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 이야기 – 2. 열국 쟁패기
모족은 진대륙 북방의 5대 유목민(도족,계족,걸족,유족,모족)중에서도 가장 허약한 부족이었다. 유목민은 떠돌아다니는 특성상 대개 다른 부족이나 민족과의 충돌이 잦았으므로 강력한 군사력이나 기동력을 갖춘 기병을 지니기 마련이었는데 모족은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다만 말과 양떼를 몰고 다니며 목축과 방목을 하면서 아리수 동북 지역에서부터 심지어 서량의 서북과 서남지역까지 광활하고 먼 거리를 여기저기 떠돌며 다녔다. 그러면서 늘상 해당 지역에서 세력을 이루고 있는 다른 부족국가나 유목민의 침탈이나 탄압,핍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북지역 북방에 터전을 잡으려 할때는 유족이나 걸족의 습격을 받았고 중원 이북지역에서도 그 일대의 강자인 도족의 눈치를 봐야만 했다. 서량 이북지역에선 계족의 침탈과 핍박을 받았고 그보다 더 북서나 남서지역으로 이동하려 해도 그곳에서도 역시 그 일대(서량 서북 또는 서남지역 티벳,신장,위그르...)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는 타밀라족이나 니그로족, 페리민족의 핍박과 탄압,눈치를 봐야만 했다. 아리수 반도 인근지역이라고해서 만만한곳은 아니라 역시 그 북부와 동부 맥섭,부루지역등을 차지하고 있는 모란족,금진족등의 침탈을 받거나 눈치를 보아야만 했다.
군사력이 없는 모족은 보통 떠돌아다니며 새로운 터전을 잡으려 할때는 그 지역의 유목민이나 부족국가들에 자신들의 어린 딸이나 여동생을 바치며 그 댓가로 약간의 할지를 배정받아 그곳에서 그나마 한동안 눌러살수가 있었다. 다만 이런식으로 딸이나 여동생을 바치며 겨우겨우 자신들의 터전과 명맥을 이어가는 모족의 모습을 다른 부족국가나 유목민들은 물론 심지어 진대륙 사람들도 때로는 불결하고 천박하고 구질구질하다며 손가락질했고 그나마 좀 생각이 있는이들 조차도 불쌍하고 딱한 처지라 탄식하고 동정할 뿐이었다.
모족의 한 일파가 모란족이 터전을 잡고있는 인근에서 잠시 기거생활을 하려할 때 일이다. 마찬가지로 이 부족도 모란족의 추장에게 어린딸을 바친뒤 그 인근지역에서 겨울이라도 날때까지 살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이때 모족 족장의 어린딸은 15세였고 모란족 추장은 70이 넘은 노인이었는데 이미 장성한 아들이 열명이나 되었다. 모족 족장의 어린딸을 거두었을 때 이미 병약한 노인이라 병석에 누워 세월을 보냈다. 한 3-4년 정도가 지난뒤 추장이 세상을 떠났는데, 추장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추장의 열명도 넘는 아들들이 모족 족장의 어린딸을 겁탈하였다. 딸은 울며 모란족의 거처를 떠났으며 허나 머지않아 자신이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되었다. 극도의 절망감과 공포와 두려움에 빠진 모족 족장의 어린딸은 일단 아이를 낳기는 했다. 허나 아이를 강보에 쌓아서 작은 바구니에 담아 강물에 띄워보냈다. 차마 없애지는 못하고 그렇게 누구에게라도 맡겨져 길러지기를 바란 것이다. 아기를 강물에 띄워보내고 바로 자결을 하려 하였으나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기를 띄워보내려한 강가로 다시 가서 바구니를 건져 거기에 자신의 족면(足綿) 하나를 넣었다. 족면은 모족의 여인들이 일종의 양말이나 버선 비슷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그러나 추운지역을 버티고 오랜 유랑생활을 견딜수 있도록 두텁고 튼튼한 털실로 짜서 만든 것이다. 그 족면 하나를 아기 바구니에 함께 넣고는 다시 아이를 강에 띄워 보낸뒤 여인은 자결하였다.
바구니는 강물위를 둥둥 떠다니다 어떤 노인 부부가 사는 집 근처 강가에 닿게 되었다. 노부부는 때론 뒷야산에서 나무를 하고 자기네들끼리 일군 작은 텃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부부였는데 이미 고령이었으나 아이가 없었다. 헌데 하루는 강변에 나가보았다가 웬 아기바구니 하나가 강가에 닿아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그리고 고민 끝에 아이를 자신들이 거두어 키우기로 했다.
