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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팬픽 - 장윤주 (8)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부제 : 화곡동에서 생긴일





 한편 형준과 윤주는 열흘간 여행을 떠나면서 용이는 경희와 민희에게 맡기고 떠났다. 생각해보면 불과 두달여전 ‘두번다시 내 집에 찾아오지 말라’고 하면서 매몰차게 두 딸을 쫒아냈뎐 형준인데 그러고도 불과 두달만에 자신에게 외손자인 용이를 맡아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형준도 여간 뻔뻔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허나 형준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어차피 윤주는 의붓외손자(?)인 용이까지 동행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을 (게다가 윤주 자신도 임신중인 몸 상태로) 내켜하지 않을것이란 것은 뻔히 예상되는 일이고, 게다가 형준 역시 애초에 모처럼만에 아내와의 단둘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마련한 여행 이벤트니만큼 천상 용이는 딸들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경희와 민희도 그런 용건으로 먼저 자신들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온 아버지가 어이없긴 했지만 어차피 용이는 걱정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망설임없이 형준의 제안을 수락했다.

 다만 경희와 민희도 어차피 직장생활을 해야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열흘동안 자신들의 집에서 애를 돌봐줄만한 사람을 찾기위해 주변 친구,동료,선후배등 인맥을 총 동원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희나 민희의 친구들도 어차피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평일낮에 시간을 내어 아이를 봐주러 올만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자신의 대학,고등학교 시절 알고 지내던 친구,선후배는 물론 한 2-3년전쯤 잠깐이나마 알바를 했던 직장 동료들까지 여하튼 연락할수 있는 사람은 총 동원해서 아이를 봐줄만한 사람을 찾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다 다행히 천신만고 끝에 민희의 친구중 마침 직장 휴가를 냈을때라 아이 봐주는게 가능하다는 사람이 하나 있었고 – 헌데 기껏 낸 여름 휴가를 친구조카 봐주는데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그 친구 처지도 좀 안쓰럽긴 하다 – 경희의 대학선배중 대학졸업후 직장생활은 하지않고 집에서 착실히 신부수업을 하고있는 ‘참한 언니’가 한명 있어서 그 언니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가 있었다.

 다만 처음 경희와 민희의 계산에 그래도 막상 생각해보면 주변 친구나 지인에게 부탁을 해서 개인적으로 용이를 봐달라고 하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을것이란 판단을 했다. 일단 형준과 윤주가 잡은 여행계획이 총 열흘. 형준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구체적인 날짜를 물어보니 7월 셋째주 월요일에 출발 그 다음주 수요일에 도착하는 여행이라고 했다. 그럼 첫날은 자신들이 화곡동으로 가서 용이를 데리고 오는날이고, 토,일요일은 어쨌든 자신들이 봐줄수 있고 그럼 형준과 윤주가 돌아오는 마지막날까지 제외하면 친구나 동료들에게 용이를 부탁해야하는 날은 최대 6일정도. 따라서 경희나 민희가 주변 친구 한사람만 구해도 한사람당 부담이 되는 날짜는 사흘, 만약 운이 좋아 두명정도나 사람을 구할수 있다면 불과 이틀밖에 되지 않는 날이기 떄문에 그 정도의 날짜동안 아이를 봐줄만한 친구 구하는게 그리 어렵진 않을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헌데 경희와 민희가 적어도 지금까지 20년 이상 대략 3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인생을 그렇게까지 막살거나 주변 친구,지인들에게 인심을 잃을만한짓은 하지 않았을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런일이 닥치니 하루,이틀정도 아이 봐줄만한 사람 구하는것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 본인들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른 친구나 동료,선후배중 상당수도 직장생활을 할것이란 것을 생각 못한게 불찰이라면 불찰이었다.

 여하튼 첫날인 월요일은 형준과 윤주가 오전에 여행을 떠난다는 그 시간에 맞춰 용이를 데리러 갔고 그리고 그 다음날과 다음날 이틀은 마침 여름휴가때인 민희의 친구가 와서 아이를 봐주기로 했다. 민희 친구는 어차피 망친 여름휴가 까짓거 하루 더 시간을 내서 금요일까지 봐주겠다고 해서 민희 입장에선 다음에 톡톡히 신세 갚거나 한턱 내겠다며 거듭 감사의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다만 약간의 사소한 트러블이 좀 생기긴 했다.

