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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팬픽 - 장윤주 (12.마지막회)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부제 : 화곡동에서 생긴일





 윤주는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대산은 우선 두 사람이 한참 언쟁을 벌이던 현장을 그대로 아이한테 들켜버리자 혼비백산 달아나버렸고, 용이는 마치 이제야 알게된 윤주의 실체로 인한 어떤 충격이라도 받았음인지 한참을 그 현장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은 사뭇 소름끼치고 섬뜩하기까지 했다. 아이는 일단 한참만에 2층으로 도로 올라가버리긴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윤주는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 너 도대체 우리 이야기 어디서부터 엿들은거야 ? 우리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건지 바른대로 말해 ? ”

 아닌말로 이런식으로 아이를 닦달하거나 추궁할수도 없는일 아닌가. 만약 그렇게 하면 윤주 스스로 자신의 실체를 아이에게 있는 그대로 밝히는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일곱 살 정도의 어휘력이나 판단력이면 조금전 보았던 그 장면을 노형준이라던가 이모등 어른들에게 그런대로 설명 못할 그런 수준은 아니다. - 가령 ‘윤주 아줌마가 어떤 아저씨랑 이상한 이야기 주고받으며 막 싸우고 있었어요’ 이런식으로라도 말할수 있는 것 아닌가. - 게다가 용이는 자기발로 대중교통(버스)을 이용 이미 화곡동에서 신촌까지를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한바 있을정도로 똑똑한 아이다. 그런 용이에게 현장을 들켜버렸으니 이제 아이의 입을 막지 않는한 이 상황을 무마하거나 덮을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것이다.

 “ 당신 왜 그래 ? 어디 아파 ? ”

 겁에 질리고 두려움에 밤늦은 시간까지도 아무말 못한채 거실에서 그야말로 혼이 나간 상태로 있던 윤주. 형준이 퇴근을 해 그런 아내를 보고 이상해서 말을 걸었을때도 윤주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혼자 한참 무슨 고민을 하는 듯 하다 형준이 잠든 깊은 밤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이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보았다.

 용이는 그때 2층 방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었다. 그러고보면 용이가 어느덧 화곡동 집에서 살게된지도 1년여의 시간. 처음엔 2층 이 넓은 공간의 빈방에서 혼자 자는게 무섭기도 했을텐데 이젠 그런대로 적응이 되었음인지 칭얼대지도 않고 한밤중에 혼자 용감하게 잘 자고 있다. 처음엔 윤주가 대충 아이 덮을만한 이불 하나만 달랑 넣어주고 방치시켜놓은 그런 방이기도 했는데, 나중에 경희와 민희가 화곡등 집을 찾아와서 용이 실태를 확인하고는 ‘어떻게 아이를 이지경으로 방치해 두느냐 ?’고 따진뒤 그네들이 직접 아이가 갖고놀만한 장난감이라던가 스케치북 그리고 읽을만한 그림책과 동화책을 몇권 넣어주기도 했다. 그래서 애초에 텅빈방에 불과했던 이 방도 제법 그런 물건들이 들어와있는 방이기도 하고, 용이가 의외로 정리정돈 습관이 있었는지 그런 장난감이나 책따위를 한곳에 늘상 차곡차곡 정리해 놓기도 했다. 윤주는 잠들어있는 용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면 두 번의 유기계획 실패. 그리고 세 번째 음모는 대산이 머리나쁜 그리고 믿기 힘든 윤주보고 빠지라고 하고 그냥 자신이 유흥업소에서 일할 때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을 시켜 벌인일. 그리고 이제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애초 대산이 윤주와 그런 모의를 벌였던게 대산이 윤주를 불신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은게 확실하고 또 윤주의 아이가 대산의 아이가 확실한지를 증명해보이려면 노형준의 외손자인 용이를 없애버리라고 해서 시작된일이 아닌가. 솔직히 지금 윤주는 자신이 아직 대산을 진정 사랑하거나 마음이 아직 그에게 있는지 스스로도 판단이 안 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무엇보다 그동안 대산이 여러차례 화곡동집을 찾아와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면서 한 오만가지 엽기적 행각과 행태 때문에 윤주가 대산에 대한 오만정이 떨어져있는 상태인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오대산의 말처럼 정말 이대로 노형준의 후처로 살면서 그의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나중에 유산이나 물려받아 여생을 보낼 생각이냐면 꼭 그렇지도 않다. 솔직히 윤주도 지금 윤주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보는게 정확할 것이다. 지금 과연 대산과 형준중 진심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바로 그런 혼란스러움과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밤중에 혼자 아이가 잠든 방으로 들어온 윤주는 잠든 용이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형준의 젊은 후처가 되어 이 집에 살게 된지도 어느덧 1년여. 그동안의 일들이 한편의 영화 하이라이트처럼 스쳐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무엇보다 형준의 큰딸 상희가 용이를 무작정 맡기고 사라진뒤 그 뒤 1년간 있었던 일은 정말이지 1년이 아니라 한 10년은 지난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윤주도 심적 부담감과 혼란스러움이 갈수록 커져가기만 했었다.

