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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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러블리즈 베이비소울 (4)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평행우주 이야기 – 2. 열국 쟁패기




 후노(後盧) 14대 황제 염제가 후사없이 세상을 떠난뒤 조카 세명이 서로 황위를 차지하기 위해 싸운 ‘3조카의 난’이 벌어지고, 이 3조카의 난을 진압한 서량자사 동완이 전권을 행사하면서 어린 새황제를 유폐시킨뒤 자기아들을 새황제로 세우려한 ‘찬탈행위’가 벌어지자 여기에 반발 전국 각지의 제후들이 연합군을 조직한 ‘17로 의군’이 일어나고, 이 17로의군에게 패퇴한 동완이 황도와 황궁에 불을 지르고 달아난 상황에서 전국옥새를 우연히 습득한 유광식이 황제에 오르고. 황실종친이긴 하지만 후노의 연장선이라고 보아야하는지 애매한 유광식-유선재 2대의 치세가 이어지다 유선재가 동남국과의 무리한 전쟁을 연이어 벌이다 나라가 쇠락하고, 특히 때마침 약해진 북방지역 군사력의 빈틈을 틈타 북방 5개 이민족이 진대륙으로 내려와 16개 국가를 세운 것을 ‘5호 16국 시대’라고 부른다. ‘5호 16’국에서 ‘오호(五胡)’란 글자그대로 ‘다섯 오랑캐’란 뜻이긴 하지만 노나라 입장에서 이들 북방민족은 툭하면 자신들을 침략하려든 ‘나쁜 오랑캐’였지만 북방 유목민의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말과 양등을 키우며 초원의 풀을 뜯으며 이동하는 유목민의 특성상 날이 추워지면 식량과 잘곳이 마땅찮아지는데, 그래서 겨울철이 되면 식량과 자원이 충분히 있는 따뜻한 남쪽지역을 찾아 내려올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노나라와의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다섯 개 유목민족이 후노의 뒤를 이은 유광식-유선재의 치세마저 쇠락해지자 그 빈공간을 이용 진대륙의 중원을 차지해버린것인데, 그 다섯 개 유목민은 ‘도족’,‘계족’,‘걸족’,‘유족’,‘모족’이라 부른다. 특히 이중 도족은 다섯 개 북방민족중 가장 세력이 강성했고 특히 진대륙의 중원 바로 윗지역에 터전이 맞닿아있어 중원과 직접 충돌할 수밖에 없는 유목민이었다. 말과 양을 방목하며 특히 날랜말을 이용한 기병 그리고 궁술과 창술이 무척 뛰어난 민족이었다. 도족은 진대륙의 공백기때 바로 남하 바로 중원지역을 차지 ‘연’과 ‘후연’ 그리고 ‘성위’라는 세 개의 나라를 세웠다.

 계족은 서량 북부와 서부지역을 떠돌던 유목민으로 역시 소와 말과 양을 키우며 특히 마차와 수레를 이용한 빠른 기동력을 갖춘 군대가 있었다. 그러나 동완이 서량자사로 있을때는 그 강성한 군대에 함부로 맞설 엄두를 못내다가 동완이 후노의 제위를 찬탈하려 하다 17로 의군에 패퇴,패망한뒤 무주공산이나 다름없게된 서량을 야금야금 잠식해가며 급기야 이 지역을 모조리 차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걸족과 유족은 진대륙 하북과 맞닿아 있었는데 하북 북부지역은 초원이라기보단 오히려 산맥지역이 많아 걸족과 유족의 성격은 유목민보다 산악부족의 성격에 더 가깝기까지 했다. 역시 겨울철이 되면 먹을곳과 잘곳이 마땅치않아 하북지역으로 내려오면서 노나라와 충돌이 잦았다. 하북이 노나라 4세5공 명문가의 자손 원광호의 전횡으로 피폐해지고 이후 원광호가 조연남과 함께 ‘반 유광식 의군’을 새로 조직하려다 실패하고 역적으로 몰려 참형당한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하북땅을 넘보기 시작했다. 허나 유광식 치세 초창기엔 오히려 새로이 임명된 하북의 자사,태수들이 선정을 베풀어 민심을 얻고 있었기에 침략할 명분이 적었고 그러다 하북의 군사력이 유선재의 대에 이르러 쇠락하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밀고 내려와 나라를 세운 것이다. 걸족은 제1부족 부족장 고재열이 ‘고돌국’을 제2부족 부족장 탁현민이 ‘탁돌국’을 제3부족 부족장 김용민이 ‘용돌국’을 세웠다. 유족은 용팔이와 덕팔이가 함께 내려와 나라를 세웠는데 처음엔 ‘태을국(太乙國)’이란 나라를 함께 세웠다가 이후 덕팔이가 배신 덕팔이는 ‘동을국(東乙國)’이란 나라를 따로 세웠다.

 모족은 다섯 개 부족중 세력이 가장 약해 다른 민족의 핍박과 침탈을 많이 받던 부족이기도 했는데 대체로 도족의 거점이었던 중원 이북지역에서 걸족.유족의 거점인 하북 이북지역은 물론 유주인근과 심지어 아리수 반도 북쪽지역까지를 방랑하던 가장 허약하면서도 서러운 부족이었는데 그러한 모족조차도 유광식-유선재 치세가 쇠락하자 유주지역은 물론 그 인근 맥섭과 부루(* 아리수 반도 북부와 북서부 지역)까지 차지하게 된 것이다.

