할 수가 있다. 지금 부탄지역에서 이런식으로 산다면 예전 유랑생활을 하던 유목민 시절과 별반 다를것이 없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영지의 제안은 자신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으나 부탄의 부족장들은 그네들대로 또 고민이 있었다.

 “ 하지만 우리가 서탄을 멸하고 그 지역을 차지하면 천상 용돌왕국이나 고돌왕국들

  과 또다시 맞닥뜨려야 할 것이오. 특히 걸족이나 유족은 과거 산악부족 시절부터

  우리를 무수히 괴롭히고 핍박해온 이래저래 우리와는 악연이 많은 부족들이오. 헌

  데 그들과 또다시 전쟁을 벌여야할지도 모르는 지역을 차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크오. ”

 “ 뿐만아니라 지금 어쨌든 부사인은 옛 노나라 백성들에 대한 탄압과 학대를 계속

  하고 있어 그로인한 노나라 백성들의 원성이 극에 달해있는 것 아니오. 헌데 그런

  노나라 백성들이 같은 모족인 우리가 다시 그 지역을 차지하는 것을 곱게 보겠소.

  어찌보면 우리 역시 부사인과 별반 다를것이 없는 자들이란 오해를 받아 우리 역

  시 노나라 백성들을 다스리기가 수월치 않을것이오. ”

 “ 내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소이다. 사실 노나라 백성들을 탄압하는 것은 서탄이나

  용돌왕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으니 노나라 백성들 입장에선 서탄의 탄압을 받든 용

  돌의 탄압을 받든 그게 그것인 똑같은 처지가 될거요. 어쨌든 우리 모족에 대한

  불만과 원한은 더 극심해질터. 공연히 그 땅을 차지했다간 진짜 나중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환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오. 다행히 유주 이북지역은 그래도

  노나라 백성들이 그리 많이 살지 않던곳이라 우리가 그들을 굳이 차별하고 대접하

  고 그런 것을 고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나, 서탄의 지역이든 용돌의 지역이든

  섣불리 차지하는 것은 훗날 우리에게 더 큰 우환거리, 복통거리를 만드는 결과밖

  에 낳지 않을 것 같소. ”

 어찌보면 부사인의 노나라 백성들에 대한 학대와 핍박이 다른 모족과 모족 국가들의 이미지마저 흐리게 만들고 있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어쨌든 부사인의 핍박을 받는 그곳의 노나라 백성들이 모족에게 갖게된 원한과 반감이 큰 이상 그런곳을 섣불리 정벌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크게 이롭지 못할 것 같다는 그게 부탄 부족장들의 대체적인 판단이었다. 부족장들은 자신들끼리 논의를 가져본뒤 다시 영지를 불러 대화를 시도해보았다.

 “ 영지공, 어차피 이렇게 된 것 한번 영지공의 진짜 속마음이나 좀 들어보도록 합시

  다. 굳이 숨길 것도 뭐 없지 않소 이렇게 된 이상. 우리보고 서탄을 대신 쳐달라고

  한 뒤에 대체 얻고자 하는 것이 뭐요 ? ”

 “ 나는 그저 오랜시간 유랑생활을 하며 다른 이민족들의 무수한 핍박을 받아왔다는

  모족이 그저 어디서든 안전하게 정착을 하고 새 나라를 세워 온전하게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것 뿐입니다. 그 외 다른뜻은 없소 ? ”

 “ 정말 다른뜻이 없는게요 ? 아닌말로...듣기로는 그 서탄의 부사인은 현재 후사가

  없다고 들었소. 날마다 그렇게 여자를 끌어들여 계집질을 하는 자가 변변한 아들,

  딸 하나 없는게 우리도 잠 괴이한 일이다 생각하는 중이었소. 공의 생각은 어떠

  하시오 ? ”

 바로 부사인이 자신이 성불구라 후사를 볼수 없다며 차기 황제자리까지 은밀하게 제안을 한바 있는 그런 영지가 아니던가. 허나 그것이야 일종의 비밀 대화이니 그런 것을 이 자리에서 다 공개할 수는 없고, 부탄의 부족장들이 자신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지 모르겠지만 영지는 심호흡을 한번 내쉬고는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이어나갔다.

 “ 거듭 말씀드리지만 전 모족의 항구적인 평온과 평화를 바랄뿐입니다. 헌데 그러기

  위해서는 부사인 같은 자는...노나라 백성이나 다른 이민족들에게 우리 모족의 이미

  지를 흐린다는 점에서도 하루빨리 제거해야할 자이외다. 부사인과 나의 그간 인연

  을 생각하면 고민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모족이 세운 나라들이 더 큰

  평안과 평온을 찾기 위해서는...노나라 백성이든 다른 이민족들이든 우리에게 원한

  을 갖는 자들이 더 많아지기전에 하루속히 제거해야하는 그런자이외다. ”

 “ 영지공이 그동안 참 많은 신무기를 개발해서 금진이나 모란 또는 용돌왕국 같

  은곳의 습격에서 동탄과 서탄을 지키게 해준 자라는 이야긴 우리도 익히 들었소.