 그 지나간 일들에 대한 이런저런 복잡한 심경에 잠기다가 윤주는 자신도 모르게 용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용이의 목 언저리로 가져갔다. 마치 용이의 목이라도 조르려는듯한 자세를 취하다가 순간.

 “ 헉~! ”

 허나 아직 윤주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는것일까. 차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용이에게서 손을 떼고 뒷걸음질 치는 윤주. 그리고 말없이 방을 나왔다. 허나 윤주의 혼란스러움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하루는 낮에 윤주가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용이는 이미 유치원에서 돌아왔을 시간이긴 한데 아이에게 점심을 줘야 한다는것도 잊은채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형준과의 관계, 그리고 오대산과의 이런저런 트러블들. 그리고 용이 문제.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을 잔뜩이나 복잡하고 힘들게 만드는 가운데, 무엇보다 여전히 윤주의 신경이 가장 쓰이게 만드는 것은 바로 며칠전 대산과 서로 감정이 극에 달해 언쟁을 벌이던 그 장면을 용이한테 바로 들켜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대산이 윤주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맞느니 안맞느니 또는 두차례 유기사건 실패한 것이 다 누구때문이라느니 그야말로 그동안의 곡절을 있는 그대로 쏟아붓는 과정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 장면이 아이에게 목격된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바로 그걸 ‘우리 싸우는걸 어디서부터 엿보고 엿들었느냐 ?’고 추궁할수도 없는 일이니 윤주는 가면 갈수록 답답함이 극에 달하고 있었고, 그 속상함을 주체하지 못해 마침내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 아무래도...맨정신으론 못할짓인데... ”

 무슨 의미인지 이렇게 혼잣말로 주절거리고 있는 윤주. 허나 어느덧 소주가 몇잔 들어가니 알딸딸한 기운이 올라오는것일까. 윤주의 주량은 딱히 세거나 약하다고도 할수 없는 굳이 말하자면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는대, 여하튼 소주 몇잔이 들어가니 서서히 올라오는 술기운. 헌데 그러더니 마치 사전에 무슨 계획이라도 미리 세우고 있었던 여자인양 집안 창고 같은곳에 넣어둔 뭔가를 꺼내갖고 온다. 다름아닌 ‘삽’이다.





 술기운에 삽자루를 들고 윤주가 2층으로 올라갔을 때, 용이는 이모들이 사다준 장난감을 방안에서 혼자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 유치원에서 막 돌아온 점심때이기도 하니 배고프다고 칭얼댈만도 한데 그러지도 않고 놀고있는 아이. 헌데 불쑥 방안으로 들어온 윤주는 들고있는 삽으로 아이의 머리를 냅다 내리쳤다. 아무리 취중이라도 막상 그러고나니 순간 당황하긴 했는데, 허나 술기운이 윤주 내면의 싸이코본색이라도 끄집어낸것일까. 눈을 한번 질끈 감더니 이젠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삽으로 아이의 머리를 몇 번이고 후려쳤다. 아이는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진다.