 도족이 중원을 차지 가장 먼저 세운 것이 ‘연(燕)’나라였다. 연나라를 세운 것은 도족 추장 종피리우스의 아들 테리우스였는데 테리우스는 어린시절부터 빼어난 외모와 친화력으로 비슷한 연배의 부족민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으며 그래서 그 따르는 이들과 함께 중원의 공백기를 틈타 세력을 이끌고 내려와 마침내 중원일대는 물론 연주지역까지(* 연주가 중원 남부에 위치) 차지 제법 세력 큰 나라를 세웠다.

 테리우스의 부인은 정여니란 여인으로 사실은 모족출신의 여인이었다. 원래 모족 추장 딸로 원래는 모족의 한 부락이 중원 북부지역에 새로이 터전을 잡을곳을 알아보려 정찰병삼아 내보낸 여인이었으나 이내 곧 테리우스의 부족에게 잡히고 말았다. 테리우스 부족의 부족민들은 그녀를 간첩이라 하며 참형에 처하려 했으나 테리우스가 오히려 그녀의 처지를 가엽게 여겨 용서해준뒤 자신의 부인으로 삼았다.

 연나라를 세운 테리우스는 황제가 되고 정여니도 자연스레 황후가 되었다. 테리우스는 정여니와의 사이에 아들 둘을 낳았는데 이름을 존콜리와 맥콜리라 지었다. 테리우스가 연나라를 건국했을 무렵엔 존콜리와 맥콜리는 아직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었으며 테리우스는 이중 장남인 존콜리를 태자로 삼았다. 허나 테리우스와 황후 정여니는 장남 존콜리보다 차남 맥콜리를 무척이나 귀여워하고 예뻐하였다. 사내아이였지만 열 살이 넘도록 피부가 백옥같고 무척이나 앙증맞고 귀여워 테리우스와 정여니는 맥콜리가 열두살이 될 때까지도 한방에서 함께 재울정도로 맥콜리를 예뻐하였다. 맥콜리에 대한 부황의 총애가 가면갈수록 깊어지자 존콜리는 고민이 되지 않을수가 없었다. 어느새 10대 중반 사춘기 소년으로 성장한 존콜리는 동생 맥콜리만을 예뻐하고 귀여워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먼발치서 바라보다 고민을 학문스승인 백준기에게 토로했다. 테리우스는 연나라를 세운뒤 어차피 도족에겐 학문을 가르칠만한 인재가 부족했으므로 부족민과 특히 태자인 존콜리에게 글과 학문을 가르칠만한 사람으로는 어쩔수없이 옛 노나라 대신이나 학자를 등용할 수밖에 없었다. 테리우스는 대체로 자신들에게 충성하며 옛 노나라에 대한 향수가 적은 대신과 학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을 글과 학문스승으로 등용하였다. 그중 한사람이 백준기로 특히 학문과 사상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깊어 특별히 태자의 스승으로 삼은 것이다.

 “ 스승님, 아무래도 아버님은 저보다 아우 맥콜리를 더 총애하시는 것 같습니다. ”

 “ 무얼 그리 걱정하십니까. 부모가 이미 장성한 자식보다 아직 어리고 더 자라야하

  는 어린 자식들에게 더 애틋한 정과 손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처사입니다. 너무 근

  심하지 마시옵소서. ”

 “ 허나 이러다 아버님께서 제게 황위를 물려주시지 않고 동생 맥콜리에게 물려주시

  지는 않을까 그것이 걱정되옵니다. ”





 맥콜리를 너무나 총애하여 열두살까지 한방에 데리고 품에 안고 자던 테리우스였으나 오히려 존콜리가 열일곱살이 되었을때는 하루는 밤에 은밀히 존콜리를 자신의 침소로 불러들였다. 황제는 물론 황후인 정여니의 맥콜리에 대한 총애도 지극했기 때문에 신료들 사이에선 ‘이러다 정말 황위는 장남인 존콜리가 아닌 차남인 맥콜리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 ?’는 말이 나올 지경인 때였다. 헌데 특별히 정중하게 옷을 차려입고 오라는 명까지 받은 존콜 리가 부황의 침소에 들어섰을때 테리우스는 진지하게 존콜리에게 말했다.

 “ 태자는 과인이 연나라를 세운 뜻을 아느냐 ? ”

 “ ??? ”

 “ 너도 알다시피 우리 북방의 유목민들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말과 양떼를 이끌고 초

  원을 떠돌며 살았으나 겨울이 되면 먹을것이 없어 따뜻한 진대륙을 도모하는 것이

  불가피한 숙명이었다. 그런 우리를 노나라 백성들은 어찌 보았을지 모르겠으나 우

  리 유목민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지. 허나 언제까지 봄부터 가을까진 초원을 떠

  돌다 겨울이 되면 진대륙을 도모하는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도족의 먼 미래를

  장담할수 없다고 생각했다. - 그것은 아마 진대륙으로 쳐내려온 다른 유목민들도

  마찬가지 사정이었을게다. - 그래서 도족의 먼 미래를 위해선 보다 안정적이고 따

  뜻한 그런 영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던게야. ”

 아직 부황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존콜리가 약간 지루한 훈계쯤으로 시작하고 테리우스의 말을 말없이 듣고있을때였다. 테리우스의 말은 계속되었다.