  영지공이 그간 만든 신무기들은 앞으로도 지금까지 허약하기만 했던 우리 모족

  의 국가들을 강성하게 만들어 다른 이민족들 사이에서 능히 나라릴 지탱해갈수

  있게 만들어 줄것이오. 하지만 우린 미안하지만 공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소.

  용돌이나 고돌왕국 같은 걸족 혹은 유족국가들과는 달리 금진과 모란은 우리와

  그렇게까지 큰 원한은 없소. 오히려 요즘은 바로 영지공이 개발한 그런 신무기들

  을 두려워하여 우리와 화친을 바라는것도 모란과 금진이오. 따라서 우린 이렇게

  모란과 금진과 국경을 맞닿고 그들과 교역을 하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라를

  이끌어 갈수 있다 생각하오. 서탄을 멸망시키고 우리가 그곳을 차지하면 그곳의

  노나라 백성들이 우리를 또 어찌 생각할지도 예측하기 쉽지 않고 용돌왕국이나 고

  돌왕국과 다시 부딪히면 우리 부탄도 끝없는 전란에 휘말려야만 할거요. 우린 그런

  복잡한 시대를 살고싶지 않소. 홍원석이 세운 동탄과는 연대를 하면서 금진,모란과

  도 교역을 하고 화친을 하면서 이곳 애써 터전을 잡은 유주 북쪽땅애서 자손만대

  살고 싶은 생각뿐이오. 영지공이 기껏 우리를 찾아와준 그 심정은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어쨌든 결론적으로 우린 지금 서탄을 굳이 정벌해서 새로운 분란거리, 두통

  거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소. ”

 부탄의 부족장들은 서탄을 치자는 영지의 제안은 거절했으나, 그의 신무기 제조기술만은 버리기 아까워 자신들이 마련해준 처소에 한동안 더 머물며 신무기들을 계속 만들어주기를 바랬다. 그래서 한동안 부탄의 처소에 머무는 처지가 된 영지. 허나 영지는 깊은 탄식과 한숨 그리고 회한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인생 자체와 정체성에 대한 회의와 회한에 잠기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생각해보면 동탄의 홍원석이 ‘대장군’이란 벼슬자리만 주었을뿐 자신을 차츰 홀대하는 것 같아 서운해하던 가운데 서탄의 부사인의 제안이 있어 솔깃해서 그곳으로 갔었다. 허나 그곳에서 부사인의 통치방식에 실망 다시 동탄으로 돌아왔는데 그러다 동탄에서 다시 홍원석의 권유로 부탄을 설득 서탄을 한번 쳐보도록 한 것이다. 허나 그 제안은 거절당한 상태에서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 놓여버린 영지. 그러다보니 자신은 대체 무엇을 하는 자며 대체 왜 여기에 와 있는지 그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들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어린시절 강가에 사는 양부모에 발견되어 어릴때는 그 나이많은 부모가 자신의 친부모인줄만 알고 자랐는데, 나중에 노부모는 세상을 떠나며 영지가 발견되었을 때 상황을 알려주며 친부모가 따로 있음을 말했다. 그 뒤 정처없이 떠돌다가 한 동굴에 머물렀는데 그게 하필 모족의 한 족장인 홍원석 일파의 거처에서 머지 않은곳이라 그들에게 발견되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은 그때까지 친부모가 남긴 정표일것이라 여기고 소중히 간직해온 소위 ‘족면’이란것의 실체를 알게되고 그래서 자신도 어쨌든 모족의 피가 반은 흐르는 자손임을 알게된 것 아닌가. 허나 따지고보면 여전히 자신의 친아버지가 어떤이였는지는 알수도 없는 상황에서 오직 ‘족면’을 지니고 있었다는것만으로 어머니가 모족일 가능성만 큰 것으로 알고있는 상황인 영지. 그 영지가 지금껏 모족과 함께 해오며 그들의 나라를 세우는 것을 돕고 심지어 신무기를 개발해 지금껏 군사력이 형편없었던 모족의 군대가 강성해지길 도운 것이다. 헌데 그러면서 살아온 자신의 지난 인생이 대체 왜 무엇 때문에 누굴 위해서 살아왔는지 그 근본적인 회의가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회의감에 하루는 깊은밤 혼자 영지가 술잔을 기울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사실 신무기 개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후로는 무기제조,개발 이외의 다른 것은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살아온 것이 영지의 지난 10년 세월이었다. 헌데 지금은 밤늦은 시간에 그런일도 하지 않으면서 술잔을 기울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처소로 들어오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루카스란 여자로 실은 영지가 서탄에 있을 때 부사인이 그에게 군기도감 총수를 맡기면서 그의 간단한 허드렛일이나 시중정도를 하는 여비서 비슷하게 들여보내준 역시 모족의 여성이었다. 헌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루카스는 영지가 서탄을 떠날 때 그를 따라 나섰으며 그리고 어느덧 이곳 부탄까지 와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영지 입장에선 루카스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그런 존재일수도 있을터인데, 헌데 오늘따라 진지하게 영지를 바라보는 루카스는 그의 앞에 정중하게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뭔가를 내보였다.