아이는 대체로 무난하게 열다섯살이 될 때까지 성장하였으나 이때 이미 노부부는 고령인지라 차례대로 세상을 떠났다. 노부부는 세상을 떠나기전 아이에게 자신들은 친부모가 아니며 아이를 강가에서 발견했을때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아이는 크게 놀랐으나 노부부는 증거라면서 강가에서 처음 발견했던 아기바구니와 특히 그 바구니에 함께 담겨있던 ‘족면’을 보여주었다. 노부부는 족면에 대해 아는바가 없었으므로 그저 ‘아마 네 친부모님이 너를 내버리면서 정표삼아 함께 담은 모양이다’라고 말해주었을 뿐이다. 한편 노부부가 아이에게 지어준 이름은 ‘영지’였다.
노부부는 얼마안가 차례대로 세상을 떠났고 영지는 자신을 키워준 노 양부모님을 땅에 묻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결코 만만찮은 나이에도 자신을 지금껏 정성껏 키워준 노부모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그네들마저 잃은데서 우러나는 상실감과 허망함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버려진 것을 알게된뒤 친부모의 존재에 대해 생긴 분노와 원망 그리고 자신을 왜 버렸는지를 알 수 없는 그 부분에 대한 궁금함. 그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터져나오는 눈물이고 울음소리였다.
노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가야하는 영지는 하루는 혼자 정처없이 길을 떠났다. 혼자 살게 된 몸이므로 어쩔수없이 뭐라도 하면서 자신의 살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처음엔 사냥이나 활쏘는 법이라도 배워 그것으로 짐승이라도 잡아먹으며 살까 헀으니 생각보다 영지의 사냥이나 활솜씨는 신통치 못했다. 다만 한동안 그렇게 정처없이 떠돌기를 1-2년여 그러다 한 동굴에 기거하게 되었다. 동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에 한 촌락이나 부락 같은곳이 보이긴 했으나 영지는 일단 그곳엔 관심이 없었다. 아니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거나 무서웠는지 혹은 인간을 불신하는것인지 일단 한동안은 촌락이나 부락엔 다가가지 않으며 동굴에 숨어살았다.
“ 이봐요. 거기 당신 뭐요 ? ”
헌데 혼자 그렇게 촌락에서 멀리 떨어진곳의 동굴에 숨어사는 영지에게 하루는 누가 찾아왔다. 낯선이의 방문에 놀란 영지는 경계하듯 들고있는 화살을 겨누었으나 낯선이가 진정시키며 영지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 내 이름은 홍원석이라 하고 저 산아래 부락마을의 주민들을 이끄는 촌장이오. 헌
데 대체 당신은 누구요 ? ”
홍원석이라 자신을 소개한 이의 설명에 의하면 영지가 이 동굴에 숨어사는 것이 몇 번 이 인근을 찾아온 자신의 부락민들의 눈에 뜨였다는 것이다. 부락민은 역시 유목민으로 초원을 따라 이동하는 이들이었는데 지금은 한동안 풀과 곡식이 풍족하게 나는 이곳에서 터전을 잡아 살기로 했다는 것이다. 헌데 그 인근 동굴에 뭔가 수상하기도 하고 무섭게 느껴지는 사람이 하나 살고 있다는 말을 부락민들이 계속 전해와 촌장인 자신도 이상하기도 하고 경계심도 생겨 찾아왔다는 것이다. 영지는 일단 자신의 처지를 간략하게 말했고 영지가 그렇게까지 경계하거나 무서워할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한 원석은 부락으로 그를 데려와 일단 자신의 거처로 들어오게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그러니까 어린시절 강가에 사는 노부모에게 발견되어 길러졌고 노부모가 세상을
떠난뒤에 혼자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는건가요 ? ”
“ 그렇소이다. ”
그렇게 대답하고는 영지는 자신이 지금껏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족면’을 보여주었다. 사실 노부부는 물론 영지또한 족면에 대해 아는바가 없었으므로 영지 입장에선 그저 자신을 낳아준이가 남긴 정표로 생각하고 소중하게 간직만 할뿐, 그 실체의 단서를 찾을길 없어 답답해하던 중이긴 했다. 헌데 홍원석이 영지가 내어보여준 그것을 단숨에 알아보았다. 다만 원석의 태도는 의외로 담담했다.
“ 이건 족면이 맞소. ”
“ 족면이라니, 그게 뭐죠 ? ”
“ 모족은 워낙 오랜시간 추운지방을 떠돌며 지냈기 때문에 특히 여인들이 추위를 견
딜만한 뭔가가 필요했소. 그래서 자기네들끼리 개발한 족면이오. 보통 들짐승의 털
실과 가죽등을 엮어 만드는데 부피가 두껍고 질감이 질겨서 겨울에도 추위를 잘 타
지 않고 먼 길을 가도 별로 헤지지가 않는다오. 그러니 이런 족면을 신고 다녔다면
모족의 여인인것만은 분명한게요. ”
허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홍원석은 장탄식을 내뱉는다.
