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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팬픽 - 장윤주 (5)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부제 : 화곡동에서 생긴일





 아줌마가 빵사갖고 온다는 말을 아이는 곧이 곧대로 믿었던것일까. 아이는 일단 빵집 아래쪽 계단형 의자에 앉아서 한참동안 마냥 윤주가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허나 아무리 아이라도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윤주 아줌마가 나오지 않으니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고 걱정과 의심도 조금씩 들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윤주 아줌마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반년넘게 지내오면서 충분히 몸과 마음으로 인지하고 있었을 용이가 아닌가. 그래서 결국 ‘혹시나 ?’하는 생각에 빵집으로 들어가보았다. ‘꼼짝말고 있으라’고 했는데 혹시 아줌마 말대로 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혼나지는 않을까 생각이 안 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보다는 가슴 한켠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불안과 의심을 지우기 힘들었던 것이다.

 “ 저기...혹시 저희 아줌마 못 보셨어요 ? ”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빵집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직원에게 묻는 아이. 아주 어린아이는 아니고 최소한 자기 의지대로 말을 하거나 걸어다닐수는 있는 아이가 그와같이 또렷이 묻자 순간 빵집 직원들이 당황까지 될 지경이었다. 허나 다짜고짜 ‘저희 아줌마’ 못보셨냐고 물으면 자신들이 어쩌란말인가. 그야말로 경찰아저씨가 ‘너희집이 어디냐 ?’고 물으면 대충 동네 아는 꼬마아이들 이름을 들먹이며 ‘누구네 옆집’이니 ‘누구네 뒷집’이니 하는식으로 말하는것과 뭐가 다른가. 다만 이런 꼬마아이가 빵집안으로 불쑥 들어와서 이런식으로 묻는 것을 보니 순간 뭔가 심상찮은 직감이 든 것일까.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여직원 하나가 용이한테 다가와 이와같이 물었다.

 “ 얘, 너 어디사니 ? 집이 어디야 ? ”

 “ 아...아줌마가 빵사갖고 온다고 앞에서 기다리라고 해서... ”

 “ 아줌마가 ? ”

 보통 이럴때는 엄마라든가 하다못해 이모나 고모같은 친척명이 언급될텐데, 그런것도 아니고 ‘아줌마’라니. 이 상황을 어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빵집 직원들은 당혹스러움에 어쩔줄 모르고 있는데, 그러다 직원 한명이 그나마 꼬마아이가 누군지 알아보았는지 이런식으로 말을 걸어왔다.

 “ 가만...너 그러고보니 저기...연립주택쪽에 사는 아이 아니니 ? 몇 번 봤던거 같은

  데... ”

 어차피 빵집 뒤쪽으로도 연립주택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고, 게다가 어차피 이 빵집 고객 상당수도 그쪽에 사는 주민들일테니 자연스레 그런 지레짐작이 들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그냥 단순히 때려맞춘 것은 아닌 듯 직원은 다시금 아이에 대해 구체적 기억이 나는 듯이 말을 걸어온다.

 “ 이 애...거기 사는아일거에요 아마.? 그...3층짜리 연립주택 맨 오른쪽에...아마 거

  기 나이많은 할아버지랑 젊은 여자분이 사는걸로 아는데... ”

 “ 나이많은 할아버지와 젊은 여자 ? ”

 직원의 이와같은 설명에 이번엔 다른 직원들이 더더욱 뭔가 이상하고 의혹이 드는지 어리둥절해하며 서로를 쳐다보았고, 한편 이런 분위기에서 뭔가 이상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용이는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태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의논을 좀 해보려는데 용이는 이미 빵집을 나가고 있었다.

 "얘, 얘. 너 어디가 ? 아줌마들이 집에 연락해줄게 이리와봐. “

 아무래도 아이가 길을 잃었거나 보호자와 뭔가 의사소통이 어긋났으려니 짐작이 된 직원들이 아이를 불러보려 했는데, 용이는 생각보다 발걸음이 빠른것인지 이미 저만치 뛰어가고 있었다. 직원들은 쫒아가볼까 했지만 저 정도로 똑똑하고 약삭빠른 아이라면 알아서 집을 잘 찾아가겠거니 생각하고 안심이 된 것일까. 어차피 자신들도 한참 손님 많고 바쁠때니 아이한테 마냥 신경을 쓸수만도 없어서 그쯤에서 포기하고 가게로 들어가버린다.

