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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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팬픽 - 장윤주 (4)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부제 : 화곡동에서 생긴일





 애초에 형준의 큰딸 상희는 용이를 맡기면서 ‘그냥 아이 삼시세끼 밥먹이고, 유치원 들어가고 학교들어갈 때 되면 그때 유치원,학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그정도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해 아직 유치원도 들어가기전인 용이를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 들어갈때까지 맡아달라는 식으로 말했었는데, 다만 그렇게 아이를 떠맡기고 도망치듯 가버린 상희 때문에 형준은 나름 절충안이랍시고 ‘일단 당분간만 우리가 아이를 맡고 있자’고 했었다. 허나 그때 이미 윤주는 뭔가 불길한 예감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그 윤주의 불길한 예감이 적중하고 말았다. 막연히 그저 아이를 잠시만 맡고 있다보면 상희가 돌아올것처럼 안일하게 사태를 생각하고 있었던 형준의 예측과는 달리 이미 유치원,초등학교까지 운운하고 떠난 상희는 실제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이런식으로 가다 진짜 용이를 유치원도 보내고 초등학교도 보내야하는 때가 오는 것 아닌가 해서 윤주는 점점 불안해지고 있었는데, 하필 그렇게 한 반년 가까이 전화 한통화가 없던 상희는 그러다 딱 아이 유치원 들어갈때쯤 되어서 윤주에게 전화를 해온 것이다.

 “ 아이, 유치원은 보내주실거죠. ”

 “ 뭐라구요 ? ”

 윤주 입장에선 한 반년 가까이 소식도 전화한통도 없던 상희가 그렇게 한 6개월만에 전화를 해와서는 나오는 제1성이 그와같자 기가막힐 수밖에 없었고, 그런 윤주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희는 그저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만 했다.

 “ 용이 유치원 들어갈 때 되었는데 혹시 잊고계신 것 아닌가 해서 전화드린거에요.

  애 유치원 보내주세요. ”

 “ 아니, 저 이봐요... ”

 용이를 유치원 보내는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직장을 구해야한다는 핑계로 아이를 맡기고 떠난 상희가 실로 6개월만에 전화를 해서는 하는말이 이와같은 것 아닌가. 바로 그 문제때문에라도 윤주는 더 기가막혀 뭐라고 따지기라도 하고픈 심정인데, 그런 윤주의 심정은 일말의 배려도 없이 상희는 그저 자기 할말만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그...저번에 보니까 주택단지 나와서 큰길쪽으로 가면 유치원 하나 보이던데...OO

  유치원이라고 했던가...아무튼 그 유치원이 괜찮은 것 같으니 한번 원생모집 언제

  하는지 문의해봐서 때되면 등록시켜주세요. ”

 말하는 것으로 봐선 아마 애초에 용이를 형준의 집에 맡길 때 그 유치원까지도 사전에 봐둔 것 아닌가 그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물론 상희가 언급한 OO 유치원 자체가 화곡동의 주택단지에서 나와 큰길쪽으로 가면 거기서 왼쪽으로 꺾어져 그리 멀지 않은곳에 위치해있으니 그냥 형준네 집을 찾아오는 길에 우연히 봤을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상희의 하는말은 그저 우연히 지나가다 본 유치원을 언급하는 수준이 아닌 이미 제법 용의주도하게 아이가 다닐 유치원까지 알아본 것 같은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일단 윤주는 이 사실을 형준에게 바로 알렸고 형준도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일단 상희의 부탁을 들어주자는식으로 나왔다.

 “ 그럼 뭐...일단 유치원 등록은 시키지 뭐. ”

 “ 여보 !!! ”

 허나 윤주는 바로 당치도 않다는 듯 펄쩍 뛰었고, 그런 윤주를 보며 형준은 제법 점잖고 생각깊은 어른처럼 타이르듯 말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어쨌든 아이가 유치원 가고 학교갈 때 되면 보내는 것은 부모고 어른으로 당연히

  해야하는 도리 아닌가. 그럼 뭐 당신은 용이 학교도 안 보낼 생각이었던거요 ? 뭐

  여하튼 상희 입장에서도 걱정이 되어 그런 부탁까지 한것같으니 일단 아이 유치원

  은 보내는걸로 해요. ”

 “ 여보...하지만 이건... ”