 처음엔 경희나 민희나 어차피 아침일찍 출근을 해야하는 몸이라서 열쇠 하나를 민희 친구에게 빌려준뒤 그것으로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민희 친구가 사는곳이 거리가 생각보다 좀 멀기 때문에 너무 아침일찍 신촌 빌라까지 오는 것은 좀 어려운 일이라 불가피한 방편이었다. 헌데 막상 그렇게 한 이틀쯤 민희 친구가 아이를 돌봐주고 난 뒤 민희가 뭔가 못마땅한 듯 친구에게 화를 냈다.

 “ 유진아, 근데 너 애한테 도대체 뭘 먹인거니 ? ”

 “ 뭘 먹이긴...그냥 라면 끓여줬지. ”

 “ 애한테 이틀 연속 라면만 끓여줬다구 ? ”

 어떻게 애를 그렇게 부실하게 먹일수 있냐는 의미의 항의인 듯 한데, 기껏 애 돌봐주고 났더니 친구한테 이런 원망이나 들으니 친구 입장에서도 서운해서 한마디 안할 수가 없었다.

 “ 그 정도면 되었지...뭐 일곱 살 짜리 애한테 진수성찬이라도 차려줘야 했다는 소

  리야 ? 그러는 너도 뭐 들어보니 아침엔 애한테 대충 빵만 구워주고 간다더만. ”

 아침엔 빵, 점심엔 라면 대충 이런식이 용이의 하루 식사메뉴가 되어버린 셈인데 저녁때는 혹시 경희나 민희가 밥을 해주는지 몰라도, 이런식이면 솔직히 화곡동 윤주가 해주는 밥과 별반 다를게 없을 것 같다. 아침엔 빵, 점심엔 라면. 이 정도는 윤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대충 민희로부터 사정을 들어 친구네 사정을 알고있는 그녀가 한번은 용이한테 넌지시 이렇게 물어보니까 아이는 이와같이 대답헀다.

 “ 용아, 화곡동에서 밥먹을때가 더 좋아 ? 아니면 여기 이모네서 먹는게 더 좋아 ?

 ”

 친구인 민희가 젊은 새엄마와 살고있는 아버지가 싫어 집을 나와 따로 살고있는 사정은 알고있을터이고, 그래서 지금까지 화곡동에 있었다는 민희의 조카 용이라는 아이한테 내심 걱정도 되고 궁금해서 이렇게 물은 것이다. 헌데 애한테서는 이런 답이 나왔다.

 “ 똑같아. ”

 “ 뭐 ??? 똑같다구 ??? ”

 ‘얘가 ‘똑같다’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쓰는건가 ?’ 순간 이런 의심까지 들 지경이었는데 허나 똑똑한 용이는 오히려 이모 친구란 여자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대충 알아들었음인지 구체적인 설명까지 덧붙여주었다.

 “ 화곡동 아줌마도 맨날 빵과 라면만 해줬어. 그런데 여기서도 맨날 빵과 라면만 해

  주니까 똑같아. ”





 경희와 민희가 한참 그렇게 용이를 돌보고 있을 때 형준은 윤주와 함께 부산의 한 고급호텔에 투숙 한참 분위기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단둘의 오붓한 시간. 호텔 창가에서 잠시 부산의 야경을 내려다보기도 하며, 헌데 그러다 형준은 뭔가 아쉬운 듯 한마디 한다.

 “ 이럴땐 새삼 당신이 임신중이라는게 아쉬워지는군. ”

 “ 예 ? ”

 “ 이런 분위기에서 와인이라도 한잔 제대로 해야 분위기가 딱 나는거 아닌가. 헌데

  임산부한테 술을 먹일수는 없는일이니, 그냥 이렇게 어린애마냥 쥬스와 사이다로

  대신할 수밖에 없으니까말야. ”

 저녁식사는 사실 조금전에 호텔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했고, 지금은 호텔 야경을 즐기며 분위기있는 시간을 갖고싶어 둘이 함께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저녁식사는 소량으로 간단히 하기도 했는데, 그리고 올라온 호텔방에서 윤주가 임산부인 관계로 술은 들지 못하고 다만 인근 편의점에서 미리 사온 간단한 과자류와 함께 쥬스와 사이다를 따라놓고 그야말로 꿩대신 닭같은 분위기를 내고있는 그런중이다. 윤주도 살짝 그점은 아쉬운지 한마디 한다.