 “ 용아...용아...정신좀 차려봐. ”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불러봤지만 반응이 없는 아이. 그러자 윤주는 다시 창고로 가서 자루 하나를 가져와 그 안에 용이를 넣는다. 그리고는 대충 끈같은 것으로 꽁꽁 입구를 묶는 윤주. 이쯤되면 술김에 우발적으로 저지른것인지 아니면 사전에 미리 계획을 해둔것인지조차 헷갈릴 지경인데 일단 윤주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용이를 넣은 자루를 들고 집을 나간다. 그리고 주택단지 뒤쪽 야산으로 간다.

 경사가 그리 가파르지도 않고 길도 제법 나있는 산길이라 술기운에도 별다른 무리나 문제없이 오를수 있었던 야산. 그 중간지대쯤에서 길을 벗어나 흙과 나무가 잔뜩 있는 숲쪽으로 간다. 그리고 거기 아무곳에 대충 용이가 들어있는 자루를 던져놓은뒤 삽으로 흙을 파기 시작한다. 용이를 묻기 위해서다.

 “ 게 뭐하슈 ? ”

 사실 이 야산이 주택단지는 물론 다른 거리가 좀 멀리 떨어진곳에 사는 주민들도 등산이나 산책,나들이 장소로 종종 이용하는곳이기 때문에 평일 낮이라도 충분히 사람들 눈에 뜨일만한 그런 장소이긴 하다. 그러니 정히 정말 자신이 죽인 시신을 암매장할 작정이면 오히려 일전에 윤주가 대산에게 말헀던것처럼 어두운 밤시간을 이용하던가 했어야 하는데 취중이라 그런지 대단한 실책을 저지른 셈이다. 뭔가 수상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느껴지기라도 했는지 삽으로 뭔가를 파는 시늉을 계속하는 윤주를 지나가는 주민 하나가 결국 다가와서 그렇게 말한다. 순간 당황한 윤주는 대충 변명삼아 얼버무린다.

 “ 아...저...저희집 기르는 개가 죽어서 땅에 묻으려는거에요. ”

 “ 개가 죽었다구 ? ”

 얼떨결에 그와같은 변명을 해버린 셈인데, 윤주가 이 주택단지 주민이고 그 말을 사실로 받아들일 경우, 주택단지에서 개를 키우고 있었다는 말도 되는데 어찌보면 적절치 못한 행동일수도 있다. 따라서 더더욱 수상쩍고 이상하게 여겨 가까이 다가오는 행인. 당황한 윤주가 그를 밀쳐낸다.

 “ 저...저리 가세요. ”

 “ 아...아니 ? ”

 순간 놀란 행인이 윤주를 쳐다보고 술냄새가 풍기는 몸으로 윤주는 거듭 변명같은 말을 입에 담는다.

 “ 그...그냥 저 혼자 할수 있는일이니 신경쓰지 말고 가세요. 저 혼자 할수 있다니까

  요. ”

 그리고는 빨리 가라는 듯 손짓까지 해보이는 윤주. 행인은 이해할수 없다는 듯 투덜거린다.

 “ 아니, 난 또 여자혼자 힘들지 않을까해서 좀 도와줄까 했더니...알았소. 그럼 혼자

  잘해보슈. ”

 살짝 빈정상하기라도 했는지 그렇게 말하며 자기갈길로 가버리는 행인. 윤주는 아무래도 서둘러야곘다는 듯 땅을 파는 작업에 속도를 가하려 한다. 허나 술기운 때문인지 몸이 그리 쉽게 말을 듣지 않는다. 여하튼 어느정도 흙을 파낸뒤 용이의 시신(!)이 들어있는 자루를 묻어버린 윤주. 그리고 산을 내려온다.

 집으로 돌아온 윤주는 술기운에 땅을 파고 시신을 묻는 작업까지 했으니 체력소모가 많았는 듯 그대로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윤주가 소주 한병정도에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할 사람은 아닌데 그 정도의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작업량이 제법 힘들었던 셈이라 지쳐버린 것이다. 결국 테이블에는 빈 술병이 대충 놓여있는 상태로 거실 한복판에 나동그라진 윤주. 누가보면 그냥 소주 두어잔 하다 곯아떨어진줄로만 알 그런 상황이기까지 하다.