 “ 그래서 내 따르는 무리를 이끌고 노나라의 빈 공백기간을 이용 중원을 장악 우리

  의 새로운 살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때마침 계족이니 유족이니 하는 다른 유목민

  들도 저마다 진대륙 – 옛 노나라의 땅에 –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 이와같은 ‘오호

  십육국’의 시대가 열렸구나. 허나 짐은 앞으로의 일을 더 걱정하고 있다. ”

 “ ??? ”

 “ 알다시피 우리는 말과 양을 기르며 전쟁을 일상처럼 여기던 북방의 유목민. 농사

  를 짓던 무리가 아니다. 허나 따뜻한 지역에 오래 정착을 하려면 별수없이 농사를

  지어야지. 허나 농사를 지으면 그때부턴 더 이상 유목민이 아니다. 농사를 지으면

  그게 그냥 농경민이지 어떻게 유목민이 되겠느냐. 유목민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농

  경민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어떻게 우리 도족의 옛 문화와 전통을 이어갈수 있을지

  그것을 늘 근심하고 걱정하였느니라. ”

 “ 아바마마... ”

 “ 허나 그보다 더 큰 문제. 비단 우리 연나라뿐만 아니라 중원 옛 노나라땅을 차지

  한 오호십육국이 모두 공통으로 갖고있는 고민이기도 하겠지만 앞으로 이 열 여섯

  나라가 어떻게하면 서로 싸우거나 멸망하지 않고 서로 상생하는 길을 열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그것이 과인의 고뇌이니라. ”

 “ ...... ”

 “ 과인은 일단 오호 십육국이 서로 싸우지 않고 느슨한 동맹을 맺어 선의의 경쟁을

  하며 각자의 문화와 경제를 발전시켜나가는 그런 방향을 구상하고 있으나 그것이야

  어디까지나 과인 혼자만의 구상일뿐 다른 나라들도 과인의 뜻을 따라줄지 그건 모

  르는 일이다. 사신을 끊임없이 보내 동맹의 의사를 물어오고 있으나 현재는 긍정적

  으로 보는이도 시큰둥한 이도 있고 반응이 제각각이다. 오호십육국 상생의 길...그

  것이 또한 이 연나라와 중원을 차지한 다섯부족의 숙제이니라. ”

 “ ...... ”

 “ 또 한가지 숙제는 이 진대륙에서 지난 450년간 터전을 잡고산 노나라 백성들과의

  관계 문제이니라. 그들은 450년간 터전잡고 살아온 땅을 우리 북방민족들에게 하루

  아침에 빼앗겼으니 그 심정이 어떠하겠느냐 ? 아무래도 우리에게 한과 분노의 감정

  을 품고 살아갈것이 뻔하니 그 한과 분노의 감정을 녹여주는 일도 중요한 문제다.

 ”

 “ ...... ”

 “ 과인은 그래서 옛 노나라인중 학문과 농경기술을 아는 이들을 특별히 중용하였느

  니라. 노나라는 450년동안 학문이 발전하였으니 그 철학과 사상을 배우는 것이 국

  가를 제대로 다스리고 백성을 평안케 하는 길이라 생각한것이요, 농경기술은 어차

  피 따뜻한 곳에서 정착을 하려면 농사를 짓고 살아가야 하는데 지난 수백년 유목

  민으로 산 우리가 어찌 농사일을 알겠느냐. 그래서 특별히 옛 노나라인중 학자와

  농경기술인을 중용한것이니라. 그러나 학문과 기술이 있는 노나라인들은 중용할수

  있었으나 그런 학문이나 기술이 없는 대다수의 보통 노나라 백성들은 어찌되었겠느

  냐. 아마 옛 노나라 건물과 기업 다수를 차지한 우리 도족의 밑에서 노예처럼 살아

  가고 있을 것은 불을보듯 뻔한일. - 이는 다른 다섯부족들이 차지한 노나라 지역에

  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 - 그러니 그렇게 노예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우

  리 북방인들에게 한을 품으면 장차 큰 화근이 될수도 있다. 그러니 옛 노나라 백성

  들과의 화해와 화합을 어찌해야할지도 우리 연나라가 앞으로 고민해야할 큰 숙제이

  니라. ”

 “ 아바마마... ”

 대체 이 깊은밤에 그것도 특별히 정중하게 옷을 차려입고오라 해서는 이런말을 하는 테리우스의 의도는 무엇일까. 존콜리는 약간 약은면이 있어서 부황의 이런 말에 일부러 별다른 기대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지금까지 다소 지루한 부황의 훈계를 꾹 참고 듣고만 있었다. 헌데 갑자기 테리우스가 그런 존콜리를 가까이 오라 하였다. 그리고 술을 한잔 따라주었다.

 “ 태자는 술잔을 들라. 특별히 우리 도족이 옛부터 빚어온 전통주를 하사하느니 이

  술잔을 받아야 하느니라. ”

 존콜리가 말없이 테리우스가 따라주는 술잔을 받았다. 테리우스의 말은 좀 더 이어졌다.