 “ 나중에 그럼 우리 애기 낳고나면 애기와 함께 같이와요. ”

 이 순간만큼은 윤주도 아이가 실은 형준의 아이가 아님을 깜빡하는것일까. 제법 흐뭇한 목소리로 당당하게 그와같이 말하고 한편 형준은 부산의 야경을 잠시 바라보다 이와같이 말한다.

 “ 내가 지금까지 부산은 여러번 와봤지만 말야. ”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만큼 부산뿐만 아니라 국내 웬만한 도시지역은 거의 한두번 이상은 다 가봤을것이고 경우에 따라선 해외출장도 나가야하는 그런 몸인 노형준이 아닌가. 따라서 윤주라면 모를까 형준에겐 부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익숙해져있는 도시이기도 할 것이다. 다만 그런 부산을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찾은 것은 어쩌면 처음일수도 있을터. 그래서인지 바로 그런 감회에 젖어 이와같이 말하는 것이다.

 “ 부산은 늘상 발전하는 도시같아. 5년전에 와봤던 부산, 10년전에 와봤던 부산 또

  는 20년전에 와봤던 부산...그때의 부산과 비교하면... ”

 “ ...... ”

 “ 그 5년전,10년전,20년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확연히 달라져 있다는 말이지. 부산

  은 그렇게 나날이 발전하고 도약하는 그런 도시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 ”

 사업을 하는 노형준 사장의 입장에서 지금껏 여러번 와본 도시 부산의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고, 노형준은 그와같은 감회에 젖은 소회를 이어가다 조금 갑작스런 이야기를 꺼냈다. 어찌보면 다소 엉뚱한 소리다.

 “ 실은 이 부산을 모두 갖고싶다는 그 생각이 들었어. ”

 “ 네 ? ”

 “ 허허허...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산을 전부 다 내걸로 만들고 싶다는 그

  런말이지. ”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혹시 부산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나 텃밭으로 삼고 싶다는 그런 의미가 담간 말일수도 있을테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혹시 이곳 부산에서 부동산이라도 들입다 매입하고 싶다는 소리인지. 일단 유흥업소 출신의 30대 중반 여성 윤주의 입장에선 바로 이해가 가지 않는 소리라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런 형준을 바라보고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서 이와같이 묻는다.

 “ 부산에...어디 사두신 땅이나 빌딩이라도 있으신거에요 ? ”

 “ 하하...그런 의미는 아니구... ”

 ‘부산을 다 내걸로 만들고 싶다’는 의미를 결국 그와같이 받아들인것인지 이렇게 물은 윤주. 사실 애초에 형준의 재산을 노리고 한 결혼이긴 하지만 어느덧 형준과 결혼한지도 1년이 조금 넘었건만 윤주는 사실 아직 형준의 구체적인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 행여 너무 노골적으로 물어봤다간 자신의 속내를 들킬세라 그런 질문은 단순무식한 윤주도 오히려 일부러 자제해왔던것인데 그러다보니 오히려 명색이 형준의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결혼한지 1년이 넘도록 형준의 구체적인 재산내역이 어느정도 되는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만약에 있다면) 부동산이 부산에 있는지 대구에 있는지 광주에 있는지. 그런식의 막연한 지역개념으로조차도. 헌데 갑자기 ‘부산을 다 갖고 싶다’는 말이 형준에게서 나오니 혹시 하는 기대감이 그런쪽에서 생겨 그렇게 물은것이긴 한데, 뜻밖에도 형준은 손만 거듭 내저을뿐이다.

 “ 부산이고 어디고 난 부동산 같은건 없어. 원래 그런데 관심이 없었거든. ”

 “ 네 ? ”

 순간 화들짝 놀라는 윤주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윤주의 입장에선 ‘부동산이 없다’는 형준의 말이 진심이라면 지금까지 헛물만 켠 셈이된다. 헌데 형준의 이어지는 말은 방금 한 이야기가 공연한 빈말은 아님을 확실하게 증명해주기까지 한다.