 “ 아니, 이봐. 여보, 정신좀 차려봐요. 이봐...일어나라니까. ”

 그렇게 쓰러진 윤주를 발견한 것은 저녁때 퇴근한 노형준이었다. 그러니 윤주는 그때까지 곯아 떨어져 있었다는 이야긴데, 술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고나서 한 행동으로 인한 체력소모가 많았던 탓도 있으리라. 허나 테이블에 소주 한병이 빈병인채 놓여있는 것을 보고 형준은 윤주가 그냥 술을 마시고 곯아떨어진 것으로 판단 아내를 깨워보려 한 것이다. 일단 윤주는 깨어나긴 한다.

 “ 어머...여보. 오...오셨어요 ? ”

 “ 그래요. 방금 퇴근한 길이오. 헌데 낮에 술을 마셨던게요 ? ”

 “ 아, 네 여보...죄...죄송해요 그만...심심해서 한잔. ”

 형준이 윤주와 함께 산지도 어느덧 대략 1년 반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또 그 이전의 전력은 결국 유흥업소 출신 여자이기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대낮에 혼자 술을 퍼마신다던가 이런일은 – 혹시 담배는 좀 피울지 몰라도 – 거의 없었던 윤주라 더더욱 형준은 이해할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러면서 말을 이어간다.

 “ 나 원...당신답지 않게 웬 술을...그래 그래서 단지 무료해서 소주 한병을 다 비우

  고 그렇게 곯아떨어져있었단 말이오 ? ”

 “ 죄송해요 여보, 다음부턴 주의할께요. ”

 “ 아니 뭐 죄송할것까진 없지만... ”

 일단 빈 술병을 치우면서 형준이 그와같이 대꾸하고, 그리고는 궁금한지 윤주에게 묻는다.

 “ 애는 ? ”

 “ 죽었어요. ”

 “ 뭣 ? ”

 윤주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형준. 무슨 생각인지 윤주는 자신도 모르게 그만 이와같은 대답을 하고 말았다. 헌데 바로 자신이 한 말에 윤주도 놀라 바로 그 말은 취소한다.

 “ 아...아니 그게 아니라...저...우리 애기 말씀하시는거죠. 난 또...우리 애긴 방안에

  새근새근 잘 자고 있어요. 걱정마세요 여보. ”

 그러고보면 이 집에 이젠 형준의 외손자인 용이와 윤주가 형준과의 사이에 낳은 아이까지 두명의 ‘애기’ 또는 ‘아이’가 있는 셈이니 헷갈릴 판이기도 한데, 허나 윤주 자신도 대체 무슨생각으로 방금 그런말을 내뱉은것인지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못할판이다. 일단 적당히 변명삼아 말을 이어가는 윤주.

 “ 미안해요 여보...제가 술김에 말이 헛나왔나봐요. 우리 애긴 방에 잘 있어요. ”

 실제 형준이 방에 들어가보니 역시 윤주가 낳은 애기는 방안에 멀쩡하게 잘 있다. 다만 잠들지는 않고 그것도 깨어있는 상태로 그리고 제 아빠를 알아보는지 방긋 웃기까지 하면서. 그러고보면 어느덧 형준과 운주 사이의 아이가 태어난지도 1개월이 조금 넘었다.

 “ 나 원...아무리 술이 덜깨 말이 헛나왔어도 그렇지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리를...그것

  도 이렇게 멀쩡히 잘 있는 우리 애기를... ”

 윤주는 무안함도 무안함이거니와 낮에 자신이 한 짓이 행여 들통날까봐 무슨말을 더 잇지도 못하고 그저 진땀을 흘릴뿐이다. - 게다가 아까 낮에 저지른 짓은 솔직히 윤주 입장에선 취중에 저지른 일이라 낮에 대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윤주도 새삼 다시 답답해지긴 하는데, 아무래도 형준과 계속 오래 있으면 자신의 속내가 들킬세라 살짝 피해서 방을 나오긴 한다. 그리고 무슨 생각인지 2층으로 올라가버린다.