 “ 이것이 무엇인가 ? ”

 모족과 생활한지 어느덧 10년이 넘었건만 아직 잘 모르는 듯 의아해하는 영지에게 루카스가 설명을 해주었다.

 “ 이것은 후철(厚鐵)이라 하옵니다. 굳이 뜻을 설명하자면 ‘두꺼운 철’이란 것이지요 

  . 이것은 모족의 남자들이 발에 신는것입니다. 추운 겨울을 나거나 먼거리를 갈 때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는것입니다. ”

 “ 모족이 여인들은 족면을 신는다 하지 않던가 ? ”

 “ 바로 그렇습니다. 모족의 여인들이 신는 것을 ‘족면’이라 부르며 남자들이 신는 것

  을 ‘후철’ 둘 다 먼 거리를 유랑하거나 추운 겨울을 나야하는 모족의 특성상 발을

  보호할수 있도록 두터운 짐승의 깃털과 가죽을 이어 만든것이옵니다. 헌데 남성이

  신는 것은 아무래도 여성보다 더 힘들고 거친일이 많으니 더 두텁고 강하게 만드옵

  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

 “ ??? ”

 “ 모족의 여인들은 오래전부터 자신이 마음에 품거나 연모하는 남자가 있으면 손수

  그 남자를 위한 ‘후철’을 짓사옵니다. 그리고 그 후철을 연모하는 남자에게 바쳐 그

  후철을 남자가 받아주면 비로소 두 남녀의 정분이 이어지옵니다. ”

 허나 좀 이해할수 없는게 있는 듯 영지가 물었다.

 “ 모족의 여인들은 원래 모족의 터전을 일시적으로 빌릴 때 다른 이민족 추장이나

  족장에게 딸이나 누이를 바친다고 하지 않았소 ? ”

 “ 족장이나 추장의 딸이나 누이일 경우에 바치는것이지요. 불행히도 모족은 오랜세

  월 그와같이 족장이나 추장은 바로 그런 리더가 된 죄로 자신의 딸이나 누이를 다

  른 이민족의 족장이나 추장에게 바쳐 자신들의 종족의 터전을 보장받을수 있었으

  나 족장이나 추장의 가족이 아닌 다른 평범한 모족여인들은 여느 부족이나 민족,백

  성과 다를바 없이 때가되면 비슷한 연배의 남자를 만나 정분을 맺곤 하였사옵니다.

  그리고 그때 모족의 여인들은 자신이 마음에 품은 남자에게 이와같이 자신의 뜻을

  전해오곤 하였습니다. ”

 어찌보면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모족의 종족보존을 위해 보통 족장이나 추장의 딸이나 누이를 바쳐 자신들의 잠시 머무를 땅을 확보해온 댓가로 모족의 평범한 보통 여성들은 평범한 남자를 만나 혼인을 이루며 종족보존을 할수 있었다니. 어쨌든 모족 여인들의 사는 모습과 종족을 보존해온 방식을 자초지종을 거의다 알게된 셈이기도 한 영지. 허나 영지는 막상 루카스의 그런 설명을 다 듣고나자 매우 짜증스럽고 난감한 표정으로 손을 내젓는다.

 “ 그만 거두어가거라. ”

 “ 나으리 !!! ”

 순간 루카스가 당황해서 어쩔줄을 모르는데, 그런 루카스를 바라보며 영지는 회한에 찬 표정으로 자기 생각을 솔직히 이야기한다. 괴로운 마음이 새삼 다시 용솟음쳐 술까지 한잔 더 기울이면서.