 “ 유목민은 농경민에 비해 문화와 경제가 발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한곳에 오

  래 정착하며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며 자신들의 전통과 정신을 계승해 발전시켜갈수

  있는 농경민과 한곳에 오래 정착하며 살지 못하는 유목민의 근본적인 차이니라. 결

  국 부족의 먼 장래를 위해선 농경민으로 바뀌어야만 먼 미래를 도모할수 있음을 명

  심하여야 하느니라. - 혹 농경민 출신중엔 옛 유목민의 삶과 문화를 막연히 동경하

  는 이도 있을지 모르나 유목민은 분명 농경민에 비해 문화나 경제가 발전하기 어려

  운 한계가 분명 있다. - 허나 농경민이 되어서도 옛 도족의 전통을 잊어서는 안된

  다는 뜻으로 이 전통주를 하사하는것이니라. ”

 “ 아바마마... ”

 “ 과인은 도족을 이끌고 중원으로 내려와 새나라를 세우면서 나라의 기틀을 잡기위

  해 꽤나 힘든 치세를 하였다. 나라를 정착시키고 기틀과 기반을 다지기 위해선 때

  로는 독선적으로 일을 처리해야할때도 있었고 때로는 (정책에 반대하는) 반대파를

  잔혹하게 숙청하기도 했다. 허나 태자는 그렇게 피로서 닦은 기반위에서 도족의 새

  로운 태평성대, 농경지대에 정착한 유목민들의 미래를 평화롭게 하기위한 만년지대

  계, 그리고 옛 노나라인들과의 화합과 통합의 문제. 그 막중한 사명을 태자에게 내

  리노라. ”

 사실상 차기 황위는 결국 태자 존콜리에게 준다는 말이나 다름없어서인지 이미 존콜리는 감격에 흐느끼고 있었다. 부황앞에서 엎드려 엉엉울고 있었다.

 “ 전 아바마마께서 맥콜리를 워낙 총애하시어...맥콜리에게 황위를 물려주시려는것으

  로만 알았습니다. ”

 부황을 그동안 원망하고 야속해하고 오해한것에 대한 온간 설움과 심경이 복합적으로 교차되어 터져나오는 울음소리다. 테리우스가 그런 존콜리를 위로했다.

 “ 당치않은소리. 귀여운 왕자를 예뻐하는 문제와 장차 이 나라를 짊어질 황위를 누

  구에게 계승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장자가 큰 문제나 하자가 없다면 웬만하면

  적장자에게 황위를 물려주고 정히 장자에게 큰 문제나 하자 또는 몹쓸병이 있거나

  혹은 다른 왕자들중 능력이 더 출중한자가 있다면 그때는 차선책을 생각하나 별다

  른 차선이 없다면야 별다른 하자가 없는 장자에게 상속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 존

  콜리가 별다른 하자나 문제가 없는데 과인이 어찌 다른 생각을 하겠느냐 ? ”

 “ 서...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

 감격에 겨워 몸을 부들부들 떠는 존콜리를 테리우스가 손수 일으켜 세웠다.

 “ 과인의 치세는 피의 시대였지만 그것은 새로운 나라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불가

  피한 선택. 허나 과인의 치세 다음에는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느니라.

  그 막중한 책무가 태자에게 있느니라. ”

 “ 명심하겠사옵니다 아바마마. ”

 “ 도족이 세운 연나라의 만년지대계를 생각해야 하느니라. 농경민족으로 정착하면

  서도 옛 풍습과 문화는 잊지 않은, 그러면서도 오호십육국 천하에서 가장 강성하

  고 으뜸가는 그런 부강한 나라를 태자가 세워야 하느니라. 오호십육국이 서로 선

  의의 경쟁을 하며 발전해나가는 그런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야할 막중한 책무가

  과인의 뒤를 이을 태자에게 있음을 명심하렸다. ”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





 이때부터 존콜리는 부왕 테리우스로부터 직접 후계자 수업을 받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는 직접 불러서 자신의 국정철학과 국가운영 방식을 설명해 주기도 했고, 또 가끔은 대소신료들과의 국정회의에 존콜리를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시키기도 했다. 하루는 존콜리에게 이런말도 했다.

 “ 땅덩이만 필요없이 넓은 것은 사실 아무소용 없는 것이다. 가령 풀한포기 나지않

  는 북쪽의 얼음땅을 아무리 많이 가진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 결국

  관건은 땅덩이만 무조건 넓히는게 좋은게 아니라 누가 얼마나 영양가 있는 땅을

  차지 그 영양가 있는 땅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한것이란다. 우리가 북쪽

  을 택하지 않고 남쪽을 택한것도 다 그런 이유인게야. ”

 “ 북쪽에는 그럼 정말 풀한포기도 나지 않는 얼음땅만 있단 말씀입니까 폐하 ? ”

 “ 선조들중에도 종종 우리가 살던 옛터전 그보다 더 북쪽으로 가본 이들이 종종 있

  는 것으로 알고 있다. 허나 북으로 올라간이중 살아돌아온이는 거의 없어. 북으로

  갈수록 추워지고 먹을 것도 없고 풀한포기도 나지 않는 그런 얼음땅이기 때문인게

  지. 사실 이 애비도 너만할 때 어울리던 벗들과 젊은호기로 한번 북쪽 여행을 떠나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북으로 가면 갈수록 더 추워지고 잘곳도 마땅찮다는

  그런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왔을 뿐이야. ”

 “ 우리가 살던 옛 터전 그보다 더 북쪽은 대체 얼마나 더 춥기 때문에 그렇습니까

  ? ”

 “ 우리가 살던 옛 터전 – 도족이 중원으로 내려오기 전에 살던 지역 – 은 그래도

  봄부터 가을까지는 말과 양떼를 몰며 이동하면서 목축을 하며 살 수 있는 그런 지

  역이었다. 하지만 겨울이면 너무 추워져 양식도 다 떨어지고 풀꽃도 더 나지 않아

  살기 힘든 그런 시간이 되었지. 그래서 늘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남쪽을 택해 내려