 용이는 버스에 타고 있었다. 화곡동에서 신촌 빌라에 사는 이모네집으로 가는 버스. 그 버스노선을 용이는 이모들이 이전에 가르쳐준적이 있어 알고있었던 것이다. 용이에게는 셋째이모와 넷째이모(노형준에게 넷째딸과 막내딸)가 되는 경희와 민희. 그 이모들이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지 주말을 이용 한달에 한두번정도는 화곡동 집으로 와준적도 있었고, 용이를 데리고 신촌 빌라로 가서 하룻밤 재워주고 온적도 있고 하니 용이는 대충 이모네집까지 가는 방향과 버스노선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버스노선을 타고 용케 신촌까지 도착한 용이. 빌라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제법 복잡한 골목길도 용케 잘 찾아내 5층짜리 빌라 지하층에 사는 경희와 민희의 바로 그 집 앞 계단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평일이니만큼 직장생활을 하고 저녁이나 밤늦게 퇴근할 이모들. 그 이모들이 올때까진 잠겨있을 집이니 집앞에서 막연히 이모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얘,얘 용아. 니가 여기 어떻게 온거야. ”

 경희와 민희중 그런 용이를 먼저 발견한 것은 그중에 상대적으로 일찍 퇴근한 막내이모 민희였다. 계단에 우두커나 앉아서 피곤한지 살짝 잠까지 든듯한 아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민희. 일단 아이를 깨워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 얘,얘 용아. 니가 도대체 여길...니가 이 시간에 도대체 어떻게 여길 온거야 ? ”

 용이를 보러 화곡동으로 가거나 신촌으로 데려오기로 되어있는 주말도 아닌 평일에 이렇게 불쑥 자신들이 사는 지하 빌라방으로 찾아온 조카로 인해 민희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고, 일단 아이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간뒤 경희한테도 바로 연락을 취했다. 연락을 받은 경희도 너무 놀라 저녁약속까지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달려들어왔고, 일단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지 상황은 알아야겠기에 어떻게 여길 오게된것인지 그 경위부터 물었다.

 “ 그냥...왔어요. ”

 “ 그냥 오다니 ? 세상에 그런말이 어디있어. 혹시 윤주아줌마가 너 이리로 가라고

  한거니 ? ”

 일단 경희와 만희 입장에선 바로 의심이 가는 사람이 윤주인지라 그와같이 물은것이고 허나 용이도 용이 입장에서 그 상황을 어떻게 정직하게 대답해야할지는 난감하기 가 마찬가지였다. 일단 아까 낮의 상황을 있는그대로 사실대로 설명하자면 유치원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윤주가 마침 점심때이기도 해서 그런지 ‘빵을 사주겠다’며 유치원에선 거리가 다소 떨어진곳에 있는 빵집으로 아이를 데리고 가선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고 빵집으로 들어간 것 아닌가. 허나 아무리 기다려도 윤주가 나오지 않자 빵집으로 들어가보니 윤주는 이미 그곳에 보이지 않았고 직원들이 ‘어떻게 왔니 ?’, ‘집은 어디니 ?’ 그런식으로 묻는 과정에서 용이를 알아보는듯한 직원이 있자 순간 용이가 괜히 겁이나 빵집을 뛰쳐나온 것이다. 그리고 바로 버스를 타고 온 신촌 이모네집. 이 상황을 용이도 어떻게 정직하게 대답하는게 좋을지 난감하기만 해 결국 그만 울음부터 터트렸다.

 “ 우왕~~~!!! 몰라여~~~!!! 그냥 왔어요. 그냥 이모네집으로 오고싶어 온거란 말이에

  요 !!! 우와아앙~~~!!! ”

 “ 아니 얘가 ? 울지만 말고 차분하게 말해봐. 이모네로 오고싶어 오다니 ? 이모들이

  보고싶어 왔다는 소리야 ? 대체 지금 무슨소리를 하고있는거야 ? ”

 “ 그냥 왔어요. 그냥 신촌으로 오고싶어 온거란 말이에요. 우와아앙~~~!!! ”

 


 용이의 행동에서 심상찮음을 느낀 경희와 민희는 바로 아이를 데리고 화곡동으로 따지러갔다. 무엇보다 윤주가 지금까지 용이에게 무슨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 아닌가. - 2층 그 넓은 공간에 아이를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했던 윤주다. - 따라서 그런 윤주가 그 사이 아이에게 어떤 해꼬지나 학대를 한 것이 아닌가. 바로 그런 불길한 예감이 들지 않을수 없어 화곡동으로 바로 아이를 데리고 달려간 것이다. 한편 윤주는 윤주대로 그렇게 아이는 빵집앞에서 집을 못찾아오고 실종상태가 된것이려니 하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그런 용이를 경희와 민희가 데리고 들이닥치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때는 저녁시간대라 윤주의 나이많은 남편 형준도 퇴근을 해 집에 들어와 있을때였다.