“ 모족의 여인이 내버린 아기라면 그쪽은 생각보다 운이 참 좋은겁니다. ”
영지가 그 뜻을 알 수 없어 의아해하자 원석이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 모족은 아주 오래전부터 아리수 북쪽에서부터 서량의 서북과 서남 지역까지 아주
먼 거리를 유랑하며 떠돌이 생활을 해왔소. 그러면서 정착하여 살려는곳마다 그곳
에 사는 이민족들의 침탈이나 공격,핍박을 받아야만했소. 모족은 그럴때마다 어린
딸이나 누이를 그곳을 다스리는 족장이나 추장에게 바치며 짧게는 몇 달 길게는 한
1년정도 까지도 그곳에서 잠시 터전을 잡고 살 수 있는 허락을 받을수 있는 그런식
으로 부족을 연명해 왔소이다. 헌데 그런식으로 팔려간 모족의 여인들은 대개 늙은
족장이나 추장의 첩이나 후처가 될 수밖에 없었고, 늙은 족장이나 추장은 오래 살
지 못하고 거기엔 대개 장성한 아들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소. 장성한 아들들은 족
장이나 추장의 후처나 첩이된 어린 모족여인과 사이가 좋을 수밖에 없고 보통은 늙
은 족장이나 추장이 세상을 떠나면 장성한 아들들에게 겁탈을 당한뒤 맨몸으로...빈
손으로 쫒겨날 수밖에 없었소이다. 쫒겨난 모족의 여인은 대개 – 무엇보다 그때쯤
이면 그런식으로 여자를 바친 모족의 부족은 다른곳으로 터전을 옮긴뒤이니 그곳으
로 돌아갈수도 없고 혼자 정처없이 떠돌다가 자결을 하거나 병들어 세상을 떠나
게 된다오. 헌데 개중에 더러는 나중에 임신을 하게되는 경우가 있소. ”
“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구요 ? ”
“ 늙은 족장이나 추장의 아이일 가능성보다는 그런식으로 겁탈을 당한 족장이나 추
장의 일족 혹은 측근들의 아이일 가능성이 높죠. 허니 그런식으로 생간 아이를 이
뻐하며 키우고싶어할 여인이 누가 있겠소. 그러니 대개 아이를 지우거나 혹 지울
방도가 없어 낳게되더라도 대개는 그대로 내다버리게 된다오. ”
“ 저런 !!! ”
“ 보통은 들판이나 초원에 내다버리게 되고 또 가끔은 그쪽의 경우처럼 그나마 바구
니 같은데 강보에 곱게 쌓아 담아 누구에게라도 맡겨지라고 강에 띄워보내는 경우
도 있다오. 허나 들판이나 초원에 버려진 경우엔 – 왜 죽게 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소이다. 너무 끔찍하니 – 대개 얼마안가 죽게되고 그나마 오히려 강물에 띄워
보낸 아이들중에 가끔씩 그렇게 다른이들에게 발견되어 길러지는 경우가 있다고 들
었소이다. 내가 아는건 거기까지요. ”
원석은 영지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다는 족면을 다시금 살펴보며 탄식을 거듭 내뱉는다.
“ 이 족면이 그대를 낳은 여인이 쓰던 것이 맞다면...미안하지만 그쪽도 그런식으로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다오. 그리고 이미 말했지만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에 해당이
되고... ”
막상 그런식의 출생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된 영지는 좌절하여 절규했다. 자신이 주워다 길러진 자식임을 알았을때만 해도 그저 어떤 피치못할 사정에 의해 자신의 친부모가 자신을 버렸으려니 짐작했는데 그런것도 아니고 그런 모족의 여인에 의해 태어난 것이라니. 생각만해도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일이라서일까. 얼마동안 미친 듯이 절규하며 울며불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원석이 그런 영지를 겨우겨우 달래며 말했다.
“ 어쨌든 그쪽이 모족의 피가 반은 흐르는 모족의 자손인 것은 분명하구료. ”
“ 그래서 뭐요...날 낳아준 어미가 모족이라서 이제 뭘 어쩌라는건가요 ? ”
“ 뭘 어쩌라는게 아니라...한번 차라리 우리와 함께 뜻을 도모해보는건 어떻겠소 ?
실은 나는 모족 추장의 자손으로 한동안 그 문제를 궁리해오던 자요. ”
“ 뭐요 ? 대체 뭘 도모한다는게요 ? ”
영지는 듣고 싶지도 않다는 듯 원석을 외면하려 들었스나 원석은 그런 영지를 달래며 특히 모족이 오래전부터 빚어온 전통주 하나를 내와 특별히 따라주며 말했다.