 정말 이런식으로 가다간 용이를 유치원 들어가고 그 이듬해엔 초등학교 들어가고 이런식으로 1년이고 2년이고 마냥 기약없이 맡게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걱정이 들어 윤주가 하는 소리다. 그야말로 돈벌러 떠났다는 아이엄마치고는 너무 대책없고 기약없는 그런 상희의 모습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다만 윤주는 일단 형준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의 결정대로 따르기로 했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형준의 집에 공교로운 변화가 하나 생겼다. 하필이면 그것도 딱 용이가 유치원 입학할때가 되어서였는데, 실은 윤주가 아이를 갖게된 것이다. 슬하에 시집간 딸 셋어 20대 후반의 직장인인 딸 두명까지 이미 다 큰 딸을 다섯이나 둔 칠순의 노형준이건만 자신이 2대독자인데 하필 다음대에도 아들이 없고 딸만 다섯인 손귀한 집안이라 가문의 대를 이을 아들 하나는 필요하다며 젊은 윤주와 결혼한 노형준 사장이 아니던가. 헌데 바로 그 노형준 사장의 젊은 후처 윤주의 임신. 그러고보면 윤주가 형준의 아내가 된지도 어느덧 대충 1년 가까이가 되어가는 시점이기도 할텐데, 다만 윤주가 막상 산부인과를 찾아 자신의 임신사실을 확인하고 먼저 찾아간곳은 노형준 사장이 아니라 엉뚱한 사람이 있는곳이었다. 다름아닌 그의 내연남 오대산의 집이다. 애초 나이트클럽 종업원과 무용수의 사이로 만난 두 사람이기도 하지만, 둘 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차라리 돈많은 사장이라도 물어 한몫 챙기자며 대상으로 삼았던 노형준 사장. 다만 그 무렵 두 사람이 일하던 나이트 클럽이 부도가 나는등 다소 복잡한 상황이 생기면서, 오대산의 거처는 한동안 일정하지가 못해 윤주하고도 연락을 자주 취할수 있는 처지가 못되다가 그러다 하루는 불쑥 형준의 집을 찾아오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던 그런 오대산인데, 여하튼 최근엔 그나마 다소 안정이 되어 혼자 거처할만한 방한칸이라도 마련했는지 그 오대산의 거처를 알아낸 윤주가 그의 집을 먼저 찾아간 것이다. 다만 비좁고 협소하고 퀴퀴한 냄새까지 나는 단칸방이라 넓찍한 3층짜리 연립주택에서 어느덧 한 열달은 살아온 윤주 입장에선 당혹스럽고 짜증까지 나는 그런 집이긴 했다. 허나 일단 임신소식은 알려야했기에 사실상 오대산의 새 거처는 처음 찾은것이나 다름없는 윤주가 그를 마주하자마자 바로 이 사실을 알렸다.

 “ 우리...아이야... ”

 긴장된 표정으로, 그러나 30대 중반의 많으면 많다고 할 수 있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사뭇 수줍은 표정까지 지으며 사실을 밝힌 윤주. 오대산도 막상 윤주로부터 이런말을 들으니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 저...정말이야 ? 사실인거지 ? 그런거지 ? ”

 “ 그렇다니까. 사랑해 자기야. ”

 이 순간만큼은 세상만사를 모두 잊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오대산의 품에 안기고 싶은 것이 윤주의 심정인것인지 사뭇 청순한 눈물어린 얼굴로 그의 품에 안긴다. 대산도 기쁨과 착잡함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윤주를 안아보고 그녀의 아랫배를 한번 쓰다듬어보기까지 한다.

 “ 그러니까 분명히 이 뱃속에 내 아이가 들어있는거란 말이지 ? ”

 솔직히 의심을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인지라 재차 확인을 하고픈 심정으로 그와같이 물은 오대산. 그러자 윤주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한편 막상 그렇게 고백하고나니 윤주도 나름 북받치는 감정같은게 있는지 결국 왈칵 울음까지 터트리고 만다. 그러자 대산이 윤주를 달래느라 어쩔줄을 모르고 부적절한 관계인 한쌍의 남녀가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오만 청승을 다 떠는 그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중이다.





 용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오대산이 다시 형준의 집을 찾아왔다. 사실 대산은 그동안에도 평균 한달에 한두번 꼴로 형준의 집을 찾아와 윤주를 만나고 가는 대범함을 보여왔다. 의도야 글자그대로 윤주가 보고싶고 그리운 순수한(?) 마음에서였다고나 할까. 그러나 2층에 용이가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자신들의 관계가 들킬수 있는 위험이 있으니 윤주 입장에선 살떨리는 시간들이 아닐수가 없었다. 게다가 처음 대산이 이 집을 찾아왔을때는 윤주는 그만 2층 용이를 무방비 상태로 그냥 놓아두었었는데, 대산이 이런식으로 자꾸 찾아오자 아무래도 아이가 신경이 쓰여 대산이 찾아왔을때는 슬쩍 아이를 2층 방이나 또는 3층 다락에 가둬놓기도 했다. - 허나 이미 경희와 민희가 윤주가 혹시 용이를 학대하거나 감금하지 않나 그 문제를 잔뜩 추궁하고 간 뒤라 그 조차도 쉽지않은 일이기도 했다. 여하튼 그동안에도 쭉 대산은 형준의 집을 찾아 윤주를 만나보고 가는 대담함을 보여왔는데, 이제 아이까지 유치원에 가게되니 오전시간에 아이도 없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자유롭게 윤주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대산 입장에선 더더욱 홀가분한 심정이 되었다. 게다가 최근엔 윤주가 자기 아이까지 가졌다지 않는가. 대산 입장에선 여러 가지로 흥미롭고 싱글벙글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 미쳤어, 그렇다고 거기 벌러덩 누우면 어떻게 해 ? ”

 허나 윤주는 여전히 몸을 사리며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하루는 그렇게 불쑥 집으로 찾아와서는 아예 1층 안방 침대위에 벌러덩 누워버린 대산. 마치 자신이 이 집 주인이라도 된듯한 행세를 하는 그 모습에 윤주는 그저 기가막힐뿐이다. 일단 침대 한가운데 대(大)자로 뻗어 누워버린 대산을 만류하거나 주의를 줘야할 판이긴 한데 허나 대산의 태도는 오히려 더 의기양양하기만 했다.