 “ 주식은 그래도 좀 보유하고 있지만 부동산은 정말 없어. 있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화곡동 3층짜리 연립주택이 다지. 원래 내 머리가 부동산 거래나 그런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계산할만큼 약지도 않고...무엇보다 종종 내 주위에 다른 친구들도 이런저

  런 빌딩이나 땅같은 것을 보유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지만...그런 친구들 이야기 들

  어보면 오히려 건물주니 뭐니 그렇게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게 오히려 더 귀찮고

  골아픈일이란 생각도 들더군. 당장 세금문제하며 건물주나 집주인 같으면 종종 세

  입자들과 부딪히는 일도 많고, 땅주인이라도 해당 땅의 개발문제나 그곳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기는 정부나 인근주민들과의 마찰문제. 모르는 사람들은 부

  동산을 가졌다고 하면 아주 대단한 재력가로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알고보면 진짜

  골아픈게 부동산이더라구. 그래서 난 애초에 부동산 같은 것은 관심이 없었어. ”

 “ 그...그럼 정말...지금 사는 우리집 말고는 부동산이 하나도 없으신거에요 ? ”

 물론 윤주도 형준과 결혼하기 전까지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자였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게 재산증식에 많은 효과를 가져다 준다거나 부동산이나 주식을 많이 보유하면 그게 엄청난 부자인줄로만 아는 그 정도의 인식만 갖고 있던 여자지 그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지식이나 정보가 있는 여자가 아니다. 그저 이만한 사업가면 당연히 소유하고 있는 주식이나 부동산도 많겠지. 그렇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던것뿐. 헌데 지금 본인입으로 직접 (현재 두 사람이 살고있는 화곡동 집을 제외하면) ‘부동산이 없다’는 것 아닌가. ‘이거 내가 잘못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윤주. 하지만 언뜻 ‘주식은 좀 있다’는 말은 한 형준이기에 그나마 남은 희망이라도 걸려는 듯 이와같이 묻는다.

 “ 그럼...주식은 분명히 갖고 계신거죠. ”

 “ 그럼. 주식은 있지. 아무렴 이만한 사업을 하면서 그런 재산증식 같은데 전혀 관

  심을 안 가졌겠나. 어쨌든 주식은 좀 있긴 있어. ”

 “ 어...얼마나 있으신건데요 ? ”

 “ 뭐...비상시에 팔아서 활용할 수 있는 그 정도 수준의 양은 돼. 아니, 근데 당신은

  갑자기 그건 왜 묻소 ? 갑자기 왜 내 주식내역에 대해 관심을 갖는건데 ? ”

 “ 아...아니 그건...부...부동산 이야길 당신이 먼저 꺼내셨으니까... ”

 “ 허허 참... ”

 아직 윤주의 음흉한 속까지는 전혀 눈치 못채고 있는 형준이라서인지 이런식의 반응을 보이는 윤주를 여전히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여자’ 정도로 보고 있다. 윤주는 윤주대로 떨리고 긴장된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며 형준의 보다 구체적인 재산내역을 확인해볼수 없을까 그 짧은순간이나마 이런저런 잔머리를 굴리기까지 하는데, 헌데 형준은 방금전에 한 이야기는 공연한 실없는 이야기정도로 여기는지 살짝 주제를 옮기려 한다.

 “ 여보...그건 그렇고... ”

 “ 무슨 다른 하실 말씀이라도 ? ”

 “ 여행 끝나고 돌아가면 조만간 작명소에나 한번 찾아가봅시다. ”

 “ 작명소요 ? ”

 작명소가 글자그대로 ‘이름 지어주는곳’이란 것을 윤주는 아는지 모르는지 일단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와같이 묻고 그런 윤주를 바라보며 형준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이제 곧 태어날 우리 아들...우리 OO노씨 집안의 귀한 3대독자. 그 아들 이름을

  지어야할 것 아니요. 정말 귀한 아들이니만큼 귀한 이름을 짓도록 해야지. 그러니

  조만간 작명소를 한번 찾아가봅시다. ”

 “ 무슨...이름짓는데 작명소까지 찾아가요.  ”

 작명소니 뭐니 하는곳은 아무래도 나이든 노인네들이나 찾아가는 곳이란 인식이 들어서인지, 그만큼 윤주의 아이에 대해 형준이 신경을 쓰고 있는것임에도 불구하고 약간 내키지 않는 반응을 보이고, 그런 윤주를 바라보며 형준의 말은 이어진다.