 “ 이것봐요, 도대체 용이한테 무슨짓을 한거에요 ? 어서 바른대로 말하지 못해요

  ? ”

 용이는 여전히 막연하게 자기가 그냥 신촌으로 오고싶어 왔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일단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윤주를 추궁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허나 윤주라고 지금 이 상황에서 사실대로 자백할 사람은 아니지 않는가. 따라서 자연스레 한동안은 겉도는 이야기만 계속 오갈 수밖에 없었다.

 “ 애한테 대체 무슨짓을 했기에 애가 그 먼 신촌까지 버스를 타고 올 생각을 해요,.

  그것도 이모들 보고싶어 왔다면서. 어서 바른대로 말 못해요 ? 용이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 ”

 “ 아니...이것봐요. 도대체 지금 무슨소리를 하고 있는거에요 ? 난 그냥 아까 아이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온것밖에 없어요. 그리고 낮에는 집에 안보이기에 어디

  잠깐 밖에 놀러간것이려니 생각했죠. ”

 “ 아니, 뭐에요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 그럼 일곱살짜리가 보호자도 없이

  저 혼자 밖으로 나가는걸 그냥 방치해두고 있었단말이에요 ? 이 아줌마 진짜 큰

  일날 여자네. 대체 아이를 어떻게 돌보고 있는거야 ? ”

 “ 아니...무슨말들이 그래요 ? 그리고 방치라뇨...아니, 그리고 일곱살정도면 충분

  히 저혼자 놀러나갈수 있죠 뭐. 아니, 솔직히 요즘이니까 그렇게 다들 애들 과잉

  보호하면서 아동학대니 뭐니 그러는거지 옛날에 시골마을 같은데는 동구밖 같은

  데서 아이들끼리 저희들끼리 잘 뛰어놀다가 저녁때 되면 집에 다들 잘 돌아오고

  그랬어요. 그런데 옛날에는 다 그러고 살았는데...요즘은 진짜 왜들 그리 아이를

  과잉보호 하는지 몰라. ”

 “ 뭐라구요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는거에요 ? ”

 윤주 입장에서야 어차피 뻗대는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는지 ‘옛날엔 어쩌구...’이런 소리까지 입에 담는것이지만 아이에게 이모가 되는 경희와 민희 입장에선 더더욱 기가막힐 수밖에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아버지의 젊은 후처로 있는 이 장윤주를 그냥 놔둬선 안된다는 생각까지 드는중이다. 지금까지 윤주의 해온 언행으로 봐선 진짜 아이에게 무슨 커다란 해꼬지라도 할지 모르는일 아닌가. 헌데 지금은 어차피 윤주의 남편 형준도 퇴근을 해 집에 와 있는지라 딸들의 이런 모습을 더 이상 두고볼수 없는지 기어이 끼어든다.

 “ 그만들 해라 !!! 집안을 정말 콩가루 집안 만들 작정이냐 ? 아무리 그래도 이 애비

  와 결혼했으면 너희들에게 새어머니고 용이에게도 외할머니가 되는데 이게 대체 무

  슨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들이니 ? 대체 이게 무슨 행패야 ? ”

 “ 뭐라구요 ? 아빤 지금 도대체 누구 편을 드는거에요 ? 그리고 콩가루를 만들다니

  ? 대체 지금 집안을 콩가루로 만드는게 누군데 그래요 ? 이게 다 아버지가 새파란

  젊은 여자를 후처로 들인 그때부터 생긴 분란들이잖아요 !!! ”

 “ 아니, 근데 이것들이 정말 ? 이게 대체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들이야 ? 내가 너

  희를 그렇게 가르쳤더냐 ? 보자보자하니 정말...아무래도 이거...제대로 집안 법도와

  질서를 세워야지 안되겠구나. 도대체가 OO 노씨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이 지경으

