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기타 팬픽 - 장윤주 (7)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부제 : 화곡동에서 생긴일





 경희와 민희가 격노한 아버지 형준에 의해 쫒겨나다시피 집에서 나간뒤 윤주는 방안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진심인지 연기인지는 알수 없지만 여하튼 윤주도 많이 두렵고 불안했을 것이다. 일단 두 번째로 겨우 세웠던 유기 계획이 용이가 다시 돌아옴으로써 수포로 돌아간데다가, 경희와 민희까지 찾아와 자신을 몰아세우는 모습에 진짜 ‘이대로 다 들통나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초조함도 생겼다. 허나 남편 형준은 그런 딸들이 젊은 새어머니인 윤주를 모함한다며 불같이 화를 냈고, 그런 남편 때문에 윤주가 오히려 당혹스러워져서 어쩔줄을 모르고 있었다. 허나 바로 그런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겹쳐져 어떤 북받치는 설움같은게 생겨 터진 울음인지, 아니면 그래도 여전히 자신을 철석같이 믿으며 딸들이 새어머니를 모함한다며 화를 낸 남편 형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라도 생긴것인지 아니면 이참에 남편에게 확실하게 점수를 따거나 그를 속여야겠다는 심산인것인지 여하튼 윤주는 침대에 엎드려 서럽게 울고 있었던 것이다. 경희와 민희 두 딸을 집에서 그렇게 내보낸뒤 돌아온 형준은 젊은 아내 윤주가 그렇게 슬피 우는 모습에 더더욱 당황해서 어쩔줄을 모르고 있었다.

 “ 여...여보 왜 그래 ?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 ”

 “ 몰라요, 저 지금 아무런 말도 하고싶지 않아요. ”

 이 상황에서 정말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도 쉽지 않고 윤주는 그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슬피 울고만 있었다. 그러자 형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착잡한 듯 한숨을 내쉰뒤 윤주의 손을 다정스레 잡아본다. 마치 그의 마음을 알겠다는 듯이 사과의 말을 입에 담는다.

 “ 미안해 여보. 내가 대신 사과하리다. ”

 “ ??? ”

 “ 당신도 참 오죽 억울하고 분하면 이러겠소. 당사자가 아닌 나도 그 아이들 그런식

  으로 말도 안되게 저희 새어머니를 모함하는것에 기가막혔는데 하물며 그 당사자인

  당신 심정은 어땠겠냔말이오 ? ”

 “ 여보.,.. ”

 형준은 정말 아직까지도 경희와 민희가 부당하게 윤주를 모함한 것으로 생각하는것인지 그와같이 말하고 있고, 그런 남편의 모습에 윤주는 마치 한줄기 희망이라도 본듯한 말투로 그를 부른다. 그리고 겨우 진정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 저 솔직히 진심으로 서운하고 속상해요. ”

 “ 여보... ”

 “ 저 사실 처음에 당신에게 시집왔을때는 솔직히 저와 나이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

  당신 딸들을 어찌 대해야할지 막막하기도 했고, 특히 경희와 민희 두 사람 그렇게

  무작정 저하고는 대화한번 제대로 나눠볼 자리도 갖지 않고 무작정 집을 나가버린

  것에 대해 참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 화도 많이났어요. 하지만 저 진짜... ”

 “ ...... ”

 “ 물론 저 그동안 당신 두 딸 경희와 민희...그 아이들과 사이 안좋았던거 저 인정

  해요. 저 알아요. 하지만 저 진정으로 그렇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도 생겼고...그래

  서 진심으로 당신 딸들과 화해하고픈 심정으로 먹을거라도 간단히 준비해서 신촌

  집에 찾아가보려고 했던거라구요. 게다가 그 두사람 거기서 어떻게 사는지도 궁금

  해지기도 했고...그런데 세상에...이런 모함까지 받다니...흑흑~~~!!! ”

 “ 미안해 여보. 내가 정말 당신에게 뭐라고 할말이 없어. ”

 형준은 윤주의 이런 태도가 진심일것이라 생각하는지 거듭 그녀에게 백배 사죄하며 윤주를 달래고 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솔직히 나도 그래서...더더욱 당신에게 부끄럽고 창피하기까지 해. ”