 “ 어쨌든 우리 가문의 대를 이어야할 든든한 자손이 아니오. 그러니 그런 아이가 귀

  하게 될수 있도록 그런 훌륭하고 좋은 이름을 지어야 하지 않겠소 ? 그러니 작명소

  를 한번 찾아가보자는거요. ”

 그나저나 언제는 ‘OO노씨’ 어쩌구 하면서 본관까지 언급해가며 마치 대단한 뼈대있는 집안인것처럼 언급하다가 오히려 조부대 위로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분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만약 후자쪽이 진실이라면 ‘OO노씨’ 하는식의 본관은 형준의 윗대에서 아마 그네들과 적당히 인연이 있는 집안의 족보를 참고해서 본관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뼈대있는 양반집안이 되었든 아니면 대대로 농사만 지으며 빈한하게 살다가 형준의 대에와서야 이만한 사업가가 탄생한것이든 그 노형준은 손귀한 자신의 집안 곧 태어날 3대독자에 대해 그만큼 신경을 쓰고있는 것이다. 형준이 윤주를 한번 다시금 사랑스레 안아보는데 윤주는 윤주대로 공연히 심란한지 그 흔들리는 속내를 숨기느라 애쓰고 있다.





 한편 경희와 민희는 형준 내외가 여행을 떠난 첫주인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진 민희의 친구에게 부탁 용이를 맡아달라고 했고, 이어 토,일요일은 어차피 자신들이 출근을 안하니 자신들이 그리고 그 다음주는 경희의 대학선배라는 지수원이라는 사람에게 용이를 부탁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차피 이번주는 형준 내외가 돌아오는 주니 원래 돌아오기로 예정된 날인 수요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만 지수원 선배라는 이에게 당부하면 될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헌데 민희의 친구가 용이를 맡았을때는 아이 밥먹이는 문제 때문에 약간의 트러블이 생겼는데 이번 지수원 선배의 경우엔 좀 엉뚱한 방향으로 또다른 트러블이 생겼다. 민희 친구의 경우에는 애를 너무 부실하고 무성의하게 맡았던 것 아닌가 하는 문제 때문에 대학 동창인 민희하고조차 마찰이 있었던 반면 이번엔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 저...제가 실은 두분께 좀 궁금한게 있어서 여쭤보고 싶어서 기다린거에요. ”

 민희와 경희가 퇴근을 해 집에 돌아올때까지 아직 용이를 맡고있던 수원. 어제 월요일에 이어 오늘 이틀째 용이를 맡고있는 셈인데, 여하튼 그런 수원은 차분하게 뭔가 궁금한게 있는 듯이 경희와 민희에게 물었다.

 “ 그...경희씨에게 듣기로는 용이란 아이 엄마가 이혼을 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요 ? ”

 경희와 민희가 젊은 새엄마와 함께 사는게 싫어 따로 나와사는 것을 알고있는 민희 친구와는 달리 경희의 대학선배인 지수원이란 여인은 그런 문제까지는 모르고, 다만 아이를 맡기게 되면서 그 간단한 경위 설명은 해야했기 때문에 경희가 하는수없이 큰언니 상희가 이혼을 하면서 아이를 자신들에게 맡기는 바람에 맡게된것이란 이야기만 해주었다. 헌데 그 부분에 대한 재차 확인을 한 수원은 뭔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 밥은 제가 어제는 용이에게 직접 볶음밥을 만들어 해주었고요. 오늘은 제가 직접

  아이를 데리고 나가 식당에서 맛있는것도 먹이고 놀이동산에도 데려다주고 했는데

  요...사실 중요한건 아이에게 뭘 먹이느냐 또는 어떻게 놀아주느냐 그런게 아니에요

  . ”

 “ ...... ”

 “ 이틀동안 용이를 돌보면서 느낀건데 아이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둡고 뭔가 불안

  해 하고 있다는걸 느낄수가 있었어요. 그래서 대체 그 원인이 어디 있는건지 그걸

  좀 알고 싶어서 두분께 이렇게 말씀드리는거에요. ”

 “ 아...아니 이봐요. 지금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 ”

 언니의 대학선배면 어렵다면 어렵다고 할수도 있는 상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내 민희가 불쾌하다는 듯 이렇게 나왔다. 사실 수원의 하는말을 들어보면 이틀동안 잠깐 아이를 맡아준 여자라기 보다는 무슨 아동심리센터 같은데서 나온 여자같은 느낌마저 들지 않는가. 그래서 민희가 살짝 불쾌해진 것이다. 허나 수원은 별다른 심리적 요동없이 차분없이 말을 이어가고 있다.