  로 몰락을 했어. 아무래도 이거 집안 법도를 제대로 다시 세우던가 해야지 이게 대

  체 무슨... ”

 “ 아빠 !!! ”
허나 이런 형준의 행동이 경희와 민희 입장에선 더더욱 가관인지라 발끈할 수밖에 없고 용이의 문제는 이미 뒷전으로 밀려나버렸고 젊은 후처를 들인 노사장 노형준과 그들의 다 큰 딸들간의 감정싸움으로 일은 번지고 있었다. 형준은 형준대로 제 아내는 또 역성은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건지 그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 그리고 그말은 너희 새어머니가 결코 틀린말씀 하신 것 아니다. 옛날엔 한 대여섯

  살만 되어도 동구밖으로 나가 저희들끼리, 동네 아는 형,누나들이랑 어울려 저희들

  끼리 물장구도 치고 잘 놀다가...밥때되면 어린애들은 어린애들대로 동네 형,누나손

  에 잘 이끌려서 또 좀 더 큰 애들은 제발로 자기집에 돌아가고 그럤어. 옛날엔 그

  렇게 한 일곱 살만 되어도 다 사람몫 하고 살아는데...요즘은 대체 왜 그리 애들을

  과잉보호하는지...쯧쯧... ”

 칠순의 노형준 입장에서도 요즘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젊은 부모들은 영 마음에 안들고 이해도 안간다는 듯 혀를 끌끌 차고 있다. 허나 이런 행동들은 경희와 민희를 더더욱 격분하게 만든다.

 “ 아빠, 이게 지금 과잉보호로 보여요 !!! 애가 화곡동에서 제 발로 신촌까지 갔어요

  !!! 아빠말마따나 옛날같았으면 시골 동구밖에서 동네 형들과 잘 놀다 집에 들어오

  고 그랬을지도 모르는 일곱살 용이가 제 발로 신촌의 우리집까지 버스타고 찾아왔

  다구요 !!! 그것도 이모들 보고싶었다고 막 엉엉 울면서 !!! ”

 “ 그 참...뭐 그만한 사정이 있었나보지 뭐. ”

 노형준은 여전히 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상황판단이 안 되어서 그러는것인지 엉뚱한 소리만 입에 담고 경희와 민희는 이렇게 집안 돌아가는일에 무심한 아버지의 모습에 답답해서 가슴을 친다. 한편 형준은 형준대로 용이문제 상황파악은 제대로 해야겠기에 결국 윤주에게도 질문을 건넨다. 형준의 태도는 여전히 어린아내 윤주만큼은 무한 신뢰하고있는 모습이다.

 “ 그...헌데 당신은 대체 용이를 어떻게 한거요 ? 정말 용이가 집밖으로 나가는걸

  통 모르고 있었던게요 ? ”

 “ 저...전 몰랐다니까요. 그냥 집안에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그러느라 바빠서... ”

 물론 윤주의 이 말은 명백한 100퍼센트 거짓말이다. 바로 자신의 내연남 오대산과 짜고 용이를 유기하기 위해 그런짓을 벌인 윤주가 아닌가. 유치원에서 거리가 살짝 떨어진 빵집까지 ‘빵을 사주겠다’고 용이를 데려간뒤 그 빵집앞에서 ‘꼼짝말고 기다리라’고 하고 사라져버린 윤주였다. 그런 윤주가 지금 자신의 남편과 남편의 전처소생 딸들 앞에서 이런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준은 일단 윤주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는듯한 태도로 나온다.

 “ 에잉...아무리 그래도 애가 안 보이면 좀 찾아보던가 했어야지. 아무튼 아이가 신

  촌까지 제발로 갔다고 하지 않소. 헌데 그것을 할멈이 되어가지고 까맣게 모르고

  있었대서야... ”

 ‘할멈’이란 소리까지 들으니 윤주 입장에선 기가차기까지 할 터인데 다만 지금 그것을 내색하려하지 않고 윤주와 경희,민희는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이 냉기류를 어떻게든 바로 잡아야겠다다는 생각이 드는지 결국 형준이 한마디 한다.