 “ ??? ”

 “ 도대체가 시집가서 잘 살줄만 알았던 애들은...첫째 상희, 둘째 진희, 셋쨰 윤희

  모두 줄줄이 이혼을 해버렸고 (* 엄밀히 말해 둘째 진희는 미국에서 연락두절 상태

  인것이지 이혼했다는 확증은 없으나 형준은 이미 오래전에 그 부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었다.) 아직 시집을 안간 넷째와 막내는...그래도 그 두 아이는 좀 착한 아

  이일걸로 생각했는데...그렇게 지들끼리 집을 나가서는 오만분란 다 일으키더니 이

  제는 저희 새어머니를 모함까지 하려들고...정말이지 하나같이 이모양이기만 한 딸

  들로 인해 당신에게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서 내가 할말이 없어. ”

 이런식으로 말하는 형준에게 윤주가 무슨 대꾸를 할 수가 있을까. 다만 침대 한쪽에 일어나 앉아서는 겨우 눈물을 훔쳐가며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있고, 그리고 말없이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형준이 다가와서 그런 윤주의 손을 다시금 잡아보며 말을 건넨다.

 “ 여보... ”

 “ ...... ”

 “ 당신은 그저 아무생각 하지 말고 우리 사이에 곧 태어날 아이만 생각하도록 해.

  내 다른 딸들은 당신이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

 현재 임신중인 윤주의 아이를 형준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자신의 아이일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원래 윤주는 자신의 임신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남편 형준보다도 내연남 오대산에게 먼저 그 사실을 알렸지만, 형준이야 그 사실을 알턱이 없고 따라서 적어도 오대산보다는 뒤늦게 윤주의 임신사실을 알게된 형준은 그저 윤주 뱃속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일것이라고만 철석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2대독자로 손귀한 집안인 자신의 집안에 3대독자가 될 아들이기를 바라고 있다. 윤주가 임신사실을 안때가 용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기 직전이니 대략 2월말이고 그때 6주정도라는 판정을 받았으니 윤주의 임신시기는 대략 1월 중순쯤. 그리고 지금은 어느덧 5월이니 윤주는 임신 4개월째다. 이제 슬슬 임신한 것이 표가 날만도 할 시기인 윤주의 아랫배를 그래서 형준은 다시금 조심스레 어루만져보기도 한다. 물론 지금이야 아직 어떤 태동이나 그런게 느껴질때도 아니지만 형준은 윤주의 뱃속에 정말 집안의 대를 이을 귀한 3대독자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것처럼 생각되는지 새삼 흐뭇한 미소까지 지어보기도 하고 그리고는 서른다섯살 어린 아내 윤주를 사랑스럽고 다정하게 안아보기까지 한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여보, 다른건 몰라도 우리 집안의 대를 이을 그 소중한 아이. 우리집안 귀한 3대

  독자. 내가 나이 70을 넘겨 보게된 그 귀한아이. 우린 그 아이만 잘 키우기로 합시

  다. 다른건 일절 복잡한 생각 하지 말기로하고. ”

 정말 이대로 전처소생인 다섯명의 딸과는 연이라도 끊으려는듯한 투로 말하고 있는 형준. 이런 형준의 말을 들으니 윤주는 묘하게 가슴이 떨려오기까지 한다. 한편 형준은 윤주에게 뜻밖의 제안까지 하나 한다.

 “ 여보, 그리고말야. 그러잖아도 이건 내 근래들어 막연히 해본 생각인데말이지... ”

 “ ??? ”

 “ 우리 올 여름에 한 열흘정도라도 날 잡아서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어떻겠소 ? 우

  리 단둘이서 말이지. ”

 “ 여행...이요 ? ”

 조금 뜻밖의 제안이라서일까. 윤주는 의아하기도 하고 살짝 당혹스럽기까지 한 말투로 그와같이 묻고 형준은 그런 윤주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생각해보니 내가 막상 당신과 이렇게 결혼까지 하고나서 그동안 당신에게 너무 무

  심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지 뭐요. 이렇게 나이많은 나와 결혼해주고 심지어 집안의

  대를 이을 3대독자까지 가진 그런 귀하고 보석같은 당신을 말이지. 생각해보니 내

  가 회사에 출근하고나면 당신은 하루종일 저...상희가 맡기고 간 아이 용이만 돌보

  며 지내는게 될테고...게다가 때론 버르장머리없고 바보같기까지 한 내 전처소생 딸

  들과 부딪치기까지 하면서...그렇게 보내온게 당신의 지금까지의 일상 아니었겠소 ?