 “ 뭐...아이 엄마가 지금 이혼을 한 상태라고도 하니까 – 제가 뭐 그 부분을 트집잡

  을 입장은 아니지만요 – 그걸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니까...그래서 더 걱정되어서 말

  씀드리는거에요. 아이에게 중요한건 뭘 맛난걸 먹이고, 재밌게 놀아주고 그런게 중

  요한게 아니에요. 아이가 진정으로 사랑을 느낄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거죠. 그게

  엄마가 되었든, 이모가 되었든 또는 새엄마가 되었든...그 대상이 누가 되었든지 간

  에 아이 입장에서 ‘이 사람은 나를 진정 사랑하고 있구나. 또는 이 사람은 나를 버

  릴 사람이 아니구나’ 그걸 느끼게 해줘야 하는거거든요. 헌데 이틀동안 지켜보면서

  느낀 용이는...아직 지금껏 그런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그런 아이같다는 생각이 들

  었어요. ”

 “ 아니, 이봐요 지금 우리랑 뭐하자는거에요 ? ”

 듣자듣자하니 이 여자 우리들을 가르치기라도 하겠다는건가. 겨우 이틀 자신들의 부탁을 받아 아이를 돌봐준 – 어찌보면 파출부나 다름없는 – 그런 처지인 주제에 너무하지 않는가. 그 생각이 민희를 제대로 부아가 치밀게 만들었고 경희는 일단 자신에게 선배이기도 하니 중간에서 어쩔줄 모르고 쩔쩔매고 있는데, 수원은 그런 두 사람에게 마치 자신이 직접 뭔가 제대로 충고하고 가르쳐줘야겠다는 의지라도 담긴 듯 자기 하고싶은말을 다 하고 떠났다. 수원이 돌아가고 나서 민희가 펄펄뛴다.

 “ 아니, 언니. 저 여자 도대체 뭐야 ? 도대체 뭐하는 여자냐구 ? ”

 “ 민희야...민희야 일단 진정하고 니가 이해해. ”

 “ 내가 지금 이해하게 되었어 ? 보자보자하니 겨우 이틀 애 맡아준 시간제 파출부

  주제에 유세가 이만저만 아니잖아. 아니 도대체 뭐하는 여자야 ? 대학 졸업한뒤 취

  직 안하고 신부수업 쌓고 있던 여자라며 ? 그런데 신부수업이 아니라 집에서 무슨

  유아교육이나 아동심리학에 관련한 책이라도 들입다 보며 연구한 여자같아. 대

  체 저 여자 왜 저래 ? ”

 “ 지수원 선배가 원래 좀 그런면이 있어. 그러니까 니가 좀 이해해. ”

 어쨌든 자신에겐 대학선배라서 난감해서 그러는것인지, 아니면 경희는 어쨌든 수원에 대해 좀 아는면이 있으니 그런 방면으로 동생을 납득시키며 화를 풀어주려는것인지 아니면 어차피 내일 하루는 더 지수원에게 용이를 맡겨야하니 그래서 민희를 진정시켜야하기 때문인지 여하튼 경희는 펄펄뛰는 민희를 달래려 애쓰고, 민희는 여전히 분이 안풀리는 듯 자기 할말을 마저한다.

 “ 도대체...무슨 신부수업만 쌓으며 살았다는 여자가 무슨 유아교육이나 아동심리학

  이라도 전공한 여자같아 ? 아니, 그러고보니 어차피 언니한테 대학선배면 철학과

  출신일거 아냐 ? 그럼 철학과 출신이라 저렇게 생각이 많고 복잡한거야 ? 내가 볼

  땐 같은 철학과 출신이라도 언닌 그렇게 생각이 많아보이지도 않는 것 같구먼. ”

 “ 야 !!! ”

 듣자듣자하니 지수원 선배를 씹다가 갑자기 왜 거기서 불똥이 자신한테 튀는지 이젠 경희가 화가나 민희한테 뭐라 하려들고, 다만 어차피 내일 하루 더 용이를 맡아야하는 막중한 책무가 더 남아있기 떄문에 두 사람 다 지수원 선배라는 이에 대해선 더 이상 왈가왈부하진 않기로 한다. 그렇게 일단 그날 저녁의 분란은 대충 마무리된다.