 이미 용이는 자신이 살해한 뒤가 아닌가. 그러니 이젠 텅 빈 주인잃은 방. 헌데 윤주는 말없이 그 방 한가운데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는 뭔가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듯한 모습. 사실 진짜 문제는 윤주가 낮에 자신이 한 짓을 현재 정확히 기억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취중실수치고는 너무나 엄청나고 경악스러운 짓을 저지른 셈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한 것은 아니고 그냥 좀 알딸딸해질 정도로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니만큼 대강의 줄거리는 기억이 나는지 윤주는 주인잃은 어두운 방에서 이제는 아무런 의미없는 말을 무슨생각인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 용아...미안해. ”

 막상 그런짓을 저질러놓고 후회라도 되는것인지 혼잣말처럼 내뱉는 윤주.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 미안해 용아...내가 잘못했어... ”





 허나 다음날 윤주는 아침일찍 뜻밖의 방문객을 맞이해야했다. 경찰과 그리고 어제 아이를 야산에 묻을 때 그 현장을 목격한 행인이었다.

 “ 이 사람이에요 !!! 바로 이 사람 맞습니다. 이 여자가 어제 저 뒷산에...처음엔 무

  슨 강아지가 죽어서 땅에 묻는거라고 하더니만...막상 가서 살펴보니 개가 아니라

  사람이었어요. 6-7세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애였단 말입니다. ”

 “ 장윤주씨, 유아 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조사를 좀 해야겠습니다. 그러니 같이

  가주시죠. ”

 경위는 대략 이러헀다. 어제 윤주가 땅에 뭔가를 묻는 것을 목격한 산책객은 처음엔 개를 묻는것이라면서 도와줄 의사가 있는 듯 다가가는 남자를 되려 거세게 밀쳐냈고 남자는 그래서 아무래도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을 해서, 다만 어차피 자신은 산책을 하러 나온 몸이니 20-30분 정도 인근을 삥삥돌다가 윤주가 집으로 돌아가고 보이지 않을때쯤 문제의 현장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그리고 윤주가 뭔가를 파묻던 그곳을 다시 파헤쳐보니 자루속에 든 6-7세 정도 된 어린아이 바로 용이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놀란 남자는 바로 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다만 남자야 윤주가 해당 시신을 파묻는 현장만을 목격했을뿐 윤주가 어디 사는 누구인지를 아는 것은 아니니 윤주의 집을 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던 것이다. 여하튼 경찰은 일단 윤주를 유아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연행해가려했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자 윤주는 다시금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져 오는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이제 다 틀렸구나. 모든 것이 끝난구나’ 하는 심정으로 체념한 듯 말했다.

 “ 난 모르는일이니 오대산을 찾아가 물어보세요. ”

 “ 예 ??? ”

 “ 난 다 오대산이 시키는대로 한 것 뿐이니 그 X한테 가서 물어보든 말든 당신들

  마음대로 하시라구요 !!! ”

 이대로 혼자 죽을수는 없다는 생각이라도 든것일까. 자신의 내연남 오대산의 이름을 그제서야 언급하는 윤주. 한편 형준은 그 순간까지도 ‘설마 그럴 리가...경찰이 뭔가 잘못안것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다 윤주 입에서 자신의 입장에선 생소하기만 한 이상한 이름이 나오자 놀라고 어리둥절한 말투로 이와같이 묻는다.

 “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일이요. 그리고 오대산이라니 ? 그게 대체 누군데 그러는거

  요 ? ”

 “ 내 내연남이다 왜 !!! ”

 “ 뭐...뭐라구 ? ”

 “ 원래 OO 나이트에서 3년동안 사귀었던 내언남 오대산. 바로 당신 재산 다 차지할

  요량으로 애초부터 공모했던 그 남자가 바로 오대산이라구 !!! 이제 됐냐 ? ”

 “ 뭐...뭐라구 ? ”