  그점을 생각해보니 내가 어린 당신에게 너무 못할짓을 했구나 그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올 여름에 당신과 나 단둘이 한 열흘쯤 날잡아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떻소 ? ”

 “ 당신과 제가 단둘이 여행을 떠난다구요 ? ”

 그런말에 순간 윤주는 마음이 다 풀어지기라도 하는지 화색이 된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남편 형준이 출근만 하고나면 자신은 어린 용이만 돌보며 하루종일을 보내야하는 그 부분만은 어느정도 사실이기에 바로 그러한 무료하고 답답한 일상을 보내며 결혼생활 자체에 대한 회의도 느끼고 있던터라 그런 상황에서 남편 형준의 이와같은 제안은 윤주에게 그야말로 새로운 희망이라도 보는듯한 그런 느낌이 들게하는 말이었다. 그래도 이 사람이 나를 조금이라도 생각해 주는구나 하는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남편 형준의 사랑받는 아내로 있고 싶은것인지 너무 좋아 펄쩍 뛸것만 같은 기분으로 이와같이 말한다.

 “ 아이 좋아라. 듣기만해도 벌써 즐거워질 지경이네요. 저도 정말 세상 모든 복잡한

  일 다 버리고 당신과 단둘이만 오붓이 있는 시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

  했어요. 그런데 올 여름에 당신과 제가 여행을 떠난다구요 ? 아이 좋아라. 전 무조

  건 당신 제안에 찬성이에요. ”

 해맑게 웃는 윤주의 얼굴은 진심 귀여워보이기까지 할 지경이고, 윤주와 형준은 서로를 다정스레 안아본다. 이 순간만큼은 그야말로 한쌍의 고운 원앙같은 모습을 자아내고 있는 노형준과 장윤주 부부다.





 하지만 얼마후 다시 윤주를 찾아온 오대산은 몹시도 화가나서 윤주를 다그쳤다. 기껏 계책을 짜서 마련했던 ‘2차 유기 계획’도 어이없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으니 대산은 더더욱 기가막히고 화가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아니, 도대체가 넌 무슨일을 매사에 그 모양으로 처리하냐 ? 아니, 도대체 니가

  노인네 딸들보다도 먼저 집에 들어와있으면 어떻게 하냐구 ? 화곡동 집도 신촌집도

  전부 밤늦게까지 빈집으로 만들어놓았어야 하는거아냐 ? 그래야 애가 갈집이 없어

  길을 잃고 헤매다 자연스레 사라지던가 했을테니말야. 근데...세상에 니가 노인네

  딸들보다도 먼저 집에 들어와있으면... ”

 실제 경희와 민희는 집을 사주겠다는 정선두,장호연이란 사람을 하루종일 따라 돌아다니다가 밤늦게 집에 돌아온 반면 혼자 외출을 했던 윤주는 되려 무료했는지 늦은 오후쯤에야 집에 돌아와있어서 그때 유치원 선생님들과 연락이 되어 유치원 선생이 용이를 데려온 것 아닌가. 그러니 이번 작전의 근본 실패원인도 결국 윤주때문인지라 대산은 다시금 윤주를 다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아니, 나도 밖에서 돌아다닐만큼 돌아다니다 온거야. 그리고 솔직히 내가 밖에 나

  간다고 만날 친구가 있는것도 아니고...딱히 낮에 어디 놀거나 즐길만한데도 없어서

  그냥 대충 혼자 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온거야. 허니 그만하면 충분히 할만큼 한

  거지 뭘 그래 ? ”