 헌데 열흘간의 여행을 마치고 온다던 형준과 윤주의 일정이 뜻하지 않은 변동이 생겼다. 원래 경희와 민희는 아버지가 수요일 저녁때쯤엔 오시겠지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민희가 다소 일찍 퇴근해서 수원은 그쯤에서 돌려보내고 용이를 자신이 맡고 있었다. 그러다 경희도 퇴근하고. 헌데 지금쯤은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와야할법한 형준에게서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다.

 처음인 경희와 민희는 어차피 피서철이니 길이 많이 막히기도 하고, 또 노는데 정신팔리면 실제 여행 일정보다 한두시간 더 있다가 오는수도 있으니 그러려니 생각하고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 무엇보다 어쨌든 젊은 후처 윤주와 모처럼만의 단둘이 떠난 여행이니 거기서 얼마나 둘이 마냥 좋아서 어쩔줄 모르고 있으랴. 한참 자신들끼리 즐기는데 푹 빠져 시간가는줄 몰라서 다소 늦게 부산에서 출발했을 가능성. 적어도 거기까진 봐줄만한 아량이 경희와 민희에게도 있었다.

 헌데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밤늦게까진 연락이 와야할 형준에게선 도무지 전화가 오지 않았다. 이젠 무슨 사고라도 난 것 아닌가 걱정까지 될 판인데, 형준은 원래 오기로 한 수요일 당일이 아닌 최소한 하루 이상이 더 늦은 목요일 밤. 아니 자정을 넘겨서야 집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그날(금요일) 오전이 되어서야 경희와 민희에게 연락을 취했다. 원래 수요일 저녁쯤에나 도착하려니 생각했던 아버지가 목요일도 아니고 금요일 오전이나 되어서 전화를 해오니 두 사람도 여간 화가나지 않을수 없었다. 무엇보다 용이 돌보는 문제 때문에라도 하루,이틀 이렇게 마냥 늦어지면 큰일이 아닌가. 두 사람은 그렇게 금요일 오전에서야 걸려온 아버지 전화에 오늘은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제대로 좀 찾아가 항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용이도 데려다줘야 하니 바로 화곡동 집으로 달려갔다.

 “ 아니, 아버지 도대체 뭐에요 ? 수요일날 오신다던 분이 어떻게 오늘이 수요일이

  에요 ? 금요일이잖아요 ? ”

 “ 아니, 그런데 얘들이...그...여행 하다보면...어쩌다보면 하루,이틀정도 더 늦어질

  수도 있는거지 뭘 그걸 가지고. ”

 “ 뭐라구요 ? 아버지 지금 그걸 말씀이라고 하세요 ? 한번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

  잡고 물어보세요. 아버지처럼 그렇게 무책임하게 놀다 오시는분이 누가 있는지.

  세상에...누가 여행을...하다못해 숙박시설 투숙날짜라던가 기차나 비행기 타야할

  시간등. 그런게 다 약속이 되어있고 예정이 되어있기 마련인데 누가 아버지처럼

  이틀씩이나 그렇게 늦어요 ? 혹시 어쩌다 길이 좀 막혀서 당일 밤늦게나 다음날

  새벽에 들어왔다면 그정도는 저희도 이해는 해요. 헌데 아버지처럼 아무런 연락

  도 없이 말도없이 이틀씩이나 늦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어요 ? ”

 “ 거...거 참...얘네들이 근데...용이는 잘 돌본게야 ? 용이는 잘 있었어 ? ”

 “ 네, 최소한 저 여자가 용이 맡고 있을때보단 훨씬 흘륭하게 잘 돌봤으니 그건 아

  무걱정 마세요 !!! ”

 “ 아니, 근데 보자보자하니까 정말. 거기서 왜 또 너희 새어머니를 물고 늘어지는

  게냐 ? 그딴 소리나 또 하면서 분란일으키려거든 당장 돌아들 가 !!! 그리고 원래

  우리 안 보기로 한 사이 아니었냐 ? 자꾸 그렇게 너희 새어머니 괴롭히고 모함하

  고 그럼 이 애비가 연 끊고 살겠다고 분명히 이야기했을텐데...또 그런 소리 하려

  거든 당장 집에 돌아들가 !!! ”

 “ 네, 저희도 저 여자랑 오래 있고 싶지 않아서 이만 돌아가요 !!! 그리고 앞으론

  아버지가 저 여자랑 여행을 떠나시든 뭘 하시든 저희도 이제 용이 못 맡으니까

  그렇게나 아세요 !!! ”



- 9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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