“ 나는 모족의 한 일파를 이끌어오던 추장의 아들. 따라서 추장의 자손으로서 하고
픈 일이 있소. 거듭 말하지만 모족은 너무나 오럤동안 유랑생활, 떠돌이 생활을 해
왔소. 그런 생활을 내 아버님이나 조부님이 추장일때부터 지켜본 나는 더 이상 이
런식으로 생활할수만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소. ”
“ 결론이라니오 ? ”
“ 종족을 오래 보존하려거든 결국 여기저기 떠도는 유랑생활,유목생활이 아닌 어느
한곳에 오래 머물며 정착생활을 해야한다는 점이지요. 중원의 진대륙을 400년 넘게
지배해온 노나라의 경우처럼 말이오. 우리 모족도 결국 농경인으로 전환을 하여 한
곳에 오래 머물며 정착생활을 해야만 그 종족을 오래 보존해갈수가 있소. ”
사실상 세상을 등지고 외딴곳에 사는것이나 다름없는 노부부에 의해 길러진 영지였기에 그는 노나라고 중원이고 그런 사정을 아는바가 거의 없었다. 허나 원석은 그런 중원의 정세를 오랫동안 작심하고 정찰하고 살펴보아온 듯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 지금 진대륙은 400년 노나라가 패망하고 일시적으로 그 뒤를 잇겠다며 일어난 유
광식-유선제의 치세마저 멸망하여 아무도 그곳을 돌보지 않는 무주공산, 무정부 상
태가 되어있소. 그리고 그 빈틈을 타 별르던 유목민들이 속속들이 진대륙으로 내려
가 새 나라를 세우고 있소. 그러니 우리도 그 기회를 잡아야겠다. 그 생각을 한 것
이오. ”
“ ...... ”
“ 중원은 도족이, 하북은 걸족과 유족이 그리고 서량마저도 계족이 내려와서는 자신
들의 새 터전을 삼으려 하고있소. 그러니 지금이 기회라 생각했소. 더 늦으면 다른
유목민들이 남은 진대륙의 다른 지역마저 모두 차지해버릴터. 늦기전에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소. ”
“ 그래서 뭐...모족도 진대륙으로 내려가 새 땅에 터전을 잡고 농경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뭐 그런 말씀이신가요 ? ”
“ 그렇소 !!! ”
홍원석은 당연하다는 듯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와같이 말했다. 그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 다행히 지금 진대륙의 유주 북쪽에 우리를 비롯한 몇몇 부락들이 터전을 잡고 있
으니 지금이 기회요. 모족은 원래 아리수부터 서량까지 먼곳을 떠돌던 부족이었으
나 지금 그중 적지않은 무리들이 유주 북쪽에 집결해있는 지금이 기회란 말이오.
중원은 도족이, 하북은 걸족과 유족이, 서량은 계족이 차지한 지금 더 늦기전에 우
리 모족이 남아있는 유주를 차지해야하오. 그곳에 새 나라를 세우고 터전을 잡아야
하오. 그러지않으면 하북을 차지한 걸족이나 유족 또는 아리수 북쪽의 모란이나 금
진족들이 유주를 넘보며 그곳마저 차지하려 들거요. 만약 그들에게 유주마저 빼앗
기고나면 우리 모족은 영원히 터전으로 잡을 땅이 없어지고 말게요. 그러니 더 늦
기전에 우리도 하루속히 유주를 차지해야하오. ”
영지는 반신반의하며 아직 어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원석이 그런 영지를 다른곳으로 데리고 같다. 처소애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에 있는 어떤 창고같은것이었다. 처음엔 그저 무슨 창고같은것이려니 했는데 허술한 병사 두어명이 지키고 서 있는 그 창고안으로 들어가보니 창고가 아니고 뭔가 (영지입장에선) 알수없는 것이 어떤 찬장이나 수납장 같은곳에 가득이 쌓여있었고 그 한쪽엔 테이블과 의자까지 놓여있었다. 영지가 궁금해서 찬장같은곳에 쌓여진 것을 물으니 원석이 이와같이 답했다.