  오려 했던 것 아니냐 ? 허나 우리가 살던 옛 터전은 그래도 봄부터 가을까진 그런

  대로 지낼만한 곳이었는데 북쪽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따뜻한 시간은 점점 줄

  어들고 추운 시간만 더 늘어난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그보다 더 북쪽으로 가면 아

  예 따뜻한 시간도 없고 늘상 추운 그런곳이 나온다고 하더구나. 심지어 그곳은 중

  원이나 우리 옛터전의 겨울보다도 훨신 더 두꺼운 얼음과 눈만 가득 쌓여있는 그런

  곳이 광활하게 펼쳐질 뿐이라고 한다. 허허...이 애비도 거기까지 직접 가본적은 없

  고 옛 선조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뿐이긴 하다만...여하튼 북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추워진다는것만큼은 옛 선조들로부터는 물론 이 애비도 젊을 때 한때나마 직접

  확인한 진리가 아니더냐. ”

 “ 그래서 영양가 있는 땅덩이를 누가 어떻게 차지하여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문제

  란 말씀이십니까 폐하 ? ”

 “ 바로 그것이다 태자. 허허허...넌 역시 일국을 통치할만한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구

  나. 그만하면 됐어. ”

 한편 열두살때까지는 부황이 직접 품에안고 잘 정도로 테리우스가 총애했던 맥콜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사춘기에 접어든 대략 14-15세때부터는 부황의 총애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이때 테리우스는 존콜리에 대한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터인데 존콜리에 대한 후계자 수업에 박차를 가해지면 가해질수록 맥콜리를 멀리하는 시간은 늘어만 갔다. 심지어 어떨때는 아예 바쁘다며 맥콜리를 만나주지조차 않을 정도로 그를 냉담하게 대했다. 그러다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맥콜리도 어느덧 19세가 된 어느날이었다. 황실 궁녀중 캔디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남몰래 테리우스를 흠모하였다. 헌데 황후 정여니가 캔디가 테리우스에게 접근하는 일을 원천 봉쇄했기에 캔디는 테리우스에게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자 캔디는 체념을 한것인지 또는 다른 생각을 한것인지 맥콜리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허나 맥콜리는 캔디의 구애를 거절했다. 맥콜리의 거절에 상처받은 캔디가 하루는 눈물을 흘리며 테리우스이 침전에 뛰어들며 간했다.

 “ 폐하 !!! 폐하 !!! 맥콜리 왕자가 소녀를 능멸하였습니다. ”

 테리우스는 캔디의 말에 격노하였고 멕콜리를 처벌하려 하였다. 일시적으로 맥콜리를 감옥에 가두었는데 황후 정여니는 이를 부당하다고 했다.

 “ 폐하, 이건 아무래도 캔디라는 아이의 모함인 듯 하옵니다. 그러니 다시 조사해

  주시오소서. ”

 일단 두어달후 맥콜리는 풀려나긴 했으나 이후에도 사소한 말썽을 두어번 더 저질러 테리우스를 화나게 했다. 결국 테리우스는 직접 조정회의를 소집 맥콜리를 처벌하는 문제를 논했다. 헌데 황후 정여니가 뛰어들었다.

 “ 불가하옵니다 폐하. 맥콜리의 처단이 어찌 조정회의에서 논할일이옵니까 ? 맥콜리

  가 태자라면 혹시 모를까 맥콜리는 그냥 왕자. 따라서 맥콜리의 일은 내전(內殿)의

  일이니 신이 논의하게 하여 주옵소서. 태자가 아닌 그냥 일반 왕자의 사생활과 관

  련된 일은 내전에서 다스리도록 한게 연나라의 법도. 맥콜리의 문제는 신이 처리

  하게 하여주옵소서. ”

 “ 맥콜리가 짐의 궁녀를 건드린 것은 곳 과인을 능멸한것이오 또 사사로이 궁밖을

  나가 백성들에게 민폐를 끼친일도 역시 나라의 일이다. 맥콜리의 문제는 조정의

  국사로 다스릴것이니 황후는 간섭마시오. ”

 “ 아니되옵니다 폐하 !!! 대체 맥콜리 왕자의 일을 조정회의에서 거론 뭘 어쩌겠다

  는 것입니까 ? 맥콜리를 죽이겠다는것입니까 ? 불가하옵니다. 맥콜리의 일은 소

  첩이 처리하게 하여 주십시오. ”

 “ 허허...황후. 체통을 지키시오. 대체 황후가 조정회의에 뛰어들어 이 무슨 추태란

  말이오. 밖에 궁녀들이 있거든 들어라. 황후를 어서 내전으로 모셔라 !!! ”

 궁녀들이 명을 받고 달려와 정여니를 밖으로 내보내려 하였는데 그러자 정여니는 더더욱 발악했다.