 “ 거...왜그래 좀 쉬자. 왜 그렇게 서방한테 타박이냐 ? ”

 “ 미쳤어...지금 누가 누구 서방이라는거야 ? ”

 “ 어어...얘 봐라 ? 그럼 내가 니 서방이 아니면...그 늙은 사장이 니 서방이냐 ? 분

  명히 말해라. 니 진짜 서방이 누구야 ? ”

 “ 지금 그런 이야기 하는게 아니잖아. 행동거지좀 조심해달라는데 그 말귀를 그렇게

  못알아들어 ? ”

 오대산 이 인간이 정말 조심성이나 생각이 없는 성격인것인지, 아니면 내연녀인 윤주가 혹시 마음이 변할까봐 이런식으로 심리적 압박을 하는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비록 돈많은 사장의 후처가 되어있는 윤주이긴 하지만 그녀를 진정으로 차지하고 있는 승리자가 자신임을 과시하고픈 심리인지 어느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갈수록 대담해지는 오대산의 행태는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지경이 되어가고 있었고, 윤주는 윤주대로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오히려 오대산은 그런 윤주의 모습이 이해할수 없다는 듯 한마디 한다.

 “ 아니, 그리고 뭐 그렇게 걱정이 많냐 넌 ? 어차피 이제 애도 유치원 가고...이 시

  간에 집에 있는 사람은 너와 나뿐이잖아. 그런데 뭘 그렇게 걱정하고 조심하자는

  거야 도대체 ? ”

 “ 그래도 사람일이란건 혹시 모르는거잖아. 낮말은 쥐가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괜히 있냐 ? 제발 부탁인데 행동 조심좀 해줘. 나 이러다 진짜 들킬까봐 겁

  나. ”

 하긴 이런식으로 대낮에 윤주 외에는 아무도 없는 형준네 집을 종종 드나드는 오대산의 모습이 이웃주민들 눈에 뜨일수도 있는일이고, 이런 부적절한 관계가 언제 누구한테 포착될지는 정말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일이다. 따라서 윤주는 가급적 조심해가며 오대산과의 관계는 계속 이어가고픈 그런 마음인것인데 오히려 오대산은 더더욱 당당히 윤주가 자신의 여인임을 과시하고픈 그런 태도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비록 부적절한 내연관계이긴 허나, 상대에 대한 배려도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윤주와 오대산의 관계는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그리고 무엇보다 이 방은 우리에게도 역사적인 방이잖아. ”

 “ 뭐라구 ? ”

 어쨌든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형준의 방 침대 한가운데 벌러덩 누워 그와같이 말하는 오대산. 윤주가 그 의도가 이해 안가는지 되묻는 가운데 대산의 의기양양한 말투는 계속된다.

 “ 우리 애기가 생겨난 그 역사적 침대 아니냐. 그 역사적 장소. 나 그 생각만 하면

  이 침대만 보면 진짜 묘한 희열감이 생긴단말아. 이 침대, 이 침실...알고보면 우리

  가 백주대낮에 뒹굴면서 우리 아이가 생겨나게 만든 바로 그... ”

 “ 야... ”

 듣자듣자하니 너무 기가막혀 윤주는 소리를 버럭 지른다. 오대산은 순간 찔끔하지만 그러면서도 윤주의 이런 태도가 이해할수 없다는 듯 또다시 한소리 한다. 사실 오대산은 이렇게 형준의 집에 들러 윤주와 만나면서 종종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그리고 때론 대범하게도 바로 그 성관계를 갖는 장소로 형준의 침실(안방) 침대를 택하기도 했던 것이다. 헌데 그런 상황에서 바로 얼마전 윤주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알려온 것 아닌가. 따라서 오대산이 형준의 방 침대를 보며 자신의 아이들이 생겨난 역사적 장소 어쩌구 하는 것 따지고보면 틀린말은 아니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나 당당하고 의기양양하게 떠들 소리인가. 그래서 더욱 기가막혀 윤주가 소리를 지른것인데 오대산의 태도는 여전히 아랑곳없다.

 “ 어이구 우리애기. 귀여운 우리애기. 우리 이쁜 윤주가 내 아이를 갖게 만든 이 자

  랑스럽고 소중한 역사적 침대... ”

 “ 미친놈... ”

 대산의 하는 소리가 더욱 기가막혀 윤주는 혼잣말처럼 그렇게 외치고 대산의 능글맞은 목소리는 계속 이어진다.

 “ 이런건 진짜 사적지로 오래오래 보관해둬야한다니까. 유물로 유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곳이야. 그래, 안그래 ? 우리아기가 생겨난...우리 아기가 만들어진 그 역사적

  인 방...역사적 침대...그러니 이게 유물로 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냐 없냐 ? 안

  그래 ? 대답해보렴 우리아가 ? ”

 그러면서 윤주 뱃속 아이 소식이 궁금하기라도 한지 다가가 그녀의 배를 어루만져보려 하기도 하는데, 윤주가 그런 대산을 밀쳐낸다.