 대산이나 윤주나 둘 다 원래 나이트클럽등 유흥업소를 전전하던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 알던 사람들과 더러 연락하며 지내는 대산과는 달리 윤주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시절 알던 애들과는 계속 연락하고 싶지는 않았던것인지 아니면 윤주의 원래 성격이나 다른면에 문제가 있는것인지 여하튼 윤주는 유흥업소때 알고 지내던이들중 아직까지 친구나 동료로 계속 만나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학창시절 친구도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사실상 친구는 거의 없는 상태인 윤주. 그래서인지 막상 혼자 밖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려다보니 만날 친구도 없고 딱히 즐길만한 것도 없고, 그래서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게 되려 더 무료하고 지루하게 느껴져 상대적으로 일찍 집에 들어온 것이다. 허나 어쨌든 윤주 딴에는 제법 밖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다 들어온것이라 생각했는데 일이 결과적으로 그렇게되지 못한것이라 윤주도 속상하고 짜증나기는 매한가지였다. 허나 그런 윤주 속마음과는 별개로 대산은 여전히 윤주에게 분통과 울화를 터트리고 있었다.

 “ 야, 아무리 기집애가 평소 같이 노는 친구가 없어도 그렇지...하다못해 영화나 연

  극을 한편 봐도 한 두시간 소요되는데 그래 그 시간을 못보내고 저녁도 되기전에

  집에 들어와 ? 어이구...이 답답아. ”

 여하튼 대산의 부탁을 받고 형준의 딸들을 만난 정선두와 장호연이란 사람은 밤늦은 시간까지 형준의 두 딸을 데리고 다니다가 집으로 보내줬는데, 정작 이 일에 더 적극적이고 집요하게 나섰어야할 윤주는 너무 허술하게 일을 그르치고 만 셈인지라 대산은 그저 기가막힐 수밖에 없고, 한편 대산에게 계속 그런식으로 몰리면서 수세가 되었던 윤주는 그러다 딴에는 반박할 말이 있긴 한지 모처럼만에 대산에게 따졌다.

 “ 그리고 솔직히 자기가 마련한 계책이라고 뭐 대단하기나 했냐 ? 솔직히 그것도 허

  접하긴 마찬가지였잖아. 아니, 그걸...노인네 딸들한테 접근을 하면서 노인네와 친분

  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어떡하냐 ? 그거야말로 걔네들이 지 아빠한테 전화 한통

  화만 했어도 바로 들통날뻔했던일 아냐. 그런데 고작 전화 한통화면 모든게 뽀록날

  걸 계책이라고 내놓은주제에 무슨... ”

 “ 나야 어쨌든 젊은 기집애들 꼬셔낼만한 흥밋거리를 만드느라 그런거 아냐 ? 아닌

  말로 요즘 젊은 여자애 둘을 꼬드기는게 그렇게 쉬운일인줄 아냐 ? 그래서 여자에

  들이 좀 흥미를 느끼고 앞뒤를 안 가리고 나올만한 꺼리를 만들어내느라 그런거지.

  그러니까 핑계도 그런식으로 노인네를 들먹인거고. ”

 “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하는소리 아냐 ? 그러잖아도 노인네도 그날 지 딸년들 다그치

  면서 그렇게 말하더라. 아니 지한테 전화 한통화만 했어도 대번에 사기인걸 알일

  을 그 확인전화 한통화를 못해서 그런데 홀라당 넘어가 하루종일 돌아다니다 왔냐

  구. ”

 “ 노인네 원래 딸들하곤 사이 나쁘다며. ”

 대산은 바로 그 점까지 염두에 두고 그렇게 사이가 틀어진 부녀간이라면 딸들이 지 아빠한테 그런식의 확인전화는 안하겠지 하는 생각에 자신의 유흥업소 시절 알던 지인 두명을 정선두와 장호연이란 가명까지 급조해서 보낸것이지만 여하튼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경희나 민희가 미심쩍어서 형준에게 전화 한통화만 해봤어도 바로 들통났을 일인지라 윤주는 그런식으로 대산에게 반격을 꾀한 것이다. 허나 어차피 이제2차 유기작전도 실패로 달아간 이상 서로 누가 더 잘못을 했느니 그걸 장시간 따지는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일까. 무엇보다 말싸움을 하다 그만 지친 두 사람인지라 잠시 냉각의 시간을 갖다 대산이 문득 베란다쪽으로 가서 창밖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혼잣말처럼 말한다.