 “ 아무리 그래도 집안 법도를 이렇게 콩가루로 만들어서는 안되겠다. 아무리 이 사

  람이 나이가 어려도 우리집안 3대독자를 낳아주고자 들어온 귀한 내 새사람이자 너

  희에겐 새어머니가 되는 분이다. 그러니 경희,민희 너희도 앞으로 깎듯이 공손히

  대하도록 하고... ”

 형준의 이 말을 지금 경희와 민희가 곧이 들을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형준은 두 사람을 어떻게든 화해(?)를 시켜보려고 하고 바로 그런 취지에서 윤주에게도 한마디 한다.

 “ 당신도 그리고...내 딸들을 좀 더 사랑으로 감싸주었으면 하오. 어쨌든 나와 결혼

  했으면...비록 전처소생 자녀라 하더라도 다 사랑으로 감싸야하는거라오. 그러니 당

  신도 앞으로 우리 경희,민희와 잘 좀 지내도록 해요. ”

 “ 미안해요 경희씨 그리고 민희씨. ”

 그래도 남편 앞에선 잘보여야겠다는 아부의 의도인지 형식적으로나마 사과의 말을 건네는 윤주. 경희와 민희는 그런 윤주와 화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집안에 더 분란만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대충 그쯤에서 숙이고 들어가긴 한다. 한편 형준은 형준대로 딸들의 문제에 대해 아직 할말이 남았는지 다시금 잔소리를 이어간다.

 “ 그리고 솔직히 집안 콩가루로 만든 것은 나보다 너희들이 더하지 않았냐 ? 나는

  그래도 집안에서 2대독자고 손귀한 집안에 대를 이을 자손(3대독자)은 하나 있어야

  겠기에 더 나이들기전에 새로운 자손이라도 보고자 새 아내를 들인거지만 너희들은

  어떠냐 ? 상희도 그렇고, 윤희도 그렇고...도대체가 예부터 여자는 시집가면 출가외

  인이란 말도 있었는데, 도대체가 다 커서 시집갔으면 좋은 남편과 자식낳고 오손도

  손 잘 살 생각을 해야지...전부 다 줄줄이 이혼해 들어오고 대체 이게 무슨꼴들이야

  ? 그러고도 너희가 나한테 할말이 있는애들이더냐 ? ”

 바로 큰딸 상희가 이혼을 하고 아이 맡길곳이 마땅치 않아 친정아버지인 노형준한테 여섯 살난 용이를 맡기고 간 것이고, 상희의 경우처럼 아이를 맡기거나 하진 않았지만 셋째 윤희도 이혼을 한 상태. 다만 둘째 진희는 미국에서 무슨 이유인지 연락만 두절된 상태일뿐, 이혼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았는데 그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이미 다섯명의 딸중 둘이 이혼한 상태다. 그점을 생각하면 노형준의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질 지경이라 새삼 나무라듯이 그와같이 말하고 다만 아직 미혼의 직장인인 넷째 경희와 막내 민희의 입장에선 자신들은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니 억울한 생각이 들수도 있는 소리긴 하다. 어디 나이 70에 서른다섯살이나 어린 여자에게 새장가를 든 노형준이 더 막장인지 아니면 시집간지 얼마되지 않아 줄줄이 이혼을 한 형준의 딸들이 더 막장인것인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아버지의 장시간 나무라는 소리에 그만 풀이 죽어버린 경희와 민희. 덕분에 용이의 문제는 구체적으로 상의를 해볼 시간이나 겨를도 없이 모처럼만에 마주한 부녀간의 대화도 그런식으로 마무리된채 두 딸은 신촌 집으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오대산이 윤주를 다시 찾아온 것은 그로부터 2-3일의 시간이 지난뒤의 일이다. 윤주 머리로 아이를 유기하는일을 하루만에 깔끔하게 처리하진 못할것이란 판단을 했는지 그 정도의 시간말미를 준 셈이라고나 할까. - 게다가 윤주 스스로도 아이 유기문제에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고 – 헌데 막상 그렇게 다시 찾아와보니 윤주는 ‘실패했다’는 보고를 해 대산을 결국 화를나게 만들었다.

 “ 야 !!! 이 돌머리야 !!! 너 원래 머리 나쁜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나쁜지는

  생각 못했다. 그렇게 애만 달랑 빵집앞에 놔두고 내빼면 뭐하냐 ? 그렇게되면 그

  시간에 지나가는 행인도 있고...목격자가 최소한 한둘이 아닐텐데 그게 들통날거란

  생각을 못했어 ? 어이구 이 돌머리야. ”

 대산은 윤주의 머리나쁨만 새삼 탓하고 있었고, 허나 윤주는 윤주대로 다른 문제가 있어서 결국 그 부분을 언급했다. 윤주의 말이 이어진다.