 “ 좀 헛소리도 정도껏해라. 뭐 ? 유물이 어쩌구 사적이 어때 ? 니가 무슨 역사적 인

  물이니 ? 아니면 무슨 유명인사나 사회에 대단한 공헌이나 기여라도 한 그런 인물

  이나 돼 ? 그래...니 말마따나 여기가 우리 아이가 생겨난 그런 장소라 치고...아무

  리 그렇기로...대체 그게 무슨 유물로,사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다는건데 ? ”

 “ 어어...얘 하는소리 봐라 ? 너 진짜 마음이 변한거냐 ? 떠난거야 ? 대체 왜 그래

  ? 그럼 우리 아기가 생겨난 이 역사적 장소가 그만한 가치가 없으면.,..어디 뭐 태

  워 없애기라도 해야할 쓰레기같은 공간이라도 된다는 소리냐 ? 너 다시한번 말해

  봐. 장윤주. 너 자꾸 이런식으로 나오는 이유가 뭐야 ? ”

 “ 좀 정도껏 해 !!! 미XX식아. ”

 일부러 그러는것인지 아니면 진짜 생각없이 내뱉는것인지 알수가 없어 윤주는 대산을 한 대 툭 치기까지 하며 나무라는데, 윤주의 태도가 계속 이와같자 이번엔 오대산이 슬몃 의심이 가는지 다시금 한마디 한다.

 “ 에이씨...아무리 그래도 내가 애아빤데...아기 아빠한테 푸대접이 정말 해도 너무하

  네...가...가만 그러고보니 혹시 너 ? ”

 “ 혹시 뭐 ? ”

 “ 혹시 너...설마 그 아이 우리 아이가 아닌거 아니냐 ? 그래서 이러는거 아냐 ? ”

 “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미친소리야 ? ”

 “ 미친소리가 아니라...니 행동이 수상쩍어서 그러지. 아닌말로...너 어차피 그 영감

  하고도 같이 뒹군방이잖아 너한테는 ?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너한텐 어차피 나하

  고만 뒹군공간이 아니잖아 ? 영감하고도 뒹군 공간인데...그러고보니 너 혹시... ”

 무엇보다 3대독자, 가문의 대를 잇고 제사를 지내줄 아들. 그것을 갈망하며 서른다섯살이나 어린 윤주와 결혼한 형준이 아닌가. 무엇보다 집안의 대를 이을 떡두꺼비 같은 아들만 낳아준다면 윤주가 해달라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주겠다고 철썩같이 약속한 형준. 따라서 그런 형준이 윤주와 그동안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것이고, 헌데 그런판에 윤주의 태도가 이와같자 오대산은 슬몃 의심이 가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진심 의심이 가는 눈초리로 윤주를 추궁해보려한다.

 “ 너 설마...진짜 그런거 아니겠지. ”

 “ 무슨 정신나간 소리야. 그런거 아냐. 내가 그 영감 애를 왜 가져 ? ”

 “ 하지만 아니라는 증거도 없는거잖아. 안그래 ? 아닌말로 그 애가 영감애가 아니고

  내 애라는 그거 확신할만한 증거가 어디있냐구 ? 증거나 근거 있으면 내놔봐. 그

  애가 내 애가 확실하고 영감애가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나 근거 지금 한번 내놓아

  보라구 !!! ”





 윤주는 오대산의 행동이 너무 앞뒤 재지않고 생각없이 움직이는 것 같아 주의를 준것이긴 하지만 오대산 입장에선 혹시 윤주의 마음이 변한 것이 아닌가 충분히 의심이 가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긴 했다. 무엇보다 아무리 정략결혼이라도 형식적으로는 현재 장윤주는 분명 70세 노사장인 노형준의 아내. 합법적으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형준과 성관계를 가질수 있는 그런 사이가 아닌가. 헌데 그런 윤주에게 아무리 내연녀인 자신이 있고 – 또한 형준과 결혼 자체가 돈많은 사장에게서 한몫 챙기자는 의도로 자신이 뒤에서 조종한것이기도 하고 – 또 두 사람의 관계가 지속되어 왔기로 윤주의 뱃속에 아이가 정말 자신의 아이인지 확신할수 없는 일이다. (* 시대적 배경이 유전자 감식이 보편화되기 전인지 후인지 분명히 이야기하지 않았음 ^^;;) 물론 윤주가 임신이 확인되자마자 바로 부리나케 자신을 찾아온 것을 보면 자신의 아이가 맞을것이라 확신을 해볼수도 있긴 하지만 여하튼 엄연히 지금 윤주가 노형준의 남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을 생각해보면 오대산은 그녀에 대한 의심을 지우기가 쉽지 않았다. - 무엇보다 윤주 입장에선 정말 노형준의 그토록 바라는 집안의 3대독자를 낳기만 하면 유산문제든 무엇이든 그 집에서 보다 확실하게 자기 권리를 주장할수 있는 위치에 서게되는 것 아닌가. 그점을 생각해본다면 정말 윤주가 마음이 변한 것이 사실이라면 오대산과 그동안 어떤 관계였든 그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해버리고 이대로 그냥 형준의 아이를 낳아 노인네 유산이나 나중에 물려받자 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일이다. 그런점들을 생각하면 오대산이 윤주의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이 X이 진짜 마음이 변했나 ?’ 또는 ‘혹시 저 아이가 내아이 아닌 것이 아닌가 ?’ 그런 의심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여하튼 덕분에 그날은 대판 말싸움을 한뒤 두 사람은 헤어졌고, 다만 그렇다고 두 사람의 인연이 하루아침에 바로 끊어버린다던가 헤어지자고 할수도 없는 사이라서인지 얼마지나지 않아 오대산이 다시 형준의 집으로 찾아오긴 했다. 물론 형준은 출근했고 윤주가 용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돌아올때쯤 시간을 맞춰서다.