 윤주의 말에 경찰은 바로 출동 오대산의 집을 급습 그를 체포해왔고 그 과정에서 윤주와 대산이 사전에 공모했던 용이에 대한 1,2차 유기사건은 물론 3차 유기사건의 전모도 차차 밝혀져 갔다. 무엇보다 용이가 경기도의 웬 야산에서 열흘만에 발견되고 그리고 그 용이의 증언에 의하면 어떤 이상한 남자들에 의해 마취가 되어 납치되어간것이라고 했기에 그 사건 자체를 이미 경찰이 명백한 ‘유괴사건’이라고 보고 아직 수사중이었던 상황이 아닌가. 다만 직전까지는 그 3차 유기사건에 대해 범인에 대한 단서를 잡기가 쉽지 않아 미제사건처럼 되어가는 분위기였을뿐 사건 자체를 아직 종결지은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경찰은 당연히 문제의 그 유괴사건에 대해서도 적극 재수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대산이 윤주와의 음모를 공모하는 과정에서 경희,민희등을 꾀어내는 일이라던가 세 번째 용이를 납치하는 일을 지시했던 정선두와 장호연이란 남자도 자연스레 체포되어 왔다. 경찰에 참고인 조사를 하러 온 경희와 민희도 바로 잡혀온 두 사람을 알아보아 확인이 되었다.

 “ 맞아요 이 사람들 !!! 일전에 우리집에 찾아와서는 무슨 아버지와 사업하면서 잘

  아는 사이라면서...무슨 아버지 부탁이 있어서 집을 사준다면서 우릴 하루종일 서

  울 여기저기를 끌고다닌...그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람들이에요. ”

 경희와 민희도 사건의 전모를 모두 알게되자 본노가 극에 달해 치를 떨었고 무엇보다 이런 남자들한테 속았다는 사실에 대한 분개가 새삼 치밀어 올라 두 남자의 가슴팍을 치며 따져들었다.

 “ 이것봐 !!! 당신들 뭐하는 사람들야 대체 ? 대체 뭐하는 사람들이기에 우리 아빠가

  무슨 집을 사주라는 부탁을 했다느니 그런 헛소리를 하고...게다가 대체 용이한테는

  무슨짓을 했던거야 ? 뭐 ? 용이 친척아저씨 ? 이 미X작자들아 !!! 우리 아빤 2대독

  자라서 우린 4촌도 없고 6촌도 없어. 근데 뭐 ? 용이 친척아저씨라구 ? 우리 아빠

  가 2대독자라서 우린 사촌형제도,육촌형제도 없는데 그런데 하물며 용이한테 무슨

  그런 친척아저씨가 있어 !!! ”

 경찰이 만류하지만 않았더라면 경희와 민희는 두 남자를 꼬집고 깨물고 물어뜯고 아마 어떤 난리를 쳤을지 모를일이고 일단 경찰이 가까스로 잔뜩이나 분노가 극에 달해 난리를 치는 두 여자를 겨우겨우 만류해 진정시킬수가 있었다.

 한편 윤주와 대산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때아닌 언쟁아닌 언쟁을 벌였다. 다름아닌 용이에 대한 1,2,3차 유기사건의 전모 그리고 이번 용이 살해 및 사체유기에 대한 진상문제 때문이었다. 애초 윤주는 – 바로 경찰이 ‘유괴,납치사건’으로 결론내리고 수사에 나섰던 – 그 3차 유기건만은 자신이 공모한일이 없기 때문에 그 사건에서 빠져나가려 했던 것 아닌가. 그래서 윤주는 애초부터 1,2,3차 유기사건 모두 오대산이 시켜서 한짓이고 이번 살해사건도 마찬가지라고 경찰에서 주장했고, 반대로 오대산은 자신이 윤주한테 속았다며 모든 것은 윤주가 주도해서 한일이고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식으로 잡아뗐다. 따라서 장윤주나 오대산이나 적어도 용이의 납치,살해사건등에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일련의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을 알아내는데는 경찰이 몹시도 애를 먹었다. 윤주가 3차 유기사건은 자신이 가담한일이 없다며 빠져나가려 하는것처럼 오대산도 용이를 살해하고 사체유기를 한 것은 자신이 관여한바 없다며 빠져나가려 했다.