 “ 그리고 진짜 중요한건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애가 지발로 버스를 타고 신촌의 지

  이모집까지 찾아갔다는거야. 그러니 그 애가 최소한 지발로 대중교통을 이용 여기

  서 신촌까지 갈만한 머리는 된다는 소리잖아. 그게 진짜 생각해보니 심각한 문제더

  라고. ”

 최소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노선을 알기도 하고 게다가 그렇게 버스를 이용 갈만한곳(* 가령 신촌 이모집이라던가)도 있는 아이라면 유기를 한다는게 더더욱 쉽지 않은 문제가 아닌가. 아닌말로 집 근처 좀 떨어진곳에 대충 버려놓는다 하더라도 제발로 집으로 찾아올수도 있을것이고 이번처럼 신촌에서 자취를 하는 이모들 집으로 찾아갈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용이란 아이를 유기하는 문제는 더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오대산은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윤주에게 다시금 힐난하듯 한마디 한다.

 “ 하긴 따지고보니...그 용이란 애 머리가 너보단 좋은가보다. 서른다섯이나 된 너보

  다 이제 겨우 유치원에 다니는 그 애 머리가 훨씬 낫네 !!! ”

 “ 자기야 !!! ”

 아무리 그래도 ‘유치원 다니는 아이’보다 머리가 나쁘다는 소리를 들으니 자존심이 상하는지 윤주는 펄쩍뛰고 허나 지금 그 문제를 길게 따질 상황은 아니라서인지 오대산은 소파에 혼자 털썩 주저앉아 뭔가 다시 고민에 잠기는 표정이 된다. 그러다 한참만에 다시 대산이 입을 연다.

 “ 그러니까 내 진작에 애를 목졸라 죽이던가 해서 뒤쪽 야산에 파묻어버리던가 하

  쟀지. 그러니까 왜 그 말은 안들어갖고. ”

 대산은 진작부터 주택단지 뒤쪽에 있는 야산을 아이를 유기할만한 장소로 점찍어둔 듯 하다. 하긴 정히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면서 완전범죄를 만들려면 그런 방법이 가장 안전(?)하지 않겠는가. 공연히 아이를 적당히 아무곳에나 허술하게 내버렸다가 아이가 제발로 찾아오거나 아니면 그 정도 머리면 경찰서 같은데 자기발로 찾아가 집을 찾아달라고 하거나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할수도 있는일이니 그렇게되면 용이를 유기하려던 두 사람의 음모는 낭패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아이에게 이모가 되는 노형준의 딸들도 실종신고를 하던가 하는식으로 아이를 찾아보려 할테니 그렇게되면 자신들이 한짓이 들킬 위험은 더더욱 커진다. 이미 그간의 윤주의 행실을 보며 그녀를 잔뜩이나 의심하고 있는 넷째딸 경희와 막내딸 민희가 아닌가. 따라서 오대산은 확실하게 완전범죄를 하려면 야산에 파묻는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거듭 하고 하지만 윤주는 막상 그 일은 쉽지가 않은지 난색을 표현다. 그러니 더더욱 머리가 아파질수밖애 없는 사람은 오대산일뿐. 그래서 대산은 결국 혼자 다시 곰곰이 궁리를 해보다가 다시금 나쁜꾀를 낸다.

 “ 그럼 이렇게 해보자. 차라리 아예 그 애가 스스로 길을 잃어버리게 만드는거야.

 ”

 “ 어떻게 ? ”

 뭘 어떻게 하자는것인지 윤주가 궁금해서 그와같이 묻는 가운데 오대산의 설명이 덧붙여진다. 윤주가 그래도 손님대접은 해야겠는지 간단하게 내온 음료수를 마시며 대산의 말은 이어진다.

 “ 일단 넌 신촌의 딸을 만나러간다는 핑계를 대고 니가 그쪽으로 가. 그리고나서. ”

 “ 미쳤어 ?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 내가 무슨 신촌에... ”

 윤주는 순간 ‘내가 언제 신촌에 딸이 있었나 ?’하며 어리둥절해하기까지 했었다. 흐름상 결국 형준의 재혼후 따로 나가살고 있는 경희와 민희를 두고 하는 말이긴 하겠지만 그네들을 한번도 딸이라고 생각한적도 없고 관계도 몹시나 불편했기에 그런 딸들(?)을 만나러 가라는 오대산의 말에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산의 계략일 뿐이다.