 “ 왔어 ? ”

 바로 직전 만남때 있었던 심한 말싸움 때문인지 두 사람은 서먹서먹하게 서로를 보고있고, 일단 집안으로 들어서며 오대산이 윤주에게 묻는다.

 “ 애는 ? ”

 “ 애라니 ? 우리 애기말야 ? ”

 윤주가 거의 반사적으로 자기 아랫배를 내려다보며 그와같이 묻는다. 설마 오대산이 상희의 아들 용이와 무슨 인연이 있다고 그렇게까지 끔찍이 챙길리는 만무하고 따라서 이 상황에서 찾는 아이는 결국 현재 윤주의 뱃속에 있는 자신의 아이를 말하는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와같이 물었는데 대산은 살짝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윤주에게 말을 건넨다.

 “ 그거 아니고...노인네 외손자말이야 ! ”

 “ 그앤 유치원 데려다주고 왔지. 근데 그 아이는 갑자기 왜 ? ”

 사실 윤주는 형준의 집에서 이렇게 이따금 오대산을 만나고 심지어 관계까지 맺으면서도 행여 그것을 용이한테 들키지는 않겠지 전전긍긍해왔다. 무엇보다 오대산이 처음 불쑥 형준의 집에 나타났을 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당황도 했고 방심을 한터라 2층의 아이가 자신들을 목격하게 되거나 이야기를 엿듣게 될 가능성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는데, 지나고보니 분명 신경쓰지 않을수 없는 문제라 이후에는 오대산이 방문하면 아이는 2층 방안이나 3층 다락에 가둬놓고 나오지 말라고 하는식으로 말하긴 했다. - 허나 그 자체가 이미 ‘감금’이니 그런 사실들이 이따금 아이를 챙기고 있는 이모인 경희나 민희 귀에도 들어갈수 있는일 아닌가. 허나 그 부분과 관련해선 아직까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봐선 일단 용이도 경희나 민희도 자신의 사생활이나 이면에 대해선 일절 모르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 내면에 이미 어떤 상처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다른이유때문인지 용이가 좀처럼 말이 없는것도 윤주의 이런 이중생활이 들키지 않게 하는데 단단히 한몫 한듯하다. 그 점을 생각해보면 용이가 말수가 적은 것이 윤주 입장에선 다행이었다고 봐야하는것인지.

 “ 너...정말 그 아이 내 아이 확실한거지 ? ”

 한편 오대산은 그 부분에 대한 의심과 떨떠름함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는지 그와같이 물었고 조금전엔 그답지 않게 용이를 찾더니 바로 이번엔 자기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윤주도 황당하긴 했다. 그것도 이전에 대판 싸우고 그리고나서 다시 만나게 된건데 그런 상황에서 계속 신경 거슬리게 하는 말만 계속 해야하는지 오대산의 이런 태도가 윤주 입장에서도 짜증나긴 했다. 그래서 윤주도 결국 신경질을 낸다.

 “ 또 그 이야기야 ? 기껏 찾아와선...고작 그거 다시 추궁하고 싶어 온거냐구 ?

 헌데 오대산은 그런 윤주를 뭔가 의미심장하게 말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차분하게 말을 건넨다.

 “ 너 만약 니 마음 변한 것 아니구...또 그 애 내 애인거 확실한거면...니가 한번

  직접 행동으로 증명해 보여봐라. ”

 “ 무슨소리야 그건 갑자기 ? ”

 오대산의 뜬금없이 나온 말이 바로 이해하긴 쉽지 않아서인지 어리둥절해서 윤주가 그와같이 묻고 오대산은 나름 뭔가 혼자 그동안 생각한게 많은 듯 제법 고뇌까지 서린 표정으로 말을 이어간다.

 “ 뭐...사랑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별의별 말인지 명언인지 그런게 다 있긴 하지

  만...그 뭐냐...‘난 니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런 말도 있다고

  하고...그래, 그러니...니가 마음이 변한게 아닌 것이 확실하다면 그걸 증명할수 있

  게 내 부탁 하나만 들어달라구. ”

 “ 갑자기 무슨...혹시 뭐...돈 필요한거야 ? ”

 도대체 무슨말을 하고 싶어서 ‘난 니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느니 하는 꽤 오래전 흘러간 영화 대사까지 언급하는 오대산. 그래서 거듭 윤주도 의아하고 의심스러워 이와같이 묻고, 다만 단순한 오대산의 성격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뭔가 아쉬운 소리를 하러 찾아왔나보다 싶어 윤주가 이와같이 물은 것이다. 헌데 오대산은 갑자기 끔찍한 이야기를 꺼낸다.