 “ 형사님, 글쎄 처음부터 오대산 이 작자가 먼저 시작해서 음모를 꾸민게 맞다니까

  요. 애초부터 노사장의 유산을 노리고 그것 차지하자면서 절 나이든 사장한테 접근

  하도록 시킨것도 오대산 이 사람이고...이후 난데없이 웬 어린 외손자까지 돌보게

  되니까 그게 눈엣 가시였는지...그래서 용이 그 어린아이를 죽여버리거나 내다버리

  라고 시킨게 이 사람이에요. 주택단지 뒷산에 밤에라도 몰래 가서 파묻던가 하라고

  한게 다 이 사람이 시킨짓이에요. 전 그냥 꼭두각시였을뿐이라니까요. ”

 “ 아니 근데 이 기집애가 ? 한사코 지가 한짓은 전부 다 부인하면서 빠져나가려고

  하네. 그리고 이게 어디서 생사람을 잡아 ? 야, 아닌말로 용이를 죽인것도 산에 파

  묻은것도 너혼자 한짓이지 그게 어딜봐서 내가 시킨짓이냐 ? 그리고 지난번 용이를

  그렇게 사람을 시켜 납치해서 경기도 야산에 내다버리라고 한것도 다 니가 시켜서

  한짓 맞아 안 맞아 ? 너 애초부터 노인네 외손자 떠맡는게 싫어서 애새끼 내다 버

  리고 싶다고 수도없이 말하지 않았냐 ? 내 말 맞아 ? 틀려 ? ”

 “ 내가 언제 ? 그리고 세 번째 유기사건은 나 분명히 그때 안한다고 했었다. 아니

  그보다 니가 먼저 나보고 머리나쁘고 자꾸 실패한 한다고 난 빠지라며 너혼자 단

  독으로 일처리 하겠다고...그때 니가 나한테 그랬어 안 그랬어 ? 니가 처음부터 그

  래놓고선 누구한테 뒤집어 씌우려고 해 ? 형사님, 전 정말 억울해요. 용이 살해하

  는 일도 유괴를 하건 유기를 하건 그 모든게 오대산 이 인간이 시키는대로 한일이

  맡다니까요 !!! ”

 “ 이X이...보자보자하니 생사람을 잡아도 유분수지. 아이구 형사님. 저 진짜 아닙니

  다. 보십시오. 그 목격자라는 사람도 분명히 그랬다면서요 ? 장윤주 이 여자가 아

  이를 땅에 파묻는거 분명히 목격했다구요. 그래서 자기가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거라구. 그러니 아이를 살해한것도 야산에 파묻어 시체를 유기하려 한것도

  다 이 여자가 한짓입니까, 아닙니까. 이게 전부 다 지가 그래놓구서 도대체 누구

  한테 뒤집어 씌우려고 해 ? ”

 “ 둘 다 조용히 하지 못해 !!! 여기가 지금 사건 수사하는 자리니 니들 치정싸움하

  라고 만든 자린줄 알아 !!! 닥치지 말고 우린 우리대로 사건 전모에 대해 지금부터

  처음부터 정밀하게 조사해나갈테니 그렇게나 알아. 니들 둘 다 중형을 면치 못할

  천하의 개X식들이니까 그렇게들 알아 !!! ”

 이 판국에 서로에게 책임을 떠밀며 언쟁을 벌이는 오대산과 장윤주를 보니 조사를 하는 경찰과 형사도 하도 기가막혀 그렇게 소리를 쳐댔고, 한편 시간이 얼마 지났을때쯤 장윤주와 오대산은 물론 대산의 지시로 용이를 납치하고 경희와 민희에게도 이상한 사기를 쳤던 두 남자 역시 입건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다소 지났을때쯤 노형준이 장윤주를 특별 면회신청을 해 찾아왔다. 그녀에게 아직 뭔가 할말이 남은것인지.

 “ 나 뭐 한가지만 좀 확실하게 묻자. ”

 그래도 차마 형준을 똑바로 볼 용기는 나지 않는지 살짝 시선을 피해 외면하고 있는 윤주. 그런 윤주를 보며 형준이 묻는다.

 “ 도대체 그 애 어떻게 된거냐 ? 니가 뱃속으로 낳은애 말이다. 오대산 그X 말로는

  그래도 그 애 지 애 아닐거라고 하면서 내 애가 맞을거라고 하던데 ?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거야 ? ”

 이 상황에서도 그래도 아이만은 누구 아이인지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어하는 형준을 보니 되려 어처구니가 없어져서일까. 윤주는 한번 피식 웃어보이더니 이와같이 말한다.