 “ 놔라 !!! 감히 누구에게 손을 대느냐 !!! 폐하 !!! 맥콜리를 처단하심은 불가하옵니

  다. 맥콜리가 어디 주워온 자식이랍니까 ? 페하와 저의 자식이옵니다. 열두살때까

  지도 직접 침전에서 함께 재울정도로 총애하던 아이옵니다. 헌데 이제와서 어찌

  이러실수가 있으십니까. 폐하, 맥콜리의 일은 신이 처리하게 해 주시옵소서 !!! ”

 “ 무엇을 하느냐 !!! 어서 황후를 끌어내어라 !!! ”
“ 놔라 !!! 이 X들. 감히 누구에게 손을 대느냐. 안 된다. 맥콜리를 죽이기라도 하겠

  다는것이냐 ? 놔라 !!! 맥콜리를 죽이려거든 차라리 나부터 먼저 죽여라. 맥콜리가

  이 에미보다 먼저 죽는꼴은 난 절대 못본다. 놔라 !!! 맥콜리를 정히 죽이려거든 나

  부터 죽이고 해라 !!! ”

 테리우스는 황궁에서 거리가 다소 떨어진 ‘친수각(親手閣)’이란 곳에 맥콜리를 기거하도록 했다. 친수각은 원래 유광식 황제 시절엔 ‘충정각(忠情閣)’각이라 부르던 곳이었는데 그때는 주로 조정의 원로대신이나 나라의 공신들이 기거하던 곳이었다. 헌데 그곳을 연나라가 세워지면서 그때부터는 황실의 직계혈족이 아닌 종친들이 기거할수 있는곳으로 배려하도록 하여 ‘친수각’이라 부른곳이다. 허나 아직은 테리우스에게 그런곳에 기거할만한 종친급 친척이 없었기에 – 테리우스의 윗대 친척들은 거의다 연로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면된다. - 아직까지는 사용하는 이가 없는곳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맥콜리가 ‘친수각’을 처음으로 사용하는 황실가족이 된 것이다. 허나 테리우스는 친수각에 백여명의 병사들을 보내 그곳을 감시 맥콜리가 함부로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조치했기에 맥콜리는 굉장히 크고 넓은 감옥에 혼자만 갇힌것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한편 테리우스는 존콜리가 25세가 되었을 때 그에게 선위(禪位)를 했고 존콜리에게 선위를 한 뒤엔 지병이 악화되어 얼마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헌데 존콜리가 왕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맥콜리에게 새로운 시련이 닥쳐왔다. 실은 테리우스가 생전 맥콜리를 한참 총애할 때 몇몇 약삭빠른 신료들이 혹시 테리우스가 맥콜리에게 다음 황위를 물려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 그에게 줄을 대려 하였다. 대개 노나라 출신으로 등용된 이들이었는데 정치적 수완이 좀 있다고 정평이 난 이들이었다. 그 몇몇 노나라 출신 신료가 도족 신료 몇몇을 꼬드겨 맥콜리 주변에서 작은 파벌을 형성하였는데, 다만 테리우스가 존콜리에 대한 후계수업을 본격화하면서 맥콜리파는 자연스레 흐지부지 해산되었다. 다만 맥콜리가 친수각에 갇힌 신세가 계속되자 인간적으로 그 신세를 안타까이 여긴 옛 맥콜리파 신료 몇몇이 종종 친수각을 방문 그를 위로하였다. 헌데 이것이 존콜리의 측근들에게 포착되지 않을수 없었고 이들은 맥콜리가 역모를 꾀하려는 것 같다고 간했다. 존콜리는 바로 맥콜리를 처단하려 했다.   

 “ 아니되옵니다 폐하. 부황께서 이미 맥콜리를 창살없는 감옥에 가둔지가 오래인데

  그것도 모자라 이젠 아예 죽이려 한다니요 ? 형으로써 어찌 동생을 그리 핍박할수

  있사옵니까. 불가하옵니다 폐하. ”

 그렇게 반대하며 나선 것은 역시 지금은 황후에서 태후가 되어있는 정여니였다. 선황 테리우스가 사망하고 나선 미망인이자 황실 어른의 자리에 있던 정여니. 그가 자신의 아들 존콜리 앞에 나서 맥콜리 처단의 불가함을 다시금 역설했다.

 “ 폐하, 폐하의 하나밖에 없는 아우 맥콜리는 이미 선황때 한번 죄를지어 감옥살이

  아닌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몸입니다. 그를 가여이 여겨 석방하시진 못할망정 이젠

  아예 반역의 죄를 물으려 하시다니오. 형으로써 하나밖에 없는 아우에게 이리할 수

  는 없사옵니다. 폐하, 부디 맥콜리를 어여삐 여겨 주시오소서 !!! ” 

 


 태후 정여니가 맥콜리를 살려달라고 아들인 황제 존콜리에게 애원했으나 존콜리는 오히려 맥콜리의 목숨만은 살려주는 대신 추방령을 내렸다. 연나라땅 백리밖으로 나가 살도록 하고 이후 살아서는 두 번 다시 연나라로 돌아올수 없으며, 만약 살아서 연나라 땅에 다시 보이는일이 있을시엔 그때 다시 반역의 죄를 물을것이란 엄포까지 놓았다. 정여니가 기가막혀 다시금 존콜리에게 맥콜리의 석방을 탄원하려 했으나 존콜리는 오히려 더 뜻밖의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보였다.