“ 이것들은 다 책이오. 그리고 책을 쌓아둔곳이니 찬장이라기보단 책장이라 부르는
게 정확하겠군요. ”
“ 책장이라구요 ? ”
“ 내가 그동은 틈틈이 사람을 시켜 중원으로 내려보내 가져온 중원의 학자나 기술
자들이 썼다는 나라 경영이나 기술과 관련된 책자들이오. 진대륙을 400년간 지배
해온 노나라엔 그간 많은 학자와 기술자들이 있어 나라를 경영하고 세상을 움직이
는 이치와 관련한 많은 철학과 사상서 그리고 농업이나 기타 과학,학문등과 관련
한 많은 기술책들을 써냈소. 난 이미 오래전부터 만약 훗날 우리 모족만의 나라를
세우게 될 경우 그때를 대비하여 나라를 경영하는 방식과 기술 그리고 사상과 관
련된 책들을 틈틈이 모아온거요. 모두 중원에서 가져온것들이니 사실상 내가 지시
한 이들이 목숨을 걸고 중원으로 들어가 구해온것들이나 마찬가지지. 난 이것을 연
구해서 모족이 세운 나라를 천하에서 가장 훌륭한 나라로 만들고 말거요. 흩어진
모족을 한데모아서 천하없는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그런 낙원과도 같은 왕국을 만들
고 말 것이다 그런말이오. ”
노나라가 쇠락한뒤에 무주공산 지역이 된 유주를 차지 그곳에서 지금껏 오랜세월을 유랑생활을 하며 살아온 모족의 나라를 세우고, 그곳에서 낙원같은 나라를 만들어 태평성대를 이룰것이라는 홍원석의 구상. 하지만 여전히 영지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원석에게 물었다.
“ 헌데 모족은 힘도 약하고 군사력도 없다면서 유주만 무작정 차지한다고 해서 되는
일인가요 ? 유주를 차지해서 나라를 세운다고 해서 걸족이나 유족 또난 모란이나
금진의 침략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것도 아니지 않소 ? ”
“ 사실 그게 나도 고민이요. ”
막상 영지가 그 부분을 지적하자 원석도 다시 탄식을 내뱉는다.
“ 모족은 오래 유랑생활을 해왔기에 그 사에 군사력을 키우가나 군사를 양성할 여
유가 전혀 없었소. 간간이 소규모의 군사훈련이나 양성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 수많은 사납고 날랜 다른 유목민들을 상대하기엔 늘상 역부족이었소. 따라서
유주를 점령한다 한들 솔직히 다른 이민족들은 고사하고라도 그곳에 남아있는 노
나라 백성들이 우리에게 저항하거나 반기를 들면 그들을 막을 힘조차 있을지 그
또한 의문이오. 유주가 텅 빈 이 절호의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소. ”
그리고는 별다른 의미없이 그동안 중원에서 구해와 모아놓았다는 수많은 책자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나라를 운영할 철학이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공부나 자료는 많이 수집을 했으되 정작 차지한 땅을 지킬만한 군사적 힘이 없는 그것이 모족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나 할까. 한편 영지는 하루는 또 다른 의문이 하나 생겨 원석에게 물었다.
“ 헌데 모족은 오랫동안 아리수 지역에서부터 서량까지 그 먼 거리를 오가며 유랑
생활을 했는데 어떻게 자기네 정체성을 지켜올수 있었던것인가요 ? 그렇게 수십개
의 부족으로 흩어져 그 먼 지역으로 뿔뿔히 흩어져 돌아다녔다면 서로에게 연락을
취할 방도는커녕 동일한 부족이나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 ”
그러자 원석은 빙긋이 웃으며 영지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현재 홍원석의 부족이 임시로 터전을 잡은 부락 한쪽에 세워놓은 뭔가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깃대와 거기 걸려 나부끼는 깃발이었는데 원석은 곧 그 깃발을 내려 영지에게 보여주었다.
“ 사실 이 깃발은 모족의 상징으로 보통 날이 밝아 날이 저물때까지 걸어두는 것인
데, 내 오늘은 그대에게 특별히 설명을 해드리고자 내려서 보여드리는것이외다. ”
원석이 영지에게 보여준 깃발은 가운데 ‘X’자 문양이 크게 새겨져있고 그 아래에는 한 열 개정도로 되어보이는 얼핏 짐승같아 보이기도 하고 얼굴같아 보이기도 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원석은 일단 사연을 모르는채 그냥 보면 ‘X’자로 보이는 문양에 대한 설명부터 해주었다.
“ 아무것도 모르는 지성체가 보면 그냥 X자로 보일것이나 이것은 아주 힘센 장사가
양팔과 양다리를 사방으로 뻗은 그런 모양새라오. ”
그러고보니 그냥 ‘X자’로 보였던 큰 문양 한 가운데에는 제법 굵은 직선이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이 장사의 형상을 상징하는것인지, 그렇게 생각하기엔 좀 우스워 보이기도 했지만 여하튼 원석의 설명은 이어졌다.