 “ 우리...아이 내다버리자. ”

 “ 뭐 ? ”

 이건 또 갑자기 무슨소린가. 윤주의 성격이나 가치관도 대체로 막장형에 가까운 그런 유형인것만은 분명한데, 헌데 그런 윤주에게도 너무 엄청난 소리로 들려 순간 자신이 뭘 잘못들은것인가 싶어 화들짝 놀라며 그와같이 묻는데, 오대산은 그런 윤주를 바라보며 나름 그동안 고민하고 생각해둔게 많았는지 자신의 생각을 계속 이야기한다.

 “ 생각해보니까 말야...그 노인네 외손자인지 뭔지...여간 신경이 쓰이는 문제가 아니

  더라구. 정말 혹시 그 아이가 우리 사이 눈치채지나 않았나 그것도 문제고...또 설

  사 지금 들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앞으로도 들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거고. ”

 “ 뭐 지금까지 별 탈이 없는걸 보면 문제 없는거 아니겠어. 아닌말로 그 아이가 무

  슨 나랑 자기 있는거나 이상한 장면이라도 목격했거나 했다면...하다못해 지 이모들

  한테라도 말하던가 했겠지. 그런데 그런일이 아직 없는 것을 보면 일단 그런 염려

  는 안해도 되는거 아냐 ? ”

 “ 하지만 앞으로라고 해서 들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잖아. ”

 “ 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구 ? ”

 “ 말했잖아. 그 애 내다버리자구. 내 가만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마음푹놓고 앞으로도

  계속 이 집에서 밀회를 즐기자면...확실한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그러니 뭐 대충

  보니까 이 주택단지 근처엔 야산도 있고 하니...대충 아무곳이나 아이가 집으로 찾

  아올수 없는 그런데까지라도 데려가서 내버리고 오자구. ”

 윤주는 멍한 표정으로 오대산을 바라보았다. 대산의 입에서 지금 나오는 소리가 옳은일인지 나쁜일인지 솔직히 윤주는 판단할만한 그런 자아나 가치관을 갖고있는 상태인 여자가 아니다. 윤주는 근본적으로 돈 때문에 서른다섯살 많은 노사장인 형준과 결혼한것이고 그러다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남편의 전처소생 큰딸 상희가 아이를 맡기고 간 문제 때문에, 적어도 이런일이 벌어지리라곤 그전까진 상상조차 못했기에 애초부터 자신이 남편 큰딸의 아이를 떠맡게 된 것 자체를 불편해하고 싫어했다. 게다가 행여 자신과 오대산과의 관계가 하루종일 집안에 있는 아이의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그 또한 큰일이기에 늘상 전전긍긍해왔기에 윤주 입장에서도 용이라는 아이는 정말 ‘차라리 없어졌으면’ 하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인것만은 분명했다. 허나 그나마 일말의 양심은 있는것인지 아니면 귀찮았거나 생각이 거기까진 못미친것인지 아이를 어디 내다버린다던가 하는 문제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전혀 생각지 못하게 오대산의 입에서 이런말이 나오자 제법 적잖은 당황을 한 것이다. 헌데 오대산은 나름 작심이라도 한 듯 윤주의 손까지 부여잡으며 설득하듯 이와같이 말한다.

 “ 너...아이 늘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고 하잖아. 그러니 그러는길에 슬쩍 길을 잃

  은체 하거나 아니면 다른 물건을 사러간다는 식으로 핑계를 댄다던가 하면서 아

  이를 집을 찾으러 올 수 없는 먼곳까지 슬쩍 데려다놓으라고. 그리고 돌아오면 충

  분히 완전범죄가 될 수 있지 않겠어 ? 넌 그냥 아이를 잃어버린것이라 잡아떼면

  그만이고...우리가 아이를 고의적으로 내다버린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겠지.

  그러니 장윤주, 니가 만약 지금껏 나에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은게 확실하다면 그걸

  로 니 마음을 증명해 보여주라. 응 ? 우리 그러잖아도 그애한테 우리 관계가 들킬

  까봐 지금까지 얼마나 전전긍긍해하고 불안초조해했었냐 ? 그러니 장윤주, 니가 정

  마음이 변한것도 아니고 니 뱃속의 아이가 노인네 아이가 아닌 내 아이란 것을 확

  실하게 증명해 보여주고 싶으면 내 부탁대로 해. 아이 조만간 대충 유치원에서 데

  려오는 길이든 언제든 적당히 날 잡아 어디...여기 보니 주택단지 뒤쪽에 야산도 하

  나 있고...아니면 길을 뺑뺑 돌아서 어디 미로같은데 내버리고 오든 그렇게 아이 버

  리고 와라. 니가 정말 나에대한 마음이 변한게 아니라면 그걸 증명해 보이고 싶으

  면 그렇게 해달라구. 내 말 무슨말인지 알겠니 장윤주 ? ”

 


 어차피 윤주야 정략결혼이기 때문에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은커녕 최소한의 살 맞대는 부부로서의 정도 없는 여자이긴 했다. 애초부터 어떻게든 그의 재산을 한몫 떼어갈수 있거나 아니면 정말 그의 아들이라도 낳게되면 유산상속 문제든 그런데서 한층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수 있겠거니 그런 생각을 했던것이기 때문에 남편에 대한 애정은 없었고 그렇기에 더더욱 형준의 전처소생 큰딸 상희가 맡기고간 아이 용이는 눈엣가시처럼 여길 수밖에 없었다.