 “ 태후께서도 이만 정사에 관여치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

 “ 뭐라 ? ”

 “ 미안하지만 태후께선 이제부터 황궁 가장 으슥하고 구석진곳에 있는 ‘OO전’에서

  기거하셔야 할것이며 이후 그곳에서 한발자욱도 나오셔선 안됩니다. ”

 “ 무엇이 ? 그게 대체 무슨말이냐 존콜리 ? ”

 “ 이런 말씀 안 드리려 했는데 태후께선 도족이 아닌 모족출신입니다. 모족출신 태

  후가 정사에 관여하면 혹시 도족이 아니라 모족을 위한 정치를 펼치려 하지 않을

  까 그것을 늘 걱정하여 왔사옵니다. 미안하지만 모족출신 태후가 도족이 세운 나

  라의 정사에 관여하실수는 없사옵니다. 태후께서도 이제 더 이상 정사에 관여치

  마시고 저희가 유폐시킬 처소에서 여생을 편히 보내시옵소서. ”

 “ 아...아니 무엇이야 ? ”

 생각지도 못한 존콜리의 조치에 정여니는 기가막혔다. 발악을 하듯 존콜리에게 따졌다.

 “ 네 이X 그 무슨 패륜망덕한짓이냐 !!! 세상에 에미를 유폐시키는 자식이 어디 있

  다더냐 ? 그리고 무엇이야 ? 에미가 모족출신이라 안 돼 !!! 그 무슨 당치않은 소

  리냐 !!! 니가 어디 주워온 자식이라더냐 ? 이 에미가 모족이면 너 또한 모족의 피

  가 반이나 흐르고 있는 X이 아니냐 !!! 에미가 모족이라 정사에 관여할수 없다면

  모족의 피가 반이나 흐르는 네X은 어찌 황제가 될수 있다는 말이더냐 !!! ”

 “ 무사들은 무엇을 하느냐. 어서 속히 모족의 태후를 OO전에 유폐시키지 않구 !!!

 ”

 “ 놔라 이 X들 감히 누구에게 손을 대려 하느냐 ? 네 이 존콜리 배은망덕한 X !!!

  네가 어찌 나한테 이럴수가 있단말이냐 !!! 이 X 존콜리 !!! 선황께서 맥콜리를 너

  무 총애하시어 혹시 행여 존콜리를 소홀히 대하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늘 침전에

  서 간했던 사람이 나니라. 행여 태자를 존콜리에서 맥콜리로 바꾸시진 않을까 염

  려되어 그리하면 훗날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절대 태자를 바꾸는 일이 있어선

  아니된다 한결같이 간했던 에미니라 !!! 근데 네가 이런 패륜망덕한 짓을 벌여 !!!

 ”

 “ 무사들은 어서 빨리 모족출신 태후를 끌어내라 !!! ”

 “ 놔라 이 X들 !!! 내가 모족이라 정사에 관여해선 안된다면 모족이라서 태후의 자

  격이 없다면, 모족의 피가 반이나 흐르는 X은 어찌 도족의 황제가 될수 있단 말

  이더냐 !!! 날 유폐시키려거든 그전에 모족의 피가 반이나 흐르는 황제부터 끌어

  내라 !!! 모족인 이 에미가 열달 배아파 낳은 자식이 존콜리와 맥콜리니라 !!! 모

  족출신 태후가 태후의 자격이 없다면 모족의 피가 반이나 흐르는 왕자도 같은 처

  우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 모족의 피가 반이나 흐르는 자가 어찌 도족의 황제

  가 될수 있단말이더냐 !!! 여봐라 !!! 게 무엇을 하느냐 !!! 날 유폐시키려거든 그전

  에 모족의 불결한 피가 반이나 흐르는 저 자격없는 황제부터 끌어내거라 !!! ”

 정여니가 발악하듯 울부짖었으나 소용없었고 결국 그녀는 유폐되었다. 존콜리가 친모인 정여니를 유폐한 것은 어쩌면 부황 생전에 맥콜리를 너무나 총애하였고 그로인해 태자자리가 늘 불안하였던 것으로 인해 쌓였던 원한으로 인한 보복조치로 이해할수도 있겠지만 이런 모습을 불안에 떨며 보는 한 여자가 있었다. 다름아닌 존콜리의 부인이며 황후인 제이미란 여인이었다.

 제이미는 실은 노나라 출신으로 어려서 전란속에 부모를 잃고 걸식을 하며 생활하였다. 그러다 어느 식당주인의 눈에 띄어 그 집에 입양되어 길러졌는데 제이미를 거둔 부모는 제이미가 자라서는 사실상 식당일을 시키며 키웠다. 한편 이 무렵 존콜리는 종종 자신의 신료들이나 따르는 동료들과 함께 궐밖으로 미행을 나가곤 했는데 그때 만난 것이 제이미였다. 사실 도족이 중원을 점령하고 연나라를 세울 때 어린아이였던 존콜리는 유목민 시절 도족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 왕자였다. - 그것은 맥콜리도 마찬가지다. - 헌데 그런 존콜리는 노나라의 전통 국밥과 술을 파는 식당의 맛에 깊이 빠져들었고 그리고 일주일에 한두번은 단골처럼 그 식당에 들렀다. 그러다 식당 종업원이면서 수양딸이기도 한 제이미와 친해졌는데 하루는 아침일찍 그 식당의 국밥맛이 보고파서 식당에 들렀다. 헌데 뜻밖의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실은 제이미에게 양부이기도 한 식당주인이 제이미를 건드리려는 모습을 보았다. 놀란 존콜리가 호통을 쳐서 식당주인에게 그러지 못하도록 했고 이후 제이미의 딱한 사정과 사연을 알게 되었다. 존콜리는 왕자의 직권으로 식당주인을 응징하였고 제이미에겐 황궁 근처에 별도의 비밀거처를 마련해주어 매일같이 은밀하게 그녀를 만났다. 얼마안가 제이미와 존콜리의 관계가 알려지게 되었고 황제였던 테리우스가 존콜리를 불러 추궁하자 존콜리는 제이미를 사랑한다며 그와 혼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처음에 황후인 정여니는 존콜리와 제이미의 사이를 반대하였으나 테리우스는 오히려 노나라의 여인이 태자비가 된다면 훗날 도족과 노나라인의 화해의 좋은 실마리를 마련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 사람의 혼인을 허락하였고 그렇게 태자비가 되고 존콜 리가 황제가 되면서 자연스레 황후가 된 여인이 제이미다.