“ 그리고 여기 이 열 개의 짐승은 사자,호랑이,늑대,독수리,곰,코뿔소,머우론,토룡,쌍
두사,두두을로 바로 진대륙 북부에서부터 북서,북동지역에 서식하는 열가지 맹수를
상징하고 있소. 그리고 여기에는 우리 모족과 관련된 태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소. 일종의 우리 모족의 탄생신화라고나 할까요 ? ”
(* 머우론은 에이핑크 대륙의 북부와 동부에 서식하는 맹수로 표범과 하이에나를 반반씩 섞
은듯한 형상으로 몹시 사납고 흉폭하다. 토룡은 아주 작은 도마뱀 형상을 하고 있으나 날쌔
고 날카로운 이빨을 지니고 있다. 훗날 수천년의 세월이 흘러 과학이 발달한뒤 솔파의 과학
자들은 수억년전 솔파에 아주 거대한 괴수가 살았으며 토룡은 그 괴수가 작게 진화한 잔재
로 보고 있다. 쌍두사는 글자그대로 머리가 둘인 뱀. 보통 작은 벌레나 짐승을 잡아먹고 사
나 독성은 없다. 다만 두두을은 솔파행성이나 에이핑크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 다만 진대륙
과 그 주변 국가와 민족의 지성체들에게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신화등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동물로 덩치가 아주 크고 그 형상은 지성체나 고릴라와 흡사하고 날카로운 이빨과 날
개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허나 두두을은 전설로만 존재할뿐 솔파의 지성체중 이를 직접 목
격한이는 없다.)
“ 아주 오래전 천상의 상제께서는 세상을 지배할 열종류의 동물을 만들어 내려보내
셨으니 그것이 사자,호랑이,곰,늑대,독수리,코뿔소,머우론,토룡,쌍두사,두두을이오. 처
음엔 이들 열종류의 맹수들이 비록 말은 못하고 사고하는 능력이 없으나 자신들끼
리 무리를 지어 살며 평화롭게 세상을 풍족하고 충만하게 만들것이라 기대하셨소.
허나 열 개의 동물들은 모두 성질이 사나와 저희들끼리 싸우며 자신들보다 약한 짐
승이나 벌레,물고기 따위를 잡아먹고 해치니 천상의 상제가 노하셨소. 그래서 이
열 개의 맹수들을 다스리며 지배할 천하장사를 내려보내니 그를 ‘서탄동자’라 하
오. 서탄동자는 그 키가 우리 지성체의 열배이상 되고 체구는 말랐으나 대신 날렵
하고 바다를 삽시간에 헤엄치며 때론 하늘을 날기도 하오. 그리고 아주 크고 날카
로운 창을 늘상 들고 다니오. 서탄동자가 열종류 맹수를 가두고 손수 사육하였으
나, 그때부턴 오히려 서탄동자가 마음이 변하여 맹수들을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사
용하려 하였소. 그러니 다시 상제가 노하여 서탄동자를 가두고 5천년동안 세상밖으
로 나오지 못하게 하였소. 한편 서탄동자가 세상에 내려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왕
조개’를 만났는데, 서탄동자는 대왕조개와 교접하여 오천명이나 되는 자손을 낳았
소. 바로 그 오천이 우리 모족의 먼 조상으로 우린 서탄동자의 후예요. 모족은 우
리가 오랜세월 유랑생활을 하는 것이 서탄동자의 자손이라 그 죄를 받는것이라 여
기고 있소. 서탄동자는 천상의 상제를 노하게 한 죄로 천상의 감옥에서 나오지 못
하고 있고 먼 훗날 서탄동자가 벌을 받는 기간이 다 지나면 서탄동자는 다시 우리 에게 내려와 우리 모족을 구해주실것이라 믿는게 모족의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탄생신화요. ”
“ 허면 ‘X자’가 바로 그 서탄동자란 말이오이까 ? 그리고 열 개의 문양이 서탄동자
가 처음에 가두었다는 짐승들이고요 ? ”
“ 그렇소. ”
“ 하지만 그런 이야긴 너무 황당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 아니오이까 ? ”
“ 하하하하... ”
영지의 그와같은 말을 듣자 홍원석이 바로 껄껄 웃었다.
“ 물론 허무맹랑한 전설같은 이야기지요. 그런 이야기가 사실일것이라 믿는 모족은
아무도 없소. 허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와같은 전설을 갖고있다는 것 자체가 우
리 모족이 본래 하나라는 것을 상징하는것이고 이 깃발 또한 그러한 모족을 상징하
는것이오. 이 깃발을 들고 다니는 이들이라면 아무리 오랜세월 먼 거리를 돌아다니
며 유랑생활을 했어도 한 뿌리, 한 핏줄로 이어진 같은 모족이 틀림이 없소. ”
한편 홍원석은 새삼 영지가 지금껏 정표로 간직해왔다는 ‘족면’도 다시금 꺼내보여달라며 말했다.