 다만 오대산의 경우엔 너무 불쑥불쑥 집에 나타나 자신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이 너무 생각없이 행동하는 것 같아 보이거나 또 때론 혹시 이 남자가 협박이나 위협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불안감도 들어 그래서 그에게 화가났던 것 뿐이다. 사실 윤주 입장에선 오대산도 뭐 그렇게 진실하게 사랑한 사람이라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여하튼 애초에 대산의 조종에 의해 노형준 사장의 후처로 들어온 처지고 따라서 그런 대산의 요구를 어느정도 들어주며 일종의 공범내지 동업자 비슷한 위치에서 움직이는 그런 입장이었다. 헌데 어쨌든 그 오대산이 ‘혹시 니 마음이 변한것이거나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닌 것 아니냐 ?’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것이고 그 의심을 자신이 더 이상 하지않고 윤주가 마음이 변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려면 아이를 유기하라는 제안을 한 것인데, 따라서 윤주 입장에선 양심의 가책이라던가 아이에게 차마 못할짓이라는 그런점때문에서의 고민이라기 보단 아이를 내다버리는 것이 그래도 생각보다 엄청난일이고, 무엇보다 행여 실패하거나 들통났을시 그 뒷감당은 또 어떻게 하나 그 고민을 하고있을뿐이다.

 다시말해 근본적으로 윤주는 형준에게든 그 외손자에게든 일말의 애정이 없는 여자고 또한 그런쪽으로의 어떤 양심의 가책을 느낄만한 성격이나 인격의 소유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다만 막상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난뒤 자칫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그 후폭풍울 우려하고 있는것일뿐, 적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아이를 걱정하는 그런 마음을 갖고있는 여자는 아니다.

 허나 어찌되었거나 오대산의 말대로 시행하는게 괜찮을까 하는 고민은 하는중이다. 근본적으로 오대산은 자신에게 윤주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음을 증명해보이려거든 형준의 외손자를 내다버리라는 제안을 한 것이고, 다만 윤주는 범죄가 들통나거나 실패했을시의 그 뒷감당 문제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을뿐. 적어도 선한의지나 의도에서 우러나는 고민이나 고뇌를 하고있는 상태가 아닌 심리상태인것만은 분명하다.

 윤주는 한밤중에 혼자 3층 다락 베란다에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사실 이와같은 습관은 윤주가 형준의 집에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아서부터 몸에 밴것이기 때문에 딱히 그런 모습이 윤주의 심리나 고민을 대변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저 나이많고 고리타분한 남편도 있는데 눈치 안보고 담배를 피울만한 장소가 없을까 찾다가 그야말로 뜻밖의 절호의 장소를 발견한것이기에 이곳을 자신의 흡연장소로 애용해왔을뿐. 허나 요즘들어 이곳에서 윤주가 담배를 피우는 양과 시간이 이전보다 늘어난것만은 분명하다. 술을 즐기는 사람이 어쨌든 고민이나 심란한 일이 있을 때 자연스레 술을 찾는것처럼 마찬가지로 담배를 즐기는 사람도 고민이 있거나 심란할때 결국 더더욱 담배를 찾게되는것일까. 덕분에 윤주가 흡연장소로 애용하는 3층 베란다에는 이전까지에 비해 유난히 많은 담배꽁초가 버려져있기도 하다. 윤주는 말없이 베란다에서 내다보이는 화곡동 주택단지 뒤쪽 야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상시엔 그저 어두컴컴하고 육중한 산일뿐이라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던 그런 산이었는데, 오대산이 아이를 유기할만한 장소와 방도로 추천한곳이 마침 저 야산이기도 하니 윤주는 그 산도 평상시보다 좀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고 있는중이다. 윤주는 마침내 어떤 나름대로의 결단을 내린듯한 표정으로 베란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그리고 다음날. 여느때처럼 윤주는 용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있다. 사실 유치원 선생님이나 원생부모들은 윤주가 용이란 아이의 ‘엄마’인줄만 알고 있다. 윤주야 어차피 용이 유치원에 그리 큰 관심을 보일만한 사람이 아니니 따라서 유치원 선생님이나 원생부모들과도 특별히 교류할일은 거의 없었는데, 따라서 자신이 용이와 가족관계(?)가 어찌되는지 밝힌적도 없었고, 다만 자기네들끼리 지레짐작했거나 아니면 윤주가 아이를 데려다주거나 데리러갈 때 혹 우연히 만난 선생님이나 원생 부모들과 간단한 인사라도 나누며 얼떨결에 무슨 대답을 잘못한적이 있었는지 – 가령 ‘용이 어머니세요 ?’ 하는식의 물음에 아무생각없이 ‘네’라고 대답했다던가 – 어쨌든 용이 유치원에선 윤주를 그냥 ‘용이 어머니’로만 알고 있었다.