 “ 내 생각엔 아무래도... ”

 그리고는 베란다 바깥 풍경 어느 한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간다.

 “ 역시 저기다 애를 묻어버리는게 가장 확실한건데 말야. ”

 사실 주택단지 뒤쪽 야산은 연립주택 다락층 베란다에서 내다보면 바로 정면으로 보이지만 1층은 다락층과 구조나 각도가 완전히 달라 1층 베란다는 다락층 베란다와는 반대쪽이다. 허나 이쪽에서도 야산이 아주 안보이는 것은 아니라 대산은 목을 삐죽이 내밀어 바깥을 살펴보며 야산쪽을 겨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와같이 말한 것이다. 결국 대산 입장에선 용이를 해치우는 것은 자신들이 직접 해치운뒤 야산에 암매장하는 것이 ‘완전범죄’가 될것으로 생각하는 셈인데, 다만 그와같은 말을 들은 윤주는 내키지가 않는지 기가막히다는 듯 한마디 한다.

 “ 임산부보고 지금 애를 죽이라는거냐 ? ”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듯 했던 윤주가 지금 실은 대산의 아이를 가진 상태라는 것을 상기해내는 그녀. 하긴 그러고보니 윤주와 대산 두 사람 모두 용이 문제에 집중하느라 그만 윤주가 임신중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듯 했다. 윤주는 얼마전에 형준이 새삼 그녀가 ‘자신의 3대독자’를 가졌네 어쩌네 하면서 윤주를 아끼는 이유를 언급하자 그제서야 자신이 임신중임을 모처럼 실감하기도 했지만, 그래서인지 뭔가 꺼림칙하다는 듯 그와같이 한마디 한다. 허나 대산은 태연한 표정으로 오히려 그런 윤주를 핀잔준다.

 “ 그럼 한번 니 머리로 뾰족한 다른 수가 있으면 내놔봐 어디 ? ”

 윤주 머리로는 그런 기발한 묘책을 내지 못할것이란 생각을 하기 때문일까. 약간의 비아냥까지 섞어가며 그와같이 말하는 오대산인데, 윤주는 그런 대산을 바라보며 더욱 기막히다는 듯 묻는다.

 “ 그럼 애 살해는 누가하고 ? 암매장 작업은 ? ”

 “ 암매장은 당연히...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을 시간에 조용히 처리해야지. ”

 “ 그러니까 하는말아냐. 대체 그런 어두컴컴한 밤에 누가 저 산에 올라가 애를 묻고

  오냐구 ? 지금 내가 그 말 하는거잖아. ”

 사실 대산은 약간의 공포증이 좀 있는 사람이라 밤에 어둡고 험한길을 혼자 다닌다던가 그러는 것을 좀 꺼리는면이 있는 사람이다. 그점도 그점이지만 이 동네에 살지도 않는 오대산이 그런 한밤중에 지리도 익숙치 않은 그런 야산에 혼자 올라가 애를 묻고 온다는것도 쉬운일은 아닐터. 결국 용이를 없애는것도 암매장을 하는것도 결국 자신보고 하라는 소리가 아니냐는 점에서 윤주는 기가막힌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아이를 임신중인 한참 태교를 하며 자기몸을 소중히 여겨야할 윤주에게 어린애 살해에 암매장까지 하라니. 생각해보니 너무 기가막혀 윤주가 되려 대산을 나무라는데, 대산도 막상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좀 아니다 싶은지 뭔가 입맛을 쩝쩝 다시며 별다른 말이 없다. 그래서 다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다 일단 베란다에서 거실로 다시 들어온 대산은 그 한쪽 소파에 혼자 앉아 우두커니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 윤주에게 다시금 묻는다.