“ 또한 이런 정표도 그대가 모족의 후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오. 그렇게 우
리 모족이 하나라는 정체성을 상징하는것들은 세상에 분명히 존재한단 말이오. 그
러니 뿔뿔이 흩어진 우리 모족의 후예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하나가 될것이오. ”
원석의 말에 영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보면 유주를 차지해서 모족의 새로운 터전을 잡자는 홍원석의 말에 어느덧 동조하는 듯한 분위기도 느껴졌다. 허나 막상 유주를 점령한다 하더라도 그곳을 지킬만한 군사력이 마땅찮다는 것이 여전한 홍원석의 고민. 헌데 홍원석의 거처에 함께 살면서 얼마가 지난 영지는 그때부터 부락 인근에서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의아한 홍원석이 다가와 물었다.
“ 영지동지, 대체 그곳에서 뭘 하시는게요 ? ”
“ 무기를 한번 만들어볼까 생각중이었소이다. ”
“ 무기라구요 ? ”
“ 유주를 점령한다 하더라도 우리 모족이 그곳을 지킬 군사력이 마땅찮소이까. 그러
니 그만한 군사력을 기를때까지만이라도 적을 방비할만한 강력한 무기가 있어야 한
다는 생각을 했소이다. 그래서... ”
그러면서 영지는 자신이 지금까지 연구하며 만든 기기를 하나 보여주며 말했다.
“ 한번 한꺼번에 화살 열 개를 쏠 수 있는 그런 기기를 만든다면 어떨까 그 생각을
했소이다. 만약 그만한 무기라도 있으면 유주를 차지한뒤 유족이나 걸족이 쳐들어
온다 하더라도 충분히 격퇴할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했소. 실은 나도 혼자 떠돌
아 다니면서 활쏘는 법을 익혀보려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더
구료. 그래서 지성체의 힘이 아닌 기계의 힘으로 한꺼번에 열발의 화살이 나갈수
있는 그런 신무기를 개발해보려 하였소이다. ”
한꺼번에 열발의 화살을 쏠 수 있는 신무기를 개발한다는것에 놀란 홍원석은 일단 당분간 영지의 그 연구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후 영지가 연구한 한꺼번에 화살 열발을 쏘는 신무기가 다 완성이 되었다 하여 부족민들과 한자리에 모여 그 실험을 지켜보도록 했다. 실험은 대 성공이었으며 모두 놀라 환호했다. 영지가 말했다.
“ 한꺼번에 열발의 화살을 쏠수 있으니 이 신무기의 이름을 뭐라할까 고민하였소이
다. 연노(連弩)라 이름할까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만 연노라 할진대 연속(連續)으
로 쏠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것인데, 틀린뜻은 아니나 연속으로 쏜다는 의미보다는
한꺼번에 열발을 쏠수 있다는데 더 방점이 찍힌 무기이니 연노보다는 합노(合弩)
혹은 총노(總弩)라 짓는게 어떨까 생각해보았소이다. ”
궁리 끝에 홍원석은 ‘총노’라 짓는게 좋겠다 하였다. 얼마후 이번엔 영지가 또다른 신무기를 개발했는데 ‘땅에서 터지는 폭약’이란 뜻이다.
“ 원리는 이와 같소이다. 땅속에 폭탄을 묻어두었다가 사람이나 말 같은 뭔가가 닿
으면 자동스럽게 터지는 그런 원리의 폭탄이외다. 미리 땅속에 묻은뒤 함정을 파놓
고 그곳에 밧줄 같은 것을 매달아 놓는것이오. 그럼 사람이나 말이 밧줄에 걸리며
함정에 빠질것이고 그때 폭탄이 한꺼번에 터지게 하는것이외다. 그럼 적군이 멋모
르고 달려오다 한꺼번에 몰살될 것 아니오. 바로 그점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신무
기외다. ”
‘땅에서 터지는 폭약’의 연구가 얼마안가 끝났다. 실험을 해보니 역시 대성공이었다. 홍원석의 부족민들인 모누 놀라며 영지의 그 신통한 지혜에 탄복하였다. 특히 홍원석은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고맙소. 솔직히 설사 우리가 지금 당장 유주로 내려가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아무
리 아름답고 훌륭한 정치를 편다한들 적군을 막을 방비가 없으면 다 소용없는 것이
니 그게 내가 유주가 이미 무주공산지대가 되어 있음을 알면서도 쉬이 내려가는 결
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였소. 적을 방비할만한 병사를 조련하는데 그만큼 시간
이 걸리니 쉽지 않은것인데, 그전에 이런 신무기를 먼저 개발하였으니 이쯤이면
더 무슨 고민이 있겠소. 신무기로 사전에 미리 방비를 해 놓은뒤 우리도 다른 유
목민들에 맞설만한 군사를 양성하면 우리에게도 능히 적과 맞서 싸울만한 군사력
이 길러질것이오. ”
홍원석은 ‘땅에서 터지는 폭약’을 지포(地砲)라 이름하게 했다. 지포와 총노. 이제 이 두 무기만 갖고 유주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홍원석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잠을 다 이루지 못할 지경이었다. 헌데 그럴 때 하루는 홍원석을 찾아온 이가 하나 있었다. 홍원석과 같은 모족의 또다른 부족 부족장으로 그 역시 선대때부터 대대로 부족을 이끌어온 부족장이었다. 이름은 부사인이라고 했는데 부사인의 부족은 현재 홍원석의 부족이 터전을 잡은곳에 그리 멀지 않은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원래는 함께 유주로 내려가보기로 의기투합 하였는데 그 이후 홍원석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의아해서 찾아온 것이다.