 따라서 윤주가 용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든 데려오든 그와같은 행동에 별다른 의심이나 의혹을 가질만한 사람은 없을터. 다만 용이는 윤주에 대한 호칭을 언젠가부터 ‘아줌마’라고 불러왔다. 아마 이모들이 이따금 화곡동 집을 찾아왔을 때 윤주를 지칭하며 ‘아줌마’라고 호칭한적도 있고 자신도 그래서 얼떨결에 용이 앞에서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지칭한적도 있긴 한데, 그래서 일단 용이의 자신에 대한 호칭은 언젠가부터 ‘아줌마’로 굳어져 있는 상태였다. - 허나 윤주는 실은 그 ‘아줌마’란 호칭조차도 불편해하고 있었다. 사실 윤주는 아직도 자신이 처녀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는중이다. 칠순의 남편과 결혼한 문제까진 그렇다치더라도 지금은 어쨌든 내연남 오대산의 아이까지 임신한 상태인데도 윤주의 머릿속 근본의식은 ‘자신은 처녀’라는 것이다. 그런 윤주이니 ‘외할머니(?)’는커녕 아줌마조차도 발끈하며 화를 낼만한 그런 호칭이긴 하니 여하튼 윤주 입장에선 이래저래 용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고 하는 일들 자체가 짜증나고 머리아프게 만드는 일인것만은 분명했다.

 “ 엄마, 이상해. 용이는 자기 엄마를 ‘아줌마’라고 불러. ”

 용이가 유치원에서도 말이 거의 없는 아이긴 했으나 여하튼 윤주가 용이를 데려왔을땐 적당히 인사말도 한두마디 나누고 헀을터인데, 그래서인지 유치원 원생중에 용이가 윤주를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을 목격하거나 들은 아이가 몇몇 있기도 했다. 자연스레 자기네 엄마에게도 그런일을 전했을터인데, 다만 아직까지 그 문제를 그리 크게 문제삼는 사람도 없었다. - 그만큼 워낙 윤주가 유치원 선생이나 원생부모와 교류가 없는 사람이다보니 선생님이나 원생부모들이나 마찬가지로 윤주는 관심권 밖에 있는 상태라고나 할까. - 다만 아이들중 이따금씩 그런말을 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혹시 저 여자가 용이 친엄마가 아닌것인가 ?’ 하는식의 의문을 품은 사람이 한두명 있기는 했다.

 여하튼 오늘도 일단은 별다른 문제없이 용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그리고 데려오러 갈 시간이 되어 유치원으로 향한 윤주. 그러나 이제 본격 거사를 해야하는 시간이므로 윤주는 바짝 긴장이 되었다. 유치원 관계자들이야 윤주의 그런 심리상태를 알리 없으므로 평상시와 다름없이 그네들과 인사를 나눈뒤 혹 자신을 알아보는 원생부모들과도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뒤 용이를 데리고 가는 윤주. 헌데 그녀의 발걸음은 이미 자신들이 사는 화곡동 주택단지가 아닌 다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 어, 아줌마. 왜 이리로 가요 ? ”

 “ 어...그 그게 말이다. 그게 말이다 용아. ”

 윤주와 용이 사이에 사실 이 정도 수준의 대화도 나눈적이 거의 없긴 한데, 일단 윤주는 나름 치밀하게 세운 계획이 있어서 용이를 안심시키려는 듯 말을 건넨다. 윤주의 말은 이와같았다.

 “ 용이, 혹시 배고프지 않니 ? 아줌마가 빵사줄까 ? ”

 점심때가 다 되어가니 아이들 입장에선 한참 배고플 시간이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이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않는 애매한 대답을 하고 일단 윤주는 용이를 이런식으로 유혹(?)한다.

 “ 용아...실은 아줌마가...집에 빵좀 사갖고 갈까 해서...그러니 일단 빵집쪽으로 가

  자. ”

 그리고는 화곡동 주택단지와는 정 반대방향에 위치한 빵집까지 용이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빵집앞에 용이를 세워놓고 이와같이 말한다.

 “ 용아, 아줌마가 이제 빵집에서 빵 잔뜩 사갖고 올테니가 용이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야 해. 알았지 ? 어디가지말고 꼼짝말고 기다려. 그럼 아줌마가 조금만 기다리

  면 용이 좋아하는 맛있는 빵 잔뜩 사갖고 올게. ”

 그런식으로 아이를 안심시키고 유유히 빵집안으로 들어가는 윤주. 그리고 용이는 마치 어른들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어린아이처럼, 다만 기다리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근처의 작은 계단 하나를 의자처럼 이용 그곳에 털썩 앉는다. 그리고 아줌마가 말한대로 그녀가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하지만 용이가 아무리 기다려도 아줌마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빵집은 일반적인 빵집으로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편인데, 뒤쪽으로도 문이 하나 더 있는 빵집이다. 윤주는 이미 들어간 빵집의 반대쪽 뒷문으로 유유히 사라져간 상태다.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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