 “ 너 근데 그 아이 진짜 내 아이 맞기는 한거냐 ? ”

 “ 뭐라구 ? ”

 순간 발끈하는 윤주지만 대산은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못한눈으로 말한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사실 그렇잖아. 나 솔직히 너 여전히 생각만 하면 할수록 의심스러워. 아닌말로

  그 아이가 정말 노인네 아이고 이 집안 3대독자...뭐 그렇게되면 너야 이 집안에서

  입지와 권리는 그만큼 커지는거고...나 무엇보다 혹시 니가 두 번씩이나 유기작전

  에 실패한게...니 마음이 결국 변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지 그 생각도 드는중이

  야. ”

 원래 애초에 아이를 내다버리자는 제안을 했던게 대산이 윤주의 진심과 특히 뱃속의 아이가 자신의 아인지 의심스럽다며 자신의 의심을 없이하고 싶으면 윤주의 마음이 변하지 않은 것을 증명해 보이라며 그러면서 용이를 ‘내다버리라’고 했던 것 아닌가. 헌데 윤주의 단독범행이었던 1차유기도 그리고 대산이 제법 계책을 세워 시행한 2차유기도 이번엔 윤주가 생각보다 일찍 집에 들어와버리는 바람에 실패로 끝나버린 것이다. 그러니 대산 입장에선 혹시 유기 작전이 거듭 실패한 것 자체가 윤주의 마음이 이미 변했기 때문이 아닌가 그 의심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이다. 허나 윤주는 당치않다는 듯 펄쩍뛴다.

 “ 자기 대체 무슨말이 그래 ? 그리고 내가 고작 그런 여자로 보여 ? 그리고 애초에

  자기가 제안해서 내가 이 집 노인네 재산 차지할 목적으로 이 집으로 들어온거잖

  아. 헌데 이제와서 내 마음이 변한 것 아니냐니. 대체 무슨말이 그래 ? ”

 “ 허나 아직 모든게 확실치 않잖아. 그 아이가 내 아이가 맞는건지도 그리고 니 마

  음이 변하지 않은게 확실한지도...모든게 확실치가 않아. 난 너를 믿을수가 없어.

 ”

 “ 자기야 !!! ”

 윤주는 제법 억울한 듯 울상까지 되어 그렇게 소리치고 무엇보다 지금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대산에게 그 의심을 지워주며 자기 마음을 증명해 보일 방법이 없어 답답해진다. (* 아직 유전자 감식이 보편화되기 전인 시대고, 그 정도 시대면 태아감별도 아직 그렇게 쉽게 할수 있을정도로 발달하거나 보편화되지 못한 시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 그럼 네 마음을 증명해봐 어서 !!! ”

 “ 뭘 대체 어떻게 증명해 보이라는건데 ? ”

 “ 너의 나에 대한 마음도, 그리고 그 아이가 내 아들이 확실한지도 한번 증명해 보

  이라구 !!! 그럼 내가 더 이상 널 의심하지 않을테니. ”





 여름이 되자 형준은 약속대로 윤주와 함께 열흘정도 일정을 잡아 함께 피서여행을 떠났다. 막상 어린아내 윤주를 후처로 맞이하고도 사업 때문에 바빠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한것에 대한 미안함, 허나 그 와중에도 윤주가 자신의 아이(?)를 가져준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마련한 이벤트였다. 피서지는 일단 부산으로 정했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부산이 우리나라에선 가장 잘 알려진 대표적 여름 휴양지라서 그곳으로 정한 것이다.

 다만 여름철 부산의 웬만한 유명한 해수욕장들은 수많은 피서객들로 북적거리고 시끌벅적하기 때문에 그런곳보다는 형준은 웬만하면 윤주와 단둘이 함께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대표적 해수욕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그런 해안가를 찾았다. 허나 그런곳도 철이 철이니만큼 오히려 역설적으로 형준과 윤주의 경우처럼 연인이나 부부끼리 혹은 가까운 몇몇 친구들끼리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고파서 그런곳을 찾는 사람들도 제법 있어 상대적으로 유명한 해수욕장에 비해 인파가 적을뿐 그곳도 결고 그렇게 오붓하고 조용한 시간을 보낼만한 공간은 아니었다.