“ 여보시오 홍족장. 대체 어찌하여 하루빨리 유주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것이오.
설마 우리의 약속을 다 잊은것이오. ”
“ 그럴 리가 있겠소이까. 다만 우리가 지금 무작정 유주로 내려간다 하더라도 모란
이나 금진족, 또는 걸족이나 유족이 그 땅을 노리고 쳐들어오면 우리로선 그들을
막을만한 군사력이 없으니 무작정 내려간다고 능사가 아니라 그것을 고민하고 있
었을뿐이오. ”
“ 군사력이야 지금부터 기르면 될일이지 뭘 걱정이오 ? 설마 노나라가 멸망하고 그
드넓은 땅이 주인없는 천지가 된지 오래인데 이 절호의 기회를 그냥 보고만 있을
작정인거요 ? 수백년동안 천하를 유랑하며 떠돈 우리 모족의 한을 드디어 풀고 우
리만의 터전을 잡을수 있는 두 번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 이 기회를 홍족
장은 정말 다른 유목민들에게 모두 빼앗겨버릴 작정인것이오 ? ”
“ 누가 그렇게 한댔소 ? 난 어쨌든 어떻게하면 우리도 군사력을 기를수 있을까 그것
을 염려해왔던 것 뿐이오. 헌데 해결책이 이젠 생겼으니 그 걱정을 더 안해도 될
것 같소. ”
“ 해결책이라니 ? 그건 또 무슨말씀이오 ? ”
원석은 이내 곧 부사인에게도 영지를 소개해 보여주고 그가 개발한 신무기 총노와 지포도 다시금 실험해 보여주었다. 부사인 또한 그 신무기의 위력에 놀라고 또 한편으론 공포와 두려움에 몸을 떨 지경까지 되었다. 영지를 이와같이 처음 소개받게 된 부사인이나 그의 출신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레 생길 수밖에 없었고 원석은 부사인과 단둘이 있을 때 그에게도 그동안의 모든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 허면 정말...족면을 간직하고 있었단 말씀이외까. ”
“ 그렇소이다. 나도 처음엔 솔직히 많이 놀랐오. 아무리 그렇기로 그런식으로 늙은
족장에게 팔려간 여인이 그런 정표를 아이에게 주고 강물에 띄워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터인데...세상에 그런일이 다 있다니. ”
부사인이나 원석이나 피차 적잖은 회한에 잠기는 순간이 될 수밖에 없는듯했다. 부사인의 말이 이어졌다.
“ 나도 실은 어린시절 우리 아버님이 누이 두명을 다른 유목민족의 늙은 추장에게
시집보내는 것을 힘없이 지켜보며 분루를 삼켜야만 했던 상처가 있는 몸이외다. 무
엇보다 그 자체가 이미 20년도 더 지난 옛날일.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되었는지 알
길조차 없는 그 누이들이 그저 죽었으려니 생각하고 있을뿐이지요. 어디 우리뿐이
외까. 모족치고 그런식으로 딸이나 누이를 다른 이민족의 늙은 추장이나 족장에게
보내는 댓가로 잠시 자리잡을 터전을 보장받고 그 이후론 누이나 딸의 소식을 알수
없게돼 체념하고 살게된 경우. 모족에서 특히 무리를 이끄는 추장이나 족장쯤 되는
이들은 그런 상처 없는이가 거의 없을것이외다. ”
그리고는 영지를 다시 불러 부사인이 직접 술을 따라주며 위로했다. 그리고 그가 개발한 신무기를 앞세워 유주지역으로 속히 내려가 나라를 세울일을 밤을 세워 의논했다.
- 8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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