 “ 누가 뭐 너더러 진짜 딸을 만나러가래 ? 어쨌든 대충 그렇게 없는 핑계라도 만들

  어보라구. 가령...지금까지 사이가 안 좋았는데 화해라도 하고싶어 어떻게 사는지나

  좀 살펴보려구 찾아간다고 한다던가...아니면 그러면서 뭐 니가 간단하게 할 수 있

  는 음식이라도 만들어갖구 가던가... ”

 “ 글쎄, 내가 그 여자들과 대체 화해를 왜 하냐구 ? ”

 “ 돌머리야 !!! 누가 널더러 그여자들과 진짜 화해를 하래니 ? 핑계를 그런식으로 만

  들라구. 그래서 너는 신촌으로 가고 그쪽 여자들은 이리로 오게해서 길을 엇갈리게

  만들자는거지. ”

 “ 그래서 뭐 ? ”

 “ 너는 신촌으로 가고 그 신촌사는 여자들은 화곡동으로 오고 그러면 자연스레 길이

  엇갈리게 되겠지 ? 그럼 그때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어떻게 되겠어 ? 만약 화

  곡동도 빈집이고 신촌도 빈집이고 그렇게되면 어떻게 되겠냐구 ? 아이는 당연히 몹

  시도 당황해 울상이 되겠지 ? ”

 “ 그런 다음엔 ? ”

 “ 일단 애가 버스타고 신촌까지 찾아갈만한 머리는 된다면서 ? 하지만 아무래도 애

  니까 두 번세번 신촌과 화곡동을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애는 점차 지치게 될거야.

  게다가 어른들과 달리 시간도 제법 걸릴거고 – 물론 이동이야 버스를 타고 한다

  하더라도 버스정류장에서 또 집에까지 걸어오는 시간이 있잖아. ”

 “ 그런 다음엔 ? ”

 “ 그렇게해서 애가 자연스럽게 길을 잃어버리게 만들자는거지. 신촌도 빈집이고 화

  곡동도 빈집이라 아이가 ‘이거 대체 어디로 가야하나 ?’ 헤매다 스스로 길을 잃어

  미아가 되게 만들자는거지. 그러면 넌 어쨌든 신촌의 그 딸들인지 뭔지를 만나러

  간다고 했으니 알리바이는 자연스레 성립이 될거고. ”

 “ 나야 뭐 그렇게 한다치고 신촌의 그여자들은 무슨수로 끌어낼건데 ? ”

 “ 그건 내가 대충 알아서 방법을 마련해볼게. 그러니 넌 조만간 대충 그 여자들 사

  는 신촌 집 전화번호나 알아둬. 뭐 하다못해 애들 아빠인 늙은 영감은 알거아냐.

  아니면 니가 직접 전화해서 물어볼수도 있고...아무리 불편한 사이라도 그렇지 연

  락처 하나 알아내러 전화하기도 어렵냐 ? ”

 “ 아니, 뭐 전화한통화 하는거야 그렇게 어려운일은 아니지만... ”

 일단 오대산의 작전이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어서인지 그럼 자신이 신촌의 딸들 연락처는 알아보겠다며 대산의 제안에 응한다. 그러면 대산은 화곡동 주민이라고 하든 아니면 노형준 사장을 아는 사람이라고 하든 그런식으로 해서 두 사람을 바깥의 제3의 장소에서 만나자고 해서 경희와 민희도 신촌 집에서 나오게 하자는 것이 대산의 계책이었다. 그럼 자연스럽게 신촌 경희,민희집도 빈집이 되고 또 윤주도 신촌의 의붓딸(?)들을 만나러 간답시고 화곡동 집을 나왔으니 양쪽 다 빈집이 되면 그때 유치원에서 돌아온 용이는 신촌도 화곡동도 모두 빈집이 되어버린 상태에서 거리가 그래도 어린아이 입장에선 제법 먼 양쪽을 헤매다니다가 길을 자연스레 잃어버리지 않겠냐는게 대산의 계책인 것이다. 어찌보면 머리가 나쁜편인 윤주에 비해 나쁜꾀는 제법 잘 내는 오대산이 윤주의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있는 모양새도 된다. 좋은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어쨌든 제법 환상의 짝꿍같은 궁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윤주와 대산이다.



-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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