 여하튼 최소한 단둘이 팔짱이라도 끼고 해변을 거닐만한 그런 여유는 있는 공간이기에 그 어느 한곳에 자리를 깔고 앉아 윤주와 형준은 이야기를 나눈다.

 “ 여보... ”

 “ 말씀하세요. ”

 먼저 운을 뗀 것이 형준인데 형준은 다시금 윤주의 배를 어루만져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야말로 뱃속의 아이가 손귀한 자신의 집안 3대독자일것이라 철석같이 믿고있는 형준이다. 한편 윤주는 어느덧 임신 6개월을 지나 7개월차로 접어드는 시점이라 이제 임산부의 티가 서서히 나고있는 중이기도 하다. 그런 윤주를 흐뭇이 바라보다 형준의 말이 이어진다.

 “ 내 솔직히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

 “ ...... ”

 “ 사실 젊은 시절엔 나도 ‘대를 이을 아들이 하나 있어야 한다’ 그런식으로 하는 어

  른들 말씀 별로 안 좋아했고, 또 딸은 아들과 달리 어릴때는 살갑게 안기고 하는

  그런면도 있는데다가 또 큰딸은 큰딸대로 살림밑천이란 말도 있고 그래서...오히려

  젊은시절엔 나도 딸 키우는 재미는 제법 느꼈던 그런 사람이야,. ”

 이와같은 말을 하는 형준은 별다른 대꾸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고 형준은 회한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 하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드니까 하는수없이 그 생각이 들더군. 이제 저

  아이들 나이가 들면 하나하나 다 시집가게 되고 그러고나면 이 집이 한없이 적적해

  지겠구나. 그 생각을 하니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아들 하나쯤은 낳는건데’ 그 생각

  이 젊은 시절엔 별로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삼 그 후회가 들지 뭐요. 그

  나마 저 아이들 낳아준 집사람(전처)이 살아있을때는 애들 다 시집보내면 결국 다

  늙은 할망구와 그렇게 단둘이 살며 백년해로 하는수밖에 없겠구나 그렇게 탄식하고

  있었는데...헌데 그런 전처마저 10년전 저 세상을 떠나고 나니...이제 진짜 ‘아뿔싸,

  큰일이구나‘ 그 생각이 들더라는거지. 이제 저 아이들 다 시집보내고 나면 그땐 진

  짜 이 집에 나혼자 납는구나. 그 생각을 해보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라 그말이오.

 ”

 “ 그래서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이 하나쯤은 있어야겠다 그 생각을 뒤늦게나마 하

  게 되셨다 그 말씀이신거죠 ? ”

 그와같은 이야기는 이미 형준이 여러번 했을터이니 윤주도 충분히 그 마음을 알터. 그래서인지 이와같이 대꾸하는 윤주의 모습. 그래도 어린 아내 윤주가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형준은 다시금 사랑스레 그녀를 안아보기까지 한다. 그리고 회한에 찬 목소리로 형준의 말은 다시금 이어진다.

 “ 그런것도 그런것이지만...딸자식이란게...뭐 설마 다들 나같지는 않겠지만...아까도

  말했지만 어릴때는 정말 한없이 귀엽고 이뻐서...정말 ‘딸 키우는 재미가 이런 것이

  로구나’ 그래도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하나하나 전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막장이

  되어가니 그게 내 속을 터지게 하더라 그말이지. ”

 “ ...... ”

 “ 그렇지 않은가. 큰딸,둘째딸,셋째딸은 전부 이혼 아직 시집안간 넷째와 다섯째는

  다들 저렇게 저모양이고...저렇게 갈수록 막장으로 망가져가는 저것들 모습을 보니

  내 진짜 속이 다 터지고...차라리 남은 여생 그것들 안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 생

  각밖에 안들더란 말이오. ”