 “ 그 ‘후철’이란 것을 바치는데 그런 소중한 의미가 담겨있다면 어찌 그것을 나한테

  바쳐야겠느냐. 미안하지만 난 혼인을 할 생각도 없고, 더욱이 모족의 여인과는 더

  더욱 결혼할 생각이 없다. 어디 세상에 남자가 나 하나이겠으며 어찌 모족에만 남

  자가 있겠느냐 ? 이것은 훗날 더 좋은 인연을 만나면 그때 더 소중하고 정중하게

  그 사람에게 바치도록 하고 나는 생각이 없으니 거둬가도록 하거라. ”

 좀 과장에서 비유하자면 처녀의 순결을 바치는 것 그 이상으로 모족의 여인들에겐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모족 여인들만의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이고 풍습일수도 있다. 헌데 그런 자신의 마음을 영지가 단호하게 거절해버리니 루카스는 당혹스러움에 어쩔줄 모르고 허나 영지는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듯 자신의 뜻을 거듭 단호하게 말한다.

 “ 솔직히 내 그동안...무엇을 위해 이생을 살아왔나 그 회의감과 의문을 깊이 품던

  참이었다. 어린시절 버려져서 나이많은 양부모 손에 길러진 나. 시간이 지나 예기

  치않게 모족과 인연이 맺어지고 또 내 어머니가 모족임도 알게 되었으나, 오히려

  그래서 난 더더욱 모족의 여인과는 혼인을 할 생각이 없다. 아니, 혼인 자체가 난

  생각이 없어. 솔직히 귀찮고 거추장스럽구나. 뿐만 아니라 그러고보니 난 지금까지

  오직 모족만을 위해 가공할만한 신무기를 계속 만들며 살아왔어. 모족만을 위한 무

  수한 살인기계를 생산해왔던게 이 영지라는 X이 지금껏 한 짓이지. 그러다보니 이

  제 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자체에 깊은 회의를 느끼는구나. ”

 “ 나으리...어찌 그런 말씀을... ”

 “ 어쨌든 난 모족과의 인연을 정리하고 싶은게 내 지금 솔직한 생각이다. 가능하다

  면 이제 모족의 터전에서 멀리 떠나 나 혼자 조용히 살고 싶은게 내 생각이다. 헌

  데 그런 내가 모족의 여인과 혼인까지 한다구 ? 더더욱 당치않은 소리지. 이제 내

  마음을 알겠느냐 ? ”

 “ 나으리...어찌... ”

 루카스 입장에선 처녀의 순결을 바치는것보다도 더 소중하고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영지로 인해 야속함 정도가 아니라 어떤 절망감에 휩싸이는 그런 순간이기도 하다. 허나 영지의 태도는 거듭 단호했다.

 “ 솔직히 말하면...만약 내가 그리고 여인과의 정분이 맺어진다면 난 솔직히 노나라

  여인과 혼인을 하고 싶구나. ”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가요 나으리 ? ”

 “ 내 반쪽은 모족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았으나 나머지 반쪽은 모족이 아닌 다른 유

  목민의 피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냐. 그것이 모란이 되었든 금진이 되었든 – 솔직히

  내 아버지가 어떤자였을지는 그 조차도 더 알고싶은 생각도 없다만 – 그러니 내가

  모족의 여인이 아닌 다른 부족이나 민족의 여인과 혼인한다면 그 자손은 더더욱 모

  족과 상관없는 후손이 될거다. 무슨말인지 알겠냐 ? 모족과의 인연을 완전히 단절

  하기 위해서라도 모족여인이 아닌 다른 여인과 혼인을 할 생각으로 있단말이다. ”

 “ 나으리... ”

 “ 게다가 부사인이 그렇게 노나라 여인들을 모질게 핍박하고 괴롭히는 것을 보니까

  노나라 여인들에 대한 동정심마저 생기더구나. 그래서 더더욱 혼인을 하려거든 차

  라리 모족의 황제에게 핍박당해온 노나라 여인의 생령을 하나 구해주고 말지 모족

  과 결혼할 생각은 없어지고 말았다. 그러니 나한테 이런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그

  만 이런 것은 거둬가도록 하여라. ”

 루카스는 수치심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은 지구행성 고대나 중세사회 어느어느 시절 순결을 잃은 어린 소녀의 그것보다도 더 처절하고 가련해보인다 할 지경이었다. 루카스는 피눈물을 흘리며 영지의 처소를 뛰쳐나갔고 사실 모족이 비록 군사력은 약한 부족이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여인들의 생활력은 제법 강해보였고 심지어 괄괄한 선머슴처럼 느껴지던게 지금까지 영지가 지켜본 모족의 여인들이었는데, 모족의 여인들에게 저런면도 있었나 영지 입장에서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허나 이미 술이 알딸딸하게 취한 영지는 더더욱 차갑고 야멸차게 루카스의 마음을 거절하면 거절했지 받아줄 마음은 추호도 없어보였다.



- 9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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