 헌데 존콜리가 자신의 아우 맥콜리를 역모혐의를 뒤집어씌워 추방하고 심지어 자신의 친모인 정여니마저 모족출신 태후의 정사관여는 불가하다며 유폐시키는 것을 보고 경악하였다. 지금까지 몰랐던 존콜리의 다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것이라고나 할까. 한편 이때 제이미는 존콜리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낳았는데, 첫 아들은 어느덧 네 살이었고 둘째는 얼마전에 출산 아직 백일이 채 되지않은 갓난아이였다.

 “ 폐하...폐하...둘째왕자의 목숨을 살려주시옵소서. ”

 “ 듣기싫소. 노나라의 태후께선 더 이상 정사에 관여치 마시오. 여봐라 !!! 노나라 출

  신 태후 제이미를 속히 궁밖으로 추방하렸다. ”

 흔히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는데 그런 관점에서의 우려에서였을까. 아니면 존콜리가 잔혹하게 아우와 모후를 숙청하는 모습을 보고 권력의 비정함을 알게된 충격의 심리에서 나온것일까. 하루는 저와같은 이상한 꿈을 제이미가 꾸었다. 마치 아우 맥콜리와 모후 정여니를 숙청하는 존콜리처럼 세월이 흐른뒤 자신은 태후가 되고 자신이 낳은 두 아들도 어느덧 성인이 되었는데 새 황제가 된 장남이 아직 어린 둘째를 역모혐의를 씌워 추방하고 그것도 모자라 ‘노나라 출신’인 자신마저 미천하다 하여 태후에서 폐위하고 유폐시켜 버리는 그런 끔찍한 내용의 꿈이었다. 존콜리가 자기 아우와 어미를 숙청하는 현실이 후대인 자기 아들대에서 똑같이 반복되는듯한 그런 악몽을 꾼 것이다.

 “ 아악~~~!!! ”

 그렇게 악몽을 꾸다 깨어난 제이미. 한밤중에 곤히 잠들어있던 존콜 리가 옆자리의 황후 제이미가 악몽을 꾸며 깨어나는 것을 보며 놀라 물었다.

 “ 왜 그러시오 황후 ? ”

 “ 아...아니옵니다. 제가 그저 좀 이상한 꿈을...아...아무것도 아니옵니다. ”

 악몽 때문에 그런것이라는 말을 듣고 존콜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으나 제이미는 가면 갈수록 불안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세월이 흐르면 존콜리의 아들이 자연스럽게 차기 황제가 되겠지만 과연 저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황제가 될 때 그때의 모습은 어찌될까. 또는 노나라 출신인 자신은 – 그러잖아도 도족이 곳곳에서 자신들이 점령한 옛 노나라땅에서 노나라 백성들을 심하게 핍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 존콜리가 죽고 그 아들이 황제가 되면 그때 자신의 처지는 어찌될지 그것을 걱정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고민을 하던 제이미가 한가지 꾀를 내었다. 어차피 자신의 아들들은 아직 어린 아들. 그 아이들이 자라고 머리가 커지기전에 일을 도모하면 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아이들이 커서 자신만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자리잡기전 확실하게 자신의 수하로 해두면 될 것 아닌가 그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 결단을 내린 제이미는 하루는 곤히 잠든 존콜리를 깨워 술을 한잔 권했다. 허나 그 술잔에는 제이미가 미리 준비한 독이 담겨있었다. 존콜리는 결국 목숨걸고 사랑했던 노나라 출신의 여인 제이미의 손에 의해 독살당하니 황위에 오른지 3년만의 일이었다. 존콜리가 숨이 끊어진 것을 알게된 제이미는 황제의 붕어(崩御) 사실을 신료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미리 조작하여 만든 유언장대로 존콜리의 첫째아들이 아닌 둘째 아들이 황위를 물려받게 될것이라 발표하였다. 이때 제이미의 첫째 아들은 어느덧 다섯 살이지만 둘째는 이제 겨우 돌을 지난 상태였다.

 한마디로 돌이 겨우 지난 갓난아이인 왕자를 황위에 앉혀 자신이 수렴청정을 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갓난아기때 진작에 황제에 올린뒤 자신이 수렴청정을 하면 그 아이는 커서도 무조건 자기말을 들을것이고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일은 없을것이란 생각을 한 것이다. 허나 막상 그렇게 수렴청정을 시작한 제이미는 국정운영 능력은 거의 없는 여자였다. 말이 황후였고 수렴청정을 하는 태후지 그 이전까지는 국밥집 수양딸로 그곳에서 손님들 시중을 들던 그런 신분의 여인 아니었던가. 그래서인지 국정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가운데 기껏 세운 도족의 연나라는 어지러워져갔다. 그리고 그렇게 어지러워진 연나라의 틈을 타 걸족 제1부족 부족장이었던 고재열이 세운 ‘고돌왕국’이 연나라를 침략 연나라는 불과 3대 약 30년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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