 헌데 형준은 지금 윤주앞에서 자신의 전처소생 딸 다섯을 정말 최악의 막장인생을 살고 있는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혹 당사자들이 듣는다면 억울하다고 혹은 명예훼손으로 자기 아버지를 고소라도 할법한 그런 말이다. 일단 큰딸과 셋째딸은 이혼한 것이 사실이지만 둘째는 이혼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리고 셋째딸의 경우에는 전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아이는 남편쪽에서 키우는 것으로 합의를 본채 경기도 소도시에서 저혼자 평범하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넷째와 다섯째 역시 젊은 새엄마와 함께 살기 싫어 집을 나온 것을 제외하면 역시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20대 중,후반의 여성들일뿐이다. 다만 첫째 상희의 경우엔 어쨌든 이혼했다면서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아이를 맡아 키우기 힘들다며 젊은 새엄마가 들어와 살고있는 친정아버지에게 무작정 자신의 여섯 살난 아이를 맡기고 간 그게 비상식적이라면 비상식적인일. 허나 그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딸들은 그저 평범하게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생활인이고 소시민일뿐이다. 헌데 그런 딸들을 단지 이혼을 했거나 또는 젊은 새어머니와 사이가 안좋다는 이유만으로 ‘막장’ 운운한다면 그것은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진짜 억울해할 소리인 것은 분명하다. 허나 형준은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윤주가 가진 아이가 자기 인생의 마지막 희망이고 소망이라도 되는양 다시한번 그 당위성을 윤주의 손을 꼭 잡은채 역설하려든다.

 “ 그래서...정말 집안의 대를 이을 3대독자 아들은 하나 꼭 필요하다는 그 바램이

  가면 갈수록 절실해졌단말이오. 뭐 나이 70에 이런 소리 하는 것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야 주책이라고 하겠지만 나도 오죽했으면 이런 선택을 다 했겠나 그것은

  알아달란말이오. ”

 “ 전 당신의 마음을 이해해요. ”

 진심이든 일부러 전략적으로 그러는것이든 윤주의 입장에선 이런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 그렇게 소중한 존재인양 역설하는 남편이 여자 입장에서 싫을 이유는 없을 것 아닌가. 새삼 감동했는지 눈물까지 고이는 윤주의 손을 여전히 꼭 잡은채 형준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솔직히 이제와 하는 이야기지만...내 윗대로는... - 난 왜정때 태어난 사람이긴 하

  지만 – 사실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던 분이었지만 그 윗

  대로는 시골에서 그냥 농사를 짓던 그런 분들이오. 그렇게...알고보면 별볼일 없는

  그런 집안이었지만... ”

 헌데 이건 좀 모순된 부분이 있다. 언젠가는 윤주 앞에서 집안의 대를 이을 3대독자가 나와야한다는 당위성으로 ‘뼈대깊은 OO노씨’ 집안 그런식의 역설을 하던 형준이기도 하지 않은가. - 물론 그 부분은 형준 나름대로 젊은 후처 윤주 앞에서 허세를 부리기 위해 그런말을 했을수도 있다. -  헌데 지금은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일제때 서울에서 사셨지만 그 윗대로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분들이라니. 다만 윤주가 그런 이야기를 그때는 굳이 귀담아 듣지는 않아서였는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형준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그런 별볼일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서 그런지...난 이 다음에 돈 많이 벌어서 내 자

  손들에게 남부끄럽지 않은 그런 가문을 물려주고 말테다. 그런 바램도 있었지. 솔

  직히 사업으로 돈을 벌고싶다 그 생각을 한 동기도 그렇게 시작된것이고말야. ”

 “ ...... ”

 “ 그리고 이제 적어도 그렇게 돈 많이 벌어 떵떵거리는 집안을 자손들에게 물려주

  겠다는 그 바램은 어느정도 이룬 셈이지만, 바로 그런 집안을 물려받을 자손...우리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은...이제 당신이 그런 내 소망을 이뤄주기만 하면 된단말이

  오. 무슨말인지 알겠소. ”

 윤주는 말없이 살포시 고개를 숙인채 묘하게 시선을 돌리고 있다. 혹시 어떤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는것일까. 애초부터 형준의 집안 돈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한 윤주임을 생각한다면 이런일로 양심의 가책을 느낄까 싶기도 하지만 여하튼 윤주는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은채 이와같은 말을 하는 형준 앞에서 고개는 숙인채 시선은 살짝 형준을 피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 8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