 “ 꿈깨 !!! ”

 “ 뭐라구 ? ”

 “ 당신 아이 아니니까 그만 꿈 깨라구 !!! 내가 미쳤다고 당신 아이를 낳아 ? 그 애

  당신아이 아닌것만은 확실하니까 그만 꿈깨고 미련 버리라구. 이 늙은이가 그래도

  아직 정신 못차리고. 당신 애일리 절대 없으니까 그만 꿈깨고 돌아가셔. 나도 더

  할말 없으니까. ”

 “ 그래도 그 오대산인지 뭔지 하는 X은 여전히 지 애 아니라고 하더만... ”

 대산 입장에선 그렇게 한사코 자기 아이가 맞는지를 확인해보려 했건만 그때마다 윤주가 거세게 저지. 결국 여전히 아이에 대한 불신을 지우지 못해서인지 ‘형준의 아이가 맞다’고 우기는 중이었다. 허니 형준 입장에선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서일까. - 거듭 말하지만 시대적 배경이 아직 유전자 감식 기술이 만들어지기 전임- 떨떠름함과 미련이 겹치는 복잡 미묘한 심정으로 형준은 탄식을 내뱉을뿐이다.

 집으로 돌아온 형준은 망연자실하게 있었다. 어쨌든 서른다섯살 어린 젊은 아내와 재혼 같이 산지가 1년 반 정도의 시간. 허나 그 1년반의 시간이 그야말로 한바탕 꿈속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질뿐이다. 무엇보다 1년반이나 함께 살면서도 장윤주란 여자의 실체를 까맣게 몰랐던 자신을 자책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대를 이을 아들 하나만 있어야겠다’는 그 집착만큼은 그게 그렇게 큰 문제고 잘못이었나 그 부분에 대한 억울함과 아쉬움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게 지금 형준의 감정이다.

 다만 아이는 고아원으로 보냈다. 이 판국에 그 아이가 누구 아이든 형준이 개운한 마음으로 그 아이를 돌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아닌말로 지금와서 그 아이가 자기 아이가 맞다고 한들 지금 뭘 어떻게 할수 있단말인가. 칠십넘은 노형준이 지금부터 그 갓난아기를 혼자 키우기라도 할것인가. 아니면 감옥에 가 있는 장윤주보고 키우라고 할 것인가. 무엇보다 바보가 아닌이상 이렇게 된 상황에서 노형준과 장윤주가 – 설사 윤주가 감옥에서 나온다 하더라도 –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유지해갈수 없으리라는 것은 쉽게 판단할수 있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아이를 돌볼만한 사람도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그냥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다만 그렇게 집에 홀로남은 형준은 물 한바가지를 가져와 거기에 약을 탔다. 순간 자신의 지난 70년 인생이 한편의 영화 하이라이트처럼 스쳐지나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솔직히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형준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에게 죄가 있다면 그저 사업에 열중해서 이만한 돈을 벌었고, 다만 나이 70이 넘어 집에 대를 이을 아들 하나가 없다는 그 허전함 때문에 대를 이을 아들을 낳기위해 젊은 여자와 재혼을 한 것을뿐. 후자가 자신의 불찰이라고 한다면 굳이 그 부분에 대해 변명은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름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인생의 결말이 이렇게 마무리 된다는것에 대한 억울한 심정. 정말이지 그 억울한 심정을 말로 다 하자면 장편소설 열권 분량으로도 모자랄 것 같다는 그 생각이 들 지경이다.

 다만 지금은 더 이상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이 생기지 않아 약을탄 물바가지를 단숨에 들이켰다. 나이 70의 중소기업체 사장 노형준. 슬하에 딸 다섯이 있지만 2대독자인 자신이 집에 대를 이을 아들이 없어 늦은 나이이건만 재혼이라도 해서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 하나는 보고 가려헀던 그 노형준. 그 노사장의 인생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이다. 약을 탄 물바가지를 단숨에 들이킨 형준은 곧바로 약효가 드는지 고통스럽게 온몸을 쥐어짜기 시작헀다. 칠순의 노구이니만큼 독약의 기운을 이겨내기는 더더욱 쉽지 않으리라. 한참을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며 피를 토하다 노형준의 숨은 결국 끊어지고 만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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